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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학교비정규직 파업, 학생을 볼모로 하나

공립 초중고교에서 9일 급식 대란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국 공립 초중고교의 급식조리원들이 하루 총파업 돌입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번 파업에는 급식조리원뿐 아니라 행정실무사와 청소원, 초등돌봄교사 등 공립학교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참여한다. 전국 공립 초중고교 비정규직 근로자 15만여명 가운데 노조원은 3만5천여명으로 추산된다. 학교 비정규직노조 연합체에 의하면 파업 투표는 91%의 찬성률로 가결됐다고 한다. 파업이 현실화하면 급식은 물론 초등돌봄 활동이나 통학버스, 체육수업 등도 타격이 예상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교육 당국과 일선 학교가 노심초사하는 문제는 바로 급식 차질이다. 2만명을 웃도는 급식 종사자 중 상당수가 파업에 동참하면 정상 급식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예측으로는 전국 4천여개 학교가 파업의 영향을 받고, 이중 500여곳은 급식 차질이 우려된다. 교육 당국은 급식 중단사태에 대비해 도시락 지참을 권장하는 가정통신문 발송 등 비상대책 마련을 일선 학교에 지시했다고 한다. 문제는 가정형편상 도시락을 싸오기 어려운 학생들이다. 아예 점심을 거르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급식조리원을 비롯한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파업을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노조 측이 2차 총파업을 예고했다는 점이다. 호봉제 도입, 일선 학교장이 아닌 교육감의 직접고용,`교육공무직` 법안 제정 등 요구 조건을 무시하면 다음 달에 2차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한다. 파업이 빈번해지면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특히 급식 외에는 점심을 때울 수단을 찾기 어려운 저소득층 학생들이 피해를 입게된다. 언론보도로는 학교 비정규직 노조 측은 지난 7월 교육과학기술부와 각 시도교육청에 직접 단체교섭에 나서도록 요구하면서 총파업 불사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단체교섭권자는 학교장이 아니라 교육감이라는 노동부의 유권해석과 노동위원회의 판단에 근거한 것이다. 하지만, 교과부와 일부 시도교육청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고 한다. `학교 비정규직 사용자는 학교장`이라는 법원 판례를 내세워 사법적 판단을 구하고자 하는 것 자체를 나무랄 일은 아니다. 문제는 교육 당국의 자세가 지나치게 안이했던 것 아니냐는 점이다. 소송과는 별개로, 이미 총파업이 예고된 상황이었던 만큼 급식 차질이 자칫 현실화할 수 있는 데도 사실상 내버려둬 왔다는 비난을 받을 만하다. 노조 측이 설마 학생들을 볼모로 실제 파업을 벌이기야 하겠느냐고 생각한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어떻든 학생들이 노사 문제를 둘러싼 대립과 갈등의 볼모가 돼선 안된다. 노조와 교과부 및 각 시도교육청이 대화로 해법을 찾아내길 촉구한다.

