쓰린 부위를 만져주고 간다
참 많이 상처를 받았구나
흉터의 손을 마주치면
그 손을 덮쳤을 시퍼런 날들
딱지 떨어지길 기다리는
다른 손이 매만졌을 안타까움
얼굴은 보지 못했으나
흉터의 손에는
오랜 세월
휘어진 소나무 어지러운 나이테
그런 것을 따라 흘렀을
긁은 물결이 넘실댐을 알겠다
나를 이끌어준 손이 어디 한둘이랴
그 손의 내력을 읽지 못한
그 손의 내력을 생각하는 밤
내 잠의 이마를 꼭 짚어주고 가는 손
흉터의 손이
나를 쓰다듬어 주고 간다
한 생을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몸에 혹은 마음에 얕고 깊은 갖가지 상처를 입고 살다간다. 잘 지워지지 않고 목숨의 끈을 놓을 때까지 가지고 가는 것을 흉터라고 하는데, 육신적인 것은 물론이지만 가슴속에 새겨진 흉터는 정말 오래 잊지 못한다. 처음에는 아픔이지만 세월 지나면 아름다운 상처가 되는 경우도 많지 않을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