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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음수사원(飮水思源)

6세기 중국 남북조시대 `유신`은 망한 조국 양나라를 생각하며 “과일을 먹을 때 그 나무를 생각하고, 물을 마실 때 그 우물 판 사람을 생각한다”란 시를 지었다. 후세인들이 남의 은공을 기릴 때 잘 인용하는 귀절이다. 이번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때 시진핑 주석이 이 말을 꺼냈다. 항저우는 김구 임시정부가 1932년부터 1935년까지 3년 반 피신했던 곳이고, 당시 국민당 장개석 총통은 거처를 마련해주었다. 1930년대에는 이봉창·윤봉길 의사의 폭탄 저항이 이어졌다. 윤 의사가 상하이 홍구공원에서 열린 `일본 전승 기념식 `때 도시락에 숨긴 폭탄을 던져 일본 군부 요인 수십명을 사상케한 의거 이후 일본은 본격적인 독립운동 탄압에 들어갔고, 우리 임시정부는 상해를 떠나 중국 내륙지방을 떠돌게 된다. 당시 장개석 총통은 “중국인 100만명도 못 한 일을 조선 청년 한 명이 해냈다” 칭송했고, 이 말에 일본이 발끈했다.이번 `사드 배치`를 두고 “한국이 미국과 더 가까우냐, 중국과 더 가까우냐” 물으면서 `항주의 은공`을 생각하라는 시 주석의 의중이 들어 있다.당시는 모택동의 중공(中共)시대가 아니고 국민당 장개석 시절이다. 공산당이 아닌 `손문의 3민주의`를 채택한 `민주주의 중국`이었다는 말이다.“중공이었다면 우리 임시정부를 그렇게 보호해 주었겠는가” 묻고 싶은 대목이다. 또 한국과 중국의 역사를 따진다면, 은공보다 굴욕이 훨씬 많았다.신라 삼국통일 때는 중국이 아예 한반도를 먹어치울 생각을 하다가 문무대왕에 쫓겨갔고, 임진왜란 때는 명나라 군대가 원군으로 와서 온갖 행패를 다 부렸다. 심지어 영의정 서애 유성룡 총사령관의 뺨을 치기도 했다. 병자호란 때는 `삼전도의 치욕`을 겪었다. `약소국의 서러움`을 처절하게 안겨준 중국이다.미국은 우리에게 `도움`을 주었지만, 실수를 한 적도 있다. 그러나 역사를 따져 미국과 중국을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조선`은 `속국의 비애`를 지겹도록 겪었지만`한국`은 이제 `신하의 나라`가 아니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9-08

벌초 단상(斷想)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명절의 최대 묘미는 회귀(回歸)이다. 명절은 마치 강의 발원지 같다. 그 강의 이름은 삶! 사람들은 삶의 발원지에서 태어나 그 물줄기를 따라 흐르면서 산다. 삶의 강은 결코 평탄치 않다. 하지만 사람들은 상황에 대처하는 법을 안다. 폭포를 만나면 폭포의 언어로, 여울목을 만나면 또 그 언어로 산다. 그러다 어느 시간이 되면 거슬러 오른다. 거슬러 오르는 것들은 회귀하면서 힘을 얻는다. 강의 유전자가 흐르는 사람들 또한 회귀 본능이 있다. 그 본능을 깨우는 것이 명절이다.명절을 앞둔 주말이면 뉴스들은 한결같이 벌초 행렬로 정체된 고속도로에 대해 보도한다. 최악의 경제난이라는 불황의 터널을 통과하고 있는 올해라고 예외는 아니다. 필자는 그 정체 행렬을 산에서 만났다. 매년 벌초를 위해 다니는 길이지만, 올해는 차들이 유난히 많았다. 비록 국회는 그 수장부터 자신들의 본분을 망각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아무리 살기가 힘들어도 자신들의 할 일은 한다. 삶의 강을 거슬러 온 성묘객들, 그들이야 말로 이 나라의 진정한 대표들이다.벌초 날 아침 초등학교 3학년 나경이와 고향으로 갔다. 흥이 많은 아이는 이야기를 재밌게 한다. 또 말하기를 좋아한다. 그런 아이이지만 필자는 바쁘다는 이유로 아이의 말을 많이 들어주지 못한다. 그래서 나경이는 필자와의 이야기 시간이 허락되면 조금도 쉬지 않고 말한다. 이야깃거리도 다양하다. 필자는 아이의 이야기에서 글의 소재를 많이 얻는다.차 안에서 담임선생님 이야기를 한다. 담임선생님이 나이가 북한의 대표와 같다고 운을 띄운 나경이는 수업 시간에 반 친구가 북한 대표에게 쓴 엽서이야기를 한다. “아빠, 그 친구가 북한 대표에게 뭐라고 썼는지 알아?” 잠시 침묵이 흐르고 아이가 말한다. “북한 대표님, 이제 미사일 그만 좀 보내주시면 안 돼요.” 정확하게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필자에겐 충격이었다. 그러고는 뭔가 골똘히 생각한다. 더 물어보고 싶었지만, 아이의 생각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라디오에서 국회의장 발언과 관련한 뉴스가 나왔다. 아이가 들을까봐 얼른 꺼버렸다.벌초를 하는 내내 아이가 말한 엽서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그 엽서가 북한 대표뿐만 아니라 중국 등 세계 모든 나라에 꼭 전달되기를 기원했다. 설령 그것이 어렵다면 이 나라 국회에라도 꼭 전달되어 되어 더 이상 우리끼리 싸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간절히 했다. 그런데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우리만 빼고 세상 모든 사람들은 다 안다. 왜냐하면 세상 사람들은 신계급주의 사회인 이 나라엔 1%와 99%가 나눠져 있으며, 1%들은 99%를 같은 부류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일 년에 한 번 다니는 길이어서 그런지 산소로 가는 길은 덤불로 우거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혼돈에 빠진 이 나라 국회와 너무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차이점이 있었다. 가장 큰 차이점은 덤불이야 거둬내면 되지만, 이 나라 국회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고조할머니 묘소를 벌초하고 가파른 산을 내려오는데 동생이 한마디 툭 던진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벌초는 누가 하지?” 그 말에 봉분 가운데 굵은 참나무가 자란 무연고 묘가 눈에 어른거렸다. 이래저래 심란한 필자에게 나경이가 묻는다. “아빠,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 같아라가 무슨 말이야?”어떻게 설명해 주어야 할지 난감했다. 고민 끝에 말했다. “그건 없어진 옛날 말이야.”

