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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민주주의는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

대구시내 한복판 중앙로 반월당 언덕배기에 위태롭게 자리하고 있는 2층 벽돌건물이 고색창연 하다. ‘못살겠다 갈아보자’에서 3선개헌 반대, 유신헌법 철폐, 군부독재 타도, 직선제 개헌 투쟁 등 담벼락을 뒤덮은 한 세기 전 선거벽보와 각종 시위사진들이 이 집의 내력을 대변해 준다. 독재 정치에 반대하고 민주주의를 쟁취하는 것이 사명인 대구 민주화운동기념관. 이 집의 주인은 (사)민주화운동기념보존회다. 대구에서 무소속으로 2번이나 당선된 재선 국회의원이기도 한 4대 서훈 이사장은 “민주주의는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며 야당 국회의원이라면 집권당의 잘못에는 목숨 걸고 투쟁해야 한다고 목청을 돋운다. 민주화운동기념회관을 번듯하게 빌딩으로 올리고 거기에 민주화 영령들의 위패도 모시고 대구 시민들의 정치소양 교육장도 만드는 것이 꿈이다. -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그래서인지 후보가 되려는 사람들과 정치 지망생들의 보존회 출입 빈도가 잦아지고 있는 것 같다. 보존회가 지키고 있는 기념관은 어떤 성격인가.△ 대구경북 정통 야당 당사였다. 광복 이후 독립운동가이자 헌법 기초위원장인 동암 서상일 선생을 필두로 권중돈 주병환 신도환 임순석 조일환 김순택 김재권 신진욱 등 대구경북의 뜻있는 민주인사들의 성원으로 마련한 야당 당사이다. 이승만 정권 당시 대안동에 있던 민주당사에서 병원이었던 현 건물을 사서 옮겨와 대대로 야당 당사로 썼던 건물이다. 전두환 정권 시절 전국의 야당 당사를 모두 국가가 환수 조치할 때 유일하게 지켜낸 건물이기도 하다.- 대구 민주화운동기념관은 어디서부터 어떤 민주화운동을 기념하고 어떻게 보존하는가.△ 이승만 자유당 정권의 독재에 저항한 2·28을 위시한 4·19 의거와 박정희 정권 당시의 6·3 굴욕 한일회담 반대투쟁, 삼선개헌 반대, 유신헌법 반대, 전두환 정권의 군사독재 반대외 직선제 개헌 투쟁, 6·10 민주항쟁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각종 기록물과 사진 등을 전시하고 있다. 이런 민주화 투쟁을 진두지휘한 교육 현장이고 시위 현장에서 전투경찰의 방망이와 최루탄에 연탄재와 오물 페인트 투척으로 맞선 최전방 지휘소이자 취후 보루였다. 후배들에게는 민주 교육 현장이고 민주 역사의 박물관으로 대구 경북 민주화운동의 상징적 장소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다.- 독재 정권에 반대하고 군사정권과 권위주의 정권에 맞서 민주주의를 쟁취한 투쟁의 현장 이자 민주화의 성지라 할 만하다. 대구가 한 때는 정치적으로 야도라고 불리기도 했다. 현재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다. 전통을 잇고 있는가.△ 민주화운동기념보존회는 광복이후 우리나라 역사 시작부터 군부정권이 물러날 때까지 각종 민주화 운동을 이끌어오고 진두지휘했다는 점에서 1회적 민주화 운동과는 다르다.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 이후로는 오늘날 야당과 달리 정치적으로는 중립적 위치에서 오직 민주화 운동의 정신만 이어가고 있다.- 기념하고 보존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나라 초대 야당이었던 민주당의 신익희 당수로부터 조병옥 윤보선 장면 박순천 김영삼 김대중에 이르기까지 역대 정통 야당의 당수들의 영정 및 대구 경북지역 야당인사 400여 명의 위패를 모시고 1년에 1차례 합동위령제를 지내고 있다. 그들의 반독재 투쟁 민주화 정신을 보존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민주화운동은 어떻게 진행해 나가려고 하나.△ 대구시민의 민주 역량을 일깨우고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모든 독재에 항거한 대구 경북민의 민주화 운동 정신을 이어가야 한다. 보존회 차원에서 지역 민주인사를 키우고 교육시키는 일을 해나가고 있다. 민주반월보를 꾸준히 발행해내고 있고 지난 2019년 보존회가 주체가 되어 정치대학을 열어 시민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기도 했다.- 재선 국회의원인데 2번 모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YS(김영삼 전 대통령)를 정치적 멘토로 모시면서 어떻게 당 공천을 못 받고 무소속으로 출마했나.△ 정치란 그런 것이더라. 3당 합당을 했고 나보다 더 센 상대가 있어 공천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14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정주영 현대 회장의 국민당으로 출마해 낙선하고 보궐선거에는 또다시 신한국당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나가 당선됐다.- 선거 과정에서 기억나는 일화가 있나.△ 정주영 현대 회장은 정말 명쾌한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동구의 숙원사업이 뭐냐고 묻기에 ‘동촌 K2 비행장이 문제다’라고 했더니 “그거 쉽다. 내가 대통령 되면 당장 해결해 준다. 그곳에 아파트 지으면 훨씬 좋은 시설의 공항을 지을 수 있다”고 했다. 지금 기부 대 양여 방식의 대구공항 이전 사업이 그 때 나온 것 아닌가 무릎을 쳤다.- 무소속으로 당선되고 많은 화제를 뿌렸다. 자전거를 타고 등원해서 매스컴을 탔다. 후에 백바지 등원이나 원피스 등원이 화제가 되고 있는데 서 의원이 원조(元祖)격이 아닌가.△ 깨끗한 정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무엇인가 혁신하고 싶었다. 자전거를 타고 들어가니 입구에서 막아서 ‘그러면 들고 들어가겠다’고 해서 허락을 받았다. 비가 오는 날은 우산을 받쳐도 젖었는데 다른 의원들은 우산이 없어도 비를 맞지 않았다. 지하통로가 있다는 것도 나중에야 알았다.- 의회에서 돌출 발언으로 심지어 동료 의원들의 미움을 사기도 했다. 의원 신고에서부터 사고를 쳐서 스포트를 받았다.△ 국회사무처에서 의원 신고할 때 읽으라고 적어준 쪽지를 펴 들고 의석을 바라보니 앞줄 초선보다 뒷줄 중량급 다선 의원들이 눈에 들어오더라. 순간 눈이 확 떠지더라. 보궐선거 기간 동안 지도급 중견 정치인들이 대거 내려와 나를 떨어뜨리려고 온갖 수단을 동원했던 사실들이 떠올랐다. 메모를 접고 일갈했다. ‘이 자리에는 비리를 저지르고 부정선거를 한 의원들이 모여 있다’고. 난리가 났던 기억이 난다.- 지금 대구 정치에 원로가 없다고들 한다. 동의하나.△ 정치야말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나이 들었다고 무조건 꼰대는 아니다. 대구의 선비정신과 꾸준한 자기 성찰이 필요하며 끊임없는 사회 참여 정신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정신을 가진 선배 정치인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 정치인들, 특히 국회의원의 존재감이 없다는 여론이다. 대다수가 야당인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인데 의정 활동이나 지역구 활동에서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정치는 정(正)이라 했다. 바르게 한다는 것은 정의를 구현한다는 말이다. 정의는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투쟁의 산물이다.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은 오직 바르게 할 것이며 바르지 못하면 투쟁을 해서 바르게 잡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고 자기 보신이나 하고 영달만을 누리려면 정치의 길을 가지 말아야 할 것이다.지금 문재인 정권에서 대통령을 탄핵해도 수십 번 할 수 있는 일들이 일어났다. 야당을 한다는 인사들이 투쟁다운 투쟁을 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러니 시민들이 정치인 보기를 보신주의자나 자기 영달만 생각하는 고액봉급자로 볼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특히 최근 대구출신 야당 대표시절 투쟁과는 거리가 먼 입으로만 떠드는 인사를 우리는 보아왔다.- 그렇다면 야당은 도대체 어떻게 투쟁해야 하나.△ 야당은 집권당의 잘못을 지적하고 투쟁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야당 총재 시절을 기억해봐라. ‘닭의 목은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며 민주화와 직선제를 쟁취해 내지 않았나. 나는 김대중 대통령 시절 두류공원에서 ‘김대중 대통령 규탄대회’를 열기도 했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얼굴은 포철이 생산해내는 120mm 철판보다 더 두껍다”고 비유해 김 전 대통령의 측근인 권노갑 한화갑 의원으로부터 ‘비유가 너무 지나쳤다’는 항의를 받기도 했다.- 지금도 많은 정치인들과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김부겸 총리와 이건희 미술관 건립 관련 대화를 했다고 전해 들었다.△ 많은 후배 정치인들과 소통하고 있다. 그들에게 진정으로 충고해주고 있다. 김부겸 총리에게는 ‘대구 출신으로 대구에 이건희 미술관을 끌고 오도록 노력해 보라’고 했더니 “그런 말은 꺼내지도 못한다”며 “나보고 내려오라는 소리”라 하더라. 그래서 말해줬다. “당장 그만 두더라도 소신껏 할 말은 하는 총리가 돼야지”라고.- 당시 이회창 총재의 대통령 후보선출에 반대했다가 한나라당 공천을 받지 못했다. 그런 투쟁 경력에 왜 3선의원이 되지 못했나.△ 모두가 찬성하는 이회창 후보에 대해 말석에 앉은 내가 반대한 것이다. “전 국민이 자식을 군대에 보내고 노심초사하는 판에 후보가 아들 둘을 군대 보내지 않았다. 그런 후보가 국민들에게 표를 달라고 하면 국민이 표를 주지 않을 것이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 당시 이회창 후보 옆자리에 앉았던 허주(김윤환)가 내게 와서 어깨를 두드리며 말렸다. 그러나 그도 결국 공천에 탈락하고 정치 인생을 마감했다.- 지금 같은 상황이 되풀이된다면 지금도 반대할 것인가. 본인의 소신에 비해 대중이나 후배들로부터의 인기는 없어 보인다. 자신의 정치인생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하나.△ 현실 정치와 맞지 않았다. 현실정치를 몰랐던 것이다. 돈이 있어야 조직 관리도 하고 사람들도 따른다는 사실을. 나도 3선의원이 되면 정치자금도 모으고 주변 관리도 하면서 소위 큰 정치인이 되겠다며 대권까지 생각했는데 이뤄지지 못했다.그러나 지금도 헌정회에 가면 큰소리친다. 정치적으로 비겁하지 않았고 금전문제나 다른 비리가 없으니 어디서나 누구 앞에서나 떳떳하고 당당하다. 자식들도 저마다 제 노릇을 하고 있으니 더욱 그렇다. 그렇지 못한 선후배 정치인들을 보면 나는 정치적으로는 실패했을지 몰라도 인생에는 성공적이라 자평한다. □ 서훈 (79)대구 동촌 출생. 영남고 경북대 법학과, 전남대 정치학석사, 대구대 행정학박사.경북대 재학시절 총학생회장으로 6·3한일회담 반대운동.팔공재건중학교 설립, 교장으로 야학운영.김영삼 신민당총재의 특별보좌관으로 정계입문. 이후 유신헌법 반대와 직선제 쟁취 반독재투쟁하다 14대와 15대에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이후 신한국당에 입당해 대구시당위원장을 했고 이회창 후보에 반대해 공천탈락하고 탈당해 16대에 민국당 후보로 출마해 낙선했다. 부정부패추방시민연대전국위원장을 맡았다. 이명박 정권에서 저작권단체 연합회 이사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서예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2021-09-06

