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울릉도 망했다” 구독자 49만 명을 가진 한 유튜버가 내건 제목이다. 그는 제작 영상에서 바가지요금, 불친절, 삼겹살 논란을 이유로 관광객이 절반 가량 줄어들 것을 예고했다. 이 영상은 하루 만에 수십만 조회 수를 기록하며 확산됐다. 일부 언론도 “울릉도 이러다가 망한다”는 등 검증없이 잇따라 추측성 기사를 쓰면서 ‘울릉도 몰락’이라는 프레임을 덮어씌웠다. 과연 그럴까. 실제 울릉도의 관광통계를 들여다보면 그와 정반대의 현상이 확인된다. 지난 6월 말 삼겹살 파동이 일었지만 7월 울릉도 관광객은 3만9864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 보다 16.3% 늘었다. 울릉썬플라워크루즈 운항 중단도 과거의 적자 누적이 원인이라는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다. 더욱이 울릉썬플라워크루즈는 운항을 시작한 이후 올해 가장 많은 관광객을 수송하기까지 했고, 삼겹살 파동 이후 지난 여름 성수기 두 달(7~8월) 동안의 이용객은 지난해보다 19.2%나 증가했다. 이런 수치는 한때 논란이 된 주민의 바가지요금·불친절·비곗덩어리 삼겹살과는 전혀 상관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일부 유트버들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울릉을 무차별 폭격해댔다. 마치 울릉 주민들 때문에 관광객이 줄어 들었고, 그로 인해 여객선이 경영난으로 운항을 멈춘 것 처럼 비치게 하려고 온갖 장난질을 했다. 물론 몇해 전 보다 전반적으로 관광객이 감소한 것은 있다. 하지만, 그것은 바로 ‘교통’과 ‘환경’이라는 요인으로 발생했다. 세계 최고 속력을 자랑하던 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가 기관고장으로 운항을 중단했고, 코로나19 이후 폭발한 해외여행 수요가 결정적이었다. 이런 복합요인을 무시한 채 일부 유튜버와 언론은 ‘울릉도 주민 탓’으로 몰아갔다. 울릉 주민들이 억울하다고 호소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울릉도는 지질공원 팸투어, 문화·역사 체험, 해양관광 프로그램 등으로 관광 콘텐츠를 확장하며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 와중에 ‘망했다’는 자극적 제목 하나는 그간 쌓아온 울릉군과 주민들의 노력을 송두리째 흔든다. 왜곡된 프레임의 위험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자극적 콘텐츠가 낙인효과를 키운다. 부정적 이미지가 외부에 각인되면, 다시 회복하는 데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이 든다. 관광은 신뢰 산업이다. 울릉도는 ‘망했다’가 아니라 여전히 ‘살아있다’는게 진실이다. /김두한기자 kimdh@kbmaeil.com‘
2025-09-23
“선물을 잘 받을 줄도 알아야 한다. 다른 사람이 한 일이나 선물을 인정해 주고, 그 가치를 잘 살려 주고, 즐겨 주고, 좋아해 주는 것이다.”(최송목의 저서 ‘사장의 품격’ 중에서) 추석 명절이 다가오면서 선물 문화에 대한 고민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다. 누군가의 정성이 담긴 선물은 분명 마음을 따뜻하게 하지만, 그 경계가 흐려지는 순간 선물은 뇌물로 변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그 차이를 명확히 구분하지 못해 갈등과 불편함을 반복해 왔다. 2016년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제정은 바로 이 지점을 겨냥했다. 공직 사회와 기업을 흔들던 ‘명절 선물세트 관행’은 이제 법의 테두리 속에서 사라졌다. 한우·굴비·상품권이 오가던 시대에는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늘 불편한 마음을 감췄다. 받는 이는 ‘대가를 치러야 하나’ 하는 부담을, 주는 이는 ‘관행이니 어쩔 수 없다’는 자기합리화를 반복했다. 이때 선물은 이미 뇌물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김영란법은 선물과 뇌물 사이의 모호한 공간을 잘라냈다. 5만 원, 10만 원이라는 가액 기준은 사회적 합의의 산물이다. 이로써 주는 사람은 ‘여기까지는 괜찮다’는 확실한 선을 긋고, 받는 사람은 ‘거절하지 않아도 된다’는 명분을 얻었다. 제도의 도입은 곧 청렴 문화로 이어졌다. 이제는 선물을 받는 순간 ‘혹시 법에 저촉되지 않을까’ 하는 자기 검열이 자동으로 작동한다. 제도 시행 이후 공직사회의 풍토가 맑아졌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불필요한 의심과 눈치가 사라졌고, 선물 본래 의미가 조금은 되살아났다. 선물은 결국 받는 사람의 마음을 기쁘게 하고 관계를 따뜻하게 만드는 삶의 지혜다. 하지만 대가를 떠올리게 하고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면 그것은 뇌물이다. 선물과 뇌물의 경계가 분명해질수록, 주고받는 풍경은 덜 화려해졌지만 사회는 더 건강해지고 있다. /임창희기자 lch8601@kbmaeil.com
2025-09-22
최근 일부 언론에서 울릉도를 두고 “여객선도 끊겼다”, “바가지 논란 요금”, “울릉도 이러다 다 죽는다”는 식의 자극적인 제목을 내세운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제목만 보면 울릉도는 관광객이 끊겨 생존을 위협받는 지역처럼 비친다. 그러나 현장의 사정을 차분히 들여다보면 사정은 다소 다르다. 실제로 여객선 운항 문제는 심각하다. 울진 후포~울릉도를 잇던 썬플라워크루즈가 경영난으로 이달부터 멈췄고, 970명을 태울 수 있는 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도 지난 4월부터 휴항 상태다. 대신 8월 29일부터는 썬라이즈호가 투입됐다. 성수기마다 표가 없어 발길을 돌려야 했던 관광객 입장에서는 분명 불편이 크다. 울릉군의회와 울진군의회가 연석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관광객 감소도 수치상 사실이다. 2022년 46만1천여 명이던 울릉도 관광객은 2023년 40만8천여 명, 2024년에는 38만여 명으로 줄었다. 올해 1~8월 기준 26만9000여 명으로 지난해보다 6% 줄었다. 코로나19 이후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한 것이 가장 큰 배경이지만, 불친절·바가지요금 논란이 겹치며 울릉도의 이미지가 악화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삼겹살 고기질 논란, 예상의 두 배에 달한 택시비, 고가 렌터카 사례는 실제 소비자 불만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그러나 이 모든 사실들을 ‘울릉도 다 죽는다’는 프레임으로 엮어내는 건 지나치다. 6% 감소는 수치상 줄어든 것이 맞지만, 정원 970명이 타는 엘도라도호가 빠진 상황을 고려하면 오히려 선박 수송 능력에 비해 관광객이 꾸준히 유지됐다. 운항이 정상화되면 다시 회복할 가능성도 크다. 더욱이 울릉도 경제의 모든 기반이 관광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울릉도는 전국에서 고용률 1위를 10년 넘게 유지해온 섬이다. 관광업이 중요한 축임은 분명하지만, 여객선 운항 차질과 일부 바가지 논란이 곧 지역 붕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언론의 보도 태도다. 주민의 불안과 관광객의 불편을 지적하는 것과, 사실을 과장해 “울릉도 붕괴”라는 이미지로 소비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지나친 위기론은 울릉도의 신뢰를 더욱 해치고, 되레 관광객 발길을 끊게 만드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울릉도는 지금 ‘죽어가는 섬’이 아니다. 여객선 문제는 제도 개선과 준공영제 도입 같은 구조적 해법을 모색해야 할 사안이고, 관광업계는 서비스 개선과 바가지 근절로 신뢰 회복에 힘써야 한다. 언론이 해야 할 일은 “다 죽는다”는 자극적 문구를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한 합리적 대안을 비추는 것이다. 섬은 위기 속에서 더 강해진다. 울릉도가 지금 필요한 건 위기의 과장이 아니라, 냉정한 진단과 차분한 해법이다. kimdh@kbmaeil.com
2025-09-18
