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가 수십 년 간의 대구청사시대를 접고, 안동신청사에 둥지를 튼지 9개월 여가 지났다. 지난해는 도청 이전과 더불어 신도시 기반시설 미비 등 여러 사정으로 한동안 어수선했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전 후 해가 바뀌면서 이제 경북도는 본격적인 경북시대를 열어가게 됐다. 올해는 경북도가 안동에서 뿌리를 내리는 해로 해야 할 일 또한 산적해있다. 김관용 경북지사는 2016년 한해를 마무리하는 기자회견에서 “올해는 청년일자리 창출, 미래먹거리를 위한 신성장산업 구축, 사회간접자본 확충으로 사통팔달 교통망 구축, 신도시 조성, 호찌민 엑스포 개최 등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신도청 시대 2년째를 맞아 경북도가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들을 알아본다. /편집자 주청년일자리 창출청년기업매칭 협력사업·수당카드 지원 등 추진中企인턴사원제도 500명에서 1천명으로 확대경북도의 올해 최우선 과제는 청년일자리 창출이다. 경북도는 장기간 불황으로 인해 청년실업이 심각하다고 판단, 도 차원에서 청년일자리 창출을 최우선과제로 정했다.경북도는 지난달 도청 회의실에서 정병윤 경제부지사, 청년고용촉진특별위원회 실무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2017년 신규 시책사업 토론 등 특별위원회를 개최해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한 논의를 가졌다.이날 보고회에서 경북도는 청년일자리 창출에 도정의 모든 정책을 집중하고, 실질적인 청년고용시스템을 구축·운영하는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중점사업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근무여건 격차 해소를 위해 추진하는 `경북청년수당카드지원`(복지포인트, 1인당 100만원) △지역기업 맞춤형 기술 교육(3~6개월, 1인당 월 100만원) 후 실질 취업 연계를 위한 `경북청년기업매칭협력사업` △도내 10개 상공회의소 회원사 3천900개사 주관으로 진행되는`1社-1청년 더 채용 릴레이 운동` 지속 전개 △청년고용 우수기업들에게 기숙사 등 고용환경 개선 인센티브 (최소 1천만원~최대 4천만원)를 제공하기로 했다.또 대기업과의 임금 격차 해소와 장기근속 유도를 위해 중소기업인턴사원제를 500명에서 1천명으로 확대, 미래 트랜드에 맞는 지식·기술 창업 지원을 위한 청년CEO 270명 육성 및 청년창업 제품 판로개척지원, 신도청의 중심지인 북부권에 청장년창업지원센터를 새로 설치해 청년창업활성화를 위한 거점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다.도는 지금까지 일·취·월·장(일하고 취업해 월급받아 장가간다) 7대 프로젝트 추진으로 1만1천711명의 청년일자리를 창출(목표 1만1천590명 대비 101%) 했다. 신도시 조성에 박차경북개발公 등 이전… 인구 늘리기 본격화신도시~916호선 연결도로 공사 상반기 착공경북도가 안동에 새 둥지를 튼 만큼 유관기관 이전을 비롯 인구늘리기 등 신도시 조성에도 박차를 가한다.경북도가 추진하는 신도시의 방향은 역사와 문화, 생태, 행정중심의 복합도시로 장기적으로 인구 10만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도청이전과 더불어 현재 아파트 등 주택공급으로 주거기반이 어느 정도 마련된 만큼, 신도시 학교 설립을 통한 교육환경 개선과 도서관, 공원, 박물관 등 공공시설 설치에 주력한다. 지난해는 교육청, 은행, 우체국출장소, 보훈회관 입주에 이어 올해는 경북개발공사 등 굵직한 기관의 이전을 비롯해 경찰청, 농협 등의 유입으로 본격적인 인구 늘리기에 들어간다. 향후에는 공무원교육원, 도립예술단, 종합건설사업소, 동물위생사업소, 농업기술원, 농업자원관리원 등이 이전목표로 있다.아울러 교통편의를 위해 `신도시 교통망 개선사업`을 실시, 신도시~916호선 연결도로 개설사업을 상반기에 착공하고, 국도 28호선~신도시 연결도로는 실시설계에 착수키로 했다.신성장산업 구축탄소·타이타늄·백신·신약개발 등 가속도 붙여K-메디 융복합벨트 조성 `한발 앞으로`경북도는 향후 국가뿐 아니라 경북을 먹여살릴 미래산업으로 탄소, 타이타늄, 백신, 신약개발 등 신성장산업에 가속도를 붙인다. 지난해 노력을 기울여 온 탄소산업 예타 확정에 이어, 가속기를 활용한 신약개발 등 미래산업에 집중한다.경북은 정부에서 1조원의 예산을 투입해 건설한 세계 유일의 3대 가속기가 있는 지역이다. 특히 지난해 9월에 준공된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번째다. 이 가속기는 세포막 단백질 구조분석이 가능한 최첨단 연구장비로 신약개발을 위한 핵심 열쇠다. 노벨화학상의 20%가 가속기를 기반으로 한 연구에서 시작됐다.경북은 지난해 2월 전략산업으로 `가속기 기반 신약개발 프로젝트`를 발표, 본격적인 연구에 뛰어들었다. 세계 신약시장은 1천조원 규모로 국내 3대 주력산업인 자동차, 화학, 반도체를 합한 것보다 큰 규모다. 경북도는 신약개발 2년째를 맞아 신약개발지원센터 건립 뿐 아니라 바이오기업 23개사와 연계한 국제연구소 2개, 제조·생산시설인 GMP시설을 갖출 계획이다.포항 중심의 가속기 기반 신약개발 프로젝트가 완성될 경우 안동의 백신, 구미의 의료전자, 영천·경산의 한방바이오를 연결해 K-medi융복합벨트를 조성하겠다는 것이 최종 목표다. 사통팔달 교통망 구축6월 준공목표 상주~영천 민자고속도 마무리포항~안동 국도 등 11개 사업도 공사 착수신도청 시대를 맞아 그동안 추진해온 사통팔달 전(田)자형 교통망구축을 한층 가속화, 도내 어디서나 1시간 30분 이내로 접근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경북도는 산악지형과 전국에서 제일 넓은 면적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도로교통망이었다. 지난 2006년 1조5천억원에서 올해에는 4조원대의 도로교통망 SOC예산을 확보, 교통의 오지에서 교통선진지로 탈바꿈해 전국 2시간대 생활권의 신도청시대를 열어간다. 최근 상주~영덕 고속도로 개통에 이어 지금까지 마무리된 주요 도로사업으로는 광주~대구, 포항~울산 고속도로가 있다. 올해 6월 준공예정인 상주~영천 민자고속도로가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철도의 경우 경부고속철도 2단계사업, KTX포항직결선 철도가 준공됐다. 국도는 소천~서면(국36호), 고령~성주1(국33호), 다인~비안2, 풍기~도계, 고령~성주2,3 등 4개 구간이 준공됐다.올해는 영일만 횡단구간 등 8개 사업은 설계를 추진하고, 설계가 완료되는 포항~안동 국도 등 11개 사업은 공사를 착수할 예정이다.특히 포항~영덕 고속도로 중 민자 추진구간으로 남아 있던 영일만 횡단구간(17.1km)은 작년에 이어 20억원이 반영돼, 울산~포항간과 포항~영덕을 연결하는 고속도로 건설에 탄력이 붙게됐다. 또 보령~울진 고속화도로가 예타대상사업으로 선정돼, 환동해와 환황해 경제권을 잇는 경제 대동맥 SOC망 구축 계기가 될 전망이다.호찌민-경주엑스포 개최올 11월 호찌민서 공연·심포지엄 등 다양한 행사기업 진출 확대·새마을운동 확산 등 시너지 기대올 11월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개최된다. 여기서는 공연을 비롯해 전시, 영상, 체험, 이벤트, 심포지엄 등 다양한 국제행사가 펼쳐지고 40개국에서 1만명 이상이 참가할 예정이다. 관람객도 3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경북도가 주도하는 이 행사는 한국과 베트남의 동반자적 관계를 강화함과 동시에 기업의 베트남 진출확대, 글로벌새마을운동확산 등 양국간 미래지향적 동반자 관계 구축과 사회경제적 시너지 창출을 극대화시킬 전망이다. 호찌민은 인도차이나 반도 동남부의 정치·문화·교통 중심지다. 동남아 주요 거점도시에 대한 교두보 확보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현에 경북도가 앞장선다는 계획이다. 행사의 주테마는 화합과 공존, 상생이다.이와 관련 경북도 관계자는 “국가가 인정한 명실상부한 국제행사로 경주를 비롯, 경북도를 세계에 알리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창훈기자 myway@kbmaeil.com
2017-01-02
경북매일신문이 여론조사전문기관 폴스미스에 의뢰해 실시한 `신년특집- 최순실 사태 등 정국 현안에 따른 경북도민 여론조사`에서 경북도민은 박근혜 대통령과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경북도민은 박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 `안된다`는 의견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새누리당에 대한 애정은 상당했다. 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한 높은 지지율로 정권재창출에 대한 기대감도 있음을 보여줬다.하지만 경북도 내에서도 북부권(안동, 상주, 영주, 문경, 예천, 청송, 영양, 봉화)과 중서부권(구미, 김천, 칠곡, 의성, 군위), 남부권(경산, 영천, 성주, 청도, 고령), 동부연안권(포항, 경주, 영덕,울진, 울릉) 등 지역에 따라 다른 의견이 확인되기도 했다.지역 국회의원 새누리 탈당, 반대 47.5% 찬성 44.1%보수 대선후보 지지, 반기문 황교안 유승민 김관용 順진보 지지후보 없음 45.6%…문재인 이재명 김부겸 順◇박 대통령 탄핵, 찬성 49.2% VS 반대 43.8%지난해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하고 헌법재판소의 심리가 남은 가운데, 경북도민의 절반에 가까운 49.2%는 탄핵을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지난 2012년 12월 치러진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80.82%의 득표율을 보여준 것과는 대조적이다.이는 `콘크리트 지지층`이었던 50대와 60대 이상 연령층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실제로 50대 응답자의 51.1%가 `탄핵 찬성`에 응답했고, 60대 이상 응답자의 32.3%도 탄핵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다만,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반대` 의견도 43.8%에 달해, 수도권과 호남권 등 다른 시·도의 결과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특히, 경북 북부권에서는 `탄핵해야 한다`는 의견 41.6% 보다 `탄핵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48.0%로 높게 나타났다.경북 동부연안권(찬성 53.1% VS 반대 40.3%), 중서부권(찬성 48.2% VS 반대 46.6%), 남부권(찬성 52.8% VS 반대 40.8%)과는 대조적이었다.연령대별로 보면, 20대~50대까지는 박 대통령 탄핵을 찬성하는 반면, 60대 이상에서는 반대하는 의견이 높았다.20대는 응답자의 66.7%(반대 28.2%)가 탄핵을 찬성했고, 30대에서는 51.7%(반대 43.1%)가, 40대에서는 57.9%(반대 45.4%)가 탄핵을 찬성했다.반면, 60대 이상에서는 탄핵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32.3%인데 반해 반대하는 의견은 53.1%로 나타났다.◇`새누리당 탈당` 찬성 44.1% VS 반대 47.5%개혁보수신당 등 지역 국회의원들의 새누리당 탈당에 대한 경북도민의 의견은 `반대한다`는 의견이 47.5%로 `찬성한다`는 의견 44.1%보다 3.4% 높았다. 특히, 새누리당 지지층에서 85.5%(탈당찬성 11.7%)의 응답자가 탈당을 반대했고, 남성과 여성 각각 47.6%(탈당찬성 46.3%)·47.4%(탈당찬성 41.9%)로 모두 탈당반대 의견이 높았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에는 찬성하지만, 전통적 지지정당이었던 새누리당에 대한 애정은 여전하다는 경북도민의 복잡한 감정이 그대로 표현된 결과로 보인다.연령대별로는 탈당찬성과 반대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30대는 탈당반대가 47.6%로 탈당찬성 47.0%보다 근소하게 높았고, 50대와 60대 이상도 탈당반대가 각각 48.0%(탈당찬성 46.8%), 56.1%(탈당찬성 31.7%)로 조사됐다. 반면, 20대는 55.3%(탈당반대 35.4%)가 탈당을 찬성했고, 40대의 49.9%(탈당반대 42.8%)도 탈당을 해야한다고 생각했다.경북도 내 권역별로도 의견이 엇갈렸다. 포항시와 경주시, 경산시 등 시단위가 밀집한 동부연안권과 남부권에서는 탈당 찬성이 각각 47.3%와 46.8%로 탈당반대 43.7%, 45.6%보다 높았다. 하지만 울진군과 칠곡군 등 군단위가 밀집한 북부권 및 중서부권은 탈당반대가 각각 52.7%와 49.0%로 탈당찬성 의견인 38.2%와 43.1%보다 높았다.◇정당지지도 새누리당 38.3%, 더불어민주당 17.2%, 개혁보수신당 14.7%경북도민 중 가장 많은 38.3%는 여전히 새누리당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는 2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와 성별, 권역별로 고르게 나타났다.다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개혁보수신당에 대해서도 각각 17.2%와 14.7%로 예년에 비해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새누리당은 북부권과 중서부권, 남부권 및 동부연안권에서 각각 39.4%, 39.7%, 34.9%, 38.4%를 기록했다. 성별 지지율에서도 남성 40.2%, 여성 36.5%로 1위를 나타냈으며, 연령대에서도 30대 35.3%, 40대 33.3%, 50대 39.6%, 60대 이상 48.5%로 나타났다.더불어민주당은 남부권을 제외한 전 지역과 3~40대에서 2위를 기록했고, 20대 지지율에서는 27.3%로 각각 25.5%와 11.8%에 그친 새누리당과 개혁보수신당을 눌렀다.개혁보수신당은 남부권에서 16.5%의 지지율로 2위를 기록했으며, 남성의 지지율이 17.6%로 여성의 지지율 11.9%보다 높았다. 또 50대 연령층에서도 19.2%로 더불어민주당의 15.2%보다 높은 결과를 보였다. 남부권은 친박핵심인 최경환 의원과 청문회 위증교사 의혹을 받고 있는 이완영 의원의 지역구가 있는 곳으로 사드 배치와 함께 두 의원에 대한 반감이 여론조사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이외에 국민의당이 4.8%의 지지율을 나타냈고, 정의당은 2.2%, 지지정당이 없다는 의견이 22.8%로 조사됐다.◇보수진영 대선후보, 반기문 35.4%·황교안 15.6%·유승민 10.3%·김관용 5.3%경북도민이 생각하는 보수진영의 대선후보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 총장은 35.4%의 적합도로 15.6%에 그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10.3%에 그친 개혁보수신당 유승민 의원, 5.3%에 그친 김관용 경상북도지사를 제쳤다. 이어 오세훈 전 서울시장 4.7%, 남경필 경기도지사 3.6%, 원희룡 제주지사 1.1% 순이었으며, 지지후보가 없다는 의견은 24.0%였다.반 총장은 권역별·성별·연령별 조사에서 고른 1위를 나타냈다. 북부권에서는 42.7%의 지지율로 황 권한대행 등 여타 후보를 여유있게 제쳤으며, 연령별 조사에서도 20대 25.7%, 30대 32.9%, 40대 29.7%, 50대 35.9%, 60대 이상 44.7%로 고른 지지율을 보였다.반 총장은 특히 새누리당 지지층에서 50.9% 지지율로 27.6%에 그친 황 권한대행과 7.8%의 김관용 지사를 크게 앞섰다. 또 개혁보수신당 지지층에서도 37.1%의 지지율로 22.0%의 유승민 의원보다 높았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는 26.2%의 유승민 의원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이번 조사에서 특이한 점은 황교안 권한대행의 지지율이 김관용 경북지사보다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황 권한대행은 전 권역에서 적게는 0.7%에서 많게는 14.4%까지 김 지사의 적합도보다 높게 나타났다. 황 권한대행은 새누리당과 개혁보수신당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각각 27.6%와 12.4%로 나타나 7.8%와 3.5%에 그친 김 지사를 제쳤다. 다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권에서는 유승민 의원을 보수진영 후보로 꼽았다.조사를 진행한 폴스미스 측은 “새누리당 지지층과 전체응답자의 절반정도에 이르는 탄핵 반대층에서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선호도가 몰렸기 때문”이라며 “황교안 총리가 포함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선호도 상승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진보진영 대선후보, 지지후보 없음 45.6%·문재인 13.2%·이재명 10.8%·김부겸 9.0%경북도민이 생각하는 진보진영 대선후보로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지후보가 없거나 잘 모르겠다는 의견이 45.6%로 나타나, 진보진영 후보에 대한 무관심도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지지후보가 없거나 잘 모르겠다는 의견은 경북 북부권과 여성, 연령대가 오를 수록 높게 나타났다. 북부권은 51.8%의 응답자가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으며, 여성 응답자의 52.9%도 “지지후보가 없거나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또 20대의 35.0%, 30대 31.9%, 40대 39.0%, 50대 44.7%, 60대 이상의 62.3%가 진보진영의 지지후보가 없었다.문재인 전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 56.2%로 높은 지지율을 얻었다. 이재명 시장은 18.6%에 그쳤으며,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부겸 의원은 4.5%,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2.7%에 그쳤다.반면, 국민의당 지지층에서는 안 전 대표가 38.8%를 기록해 1위를 차지했고, 문 전 대표는 18.5%에 그쳤다. 이재명 시장은 14.2%였고, 김부겸 의원은 6.8%였다.경북도 내 권역별로 살펴보면, 문 전 대표는 북부권 12.7%, 중서부권 13.9%, 동부연안권 14.9%를 얻어 1위를 기록했으나, 남부권에서는 9.9%에 그쳐 13.2%를 기록한 이재명 시장에 뒤졌다. 김부겸 의원은 북부권에서 12.4%, 중서부권에서 10.9%를 얻었으나 남부권에서 7.8%, 동부연안권에서 5.9%에 그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연령대별 조사에서도 진보진영 후보들은 각축전을 벌였다. 20대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가 19.9%로 각각 11.9%와 9.8%에 그친 이재명 시장과 김부겸 의원을 눌렀으나, 30대 조사에서는 이재명 시장이 17.0%를 기록해 각각 15.1%와 12.2%에 그친 문 전 대표와 손학규 전 대표보다 높았다. 김부겸 의원은 40대 조사에서 8.5%로 문 전 대표와 이 시장에 뒤졌으나, 50대 조사에서는 10.8%로 13.0%를 기록한 문 전 대표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보였다.■조사 개요△표본수, 표본오차:경상북도 만19세이상 성인남녀 1,046명, 95% ± 3.0%△조사기간:2016년 12월 30일△조사방법:자동응답전화면접조사 (420회선 사용)△표집방법:지역/성/연령별 할당 후 유선 RDD방식 표집△오차 보정방법:지역/성/연령별 인구비례 가중치 분석 (2016. 11월 주민등록통계 기준)△응답률:4.0%/박순원기자 god02@kbmaeil.com
올해 치러질 제19대 대통령 선거는 여러 모로 많은 화제와 기록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과 여하에 따라 조기대선이 치러질 것이 유력시되고, 각 정당의 대선 후보군도 영향을 받고 있다. 올해 대선이 예년의 대선과 차별화되는 점은 크게 두가지다. 우선 대선 시기가 앞당겨진다는 점이다. 제13대 대선이 치러졌던 1987년 12월 이후 30년 만에 `겨울 대선`이 사라지고, 봄 또는 여름 대선을 치르게 될 예정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면 60일내 차기 대선이 치러진다. 따라서 올 3월까지 헌재의 심리가 마무리되면 5월 전에, 헌재가 심리 기한인 6개월을 꽉 채워 결론을 낸다면 8월 대선이 실시된다. 물론 헌재가 탄핵을 기각할 경우 예년처럼 12월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또 하나는 보수 여당의 분당사태가 진행중인 데다 개헌론 추진을 둘러싼 정당의 이합집산도 예상돼 대권의 향방을 쉬이 점치기 어렵게 됐다는 점이다. 야권의 후보에 맞선 중도·보수 정당이 얼마나 단일대오를 형성하느냐에 따라 대권의 향방은 달라 질 것이다. 올해 격동의 정국속에 치러질 대선 판도를 미리 짚어본다새누리 잠룡들 대거 이탈로 전망 암울, 개혁보수신당 대권경쟁 치열더민주 문재인-非文 대결, 국민의당은 안철수-대항마 손학규 거론◇쪼개지는 여권…떠나간 잠룡들새누리당과 보수신당을 가리키는 여권의 대선 전망은 안갯속 호롱불이다. 다만 친박계를 제외한 개혁보수신당(가칭)이 국민의당 등 기존 야권 비문주자들과 제3지대에서 보수대연합 결성을 통해 보수 단일후보를 낼 수 있다면 승부수를 던져볼 수 있다.주류 친박계는 새누리당에 잔류하며,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을 영입해 당 쇄신과 개혁에 나섰다. 그러나 지난 달 27일 비박계 집단탈당을 전후해 대권 잠룡들이 대거 이탈하는 바람에 대권 전망은 어두울 수 밖에 없다. 실제로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일찌감치 새누리당을 탈당했고, 유승민 의원과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 달 27일 함께 탈당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조만간 탈당 대열에 합류한다.29명의 의원이 집단탈당해 90여 명의 의원이 남아있지만 특검의 수사과정이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에서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혐의 내용이 드러날 경우 2차, 3차 탈당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럴 경우 친박계 핵심의원을 제외하고 대부분 의원들이 보수신당 또는 제3지대로 이탈, 자칫 대선후보를 내지 못하는 `불임정당`의 비운에 처할 수도 있다.오는 24일 창당할 예정인 가칭 `개혁보수신당`은 아직 신당에 참여한 의원수는 그리 많지 않지만, 대권 경쟁은 치열하다. 여권 잠룡들이 대부분 보수신당에 합류했기 때문이다.대구·경북의 유일한 보수정당 대권주자인 유승민 의원은 집단탈당 브리핑을 통해“새누리당 안에서는 보수개혁, 보수 혁명을 통한 정치 혁명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면서 “국민이 다시 마음을 둘 수 있고 우리 자식들에게도 떳떳할 수 있는 보수를 새로 시작하려고 밖으로 나가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소회를 털어놓기도 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새누리당 안에서는 건강한 보수를 살릴 가능성이 없어졌다고 생각한다”면서 “여야를 넘어 한국 정치의 틀을 바꾸기 위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역시 대의원들에 대한 설득을 끝마치는 대로 탈당해 보수신당에 합류한다.다만 새누리당 대권주자로 꼽히던 5명 가운데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새누리당에 남았다. 지난 20대 총선 기간 친박(친박근혜)계임을 강조했던 김 전 지사는 “나는 그냥 있을 것”이라며 “탈당의 뚜렷한 명분이 없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결국 새누리당은 창당이 예고된 비박계 신당보다 현역 의원 숫자에서 3배 가량 덩치가 큰데도 불구하고, 대선 잠룡이 거의 실종되는 기형적인 상황을 맞았다. 