청년과 스마트 팜에 미래 농업 달려있다

우리 농업에서 주식인 쌀 자급으로 보릿고개를 허문 1970년대의 통일벼 등장이 녹색혁명이라면 사시사철 싱싱한 채소와 과일을 식탁에 올릴 수 있게 만들어 준 1980년대 비닐하우스 보급은 백색혁명이라 할 만하다. 이런 농업혁명을 가져온 농업 현장은 이제 농업기술원의 주도로 빅 데이터와 인공지능, 로봇이 지배하는 스마트 영농으로 진화하고 있다. 농업혁명의 최일선에서 ‘농업은 과학이다’는 슬로건을 이마에 두른 신용습 경북농업기술원 원장은 미래의 먹거리 산업을 통해 농민이 잘 사는 경북도를 만들겠다며 신기술 개발과 보급에 열중하고 있다. ICT 과학기술이 융합된 스마트 팜 영농과 청년 농업인 육성으로 우리 미래를 개척해 나가야 한다고 신 원장은 주장한다. - 우리나라는 식량 위기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없나. 먹거리 안정적 공급을 확보하기 위한 대응책은 있나. 쌀 생산량은 얼마나 되며 쌀 확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45.8%(2019년 기준)다. 주곡인 쌀은 기술 개발을 통해 100% 가까이 자급률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벼 재배면적과 쌀 생산량과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농업기술원은 단백질 함량이 낮으면서 아밀로스 녹말 함량이 높아 밥맛 좋고 생산량도 많은 다솜쌀을 자체 개발해 2019년부터 포항 상주 등지에 보급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세계적으로 곡물 수급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식량 수급에는 문제가 없나.△ 위드 코로나 시대가 되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항간에는 ‘반도체 팔아 쌀 사 먹으면 된다’고 하지만 돈이 있어도 사지 못하고 자칫 굶어 죽을 수도 있다. 쌀 수출국들이 자국 식량 우선 확보 정책을 펴면서 수출을 중단조치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량 자급은 필수적이다.- 지난 해 1만1천여 명의 청년들이 직업을 좇아 경북을 떠났다. 농촌에서 청년을 붙잡아 놓기 위한 특단의 정책들이 필요한 것 같다.△ 도내 20세 이상 39세의 청년농업인은 2만4천명으로 전체 농가인구의 6.8%다. 우리 도에서는 청년들을 농촌에 붙잡아 놓기 위해 2018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청년농업팀을 만들어 정착단계별로 체계적으로 이들을 육성하고 있다. 특히 50대 이하의 조기 은퇴후 귀농인에게 주목하고 있다. 청년농업인들이 1개 면, 1개 군 전체의 농사를 책임지는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다. 신기술과 청년 아이디어를 농업 현장에서 실현하여 성공 모델을 구축하고 드론 병해충 방제단과 영농대행단 시범 운영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함께 직업으로서 농업의 가치를 확산시키고 있다.- 우리 농업 현장에서 과학기술의 적용은 고령화 등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 같다. 농업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을 동원해 원격과 자동으로 관리 운영해서 생산성과 품질 향상으로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스마트 농업은 선진국과 비교하면 어느 수준인가.△ 우리나라 농업 기술 수준은 최고 수준인 미국의 81.4%라고 한국과학기술평가원이 밝혔다. 일본이 88.4%로 우리보다 앞섰고 중국은 78.6%로 우리를 추격하고 있는 모양새다. 미국과의 기술 격차도 2018년 4.0년에서 지난해에는 3.2년으로 좁혀가고 있다. 특히 품종개발과 친환경 재배기술, 식품가치 창조 등에서는 상당한 기술력을 갖고 있으나 스마트 팜 기술에서는 70%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농업의 스마트화, 기계화는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보나. 또 중 소 자작농들은 이런 기계화로 피해를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 농업이 자동화 로봇화 IT기술 융합으로 다목적 환경친화적 농기계와 첨단 생산 시스템을 중심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농약살포 드론과 무인트랙터가 실용화되고 딸기나 포도 수확 정리기가 실용화되고 있으니 친환경 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는 노동력이 절감되고 소형 자작농에게도 노동력을 대체하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 올 것이다.- 최근 우박으로 많은 과수농가가 피해를 입었다. 겨울의 한파와 초봄의 저온 등 기후 변화로 농작물 피해가 만만찮다. 농업기술원은 어떤 대책을 갖고 있나.△ 농작물 재배에도 일기예보처럼 사전 예보를 위한 영농종합상활실을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면 “앞으로 1주일 후면 고추에 탄저병이 유행할 것이니 미리 대비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식이다. 고추와 복숭아, 감은 피해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이미 농업기상재해 대응 조기 경보 시스템을 개발해서 현장에 적용해 저온 고온 등 이상기후 피해를 줄여 나가고 있다. 농업인들에게는 문자를 발송하고 농작물 관리 기술 자료를 제공하며 현장 기술지원도 하고 있다. 앞으로 다른 작물에도 확대 적용하기 위한 연구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평균기온이 상승하면서 우리나라가 아열대기후화 하고 제주도의 밀감이 육지로 상륙하고 있다. 어떤 작목이 있으며 경쟁력이 있다고 보나.△ 아열대 현지와 비교하면 시설비를 투자해야 하는 등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지역에 동남아에서 이주한 농민들이 많이 있고 이들을 중심으로 이미 내륙 깊숙이 아열대 작물이 침투해서 재배되고 있다. 품목도 한라봉에서 밀감 커피 애플망고 등 과일과 공심채 인디언시금치 등 채소류까지 다양하다. 농업기술원에서는 우리 지역에 적합한 작물을 연구하고 기술지도를 해주고 있다. 이와 함께 아열대작물 최적 재배 매뉴얼을 만들어 아열대 유망작목 보급 사업을 추진하고 아열대 연구회를 구성하는 등 아열대 작물 조기정착에 힘쓰고 있다.- 경북농업기술원이 품종 육성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고 자랑했다. 특히 성주 참외가 세계적 명품이 되기까지는 신 원장의 노력과 기여가 상당한 것으로 들었다. 딸기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것 같다. 경북농업기술원의 기술력을 보여줄 수 있는 작물과 성과를 알고 싶다.△ 참외 재배에서 가장 큰 문제는 침외 속의 씨가 먼저 익어버리는 발효과와 연작에 의한 뿌리혹선충 피해였다. 내가 성주 과채류 연구소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서 성주 참외를 세계 명품으로 만들고 조수익 5천억 원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뿌리혹선충 피해는 토양이 병드는 것이 원인이었고 태양열소독과 담수 처리 등 기술을 개발해서 연작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연작 문제는 다른 작물에도 적용될 것 같다. 기술적 진보가 있나.△ 참외 연작 재배 성공에서 딸기 수경재배로 진화했고 앞으로 참외 수경재배도 실현될 것이다. 경북농업기술원에서는 양액 재배와 고설 재배를 융합한 참외형 스마트팜 기술을 개발했다. 고설 재배는 서서 작업함으로써 근골격계 질환 예방과 작업환경 개선으로 기존보다 수확량도 30% 많고 상품성도 높다.- 성주에서 참외 농사를 시작한 농민들이 주위에서 참외 재배 관련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차단해서 실패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젊은 귀농인들을 위해서라도 농사 지식과 정보의 공유 문화가 필요한 것 같다.△ 그런 문제를 농업기술원이 나서서 해결해 주고 있다. 경북도내 23개 시군 농업기술센터에 1천1백여 명의 직원들이 농민들의 현장 문제를 듣고 해결해 준다. 일선 기술센터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도 농업기술원이 처리하고 그래도 풀 수 없는 문제는 농촌진흥청에서 맡아 해결해 준다. 개인이 체득한 재배 노하우를 포함해서 기술원에서 표준재배기술을 보급함으로써 기술의 평준화를 이루어가고 있다. 지금은 농민들도 병해중과 농약 문제 등 농사 전반에 대해 해결사 농업기술센터가 해결해 준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농업은 과학이라 한다.- 지금 딸기 재배가 각광을 받고 있다. 성주 참외처럼 경북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할 작물로 딸기가 될 수 있겠나.△ 가능하다. 딸기는 깎지 않아도 쉽게 먹을 수 있어 접근하기 좋은 장점이 있다. 재배에서도 양액재배나 수경재배를 통해 농민이 서서 재배를 할 수 있다. 또 평당 20만원의 생산이 가능해 미래 농업으로 적극 육성하고 있다. 로얄티를 지불하던 딸기 씨앗을 농업기술원은 산타, 알타킹, 킹스베리 등 12개 품종을 개발해서 농민들에게 보급하고 있다. 수출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포도 신품종 샤인 머스켓이 시중에 인기더라. 그런데 너무 많이 보급돼 가격 폭락을 걱정하는 농가도 생겨나고 있다.△ 일본에서 도입한 품목이 한꺼번에 많이 보급된 때문이다. 농업기술원은 샤인머스켓을 장기 저장해서 출하시기를 조절, 해외로 수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또 샤인머스켓보다 재배가 쉽고 껍질째 먹는 골드스위트와 루비스위트 신품종도 육종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전국 귀농1번지가 경북이다. 도시적 사회적 불안과 스트레스에서 탈출하는 귀농 귀촌인들에게 농촌 환경 속 농업 활동을 통해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찾아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치유 농업이다. 경북농업기술원은 전국 최초로 치유과학실과 체험교육장 원예텃밭 등이 갖추어진 치유농업센터를 현 기술원 지구에 구축하고 내년부터 운영에 들어간다. 치유 컨텐츠를 개발하고 치유효과를 검증하며 치유수요기관과 농장의 매칭 등 치유농업 실천 전 과정을 지원하게 된다. 기술원은 치유농업센터를 중심으로 농가의 새로운 소득과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신 원장이 그리는 농업과 농업인은 어떤 것인가.△ 잘 사는 나라는 농업이 발달한 나라다. 네덜란드 시골 마을에서 여러 직업인들이 모인 마을 모임에서 농민을 제일 앞자리에 앉히는 모습을 봤다. ‘우리는 이 분이 농약을 얼마나 치고 어떻게 농사를 짓든 이분이 생산하는 농산물을 우리가 먹는다.’고 이유를 설명하더라. ‘농자천하지대본’이 우리들만의 얘기가 아니더라. 농촌과 농업은 국민의 건강 증진과 공동체 회복 등 사회적 가치 실현에도 기여하는 것이다. □ 신용습 (57)경남 창녕. 영산종합고와 영남대 원예과 졸업, 경북대에서 농업자원학 석사 채소원예학 박사. 영양군에서 농촌지도사로 출발해 올 1월 경북농업기술원장이 됐다. 성주참외과채류연구소에서 참외 연구, 참외의 연작을 가능케 해서 성주를 참외고을로 자리매김한 참외박사.채소 과채류 연구를 통해 병해와 농약해를 극복하고 육묘 재배와 농산물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연구 집중.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시대에 농업기술원이 중심이 돼 과학 영농으로 안전한 먹거리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에는 농업의 기계화와 ICT 스마트팜 구축, 치유농업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이경우 편집위원

2021-08-30

“북구미IC ~군위IC 고속도로·철도 건설되면 구미 수출 탄력”

삼성과 LG의 주력 라인이 빠져 나가면서 침체 일로를 걷던 구미공단이 활력을 되찾고 있다. 생산과 수출이 증가하고 고용이 늘어나면서 수출 한국을 견인했던 명성을 회복할지 관심을 받고 있다. 3천여 회원사를 둔 구미상공회의소 윤재호 회장(54)은 “이제 더 이상 빠져나갈 기업은 없다”며 “앞으로는 회원사들과 함께 구미를 새로 일구어낼 것”이라 기염이다.자신감과 박력 넘치는 경영인이자 정치에서부터 노동 환경 농업 에너지 등 관심 가는 곳마다 자신의 이론을 갖고 있는 전형적인 21세기 멀티 페르소나다.어린 시절 배를 곯아 어려운 후학들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며 기부에서도 늘 앞자리를 차지하는 젊은 기업인. 그의 표정만큼 구미 경제의 앞날도 밝아질 것이다.- 윤 회장이 새 기운을 몰아왔나. 코로나19가 지역과 업종을 가리지 않고 경제 전반에 쓰나미를 가져왔는데 올들어 구미공단이 생산과 수출에서 활기를 띠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수출 실적이 저조했다. 그러나 올 상반기 구미의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3.6%나 증가했다. 수치상으로는 10개월 연속 지난해보다 늘어났고 고용도 고용보험가입자 기준으로 증가하고 있다.- 수출이 중국으로, 품목은 무선통신기기와 반도체로 특정 국가와 특정 종목에 치우친 감이 있다..△수출국가가 중국(44.9%)과 미국(17%) 베트남(5.7%) 홍콩(3.9%) 등으로 특정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구미상의는 현재 수출액이 적은 중동과 중남미로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코트라 구미분소와 함께 다양한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수출품목도 무선통신기기와 광학기기, 반도체가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SK실트론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IT산업이 발달한 지역이고 삼성의 스마트폰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반도체 부품업체와 장비업체 등 경쟁력있는 중소기업까지 지속적 설비투자를 하고 있다. 또 제품의 수요 확대로 수출실적이 개선되고 있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세계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면 수출 대신 현지투자(FDI)가 늘어날 것이라고 UNCTAD(유엔무역개발회의)가 2021 세계투자보고서에서 밝혔다. 수출로 먹고 살던 시대는 끝났다는 식의 극한 평가도 나오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구미의 대응책은 뭔가.△ 삼성 LG SK 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과 그 협력업체는 이미 중국과 미국 베트남인도 브라질 등 전 세게계적인 글로벌 생산기지를 갖추고 있다. 코로나로 이미 세계주요 공장에서 일시적으로 셧 다운을 경험했고 현재도 코로나로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해외 생산기지에서 가동에 차질을 빚고 있다.- 그 대응책은 무엇인가.△ 구미가 단순 생산기지 차원을 넘어 글로벌 IT수출기지로 입지를 더 확고히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대구경북은 물론 수도권 우수 인력 확보가 관건인데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우수 인력확보는 구미공단의 최대 현안 중 하나가 되는 것 같다. 무슨 특단의 대책이라도 세워야 할 것 같다.△ 전국에서 우수 인력들이 구미로 내려오고 또 내려오면 머무를 수 있게 하도록 고민하고 정책을 세워야 한다. 무엇보다 구미역에 KTX 정차 등으로 교통접근성을 높이고 백화점 쇼핑몰 등 즐길거리와 각종 인프라를 확충해서 머무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근무지를 이전하는 연구 인력에 대해서는 소득 공제를 확대해 주는 등 직접적인 혜택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우리 상의에서는 중앙 정치권과 관계기관 등에 여러 차례 건의서를 올리고 자체적으로 대책마련 회의도 가졌다.- 7월부터 5인 이상 49인 이하 사업장에서도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고 있다. 올 1월부터는 50인 이상 사업장에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됐다. 구미지역에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나.△ 한 마디로 누가 누구를 위해 제정한 법인지 묻고 싶을 지경이다. 현장에서는 기업도 노동자도 모두 불만이다. 기업으로서는 인력 활용을 원활하게 하고 노동자들도 더 일해서 더 벌 수 있는 유연한 대체근무가 가능해 졌으면 좋겠다. 노동자들은 잔업을 더 해서라도 돈을 더 벌고 싶은 것이 현실적으로 솔직한 심정이더라. 더 열심히 일해서 더 많이 벌고 싶은 길을 막은 것 아닌가 싶다.- 현실적으로 어렵고 힘들다고 불만이 많은 것 같다.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올 1월 주 52시간 근무에 대한 의견을 물었더니 72%가 경영에 애로가 발생한다고 응답했다. 업체에 따라 근무형태가 달라 주 52시간을 활용하기 어려운 근로자가 있기 때문이다. 구미산단 가동업체(1,973개 사)중에는 50인 미만 사업장이 89%(1,755개 사)를 차지하고 있다. 업체 특성상 물량 변동이 극심해 업체로서는 일률적인 주52시간제 적용이 어렵고 근로자들도 실질적인 임금 감소라며 반발이 심했다. 제도 안착을 위한 1년간의 계도기간을 줄 것과 8시간 추가 연장근로를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확대 시행해 달라고 건의했다.- 구미가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의 배후 도시로 각광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망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선제적 대응도 필요할 것 같다.△ 구미에서 신공항을 경유하는 북구미IC ~군위IC 간 고속도로와 철도가 건설되면 5단지 분양에도 탄력을 받게 될 것이고 내륙 최대 IT 수출단지로 위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구미가 갖고 있는 첨단 IT 제조기술을 토대로 항공 전자 부품산업을 전략적으로 유치하고 항공물류단지 거점을 마련해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상의가 중심이 돼서 대책을 마련해 나갈 것이다.- KTX 구미역 문제는 공단의 인력충원에서부터 공단 활성화와 구미가 발전하기 위한 현안의 중심인 것 같다.△ 구미 지역 기업인들의 수도권 출장은 물론 바이어 등 외부 손님들이 구미 공단을 방문할 때 KTX역이 멀어 불편하다는 호소를 끊임없이 듣고 있다. 구미상의로서는 KTX의 구미 정차가 하루 빨리 실현될 수 있도록 하고 이와 함께 통합신공항 배후도시로 구미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동구미역의 신설을 위해서도 각계에 건의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 - 구미 소재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 중 전기 전자가 46개, 기계금속이 18개, 화학 12개, 자동차 부품 11개 등 90개 업체가 제조업이었다. 또 50년 이상 된 기업이 계림요업과 티에스알, 세로닉스, 대아산업 등 4개 업체이며 이들은 구미공단과 역사를 같이 하고 있다. 제조업과 향토기업 중심의 구미공단이 좀 더 젊어질 필요가 있지 않나.△ 100대 기업 중 50년 이상 4개사를 비롯, 20년 이상 26개사로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5년 미만 기업은 2개사뿐이다. 그러나 지난해 구미에서 신설법인이 669개로 전년보다 15% 늘어났고 제조업이 208개나 됐다.구미상의로서는 해외나 관외 투자도 중요하지만 구미에 본사를 둔 향토 기업이 구미공단의 주력으로 보고 이들이 신증설 투자 시 보조금을 지원해 주고 연구개발에 꾸준히 투자할 수 있도록 각종 인센티브와 함께 규제완화에도 노력하고 있다.- 구미공단에 향토 기업이 많은 만큼 창업자의 2세 3세가 가업으로 경영을 승계한 기업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상속세와 증여세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공식조사는 없었지만 상당수 기업이 경영을 승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상속세와 증여세 문제에 대해서는 법을 다루는 정치인들에게 따져보고 싶다. ‘돈 벌어 봤느냐’라고. 기업인으로서 기업이 나라를 살려냈다고 생각한다. 기업으로서는 계속 경영해서 세금을 낼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세금 낼 돈이 없어 기업이 공중분해 되어서야 되겠나. 상속세와 증여세 문제는 기업의 계속 경영 차원에서 접근해 줬으면 좋겠다.- 가업으로서의 기업 승계도 어렵지만 창업은 더 어려운 것 같다.△ 구미의 현실을 보면 순수한 창업이 쉽지 않다. 대기업의 하청이나 분사에서 독립해서 창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렇게 하는 것이 성공률이 높은 것 같다. 인력충원 문제도 그렇게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이라고 일방적으로 몰아붙일 일만은 아니다. 그것이 창업의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윤 회장의 주광정밀도 창업 28년이 됐다. 흑연 제조업이라 해서 반도체와 ICT 중심의 첨단공단이라 할 구미에서는 좀 엉뚱한 업종으로 알았는데 구미공단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첨단 필수 산업인 것 같다.△ 젊어서 겁 없이 사업을 시작했지만 대한민국 흑연 1세대로서 지금은 대한민국에서 최고 기술력을 갖췄다고 자부한다. 고객이 만족하는 최고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자신한다. 흑연은 먼지가 많이 발생하는 사업장이어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깨끗한 사업장으로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회사에 노동조합은 있나.△ 없다. 내가 젊었을 때 노동운동을 했다. 그러나 지금 노동조합은 그때의 순수성을 잃고 너무 정치적으로 편향된 느낌이다.- 사회적 기부도 많이 해서 기부왕이라고 소문났다. 모교 경북기계공고에 장학금과 특별기금을 마이스터고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한 장학금도 내고 1억이상 기부자클럽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으로 대구경북에서 최고액 11억원을 기부했다고도 했다.△ 지금도 길가다 짐 들고 가는 노인을 보면 들어드린다. 어렸을 때부너 남을 도와주는 것이 내가 편했다. 아너소사이어티를 몰랐을 때는 이름 없이 기부했다. 돈을 벌었으면 사회에 도움을 주어 더블아 사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하는 것 아닌가. 같이 살아야지. 윤재호 구미상공회의소 회장 □ 윤재호 구미상공회의소 회장(54)청송 출신으로 경북기계공고를 졸업하고 1993년 대구기능경기대회에서 선반부 동상을 받으면서 기술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궁금증은 어떻게든 풀어야 하고 늘 공부하는 기업인이다. 2015년 한국기계가공학회 최우수 논문발표상을 받고 금오공대에서 명예공학박사학위를 받았다.2012년 기능한국인에, 2016년에는 컴퓨터 응용가공분야 대한민국 명장으로 선정됐다.1994년 창업한 주광정밀은 흑연제품과 흑연전극, 초정밀 부품가공, 지그제작, 금형제작을 주생산품으로 섬성전자와 LG전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에 공급하고 있다. 2014년 베트남 현지법인을 설립했다./이경우 편집위원