2016-09-08

성인(聖人)과 교황

후세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성인, 시성, 악성으로 불러주는 `역사적 성인`도 있고, 심사를 거쳐 복자·성자 지위를 부여하는 `제도적 성인`도 있다. 교황청은 4일 테레사 수녀의 시성식을 거행했다. 순교자들은 `성인 절차`가 비교적 간단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수백년의 심사를 거치기도 한다. 테레사 수녀는 순교자가 아니지만 선종 후 19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예외적인 고속 성인 추대다.성인이 되려면 `2가지 이상의 기적`이 있어야 한다. 테레사 수녀의 경우, 한 인도 여성이 그녀에게 기도해 위암을 고쳤고, 한 브라질 남성은 뇌종양을 고쳤는데, 교황은 이를 기적으로 인정했다. 테레사 수녀는 노벨평화상을 받았고, 인도에 `사랑의 선교회`를 세워 극빈자 고아 등 사회적 약자를 돌봤는데, 이 선교회는 현재 130여개 국으로 확산됐다. 2개의 기적과 봉사일생이 그녀를 성인반열에 올렸다.가톨릭의 성인추대 절차는 엄청 까다롭다. 교황청은 `신앙 촉구관`이란 조직을 운영해오고 있다. 이들은 성인 후보자의 결점을 찾아내는 임무를 맡는다. 후에 잘못이 드러나 “성인 추대 잘못했다”란 비난을 듣지 않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약점만 들춰내는 일을 한다 해서 `악마의 변호인`이란 오명까지 듣지만, 이들은 수십년 수백년이 걸리더라도 조사를 계속하고, `조금의 의심`만 있어도 제동을 건다. 테레사 수녀에 대해서는 `의심 사항`이 없어서 `무사통과`시켰다.성인 한 명을 추존하는데 드는 비용이 75만 유로(약 10억원) 정도라 한다. 요한 바오로2세가 교황이었던 지난 30여 년간 교황청은 1천338명의 복자와 482명의 성인을 추존했으니, 얼핏 봐도 조 단위의 돈이 교황청에 유입됐는데, 그에 대한 근거 서류가 없다. 교황청의 재산관리에 대한 일은 베일에 싸여 있고, 심지어 바티칸은행이 마피아의 돈세탁에 연루됐다는 뉴스까지 나왔다. 프란치스코 현 교황은 지금 외로운 투쟁을 벌이고 있다. 교황청 비리를 다 파헤치겠다고 선언했다. 교황은 지금 기적 하나를 만들고 있는 것인가./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9-07

노인이 세상을 구하다

“한 손에 막대 잡고 한 손에 가시 쥐고/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렸더니/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고려 말의 문인 우탁의 시조.사람들이 다 늙음을 싫어하지만, 조선시대에는 정부가 경로효친 사상을 고취했다. `기로연`을 열어 노인을 위한 잔치를 베풀었고, 나이가 높을 수록 더 극진한 예우를 받았다. `늙은말의 지혜`라는 고사도 있지만, “늙을 노()라 쓰고 어질 인(仁)으로 읽는다”했고, 노인은 `인생경험의 보물창고`라는 인식도 있었다.로마시대에는 늙은 얼굴(顔)을 숭배하는 풍조가 있었다. “늙은 얼굴이야 말로 오랜 경륜과 지혜의 상징”이라고 생각했다. 대머리에 주름투성이, 양 볼이 푹 꺼지고, 눈꼬리가 쳐져내리고, 눈밑에 주머니가 큼직하게 달리고, 이마에 깊은 주름이 잡힌 얼굴을 가진 조각상이 많이 만들어졌고, 노인이 세상을 떠나면 그 얼굴을 밀랍이나 석고로 본을 떠서 보관하는 가문이 많았다. 그 `데드 마스크`들을 모아서 초상이 났을때 전시를 했다. “우리 가문이 이 정도 된다”는 것을 남들에 자랑하고, 후손들에게는 “위대한 조상을 욕되게 할 짓을 하지 말라” 훈계로 삼았다. 로마시대에는`원로원`이 존경받았고, 이슬람에서도`원로회의`가 입법·행정·사법권을 쥔 최고 통치기구로 존속한다.2050년도까지 매우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는 나라가 한국, 일본, 홍콩 등이라 한다. 3명 중 1명이 노인이 되는 시대다. 경제전문가들은 그때문에 경제활력이 떨어지고 저성장이 고착화 될 것이라 한다. 그런데 미국 밀켄 경제연구소가 `고령화가 위기인가, 기회인가`란 책을 펴냈다. 고령화가 불가피하다면, 노인을 어떻게 구할 것인가를 이야기하지 말고, 노인이 세상을 어떻게 구할 것인가를 연구하자는 것이다. 워런 버핏은 87세에 전설적 투자가가 됐고, 코피 아난 전 유엔사무총장은 70대에 `탁월한 국제분쟁 해결사`가 됐다. 영화 `인턴`은 70대가 30대를 도와 회사를 성공시킨 이야기다. 노인 인력 활용이 고령화시대의 과제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9-06

“생긴대로 노네”

경주시 안강에는 신라 42대 흥덕왕릉이 있다. 왕비가 일찍 죽자 재혼하지 않고 궁녀 하나 건드리지 않았다. “나 죽거든 왕비무덤에 묻어달라” 유언해서 `왕·왕비 합장` 왕릉이 됐다. 38대 원성왕의 손자가 흥덕왕인데, 두 왕릉의 공통점은 `아라비아 무인상`을 세웠다는 점이다. 아랍 무장을 근위병으로 채용할 정도로 두 임금은 국제교류에 힘썼다는 뜻이다. 그런데 필자는 수년전 흥덕왕릉을 답사갔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소똥냄새가 진동하는 것이었다. 왕릉 앞마을이 `젖소 단지`였다. 집집 마다 소를 키우는 것같았다. “볏짚이나 쌀겨 같은 것을 뿌리면 미생물이 작용해서 냄새를 잡을 것인데, 왜 왕릉을 소똥냄새로 뒤덮이게 방치하나” 싶어 종일 언짢았다. 지금에 와서 말이지만, “국회의원 전원주택 하나만 이 동네에 있어도 왕릉을 저렇게 내버려두지는 않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농촌은 수시로 퇴비냄새와 농약냄새에 뒤덮인다. 농민들은 그 냄새에 이미 만성이 되어서 아무렇지 않게 살아간다. 그런데 전원주택을 농가 주변에 지어 이사 와 사는 국회의원 한 사람이 그 냄새가 싫다며 민원을 제기했다.세종시 전동면 농가 근처에 집을 가진 이해찬 국회의원은 과수원에 뿌린 퇴비냄새가 지독하다며 세종시에 항의전화를 했고, 농민은 땅을 갈아엎어 퇴비를 묻었지만 이 의원은 행정부시장에게 또 전화를 했고, 관리들이 현장에 와서 `지도`를 하는 통에 농민은 묻었던 퇴비를 되 긁어모아 다른데로 옮겼다. 남의 농사를 아주 망칠 작정을 한 것이다. 이 의원과 이춘희 세종시장은 노무현 정권 시절 국무총리와 행정복합도시건설청장을 지내면서 세종시를 조성했다. 그래놓고 지금 농민을 못살게 군다.일반백성이 `농가 냄새 민원`을 제기하면 흙으로 덮거나 미생물을 뿌려 저감시키는 방법으로 처리한다. 그런데 `국회의원이 제기한 민원`에는 `퇴비 수거`로 해결하는 전례가 새로 만들어졌다. “세종시민들이 참 잘난 의원 뽑았구나” “의뭉하게 생겼더니 꼭 생긴대로 노는구나” 그런 소리 들어도 싸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9-05