울릉공항 공정률이 66%를 넘어섰다. 수십 년 꿈꿔온 하늘길이 눈앞에 다가온 셈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마냥 기뻐하지 못한다. 활주로 길이 때문이다. 울릉공항은 당초 활주로 1200m로 설계됐다. 이는 50인승 소형항공기 기준이다. 하지만 소형항공업계는 이미 80인승 기체를 주력으로 운용하고 있다. 짧은 활주로, 미래가 불안하다. 활주로 연장 없이는 이착륙 과정에서 안전사고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종단안전구역도 90m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권고 기준에 미달한다. 울릉도의 기상이 전국에서 가장 까다롭다는 것은 이미 정평나 있다. 연간 138일이 강풍에 시달리고, 안개와 돌풍은 언제든 비행기를 위협할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 활주로와 안전지대 확보를 미루는 건 ‘위험을 제도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무안 참사를 잊었는가” 울릉군민들이 지금 외치는 소리다. 2024년 무안국제공항 사고는 아직도 국민 기억 속에 생생하다. 짙은 안개 속 활주로 이탈로 아까운 179명이 목숨을 잃었다. 활주로 안전 기준을 무시한 결과가 어떤 참사로 이어지는지 우리는 이미 뼈 아프게 경험했다. 울릉공항은 그보다 더 가혹한 조건, 돌풍과 안개, 급변하는 날씨 속에 지어진다. 무안의 비극을 반복할 것인가, 아니면 지금 당장 안전의 기준을 높일 것인지는 결국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울릉공항 활주로 연장추진위원회는 지난 5일부터 전국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서명운동은 단순한 지역 이슈 아니다. 그래서인지 온라인과 국회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종교계와 정계 인사들까지 나서면서 운동은 더 이상 ‘섬 주민들의 호소’에 머물지 않는다. 국민 전체의 안전을 위한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울릉공항은 단순한 교통편의 시설이 아니다. 주민들의 생명선이자 대한민국 안보는 물론 국가 균형발전의 상징이다. 활주로 길이와 안전구역 확보 없이 개항을 서두른다면, 이 하늘길은 미래 번영의 초석이 아니라 두 번째 참사의 무대가 될지도 모른다. “안전 없는 공항은 존재 이유가 없다”이 당연한 명제를 정부와 관계기관이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는지, 그 태도가 울릉공항의 운명을 가를 것이다. 울릉 섬 주민들은 육지와 단절돼 수십 년간 불편과 고립을 감내해야 했다. 줄기차게 공항을 외쳤던 이유다. 그 결실이 목전에서 또다른 암초를 만났다. 외딴 섬 울릉 주민들에게는 활주로 연장이 생명줄일터다. 개항하면 대한민국 국토 균형발전과 영토 수호의 상징이기도 할 을릉공항. 정부는 섬 주민들이 눈물로 호소하고 절규하는 외침을 외면하지 말았으면 한다. / kimdh@kbmaeil.com
2025-09-16
경주의 보문관광단지가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새로운 50년’을 약속했지만, 지역 안팎에서는 “과거 실패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1975년 국내 최초 관광단지로 출범해 한때 전국 최고 명소였던 보문단지는 민간투자 부재와 시설 노후화로 사실상 슬럼화된 지 오래다. 이번에도 구호만 요란한 채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경북도문화관광공사는 15일 보문관광단지 10개 부지, 11개 기업과 업무협약을 맺고 2030년까지 5000억 원을 투자해 600여 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복합리조트와 관광형 증류소 등 대규모 시설이 들어서고, 지역 인재 채용·장학금 지원 같은 공공기여도 약속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계획’일 뿐 실제로 언제 얼마나 이행될지는 미지수다. 특히 이번 사업은 관광진흥법 개정으로 신설된 ‘복합시설지구’ 제도를 전국 최초 적용한 사례로 주목받는다. 그러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고 해서 투자 유치와 사업 완수가 담보되는 것은 아니다. 보문단지가 그동안 수차례 규제 완화와 개발 구상을 내놨지만, 실행력 부족으로 번번이 물거품이 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문화관광공사는 ‘2년 내 착공, 5년 내 준공’을 원칙으로 강력한 이행 목표를 내세우지만 투자기업의 의지와 자금력, 경기 여건에 따라 지연·무산될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 협약 불이행시 해제·원상복구·보증금 몰수 같은 제재를 명문화했지만, 실제로 제재가 작동할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김남일 문화관광공사 사장은 “보문관광단지의 재도약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문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냉정하다. 시민들은 “이번에도 보여주기식 발표로 끝나는 것 아니냐”, “5000억 투자라지만 실제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있을까”라는 불신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보문관광단지는 이미 국제 경쟁력을 상실한 지 오래다. 세계적 관광지와 겨루겠다는 포부를 밝히기 전에 과거 실패에 대한 냉정한 자기반성과 실질적 대책이 먼저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POST-APEC 보문 2030’ 역시 화려한 구호만 남긴 채 또 하나의 ‘헛된 약속’으로 기록될 수밖에 없다. hsh@kbmaeil.com
2025-09-15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연구기관의 수도권 집중 문제가 대두된 가운데 국립치의학연구원 입지 선정을 둘러싼 지역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번 입지 선정은 ‘공정한 공모’와 ‘지역 간 분산’ 원칙을 실현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2023년 기준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의 65%가 수도권에 집중됐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국립보건연구원·질병관리청 등 보건의료 R&D 핵심 기관도 충북 오송에 위치해 있다. 의학계 역시 국립중앙의료원(서울), 국립암센터(고양) 등 중앙집중형 구조가 고착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 미래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립치의학연구원 입지 선정이 지역 균형의 관점에서 이뤄져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강원권과 충청권까지 수도권으로 분류되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지방은 경상권, 전라권밖에 없다. 대구는 국내 유일의 치과 전주기 R&D 생태계를 갖춘 지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경북대 치과대학, 대구첨복단지, 케이메디허브 등이 연계돼 있으며, 치과 의료기기 수출의 30%를 차지한다. 특히 임플란트·핸드피스 등 수출 중심의 산업체가 집적돼 있어 연구개발(R&D)과 산업계의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되고 있다. 국립치의학연구원이 대구에 설립된다면 수도권 R&D 편중 해소와 더불어 비수도권 내에서도 집중도 높은 자립형 과학도시 모델의 가능성을 증명할 수 있다. 동시에 향후 국립연구기관 설립 시 공모 기반 입지 선정의 제도화, 지역 간 분산 배치 원칙의 정착이라는 선례도 만들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4월 18일 대통령 후보 시절에 대구를 찾아 “서울·수도권과의 이격 거리에 따라 가중치를 둬 지역 예산을 분배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또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대한민국의 모든 문제는 수도권 집중에서 발생한다”며 “수도권과의 거리에 비례한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는 1990년대 이후 구조적 산업 침체와 청년 인구 이탈을 겪으며 지역 내총생산(GRDP) 최하위권을 기록해왔다. 국립연구기관 유치는 단지 연구와 산업적 가치에 그치지 않고 지역의 장기적인 경제 구조 재편과 인재 정착을 위한 실질적 해법으로 작용할 수 있다. 수도권 편중의 고리를 끊지 못한다면 국립치의학연구원은 또 하나의 ‘서울 중심 기관’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이번 입지 선정은 지역 균형발전의 내용과 실질을 시험하는 기회다. 연구는 수도권에서만 이뤄져야 한다는 구시대적 관성에서 벗어날 때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09-14