2021-08-23

“인공지능·빅 데이터 활용에 인권·공정성 지켜야”

모바일과 SNS(사회관계망 서비스), IOT(사물인터넷)와 AI(인공지능) 등을 통해 수집 분석한 빅 데이터가 사람의 생각을 읽고 미래를 예측한다, 데이터가 돈이 되고 곧 권력이 되는 시대다. 조지 오웰의 1984가 현실이 되고 빅 브라더는 우리 생활 현장 깊숙이 침입했다.20여 년 빅 데이터 연구와 효용에 천착해 온 디지털 점쟁이 박한우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50)는 “이제 데이터 복지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며 인공지능과 빅 데이터 활용에 인권과 공정성을 지켜야 한다고 주창했다. 영남대 한복판 낡은 문과대학 연구실에서 컴퓨터 사회과학을 하는 그는 정작 모바일보다 데스크 탑 컴퓨터가 편하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한국여자배구가 세계 4위 터키를 꺾은 것도 빅 데이터가 힘이 된 듯하다. 선수 출신도 아닌 감독 라바리니는 오로지 데이터를 철저히 분석함으로써 먼저 나를 알고 상대를 파악해 내 강점을 최대한 활용해 상대의 약점은 파고들었다. 빅 데이터의 이론이 스포츠를 통해 본격 속살을 드러낸 느낌이다.△높이뛰기 선수 우상혁이 데이터 분석을 통해 한국신기록을 자신했다는 인터뷰를 봤다.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 빅 데이터의 이용은 더욱 일반화됐지만 이미 미국 프로야구에서 일찍이 빅 데이터의 활용이 증명됐다. 프로야구 선수들이 장타를 치려면 공을 높이 쳐야 한다는 것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였고 실제 홈런 선수들의 타격 방향이 뜬공으로 바뀌고 있다.- 빅 데이터의 이론이 우리 사회에 본격 등장한 지 10여 년이 지났다. 박 교수가 처음 빅 데이터 이론을 펼쳤을 때와 지금 우리 사회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비교해 달라.△ 개인의 소비생활에서부터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생산해 내는 엄청난 데이터들을 빅 데이터라 했다. 그런데 그 방대한 데이터가 형태에서 음성과 문자를 넘어 사진과 동영상 관계망 등 지금까지는 무시해왔던 사람들의 사소한 행위들까지 모두 데이터화하고 있다.이제 빅 데이터는 스포츠에서뿐 아니라 선거와 재난관리, 기업의 경영과 영업 마케팅 도시 도로와 개발 환경 등 소용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국가와 기업의 정책 수립과 경영 전략에서 의사소통과 결정 등 모든 방면에서 빅 데이터가 동원되고 있다. 심지어 개인의 DNA 유전자 생체 정보까지도 데이터가 되고 있다.- 빅 데이터의 개념이 달라진 것인가. 이에 따른 사회적 대응 방안이 필요할 것 같다.△ 개념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 확장된 셈이다. 데이터의 생산량이 폭발적으로 많아졌고 다양해지고 특히 비정형화한 데이터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개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모든 행위와 심지어는 생각 까지도 데이터화 되고 있는 것이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면서 자신의 사용 내역이 데이터로 수집돼 소비 패턴이 분석되고 기업의 판매마케팅에 활용되기도 하고 생산방식에 이용되기도 한다. 분석 방법이 인공지능과 기계 학습을 통해 인과성을 더욱 정확하게 밝혀낼 수 있게 됐다. 예측력이 높아진 것이다. 유 튜브를 볼 때 내 생각을 미리 읽어 내가 관심 있는 것, 보고 싶은 것만 보게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확증편향을 심화시키는 것이다. 빅 데이터를 통해 인간의 욕구를 더욱 분명하게 잘 파악하고 있다. 그만큼 맞춤화되고 정교해지고 정밀화했다. 인간의 욕구를 심리학에서 분석하던 방식이 빅 데이터에 적용된 것이다.- 무서운 이야기다. 정보의 수집 방법도 진보하고 다양화되고 있다고 생각해도 되겠나. 새로운 문제점이 생겨날 것 같은데.△사람들의 인식과 행동에 관련된 모든 신호들이 모두 정보가 되어 수집되고 있다. 사람들의 이동과 통화 문자 소셜미디어 인터넷 검색 트랜드 전자상거래 등 모든 데이터들이 IOT(사물인터넷) ,각종 센서와 SNS를 통해 수집되고 분석되고 있다. 모바일이나 인터넷에서 정보에 접근하기 위해 ‘동의’를 꾹 누르는 행위가 그런 수집을 가능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이 과정에서 데이터 수집과 분석 과정에서 개인의 인권 침해는 없는지, 또 공정성이 침해되지는 않는지 같은 감시가 필요하다. 사회적 정의와 공공 이익을 위해 빅 데이터가 활용되어야 한다.- 대구에서 코로나19가 창궐하던 지난 해 2월 소셜 미디어에서 뉴스가 유통되는 방식을 빅 데이터로 분석한 걸로 알고 있다. 어떤 결론을 얻어냈나. 또 다른 영역으로 확장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 재난과 스포츠는 빅 데이터의 입장에서는 즉각 대응이라는 점에서 매우 닮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이라는 재난 사태에서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가장 빨리 상황을 처리할 수 있느냐는 것을 빅 데이터로 분석했다.당시 사람들이 어떤 문제에 집중하는지를 알 수 있었고 거기에 맞춘 대응책도 나왔다. 또 코로나19 사태 당시 사용 언어를 빅 데이터로 분석한 결과 남성과 여성의 언어가 다른 점도 밝혀냈다. 남성과 여성의 코로나를 인식하고 대응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나는 것을 확인했다.이젠 부동산 시장에서도 그냥 ‘역세권’이라면 ‘역에서 몇 분’이라거나 ‘몇 m’라는 식의 물리적 아날로그식 개념에서 휴대폰 주파수 분석을 통해 유동인구를 집계 분석해 지역 한계를 분명하게 특정하게 됐고 이를 선거운동 등에서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점에서 빅 데이터는 통계와 비슷한 것 같다. 근본적인 차이점은 무엇인가.△ 통계는 기존의 강한 신호를 바탕으로 분석해서 결론을 내린다. 그러나 빅 데이터는 ‘약한 신호’를 놓치지 않고 그 맥락을 찾아내 효과를 측정하는 것이다.세렌디피티(serendifity)라는 ‘느닷없는’ ‘약한 정보’까지도 수집해 이를 알고리즘을 통해 객관화시키는 것이다. 데이터 간의 연관, 관계 분석을 통해 데이터의 맥락을 짚어내는 것이다. 그만큼 정확성을 높이는 것이 빅 데이터다.- 통계 기법을 활용한 여론조사가 신뢰도를 의심받고 있다. 빅 데이터가 그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말인가.△ 여론조사는 응답률이 5%도 되지 않는다. 결국 답변할 사람만 답변한다는 말이다. 이는 누가 어떻게 답하느냐는 것을 어느 정도 조정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일 수 있다. 무작위로 샘플을 모집하고 또 그 대상들이 성실히 답변하는 식의 여론조사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응답자에 가중치를 적용하고 조사방법과 통계 분석 처리 방법과 기술이 아무리 과학적이고 정확해도 그 답변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면 조사 자체도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이다.데이터 자체가 정크 데이터일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서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빅 데이터는 정보 자체가 정직하다. 빅 데이터의 정보는 생산자가 의도하지 않지만 갈수록 다양화되고 비정형화되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생산하는 정보가 데이터가 되어 기업들이 이익을 가져가고 있지만 생산자인 개인에게는 전혀 이익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빅 데이터에 대한 활용이 커질수록 데이터 생산자에 대한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 이제는 국가와 사회도 데이터 복지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인문학자인 내가 지금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데이타 복지’다. 빅 데이터와 정보화사회가 발전할수록 개인이 생산자가 되고 기업들은 그 정보들을 수집해서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거기에 대한 이익을 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에 “데이터 생산자에게 이익의 일부를 돌려줘야 한다”는 내용의 건의서를 올린 것도 그 때문이다.- 데이터 복지라니, 생소한 개념이다. 성과는 얻어냈나.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개인이 사용한 카드나 모바일이 생산한 데이터 정보를 금융권이나 통신사 배달앱, OTT 등이 수집 분석해 이익을 얻었으면 고객에게 환원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그랬더니 “의의는 있으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식의 답변이 돌아왔다. 법 규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문화지체현상을 보여준 것이라 생각한다.앞으로는 개인은 더욱 분절화 되고 고립이 심화되며 파편화될 수 있다. 기업이 생산하면 개인들이 소비했던 것이 전통 시장의 일상 모습이었다. 그러나 빅 데이터에서 개인이 데이터의 생산자가 되고 기업이 데이터의 수집을 통해 수익을 가져가는 것이다.지금 전화에서 음성 통화 외에 문자는 모두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이것은 경쟁자인 카카오톡이나 SNS 소셜 미디어의 등장에 따른 경영전략일 수도 있지만 그 문자 메시지는 데이터화되어 사업자들에게 이익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컴퓨터 소프트웨어 기술에서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한 이유다.-우리나라는 인터넷 강국이라 했고 한 때는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정보화 분야에서 세계적인 선도주자라고 했다. 지금도 그 명성이 유효하나.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선진국으로 진입했지만 정보화에서는 오히려 후진국보다 뒤쳐진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일종의 문화 지체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정보화 사회 초기 산업화에는 유선(케이블)이 성패를 결정했다. 우리나라가 강국일 수 있었다. 그런데 유선에서 무선으로 정보화 산업이 발전하면서 후발 국가들이 무선으로 곧바로 진입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가 된 것이다. 우리는 유선에서 무선으로 환승하는 데 시간이 걸렸던 것이다. 지금 정보화는 데이터를 중심으로 지능화하고 있다.- 하드웨어에서 강점을 보였으나 소프트웨어에는 약하다는 이야기로 들린다.△우리나라는 정보화에서 빅 트랙 플렛폼 기업에 너무 종속된 면이 있었다. 세계무대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인문사회학적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정보에서도 개인의 리터러시(문해력)가 약하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해결해야 할 과제다. □ 박한우(50)영남대 언론정보학과, 디지털융합비지니스대학원, 동아시아문화대학원 교수영주에서 초교 3학년때 대구로 전학와서 성광고와 한국외국어대와 서울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지능정보화사회진흥원(NIA)에서 연구원으로 있다가 IMF때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네덜란드 왕립 아카데미 연구회원을 거쳐 2003년 영남대에서 언론학부 교수로 있으면서 컴퓨터공학자들과 빅데이터 이론을 비롯 뉴미디어언론학을 강의하고 있다. SSCI저널에 논문 100편 이상 게재. 30대에 이미 논문 피인용수와 구글 검색에서 디지털정보 관련 국제 학회로부터 인정받은 빅 데이터 권위자./이경우 편집위원

