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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항시, 그래핀 산업 육성 조례 전국 최초 제정···철강 이후 미래 전략산업으로 도약"

포항시가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그래핀 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지난 9월 포항시의회를 통과한 이 조례는 그래핀 산업을 미래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종합계획 수립, 기업 지원, 연구개발 거점화의 제도적 틀을 마련했다. 철강산업 이후 포항의 산업 정체성을 바꿀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 것이다. 그래핀은 탄소 원자 한 층으로 이뤄진 2차원 물질로, 강철보다 200배 강하고 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기가 잘 통하는 ‘꿈의 신소재’다. 투명하고 유연하며 열 전도성이 뛰어나 반도체, 배터리, 전자소자, 복합소재, 센서 등 거의 모든 첨단산업에 적용 가능하다. 세계 각국이 그래핀의 상용화를 미래산업 경쟁의 분기점으로 보고 대규모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다. 포항은 이 흐름 속에서 선제적으로 제도적 기반을 구축했다. 시는 ‘그래핀산업육성위원회’를 설치하고 산·학·연 협력체계를 마련해 기업 유치와 실증사업을 추진한다. 포스텍과 한동대, 포항테크노파크가 중심이 되어 연구개발과 인력양성, 시험평가 인프라를 연계하는 구조다. 시는 이를 통해 2030년까지 그래핀 산업 생태계 매출 1조원, 관련 일자리 3000개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포항은 이미 소재산업의 기반이 탄탄하다. 포스코를 중심으로 한 철강 생태계와 블루밸리국가산단의 2차전지·양극재 기업 집적지가 맞물려 있다. 여기에 그래핀이 결합하면 기존 금속·화학소재와의 융복합이 가능해진다. 철강이 도시의 산업근대를 상징했다면, 그래핀은 미래 지능 소재 도시로 가는 디지털 산업의 교두보다. 기술적 진전도 이어지고 있다. 포항 연구진은 3D 그래핀 폼, 주름 그래핀 등 구조 변형을 통한 전도성 향상 기술을 확보했고, 국내 기업들도 대량생산과 품질균일화 기술을 개발 중이다. 포항테크노파크는 그래핀 소재 실증기반 구축사업을 통해 연구소 수준의 기술을 산업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테스트베드와 평가 장비를 확보하고 있다. 실험실의 기술을 기업 현장으로 끌어내는 ‘실증 허브 도시’로의 진화가 시작된 셈이다. 이와 함께 시는 중소기업이 그래핀을 접목한 신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개방형 공동장비와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기존 철강·기계업체들이 그래핀 복합소재로 전환할 경우, 단순 제조를 넘어 고부가가치 기술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 한 지역 중소기업 대표는 “그래핀을 활용하면 경량화·고내열 부품 개발이 가능해 수출 시장의 기술 격차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제도 남아 있다. 그래핀은 물성이 우수하지만 생산 단가가 높고, 품질 제어가 어려워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조례가 선언적 수준에 머물지 않으려면 국가 차원의 연구개발과 장비 인프라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 또한 초기 투자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세제지원, 기술이전 촉진, 전문인력 양성 등 실질적 지원정책이 뒤따라야 한다. 전문가들은 그래핀이 단순한 신소재가 아니라 도시경제의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산업 플랫폼 기술’로 본다. 포항공대 김 모 교수는 “그래핀은 반도체, 배터리, 수소산업 등 다양한 기술의 경계를 허무는 기반 소재”라며 “포항이 이를 제도적으로 선점했다는 점에서 향후 기술 실증과 기업 집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경제적 파급효과도 주목된다. 포항시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그래핀 산업이 본격화될 경우, 직접고용 3천 명, 간접고용 1만 명 이상의 파급효과가 발생하고, 관련 장비·화학소재·전자부품 산업으로의 기술 확산이 가능하다. 특히 청년층 연구인력의 지역 정착과 창업 활성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그래핀 산업의 잠재력은 아직 완전한 궤도에 오르지 않았지만, 가능성은 확실하다. 포항의 그래핀 육성조례는 그 가능성을 제도화한 첫 사례로서 지역이 기술혁신의 실험장이자 산업전환의 선도 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출발점이 되고 있다. 철강으로 도시의 근대화를 이뤘던 포항이 이제는 그래핀으로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과거의 ‘단단한 강철’이 포항의 뼈대를 만들었다면, 미래의 ‘투명한 그래핀’은 그 위에 혁신의 신경망을 세울 것이다. 산업의 전환은 결국 준비된 도시에서 일어난다. 포항의 도전은 이미 그 문턱을 넘어섰다. 임창희선임기자/lch8601@kbmaeil.com

2025-10-07

추석장(전통시장) VS 대형유통 - ‘정(情)’과 ‘편리함’ 사이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5일 포항 죽도시장. 대형 장바구니를 든 시민들이 오가지만 예년처럼 활기가 넘치진 않는다. 상인들의 표정에는 명절 특수를 기대하기보다는 “이번엔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묻어 있었다. 수산물 코너에서 문어 한 마리가 1kg당 9만 원을 훌쩍 넘자, 계산대 앞에서 망설이는 손님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예전 같으면 발 디딜 틈이 없었어요. 지금은 손님이 와도 살지 말지 고민만 하다 그냥 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죽도시장에서 30년째 장사하는 김모(63)씨는 고개를 저었다. 또 다른 상인 박모(58)씨도 “물가가 오르고 경기가 안 좋으니 명절 특수도 옛말입니다. 장사하는 우리 마음만 바쁘죠.”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올해는 특히 차례상 간소화와 제사문화 변화가 전통시장 매출에 또 다른 타격을 줬다. 한국소비자연맹 조사에 따르면, 올해 추석 차례상 비용은 작년보다 평균 8~12% 상승했지만, ‘간소하게 차린다’ 혹은 ‘차례를 생략한다’는 응답이 40%를 넘어섰다. 제사음식 재료를 사러 오는 손님이 줄자, 상인들은 “명절이 점점 평일처럼 느껴진다”고 입을 모았다. 전통시장은 여전히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좁은 골목과 불편한 주차, 현금 중심의 결제 시스템은 현대 소비자에게 불편하다. 반면 대형마트와 온라인몰은 ‘한 번의 결제, 빠른 배송’이라는 편리함으로 지역 소비를 빨아들이고 있다. 포항의 홈플러스와 이마트는 연휴 내내 주차장이 만차였고, 온라인몰에서는 선물세트와 간편식 주문이 폭주했다. 소비자 박모(47)씨는 “시장 물건이 싱싱한 건 알지만, 마트는 결제 한 번에 끝나고 배송까지 되니 선택이 쉬워요.”라며 현실적인 이유를 밝혔다. 포항상공회의소 조사에서도 지역 중소상인 68%가 매출 감소를 체감했다고 답했다. 물가 상승, 경기 둔화, 소비 패턴의 변화가 한꺼번에 전통시장에 타격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포항시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올해만 50억 원 안팎의 예산을 투입했다. 주요 사업으로는 온누리상품권 10% 할인 지원(약 12억원), 공영주차장 무료 개방(12개 시장 1100면), 시장 환경정비·가스·위생관리 지원(7억원), 시장 환경개선 및 간판 정비 사업(5억원) 등이 있다. 또한 전통시장 내 스마트 결제 시스템 도입(3 원)과 디지털 홍보·예약 포장 서비스 지원(2억원)을 추진해 젊은 세대의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죽도시장 일부 점포에서는 간편결제(QR)와 예약 포장제를 도입했고, 떡집은 송편 예약제를 운영하며 변화를 시도했다. 일부 수산물 상가는 시식·체험 공간을 마련해 시장 특유의 체험 요소를 강화하고 있다. 죽도시장 상인회 김모 회장은 “단순히 가격을 낮추는 건 한계가 있습니다. 시장만의 재미, 사람 냄새 같은 ‘정(情)’이 살아야 손님이 돌아옵니다.”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단기 이벤트보다 시장 체질의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동해경제연구소 A 연구위원은 “전통시장은 단순한 장터가 아니라 지역 경제의 얼굴이자 생활문화의 현장이다. 디지털 결제, 체험·문화 콘텐츠, 예약·포장 서비스 등 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포항시는 올해 추석을 맞아 12개 전통시장에 대해 안전·가스·위생 점검, 문화공연 지원, 상인회 자율정비사업을 병행했다. 그러나 상인들의 체감 효과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전문가들은 “정과 편리함이 공존해야 한다. 시장만의 고유 가치와 현대적 편의성을 동시에 제공할 때, 전통시장은 명절 특수를 넘어 연중 지속 가능한 지역 경제의 중심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결국 전통시장의 생존 전략은 단순한 가격 경쟁이 아니다. 찾아오게 만드는 매력, 그리고 지역경제와의 상생이 새로운 돌파구다. 디지털 결제, 예약·체험 프로그램, 문화 이벤트와 정책적 지원이 결합될 때, 전통시장은 단순한 소비의 공간을 넘어 지역 공동체의 온기와 경제적 활력을 잇는 생활형 명절 문화의 중심지로 거듭날 수 있다. 전통시장의 체질개선을 요구하는 대목에 힘을 실어본다. /lch8601@kbmaeil.com

