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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탈북 화가와 소설가

송벽(47)씨는 북한에서 정치선동 포스터를 그렸다. 어머니와 여동생은 굶어 죽고, 아버지는 함께 두만강을 건너다가 물살에 휩쓸려 실종됐다. 송씨는 붙잡혀 수용소로 끌려갔다. 체중이 30㎏으로 줄어 뼈만 앙상한 산송장이 되자, “시체 치우기 귀찮으니 나가 죽어라”며 석방했다. “반드시 살아서 보복하리라” 2개월 후 어느 정도 건강을 회복하고는 2차 탈북을 감행했다. 33세에 한국에 온 그는 횟집 구두닦이, 이삿짐센터와 공사장 인부 등을 전전하다가, 2004년 공주사범대 미술학과와 홍익대 대학원까지 마쳤다. 김정은이 두 손에 핵폭탄과 미사일을 들고 있는 장면, 국제형사재판소(ICC)가 김정은의 머리 정수리를 찍어 누르는 그림, “가는 길이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 “살기 좋은 내 나라” 같은 정치구호와 함께 꽃제비, 수용소 등 북한의 실상을 그렸다. `구호와 현실`이 전혀 다른 북한의 실상을 그린 것.그의 풍자그림은 로버트 킹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의 관심을 끌었고, 2012년 애틀란타를 시작으로 미국에서 5번째의 개인전을 열고 있다. 지난달에는 유엔 본부의 초청을 받았다.“인간의 존엄성, 인권이라는 단어조차 모르고 사는 북한 주민에게 등불이 되고 싶다” “배부른 행복감, 매일 아침 더운 물로 샤워하고 일터로 나가는 자유를 북한 주민과 같이 누릴 날을 기다린다” 그의 한 맺힌 소망이다.최근 소설 `비운의 남자 장성택`을 펴낸 탈북 작가 장해성(71)씨는 북에서`잘 나가는 신분`이었다. 20년간 조선중앙TV 기자 겸 작가로 살았다. 할아버지가 항일운동을 한 집안이라 `최고의 출신성분`이었다.그는 장성택과 일주일 정도 같이 지내며 교분을 쌓았고, 그에게 묘한 매력을 느꼈다. 그러나 장씨는 `말 반동`에 걸렸다. 6·25가 남침이란 것, 김정일 출생지가 백두산이 아니란 것 등을 친구에게 환담 삼아 이야기한 것이 밀고되는 바람에 1996년 탈북했다.그는 지금 `망명 북한 펜센터` 명예이사장으로 있으면서 `미리 온 통일`이란 말에 값할 활동을 하고 있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0-12

선각자 최수운(崔水雲)

20세기 초 데카르트나 니체 같은 이성주의 철학자들은 `신의 그늘에 가려진 인간`을 `이성의 세계`로 이끌어낸 선각자들이었다. 데카르트는 “정확한 지식을 얻는 방법”을 제시했다. 니체는 `초인`의 입을 빌려 “신은 죽었다”고 말한다. 더 이상 신에 의지하지 말고 인간 자신의 이성을 믿으라는 것. 니체는 `사람의 길`을 3단계로 설파했는데, 첫째 `낙타의 단계`. 낙타는 주인이 시키는대로 행동한다. 다음은 `사자의 단계`. 사자는 자신의 힘만 믿고 마구 덤빈다. 끝단계는 `어린아이의 단계`. 천진난만하고, 긍정적이고, 세상사에 편견이 없다.자라투스투라는 1천년전 고대 페르시아에서 탄생한 배화교(拜火敎·조로아스터교·불을 숭배) 교주다. 그는 “세상은 선과 악으로 구성돼 있는데, 신은 옳고 비신은 나쁘다. 모든 악은 불속에서 정화된다”고 했다.니체는 이같은 `이분법적 단순 사고방식`을 부수려고 `초인`을 내세웠다. `초인`은 신의 그늘을 벗어난 `인간 그 자체`이고, 본성을 따라 당당하게 걸어가는 이성적 인간이다. 당시 독일 사람들은 니체를 `망치를 든 철학자`라 했다.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부술 `새로운 생각`을 들고 나왔기 때문.`한국의 니체`라면 수운 최제우 선생을 첫 손가락에 꼽을 수 있다. 선생은 동서양의 모든 종교서적을 섭렵하고, 서학과는 다른 동학(東學)을 창시했다. 일제 때 손병희 3대 교주가 `동학`을 `천도교`로 개명했다. 당시 천도교의 움직임은 가히 혁명적이었다.손 교주의 사위 방정환은 어린이 인권운동을 처음 벌였다. 천도교는 3·1만세운동을 주도하고 `개벽`, `신여성`, `별건곤`, `혜성`, `학생`, `새벗`, `어린이`, `중성(衆聲·대중의 소리)` 등을 발간했다. 폐간·정간·압수·벌금 등 탄압에 맞선 계몽 잡지들이다.어둠을 깨고 나오자는 `개벽`. 그늘에 가려진 어린이와 부인들을 밝은 세상으로 불러낸 `어린이`, `신여성` 등은 `수운 정신`의 산물이다. 우리는 그런 위대한 선각자를 가졌다. 수운정신이 그리워지는 오늘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0-11