2012-11-09

서비스산업, 신성장 원동력 가능하다

국내 서비스산업 대표단체 32곳이 모여서 만든 서비스산업총연합회가 대선 후보들에게 서비스업 도약을 위한 정책방향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수십년동안 역차별을 받아온 서비스산업을 일자리 창출과 수출 및 내수 활성화를 이끌 원동력으로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료와 관광, 금융, 교육, 정보기술, 유통, 물류, 방송통신 등을 망라한 서비스부문은 재정이나 세제, 인력, 인프라 등에서 제조업보다 차별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정부가 서비스산업 대책으로 2008년 이후 20차례에 걸쳐 830여건의 정책과제를 내놨지만 규제완화나 지원은 달라진게 없다고 한다. 서비스산업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 고용 비중은 70%에 이를 정도로 우리 경제를 지탱해 주는 핵심 축이다. 고용창출 효과는 제조업보다 2.3배나 크다. 하지만 고용내용을 들여다보면 영세 자영업자가 몰려있는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 고용의 질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임금 등을 기준으로 정한 양질의 일자리가 서비스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스위스 57%, 일본 29%보다 한참 뒤떨어진다. 1인당 생산성도 제조업이 8천500만원 정도인데 비해 서비스업은 절반에도 못미치는 3천900만원 가량이다. 역설적이긴 하지만 서비스산업을 고부가가치화 하면 질 좋은 일자리와 생산을 늘릴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서비스산업은 성장을 제조업 수출에만 기대는 기형적인 경제구조를 개선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 일본 등의 양적완화에 따른 환율전쟁으로 촉발된 원화 강세는 수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선진국의 새로운 무역장벽과 개도국의 추격도 큰 부담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비스산업의 국제 경쟁력이 강화되면 수출구조가 제조업과 특정지역 중심에서 다변화하고, 환율같은 외부환경 변화에도 요즘처럼 들썩이지 않을 것이다. 우리 서비스 수지가 1990년 이후 적자가 작년 43억달러를 포함해 1천억달러가 넘는 현실을 더 이상 보고만 있어서는 안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16년까지 경제성장율을 연평균 3.5%로 예측해 `L`자형 장기불황을 예고했다. 경제활성화에 시급한 청년실업과 기업투자 등은 나아질 기미가 없다.출구는 서비스산업에서 찾아야 하고, 핵심과제는 규제완화다. 서비스산업 대책은 규제 제거에 따른 불이익을 우려한 이익단체와 정치권의 반대에 번번이 발목이 잡혀왔다. 정부가 내놓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18대 국회에서 폐기됐고, 19대 들어서도 논의되지 않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900만 서비스산업 종사자들의 목소리를 허투루 듣지 말고 법과 제도 개선에 즉각 나서야 한다.

2012-11-08

고3 수험생들의 새로운 도전

201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8일 전국 85개 시험지구 1천191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치러진다. 올해는 전년 대비 2만5천109명이 감소한 66만8천522명의 수험생이 전국에서 시험을 본다. 경북은 도내 8개 시험지구 69개 고사장에서 2만6천209명, 대구는 53개 시험장에서 3만5742명이 응시했다. 수험생들은 적게는 3년, 길게는 12년을 형설지공의 피나는 준비를 해왔고, 마침내 오늘 수능시험에서 모든 승패가 판가름난다. 학업의 결실을 단 하루 만에 심판받는다는 사실이 억울할 수 있으나 인재등용을 위한 공정한 평가 잣대를 적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고 보면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옛날에는 과거제도라는 인재등용문이 있었고, 현대사회는 인재등용의 첫 관문으로 대학입시가 있다. 1954년 대학정원의 140%를 `국가연합고사`로 선발한 뒤 본고사를 치르는 대입전형이 출발점이다. 오늘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여러 차례 제도보완을 거쳐 지난 1994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입학사정관제도와 고교내신성적, 대학별고사 등 다양한 입학전형방법이 이용되고 있으나 수능은 여전히 대학입학자격검사에서 가장 중요한 평가자료로 활용된다.명문대학 진학이 곧 사회적인 성공이란 등식이 지배하고 있는 우리나라 학력위주 사회구조 속에서 수능 고득점은 명문대 혹은 원하는 대학 진학을 통해 인생의 진로나 사회적 성공을 결정짓게 된다. 이 때문에 고3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수능시험에 `올인`하고, 온 나라가 여기에 관심을 쏟는다. 수능시험을 끝으로 수험생은 물론 자녀를 위해 모든 것을 인내하며 헌신적인 뒷바라지를 해 온 학부모와 교사들도 수능 압박감에서 해방된다. 그렇지만, 수능시험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일 뿐이다. 수험생들은 수능시험보다 더 혹독하고 냉엄한 현실과 맞닥뜨려야 한다. 우선 수능점수 발표를 통해 자연스럽게 서열이 매겨지는 비정한 사회를 경험해야 한다. 높은 점수를 얻어 소위 말하는 명문대학 진학의 꿈을 이룬 학생도 있겠지만, 대다수는 실패의 쓰라림과 좌절감, 상실감을 곱씹어야 하고, 주위의 따가운 눈총도 감당해 내야 한다. 자신이 얻은 수능 성적표를 놓고 진학할 대학과 학과선택, 인생의 진로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도 해야 한다.수능결과에 자만해서도 안되지만 실패했다고 낙담할 필요도 없다. 수능 고득점이 반드시 성공을 보장해 주는 것도, 수능에 실패했다고 인생의 낙오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사회에 첫 걸음을 내딛는 수험생들은 긴 인생 여정의 출발선상에 서 있는 것과 같다. 수능 점수와 자신의 소질 등 주어진 여건에서 목표를 세우고 힘차게 도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울러 각자에게 가장 유리한 최적의 대입전략을 수립, 목표했던 대학 합격의 기쁨을 누릴 수 있기 바란다.