새누리당이 만약 보수 성향 주자로 분류돼 온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영입하는 데 실패한다면 자칫 대선후보도 못내는 `불모 정당`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이런 사태가 현실화되면 새누리당은 탈당 의원들이 크게 늘어나 군소정당으로 전락할 우려도 없지 않다.◇기선 잡은 야권 후보야권은`최순실 게이트`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으로 대권을 손에 쥘 절호의 기회를 맞게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야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각각 후보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우선 새누리당의 분당으로 원내 제1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의 대권 주자로는 대권 지지도 선두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대표적이다. 이에 맞서는 대권주자는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김부겸 의원 등이다. 이른바 비문(비문재인) 주자들이다.문재인 전 대표는 벌써부터 대권주자로서의 행보에 나선 상태다. 지난 달초 싱크탱크 `국민성장`이 국회에서 개최한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1차 포럼`에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각 분야에 걸쳐 개혁과제를 차례로 발표하며, 대권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박 시장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의 비문 주자들은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이합집산 또는 합종연횡을 통해 후보단일화에 나설 가능성이 많다. 당내 지지세가 가장 큰 문 전 대표에 맞서기 위해서는 `반문연대`구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실제로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 연말 라디오에 출연, “안희정 충남지사, 김부겸 의원의 우산으로 제가 들어가야 한다”면서, 문 전 대표에 대해서는 “거기는 1등이지 않나”라고 유보적 입장을 보여 `반문연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아울러 이들 잠룡들은 지난 연말부터 본격 대권행보를 서두르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 달 말`불평등 해소`를 주제로 국회에서 열리는 토론회에 참석하고, 주말을 활용해 광주와 부산·경남지역 방문 등을 통해 지지세를 넓혀가고 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조만간 전북과 전남, 광주 등지를 차례로 다니면서 `세몰이`에 나서기로 했으며, 김부겸 의원도 국회 의정활동을 중심으로 경제대책과 관련한 토론회를 소화하며 정책을 가다듬을 예정이다.민주당과 야권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국민의당에서는 안철수 전 상임대표가 후보로 나설 공산이 크다. 국민의당은 1월 15일 전당대회 이후 본격적으로 경선 준비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안 전 상임대표도 국민정책연구원 정기 토론회에 참석하면서 본격적으로 공약을 가다듬고 있다. 아직 본격적인 대권경쟁이 불붙지 않은 상태여서 국민의당이 어떤 내용의 필승전략을 내놓을지는 알 수 없다.다만 안 전 상임대표가 홀로 국민의당 후보로 나서 대권을 노리기보다는 중도보수 세력의 연대나 연합으로 단일후보를 내는 방안을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다. 개헌론을 당론으로 채택, 손학규 전 대표와 함께 민주당 비문계 의원들을 영입해 바람을 일으키려는 움직임도 이같은 대선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아직도 대권향방에 변수 많다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진행중인 현 상황에서는 야권의 후보가 압도적으로 대권 경쟁에서 유리해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변수는 많다.우선 대선구도가 어떻게 형성되느냐에 따라 대선결과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즉 더불어민주당, 새누리당, 국민의당, 보수신당, 제3지대가 각각 1명씩 후보로 내세울 경우 대선구도 5파전이 된다. 하지만 원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맞서기 위해서는 국민의당과 보수신당, 제3지대는 서로 연합세력을 형성해 단일세력으로 야권후보에 맞서려 할 가능성이 많다. 이념이나 정강·정책에서 일치하지는 않아도 이들 세 정치세력이 지향하는 것은 중도·보수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많아 보이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라면 3파전, 혹은 4파전이 된다. 후보 수가 늘어날 수록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권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보수와 진보세력이 각각 단일화돼 1대1 구도가 될 때는 예측불허의 승부가 펼쳐질 가능성이 많다.또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인용되느냐 않느냐에 따라서도 대선이 큰 영향을 받게된다. 탄핵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법적으로는 박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수 있지만 정치적인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모양새가 될 것으로 보이는 데, 그럴 경우 보수층의 재집결이 일어나면서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이 맞서는 가운데 국민의당, 그리고 보수신당과 제3지대 등이 연합해 대권을 노리는 구도가 된다. 이럴 경우 더불어민주당의 집권가능성이 높다. 보수층의 지지가 새누리당과 보수대연합으로 나눠지기 때문이다.탄핵심판이 인용되면 친박계 주류가 중심이 된 새누리당에서 이탈하는 의원들이 많아지면서 보수신당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그럴 경우 더불어민주당과 보수신당이 맞선 가운데 국민의당, 제3지대 등이 연합하는 모양새가 된다. 이때 친박계 중심의 새누리당은 대선후보도 내기 어렵게 된다. 이 경우 보수신당이 어느 정도 몸피를 불리느냐에 따라 박빙의 승부가 될 수 있다.또 하나의 변수라면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향배다. 원내 제1당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전 대표와 함께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선두권인 반 총장이 어느 정당의 후보로 나서느냐에 따라 승부는 달라질 수 있다.반 전 총장을 둘러싼 시나리오는 여러가지다. 최근에는 새누리당 중도파와 충청권 의원을 중심으로`해체 수준`의 재창당을 이루고, 이후 반 총장을 영입해 제3지대 후보로 내세우는 시나리오가 회자되기도 했다. 이럴 경우 문 전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후보와 국민의당 안 전 대표, 보수신당 후보와 반 총장이 경쟁하는 4자 구도가 만들어진다. 역시 민주당 후보에 유리한 국면이지만 대선과정에서 보수 후보의 단일화가 또 다른 변수가 된다./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 김관용 경북도지사다사다난했던 2016년이 지나고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길게 이어지고 있는 경제 불황과 불안정한 정치상황이 국민들을 힘들게 하고 있는 새해벽두. 대구경북 지역의 미래도 마냥 낙관할 수만은 없는 처지다.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권영진 대구시장은 올 한해 어떤 정책과 비전으로 대구경북 지역민들의 어려움을 해소하려 하고 있을까? 본지는 두 사람과의 `신년 특집인터뷰`를 통해 이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한다. ■ 김관용 경북도지사청년 복지수당 도입, 취업 장려도내 4개 권역별 산업역량 강화14개 도로 완공, 교통망 재편도지방분권형 개헌·광역협력 추진경북도의 최대현안인 경북도청 이전을 마무리한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지난달 28일 도청에서·30일 대구 수성호텔에서 열린 아시아포럼 초청 토론회에서 신년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올 한해 경북도를 향후 수백년동안 거점이 될 신청사로 이전한 것을 가장 보람으로 여긴다고 밝혔다. 김관용지사의 새해 신년설계를 들어본다.-요즘 정치권이 연일 탄핵정국으로 인해 시끄럽다. 대권도전 등 정치현안에 대한 입장은.△정치의 구심점이 사라져 나라가 혼란한데 대해 참으로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정치가 혼란스럽다고 해서 도정을 멈출수는 없다. 지금까지 현장의 야전사령관으로 22년간 뛰어오고 있다. 이러한 경험을 발판으로 정치발전에 보탬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대권에 대해서는 현재 당장 뭐라 말할 수는 없다. 적절한 기회가 오면 언론에 정식으로 브리핑을 하고 도움을 구할 생각이다. 국가발전을 위해 “어떠한 어려움이라고 받아들일 준비는 되어있다”고 답을 대신한다.-2017년 도정방향은.△일자리야말로 도민의 가장 큰 바람이자 최고의 복지다.도는 청년 일자리 창출 예산을 지난해보다 3.3배나 증액했다. 중소기업에서 1년 이상 근속한 청년에게 연간 100만원 상당의 복지혜택을 주는 `경북청년복지수당`을 도입해 중소기업 취업을 장려할 계획이다. 또 취업을 위한 훈련비와 수당을 지원하고 도와 지역대학, 기업 간의 일자리 협의체를 가동하는 등 지속가능한 `일자리 협력의 틀`도 한층 더 확충한다.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기업의 투자유치에도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겠다. 우선적으로 고용효과가 큰 관광·레저산업과 신성장산업을 대상으로 전방위적인 투자유치 활동을 펼쳐 나간다.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4차산업혁명 시대에 경북을 먹여 살릴 신성장동력 확충에 집중한다. 산업역량 강화를 위해 동해안권에는 수중로봇, 원자력, 가속기클러스터 등 해양신산업을, 서부권에는 스마트융복합산업, 남부권에는 코스메틱과 항공전자 등 창의지식서비스산업을, 북부권에는 백신과 K-FARM 등 농생명산업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국제무대에서 문화국가의 위상도 드높이겠다. 올 11월에는 베트남의 경제수도 호찌민에서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17`을 25일 동안 개최한다. `옛 바다를 통한 문명교류전`을 주제로 문화와 경제를 융합한 축제로 2006년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2013년 터키 이스탄불에 이은 3번째 국제행사다. 40개국 1만여명이 참여하고 국내외 관람객 300만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특히 해양 실크로드로 이어지는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문화교류를 확대하고, 문화동반자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울러 기업진출과 교역 활성화, 경제적 시너지효과 창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신라사 대계`와 올해 복원이 마무리되는 `삼국사기 목판`을 새로운 문화자원으로 활용해 나간다.-경북도의 올해 중점추진전략은.△경북도가 안동으로 옮겨오면서 한반도 허리경제권의 중심에 섰다.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한반도 허리경제권을 중심으로 신정장 산업 등 미래먹거리 산업에 동력을 건다.도청이전을 계기로 국토발전전략으로 공식화된 `한반도 허리 경제권`을 구체화하기 위해 한반도허리고속도로, 동서내륙철도, 바이오·백신 융복합벨트, 환동해-환서해 문화루트개발 등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상주~영천 민자고속도로를 비롯해 14개 도로의 완공과 18개 노선의 착수를 통해 경북의 교통망을 재편해 나간다.-경북도는 대표적인 농도다. 농가정책과 더불어 도가 추진해 타 지자체에서도 시행을 준비중인 할매할배의 날 등 발전방향은.△공급과잉에 따른 수급 불균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쌀산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 차원에서 수립된 `쌀 수급안정 특별대책`을 중앙정부에 건의하고, `쌀 수급안정 특별대책 협의회` 구성과 `쌀 사랑 포럼`을 운영하는 등 농가소득 안정에도 주력할 예정이다.아울러 도민행복을 위한 안전과 복지, `할매할배의 날` 범국민적 확산, 민족자존의 섬 독도 수호, 경북 정체성 지키기, 지방분권형 개헌과 광역협력에 역점을 두고 도정을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정치적인 혼란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지만, 지방에서는 흔들림 없이 굳건히 민생을 지키겠다. 도민의 높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다시 한 번 신발끈을 졸라매고 도정 역량을 결집해 나가겠다. 정유년(丁酉年) 새해에는 생생지안(生生之安)의 가치를 가슴에 새기고 서민의 생활현장 구석구석을 챙겨 도민이 편안하고, 차별과 격차가 줄어드는 경북을 만들어 나가겠다.▲ 권영진 대구시장■ 권영진 대구시장미래형 첨단산업도시 변모가시적 성과 창출 매진할 터통합공항 이전·낙후지역 개발이제 국가운영 근본 틀 바꿔야“올해는 민선6기 4년차에 접어드는 해로서 시민들이 미래형첨단산업도시로 변모하는 대구의 모습을 직접 보고 느끼실 수 있도록 가시적인 성과 창출에 마지막 한 방울의 땀까지 쏟아 부을 것임을 약속드립니다.”민선6기 4년차를 맞게 되는 권영진 대구시장은 신년 인터뷰에서 “그동안 시정 추진 성과를 통해 미래첨단산업도시로의 변모하고 소통과 혁신의 DNA가 지역 사회 전반에 뿌리를 내리는 등 대구의 변화하는 모습을 실감하고 있다”며 “내년도에는 균형개발과 통합공항 이전 등 역점 추진 사업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다음은 권 시장의 일문일답.△민선6기 3년차 동안의 성과는?-민선 6기 취임 이후 경쟁력의 한계에 직면한 대구는 물산업클러스터 조성, 의료산업 활성화, 에너지 자족도시, 미래형자동차 등 친환경 첨단산업도시로 전환 기반을 다졌다. 또 현장시민소통실과 시민원탁회의 등을 통해 소통과 혁신의 DNA를 전파했고 대기업과 역외 우량기업, 외투기업들까지 잇따라 유치해 `대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특히, 영남권 신공항 무산이라는 위기를 대구공항 통합이전을 통한 신공항 건설로 영남권 거점공항 건설의 기회로 만들었고 서대구KTX역사 유치,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착공, 전기자동차 생산 기반 조성 등 대구의 미래 먹거리를 개발했다.△내년도 역점 추진할 시정 방향은?-내년은 민선 6기가 출범한 지 4년 차가 되는 해로 미래첨단산업도시로 변모하는 대구 모습을 시민들이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도록 구체적 성과를 창출하고 균형발전을 위해 낙후지역 개발, 통합 대구공항 이전, 시정혁신 등에 힘을 쏟겠다.△내년도 대구시가 역점적으로 추진할 미래형 친환경자동차 분야에 대한 청사진은?-우선 내년에는 전기자동차 보급활성화로 시장을 열고 환경개선 효과가 높고 지역 기업 참여와 경쟁력이 있는 1t급 전기상용차 생산분야를 집중 육성 추진할 계획이다. 대동공업, 르노삼성 등 컨소시엄의 1t급 경상용 전기차 기술개발과 (주)디아이씨가 전기차를 총 2천대를 보급하는 등 전기자동차 개발 및 보급 활성화를 추진한다.△국책사업인 첨복단지에 대해 정부의 관심도가 떨어진 듯한 인상을 주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2013년말 4개센터 시설 및 연구장비 도입으로 본격적인 연구지원활동 수행을 위한 핵심인프라를 구축 완료했으나, 첨복단지 지정 초기에 비해 낮아진 국가적 관심도, 운영예산에 대한 정부 지원규모 축소 등으로 사업추진에 큰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다행히도 중앙정부와 현실가능한 자립도 수준과 자립시기 재설정을 위해 협의 중에 있다.△대구통합공항 이전이 가져오는 효과와 후적지 개발방안은-통합이전은 대구·경북의 미래를 바꿀 기회이다. 경북 교통물류 허브도시로 재탄생하게 될 이전지역에 지원금 3천억원, 인구 1만여명의 유입에 따른 소비, 세수 증대 등으로 각종 경제적 파급효과가 발생된다. K-2·대구공항 부지 및 인근 지역은 후적지 개발사업과 도심 재설계를 통해 새로운 미래성장동력 거점으로 개발되며, 주변지역도 도심재설계 등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게 된다. 이 사업 추진으로 생산유발효과 12조9천527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 5조4천958억원, 취업유발효과 12만1천397명 등으로 대구·경북민이 고스란히 경제적 파급효과를 누리게 될 것이다.△대통령 탄핵과 조기대선, 개헌의 필요성에 대한 입장은?-대통령을 지지하고 선택한 한 사람으로서 탄액안 가결은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지만, 탄핵안 가결은 국정을 바로잡고 민생을 안정시키라는 국민의 목소리이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 된 국가 비상사태이나 대한민국의 시계는 멈춰서는 안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치권과 행정부, 국민 모두 지혜와 힘을 모아 대한민국이 좀 더 민주적이고 정의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진정한 지방분권 시대 실현을 위해 개헌은 반드시 필요하다. 지방자치 25년 동안 선거자치는 상당한 진전을 이뤘으나 아직도 자치입법권과 조직권 등 법과 제도, 재정적인 측면에서 행정권한이 중앙과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실정이다. 최근 불거진 국정혼란 사태도 제왕적 리더십의 폐해가 아닌가 싶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권력의 분산과 권한의 분배가 필요하다. 이제는 국가 운영의 근본 틀을 바꿔야 한다. 국가의 기본을 정하는 헌법 전문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 국가`임을 선언하는 분권형 헌법으로 개정하고, 중앙권한의 지방이양을 헌법에 확실하게 명시해야 한다. 이제는 국가 운영의 근본 틀을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 개헌을 포함한 지방분권에 대한 인식을 시민들과 공유하고 범국민운동으로 확산해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국민적 힘을 한데 모아나가야 할 것이다./이창훈·이곤영기자
▲게재 순서 : 현역 국회의원, 정당인(성명 가나다), 무소속 順 ▲정당명 표기 : △새누리당 = (새) △더불어민주당 = (민) △정의당 = (정) △공화당 = (공) △한국국민당 = (한) △무소속 = (무) ▲게재 순서 : 현역 국회의원, 정당인(성명 가나다), 무소속 順 ▲정당명 표기 : △새누리당 = (새) △더불어민주당 = (민) △정의당 = (정) △공화당 = (공) △한국국민당 = (한) △무소속 = (무)
2016-01-04
2016년 병신년 원숭이띠의 해를 맞은 원숭이띠 손준호(24·포항스틸러스·사진) 선수는 올 시즌 장밋빛 기대로 부풀어 있다. 포항스틸러스에서 프로무대를 처음으로 밟은 손준호는 데뷔 첫해 포항 미드필더로서 맹활약한 데 이어, 그해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24년 만에 한국이 금메달을 따는 데 일조했다. 2015년 프로 2년차 징크스마저 떨쳐내는 기량을 선보이며 팀의 2016년 ACL 진출에도 크게 기여했다. 프로 3년차인 손 선수는 재치 넘치는 플레이를 이어가며 국가대표 마크를 가슴에 달겠다며 올 시즌을 단단히 벼르고 있다.신병교육대 입소(12월21일)에 앞선 지난달 14일 포항 북구 한 커피숍에서 손준호를 만났다.올해 우승이 목표“최적 전술 소화할 터”팬들 관심·응원 당부-2015 시즌을 되돌아 본다면.△우승을 목표했지만 팀이 리그 3위로 마쳐 아쉬웠다. 그렇지만 팀이 ACL에 진출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팀이 상위 성적을 거뒀다는 점에서 대체로 만족한다.-시즌 중반부터 활약이 저조했는데.△6월부터 체력적인 부분에서 한계에 봉착했던 것 같다. 컨디션도 떨어지면서 제 기량을 펼치지 못한 것 같다. 여기다 전술 변화에 따른 포지션 이동도 한몫했던 것 같다. 시즌 초반 공격형 미드필더였다면 이때부터는 수비적인 플레이에 중점을 두면서 적응에 시간이 걸렸다.-영플레이어상을 놓쳤다.△시즌 초반부터 언론을 통해 제가 영플레이어상 후보로 언급이 됐었다. 데뷔 첫 해 2014년 아시안게임 축구 우승으로 2015년 시즌 초반, 나름 열심히 준비도 많이 했었다. 현재 후회는 없다. 올해는 경쟁자들이 많았고, 후보들 간 공격포인트 점수차도 크지 않았다. 가장 치열했던 영플레이어상 후보군이었던 것 같다. 떨어져서 기분이 좋지 않거나 하는 것은 없다. 특히 올 시즌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도 없다.-군사훈련을 받게 되는데.△12월 21일부터 2016년 1월 15일까지 훈련을 받게 된다. 지난해 11월 군사훈련을 받으려고 했지만, 당시 팀이 ACL 직행권을 놓고 중요한 시기였고, 스태프진이 만류해 12월에 가게 됐다. 군사훈련이 끝난 직후인 1월 16일 포항의 전지훈련에 참가하게 된다. 팀 훈련에 늦게 합류해 사실 부담은 크다.-2016년 시즌 목표는.△경기장을 밟는 횟수를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 신임 최진철 감독님이 원하는 전술을 잘 소화해 팀 승리에 기여하고 싶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올해 달지 못한 태극마크를 가슴에 꼭 달고 싶다. 여기다 K리그, FA컵, ACL 대회에서 팀이 우승했으면 하는 바람이다.-팬들에게 한 마디.△지난해 주축 선수들이 많이 빠져 나간 것 같다. 그러나 현재 우리 선수들은 실력이 모두 입증된 선수들이다. 올해도 새로운 스타가 발굴되리라 믿는다. 포항스틸야드에 많은 팬들이 찾아주시길 기대하고 새 감독님과 함께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도록 팬들의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김기태기자 kkt@kbmaeil.com