혓바닥이 화근

후당(後唐) 시절 풍도(馮道)는 재상에 올라 무려 열 한 명의 임금을 모셨다. 그는 설시(舌詩)로 처세술을 말했다. “입은 화를 부르는 문이요, 혀는 제 몸을 베는 칼이니,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면 어디 있든 몸이 안전하리라” 언행에 신중하라는 이 교훈을 악용한 사람이 연산군이다.사람들이 하도 자기를 욕하니 `설시`를 나무 판자에 써서 목에 걸고 다니게 했다. 이 개목걸이가 `신언패(愼言牌)`였다. 문제는 자기의 언행에 있는데, 신하와 백성들의 입만 단속했다.우리 속담에도 “나무 잘 타는 놈 나무에 떨어져 죽고, 헤엄 잘 치는 놈 물에 빠져 죽는다” 했다. “말 잘 하는 놈 제 혓바닥에 다친다”는 속담도 조만간 만들어질 조짐이다.정치문제를 소재로 재담을 하는 폴리테이너(politainer·정치연예인)도 있고, 막말로 잠시 재미를 보지만 결국 화를 자초하는 정치인들도 있으니 “혓바닥이 제 몸을 베는 칼이란 말이 맞다”고 한다. `인격장애인` `성격파탄자` `시정잡배의 험구` `패륜아의 말``호박구덩이 입` 그런 비난들이 다 `입과 혀`에서 비롯됐다.“세치 혀(三寸舌)는 백만 대군보다 강하다”란 말도 있다. 공자의 제자 자공(子貢)은 말 잘하기로 유명한데, 설득으로 합종연횡을 이끌어냈고, 시인 H·W·롱펠로는 “말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가슴에 수십년간 화살처럼 꽂혀 있는 것”이라 했다.폴리테이너 김제동씨는 2009년 9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 사회를 본 뒤 친노 핵심 인사가 됐고, 토크콘서트 등에서 정부여당을 집요하게 비판해서 야당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았다. 그래서 “저 사람, 야당 국회의원 자리 굳었다”는 말도 나왔다. `전투요원·행동대원`으로 적격이기 때문.그러나 지어낸 이야기를 `직접 체험한 일`처럼 `폭로`했다가 거짓말임이 들통나니 “웃자고 한 말”이라고 둘러대다가 더 역풍을 맞았다. “병은 입으로 들어가고, 화(禍)는 입에서 나온다”란 명언이 딱 들어맞는다. 말 잘 한다고 함부로 혓바닥 놀리다가 제 자신이 다쳤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0-10

김정은 OUT

북한이 5차 핵실험까지 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미 본토를 타격할 정도까지 됐고 입버릇처럼 “서울 불바다”“미국 격파”를 공언하는 지경에 이르자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도 그 수위(水位)가 최고조로 치닫는다. 김정은의 생일인 2월 16일에 있었던 국회연설에서 박 대통령은 처음으로 `김정은 정권의 붕괴·정권교체`를 이야기했다. `최고존엄`을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것이 대북정책의 목표라는 뜻이었다. 또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김정은을 제외한` 북한의 간부·주민에게 “통일시대를 여는데 동참해주기 바란다”라고 했다. 그것은 추상적인 권유였지만 10월 1일 국군의 날 경축사는 한층 구체화됐다. “언제라도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터전으로 오시기를 바란다”라며 `대통령의 공개 초청장`을 발송한 것이다.북한이 끊임없이 남남갈등을 조장하는데 대해서 우리도 북의 독재정권과 간부·주민을 `분리`시키는 대북정책을 본격 가동하겠다는 뜻이다. 그 구체적 전략에 대해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북한 정권의 도발과 반인륜적 통치가 종식될 수 있도록 북한 주민 여러분에게 진실을 알리고….”라고 했다.북의 폐쇄적 비밀정치·기만정책·세뇌·선동정치가 더 이상 효과를 내지 못하게 하겠다는 말이다. 북한 주민들이`북한정권의 실상`을 낱낱이 알 수 있도록 더 많은 정보를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겠다는 것인데 정부가 AM반송을 승인하면 북한 주민들의 라디오 방송 청취율이 갑절로 늘어난다.미국 WSJ는 3일자 기사에서 “북한 주민의 대규모 탈북이 북한 정권교체를 이끌 열쇠”라 했다. 탈북행렬이 이어지면 우선 북의 경제적 기반이 약해지고, 바깥세상의 실상을 북한 주민들이 알게 될 길이 넓어질 것이니, 이것이 `최고존엄`을 `최고 살인마`로 끌어내릴 길이다. 그러나 중국이 문제다. `국제규약`에는 “난민 본인의 의사에 반해 본국으로 송환할 수 없음”으로 돼 있지만 중국은 이를 어겼다. 중국이 더 이상 위반하지 못하도록 국제사회가 항의·비난을 강화해야 대통령의 `공개초청`에 힘이 실린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0-07

경주 지진 호들갑

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해외로 나간 것이 2006년이다. 캄보디아 고대 유적지 앙코르와트에서 `한·캄 문화엑스포`를 열었다. 현지 교통편의를 위해 도로 하나를 닦아주기로 했는데, 이 나라에는 퍼석한 화산석뿐이어서 한국에서 돌을 실어가야 했다. 그런데 쌓아놓은 돌들이 하룻밤 새에 다 사라져버렸다. 현지인들이 처음 보는 돌이라 `보석`인 줄 알고 가져갔다. 그래서 비용이 갑절로 들었다. 2013년 터키의 역사도시 이스탄불에서 두번째 문화엑스포가 열렸다. 내년에는 베트남 호치민시에서 국제문화엑스포가 개최된다. 2017년 11월 APEC 정상회의가 하노이에서 있으니 그 때를 맞춰 20일부터 30일까지의 일정이다.며칠 전에 베트남에서 긴급 전통이 왔다. “강진으로 도시 전체가 마비될 지경이라 하는데, 내년 엑스포를 준비할 여유가 있겠는가. 취소함이?”란 내용이었다. 현지 방송과 인터넷이 어찌나 호들갑을 떨었던지, 교민들까지 겁을 먹고 “취소하는 것이 맞다”는 쪽으로 여론이 돌아간 것이다. 엑스포 이동우 사무총장이 급히 베트남으로 날아갔다. 말이란 한 다리 건너면 왜곡되고 부풀려지기 마련인데, 사실상 경주는 아무 동요 없이 평온한 상태이니, 염려할 것이 없다고 설득을 했다. 그러나 현지인들은 쉽게 믿으려 하지 않았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기까지 한 경주인데, 무사하고 평온하다니….”말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것이 오히려 `악재`가 돼버린 것이다.이 `악재`를 중화시키기 위해서는`대가`를 지불해야 했다. 김대유 경북관광공사 사장이 일본 팸투어단을 초청해서 직접 동행하며 “경주관광에 전혀 문제가 없음”을 설명하고, 지금 `44회 신라문화제`가 아무 문제 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보여주었다.전국 지자체 부단체장 240여 명을 초청해 워크숍을 열었고, 관광 관련 업체들은 각종 시설 이용료를 10%에서 50%까지 깎아주는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벌였다. 지진피해보다 `호들갑 피해`가 훨씬 더 컸다. 특별재난지역 함부로 선포할 것이 아니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0-06

견권법(犬權法)