2012-11-08

기업본사이전에 국회의원이 왜 뛰어드나

지난 해 말 포스코가 인수한 성진지오텍 본사의 포항이전에 울산지역 국회의원이 반대하며 압박하고 있어 논란을 빚고있다. 울산 남구갑지역구인 새누리당 이채익 국회의원이 지난달 24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성진지오텍 본사의 포항이전에 반대하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포스코를 압박했다는 게 요지다. 이 의원은 국정감사장에서 박기홍 포스코 부사장을 증인으로 채택해 성진지오텍 본사 이전에 대한 울산시민들의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고 한다.이 의원은 이날 “성진지오텍은 울산의 최대 향토기업으로서 연간 4천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3천여명에 달하는 종업원 가족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런 향토기업의 본사를 포항으로 이전하는 것에 대해 울산상의를 중심으로 110만 시민이 서명을 하고 항의를 하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우회적으로 이전 반대주장을 폈다. 그는 이어 “본사를 공장이 있는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은 시대적 추세인데도 불구하고 본사를 포항으로 이전하려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또 울산광역시와 울산상의를 비롯해 전 시민이 대대적인 서명작업을 벌이고 있다면서 이런 내용을 꼭 정준양 회장께 보고해 본사가 울산을 떠나지 않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는 것이다.이에 대해 박기홍 포스코 부사장은 “서명 사실은 몰랐다”며 “성진지오텍은 포스코플랜텍과 합병을 검토하고 있는데, 본사가 각각 울산과 포항에 있다보니 앞으로 본사 소재지를 어떻게 할지 협의를 하고 있다”고 완곡한 대답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울산지역 국회의원 입장에서는 지역구내 중견기업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데 대해 섭섭한 마음이 있을 것이란 점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자본주의 경제하에서 기업은 경제논리로 움직이는 게 너무나 당연하고, 여기에 정치논리가 끼어들어서는 효율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더구나 포스코는 이미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서 포스코플랜택과 합병하기로 내부적으로 결정한 상태인데, 국회의원이 울산지역 여론을 등에 업고 기업의 경제활동의 일환인 본사 이전여부를 강요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특히 지역구 국회의원이 국정감사장에서 자신의 지역구 민원해결 차원에서 기업의 CEO를 증인으로 채택해 이전방침 철회를 요구하며 압박을 가하는 것은 권력남용이란 비판을 받을 수 있다.포항지역 상공계에서도 이같은 소식에 우려의 뜻을 비치고 있다. 최병곤 포항상의 회장을 비롯한 지역 상공인들은 “이런 문제는 어디까지나 대주주인 포스코의 뜻을 존중해야 하며, 정치논리가 아니라 경제논리로 풀어야 할 사안”이라고 꼬집었다. 포스코도 성진지오텍 본사이전 문제에 관한 입장을 빨리 확정·발표함으로써 이 문제가 더 이상 논란거리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2012-11-07

