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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과 스마트 팜에 미래 농업 달려있다

등록일 2021-08-30 18:25 게재일 2021-08-31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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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우가 만났다<br/>   신용습 경북농업기술원장

우리 농업에서 주식인 쌀 자급으로 보릿고개를 허문 1970년대의 통일벼 등장이 녹색혁명이라면 사시사철 싱싱한 채소와 과일을 식탁에 올릴 수 있게 만들어 준 1980년대 비닐하우스 보급은 백색혁명이라 할 만하다. 이런 농업혁명을 가져온 농업 현장은 이제 농업기술원의 주도로 빅 데이터와 인공지능, 로봇이 지배하는 스마트 영농으로 진화하고 있다. 농업혁명의 최일선에서 ‘농업은 과학이다’는 슬로건을 이마에 두른 신용습 경북농업기술원 원장은 미래의 먹거리 산업을 통해 농민이 잘 사는 경북도를 만들겠다며 신기술 개발과 보급에 열중하고 있다. ICT 과학기술이 융합된 스마트 팜 영농과 청년 농업인 육성으로 우리 미래를 개척해 나가야 한다고 신 원장은 주장한다.

 

“농약살포 드론과 무인트랙터 실용화 등 우리 농업이 자동화 로봇화 IT기술 융합으로 다목적 환경친화적 농기계와 첨단 생산 시스템을 중심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

- 우리나라는 식량 위기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없나. 먹거리 안정적 공급을 확보하기 위한 대응책은 있나. 쌀 생산량은 얼마나 되며 쌀 확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45.8%(2019년 기준)다. 주곡인 쌀은 기술 개발을 통해 100% 가까이 자급률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벼 재배면적과 쌀 생산량과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농업기술원은 단백질 함량이 낮으면서 아밀로스 녹말 함량이 높아 밥맛 좋고 생산량도 많은 다솜쌀을 자체 개발해 2019년부터 포항 상주 등지에 보급하고 있다.

-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세계적으로 곡물 수급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식량 수급에는 문제가 없나.

△ 위드 코로나 시대가 되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항간에는 ‘반도체 팔아 쌀 사 먹으면 된다’고 하지만 돈이 있어도 사지 못하고 자칫 굶어 죽을 수도 있다. 쌀 수출국들이 자국 식량 우선 확보 정책을 펴면서 수출을 중단조치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량 자급은 필수적이다.

- 지난 해 1만1천여 명의 청년들이 직업을 좇아 경북을 떠났다. 농촌에서 청년을 붙잡아 놓기 위한 특단의 정책들이 필요한 것 같다.

△ 도내 20세 이상 39세의 청년농업인은 2만4천명으로 전체 농가인구의 6.8%다. 우리 도에서는 청년들을 농촌에 붙잡아 놓기 위해 2018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청년농업팀을 만들어 정착단계별로 체계적으로 이들을 육성하고 있다. 특히 50대 이하의 조기 은퇴후 귀농인에게 주목하고 있다. 청년농업인들이 1개 면, 1개 군 전체의 농사를 책임지는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다. 신기술과 청년 아이디어를 농업 현장에서 실현하여 성공 모델을 구축하고 드론 병해충 방제단과 영농대행단 시범 운영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함께 직업으로서 농업의 가치를 확산시키고 있다.

- 우리 농업 현장에서 과학기술의 적용은 고령화 등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 같다. 농업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을 동원해 원격과 자동으로 관리 운영해서 생산성과 품질 향상으로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스마트 농업은 선진국과 비교하면 어느 수준인가.