▲ 그림/한국화가 권정찬 화백인간과 가장 많이 닮은 영장 동물지혜·재주 많고 부의 상징 여겨져방심하면 스스로 발등 찍을 우려2016년은 병신년(丙申年) 원숭이띠의 해다.우리나라 사람들은 예로부터 동양학의 한 줄기였던 명리학적으로 하늘과 땅에 퍼진 모종의 기운을 의미하는 육십갑자(六十甲子) 간지(干支)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면서 삶을 영위 해 왔다.특히 새로운 해가 시작되면 육십갑자에 따라 붙여진 이름과 띠의 의미를 새기면서 한 해의 소망과 운을 점쳤다.올해는 병신년의 천간(天干)인 `병(丙)`이 화(火)의 영역이어서 적색을 상징해`붉은 원숭이의 해`인 셈이다. 붉은 원숭이는 재주가 많고 영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병신년의 지지(地支)인 `신(申)`은 유(酉, 닭)와 더불어 금(金)을 상징하는 오행으로, 동물로는 원숭이에 해당하며, 인(寅, 범), 신(申, 원숭이), 사(巳, 뱀), 해(亥, 돼지)의 하나로 이동과 역동적인 에너지를 주관하는 지지다.예로부터 `동국무원(東國無猿)`이라 해서 우리나라에는 원숭이가 살지 않아 원숭이에 얽힌 이야기가 그리 흔치 않다. 원숭이가 언제 우리나라에 들어 왔는지에 관한 확실한 기록은 없다. 다만 조선 초기에 중국이나 일본에서 선물용으로 들어온 듯하다는 가설만 있다. 그러나 원숭이 상(像)이나 조각 그림은 통일신라부터 무덤의 호석·부도·고분벽화·석관 등에 보인다. 이들 유물은 모두 불교가 전래된 이후의 것들이다.원숭이해는 육십갑자에서 갑신(甲申)·병신(丙申)·무신(戊申)·경신(庚申)·임신(壬申) 등 다섯 순행한다. 12지의 아홉 번째 동물인 원숭이(申)는 시각으로는 오후 3시에서 5시, 방향으로는 서남서, 달(月)로는 음력 7월에 해당하는 방위신이며 시간신이다.원숭이는 인간과 가장 많이 닮은 영장동물로 갖가지의 만능 재주꾼이고, 자식과 부부지간의 극진한 사랑은 사람을 뺨칠 정도로 애정이 섬세한 동물이라고 한다. 동양에서는 불교를 믿는 몇몇 민족을 제하고는, 원숭이를 `재수없는 동물`로 기피하면서도 나쁜 기운(邪氣)을 물리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는 원숭이가 좋은 건강·성공·수호(보호)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원숭이가 우리 민족에게 비친 대체적인 모습은 구비전승에서는 꾀 많고 재주 있고 흉내 잘 내는 장난꾸러기로 이야기된다. 도자기나 회화에서는 모성애(母性愛)를 강조하고, 스님을 보좌하는 모습, 원숭이가 부귀 다산을 의미하는 탐스러운 포도알을 따먹는 모습, 천도복숭아를 들고 있는 장수의 상징으로 많이 표현되고 있다.옛날에 사람은 원숭이를 좋아하고 원숭이가 길한 동물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은 원숭이 후(猿)자와 제후 후(侯)의 발음이 같아 원숭이는 곧 재후, 높은 벼슬을 얻는다는 의미를 갖게 됐다. 조선시대까지 높은 직위는 부와 명예를 모두 포괄하는 인생의 지복(至福) 중 하나였다.그렇기 때문에 원숭이는 길한 부호의 상징이 돼 버렸다. 그림 속에서 원숭이는 길한 상징과 축복 부호 등으로 묘사되기도 하고 세시풍속에서 나타나기도 한다.봄에 원숭이 모양의 장식품을 꿰매서 처마 밑에 거는 것은 `봉후(縫猿·원숭이를 꿰매다)`와 `봉후(封候·제후로 임명하다)`의 발음이 유사한 이유로 꿰맨 원숭이를 걸면 길한 일이 생길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동물 가운데 지혜 겨루기와 관련된 이야기 가운데 유독 원숭이가 많이 등장한다. 원숭이가 음식을 공평하게 나눈다면서 자기가 다 먹어 버린다는 원숭이 재판이이야기가 대표적이다.원숭이의 교활성이 부정적으로 묘사되지만 자기의 눈앞의 이익만을 다투다가 결국 그 조그마한 이익마저도 놓치고 만다는 교훈이 담겨 있는 이야기다.반면 신격으로 우러러 받드는 스리랑카를 비롯한 불교국가를 제외하고는 원숭이는 사람을 너무 많이 닮은 모습이나 간사스런 흉내로 재수 없는 동물로 인식해 잔나비로 대칭(代稱)하고, 아침에 이야기하는 것조차 꺼렸다.우리나라에서도 띠를 말할 때 원숭이띠라고 하기보다는 잔나비띠라고 표현한 것처럼. 세시풍속에선 새해 첫 원숭이날을 사람날이라고 해서 육식을 피했고 제주도에선 이날 나무를 베면 손을 베거나 다친다며 벌목을 하지 않기도 한다.봉산탈춤 양주별산대 강령탈춤 은율탈춤 등 탈놀음에 등장하는 원숭이는 모두 인간의 외설스러운 음험한 행위를 적나라하게 흉내냄으로써 파계승의 형식적 도덕과 신장수의 비향을 직설적으로 폭로했다.원숭이해에 태어난 잔나비 띠는 천부적인 재질과 지혜, 재주를 지니게 된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자기의 재주를 너무 믿어 방심하므로 스스로 발등을 찍는 일면도 있다고 한다. 흔히 원숭이꾀 하면 잔꾀를 연상하게 돼 가볍게 받아들여지게 된다. 병신년 올 한 해에는 잔꾀가 아닌 큰 꾀와 슬기로 승화돼 평화롭고 알찬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자료제공 =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류동학 혜명인문명리아카데미 원장/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원숭이띠군. 원숭이들은 감각이 있지빨라. 매사에 적극적이고하지만 참을성이 부족한 게 탈이야”와인 얘기가 나오자 노인의 눈에는 광채가 돌았다.ㅡ와인? 좋지. 나 와인 좋아해. 가만있자. 이 동네 와인집이 어딨더라.우리는 노인이 적당한 포도주집을 떠올릴 때까지 끈기있게 기다렸다.ㅡ인사동에 나와본 지 꽤나 오래돼서 말야. 아, 그 수도약국 근처에 펠러라고 있었지. 마담이 꽤 미색이었는데. 최형, 거기로 가봅시다.ㅡ그러시죠.최선배와 나는 노인을 따라 스타벅스에서 나와 어둠이 내린 인사동 거리로 잠입해 들었다.ㅡ요즘은 어딜가나 시끄러워. 옛날이 좋았어.ㅡ그렇지요.ㅡ이 동네만 해도 그전엔 이렇쟎았어.거리 곳곳에 넘치는 사람들 행렬이 노인은 꽤나 못마땅한 듯했다. 수도약국 앞에 다다르자 노인은 기억을 더듬었다.ㅡ이쪽이 맞는 것 같군.ㅡ이런 골목이 있었군요.ㅡ자주 오는 사람도 잘 모르지. 아는 사람이나 들르는 데야.과연 노인을 따라 들어간 골목은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은밀했다. 우리는 좁은 골목길을 일렬 종대로 서다시피 노인 뒤를 따랐다. 골목 안에서 오른쪽으로 한번 꺾어들자 작은 술집 간판이 보였다.`일루쏘`라고 했다.ㅡ분명 여긴데? 간판이 바뀌었어. 환상적이라니, 재밌군. 들어가 봅시다.노인이 앞장을 섰다. 좁은 출입문 너머로 작은 공간이 나타났다. 테이블이 고작 셋밖에 없다.ㅡ어서오세요!우리를 맞이한 마담은 마흔이 좀 넘었을까 하다. 화장이 짙다.ㅡ처음 오셨어요?나는 마담의 목소리에 묻어나는 비음에 신경이 쓰였다.ㅡ구면은 아니지. 아직도 와인 파나?ㅡ네. 하지만 저희집은 값이 좀 나가는 것만 취급해요.ㅡ그건 안 변했군.ㅡ여기 오신 적 있으시군요.ㅡ주인이 언제 바뀌었지?ㅡ한 삼 년 됐어요.ㅡ세월 빠르군.마담은 우리를 홀 한가운데 좋은 소파에 앉게 했다.ㅡ뭐로 할까? 난 싼 건 안 마셔.ㅡ저희가 뭘 압니까.최선배가 노인을 향해 씨익 웃었다. 처분에 맡긴다는 표정이다. 술냄새만 맡으면 취재고 뭐고 만사 제치고 달려가는 최선배다.노인은 마담이 가져온 메뉴판의 어느 한 곳을 손가락으로 짚는다. 홀이 어두운데, 노인은 돋보기도 필요없다.ㅡ이게 어떨까? 레르미타. 스페인산. 꽤 좋아.ㅡ비쌀 텐데요?최선배는 레르미타가 어떤 술인지 알고 있는 눈치다.ㅡ저희집은 가격을 터무니없이 매기진 않아요.마담이 은근한 목소리로 결정을 재촉했다.ㅡ이걸로 하지. 알바로 팔라시오스 레르미타 2011년산. 그러고 보니 와인 마셔본지 오래됐군.마담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안주에 대해서는 묻지도 않고 주방쪽으로 물러갔다.ㅡ이 친군 아직 젊군. 좋은 때야.노인은 비로소 내게 관심을 나타냈다.ㅡ우리 회사에 들어온지 얼마 안 되었습니다. 글은 좀 씁니다.ㅡ그래? 고마워. 변변찮은 사람 책을 다 만들어 준다니.노인은 눈을 가늘게 뜨고 점수라도 매기려는 듯 내 쪽을 건너다 본다.ㅡ제대로 쓸 겁니다. 문장력도 있고 구성도 잘 하니.ㅡ차차 얘기하기로 하고 오늘은 와인이나 마시지.ㅡ덕분에 좋은 와인을 마시게 됐습니다.나도 비로소 한 마디 했다.ㅡ이 집에서는 한 이백오십 할까?마담이 와인을 가져와 노인 옆에 앉자 분위기는 한결 밝아졌다. 마담이 와인을 다 따르자 노인은 여자에게도 술을 권했다.ㅡ마담도 한 잔 하지?ㅡ고맙습니다.마담이 사양하지 않고 글라스를 가져왔다.쨍, 째쟁.와인 글라스 넷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가 경쾌했다. 노인은 눈을 지그시 감고 입속의 와인을 음미했다.ㅡ좋군. 마담은 결혼했나?ㅡ어머, 별걸 다 물으세요. 갔다 왔어요.ㅡ호오. 저와 사정이 같군요.아까부터 마담의 볼륨감 있는 몸매에 눈길을 던지던 최선배가 수작을 붙였다.ㅡ잘 됐군. 두 분이 잘 해보시게.ㅡ저는 여자라면 질렸습니다. 한회장님께서 신경 써보시죠.최선배는 딴청을 부리면서도 눈은 마담에게서 떼지 못했다.ㅡ나는 이제 늙었어. 수술도 세 번씩이나 했고.암이 거듭 재발해서 몹시 고생하고도 끄떡없는 노인네라고, 약속장소로 나오면서 최선배는 귀띔해 주었다.ㅡ연형은 결혼했나?ㅡ아직 못했습니다.ㅡ벌써 했어야 할 것 같은데?ㅡ그런가요?나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결혼을 한다, 누구 좋으라고? 결혼하고, 애낳고, 처자식한테 시달리면서 산다, 혼자 살기도 벅찬 이 나라에서? 어림없는 소리다. 나야말로 비혼주의다. 결혼 하지 말고 혼자서라도 값있게 살다 가자는 주의다.ㅡ이 친구, 아주 여유만만입니다.ㅡ그것도 좋지. 그러고 보면 결혼이라는 건 아주 이상한 제도야.ㅡ그렇죠.나는 당연하다는 듯 응수했다.ㅡ요즘엔 옛날 생각이 자꾸 떠올라. 박통 시대라 그런지, 원. 당신들, 내가 그 시절 얘기 한 번 해드릴까?ㅡ이탈리아에 옷 납품해서 큰 돈 버셨다는 말씀요?ㅡ그때 외국 여자랑 결혼까지 한 얘긴 안 했을 걸?ㅡ어머, 외국여자요? 사모님이 외국분이세요?마담의 음성에 호기심이 담겼다. 한 노인의 회고록을 집필해 주라던 최선배도 그런 얘기는 없었다.노인은 와인 글라스를 천천히 입으로 가져가 목을 축였다.ㅡ내가 옷장사로 돈 벌기 시작한 건 최기자도 잘 알 테고.ㅡ유명한 얘기죠. 이탈리아 밀라노 무역 루트를 처음으로 뚫으셨다는.ㅡ벌써 오십 년 가까이 됐군.노인의 두 눈이 옛 일을 더듬는다. 나는 이런 타입의 노인을 잘 안다. 틈만 나면 왕년의 활약상을 떠벌리고 싶어 안달이 난 노인네들. 자수성가한 사람일수록 골치가 아프다.ㅡ옛날 얘길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했지. 이젠 다 시들해. 그런데? 요즘엔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은 일이 자꾸 떠오르는군.ㅡ사모님이 경주 사람인 건 제가 잘 알고. 어디 외국에 현지처라도 두셨습니까?ㅡ글쎄. 그게 뭐였는지 나도 잘 모르겠고.ㅡ우선 한 잔 합시다. 사연이 있으신 듯한데.최선배가 글라스를 들자 마담이,ㅡ그래요!하고 눈동자를 빛냈다.우리들은 엉덩이가 둥근 글라스를 들어 서로 부딪쳤다.ㅡ그러니까, 그게.기억을 더듬는 노인의 얼굴은 어느덧 황홀한 빛에 감싸인듯 했다. 확실히 와인이 좋아서인 것도 같다.이윽고 노인이 눈을 떴다. 순간, 그의 눈동자가 젊은이의 눈빛으로 번뜩이는 것을 나는 보았다. 그 눈은 분명 쭈글쭈글한 노인의 눈이 아니었다.ㅡ그때, 정외과 동창들이 거리로 나설 때 나는 무교동에 나가 주먹들하고 어울렸어. 그치들도 나를 쉽게 보지 못했지. 주먹은 돈에 눌리는 법이니까. 그치들하고 밤거리 노방꽃들 꺾는 재미가 쏠쏠했고. 군대는 부친이 힘써 줘서 신경 쓸 것도 없었고. 세상이 다 내것이야. 그러다 졸업장이랍시고 따놓으니 부친이 일을 하나 떠맡기시더군.ㅡ그게 밀라노 무역이었죠?ㅡ최형은 내 인생을 꿰고 있군. 빈둥빈둥 날건달로 지내는 게 못마땅하셨던 모양이야. 헌데, 난 그게 아녔어. 야심만만했지. 뭐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쳤어. 내가 어떻게 결혼했는지 알지?ㅡ모 여대 메이퀸 출신이라고 하셨죠?최선배는 한회장을 상대해 온 인연이 깊었다.ㅡ그렇지.ㅡ회장님 색소폰 연주에 반해서 결혼 안 시켜 주면 죽어버린다 하셨다죠?ㅡ어머, 대단하시다.마담이 놀란 목소리로 한 회장을 치켜올렸다.ㅡ우리 부친 사업도 웬만은 했지만, 장인은 당시에 이미 백화점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었어. 결혼을 반대한 것도 이상할 것은 없지.ㅡ그럼, 애정의 도피행각이라도 벌이셨나요?ㅡ그땐 어디든 데리고 가서 하룻밤 지새면 그걸로 끝이었으니까.ㅡ어머, 정말요?ㅡ제주도까지 데리고 가신 건 또 뭡니까? 서울 근교에도 별장 같은 게 많았을 텐데.ㅡ그래야 확실하지 않나. 지금이야 마나님한테 내가 꼼짝도 못하지만, 그땐 그쪽에서 나한테 죽고 못 살았어. 나만 좋다면 같이 죽어도 괜찮다고 했으니까.ㅡ멋있으시다!ㅡ그렇게 흥미롭다고 할 수는 없는데요? 혼사장애 극복 스토리라.나는 비위가 상한 것을 감추지 못했다.ㅡ내 서론이 길어졌나 보군. 연형이 이제 서른 여섯이랬던가?ㅡ예.ㅡ원숭이띠군. 원숭이들은 감각이 있지. 빨라. 매사에 적극적이고. 하지만 참을성이 부족한 게 탈이야.나는 그만 입을 다물었다. 전에 있던 직장에서 뛰쳐나온 것도 아니꼬운 일을 참지 못한 탓이었다.ㅡ이쯤에서 다시 한 잔 하시죠, 회장님?최선배가 분위기를 누그러뜨려 주었다.ㅡ그러지. 오늘 따라 맛이 좋군.우리들은 또 글라스를 쨍그렁 부딪쳤다.ㅡ대통령이 새로 취임식을 한 때니까 7월 좀 지나서였지, 아마? 그땐 대통령이 한여름에 취임을 했어. 갑자기 밀라노에 갈 일이 생겼어. 그쪽에서 대금을 차일피일 미루는 통에 울화가 치밀어 견딜 수가 있어야지. 이것들 봐라. 아시아 끄트머리에 대롱대롱 매달린 나라라고 얕잡아 보시겠다? 가서 뽄때를 보여 주겠다는 오기가 발동한 거야.ㅡ회장님다우십니다.ㅡ부친께 말씀드렸지. 내친 김에 좀 놀다 오겠다고. 헌데, 와이프가 문제야. 데리고 갈 수도 없고.ㅡ흐흐. 부부동반하시면 꼼짝도 못하실 테니까.ㅡ어휴. 남자들은 다들 왜 그러죠? 젊은 사람이나 나이든 분이나.ㅡ그때 마침 와이프가 아이가 들어 있었거든. 한 칠 개월 되었던가. 한회장이 말을 끊고 기억을 더듬다가 동의를 구하듯,ㅡ조강지처는 역시 무시할 수 없잖소?하고 우리들을 훑어봤다. 그는 이 바닥에 소문난 난봉꾼이었다. 우리는 모두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노인의 얼굴에 만족감이 어렸다.ㅡ그래도 가긴 가야겠고. 솔직히 말하면 좀이 쑤셔서 가만히 있을 수가 있어야지.ㅡ그러면 그러시지.ㅡ하는 수 없이 하루저녁 시간을 내서 와이프를 식탁 앞에 앉혔지. 이러이러 해서 안 갈 수가 없다. 한 이주일이나 더 있겠느냐. 돌아오는 길에 이탈리아 명품을 사다 주겠다. 와이프 낯빛이 영 좋지 않더군. 무슨 죽으러 가는 사람 보듯 말야. 그보다 제 신셀 걱정한 거겠지. 애 낳다 죽는 여자도 많던 시절이니까.ㅡ그러셨겠어요!ㅡ결국은 내가 화를 내는 체 했지. 무슨 큰일 났다고 질질 짜느냐고. 여자들 마음은 알 수가 없어. 툭 하면 눈물을 짜내니.ㅡ요즘 여자들은 그렇지도 않습니다. 다들 안구건조증에 걸렸죠.솔직히 나는 여자들에게 질려 있었다. 지긋지긋하게 계산적이라고나 할까. 누가 그랬다. 여자들은 이것저것 따져대는 게 본능이라고. 아이를 직접 낳아 길러야 해서 생긴 습성이라던가. 이해할 수는 있다. 그렇다고 혐오감마저 버릴 순 없다.ㅡ김포에서 비행기를 타고 나니 속이 다 후련하더군. 도쿄 긴자에서 놀아본 것도 몇 년 만이었고. 하네다 공항에서 카라치 경유해서 로마 가는 비행기를 탔지. 그땐 일본항공밖에 없었어. 이탈리아 가려면 꼭 일본을 거쳐 갔어. 다빈치공항에 도착하니 완전히 딴 세상이야. 좁아터진 섬나라 같은 땅에서 살던 놈 눈이 번쩍 뜨이더군. 사실, 우린 일본보다 더한 섬나라잖소. 거긴 달라.`로마의 휴일`이라는 영화 있지? 그 영화 속 로마 그대로야.ㅡ오드리 햅번!ㅡ마담도 제법이군. 나이도 많쟎아 보이는데. 현실은 영화 속하곤 다르다지만 한국에서 날아간 내겐 로마가 꼭 영화 속 세상였어. 하루아침에 아파트가 무너져내리는 서울이 현실이라면 로마는 고대의 폐허로 가득 찬 꿈 세상였어. 그 해에 와우아파트가 무너졌지.한회장은 또 눈을 가늘게 뜨고 옛일을 더듬었다.ㅡ어렸을 때 좋아했어요. 오드리 햅번. 같은 여자 눈에도 어찌나 예쁜지!ㅡ그 여자도 벌써 이 세상 사람이 아니지. 인생, 짧아. 눈 한 번 깜빡 하면 십 년이 가버려. 아무튼, 밀라노로 달려가 납품 대금을 받아내고 나자 뱃심이 두둑해지더군.ㅡ얼마나 되었죠, 그땐?ㅡ기억 안나. 그냥 많았어. 수출 십억 불을 달성했다고 요란들 했을 땐데, 내가 그 수출 역군인 셈이었지.ㅡ고색창연하군요.나는 빈정거렸다.ㅡ이 친군 글 쓰는 사람답군. 그때 내 공장이 청계천 평화시장에 있었어. 거기서 연말에 재단사가 제 몸에 불을 내기도 했지만 다 그런 우여곡절 끝에 나라가 큰 거야. 로마로 돌아와서 사흘이나 놀았나? 푸지게 먹고 마시고 놀고. 부친하고 와이프 줄 것도 좀 사고 귀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지.ㅡ역시 파키스탄을 거쳐서죠?ㅡ왕복으로 끊었으니까. 그런데, 비행기 안에서 일이 벌어진 거야.ㅡ비행기에서 운명의 여자라도 만나신 거예요?ㅡ너무 싱거운데요? 일본 여자였습니까?최선배도 기대했던 만큼 실망스럽다는 표시를 냈다.ㅡ기다려 보시게. 마담, 이 치즈는 어디 거지?ㅡ마음에 안 드세요? 덴마크에서 들어온 거예요.ㅡ나쁘진 않군.마담이 안도하는 표정으로 한회장의 글라스에 와인을 더 따랐다.ㅡ오랜만에, 정말 좋군. 지난번에 수술 받은 후론 통 술을 안했거든. 주치의는 와인 정도는 상관없다 했지만.ㅡ대단하십니다. 보통 사람 같으면 한 번도 힘든 수술을.ㅡ완치되신 거예요, 그럼?ㅡ내 목숨줄이 질기긴 질긴 모양이야.ㅡ그래서 어떻게 됐죠?인내력이 부족한 내가 탈선한 이야기를 제 자리로 돌렸다.ㅡ음.한회장은 와인 한 모금으로 입술을 축였다. 그의 입술은 포도주 때문인지 젊은 사람처럼 붉어 보였다.우리는 어느새 한 회장의 이야기를 계속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ㅡ난 비상구 옆 창가에 앉았는데, 옆에 운 나쁘게도 사내 녀석이 앉았어. 얼핏 보니 일본 여권이야. 그런데 청바지에 머릴 길게 기르고 수염까지 덥수룩해. 미국서 유행하던 히피 흉내를 낸 거지.배낭은 다 떨어졌고. 가만 보니 꽤 배운 놈야. 먹물들은 어떻게 하고 다녀도 티가 나거든.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먹물들한테 아무 관심도 없어. 오늘 한 말을 내일이라도 당장 뒤바꿀 수 있는 게 그놈들이니까. 이번에 국정화니 뭐니 시끄러웠지? 나야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봐. 하지만 어제까지만 해도 반대한다던 작자들이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꾼 걸 보면 구역질이 나. 그런 것들이 배웠다고 행세를 해대고.ㅡ누굴 말씀하시는지 알겠습니다.ㅡ난 누구라고는 말 안 했네.ㅡ얘기나 계속해 주시죠.ㅡ그런데 이 작자가 나한테 슬금슬금 말을 붙여오는 거야. 너는 어느 나라 사람이냐, 어디 갔다 오느냐, 로마는 어떻더냐. 하는 수 없이 돈 받아 가노라고 대답해주고 나도 되는 대로 물었지. 넌 고향이 어디냐. 공부하는 놈이냐. 어디 갔다 오느냐. 그 친구 말 참 많더라구. 홋카이도 출신으로 도쿄대 정치과를 나왔다더군. 폴 브라이트 장학금으로 하버드에 유학했고. 공부 마치고 귀국할 때, 일부러 유럽으로, 서남아시아로, 인도로 돌아 들어갔다나. 세계시민이라는 게 되려고 그랬다더군. 피식 웃음이 나오더군. 그래서 그렇게 노란 히피가 되었냐? 물론 그 놈한테 그렇게 말하진 않았지.ㅡ미국이 베트남하고 한창 전쟁할 때죠?ㅡ그렇지. 이럭저럭 비행기가 파키스탄 카라치 공항에 내려앉을 때가 됐어. 이 친구가 대뜸 나한테 결혼해 보고 싶잖냐는 거야. 나는 이미 결혼한 몸이라 했더니, 괜찮다, 돈만 있으면 또 할 수도 있다, 그러는 거야. “칠십 다섯 평생 깨달음…세상에 돈으로 안되는 일은 없어단 한가지, 저 세상으로 지고 갈순 없지”ㅡ어머, 그게 어떻게 가능해요?ㅡ자기가 그렇게 놀아봤다더군. 좋다고. 한 번 더 해보고 싶다고.ㅡ별놈이군요.ㅡ귀가 솔깃하더군. 평범하게 노는 일엔 신물이 나던 참에.ㅡ세상에!ㅡ공항에서 동쪽으로 몇 시간 달리면 작은 마을들이 나오는데 거기서 파키스탄 처녀하고 전통 혼례를 치를 수 있다더군.ㅡ그게 가능했던가요?ㅡ사업은 어떻게 하구요?ㅡ그보단 사모님은요?ㅡ긴가민가하긴 했지. 사업이야 하루 이틀 늦는다고 큰일 날 것도 없고. 와이프야 알 턱이 없고. 한번 제대로 놀아보자는 심산이 생기더군.ㅡ기가 막혀, 어쩜!ㅡ막상 공항에 내릴 때쯤 되니 캄캄한 밤이야. 공항을 나서자마자 그 친구가 택시를 잡아타고 무어라고 하니,운전수가 씨익 웃어. 그때, 소름이 끼치더군.ㅡ그때도 그쪽이 무서웠던가요?파키스탄 하면 알 카에다니 빈 라덴밖에 떠오르는 게 없는 나다.ㅡ들어봐. 택시가 덜컹거리며 달리는데, 오만 가지 생각이 다 나. 이 놈들이 서로 짠 게 아니냐. 잡아다 죽이려는 게 아니냐. 윗저고리에 넣어 둔 돈지갑에 자꾸 손이 가고. 그 친구가 내 쪽을 보고 웃는 것도 다 거짓 꾸밈 같고.ㅡ무서워!ㅡ술이 다 됐는데요?ㅡ한 병 더 하지.ㅡ어머, 그래도 되요?ㅡ가져와 봐.ㅡ저 오고 난 담에 계속하셔야 해요.마담이 와인을 가지러 갔다.ㅡ이 얘긴 오프 더 레코드야. 회고록에 넣어달라고 얘기하는 게 아냐.ㅡ알겠습니다.나는 그러겠다고 했다. 마담이 와인을 가져와 따자 최 선배가 노인의 빈 잔을 채웠다. 그 나이에도 주량이 적지 않았다.ㅡ어떻게 됐어요?ㅡ두어 시간은 얼추 달린 것 같아. 캄캄해서 잘 안 보이니까 끝없이 달리는 것 같더군. 어디서 파도 치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고. 실제로 이따금 차창 밖으로 바다 같은 풍경도 보여. 나중엔 머리가 아플 지경이더군. 그러다 운전사가 뭐라고 손가락질을 하기에 보니 깊은 어둠 속으로 마을 형체가 나타나더군.ㅡ다행이네요.ㅡ다행은. 택시가 마을로 들어가니 사람들이 모여. 앗살라무 알레이쿰, 이게 그 사람들 인사말이야. 나중에 알았지. 일본 친구가 운전사한테 무어라 하니, 운전사가 또 나이 든 사람한테 쑤군쑤군 해. 노인이 고개를 끄덕끄덕 하더니 우릴 어떤 큰 천막으로 데려가고. 난 정신이 없는데 일본 친구는 싱글벙글이야. 돈을 내놓으라는데 안 내놓을 수도 없고. 내준 돈이 제법 컸어. 그러곤 천막 안에 앉아 기다리려니까 웬 수염 긴 노인네가 들어와. 일본 친구가 돈을 건네주니까 말없이 받아쥐고 나가버리고. 일본 친구도 내게 눈짓을 한번 보내곤 뒤따라 나가고.ㅡ그럼 이제 혼자셨겠군요.ㅡ고독하더군.ㅡ그 판국에 무슨 고독이세욧!ㅡ사방이 고요해. 갑자기. 시간은 아예 흐르잖는 것 같고. 누가 반월도라도 들고 당장이라도 목을 치러 달려들 것 같은데, 맘이 오히려 착 가라앉아.ㅡ체념 끝의 달관이군요.ㅡ여자는 왔습니까?나는 기다리지 못하고 물었다.ㅡ왔어. 한참 만에. 먼저 구수한 냄새가 나는 차가 들어오고. 접시에 음식들이 들어오고. 내가 먹는 둥 마는 둥 물리고 나자. 왔어, 여자가.한 회장의 음성은, 마치 옛날로 돌아가 젊은 날의 자신을 눈앞에 보고 있는 듯했다.ㅡ예쁘던가요?ㅡ머리에 붉은 빛 히잡을 쓰고 몸에는 황금빛 긴 천을 둘렀는데, 촛불 아래 두 눈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어. 눈썹은 짙고 눈동자는 깊고.ㅡ데려온 사람들은요?ㅡ다들 가버렸지. 우리 둘만 남기고.ㅡ하객들은요?ㅡ누가 있어. 한밤에 급하게 만든 결혼식에.ㅡ그건, 여자를 돈 주고 산 겁니다.나는 분개한 끝에 소리를 지르듯 했다. 좋은 와인에 나도 모르게 취해 버렸는지도 몰랐다. 한회장이 능글맞은 표정으로 나를 건너보았다.ㅡ후후. 옷을 판 돈으로 여자를 산 거지. 자넨 참을 수 없겠지만 세상에 돈으로 안 되는 일은 없어. 내 칠십다섯 평생의 깨달음이야. 한 가지만 빼놓고 말일세.ㅡ그런 게 있어욧?ㅡ뭐죠?ㅡ돈을 저 세상으로 지고 갈순 없지.ㅡ기가 막혀욧.마담도 와인에 취해 버린 듯했다.ㅡ아무리 돈이 많아도!최선배가 탄식을 했다.ㅡ여자는 지금 어떻게 됐습니까? 죽었나요?나는 돈 문제보다 여자의 사연이 더 궁금했다.ㅡ글쎄.ㅡ글쎄라니요?ㅡ마담. 한 잔씩 더 따르게.ㅡ어머, 죄송해요.마담이 한회장 잔부터 다시 와인을 따랐다. 한 회장은 술잔을 들고 붉은 와인빛을 들여다보았다. 그것은 술잔에 자신의 얼굴을 비추어보는 듯도 했다. 우리는 그가 다시 이야기를 시작할 때까지 기다렸다.다음날 아침 인중은 느지막이 잠에서 깨어났다. 눈을 감은 채 그는 여자가 자기 옆에 그대로 머물러 있음을 알았다. 여자의 따뜻한 체온이 포근한 면이불 안에 고루 스며들어 있었다. 인중은 한밤의 일들을 천천히 떠올렸다. 여자는 마치 인중의 나라의 옛날 색시처럼 수줍고 순종적이었다. 인중의 손길이 이끄는 대로 몸을 가만히 움직여 둘은 마침내 하나가 되었고, 인중은 낯선 나라의 여인의 몸이 선사하는 쾌락을 만끽했다.인중이 몸을 일으키자 여자도 인중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깥으로 나오자 날은 이미 환하게 밝아 있었다.어른들은 어디로들 갔는지 없고 아이들 몇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여자는 인중을 씻을 수 있는 곳으로 데려다 주었다. 마을 한쪽에 자그마한 우물이 있었다. 거기서 인중은 마을의 여인네들을 만났다.인중의 여자가 그네들을 향해 인사를 드리자 그네들은 웃음으로 두 사람을 맞이해 주었다. 그네들은 인중의 여자를 보고 사미나라고 불렀다. 인중은 비로소 자기 여자의 이름을 알 수 있었다. 여인네들은 한밤에 찾아든 인중을 별스럽게 여기지 않는 듯했다. 물론 착각이었는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그렇게 믿음으로써 인중은 마음이 편안해졌다.사미나와 함께 천막으로 돌아온 후 인중은 일본 친구의 방문을 받았다.그 또한 밤사이에 마을의 다른 처녀와 결혼을 한 참이었다. 일본 친구가 물러간 후 여자는 인중을 마을에서 가까운 바다로 데려갔다.들판 사이로 난 희디흰 흙길을 걸어 나가자 물결 잔잔한 바다가 나타났다. 밤 사이에 어디선가 가물가물 들려오는 것 같던 파도소리, 그게 환청이 아니었음을 인중은 깨달았다.인중은 그 바닷가에 서서 드넓게 펼쳐진 인도양의 바다 물결을 바라보았다. 바다는 가없이 넓고 푸르렀다. 인중은 자신이 지금 파키스탄 어느 바닷가 아닌, 세상의 어느 끄트머리에 와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그는 정말로 아무도 자기를 아는 이 없는 곳, 자기가 쓰는 말을 아무도 쓰지 않는 곳에 와 있었다.