2021-08-16

이젠 방송인 아닌 정치인으로 불러달라

우리는 여전히 전쟁터 속에서 살고 있다. 6·25와 베트남전의 트라우마에 갇힌 60대 이상은 물론이고 30·40대에게도 멀리 중동전쟁 포성의 여운이 남아있어서일까. 출근길도 밥 먹으러 가는 길도 전쟁이요, 취업도 대학 가는 길도, 집 구하는 일까지 전쟁이다. 90년대 바그다드의 중동 전선에서 종군기자로 활약한 이진숙(전 대전MBC 사장)에게도 돌아온 조국 대한민국은 여전히 전쟁터다. 2년 전 고향 대구로 내려와 시내 한복판 오피스텔에 진을 친 이진숙은 이제 방송인 아닌 정치인으로 불러달라고 한다.- 2020 도쿄올림픽의 3관왕 여자 양궁선수 안산의 앞머리 쇼트커트가 불러온 페미 논쟁이 일었다.△논쟁에서 정작 안산은 없고 페미만 남았더라. 남성에 비해 상대적 약자인 여성 인권 보호와 양성평등의 의미로 쓰여야 할 페미니즘이 남성혐오와 동의어로 전의된 인상이다. 안산의 언어에서 나는 남성혐오 표현을 발견할 수 없었고 참으로 불건강한 논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산을 넘어 선 진영간 대립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명쾌하다. 같은 시기 서울 종로 책방의 쥴리 벽화 문제는 또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여성 비하를 넘어 심각하고 중대한 개인의 인격 침해다. 우리 사회가 좀 더 냉정해져야 하겠다. 이 문제는 말로만 여성친화를 외치는 진보진영의 위선을 여지없이 폭로한 현장이다. 여성의 성까지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내로남불식 정권의 이중성이 드러난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문제에서 여성가족부가 입 다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야당 일부에서 주장하는 여성가족부 폐지 주장에 대한 입장은.△문제는 여성가족부의 존폐 여부보다 여가부가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느냐는 거다. 이 질문에 ‘일을 제대로 했다’고 답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여성의 인권 향상과 성 평등 가치 확산이라는 당초 설립 취지를 위해 얼마나 기여했느냐. 제대로 못하니까 폐지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여당 단체장들의 잇단 성 추문이 여가부 문제를 더욱 확산시키는 계기가 된 건 아닌가.△그렇다. 지난해 8월 당시 여가부 장관은 박원순 오거돈 전 시장들의 사건이 권력형 성범죄냐는 질문에 “수사중인 사건의 죄명을 규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변해 여성들의 화를 돋우었다. 법적인 판단은 사법부에서 하더라도 여가부 장관은 자신의 생각과 판단을 얘기했어야 했다. 당시 장관은 보호받아야 할 여성 피해자가 아니라 자신보다 큰 권력, 임명권자를 의식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사건 관련 입장문에서 ‘고소인’ ‘피해 고소인’이라는 말을 써서 피해자는 물론 국민들의 분노를 샀던 것으로 기억한다.- 최근 우리 사회에 ‘Me Too’광풍이 몰아치면서 젠더(gender) 논쟁이 일어났다. 지방 출신 방송 기자로서, 여성으로서 경험을 들려 달라.△소수자는 항상 불안하다. 10명 중 9명이 칼국수를 먹자고 하는데 혼자서 냉면을 먹자고 하면 냉면으로 결론나기는 힘들다. 이럴 때는 칼국수를 먹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인생에서는 칼국수와 냉면을 넘어서는 경우가 많다.내가 입사했던 1986년 동기 13명 중 2명이 여성이었다. 지방 출신에 지방대, 거기다 여성이었으니 말 그대로 ‘3중고’였다. 수습 때 특종도 했지만 수습 끝나고 부서배치에서 남들 다 간다는 사회부가 아닌 문화부로 발령이 났다. 다른 여기자는 국제부로 갔다. 시작 때부터 3중의 장애물에 포위돼 ‘잘 나가는’ 직장에서 생활하는 건 또 다른 전장이었고 전투였다.- 여성이어서 부서배치에서 불이익을 받았다는 것인가. 그러면 사회부 기자는 언제 했나.△문화부에서 악바리처럼 일했고 그게 눈에 띄어 사회부로 배치 받았다. 새벽 네 시 기상, 네시 반 경찰 순회, 여섯 시 캡 보고 등 고된 일정 때문에 남자 기자들은 탈출하고 싶어하던 부서였다. 그러나 여기자들은 “사건기자도 못 한 주제에...”라는 말을 듣기 싫어서, 그리고 ‘그들’과 같은 훈련을 받고 싶어서 사회부 배치를 원했다.- 부서배치 불이익은 그 후로도 직장 생활 내내 계속되었나.△입사해서는 사회부 기자가 되고 싶었고 나중에는 국제문제 전문기자, 특파원이 되고 싶었다. 1990년대 중반쯤인가, 당시 워싱턴에서 근무하던 남편이 대기업 뉴욕지사장으로부터 “이 기자는 절대 워싱턴 특파원이 될 수 없을 것이다. 한국에서 누가 여성에게 워싱턴 특파원 자리를 주겠느냐”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러고 10년 뒤에야 나는 워싱턴 특파원이 되었다. 그동안 한국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이다.- 지금도 여성계에서는 여전히 남녀불평등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오히려 역차별이라고 주장하는 남성들도 있다. 유리천장 논리에는 동의하나.△동의한다. 수치가 말해 주고 있지 않는가.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21 글로벌 성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대상 156개국 중 102위를 기록했다. 방글라데시(65) 우간다(66) 케냐(95) 보다도 못한 지위다. 경제활동참여 기회 부문에서 123위, 교육 부문에서 104위였다.- 문재인 정부가 여성친화적이라고 자랑했는데 정치 부문에서 여성정책은 어떤가.△좌파 정부가 비교적 잘 하고 있는 것이 여성의 정치 참여라고 칭찬해주고 싶다. 외교부에 강경화, 법무부에 추미애, 교육부에 유은혜, 국토교통부에 김현미, 고용노동부에 김영주 등 이른바 주요부처에 여성을 장관으로 임명한 것은 우파 정부와 구분된다. 우파가 보수꼴통이라는 프레임을 쓰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여성 정책이기 때문이다.- 종군기자의 경력으로 전쟁을 체험했다. 징병제인 우리나라에서 여성에게도 군대 가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걸프전(1991), 소말리아 내전(1993), 동티모르 내전(1999), 이라크전(2003) 등을 취재했다. 시체가 피투성이 부상자들과 뒤엉켜 나뒹구는 절망과 폐허의 전장을 목격하고는 피지도 않는 담배를 세 개피나 피웠던 기억도 있다.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에 국방의 의무를 위해 군복무하는 데 대한 2030세대 일부 청년 남성들의 저항감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진학이나 취업이 원만하게 이루어지는 호경기 상황이라면 남성들의 불만은 상대적으로 적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 상황이 악화되고 취업이 치열해지면서 불만의 타깃이 여성으로 향한 점도 있지 않을까 추정해 본다.여성도 군대에 가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라는 절차가 필요하다. 모병제로 점차 이동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점차적으로 모병 규모를 늘려 가면 어떨까 생각한다. 말만큼 쉽지는 않을 것이다.- 위기에 강한 리더십이라고 스스로를 평가한다. 그 배경이 궁금하다.△세상에 전쟁만한 위기는 없다. 그 전쟁을 세상에 알린 것이 나 이진숙이다. 종군기자로서 소속사 MBC에는 특종을 안겨줬고 그걸로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진숙의 MBC에는 나쁜 이미지로 가득 차 있다. 당시 사장(김재철)이 MB 정권의 충견이라는 비난이 있었고 이진숙이 그 하수인이라는 비난이 들끓었다.△2012년 MBC가 노조의 170일간 장기 파업이라는 최대 위기에 직면했을 때 홍보국장과 기획본부장을 맡았다. 진보성향 노조가 악의적인 선동과 마타도어식 허위 주장을 펼쳤지만 보수적 일부 우파 간부들 조차 자신이 타깃이 되는 것이 두려워 비겁하게 숨었다.파업이 70일 넘고 100일을 넘어서자 ‘불법 정치 파업이다’라고 주장하던 간부들조차 ‘노조가 이기면 어쩌지...’라거나 일부 간부들이 뒤로 노조에 격려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노조가 허위 주장 노보를 내면 홍보국장은 층층시하 절차를 거치느라 즉각적인 대응을 할 수 없었다. 기획본부장이 되어 사장에게 대외대응의 전권을 허락받은 뒤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노조의 허위주장들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항복을 받아냈다. MBC를 구했다는 응원 문자를 많이 받기도 했고 ‘이다르크’라거나 ‘김사장의 장세동’이라는 별명도 그 때 얻었다.- 방송인에서 정치계에 뛰어들었다. 언제, 무엇을 하겠다고 정치에 입문했나.△자유한국당의 인재영입케이스로 정치에 입문했다. 당시 문화권력의 횡포를 목격하고는 우리 사회가 더 이상 불건강한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신념으로 정치에 뛰어들었다. 문화는 미래 세대를 키워내는 자양분이자 토양이다. 나는 우리 딸이, 우리의 미래 세대가 왜곡된 이념과 왜곡된 문화 속에서 살아가도록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기자 출신이어서 그런가. 공무원이나 관료 출신 정치인에 대해 좋은 감정은 아닌 것 같다. 대구의 정치인에 대한 평가가 아주 낮다.△공무원의 철밥통은 괜히 생겨난 게 아니다. “일 더한다고 월급 더 주나” 하는 관념에 익숙한 게 공무원이다. 그런 공직자는 대구 같은 위기의 도시에는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나이가 든 사람들에게는 대구가 살기 좋은 곳이라고 한다. 그러나 대구는 청년들이 빠져 나가는 도시다. 늙어가는 도시라는 말이다. 더 이상 미래가 없는 도시다. 지금 대구에는 위기를 관리할 리더십이 필요하다. - 대구의 미래를 어떻게 그려나가야 한다고 보나.△멀리 봐야 멀리 간다고 했다. 대한민국 안에서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나는 MBC 본사에서 일했고 남편은 현대자동차에서 퇴직했다. MBC는 1961년, 현대차는 1967년 설립했다. 한국의 특수 상황에서 정부 통제와 보호를 받았던 MBC는 현재 위축돼 있는 반면 생존을 위해 전 세계 기업과 경쟁했던 현대자동차는 명실상부 글로벌 기업이 되었다. 현대자동차의 도약 비결은 경쟁력이었다. 대구가 글로벌 시티로 부상하기 위해서, 경쟁을 통해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이진숙 (60)대구에서 남도초 구남여중 신명여고를 나와 경북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잠시 교단에 섰다.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과 존스홉킨스국제학대학원(SAIS)을 졸업했다. MBC에 기자로 입사해서 걸프전 종군기자로 명성을 떨치고 워싱턴 특파원과 워싱턴지사장, MBC기획본부장, 보도본부장, 대전MBC사장에서 퇴직하고는 정치에 띄어들었다./이경우 편집위원