`강아지 유치원`은 `어린이 유치원`과 다른 것이 없다. 통원 셔틀버스가 운행되고, 후각훈련, 식사예절, 놀이, 낮잠, 산책 등 `교육`을 시키고, 애완동물학과를 나와 관련 자격증을 취득한 `선생님`은 강아지의 상태를 적은 알림장과 사진을 `학부모`에게 매일 전송한다. “써니가 오늘은 단짝 아델과 미끄럼틀을 타며 놀았어요. 평소보다 지능개발 수업을 한 단계 높였는데도 잘 따라왔어요. 많이 칭찬해주세요” 이런 식이다. 맞벌이부부를 위한 종일반도 있다. 아동유치원의 학부모모임 처럼 견주(犬主)모임도 있다. `월사금`은 40~60만원.개도 종일 혼자 두면 스트레스를 받아서 장판을 물어뜯고, 심하게 짖거나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어놓고, 주인이 집에 들어오면 공격한다. 맞벌이부부와 딩크족(자녀 없는 맞벌이)이 많고, 해외여행도 잦고, 1인가족도 드물지 않은 이 시대에 강아지유치원은 필수 시설이다.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국내에 1천만명을 넘었다. 거적대기에 싸서 아무데나 묻어버리는 `변강쇠 장례`식으로 하는 것은 이제 불법이다. `개 장묘업체`가 계속 늘어난다. 대부분 화장(火葬)으로 하는데, 사람장례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수의를 입히고, 입관(入棺)하고, 유골함에 넣어 납골당에 안치하는 비용이 100만원 가량 든다. 물론 `영정사진`도 찍어서 벽에 걸어두는데, 정식으로 곡(哭)을 하지는 않지만 가족과의 사별 이상으로 슬퍼하며 눈물을 펑펑 쏟는 상주(喪主)가 적지 않다.최근에는 무허가 불법 개장묘업체가 많아 정부가 나섰다. 자방자치단체들이 `반려동물 공공화장장` 건설을 추진한다. 농식품부는 올 1월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지자체, 개장례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반려동물 관련 산업 육성TF`를 구성했고, 지난 7월 7일에는 `반려동물의 보호 및 관련 산업 육성대책`을 발표했다. 동물병원, 펫사료, 펫용품 등 관련 산업의 규모가 이미 2조원 수준에 육박하고 2020년에는 5조8천억원으로 폭증할 것이 예상되니, 인권뿐 아니라 견권도 보호받을 시대가 됐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0-05

스포츠한류·음악한류

스포츠와 음악에도 한류스타들이 있다. 중국 프로축구의 양대 산맥인 장쑤 쑤닝의 사령탑은 `독수리` 최용수(43) 감독이고, 항저우 뤼청의 감독은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47) 감독이다. 중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간데족족 죽을 쑤자 팬들이 “축구장에 물을 넣어 스키장으로 만들어라!”고 야단을 치자, 축구 애호가 시진핑 주석은 한국 축구 노장들을 불러들였다. 이들의 연봉은 35억원 수준의 특별대우. 중국 슈퍼리그 16개 팀 중에서 5곳이 한국인 감독을 모셔갔다.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는 한국 선수 8명이 뛰고 있다. 미국 여자프로골프투어는 이미 한국 낭자들이 독판치니 “미국이 낸 상금을 한국 여자들이 다 따먹는다”며 심통이 난 미국인들의 입이 한 발이나 나왔다. 박세리·박인비 이후 지난달에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전인지가 역대 최저타수로 우승한 것을 비롯해서 한국 선수들이 시즌 7승을 만들어냈다.태권도 최영석(42) 감독은 태국에서 영웅으로 추앙을 받는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태국에 첫 메달을 안겼고, 당시 2만명이던 태국 태권도 인구를 지금 17만명으로 늘려놓았다. 태국 정부는 그를 존경하는 의미에서 `최영석 자서전`을 펴냈다. 그 뿐만 아니다. 사격, 배드민턴, 양궁 등 7개 종목에서 18명의 지도자들이 16개국의 사령탑으로 스포츠한류를 이끌고 있다.경북도립교향악단(상임지휘자 이동진)이 문학예술의 종주국 러시아에서 순회공연을 펼치고 있다. 공연장 좌석은 늘 꽉 찼고 일본, 중국, 몽골, 한국의 지자체 대표들이 대거 참석했으며 “깜짝 놀랐다. 한국의 수준 높은 클래식 음악에 감탄했다. 한국 음악인이 연주하는 차이코프스키 음악은 특별했다”란 평을 받았다. 지난해 폴란드 쇼팽콩쿠르에서 조성진 피아니스트가 우승한 것을 비롯, 최근에는 바이올리니스트 김계희와 김동현이 루마니아 제오르제 에네스쿠 국제 콩쿠르에서 1·2위를 차지했다. 이들 3명은 금호영재 출신들이다. 기업들의 메세나운동이 `음악한류`의 동력인데 `돈을 가장 잘 쓰는 방법`이다. /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0-04

공직 부패 방지법

미국의 공직사회가 깨끗한 것은 1962년에 제정된 `뇌물, 부당이득 및 이해충돌 방지법` 덕분이다. 공직자가 기업체나 기관에서 기부금이나 보수를 받으면 무조건 `신고`를 해야 한다. `소득세`를 물리고 만약 구린내가 나면 처벌이 혹독하다. `힘자랑`을 한 정황이 드러났다 하는 날이면, 15년 징역형까지 때릴 수 있고 벌금이라면 25만 달러나 뇌물액의 3배를 내야 하는데 `25만 달러`와 `뇌물액X3` 중에서 액수가 더 큰 쪽을 얻어맞는다.공직자는 명예를 소중히 하고 일반에 모범이 돼야 하는데 권력을 함부로 휘두른 자는 “아예 인간 취급하지 않겠다”는 입법취지다.이해충돌도 엄격하게 규제된다. 대통령과 부통령, 연방의원, 입법부와 행정부 공무원이 민간기업의 인사에 영향을 미치거나, 자식 취직을 부탁하다가 걸리면 징역 15년까지 때린다. 한국처럼 국정감사권이나 행정권력을 들이댈 여지는 없다.또 퇴직한 장·차관급 공무원은 2년간, 기타 고위직은 1년간 어떤 직장에도 취업이 금지된다. `산하기관`을 잔뜩 만들어놓고 퇴직 즉시 `급행 낙하산`을 타는 우리나라와는 근본이 다르다.“일본은 부패질서에 의해 나라가 굴러간다”고 했다. 자연계의 먹이사슬처럼 일본사회는 `검은 고리`로 연결돼 있는데 그 `사슬`이 터지는 날이면 사회 전체가 지진을 일으킨다고 보았다.그러나 일본은 1999년 `국가공무원 윤리법`을 만들어 이 `비정상`을 때려부쉈다. 공무원은 뇌물이나 향응을 받을 수 없고 특히 `이해관계자`로부터 1건 당 5천엔 이상의 선물을 받으면 보고서를 내야 하고 부의금이나 축의금을 받을 수 없고 골프나 여행을 함께 할 수도 없다.이해관계자란 `업무 연관성이 있는 상대방`인데 공무원은 이들로부터 사탕 한 알만 받아도 처벌받는다.`김영란법`이 발효되자 공직자들이 `시범케이스` `판례 1호` `1호 위반자` 에 걸려서 신문에 크게 날까봐 전전긍긍이다. 처음에는 `긴장`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용머리에 뱀꼬리`가 될까 걱정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9-30