훈수꾼의 책임

17세기 숙종조를 살았던 김천택. 그는 중인 출신이어서 생애의 대부분을 누항(巷)에서 보냈지만 시조집 `청구영언`을 편찬함으로써 그 이름을 역사에 새겼다. 그는 시조시인이며 가객(歌客)이었고 사람들의 입에 영구히 오르내릴 시조 한 편을 남겼다. “잘 가노라 닷지 말고 못 가노라 쉬지마라/부디 긋지 말고 촌음을 아껴쓰라/가다가 중시곧하면 아니 감만 못하리라” `작심3일`의 변덕스러움을 경계하며 한 번 시작했으면 끝장을 보라는 훈계이다.훈수꾼이란 것이 있다. “뺨따귀 맞아 가며 훈수한다”는 말도 있지만 사람에게는 `훈수DNA`가 있는 모양이다. 훈수꾼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 “아니면 말고”식이어서 바둑에 져도 책임이 돌아오지 않는다. 경주 왕경 발굴 복원 정비사업을 놓고 지금 훈수꾼들이 한 마디씩 쏟아낸다. 사공이 너무 많아 배가 산으로 올라갈 지경이다. “너무 급하게 졸속으로 하고 있으니 지금이라도 중지하라”고 충고한다. `가다가 중지 곧하라`는 것이다. 그 말대로 지금 중지했다가는 “애당초 계획성 없이 국책사업을 시작해서 예산만 낭비했다”는 `비난`을 또 쏟아낼 사람들이다.신라문화권, 백제문화권, 고구려문화권, 가야문화권은 제각각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경주시 산하에 있는 신라문화유산연구원이나 재단법인 계림문화재연구원은 오랜 경륜을 쌓은 `신라문화 전문기관`이다. 이들이 신라왕경 사업을 맡는 것은 당연한데, 비난꾼들은 “콘트롤타워가 없다”고 한다. `문화재 행정의 지방자치`에 대한 개념이 없는 탓이다.문화재 발굴 복원사업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찔끔예산에 찔끔진행`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경주왕경 복원은 `집중예산 집중진행`방식이다. 박근혜정부가 아니면 어떤 정권도 이렇게 하지 못한다. 백년하청, 일본이 그런식으로 하니 우리도 그렇게 하자고 하는데 법에 의해 세워진 예산 모두 반납하고, `하다가 중지 곧하자`는 말인가. 자문위원들 중에 `세계유산` 관련 전문가가 많이 포진돼 있으니, `등재 취소 우려`는 붙잡아 매두는 것이 좋겠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9-02

미얀마를 돕자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뤄낸 `미얀마의 봄`이 태동하고 미국과 중국이 서로 “나하고 놀자” 러브콜을 보내는데 이게 무슨 얄궂은 재앙인가. 지난 24일 규모 6.8의 강진이 덮쳤다. 미얀마는 불교유적이 많고 특히 바간시는 전형적인 고도(古都)인데 하필이면 지진이 바간에 집중 포화를 퍼부었다. 고운 최치원 선생은 고향 서라벌에 대해 “사찰은 기러기처럼 많고 탑은 하늘의 별처럼 많은 곳”이라 했는데 미얀마의 바간이 바로 그런 곳이다. 경주와 바간은 비슷한 점이 많다. 신라가 삼한일통을 이뤄 통일신라가 된 것같이 바간왕조는 1044년 미얀마 최초로 통일을 이뤄 수도 이름을 바간으로 했다. 통일신라시대에도 큰 지진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바간도 이번에 처참한 지진피해를 입었다. 대표적 유적 `아난다 사원`이 무너진 것이 제일 뼈아픈 손실이다. 아난존자는 석가모니의 사촌동생으로 25년간 시자 노릇을 했다. 그는 `500 나한` 속에 끼기를 거부하고 남의 뒷바라지나 하는 `서반트 정신`을 발휘했기에 왕은 이를 기려 사원의 이름에 올려주었다.수치정권은 바간시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려 애썼다. 군사정권은 애당초 `문화의식`이 없었고 유네스코도 군사정권을 도외시했으므로 `등재`에 관심도 없었지만 수치 여사는 “바간이야 말로 세계유산이 될 자격이 충분한데, 너무 늦었다” 탄식하고 등재준비를 해왔다. 그런데 그 바간이 무너져 폐허가 돼버렸다. 이것은 미얀마만 탄식할 일이 아니라 온 세계가 애통할 일이다. 인류의 유산이고 캄보디아의 앙코르 와트처럼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일 자산이 허무하게 주저앉았다.`바간의 석양`을 본 사람은 “여기가 바로 서방정토, 불국토로구나!” 감탄하고, 크고 작은 탑과 사원들, 넓게 펼쳐진 평원, 그 위로 드리운 붉은 노을, 그 모습은 영영 잊을 수 없는 영상추억으로 남는다고 했다. 이 불국토를 복원해야 하는데 미얀마는 기술도 자금도 전문인력도 없다. 이 나라를 도울 최적격자가 한국이다. `어려울때의 친구`가 될 기회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9-01