2021-08-09

통합신공항·행정통합은 대구·경북의 발전 동력이다

대구경북 미래가치 창조의 중심이라는 비전을 갖고 출범한 대구경북연구원은 30년 동안 지식경제자유구역,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 3대문화권 사업 등 지역의 굵직한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오창균 원장은 “시·도지사가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면 연구원이 뒷받침해 가능했다”며 “앞으로는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중점을 두겠다”고 말한다. 대구시 남구 대명동의 기업 빌딩에 세들어 살고 있지만 사기는 충천하고 의욕은 창창하다.- 대구 경북 발전이 정치 경제적으로 정체되고 있는 것은 다중 포위망에 갇혀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대구 경북은 공간적으로는 경부고속도로와 경부선 중심의 국가 발전축이었으나 그 축이 서해안을 중심으로 이동했다. 경제 지도도 추풍령 이남의 비수도권으로 분류되면서 이 지역은 자연히 동남권 주변부로 밀려났다. 경제 산업구조도 섬유와 전자 철강 중심의 지역산업이 4차 산업시대에 접어들면서 전환기를 맞고 있다. 문화적으로도 폐쇄적이라는 외부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가 인정하고 않고 와는 상관없이 우리 지역에 대한 비판 세력이 만만찮은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연구원이 찾아낸 돌파방안은 어떤 것인가.△이런 고립과 주변화를 돌파하려면 과감한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지리적 변방화와 경제산업적 주변화를 반전시키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수단으로 도출된 것이 통합신공항과 대구경북 행정통합이다. 이 지역 발전에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대구와 경북을 확 바꿀 엄청난 대역사가 될 것이다.- 두 개의 프로젝트 모두 상당한 비판이 있다. 연구원이 주장하는 대구경북행정통합의 바람직한 모습은 어떤 것인가.△비판은 당연하다. 모두가 찬성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가야 할 길이라면 가야 한다.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는 시·도민과 함께하는 ‘공론’ 방식으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앞으로 행정통합 역시 시·도민의 의견을 따르는 방식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라고 본다. 특히 지역 내부의 합의 형성을 위해 광범위한 주민 설명회와 정치 경제계를 비롯한 각계의 전문가와 함께 하는 토론회를 통해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관심도를 높여야 한다.- 그런데 행정통합 논의는 현재 중단돼 있다.△중단된 것이 아니라 더 굳건히 나가기 위한 보완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가 지난 4월 ‘논의를 2022년 지방선거 이후에 재논의 할 것’을 건의했고 시· 도가 이를 수용함에 따라 일시 중단된 것이다. 현재 공론화위원회는 지난해 7월부터 올 5월 사이의 공론 활동에 대한 백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최근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를 비롯, 영남권 5개 단체장이 울산에서 영남권 미래발전협의회를 열고 공동 성명도 발표했다. 대구경북의 행정통합이 이뤄지면 다음 과제로는 영남권 통합으로 수도권 일극체제에 맞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물론이다. 전국 인구의 절반(50.2%)이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는데 비해 영남권은 비수도권에서는 가장 많은 인구(24.9%)가 살고 있다. 우리 연구원을 비롯한 부산 울산 경남 등 4개 연구원은 인구의 4분의 1이 살고 있는 제2도시권의 경쟁력을 강화하여 수도권 중심이 가져오는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성장 거점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 구체적인 성과를 들어보라.△이번 영남권 미래발전협의회에서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의 조속 건설과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서도 공동으로 노력하고 협력하기로 했고 이를 협약서에 명문화했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 문제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통합신공항 이전지 확정 이후로 대구시와 경북도 모두 사업추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법적 절차에 따라 통합신공항 건설 기본계획을 수립중에 있으며 국토부도 민간공항 부분 건설을 위한 타당성 검토 절차를 진행중이다. 연구원은 종전부지 개발 마스터플랜 마련에 참여하고 통합신공항 중심의 주변지역 발전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도 수행하고 있다. 통합신공항을 중심으로 한 교통망 체계 구축도 지원하고 있다.- 통합신공항에 대한 일부 반대 여론도 여전한 것 같다. 특히 공항의 역할과 관련해서도.△거기에 대해서는 “지금까지의 공항 개념은 잊어라”고 말해주고 싶다. 새로 건설되는 공항은 농촌에서 농사 지어 겨울에 한 번 세계 여행가면서 이용하는 공항의 역할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세상이 변하고 있다. 신공항이 개항할 때쯤이면 어떤 역할을 하게 될는지 상상해 보라. 디지털 카메라나 스마트폰의 발전 속도와 우리 생활 영역에 침투한 현실을 봐라. 더 이상 고추 말리는 공항이라는 폄하에 움츠리거나, 지점과 지점을 이어주는 공항의 역할에 한정지을 때가 아니다.- 군위군이 신공항 건설의 전제조건으로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대구시 편입은 연착륙할 것 같은가.△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에 대해서는 대구시와 경북도도 행정적 절차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도 의회 일부에서 군위군의 대구 편입에 따른 상대적 불이익을 거론하고 있지만 원만히 양해하면 어렵지 않게 성사될 것으로 본다.- 인구문제도 국가적 숙제가 됐다. 특히 우리 지역은 수도권 집중 현상과 맞물려 저출산 고령화와 함께 인구유출이라는 이중 삼중의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어떤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인가.△인구 정책이나 출산율 문제는 바로 지방소멸과 직결된다. 이제 더 이상 몇몇 농어촌 낙후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그만큼 단편적인 정책이 아닌 국가 차원의 근본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 이런 문제는 고용과 임금 주택 교육 기본소득 보장 노후문제 보건의료 정책과 맞물려 나타나는 사회 현상이다. 전진국들은 이 문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사회 재설계를 시도하고 있다. 경제적 기회를 확대하되 공동체 윤리와 시장경제의 역동성 결합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핵심이다.- 우리의 문제로 돌아와서 해결책을 찾는다면?△국가 차원의 정책 변화다. 이민과 영주권 정책을 포함한 본격적인 국가 재설계에 나서야 한다. 현실적으로 당장 실현이 어렵다면 지역에서라도 단순한 현금 투입을 지양하고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돈으로 출산율을 높이겠다는 발상이 얼마나 가겠는가.- 현재 대구시내 곳곳에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무분별한 개발의 인상이 짙다. 이에따라 일부 아파트는 미분양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다. 행정이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닌가. 연구원으로서 조율은 하고 있나. 어떤 그림과 방향을 제시하고 있나.△대구시는 물론 연구원도 최근 대구의 주택 공급과잉에 대한 상항을 우려하고 있다. 2018년 연구원이 수립한 대구시 주거종합계획에는 2027년까지 대구시의 주택 수요에 대한 추정치가 나와 있고 이를 기반으로 계획이 수립돼 있다. 그러나 최근 주택은 적정 공급선을 넘어서 단기적으로 과다 집중 공급되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현재 대구시는 지난 2007년과 같은 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막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연구원도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한 대구시 주도 대안마련에 참여하고 있다.- 연구원 내부를 들여다보면 설립 30년이 된 지금 연구 성과물 없다는 지적이 있다.△시대가 변했다. 연구원의 과제나 방향도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옛날처럼 대형 프로젝트(4대강 사업 같은 토목공사)가 없어지고 정책과제와 기본과제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기 때문이다.지금은 지역의 미래를 위해 대구경북 경제통합과 대구경북 행정통합 등 손에 잡히지 않아도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중장기 발전 구상과 정책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연구원이 대구시와 경북도의 재정 지원에 의존하는데 문제는 없나. 연구원의 결과물에 대한 의심도 있는 것으로 듣고 있다.△관변기관으로서의 아픔이 없지 않다. 대구시와 경북도의 예산으로 운영되다 보니 연구결과가 주문생산 됐다거나 의뢰한 자치단체가 요구한 결론이 아니냐는 의심일 것이다. 그러나 정책 잘못을 연구원이 인지하고도 없애거나 은폐하려 하지 않았다. 행정기관의 잘못을 은폐하거나 수치를 조작하거나 결과를 왜곡하는 일은 있을 수도 없고, 또 없었다. 결단코.- 대구경북연구원 최초의 내부 출신 원장이다. 현재 연구원 자체의 문제점이나 해결 과제는 무엇으로 보나.△연구원 개원 초 연구원 6명 중 5명이 경제 경영학 전공자였다. 지금 정규직 연구원이 박사급 65명으로 경제 산업 도시계획 환경 문화 관광 사회 복지 교통 전분야에 걸쳐 대구 경북의 종합행정을 커버하고 지원하고 있다.공공기관으로 이익창출보다는 지역민의 이익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정책을 연구하고 과제를 수행한다. 예산 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이를 설득하는 일이 중요하다. 사회 경제적 여건은 급변하고 코로나19 같은 변수까지 발생하면서 연구 수요도 보다 세분화되고 전문화되고 있다. 정책 환경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선도적인 정책 대안 발굴을 위해서는 우수인력 확보가 절실하다.- 개원 30년을 맞은 연구원으로서 앞으로 미래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역할과 비전을 위한 준비는 하고 있나.△대구 경북 시도민의 삶의 질 향상과 경쟁력있는 지역 창조라는 사명을 갖고 대구경북 미래 가치 창조의 중심이라는 비전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미래가치를 선도하는 창조적 연구개발 강화, 시도민이 공감하는 정책 연구와 지속 가능한 경영체계 구축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연구원 구조 개혁을 위한 외부 용역을 맡겼다. 객관성 확보를 위해서도 제 머리를 깎을 수는 없는 일이니까. □ 오창균(吳昌畇·59)대구 심인고 졸. 경북대 사회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주리대학교에서 사회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0년 대구경북연구원에 연구원으로 들어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지역발전 전문위원과 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실무위원으로 참여했다. 대구평생교육진흥원장과 농촌살리기 정책포럼 공동대표를 맡았으며 2011년부터 현재까지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이경우/편집위원

2021-08-02

12년 공직생활의 끝자락… “아직도 마무리 할 일 많아”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은 달성군에는 여전히 유효하다. 2010년 17만6천여 명이었던 달성군 인구는 전국적 인구 절벽 속에서도 10년 동안 9만 명이 늘어나 6월말 현재 26만 명을 넘어서며 변화와 도시성장을 증명하고 있다. 2010년 3천611억원이었던 군 예산도 지난해엔 1조113억원으로 3배 가량 커졌다.2010년 첫 취임한 이래 11년째 군수실을 지키고 있는 김문오 군수는 행사가 없는 시간이면 집무실 CCTV화면을 집중한다. 비슬산 대견사와 송해공원, 도동서원, 사문진 등 달성군의 문화 관광 8개 거점 지역을 실시간 모니터하는 것이다. 방송국 앵커 출신에 3선 단체장 경력의 김 군수. 그의 달성자랑은 막힘도 거침도 주저함도 없이 숨 가쁘다. -3선 민선군수로 이제 임기가 10달도 못 남았다. 남은 임기동안 어떤 일들에 집중할 생각인가.△나는 아직 할 일이 많다. 비슬산 케이블카 건설, 송해기념관 준공, 도동서원 누리길사업, 다사 행정복합타운 건설과 현풍의 충혼탑 재건립, 화원읍사무소 리모델링, 여성문화복지센터 마무리 등 벌여놓은 일들을 해야 한다.-누가 달성 군수가 되더라도 할 수 있는 일 아닌가. 김문오 군수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 남아있나.△그것들이 모두 내가 해야 할 일들이다. 왜냐하면 모두 내가 벌였던 일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할 일들이 끝이 없다.-김 군수의 재직기간동안 달성군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 김 군수가 일을 많이 한 것은 전국적으로도 소문이 났다. 스스로 평가해 본 적이 있나. 자랑을 한 번 해 달라.△돌아보니 지난 11년은 달성군 역사상 가장 역동적인 변화를 이뤄낸 시간이었던 것 같다. 대구 변방의 존재감 없던 달성군은 이제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졌고 이제는 대구를 넘어 대한민국의 중심 도시로 당당히 자리매김해 나가고 있다고 자랑하고 싶다. 그야말로 뽕나무밭이 푸른 바다로 변하는 발전을 거듭하며 달성의 위상을 드높였다. 지난해 달성군은 개청 이래 전국 82개 군 단위에서는 유일하게 예산 1조원을 돌파했고 전국적인 인구 절벽의 위기 속에서도 조출생률 전국 2위, 합계 출산율 전국 15위를 기록하며 줄어가는 대구 인구를 지탱하는 버팀목이 됐다고 자부할 수 있다.-지난달엔 김 군수가 거버넌스 지방정치대상 최우수상을 받는 등 달성군은 도시 발전만큼 각종 상도 많이 받은 것으로 안다. 상이란 상은 죄다 받으려 하는 욕심 많은 군이라고도 하더라.△최근 고용노동부로부터 전국 지방자치단체 일자리대상 우수상을 받았고 지난달 행안부의 국가재난관리 유공 대통령상과 서울국제관광박람회에서 최우수상을 받는 등 올해에만도 중앙행정기관 등으로부터 13개의 상을 받았다. 지난해엔 42개나 된다. 모두 군민과 직원들이 열심히 일 한 결과일 것이다.-군수로서 소임을 충실히 한 것인데, 군민들도 자부심이 상당할 것 같다.△달성은 낙동강과 비슬산, 국가산업단지와 테크노폴리스라는 동력을 발판 삼아 성장했다. 인구가 늘어나 유가 옥포 현풍 등 3개면이 읍으로 승격하면서 군내에 6개 읍 체계를 갖추게 됐다. 균형 발전과 보편적 복지, 다양한 교육 문화 정책을 통해 떠나가는 달성이 아닌 ‘머무는 달성’으로 변화시켰다. 2020년 하반기 행정수요 조사에서 지역민 80%가 ‘달성군에 계속 살고 싶다’고 답했다. 군민들의 자부심이니 군수로서는 군 경영에 성과를 거둔 셈이다.-달성의 발전은 특히 인구 증가로 드러난다. 인구 증가와 경제성장, 지역 문화관광 산업 인프라 구축 등 분야마다 변화하지 않은 것이 없는 것 같다. 배경과 전망을 듣고 싶다.△처음 군수 취임당시 17만6천900여 명이던 달성군 인구가 지난 달 현재 26만 명을 넘어서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며 30만 명을 바라보고 있다. 달성군은 대구 산업 경제의 70%를 책임지는 신성장 허브 도시다. 테크노폴리스와 대구국가산단이라는 산업 경제 인프라 쌍두마차를 발판으로 인구성장과 경제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이다.유가읍과 현풍읍에 걸쳐 조성된 테크노폴리스가 국내외 연구 및 교육 집적단지를 갖춘 미래형 첨단 과학도시로 자리를 굳혀 가고 있다. 국가산업단지도 물산업 클러스터와 초대형 물류센터, 업체의 입주가 본격화되면서 영남권 중추산업단지로 부상하고 있다. 여기에 일자리를 찾는 젊은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코로나19 팬데믹으로 관광 산업이 위축되면서 가까운 관광코스들이 언택트 관광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달성군은 관광산업 인프라에도 많은 투자를 했고 성과도 얻었다. 달성의 관광 현황과 앞으로의 전망은.△코로나로 관광산업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언택트 관광지로 각광을 받으면서 코로나 사태에 안전한 여행을 원하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달성은 비슬산 대견사 중창부터 마비정 벽화마을, 사문진 역사공원, 송해공원, 비슬산 관광명소화 사업까지 체계적이고 과감한 정책을 추진해서 실질적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하고 있다.-달성이 과학산업단지로 성장한 이면에 문화도시로서의 역량도 주목받고 있다.△코로나가 기승을 부린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많은 문화 행사와 축제들이 미뤄졌지만 달성군은 지난 10년 동안 문화와 관광에 역점을 두고 행정력을 집중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달성 100대 피아노 콘서트’와 ‘달성 대구현대미술제’는 대한민국 대표 문화축제로 자리매김했다. 100대 피아노 콘서트는 지난해 코로나로 열리지 못했는데 올해는 코로나가 숙지면 더욱 내실 있게 준비해서 10회를 대한민국 대표 명품축제로 열 계획이다.달성은 지난해 대구 최초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예비문화도시로 지정됐다. 대구에서는 달성군이 유일하다. 화원읍에서 진행된 문화적 도시재생사업이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내년에는 법정 문화도시로 승격할 것을 자신한다.-대구시가 신청사를 달서구 두류정수장 부지로 옮기기로 했다. 달성군이 시청 청사를 유치하려다가 실패했다. 군민들의 실망감이 클 것 같다.△오히려 군의 위상을 높이는 정말 좋은 기회였다. 시청 유치를 희망하면서 26만 달성군민이 하나로 똘똘 뭉쳤다. 군민이 대구시청 청사 유치라는 하나의 목표를 놓고 화합하고 단결하는 축제의 장을 만들었다. 대구의 변방으로 인식되던 달성군이 대구의 절반을 차지하며 대구의 중심이라는 실상을 알리는 기회가 됐다. 달성의 브랜드 가치를 한껏 드높였으니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무상의 자산이자 큰 성취를 얻은 것이다. 군민의 자긍심을 높인 계기가 됐다.-앞으로 대구시의 달성은 어떤 도시를 지향해 가야 한다고 생각하나.△대구 땅의 절반을 차지하는 달성군은 낙동강과 비슬산이라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고 있다. 대구가 발전하려면 달성을 활용해야 한다. 달성은 군이지만 인구의 5%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군의 평균 연령이 41세로 젊은 도시다.21세기는 환경과 정보 관광이 문화와 접목해서 먹거리를 생산하는 구조로 나가야 한다. 국가산업단지와 테크노폴리스를 중심으로 한 문화 관광 산업도시를 지향해 나가야 할 것이다. 내년 본격 분양될 달성산단은 강소기업을 유치해서 대기업과 안배하는 방향으로 추진했으면 한다.-세 번의 선거 중 두 번을 무소속으로 출마해 상대를 꺾었다. (한 번은 정당 공천을 받아 무투표 당선됐다.) 무소속 군수로 군정에 어려움은 없었나. 자치단체장의 정당 추천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선거 과정에서 상대 진영의 진정과 고소 고발이 이어져 심리적으로 힘들고 성가신 일이 많았다. 별 것도 아닌 일로 선거법 위반이라며 걸고 넘어졌다. 물론 지금은 모두 무혐의로 판정 났고 다 지나갔다.무소속이어서 개인적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특히 꼭 필요한 예산을 삭감당할 때가 힘들었다. 그렇다고 정당에 가입할 필요성을 느끼지는 않았고 피해를 입은 것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기초단체장은 정당 추천제를 없애야 한다는 것이 소신이고 현재도 무소속이다.-3선 군수로서 후회 같은 것은 없나. 어떤 군수로 남고 싶나.△아무 미련도 후회도 없다. 처음 민선 5기 군수로 취임하면서 ‘인기 있는 군수보다 기억에 남는 군수가 되겠다’고 약속했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 약속을 지킬 수 있게 해 준 27만 달성군민에게 감사한다. 군수에 처음 당선됐을 때의 초심, 군민에 대한 공복으로서 군민을 위해 한 몸 불사른다는 열심을 군수를 마칠 때까지 지킨다는 뒷심으로 남은 임기동안 군정에 임할 것이다. 그래서 비슬산 참꽃보다 더 활짝 핀 100년 달성의 꽃에서 달성 발전의 화룡점정을 기어이 찍겠다.-아직 이른 질문 같은데, 임기를 마치면 그다음엔 어떻게 100세 시대를 보낼 것인가. 세간에는 중도에 군수직을 사퇴하고 국회의원에 도전할 것이라는 설도 있었는데, 계획이 있나.△사생활의 복원이다. 그동안 골프도 손 놓고 오직 군정에만 매달렸던 지난날들이었다. 그런 의혹 때문에 군정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단호히 ‘군수직을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천명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 이제 군수직을 내려놓으면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김문오(金文澳)1949년 대구. 경북대사대부고, 경북대 법대 졸.대구MBC 보도국장과 뉴스데스크 앵커, 한국언론재단 기금이사를 거친 언론인 출신.2010년 무소속으로 출마해 선거의 여왕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총재가 지원하는 후보를 꺾고 5대 민선 달성군수에 당선됐다. 6대 지방선거에서는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해 무투표 당선되는 기록을 세우더니 지난 2018년 7대에서는 또다시 당 공천에 반발,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해 자유한국당 후보를 꺾고 압도적 표차로 당선됐다./이경우 편집위원

