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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울릉도 물놀이장 사망사고,과연 담당공무원 혼자 책임일까’…파면까지 이른 법원선고를 보고 느낀 소회

울릉도 현포리 심층수 어린이 물놀이장 초등학교 6학년생 사망사고와 관련 법원이 2년 만에 울릉군청 담당 팀장에게 파면에 해당하는 판결을 내렸다.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울릉군 공무원 4명 중 담당팀장에게 금고 1년·집행유예 2년을, 나머지 3명은 각각 1000만~1500만 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팀장은 파면에 해당하는 판결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준공 이후 시설 관리 책임은 공무원에게 더 크다.”라며 공무원들의 관리 소홀을 지적했다. 법원은 이번에 관리책임을 사실상 울릉군 차원의 구조적 문제보다, 말단공무원에게만 가혹한 형사적 책임을 물었다. 전체적으로 안전 부재라는 근본적인 원인보다 일면 희생양을 만든 느낌이 든다. 더욱이 법원이 “전문지식이 없는 공무원이 우연히 담당이 됐을 뿐”이라며 공무원 개개인의 전문성 부족과 행정 현실을 인정했으면서도 판결은 책임을 조직적 차원이 아닌 개인에게만 집중시켰다. 수심이 37cm인 영유아 급 물놀이 시설은 지난 2015년 아기 낳기 좋은 울릉도, 인구 증가 정책으로 만든 것으로, 사고 전까지만 하더라도 8년째 아무런 사고 없이 잘 운영됐다. 워낙 수심이 얇은 부분과 영유아시설이다 보니 보호자가 동반해 별 사고 없이 넘어왔던 것이다. 하지만, 지난 2023년 육지에 여행 온 초등학생이 취수구에 팔꿈치가 빨려 들어가 사망하는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 문제가 커졌다. 풀장 및 대중목욕탕을 관리하는 법령인 공중위생관리법에는 사업자에 대한 안전 책임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순환배수구 등에 대한 관리 지침은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2006년 배수구 안전망 설치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보건복지부에 건의했지만, 현재까지 반영된 것이 없을 정도로 관심 밖 영역이다. 이런 가운데 공무원이 관리 소홀로 파면에 해당하는 처벌을 받았다. 물론 담당 공무원은 만에 하나 일어날지도 모를 사고에 대비해야하고 꼼꼼히 챙겨야 함은 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번 사고를 단순히 개인의 관리 소홀로만 볼 것이냐는 부분에 들어가면 논란이 뒤따른다. 실제, 시설 준공 당시부터 취수구 안전망 미설치가 꾸준히 지적됐음에도, 군청 차원의 개선 조치는 없었다. 안전 관리 예산과 인력 부족 역시 장기간 이어진 고질적 문제였던 것이다. 그런데 사고 당시 팀장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오랜 직장, 생업과 관련된 직장에서 그는 파면됐다. 한켠에서 다소 가혹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울릉도에는 성인용 등 해수풀장이 5곳 있다. 이곳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한다면 담당 팀장이 모두 책임을 져야 할까? 그렇다면 아무도 팀장으로 나가지 않을 것이다. 회피 근무는 팀원도 마찬가지일 터. 관리인이 없을 경우 풀장 등은 당장 폐쇄가 불가피하다. 설령 발령받든다해도 적극적인 행정을 펼칠 수다 없게 된다. 때문에 이번 판결을 두고 도의적 책임은 물을 수 있는지만 파면까지 책임을 지운 것은 가혹하다는 것이 군민들 시각이다. 이 사안은 어쩌면 당초 설계하고 시공한 책임자에게 더 책임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또 안전장치 개선은커녕 그대로 방치한 울릉군 행정에 무거운 책임이 있다. 그간 이곳 팀장을 거쳐간 10명은 이번 판결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자칫했다면 그들 중 한명이 파면의 당사자가 됐을 수도 있다. 어떤식으로든지 사망사고 같은 후진적 사건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책임 부분으로 들어가면 상황은 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목이 날아간 팀장은 다소 억울할 수도 있었겠구나 하는 것이 저간의 여론이다. 이번 판결은 울릉군 전체에 만연한 안전과 제도적 안전 관리 시스템 부재는 뒤로하고 말단 공무원에게 모든 책임을 물었다. 안전 불감증의 구조적 문제를 개인에게 뒤집어 쉬운 꼴인 것이다. 울릉군이 적극적으로 나서 담당 공무원을 구제하고 안전에 대한 구조적 문제를 바로 잡아야 한다. 그래야, 공무원이 주민을 위해 사명감으로 적극적인 행정을 펼칠 수 있다.  /김두한 기자 kimdh@kbmaeil.com

2025-08-19

바뀌는 여름 휴가 트렌드 ‘저소비 고효율’… 지자체도 바뀔 때

우리나라 여름휴가 트렌드가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 사람들은 적은 비용으로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는 곳을 찾는다. 인터넷 검색으로 저비용으로 휴가를 즐길 수 있는 장소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지자체는 이러한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지자체마다 지역 상징성과 어우러진 지역 내 관광지를 조성하고 있지만,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아 힘들어 하는 곳이 많다. 지난 3일 경남에 있는 한 지역의 A 랜드마크 관광지에 다녀왔다. 여름휴가의 최고 성수기 기간이었지만, 이곳은 을씨년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임대가 적혀있거나 일찍 문 닫은 상점들이 눈에 쉽게 들어왔다. 특히 지역을 대표한다는 호텔에선 100여 개의 객실 중 예약된 곳은 7개 객실뿐이었다. 찾은 사람이 적음에도 호텔 숙박비는 성수기라는 이유로 평소보다 비싸게 받았다. 하지만, 비싼 가격에 비해 서비스와 인근 인프라는 가격에 대한 의구심 마저 들게했다. 인근에서 10여 년째 영업을 하고 있다는 한 상인은 “날이 갈수록 이곳으로 휴가를 오는 인원이 줄어들고 있다”며 “매년 같은 콘텐츠가 되풀이되고, 관리가 부실하다 보니 다시 찾는 이가 줄어드는 것 같다”고 했다. 대구에서도 랜드마크 조성에 실패한 사례가 있다. 최근 대구 달서구에서는 10억 원을 들여 도시철도 2호선 용산역 광장의 ‘하이로프 클라이밍장’을 조성했지만, 개장 석 달 만에 휴업에 들어가 ‘예산 낭비’ 논란이 커졌다. 달서구는 수요 예측 실패와 홍보 부족을 원인으로 꼽았지만, 현장을 가본 이들은 부족한게 더 많다고 말한다. ‘하이로프 클라이밍장’ 하나만으로는 사람들이 찾지 않는다. ‘하이로프 클라이밍장’ 중심으로 그와 관련된 다른 편의시설들이 있어야 한다. 저렴한 가격으로 편하게 이용할 수 있고, 다른 편의시설도 갖춰져 있다면 광고를 하지 않아도 사람이 몰리는 세상이다. 상징성만 입혀 ‘빛 좋은 개살구’를 빚은들 운영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최근 트렌드인 야외 캠핑이나 박물관 투어 등이 알찬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간송미술관, 대구과학박물관 등의 시설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또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오토캠핑장의 경우 예약을 하기 힘들 정도로 인기다. 그만큼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게 운영을 잘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투자만이 능사가 아니다. 조성해놓은 관광지를 더욱 빛날 수 있도록 지자체마다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야만 소비자의 빠른 트렌드 변화에 맞춰 지역 경제를 이끌 수 있을 것이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08-05