위장 탈북 간첩

온 세계가 미국 대선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이 기침을 하면 독감에 걸릴 나라들이 숱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여론조사가 `클린턴 우세`로 나타나고, 몇몇이 `미세하게 트럼프 우세`를 보였다. 모든 여론조사를 종합한 평균은`클린턴 3.0%포인트 우세`다. 그러나 9·11기념식때 클린턴이 졸도해 병원에 실려가면서 격차는 0.9%포인트로 좁혀져 박빙을 보이다가 차츰 회복세를 보였고 특히 최근의 두 차례 TV토론에서 노련한 정치경험을 가진 클린턴이 정치신인 트럼프를 압도하면서 `확실한 클린턴 우세`를 회복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근소한 차이로 이길 것”을 예측하는 전문가가 있다. 아메리칸대 정치역사학과 앨런 릭트먼 교수는 지금까지 연속 8번씩이나 대선결과를 맞힌 `족집게 분석가`이다. 그가 개발한 대선 결과 예측모델은 13개의 명제로 돼 있다. 제3당 또는 무소속 후보의 존재, 현 행정부의 정책 기조 변화, 현직 대통령의 소속 정당, 장·단기 경기 등에 관한 자료 등을 `변수`로 사용하는데, 이 13개 항목에 현실자료를 대입해 본 결과 “클린턴의 패배가 점쳐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릭트먼 교수는 단서를 하나 달았다.“공화당 후보의 승리가 보이지만, 트럼프의 막말 특성상 이 모델이 깨질 수도 있다”트럼프 후보 맏아들의 막말도 아버지를 빼닮았다. 그는 시리아 난민을 놓고 “사탕통에 독사탕 3개가 들어 있다면, 당신은 그 통의 사탕을 먹겠는가” 했다. 시리아난민을 `독사탕`이라 부른 것은 난민 중에 테러리스트가 섞여 있기 때문이다. 곧 반격이 날아왔다. 인종차별적 발언이라는 것이고, `일부 위험요소`가 있다해서 `전면 금지·배척`을 주장하는 것은 “배 아프다고 애 낳지 말자는 말”이란 반론이었다.우리 군 당국은 국감에 제출한 자료에서 “최근 5년간 북한이 남파한 간첩은 13명이고, 그 중 12명은 탈북자 위장 간첩”이라고 밝혔다. 북한 국가안전보위부는 탈북자로 위장하기 위해 고도의 훈련을 시킨 간첩을 보내 군사정보를 빼낸다고 했다. 우리 정보기관들도 위장탈북 여부를 가려내기 위해 치밀한 조사과정을 거치지만, 북한 보위부도 `고강도 훈련`으로 빠져나가려 한다. 결국 `머리싸움`인데, 일부 위장탈북자가 있다 해서 “탈북민을 받지 말자”할 수는 없는 일이다. 위장탈북 조사방법을 고도로 발전시키고, 사후 감시를 더 치밀하게 전개하면 될 것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겠는가./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9-29

비정상·몰상식

18세 이하 미성년자 206명이 사장(社長)자리에 있다. 그 중에서 제일 수입이 많은 사장은 10살 짜리 초등학생인데 월수입이 3천5만원. 부산 어업인의 아들이다. 두번째 고소득자는 서울에서 부동산과 임대서비스업을 하는 4살짜리 아동인데 월 1천331만원을 번다. 억대 연봉을 받는 10대는 4명이고, 전국에서 가장 어린 사장은 생후 2돌도 되지 않은 만 1세짜리 영아. 이 아이는 인천 부동산·임대서비스업자의 아들로 월 340만원을 받는다. 세정당국은 “부모가 자녀를 공동대표로 등재하는 등 소득을 분산시켜 놓으면 누진세율 적용을 피해 소득세를 적게 낼 수 있다” 했다. 절세·탈세를 위한 `속보이는 꼼수`다.“첫 대출은 30일간 이자를 받지 않습니다”란 광고를 내는 일부 저축은행과 대형 대부업체들이 있다. `30일 무이자 대출`을 받은 사람이 4만명 가량 되고, 저축은행 4곳 대부업체 3곳이 이런 광고를 냈다. 그런데 `무이자`란 말에 현혹되어서 급전을 빌렸다가 30일 안에 갚는 사람은 6%에 불과하고, 그 기한을 넘겨 연 20~30%의 고금리에 코가 꿰인 사람이 대부분이다. 결국 `30일 무이자`는 `보리밥풀로 잉어를 낚는` 미끼였다.그러나 업자들도 할 말은 있다.“신용등급이 나빠서 은행돈을 못 빌리는 이들을 대상으로, 경쟁적인 고객 유치 차원에서 이자 면제 혜택을 주었을 뿐”이라 하지만, `낚시성 마케팅`이란 비난을 피할 길 없다.한국 자동차산업은 2000년까지 5위였다가 2002년 중국에 밀려 6위로 떨어졌고, 2005년 프랑스를 제치고 다시 5위권으로 진입한 후 11년간 그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올해 7월부터 인도에 밀려 다시 6위가 됐다. 귀족노조의 장기 파업, 수출·내수 부진 등이 원인이다. 이런 판에 현대차 노조는 전면 파업을 하겠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7위인 멕시코가 한국을 제치고 올라올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업계가 외국으로 빠져나가고 국내에서는 일자리가 줄어드는 이유다. 이런 비정상과 몰상식이 횡행하는 한국, 그냥 둘 건가./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9-28