2025-10-06

“포항, 글로벌 AI 혁신 전진기지로 우뚝 설까”

포항이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철강 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한 포항에, 이제는 인공지능(AI)이라는 새로운 이름표가 붙으려 한다. 대통령실이 지난 2일 밝힌 오픈AI-삼성 협력에 따른 데이터센터 유치 소식은 단순한 개발 뉴스가 아니다. 지역 산업 지형을 바꿀, 어쩌면 포항의 미래 좌표를 바꿀 수 있는 변곡점이다. 데이터센터 규모부터 눈길을 끈다.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 1만3000평 부지에 세워질 이 시설은 초기 20MW에서 최대 200MW까지 확장 가능한 초대형급이다. 초기 투자만 3조~4조원. 국내는 물론 글로벌 차원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이다. 게다가 이번 프로젝트는 ‘스타게이트’라는 700조원 규모의 세계적 인프라 사업의 일환이니, 포항이 단순 분산지로 선택된 것은 아니다. 삼성SDI가 시행을 맡고, 삼성전자가 AI 반도체와 메모리 역량을 증명할 무대로 삼는다는 점에서 기술적·산업적 상징성도 크다. SK가 전남에서 같은 구조로 협력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포항은 삼성이, 전남은 SK가 각각 책임지는 양축 구도다. 이 자체가 이미 국가 균형발전 차원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렇다면 포항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첫째, 지역 전략산업과 AI 융합이다. 철강과 2차전지, 그래핀 산업까지-이들 산업은 방대한 데이터와 시뮬레이션을 필요로 한다. 고도화된 AI 인프라가 뒷받침되면 공정 혁신, 생산성 향상은 물론 글로벌 경쟁력 제고로 직결된다. 둘째, 지역 생태계 활성화다. 대학·연구소·스타트업이 밀집한 포항에 AI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면, 그 자체로 혁신 클러스터의 허브가 된다. 지역경제 연구원 관계자의 말처럼, “튼튼한 산업 기반에 AI라는 신경망이 더해지면 체질 개선의 속도가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은 충분히 설득력 있다. 포항시 역시 이를 ‘AI 철강도시’, ‘스마트 배터리 밸리’라는 전략 브랜드로 연결하려는 구상을 내놓고 있다. 다만, 기대 못지않게 우려도 있다. 데이터센터는 전력·용수·환경 문제와 직결된다. 200MW 규모라면 소규모 원전 하나에 가까운 전력을 소모한다. 과연 포항이 안정적인 공급망을 갖출 수 있을지, 지역 환경에 미칠 파장은 없을지, 앞으로 치열한 검증과 논의가 불가피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2일 샘 올트먼 오픈AI 대표와의 회동에서 “한국이 세계 모범적 AI 테스트베드가 될 것”이라며 포항을 글로벌 혁신 전진기지로 강조했다. 올트먼 CEO 역시 “삼성과의 협력은 특별하다”며 포항을 출발점으로 삼겠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선언은 어디까지나 시작일 뿐이다. 실제로 지역의 산업, 대학, 행정, 시민사회가 이 기회를 어떻게 흡수하고 소화하느냐가 진짜 성패를 가를 것이다. 포항은 이미 철강에서 배터리로, 다시 AI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기회와 위기가 함께 찾아오는 지금, ‘AI 허브 포항’이라는 새로운 간판이 빛을 발할지, 아니면 또 하나의 미완의 과제로 남을지는 앞으로의 준비에 달려 있다. /lch8601@kbmaeil.com

2025-10-03

울릉공항, ‘조류 충돌 위험’ 사실과 달라…진짜 위험은 1200m 활주로

최근 새만금국제공항 기본계획을 취소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오자, 여파는 곧장 다른 신공항 건설 사업으로 번졌다. 울릉도 공항도 예외가 아니다. 일부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이 ‘조류 충돌 위험’을 들며 울릉공항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현장을 알고 있는 울릉도 주민의 눈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지적이다. 과연 울릉도는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 우려 지역일까? 울릉도에 살면서 공항 예정지와 주변 환경을 직접 지켜봤다. 울릉도는 바다 한가운데 솟아난 섬으로 철새도래지와는 거리가 멀다. 과거 독수리와 깍새(슴새), 흑비둘기 등이 무리를 지어 살았으나 지금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 흑비둘기는 사동 일대에서 가끔 한두 마리 보일 정도다. 새로 늘어난 조류는 꿩인데, 이들은 높이 날지 않고 바닷가로 내려오지도 않는다. 항공기 충돌 위험과는 거리가 있다. 울릉도에서 조류 충돌 가능성을 논할 때 가장 먼저 거론되는 종은 괭이갈매기다. 그러나 이 또한 공항 부지와는 무관하다. 괭이갈매기는 서식지를 벗어나지 않는 습성이 강하다. 실제로 유람선을 타고 관음도 주변을 돌아보면 관광객들이 새우깡으로 괭이갈매기를 불러 모은다. 하지만 일정 구역을 벗어나면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만큼 영역성이 뚜렷한 새라는 이야기다. 울릉공항 예정지는 울릉도 남서쪽 사동리에, 괭이갈매기 서식지는 북면 관음도 인근에 있다. 직선거리로도 멀고, 산을 사이에 둔 ‘다른 세계’다. 결국 울릉공항을 두고 조류 충돌을 걱정하는 것은 울릉도 사정을 잘 모르는 이들의 생각일 가능성이 크다. 공항 건설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없는 위험을 있는 것처럼 부풀려 개항 전부터 ‘위험 공항’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건 지역사회에도, 국민 안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게 아닐까. 오히려 울릉공항의 진짜 과제는 다른 데 있다. 활주로 길이와 안전 설계다. 현재 1200m로 계획된 활주로는 소형항공기 기준이다. 하지만 향후 80인승 항공기 운항을 고려하면 최소 300m 이상 연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권고하는 종단안전구역(RESA)은 180m인데, 울릉공항은 절반인 90m로 설계됐다. 기상이 급변하는 울릉도의 특성을 고려할 때 사고 발생 시 피해를 줄이기 어렵다는 우려가 크다. 울릉공항 활주로 연장추진위원회가 전국적인 서명운동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그들의 주장은 단순한 지역 이익 챙기기가 아니다. ‘국민 이동권 보장, 생명과 안전 확보’라는 명분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공항은 안전이 최우선이다. 그러나 그건 사실에 기반해야 한다. 울릉도는 철새도래지도, 조류 충돌 위험지역도 아니다. 잘못된 정보로 공항 안전 논란을 키우기보다, 활주로 연장과 안전설계 보완이라는 진짜 과제에 힘을 모으는 것이 필요한 때다. /김두한기자 kimdh@kbmaeil.com

