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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정치현수막, 시청은 왜 방치하는가”

임창희 기자
등록일 2025-09-29 17:02 게재일 2025-09-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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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희 선임기자

포항 시내 곳곳을 뒤덮은 정치현수막 문제가 언론을 통해 공론화하면서 시민 반응이 뜨겁다. 단순한 불편을 넘어선 분노의 목소리가 나온다. 시민들은 “시청은 뭘 하고 있었느냐”, “시장출마 예정자만을 위한 도시냐, 시민을 위한 도시냐”는 쓴소리가 이어졌다. 이는 행정의 무기력과 제도의 허점에 관한 집단적 항의표시이기도 하다.

현행법은 정당이나 국회의원 등 일부에만 도로변 현수막 설치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내년 시장 출마를 준비하는 이들이 거리 곳곳에 무더기 현수막을 내걸었음에도 초기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한 시민은 “시청이 눈감아준 것이 아니라면 도저히 설명할 길이 없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작은 홍보물 하나를 걸기 위해서도 까다로운 검인을 받아야 하는 일반시민과 달리 시장출마 예정자들만은 예외 처럼 거리 곳곳을 점령했기 때문이다. “시장출마 예정자에게는 열린 하늘이고, 시민에게는 좁은 문”이라는 표현은 이런 불평등을 겨냥한다.

현수막 설치 과정에서의 무질서와 안전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현수막 위치 선점을 둘러싸고 현수막 업자간 경쟁이 도를 넘었다. 소위 ‘목이 좋은 곳’은 4단 내지 5단으로 현수막을 겹겹이내걸어 보행자와 운전자의 시야를 완전히 가렸고, 교통사고 위험을 높였다. 

포항시와 일선 행정복지센터가 뒤늦게 현수막 철거에 나섰지만, 현수막 업자와 현수막 설치를 주문한 사람들로부터 항의를 받는 볼썽사나운 일도 빚어졌다. 

실제 북구 흥해읍 남송리교차로 등 6개소에서는 읍사무소 직원들이 출동해 장애 현수막을 철거하거나 옮기는 과정에서 현수막 업자와 현수막을 내건 사람들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다.

현수막 철거 과정도 녹록지 않다. 설치업체는 아예 높이 5m가 넘는 곳에 현수막을 걸어놓고 나몰라라 떠나버린다. 일선 행정복지센터 공무원들 위험을 무릅쓰고 사다리를 타거나 장비를 동원해 철거·수거를 반복한다. ‘설치는 업자가, 책임은 공무원이’라는 기형적 구조가 되풀이되는 셈이다. 

이같은 여러가지 문제에도 불구하고 시청은 여전히 미온적이다. 일부에서는 “시청이 차기 선거를 의식해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결국 행정이 불법을 방치하면 시민은 합법을 지킬 이유를 잃는다.

시민들의 요구는 단순하다. 대대적인 단속과 함께 ‘시장출마 예정자의 이름값’이 아닌 시민 우선의 거리 풍경을 만드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강력한 행정 의지와 공정한 법 집행이다. 

임창희 선임기자 lch8601@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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