△ 우리나라 농업 기술 수준은 최고 수준인 미국의 81.4%라고 한국과학기술평가원이 밝혔다. 일본이 88.4%로 우리보다 앞섰고 중국은 78.6%로 우리를 추격하고 있는 모양새다. 미국과의 기술 격차도 2018년 4.0년에서 지난해에는 3.2년으로 좁혀가고 있다. 특히 품종개발과 친환경 재배기술, 식품가치 창조 등에서는 상당한 기술력을 갖고 있으나 스마트 팜 기술에서는 70%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 농업의 스마트화, 기계화는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보나. 또 중 소 자작농들은 이런 기계화로 피해를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 우리 농업이 자동화 로봇화 IT기술 융합으로 다목적 환경친화적 농기계와 첨단 생산 시스템을 중심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농약살포 드론과 무인트랙터가 실용화되고 딸기나 포도 수확 정리기가 실용화되고 있으니 친환경 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는 노동력이 절감되고 소형 자작농에게도 노동력을 대체하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 올 것이다.

- 최근 우박으로 많은 과수농가가 피해를 입었다. 겨울의 한파와 초봄의 저온 등 기후 변화로 농작물 피해가 만만찮다. 농업기술원은 어떤 대책을 갖고 있나.

△ 농작물 재배에도 일기예보처럼 사전 예보를 위한 영농종합상활실을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면 “앞으로 1주일 후면 고추에 탄저병이 유행할 것이니 미리 대비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식이다. 고추와 복숭아, 감은 피해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이미 농업기상재해 대응 조기 경보 시스템을 개발해서 현장에 적용해 저온 고온 등 이상기후 피해를 줄여 나가고 있다. 농업인들에게는 문자를 발송하고 농작물 관리 기술 자료를 제공하며 현장 기술지원도 하고 있다. 앞으로 다른 작물에도 확대 적용하기 위한 연구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 기후변화로 평균기온이 상승하면서 우리나라가 아열대기후화 하고 제주도의 밀감이 육지로 상륙하고 있다. 어떤 작목이 있으며 경쟁력이 있다고 보나.

△ 아열대 현지와 비교하면 시설비를 투자해야 하는 등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지역에 동남아에서 이주한 농민들이 많이 있고 이들을 중심으로 이미 내륙 깊숙이 아열대 작물이 침투해서 재배되고 있다. 품목도 한라봉에서 밀감 커피 애플망고 등 과일과 공심채 인디언시금치 등 채소류까지 다양하다. 농업기술원에서는 우리 지역에 적합한 작물을 연구하고 기술지도를 해주고 있다. 이와 함께 아열대작물 최적 재배 매뉴얼을 만들어 아열대 유망작목 보급 사업을 추진하고 아열대 연구회를 구성하는 등 아열대 작물 조기정착에 힘쓰고 있다.

- 경북농업기술원이 품종 육성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고 자랑했다. 특히 성주 참외가 세계적 명품이 되기까지는 신 원장의 노력과 기여가 상당한 것으로 들었다. 딸기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것 같다. 경북농업기술원의 기술력을 보여줄 수 있는 작물과 성과를 알고 싶다.

△ 참외 재배에서 가장 큰 문제는 침외 속의 씨가 먼저 익어버리는 발효과와 연작에 의한 뿌리혹선충 피해였다. 내가 성주 과채류 연구소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서 성주 참외를 세계 명품으로 만들고 조수익 5천억 원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뿌리혹선충 피해는 토양이 병드는 것이 원인이었고 태양열소독과 담수 처리 등 기술을 개발해서 연작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 연작 문제는 다른 작물에도 적용될 것 같다. 기술적 진보가 있나.

△ 참외 연작 재배 성공에서 딸기 수경재배로 진화했고 앞으로 참외 수경재배도 실현될 것이다. 경북농업기술원에서는 양액 재배와 고설 재배를 융합한 참외형 스마트팜 기술을 개발했다. 고설 재배는 서서 작업함으로써 근골격계 질환 예방과 작업환경 개선으로 기존보다 수확량도 30% 많고 상품성도 높다.

- 성주에서 참외 농사를 시작한 농민들이 주위에서 참외 재배 관련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차단해서 실패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젊은 귀농인들을 위해서라도 농사 지식과 정보의 공유 문화가 필요한 것 같다.