계곡에 숨은 위험… 숫자가 경고하는 여름철 물놀이 사고

경북의 계곡과 강, 해변은 여름휴가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물속을 향한 발걸음은 가볍고, 물가에서 울려 퍼지는 웃음소리는 평화롭기 그지없다. 하지만 이런 풍경 뒤에는 예측하지 못한 사고가 도사리고 있다. 물놀이의 즐거움은 늘 위험과 맞닿아 있고, 사고통계가 알려주는 숫자들은 이를 침묵 속에서 경고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물놀이 사망자는 112명에 달한다.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장소는 하천과 강에서 39명, 계곡에서 33명, 해변과 바닷가에서 40명이었다. 사고의 주요 원인은 구명조끼 미착용 41건, 수영 미숙 38건, 음주 수영 19건, 급류에 휩쓸린 사례가 8건이었다. 대부분 충분히 예방 가능한 인적 요인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더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수난사고로 인한 출동 건수는 각각 1142건, 1522건, 1006건에 달했다. 올해 2025년 상반기에도 이미 231건의 구조 요청이 있었고, 이 가운데 74명이 구조됐다. 특히 안동, 문경, 청송은 계곡과 하천이 발달한 지역으로 가족 단위 피서객이 많이 찾는다. 이러한 특성은 구조 요청의 빈도를 높이는 동시에 사고 가능성 또한 크게 만든다.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수행하는 대원들의 목소리는 무겁다. 한 구조대원은 “출동 횟수가 줄었다고 해서 방심해선 안된다. 사람들의 경각심이 줄어들지 않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익숙한 장소, 평소 자주 찾던 계곡이라도 그날의 기상 상황, 수온, 수위 변화에 따라 사고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북소방본부는 여름철 휴가철에 대비해 해수욕장 13곳, 하천과 계곡 4곳에 시민수상구조대원 318명을 배치했다. 이들은 단순한 인명 구조에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응급처치, 심폐소생술 교육, 해파리 제거, 미아 찾기 등 다양한 활동을 병행한다. 한 구조대원은 “사람들이 수영복과 물놀이 용품은 철저히 준비하면서도 안전 수칙엔 소홀한 경우가 많다. 우리 역할은 그 간극을 메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대원에게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은 한 시민은 “구명조끼 덕분에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안전 교육을 받고 나니 물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게 됐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물놀이 사고를 막기 위한 예방 수칙은 비교적 간단하지만, 그 실천이 관건이다. 출발 전 준비운동을 철저히 하고, 음주 후 수영이나 단독 수영을 절대 하지 않으며, 구명조끼 착용을 생활화하는 것이 기본이다. 어린이들은 반드시 보호자와 동행해야 하며 장시간 수영은 자제하고 상황 발생 시에는 119에 즉각 신고하고 구조도구를 활용해야 한다. 이런 작은 실천이 생명을 지키는 시작점이 된다. 숫자는 말이 없다. 하지만 그 속엔 분명한 경고가 담겨 있다. 아무리 맑고 고요한 계곡일지라도, 자연은 결코 인간의 예측대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준비물은 수영복도, 튜브도 아닌 안전 의식일지도 모른다. 경북의 청정 자연은 사람들에게 쉼과 평온을 제공하지만, 그 속에서 안전을 지키는 노력이 없다면 그 아름다움은 위태롭게 흔들릴 수 있다. 진정한 피서는 안전에서 시작된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08-05

울릉도 ‘비곗덩어리 삼겹살’로 관광업 휘청…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봐주기를”

비곗덩어리 삼겹살 파동으로 울릉도 관광업계가 휘청거리고 있다. 한 유튜버가 울릉도 여행 중 한 식당 종업원의 실수로 엉터리 삼겹살을 제공받은 후 이를 유튜브 영상으로 게시하면서 파문이 일었고, 사태가 겁잡을 수 없이 커졌다. 식당 주인은 어떻든 잘못은 자신의 책임임을 시인하고 유튜버에게 장문의 이 메일로 사과를 했고, 유튜버도 “사과를 받겠다”고 했다. 울릉군수도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전 국민을 대상으로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열흘째 많은 미디어 매체들이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울릉도를 비판하고 있다. 물론 대한민국 최고의 관광지 울릉도에서 당한 배신감을 고려하면 백배 천배 사과해도 모자란다. 울릉도는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여행지이고, 연간 40만 명이 이곳을 다녀간다. 대다수 군민들은 관광객을 환영하고 실제 관광 분야에서 적잖게 종사하고 있다. 유튜버도 울릉도가 이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개선해 울릉도 관광이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일부 네티즌과 미디어의 행위는 “이때다”라며 마치 울릉도가 망하기를 바라는 것처럼 느껴져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들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 ‘한 종업원이 실수로 비곗덩어리 가짜 삼겹살을 제공한 일로 정녕 다시는 찾으면 안되는 곳인지…’ 를. 더욱이 군민의 대표인 군수까지 나서 진정으로 사과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한 일 아닌가. 울릉도는 대한민국 동해에서 유일하게 섬 하나가 군 단위의 지자체인 보석 같은 섬이다. 일본이 야욕을 드러내며 뺏으려는 민족의 섬 독도도 지키고 있다. 울릉도가 있기 때문에 한반도 남한 면적 보다 더 큰 바다(해륙)의 주권도 대한민국에 있다. 서·남해 수천 개의 섬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지위를 갖고 있는 셈인 것이다. 물론 애정이 깊을수록 어떤 잘못된 일에 대한 배신감도 더 커질 수는 있다. 작은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는 부분 또한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관광지 울릉도 대다수 관광업 종사자들의 사기도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현재 울릉도는 사면초가다. 경제 불황으로 관광객이 감소하고, 그러다보니 뱃길도 줄어들고 있다. 관광산업이 지속적이고 연쇄적인 어려움에 처하면 정주기반이 약한 울릉도의 미래는 뻔하다. 가장 우려스런 것은 주민들이 떠나는 상황이다. 계속 매를 맞으면 상처는 덧날 수 밖에 없다. 살아봐도 매력이 없고 경제적 어려움의 극복이 어려우면 울릉도를 떠나는 섬 주민들이 늘어나 섬을 비우는 날이 올 지도 모른다. 울릉군민들이 심기일전해 더욱 잘 해야겠지만, 악재가 자꾸 겹치면 의욕도 사라진다. 울릉도와 울릉주민들은 여전히 좋은 점과 잘하는 것이 더 많다. 애정 어린 마음으로 지켜봐 주면 어떨까. 울릉도는 인구소멸지역이다. 한때 울릉도에서 오징어와 명태, 미역·김의 생산이 많이 생산될 당시에는 주민등록 인구 3만 명을 포함해 총 5만명에 이를 때도 있었다. 그러나 수산자원이 고갈되면서 생활이 어려워지자 군민들이 알게모르게 하나 둘씩 울릉도를 떠나 이제 전체 인구는 9000명 정도 밖에 안된다. 국민들이 애정과 사랑으로 울릉도를 다시한번 감싸안아 울릉주민들이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일 할 발판과 계기를 마련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김두한 기자 kimdh@kbmaeil.com 이때문에

2025-07-29

‘울릉공항 활주로 연장, 이제 정부가 들여다봐야 할 때가 됐다’…무엇보다 안전이 최우선 아닌가

무안공항의 안타까운 참사는 울릉공항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무엇보다 울릉도 미래 교통망의 핵심인 울릉공항은 안전할까였다. 그전부터 울릉공항 활주로에 대한 논란이 있었기에 군민들은 무안공항 사고를 바라보면서 더욱 의구심을 가졌다. 한번 심도 있게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은 어느새 공사 중인 활주로를 연장해야 안전하다는 방향으로 흘렀고, 결국 울릉 주민 대표들로 구성된 ‘울릉공항 활주로 연장 추진위원회’를 결성하기에까지 이르렀다. 이후 군민의 이름으로 활주로 연장의 필요성이 공식화됐다. 울릉공항은 당초 50인승 소형 항공기 기준으로 활주로가 설계됐었다. 활주로 길이는 1,200m다. 이는 활주로 시설 등급 중 최저 수준에 해당한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해 소형항공기의 기준을 기존의 50인승에서 80인승으로 상향 조정했다. 울릉공항의 취항 기종 역시 80인승 항공기로 변경됐다. 비행기를 띄우는 회사 입장에선 50인승 보다는 80인승을 구매해야 사업성이 나온다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또 분명 그렇게 할 것이다. 이미 향후 주력 기종으로 80인승 항공기가 검토, 고려되고 있다. 이 비행기는 수송력, 경제성, 비용 대비 효율성, 그리고 안전 운항 측면에서 모두 적합한 것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현재의 1,200M 활주로 여건으로는 이 기종의 안정적 운항이 어렵다는 점이다. 항공기 제작사들은 이에 대해 현재 공사 중인 활주로로도 80인승 항공기의 운항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울릉도의 특이한 기상 여건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분석이라는 게 지역 주민들의 입장이다. 실제로 현 활주로 조건에서 80인승 항공기를 운항하려면 이착륙 중량을 대폭 줄일수 밖에 없다. 이 경우 탑승 인원과 화물 적재량 감소로 이어져 경제성 부분에서 기대 이하의 차질은 불가피하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울릉도에서 최대 순간 풍속이 25노트 이상을 기록한 날은 연평균 138일에 달한다. 풍속이 이 수준을 넘으면 80인승 항공기의 결항률과 사고 위험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이외에도 연평균 강수일수는 144일, 강수량은 1,538mm에 이르며, 겨울철에는 평균 2m 이상의 적설량을 기록하는 등 전국에서 손꼽히는 기상 악조건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울릉도 주민들은 활주로와 종단 안전구역의 연장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활주로 연장 요구가 ‘무조건적인 안전성 강조’에만 치우쳐 타당성과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한다. 또 활주로 연장에 1조여 원이 소요될 것이라는 비현실적인 추산만 무성하게 나돌고 있다. 그러나 울릉군민 입장에선 이런 주장이 그저 황당무계하다. 지금까지 활주로 연장에 대한 구체적인 비용 산정이나 타당성 조사가 진행된 바가 없기 때문이다. 울릉공항 완공까지는 여전히 시간이 남아 있다. 지금이라도 전문기관의 용역을 통해 연장 시 추가 비용, 현재 활주로의 안전성, 기상 리스크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과학적·체계적으로 접근했으면 한다. 이런 요구는 활주로 연장이 그리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가능하다고 말하는 측도 상당하기에 더욱 필요하다. 가두봉을 기준으로 서면 통구미 방향으로 200~300m 연장하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 구간은 수심이 현재 활주로 공사 구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기술적으로도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여서 정부가 한 번 들여다봤으면 한다. 이제는 단순한 감정적 주장이나 막연한 안전성 강조를 넘어, 비용 대비 안전성, 경제성 등 다각적인 분석을 토대로 합리적이고 정당하게 활주로 연장을 요구할 때다. 울릉도의 미래 교통망은 과학적 데이터 위에 세워져야 한다. /김두한기자 kimdh@kbmaeil.com