선제타격과 예방타격

선제타격(preemptive strike)은 전쟁이 임박한 시점에서 북핵을 때려부수는 공격이고, 예방타격(preventive strike)은 전쟁 발발 가능성이 낮은 상태에서 위험요인을 사전에 제거하는 것이다. 우리 군은 킬 체인(Kill Chain)이란 용어를 쓰는데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를 30분 전에 우리 군이 탐지해 박멸하는 것. 이것이 바로 `선제타격`의 예다. `예방타격`의 사례는 1981년 이스라엘이 이라크의 원자로를 공습해 부숴버린 것이나 2007년 시리아 원자로를 깨부순 것 등이다. 이 공격으로 이라크와 시리아는 핵무기를 만들 여건을 마련하지 못했다.1994년 클린턴 행정부는 북한의 영변 핵시설을 폭격키로 했고 실제 병력과 장비를 동원했었다. 그것이 실현됐더라면 오늘날 `북핵 문제`는 없어졌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교활하고도 노련한 술수에 맥 없이 넘어갔다. 당시 YS는 “한반도에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면서 `예방타격`을 극구 말렸다. 그리고 좌파정권은 “북한은 핵을 만들 능력도 의지도 없다” “북핵은 한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 미사일은 인공위성용이다” 했다. 북한은 `6자회담`으로 핵개발 시간을 벌었고, 좌파정권이 퍼준 돈으로 핵무기를 만들었다. 5차핵실험까지 온 지금 유엔이 온갖 제재 수단을 써봐야 백약이 무효다. 뒤늦게 “속았다!” 탄식해봐야 “바보!”소리만 듣는다.마이클 멀린 전 미 합참의장이 최근 선제타격론을 제기했다. 북한이 미국을 공격하겠다고 공언하고, 그럴 능력을 갖고 있음이 확인된 상황에서 선제공격 말고는 길이 없다는 것이다. 영변 핵시설·풍계리 핵실험장·동창리 미사일 실험장 등을 폭격해서 아주 초토화 시켜버리자는 말인데 선제타격과 예방타격 개념이 섞여 있다.지금 국제적 분위기는 `북한핵 박멸`을 찬성하는 쪽이다. 제3세계 중남미 국가들이 북한에 등을 돌리고, 중국조차도 “북핵 타격을 묵인할 것”이라 한다. `세컨더리 보이콧`도 먹히지 않는 지금 계속 `엄포`만 놓을 것인가./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9-27

지진 유언비어

30여 년 전 전북 이리역에서 대형 폭발사고가 났다. 역 주변에 살던 사람들 상당수가 `정신적 상해`를 입었다. 폭음에 놀란 가슴이어서 강하고 큰 소리만 들리면 자지러지게 놀라 가슴이 뛰고 기절까지 한다. 이것을 트라우마라 부르는데 지금 상당수의 경주 시민들이 `지진 트라우마`에 걸려 있다. 가만히 누워 있어도 집이 흔들리는 것 같고 주변 공사장에서 들리는 기계소리와 화물차 엔진소리에 몸이 움츠러든다. 헬기소리에 가슴이 벌렁거리고 바람에 창문이 덜컹거려도 놀란다. 덕분에 약국은 재미를 본다. 우황청심환과 두통약은 평소보다 4~5배나 더 팔리고 수면제와 신경안정제를 사는 사람이 많다. 진앙지 주민들의 증세는 더 심하다. 잠을 달게 못 자고 자다가 갑짜기 마당으로 뛰어나가는 환자도 있다. 불국사초등학교 학생들은 교실이 무서워서 운동장에 퍼질고 앉아 점심을 먹었다. 위험물질을 취급하는 중화학업체가 많은 울산 시민들은 유독물질이 터질까봐 전전긍긍이다. 학생 수학여행으로 먹고 사는 숙박업소도 된서리를 맞았다. 경주 수학여행을 계획했던 학교들이 줄줄이 예약을 취소한다.60년 전 어느 추석날 `사라호`라는 지독한 태풍이 왔다. “명절날 죽는구나. 음식 남기지 말고 다 먹자. 먹고 죽은 귀신 때깔도 좋다더라”그랬던 일이 있었는데 이번 추석도 경주 사람들은 “개 보름 쐬듯” 했다. 보름날에는 사람들이 나물만 먹기 때문에 개가 먹을 뼈다귀가 없어 그런 속담이 생겼다.설상가상이란 이런 경우를 두고 한 말일 터. 그런 겹친 재앙을 만난 경주시민들을 더 괴롭히는 자들이 있다. `지진 유언비어`를 만들어내는 불순분자들이다.일본에서 만든 자료라면서 9월 말쯤 규모 6.8 이상의 지진이 한반도를 강타한다는 것이다. 지진관측도까지 그럴듯하게 제시하고 있다. 지진은 예측이 어렵고 한반도 전역은 암반층이 두껍고 석질이 단단해서 6  이상의 지진은 어렵다는 것을 다 알고 있지만 그런 소리를 들으면 놀란 가슴이 더 놀라게 된다. 국민불안을 조장하는 자들이 누구겠는가./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9-26