신라王京 복원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이 `경주`를 `서라벌`로 되돌려놓으려 했다. 일본의 나라시처럼 완벽한 고도(古都)로 만든다는 복안이었다. 당시 신문 1면 기사는 온통 `경주 발굴 유물 기사`였다. 천마총지역은 당시 `고분 사이 사이에 낀 초가집마을`이었고, 담장 고치다가 금귀고리를, 구들장 놓다가 금가락지를 찾을 정도였다. 그때 “발굴을 서두르는 것은 위험하다. 지금의 발굴 복원 기술은 미흡하다. 과학이 발달할 미래에 얻을 수 있는 정보를 많이 잃을 것”이란 우려도 많았지만 대통령을 말릴 수 없었다.실제 천마총 발굴 과정에서 철기·금속유물 상당수가 손상됐다. 당시의 처치기술은 지금에 비해 많이 저급했다.박 대통령은 국내 최대의 고분인 황남대총 발굴을 지시했고 김정기 문화재연구소장은 “섣불리 대형 고분을 파헤치기보다 연습으로 근처 작은 고분부터 파봅시다”고 건의해서 `천마총 발굴`이 시행됐다.그때 발굴된 `천마도`는 세계 고고학계를 발칵 뒤집었다. 자작나무 껍질을 여러 겹 포갠 후 거기에 그림을 그렸는데, 그 그림이 1천 수백년이 지나도 색깔 하나 변하지 않았다. 자작나무는 기름기가 많아 불에 탈 때 `자작 자작` 소리를 낸다 해서 지어진 이름. 기름기 덕분에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도 변질되지 않았다. 그 천마총은 `유물전시관`으로 복원되고, 대능원(大苑)이란 대통령의 친필현판을 달았으며 경주 경제를 떠받치는 새 관광자원이 됐다.`경주 발굴 복원사업`은 1979년 박 대통령의 서거로 중단됐고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의 대선공약이 되면서 선대(先代)의 유업을 계승하게 됐다. 2014년 발굴 복원 계획과 함께 예산이 세워져 지금 사업이 진행중이다.그러나 `반대목소리`도 요란하다. “현 정권 때 아니면 기회가 없다며 서두르는 바람에 고도 경주를 망친다”는 것이다. 정부가 하는 일에 `반대`는 항상 있다. 그 소리 듣다가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다. 발굴작업에 참여하지 못한 자들의 반발에 연연하지 말고 세상이 놀랄 성과를 내야 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8-31

전기료 폭탄과 돈잔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전기료 고지서를 받는 집 마다 기함(氣陷)을 한다. 누진제라는 `지뢰`를 밟은 가정들이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한다. 전번 달보다 전기사용량은 1.8배 늘었는데 요금은 4배나 많이 나왔다. 더 큰 걱정은 9월에 나올 전기료다. 8월의 사용량이 7월보다 15% 정도 늘어났으니 `전기료 폭탄`은 엄청날 것이다. 정부가 깎아주기로 한 금액은 많아야 4만여원, `생색용`이다. 한 네티즌은 “가정용 전기료가 일반 점포보다 너무 비싸다. 26만원 나왔는데 회사는 집보다 갑절이나 더 쓰고도 22만원이다. 가정은 완전 봉이다”고 했다.정부는 “국내 전기요금이 외국보다 싸니 참아라” 하지만 그것도 거짓말이다. 한 네트즌이 인터넷에 올린 `미국 메릴랜드주 한 가정의 전기요금 고지서`를 보면 이 가정은 지난 달에 923kwh를 사용해 121달러(약 13만5천원)의 요금이 나왔는데 이 사용량을 한국에 적용하면 44만1천여원이 된다. 7~9월 한시적 할인혜택이 적용돼도 대동소이하다. `누진제의 함정`이 무서워 서민층 노인과 아이들은 연옥같은 여름을 보냈다. 그러고도 전기료 폭탄을 걱정해야 한다. 그러나 가정을 봉으로 잡아 한전은 돈잔치를 벌인다. 실로`별유천지비인간`이다.한전은 올해 상반기 6조3천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국회가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전은 이렇게 번 돈을 흥청망청 해외연수에 사용했다. 2억4천만원을 스탠퍼드대 교수 3명의 강연료로 지출했다. 교수 1명 당 2시간 강의에 1천600만원을 준 것이다.또 구글 등 IT기업 6곳을 견학했는데 `견학 섭외비`로 8천만원을 주었다고 한다. 견학할 곳을 섭외하는데도 돈이 든다는 소리는 평생에 처음 듣는다. 구글 측은 “회사 방문자에게 돈을 받은 적은 없고, 브리핑을 해주는 대가도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 돈은 어디로 샌 것인가. 감사원이나 국회가 정밀 조사를 해봐야 할 일이다. 가난한 서민들을 불가마 속에 몰아넣고 돈잔치 벌이는 한전의 후안무치를 그냥 둘 수 없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8-30

`그릇`과 `자리`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 감을 놓고 전문가들은 E씨가 적격이라고 봤다. 행시출신으로 국제금융에 밝고 당시 국제기구에 파견나가 실무경험도 쌓았기 때문. 그러나 최종 결정은 전혀 뜻밖이었다. 홍기택. 실무경험이 전혀 없는 대학교수였고, 그런 사람이 산업은행 총재 자리에 앉은 것도 과분한데 다시 AIIB 부총재까지? 경제부처 관료들은 속이 뒤집어졌다. 행정고시 성적 우수자들만 가는 부처여서 자존심이 대단한 관리들인데, 실무를 전혀 모르는 백면서생에게 요직을 뺏겼다. AIIB 투자담당 부총재는 기구 전체의 자산을 운용하는 자리다. 진리췬 AIIB 총재가 한국에 왔다. 홍기택 부총재 후보를 면접했다. 그 후 `한국 몫 부총재` 보직은 `리스크 관리 담당`으로 바뀌었다. 사실상 국장급으로 강등된 것. 홍의 능력으로는 그 자리 이상은 안 되겠다는 것이 진리췬 총재의 판단이었다. 엄청난 자금을 투자하고 얻은 부총재 자리인데, 인선 한 번 잘못으로 강등이란 나라망신을 당했다. 국제금융은 엘리트 중 엘리트가 맡는다. 세종대왕이 장원급제자만으로 집현전을 채웠던 것처럼, 국제금융은 행시 수석 합격자들이 주로 담당한다. 대학강의 수준의 이론은 별 소용 없고 오랜 실무경험에 의한 `신속 정확한 판단`이 필요한 업무다.`그릇`이 `자리`에 맞지 않으면 그 자리가 재앙을 낳는다. 홍은 현재 AIIB 부총재직에서 휴직계를 내고 해외로 떠돌고 있는데, `서별관 회의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돼 국회 증언대에 설 처지가 됐다. `청와대의 인사 실패`는 또 있다. 기상청은 오랜 경륜을 가진 전문직들로 짜여져야 하는데, 기상청장에 기상전문가가 아닌 행정직들이 차고 앉았다. 이들은 예보관들의 어려움과 애환을 체험해본 적이 없고 `전시행정·곁가지 행정`에 치중하고, 기상예보를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고도의 전문지식과 오랜 경륜이 필요한 자리에 비전문가들이 앉아 있으니, “기상예보를 믿지 않은 지 오래다. 기상통보를 보는 것은 예쁜 아가씨들이 나오기 때문”이란 말이 나온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8-29