그는 이곳에서 새로 인연을 맺은 여인과 함께 낮에는 물고기를 잡고 밤에는 사랑을 속삭이며 살아갈 수도 있었다.이 낯선 세상의 이방인으로 삶을 마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 될 것 같았다.일곱 개의 낮과 밤이 쏜살같이 흘러갔다. 이곳에서 시간은 차라리 흐르지 않는 것 같았다. 낮이 가고 밤이 오기를 거듭해도, 또 하나, 그리고 또 하나의, 해와 달의 공간이 펼쳐질 뿐인 나날이었다.밤이면 새로 얻은 오두막집에서 사미나의 매끄러운 몸을 끌어안고 사랑의 향연을 벌였다. 낮이면 바다로 들로 산으로 소풍을 나가 낯선 곳들이 자신의 영지가 된 듯한 기쁨을 맛보았다. 그 일곱 번째 날에 인중은 문득 정신을 차렸다.ㅡ사미나. 나, 한국에 다녀올 게.여자는 물론 인중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하지만 인중이 꺼내 보인 여권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도 결국 눈물을 쏟아냈다. 인중은 흐느껴 우는 여자의 등을 쓸어 주었다. 이때 비로소 인중은 자신이 이 여자와 결혼했음을 실감했다. 비록 가난한 마을을 위해 희생양으로 바쳐졌을망정 그녀는 그의 새로운 여자였다. 때문에 인중은 차마 그냥 떠나겠다고 할 수 없었다. 양복 안주머니에서 돈봉투를 꺼내 짚이는 대로 뭉텅 여자의 손에 쥐어 주었다. 그리고 말했다.ㅡ한 달만 있다 올게. 다 정리하고.그는 여자를 향해 집게손가락을 펴들어 보였다. 여자가 물에 젖은 눈동자를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인중은 자기가 펴든 손가락이 여자에게 한 달을 의미하는지, 일 년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했다.다음날 공항으로 인중을 데려다 줄 택시가 왔다. 인중은 일본 친구에게 먼저 돌아가겠다고 했다. 그는 웃으며 그러라고 했다.자기는 좀 더 놀다 떠나겠노라고 했다. 여자는 슬픈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사람들 사이에 서 있었다. 그러나 인중은 여자를 다시 안아 주지 못했다. 택시의 뒷유리창으로 저만치 서 있는 여자의 모습을 바라보며 인중은 마침내 마을을 떠났다. 그러면서도 인중은 마을 부근의 지형을 기억 속에 남겨두려 애썼다. 마을의 이름은 이미 수첩에 적어 두었지만 기억만으로도 이곳을 찾아올 수 있었으면 했다.여기까지 듣고는 우리들은 제각기 자기 방식대로 반응을 나타냈다.ㅡ사미나가 너무 불쌍해요.ㅡ여자는 정말로 자기가 결혼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그중에서도 나는 날카롭게 따졌다.ㅡ그 뒤로 여자를 어떻게 하셨습니까?한회장은 얼굴에 긍정도, 부정도 아닌 웃음을 띄웠다.ㅡ한국에 돌아오니 아내가 몸이 말이 아니더군. 마음고생 때문인지 결국 아홉 달을 다 못 채우고 아이를 낳았어.ㅡ지금 사업을 맡고 있는 큰아드님 말씀이죠?ㅡ게다가 공장 분위기도 살벌했어. 예전 같으면 먹여주는 것만도 감지덕지하던 것들이 근로기준법을 걸고 나오지 않나. 그런 중에도 여기저기서 납품 건들은 쏟아지고. 귀국하자마자 여자 일은 까맣게 잊었어. 억지로 잊은 게 아니라 잊혀버린 거지.ㅡ너무해요!마담은 같은 여자의 마음으로 억울해 했다. 한회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와인으로 목을 축이고 이야기를 계속했다.ㅡ그런데 삼 년쯤 지나 또 밀라노엘 가게 됐어. 그러자 까맣게 잊고 있던 여자가 생각나더군. 마을에서 다시 시집을 갈 수는 없었을 테고. 혹시 내 씨라도 가졌던 건 아닌지, 그렇다면 내 아이가 자라고 있을지도 모르고. 또, 파키스탄이 인도하고 전쟁을 했다는데, 그 통에 어떻게 된 건 아닌지. 온갖 생각이 다 나더군. 그제야 여자가 걱정이 됐어. 그래, 이번에는 마음먹고 일정을 잡았어. 지난번에 카라치에서 귀국할 때 아주 애를 먹었거든.ㅡ그럼, 다시 만나신 거예요?마담의 목소리에 기대가 담겼다.ㅡ마을은 그대로 있던가요?최선배는 기자다운 호기심을 표명했다.ㅡ카라치에 내려서 우선 호텔에 들었어. 여자를 만나러 오기는 했지만 정말 만나야 할지 망설여지더군. 나와 그 여자의 인연은 삼 년 전의 이별로 끝나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ㅡ결국 안 만나셨다는 말씀인가요?정말 그렇다면 나는 이 노인네의 회고록을 쓰지 않을 작정이었다.ㅡ망설이기는 했지.ㅡ저라도 그랬을 겁니다.ㅡ그렇지? 하지만 결국 호텔에 머무르면서 나를 마을로 데려가 줄 택시 운전사를 찾았어. 물론 영어를 아는 자로.ㅡ사미나 혼자 사내아이를 키우고 있었을 거 같아요.ㅡ이제야 말이지만, 로마에서 사미나에게 줄 선물을 샀어. 처음 만난 게 칠 월이었으니까 루비를 샀지. 반지로.ㅡ어쩜, 사미나가 너무 좋아했을 거 같아요!마담의 눈빛이 황홀해졌다.ㅡ막상 만나려고 마음을 굳히니 조바심이 나더군. 다음날 아침 해가 뜨자마자 아침밥도 거르고 택시를 불렀어.ㅡ잘 하셨습니다!나는 진심으로 노인을 칭찬해 주었다.ㅡ세 시간쯤 달렸는데 마을이 보이지 않더군. 세월이 지났어도 마을 이름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는데. 운전사한테 물어보니까 조금만 가면 된대. 그래도 전혀 낯선 곳 같아.ㅡ운전사가 엉뚱한 곳으로 데려간 게 아닐까요?ㅡ이상하게 생각할 때쯤, 과연, 작은 표지판이 보이는데, 바로 그 마을이야. 그런데도 마을은 전혀 딴판이야. 지형도 예전 같지 않고.ㅡ이름만 같은 다른 마을였군요.최선배가 그럴듯한 추리를 제출했다.ㅡ그럴 수도 있지. 차에서 내려서 운전사를 앞세우고 마을 어귀로 들어갔어. 마침 촌로 하나가 집 앞에 나와 물담배를 피우고 있더군. 가만 보니 구면이야. 삼 년 전에 봤던 노인이야. 그래, 운전사를 앞세워 다가가 인사를 했어.ㅡ잘 되었네요!ㅡ우리나라처럼 새마을운동이라도 했나. 마을이 달라졌게.ㅡ전쟁통에 달라졌을 수도 있겠네요.이렇게 말하면서도 나는 전쟁의 화마가 마을을 비껴갔기를 바랐다.ㅡ글쎄. 어떻게 되었을까?한회장은 얼굴에 짓궂은 표정을 지었다. 일부러 그러는 듯 또 와인을 한 모금 천천히 들이켰다.ㅡ여자가 분명 회장님 아이를 키우고 있었을 거 같아요.ㅡ다른 남자랑 살고 있었을지도. 어쩌면 어떤 사람이 거둬주었을 수도 있겠죠.ㅡ먼데로 팔려갔나요, 혹시?ㅡ셋 다 내게는 좋은 결말이었겠지.ㅡ그러면요?그 순간, 나는 여자가 부족 사람들에게 명예 살인이라도 당해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불길한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곳에서 그런 일이 종종 일어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ㅡ노인도 나를 알아봤어. 헌데, 반가워하다 말고 표정이 바로 어두워지더군.ㅡ왜요?우리 셋을 대표해서 마담이 물었다.ㅡ내가 떠나고 난 후, 그 가을에, 해일이 닥쳤다는 거야. 마을을 송두리째 집어삼켰다더군. 살아남은 사람이 없다더군. 우연히 다른 곳에 가 있던 자기 같은 사람 말고는.ㅡ맙소사!우리들은 한 사람처럼 탄식을 했다.ㅡ사미나는 부모가 없었고, 작은 아버지 손에서 컸어. 내가 돌아올 거라고 믿었다더군.한회장의 눈동자가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노인의 쭈글쭈글한 눈가에 물빛이 묻어난다고 느낀 것은 나의 착각이었는지도 모른다.ㅡ너무 슬퍼요. 그럼, 루비는요?마담은 새로운 의문을 표명했다.ㅡ루비 반지는 바다에 던져 버렸어. 사미나에게 준 거나 다름없지. 허탈한 심정으로 마을 앞바다에 갔는데, 마치 사미나의 숨결처럼 바람이 불어왔어. 죄책감 같은 게 생기더군.ㅡ노인이라도 주시잖고요?최선배가 아까운 듯한 표정을 서둘러 얼굴에서 지워냈다.ㅡ곧 세상 떠날 사람이 보석은 가져 뭐하게.이것은 마치 한회장 자신을 향해 건네는 말처럼 들렸다.ㅡ사람의 삶은 우연에 맡겨져 있지. 만남도, 헤어짐도. 역사라는 것도. 쓸려가면 다 그만이지.ㅡ그렇군요.ㅡ저도 이 가겔 언제 접을지 모르겠어요.마담은 확실히 백치미의 소유자였다. 그렇다면? 이 노인은 왜 그렇게 살아온 것일까. 내가 알아본 바에 따르면, 그는 지난 긴 세월 동안 한 번도 싸움에서 물러선 적이 없다. 다른 기업하고도, 노조하고도.ㅡ자네는 아직도 옳고 그른 게 있다고 생각하지?그가 나를 보고 웃었다. 조롱이라도 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산전수전 다 겪어온 그의 쭈글쭈글한 얼굴은 교활한 늙은 원숭이처럼 보였다. 나는 속으로 분개했다. 하지만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이윽고 그가 와인 병을 들어 우리들의 글라스를 마저 채워 주었다. 최선배가 먼저 술잔을 들었다. 마담과 한회장에 이어 나도 술잔을 들었다.ㅡ재밌는 얘길 들었습니다. 그나저나 올 한 해도 다 가버렸군요. 이제 곧 원숭이 햅니다. 제가 선창하겠습니다. 자, 원숭이를 위하여.▲ 글 방민호, 삽화 이철진모두들 `위하여`를 외쳤다. 나도 따라 외쳤다. 오늘밤만은 그 누구와도 화해할 수 있을 것 같은 표정으로. 그러나 나는 사미나를 잊을 수 없었다. 마지막 잔은 그녀를 위하여 마시고 싶었다.최선배와 마담이 서로에게 눈짓을 보내고 있었다. 한회장은 유쾌한 것처럼 보이려 했지만 꼭 그런 것 같지만은 않았다. 서울 인사동의 값비싼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회색빛에 감싸인 이천십오 년의 마지막 밤이었다.끝
2016년 병신년(丙申年), 경북도는 새 터전에서 새로운 출발의 살림살이를 시작하는 새둥지를 튼다.35년간 이어진 대구 더부살이를 청산하고, 오는 2월 안동ㆍ예천 신도시 안에 마련된 신청사에서 새롭게, 새천년을 기약하기 때문이다.신청사는 신도시 동쪽에 자리 잡고 있다. 25만 5천㎡의 부지에 총 사업비 3천 875억원을 투입해 지난해 상반기 완공했다. 신청사는 본청과 도의회, 주민복지관, 다목적공연장 등 건물 4개로 구성돼 있다.동쪽에는 지난해 7월 완공된 경북도교육청이 자리하고, 서쪽으로는 2017년 4월 완공을 목표로 경북지방경찰청이 세워지고 있다.한국의 전통문화를 담은 한옥의 멋스러움과 현대의 첨단 건축기술이 어우러진 독특한 건축미로 소문이 나면서 벌써부터 관광객으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도청이 상대적으로 낙후된 경북 북부지역으로 옮겨가면서 도 전체 균형발전의 촉매제 역할과, 국가적으로도 같은 위도상의 세종시와 동서발전축을 형성해 국토의 균형발전에도 상당히 기여하게 된다.경북도는 오는 2027년까지 3조원을 들여 도청 신도시를 행정ㆍ교육ㆍ산업이 어우러진 인구 10만 명 규모의 명품 행정 도시로 만든다.도는 그에 따른 생산 유발 효과가 21조1천799억원, 부가가치 효과는 7조 7천 768억원에 이르고 13만 6천여 명의 고용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한옥 전통미와 첨단건축기술 결합된 명품청사본청·도의회·주민복지관·공연장 건물 들어서환동해발전본부도 추진… 경북 균형발전 기대■ 도청사 특징과 주요시설도 본청 및 의회 신청사는 2011년 10월 6일 착공해 2015년 4월 30일 준공됐고, 부지 24만 5천㎡, 연면적 14만 3천747㎡, 4개 동 지하 2층 지상 7층 규모로 건립됐다.총 사업비는 3천875억원으로, 경북의 역사·문화·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차별화된 청사다.신청사는 녹색성장과 유비쿼터스가 접목된 실용적 녹색 친환경 공공청사로서 친환경건축물 최우수, 지능형 건축물 1등급, 신재생에너지 도입 에너지효율 1등급, 초고속정보통신 1등급,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우수 등 신재생 등 5대 예비인증을 획득한 신도시 랜드마크며, 청사 내·외부공간을 도민들에게 개방한 열린 청사다.■ 관계기관·단체 유치 신도시 조기정착경북도는 신도시 내 관계기관·단체 유치를 통한 개발 초기에 인구유입을 촉진해 문화와 생태 행정도시기능을 갖춘 행정중심 복합 신도시를 조기에 정착한다.현재 유치 목표인 130개 대비 105개(81%) 기관이 이전을 희망하고 있으며 32개소가 부지매입을 완료했다.또 지역에 소재하고 있는 중앙정부 산하 특별지방행정기관들이 한 공간에서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정부지방합동청사 유치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 입주기관 발굴과 합동청사건립 예산이 조기에 반영될 수 있도록 관련 중앙부처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특히 관계기관 이전확대를 위해 안정적인 정주 여건(아파트, 학교, 문화공간)을 조성하고 주택구입 알선 및 건축신고 등 원스톱민원서비스제공과 함께 관계기관단체 직원들에게 아파트 특별분양, 주택구입자에 대한 취득세를 감면하는 등의 성과보수를 제공하고 안동시, 예천군과 협력해 사옥이전에 따른 각종 인허가 등 행정지원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인구 10만 명의 자족도시 건설경북 북부권의 성장 거점이 될 경북도청 신도시는 안동시 풍천면과 예천군 호명면 일대 10.96㎢ 부지에 2027년까지 인구 10만 명의 행정중심 복합형 자족도시로 건설된다.공사는 행정타운 조성과 도시활성화, 신도시 완성 등 3단계로 추진된다.도청이전 신도시의 활성화를 위해 총 면적 10,96㎢ 부지중 주거용지는 2.85㎢(26%), 상업업무용지 0.81㎢(7.4%), 지원시설 0.15㎢(1.3%), 기반시설용지 6.86㎢(62.6%) 등으로 단독주택은 2천92가구, 공동주택은 3만 7천908가구를 공급 계획하고 있다.■ 역사와 전통이 살아있는 문화도시신도시는 유교문화를 토대로 전통적 가치관과 고유문화를 존중해 전통 한옥마을을 조성하고, 하회마을과 연계한 문화·관광·휴양 레저기능을 가지도록 한옥호텔, 호민지 테마파크 등의 조성으로 관광네트워크를 구축, 관광·문화산업의 시너지 효과 극대화 및 역사와 전통이 살아있는 문화도시로 조성한다.또 낙동강 물을 끌어들인 폭 50m의 송평천을 도시의 동서를 가로지르게 계획해 물 순환형 수변도시를 조성하고, 남북을 잇는 문수지맥을 복원, 도시민들에게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쾌적한 휴식공간을 제공한다.또한, 탄소배출을 최소화하고자 압축형 토지이용계획과 대중교통, 보행 및 자전거 중심의 편리한 교통망을 구축해 전원형 생태도시를 조성한다.특히 신도시는 대중교통 정보제공, 실시간 교통제어, 공공지역 안전감시, U-자전거, 상수도시설관리, 공동구 관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 첨단 IT 기술을 응용한 스마트도시로 조성된다.■ 도청이전 파급 효과 극대화 추진도청이전과 발맞춰 안동과 영주, 문경, 의성, 예천, 봉화, 청송 등 북부의 지자체들은 도청이전을 지역발전의 호기로 삼고 있다. 안동시는 일직면 일대에 `남부권 신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영주시는 교육과 주거환경을 자랑하며 도청의 베드타운을 자처하고 있다.세계군인체육대회를 개최한 문경시는 스포츠 및 문화관광에 열과 성을 기울이 있고, 의성군은 경북 농업의 중심축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도청 신도시 내 민간 아파트들이 대거 건립 중인 예천군은 도 산하 관계기관 유치에 나서고 있으며, 봉화군은 국립 백두대간수목원 등 관광자원을 개발하고 청송군은 슬로시티의 문화콘텐츠를 살리고자 노력하고 있다.따라서 국토의 새로운 성장거점 축 형성과 균형발전은 물론 북부지역은 도청이전을 계기로 국토의 새로운 성장거점 형성과 균형발전을 도모하게 된다.서울과 1시간 거리로 수도권의 수많은 기업 이전이 예상되며, 특히 정부의 행정타운인 세종시와 같은 36도 위도선상과 고속도로개설로 국가의 양대 행정타운으로 육성이 기대된다.■ 동남부권 행정 불편 해소방안경북도는 도청 이전으로 포항, 경주 등에서 신도청까지 2~3시간 정도 소요되는 등 도민불편이 예상됨에 따라 동남권 주민불편 해소 대책을 추진한다.김관용 도지사는 환동해 바다시대를 열고 동남부권 주민들의 불편 해소를 위해 `환동해발전본부`를 동해안 현장에 설치할 것을 공약했다.동해안에 설치예정인 `환동해발전본부`는 해양, 수산, 원자력, SOC, 생활민원 처리 기능 등 동해안 현장의 행정 수요를 반영하고 경남 서부청사, 전남 동부지역본부 등 타시도 운영사례를 참고해 경북의 행정환경에 적합한 기구를 설치·운영한다.▲ 김관용 경북도지사“경북 백년대계 초석 다질 터”김관용 도지사 인터뷰“경북 북부권시대가 도래됨에 따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북도내의 균형발전이다. 도는 도청이전을 계기로 균형발전과 =도민화합의 기반을 다져 균형발전을 경북 백년대계 초석으로 삼고 도정을 추진하겠다.”김 지사는 균형발전을 위해 권역별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한다.북부권은 신도청거점으로 백신클러스터(안동), 바이오 그린 밸리 등 생명산업 육성과 아울러 고택 종택, 실경뮤지컬, 백두대간 협곡열차 등 전통과 자연에 기반을 둔 문화관광산업을 중점적으로 육성한다.동해안권은 원자력클러스터, 가속기클러스터, 국가자원개발클러스터 등 첨단과학 에너지 벨트 조성과 영일항만, 북극항로 개척으로 유라시아를 대비하는 `항만물류 거점`을 육성해 해양 신산업벨트로 조성한다.서부권은 탄소 성형 클러스트, 3D 융합산업, 웨어러블디바이스 등 ICT 융합신산업벨트 조성과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를 중심으로 삼성과 협력해 제조업의 혁신을 불러오는 등 스마트 융복합 벨트 육성을 가속화 시킨다.남부권은 경산에 지식산업 밸리, 기계부품단지를 조성하고 영천에는 항공산업특화단지(보잉사 MRO 아시아 전진기지) 등 창의지식 서비스 벨트로 조성한다.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오는 2월이면 드디어 경북도청이 신청사로 이전한다. 새로운 역사가 펼쳐지는 것이다며 희망의 불씨를 지피겠다”고 했다.김 지사는 경북의 저력, 에너지를 한데 모아 새로운 경북시대! 도약의 원년이 되도록 최선을 힘차게 나가겠다고 밝혔다./서인교기자 igseo@kbmaeil.com
올해 4월 13일 치러지는 20대 국회의원 총선거와 관련한 선거구획정 문제가 지역을 달구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판결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정한 선거구 인구하한선에 따라 기존 15개의 선거구를 가지고 있던 경상북도는 13개의 선거구로 바뀌는 것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여당인 새누리당과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등 정가는 물론 선거구획정위원회는 경북의 인구하한선 미달 지역인 영주와 문경·예천을, 상주와 군위·의성·청송을 각각 1개의 선거구로 통합하고, 청도군을 경산에서 분리해 영천과 합치는 방안을 사실상 확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본지는 이들 통합 예상 지역의 민심을 들어봤다.◇영주―문경·예천 문경시민, 영주보다 법원·검찰·세무 관할 같은 상주 더 선호예천도 여론조사결과 안동과 통합 찬성이 2배이상이나 높아지난해 12월 27일 영주시는 영상의 기온을 보였지만, 흐린 날씨 탓인지 체감온도는 영하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정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선거구획정과 관련한 민심을 알아보기 위해 찾은 영주는 예년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지난 11월만 하더라도 길가에 붙어있던 `문경·예천과의 선거구 통합을 반대한다`는 현수막도 보이지 않은지 오래였다.부석사로 향하는 입구에서 만난 현모씨는 “그걸로(정치로) 먹고사는 사람들은 반대하고 그러는지 몰라도 우리는 아이라요. 그런거 보다는 통합이 되든 안되든 우리하고는 크게 상관없다 이거지”라면서 입장을 전했다. 그는 이어 “우리야 뭐 먹고 살만하게만 만들어주면 되는 거고, 어저께 보니까 아직까지도 된다 안된다 하던데 진짜로 합치는 거라요?”라면서 거센 억양으로 되묻기도 했다.영주 중심가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흘렀다. 시청앞에서 만난 한 시민은 “우리같은 서민들이야 통합같은데 크게 관심이 있겠어요?”라는 반을을 보였다. 그러면서 그는 시청쪽을 흘깃 쳐다보고는 “저기에 있는 사람들이야 관심이 많겠지만…”이라고 말길을 흐렸다.다만, 옛 풍기군이었던 풍기읍 쪽의 사람들은 조금은 격한 반응을 보였다. 영주시 등에 따르면, 옛 풍기군과 영주는 조금은 다른 생활권을 가지고 있다.풍기읍에서 만난 50대의 한 남성은 “이리 갖다가 붙이면 이리되고, 저리 갖다가 붙이면 저리되는 쫄병도 아니고, 지들 맘대로 하는게 정치가?”라면서 선거구획정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가 저 밑에(문경·예천) 사람들하고 교류하는 것도 없는데 우리만 손해 아니요”라는 말도 내뱉었다.실제로 지난 9월 새누리당 경북 영주시 당원협의회 소속 당원과 시민 40여명은 선거구획정위원회 사무실이 있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악청사 앞에서 집회·시위를 벌였다. 이는 선거구획정에 반대하는 지역의 첫 상경 시위였다.이 자리에서 영주를 지역구로 하는 장윤석 의원은 “인구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졸지에 선거구 조정 대상이 된 농어촌 지역 유권자들은 정치적 상실감이 크기만 하다”며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는 이러한 주민 여론 등이 충분히 반영돼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그렇다면 영주시와 통합대상이 되고 있는 문경시와 예천군은 어떨까. 영주에서 내성천을 지나 점촌버스터미널을 찾았다. 점촌동은 지난 1995년 문경군과 점촌시가 합병되기 전까지는 점촌시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문경시 인구의 절반이 이곳에 거주하지만, 문경시 땅의 5%만을 차지한다.터미널에서 처음 만난 한 할머니는 “옛날에도 그카디만 이번에도 똑같은 거 아이라”며 강한 불만을 내비치기도 했다. 과거 점촌과 문경과의 통합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는 의식이 저변에 깔려있다는 것이 문경, 아니 점촌 사람들의 생각이라는 것이다.그러고 보니 문경 시민들도 영주보다는 같은 생활권에다 법원, 검찰, 세무 관할이 같은 상주와의 통합을 더 선호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자신을 김승목이라고 밝힌 이는 “상주하고 합쳐야지 우리한테 유리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앞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정백 상주시장도 “과거 상주목 문경현으로 한 고을이었던 상주와 문경은 과거에도 그랬지만, 생활권과 경제권의 공유 폭이 갈수록 확대되는 추세여서 선거구 통합은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촉매효과를 줄 것”이라고 말했었다.예천도 마찬가지다. 신도청주민연합 안동예천 통합추진위원회가 실시한 조사에서 예천 주민들은 안동시와의 선거구 통합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진위는 “예천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46.4%가 `안동시와의 통합`에 찬성하고 `영주시와의 통합`은 16.9%에 불과했다”고 밝혔다.물론 꼭 이러한 주장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을 새누리당 당원이라고 밝힌 한 아주머니는 “나중에 국회의원이 어디서 나왔는지가 제일 중요한 건데, 영주나 상주에서 국회의원이 당선되면 문경과 예천은 버림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문경과 예천보다 인구가 적은 영주와 통합,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우선권을 가지는 것이 유리하다는 이야기다.◇상주―군위·의성·청송예비후보 난립 상주 “단일화로 지역출신 당선시키자” 목소리일부선 “국회의원 이름 모르는데 선거구획정이 뭐꼬” 무관심“여기 밑에 지역에서 떠든다고 해도 감정만 격하게 만드는 것밖에 더 되나. 정치권에서 풀어야하는 문제를 시민을 볼모로 해서 하는 것은 옳지 않다. 꿈쩍도 안하는데 현수막 달아서 뭐하는가. 현수막 정치보다는 이성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경북도 국회의원들이 모두가 힘을 합해야지 경북도가 산다. 경북도 국회의원이 자기 살 궁리만 하니까 단결이 안되고 있다”상주를 지역구로 하고 있는 새누리당 김종태 의원이 기자와의 통화에서 `상주를 가보니 선거구획정에 대해서 조용한 분위기더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발언에서는 김 의원의 격한 감정이 그대로 묻어났다. 