2025-10-02

시민의 삶을 바꾸는 시정 질문이 되길 바라며

문경시의회가 제287회 임시회에서 37건의 시정 질문을 통해 지역의 크고 작은 현안을 짚어냈다. 축제와 관광, 농업과 환경, 주거와 교통, 복지와 청년정책까지 다양한 주제는 곧 시민들의 일상과 직결되는 문제들이다. 의원들의 질문 속에는 지역을 걱정하는 마음, 그리고 시민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남기호 의원은 국가유공자 이야기 기록사업부터 청년 일자리, 영강변 생태 둘레길 조성까지 폭넓은 관심을 드러냈고, 김경환·황제용 의원은 지역 축제와 경제 활성화, 시니어 정책, 재생에너지 등 미래를 향한 의제를 다뤘다. 신성호·서정식·고상범 의원은 교통, 환경, 인구 정책 등 생활과 밀접한 문제를 꼼꼼히 짚었으며, 박춘남·김영숙 의원은 공공임대주택과 공공기관 유치, 개발사업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물론 시정 질문은 시작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이 질문들이 단순한 지적이나 요구에 머무르지 않고, 집행부의 정책으로 이어져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로 구현되는 것이다. 축제 운영의 효율화가 지역경제의 활력을 불러오고, 공공임대주택 정책이 젊은 세대와 다자녀 가구의 부담을 덜어주며, 폐기물 처리나 도시가스 보급 문제가 실질적 대책으로 풀려나가는 모습이 바로 시민이 바라는 결과다. 우리는 이번 시정 질문을 통해 의원들이 지역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해결의 길을 모색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또한 집행부 역시 이러한 목소리를 정책으로 수용해 시민들과 함께 미래를 만들어갈 준비가 되어 있음을 기대한다. 문경의 발전은 혼자서 이룰 수 없다. 의회와 집행부, 그리고 시민이 함께 손을 맞잡을 때 가능하다. 이번 시정 질문이 그 협력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라며, 문경이 더 따뜻하고 살기 좋은 도시로 성장하기를 응원한다. /고성환기자 hihero2025@kbmaeil.com

2025-09-30

“불법 정치현수막, 시청은 왜 방치하는가”

포항 시내 곳곳을 뒤덮은 정치현수막 문제가 언론을 통해 공론화하면서 시민 반응이 뜨겁다. 단순한 불편을 넘어선 분노의 목소리가 나온다. 시민들은 “시청은 뭘 하고 있었느냐”, “시장출마 예정자만을 위한 도시냐, 시민을 위한 도시냐”는 쓴소리가 이어졌다. 이는 행정의 무기력과 제도의 허점에 관한 집단적 항의표시이기도 하다. 현행법은 정당이나 국회의원 등 일부에만 도로변 현수막 설치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내년 시장 출마를 준비하는 이들이 거리 곳곳에 무더기 현수막을 내걸었음에도 초기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한 시민은 “시청이 눈감아준 것이 아니라면 도저히 설명할 길이 없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작은 홍보물 하나를 걸기 위해서도 까다로운 검인을 받아야 하는 일반시민과 달리 시장출마 예정자들만은 예외처럼 거리 곳곳을 점령했기 때문이다. “시장출마 예정자에게는 열린 하늘이고, 시민에게는 좁은 문”이라는 표현은 이런 불평등을 겨냥한다. 현수막 설치 과정에서의 무질서와 안전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현수막 위치 선점을 둘러싸고 현수막 업자 간 경쟁이 도를 넘었다. 소위 ‘목이 좋은 곳’은 4단 내지 5단으로 현수막을 겹겹이 내걸어 보행자와 운전자의 시야를 완전히 가렸고, 교통사고 위험을 높였다. 포항시와 일선 행정복지센터가 뒤늦게 현수막 철거에 나섰지만, 현수막 업자와 현수막 설치를 주문한 사람들로부터 항의를 받는 볼썽사나운 일도 빚어졌다. 실제 북구 흥해읍 남송리교차로 등 6개소에서는 읍사무소 직원들이 출동해 장애 현수막을 철거하거나 옮기는 과정에서 현수막 업자와 현수막을 내건 사람들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다. 현수막 철거 과정도 녹록지 않다. 설치업체는 아예 높이 5m가 넘는 곳에 현수막을 걸어놓고 나몰라라 떠나버린다. 일선 행정복지센터 공무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사다리를 타거나 장비를 동원해 철거·수거를 반복한다. ‘설치는 업자가, 책임은 공무원이’라는 기형적 구조가 되풀이되는 셈이다. 이같은 여러가지 문제에도 불구하고 시청은 여전히 미온적이다. 일부에서는 “시청이 차기 선거를 의식해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결국 행정이 불법을 방치하면 시민은 합법을 지킬 이유를 잃는다. 시민들의 요구는 단순하다. 대대적인 단속과 함께 ‘시장출마 예정자의 이름값’이 아닌 시민 우선의 거리 풍경을 만드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강력한 행정 의지와 공정한 법 집행이다. /임창희 선임기자 lch8601@kbmaeil.com

2025-09-29

울릉공항, 1200m 활주로에 묶인 ‘안전과 수익성의 딜레마’...감사원, 울릉도 주민요구 객관적 증명

울릉도 주민들의 오랜 숙원사업인 울릉공항 건설이 속도를 내고 있다. 2027년 완공, 2028년 상반기 개항을 목표로 현재 공정률은 70%에 육박하고 있다. 그러나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차갑다. “여객수요 과다 산정, 활주로 길이 안전 취약, 관리·감독 부실” 세 가지 키워드로 울릉공항 건설사업이 도마에 올렸다. 국토교통부는 울릉공항의 향후 수요를 GDP 성장률을 기준으로 수요가 일정 비율로 증가한다고 가정했다. 이에 따라 2040년 울릉공항 여객수요를 111만 명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해양수산부는 과거 해운 여객 추세를 반영, 101만명으로 보다 보수적인 예측을 내놨다. 국토부 수요가 10만 명 과다하게 산정된 셈이다. 여객수요는 공항 건설의 근거이자 명분이다. 이 숫자가 왜곡될 경우, 수천억 원의 예산이 허공으로 흩어질 위험이 있다. 이번 감사원 지적은 국토부의 수요 산정 방식이 얼마나 허술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더 심각한 문제는 활주로 길이다. 울릉공항은 당초 50석급 항공기(2C 등급)를 기준으로 설계돼 활주로가 1200m이지만 단거리 항공기 단종 추세와 소형항공운송사업자 수익성을 이유로, 2023년 울릉공항 등급을 80석 급 항공기가 취항 가능한 3C로 상향했다. 하지만 활주로 길이는 그대로 였다. 설계 항공기 두 기종의 최소 이륙거리는 각각 1289m와 1615m. 이미 활주로 길이를 초과한다. 부산항공청은 이 문제를 ‘승객 수와 화물량 제한’으로 보완했다. 하지만 제한 기준 산정 과정에서 구형 모델의 운항중량(1만2800㎏)을 적용해 실제보다 700㎏ 가볍게 잡았다. 그 결과 이륙 가능 승객 수가 최대 7명이나 과다 산정됐다. 더 심각한 건 우천 시 상황이다. 미국 연방항공청(FAA) 기준에 따르면 활주로가 젖어 있으면 착륙거리는 15% 늘어난다. 설계 항공기 중 한 기종은 승객이 한 명도 타지 않은 상태에서도 착륙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이 민간 조종사 20명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70%가 “현 활주로 길이에서 운항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고, 95%는 “안전을 위해 활주로 연장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전문가의 경고를 외면한 채 ‘1200m 고수’라는 편의적 선택을 한 국토부의 책임이 무겁다. 소형항공기가 울릉공항에 취항하려면 최소 72명의 승객을 태워야 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안전 확보를 위해 탑승 인원이 줄면 항공사는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감사원 조사에서 소형항공사 전문경영인 3명 모두가 “72명 이하라면 수익성이 없다”고 답했다. 수익성 없는 공항은 곧 유휴시설로 전락한다. 울릉공항은 단순한 SOC 사업이 아니다. 주민의 이동권 보장, 관광산업 육성, 안보, 그리고 독도와 맞닿은 전략적 상징성까지 지니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진행 방식은 불안하다. 주민들은 이미 활주로 연장 추진위원회를 꾸려 범국민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감사원의 지적은 주민들의 우려를 객관적으로 확인해준 셈이다. 이제 남은 건 국토부와 정부의 결단이다. 울릉공항이 진정으로 ‘안전한 하늘길’이 되려면, 활주로 연장과 수요 재 산정이라는 근본적 처방이 더는 미뤄져서는 안 된다. /김두한기자 kimdh@kbmaeil.com