경주시의 인사 풍토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인사철만 되면 어김없이 반복되는 것으로, 유언비어와 투서가 난무하고, 승진 대상자를 둘러싼 뒷말이 조직을 뒤흔든다. 실제로도 공직사회의 성과와 전문성은 뒷전이고, 누가 누구와 가까운지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되어 버렸다는 세평이 파다하다. “일은 잘하지만, 업자와 유착됐다더라”, “시장 측근에 줄을 댔다더라”, “청사 내 힘 있는 세력이 따로 있다더라”라는 식의 소문이 꼬리를 물고, 확인되지 않은 투서까지 난무한다. 승진하려면 인사 전에 시장에게 의견이 전달돼야 한다는 뒷말도 무성하다. 성과보다 줄서기가 인사의 기준처럼 작동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무엇보다도 행정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더욱 문제는 이런 풍토가 단순한 잡음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정 세력이 파벌을 형성하고, 누가 요직에 오를 때마다 ‘측근 인사’라는 잡음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그 결과, 경주시 공직사회에서의 사기 추락은 눈에 비칠 정도다. 시민들도 경주시 인사가 공정성과 투명성을 상실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인지하고 있다. 인사는 조직의 가장 큰 동기부여이자 갈등의 원천이다. 그렇기에 무엇보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집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간다. 이런 무질서한 인사 관행을 비난하고 있는 시 직원들도 막상 승진때가 되면 친분과 줄서기에 나서는 모습을 볼 땐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행정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행위다. 또 공정하지 못한 인사가 남기는 것은 불신과 냉소, 그리고 행정에 대한 무력감뿐이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더 이상 이 악습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인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평가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성과와 능력을 최우선으로 하는 원칙을 세우지 못한다면 경주시정은 끝없는 유언비어와 파벌 싸움에 휘둘릴 것이며 공무원 사회의 신뢰 회복 또한 불가능할 것이다. 주 시장이 경주 수장에 오른지도 8년이 다되어 가고 있다. 그동안 인사를 둘러싸고 말썽이 생기면 그는 ‘승진하지 못한 직원의 불만"이라면서 “공정하게 인사를 한다”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지금 경주시의 돌아가는 사정을 들여다보면 과연 그런지 의문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직사회에선 인사가 만사라고 했다. 조금 어긋나서도 안되지만 많이 일탈한다면 시장의 권위가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경주시는 성과가 아닌 줄서기로 움직이는 낡은 풍토를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일은 잘하지만, 업자와 유착됐다더라", “누구 줄에 섰느냐”가 아니라 “무슨 성과를 냈느냐”로 평가받는 경주시정은 언제 가능할까. 이제는 시장이 답을 내야 할 시간이다. /황성호 기자 hsh@kbmaeil.com
물은 도시의 혈관이다. 포항은 바닷가에 기대어 성장해온 대표적인 해안도시다. 철강산업으로 성장했고, 최근엔 2차전지와 수소산업 등 신산업의 중심지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도시 성장의 발목을 잡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바로 ‘물’이다. 포항은 연평균 강수량이 1100mm 안팎으로 전국 평균(약 1300mm)과 큰 차이가 없다. 문제는 지형이다. 내륙처럼 산과 계곡이 깊어 물을 가둬둘 곳이 거의 없다. 하천은 짧고, 빗물은 순식간에 바다로 흘러간다. 현재 포항은 공업용수의 80% 이상을 인근 댐 등에서 끌어다 쓴다. 연간 공업용수 사용량은 1억 4000만 톤에 달한다. 신산업단지 조성과 기업 유치로 수요는 매년 늘고 있지만, 외부 수원에 의존하는 방식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기후 변화로 극심한 가뭄과 불규칙한 강수량이 반복되면서 불안은 더 커졌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해수담수화는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초기 건설비만 수천억 원대, 생산된 물값은 기존 육상댐보다 5배 이상 비싸다. 농축염수 처리 등 환경 문제도 풀기 쉽지 않다. 결국 포항만의 물그릇이 필요하다. 그 대안이 바로 지하댐이다. 지하댐은 땅속에 흐르는 지하수를 막아 저장하는 구조다. 평소에는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어 고이게 하고, 필요할 때만 취수해 쓸 수 있다. 특히 포항처럼 하천이 짧고 해안에 인접한 도시는 빗물이 금방 바다로 흘러가 버리기 때문에, 지하에서 이를 붙잡아 두면 물부족 문제를 크게 덜 수 있다. 실제 일본 오키나와, 대만 등에서는 이미 지하댐이 가뭄 극복의 실질적 대안이 됐다. 제주도 역시 육상댐 건설이 어려운 지형적 한계를 지하댐으로 해결해 연간 800만 톤 이상을 안정적으로 확보한다.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지하댐은 육상댐 대비 건설비는 30~40% 수준이면서도 홍수와 가뭄을 함께 잡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최근 강원도 사례는 포항에 주는 교훈이 크다. 요즘 강릉시는 국가재난에 버금가는 심각한 가뭄으로 생활용수까지 부족해 시민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다. 반면 인근 속초시는 상황이 다르다. 속초시는 일찍이 지하댐을 건설해 하루 63만t 규모의 수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면서, 극심한 가뭄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여유 있게 물을 공급하고 있다. 불과 수십 킬로미터 차이지만, 지하댐을 선제적으로 준비했느냐의 차이가 도시의 운명을 가른 것이다. 포항에도 지하댐은 물부족 해소 이상의 의미가 있다. 포항 도심은 해수면과 높이 차가 거의 없는 저지대다. 우수기마다 불어난 빗물이 바다로 빠져나가지 못해 도심에 고인다. 이를 막기 위해 해마다 대형 배수펌프장을 돌려야 한다. 펌프 가동과 유지에만 연간 수십억 원이 들어간다. 그럼에도 매년 반복되는 침수 피해는 여전히 시민의 몫이다. 지하댐이 들어서면 사정이 달라진다. 강우기에 넘치는 빗물을 지하로 흡수해 임시 저류조 역할을 하고, 평소에는 저장된 지하수를 취수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도심 침수 위험과 배수펌프장 운영 비용을 줄이고, 가뭄에도 안정적인 물 공급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무엇보다 지하댐은 대규모 토지 수용이나 주민 이주가 필요 없다. 하천 하류나 평야 지하 등 여러 곳에 소규모로 나눠 지을 수 있어 현실성도 높다. 필요한 만큼 물을 저장하고, 필요할 때 뽑아 쓰는 ‘작은 물그릇’이 여러 개 만들어지는 셈이다. 물부족과 침수방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발상의 전환이다. 한 지역 물관리 전문가는 “포항은 물을 남이 가져다주는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스스로 물을 모으고 지킬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하댐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물은 도시의 생명이다. 더 이상 다른 지역에서 가져다 쓰거나 비싼 담수화 기술에만 기대서는 지속 가능한 발전이 어렵다. 기후위기 시대, 물을 지키는 일은 도시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 강릉과 속초의 대비된 현실은 포항에 던지는 경고다. 이제 포항이 ‘땅속 물그릇’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임창희 부국장
2025-09-11