핵보유국 `인정`

평생 침팬지만 연구한 제인 구달(82) 박사는 미 공화당 대선 후보 트럼프를 두고 “그의 요란한 행동은 수컷 침팬지와 비슷하다”고 했다. 침팬지의 세계에서는 `노이즈 마케팅`이 통한다. 구달 박사는 `마이크`라는 수컷 침팬지를 관찰했는데 우두머리가 되고 싶은 마이크는 요란스럽게 행동했다. 경쟁자를 위협하고 무리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 힘껏 발을 구르거나 돌을 마구 던졌다. 행동이 위협적일수록 그는 더 높은 지위로 올라갔다. 구달 박사는 “마이크는 평소 걸어다닐 때 석유깡통을 시끄럽게 발로 차곤 했다”며 트럼프가 마이크를 많이 닮았다고 했다.최근 LA에서 제68회 에미상 시상식이 열렸는데, 수상자들은 트럼프를 풍자하는 수상소감을 말하면서 사람들을 웃겼다. 솔로웨이는 “트럼프는 위험한 괴물이며 히틀러 후계자라 부르겠다”고 했다. 트럼프가 멕시코인들의 밀입국을 저지하고, 무슬림 난민들의 미국 망명을 막겠다고 한 공약을 비꼬아서 한 수상자는 “지금 시상식장에서 무슬림과 멕시코인들을 모두 내쫓을 것을 제안한다”고 농담을 했다.힐러리 후보가 연설 도중 비틀하면서 병원에 실려 간 후 미국 대선 판도는 그야말로 박빙(薄氷)이다. 가령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한국은 바로 핵개발에 들어갈 것이다. 트럼프가 “한반도의 문제는 그들에 맡겨두면 된다”고 했다.“한국의 핵무장은 절대 안 된다”란 기존의 입장과는 다르다. 그것은 `미국의 핵우산`이 떠난다는 뜻이다. 그가 당선되는 순간 우리는 핵확산금지조약(NPT)부터 탈퇴하려 할 것이다.중국이 핵무장을 하자 위협을 느낀 인도가 핵무기를 만들었고, 인도가 그러자 파키스탄이 또 위협을 느껴 핵을 개발했다. 지금 두 나라는 `핵보유국 인정`을 받고 있다. 이들이 핵을 가지자 미국은 바로 경제제재를 가했지만 곧 해제했다. 그것은 미국으로서도 손해였고 또 두 나라가 친미 성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은 양국의 핵을 `묵인`했고 다른 나라들도 동조했다. `한반도 비핵화` 또한 휴지가 된 지 오래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9-23

기와집이 화근

8세기 중반, 신라의 문물과 경제가 최고조를 달리던 시절, 당시 신라왕경의 인구가 90만 명이었다 하니 지금의 경주시 인구의 3배. 779년 혜공왕 때의 대지진으로 1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는 기사가 삼국사기에 있고, 삼국유사에는 지진기사는 없고 “도적떼가 창궐해서 감당이 안 되었다”는 말과 “혜공왕은 선덕왕과 김경신에게 죽임을 당했다”란 기사만 있다. 당시 혜공왕은 8세에 등극해서 태후(太后)가 수렴청정을 했고 도적떼에 대지진까지 겹쳐 결국 왕은 측근 대신에 의해 제거됐다. 신라는 이때부터 `시해(弑害)` `찬탈`이 이어지고, 후백제 후고구려 같은 호족세력이 발호하는데 국망의 결정적 도화선이 된 것은 799년의 대지진이었다.당시 신라 왕경에는 기와집이 빽빽히 들어섰고 숯으로 취사를 하고 음악이 그칠 새 없을 정도로 귀족들은 부와 사치를 누렸다. 그런데 지진이 왔을 때 흉기가 된 것이 바로 `기와집`이었다. 찰흙을 놓고 두꺼운 기와를 올려놓는 공법이니 `접착력`이 없고, 목조건물 또한 땅 위에 `얹혀 있는` 구조다. `엄청난 무게와 부실한 구조`의 기와집은 땅이 흔들릴 때 속수무책이다. `100명 이상 사망`이란 기사는 사실이다.5.1, 5.8, 4.5, 세 번의 지진을 맞은 경주에서 피해를 본 곳은 주로 기와집이었다.`고도보존법`에 의해 기와 올린 한옥을 권장·지원하는 바람에 기와집이 1만2천여 채를 넘게 됐다. 특히 황남동 한옥마을과 인왕동 정비구역은 이번에 큰 피해를 입었다.기와지붕이 `전통미`는 있지만 지진에는 취약하니 대안(代案)을 내놔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무게는 가볍고, 고정시킬 수 있는 동(銅)기와가 좋다” 한다.`고도보존법`에는 맹점이 또 있다.“가옥의 경우, 전파 혹은 반파만 보상”이란 조항이 문제인데 이 조항대로 하면 보상받을 사람이 없다. 기와가 일부 무너져 내리고, 벽에 금이 간 것은 `반파`도 아니다. 법에는 아예 지진·태풍피해에 대한 언급조차 없다. 법과 시행령을 뜯어고쳐야 할 때가 왔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9-22

두테르테의 소명(召命)

소련의 스탈린, 독일의 히틀러, 캄보디아의 폴 포트, 중국의 모택동, 북한의 김씨 3대. 혁명·해방·평화란 이름으로 대량 살육을 자행한 인류의 재앙들이다. `해방`을 앞세워 혁명정권을 세운 후에는 참혹한 피의 숙청이 뒤따랐다. 마음에 안 드는 자, 건방지게 고개 쳐드는 자, 사사건건 토를 다는 자, 경쟁자,“약속을 지켜라”며 대드는 자, 박수 건성건성 치는 자 등을 수백만 명씩 죽이면서 정지작업을 한 `혁명가`들이다.필리핀 대통령 두테르테는 취임 2개월 동안 2천500명을 쏘아 죽였다. 마약사범들이었다. 재판도 없었다. 죄가 있는지 따져보자고 일단 체포한 숫자는 1만3천명이나 된다.많은 나라들이 어안이 벙벙해서 아무 말 못하고 있는데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인권침해 소지가 많다. 우려된다” 한 마디 했다가 “당신들이 인디언과 흑인들에 한 짓을 먼저 생각하라”란 반격을 맞았다. 두테르테는 그 말 끝에 “개XX라고 욕해주고 싶다”란 쌍욕을 덧붙였다가 정상회담도 파토났다. 남들은 이렇게 `우려`하는데 필리핀 국민들은 “멋져, 오빠!” 한다.필리핀은 8천여개의 섬으로 돼 있는데, 북쪽은 가톨릭 교도가 많은 선진지역이고 남쪽은 이슬람이 대세인 빈촌이다. 그래서 늘 삐걱거린다. 남쪽 술루섬에 IS 추종단체가 생겼다. 온라인 동영상으로 IS에 충성맹세를 하고 무기를 지원받는다. `실적`도 있다. 캐나다인 2명을 납치해서 몸값 협상을 하다가 안돼서 참수했고 최근에는 노르웨이인을 납치했다. IS세력이 점점 확장되고 행패가 심해지자 두테르테정부는 마침내`IS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술루섬 소탕에 나섰다.마약조직과 IS도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는 않는다. 최근 남부 도시 다바오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해 80여 명의 사상자를 냈다. 대통령은 “그들이 나를 암살할 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멈추지 않겠다”면서, 마약 매매 의혹이 있는 판사, 국회의원, 지방시장 등 150여 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문제` 많은 나라는 소명의식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9-21