자원의 저주

베네수엘라는 석유 매장량 세계 1위, 남미 국가 중 석유 수출 1위, 세계 5위 산유국이다. 그동안 흥청망청 잘 먹고 잘 살았다. 힘들여 일하지 않고, 세금 내지 않고, 학비 안 받고, 병원 치료비 없고, 택시든 버스든 `차비`는 정부가 준다. 역대 대통령들은 `국민이 달라는 대로` 다 주었고 농사 지어본 일 없는 사람에게 거대한 농장을 주기도 했다. 다른 나라들이 “사정이 좀 어려운데….” 운만 떼어도 뭉칫돈을 집어주었다. 그러나 그들은 지금 `자원의 저주`에 빠져버렸다.`국영 슈퍼마켓` 앞에는 밤새 줄을 서는 상인들이 있다. 끝이 안 보이는 긴 줄이다. 아침 8시 문이 열리면 `신분증 확인·지문확인`을 거쳐 입장하는데 마음대로 사지 못한다. 물건이 없기도 하지만 `1인당 2개`라는 제한 때문. 이 상인들은 국영 매장에서 물건을 떼 소매상에 넘기는데 그 가격은 10배 안팎으로 뛴다. 상점들은 약탈의 대상이다. 굶주린 시민들이 강도로 변한다. 경찰이 출동하고 총소리가 요란한데 최근 4명이 숨지고 400여명이 체포되기도 했고 전국적으로 매일 10건 안팎의 약탈·시위가 발생한다. 심지어 전 대통령의 무덤이 도굴되기도 했다.사태의 원인은 `석유가격 폭락`이었다. 국제 석유값이 생산비 밑으로 떨어지니,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만 본다. `오일머니`가 끊어지니 빈곤이 닥친다. 이 나라에는 다국적 기업이 많은데 물품 대금을 받지 못하니 하나 둘 문을 닫는다. 항공사들도 운항 편수를 줄이다가 `전 거두고` 돌아가버린다. 생필품 공장과 매장이 가동을 중단하니 돈은 휴지쪽에 불과하다. 석유 자원에 전적으로 의존하다가 그 석유가 거덜나니 하늘이 노랗다.이번 리우올림픽에 베네수엘라는 선수 87명을 보내 은메달 하나와 동메달 2개를 겨우 건졌다. 그런데 마두로 대통령은 “선수 전원에게 아파트 한 채씩을 그냥 주겠다”고 했다. 경제는 망가져도 흥청거리던 시절의 포퓰리즘 근성은 그대로 살아 있다. 선수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차라리 밀가루 한 포씩이나 주지”./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8-26

`연극`은 끝났다

루마니아 출신의 여자체조선수 코마네치를 세상은 아직 기억한다. 10점 만점에 10점을 받은 선수는 올림픽 역사에 없었다. 1976년 캐나다 몬트리올에 처녀출전했고 금메달을 3개나 땄으며 “인간의 몸을 빌려 나타난 요정”이라 했다. 그런데 그 코마네치가 성인이 된 후 비참한 처지에 몰렸다. 사회주의를 선전하는 일에 내몰리면서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궁핍에 시달리다가 미국으로 망명을 단행했다. `발칸의 도살자` 차우셰스쿠의 공포정치를 피해 많은 엘리트들이 조국을 버렸다.1964년 소련을 등에 업고 집권한 차우셰스쿠는 1971년 북한 김일성을 만나 의형제를 맺은 후 미쳐버렸다. 루마니아 국민들은 “그 놈이 평양을 다녀온 후 괴물이 됐다”고 했다. 일당독재·우상화정책·공포정치 같은 못된 짓만 잔뜩 배워온 것이다. 그는 고아들을 모아 친위대를 만들었다. 모택동의 홍위병이나 캄보디아의 `소년소녀군`같은 것이었다. 철 없는 아이들에게 `살인면허`를 주어서 “저 놈은 적이다” 지목하면 그냥 죽였다. 국토 전역에 도청기 300만대를 설치해 “가로수에도 귀가 있다”할 정도였고 최고권력자를 찬양하는 노래를 강제로 짓게 만들었다.1989년 루마니아 국민들은 혁명을 일으켰고, 공산당 정권은 순식간에 무너졌으며 차우셰스쿠 부부는 북한으로 도망가려다가 군인들에 붙잡혔고 법원은 대량학살과 경제파탄의 책임을 물어 사형을 선고했다. 수십 발의 총탄을 맞은 부부의 시체는 12월 25일 차가운 길바닥에 버려졌고, 사람들은 침을 뱉고 지나갔다. 미친 공산주의자의 말로였다. 지금 북한의 김정은이 똑같은 짓을 따라 한다. 경제는 파탄나고 공포정치때문에 엘리트들이 줄줄이 등을 돌린다.북한 외교관의 자녀들이 `혁명의 뇌관`이다. 자유와 기본권과 번영을 알아버린 청소년들은 이미 북한을 버렸다. 어떤 세뇌교육도 효과가 없다. 자녀들이 먼저 외국 공관에 와서 망명신청을 하니 자식 이기는 부모가 없다. 북한의 시민혁명은 이제 시작이다. 그래서 “연극은 끝났다”란 말이 나온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8-25