2021-07-27

생활체육 통해 전문체육인 육성해야 한다

대구시체육회가 관선의 굴레를 벗고 특수법인으로 출범한 지 이제 한 달. 관선과 민선을 줄타기하면서 살림을 맡아오고 있는 신재득 사무처장(63)의 명패는 사무실 책상 위에 굳게 박혀 있었다.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을 통합해서 2016년 재출범한 대구시체육회에서 생체협 출신인 신 처장은 특별히 ‘풀뿌리 체육의 활성화’를 강조한다. 법인으로 독립했지만 청사는 여전히 대구시 소유인데 ‘나가라고야 하겠나’ 하면서 구태여 넘겨받을 생각은 없어 보인다.대구시체육회는 지난해 7월 40년 북구 고성동 시대를 마감하고 대구스타디움이 내려다보이는 수성구 대흥동 대덕산 기슭의 새 집으로 이사왔다.-체육회가 최근 엄청난 변화를 몸소 겪고 있다. 지난해 대구시장이 회장을 맡던 관선 체제에서 민선으로 바뀌고 1달 전에는 특수법인으로 법률적으로도 독립했다.△지난 6월 8일 특수법인으로 정식 출범했다. 사실 종전까지는 임의단체로 정체성이 모호한 면이 있었다. 이제 법인이 됐으니 안정적인 기반으로 자율적 독립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안정적으로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기부금을 받아도 영수증 처리할 수 있게 됐고 수익사업도 벌일 수 있게 됐다.-종전 대구시장이 맡던 회장을 민선으로 뽑았다. 관선 체제와 민선 체제에서 무엇이 달라졌나.△사무처장의 역할은 민선 시대라고 달라지지 않았다. 회장의 지휘 감독을 받아 사무처의 업무를 총괄하고 소속 직원을 지휘 감독하며 회장님을 필두로 체육회의 임원, 종목단체 회장들과 함께 체육을 통해 시민들의 건강과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체육을 통해 대구의 브랜드를 높이는 데 기여하는 것이고 거창하게 말하면 대구 체육의 위상을 국제적으로 드높이는데 역할 하는 것이다.-법인화와 민선 회장으로의 변화라는 대전환에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닐 것 같다. 재정 독립 방안에는 문제가 없나.△기대만큼 우려 또한 없지 않다. 지켜봐야 하겠지만 여전히 예산을 지방자치단체가 쥐고 있으니 자치단체장과 정치색이 다른 민선 회장이 들어서서 알력이 생길 수도 있다. 경기도 등 일부 지역에선 벌써 불협화음이 나오는 곳도 있다고 들었다. 이제 민선으로 출범한 지 한 달이 됐으니 앞으로 잘 꾸려나가야 할 것이다.-대구시체육회 사무처장으로 전국 17개 시도체육회 사무처장협의회 회장도 맡고 있다.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중요한 문제다. 체육회가 법인이 되긴 했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삭감하는 문제는 언제든지 생길 수 있다. 지방체육회 차원에서 지방체육회에 대한 지방비 보조를 의무화하도록 국민체육진흥법을 바꾸려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지방자치단체가 자치권 침해를 이유로 법안 통과가 미뤄지고 있다. 체육회와 자치단체가 체육회에 대한 지자체의 재정 지원을 ‘해야 한다’와 ‘할 수 있다’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사실 종전 체육회는 엘리트체육 중심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체육회는 최근 이원화돼 있던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을 2016년 합병했다. 신 처장은 종전 대구시 생활체육협의회 부회장이었다. 두 영역간의 관계는 어떻게 되고 합병 이후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체육은 모든 국가정책의 기본이다. 거기서 생활체육과 전문체육을 나눠서 운영하는 나라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 권위주의 시대에는 국위선양이라는 명분으로 전문체육을 중시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생활체육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는 추세다. 일본에는 초등학교에 전문 체육선수가 없더라. 중국도 중학교에 들어가서야 운동을 시키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풀뿌리 체육의 활성화를 모토로 삼고 있다.-대구시체육회도 법인화하면서 기구를 개편했나.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을 어떻게 조화시킬 작정인가.△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의 영역이 가능하면 자연스럽게 융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 이번 기구 개편에서도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의 부서를 통합했다. 서로에게 이로운 상호 작용을 하는 유익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생활체육이라는 기초 위에 엘리트체육이라는 벽돌을 쌓아 나갈 때 비로소 어떤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튼실한 시스템이 갖춰질 것이다.엘리트체육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가 좋은 성적을 내고 또 훌륭한 지도자로 자리 잡아 다시 생활체육에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가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두 영역을 굳이 구분하여 관계 지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상호 보완적이며 필수 불가결한 형태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생활체육이 활성화되는 것이 중요하다. 대구시체육회의 모토가 ‘건강 백세 시대, 체육으로 행복한 대구’라고 들었다. 국민 소득이 높아지고 선진국으로 갈수록 소수 체육 엘리트보다 모든 시민이 삶의 질 향상과 개인의 행복을 위해 체육도 기여해야 하는 것으로 해석하면 되겠나.△이제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을 나누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생각한다. 당장 마주친 고령사회에서 스포츠를 즐기며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국민의 권리를 국가가 책임지고 지원해줘야 한다. 대구시체육회는 지역 실업팀의 경기력을 유지하면서 풀뿌리 체육을 확산시키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해서 시민 누구나 체육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가려 한다. 생활체육을 통해 전문 체육인을 양성하는 시스템으로 가는 것이다.-그러면 운동선수에게 대학입시에서 특별히 대우하거나 병역 특혜를 주는 개발도상국가 시절의 양성 시스템은 이제 벗어나야 할 때가 됐다는 말인가. 심하게 말해서 올림픽이나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에게 또 특별 예우하거나 혜택을 주는 것도 이제는 바꿔야 할 때라며 시비 거는 사람이 있는데.△운동선수들의 대학입학이나 군 특례제도는 과학 예술분야에서 행해지는 시스템으로 운동선수들만의 특례는 아니다. 이런 시스템은 사회 전체의 변화와 발맞추어 체육 분야에서도 일부 개정은 돼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그렇지만 체육 분야만 고쳐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기 어렵다. 올림픽이나 세계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것이 개인 영광이지 국위 선양이 아니라는 생각은 너무 편협하고 나가도 너무 나갔다. 우리가 손흥민 류현진 김연아 선수들에게 환호하고 자랑스러워하는 것이 개인의 영광보다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제도적인 보완은 필요하지만 구시대의 유물이라 폄하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코로나19 사태가 체육계도 비켜가지 않았다.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은 무엇이며 어떻게 해결해 나갈 생각인가.△지난해 7월 새집으로 이사 오면서 한창 상승 무드를 타던 대구 체육이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꼴이다. 대구시가 2019년 전국체전에서 18년 만에 7위를 했는데 지난해엔 연기됐고 많은 체육 행사들이 취소되면서 예산도 운영에 필수적인 부분을 제외하고는 모두 대구시에 반납했다. 그 돈은 코로나 재난지원금으로 활용됐다. 올해 전국체전이 경북 김천에서 열릴 예정인데 불투명하다. 개최지가 경북이어서 대구와 상생 무드를 조성하기 좋은 분위기인데 정말 아쉽다. 대구FC와 삼성 라이온즈의 성적도 좋고 체전을 준비하고 있는 선수들도 열심인데 코로나19의 확산세를 보면 초조하다.-그렇다고 아주 경기를 안 할 수도 없을 것 아닌가. 더구나 시민들은 체육활동을 통해 코로나 시대를 극복하려는 움직임도 있는데 체육회가 그런 시민들을 위해 무언가 해야 할 것 아닌가.△선수들은 방역 지침을 지켜가면서 훈련하고 있고 체육회도 방역지침을 지켜가면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2021 대구국제마라톤대회’를 언택트 레이스로 개최하고 ‘언택트 컬러풀 혼운챌린지’ ‘2021 대구 마스크 쓰GO 시민정신 걷기대회’ 등을 비대면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또 생활체육 지도자들이 영상 편집 교육을 통해서 코로나 확산에 대비한 비대면 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또 시민들에게는 체육을 통해 건강하고 일상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는 다양한 비대면 사업을 새롭게 발굴해서 나가겠다.-우리 사회에서 선후배 간 갑질이나 남녀간 성폭력 문제가 예민하게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체육계에서 더욱 심각한 것 같은 느낌이다.△시대가 바뀌었다. 어디에서든 일어나서는 안 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다만 운동선수들은 합숙훈련 등 선수들끼리 같이있는 시간이 많아서 좀 더 일어날 소지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성폭력 문제는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실업팀 선수들에게는 체육회 차원에서 외부 강사를 초빙해서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하는 등 교육과 지도를 통해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체육계에 오래 몸담아 온 사무처장으로서 개인적으로 욕심이 있다면.△법인이 됐으니 우리 사회에 기부문화가 체육회로도 더 확산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장학금을 줘서 재능 있는 선수들이 대학가서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할 수 있도록 지원했으면 한다. 지금 스포츠는 과학적으로 훈련해야 한다. 좋은 성적을 기록하려면 재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또 육상과 수영 등 기초종목을 육성하고 싶다. 특히 수영을 위한 인프라가 필요하다. 육상 종목의 인프라는 어느 정도 마련됐는데 수영장은 너무 부족하다. 구태여 국제 규격의 수영장일 필요는 없다. 일반 시민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들을 늘여 생존수영도 가르치는 수영장을 접근성 좋은 곳에 많이 확보하고 싶다. ◇신재득 (申載得)1958년 대구 출생. 영남대 체육과와 스포츠과학대학원 석사, 계명대에서 체육정책으로 체육학박사를 받은 체육행정가. 축구명문 청구고 졸업후 축구부 후원회장을 맡아 전국 합숙훈련을 동행했다. 이후 대구생활체육회 부회장과 대구시체육회 정책협력관을 거쳐 2019년 통합된 대구시체육회의 공모직 사무처장에 임명됐다. 17개 시도체육회 사무처장협의회 회장과 달구벌스포츠클럽 대표, 대구경북체육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이경우 편집위원