오히려 너무 거센 발언인 듯한 모습에서 `제지를 해 주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느낌이 들었을 정도였다.더욱이 그는 이한성 경북도당위원장과 통합 예상 지역인 김재원 의원에 대한 불만을 터트리기도 했다. 그는 이들에 대해 “나쁜 사람”이라는 말도 했다.김 의원은 “경북 의원들은 이견이 있다. 이한성 의원 혼자 이의가 없다고 한다. 도당위원장이 경북도를 망치는 거다. 시정되어야 한다. 정치가로서의 덕목이 맞지 않다”고 화를 냈다. 그러면서 “(상주의)세사람과 10만이 똘똘 뭉치고, 의성은 5만이 뭉치게 된다. 그러면 어디가 이기겠는가. 김재원 의원은 나한테 안된다”고 20대 총선에서의 승리를 자신하기도 했다.김종태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상주지역 예비후보들의 후보단일화 논의와 일맥상통한다. 지난달 19일 김종태 의원과 성윤환 전 의원, 박영문 전 KBS미디어 사장은 상주 시내 모처에서 만나 단일화 논의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이는 단독선거구를 유지하던 상주시가 의성, 청송, 군위와 통합선거구로 획정될 것이 유력시되고 있는 가운데 상주지역에서는 선거구 획정 반대운동과 더불어 후보가 난립할 경우, 지역내에서 국회의원을 배출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기 때문이다.상주의 여론도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하는 모습이다. 상주시민문화공원에서 만난 한 시민은 머뭇거리면서도 “통합이 되든 안되든 큰 상관은 없지만, 아무래도 우리 지역에서 국회의원이 나오면 좋은 것 아니겠어요. 저번에 뉴스 보니까 이런저런 말들이 많던데 그래도 군위 청송보다는 상주가 유리하겠지요”라고 했다.시청 쪽에서 만난 이모씨는 “여든 저든 누구도 마음에 안들지만, 그래도 우짜겠노. 팔은 안으로 굽는거 아니겠어. 그래도 대통령만 믿고 무조건 갈아야 한다는 사람보다는 묵직한 사람이 안좋나”라는 이야기도 있었다.특이한 것은 청송도 비슷한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저녁무렵, 진보읍을 지나 청송읍에 들어서자마자 커피를 판매하는 카페를 찾았다.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너댓명의 아주머니들 틈사이로 얼굴을 들이밀고 기자라는 사실을 밝혔더니, 대뜸 “김재원이는 안되겠지요?”한다. 자세히 이야기해달라는 부탁에 “비밀보장해야 한다”고 당부하면서도 “우리만 그러는지는 몰라도 청송에서 김재원은 인심 다 잃었는기라. 감옥소 문제도 그렇고 청송에 해준게 뭐가 있는데”라면서 말을 이어갔다. 선거구획정에 대해서도 그녀들은 “우리보다 기자니까 더 잘알겠지만…통합이 되든 안되든 중요한 게 아니라 누가 되는가가 중요한 거죠. 우리야 우리 청송에 더 잘해주는 사람이 되면 좋은 거고”라면서 웃음을 지었다.하지만 지역에서 더 이상은 선거구획정과 관련한 이야기는 들을 수 없었다. 대부분이 노년층인데다, “그게 뭐고?”라든가, “나는 그런거 모린다”는 대답이 전부. 오히려 경북을 덮친 선거구획정이라는 파도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실제로 지역의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말로 선거구획정에 대해서는 깜깜이다”면서 “국회의원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 수두룩한데 상주와 군위·의성·청송이 통합한다고 해서 큰 관심이 있겠느냐”는 이야기를 내뱉었다.그러고 보니, 군위·의성·청송을 지역구로 하는 김재원 의원도 선거구획정에 대해서 적극적인 행동이 없다. 오히려 관망하는 모양새가 강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11월 경북지역 11명의 국회의원이 공동으로 서명·발표한 기자회견에서 “경북을 선거구 조정의 희생양으로 내몬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한 이후, 적극적인 활동이 미진하다. 오히려 “상향식 공천제도를 포기하지 않는 한 전략공천이나 험지 출마, 중진 용퇴는 가능하지 않다”거나, “선거구 획정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예비후보 등록을 하게 해 결국은 현역 국회의원이 아닌 분들에 대해서 상당한 불이익을 감수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원론적인 발언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지역의 한 관계자는 “김재원 의원은 상주와의 통합이 있을 경우, 인구가 많은 군위·의성·청송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면서 “친박핵심이라고 불리는 김재원 의원인 만큼, 내년 총선에서 승리를 자신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박순원기자 god02@kbmaeil.com
▲ 올해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박심(朴心) 마케팅`(박근혜 대통령을 선거에 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연합뉴스 DB2016년 병신년(丙申年), 원숭이띠의 해인 올해 정국은 4.13총선으로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특히 올해 총선은 박근혜 정부 4년차이자 본격적인 집권 후반기로 접어드는 시점에 치러져 여야 정치권이 새로운 권력구도로 재편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총선때면 어김없이 불어오는 현역 교체바람이 얼마나 실현될 지도 관심사다. 19대 국회가 정쟁 속에 파행이 상시화되는 바람에 법안 가결률이 31.6%로 역대 최저를 기록, 정치권 물갈이 폭이 커야한다는 여론이 강해 현역 교체바람도 그 어느 때보다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지난 2000년 이후 비례대표를 포함해 초선 비율을 기준으로 교체된 현역의원은 제16대 40.7%(초선 111명), 제17대 62.9%(188명), 제18대 44.8%(134명), 제19대 49.4%(148명)로 꾸준히 증가했다. 탄핵 열풍으로 정치권에 지각변동이 일었던 17대 국회를 제외해도 최근 총선에서는 거의 절반 가까이 새로운 얼굴로 교체됐고, 그 비율도 차츰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총선을 앞두고 여권은 여권대로 친박 대 비박의 권력쟁투로 대립각을 세우면서 공천 룰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한창이고, 야권은 야권대로 문재인 대표에 반발한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시끄럽다. 이후 무소속 천정배 박주선 의원 등과 맞물린 야권의 통합신당 창당 움직임이 구체화되면 야권의 판도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친박 대 비박 공천경쟁, 최경환 전 부총리 총선 조율 관심집중통합선거구·포항·대구 수성갑 등 여의도 입성 한판승부 볼만“지역 경제발전 위한 일꾼을 뽑아야 중앙정치 벗어날 수 있어”◇경북, 선거구 축소 및 친박진출 여부 관건경북지역 총선은 선거구 획정에 따라 2개 선거구가 줄어드는 것이 확실시돼 조정될 선거구의 공천경쟁 결과가 핫이슈다. 그리고 나머지 선거구의 경우에는 현역의원을 제치고 얼마나 많은 정치신인이 새롭게 정치권에 진입할 것이냐가 관전포인트다.우선 선거구획정 협상결과 2개 선거구가 하나의 선거구로 합쳐질것으로 보이는 군위·의성·청송지역구의 친박계 김재원 의원과 상주 지역구의 김종태 의원, 그리고 문경·예천지역구 이한성 의원과 영주지역구 장윤석 의원의 공천향배가 초미의 관심사다. 두 의원의 지역구가 각각 하나의 선거구로 합쳐짐에 따라 두 지역구 현역의원들은 공천경쟁을 통해 죽느냐 사느냐 진검승부를 펼치게 됐다. 아직 뚜껑을 열어보지 않은 상황이어서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인구가 더 많은 지역구를 가진 의원이 유리한 경선룰을 감안하면 김재원 의원과 이한성 의원이 다소 유리할 것으로 보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그리고 지역에 얼마나 많은 정치신인이 진출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우선 3선의원인 최경환 전 부총리가 지난 연말 부총리에서 물러나 지역구의원으로 복귀함에 따라 친박 좌장으로서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4선에 도전하는 최 전 부총리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을 총괄해온 진박(진짜 친박)으로서 `친박 대 비박간 파워게임`이 될 총선 전반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지역별로는 경북 제일의 도시인 포항지역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먼저 친이계의원으로서 5선에 도전하는 이병석(포항북구)전 부의장에게 박승호 전 포항시장이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고, 재선에 도전하는 포항 남구의 박명재 의원에게는 김정재 전 서울시의원이 도전장을 내고 있다. 또 당초 대구 북구갑(권은희 의원)에 출마할 예정이었던 전광삼 전 청와대 춘추관장은 지난 달 24일 돌연 김무성 당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진 강석호 의원의 지역구인 영양·영덕·봉화·울진 선거구에 출마하겠다며 도전장을 냈다. 전광삼 전 춘추관장은 “고향인 울진 군민들의 출마요청이 많았다”고 출마지 이전 배경을 밝혔으나 친박 대 비박구도로 몰아갈 의도가 내포된 것이란 분석이 많다.이밖에 심학봉 의원의 사퇴로 현역의원이 공석이 된 구미갑 지역구에는 백승주 전 국방부 차관을 비롯, 백성태 (전)국가정보원 국가정보대학원장, 채동익 (전)구미시 경제통상국장, 황희덕 (현)보스톤 치과원장 등 4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해 총선 출마채비를 하고 있다.◇대구, 친박 대 비박(친유승민계)의 싸움 촉각오는 4월 총선에서는 대구가 폭풍의 핵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총선공천을 앞두고 새누리당 주류인 친박(親朴)계와 비주류인 친(親)유승민 성향 의원들 간에 전운(戰雲)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연말 잇따라 `진실한 사람`을 거론하면서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통한 `현역 물갈이론`을 시사해왔기에 더욱 그렇다. 이제 박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게 된 3선의 유승민 의원이 `배신의 정치`라는 낙인에도 불구하고 공천에 성공할 수 있을지, 아니면 그를 포함한 측근 의원들까지 한 묶음으로 서슬 퍼런 `박심`의 희생양이 될지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있다.특히 지난 달 19일 유승민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 총선 출마를 선언한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새누리당 친박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박심`을 극명하게 드러내보여 관심을 끌었다. 개소식에는 홍문종 의원을 비롯해 조원진 원내 수석부대표, 이장우 대변인 등이 대구를 직접 찾았다. 이재만 전 구청장은 이날 작심한 듯 “배신의 정치를 심판하겠다”며 유 의원과의 정면 대결을 선언했다. 홍문종 의원은 “진실한 사람을 선택해 달라는 대통령과 일할 사람은 이재만 (후보)이다. 그가 진실한 사람이란 것을 여러분도 잘 알 것”이라고 말했고, 조원진 원내 수석부대표는 아예 유승민 의원을 염두에 둔 듯 “박 대통령을 잘 도우라는 대구 시민의 천명을 따르지 못한 사람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주류인 친박과 비주류인 친유승민 성향 의원들의 충돌양상은 대구 전 지역구에서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 의원과 가까운 대구 현역 의원들 대부분이 내년 총선 공천을 앞두고 친박계 후보들의 도전을 받고 있는 것. 김상훈(서구) 의원에게는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이종진(달성) 의원에게는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다만 `친유승민`으로 분류되는 류성걸 의원의 지역구(대구 동구갑)에 출마할 예정이었던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은 최근 출마지 이전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고 57회 동기인 류성걸 의원과 맞붙은 데 대해 경북고 동문들이 집단으로 `출마지 이전`을 요구하는 메일을 보내는 등 만류 움직임이 거세기 때문이다.이밖에 불출마를 선언한 이한구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수성갑에서는 새누리당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새정치연합 김부겸 전 의원이 한판 대결을 벌리게 됐다. 대구 정치1번지로 불리는 대구수성갑에서 새누리당 대권행보를 염두에 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야권 중진인 김부겸 전 의원이 펼칠 절체절명의 진검승부는 4.13총선 TK지역 최대 핫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TK정치, 새 지평이 필요하다TK지역 총선기상도는 대체적으로 친박 대 비박간의 파워게임 양상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박정희 대통령이래 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5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TK정치가 이제는 새로운 지평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있다. 이에 대한 정치평론가와 교수들의 견해를 종합하면 TK지역에서 자라고, TK지역 발전에 대한 애정과 참신한 비전을 가진 유능한 정치신인을 많이 발굴해 키워야 TK정치가 새로운 단계로 발전해나갈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아래는 TK정치의 새지평을 말하는 교수·정치평론가의 견해를 요약했다.△배한동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TK지역에는 막대기만 세워도 당선된다`는 말이 나온다. 이런 것은 어떤 형태로든 불식돼야 한다. 지역에서 너무 일방적으로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것은 부끄러운 현상이다. 야당이지만 대구지역에서 김부겸 의원 같은 사람이 국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지해줘야 한다고 믿는다. 총선에서 대구·경북의 미래비전을 제시하는 야당의원이 한사람도 당선되지 않는 것은 곤란하다. 대구가 전국적으로 섬이 된 것처럼 새누리당 아성이 돼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미 광주 전남지역에서 여당의원을 한 사람 배출했다는 사실에 비춰봐도 이는 부끄러운 현상이다. 특정인을 지지해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새누리당 공천만 받으면 국회의원이 되는 것은 문제다. 이런 부분은 이번에 꼭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이다.△이형락 정치평론가=TK지역, 특히 대구는 박근혜 정치로부터 벗어나 독자적인 힘을 길러야 한다. 중앙정치에 귀속되면 지역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인정을 안해준다. 독자적인 정치를 키워야 한다. 무엇보다 박근혜 키즈나 진박의 진출보다 새로운 정치를 지향하는 사람들, 대구를 부르짖는 사람들, 대구를 위해서 대구의 경제 대구의 주체성 대구의 독립성이 화두가 돼야 한다. 지역 인재를 키워야한다. 정치꾼은 안된다. 정치꾼이 대구를 망쳐왔다. 이번 총선에는 지역을 위해 열심히 일한 사람을 지역인재라고 해야하고, 그런 인재를 지지해야 한다. 바람직한 인재는 지역을 얼마나 발전시킬 수 있나를 봐야한다. 대구사람 특성과 대구역사를 검토하고, 대구비전과 아이디어를 만들고 실현시킬 수 있는 인재를 정치인재로 키워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정치놀음에서 벗어나야 한다. 탈정치화가 TK의 숙제다. 취업률 실업률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 돼있고, 대구를 어떻게 회생시킬 것인가를 말해야 하는데, 진박·가박·월박 등을 얘기한다. 지역을 무시하고 정치놀음 권력놀음에 빠진 사람들이 설치고 있어서 걱정이다. 이래선 안된다. 이제 대구경제나 시민을 보고 한숨지어야지 용비어천가는 그만 불러야 한다. 이번에는 지역을 위해 일할 일꾼을 뽑아야 한다.△황태순 정치평론가= 대구·경북이 권력의 산실이란 자긍심은 있지만 현실 경쟁력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그 결과 전국에서 가장 낮은 GRDP를 기록하는 등 지역의 낙후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앞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남은 임기 2년이후 TK가 정권의 중심이 된다는 보장이 없는 데, 이제라도 TK지역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능력있는 정치인을 선별하고 키워야 한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 대통령까지는 나라전체를 개발하는 해였다고 본다면 대한민국 전체를 함께 견인할 수 밖에 없는 맏형의 입장으로 상대적으로 (권력에서) 소외된 지역에 나눠주다보니 자기 챙길 것을 못 챙긴 게 사실이다. 맏형으로서의 사명감때문에 실속을 못 챙겼다는 얘기다. 또 권력의 핵심이 이 지역에 있다보니 뒷받침하는 정치인의 경쟁력은 오히려 떨어지는 현상을 가져왔다. 그래서 권력의 정점에서 물러나는 순간에는 아무 것도 못챙기고 우왕좌왕했다. 그러나 이명박·박근혜 대통령때는 IMF 이후 정부로서 정치권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오히려 정치권도 각자도생하는 양상이 됐다. 차기 대권주자나 정치인, 고위관료들중에 지역출신들이 타 지역에 비해 훨씬 적어지게 됐다. 이제라도 TK에서도 인물을 키워야한다. 유권자도 인물을 골라내고 키워주는 노력을 해야 한다./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철강도시 포항에 힘든 시련이 다가오고 있다. 올해는 국내외 철강경기가 지난해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에 국제유가의 하락 등 어느 것 하나 호재는 없고 온통 악재뿐이다. 그렇다고 이대로 주저 앉을 수는 없다. 지난 1997년 IMF시절의 그 혹한 시련도 극복해 낸 철강도시 포항의 저력을 다시한번 발휘해야 한다. 병신년 새해 다 함께 힘을 내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서자.달러화·국제유가 하락 등 악재, 세계 철강사 줄도산RD 지속적 투자와 철저한 자구노력만이 살 길◇호재는 없고 온통 악재뿐달러화와 국제유가 하락이 올해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유가 하락은 운송비나 원가 절감 차원에서 긍정적으로도 작용하지만, 현재보다 더 떨어질 경우 조선·철강업계의 수출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포스코를 비롯한 포항철강공단의 동국제강, 세아제강, 넥스틸, 아주베스틸 등 강관과 후판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저유가에 의한 후폭풍을 맞고 있다. 후판은 선박 건조용 소재로 빠질 수 없는 강판으로 선박을 건조할 때 후판이 차지하는 비중은 10~15%다. 한 척의 초대형 유조선을 만들 경우 약 3만5천t의 후판이 소요된다.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말까지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을 비롯한 국내 철강사의 후판 내수 판매량은 608만5천150t으로 전년 동기(631만4천302t) 대비 22만9천152t이나 줄었다. 후판시장 침체로 동국제강은 지난해 8월 포항2후판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아픔도 겪었다.국내 철강업체는 연구개발(RD)비도 확 줄였다. 지난해 3분기까지 국내 철강사들의 연구개발비는 총 3천956억원으로 전년동기(5천574억원) 보다 1천618억원 가량 감소했다. 특히 철강업계 맏형인 포스코(철강부문)의 경우 연구개발비 합계는 3천78억원으로 전년 보다 36%(1천733억원) 감소했다. 현대제철은 전년도보다 96억원 늘어난 674억원을 투입하는데 그쳤다. ◇업체마다 구조조정 뒤숭숭병신년 새해 철강업계의 화두는 구조재편. 업체마다 몸집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자구책을 내놓을 것이다.창사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포스코는 올해 계열사 구조재편작업을 더욱강화할 것이고, 가동률이 떨어진 현대제철 역시 구조개편을 구상하고 있다. 이미 상당부분의 군살을 빼낸 동국제강, 수출부진에 가동률이 뚝 떨어진 세아제강 등 나름대로 비상대책을 강구하고 있다.지난 2014년에 이어 지난해 상반기까지 철강 제조사들의 매출은 감소했다. 하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개선된 곳도 있다. 경기 불황이 계속되고 제품 단가가 하락하면서 매출 감소는 불가피했으나 원가절감 등 뼈를 깎는 노력의 대가로 이익이 반짝 증가한 것이다. 특히 57개 메이저급 철강 제조업체의 지난해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7.4%를 기록했다. 2014년의 5.4%보다 무려 2%포인트 높아졌다. 그야말로 저원가 조업 시스템 구축, 각종 비용 절감이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철강업체들의 이러한 피눈물나는 자구책에도 불구하고 녹록치 않다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세계 철강업체들도 줄도산`산업의 쌀`인 철(鐵)가격이 생수값 절반에도 못 미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냉연·전기강판의 소재로 쓰이는 열연제품이 지난 2008년 t당 99만원에서 지난해 12월 기준 t당 49만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이를 환산하면 1㎏당 490원 정도로 국산 생수 브랜드인 `삼다수`500ml당 850원(편의점 판매가 기준)임을 감안하면 물 값의 3분의 1에도 못미치는 가격이다.이런 현상의 주범은 중국이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철강 소비국이자 생산국이다. 하지만 무리한 공장 증설 여파로 철강 생산·공급량은 급증한 반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계속되는 장기 저성장으로 철강 소비가 급감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소비 둔화세가 뚜렷해지자 중국 철강사들은 잉여 생산 물량을 전세계로 마구 밀어내고 있다. 지난해 7월까지 중국의 철강 수출량은 전년 동기 대비 27% 정도 늘어난 6천158만t에 달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는 1억t을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이다.이 때문에 미국 2위 철강 생산 기업인 US스틸은 최근 1년간 주가가 70% 가까이 폭락했고 지난해 북미지역 직원 3천명을 해고했다. 영국 최대 철강사 레드카 제철소도 최근 부채 상환 압박을 견디다 못해 폐업을 신청했다.중국 최대 제철공장인 판청강이 지난해 9월 파산한 데 이어 10월에는 중국 2위 민영 철강 기업인 하이신강철이 경영 적자에 따른 부채 상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파산했다.