기상청이 더위 먹었다

옛시절부터 기상관측은 정치의 요체였다. 천문대를 항상 궁궐에 두고, 관측의 결과는 오직 임금만이 사용할 수 있었다. 농업경제 시절에는 일기예보가 가장 중요한 정치행위였다. 왕이 “향후 며칠간 비가 올 것이니 농민들은 대비할지어다”라고 어명을 내리고 그 천기예보가 맞아들어가면 백성들은 “우리 임금님은 과연 하늘이 내신 천자로다” 라며 숭앙하고 충성했지만 틀릴 때는 임금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광해군이나 연산군이 쫓겨난 것도 그 천기(天幾)를 잘 맞추지 못한 탓도 있을 것인데 천문대 관리들이 게으름을 피웠거나 제대로 된 정보를 생산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조선왕조실록에는 “천문의 변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관상감 관리에게 벌을 주소서”라는 건의문이 수 없이 보인다. “일식을 맞춘 자에게는 작은 말 한 필을 상으로 주고 월식을 맞추면 비단옷감을 주고 기상을 바로 맞추지 못한 관리는 근무평정에서 점수를 깎아라”는 성종의 어명도 실록에 있다. 점수가 많이 깎인 관리는 승진이 어렵다. 기상에 이변이 생기면 “왕이 부덕한 소치”라며 소찬을 하고 베옷을 입고 하늘에 사죄했는데 연산군은 그 짓이 싫어서 “하늘의 변화와 왕 노릇이 무슨 상관이냐”했고 “하늘이 하는 일을 사람이 어찌 알겠는가” 해서 관상감은 크게 축소하고 `천문일기`만 적도록 했다.올해 여름은 `기상청 수난의 계절`이었다. 비가 온다 하면 안 오고 안 온다 하면 오는 일이 빈번하니 `청개구리 기상청`이라 했고 “8월 16일부터 더위가 간다”란 예보가 자꾸 어긋나서 18일, 20일, 22일, 24일로 2일단위로 미뤄지는 통에 `양치기 소년 예보`라 했다.조선시대 같았으면 `관상감 무용론`이 빗발쳤을 일이다. 그런데 지금은 이상하게도 국회가 아무 소리 하지 않는다. 기상은 이미 `정치행위`가 아닌 모양이다.관측기계·수치예보 모델·예보관의 능력, 이것이 기상관측의 3요소인데 지금 거론되는 문제점은 `예보관의 능력`이다. 중앙감사기관을 투입, 고장의 원인을 찾아내는 일이 급하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8-24

잡초·독초 제거작업

북한 김정은도 공포정치를 하고, 필리핀의 두테르테 대통령도 공포정치를 하지만 차원이 다르다. 김은 제 기분따라 사람을 죽이지만 두테르테는 범죄자만 죽인다. 북한은 당 간부나 군 고위층이 주로 총살을 당하지만, 필리핀은 마약사범·살인·강간·강도 절도범들을 골라서 죽인다. 둘 다 재판 없이 즉결처분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법치(法治)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인데, 북한이야 인치(人治)국가여서 그렇다 치더라도, 필리핀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는 점에서 논란이 된다.유엔과 야당은 두테르테의 `살인·공포정치`를 비난하면서 “조사단을 파견해야 한다”하지만, 대통령은 “그래. 와봐라. 어느 놈이 오든 쪼인트를 까버릴 것이다”하고 “IS가 만약 필리핀을 공격한다면, 10배로 잔인하게 보복하겠다” 한다. 그의 과감한 잡초·독초 제거작업을 국민들은 환호한다. 지지율 91%를 넘어서고 “밤에 마음 놓고 나다닐 수 있다는 것이 꿈만같다” 한다. 선량한 국민에게는 전혀 공포스럽지 않다.인도네시아에도 `무서운 언니`가 있다. 수시 푸지아투티(51·여) 해양수산부 장관이다. 수시 장관은 해양수산정책 결정권과 함께 해군(海軍)까지 장악하고 있다. 그녀는 불법조업을 하는 중국 등 외국 어선들을 나포해서 폭발시키거나 배 밑에 구멍을 뚫어 침몰시키는데 그동안 170척을 `물고기 아파트`로 만들었다. 그녀는 절대 중국 눈치를 보지 않는다. 강대국이든 약소국이든 인니의 물고기를 훔치는 배라면 사정 없이 붙잡아 그 폭파장면을 온 세계에 방영한다. 필리핀 등 주변국들은 국제법 위반이라며 반발하지만, 어민들은 열렬히 환영한다. 조코 대통령도 “혁신하려면 그런 미친 사람이 필요하다” 했다.중국 어선은 100만 척이고 어민수는 3천만 명이라 조업경쟁이 치열하고 남의 바다를 침범하는 해적조업을 자행한다. 5대양을 누비며 불법조업을 일삼는 배는 주로 중국 것이다. 우리나라도 중국어선의 횡포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강력한 제초제를 뿌리지 않고는 독초를 제거할 수 없다. /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8-23

올림픽정신 실종

지난번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부터 러시아의 이미지는 치명상을 입었다. 심판들의 노골적인 편파판정 때문이었다. 김연아 선수는 피겨에서 세계 최고였지만, 심판들은 신인에 불과한 러시아 선수에게 금메달을 안겼다. 김연아는 은메달을 받고 한 없이 울었다. “어른들의 세계는 이렇게 썩었는가” 그 말을 삼킨 채 피겨를 접었다. 그때 러시아 사람들은 말했다. “비난은 잠시지만 금메달은 영원하다” 천만의 말씀이다. 이번 리우올림픽에서도 그 못된 버릇이 나와 “비난은 영원한 것”이 됐다.아일랜드의 콘란(25)은 복싱 밴텀급에서 러시아의 니키틴(26)을 맞아 일방적으로 우세한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심판들은 3:0으로 러시아 선수의 손을 들어주었다. 너무 화가 난 아일랜드 선수는 옷을 찢고 심판들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보였다. 국제복싱협회(AIBA)에 제소했지만 소용 없었다. 콘란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심판들에게 얼마를 주었나?” 묻는 글을 트위터로 날렸고 “심판진은 썩어빠졌다. 앞으로 AIBA가 주관하는 어떤 대회에도 나가지 않겠다” 했다. 외신들도 “복싱연맹이 얼마나 부패했는지 입증됐다”고 썼다.전날 러시아의 티센코(25)는 헤비급 결승전에서 카자흐스탄의 레빗(28)을 맞아 도망만 다니면서 머리에 피가 흐르도록 얻어맞았는데도 러시아 선수에게 금메달이 돌아갔다. 그래서 “러시아 선수들은 돈으로 금메달을 샀다”는 비난을 들었고, BBC방송은 “올림픽 복싱에 악취가 진동한다” 했다. 가디언은 일찍 AIBA의 부패구조를 고발하면서 “심판 매수로 올림픽 복싱이 더럽혀질 것”을 예언했다. 관중들은 러시아 선수들이 메달을 받을 때 현장에 몰려가 조롱과 야유를 퍼부었다. “복싱메달은 똥메달이다!”유력한 우승후보였던 레슬링의 김현우는 동메달에 그쳤고, 류한수는 메달권에서 밀려났다. 심판진이 러시아인 일색이었고, 러시아 선수들이 메달을 다 가져갔다. 허우대 멀쩡한 대국이 이런 치졸한 짓을 상습적으로 한다. “올림픽에서 러시아를 빼라!” 소리가 곧 나올 것 같다. /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8-22