이달 초 성주군청의 아침 출근길은 잠시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이병환 군수를 비롯한 직원들이 출근하는 동료들에게 ‘청렴 포춘쿠키’를 나눠주며 청렴한 하루를 응원하는 캠페인을 벌인 것이다. 며칠 뒤에는 전 부서장들이 모여 ‘직장 내 갑질’과 같은 예민한 주제를 놓고 소통 간담회를 열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연초부터 계속된 ‘공직 부패행위 집중신고기간’ 운영은 이제 정례화된 모습이다. 일련의 행사들을 보며 문득 질문이 들었다. 성주군은 왜 이토록 끊임없이, 때로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청렴’을 외치는 것일까? 단순히 정부가 주관하는 청렴도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한 형식적인 노력은 아닐까? 며칠 간의 취재를 통해 내린 결론은, 성주군이 강조하는 ‘청렴’은 단순히 ‘부패하지 않는 것’을 넘어, 지역의 생존과 미래를 위한 행정철학이 그 밑바탕에 깔려 있다는 것이었다. 요약하면 첫째, 청렴이 군민의 ‘신뢰’를 얻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인구 5만이 채 되지 않는 작은 지역 공동체에서 행정에 대한 불신이 싹트는 순간, 모든 정책은 동력을 잃고 만다. 내가 낸 세금이 투명하게 쓰이고, 모든 행정 절차가 공정하게 처리될 것이라는 믿음이야말로 군민들이 지역에 애착을 갖고, 군정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사회적 자본이다. 성주군이 벌이는 청렴 캠페인들은 결국 이 신뢰의 자본을 쌓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인 셈이다. 둘째, 청렴이 가장 효율적인 ‘지역 발전’ 전략이라는 것이다. 불공정한 특혜나 불필요한 관행이 사라진 자리에는 효율성이 싹트기 마련이다. 공정한 절차는 건실한 기업 유치와 투자 촉진의 첫걸음이 되고, 투명한 예산 집행은 한정된 재원을 군민들에게 꼭 필요한 도로, 복지, 문화 시설에 집중하게 만든다. 특히 성주는 ‘참외’라는 강력한 브랜드를 갖고 있다. 청렴한 성주 행정은 대내외적으로 이 브랜드 가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보호막과도 같다. 세째, 청렴은 ‘자부심’의 원천이다. 공직자에게는 깨끗한 조직의 일원이라는 자부심을, 군민에게는 공정한 지역사회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을 심어준다. 이병환 군수가 간담회에서 “자부심이 넘치는 공직사회를 만들자”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우리 군은 깨끗하다’는 공통의 자부심은 지역 공동체를 하나로 묶는 보이지 않는 힘이다. 청렴 행정은 자치단체들이 입모아 외치는 구호다. 그러나 지키기가 쉽잖다. 유혹도 있고 과거 관성 또한 있어서다. 그러나 성주군은 이병환 군수 이후 직원들이 지겹도록 청렴을 외치고 교육하며 토론해 왔다. 이제 그 노력들이 켜켜히 쌓여 군민들이 믿음과 신뢰를 보내는 단계에까지 다다랐다. 어떻게 보면 이는 매우 소중한 성주의 자산이다. 더욱 잘 지키고 가꾸어야 한다. 그것이 성주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군민들이 청령 군 행정에 신뢰를 보내면서도 혹여 흐트러지지나 않을까, 늘 지켜보고 평가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전병휴기자 kr5835@kbmaeil.com
2025-09-10
문경관광공사의 노사 갈등이 결국 고용노동부와 경북지방노동위원회의 손에 맡겨졌다. 공공기관의 내부 문제를 지역사회 안에서 풀지 못하고 국가기관의 중재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 참담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 노조는 부당노동행위와 불공정한 인사관리, 소통 부재를 문제 삼고 있다. 사측은 징계권과 채용 권한을 앞세워 맞서고 있다. 하지만 정작 시민들이 느끼는 것은 관광공사의 본분을 잊은 듯한 소모적 대립뿐이다. ‘누워서 침 뱉기’라는 속담처럼, 결국 서로에게 상처를 내는 싸움이 자신들에게도 해가 되고 있음을 왜 모르는가. 더 큰 문제는 이 갈등을 지켜본 문경시와 시의회의 태도다. 공공기관을 감독하고 지도해야 할 책무가 있음에도 적극적인 중재는 보이지 않았다. ‘시민의 기관’을 표방한 공사가 시민의 눈 밖으로 나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는 말은 지금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물론 책임은 한쪽에만 있지 않다. 사측은 강압적 조치로 문제를 덮으려 해서는 안 되고, 노조 역시 모든 갈등을 법적 투쟁으로만 끌고 가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렇게 서로를 파고드는 싸움을 계속하다 보면, 결국 ‘자승자박(自繩自縛)’, 스스로의 올가미에 발이 묶이는 꼴이 된다. 문경관광공사의 갈등은 단순한 노사 문제를 넘어 문경시 공공기관 운영의 투명성과 리더십을 시험하는 무대가 됐다. 본래 공공기관의 목적은 시민을 위한 봉사와 관광산업의 발전이다. 이제는 양측 모두 ‘화이부동(和而不同)’, 조화 속의 차이를 인정하는 태도로 대화와 협력에 나설 때다. 시민은 더 이상 노사 갈등의 구경꾼이 아니다. 시민의 눈높이에서, 시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답을 내놓아야 할 시간이다. /고성환기자 hihero2025@kbmaeil.com
2025-09-09
영덕군산림조합은 더 이상 ‘협동’이나 ‘상생’의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다. 내홍과 비리가 신문지면을 채우는 일이 일상화했다. 직원들은 허위 서류를 만들어 인건비와 장비비를 빼돌리고, 해외여행과 접대성 지출을 반복했다. 눈앞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책임지는 이는 없다. 회식 자리 마다 여성 도우미를 부르고 조합 예산을 낭비하는 사례도 반복됐다. 송이 공판 감량률 조작, 직원 출장비 절반 상납, 동일인 한도대출 부정 의혹까지 겹치면서 조합은 스스로 ‘비리 온상’이라는 불명예를 쌓아 올렸다. 최근 드러난 행태는 더욱 뻔뻔하다. 업무추진비와 사업비를 활용해 관공서 직원을 접대하고, 송이를 선물하며 술잔을 돌렸다. 관공서와 조합, 그 뒤에는 사실상 카르텔이 존재한다는 정황이 이어진다. 뇌물과 유착의 그림자가 지역사회 전체를 뒤덮고 있다. 이러한 행태는 단순한 조직 내부 문제를 넘어 지역 사회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관계 당국은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산림청과 중앙회 감사, 경찰 수사가 이어지고 있지만 고발과 인지 사건은 깜깜이 처리된다. 공직자윤리법과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은 사실상 묵살되고 있으며, 감사는 수박 겉핥기식이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반복되는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말은 이미 허울 뿐이다. 조합 내부 문제와 함께 관계기관의 무책임이 맞물리면서 지역사회에는 냉소가 번졌다. 대의원회와 조합은 싸움터가 되었고, 조합원들의 복리와는 무관하게 조직은 흔들리고 있다. 주민과 조합원들은 “신뢰할 수 없는 조직”이라며 우려를 감추지 못한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내부 비리가 아니라 조합과 관공서, 그리고 일부 관계기관이 얽힌 구조적 문제임을 보여준다. 조합원들은 예산과 인력 운용이 투명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으며, 일부 조합원은 “이대로라면 조합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제 더 이상 기다릴 시간이 없다. 신뢰 회복을 위해선 철저한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개혁만이 답이다. 감사 시스템 강화, 예산 집행 투명화, 외부 감시기구 설치 등 구체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영덕군산림조합을 지켜보는 지역사회와 조합원들의 시선은 이미 날카롭다. ‘법과 원칙’이 다시 살아나길 바라는 기대는 결코 작지 않다. /박윤식기자 newsyd@kbmaeil.com
2025-08-31