△ 그런 문제를 농업기술원이 나서서 해결해 주고 있다. 경북도내 23개 시군 농업기술센터에 1천1백여 명의 직원들이 농민들의 현장 문제를 듣고 해결해 준다. 일선 기술센터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도 농업기술원이 처리하고 그래도 풀 수 없는 문제는 농촌진흥청에서 맡아 해결해 준다. 개인이 체득한 재배 노하우를 포함해서 기술원에서 표준재배기술을 보급함으로써 기술의 평준화를 이루어가고 있다. 지금은 농민들도 병해중과 농약 문제 등 농사 전반에 대해 해결사 농업기술센터가 해결해 준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농업은 과학이라 한다.

- 지금 딸기 재배가 각광을 받고 있다. 성주 참외처럼 경북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할 작물로 딸기가 될 수 있겠나.

△ 가능하다. 딸기는 깎지 않아도 쉽게 먹을 수 있어 접근하기 좋은 장점이 있다. 재배에서도 양액재배나 수경재배를 통해 농민이 서서 재배를 할 수 있다. 또 평당 20만원의 생산이 가능해 미래 농업으로 적극 육성하고 있다. 로얄티를 지불하던 딸기 씨앗을 농업기술원은 산타, 알타킹, 킹스베리 등 12개 품종을 개발해서 농민들에게 보급하고 있다. 수출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 포도 신품종 샤인 머스켓이 시중에 인기더라. 그런데 너무 많이 보급돼 가격 폭락을 걱정하는 농가도 생겨나고 있다.

△ 일본에서 도입한 품목이 한꺼번에 많이 보급된 때문이다. 농업기술원은 샤인머스켓을 장기 저장해서 출하시기를 조절, 해외로 수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또 샤인머스켓보다 재배가 쉽고 껍질째 먹는 골드스위트와 루비스위트 신품종도 육종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 전국 귀농1번지가 경북이다. 도시적 사회적 불안과 스트레스에서 탈출하는 귀농 귀촌인들에게 농촌 환경 속 농업 활동을 통해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찾아주는 것이 필요하다.

△ 그것이 치유 농업이다. 경북농업기술원은 전국 최초로 치유과학실과 체험교육장 원예텃밭 등이 갖추어진 치유농업센터를 현 기술원 지구에 구축하고 내년부터 운영에 들어간다. 치유 컨텐츠를 개발하고 치유효과를 검증하며 치유수요기관과 농장의 매칭 등 치유농업 실천 전 과정을 지원하게 된다. 기술원은 치유농업센터를 중심으로 농가의 새로운 소득과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 신 원장이 그리는 농업과 농업인은 어떤 것인가.

△ 잘 사는 나라는 농업이 발달한 나라다. 네덜란드 시골 마을에서 여러 직업인들이 모인 마을 모임에서 농민을 제일 앞자리에 앉히는 모습을 봤다. ‘우리는 이 분이 농약을 얼마나 치고 어떻게 농사를 짓든 이분이 생산하는 농산물을 우리가 먹는다.’고 이유를 설명하더라. ‘농자천하지대본’이 우리들만의 얘기가 아니더라. 농촌과 농업은 국민의 건강 증진과 공동체 회복 등 사회적 가치 실현에도 기여하는 것이다.

□ 신용습 (57)

경남 창녕. 영산종합고와 영남대 원예과 졸업, 경북대에서 농업자원학 석사 채소원예학 박사. 영양군에서 농촌지도사로 출발해 올 1월 경북농업기술원장이 됐다. 성주참외과채류연구소에서 참외 연구, 참외의 연작을 가능케 해서 성주를 참외고을로 자리매김한 참외박사.

채소 과채류 연구를 통해 병해와 농약해를 극복하고 육묘 재배와 농산물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연구 집중.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시대에 농업기술원이 중심이 돼 과학 영농으로 안전한 먹거리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에는 농업의 기계화와 ICT 스마트팜 구축, 치유농업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이경우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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