“우리 영식이”

승자보다 패자가 더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불가능에 맞서 팽팽한 접전을 펼치다가 비록 졌다 해도 그것은 `아름답고 영예로운 패배`란 것을 이번 리우올림픽이 보여주었다. 정영식과 중국 장지커의 경기에서 중국은 아연 긴장했다. 다른 경기는 `스승이 제자 가르치듯` 여유롭게 슬슬 넘겼지만, 정·장 대결에서는 달랐다. 정영식이 첫 세트를 먼저 따냈다. 결국 2대3으로 졌지만 그것은 `찬란한 희망의 패배`였다. 경기를 마친 후 관중들은 승자보다 패자에게 몰렸다. 같이 사진 찍자며 한동안 선수를 놓아주지 않았다.탁구는 중국의 국기(國技)다. 미국과의 핑퐁외교는 죽의 장막도 걷어낼 정도였다. 올림픽 탁구 금메달은 총 30개인데 그 중 26개를 중국이 가져간다. 한국이 탁구에서 금을 딴 것은 16년에 하나 정도였다. 중국의 탁구선수는 3천만 명인데, 올림픽에는 그 중 6명이 선발된다. 500만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뽑힌 이들은 거의 `탁구의 신`이다.정영식은 그 신을 꺾겠다고 대들었고 신을 당황하게 만들었으며, 조금도 주눅들지 않고 당당한 패기를 보여주었으니, 관중들은 어느 승자에게 주는 찬사보다 더 진한 사랑을 보냈다. “우리 영식이”란 호칭이 바로 그 애정의 표현이었다.“불가능을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는 우리 영식이의 모습에서 찬란한 미래를 봤다” “1988년엔 유남규, 2004년엔 유승민, 그리고 2020년엔 우리 영식이가 해낼 것이 틀림없다” “포기를 모르는 불꽃남자 우리 영식이, 이것이 바로 올림픽 정신이다” “외계인 중국 선수에 도전장을 내민 지구인 선수 우리 영식이.”이같은 네티즌들의 헌사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중국의 기술적 두뇌플레이를 꼭 이겨서, 후배들에게, 한계는 없다고 말할 수 있는 멋진 선배가 되겠다”정영식의 분투는 `중국의 사드 간섭`에 대응하는 우리 정부의 의연한 모습과 오버랩된다. 한국을 아직도 `쥐고 흔들 수 있는` 만만한 속국으로 보는 중국에 대해 우리는 `베트남이 중국을 길들였던` 그 기백으로 맞서고 있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8-19

가짜 왕국

중국의 대표적 이미지는 `가짜·짝퉁`이다. 색깔만 뿌연 가짜우유로`머리만 크고 몸통은 바싹 마른 아이`를 만들더니, 정부가 “단백질 함량이 모자란다” 하자, 업체는 “위에서 정책을 세우면 우리는 대책을 세운다”면서 단백질 성분을 섞은 `멜라닌 우유`를 만들어 아이들을 죽게 했다. 심지어 가짜계란을 만들어 팔다가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됐다.`가짜를 진짜보다 더 진짜처럼 만드는` 천재들이 우글거리는 중국. “아침에 신제품이 출시되면 저녁에는 가짜가 나와 있다”고 한다. 가짜는 특히 광동성에 많은데, 전국인민대회(국회)가 열릴때 의원들이 광동에서 온 대표를 보고 “당신도 혹시 가짜 아니냐?” 했다.가짜 왕국 중국이 이제 `짝퉁 탈북자`까지 만들어내는데, 북경 망경지역에 중국인을 탈북자로 신분세탁을 해주는 학원이 2군데 생겼다고 한다. 한국어가 되는 조선족 등을 대상으로, 북한에 대한 지식을 주입시키고, 탈북스토리를 만들어서, 유럽의 탈북자 난민 심사를 통과하게 도와주는 학원이다.유럽 여러 국가들은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해서, 거주권과 매달 수백 유로의 보조금과 의료보험 등의 혜택을 주니, `짝퉁 탈북자 공장`이 생긴 것이다.중국은 `국가는 부유하지만, 국민은 가난한 나라`다. 권력층을 업은 졸부들이 큼직한 돈보따리를 들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돈자랑을 하지만, 국민들은 언제나 가난에 허덕인다. 그나마 북경사람들만 혜택을 누리고, 대부분의 주변지역 촌사람들은 19세기에 머물러 있다. 우리나라는 서울로 이사가면 바로 `서울사람`이 되지만, 중국 시골사람이 `북경시민권`을 얻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니, `가짜 북경시민`으로 살아간다.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도 두 얼굴을 가지고 산다. 하나는 TV카메라용 가짜얼굴이고, 하나는 회의용 본 얼굴이다. `남중국해 억지`나 `사드 간섭` 등 곤란한 질문이 나오면 `강경하고 험악한 표정`을 짓다가, 회의장 안에서는 `화해적 본래 얼굴`로 돌아온다.중국의 `겉얼굴`은 대체로 가짜다. `속얼굴`을 보는 안목이 필요하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8-18