◇위기 어떻게 넘겨야 하나포스코는 중국산 공세로부터 내수 시장을 지키기 위해 저렴한 원가 설계를 통한 수입 대응재 생산·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또 고객 회사와 공동 제품 개발을 하고 개별 고객사에 특화된 솔루션 제공으로 `자사 제품만을 쓰도록 묶어두는 전략(lock-in)`을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화력발전설비 교체투자 실현에 사활을 걸고 있다.현대제철은 1천295억원을 투자해 충남 당진 2냉연공장에 고급 자동차용 고강도강판(아연도금강판과 알루미늄도금강판 등) 생산 설비를 완공해 연간 50만t을 공급한다. 고객에게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핵심고객관리(KAM) 조직까지 신설했다. 또 포항공장의 특수강 공장건설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동국제강은 지난해 을지로 페럼타워 매각과 포항 2후판공장 폐쇄로 지난해 2, 3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실현했다. 어느 정도 몸집을 빼 탄력받은 동국제강은 올해도 특수강 등 고부가가치 제품생산에 올인할 방침이다.철강전문가들은 국내 철강업체들도 이제부터는 끈질긴 내구력(耐久力)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결국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장기적인 `철강전쟁`에서 살아 남으려면 혁신적인 고부가가치 제품에 대한 꾸준한 연구기술개발(RD)과 뼈를 깎는 내부 절약만이 그 해답이라는 것이다.“지역의 `철강맨`들이여 오뚜기처럼 일어서자”나주영 포항철강관리공단 이사장포항제철소 화력발전설비 교체투자블루밸리 산단 신사업 유치도 급해“지난해는 정말 어려웠습니다. 회사경영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철강공단 전체적으로도 무척 힘든 한해를 보냈습니다. 올해는 철강경기가 좀 살아나야 할텐데… 걱정입니다.”2016년 병신년 새해를 맞아 나주영 포항철강관리공단 이사장은 만나자마자 걱정부터 털어놨다. 데크플레이트 제품이 공장 야드에 가득 쌓인 제일테크노스를 찾아 그를 만났다. 나 이사장은 올해도 무척 어려울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부터 꺼내 놨다. 그는 자신이 경영하고 있는 제일테크노스도 올 한해 그리 녹록치 않을 것이라며 직원들에게 허리띠를 바짝 졸라맬 것을 당부했다고 전했다.실제로 지난해 10월말까지 포항철강공단내 277개사 345개 공장(가동 311개사)의 생산량은 누계기준으로 11조7천733억원에 그쳐 연간 목표(18조 169억원) 대비 78.4% 수준으로 당초계획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출 역시 연간 목표가 46억9천538만 달러인데 지난해 10월말까지 거의 절반수준인 28억2천814만달러에 그쳐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철강공단 업체들의 고용률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말 현재 전체 고용자수가 1만5천525명으로 전년도 같은 달에 비해 632명이나 감소했다는 것. 이같은 고용률은 지난해 연말 집계까지 합하면 훨씬 더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그야말로 그동안은 어떻게든 버텨왔다면 이제부터는 어떻게 살아 남느냐 하는 `생존(生尊)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달러화 강세, 유가하락 등 국제적 복합 요인이 올해 가장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이라고 경계했다. 유가하락은 운송비나 원가 절감 차원에서 긍정적으로도 작용하지만, 현재보다 더 떨어질 경우 조선·철강업계의 수출입 전선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것.가장 우려되는 것이 중국의 경기 둔화와 미국의 금리 인상 등 메가톤급의 악재다. 세계 각국의 뭉칫돈이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 `머니무브(Money Move)`가 본격화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 칠 것이고, 더구나 돈줄을 죄는 미국과 달리 유럽과 중국, 일본 등 여타 국가들은 자국 경기회복을 위한 `돈 풀기`정책을 고수할 것으로 보여 세계 경제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따라서 국내 경기는 물론 포항의 철강경기조차 상황이 더욱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점에서 1조원 이상 투입돼 단기간 내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포항제철소 화력발전설비 교체투자와 포항-울산고속도로 개통에 따른 자동차부품업체 유치, 국가산단 블루밸리에 신사업 유치 등이 시급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이대로 주저 앉을 수는 없다. 그 어려운 IMF시절의 혹한 시련도 극복해 낸 철강도시 포항의 저력을 다시한번 믿는다. 포항의 `철강맨`들은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설 것이다./김명득기자mdkim@kbmaeil.com
2016년 새 아침이 밝았다. 너나없이 새해 계획을 세우느라 분주한 이즈음. 한 권의 책을 펼쳐드는 것으로 올 한해를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책에는 인류가 긴 세월 축적해온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지식들이 촘촘히 담겼다. 지성의 상징인 대구-경북지역 대학 총장들에게 한국의 미래를 밝혀갈 청년들과 본지 독자를 위해 새해 벽두에 읽을만한 책들을 추천 받아봤다. 경북대 손동철 총장직무대리120년 전 한국에 대한 흥미로운 시선열정적인 삶을 산 영국 여인이자 왕립지리학회 최초의 여성회원인 이사벨라 버드 비숍이 본 120여 년 전 한국은 어떤 나라였을까?청·일전쟁으로 정치적으로 불안한 상태였으며, 급속한 변화의 물결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오히려 비숍은 한국의 미래에 대한 가능성에 큰 흥미를 느꼈다.한국에 대한 어떤 자료도 구하기 힘든 시기인 1894년부터 네 차례나 우리나라를 방문하고, 11개월에 걸쳐 현지답사를 한 비숍은 책 속에 이런 말을 남겼다.“한국은 이런 전망 없는 상황 속에서 교육으로써, 생산계급들을 보호함으로써, 부정직한 관리들을 처벌함으로써, 그리고 모든 관직에 실무적인 테스트를 부과함으로써, 즉 실제로 일한 것에 대해서만 대가를 지불함으로써, 새로운 국가를 건설해야 된다.”현재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교훈을 주는 지적과 혜안이 담긴 비숍 여사의 `한국과 그 이웃나라들`을 여러분께 권한다. 포항공대 김도연 총장 인간 60년 삶 추적, 행복의 답 보일까?우리 모두의 꿈은 행복한 인생을 영위하는 것이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그럼 무엇이 필요할까? 이 책은 1940년 하버드대학 2학년생 268명의 삶을 60년간 추적해, 행복한 삶이란 어떤 것인가라는 질문에 관한 답을 찾아 제시한 것이다. `행복의 조건`은 많은 인간의 긴 생애에 걸친 조사연구 과제였던 `하버드대학교 성인발달연구`에서 얻어진 과학적인 통계를 기초로 만들어졌다. 그러면 행복한 삶의 가장 근본적인 요소는 무엇일까?이는 돈도 명예도 권력도 아닌, 어떤 실패에도 절망하지 않는 긍정적 마음가짐이었다. 주변의 상황이 아무리 어려워도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자세를 견지하면 우리의 삶은 행복한 것이다. 행복은 결국 우리 마음속에 있다. 그리고, 행복한 삶의 두 번째 조건은 평생학습의 자세, 세 번째는 안정된 결혼생활이 꼽혔다. 그리고 추가로 제시된 금연, 금주, 알맞은 운동과 적절한 체중은 결국 건강한 육체를 의미한다.결국 행복의 조건이란 우리 누구나 갖출 수 있는 참으로 단순한 것들이다. 이 책은 그 단순함을 통해 행복에 이르는 길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대구대 홍덕률 총장정약용 지혜에 지도자들 귀 기울여야그 어느 때보다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지고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봉착하니 마음 역시 편할 수가 없다.세상 안팎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은 온통 반목과 갈등의 어두운 뉴스다. 국민들이 내일을 위해 흘리는 땀은 여전하지만, 앞날도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가장 큰 책임은 지도부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특히 정치인들과 공직자들이다. 언론과 종교와 교육 지도자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도자들의 무책임과 역사의식 부재가 나라를 멍들게 하고 있다. 탐욕과 권력욕에 빠져 국민은 안중에 없어 보이기까지 한다. 그래서 더 생각나는 책이 있다.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다. 조선조 후기 저술이지만 지금의 지도자들에게도 귀감이 되는 생생한 교훈들을 담고 있다.젊은 학생들과 대구-경북의 시민들은 물론이고, 각계 지도자들이 꼭 읽어보면 좋겠다. 그 안에서 들려오는 지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면 내일을 열어갈 환한 빛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한동대 장순흥 총장이스라엘 역사의 원천적 힘과 성장비결강소국가, 혁신국가의 대표적 아이콘인 이스라엘은 주변국과의 갈등 및 불안정한 국제정세를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 극복해온 역사를 지녔다.자체적으로 첨단 무기를 개발하고, 열악한 농지 환경의 악조건에 굴복하지 않고 각종 과학기술을 교육하고 개발해온 것이다. 의무복무로 군에서 최신 기술을 접하고 배운 젊은이들은 제대 후 창업에 나서면서 창업경제 활성화를 일으켰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도전하는 당돌함과 배짱을 일컫는 이러한 `후츠파 정신(담대함·저돌성)`은 오늘날 대한민국은 물론, 다음 세대에게도 필요한 정신임에 분명하다.이스라엘의 원천적 힘과 성장 비결을 상세히 다룬 `창업국가 - 21세기 이스라엘 경제성장의 비밀`을 통해 이 시대가 요구하는 문제 발견능력과 문제 해결능력을 효과적으로 배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을 곧 사회 속에서 제 몫을 찾아가야 할 청년학생들은 물론,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보다 나은 내일을 고민하는 중장년층에게도 더불어 권한다. 안동대 권태환 총장시대를 초월하는 세종대왕의 리더십이 책은 저자 박현모가 자신의 `실록학교` 강의 자료를 바탕으로 `세종실록`의 내용을 생중계할 마음을 가지고 사료를 재구성한 것이다.그렇기에 출판의 목적이 뚜렷하다. 바로 독자들에게 세종을 제대로 알리고자 하는 뜻에서 저술한 것.리더로서의 세종에 초점을 맞춰 다소 읽기 어렵고 딱딱할 것이라는 짐작과는 달리, 말솜씨 좋은 선생님의 이야기 형식 서술로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국왕으로서의 세종이 가진 리더십을 중심으로 이 책을 접하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오히려 세종의 인간적인 측면에 공감하고, 감동하는 관점이 더 좋은 독법일 듯하다.수백 년 전에 이르신 세종의 통치철학 “밥은 백성의 하늘(食爲民天)”이라는 말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것처럼, 사람을 사랑하는 세종의 마음은 시대를 초월한다. 책을 통해 우리는 세종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보다 많아지는 위대한 대한민국을 꿈꿀 수 있다. 경주 동국대 이계영 총장우주에서 발견하는 인간존재의 가치우주는 어떻게 생겨났으며, 은하계는 어떻게 진화했고, 태양은 어떤 탄생과 변화의 과정을 거쳐 왔는가, 또한 우주를 돌아다니던 조그만 먼지 하나가 의식을 가진 생명체로 탈바꿈하는 과정은 어떠했던가.이 모든 것들은 대부분의 인간이 호기심과 관심을 가져온 영역이다. NASA의 조언자이자 세계적 천문학자였던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이런 의문에 답하는 책이다. 이 책은 천문학자가 우주를 설명하는 천문학 교양서지만, 인문학적으로 읽기에도 부담이 없다.이는 저자가 주장하듯, `인간과 우주는 가장 근본적인 의미에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내게 `인간 존재`의 가치와 이유를 다시 한 번 일깨워줬다. 그리고 인간은 홀로 존재할 수 없고, 모든 우주만물과 연결돼 있음을 알게 해주었다. `코스모스`는 책을 펼쳐드는 모든 이들에게 우주적 관점에서 인간의 본질을 깨닫게 해주는 책으로, 생명의 중요성과 함께 인간 삶의 내밀한 가치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대구·경북의 상생은 뭐니뭐니해도 서로의 생각이 같아야 한다.대구는 대구, 경북은 경북이면 서로 망한다. 말로만 하지 말고 생각과 뜻을 하나로 하자는 것이다. 더욱이 올해는 대구는 현 위치에서, 경북은 새로운 도읍지를 찾아 옮긴다. 그래서 더 절실하다.대구는 민선 6기 대구시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해로 새로운 비전으로 대구의 진정한 변화와 혁신을 이뤄내고, 경북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미래 먹거리를 위해 투자유치에 올인하는 등 대구경북시도민 함께 상생하길 바라며 양 기관의 신년설계를 들어본다.경북, 일자리 창출·미래 먹거리 투자 올인… 농촌 경쟁력 제고·신성장 산업 준비대구, 변화와 혁신 모토로 주력·뿌리산업 경쟁력 강화… 세계물포럼 성공 개최도 ▲ 김관용 경북도지사□김관용 경북도지사-개도 701주년에 신청사 입주를 맞은 새해 도정은△무엇보다 도정의 모든 주파수를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미래 먹거리를 위한 투자 유치에 올인하겠다.또 48개국과의 교류가 발효되고 특히 한중FTA 타결로 농촌이 많이 어렵다.그러나 농사 전문가 양성, 농업의 6차 산업화 등 농민사관학교를 통해 우리 농촌의 경쟁력을 높여 나가겠다.또한, 3대문화권의 문화·자연으로 관광기반을 조성하고 화랑, 선비, 호국, 새마을 정신으로 정체성 확립하는 등 경북형 문화융성으로 경북의 혼을 깨워 나가겠다.무엇보다도 탄소섬유, 3D프린팅, ICT 융복합, 로봇, 에너지, 바이오 등 미래 경북을 먹여 살릴 신성장산업들을 착실히 준비하겠다.특히 할매 할배의 날 조기 정착으로 가족공동체 회복과 인성교육을 강화하고 경북형 복지전달을 위해 찾아가는 행복병원, 닥터헬기, 이동산부인과를 운영하고 치매서포터즈, 치매검진사 등 치매극복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등 사람중심의 경북 세상을 반드시 만들겠다.-경북도 면적이 전국적으로 상당히 넓은데 4대 권역별로 나눠 사업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나.△북부권은 미래 농생명 산업벨트와 문화융성 중심으로 생명산업을 육성하고자 백신클러스터(안동), 바이오 그린 밸리 조성과 고택, 백두대간 힐링 벨트 등 전통과 자연에 기반한 문화관광산업을 육성한다.동해안권은 해양 신산업벨트로 환동해 바다시대 개막을 위해 첨단과학 에너지 벨트로 만들고 영일만항, 북극항로 개척으로 환동해 물류비즈니스가 중심이 되는 유라시아 시대를 대비하는 `항만물류 거점`을 육성한다.서·부권은 스마트 융복합 벨트 조성, 남·부권은 창의지식 서비스 벨트를 조성하는 등 창조경제를 바탕으로 한 역동적인 혁신경제를 선도하겠다.-지난 2년에 걸쳐 코리아 실크로드 프로젝트도 추진했는데, 이와 관련한 경북 문화융성 세계화 플랜은?△2013년 이스탄불-경주문화엑스포, 2014년 이스탄불 in 경주 개최 등 잠들어 있는 실크로드를 경북이 깨웠다.전 세계인구 3분의 2가 실크로드 주변에 사는 만큼 21C는 냉전시대를 종결하고 실크로드 거점국가가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하는 등 `新 실크로드`를 통해 황금알 낳는 시장이 될 것이다.올해는 경주에서 실크로드문화 대축전을 통해 소통과 화합의 대축제로 승화시켜 실크로드 문화공동체 구축 계기로 삼아 2017년 실크로드 거점국가에서 실크로드엑스포를 개최하는 등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지속 추진해 경북 문화융성의 세계화로 만들겠다.-지방자치의 산증인인 만큼 지방자치, 무엇이 가장 큰 문제이고 앞으로 어떻게 가야 하나?△지방자치 실현을 위한 가장 큰 과제는 분권, 균형발전이다.20년간 지방자치 현장을 지키면서 끊임없이 주장하고 때로는 투쟁도 했다. 그러나 중앙의 인식은 호두껍질처럼 견고하고 정말 안타깝다.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되는 만큼 절박한 문제로 타 자치단체장과 지역 리더들이 선봉에 서야 한다.지방분권, 성년이 되었지만, 돈도 권한도 없는 불행한 지방자치를 탈피하려면 정부는 권한과 재정 과감하게 이양하고 책임을 강하게 물어야 한다.또 균형발전이다. 더 이상 방치하면 국가적 재앙을 불러온다.-도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을미년, 희망의 새해가 밝았다.올 한 해도 정말 중요하다. 경북도청이 새로운 도읍으로 이전하고, 세계물포럼, 군인체육대회, 실크로드문화대축전 등 국제행사 개최로 세계 속의 경북 위상을 드높일 기회가 왔다. 그러나 경기침체 등 여전히 위기와 시련은 있지만 중요한 것은 꿈과 희망이다. 로마를 로마로 만든 것은 시련이다.도민의 뜻 잘 받들어 함께 가는 경북이 되도록 하겠다.▲ 권영진 대구시장□권영진 대구시장대구시가 2015년 한 해를 `대구재창조 원년`이라는 비전으로 변화와 혁신의 쌍두마차를 앞세워 대구 미래의 주춧돌을 놓는다.지난해 6.4지방 선거에서 대구시장으로 당선된 권영진 대구시장은 민선 6기 대구시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015년에는 대구가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힘과 역량을 발굴해 키우고, `창조경제 수도 대구`를 실현하기 위한 경제활성화와 일자리창출에 역점을 두고 추진한다.이를 위해 주력산업과 뿌리산업의 구도고도화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과감한 RD 투자를 통한 신산업을 육성을 추진하며 그동안 추진했던 미래성장의 기반이 될 대구 국가산업단지와 대구·경북 첨단의료복합단지, 테크노폴리스, 혁신도시, 수성 의료지구 등 대형 프로젝트를 안정적으로 마무리할 계획이다.지난해 첫 분양에 들어간 대구국가산단은 2015년 2단계 개발을 시작한다. 대구시는 지난해 37필지 65만㎡에 입주를 신청한 116개 기업 중 지역 최초 국가산단의 상징성과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할 수 있는 우수기업을 유치기업평가위원회를 통해 ㈜삼보모터스, ㈜SJ테크, ㈜신도하이텍 등 32개 지역기업과 동우에이치에스티㈜, 경남 창녕소재 ㈜화성 등 역외 4개 기업을 포함해 36개 기업을 최종 선정했다.선정된 이들 기업이 2015년 말부터 단계적으로 공장 착공이 가능하도록 L H 공사와 공정 관리에 만전을 기울이고, 시는 입주계약부터 공장 가동 시까지 기업 밀착형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지난 2009년에 지정된 대구·경북 첨단의료복합단지는 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 등 4개 센터 건립과 필수장비 구축을 완료하고 첨단의료분야 `글로벌 연구개발 허브` 도약을 위한 기업 유치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대구를 세계적인 창조경제 중심지로 조성하고 투자가 몰리고 청년들이 희망을 가지는 대구를 만들어 나간다.지난해 삼성과 손을 잡고 창조경제혁신센터를 개소한 대구는 `아이디어-창업-성장-글로벌화`가 선순환 하는 창조경제 생태계를 조성하고 삼성의 창조경제혁신센터와 경북도 후적지, 경북대학교, 동대구벤처밸리를 잇는 창업벤처밸리를 조성하고 금융과 세제 지원, 인재양성, 자금투자, 글로벌화 지원 등에 나선다.대구의 현안사업인 K-2 이전과 대구광역권교통망 건설, 남부권 신공항 건설 등 국책사업에 역량을 모은다.`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지난 2013년 4월 제정됨에 따라 대구시는 2014년 5월30일 K-2 이전건의서를 국방부에 제출하고 2016년까지 이전지역 선정을 목표로 현재 국방부 및 공군과 활발하게 협의를 추진 중으로 내년에는 이전지 선정과 함께 이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국비지원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후적지 개발을 위한 휴노믹시티 개발 계획을 마련한다.또 오는 4월 열리는 물포럼의 성공적인 개최를 계기로 관광객 1천만 시대를 열고 도심공간 재창조를 위해 외곽 중심의 개발 기조에서 벗어나 낙후 도심 재창조에 집중하는 등 도심 재창조에 집중한다.권영진 대구시장은 “새해는 민선 6기 대구시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해로 새로운 비전으로 대구의 진정한 변화와 혁신을 이뤄낼 것”이라며 “대구가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힘과 역량을 모아 사람과 돈, 투자가 몰리는 매력적인 대구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서인교기자 igseo@kbmaeil.com/이곤영기자 lgy1964@kbmaeil.com
2015-01-02