풍계리의 귀신병

함경북도 길주군 길주읍 풍계리에서 5차례의 핵실험이 있었다. 김정은은 시찰 다니기를 좋아하지만 그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다. 간데족족 `동원된 광신도`들이 열광하는 모습을 즐기는 인간이지만, 핵실험장 근처에는 절대 안 간다. 북한 주민들도 이 점을 이상하게 여겼는데 탈북자들만은 그 이유를 알게 됐다. 인근 주민들은 `이상한 병`을 앓았고, 병원에서도 “희귀병이라 치료약이 없다” 하니 환자들은 `귀신병`이라 생각하고 무당집을 찾아가서 굿을 한다. 1차핵실험 때는 소화불량과 위염 증세를 보였고, 2차 때는 시력저하와 불면증이 오고, 3차 이후에는 냄새를 잘 맡지 못하고 눈도 침침하고 머리가 멍해졌고, 올해 1월의 4차 핵실험 후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기운을 쓰지 못했는데 이번 9월의 5차 핵실험 때는 강한 지진까지 일어났으니, 귀신병은 더 극성일 것이다. 핵실험이 있을때 마다 북한 당국은 `축제마당`을 펼쳤다. 주민들은“우리도 핵강국이 됐다”며 자긍심까지 느꼈다고 한다. 그 희귀병이 핵실험 때문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것이다. “핵기지가 있는 영변 인근에서는 기형아가 나온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그것이 방사능 때문인 줄은 몰랐다”고 했다.지난해 `히로시마 원폭 투하 70주년 기념 다큐멘터리`가 한국 TV에 방영되자 탈북자들은 비로소 `방사능이 일으킨 증세`를 알았다. 환자들의 상태가 길주군의 귀신병 증세와 똑 같았다. 지하핵실험의 경우, 핵물질이 외부로 빠져나오지 못하게 방어조치를 하지만, 그것이 지하수에 녹아들어 수맥을 타고 땅밑을 돌아다니는 것조차 막을 방법은 없다. 길주읍은 풍계리에서 내려오는 물이 모이는 지형이고, 방사능은 수백년 간 사라지지 않으며, 수맥은 어디 안 가는 곳이 없으니, 북한은 물론 중국 길림성의 지하수까지 오염시킬 것이다.중국이 북한의 핵무기를 저지하지 않고 오히려 도와주는 것은 `재앙을 자초하는 일`이다. 핵실험 그 자체가 `방사능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핵폭탄이 공중에서 터지든, 땅밑에서 터지든 다 같은 `재앙`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9-20

경주 지진의 경고

36대 혜공왕이 등극하면서 신라는 망조가 들기 시작한다. 재위 16년 간 5번의 지진이 발생했고, 779년의 강진에서는 100명 이상이 사망했다. 당시 서라벌의 집들은 대부분 목조 기와집이었고 `내진설계`란 것도 없고, 철근콘크리트도 없었으니 오늘날의 중국, 아이티, 이탈리아 처럼 강도 6 정도의 지진에도 피해가 심했다. 혜공왕은 이 지진이 일어난 다음해에 쿠데타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지진이 왕과 왕비의 목숨을 뺏은 것이다. 경주에서 진도 5.2, 5.8 두 개의 강진이 왔지만 인명 피해나 넘어진 가옥이 없었다. 지난달 이탈리아 중부 산간지역에서 6.2의 지진으로 300명이 희생된 것과 비교하면 매우 경미했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탈리아 지진의 진원(震源)은 깊이가 5㎞에 불과했지만 경주의 진원은 15㎞나 됐으니 지진이 표면으로 올라오는 동안 많이 약화됐다. 또 경주 지진의 에너지는 고주파였다. 고주파는 거리가 멀수록 힘이 떨어지니 땅을 흔드는 시간도 짧다. 또 한국의 땅은 흙이 적고 암반이 많아서 지진에 잘 버틴다.“한반도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란 경고음이 전부터 나왔지만 다들 귓전으로 흘려들었다. 국민안전처의 올해 지진예산은 고작 10억원에 불과하고 내년 예산은 `획기적`으로 올려서 56억원이다. 지진발생 다음해에는 예산이 올라가고, 한동안 잠잠해지면 다시 내려가는 시소예산이 한국의 지진예산이다. 이번 경주 지진은 `역대 최대 규모`라고 호들갑을 떨지만 1년만 지나면 잊어버린다. 냄비근성에 건망증 심한 것은 정부뿐 아니라 국회도 마찬가지다. 지진관련 법안이 발의된 것은 2011년이지만 그동안 심의지연·자동폐기 등 지지부진했다.우리나라의 고질병이 `괴담`이다. “첨성대가 쓰러졌다”, “1시간 이내로 진도 7이 온단다”, 또 2011년 동일본대지진때의 화재사진을 올려놓고 “경주시 상황이다”, 먹구름 사진을 올려놓고 “지진을 예고한 구름”이란 설명을 붙인다. 유언비어로 혹세무민하는 자들을 처벌할 법률이 꼭 필요하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9-19