양심의 소리들

북경사범대학교 마융(馬勇) 교수는 유라시아 분야 전문가인데 최근 싱가포르의 `연합조보`에 칼럼을 기고했다.“한국이 사드를 배치하는 것은 이유가 있고, 불가피한 상황이 있다. 한국은 AIIB 등에서, 미국이나 일본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지지했다. 지금 사드 보복이 시작되는데, 심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을 것이다. 사드는 미국이 주도하는데, 미국에는 어쩌지 못하면서 `한국 때리기`에 치중하면, 한·미·일 동맹을 강화시킬 뿐이다” 했다. 중국 정부 기관지 편집장을 지낸 정치평론가 덩위원씨도 싱가포르 `연합조보`에 기고문을 실었다. “한국이 사드를 배치하려는 것은 중국이 북한 제재를 제대로 못한 때문이다. 중국은 충분히 북핵을 막을 힘이 있음에도 미온적으로 대했다. 지난 20년간 한국은 주변국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과의 관계에 공을 들였는데, 보복조치로 이 우호관계가 깨어지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한국은 중국의 내정간섭이나 받던 과거의 조선이 아니다”이같은 `양심의 소리`가 실린 매체가`중국의 언론`이 아니고 싱가포르의 신문이라는 점이 문제다. `환구시보`에는 그런 글을 실을 수 없다. 싱가포르와 한국은 우호관계가 돈독하기 때문에 중국정책에 반하는 칼럼까지 실어주었다. 이런 의견이 중국 여론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다만 “중국에도 양심의 소리는 있더라”며 우리가 위로받을 뿐이다.더민주당 대표 경선에 나선 3명은 모두 `사드 반대`론자들이다. 그러나 김종인 현 대표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강경파를 향해 “당신들의 지적 만족을 위해 정당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집권을 위해 사드반대를 당론으로 정할 수 없고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지적 만족`이란 말은 `이념적 만족`이란 단어로 바꿀 수 있다. 그리고 김 대표는 “한·중관계보다 한·미관계에 방점을 두지 않을 수 없다”는 말로 당내 강경파들을 눌러왔다. 새 당 대표가 뽑히고 김종인 대표가 떠나면, 더민주당은 `도로 열린우리당`으로 가는가./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8-17

여자배구 삼각편대

바르셀로나의 메시와 레알마드리드의 호날두, 둘 중에서 팬들은 김연경을`배구계의 메시`라 부르곤 했는데, 김선수 자신은 “메시보다 호날두가 잘 생겼다”면서 `여자배구계의 호날두`라 불러주기를 원했다. 레알마드리드 국내 팬들은 호날두를 “우리 형”이라 부르는데 착안해서 국내 팬들은 김연경을 “우리 누나”라 부른다. 그녀가 거포 한 방을 성공시킨 후 두 팔을 내리고 비행하는 모습으로 코트를 돌며 포효하는 모습도 호날두의 세리머니와 비슷하다. 양효진은 김연경과 한 방을 쓰는데, 선배 김은 방장이고 양은 방졸이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김을 막기 바빠 양을 막을 틈이 없었다”할 정도로 양효진도 펄펄 날았다. 양은 얼굴이 귀여워서 팬들은 `귀요미`라 불렀는데, 신장 1.8m의 거구를 보고는 거(巨)자를 붙여서 `거요미`라 부른다. 방장과 방졸이 호흡을 잘 맞춰서 적진을 휘저어 거포를 쏘아대니, 일본과 아르헨티나가 허둥지둥하다가 주저앉고 말았다.우리 여자배구에 특별한 선수가 한 명 있다. 여자 이름이지만 생긴 모습은 영판 남자다. 1.85m의 키에 짧은 머리를 한 김희진(25)이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면 꼭 비명소리가 들린다. 팬들은 그녀를 “희진이 형”이라 부르고, 남자배구의 미남 선수 문성민·김요한에 김희진을 끼워 넣어서 “V리그의 3대 미남”으로 친다. 용모만 남자스러운 것이 아니라 강력한 스파이크 또한 남자 못지 않다.그러나 러시아의 거포들 앞에서는 김희진도 기가 죽었다. 서브에이스는 단 한 번, 득점도 한 자릿수에 그쳤다. 이때 힘을 준 것이 `어머니의 문자메시지`였다. “자랑스러운 내 새끼, 자신감을 가져라” 응원의 힘일까. 대 아르헨티나 전에서 김은 서브에이스 3개, 브로킹 1개를 보태 17득점을 올렸다. 김연경 막기에 급급하던 아르헨티나는 김희진의 강스파이크 앞에서 허둥지둥했다. 라이트 김이 살아나자 레프트 김연경(19득점)과 센터 양효진(12득점)으로 이어지는 삼각편대가 불을 뿜었다. 그러나 국제무대에 `벽`은 많다. 자강불식(自彊不息)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8-16

의리의 정치

“남자는 자기를 알아주는 이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여자는 자기를 사랑하는 이를 위해 화장을 한다” `사기열전`에 나오는 `예양의 말`이다. “나를 낳아준 이는 부모지만, 나를 알아주는 이는 포숙아다” `관중·포숙아 우정`이 생각나는 요즘이다. 염량세태(炎凉世態)를 누르는 사실(史實)들이다. 정승집 말이 죽으면 문상객이 몰리지만 정승이 죽으면 썰렁하다. 이해에 따라 변덕이 죽끓듯하고, 배신을 손바닥 뒤집듯하는 세태지만, 끝까지 의리와 신의를 지키는 사람도 있어서 역사는 이를 특별히 기록해 남긴다.춘추전국시대 진(晋)나라에 `유백아`라는 거문고 명인이 있었다. 어느 달빛이 휘영청 밝은 날 밤 고향생각을 하며 거문고를 뜯고 있었다. 그때 그 소리를 유심히 듣는 사람이 있었다. 차림새 남루한 나뭇꾼이었다. 대화가 시작됐다. “당신이 음악을 아시오?” “선생이 뜯고 있는 음악은, 공자가 요절한 안회를 그리며 지은 곡이군요” 그의 이름은 `종자기`였다. 공자의 음악을 가장 잘 이해하는 제자가 안회였다. 유백아는 자기의 음악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을 만났고, 평생의 친구가 됐다. 종자기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백아는 거문고 줄을 끊고 다시는 연주하지 않았다.“지음(知音) 종자기가 없는데 거문고를 뜯어 뭣하나. 내 거문고는 종자기와 함께 가버렸다”고 했다.새누리당 대표에 이정현 의원이 큰 표 차이로 선출됐다. 전남 곡성 출신에 순천에서 당선했고, 명문학교를 나온 것도 아니고, 고등고시를 통과한 사람도 아니다. 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 여당 소속으로 당선했다는 특이한 경력 말고는 내세울 것이 별로 없다.그러나 그에게는 매우 특별한 것이 딱 하나 있었다. 바로 `박근혜의 지음(知音)`이고, `관중의 포숙아`이며, `백아의 종자기`라는 점이다.염량세태에 의리를 끝까지 지키는 정치인을 역사는 특별히 기록할 것이다. 당대표 선거때 당원과 국민도 `의리`를 선택했다. `의리의 정치`, 얼마나 그립던 말이냐. `전두환시절의 장세동`이 연상된다. 그도 호남 출신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