최근 영일대해수욕장 백사장에서 퇴역 경주마가 소음에 놀라 산책하던 60대 남성을 밟아 크게 다치게 한 사고가 있었다. 피해자는 종아리와 어깨 골절상을 입어 큰 수술을 받아야 했다. 재수술도 했다. 순식간에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는 신세가 된 피해자는 사고 전 건강했던 순간으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고 호소했다. 평생 후유증을 달고 살 수 있다는 의료진의 조언에 우울감이 심해져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있다고 한다. 사고의 근본 원인은 뭘까. 일단은 포항시 조례의 부실을 들 수 있다. 해수욕장의 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는 말의 백사장 출입을 금지하고 있으나 포항시는 조례에서 이 부분을 빠뜨렸다. 말이 사람을 다치게 했다는 가십거리의 기사 대신에 이번에 법과 제도를 깊이 살펴보고 취재한 이유이기도 하다. 조례에 분명한 기준이 없다보니 포항시 공무원들 또한 사고 책임 소재를 두고 ‘핑퐁 게임’을 벌여 볼썽사나웠다. 시 해양산업과장은 “해수욕장 내에 말 출입은 제한된다”라고 한 뒤 연락이 끊겼고, 담당자는 “조례상 말 출입 금지 조항이 없기 때문에 해수욕장 내 말 출입은 가능하다”는 답변을 내놨다. 해양수산국장은 “관련 법과 조례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나마 혼란은 장상길 부시장이 정리, 잠재워졌다. 포항시 조례에 말 출입 금지 조항이 빠져 있음을 질타하고 조례 개정을 통해 말 출입을 금지하는 조항을 넣으라고 담당과에 지시한 것. 영일대 도로에 말을 탄 모습이 목격된지는 꽤 오래됐다. 처음엔 신기한 모습이었지만 이내 위협으로 다가왔다. 특히 말이 소음에 놀라 육중한 몸을 흔들 때는 시민들이 혼비백산하는 광경도 자주 보였다. 언젠가 무슨 사달이 날 것 같은 생각은 그때부터 들었다. 이번 사고가 없었다면 말은 여전히 해수욕장 내를 걸었을 것이다. 자칫하면 더 큰 사고로 이어졌을 수도 있다. 그저 아찔할 뿐이다. 갈이천정(渴而穿井)이란 말이 있다. ‘목이 말라야 우물을 판다’는 것인데 시는 이번에 사고가 나자 조례 개정 등 여러 대책을 서둘러 내놨다. 여러 필의 말이 줄지어 해수욕장을 걷는 것을 보고 시나 시의회의 누군가가 ‘저러다가 사고가 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왜 못했을까. 또 시민들은 그동안 왜 민원을 제기하지않았을까. 그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본지 보도 이후 영덕군과 울진군이 백사장에 말 출입을 금지하는 조례 개정에 나섰다는 것은 참 다행이다. 이미 조례에 해수욕장 백사장 말 출입 금지를 담은 경주시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백사장내 말 사고는 이미 벌어진 것이다. 반면교사 삼아서 앞으론 사소한 사고라도 더 이상 반복되지 않았으면 한다. 포항시에 보내는 말이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2025-08-25
울릉도 현포리 심층수 어린이 물놀이장 초등학교 6학년생 사망사고와 관련 법원이 2년 만에 울릉군청 담당 팀장에게 파면에 해당하는 판결을 내렸다.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울릉군 공무원 4명 중 담당팀장에게 금고 1년·집행유예 2년을, 나머지 3명은 각각 1000만~1500만 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팀장은 파면에 해당하는 판결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준공 이후 시설 관리 책임은 공무원에게 더 크다.”라며 공무원들의 관리 소홀을 지적했다. 법원은 이번에 관리책임을 사실상 울릉군 차원의 구조적 문제보다, 말단공무원에게만 가혹한 형사적 책임을 물었다. 전체적으로 안전 부재라는 근본적인 원인보다 일면 희생양을 만든 느낌이 든다. 더욱이 법원이 “전문지식이 없는 공무원이 우연히 담당이 됐을 뿐”이라며 공무원 개개인의 전문성 부족과 행정 현실을 인정했으면서도 판결은 책임을 조직적 차원이 아닌 개인에게만 집중시켰다. 수심이 37cm인 영유아 급 물놀이 시설은 지난 2015년 아기 낳기 좋은 울릉도, 인구 증가 정책으로 만든 것으로, 사고 전까지만 하더라도 8년째 아무런 사고 없이 잘 운영됐다. 워낙 수심이 얇은 부분과 영유아시설이다 보니 보호자가 동반해 별 사고 없이 넘어왔던 것이다. 하지만, 지난 2023년 육지에 여행 온 초등학생이 취수구에 팔꿈치가 빨려 들어가 사망하는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 문제가 커졌다. 풀장 및 대중목욕탕을 관리하는 법령인 공중위생관리법에는 사업자에 대한 안전 책임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순환배수구 등에 대한 관리 지침은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2006년 배수구 안전망 설치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보건복지부에 건의했지만, 현재까지 반영된 것이 없을 정도로 관심 밖 영역이다. 이런 가운데 공무원이 관리 소홀로 파면에 해당하는 처벌을 받았다. 물론 담당 공무원은 만에 하나 일어날지도 모를 사고에 대비해야하고 꼼꼼히 챙겨야 함은 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번 사고를 단순히 개인의 관리 소홀로만 볼 것이냐는 부분에 들어가면 논란이 뒤따른다. 실제, 시설 준공 당시부터 취수구 안전망 미설치가 꾸준히 지적됐음에도, 군청 차원의 개선 조치는 없었다. 안전 관리 예산과 인력 부족 역시 장기간 이어진 고질적 문제였던 것이다. 그런데 사고 당시 팀장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오랜 직장, 생업과 관련된 직장에서 그는 파면됐다. 한켠에서 다소 가혹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울릉도에는 성인용 등 해수풀장이 5곳 있다. 이곳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한다면 담당 팀장이 모두 책임을 져야 할까? 그렇다면 아무도 팀장으로 나가지 않을 것이다. 회피 근무는 팀원도 마찬가지일 터. 관리인이 없을 경우 풀장 등은 당장 폐쇄가 불가피하다. 설령 발령받든다해도 적극적인 행정을 펼칠 수다 없게 된다. 때문에 이번 판결을 두고 도의적 책임은 물을 수 있는지만 파면까지 책임을 지운 것은 가혹하다는 것이 군민들 시각이다. 이 사안은 어쩌면 당초 설계하고 시공한 책임자에게 더 책임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또 안전장치 개선은커녕 그대로 방치한 울릉군 행정에 무거운 책임이 있다. 그간 이곳 팀장을 거쳐간 10명은 이번 판결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자칫했다면 그들 중 한명이 파면의 당사자가 됐을 수도 있다. 어떤식으로든지 사망사고 같은 후진적 사건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책임 부분으로 들어가면 상황은 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목이 날아간 팀장은 다소 억울할 수도 있었겠구나 하는 것이 저간의 여론이다. 이번 판결은 울릉군 전체에 만연한 안전과 제도적 안전 관리 시스템 부재는 뒤로하고 말단 공무원에게 모든 책임을 물었다. 안전 불감증의 구조적 문제를 개인에게 뒤집어 쉬운 꼴인 것이다. 울릉군이 적극적으로 나서 담당 공무원을 구제하고 안전에 대한 구조적 문제를 바로 잡아야 한다. 그래야, 공무원이 주민을 위해 사명감으로 적극적인 행정을 펼칠 수 있다. /김두한 기자 kimdh@kbmaeil.com
2025-08-19
우리나라 여름휴가 트렌드가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 사람들은 적은 비용으로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는 곳을 찾는다. 인터넷 검색으로 저비용으로 휴가를 즐길 수 있는 장소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지자체는 이러한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지자체마다 지역 상징성과 어우러진 지역 내 관광지를 조성하고 있지만,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아 힘들어 하는 곳이 많다. 지난 3일 경남에 있는 한 지역의 A 랜드마크 관광지에 다녀왔다. 여름휴가의 최고 성수기 기간이었지만, 이곳은 을씨년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임대가 적혀있거나 일찍 문 닫은 상점들이 눈에 쉽게 들어왔다. 특히 지역을 대표한다는 호텔에선 100여 개의 객실 중 예약된 곳은 7개 객실뿐이었다. 찾은 사람이 적음에도 호텔 숙박비는 성수기라는 이유로 평소보다 비싸게 받았다. 하지만, 비싼 가격에 비해 서비스와 인근 인프라는 가격에 대한 의구심 마저 들게했다. 인근에서 10여 년째 영업을 하고 있다는 한 상인은 “날이 갈수록 이곳으로 휴가를 오는 인원이 줄어들고 있다”며 “매년 같은 콘텐츠가 되풀이되고, 관리가 부실하다 보니 다시 찾는 이가 줄어드는 것 같다”고 했다. 대구에서도 랜드마크 조성에 실패한 사례가 있다. 