2025-09-25

“울릉도는 망하지 않았다"…울릉도 망치는 것은 삼겹살 아닌 왜곡된 프레임

“드디어 울릉도 망했다” 구독자 49만 명을 가진 한 유튜버가 내건 제목이다. 그는 제작 영상에서 바가지요금, 불친절, 삼겹살 논란을 이유로 관광객이 절반 가량 줄어들 것을 예고했다. 이 영상은 하루 만에 수십만 조회 수를 기록하며 확산됐다. 일부 언론도 “울릉도 이러다가 망한다”는 등 검증없이 잇따라 추측성 기사를 쓰면서 ‘울릉도 몰락’이라는 프레임을 덮어씌웠다. 과연 그럴까. 실제 울릉도의 관광통계를 들여다보면 그와 정반대의 현상이 확인된다. 지난 6월 말 삼겹살 파동이 일었지만 7월 울릉도 관광객은 3만9864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 보다 16.3% 늘었다. 울릉썬플라워크루즈 운항 중단도 과거의 적자 누적이 원인이라는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다. 더욱이 울릉썬플라워크루즈는 운항을 시작한 이후 올해 가장 많은 관광객을 수송하기까지 했고, 삼겹살 파동 이후 지난 여름 성수기 두 달(7~8월) 동안의 이용객은 지난해보다 19.2%나 증가했다. 이런 수치는 한때 논란이 된 주민의 바가지요금·불친절·비곗덩어리 삼겹살과는 전혀 상관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일부 유트버들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울릉을 무차별 폭격해댔다. 마치 울릉 주민들 때문에 관광객이 줄어 들었고, 그로 인해 여객선이 경영난으로 운항을 멈춘 것 처럼 비치게 하려고 온갖 장난질을 했다. 물론 몇해 전 보다 전반적으로 관광객이 감소한 것은 있다. 하지만, 그것은 바로 ‘교통’과 ‘환경’이라는 요인으로 발생했다. 세계 최고 속력을 자랑하던 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가 기관고장으로 운항을 중단했고, 코로나19 이후 폭발한 해외여행 수요가 결정적이었다. 이런 복합요인을 무시한 채 일부 유튜버와 언론은 ‘울릉도 주민 탓’으로 몰아갔다. 울릉 주민들이 억울하다고 호소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울릉도는 지질공원 팸투어, 문화·역사 체험, 해양관광 프로그램 등으로 관광 콘텐츠를 확장하며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 와중에 ‘망했다’는 자극적 제목 하나는 그간 쌓아온 울릉군과 주민들의 노력을 송두리째 흔든다. 왜곡된 프레임의 위험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자극적 콘텐츠가 낙인효과를 키운다. 부정적 이미지가 외부에 각인되면, 다시 회복하는 데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이 든다. 관광은 신뢰 산업이다. 울릉도는 ‘망했다’가 아니라 여전히 ‘살아있다’는게 진실이다. /김두한기자 kimdh@kbmaeil.com‘

2025-09-23

선물과 뇌물의 경계, 마음속에 답이 있다

“선물을 잘 받을 줄도 알아야 한다. 다른 사람이 한 일이나 선물을 인정해 주고, 그 가치를 잘 살려 주고, 즐겨 주고, 좋아해 주는 것이다.”(최송목의 저서 ‘사장의 품격’ 중에서) 추석 명절이 다가오면서 선물 문화에 대한 고민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다. 누군가의 정성이 담긴 선물은 분명 마음을 따뜻하게 하지만, 그 경계가 흐려지는 순간 선물은 뇌물로 변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그 차이를 명확히 구분하지 못해 갈등과 불편함을 반복해 왔다. 2016년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제정은 바로 이 지점을 겨냥했다. 공직 사회와 기업을 흔들던 ‘명절 선물세트 관행’은 이제 법의 테두리 속에서 사라졌다. 한우·굴비·상품권이 오가던 시대에는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늘 불편한 마음을 감췄다. 받는 이는 ‘대가를 치러야 하나’ 하는 부담을, 주는 이는 ‘관행이니 어쩔 수 없다’는 자기합리화를 반복했다. 이때 선물은 이미 뇌물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김영란법은 선물과 뇌물 사이의 모호한 공간을 잘라냈다. 5만 원, 10만 원이라는 가액 기준은 사회적 합의의 산물이다. 이로써 주는 사람은 ‘여기까지는 괜찮다’는 확실한 선을 긋고, 받는 사람은 ‘거절하지 않아도 된다’는 명분을 얻었다. 제도의 도입은 곧 청렴 문화로 이어졌다. 이제는 선물을 받는 순간 ‘혹시 법에 저촉되지 않을까’ 하는 자기 검열이 자동으로 작동한다. 제도 시행 이후 공직사회의 풍토가 맑아졌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불필요한 의심과 눈치가 사라졌고, 선물 본래 의미가 조금은 되살아났다. 선물은 결국 받는 사람의 마음을 기쁘게 하고 관계를 따뜻하게 만드는 삶의 지혜다. 하지만 대가를 떠올리게 하고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면 그것은 뇌물이다. 선물과 뇌물의 경계가 분명해질수록, 주고받는 풍경은 덜 화려해졌지만 사회는 더 건강해지고 있다. /임창희기자 lch8601@kbmaeil.com

2025-09-22

울릉도 ‘관광객 감소=붕괴’라는 프레임을 경계한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 울릉도를 두고 “여객선도 끊겼다”, “바가지 논란 요금”, “울릉도 이러다 다 죽는다”는 식의 자극적인 제목을 내세운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제목만 보면 울릉도는 관광객이 끊겨 생존을 위협받는 지역처럼 비친다. 그러나 현장의 사정을 차분히 들여다보면 사정은 다소 다르다. 실제로 여객선 운항 문제는 심각하다. 울진 후포~울릉도를 잇던 썬플라워크루즈가 경영난으로 이달부터 멈췄고, 970명을 태울 수 있는 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도 지난 4월부터 휴항 상태다. 대신 8월 29일부터는 썬라이즈호가 투입됐다. 성수기마다 표가 없어 발길을 돌려야 했던 관광객 입장에서는 분명 불편이 크다. 울릉군의회와 울진군의회가 연석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관광객 감소도 수치상 사실이다. 2022년 46만1천여 명이던 울릉도 관광객은 2023년 40만8천여 명, 2024년에는 38만여 명으로 줄었다. 올해 1~8월 기준 26만9000여 명으로 지난해보다 6% 줄었다. 코로나19 이후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한 것이 가장 큰 배경이지만, 불친절·바가지요금 논란이 겹치며 울릉도의 이미지가 악화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삼겹살 고기질 논란, 예상의 두 배에 달한 택시비, 고가 렌터카 사례는 실제 소비자 불만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그러나 이 모든 사실들을 ‘울릉도 다 죽는다’는 프레임으로 엮어내는 건 지나치다. 6% 감소는 수치상 줄어든 것이 맞지만, 정원 970명이 타는 엘도라도호가 빠진 상황을 고려하면 오히려 선박 수송 능력에 비해 관광객이 꾸준히 유지됐다. 운항이 정상화되면 다시 회복할 가능성도 크다. 더욱이 울릉도 경제의 모든 기반이 관광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울릉도는 전국에서 고용률 1위를 10년 넘게 유지해온 섬이다. 관광업이 중요한 축임은 분명하지만, 여객선 운항 차질과 일부 바가지 논란이 곧 지역 붕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언론의 보도 태도다. 주민의 불안과 관광객의 불편을 지적하는 것과, 사실을 과장해 “울릉도 붕괴”라는 이미지로 소비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지나친 위기론은 울릉도의 신뢰를 더욱 해치고, 되레 관광객 발길을 끊게 만드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울릉도는 지금 ‘죽어가는 섬’이 아니다. 여객선 문제는 제도 개선과 준공영제 도입 같은 구조적 해법을 모색해야 할 사안이고, 관광업계는 서비스 개선과 바가지 근절로 신뢰 회복에 힘써야 한다. 언론이 해야 할 일은 “다 죽는다”는 자극적 문구를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한 합리적 대안을 비추는 것이다. 섬은 위기 속에서 더 강해진다. 울릉도가 지금 필요한 건 위기의 과장이 아니라, 냉정한 진단과 차분한 해법이다. kimdh@kbmaeil.com

