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울릉공항, 1200m 활주로에 묶인 ‘안전과 수익성의 딜레마’...감사원, 울릉도 주민요구 객관적 증명

김두한 기자
등록일 2025-09-25 17:06 게재일 2025-09-26
스크랩버튼
김두한 경북부 국장

울릉도 주민들의 오랜 숙원사업인 울릉공항 건설이 속도를 내고 있다. 2027년 완공, 2028년 상반기 개항을 목표로 현재 공정률은 70%에 육박하고 있다. 그러나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차갑다. 

“여객수요 과다 산정, 활주로 길이 안전 취약, 관리·감독 부실”  세 가지 키워드로 울릉공항 건설사업이 도마에 올렸다. 국토교통부는 울릉공항의 향후 수요를 GDP 성장률을 기준으로 수요가 일정 비율로 증가한다고 가정했다. 

이에 따라 2040년 울릉공항 여객수요를 111만 명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해양수산부는 과거 해운 여객 추세를 반영, 101만명으로 보다 보수적인 예측을 내놨다.   국토부 수요가 10만 명 과다하게 산정된 셈이다.

 여객수요는 공항 건설의 근거이자 명분이다. 이 숫자가 왜곡될 경우, 수천억 원의 예산이 허공으로 흩어질 위험이 있다. 이번 감사원 지적은 국토부의 수요 산정 방식이 얼마나 허술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더 심각한 문제는 활주로 길이다. 울릉공항은 당초 50석급 항공기(2C 등급)를 기준으로 설계돼 활주로가 1200m이지만 단거리 항공기 단종 추세와 소형항공운송사업자 수익성을 이유로, 2023년 울릉공항 등급을 80석 급 항공기가 취항 가능한 3C로 상향했다.

하지만 활주로 길이는 그대로 였다. 설계 항공기 두 기종의 최소 이륙거리는 각각 1289m와 1615m. 이미 활주로 길이를 초과한다. 부산항공청은 이 문제를 ‘승객 수와 화물량 제한’으로 보완했다. 

하지만 제한 기준 산정 과정에서 구형 모델의 운항중량(1만2800㎏)을 적용해 실제보다 700㎏ 가볍게 잡았다.  그 결과 이륙 가능 승객 수가 최대 7명이나 과다 산정됐다.  

더 심각한 건 우천 시 상황이다. 미국 연방항공청(FAA) 기준에 따르면 활주로가 젖어 있으면 착륙거리는 15% 늘어난다. 설계 항공기 중 한 기종은 승객이 한 명도 타지 않은 상태에서도 착륙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이 민간 조종사 20명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70%가 “현 활주로 길이에서 운항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고, 95%는 “안전을 위해 활주로 연장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전문가의 경고를 외면한 채 ‘1200m 고수’라는 편의적 선택을 한 국토부의 책임이 무겁다.

 소형항공기가 울릉공항에 취항하려면 최소 72명의 승객을 태워야 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안전 확보를 위해 탑승 인원이 줄면 항공사는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감사원 조사에서 소형항공사 전문경영인 3명 모두가 “72명 이하라면 수익성이 없다”고 답했다. 

 수익성 없는 공항은 곧 유휴시설로 전락한다.  울릉공항은 단순한 SOC 사업이 아니다. 주민의 이동권 보장, 관광산업 육성, 안보, 그리고 독도와 맞닿은 전략적 상징성까지 지니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진행 방식은 불안하다.

주민들은 이미 활주로 연장 추진위원회를 꾸려 범국민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감사원의 지적은 주민들의 우려를 객관적으로 확인해준 셈이다.  이제 남은 건 국토부와 정부의 결단이다. 

울릉공항이 진정으로 ‘안전한 하늘길’이 되려면, 활주로 연장과 수요 재 산정이라는 근본적 처방이 더는 미뤄져서는 안 된다.

/김두한기자 kimdh@kbmaeil.com

기자수첩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