외국인학교 입학비리 엄단해야

검찰이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사건과 관련, 재벌가 며느리 등 47명을 한꺼번에 기소해 화제다. 지방 유력기업가의 며느리인 권모(36)씨는 총 1억원 가량을 주고 여권 등 입학 관련 서류를 위조해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입학시킨 것으로 드러나 구속됐다. 검찰이 이번 수사에서 적발한 사례가 모두 9개 학교 56건에 달한다니 외국인학교 부정입학이 상당히 널리 퍼져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법처리 대상자들이 재벌가 인사, 대기업 대표나 임원, 중견기업체 경영인, 의사 등으로 대부분 부유층이나 상류층이라니 서민들에겐 맥빠지는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검찰의 외국인학교 입학 비리 수사에 커다란 사회적 관심이 쏠린 이유는 이 사건이 우리 사회 부유층 일각의 빗나간 교육열과 도덕적 해이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자식만큼은 어떻게든 좋은 교육을 시켜 남부럽지 않도록 잘 살게 하고 싶은게 우리 부모들의 한결같은 소망이다. 그런데 일부 부유층은 거액을 써 자녀들을 편법으로 외국인학교에 보냈다니 정말로 부당하고 불공평한 일이다. 외국인학교에 내국인이 입학하려면 일정기간 외국 거주 등의 엄격한 조건을 갖춰야 한다. 그런데도 돈을 주고 서류를 위조해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보낸건 사회적 반칙이자 범법행위다. 돈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목적을 위해서는 법을 어기는 것도 별 문제 아니라는 부유층 일각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가 더욱 큰 문제다. 일부 학부모는 아프리카나 중남미 국가의 가짜 시민권 증서를 발급받아 국내에서 국적상실 신고까지 마치고, 자녀를 부정 입학시켰다니 어처구니가 없다.그러잖아도 부잣집 자녀일 수록 좋은 대학에 가는 현상이 심화됐다는 소식에 서민들은 우울하다. KDI 보고서에 따르면 몇년 사이 서울지역 학생, 그 중에서도 강남 3구 학생들이 서울대에 가는 비율이 지방과 비강남지역 학생들에 비해 현저히 높아졌다고 한다. 부모의 소득과 직업이 최고 수준인 학생의 서울대 진학률은 최하위 가정보다 17배나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인학교 입학 비리는 이처럼 심각한 지역·계층간 불균형을 더욱 부채질하는 파렴치한 반칙이다. 부잣집 자식은 더 좋은 지역에서 더 비싼 과외를 받는 것도 모자라 편법으로 외국인학교에 다닐 수 있다면 공정사회는 뿌리째 흔들리고 말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외국인학교 입학 비리는 단순한 법규 위반을 넘어 공정사회 구현 차원에서 엄정하게 다뤄야 한다. 이같은 사회적 반칙이 더는 자행될 수 없도록 규제와 감시를 강화하고, 외국인학교 입학을 부추기는 브로커나 검은 조직이 있다면 모조리 찾아내 척결해주길 바란다.