2025-07-15

18년 만에 다시 찾은 송도해수욕장, 모래 위에 쌓는 포항의 새로운 100년

송도해수욕장이 18년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한때 동해안 최고의 피서지였던 이곳은 방파제와 모래 유실로 오랜 세월 사람들의 발길에서 멀어졌다. 그러나 바다는 결국 사람을 다시 부른다. 되살아난 백사장 위로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송도해수욕장은 1960~80년대 ‘동해안 1번지 해수욕장’으로 불렸다. 여름이면 대구와 경북 전역에서 몰려든 피서객들로 백사장은 파라솔로 빼곡했다. 송도의 상징은 바닷바람을 맞으며 입구를 지키던 ‘여신상’이었다. 바다를 향해 팔을 벌린 듯한 여신상은 송도가 품은 여름의 낭만이었다. 해변에서 100여 미터 떨어진 다이빙대도 사람들의 추억 속에 또렷하다. 청춘들은 거기서 몸을 던져 바다로 뛰어들며 한여름의 열기를 식혔다. 여신상 아래서 가족사진을 찍고, 다이빙대에서 뛰어내린 기억은 지금도 많은 이들의 마음에 남아 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무분별한 개발과 방파제 축조로 모래는 점점 사라졌다. 해수욕장은 2008년 문을 닫았고, 해변 상권은 활기를 잃었다. 송도는 추억 속에만 남았다. 하지만 포항은 물러서지 않았다. 수년간 모래 복원과 해안 정비에 힘을 쏟았고, 마침내 송도는 다시 시민 품으로 돌아왔다. 여신상은 그대로고, 다이빙대도 깔끔히 단장됐다. 다만 이제 다이빙대에서 바다로 뛰어드는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다. 대신 상징으로서 과거를 기억하게 한다. 문제는 여기서 멈춘다면 송도는 그저 추억 속 해수욕장에 머물 뿐이라는 것이다. 송도는 이제 시대에 걸맞게 달라져야 한다. 여신상과 다이빙대가 과거의 낭만을 상징했다면, 지금은 그 위에 세계인을 불러모을 새 상징을 세워야 한다. 그 답이 해오름대교 전망타워에서 송도해수욕장까지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초대형 짚라인이었으면 한다. 파도를 내려다보며 하늘을 나는 짜릿함, 송도는 어쩌면 이 한 방으로 두바이 마리나, 하와이 와이키키 못지않은 글로벌 해양 액티비티의 격전지로 도약할 수 있다. 이제는 추억이 아니라 경쟁이다. 아시아의 수많은 해변과 리조트들이 고객을 끌어오기 위해 무엇을 하는가. 상상하고 투자하고, 놀 거리를 만든다. 과거의 명소에 머물러서는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도발길을 돌린다. 그런 점에서 송도 짚라인은 관광 트랜드에 맞춘 변화의 상징이자 해양도시 포항의 새로운 얼굴, 해양관광의 승부수가 될 수도 있다. 체험시설, 상권 연계, 지역 청년 일자리 창출 등 부수 효과도 상당할 것이다. 만에 하나 진행한다면 세계 최고의 액티브 설계자가 구상하도록 해 그 이름을 보고 세계인이 송도로 오도록 했으면 한다. 송도는 이미 주변은 달라지고 있다. 첨단해양R&D센터는 해양바이오, 해양에너지, 스마트양식 같은 미래 산업의 전초기지가 될 것이고, 곧 개통될 해오름대교는 물류와 관광을 잇는 대동맥이 된다. 이어 완공될 포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POEX)의 후방 효과도 송도로선 기대할만 하다. 이제 남은 건 ‘발상의 전환’이다. 개장식에서 만난 한 시민은 말했다. “어릴 적 아버지 손잡고 여신상 앞에서 사진 찍고, 다이빙대에서 뛰어내렸죠. 지금은 못 뛰어내리지만 남아 있는 것만으로도 반갑습니다.” 그렇다. 송도는 추억만으로도 큰 밑거름이다. 거기에 짚라인이 얹히면 송도는 더 이상 과거가 아니라 미래다. 닫혔던 해변 가게들도 다시 문을 열었다. 파라솔 아래 가족의 웃음소리가 파도 소리와 얽혀, 송도의 여름을 되살려내는 그 모습도 보기 좋았다. 그러나 웃음소리만으론 부족하다. 더 많은 사람을, 더 먼 곳에서 불러와야 한다. 철강 도시 포항이 바다로 다시 숨을 쉬고, 그 바다 위에, 세계인이 몰려들도록 길을 깔고 닦아야 할 것이다. 시작이 반이다. 추억의 상징 여신상과 다이빙대 위에, 세계를 겨냥한 짚라인이 더해질 때 송도는 다시 태어나고 모래 위에 새겨지는 발걸음들은 포항의 새로운 100년을 쌓아올릴 것이다. 이제 송도는 다시 돌아보는 해변이 아니라, 다시 날아오를 해변이어야 한다. /임창희기자 lch8601@kbmaeil.com

2025-07-13

울릉도 ‘중국 쓰레기 천국’ 이라 한 일부 미디어… 더 고민하고 보도했어야

환경단체인 환경재단이 울릉도 청년들과 함께 최근 울릉군 북면 현포리 웅포에서 드론을 이용한 과학적 해양쓰레기 수거에 나서 약 158l 규모의 해양오염 쓰레기를 수거했다. 이번 수거된 해양쓰레기는 낚시줄, 폐로프, 스티로폼, 페트병, 부표 등 어업 관련 쓰레기가 대부분이고, 생활 쓰레기 플라스틱 용기, 비닐류도 다수 있었다. 국적 확인 가능한 수거물중에서는 중국산 해양쓰레기가 85.1%를 차지했다. 국내 일부 미디어는 이를 문제삼았다. 울릉도가 마치 중국에서 버린 쓰레기로 큰 몸살을 앓는 것처럼 보도했다. 중국산 쓰레기로 인해 울르이 망한 것처럼 비쳐지게 한 것이다. 제목은 삽질이라도 하듯 더 어이없었다. ‘이건 정말 끔찍하다’ ,물이 가장 깨끗한 ‘울릉도’…중국 플라스틱’ 여기 울릉도 맞아?, 이러다 ‘中 쓰레기 섬 될 판’ 분통, ‘중국 때문에 망했네, 청정 울릉도에 쌓인 이것’이라는 등을 달아 네티즌들을 자극했다. 또, ‘중국 때문에 다 망했다’…‘세계 최고 수질’ 울릉도에 가득 쌓인 ‘이것’ 뭐길래? 등 자극적인 제목들이 줄을 이었다. 울릉도는 이제 청정지역이 아니라 쓰레기장으로 둔갑했다고 앞다투어 보도한 것. 울릉도의 수질이 세계 최고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과거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의뢰한 ‘추산용천수 먹는 샘물 개발’ 용역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울릉도에서 분출되는 용천수는 생수의 생명이라고 할 미네랄 성분이 육지 생수보다 월등하고 풍부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울릉 군민들도 우리나라에서 물이 가장 깨끗한 것으로 유명한 곳에서 사는 것을 긍지로 여기고 있다. 이러함에도 이번에 일부 미디어는 먹는 물까지 시비삼아 수질 명성을 잃고 해양쓰레기로 가득 찼다고 보도했다. 군민들도 어이없는 험 잡기를 보고 기가 차다는 반응이다. 특히 일부 매체는 해양쓰레기에 대해 소설같은 논리를 만들기도 했다. 여름에는 날씨가 더운데다 장마로 육상 쓰레기가 늘어나는 데 더해 중국·일본 등 인근 나라에서 건너온 쓰레기들까지 울릉 해역에 넘쳐난다고 보도했다. 과연 맞을까? 울릉도 북쪽 지역은 북한이다. 그러다보니 북한수역에서 조업하는 어선들이 버린 쓰레기가 간혹 떠내려오기도 한다. 또 발견되는 쓰레기를 보면 일본에서 올라 오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지리적으로 북한과 러시아 사이 해안선 일부가 있는 중국 본토 쓰레기가 울릉도에서 발견되기는 사실상 어렵다. 이번 수거된 쓰레기는 전체량은 1.8l 88개 정도의 분량이었으나 출처가 확인된 페트병 등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런데 분석하니 이중에 85%가 중국 쓰레기였다고 한다. 이것이 중국 쓰레기가 울릉도를 쓰레기 천국으로 만든 배경이 됐다. 울릉도는 동해 한가운데 위치하고 섬 둘레가 60km에 이른다. 해안을 안은 섬에는 계절과 바람에 따라 북한, 일본, 강원도 등 한반도에서 쓰레기가 밀려오기 일쑤다. 그게 자연의 순리고 법칙이다. 이번에 중국 쓰레기가 85% 차지한 것은 중국 오징어 쌍끌이 어선 수백 척이 북한 수역에서 조업하면서 버린 해양쓰레기라는 것이 대체적으로 일치된 의견이다. 어선에서 버린 쓰레기가 언론보도 처럼 울릉도가 난리 날 정도로 오염될 쓰레기는 아닐 것임은 자명하다. 그런데 울릉에서 사단이 난 것처럼 보도됐다. 이번에 확인된 중국 쓰레기는 대부분 떠 다니는 플라스틱 종류로 확인돼 북한 수역내 조업 어선들이 내다버린 것임을 더욱 자명케 한다. 북한수역에서 중국어선들이 버린 쓰레기가 하더라도 전부 울릉도까지 도달하는 것은 성립불가능이다. 울릉도에 떠밀려 오기도 하지만 북한, 일본, 러시아 연안 등으로도 밀려간다. 북서풍 등 바람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국내 일부 미디에에서 호들갑 떠는 만큼 울릉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물론 작은 쓰레기라도 주의를 기울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울릉도는 동해 한 가운데 위치하고 한반도, 일본, 중국, 러시아가 에워 싸고 있어 일정 부분은 감수해야하고 주민들도 당연시 받아들인다. 특히, 울릉 샘물은 중국 해양쓰레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또한, 이번에 수거한 1.8l 페트병 88개 분량의 쓰레기가 울릉도를 오염시킬 정도는 아니다. 일부 미디어의 호들갑이 오히려 울릉도를 더 심각하게 오염시킨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한다. /김두한 기자 kimdh@kbmaeil.com