최근 대구 달서구에서는 10억 원을 들여 도시철도 2호선 용산역 광장의 ‘하이로프 클라이밍장’을 조성했지만, 개장 석 달 만에 휴업에 들어가 ‘예산 낭비’ 논란이 커졌다. 달서구는 수요 예측 실패와 홍보 부족을 원인으로 꼽았지만, 현장을 가본 이들은 부족한게 더 많다고 말한다. ‘하이로프 클라이밍장’ 하나만으로는 사람들이 찾지 않는다. ‘하이로프 클라이밍장’ 중심으로 그와 관련된 다른 편의시설들이 있어야 한다. 저렴한 가격으로 편하게 이용할 수 있고, 다른 편의시설도 갖춰져 있다면 광고를 하지 않아도 사람이 몰리는 세상이다. 상징성만 입혀 ‘빛 좋은 개살구’를 빚은들 운영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최근 트렌드인 야외 캠핑이나 박물관 투어 등이 알찬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간송미술관, 대구과학박물관 등의 시설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또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오토캠핑장의 경우 예약을 하기 힘들 정도로 인기다. 그만큼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게 운영을 잘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투자만이 능사가 아니다. 조성해놓은 관광지를 더욱 빛날 수 있도록 지자체마다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야만 소비자의 빠른 트렌드 변화에 맞춰 지역 경제를 이끌 수 있을 것이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08-05
경북의 계곡과 강, 해변은 여름휴가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물속을 향한 발걸음은 가볍고, 물가에서 울려 퍼지는 웃음소리는 평화롭기 그지없다. 하지만 이런 풍경 뒤에는 예측하지 못한 사고가 도사리고 있다. 물놀이의 즐거움은 늘 위험과 맞닿아 있고, 사고통계가 알려주는 숫자들은 이를 침묵 속에서 경고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물놀이 사망자는 112명에 달한다.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장소는 하천과 강에서 39명, 계곡에서 33명, 해변과 바닷가에서 40명이었다. 사고의 주요 원인은 구명조끼 미착용 41건, 수영 미숙 38건, 음주 수영 19건, 급류에 휩쓸린 사례가 8건이었다. 대부분 충분히 예방 가능한 인적 요인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더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수난사고로 인한 출동 건수는 각각 1142건, 1522건, 1006건에 달했다. 올해 2025년 상반기에도 이미 231건의 구조 요청이 있었고, 이 가운데 74명이 구조됐다. 특히 안동, 문경, 청송은 계곡과 하천이 발달한 지역으로 가족 단위 피서객이 많이 찾는다. 이러한 특성은 구조 요청의 빈도를 높이는 동시에 사고 가능성 또한 크게 만든다.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수행하는 대원들의 목소리는 무겁다. 한 구조대원은 “출동 횟수가 줄었다고 해서 방심해선 안된다. 사람들의 경각심이 줄어들지 않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익숙한 장소, 평소 자주 찾던 계곡이라도 그날의 기상 상황, 수온, 수위 변화에 따라 사고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북소방본부는 여름철 휴가철에 대비해 해수욕장 13곳, 하천과 계곡 4곳에 시민수상구조대원 318명을 배치했다. 이들은 단순한 인명 구조에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응급처치, 심폐소생술 교육, 해파리 제거, 미아 찾기 등 다양한 활동을 병행한다. 한 구조대원은 “사람들이 수영복과 물놀이 용품은 철저히 준비하면서도 안전 수칙엔 소홀한 경우가 많다. 우리 역할은 그 간극을 메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대원에게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은 한 시민은 “구명조끼 덕분에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안전 교육을 받고 나니 물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게 됐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물놀이 사고를 막기 위한 예방 수칙은 비교적 간단하지만, 그 실천이 관건이다. 출발 전 준비운동을 철저히 하고, 음주 후 수영이나 단독 수영을 절대 하지 않으며, 구명조끼 착용을 생활화하는 것이 기본이다. 어린이들은 반드시 보호자와 동행해야 하며 장시간 수영은 자제하고 상황 발생 시에는 119에 즉각 신고하고 구조도구를 활용해야 한다. 이런 작은 실천이 생명을 지키는 시작점이 된다. 숫자는 말이 없다. 하지만 그 속엔 분명한 경고가 담겨 있다. 아무리 맑고 고요한 계곡일지라도, 자연은 결코 인간의 예측대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준비물은 수영복도, 튜브도 아닌 안전 의식일지도 모른다. 경북의 청정 자연은 사람들에게 쉼과 평온을 제공하지만, 그 속에서 안전을 지키는 노력이 없다면 그 아름다움은 위태롭게 흔들릴 수 있다. 진정한 피서는 안전에서 시작된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비곗덩어리 삼겹살 파동으로 울릉도 관광업계가 휘청거리고 있다. 한 유튜버가 울릉도 여행 중 한 식당 종업원의 실수로 엉터리 삼겹살을 제공받은 후 이를 유튜브 영상으로 게시하면서 파문이 일었고, 사태가 겁잡을 수 없이 커졌다. 식당 주인은 어떻든 잘못은 자신의 책임임을 시인하고 유튜버에게 장문의 이 메일로 사과를 했고, 유튜버도 “사과를 받겠다”고 했다. 울릉군수도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전 국민을 대상으로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열흘째 많은 미디어 매체들이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울릉도를 비판하고 있다. 물론 대한민국 최고의 관광지 울릉도에서 당한 배신감을 고려하면 백배 천배 사과해도 모자란다. 울릉도는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여행지이고, 연간 40만 명이 이곳을 다녀간다. 대다수 군민들은 관광객을 환영하고 실제 관광 분야에서 적잖게 종사하고 있다. 유튜버도 울릉도가 이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개선해 울릉도 관광이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일부 네티즌과 미디어의 행위는 “이때다”라며 마치 울릉도가 망하기를 바라는 것처럼 느껴져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들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 ‘한 종업원이 실수로 비곗덩어리 가짜 삼겹살을 제공한 일로 정녕 다시는 찾으면 안되는 곳인지…’ 를. 더욱이 군민의 대표인 군수까지 나서 진정으로 사과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한 일 아닌가. 울릉도는 대한민국 동해에서 유일하게 섬 하나가 군 단위의 지자체인 보석 같은 섬이다. 일본이 야욕을 드러내며 뺏으려는 민족의 섬 독도도 지키고 있다. 울릉도가 있기 때문에 한반도 남한 면적 보다 더 큰 바다(해륙)의 주권도 대한민국에 있다. 서·남해 수천 개의 섬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지위를 갖고 있는 셈인 것이다. 물론 애정이 깊을수록 어떤 잘못된 일에 대한 배신감도 더 커질 수는 있다. 작은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는 부분 또한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관광지 울릉도 대다수 관광업 종사자들의 사기도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현재 울릉도는 사면초가다. 경제 불황으로 관광객이 감소하고, 그러다보니 뱃길도 줄어들고 있다. 관광산업이 지속적이고 연쇄적인 어려움에 처하면 정주기반이 약한 울릉도의 미래는 뻔하다. 가장 우려스런 것은 주민들이 떠나는 상황이다. 계속 매를 맞으면 상처는 덧날 수 밖에 없다. 살아봐도 매력이 없고 경제적 어려움의 극복이 어려우면 울릉도를 떠나는 섬 주민들이 늘어나 섬을 비우는 날이 올 지도 모른다. 울릉군민들이 심기일전해 더욱 잘 해야겠지만, 악재가 자꾸 겹치면 의욕도 사라진다. 울릉도와 울릉주민들은 여전히 좋은 점과 잘하는 것이 더 많다. 애정 어린 마음으로 지켜봐 주면 어떨까. 울릉도는 인구소멸지역이다. 한때 울릉도에서 오징어와 명태, 미역·김의 생산이 많이 생산될 당시에는 주민등록 인구 3만 명을 포함해 총 5만명에 이를 때도 있었다. 그러나 수산자원이 고갈되면서 생활이 어려워지자 군민들이 알게모르게 하나 둘씩 울릉도를 떠나 이제 전체 인구는 9000명 정도 밖에 안된다. 국민들이 애정과 사랑으로 울릉도를 다시한번 감싸안아 울릉주민들이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일 할 발판과 계기를 마련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김두한 기자 kimdh@kbmaeil.com 이때문에