인류 최고 재앙

1983년 9월 26일 구소련 핵전쟁관제센터 레이더 스크린에 미국에서 발사된 것으로 보이는 대륙간핵탄도미사일(ICBM) 한 발이 감지됐고 잠시 후 5개로 늘었다. 메뉴얼대로라면 소련은 즉시 반격명령을 내려야 한다. 그런데 현장 책임자 페트로프는 “뭔가 이상하다”했다. 핵무기를 날려보낼 `마땅한 이유`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인류를 멸종시킬 핵전쟁을 이유 없이 벌일 미국이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그의 오랜 경륜과 육감은 틀리지 않았다. 스크린에 비친 것은 `인공위성의 착각`이었다. 햇빛을 `ICBM 발사 섬광`으로 잘못 인식한 것.1937년 제2차세계대전이 한창일 무렵 아인슈타인은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낸다. 아무래도 히틀러가 핵무기를 제조할 것 같다는 것과 그 미치광이 손에 핵무기가 들려지면 지구는 멸망을 피할 수 없으니 미국이 선수를 쳐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유대인인 그는 `인종청소`를 피해 미국에 망명해 있었고, 히틀러라면 이를 갈았으니, 이같은 권유를 했고, 대통령은 `맨해튼 프로젝트`를 승인한다. 영국과 캐나다가 협력했고, 물리학자 수학자들이 대거 동원됐다.노르망디 상륙작전으로 히틀러가 몰락해 가자 “독일이 핵무기를 만들 것같다”는 아인슈타인의 예상은 빗나갔고 그는 즉시 루즈벨트에게 편지를 보냈다. “핵무기는 가장 더러운 무기입니다. 만들기는 하되 부디 사용하지는 마십시오. 핵탄 제조를 권한 것은 제 실책입니다”란 내용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일본에 두 발의 원자탄을 투하했고, 그것은 “핵전쟁은 결코 일어나서 안될 인류 전체의 재앙”이란 실증적 교훈을 주었다.법치국가에는 `핵무기 통제 규칙`이 촘촘히 짜여져 있지만 독재국가가 가진 핵무기에는 그런 안전장치가 없다. 최고권력자 말 한 마디에 그냥 날아간다. 특히 그 최고존엄의 정신상태가 통제불능의 살인마라면 `통제·안전 장치`는 전혀 없다. 유엔이 북핵을 지극히 경계하며 최상위급 제재를 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장 더러운 무기`를 가진`최고 존엄`은 `최고 재앙`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9-13

구동존이(求同存異)의 함정

1955년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아시아·아프리카 회의`가 열렸다. 사이 좋게 지낼 방안을 강구하자는 모임이었지만, 각국들은 정치체제 등 많은 부분이 달라서 쉽게 합의에 도달하지 못 했다. 그때 중국의 주은래 총리 겸 외교부장이 “큰 공통점에도 작은 차이점이 있고, 큰 차이점에도 작은 공통점이 있다. 걸림돌이나 갈등에 매달리다 보면 공동의 이익을 놓친다”며 “우선 공통점을 선택하고 차이점은 남겨 서서히 풀어가자” 했다. `구동존이`였다. 다들 “맞다!”하고는 `평화 10원칙`을 만들어냈다.영국령이었던 홍콩이 중국에 귀속될 때도 “한 나라가 되었지만 정치체제만은 따로다. 영국의 자유민주주의체제에서 오래 살아온 홍콩이 중공의 체제에 적응하기 어려우니, 홍콩은 홍콩인이 다스린다”는 이른바 `일국양제(一國兩制)`를 채택했다. 그런데 지금 이것이 삐걱거린다.지난 4일 홍콩 입법회의(국회) 의원 선거에서 `홍콩 독립`을 외치는 청년들이 대거 당선됐다. “중국의 간섭을 견딜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정부는 발끈해서 “홍콩 독립 주장은 국가의 주권과 안보를 저해하는 것으로, 홍콩 독립 관련 활동을 엄중히 처벌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대만과도 구동존이 정신에 따라 `합방`을 했는데, 친중국 성향의 민진당이 집권할 때는 그냥 넘어갔지만, 독립당이 등장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독립`소리만 나오면 중국은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면서, 관광객을 반으로 줄이는 등 경제제재를 가한다. 법치국가 체제에서 살아왔던 대만이 중국의 일당독재 지배를 참지 못하고, 독립성향의 원주민 출신인 `차이잉원`을 총통으로 뽑은 지금 그 갈등은 더 심하다. 존이(存異)는 허울에 불과하고, 힘으로 눌러 구동(求同)으로만 몰아가니 당연히 반발할 수밖에 없다.중국이 한국과 국교를 열때도 구동존이를 내세웠다. 그러나 지금 `사드`를 가지고 간섭을 한다. 경제보복으로 압박을 가하면서 내정을 간섭한다. 구동존이에는 이런 음흉한 함정이 있다. 한국·대만·홍콩이 연합해서 대항할 일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9-12

국경 없는 온정

남태평양 호주 인근에는 좁쌀만한 섬이 많은데 한때 영국, 프랑스가 가지고 놀았으나 지금은 독립해서 명색이 `국가`다. 이 작은 섬나라 중에는 면적이 부산시만한 `바누아투 공화국`이 있다. 최근 이곳에 근사한 유치원이 들어섰다. 우리 돈 4억원으로 지은 2층 집이다. 부산 사람 고계석(51)씨는 현대중공업 과장인데, 2014년 겨울 경주에서 딸을 잃었다. 마우나리조트 체육관 지붕이 무너질 때 딸 `혜륜`이 숨졌다. “선교사가 되어 평생 봉사하며 살겠다”는 딸의 염원을 위해 `혜륜유치원`을 지은 것이다.`여자라면 힐러리처럼` `리딩으로 리딩하라` 등 `자기계발서`로 몇 차례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지성(42)씨는 20대 시절 빈민촌에 살던 뼈아픈 기억을 되새기며 캄보디아로 갔다. 구호단체와 함께 `굶주림 해결사`가 되었다. 그는 또 인도, 시리아 같은 최빈국에 학교와 병원을 지어주는데, 이미 18개의 학교를 지었다. “인간다운 삶이란 혼자 잘 사는 웰빙인 줄 알았는데 남을 돕는 삶이 진짜 웰빙이고 자기계발이란 것을 깨달았다” `깨달은 자`를 `부처`라 부른다.1377년(고려 우왕) 충청도 청주 흥덕사에서 `세계사적 사건`이 벌어졌다.`직지심체요결`을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로 찍어낸 것이다. 구텐베르크의 `42줄짜리 성서`보다 78년이나 앞선 `금속활자본`이다. 전에는 나무판에 글자를 새겨 찍는 `목판본`뿐이었으나, 쇠를 녹여 만든 활자로 책을 찍어내는 출판혁명을 흥덕사가 역사상 최초로 해냈다.청주시는 이 대사건을 기념하는 `직지코리아국제페스티벌`을 열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건축가, 작가 등 11개국에서 35개팀이 참여했다.그런데 상·하(上·下)권으로 된 이 `직지`(直指) 원본이 국내에 없다. 상권은 실종됐고 하권은 파리 국립도서관에 있다. 미국인 리처드 페닝턴(63)씨가 “구한말 프랑스 외교관이 가져갔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뺏은 것이나 같다. 주인에게 돌려줘야 한다”며 맹렬히 `직지 반환운동`을 펼치고 있다. 따뜻한 인정이 국경을 넘나든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