2025-07-06

MRI 한 장에 수백만 원… 반려동물도 ‘건강보험’ 사각지대

반려동물 인구 1500만 명 시대.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인식은 사회 전반에 자리 잡았지만, 의료체계 만큼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진료비는 병원마다 들쭉날쭉하고 공적 지원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보호자들 사이에선 “동물이 아픈 게 두려운 게 아니라 병원비가 무섭다”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다. KB금융그룹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2025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은 한 달 평균 약 19만 원의 양육비를 지출한다. 사료, 간식, 배변용품, 예방접종 등 기본 비용 외에도 병원비가 가세하면 부담은 급증한다. 실제 포항에 사는 40대 직장인 김모 씨는 반려견 디스크 치료에 수백만 원을 지출했다. 그는 “사람은 MRI 촬영도 건강보험 덕에 수십만 원 선이지만, 강아지는 검사 하나에 수백만 원이 들어 대출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진료비의 법적 기준 조차 없다는 점이다. 보호자들은 진료 전 비용을 제대로 안내받지 못하고, 치료가 끝난 뒤 고지되는 청구서에 놀라는 경우가 많다. 단순 엑스레이 촬영조차 수만 원에서 수십만 원까지 차이가 나며, 중성화 수술도 병원마다 방식과 가격이 제각각이다. 반려동물은 건강보험의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질병이나 사고는 가정경제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처럼 구조적 부담이 큰 상황에서 치료를 포기하거나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특히 고령층이나 저소득 보호자의 경우 단순한 경제 문제를 넘어 생명권의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선진국들은 이런 문제에 제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영국은 ‘PDSA(People’s Dispensary for Sick Animals)’라는 공공기관을 통해 저소득층에게 무료 또는 저비용 진료를 제공한다. 반려동물 보험 가입률도 40%를 웃돈다. 스웨덴은 보험 가입률이 90%에 달하며, 정부가 진료 항목과 수가를 직접 관리한다. 일본은 민간보험사 중심으로 다양한 상품을 운용하며 최대 70%까지 진료비를 보장한다. 이들 국가는 민간보험과 공공지원의 조화를 통해 반려동물 의료의 형평성과 접근성을 제도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단순히 ‘돈 있는 사람만 치료받는 구조’를 지양하고, 모든 보호자가 일정 수준 이상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반려동물 의료의 공공성을 제도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진료비 공개 수준의 조치만으로는 부족하며, 공공의료 항목 일부에 대해 국가가 보조하거나 민간보험을 유도·지원하는 방식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동물의료보험제도는 앞으로 인구 감소시대에 가족과 반려동물을 포함한 공동체가 함께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사회적 복지 장치의 하나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임창희기자 lch8601@kbmaeil.com

2025-07-03

돌발가뭄·불기둥·녹조 경보… 기후위기, 재난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기후 위기의 심화로 전통적인 재난 개념이 송두리째 재편되고 있다. 장기적인 가뭄이나 계절성 장맛비 같은 익숙한 현상 대신 불과 수일 만에 전국적 타격을 주는 ‘돌발가뭄(flash drought)’, 불기둥처럼 치솟는 화염 토네이도, 그리고 이른 시기의 녹조경보 등 전대미문의 극한상황들이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다. 최근 안동댐, 임하댐, 영천댐, 운문댐 등 주요 수자원에 ‘돌발가뭄’이라는 용어가 언론과 전문가 사이에서 급부상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자문위원을 지낸 김승완 한국에너지공대 교수는 비영리 기후연구단체 ‘넥스트’를 통해 “기후위기 시대의 돌발가뭄은 기존 예·경보 시스템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경고했다. 극한 재난의 양상은 비단 가뭄에 국한되지 않는다. 2023년 예천, 문경, 영주 등에서는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해 23명이 숨졌고, 청양에는 단 이틀간 540mm의 폭우가 쏟아지며 천년 빈도의 기록을 경신했다. 서울 강남은 2022년 ‘물 폭탄’으로 불릴 만큼의 폭우에 침수됐다. 산불 역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지난 3월 경북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은 일명 ‘불 폭탄’과 함께 불기둥 비화(화염 토네이도)까지 동반해 1조1306억 원 규모의 피해와 함께 27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는 캐나다, 미국, 호주, 유럽 등 세계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구 종말처럼 타오르는 산불’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기온도 점점 오르고 있다.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국내 평균기온은 평년 대비 1.7도 상승했고, 기상이변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4000억 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낙동강 오염도 결국 기후변화와 일맥 상통한다. 지난해 대구에서 부산까지 녹조 경보가 발령되며 낙동강 전 구간에서 중금속과 독성 미생물 마이크로시스틴으로 인해 문제가 대두되면서 1300만 명의 생명줄인 식수원이 위협받고 있다. 또 하나의 ‘기후 재난’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기상 전문가들은 “기존 일기예보 방식으로는 이러한 기후 재난들을 예측하거나 대비하기 어렵다”며 “산과 들에 7만 개의 소규모 저수지를 분산 설치해 400억t 규모의 홍수 유실수를 보존하고, 사계절 안정적인 수자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환경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닌 사회 전반의 안전망을 위협하는 요소”라며 “지속 가능한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선 정책, 경제, 교육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처럼 이상 고온과 집중호우 등 기상이변이 반복되는 기후위기는 더 이상 미래형 담론이 아니다. 한국 사회 곳곳에서 체감되는 재난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재난의 정의조차 새롭게 써야 하는 지금, 사회 전반의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시민단체 ‘기후정의안동’의 박선영 대표는 “더 이상 탄소중립을 말로만 외쳐서는 안 된다”며 “지역 기반의 에너지 전환과 친환경 교통 인프라 확충에 대한 실질적인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06-30