▲ 서정헌 스틸데일리 대표 2015년 한국 철강산업은 과거 수십년간 경험하지 못한 구조적 변화를 경험하면서 성숙기를 지나 쇠퇴기의 길목에 서 있다. 먼저 우리는 이 부분을 인정하고 철강산업을 연착륙시킬 수 있는 대안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철강경영자들의 역할 분담 및 공조가 시급하다. 철강산업을 위한 정부의 역할과 시장의 역할이 얼마나 분화돼 있느냐가 산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며, 특히 철강산업이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국내 철강산업의 경우 고도성장기의 정부의 역할은 막강했으나 2000년대 이후 성숙기에 접어들며 정부의 역할은 축소되고 시장의 역할이 지나치게 커지고 있다. 중국의 성장, 생산설비의 경직성, 높은 가동률에 의존하는 원가경쟁력 등으로 인해 한국 철강산업은 빠르게 후퇴하고 있는 실정이며 이러한 후퇴속도를 지연시킬 수 있는 정부의 역할이 강화돼야만 한다.한국 철강산업의 후퇴를 지연시킬 수 있는 정부의 역할로는 △수입규제 강화 △감산지원 △퇴출지원 △경쟁구도 균형 등 크게 4가지 산업정책이 필요하다.먼저 한국 철강시장은 중국산 비중이 급증하면서 내수업체들의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다. 중국의 비대함이나 한국 철강산업의 구조적 취약점을 고려한다면 한국 철강산업은 더 강한 보호가 필요하다. 철강은 기반산업이기 때문에 철강이 흔들리면 전후방산업과 한국경제 전반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정부는 직간접의 품질 및 무역규제를 통해 한국 철강시장의 보호강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두번째로 철강업체들의 감산에 대한 정부지원을 고려해야 한다. 감산은 철강산업 사양화를 억제하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다. 그러나 감산정책은 철강업체 간의 협력과 공조에 기반으로 할 수밖에 없어 사실상 국내시장에서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정부 주요기관인 공장거래위원회 등에서 감산정책에 대한 지원과 더불어 철강사간의 공조를 이끌어내는 구심점이 돼야 한다.셋째로 정부는 기업회생보다는 철강사 설비퇴출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철강설비는 특성상 퇴출비용이 높고, 지역이나 노사, 환경 등 기타 사회적 비용까지 유발하게 된다. 이는 결국 정부의 부담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설비 매각 시 인력과 금융지원 등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게 필요하다. 정부는 사양화 길에 접어든 철강산업에 대해 최소 산업규모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국내 철강산업 기반이 너무 많이 무너지면 수입 협상력이 떨어져 철강 수요산업의 경쟁력이 빨리 약화될 수 있다. 따라서 산업 안정성을 감안하는 차원에서 철강산업의 후퇴속도를 조절하여야한다.마지막으로 국내 철강산업의 경쟁구도를 유지시키는데도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국내 철강산업은 과거 포스코 독점적 시장구조에서 현대제철의 진입으로 복점적 시장구조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 복점적 시장구조는 산업의 후퇴를 지연시킬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며, 만약 한 기업이 무너지면 산업의 후퇴속도는 더욱 빨라질 우려가 크다. 따라서 정부는 국내 철강산업이 복점적 시장구조를 위해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산업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위기극복 경영자 전략은 `공조와 통합`이러한 정부의 역할과 함께 철강경영자들과 정부의 공조가 중요한 과제다. 이 과정에서 철강경영자들의 경영전략도 변화할 필요가 있다. 기존 국내 철강업체들은 투자를 통해 시장지배력을 높이는데 치중해왔으나 투자는 공급과잉을 유발한 뿐만 아니라 시장적응속도를 떨어뜨린다. 따라서 최고경영자들은 기존의 투자 중심의 전략에서 탈피해 시장적응력을 높이는 부문간 통합전략이 필요하다. 생산의 유연성을 통해 구매 생산 판매를 통합하고, 통합의 과정에 발생하는 갈등을 해소하는 경영자의 역량이 필요하다.결론적으로 한국 철강업계의 위기극복 키워드는 통합과 공조다. 통합을 통해 시장적응속도를 높여야 하며, 공조를 통해 후퇴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철강사간의 공조 없이는 감산도 어렵고 연착륙도 어렵다. 따라서 위기극복을 위해서는 철강사 최고경영자가 전사적 전략을 기반으로 통합과 공조를 추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 윤용선 스틸데일리 편집국장□ 국내 철강산업의 위기지난해 국내 철강산업은 중국이라는 복병(伏兵)을 만났다. 이에 지난해 국내 주요 철강사들의 경영실적은 과거 경험해 보지 못한 부진을 기록했다. 특히, 국내 최대 철강사인 포스코의 영업이익률은 과거 20% 수준에서 지난해 한자리(7.8%, 3분기 누계) 숫자까지 하락했다. 국가 기반산업인 철강이 위기를 맞게 된 것은 중국산 저가 철강재 수출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중국과 인접해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의 철강재 수출에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지난해 11월 중국 철강재 수출량은 972만t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국의 월 철강 생산량이 550만t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중국은 한국의 철강 생산량 보다 많은 양을 수출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철강재 수출량 증가는 국내 철강재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초 중국산 열연의 국내 유통가격은 t당 65만원(이하 SS400 기준)에서 연말 t당 57만원 수준까지 하락했다. 1년간 t당 8만원 수준의 하락을 기록한 것. 열연 제품은 그나마 국내 공급사가 포스코 및 현대제철로 국한돼 있어 상대적으로 하락 폭을 줄일 수 있었다. 건설용 철강재의 대표 제품인 철근과 H형강은 이 기간 동안 t당 10만원 이상의 하락을 기록했다.□ 세계 철강시장 붕괴 원인철강재는 제품의 특성상 비슷한 원가 구조를 가질 수 밖에 없다. 특히, 고로의 경우 원자재인 철광석 용해해 쇳물을 만드는 기술은 전세계 어느 국가나 동일하다. 생산과정에서 원가절감을 감안해도 가격차를 보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지난해 중국산 철강재는 다른 국가에 비해 최소 50달러 이상 저렴한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원인은 중국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고급강 수출장려정책을 악용한 `짝퉁` 제품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수출을 장려하기 위한 정책을 실시한 것은 1985년부터이다. 이후 중국의 수출장려 정책은 관리법 개정을 통해 변화돼 왔다. 빌릿의 수출환급세가 폐지된 것은 2005년이며, 이후 중국 정부는 고급강 수출을 장려하는 정책을 실시했다. 이에 특수강 등은 품목별로 수출환급을 9~13%까지 적용 받고 있다.최근 들어 중국 정부의 고급강 수출장려정책을 교묘히 이용한 저가 제품이 수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반 열연제품에 보론을 극히 소량 첨가해 특수강으로 둔갑해 수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 경우 중국정부는 고급강 철강재 수출로 인정해 수출가격의 9%를 환급해 준다. 예를 들어 국제 열연가격이 t당 500달러라고 가정해 보면, 특수강으로 둔갑한 제품은 t당 45달러를 중국 정부로부터 환급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에 중국 메이커들은 t당 455달러에도 수출이 가능한 구조를 갖게 됐다.□ 철강시장 `2014 데자뷰` 우려올해 철강시장이 작년과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따라서 올해 철강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중국의 움직임이다. 중국 철강산업이 어떻게 될 것인가는 우리에게 가장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변수이다.중국과 관련해서는 크게 정부정책이 어떻게 될 것이냐 하는 거시변수와, 생산량과 수출량, 철강사 수익성, 재고상황, 자금사정 등 단기변수, 철강업계 구조조정 등 장기변수로 나눌 수가 있다. 여기서는 단기변수만 살펴보기로 하겠다.가장 큰 변수는 정부의 정책 방향이다. 중국은 쏠림 현상이 심하다. 정부가 긍정적인 정책을 내놓으면 일단 메이커는 생산을 늘리고, 유통은 사재기부터 한다. 과거보다는 이러한 경향이 많이 줄기는 했지만 정부정책에 따라 생산과 가격이 춤을 추는 것은 여전하다.두 번째는 생산량이다. 중국과 한국은 단일시장이 됐다. 중국의 설비 증가율은 둔화됐지만 문제는 그들의 의식이다. 강철공업협회 회원사 2/3가 적자라고 하면서도 여전히 생산을 늘리고 있고, 국내 메이커가 가격을 올려도 중국 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인상이 힘든 상황이 됐다. 과잉 때문이다. 올해에도 중국 철강사들의 투자가 지속될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세 번째는 수출량이다. 중국 철강재 수출은 매월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올해 월 수출량이 1천만t을 넘을 것이라고 말한다. 내수 부진과 치열한 가격경쟁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달러대비 위안화 환율 상승은 더 없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수출과 관련해서 최대 변수는 최근 소문이 돌고 있는 수출환급세(일명 퇴세율) 폐지 여부다. 이 부분은 중국정부의 의지와 일관성의 문제라고 본다. 가령 각종 환경규제 강화에다 퇴세율까지 없앤다면 내수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고,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될 것이다. 단, 철저하게 시장에 맡기고, 죽어가는 기업에 대한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다. 그러나 필자 생각으로 아직 이렇게까지 시행하기는 시기상조다. 다시 말하면 수출세 환급 폐지와 함께 수출세 부과도 폐지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야 자국기업에게도 숨통을 틔워 주고 변화에 대비할 시간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중국과 관련한 마지막 변수는 자금사정이다. 중국 역시 시중에 돈은 많이 풀었는데 개별 업체는 늘 자금부족에 아우성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중국 정부가 과거처럼 경기를 부양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내년도에도 중국 철강사들의 부도소식은 심심치 않게 듣게 될 것이다.□ 2015년 철강경기 변수 요인올해 철강시장의 전망이 먹구름 일색이지만 변수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원자재 가격과 환율의 영향은 국내 철강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코크스 가격이 소폭 오르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모든 철강원료 가격이 약세다. 현재 철광석 약세 배경은 ◆중국 내 충분한 수입재고가 있었고 ◆중국내 철광석 및 석탄 생산 증가 ◆투기자본(Hot Money) 이탈 등을 꼽을 수 있다.그러면 향후 원료가격이 어떻게 될 것이냐는 중장기적으로 공급량 증가에 따른 약세를 예상하는 쪽이 많지만 단기적으로는 철광석 및 코크스는 내년 1분기에는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이에 대한 근거로는 ◆지나친 하락 ◆이로 인한 중국 생산량 감소 ◆이에 반해 조강생산 증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꼽을 수 있다.그러나 가격이 오른다 하더라도 철광석 기준으로 t당 120달러를 넘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 스크랩 역시 최근 미국 동부지역 폭설에 따른 수집에 차질이 조만간 성수기 물량 분 계약 시점과 맞물리면서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불확실한 전망과 부진한 수요 회복, 자금 사정 등으로 인해 420달러 이상을 넘어서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한다.한편, 환율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수입하는 측면에서는 최근 원화 약세(환율 상승)이 반가울 리 없지만 수출기업 입장에서는 긍정적이다. 환율과 관련해서 유념해야 할 대목은 원/달러뿐만 아니라 엔/달러, 위안/달러의 추이도 살펴봐야 한다. 또 환율을 예측하려 하기보다는 포트폴리오를 통해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특히 수입방어 측면에서는 위안/달러화의 추이도 눈여겨봐야 한다. 우리의 환율 상승 폭 이상으로 중국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원/달러 환율상승에도 불구하고 수입량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한국 내수시장에서 중국산 유입량이 늘어나는 만큼 한국 철강사들은 해외에 수출을 해야 하는데, 조강생산 대비 수출 비중은 2004년 31%에서 지난해에는 44%까지 늘었다.문제는 환율하락에 따른 적자 수출과 이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빈번한 통상마찰이다. 지난해에만 8개국에서 12건의 수입규제 조치가 취해졌다. 세계경기가 확실하게 회복됐다는 시그널이 나타나지 않는 한 각국의 보호무역주의는 더 심화될 것이다.
포항은 지난 1973년 포항제철소 설립을 시작으로 인구 53만명에 이르는 거대한 철강도시로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글로벌 금융위기, 중국 등 주변국과의 경쟁 심화로 인한 타격을 받으며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부닥쳤다.이제는 하나의 산업만으로는 도시의 경쟁력을 찾을 수 없는 시대로, 포항이 찬란했던 과거의 영광을 잊고 다시 도약하기 위해서는 철강산업 이외의 새로운 혁신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이러한 진단 속에서 지난해 민선 6기 출범 이후 포항의 미래를 위해 가장 많이 논의됐던 뜨거운 이슈거리 중 하나로 `포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꼽을 수 있다. 수많은 전문가는 포항시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룩해 나가려면 산업다변화와 함께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이에 경북매일은 2015년 새해를 맞아 각 계의 전문가들을 만나 포항이 2015년 올 한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위기를 극복해나가기 위한 돌파구는 무엇인지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세계 최고 철강산업 앞세운 선순환 메커니즘 작동 융복합 철강클러스터 발전시켜 경제 이끌어야창의·혁신 기반 새 경제패러다임으로 강소기업 육성창업 활성화·일자리 창출 등 기반 마련을연구 결과물 사업화땐 성공적 벤처기업 육성전문가의 다양한 지원, 시민들 자발적 참여도 기대▲ 은호성 한국은행 포항본부장-현재 포항의 경제상황을 진단하면.△은호성 한국은행 포항본부장=지난해 포항경제는 국제철광석가격 하락 및 기업의 원가절감 노력 등에 힘입어 철강대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지난 2011년부터 시작된 생산, 수출의 마이너스 성장을 멈추고 소폭의 플러스 상장으로 반등하는 등 완만한 회복세를 보였다. 다만, 지역 내 대기업의 수익성 개선추세가 역내 투자 및 고용 확대로 이어지는 데는 다소 시일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의 체감경기 개선은 아직 미흡한 상황이다.또한 그간의 대내외 환경변화와 철강공급과잉 지속으로 지역경제의 활력은 크게 둔화돼 있다. 요약하자면 최근 포항경제는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경기회복에서 괴리가 나타나고 있으며 경제활력이 구조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이러한 분위기 속에 지역 각계에서 신성장동력 혹은 산업다변화의 필요성에 대해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최병곤 포항상의 회장=지금까지 포항은 철강산업으로 우리나라 근대화와 산업화를 이끌어 왔지만, 철강산업의 국내외 경쟁과열, 성장률 저하 등의 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어 새로운 성장동력의 창출이 절실한 상황이다.이에 지역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더 많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창의와 혁신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 필요하며, 강소기업 육성과 창업활성화가 그 중심에 있다고 생각한다.특히, 강소기업 육성은 철강산업을 첨단화시킴과 동시에 지역 산업구조 다변화를 위한 시발점이자 기회가 될 것이다.△은호성 본부장=포항경제는 역내총생산(2011년 기준)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50.5%이며 제조업에서는 1차금속제조업이 86.5%를 차지하는 등 철강산업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단일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따라서 지역 경제가 새로운 성장돌파구를 마련하려면 철강일변도의 산업구조에서 벗어나 이미 지역경제가 기반을 갖춘 철강산업의 장점을 강화하면서도 편중에서 비롯된 구조적 약점을 보완하고 경쟁과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지역 산업구조 혁신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구체적으로는 철강을 기반으로 철강산업과 다른 신성장 제조업 및 서비스업들이 어우러지는 진정한 철강기반 산업클러스터 조성이 필요하다.▲ 최병곤 포항상공회의소 회장-지역의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 및 산업다변화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최병곤 회장=신성장동력의 창출을 위해 창업을 활성화하고 더 많은 강소기업을 육성하는 것은 포항의 미래 발전전략 수립에 매우 중요함과 동시에 매우 어려운 과제이기도 하다.강소기업 육성은 사회 각 부분의 협력과 조정이 필요하며 단시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워서 꾸준한 사업추진과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포항은 세계적인 대학 포스텍을 비롯해 RIST 등 국내 다른 도시들에 비해 강소기업 육성을 위한 차별화된 RD 인프라도 가지고 있는 만큼 상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포스텍, 한동대 출신의 벤처기업 유치와 같은 아낌없는 지원이 요구된다.포항상공회의소에서도 지역 대기업의 신규 사업을 지역 내에 유치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고 기술력 있는 유망 강소기업과 연구소를 많이 발굴해 창의력을 지닌 인재들이 지역에서 많이 배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최인준 포항테크노파크 원장=우선 현재 포항시에서 창조도시를 위한 4대 분과위원회에 기울이고 있는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특히,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종합적인 발전 계획을 만들고 실천하려는 노력이 좋은 결과를 기대하게 하는 요인이라고 느낀다.포항시에 가장 필요한 것은 연구 결과물을 사업화하는 것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BA(Business Accelerator)라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급변하는 환경과 국제화 추세 때문에 성공적인 벤처기업을 육성하려면 기업을 성공시키기 위한 다양한 전문가들의 지원이 필요하다.포항테크노파크와 이번에 설립된 창조경계혁신센터에 이런 역할을 기대해 볼 수 있다. 특히,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지원하는 포스코에는 BA 역할을 하는 회사를 설립하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 포스코의 자금, 인재, 경영지원, 경험, 국제적 관계 등이 강소기업 육성에 필요하고 포스코도 미래를 담보하기 위해 강소기업들이 필요할 것이다.△은호성 본부장=사실 포항지역은 이미 산업다변화를 위해 필요한 준비는 상당히 진척돼 있다고 할 수 있다. 포항경제의 산업다변화에는 절대 원칙이 하나 있다.즉, 포항지역을 이끌어왔고 앞으로 이끌 최고의 무기는 철강산업이라는 것이다. 흔히 산업다변화니 신성장동력이니 하는 말들을 자칫 오해하며 기존의 철강산업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그러나 지역경제가 추구해야 할 산업다변화는 결국 철강을 기반으로 하는 풍부한 서플라이체인망의 구성을 통해 지역 내 소재에서 중간재, 최종재로 이어지는 선순환 메커니즘이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즉, 철강단일클러스터에서 철강과 연계되는 비철강제조업, 서비스업과의 융복합이 이뤄진 철강융복합클러스터의 산업생태계 조성을 뜻한다. 가장 먼저 지역 내 각계에서 모두 이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하는 것 같다.▲ 최인준 포항테크노파크 원장-강소기업 육성에 대해 많은 전문가가 강조하고 있는데, 특정 분야를 예로 든다면.△최인준 원장=한가지 우리 지역이 새로이 집중할 분야로는 IOT(Internet of Things) 기술 등의 ICT 기술을 활용해 환경, 에너지, 안전 친화적이고 서비스업과 융합된 제조업 3.0이라고 생각한다.추가적으로 원전 관련된 기자재 공급 업체와 폐기물 처리 및 해체를 위한 산업도 유치하고 육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은 포항시민과 경북도민의 안전과 행복 추구를 위해 당연히 요구해야 하고 정부에서도 우리 지역에 대대적인 지원과 투자를 해야 한다고 느낀다.-포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최병곤 회장=불과 수년 전만 하더라도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이 경제계의 화두가 되었던 적이 있었다. 이제는 기업을 넘어 한 도시의 지속 가능한 발전방향을 모색해야 할 시기가 온 것 같다.우리는 그동안 수없이 강조해온 포항만의 강점이 있다. 이런 점을 기반으로 기업하기 좋고, 국내외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는 여건 조성을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물론 이를 위해서는 지역사회 각 계층의 동반자적 협력이 제일 중요할 것이다.△은호성 본부장=앞서 언급한 것처럼 결국 철강을 기반으로 융복합 클러스터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지역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그런데 실질적인 측면에서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융복합 철강클러스터로의 발전에 관련된 청년창업을 포함한 기술기반형 창업생태계의 조성을 위한 다양한 지자체의 산업정책, 연구부문의 기술지원, 금융부문의 금융인프라 확충 등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계하면서 정책적인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최인준 원장=포항은 세계적인 연구 능력을 갖추고 성과를 내고 있고 잠재력 또한 분명히 가지고 있다. 그런데 성공적인 사업화를 위한 필수 요소가 부족하다. 앞에서 언급한 BA가 그 중 하나이고 더 필요한 요소는 인재이다.연구 이후 성공적인 사업화를 위한 경험, 시장 창출 능력, 경영 능력 등을 갖춘. 아울러, 위대한 조직을 만드는 리더쉽 그리고 통찰력이 필요하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가와 지역사회와 조직에 대한 헌신과 봉사 정신이라고 생각한다.세계화의 시대지만 많은 위대한 기업들은 지역의 지원으로 성장해 지역에 기여하며 지역에 인재를 유입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포항이 가진 장점을 잘 발휘하려면 이런 인재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세리기자manutd20@kbmaeil.com