2021-07-20

동네병원 문 닫으면 국민이 피해 본다

숙지는가 싶더니 또 다른 변이가 생겨나 지구촌을 긴장시키는 코로나19는 확산과 진정을 반복하면서 어느덧 일상이 됐다. 코로나19가 우리 사회를 밑바탕에서부터 흔들며 바꾸어놓았는데 의료계야말로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다. 코로나19가 대구를 강타했을 때 그 최전선에 대구의 의료인들이 있었고 D방역은 세계적으로 K방역의 모델이 되었다.환자 진료를 마치자마자 한달음에 의사회관으로 달려온 정홍수 대구시의사회장은 ‘코로나19가 언제쯤 끝이 날 것 같냐’는 질문에 “내년이면 집단 면역이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무섭다. 종식을 위해 의사회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대구시의사회는 백신접종지원센터를 직접 운영하고 많은 의사들이 위탁의료기관에 참여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국가적 현안인 코로나 19의 종식을 위해 뛰고 있다. 또 시민들이 안심하고 백신 접종에 참여하도록 유튜브를 제작 보급하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시민들에게 객관적이고 검증된 의학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코로나19 백신 접종 양상이 처음보다 많이 달라졌다. 너도 나도 백신 접종을 하겠다고 하니. 그런데 처음에는 왜 그렇게 접종 예약률이 떨어졌을까. 지금 백신 공급 사정도 원활하지 못한 것 아닌가.△백신 접종 부작용에 대한 언론의 지나친 관심이 시민들에게 부정적 여론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올 3월만 해도 우리나라의 백신 접종률이 아프리카 후진국보다 낮은 세계 100위권 밖이었다.백신 공급에 문제가 생긴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엔 방역에 치중했고 또 코로나 치료제 개발에 공을 들였던 때문인 것 같다. 방향이 달랐던 것이다. 백신 아닌 치료제 개발로, 결과적으로 오판한 셈이 됐다.-정치권에서 수술실 CCTV 설치를 법제화하려고 하는데 의료계에서는 반대하는 것 같다. 당연히 CCTV를 설치해서 환자를 보호해야 하는 것 아닌가.△수술실의 CCTV 설치 문제는 정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환자들에게 득보다 실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환자의 프라이버시나 인권 측면에서도. 한 예로 지금도 환자의 신상을 담은 영상물이 시중에 돌아다니고 있지 않나.의료계에도 문제가 크다. 감시 받으면서 적극적인 수술을 하려 않을 것이다. 수련의 교육에도 문제가 생긴다. 의료기술의 발전과 의료 수준 향상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국민의 80% 이상이 수술실 CCTV 설치에 찬성한다고 들었다. 대리수술 등 최근 의사들의 일탈도 문제가 심각하다.△공직자들이 근무시간에 무엇을 하는지, 국회의원 사무실에 CCTV를 설치하자는 설문조사를 해보면 찬성률이 훨씬 높게 나올 것이다. 대리수술 등 불법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수술실 입구에 CCTV를 설치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인기에 영합하는 정책이 아니라 무엇이 국민을 위한 것인지에 대한 공감의 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의사의 의견도 들어보고 시범사업 등 단계를 거쳐 누가 생각해도 타당한 방법으로 진행돼야 한다.일부 의사들의 일탈 문제는 사회적 논의 이전에 의사회 차원에서 자율적 정화를 강화하고 있다. 대리수술 뿐 아니라 사무장병원 운영이나 불법 환자 유인 등에 대해서도 의사회는 자율정화위원회를 통해 고발하고 면허 박탈까지도 조처하는 등 강력히 처리해 나갈 것이다.-최근 정부가 의원급의 비급여 진료비 공개를 확대하려고 하고 있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시대적 추세이고 또 의료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현상인 듯 보이는데 의사회의 입장은 어떤가.△현재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는 최선의 진료가 아닌 보편적 진료를 추구하고 있다. 환자는 누구나 최선의 진료를 받고 싶어 한다. 그런데 현실은 한정된 보험 재원으로 모든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할 수 없다.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가 전면 시행되어 진료비가 통제되면 앞으로는 환자가 최선의 진료를 받고 싶어도 불가능해 질 수 있다.과도한 규제는 결국 의료의 질을 낮추는 결과를 낳게 된다. 정부가 비급여 진료비 공개를 통해 진료비를 통제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도 된다.-원격진료에 대한 의료계의 입장은 무엇인가.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진료는 국민들의 의료 편의를 위해 가야 할 길인 것 같은데?△진료의 기본 원칙은 대면진료다. 우리나라 의료 접근성과 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환자의 편의성과 경제성을 내세우며 비대면 진료를 추진하고 있다. 원격 진료는 이득보다 오진과 그에 따른 책임소재 불분명 등 단점도 고려해야 한다. 의료산업화 측면이 아니라 보건의료 정책 차원에서 추진해야 하고 대면진료의 보완 수단이어야 한다.-비대면 원격진료를 반대하는 것은 의사들의 이기주의와 기득권 지키기인 것 같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면서 전문의의 진료를 받을 수 있으니 좋은 것 아닌가.△모든 것이 대형화되고 서울로 집중되는 현실에서 의료마저 서울 큰 병원으로 집중되면 의료전달체계가 왜곡되고 결국 국민들이 피해자가 된다. 서울대병원에서 전국 명의들을 고용해서 도서벽지에서 강원도 오지까지 환자들의 원격진료를 맡게 되면 동네의원들은 모두 문을 닫아야 한다. 병원 문턱이 높아 간단한 진료에도 몇 달씩 기다려야 한다는 다른 나라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았나. 우리에게도 현실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그래서 진짜 원격진료가 필요한 곳은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도서 벽지와 오지 등으로 제한하고 1차적으로 지역의원에서부터 원격진료를 실시하자고 주장한다.-그러고 보니 의사회는 정부와 정치권의 정책에 반대만 하는 것으로 보인다.△모든 것을 법으로 규정하려는 정책 당국 탓이 더 크다. 부동산 정책이 그걸 대변해준다. 그때마다 많은 규제를 만들었지만 부동산 정책이 결국 실패하지 않았나. 의료정책은 그보다 더 심한 것 같다. 의사 문제가 생기니 의사면허관리법으로 면허를 규제하려 하고, 대리수술 문제가 생기니 CCTV 설치법을 만들려 하고, 성범죄특별법, 실손보험청구간소화법, 의료기사법, 안경사법, 간호사법, 물리치료사법 등 현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지 않고 법으로 해결하려 하니 국민이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한번 법이 제정되면 부작용으로 폐기하기까지 10년 20년이 걸리니 의사회가 법 제정 이전에 충분히 논의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메디시티 대구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의료산업 육성을 추진하지만 주위에서는 아직도 대구의 의료기술을 믿지 못하고 서울의 대형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은 것 같다. 솔직히 대구 의료계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대구의 의료 수준은 서울 뿐 아니라 세계 어디에도 뒤처지지 않는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한다. 한국인에게 흔한 위암이나 대장암의 경우 서울과 대구의 대학병원 간 치료 성적이 동등하다는 연구 결과도 논문으로도 확인됐다. 또 지역 환자의 지역병원 입원 치료를 말하는 입원환자의 자체 충족률은 대구가 82%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근거 없는 소문이나 추측만으로 지역 의료 수준을 낮춰 보는 인식은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중병이나 희귀병은 서울 대형병원으로 가야 하지만.이 부분에서 지역 상급병원의 능동적인 자세 전환도 필요하다. 특정 분야에서 실력과 명망 있는 교수와 특화된 병원의 적극적인 홍보로 지역에서도 스타 교수를 키워야 한다.-지역 의료기관의 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대구시의사회가 지역의 5개 상급종합병원과 함께 ‘지역의료발전과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주제로 공청회도 갖고 함께 종합체육대회를 열어 친선을 다지는 등 지역의료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동네의원에서 환자를 서울 아닌 지역 종합병원 전문의를 소개하거나 직접 안내하고 종합병원은 가벼운 환자를 동네의원으로 보내주고 있다. 대구에서 서울로 빠져나가는 의료비가 연간 5천억원으로 추산되고 교통비 등을 합하면 연간 1조원이 증발한다. 서울에서 수술하고 지역에서 예후 진료를 받는 환자들로서는 사실 피해를 보는 것이다. 종합병원이 혈압약이나 정형외과 약을 6개월, 10개월씩 처방해주는 행위도 지양해야 한다.-국내에서도 지방과 서울 등 대도시간 의사 수급 불균형이 심각하다. 지난해에는 공공의료기관 설립문제로 한바탕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국민보건 차원에서 의과대학 정원을 늘리거나 지역공공의과대학 설립은 필요한 것 같은데….△도시와 지방 간 의사수급 불균형은 의사 공급의 문제가 아니라 의사가 지방에서 의원을 유지할 수 없는 현실 때문이다. 현재 의료 시스템으로는 지방에서 의원 경영상 유지가 안 되니 경쟁이 심하더라도 인구가 많은 도시에서 개원하려는 거다. 의사숫자를 아무리 늘려봐야 도시에서 미용 등 비보험 진료 의사만 늘어나지 지방에서 개원하는 의사는 늘지 않을 것이다.현재 매년 배출되는 의사만으로도 몇 년 후면 한국 인구증가율 대비 의사 공급이 넘쳐 날 것이라는 OECD 통계도 있다. 굳이 통계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대구의 경우 시민 누구든지 예약 없이 당일 어떤 전문의의 진료든지 받을 수 있다. 심지어 같은 질병으로 하루에 여러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환자도 수두룩한 것이 현실이다.-결국 우리 의료수가가 현실적으로 너무 낮게 책정돼 있다는 것인가.△다 아는 이야기다. 지방에 흉부외과 산부인과 일반외과 등 필수 의료인력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막상 이들 전문의들은 일자리가 없어서 도시에서 자기 전공과는 상관없는 미용관련 진료를 하고 있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근본적으로 지방병원에서는 내원하는 환자수가 적은 흉부외과 등을 개설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의사수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저수가 때문에 의사들이 일 할 자리가 부족한 것이다. 아주대병원의 이국종 교수 사례가 증명해 보였다./이경우 편집위원

2021-07-13

대학 학제를 3학기 3년제로 바꾸자

위기의 대학 사회가 뜨거운 감자를 선물 받고 뒤숭숭하다. 우동기 대구가톨릭대 총장이 온라인 단과대학을 신설하겠다는 선전포고를 한 것이다. 영남대 총장 이후 13년 만에 다시 대구가톨릭대학 총장을 맡아 이제 막 한 학기가 지났다. 진출혁세(震出革世)라는 주역 괘사(卦辭)에서 뽑아온 그의 호 ‘진혁(震革)’처럼 역시 변화를 몰고 다니는 사람임엔 분명해 보인다.총장실 문을 활짝 열어 젖혀놓고 기다리고 있던 우 총장은 요즘 대학사회 분위기를 묻자 대뜸 사이버대학 관련 신문기사를 내밀었다.“코로나19가 우리 교육을 10년 앞당겼다. 정말 대학에 변화의 기회를 준 것이다. 기존 사이버대학에서 반발하고 있지만 이건 피할 수 없는 대세다.” 그는 대학이 변해야 한다면 이 길이 그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지금도 대학에서 온라인 강의를 하고 있지 않은가. 굳이 100% 온라인 대학을 신설해야 하나. 어떻게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나.△지금까지 일반 대학은 20% 이내에서만 원격수업을 할 수 있었는데 교육부가 규제를 풀었기 때문이다. 100% 온라인으로 강의는 물론 학위를 받을 수도 있도록 했다. 그래서 우리 대학교가 전국 최초로 모든 과목을 온라인으로 수업하는 단과대학을 내년부터 신설키로 한 것이다. 일반대학 정원을 감축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 대신 4개학과에서 252명을 뽑는 유스티노 자유대학을 신설했다. 온라인 대학으로 학과별 정원은 따로 규정이 없다. 경쟁력이 없는 학과는 자연 도태될 수도 있는 것이다.-지금 전국에 사이버대학이 21곳이나 되는데 그들이 반발하지 않겠나.△물론 반발하겠지만 이건 시대 흐름이다. 자신들이 20년 규제 속에서 구축해 온 온라인 대학의 아성을 일반대학들이 무임승차하는 것이니. 그러나 서울의 이화여대도 100% 온라인대학원 설립을 발표하는 등 변화를 거스를 수는 없을 것이다. 최근 방송통신대학의 인기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고 한다. 지역에서도 많은 대학들이 온라인 대학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비대면 교육이 변화하는 시대 오프라인 교육의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입학정원 미달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대학 사정이 위기를 넘어 벼랑 끝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런 판에 대학교 총장직을 다시 맡았다. 어떤 비책이 담긴 비단주머니를 갖고 왔는가.△대학의 위기는 이미 20년 전부터 오고 있었다. 그걸 말로만 대비한다면 시기를 놓치고 만다. 영남대 총장 시절 무용학과 폐지를 놓고 6박7일간 감금당한 적도 있었다. 그때 이미 위기에 대응하는 변화가 힘들 것이라고 예견했다. 당시엔 2024년쯤 정원 미달사태가 올 것이라고 추측했는데 재수생 등 변수를 예측 못했으니 허를 찔린 셈이다. 입학정원 미달 사태가 더 앞당겨졌다. 대학의 변화가 더욱 절실해졌다.또다시 총장 책임을 맡은 건 비책보다 거절할 수 없는 이문희 전 대주교님과의 약속 때문이기도 했다. -온라인 대학이 유일한 해결책인가. 온라인 강의의 문제점도 적지 않을 것인데.△우리 대학 내의 문제부터 하나씩 고쳐 나가고 있다. 강의실에서 교내 전체가 온라인 교육이 가능한 시스템의 구축과 교육시설의 확충, 방송국에서 방송 편집 전문가를 초빙하는 등 하나씩 해결해 나가고 있다.강의실에서 오프라인 강의 150분을 온라인으로 하면 절반인 75분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실제 확인했다. 온라인의 강의 밀도가 오프라인의 1.5배라는 말이다. 학생들도 집중해야 하고 무엇보다 교수들이 긴장하고 변화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비대면 교육에 따라 발생하는 학생들의 학력 격차는 보완해야 할 과제다.-지난 5월 국회에서 열린 고등교육위기극복방안 공청회에 주제발표자로 참석해서 정원조정과 수도권 대학 정원 감축을 주장했다.△지금 우리나라 대학의 문제점이 어디 온라인 대학 하나로 해결될 일인가. 무엇보다 신입생 미충원 문제는 발등의 불이다. 정원감축도 해결책 중 하나다. 모든 것이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현실에서 대학도 수도권은 정원 외 모집까지 하면서 지방대학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수도권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이나 농어촌학생 특별전형 등 각종 정원 외 모집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지방대의 숨통을 일부분은 틔워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대학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근본대책은 어떤 것이 있겠나.△먼저 우리 교육의 학제부터 바꿀 것을 제안한다. 1년 2학기 4학년제가 당연시돼 왔으나 이것도 부숴야 하는 관습이다. 대학이 1년 2학기제를 고집하면서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등 쉬는 교육시설과 인력은 낭비가 된다.-학제를 어떻게 바꾸는 것이 좋겠나.△3학기제로 하는 것이다. 영남대에서 3학기제를 도입해 봤는데 지금은 없어진 것 같더라. 3학기제를 하면 학생들도 수업연한 4년을 3년으로 줄일 수 있다.-그건 대학 재정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좋은 방법이 못될 것 같다.△지금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이자 변화의 시대다. 이제 직업의 생명 주기가 4~5년으로 짧아지고 있다. 5년 써먹기 위해 대학이 4년 붙잡아놓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국가적으로도 낭비다. 더 이상 4년 등록금 내고 30년 써 먹는 교육으로는 이런 변화의 시대에 적응해 나갈 수 없다. 생애 1번 교육받아 살아가는 시대에서 이젠 평생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 시대에 맞는 교육을 시켜 배출시켜 내겠다는 것이다. 5년 주기로 재교육을 받아야 적응해 나갈 수 있는 사회가 됐고 재교육을 대학이 담당하는 것이다. 학과도 생성과 소멸의 과정이 있고 교수도 평생 보장받을 수 없다. 수요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또 있다. 우리나라는 OECD 평균보다 학제가 길고 따라서 직업에 진출하는 연령이 높다. 특히 남자는 군대 2~3년 갔다 오고 긴 학제에 따라 더욱 그렇다. 가뜩이나 직업주기도 짧아지는데 직업 진출 나이가 늦춰지는 것은 사회적 국가적으로 손해다. 개인의 평생 근로시간이 경쟁국가보다 짧아지며 국가의 노동생산력도 그만큼 줄어든다는 것이다. 대학에서 학생을 오래 붙잡아 두지 말고 빨리 사회로 내보내야 한다. 3학기제의 개편은 그런 의미도 있다.-지난 개교 107주년 기념사에서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이런 의미로 해석해도 괜찮겠나. 정치적 의미는 없나.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대학이 학생들을 모집했으면 훌륭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교육시켜 배출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로 육성할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다. 우리 대학의 교육목표이다.-지난 5월 경북도청에서 열린 지역 대학총장 간담회 자리에서 지역출신 대학생들의 무상교육을 제안했다.△지역 대학의 문제는 결국 지역의 문제다. 대학이 설 자리를 잃으면 지방도 같이 소멸된다. 인구 문제는 출산을 아무리 장려해도 대학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 다산 정책이 먹혀들더라도 실제 대학 입학까지 효력을 발휘하기에는 무려 20년이 걸린다. 그래서 지역 출신 대학생의 등록금을 기초단체와 경북도, 대학이 각각 3분의 1씩 나눠 부담하는 대학 무상교육을 제안했다. 이미 고교까지 무상교육을 하고 있으니 대학교육을 무상으로 하자는 것이다.-그런 정도의 능력을 가진 지방대학이 많지 않을 것 같다. 현실적으로 지방 사립대학의 재정 문제가 있지 않나.△국회가 사립대학의 퇴로를 열어 주어야 한다고 지난번 공청회에서도 주장했다. 사립대학이 문을 닫으면 재단의 재산을 국고로 귀속시키지 말고 사회 복지나 공익사업 등에 이용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논의가 되고 있으나 아직 결론은 없다.-영남대 총장 이후 대구시교육감으로 중등교육을 책임졌다. 이번에 다시 대학교 총장을 맡았다. 중등교육과 대학교육 간 문제는 어떤 것이 있나. 또 어떻게 해결하려 하나.△대학 총장에서 교육감이 되고 보니 우리 대학교육의 문제점을 알겠더라. 중고교에서 이미 토론식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대학에서는 아직도 일방적으로 강의식 수업을 하는 식이었다. 대학교수들은 학생들이 고교에서 무엇을 배우고 왔는지, 커리큘럼도 모르고 수업 방식도 모르는 것 같았다. 한 학생을 두고 전혀 다른 교육체계를 적용하고 있으니 교육의 단절이 심각한 것이 현실이다.특히 대학에서는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이 어떤 상태인지 모르고 교육을 하려니 더 큰 문제가 되었다. 이미 고교생의 80%가 대학에 진학하니 학생들의 학습 능력이 차이가 크게 났다.대학교수들에게 고교 교과서를 나눠주고 교육과정을 이해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고교 교육경력이 있는 교수들을 우선 선발하는 등 대학에서 중등 교육을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대가대는 교육청과 고교학점제 지원체제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는 등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짧은 직업 생애주기에 맞춰 대학교육시한을 줄이고 졸업 후 사회인의 재교육도 대학이 맡아야 한다. 평생교육을 통해, 그것이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정치권에서는 30대 제1야당 대표가 나왔다. 우리 교육계와 대가대에는 어떤 파장을 가져올 것으로 보나.△교육에도 변화하라는 메시지이자 바꿀 수 있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인다. 지금의 대학 위기는 총체적 위기다. 저출산과 고령화,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재정악화 등 요인은 이미 예견됐던 충격이다. 더 이상 장유유서의 고정관념을 벗어나 사회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대구가톨릭대학교가 앞으로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는 창학의 각오를 다시 다짐하게 만들었다./이경우 편집위원