2012-11-07

대선 후보 TV토론 왜 안하나

18대 대통령 선거가 40여일 앞으로 다가왔으나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 간의 TV토론이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고 있다. 세 후보 측은 TV토론 무산 및 연기의 책임을 상대 후보에게 떠넘기느라 바쁜 모습이다. 이런 분위기라면 후보등록 이후 중앙선관위 주최로 세 차례 의무적으로 열리는 법정토론회 말고는 아예 TV토론회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1997년 대선 때 후보 대상 TV토론회 54회, 2002년 후보단일화 토론과 법정토론을 합쳐 TV토론 27회, 2007년에는 후보 대담·토론 11회였던 것과 사뭇 대비가 된다.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당장 13~15일로 예정됐던 순차적 개별토론 형식의 KBS TV토론이 무기한 연기된 것을 두고 세 후보 측은 설전을 벌이고 있다. 문, 안 후보 측은 박 후보의 불참 통보 때문이라고 주장했으나, 박 후보 측은 “두 후보가 먼저 하고, 우리가 하는 방법이 있다는 의견을 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현재 문 후보는 모든 형식의 토론에 응하겠다고 밝힌 반면, 박 후보 측은 야권 후보단일화 문제가 정리되지 않으면 3자 토론에는 응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만둘지도 모를 후보와 토론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지만, 2대 1 토론이 부담스럽기 때문인 듯하다. 안 후보 측도 문 후보와의 양자토론에는 소극적이라고 한다.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낮은 후보는 만회를 위해 TV토론에 적극적이고, 지지율이 높은 후보는 최소한 현상유지를 하고자 TV토론에 소극적인 것은 그다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각 후보 진영에서 TV토론 참석을 놓고 면밀하게 득실 계산을 하는 것을 무작정 나무랄 일은 못된다.하지만,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지겠다고 나선 정치지도자들이 보여줘야 할 자세는 아니다. 토론에 소극적인 모습에서 유권자는 후보들이 스스로 내세운 공약과 정책에 정통하지 못하거나 자질 검증과 관련해 뭔가 해명하기 곤란한 부분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무엇보다 자신의 미래를 맡길 국정 최고 책임자를 선택하는 중차대한 선거인데도, 유권자에게서 세 후보를 비교·평가할 기회를 박탈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유권자는 세 후보를 비교하면서 그들의 국가운영 비전과 철학, 정책, 자질 등에 관해 더 많은 정보를 알 권리가 있다.이런 점에서 TV토론 참석은 유력 대선 후보들에게는 선택사항이라기보다는 유권자에 대한 의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누구나 소통을 외치는 21세기에 자신들이 편한 방식으로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일방통행식 행태야말로 과거로 회귀하는 구태라고 하겠다. 대선후보들은 더 이상 구구한 변명을 대지 말고, 즉각 TV토론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2012-11-06

원전에 `위조부품`이 웬말인가

국내 원자력발전소에 품질검증서를 위조한 부품이 대량 공급됐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원전부품 공급업체 8곳이 외국기관에서 발급하는 품질보증서를 위조해 한국수력원자력에 납품했다고 한다. 원전은 사고 발생시 국가적인 재앙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당국은 이들 부품이 사용된 영광 5·6호기를 가동 중단중단하고, 해당 부품 교체에 착수했다고 한다. 원전 안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미 인류는 원전사고의 엄청난 피해를 여러차례 경험했다. 대형 사고가 났던 미국 드리마일과 옛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비롯해 최근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보면 원전사고는 수십년이 지나도 회복이 어려운 상흔을 남긴다. 문제의 부품은 퓨즈, 스위치 등 수시로 교체하는 소모품이라고 하지만 이번 사태를 가볍게 보아서는 안된다. 원전은 무엇보다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안그래도 올해는 원전 고장이 유난히 잦아 국민의 불안이 높아가는 참이었다. 국내 원전은 올해들어 최근까지 모두 9차례 가동을 멈췄다. 가동중단 일수는 모두 58일에 달한다. 국내 원전이 23기인 점을 감안하면 1기당 평균 2.5일간 가동을 중단한 셈이다. 작년에는 같은 기간(1~11월 초) 모두 5차례 고장이 발생했고, 가동중단일수는 24.5일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고장 건수와 가동중단 일수 모두 늘어난 것이다.해당 업체들은 원전에 사용하는 안전성 품목을 구하기 어려울 때 기술평가와 성능시험을 거친 일반 산업용 제품을 인정하도록 한`일반규격품 품질검증제도`를 악용했다고 한다. 한수원은 이 과정에서 해외 품질검증기관에 검증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별도의 인증을 받는데 필요한 경비를 아끼려고 검증서를 위조한 업체가 1차적으로 문제지만 한수원 직원들이 고의로 해외품질검증기관에 인증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것은 아닌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영광 5·6호기의 가동 중단으로 당장 겨울철 전력수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당국은 올해 11~12월 예비전력을 275만~540만KW로 예상했지만 월성 1호기가 지난달 29일 발전을 중단한데 이어 이들 원전이 연말까지 가동을 중단하면 예비전력이 200만KW로 떨어지게 된다. 영광 원전 5·6호기가 내년에도 가동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면 예비전력이 30만KW에 불과한 상황이 초래된다. 최악의 경우 전국적인 블랙아웃(정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계획대로 열병합발전소 준공시점을 2개월 정도 앞당기고, 공공기관의 비상발전기를 모두 동원하더라도 다른 화력이나 원자력발전소에서 예상치 못한 고장이 발생하면 예비전력이 더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당국의 철저한 사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012-11-06