‘가재는 게편’인 구미시의회

여러 시민들이 지켜보는 공공장소에서 시의회 사무국 직원의 뺨을 때리고 폭언을 하는 등 공개적으로 폭력을 행사한 구미시의회 안주찬의원에 대한 징계가 23일 본회의 안건심의에서 30일 출석정지로 당초예상보다 한단계 낮게 결정됐다. 안의원에 대한 제명과 처벌을 요구하며 잇따라 규탄집회를 열어왔던 구미시공무원노동조합은 물론 일부 시의원까지 당혹감과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곽병주 구미시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이날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퇴출되어야할 동료의원을 감싸고 도는 지방의원들의 행위는 스스로를 범죄집단임을 자인하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향후 경북공무원노조연맹과 시민단체 등과 연대한 규탄집회를 열어나갈 것"이라며 반발을 예고했다. 지난 9일 안 의원을 제명하기로 의결하고 본회의에 징계안건을 회부한 시의회 윤리특별위 허민근 위원장도 이날 징계처분 결과에 대해 “좋은 결과를 보여주지 못해 죄송스럽다”며 “향후 재발 방지 대책 수립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박교상 구미시의장 역시 “의장 개인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시의원 개개인들도 표결 결과에 따른 시민들의 질책과 비난을 감수해야 할 것 아니겠냐”며 유감을 표명했다. 이날 징계 수위가 최종 결정되자 당사자격인 구미시의회 사무국 직원들은 더욱 격앙했다. 폭력피해 당사자는 이 사안에 대해 묵묵부답하고 있지만 주변 동료 직원들은 “가해자인 안의원께서 마음에서 우러나는 반성과 사과를 하고 있다고 느껴지지 않는다”며 “ 참회하지 않는 폭력가해자에게 방패가 되어주고 징계수위를 낮추어주는 동료 의원들의 태도를 보면서 역시 ‘가재는 게편’ 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비난했다. 사실 이날 제명 징계처분이 부결된 것은 의외의 결과였다는 후문이다. 많은 의원들이 시민들의 공개적 비난과 언론의 거센 비판에 고개를 숙이며 ‘제명처분이 불가피하다’ 는 분위기가 당초 예상이었다. 예상됐던 징계수위가 갑자기 뒤틀린 과정을 놓고 확인되지 않은 여러 루머까지 나돌고 있는 지경이다. 과정이 어찌됐든 이날 징계수위 변경으로 징계대상자인 안의원은 제명의 부담에서 벗어나게 됐다. 그 대신 나머지 24명 시의원들은 ‘여론 비난의 짐’을 모두 함께 떠안게 됐다. 동료의원의 허물을 덜어주고 감싸주려는 얄팍한 호의와 동정심이 ‘가재는 게편’이라는 비판의 굴레에서 구미시의원들은 과연 자유롭고 떳떳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류승완기자 ryusw@kbmaeil.com

2025-06-23

울릉도는 세계적 식물보고(寶庫), 산불나면 큰 손실…철저한 지도 필요

울릉도는 세계적 식물 보고(寶庫)다. 지난 2008년부터 3년 동안 울릉도 실물 표본을 채집한 적이 있는 산림청 국립수목원에 따르면 울릉에는 선모시대, 섬꼬리풀, 섬광대수엽, 섬국수나무, 섬양지꽃 등 전 세계에서 울릉도서만 자라는 특산 식물 28종과 실사리, 난장이이끼, 분홍바늘꽃, 나도생강 등 희귀식물 50종, 그리고 자생식물 464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중 ‘울릉도 특산 식물’은 28종은 대부분이 개체 수 100개 미만의 멸종위기여서 보존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했다. 섬벚나무만 해도 그렇다. 울릉도의 독특한 화산섬 생태계에서 진화한 고유종으로 울릉도에서만 자생하는 한국 고유 나무로 생태적·문화적 가치가 매우 높다. 하지만 지금 멸종위기다. 관광 개발, 불법 채취, 기후변화 등의 위협으로 개체 수가 급감해 현재 약 700~1000그루에 그치고 있다. 환경부가 급한 나머지,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과 천연기념물 제189호로 지정해 보존에 나서고 있다. 울릉에서는 식물 이름 앞에 섬(島)자가 붙은 식물은 울릉도에서만 자생하는 희귀식물로 일단 판단한다. 다행이라면 울릉도가 육지와는 130km 이상 떨어져 식물이 교잡(交雜) 되지 않아 울릉도 자생식물이 해마다 늘어난다는 점이다. 정부도 이를 눈여겨 보고 있다. 특히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개체 수가 수십 개에 불과한 선모시대, 섬꼬리풀 등의 종자를 수집·증식해 올해부터 복원에 나는 등 보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과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울릉군도 인공증식 기술로 증식 재배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큰바늘꽃(Epilobium hirsutum) 200개체를 울릉도 봉래폭포 인근에 이식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울릉도에는 벌써 두건의 산불이 발생,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다. 서면에서 일어난 이 산불은 각각 1.5ha와 400㎡를 태웠다. 만약 이곳이 개체 수가 소수인 식물의 서식지였다면 세계적 희귀식물이 사라졌을 수 있다. 알다시피 산불이 나면 남는 건 잿더미뿐이다. 특히 울릉도의 산은 거의 절벽 수준이다. 화재가 발생하면 밧줄을 이용해 접근해 화재를 진압해야 해 산불끄기도 어렵다. 대형산불이라도 발생하면 육지에서 헬기가 와야 해 피해면적이 커질 수 밖에 없다. 한순간의 실수로 세계적으로 귀중한 희귀수목이 사라지는 것을 특별히 유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울릉도 산불은 대부분 실화였다. 이번 산불을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 당국의 철저한 지도와 감독이 필요하다. /김두한 기자 kimdh@kbmaeil.com

2025-06-23

다가온 우수기, 실효성 있는 대비가 필요하다

‘힌남노’가 포항을 휩쓴 지 2여 년. 그 상처는 여전히 도시 곳곳에 남아 있다. 당시 오천읍 냉천의 범람으로 인명피해 10명, 재산피해 약 1조7000억, 기업피해 포스코 포함 92개 기업이 약 1조5000여억 원 이라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그 끔찍했던 기억이 잊히기도 전에 또다시 올 우수기가 시작됐다. 포항은 태생적으로 침수에 취약한 도시다. 현재 시가지는 죽도·송도·대도·해도·상도 등 5개의 작은 모래섬 사이를 메워가며 형성됐다. 해수면과 고도차가 거의 없는 이 지형은 집중호우 시 배수가 지연되거나 역류가 발생하기 쉬운 조건이다. 여기에 국가하천인 형산강 하류와 동해에 접한 개방적 지형은 태풍과 집중호우가 겹치면 내륙과 해양 양쪽에서 물이 밀려드는 이중고를 초래하는 형태다. 포항시도 이에 대비는 해왔다. 현재 도심에 크고 작은 배수펌프장 14곳과 27개 간이펌프 시설을 운영 중이다. 환경부도 2022년 이후 포항을 하수도정비 중점관리지역으로 지정, 빗물펌프장 11개소 신ㆍ증설 총사업비 3557억 원을 투입하는 등 배수 능력 기준을 20~30년 빈도에서 50년 빈도로 상향(해당 사업은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마무리될 예정)시키고 있다. 수해 대비에 어마어마한 예산이 들어간다는 것은 포항의 침수 취약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자, 현장 유지 상태가 허술하면 언제든지 위험 요소가 발생해 인재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시는 올해도 우수기 대비 하수관로 33km를 정비하고, 빗물받이 2만여 개 준설 등 우수기를 앞두고 대응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수치는 그저 일의 총량일 뿐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아직 포항에는 위험 현장이 수두룩하다. 형산빗물배수펌프장 경우는 대표적 사례다. 이곳은 전동기 1100마력 2대 등 배수 능력이 401만7600t/일(분당2790t)에 불과, 집중 호우 시 고장 나 잠시 멈추기라도 하면 일대가 물바다가 될 수밖에 없다. 야산 절취가 많은 KTX신도시를 포함한 대형 개발 현장 13곳에 대한 철저한 점검도 시급하다. 이곳은 장마철마다 반복되는 토사 유출과 임시 가설물 붕괴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가 있다. 지진으로 손상된 노후 하수관로는 우려스럽고 남구 일원, 오천읍, 학산지구 등의 지역은 하수 역류가 여전히 예상되고 있다. 특히 학산지구 도시침수예방사업은 우수저류시설, 배수펌프, 관로 정비 등 침수 저감 효과가 기대되는 프로젝트지만, 연계된 학산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이 일정 지연을 겪고 있으면서 수량의 유입·유출 수리 체계의 불균형이 생기면 일대 피해가 불가피하다. GIS DB를 활용한 침수 이력 지도 구축, 실시간 강우·수위 감지, 배수시설 자동 제어 시스템 도입 등을 통해 기술 기반의 선제 대응 체계를 마련한 스마트 도시침수 시스템도 위기 상황에서 얼마나 유기적으로 작동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이 시점에서 포항시는 현 상황에만 매몰되지 말고 국외의 침수 대응도 연구했으면 한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도시 침수 저감을 위해 주택과 건물에 빗물을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지연배수(遅延排水) 정책을 운용하고 있다. 이는 레인 가든, 빗물 저류 탱크, 침투 시설, 도시 저류 공간 등을 통해 빗물을 곧바로 하수도로 흘려보내지 않고 머물게 하여 하수처리 부담을 줄이는 분산형 빗물 관리 방식이다. 도쿄도, 오사카시, 요코하마시 등은 이를 법제화하거나 설치비 보조, 개발 허가 기준 등으로 실효성을 높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저영향개발(LID)’ 개념이 점차 확산되고 있으니 보다 적극적으로 도입했으면 한다. 최근 들어 나타나는 이상기후 변화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다. 시는 지금까지 집중호우 시 순간적으로 쏟아지는 빗물을 몇 년 빈도로 설계하여 통수단면을 확보해 왔다. 대형 펌프장 증설 등도 이에 근거, 강제 배수 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나 이상기후로 인한 폭우에는 대응이 역부족이다. 포항시는 지금까지 다양한 제도와 시스템, 예산을 동원해 침수 대응에 총력을 기울였으며 현재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수치와 실행계획, 실적 보고서보다 앞서야 할 것은 현장의 체감과 실효성일 것이다. 건축조례제정이나 제도개선을 통한 지연 배수 정책 등을 조속히 도입했으면 한다. 시민의 안전은 ‘대응’이 아니라 ‘예방’ 속에서 지켜져야 한다. 이 원칙이야말로 우수기를 맞은 지금, 가장 절실한 기준이다. 아직도 힌남노 태풍 피해에 대해선 인재냐, 자연재해냐를 놓고 책임 소재를 가리는 형사재판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민관이 잘 대응해서 이제는 그런 수준 이하의 논쟁이 사라졌으면 한다. /임창희기자 lch8601@kbmaeil.com