2021-07-06

이건희 미술관 유치, 대구는 준비된 도시

문화가 미래의 자산이고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고 한다. 문화와 예술의 가치를 이야기하면서도 막상 부딪치면 늘 경제나 정치의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던 것이 현실이었다. 그런 지금까지의 통념을 깨부수는 사건이 일어났다. 바로 이건희 미술관이다. 이점찬(61·경일대교수·도예가) 대구미술협회장을 만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대담은 대구시가지가 환히 내려다보이는 수성호텔 신관 11층에서 코로나19 방역대책 준수 아래 이뤄졌다.지금 대구 경북의 현안 중 하나는 이건희 미술관 유치다. 우리 지역뿐 아니라 대한민국을 통틀어서도 그렇다. 삼성 일가에서 고 이건희 회장의 컬렉션을 기증하자 문재인 대통령이 별도의 특별 전시실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수면위로 떠올랐다.이점찬 대구미협 회장은 “언제 미술관 문제가 이렇게 국민적 관심을 받은 적이 있었더냐?”고 되묻는다. “이건희 미술관의 등장은 돈 주고도 광고할 수 없었던 문화의 중요성과 의미를 국민들에게 깨우칠 기회를 줬다. 컬렉션의 기증보다 더 큰 선물을 국민들에게 준 것이다.” 이건희 미술관 건립 이슈는 대구에 기회-전국의 20개도 넘는 지역에서 이건희 미술관을 유치하겠다고 나섰다. 저마다 나름의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대구시는 대구에 이건희 미술관이 들어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명분과 당위성은 무엇인가. 대구가 경쟁력에서 자신 있나?△물론이다. 대구가 이건희 미술관을 유치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차고도 넘친다. 무엇보다 삼성의 연고지가 대구다. 천하가 다 아는 이야기다. 삼성은 대구에서 태어나서 성장했다. 이건희 컬렉션 기증자의 뜻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대구시민의 삼성에 대한 애정도 다른 도시와는 차원이 다르다.그리고 대구의 미술에 대한 열정이나 기여도 면에서도 다른 도시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특히 근대미술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번 이건희 미술관의 등장은 대구시로 봐서는 기회이고 개인적으로도 절묘한 타이밍이라 생각한다.-타이밍이라니, 무슨 이야기냐?△3년 전 미협회장에 출마하면서 근대미술관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건희 미술관지역이 이슈가 되기도 전인 최근 대구시와는 합의를 거쳤고 국립미술관 공론화 준비 과정에서 이건희 미술관이 등장한 것이다. 이건희 미술관이 유치되면 대구근대미술관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근대미술관은 대구미술계의 숙제이자 개인적인 꿈이고 목표이다. -이건희 미술관이 대구에 들어서면 그런 공약과 꿈이 실현되는가.△대구 전체를 야외 미술관으로 만들고 싶었다. 현재 운영 중인 대구미술관과 올 가을 건립에 들어가는 간송미술관에다 근대미술관을 잇는 트라이앵글을 구상했다. 여기에다 김광석거리와 대구 근대골목들을 잇는 아트 로드(Art Road)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것이 이건희 미술관을 유치하면 지역이 더 확장되지만 대구의 야외 미술관화에는 한 걸음 다가서게 된다.-대구의 근현대 미술이 대한민국 미술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대구는 우리나라 근대미술의 산실이자 메카다. 민족시인 이상화의 형 이상정과 이여성을 시작으로 이인성 이쾌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수많은 미술가들이 대구에서 태어났고 대구를 중심으로 활약했다. 고대 시서화(詩書畵)와 현대를 잇는 한국 근대미술에서 대구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그런 맥이 지금의 국내외 미술계 현실이다. 대구미협이 근대미술 대표작가 작품전을 계속해오고 있는 것도 그런 흐름이다. 협회는 오는 7월 근대미술조망전으로 지역 원로 작가 전선택 선생의 100수 기념전을 준비하고 있다.대한민국을 세계 10위권으로 올려놓은 힘이 교육에 있다면 미술교육도 그런 바로미터 중 하나다. 대구지역은 서울 다음으로 미술대학이 많고 한 해 1천500명의 졸업생이 배출된다. 대구미협 회원만도 2천700명이다.-이건희 미술관이 대구근대미술관과 어떻게 연결되나?△현재 대구에 있는 국립미술관은 현대미술을, 2024년 개관을 목표로 건립되는 간송미술관은 고대미술품을 전문으로 취급하게 된다. 그래서 1920년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작품을 전시할 근대미술관이 필요한 것이다. 이번에 삼성이 기증한 2만3천여 점의 미술품 가운데 한국 작가의 작품은 근현대 작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립미술관에 기증한 컬렉션 중 근대작가의 작품이 절반을 넘어섰다. 이건희 미술관이 대구에 온다면 기존 미술관에 시너지 효과를 더해줄 것이다. -그런 것이 모두 대구 중심의 이야기 아닌가. 다른 도시들도 모두 나름의 명분을 가지고 있다. 특히 황희 문화체육부 장관의 이야기는 특정지역으로 결정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는 명분 만들기 인상이 짙다. 묘한 분위기다. 냉정하게 우리 주장을 좀 더 객관화할 필요는 없나.△그렇지 않다. 이건희 미술관 문제라면 대구는 준비된 도시다. 그리고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 대구시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산격동 옛 경북도청 부지에 2천500억 원을 들여 미술관을 짓겠다고 했다. 부지 사용권한을 가진 문체부에서 허가만 해준다면,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적극 협조해 주기로 했다. 유치를 준비하던 경주시도 대구시 유치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대구시는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제안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시민단체도 이건희 미술관 유치에 힘을 보태고 있다. 대구미협과 대구관광협회, 유대구운동이 중심이 된 미술관유치시민추진단에 대구상공회의소 등 8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이젠 서문시장 상인들까지 미술관이 유치돼야 한다는 데 공감하더라. 민간단체가 주도하는 성금 모금과 서명운동도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또 다른 정치적인 물밑 움직임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역출신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다방면에서 다각도로 접촉할 것이다.-그래도 지금까지 정부의 행태를 보면 장담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유치를 위한 심의위원회를 구성해도 위원 선정부터 위원회 구성까지 절차가 공정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하긴 가덕도신공항 결정 사례를 보면 장담할 수 없긴 하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유치를 위해 동분서주했는데 가덕도 공항을 결정하니 힘이 빠지더라. 수많은 논리와 객관적 자료를 제쳐두고 합리적 절차 대신 정치적으로 결정하면 방법이 없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그렇다면 플랜B를 준비해야 하지 않겠나. 문화와 미술관의 중요성만큼이나 우리 시민들의 의식각성이 중요하다. 지역분권이니 국가 균형발전 측면에서도 지방을 이야기하는데 문화인프라가 열악한 대구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면도 있다.△대구를 문화도시라 했고 대구 시민의 문화 수준은 전국평균을 웃돈다는 통계도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문화 인프라는 너무 뒤처져 있다. 박물관과 미술관을 외형으로만 평가할 수는 없지만 대구의 실태는 다른 광역시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너무 빈약하다. 대구시에는 현재 4개의 미술관이 있는데 문체부의 2020전국문화기반시설총람에 따르면 대구의 인구 100만 명당 문화기반시설은 36.5로 17개 전국 광역시 중 16위다.문재인 대통령의 ‘문화비전 2030’에는 지역문화 분권 실현과 다양한 지방 문화 보호라는 의제가 포함돼 있다. 수도권에 집중된 문화 인프라를 지역으로 분산시켜 지역민에게도 문화예술 향유의 기회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정작 계획만 그렇게 세웠지 현실적인 실천은 없었다. 그런 면에서 이건희 미술관은 대구에 위치하는 것이 더욱 당연하다.관광객보다 지역민에 어떻게 돌려줄 것인가가 중요-흔히 빌바오 효과를 들먹인다. 문체부장관도 그러면서 수도권 어쩌고 했다.△제대로 알고 이야기해야 한다. 빌바오는 마드리드에서 400km나 떨어져 있다. 2017년 내가 갔을 때 인구 37만 명의 빌바오에 연 150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빌바오가 구겐하임 미술관을 결정할 때는 외국 관광객보다 지역민을 우선으로 꼽았다. 빌바오시의 30개 단체 800여 회원들이 지역민에게 어떻게 문화 혜택을 돌려줄 것인가를 끊임없이 토론하고 고민했다.-유럽은 사실상 한 나라다. 관광객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닌가.△유럽은 어디를 중심으로 컴퍼스를 들이대도 반경 2시간 거리에서 2천만 명의 관광객 인프라를 갖고 있다. 그러나 빌바오는 관광객보다 지역민을 우선으로 구겐하임을 건설했다. 1천500억원을 들여 미술관을 짓고 1조원을 들여 네르비온강을 살려냈다. 이것이 빌바오가 성공한 이유다. 전국의 수많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빌바오에 출장 가서 현장을 보고 왔다.그러나 무엇을 보고 자기 지역에서 어떻게 적용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프랭크 게리의 미술관 건축이나 디자인 같은 외형만 보고 온 것은 아닌가. 지역민보다 실체도 없는 일회성 관광객 수만 부풀리는 허세 프로젝트가 관광산업을 어렵게 만든다. 빌바오의 실체를 얼마나 살펴보고 확인했는지는 아직 국내에서 그런 효과를 내는 지자체가 없으니 알 길이 없다.-대구에 이건희 미술관이 유치되고 또 성공적으로 건설되기까지 시민 전체의 콘센서스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인가.△문화는 시간이 필요하다. 대구시가 현안이 있을 때마다 원탁회의를 만들어 시민 의견을 수렴하려는 것도 좋은 시도 같다. 시민과 시청과 시의회의 문화 마인드가 도시의 품격과 성공적인 문화 인프라를 가능하게 만들 것이다./이경우 객원논설위원

2021-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