본질 벗어난 `여성성` 공방 그만둬야

대통령 선거를 한달 보름 남짓 앞두고 `여성 대통령`논란이 일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 측의 `여성대통령론`을 놓고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번갈아 기자회견을 열면서 공방을 벌이고 있다. 박 후보는 최근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변화이자 정치쇄신”이라고 말해 논란에 불을 붙였다. 박 후보는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 남성이었는데, 주변 권력 다툼과 부패 등을 반복하며 국민이 바라는 희망을 이루지 못했다”면서 “여성리더십은 세계적인 추세이고, 이제는 우리나라에도 어머니 같은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중앙선대위 여성위원회는 “박 후보는 여성 대통령의 덕목인 평등·평화 지향성·반부패·탈권위주의와는 거리가 먼 후보”라면서 “박 후보는 개인 여성이지만, 여성을 비롯한 약자를 살리고 포용하는 삶을 살지 않았고, 그런 정치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여성의원들은 “아직도 여성의 사회참여가 부족한 대한민국에서 여성이 최고의 리더로서 탄생한다는 것 자체보다 더 큰 정치변혁은 없다”고 지원사격에 나섰다. 대선을 앞두고 여성 후보가 여성 대통령의 탄생에 의미를 부여하고, 다른 후보 진영이 그런 의미 부여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본질에서 어긋난다. 특히 `여성 대통령` 논란이 개인의 여성성에 대한 공방으로 이어지는 것은 더욱 모양새가 나쁘다. 민주당측은 “박근혜 후보가 단지 XX염색체를 가진 생물학적 여성 후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남북대결주의, 측근부패, 편협한 과거사 인식과 비합리적 리더십을 볼 때 여성정치지도자에게 기대하는 바를 전혀 충족시키지 못하는 후보라는 것이 민주당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의 정몽준 공동선대위원장은 “생물학적으로만 여성이다, 염색체만 여성이다 하는 것은 박 후보와 여성에 대한 시대착오적 인권모독이자 인권유린”이라고 주장했다. 차가운 이성으로 정책 대결을 벌여야할 대선판이 후보 개인의 여성성을 둘러싼 감정적인 공방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대선에서 정책 외에 비본질적인 문제들에 대한 논란이 너무 확대되는 것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어느 후보 개인의 여성성에 대한 문제도 대선의 본질적인 문제와는 많이 동떨어진 주제다. 박 후보 역시 당초 `여성 대통령론`을 얘기할 때 어떻게 여성들을 위한 정책을 펴겠다는 `공약`을 유권자들에게 제시했어야 한다. 여성이 당선되는 것이 왜 정치쇄신인지에 대한 설명도 부족했다. 민주당은 `XX염색체` 운운하며 박 후보의 여성성을 공격하기보다 여성 정책 공약이 어떤 점에서 잘못됐는 지를 지적했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여야는 이제부터라도 이 시대의 과제가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며, 누가 더 현명한 해결책을 갖고 있는 지 논쟁을 벌여주기 바란다.