2025-06-18

조상 묘 깎고 도로를 내버린 영덕국유림관리소

영덕군 병곡면 산골 마을 한쪽에 수십 년을 자리를 지켜온 조상의 묘가 어느 날 사라졌다. 국유림을 가로질러 낸 임도 공사 때문이었다. 공사를 진행한 기관은 영덕국유림관리소와 영덕군산림조합이다. 이들은 “묘지의 존재를 몰랐다”며 유족에게는 150만 원의 보상금을 제안했다. 하지만 묘 하나를 없애는 일은 단순히 ‘땅’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한 가문이 세대에 걸쳐 지켜온 기억, 정체성, 그리고 뿌리를 파괴하는 행위다. 수십 년간 마을 사람들이 알고 있던 묘소를 국가기관이 몰랐다면 그것은 무능이고, 알고도 무시했다면 그것은 폭력이다. 어느 쪽이든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해당 관청은 “절차대로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국민이 묻는 것은 법적 정당성이 아니다. 그 절차가 과연 사람을 위한 것이었는가, 공동체를 존중했는가이다. 국가가 존재해야 할 이유는 효율이 아니라, 사람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다. 이 사건은 단지 한 가족의 비극으로 끝나지 않는다. 오늘 당장의 피해자는 해당 유족일지 몰라도 내일은 우리 누구라도 당할 수 있는 일이다. 한 번 무너진 공권력의 윤리는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그 피해는 특정 개인을 넘어 사회 전체를 병들게 만든다. 국가는 도로를 낼 수 있다. 그러나 그 길이 사람의 기억과 역사를 짓밟아서는 안 된다. 조상의 묘를 파헤치고도 “몰랐다”는 말 한마디로 끝낼 수 있다면 그런 사회는 결국 공동체도, 역사도 지켜내지 못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보상이 아니다. 책임 있는 공식 사과, 관련자 문책,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이 사안은 단순한 행정 실수가 아닌, 구조적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영덕국유림관리소 입장에선 사라진 것이 묘소가 있던 땅 한 평이지 몰라도 그곳에는 유족들의 각가지 사연과 추억과 기억, 그리고 유구한 시간이 얽혀 있다. 우리들은 수천여년을 그런 인연을 통해 기대며 살아왔다. 어쩌면 그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뿌리이기도 하다. 사소하고 아주 작은 것이라도 소중히 여기고 아껴주는 그런 국가기관을 옆에 두고 싶다. /박윤식기자 newsyd@kbmaeil.com [정정보도문] 영덕 국유림 임도 개설 중 묘지 훼손 관련 경북매일은 2025년 6월 16일 ‘영덕군 국유림 임대 개설 공사 중 수십년 조상 묘소 통째로 사라져’ 및 ‘조상 묘 깎고 도로를 내버린 영덕국유림관리사무소’ 제목의 기사에서, 영덕국유림관리소가 임도 개설 공사를 추진하면서 수십 년 전부터 있던 묘소를 무연고지로 판단해 유족의 동의 없이 훼손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영덕국유림관리소는 임도 개설 공사 전과 공사 중에도 봉분의 흔적을 추정할 수 있는 분묘나 석물을 발견하지 못하였고, 보도시점에 영덕국유림관리소 직원이 ‘무연고지로 판단해 정식 절차에 따라 처리했다’라는 취지의 인터뷰를 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이를 바로잡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2025-06-17

울릉도~강릉 15년간 이용한 여객선 어항 사용 불허…왜 하필 강릉해양경찰서 개청 직후에 이런 일이?

울릉도와 강릉을 오가는 여객선 항로가 오는 24일부터 운항이 중단된다. 15년간 별 어려움 없이 이용해 온 강릉항의 접안시설과 터미널 사용에 대해 강릉시가 ‘안전상의 이유’를 들어 사용 연장 허가를 내주지 않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는 울릉도 관광 성수기를 앞둔 시점에서 매우 이해하기 어려운 행정 결정이다. 만약 안전이 우려된다면, 여객선 운항이 없는 겨울철을 활용해 보수하거나 정비를 시행하는 방식도 가능했을 것이다. 우리 속담에 ‘까마귀가 날자 배 떨어졌다’는 뜻의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는 말이 있다. 관계없는 두 사건이 공교롭게 겹쳐 의심을 사는 경우다. 하필이면 올해 3월 강릉해양경찰서가 신설된 직후, 15년간 아무 문제없이 사용되던 강릉항 여객선 시설이 돌연 사용 불허 처분을 받았다는 점에서 이 고사(古事)가 떠오른다. 울릉~강릉 항로는 2022년 14만 7천 명, 2023년 10만 9천 명, 2024년에도 10만 6천 명이 이용할 정도로 수요가 높다. 과거 세월호 사고 이전에는 여객선 두 척이 연간 30만 명 이상을 실어 날랐다. 특히 2011년부터는 국내 최고급 초쾌속 여객선이 투입되며, 수도권과 강원 북부, 충청 지역 관광객들의 울릉도 접근성을 크게 높였다. 강릉항 주변의 상가, 횟집, 숙박업소, 택시 업계 등도 여객선 이용객 덕분에 직접적인 경제적 수혜를 입었다. 이 같은 혜택을 강릉시가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여객선 운항을 막는 결정을 내렸다.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상식적이라면 오히려 강릉시는 이 항로를 활용해 지역 관광과 연계한 상품을 개발하고, 관광객 유치에 나서야 한다. 그게 순리다. 그런데 이번에 영 딴판의 결정이 내려졌다. 강릉시의 처사는 인근한 양양군과는 너무나 대비된다. 강릉보다 항로가 길고 조건이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울릉도 여객선 유치를 위해 수년간 노력해온 양양군은 최근에는 연간 100억 원 이상을 투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울릉군과 MOU까지 체결했다. 결국 강릉항에 이미 여객선이 운항 중이라는 이유로 사업 승인이 어려워 포기를 했지만, 강릉시는 주어진 기회마저 스스로 내던지며 지역 발전을 위해(危害)하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해양경찰은 국민의 안전과 해상 교통을 책임지는 기관이다. 여객선 운항은 그 주요 업무 중 하나다. 해양경찰서 신설 직후 강릉시가 여객선 운항을 막는 결정을 내린 것을 단순한 우연으로만 볼 수 있을까. 시중에는 온갖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이런 의심을 받지 않으려면 강릉시와 해양경찰은 이번 조치에 대해 보다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해명을 내놓아야 한다. 울릉도는 대한민국 국민의 ‘쉼’을 위한 소중한 공간이다. 그런 점에서 강릉시가 연장을 불허한 이 항로는 강릉지역에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 적극 활용할 경우 오히려 상생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행정의 본질은 국민 편익을 우선하는 것이다. 강릉시의 보다 책임 있는 대응을 기대한다. /김두한 기자 kimdh@kbmaeil.com