2025-09-18

정부는 활주로 연장 요구하는 울릉 섬 주민들의 절규를 외면하지 말아야

울릉공항 공정률이 66%를 넘어섰다. 수십 년 꿈꿔온 하늘길이 눈앞에 다가온 셈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마냥 기뻐하지 못한다. 활주로 길이 때문이다. 울릉공항은 당초 활주로 1200m로 설계됐다. 이는 50인승 소형항공기 기준이다. 하지만 소형항공업계는 이미 80인승 기체를 주력으로 운용하고 있다. 짧은 활주로, 미래가 불안하다. 활주로 연장 없이는 이착륙 과정에서 안전사고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종단안전구역도 90m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권고 기준에 미달한다. 울릉도의 기상이 전국에서 가장 까다롭다는 것은 이미 정평나 있다. 연간 138일이 강풍에 시달리고, 안개와 돌풍은 언제든 비행기를 위협할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 활주로와 안전지대 확보를 미루는 건 ‘위험을 제도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무안 참사를 잊었는가” 울릉군민들이 지금 외치는 소리다. 2024년 무안국제공항 사고는 아직도 국민 기억 속에 생생하다. 짙은 안개 속 활주로 이탈로 아까운 179명이 목숨을 잃었다. 활주로 안전 기준을 무시한 결과가 어떤 참사로 이어지는지 우리는 이미 뼈 아프게 경험했다. 울릉공항은 그보다 더 가혹한 조건, 돌풍과 안개, 급변하는 날씨 속에 지어진다. 무안의 비극을 반복할 것인가, 아니면 지금 당장 안전의 기준을 높일 것인지는 결국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울릉공항 활주로 연장추진위원회는 지난 5일부터 전국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서명운동은 단순한 지역 이슈 아니다. 그래서인지 온라인과 국회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종교계와 정계 인사들까지 나서면서 운동은 더 이상 ‘섬 주민들의 호소’에 머물지 않는다. 국민 전체의 안전을 위한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울릉공항은 단순한 교통편의 시설이 아니다. 주민들의 생명선이자 대한민국 안보는 물론 국가 균형발전의 상징이다. 활주로 길이와 안전구역 확보 없이 개항을 서두른다면, 이 하늘길은 미래 번영의 초석이 아니라 두 번째 참사의 무대가 될지도 모른다. “안전 없는 공항은 존재 이유가 없다”이 당연한 명제를 정부와 관계기관이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는지, 그 태도가 울릉공항의 운명을 가를 것이다. 울릉 섬 주민들은 육지와 단절돼 수십 년간 불편과 고립을 감내해야 했다. 줄기차게 공항을 외쳤던 이유다. 그 결실이 목전에서 또다른 암초를 만났다. 외딴 섬 울릉 주민들에게는 활주로 연장이 생명줄일터다. 개항하면 대한민국 국토 균형발전과 영토 수호의 상징이기도 할 을릉공항. 정부는 섬 주민들이 눈물로 호소하고 절규하는 외침을 외면하지 말았으면 한다. / kimdh@kbmaeil.com

2025-09-16

보문관광단지 또 ‘장밋빛 청사진’만 남을라

경주의 보문관광단지가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새로운 50년’을 약속했지만, 지역 안팎에서는 “과거 실패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1975년 국내 최초 관광단지로 출범해 한때 전국 최고 명소였던 보문단지는 민간투자 부재와 시설 노후화로 사실상 슬럼화된 지 오래다. 이번에도 구호만 요란한 채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경북도문화관광공사는 15일 보문관광단지 10개 부지, 11개 기업과 업무협약을 맺고 2030년까지 5000억 원을 투자해 600여 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복합리조트와 관광형 증류소 등 대규모 시설이 들어서고, 지역 인재 채용·장학금 지원 같은 공공기여도 약속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계획’일 뿐 실제로 언제 얼마나 이행될지는 미지수다. 특히 이번 사업은 관광진흥법 개정으로 신설된 ‘복합시설지구’ 제도를 전국 최초 적용한 사례로 주목받는다. 그러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고 해서 투자 유치와 사업 완수가 담보되는 것은 아니다. 보문단지가 그동안 수차례 규제 완화와 개발 구상을 내놨지만, 실행력 부족으로 번번이 물거품이 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문화관광공사는 ‘2년 내 착공, 5년 내 준공’을 원칙으로 강력한 이행 목표를 내세우지만 투자기업의 의지와 자금력, 경기 여건에 따라 지연·무산될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 협약 불이행시 해제·원상복구·보증금 몰수 같은 제재를 명문화했지만, 실제로 제재가 작동할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김남일 문화관광공사 사장은 “보문관광단지의 재도약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문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냉정하다. 시민들은 “이번에도 보여주기식 발표로 끝나는 것 아니냐”, “5000억 투자라지만 실제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있을까”라는 불신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보문관광단지는 이미 국제 경쟁력을 상실한 지 오래다. 세계적 관광지와 겨루겠다는 포부를 밝히기 전에 과거 실패에 대한 냉정한 자기반성과 실질적 대책이 먼저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POST-APEC 보문 2030’ 역시 화려한 구호만 남긴 채 또 하나의 ‘헛된 약속’으로 기록될 수밖에 없다. hsh@kbmaeil.com

2025-09-15

국가연구기관, 왜 수도권에만 몰리는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연구기관의 수도권 집중 문제가 대두된 가운데 국립치의학연구원 입지 선정을 둘러싼 지역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번 입지 선정은 ‘공정한 공모’와 ‘지역 간 분산’ 원칙을 실현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2023년 기준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의 65%가 수도권에 집중됐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국립보건연구원·질병관리청 등 보건의료 R&D 핵심 기관도 충북 오송에 위치해 있다. 의학계 역시 국립중앙의료원(서울), 국립암센터(고양) 등 중앙집중형 구조가 고착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 미래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립치의학연구원 입지 선정이 지역 균형의 관점에서 이뤄져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강원권과 충청권까지 수도권으로 분류되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지방은 경상권, 전라권밖에 없다. 대구는 국내 유일의 치과 전주기 R&D 생태계를 갖춘 지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경북대 치과대학, 대구첨복단지, 케이메디허브 등이 연계돼 있으며, 치과 의료기기 수출의 30%를 차지한다. 특히 임플란트·핸드피스 등 수출 중심의 산업체가 집적돼 있어 연구개발(R&D)과 산업계의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되고 있다. 국립치의학연구원이 대구에 설립된다면 수도권 R&D 편중 해소와 더불어 비수도권 내에서도 집중도 높은 자립형 과학도시 모델의 가능성을 증명할 수 있다. 동시에 향후 국립연구기관 설립 시 공모 기반 입지 선정의 제도화, 지역 간 분산 배치 원칙의 정착이라는 선례도 만들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4월 18일 대통령 후보 시절에 대구를 찾아 “서울·수도권과의 이격 거리에 따라 가중치를 둬 지역 예산을 분배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또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대한민국의 모든 문제는 수도권 집중에서 발생한다”며 “수도권과의 거리에 비례한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는 1990년대 이후 구조적 산업 침체와 청년 인구 이탈을 겪으며 지역 내총생산(GRDP) 최하위권을 기록해왔다. 국립연구기관 유치는 단지 연구와 산업적 가치에 그치지 않고 지역의 장기적인 경제 구조 재편과 인재 정착을 위한 실질적 해법으로 작용할 수 있다. 수도권 편중의 고리를 끊지 못한다면 국립치의학연구원은 또 하나의 ‘서울 중심 기관’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이번 입지 선정은 지역 균형발전의 내용과 실질을 시험하는 기회다. 연구는 수도권에서만 이뤄져야 한다는 구시대적 관성에서 벗어날 때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09-14