2012-11-05

포스코 패밀리사의 고군분투

포스코가 3분기 영업이익이 다소 떨어지면서 1조 클럽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맛봤다. 애초부터 예상됐던 결과로 보여진다. 옛말에 `형만한 아우가 없다`라는 말이 있다. 요즘 의기소침해 있는 `형님(포스코)`을 `아우(패밀리사)`들이 위로하고 있다. 포스코패밀사들이 요즘 말 그대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3분기 실적도 그런대로 괜찮다. 비록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두 자릿수 감소라는 부진한 실적을 거둔 계열사도 있지만 포스코특수강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선방했다. 대우인터내셔널, 포스코ICT 등은 좋은 성적표를 냈다. 최근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포스코그룹 6개 계열사의 올 3분기 총 매출은 15조7천59억원, 영업이익은 9천310억원을 냈다. 지난해 3분기 매출 14조2천140억원, 영업이익 1조1천686억원에 비해 매출은 9.5%, 영업이익은 20.3% 감소했다. 세계적 불황속에서 거둔 실적치고는 괜찮은 것이다. 인수 후 모기업 포스코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던 대우인터내셔널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대우인터내셔널은 글로벌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3분기에 51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전년동기에 대비해 무려 200배가 넘는 액수라고 한다. 대우인터내셔널은 3분기에 매출액 4조5천800억원, 영업이익 514억9천900만원을 달성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현재의 실적에 만족하지 않고 내년이후 매출액 15조원 이상을 목표로 설정하는 등 `천덕꾸러기`신세를 면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포스코ICT의 활약도 돋보인다. 포스코ICT는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3분기 3.7%에서 올 2분기 5.4%, 3분기 6.1%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올 3분기 매출액은 2천391억원, 영업이익은 145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매출은 15.5%, 영업이익은 무려 145%나 증가했다. 포스코켐텍도 최선을 다했다. 포스코켐텍은 3분기 매출액 3천197억원, 영업이익 239억원으로 매출은 소폭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20% 넘게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만해도 영업이익률이 10.4%였으나 올해 2분기 8.1%, 3분기 7.5%로 하락했다. 포스코엠텍도 선방했다. 올 3분기 매출액 1천521억원, 영업이익 51억4천만원으로 영업이익률 3.3%를 기록했다. 2분기 3.9% 보다는 소폭 하락했지만 작년 3분기 2.8% 보다는 0.5%p 상승했다. 문제는 포스코특수강이다. 포스코특수강은 올 3분기 매출액 3천548억원, 영업이익 16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은 13.5% 영업이익은 58.3%나 감소했다. 올 연말 또는 내년 상반기중에 상장해야 하는데 걱정이다.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포스코가 건재할 수 있는 것은 이런 든든한 아우들을 두고 있기 때문. 그래서 포스코의 미래가 밝은 것이다. 고군분투하고 있는 포스코패밀리사에 박수를 보낸다.