2025-06-09

포항시 민자사업 줄줄이 표류… 근본적 대안 필요

포항시가 민간 자본 유치를 통해 추진하던 주요 관광개발 사업들이 잇따라 좌초되며 민자사업 전반에 비상이 걸렸다. 시의 계획 수립 미비에 따른 결과여서 비판이 나온다. 최근 포항시는 영일만 해상케이블카 사업 시행자인 포항영일만해양케이블카㈜에 대해 시행자 지정 취소와 실시협약 해지를 위한 행정 절차에 착수했다. 시는 관련 청문회 개최 후 책임 소재가 가려지면 시행자 지위를 해제한다는 계획이다. 더 이상 진척이 되지 않은 데 따른 조치다. 사업자의 반발이 예상돼 법정 다툼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영일만 해상케이블카 사업은 2017년 대한엔지니어링(주)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본격화됐고 시민들의 기대도 컸다. 3여 년에 걸친각종 인허가 완료 후 2020년 11월에는 실시계획 인가까지 받았다. 총 사업비 950억 원이 투입되는 사업으로, 여객선터미널 주차장과 환호공원을 잇는 1.8km 구간에 케이블카를 설치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사업은 딱 거기까지였다. 시중 금융기관으로부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한 발짝도 나아기지 못했다. 한때 2019년에는 GS건설이 참여를 검토, 반전의 기회를 맞는 듯 하기도 했지만, 이 회사도 얼마 후 사업성이 부족하다고 판단, 발을 빼면서 백지화됐다. 시행사는 이후 시민 출자 형식의 ‘포항관광문화진흥조합’을 통해 자금 조달을 시도했으나, 조합원 참여가 저조해 이마저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지켜보던 시는 더 이상 현 시행자로는 진척이 어렵다고 보고, 조만간 지위 박탈에 나서기로 했다. 민자로 진행된 두호마리나 항만개발 사업도 제자리 상태다. 2016년 ㈜동양건업이 민간투자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사업비 1946억 원 규모로 진행됐다. 2018년까지 두호동 일원 22만㎡ 부지에 200척 규모의 계류시설과 클럽하우스를 조성하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시행사는 사업성 문제를 이유로 대단위 공동주택 허가를 요구했고 시가 들어주지 않자 사업을 중단했고, 이후 더 이상 진전은 없다. 이 두 사례의 실패 책임은 전적으로 과도한 장밋빛 청사진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인가를 받은 시행자에게 있다. 그러나 민자유치에 나선 포항시도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스럽지는 못하다. 따라서 이제라도 민간투자 유치 정책 전반에 대한 재점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포항시가 민자사업을 유치하면서 적용하고 있는 ‘순수 민간투자 방식’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문제가 있다. 공익적 기능이 있을 경우 자치단체가 일부라도 직접 투자하거나 재정지원을 하는 것은 시대적 추세다. 그렇지 않으면 사업 추진 동력이 크게 약화되고 사업비 조달 또한 벽에 부딪히기 일쑤다. 최근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국‧도비 보조를 통한 인센티브 제공, 또는 민관이 공동 출자하는 제3섹터 방식 등을 활용하고 있는 데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하지만 포항시는 이런 대안적 접근엔 애써 외면해 왔다. 이는 포항시가 이차전지 관련 민간기업을 유치할 때 부여한 세제 혜택, 저렴한 부지 제공은 물론 공업용수 및 전력 공급 등 여러 방면에서 국비·도비·시비를 투입한 것과는 너무나 대비되는 것이다. 이차전지가 성장산업이라면 케이블카 또는 마리나 개발도 포항의 관광지도를 바꿀만한 사업이다. 그런 점에서 민간투자 성공을 위해 공공이 일정 부분 리스크를 분담하고 뒷받침했어야 했다. 현재의 방식대로라면 앞으로도 주요 민자사업들이 줄줄이 난항을 겪을 것이 뻔하고, 포항시의 해양관광도시 육성 전략도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포항시의 관광 분야 민간 투자 진행을 지켜본 전문가들은 “지속 가능한 민간투자 유치를 위해서는 민간의 수익 구조를 고려한 정책 설계와 더불어, 지자체의 일정한 역할 분담이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공공과 민간이 함께 책임을 지고 추진할 수 있는 구조로의 전환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임창희기자 lch8601@kbmaeil.com

2025-06-08

[기자수첩] 구미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빛과 그림자

육상은 태고적부터 생존을 위해 본능적으로 탄생한 원시 스포츠인 만큼 중력과 저항을 거부해온 온몸의 드라마이자 인간 능력의 한계치를 조금씩 확장해온 신기록의 서사(敍事)이다. 육상은 또 포환던지기 등 극히 일부 종목을 제외하곤 온전히 몸뚱아리 하나만으로 촌각과 거리를 다투며 버티는 스포츠 종목이다. 그만큼 얄팍한 속임수나 번지르한 꾸밈이 없는, 순수하고도 경이로운 운동으로 칭송받고 있다. 아시아 43개국에서 빨리 달리고, 높이 뛰어 오르고, 멀리 내닫는데 내노라하는 젊은이 803명이 같은 날 한자리에 모여 기량을 겨루는 드라마 같은 육상의 명승부, 제26회 구미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가 지난 31일 5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지난 5일간 대회 메인스타디움인 구미시민운동장에서는 0.01초 찰나의 순간에 새로운 영웅이 등극하고, 1cm의 짧은 뺨 차이로 불패의 황제가 몰락했다. 육상대회 기간 중 출전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전력을 다해 온 힘을 쏟아 붇고 사자처럼 포효했다. 이번 대회 남자 높이뛰기에서는 우상혁 선수가 대회 2연패를 달성하고, 남자 400m 계주 결승에서는 한국 신기록을 세우는 성과를 냈다. 또 누적 인원 8만 명의 관중이 몰리고, 주한 외교관 30여 명이 방문하는 등 국제스포츠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구미시의 국제무대 인지도도 한껏 올리게 됐다. 그러나 빛나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잡음이 없지 않았다. 이번 대회 최고의 하이라이트 경기로 기대를 모았던 남자높이뛰기에서 우상혁의 라이벌 바르심(카타르)은 대회 하루를 앞두고 결장을 통보해 언론의 오보가 잇따르는 등 혼선을 빚었다. 대회를 빛낼 최고의 명장면이 사라진 순간이기도 했다. 출전선수들의 일정과 컨디션을 꼼꼼히 챙기지 못한 대한육상연맹과 조직위의 미숙한 대처란 지적이 뼈아프다. 대회 운영과는 상관없지만 이란 선수와 코치진 등 3명의 한국 여성 성폭행 사건 또한 훌륭한 대회성과를 훼손시켰다. 국제스포츠행사에 참가한 외국선수· 코치진이 타국에서 몹쓸 범법행위를 자행한 이 사건은 숭고한 스포츠 정신으로 출전한 다른 선수단들에게도 낯부끄러운 일이 되고 말았다. 대회를 기념하기 위해 열린 구미시 인동 야시장 행사에서 구미시의회 모 의원이 의전에 불만을 품고 시의회 직원을 폭행한 사건도 대회 열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육상대회를 코앞에 두고 이같이 ‘후진적인 갑질행위’가 발생하자 “국제적 망신이다”라는 시민들의 비난이 빗발쳤다. 이제 대회는 끝났다. 대회성과를 차분히 복기하고 미흡했던 점을 채울 때다. 시도민들은 육상대회에서 메달을 딴 승자는 물론 상위권 탈락으로 패배의 눈물을 삼킨 꼴찌들에게도 응원과 위안을 보내야 마땅하다. 선수들은 다음 대회의 재도약을 기약할 시간이다. 대회 운영 기간 어려운 여건에도 눈물겨운 활동을 펼친 330여명의 자원봉사자와 대회 관계자에게도 뜨거운 박수와 격려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류승완기자 ryusw@kbmaeil.com

2025-06-02

구미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작은 거인’ 구미의 선전 기대

이제 하루만 지나면 아시아 육상스타간 ‘별들의 전쟁’ 구미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가 구미일원에서 화려한 막을 올린다. 27일부터 31일까지 열리는 이번 육상대회에는 세계 최고 높이뛰기 선수 우상혁을 포함해 한국남자육상 100m 유망주인 고교생 조엘진, 3000m 장애물경기 한국신기록 보유자 조하림, 우상혁 라이벌인 카타르의 바르심, 세계육상대회 장대높이뛰기 은메달리스트인 필리핀의 어니스트 존 오비에나 등 한국과 아시아 육상 스타들이 대거 출전한다. 이들 참가 선수들은 트랙과 필드, 도로를 아우르는 총 45개 세부 종목에서 210개의 메달을 놓고 불꽃 튀기는 명장면을 연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구미아시아육상대회는 당초 예정에도 없던 조기 대선으로 대회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당초 기대보다는 가라앉은 모양새다. 오죽하면 김장호 구미시장이 지난달 13일 한 행사장에서 우연히 만난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에게 “예기치 않게 대선 일정이 육상대회 일정과 겹쳐 국민들의 관심이 대선에만 쏠릴까 걱정”이라며 대회 홍보와 관심을 당부할 정도였다. 이러한 응원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관심은 온통 대선에 쏠리고 있다. 이 때문에 구미시와 육상대회조직위는 글로벌 스포츠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마치 ‘거인 골리앗’과 같은 대선 열기가 상대적 약자인 ‘다윗’ 같은 육상대회 분위기간 대결 양상까지 연상되고 있다. 신문이나 방송에는 각 대선 후보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끊임없이 보도되고 중계되는 반면 구미아시아육상대회에 관한 소식은 ‘가뭄에 콩나듯’ 하고 있다. 구미아시아육상대회는 대형 국제도시에 비해 상대적 약자인 기초자치단체가 아시아 최초로 유치한 국제육상 대회란 점도 특이하다. 구미시는 2023년 12월24일 구미 보다 인구가 6배나 많은 중국 샤먼시를 물리치고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유치에 성공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금까지 이 대회는 베이징·도쿄· 뉴우델리· 도하· 방콕· 자카르타· 쿠알라룸프르 등 유명한 국제도시에서만 열렸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 인천 등 수도와 광역시에만 개최됐던 대회이다. 기초자치단체란 왜소한 체구로 ‘거구 도시’와의 외로운 싸움 끝에 대회를 열게된 구미시는 이제 또다시 예기치 않게 대선 이슈란 거대한 복병을 만나게 됐다. 그러나 우리는 늘 거인과 난장이 싸움에서 약자의 선전을 응원하듯 ‘작은 용사 다윗’의 활약을 상상한다. ‘다윗 같은 작은 거인’ 구미가 개최하는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 대구와 경북 시도민은 물론 전국민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 열기가 모아지길 기대한다. /류승완기자 ryusw@kbmaeil.com