인사철마다 유언비어에 흔들리는 경주시정

경주시의 인사 풍토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인사철만 되면 어김없이 반복되는 것으로, 유언비어와 투서가 난무하고, 승진 대상자를 둘러싼 뒷말이 조직을 뒤흔든다. 실제로도 공직사회의 성과와 전문성은 뒷전이고, 누가 누구와 가까운지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되어 버렸다는 세평이 파다하다. “일은 잘하지만, 업자와 유착됐다더라”, “시장 측근에 줄을 댔다더라”, “청사 내 힘 있는 세력이 따로 있다더라”라는 식의 소문이 꼬리를 물고, 확인되지 않은 투서까지 난무한다. 승진하려면 인사 전에 시장에게 의견이 전달돼야 한다는 뒷말도 무성하다. 성과보다 줄서기가 인사의 기준처럼 작동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무엇보다도 행정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더욱 문제는 이런 풍토가 단순한 잡음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정 세력이 파벌을 형성하고, 누가 요직에 오를 때마다 ‘측근 인사’라는 잡음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그 결과, 경주시 공직사회에서의 사기 추락은 눈에 비칠 정도다. 시민들도 경주시 인사가 공정성과 투명성을 상실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인지하고 있다. 인사는 조직의 가장 큰 동기부여이자 갈등의 원천이다. 그렇기에 무엇보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집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간다. 이런 무질서한 인사 관행을 비난하고 있는 시 직원들도 막상 승진때가 되면 친분과 줄서기에 나서는 모습을 볼 땐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행정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행위다. 또 공정하지 못한 인사가 남기는 것은 불신과 냉소, 그리고 행정에 대한 무력감뿐이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더 이상 이 악습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인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평가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성과와 능력을 최우선으로 하는 원칙을 세우지 못한다면 경주시정은 끝없는 유언비어와 파벌 싸움에 휘둘릴 것이며 공무원 사회의 신뢰 회복 또한 불가능할 것이다. 주 시장이 경주 수장에 오른지도 8년이 다되어 가고 있다. 그동안 인사를 둘러싸고 말썽이 생기면 그는 ‘승진하지 못한 직원의 불만"이라면서 “공정하게 인사를 한다”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지금 경주시의 돌아가는 사정을 들여다보면 과연 그런지 의문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직사회에선 인사가 만사라고 했다. 조금 어긋나서도 안되지만 많이 일탈한다면 시장의 권위가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경주시는 성과가 아닌 줄서기로 움직이는 낡은 풍토를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일은 잘하지만, 업자와 유착됐다더라", “누구 줄에 섰느냐”가 아니라 “무슨 성과를 냈느냐”로 평가받는 경주시정은 언제 가능할까. 이제는 시장이 답을 내야 할 시간이다. /황성호 기자 hsh@kbmaeil.com

2025-09-14

“물부족 포항시, 이제는 지하댐을 고민할 때다”

물은 도시의 혈관이다. 포항은 바닷가에 기대어 성장해온 대표적인 해안도시다. 철강산업으로 성장했고, 최근엔 2차전지와 수소산업 등 신산업의 중심지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도시 성장의 발목을 잡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바로 ‘물’이다. 포항은 연평균 강수량이 1100mm 안팎으로 전국 평균(약 1300mm)과 큰 차이가 없다. 문제는 지형이다. 내륙처럼 산과 계곡이 깊어 물을 가둬둘 곳이 거의 없다. 하천은 짧고, 빗물은 순식간에 바다로 흘러간다. 현재 포항은 공업용수의 80% 이상을 인근 댐 등에서 끌어다 쓴다. 연간 공업용수 사용량은 1억 4000만 톤에 달한다. 신산업단지 조성과 기업 유치로 수요는 매년 늘고 있지만, 외부 수원에 의존하는 방식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기후 변화로 극심한 가뭄과 불규칙한 강수량이 반복되면서 불안은 더 커졌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해수담수화는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초기 건설비만 수천억 원대, 생산된 물값은 기존 육상댐보다 5배 이상 비싸다. 농축염수 처리 등 환경 문제도 풀기 쉽지 않다. 결국 포항만의 물그릇이 필요하다. 그 대안이 바로 지하댐이다. 지하댐은 땅속에 흐르는 지하수를 막아 저장하는 구조다. 평소에는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어 고이게 하고, 필요할 때만 취수해 쓸 수 있다. 특히 포항처럼 하천이 짧고 해안에 인접한 도시는 빗물이 금방 바다로 흘러가 버리기 때문에, 지하에서 이를 붙잡아 두면 물부족 문제를 크게 덜 수 있다. 실제 일본 오키나와, 대만 등에서는 이미 지하댐이 가뭄 극복의 실질적 대안이 됐다. 제주도 역시 육상댐 건설이 어려운 지형적 한계를 지하댐으로 해결해 연간 800만 톤 이상을 안정적으로 확보한다.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지하댐은 육상댐 대비 건설비는 30~40% 수준이면서도 홍수와 가뭄을 함께 잡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최근 강원도 사례는 포항에 주는 교훈이 크다. 요즘 강릉시는 국가재난에 버금가는 심각한 가뭄으로 생활용수까지 부족해 시민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다. 반면 인근 속초시는 상황이 다르다. 속초시는 일찍이 지하댐을 건설해 하루 63만t 규모의 수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면서, 극심한 가뭄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여유 있게 물을 공급하고 있다. 불과 수십 킬로미터 차이지만, 지하댐을 선제적으로 준비했느냐의 차이가 도시의 운명을 가른 것이다. 포항에도 지하댐은 물부족 해소 이상의 의미가 있다. 포항 도심은 해수면과 높이 차가 거의 없는 저지대다. 우수기마다 불어난 빗물이 바다로 빠져나가지 못해 도심에 고인다. 이를 막기 위해 해마다 대형 배수펌프장을 돌려야 한다. 펌프 가동과 유지에만 연간 수십억 원이 들어간다. 그럼에도 매년 반복되는 침수 피해는 여전히 시민의 몫이다. 지하댐이 들어서면 사정이 달라진다. 강우기에 넘치는 빗물을 지하로 흡수해 임시 저류조 역할을 하고, 평소에는 저장된 지하수를 취수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도심 침수 위험과 배수펌프장 운영 비용을 줄이고, 가뭄에도 안정적인 물 공급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무엇보다 지하댐은 대규모 토지 수용이나 주민 이주가 필요 없다. 하천 하류나 평야 지하 등 여러 곳에 소규모로 나눠 지을 수 있어 현실성도 높다. 필요한 만큼 물을 저장하고, 필요할 때 뽑아 쓰는 ‘작은 물그릇’이 여러 개 만들어지는 셈이다. 물부족과 침수방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발상의 전환이다. 한 지역 물관리 전문가는 “포항은 물을 남이 가져다주는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스스로 물을 모으고 지킬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하댐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물은 도시의 생명이다. 더 이상 다른 지역에서 가져다 쓰거나 비싼 담수화 기술에만 기대서는 지속 가능한 발전이 어렵다. 기후위기 시대, 물을 지키는 일은 도시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 강릉과 속초의 대비된 현실은 포항에 던지는 경고다. 이제 포항이 ‘땅속 물그릇’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임창희 부국장

2025-09-11

성주군은 왜 이토록 ‘청렴’을 외치는가?