철도·항만 건설 지도 대변화 영일만항·동해중부선 건립에포항~대구·울산 고속도 건설SOC 23건 13조7천억원 투입지난 10년, 포항의 지도가 바뀌고 있다. KTX 직결선은 동해안끝 포항을 국토의 중심으로 옮겨가도록 할 것이며 동해중부선과 국도대체우회도로, 포항~영덕 고속도로와 포항~대구 고속도로 등은 지역에서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지난 10년동안 포항에서 진행된 도로와 철도 등 SOC 사업은 모두 23건으로 금액만 13조7천400억원에 이른다. 이 중에서 구룡포일반산업단지 진입도로 개설(110억원)과 광명일반산업단지 진입도로(35억원), 포항 국도대체 우회도로(5천457억원), 영일만일반산업단지 진입도로(522억원), 영일만2산업단지 진입도로(352억원), 고속도로~JCT 도로(698억원) 등 6건은 지난 2011년부터 완료된 상태다.알맹이는 따로 있다. 가장 많은 사업비가 투자되고 있는 영일만항 건설(2조8천463억원)은 지난 1992년부터 건설이 시작돼, 2020년 완공을 앞두고 있다. 이미 투자된 사업비만 1조878억원에 이르고 있으며, 2015년에도 479억원이 투입된다.2002년부터 시작된 동해중부선(포항~삼척)과 2003년부터 시작된 동해남부선(포항~울산) 역시, 각각 2조9천728억원과 2조4천481억원의 사업비로 2020년과 2018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계속되고 있다. 동해중부선은 지난해까지 7천954억원이 투자되었고 올해만 4천540억원의 국비가 투입된다. 동해남부선도 2014년까지 1조2천258억원이 들어갔고, 2015년에는 3천762억원이 들어간다.뿐만 아니다. 올해에는 포항~울산간 고속도로(1조8천315억원)가 완공된다. 우여곡절을 겪었던 포항~영덕간 고속도로는 지난해 289억원과 올해 15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2011년 또는 2012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국도31호선과 20호선의 확장공사도 오는 2016년과 2018년에는 마무리될 예정이다. 그리고 포항 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진입로 확장 역시 370억원이 투입 또는 투입예정으로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이 같은 예산투입과 사업의 진행은 `교통오지 포항`을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진 `뻗어가는 포항`으로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물론 대부분의 사업이 완료되기 위해서는 5년 또는 6년의 세월이 필요하다. 또 그 기간동안 새로운 SOC 사업이 포항 지형의 변화를 요구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과거 지역의 국회의원이 했던 “포항의 SOC는 완료되는 시점이다. 미래 포항을 위한 새로운 시작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처럼 변화된 지형에 맞는 새로운 발전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4선 국회의원인 이병석(포항북) 의원은 “포항은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맞게 된다”며 “포항제철 건립 등 개척의 역사를 써낸 곳이 포항이듯이, 환동해안 중심도시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시민 모두의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석 국회의원“강소기업 육성·창조경제 실현으로 영일만 기적 이어 제2 도약 이뤄야”-내년 3월 KTX 직통선 개통 등 많은 변화가 포항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간략히 소개한다면?△저는 2000년 국회에 입성한 후로 포항을 동해안 교통의 거점으로 만들기 위해 온힘을 다해 왔습니다. 지난 10년간 포항에서 진행된 SOC 국책사업은 23건이고, 총사업비는 13조7천400억원에 이릅니다. 23건의 국책사업 중 국도대체우회도로 등 6건은 완료됐고, KTX 포항~서울 직통선, 동해중부선, 동해남부선 복선전철, 영일만항 인입철도, 중앙선 복선전철 등 `포항 5대 철도`, 그리고 포항~울산 및 포항~영덕 고속도로 등 17건도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영일만항도 환태평양까지 뻗어나갈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히 있습니다.-SOC 사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업은 무엇입니까?△지역을 위한 모든 사업이 자식 같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KTX 포항~서울 직통선입니다. KTX 직통선이 개통되면 포항 역사의 새 장이 펼쳐지게 됩니다. 수도권과의 접근성 향상, 물류비용 절감, 관광 활성화 등으로 지역경제에도 큰 활기를 불어넣을 것입니다.영일만항은 계획 대비 사업 속도가 더딥니다. 대책이 있다면?△영일만항은 2014년까지 총사업비(2조8천462억원)의 45%가 투입됐습니다. 저는 영일만항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예산 투입을 계속 주장해 왔습니다. 최근 나진~하산 프로젝트 시범사업의 성공은 영일만항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데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영일만항 건설에 속도를 내는 것은 물론, 배후단지에 물류센터를 확충하고 기업유치도 적극적으로 펼쳐 포항이 대북방 교역 허브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포항의 미래 성장동력은 무엇입니까?△혁신의 거점인 포스텍 등 RD 기관과 사업성장의 거점인 포스코의 역량을 결합해 포항을 창조경제의 선도모델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와 연계해 현재 진행 중인 수중건설로봇 개발과 3D 프린팅 지원센터 구축이 사업화가 가능하도록 해야 하고,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인 국민안전로봇 등 미래 신사업도 계속 발굴해야 합니다. 강소기업 육성을 통한 창조경제를 실현해 영일만의 기적에 이은 제2의 도약을 이뤄내야 합니다.-새해를 맞아 포항시민에게 인사말씀 부탁드립니다.△지역경제가 어렵지만, KTX 포항~서울 직통선 개통을 계기로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맞게 됩니다. 문성리 새마을운동, 오도리 사방사업, 포항제철 건립 등 새로운 개척의 역사를 써낸 곳이 포항입니다. 그 빛나는 정신으로 환동해 중심도시, 미래 포항 100년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시민 모두의 힘을 모읍시다. 2015년 을미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D·신성장산업 육성 절실제4세대 방사광가속기 건설국민안전로봇 프로젝트 추진국가·일반산단내 기업 유치지역 경제가 어렵다. 과거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었던 포항제철, 포스코는 영광의 세월을 뒤로하고 흑막으로 숨어들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지역 전문가들은 “포스코에 의존하는 포항의 경제 역시, 어두운 터널에서 빠져나오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하는 것이 대부분이다.새누리당 박명재(포항남·울릉) 의원 등 정치인들 역시, “포스코에 의존하던 포항 경제를 RD와 신재생에너지 등 다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하지만, 박승호 전 시장 체제의 포항은 변화의 여지가 없어보였다. 제대로 된 중장기 계획이 수립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물론 `포항 2020`이라는 발전계획이 존재했지만, 전문가 그룹의 검증없는 주먹구구식 계획안이었다는 점은 포항시 관계자들도 인정하고 있는 사안이다.여기에 정부 과학벨트를 유치하겠다는 계획도 실패로 끝났으며, 설상가상 환동해의 허브로 만들겠다는 꿈은 울산과 마산 및 창원에 밀리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오는 2020년 완공되는 영일만항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미래를 장담할 수는 없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실제로 포항은 약점으로 단선적 산업구조로 경쟁력이 저하되고 연구성과의 상용화 부족과 지식기반 서비스 기능이 취약하다고 분석되고 있다. 또 수도권 집중 심화와 도시간 무한경쟁 등으로 인해 차별화된 노력없이는 단순한 철당도시로 전락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그렇다면, 미래 10년을 바라보는 포항의 먹거리는 무엇으로 삼아야 할까.지난해 6월 취임한 이강덕 시장은 민선 6기의 포항을 `함께하는 변화, 도약하는 포항`으로 잡고 △물류·첨단산업 중심 창조경제도시 △시민이 건강하고 안전한 행복도시 △조화롭고 살기좋은 녹색 환경도시 △품격이 넘치는 열린 교육문화도시 △시민과 함께 발전하는 창의시정도시를 전략으로 삼았다. 그리고 이러한 계획을 올해 발주할 예정인 용역을 통해 `포항 2030`을 만들어 구체화시키겠다는 방침이다.포항시와 이병석·박명재 의원 등에 따르면, 미래 포항은 신성장동력산업 육성과 RD를 중심으로 하는 기업유치를 위한 산업단지 조성을 꿈꾼다.이를 위해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 건설을 올해안에 마무리할 예정이며, 지난해 예비타당성 대상사업으로 선정된 슈퍼이차전지 RBD창조생태기반구축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아울러 수중건선로봇과 국민안전로봇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바이오·금속 3D 프린팅 지원센터 구축도 주요한 계획으로 부상하고 있다. 또 기업유치를 위해서는 포항국가산업단지와 영일만 1~4일반산업단지 등이 구축되고 있으며, 포항융압기술 산업지구에 대한 경제자유구역 재추진으로 RD 특화 집적단지로 육성할 방침이다.▲ 박명재 국회의원“지역미래는 산업의 다변화에 달려 동해안 RD특구, 창조경제 기지”-지난 10년간 포항은 SOC분야에서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향후 포항이 지향해야할 사업은?△KTX 개통은 지역경제에 빛과 그림자가 될 것입니다. 아울러 머무는 관광을 위해 오천~장기~구룡포~호미곶~동해를 연결하는 호미반도 해양역사문화관광벨트 조성과 포항영일만복합관광단지 건설 등이 조속이 이뤄져야할 것입니다. 투자유치를 위해 포항이 기업하기 좋은 도시라는 이미지를 줄 수 있도록 `범시민기업사랑운동` 전개 등 친기업적 분위기 조성이 가장 필요할 것입니다.-포항은 미래동력 사업에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비책은 무엇인가요?△경북도와 포항·경주시가 공동 추진하고 있는 `동해안RD특구` 조성입니다. 2015년 올해 완공되는 제4세대가속기는 전액 국비로 조성되었기 때문에 국책기관으로 운용하는 게 가능하리라 봅니다. 특구로 지정되면 국가산업단지로 간주되어 공공인프라 지원이 용이하고, 연간 100억원 내외의 정부 차원의 자금이 지원되고, 연구개발 성과의 사업화와 기술창업을 통해 신성장동력이 되는 것은 물론 일자리를 창출하는 창조경제의 전초기지가 될 것입니다.-울산과 창원에 뒤지고 있는 항만 산업에 대한 대책은?△포항은 철강 의존도가 심하고, 여기에 철강산업의 사양화로 인해 발전이 더딘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포항은 이들 도시와 같이 대체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구축하는 일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이른바 트라이앵글 신성장동력을 구축해 포항 3.0시대를 열어나가야 합니다.-포항에 구비된 SOC를 기반으로 할 수 있는 포항의 미래 동력은 무엇입니까?△포항~울산 간 고속도로는 포화상태에 놓인 울산의 다양한 산업을 포항으로 유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이를 통해 국가산업단지 블루밸리를 동남권 부품소재 중심단지로 구축하여 포항의 미래동력으로 집중·육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대경권 해양관문이자 국제항만인 영일만항과 배후단지는 북방진출에 대비해 동북아 물류거점으로 육성하는 한편, 곧 출범하는 포항창조경제혁신센터는 청정에너지산업 육성과 첨단소재 클러스터 구축, 창의공작소 운영 등으로 강소기업 육성에 나서게 될 것입니다.-신년을 맞아 포항시민에게 말씀 부탁드립니다.△포항은 지금까지 포스코 함께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었으나 철강산업 사양화로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유치·육성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포항의 구성원 모두가 오늘의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하고, 새로운 50년을 내다보는 변혁기에 새로운 비전의 창출과 확고한 신념과 이상을 결의하고 실천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박순원기자
양띠해 새해아침 포항 영일대해수욕장과 호미곶광장, 영덕삼사공원 등에서 열린 해맞이 축제에는 15만 인파가 몰려 대성황을 이뤘다.지난해 12월 31일부터 1월 1일 아침까지 포항 과메기·영일대해맞이 축제에는 3만여명, 호미곶해맞이 축전에는 10만여명, 영덕 삼사공원 해맞이 축제에는 2만여명(경찰 추산)이 운집해 각자의 새해소망을 빌었다. 이날 경북매일신문이 주관한 과메기 축제의 일환으로 열린 달집태우기 행사가 새벽 6시30분부터 영일대해수욕장에서 펼쳐졌고, 이어 일출에 맞춰 소망풍선 띄우기와 일출 후 1만여명이 참여한 떡국 나눠먹기 행사가 과메기 축제장에서 열렸다. 호미곶 해맞이 축전에서는 오는 3월 개통되는 서울-포항간 KTX 직결선을 기념하는 퍼포먼스가 열려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특히, 31일 밤부터 열린 `거꾸로 가는 시계` 제막식에서 이강덕 포항시장이 개그맨 김원효씨에게 포항홍보대사로 위촉하는 행사가 열렸고, 일출 후 열린 `1만명 떡국 나누어주기` 행사에 참여한 관광객들은 따뜻한 떡국을 먹으며 추위를 달랬다.한편, 경북도 주관으로 열린 영덕 삼사해상공원 해맞이 축제에는 김관용 도지사, 장대진 경북도의장, 이희진 영덕군수 등이 참여한 가운데 새해를 맞는 경북대종의 장엄한 종소리가 33번 울려 퍼졌다.■해맞이축제 이모저모소망하는 것 모두 이뤄지길○…이날 영일대해수욕장에는 새로운 한 해를 염원하는 많은 이들의 소망을 하늘에 날려보내는 `소망풍선 띄우기` 행사가 마련돼 인기를 끌었다.시민 한은주(26·여·북구 양학동)씨는 “딱 세 가지를 빌었는데 하나는 가족들이 모두 건강한 것, 두 번째는 좋은 곳에 취업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며 “마지막은 멋진 남자친구를 사귀게 해달라고 빌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외국인들도 “해피 뉴이어”○…이날 호미곶해맞이광장을 가득 매운 수많은 한국인 틈에서 새해 일출을 보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이곳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이들은 붉게 물든 태양을 바라보며 희망찬 새해를 기원하는 한국인의 문화에 동참하기 위해 새벽잠을 아껴가며 이곳을 찾았다.켈리(32·여·미국)씨는 “한국에 온지 3년이 됐지만 해맞이를 직접 경험한 것은 처음이다”며 “다른 나라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색다른 문화를 직접 체험해보니 기분이 좋았다”고 웃어보였다. 셀카봉 인기는 2015년도 계속○…오픈마켓 3사 올해 인기상품, 미국 타임지 2014년 최고의 발명품 선정 등 `셀카봉`의 인기는 2015년 해맞이 행사에서도 여전했다. 을미년의 첫해가 솟아오르자 관람객들의 머리 위로는 수많은 셀카봉들이 함께 솟아올라 또 다른 진풍경을 연출했다. 셀카봉 속 카메라에 비친 새해의 일출은 관람객 각자의 새해소망을 담고 호미곶 해맞이 광장을 뜨겁게 달궜다.갑작스런 한파에도 마음은 36.5℃○…이날 경북 지역 곳곳에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호미곶의 아침최저 기온은 영하 5℃로 체감온도는 더욱 낮았다. 관광객들은 눈을 제외한 모든 신체부위를 외투와 담요로 꽁꽁 싸맸다. 두 명씩 짝을 이뤄 담요를 함께 두른 채 종종걸음으로 걸어가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경주에서 가족들과 함께 호미곶을 찾은 한소명(43·여)씨는 “몸은 춥지만 가족들과 함께 온기를 나누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해돋이를 기다릴 수 있어서 마음은 36.5℃이다”라고 말했다. 일출 더 잘 보려고 위험한 순간도○…떠오르는 해를 일찍 보려는 해맞이 객들이 안전을 무시하면서 아찔한 모습도 목격됐다. 예고된 일출 시간이 다가오자 해맞이광장 상생의손 인근은 발 디딜 틈 없이 붐볐고, 시야를 확보하려는 해맞이 객들은 행사장의 의자를 무단으로 들고 와 의자 위로 올라섰다. 일부 해맞이 객들은 화장실·편의점건물, 자동차 등 높은 곳으로 올라섰는데, 강한 바람 탓에 몸을 휘청휘청하면서 이를 지켜보는 사람까지 불안하게 만들었다.사진/이용선 기자/자치행정1, 2부·시민사회부/김기태·고세리·전준혁·김혜영·안찬규기자
19세기 서양에서 개발중심의 근대적 가치가 생존경쟁의 가치로 변모하면서 인간의 유대를 단절하고 공동체를 와해시키면서 붐이 일기 시작한 대안교육운동은 1921년 영국의 교육자 닐이 설립한 서머힐스쿨(Summerhill School)이 개교하면서 본격적으로 출발했다. 대안학교는 공교육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획일적인 기존 교육제도에서 탈피한 자유롭고 다양한 교육과정과 학습방법 도입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입시위주의 억압적인 교육에서 탈피해 보다 다양하고 자유로우며 자연친화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교를 대안학교라 부른다. 최근에는 `밥상머리 자녀교육`이라는 단어로 학부모들 사이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인성교육의 산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대안학교의 현실과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본다.한동대 글로벌학교 초·중·생 380명 교과과정 직접 선택 행복생태교육 실천 영천 산자연中, 개교 첫해부터 두각연간 학비 학교마다 천차만별… 일부 `귀족학교`로 오명미인가학교, 법적지위 불명확해 학습권침해 경우도 발생□ 대안학교란대안학교는 정규 공교육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가치관에 따라 학교를 운영하는 교육과정을 의미한다.현재 우리나라에서 운영되고 있는 대안학교의 형태는 크게 인가, 미인가 2개 과정으로 구분된다.제도권 학생들처럼 졸업할 경우 학력이 인정되는 인가 대안학교와는 달리 미인가 대안학교는 졸업을 하더라도 검정고시를 치러 학력을 취득해야 한다.대안교육의 각종학교는 특성화중·고등학교에 비해 설립요건이 비교적 쉬운 편이며 교육과정도 국어와 사회 과목의 50% 이수요건만 충족하면 졸업이 가능하는 등 보다 자율성이 보장된다.교육부에 따르면 2014년 현재 전국의 인가 대안학교는 총 60곳(각종학교 24곳, 특성화중 12곳, 특성화고 24곳).미인가 대안학교는 제도권 밖 민간교육시설에서 교육을 진행하며 정규학교와는 차별화된 교육과정을 통한 교육을 실시하는 비정규 상설 대안교육시설을 지칭한다.교육부에 따르면 2014년 현재 전국에 미인가 대안학교 170곳에 2천345명의 교사와 6천762명의 학생이 몸을 담고 있다.이같은 숫자는 조사에 응하지 않은 학교 60여곳을 제외한 것으로 실제로는 230곳이 넘는 미인가 대안학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북 2곳 대안학교 두각대구·경북지역에는 대안학교가 총 6곳(각종학교 4곳, 특성화고 2곳)으로 전체의 10%에 이르는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지역의 대표적인 대안학교로는 1995년 포항의 한동대학교가 설립한 한동글로벌학교. 외국교수들의 자녀교육을 위해 한동국제학교라는 명칭으로 운영된 이 학교는 설립 후 10여년간 미인가 대안학교 형식으로 운영돼 오다 2011년 3월 교육부로부터 정식 인가를 받았다.현재 초등학생 106명, 중학생 128명, 고등학생 146명 등 총 380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며 초등학교에 입학할 경우 졸업시까지 12년 동안 재학해야 한다. 수업은 80% 이상이 영어로 진행되지만, 한국인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국어와 사회교육은 한국어로 가르치고 있다.국·영·수를 비롯한 교과 이외에도 음악, 미술, 체육 등 예체능 교육에도 힘을 쓰는데 중등교육부터는 선후배와 함께 섞여 수업을 하고, 대학처럼 교과를 자신이 직접 선택한다.경북의 또다른 대안학교는 영천 산자연중학교. 이 학교 역시 교육부 인가를 받은 대안학교다.이 학교는 2003년 캠프학교인 오산자연학교로 개교한 뒤 미인가 대안학교의 장점을 살려 10여년 동안 공교육에서 펼치지 못했던 학생 중심의 행복생태교육과정을 계발해 교육하고 있다.이후 2014년 교육부로부터 대안교육 각종학교로 정식인가를 받은 이후 전교생 30명에 불과한 작은 규모에도 불구, 정식개교 첫해부터 전국 별빛문학제, 화랑문화제, 발명 아이디어 그리기대회 등 각종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 다양한 만큼 문제점도 많아대안학교는 그 형태와 종류가 다양한 만큼 해결해야 할 문제점도 많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미인가 대안학교 중 54곳이 연간 학비가 1천만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조사결과 입학금, 수업료, 기숙사비, 급식비를 포함해 학생 1명이 한 해 동안 부담해야 하는 학비는 평균 620만7천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액수는 서울시교육청의 일반고 연간 수업료 기준인 175만원의 3.5배에 달한다.더욱 큰 문제는 학교마다 소요되는 학비가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일부 대안학교는 2천만원이 넘는 고액의 학비를 학생에게 부담토록 하고 있어 `귀족학교`라는 오명을 쓸 정도다. 반면 탈북학생이나 미혼모 등 사회적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시설은 수업료를 아예 받지 않거나 연간 부담금이 250만원에도 미치지 않는다.교육부는 지난해 이같은 문제점을 파악하고 뒤늦게 법 제정에 나섰다.가칭 `대안교육시설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법적 근거없이 운영되고 있는 대안교육시설에 대해 `등록제`를 도입할 방침이다.하지만 이 제도를 도입한다해도 이 문제가 쉽사리 해결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행정·재정적 지원 불분명인가 대안학교 중 대안교육 특성화중·고등학교는 전문계 특성화학교와 동일한 법적 지위를 지니기 때문에 대안교육기관으로서의 본질적 역할과 기능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반면 학교 지원사업에서도 일반학교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교육부가 지원하는 사업을 신청하는데 적지 않은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미인가 대안학교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상당수 학교가 학비를 학생들에게 부담시키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건강 및 안전에 대한 보장시스템이 상대적으로 미비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사고발생시 학교안전공제회 보상을 받을 수 없으며 학교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스쿨존, 학교정화구역 지정 등을 통한 학생 안전지원도 현재로서는 불확실하다.포항지역의 한 교사는 “대안학교에 대한 법적인 지위가 명확히 설정돼 있지 않아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받고 있다”며 “이제는 대안학교도 제도권 내 학교처럼 명확한 규정과 제도를 마련해 책임을 다하도록 하고 이에 걸맞는 지원책도 강구돼야 한다”고 전했다./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