2025-05-25

육상·해상풍력, 기본계획 수립이 먼저다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개별 사업 위주의 접근으로 인한 갈등과 비효율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육상풍력과 해상풍력은 입지, 환경, 주민 수용성 등 복잡한 요소가 얽혀 있어 체계적인 기본계획 수립 없이는 사실상 실효성 있는 추진이 어렵다. 육상풍력은 주로 산지에 입지하는 경우가 많아 산지관리법 등의 관련 법령이 적용되는 개발행위허가와 환경영향평가 등 엄격한 인허가 절차를 요구한다. 해상풍력 또한 해역 이용, 어업권 보장, 생태계 보호 등 다양한 고려사항이 존재해 단순한 민간 주도의 개별 추진 방식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실제로 많은 풍력 사업이 주민 반대, 행정절차 지연, 경관 훼손 등의 문제로 장기간 표류하고 있다. 이제는 도시기본계획이나 경관기본계획 등 처럼 풍력발전 역시 상위 차원의 종합계획 수립이 선행돼야 한다. 풍력발전 기본계획에는 적정 입지의 사전 확보, 인허가 기준과의 정합성 검토, 지역 여건에 맞는 추진 전략이 포함돼야 하며, 주민 갈등을 예방하고 수용성을 확보하기 위한 참여 기반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특히 해상풍력은 해양공간의 공공성, 어업권 침해 문제, 생태계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계획 수립이 필수적이다. 이와 함께 발전 사업 허가, 산지전용허가, 해양환경영향평가 등 주요 인허가 절차를 계획 단계에서 통합적으로 검토함으로써 불필요한 행정 중복과 시간 낭비를 줄일 필요가 있다. 기본계획은 정책이나 사업을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하게 추진하기 위한 것이다. 도시기본계획, 경관기본계획, 에너지기본계획 등에서 지역의 공간 구조, 환경 여건, 사회적 요구를 종합적으로 반영해 중장기적인 방향성과 원칙을 제시하면 개별 사업 간 충돌을 줄이고, 행정의 일관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와 같이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분야에서는 기본계획을 통해 입지, 인허가, 주민 수용성, 환경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조정하는 과정이 있으면 행정은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고 사업자는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 지금처럼 현장에서 계획 없이 추진되는 개별 풍력 사업은 갈등, 중복 투자, 계획 부재 등으로 그 비효율이 상상을 초월한다. 풍력발전사업은 단순한 시설 설치를 넘어 지역사회와 환경, 에너지 수급까지 고려한 복합 조정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 과학적 분석과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한 풍력발전 기본계획 수립에 나서야 할 때가 됐다. 그렇게 하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는 개별 사업도 없어질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 탄소중립 실현 등을 구호와 말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현장의 문제점을 파악, 선제적 대응을 해줘야 한다. 그게 규제 타파이자 개혁이다. /임창희기자 lch8601@kbmaeil.com

2025-05-18

울릉도 어선조업·폐업도 못해 어민 빚만 늘어…정부 특단의 조치 마련해야

동해안에 오징어가 고갈되면서 90% 이상이 오징어 조업에 종사하는 울릉도 채낚기 어민들이 생계가 위협받고 있어 정부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울릉도는 수년째 오징어가 잡히지 않고 있다. 지난해 울릉수협에 위판된 울릉도 어민들의 오징어 생산량은 예년에 채낚기 1척이 1년 동안 잡은 양에 불과한 2여억 원 정도다. 매년 감소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앞으로 오징어가 잡힌다는 보장이 없다. 따라서 울릉도 어민들은 생계를 위해 폐업을 통해 전업해야 하는 실정이다. 폐업을 하지 않으면 어선관리에 다른 일을 할 수 없다. 정부는 지난 1994년부터 수산자원에 맞는 적정 어선세력을 유지하고자 연근해 어선에 대한 감척 사업을 하고 있다. 수십 년간 어업에 종사한 어민들은 감척을 통해 부채청산도 하고 일부 생활비로 사용한다. 따라서 울릉도 채낚기 오징어 어선 어민들이 감척사업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울릉도 어민들에게는 간단하지 않다. 울릉도 오징어뿐만 아니라 동해 연안이 전체적으로 고기가 잡히지 않자 감척하려는 어민들이 많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산 부족으로 감척이 쉽지 않아 울릉도는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또한, 감척 조건에 연간 조업일수가 60일이 넘어야 하기 때문에 오징어가 잡히지 않아도 조업 일 수를 맞추고자 무조건 60일 이상 출어를 해야 한다. 이렇게 불합리한 조업 일수를 맞추고자 어민들은 소득 없이 유류대를 지출하는 2중 3중의 고충을 겪고 있다. 그렇게 울며 겨자 먹기로 조업일수 맞춰도 소용이 없다. 예산 때문이다. 올해 감척이 안 되면 내년에 또 60일 조업일수를 맞추고자 출어를 해야 한다. 울릉도 2024년 어선 감척 현황은 14척이 신청해 6척이 선정됐다. 2025년 26척의 어선이 감척을 신청했지만 몇 척이 될지 알 수 없다. 감척이 안 된 어선은 다음해 또다시 60일 출어일수를 맞춰야 한다. 울릉도는 조건불리지역이다. 조건불리지역은 ‘어업 생산성이 낮고 정주 여건이 불리한 도서 및 접경지역 등에 거주하는 어업인’이다. 직접지불제 지원으로 소득 보전과 어촌지역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제정됐다. 울릉도는 2018년부터 금징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어업조건불리지역이다. 오징어채낚기 어업에만 의존하는 울릉도어민을 위한 법이지만 그만큼 어업이 어려운 지역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어선감척사업에 조건불리지역 어선에 대한 우선순위를 줘야 한다는 것이 어민들의 설명이다. 어업 소득이 높지 않아 조건불리지역이 됐지만, 어업소득이 없으면 감척 지원금도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울릉도 어민들은 3중 4중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 같은 울릉도 어민들의 사정을 고려해 특단을 조치를 취해 최소한 울릉도 어민들이 요구하는 감척에 대해 우선적으로 예산을 배정, 울릉도 어민들이 생계에 시달리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김두한 기자 kimdh@kbmaeil.com

2025-05-13

영덕국유림관리소, 산림을 지킬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경북 영덕군 칠보산 자연휴양림 인근 임도에서 발생한 원목 운반 차량 화재 사건을 접하고 한편으로는 충격을, 또 다른 한편으로는 무력감을 느꼈다. 사고는 겉보기엔 단순한 불꽃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영덕국유림관리소의 관리 소홀과 법 무시가 자리 잡고 있었다.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특별법’은 말 그대로 산림을 지키기 위한 강제 법령이다. 산림 내 재선충병이 확산되면 피해 복구에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아는 우리는 이 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고 있다. 특별법에 명시된 이동 제한, 감염목 제거, 방제작업 등은 모두 재선충병의 확산을 막기 위한 강제 조치들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영덕국유림관리소는 이러한 규정을 무시하고 불법 원목 운반을 방치했다. 그것도 이동 제한기간 중에 말이다. 관리소의 방임으로 불법 반출 의혹까지 제기됐고, 주민들의 분노는 커져만 갔다. “법은 무슨 소용있냐”는 한 주민의 말에서 모든 것이 드러난다. 법과 규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집행할 책임이 있는 관리소가 이를 무시하고 눈감았다. 이제 누구도 이 사건을 단순한 실수라고 치부할 수 없다. 이 사건은 단지 관리 소홀을 넘어 산림 보호를 담당하는 정부 기관의 무능을 여실히 보여줬다. 당장 책임자 문책, 감사, 불법 반출 의혹 수사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이번 사건은 영덕국유림관리소가 얼마나 관리 소홀과 비리의 온상이었는지를 더욱 명백히 드러내게 될 것이다. 문제는 산림청이 어떻게 이 사태에 대응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사건 발생 직후에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이는 지역 주민들의 신뢰를 잃고 더 나아가 국민 전체의 신뢰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 산림청은 이제 ‘조직 보호’에 급급해선 안 된다. 이 사건을 조직 개혁의 기회로 삼고, 투명하고 철저한 수사와 책임자 처벌을 통해 지역민과 국민에게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우리 지역 산림을 지킬 책임은 관리소에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는 단지 산림의 문제가 아니라 공직 사회의 신뢰와 직결된 문제이기도 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산림 행정에 대한 근본적인 재점검이 필요하다. /박윤식기자 newsyd@kbmaeil.com

2025-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