이달 초 성주군청의 아침 출근길은 잠시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이병환 군수를 비롯한 직원들이 출근하는 동료들에게 ‘청렴 포춘쿠키’를 나눠주며 청렴한 하루를 응원하는 캠페인을 벌인 것이다. 며칠 뒤에는 전 부서장들이 모여 ‘직장 내 갑질’과 같은 예민한 주제를 놓고 소통 간담회를 열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연초부터 계속된 ‘공직 부패행위 집중신고기간’ 운영은 이제 정례화된 모습이다. 일련의 행사들을 보며 문득 질문이 들었다. 성주군은 왜 이토록 끊임없이, 때로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청렴’을 외치는 것일까? 단순히 정부가 주관하는 청렴도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한 형식적인 노력은 아닐까? 며칠 간의 취재를 통해 내린 결론은, 성주군이 강조하는 ‘청렴’은 단순히 ‘부패하지 않는 것’을 넘어, 지역의 생존과 미래를 위한 행정철학이 그 밑바탕에 깔려 있다는 것이었다. 요약하면 첫째, 청렴이 군민의 ‘신뢰’를 얻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인구 5만이 채 되지 않는 작은 지역 공동체에서 행정에 대한 불신이 싹트는 순간, 모든 정책은 동력을 잃고 만다. 내가 낸 세금이 투명하게 쓰이고, 모든 행정 절차가 공정하게 처리될 것이라는 믿음이야말로 군민들이 지역에 애착을 갖고, 군정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사회적 자본이다. 성주군이 벌이는 청렴 캠페인들은 결국 이 신뢰의 자본을 쌓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인 셈이다. 둘째, 청렴이 가장 효율적인 ‘지역 발전’ 전략이라는 것이다. 불공정한 특혜나 불필요한 관행이 사라진 자리에는 효율성이 싹트기 마련이다. 공정한 절차는 건실한 기업 유치와 투자 촉진의 첫걸음이 되고, 투명한 예산 집행은 한정된 재원을 군민들에게 꼭 필요한 도로, 복지, 문화 시설에 집중하게 만든다. 특히 성주는 ‘참외’라는 강력한 브랜드를 갖고 있다. 청렴한 성주 행정은 대내외적으로 이 브랜드 가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보호막과도 같다. 세째, 청렴은 ‘자부심’의 원천이다. 공직자에게는 깨끗한 조직의 일원이라는 자부심을, 군민에게는 공정한 지역사회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을 심어준다. 이병환 군수가 간담회에서 “자부심이 넘치는 공직사회를 만들자”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우리 군은 깨끗하다’는 공통의 자부심은 지역 공동체를 하나로 묶는 보이지 않는 힘이다. 청렴 행정은 자치단체들이 입모아 외치는 구호다. 그러나 지키기가 쉽잖다. 유혹도 있고 과거 관성 또한 있어서다. 그러나 성주군은 이병환 군수 이후 직원들이 지겹도록 청렴을 외치고 교육하며 토론해 왔다. 이제 그 노력들이 켜켜히 쌓여 군민들이 믿음과 신뢰를 보내는 단계에까지 다다랐다. 어떻게 보면 이는 매우 소중한 성주의 자산이다. 더욱 잘 지키고 가꾸어야 한다. 그것이 성주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군민들이 청령 군 행정에 신뢰를 보내면서도 혹여 흐트러지지나 않을까, 늘 지켜보고 평가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전병휴기자 kr5835@kbmaeil.com

2025-09-10

문경관광공사 노사 갈등, 시민 눈높이에서 보라

문경관광공사의 노사 갈등이 결국 고용노동부와 경북지방노동위원회의 손에 맡겨졌다. 공공기관의 내부 문제를 지역사회 안에서 풀지 못하고 국가기관의 중재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 참담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 노조는 부당노동행위와 불공정한 인사관리, 소통 부재를 문제 삼고 있다. 사측은 징계권과 채용 권한을 앞세워 맞서고 있다. 하지만 정작 시민들이 느끼는 것은 관광공사의 본분을 잊은 듯한 소모적 대립뿐이다. ‘누워서 침 뱉기’라는 속담처럼, 결국 서로에게 상처를 내는 싸움이 자신들에게도 해가 되고 있음을 왜 모르는가. 더 큰 문제는 이 갈등을 지켜본 문경시와 시의회의 태도다. 공공기관을 감독하고 지도해야 할 책무가 있음에도 적극적인 중재는 보이지 않았다. ‘시민의 기관’을 표방한 공사가 시민의 눈 밖으로 나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는 말은 지금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물론 책임은 한쪽에만 있지 않다. 사측은 강압적 조치로 문제를 덮으려 해서는 안 되고, 노조 역시 모든 갈등을 법적 투쟁으로만 끌고 가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렇게 서로를 파고드는 싸움을 계속하다 보면, 결국 ‘자승자박(自繩自縛)’, 스스로의 올가미에 발이 묶이는 꼴이 된다. 문경관광공사의 갈등은 단순한 노사 문제를 넘어 문경시 공공기관 운영의 투명성과 리더십을 시험하는 무대가 됐다. 본래 공공기관의 목적은 시민을 위한 봉사와 관광산업의 발전이다. 이제는 양측 모두 ‘화이부동(和而不同)’, 조화 속의 차이를 인정하는 태도로 대화와 협력에 나설 때다. 시민은 더 이상 노사 갈등의 구경꾼이 아니다. 시민의 눈높이에서, 시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답을 내놓아야 할 시간이다. /고성환기자 hihero2025@kbmaeil.com

2025-09-09

영덕군산림조합, 눈앞의 부패-사라진 책임

영덕군산림조합은 더 이상 ‘협동’이나 ‘상생’의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다. 내홍과 비리가 신문지면을 채우는 일이 일상화했다. 직원들은 허위 서류를 만들어 인건비와 장비비를 빼돌리고, 해외여행과 접대성 지출을 반복했다. 눈앞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책임지는 이는 없다. 회식 자리 마다 여성 도우미를 부르고 조합 예산을 낭비하는 사례도 반복됐다. 송이 공판 감량률 조작, 직원 출장비 절반 상납, 동일인 한도대출 부정 의혹까지 겹치면서 조합은 스스로 ‘비리 온상’이라는 불명예를 쌓아 올렸다. 최근 드러난 행태는 더욱 뻔뻔하다. 업무추진비와 사업비를 활용해 관공서 직원을 접대하고, 송이를 선물하며 술잔을 돌렸다. 관공서와 조합, 그 뒤에는 사실상 카르텔이 존재한다는 정황이 이어진다. 뇌물과 유착의 그림자가 지역사회 전체를 뒤덮고 있다. 이러한 행태는 단순한 조직 내부 문제를 넘어 지역 사회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관계 당국은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산림청과 중앙회 감사, 경찰 수사가 이어지고 있지만 고발과 인지 사건은 깜깜이 처리된다. 공직자윤리법과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은 사실상 묵살되고 있으며, 감사는 수박 겉핥기식이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반복되는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말은 이미 허울 뿐이다. 조합 내부 문제와 함께 관계기관의 무책임이 맞물리면서 지역사회에는 냉소가 번졌다. 대의원회와 조합은 싸움터가 되었고, 조합원들의 복리와는 무관하게 조직은 흔들리고 있다. 주민과 조합원들은 “신뢰할 수 없는 조직”이라며 우려를 감추지 못한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내부 비리가 아니라 조합과 관공서, 그리고 일부 관계기관이 얽힌 구조적 문제임을 보여준다. 조합원들은 예산과 인력 운용이 투명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으며, 일부 조합원은 “이대로라면 조합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제 더 이상 기다릴 시간이 없다. 신뢰 회복을 위해선 철저한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개혁만이 답이다. 감사 시스템 강화, 예산 집행 투명화, 외부 감시기구 설치 등 구체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영덕군산림조합을 지켜보는 지역사회와 조합원들의 시선은 이미 날카롭다. ‘법과 원칙’이 다시 살아나길 바라는 기대는 결코 작지 않다. /박윤식기자 newsyd@kbmaeil.com