2025-07-29
무안공항의 안타까운 참사는 울릉공항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무엇보다 울릉도 미래 교통망의 핵심인 울릉공항은 안전할까였다. 그전부터 울릉공항 활주로에 대한 논란이 있었기에 군민들은 무안공항 사고를 바라보면서 더욱 의구심을 가졌다. 한번 심도 있게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은 어느새 공사 중인 활주로를 연장해야 안전하다는 방향으로 흘렀고, 결국 울릉 주민 대표들로 구성된 ‘울릉공항 활주로 연장 추진위원회’를 결성하기에까지 이르렀다. 이후 군민의 이름으로 활주로 연장의 필요성이 공식화됐다. 울릉공항은 당초 50인승 소형 항공기 기준으로 활주로가 설계됐었다. 활주로 길이는 1,200m다. 이는 활주로 시설 등급 중 최저 수준에 해당한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해 소형항공기의 기준을 기존의 50인승에서 80인승으로 상향 조정했다. 울릉공항의 취항 기종 역시 80인승 항공기로 변경됐다. 비행기를 띄우는 회사 입장에선 50인승 보다는 80인승을 구매해야 사업성이 나온다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또 분명 그렇게 할 것이다. 이미 향후 주력 기종으로 80인승 항공기가 검토, 고려되고 있다. 이 비행기는 수송력, 경제성, 비용 대비 효율성, 그리고 안전 운항 측면에서 모두 적합한 것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현재의 1,200M 활주로 여건으로는 이 기종의 안정적 운항이 어렵다는 점이다. 항공기 제작사들은 이에 대해 현재 공사 중인 활주로로도 80인승 항공기의 운항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울릉도의 특이한 기상 여건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분석이라는 게 지역 주민들의 입장이다. 실제로 현 활주로 조건에서 80인승 항공기를 운항하려면 이착륙 중량을 대폭 줄일수 밖에 없다. 이 경우 탑승 인원과 화물 적재량 감소로 이어져 경제성 부분에서 기대 이하의 차질은 불가피하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울릉도에서 최대 순간 풍속이 25노트 이상을 기록한 날은 연평균 138일에 달한다. 풍속이 이 수준을 넘으면 80인승 항공기의 결항률과 사고 위험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이외에도 연평균 강수일수는 144일, 강수량은 1,538mm에 이르며, 겨울철에는 평균 2m 이상의 적설량을 기록하는 등 전국에서 손꼽히는 기상 악조건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울릉도 주민들은 활주로와 종단 안전구역의 연장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활주로 연장 요구가 ‘무조건적인 안전성 강조’에만 치우쳐 타당성과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한다. 또 활주로 연장에 1조여 원이 소요될 것이라는 비현실적인 추산만 무성하게 나돌고 있다. 그러나 울릉군민 입장에선 이런 주장이 그저 황당무계하다. 지금까지 활주로 연장에 대한 구체적인 비용 산정이나 타당성 조사가 진행된 바가 없기 때문이다. 울릉공항 완공까지는 여전히 시간이 남아 있다. 지금이라도 전문기관의 용역을 통해 연장 시 추가 비용, 현재 활주로의 안전성, 기상 리스크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과학적·체계적으로 접근했으면 한다. 이런 요구는 활주로 연장이 그리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가능하다고 말하는 측도 상당하기에 더욱 필요하다. 가두봉을 기준으로 서면 통구미 방향으로 200~300m 연장하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 구간은 수심이 현재 활주로 공사 구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기술적으로도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여서 정부가 한 번 들여다봤으면 한다. 이제는 단순한 감정적 주장이나 막연한 안전성 강조를 넘어, 비용 대비 안전성, 경제성 등 다각적인 분석을 토대로 합리적이고 정당하게 활주로 연장을 요구할 때다. 울릉도의 미래 교통망은 과학적 데이터 위에 세워져야 한다. /김두한기자 kimdh@kbmaeil.com
2025-07-15
송도해수욕장이 18년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한때 동해안 최고의 피서지였던 이곳은 방파제와 모래 유실로 오랜 세월 사람들의 발길에서 멀어졌다. 그러나 바다는 결국 사람을 다시 부른다. 되살아난 백사장 위로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송도해수욕장은 1960~80년대 ‘동해안 1번지 해수욕장’으로 불렸다. 여름이면 대구와 경북 전역에서 몰려든 피서객들로 백사장은 파라솔로 빼곡했다. 송도의 상징은 바닷바람을 맞으며 입구를 지키던 ‘여신상’이었다. 바다를 향해 팔을 벌린 듯한 여신상은 송도가 품은 여름의 낭만이었다. 해변에서 100여 미터 떨어진 다이빙대도 사람들의 추억 속에 또렷하다. 청춘들은 거기서 몸을 던져 바다로 뛰어들며 한여름의 열기를 식혔다. 여신상 아래서 가족사진을 찍고, 다이빙대에서 뛰어내린 기억은 지금도 많은 이들의 마음에 남아 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무분별한 개발과 방파제 축조로 모래는 점점 사라졌다. 해수욕장은 2008년 문을 닫았고, 해변 상권은 활기를 잃었다. 송도는 추억 속에만 남았다. 하지만 포항은 물러서지 않았다. 수년간 모래 복원과 해안 정비에 힘을 쏟았고, 마침내 송도는 다시 시민 품으로 돌아왔다. 여신상은 그대로고, 다이빙대도 깔끔히 단장됐다. 다만 이제 다이빙대에서 바다로 뛰어드는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다. 대신 상징으로서 과거를 기억하게 한다. 문제는 여기서 멈춘다면 송도는 그저 추억 속 해수욕장에 머물 뿐이라는 것이다. 송도는 이제 시대에 걸맞게 달라져야 한다. 여신상과 다이빙대가 과거의 낭만을 상징했다면, 지금은 그 위에 세계인을 불러모을 새 상징을 세워야 한다. 그 답이 해오름대교 전망타워에서 송도해수욕장까지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초대형 짚라인이었으면 한다. 파도를 내려다보며 하늘을 나는 짜릿함, 송도는 어쩌면 이 한 방으로 두바이 마리나, 하와이 와이키키 못지않은 글로벌 해양 액티비티의 격전지로 도약할 수 있다. 이제는 추억이 아니라 경쟁이다. 아시아의 수많은 해변과 리조트들이 고객을 끌어오기 위해 무엇을 하는가. 상상하고 투자하고, 놀 거리를 만든다. 과거의 명소에 머물러서는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도발길을 돌린다. 그런 점에서 송도 짚라인은 관광 트랜드에 맞춘 변화의 상징이자 해양도시 포항의 새로운 얼굴, 해양관광의 승부수가 될 수도 있다. 체험시설, 상권 연계, 지역 청년 일자리 창출 등 부수 효과도 상당할 것이다. 만에 하나 진행한다면 세계 최고의 액티브 설계자가 구상하도록 해 그 이름을 보고 세계인이 송도로 오도록 했으면 한다. 송도는 이미 주변은 달라지고 있다. 첨단해양R&D센터는 해양바이오, 해양에너지, 스마트양식 같은 미래 산업의 전초기지가 될 것이고, 곧 개통될 해오름대교는 물류와 관광을 잇는 대동맥이 된다. 이어 완공될 포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POEX)의 후방 효과도 송도로선 기대할만 하다. 이제 남은 건 ‘발상의 전환’이다. 개장식에서 만난 한 시민은 말했다. “어릴 적 아버지 손잡고 여신상 앞에서 사진 찍고, 다이빙대에서 뛰어내렸죠. 지금은 못 뛰어내리지만 남아 있는 것만으로도 반갑습니다.” 그렇다. 송도는 추억만으로도 큰 밑거름이다. 거기에 짚라인이 얹히면 송도는 더 이상 과거가 아니라 미래다. 닫혔던 해변 가게들도 다시 문을 열었다. 파라솔 아래 가족의 웃음소리가 파도 소리와 얽혀, 송도의 여름을 되살려내는 그 모습도 보기 좋았다. 그러나 웃음소리만으론 부족하다. 더 많은 사람을, 더 먼 곳에서 불러와야 한다. 철강 도시 포항이 바다로 다시 숨을 쉬고, 그 바다 위에, 세계인이 몰려들도록 길을 깔고 닦아야 할 것이다. 시작이 반이다. 추억의 상징 여신상과 다이빙대 위에, 세계를 겨냥한 짚라인이 더해질 때 송도는 다시 태어나고 모래 위에 새겨지는 발걸음들은 포항의 새로운 100년을 쌓아올릴 것이다. 이제 송도는 다시 돌아보는 해변이 아니라, 다시 날아오를 해변이어야 한다. /임창희기자 lch8601@kbmaeil.com