2025-08-31

‘갈이천정’ 포항시, ‘반면교사’ 보여주길

최근 영일대해수욕장 백사장에서 퇴역 경주마가 소음에 놀라 산책하던 60대 남성을 밟아 크게 다치게 한 사고가 있었다. 피해자는 종아리와 어깨 골절상을 입어 큰 수술을 받아야 했다. 재수술도 했다. 순식간에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는 신세가 된 피해자는 사고 전 건강했던 순간으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고 호소했다. 평생 후유증을 달고 살 수 있다는 의료진의 조언에 우울감이 심해져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있다고 한다. 사고의 근본 원인은 뭘까. 일단은 포항시 조례의 부실을 들 수 있다. 해수욕장의 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는 말의 백사장 출입을 금지하고 있으나 포항시는 조례에서 이 부분을 빠뜨렸다. 말이 사람을 다치게 했다는 가십거리의 기사 대신에 이번에 법과 제도를 깊이 살펴보고 취재한 이유이기도 하다. 조례에 분명한 기준이 없다보니 포항시 공무원들 또한 사고 책임 소재를 두고 ‘핑퐁 게임’을 벌여 볼썽사나웠다. 시 해양산업과장은 “해수욕장 내에 말 출입은 제한된다”라고 한 뒤 연락이 끊겼고, 담당자는 “조례상 말 출입 금지 조항이 없기 때문에 해수욕장 내 말 출입은 가능하다”는 답변을 내놨다. 해양수산국장은 “관련 법과 조례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나마 혼란은 장상길 부시장이 정리, 잠재워졌다. 포항시 조례에 말 출입 금지 조항이 빠져 있음을 질타하고 조례 개정을 통해 말 출입을 금지하는 조항을 넣으라고 담당과에 지시한 것. 영일대 도로에 말을 탄 모습이 목격된지는 꽤 오래됐다. 처음엔 신기한 모습이었지만 이내 위협으로 다가왔다. 특히 말이 소음에 놀라 육중한 몸을 흔들 때는 시민들이 혼비백산하는 광경도 자주 보였다. 언젠가 무슨 사달이 날 것 같은 생각은 그때부터 들었다. 이번 사고가 없었다면 말은 여전히 해수욕장 내를 걸었을 것이다. 자칫하면 더 큰 사고로 이어졌을 수도 있다. 그저 아찔할 뿐이다. 갈이천정(渴而穿井)이란 말이 있다. ‘목이 말라야 우물을 판다’는 것인데 시는 이번에 사고가 나자 조례 개정 등 여러 대책을 서둘러 내놨다. 여러 필의 말이 줄지어 해수욕장을 걷는 것을 보고 시나 시의회의 누군가가 ‘저러다가 사고가 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왜 못했을까. 또 시민들은 그동안 왜 민원을 제기하지않았을까. 그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본지 보도 이후 영덕군과 울진군이 백사장에 말 출입을 금지하는 조례 개정에 나섰다는 것은 참 다행이다. 이미 조례에 해수욕장 백사장 말 출입 금지를 담은 경주시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백사장내 말 사고는 이미 벌어진 것이다. 반면교사 삼아서 앞으론 사소한 사고라도 더 이상 반복되지 않았으면 한다. 포항시에 보내는 말이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2025-08-25

‘울릉도 물놀이장 사망사고,과연 담당공무원 혼자 책임일까’…파면까지 이른 법원선고를 보고 느낀 소회

울릉도 현포리 심층수 어린이 물놀이장 초등학교 6학년생 사망사고와 관련 법원이 2년 만에 울릉군청 담당 팀장에게 파면에 해당하는 판결을 내렸다.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울릉군 공무원 4명 중 담당팀장에게 금고 1년·집행유예 2년을, 나머지 3명은 각각 1000만~1500만 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팀장은 파면에 해당하는 판결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준공 이후 시설 관리 책임은 공무원에게 더 크다.”라며 공무원들의 관리 소홀을 지적했다. 법원은 이번에 관리책임을 사실상 울릉군 차원의 구조적 문제보다, 말단공무원에게만 가혹한 형사적 책임을 물었다. 전체적으로 안전 부재라는 근본적인 원인보다 일면 희생양을 만든 느낌이 든다. 더욱이 법원이 “전문지식이 없는 공무원이 우연히 담당이 됐을 뿐”이라며 공무원 개개인의 전문성 부족과 행정 현실을 인정했으면서도 판결은 책임을 조직적 차원이 아닌 개인에게만 집중시켰다. 수심이 37cm인 영유아 급 물놀이 시설은 지난 2015년 아기 낳기 좋은 울릉도, 인구 증가 정책으로 만든 것으로, 사고 전까지만 하더라도 8년째 아무런 사고 없이 잘 운영됐다. 워낙 수심이 얇은 부분과 영유아시설이다 보니 보호자가 동반해 별 사고 없이 넘어왔던 것이다. 하지만, 지난 2023년 육지에 여행 온 초등학생이 취수구에 팔꿈치가 빨려 들어가 사망하는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 문제가 커졌다. 풀장 및 대중목욕탕을 관리하는 법령인 공중위생관리법에는 사업자에 대한 안전 책임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순환배수구 등에 대한 관리 지침은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2006년 배수구 안전망 설치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보건복지부에 건의했지만, 현재까지 반영된 것이 없을 정도로 관심 밖 영역이다. 이런 가운데 공무원이 관리 소홀로 파면에 해당하는 처벌을 받았다. 물론 담당 공무원은 만에 하나 일어날지도 모를 사고에 대비해야하고 꼼꼼히 챙겨야 함은 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번 사고를 단순히 개인의 관리 소홀로만 볼 것이냐는 부분에 들어가면 논란이 뒤따른다. 실제, 시설 준공 당시부터 취수구 안전망 미설치가 꾸준히 지적됐음에도, 군청 차원의 개선 조치는 없었다. 안전 관리 예산과 인력 부족 역시 장기간 이어진 고질적 문제였던 것이다. 그런데 사고 당시 팀장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오랜 직장, 생업과 관련된 직장에서 그는 파면됐다. 한켠에서 다소 가혹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울릉도에는 성인용 등 해수풀장이 5곳 있다. 이곳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한다면 담당 팀장이 모두 책임을 져야 할까? 그렇다면 아무도 팀장으로 나가지 않을 것이다. 회피 근무는 팀원도 마찬가지일 터. 관리인이 없을 경우 풀장 등은 당장 폐쇄가 불가피하다. 설령 발령받든다해도 적극적인 행정을 펼칠 수다 없게 된다. 때문에 이번 판결을 두고 도의적 책임은 물을 수 있는지만 파면까지 책임을 지운 것은 가혹하다는 것이 군민들 시각이다. 이 사안은 어쩌면 당초 설계하고 시공한 책임자에게 더 책임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또 안전장치 개선은커녕 그대로 방치한 울릉군 행정에 무거운 책임이 있다. 그간 이곳 팀장을 거쳐간 10명은 이번 판결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자칫했다면 그들 중 한명이 파면의 당사자가 됐을 수도 있다. 어떤식으로든지 사망사고 같은 후진적 사건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책임 부분으로 들어가면 상황은 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목이 날아간 팀장은 다소 억울할 수도 있었겠구나 하는 것이 저간의 여론이다. 이번 판결은 울릉군 전체에 만연한 안전과 제도적 안전 관리 시스템 부재는 뒤로하고 말단 공무원에게 모든 책임을 물었다. 안전 불감증의 구조적 문제를 개인에게 뒤집어 쉬운 꼴인 것이다. 울릉군이 적극적으로 나서 담당 공무원을 구제하고 안전에 대한 구조적 문제를 바로 잡아야 한다. 그래야, 공무원이 주민을 위해 사명감으로 적극적인 행정을 펼칠 수 있다.  /김두한 기자 kimdh@kbmaeil.com

2025-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