2025-07-13
환경단체인 환경재단이 울릉도 청년들과 함께 최근 울릉군 북면 현포리 웅포에서 드론을 이용한 과학적 해양쓰레기 수거에 나서 약 158l 규모의 해양오염 쓰레기를 수거했다. 이번 수거된 해양쓰레기는 낚시줄, 폐로프, 스티로폼, 페트병, 부표 등 어업 관련 쓰레기가 대부분이고, 생활 쓰레기 플라스틱 용기, 비닐류도 다수 있었다. 국적 확인 가능한 수거물중에서는 중국산 해양쓰레기가 85.1%를 차지했다. 국내 일부 미디어는 이를 문제삼았다. 울릉도가 마치 중국에서 버린 쓰레기로 큰 몸살을 앓는 것처럼 보도했다. 중국산 쓰레기로 인해 울르이 망한 것처럼 비쳐지게 한 것이다. 제목은 삽질이라도 하듯 더 어이없었다. ‘이건 정말 끔찍하다’ ,물이 가장 깨끗한 ‘울릉도’…중국 플라스틱’ 여기 울릉도 맞아?, 이러다 ‘中 쓰레기 섬 될 판’ 분통, ‘중국 때문에 망했네, 청정 울릉도에 쌓인 이것’이라는 등을 달아 네티즌들을 자극했다. 또, ‘중국 때문에 다 망했다’…‘세계 최고 수질’ 울릉도에 가득 쌓인 ‘이것’ 뭐길래? 등 자극적인 제목들이 줄을 이었다. 울릉도는 이제 청정지역이 아니라 쓰레기장으로 둔갑했다고 앞다투어 보도한 것. 울릉도의 수질이 세계 최고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과거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의뢰한 ‘추산용천수 먹는 샘물 개발’ 용역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울릉도에서 분출되는 용천수는 생수의 생명이라고 할 미네랄 성분이 육지 생수보다 월등하고 풍부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울릉 군민들도 우리나라에서 물이 가장 깨끗한 것으로 유명한 곳에서 사는 것을 긍지로 여기고 있다. 이러함에도 이번에 일부 미디어는 먹는 물까지 시비삼아 수질 명성을 잃고 해양쓰레기로 가득 찼다고 보도했다. 군민들도 어이없는 험 잡기를 보고 기가 차다는 반응이다. 특히 일부 매체는 해양쓰레기에 대해 소설같은 논리를 만들기도 했다. 여름에는 날씨가 더운데다 장마로 육상 쓰레기가 늘어나는 데 더해 중국·일본 등 인근 나라에서 건너온 쓰레기들까지 울릉 해역에 넘쳐난다고 보도했다. 과연 맞을까? 울릉도 북쪽 지역은 북한이다. 그러다보니 북한수역에서 조업하는 어선들이 버린 쓰레기가 간혹 떠내려오기도 한다. 또 발견되는 쓰레기를 보면 일본에서 올라 오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지리적으로 북한과 러시아 사이 해안선 일부가 있는 중국 본토 쓰레기가 울릉도에서 발견되기는 사실상 어렵다. 이번 수거된 쓰레기는 전체량은 1.8l 88개 정도의 분량이었으나 출처가 확인된 페트병 등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런데 분석하니 이중에 85%가 중국 쓰레기였다고 한다. 이것이 중국 쓰레기가 울릉도를 쓰레기 천국으로 만든 배경이 됐다. 울릉도는 동해 한가운데 위치하고 섬 둘레가 60km에 이른다. 해안을 안은 섬에는 계절과 바람에 따라 북한, 일본, 강원도 등 한반도에서 쓰레기가 밀려오기 일쑤다. 그게 자연의 순리고 법칙이다. 이번에 중국 쓰레기가 85% 차지한 것은 중국 오징어 쌍끌이 어선 수백 척이 북한 수역에서 조업하면서 버린 해양쓰레기라는 것이 대체적으로 일치된 의견이다. 어선에서 버린 쓰레기가 언론보도 처럼 울릉도가 난리 날 정도로 오염될 쓰레기는 아닐 것임은 자명하다. 그런데 울릉에서 사단이 난 것처럼 보도됐다. 이번에 확인된 중국 쓰레기는 대부분 떠 다니는 플라스틱 종류로 확인돼 북한 수역내 조업 어선들이 내다버린 것임을 더욱 자명케 한다. 북한수역에서 중국어선들이 버린 쓰레기가 하더라도 전부 울릉도까지 도달하는 것은 성립불가능이다. 울릉도에 떠밀려 오기도 하지만 북한, 일본, 러시아 연안 등으로도 밀려간다. 북서풍 등 바람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국내 일부 미디에에서 호들갑 떠는 만큼 울릉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물론 작은 쓰레기라도 주의를 기울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울릉도는 동해 한 가운데 위치하고 한반도, 일본, 중국, 러시아가 에워 싸고 있어 일정 부분은 감수해야하고 주민들도 당연시 받아들인다. 특히, 울릉 샘물은 중국 해양쓰레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또한, 이번에 수거한 1.8l 페트병 88개 분량의 쓰레기가 울릉도를 오염시킬 정도는 아니다. 일부 미디어의 호들갑이 오히려 울릉도를 더 심각하게 오염시킨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한다. /김두한 기자 kimdh@kbmaeil.com
2025-07-06
반려동물 인구 1500만 명 시대.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인식은 사회 전반에 자리 잡았지만, 의료체계 만큼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진료비는 병원마다 들쭉날쭉하고 공적 지원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보호자들 사이에선 “동물이 아픈 게 두려운 게 아니라 병원비가 무섭다”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다. KB금융그룹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2025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은 한 달 평균 약 19만 원의 양육비를 지출한다. 사료, 간식, 배변용품, 예방접종 등 기본 비용 외에도 병원비가 가세하면 부담은 급증한다. 실제 포항에 사는 40대 직장인 김모 씨는 반려견 디스크 치료에 수백만 원을 지출했다. 그는 “사람은 MRI 촬영도 건강보험 덕에 수십만 원 선이지만, 강아지는 검사 하나에 수백만 원이 들어 대출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진료비의 법적 기준 조차 없다는 점이다. 보호자들은 진료 전 비용을 제대로 안내받지 못하고, 치료가 끝난 뒤 고지되는 청구서에 놀라는 경우가 많다. 단순 엑스레이 촬영조차 수만 원에서 수십만 원까지 차이가 나며, 중성화 수술도 병원마다 방식과 가격이 제각각이다. 반려동물은 건강보험의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질병이나 사고는 가정경제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처럼 구조적 부담이 큰 상황에서 치료를 포기하거나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특히 고령층이나 저소득 보호자의 경우 단순한 경제 문제를 넘어 생명권의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선진국들은 이런 문제에 제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영국은 ‘PDSA(People’s Dispensary for Sick Animals)’라는 공공기관을 통해 저소득층에게 무료 또는 저비용 진료를 제공한다. 반려동물 보험 가입률도 40%를 웃돈다. 스웨덴은 보험 가입률이 90%에 달하며, 정부가 진료 항목과 수가를 직접 관리한다. 일본은 민간보험사 중심으로 다양한 상품을 운용하며 최대 70%까지 진료비를 보장한다. 이들 국가는 민간보험과 공공지원의 조화를 통해 반려동물 의료의 형평성과 접근성을 제도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단순히 ‘돈 있는 사람만 치료받는 구조’를 지양하고, 모든 보호자가 일정 수준 이상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반려동물 의료의 공공성을 제도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진료비 공개 수준의 조치만으로는 부족하며, 공공의료 항목 일부에 대해 국가가 보조하거나 민간보험을 유도·지원하는 방식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동물의료보험제도는 앞으로 인구 감소시대에 가족과 반려동물을 포함한 공동체가 함께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사회적 복지 장치의 하나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임창희기자 lch8601@kbmaeil.com
2025-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