2012-11-05

경북도, 투자유치 최우수상 축하

경북도가 1일 `2012 외국기업의 날` 행사에서 전국 외국인투자유치 최우수기관상인 대통령상을 받은 것은 높이 평가할만하다. 투자유치 최우수기관상은 전국 17개 시·도 광역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외국인투자유치실적, 투자유치기반조성 등 환경개선 노력과 프로젝트 수행 실적 등을 종합 평가해 결정됐다고 한다. 재선의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민선 4기인 2007년에 이어 두 번째로 이 상을 수상해 `투자유치의 달인`이라는 이름도 얻게 됐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민선 5기 출범 첫해인 2010년 7월부터 `투자유치 20조원 달성`과 `일자리 창출 22만 개`를 도정의 최우선 과제로 내걸고 뛰어왔다. 그 결과 2년 3개월 만인 지난 9월 말 현재 투자유치 공약 금액 20조원의 68.6%인 13조 7천261억원을 달성했으니 참으로 대단한 성과를 거둔 셈이다.특히, 올해 투자유치 목표액 5조1천억원의 90.8%인 4조 6천320억원을 달성한 것은 더욱 높이 평가할 만하다. 대외적으로 유럽의 경제위기 등 세계적인 경기불황과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의 불안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대내적으로 기업의 수도권집중화, 국내기업 해외투자 확대 등으로 투자유치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룬 성과이기 때문이다. .경북도가 이처럼 투자유치 최우수기관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투자유치를 위한 조직적인 지원체계를 잘 구축하고, 도지사를 비롯한 관련 공무원들이 한마음으로 뛰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북도는 민선 5기 출범과 동시에 `투자유치본부`와 `일자리경제본부`의 투톱 체제로 조직을 개편하고, 기존 투자유치과를 투자유치단으로 격상했다. 투자유치단장도 발상의 전환을 위해 외부공모를 통해 민간전문가를 영입했다. 지난해 1월에는 국내외 투자기업들에 대한 신속한 정보수집과 발 빠른 대응을 위해 KOTRA IKP(Invest Korea Plaza) 건물에 `경상북도 투자유치 서울센터`도 열었다. 또 전국 자치단체로는 유일하게 지난 2007년부터 `경상북도-KOTRA 협력사업`을 추진, KOTRA 해외무역관 12개소를 거점무역관으로 정하고 뛰어왔다.투자유치기업에 대한 A/S도 확실하게 챙겼다. 도와 시·군에서 투자유치한 기업에 대해서는 해피모니터 위촉, 투자유치기업 임직원 대상 간담회 및 워크숍 개최, 방문 프로그램 및 소규모 숙원사업 지원 등을 통해 30여건의 기업 애로사항을 해결해 줬다. 앞으로 투자유치 분야를 제조업 위주에서 관광·레저, 금융, 물류, 보건의료 등 지식서비스업 등으로 업종을 다양화해나가고, 투자금액 위주에서 고용창출이 많은 기업을 중점 유치하기로 했다는 방향도 제대로 짚은 것으로 보인다.김관용 경북도지사와 경북도 투자유치 관련 공무원들의 선전에 축하와 격려를 전한다.

2012-11-02

대선 목전에 개헌론 등은 정략적 소산

대선을 목전에 두고 투표시간 연장과 `먹튀방지법`, 개헌론 등 진지한 고민과 밀도있는 토론이 필요한 사안들이 불쑥 등장해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이들 문제는 당위론적 측면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할 정치담론이다. 하지만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서 여야의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제기되고 있는 듯한 상황전개는 유감이다. 특히 투표시간 연장과 대선후보의 중도사퇴시 정당 국고보조금을 환수하는 내용의 `먹튀방지법`은 게임의 룰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이어서 콩 구워먹듯이 `빅딜`의 대상으로 다뤄질 문제는 아니다.이런 이유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투표시간 연장법안`과 `먹튀방지법안`을 일괄 처리하자는 새누리당의 제안을 전격수용한 것은 불필요한 소모전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설마하면서 던진 제안을 문 후보가 덥석 받았으니, 앞으로 새누리당은 치고빠지기, 민주당은 여론전으로 대응하면서 소중한 시간을 허비할 가능성이 커보인다.문 후보는 민주당에 지급되는 국고보조금 150억원을 희생하는 담대한 결단을 내렸다고 주장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명색이 완전국민경선제에서 승리한 제1야당의 후보가 중도사퇴를 전제로 한 `먹튀방지법안`을 수용하겠다는 건 어딘지 어색하다. 물론 투표시간 연장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이겠지만, 오히려 “중도사퇴는 결단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선언하고, 새누리당의 역제안을 무시하는 게 옳은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야권후보단일화 과정에서 “민주당이 150억을 날릴 판”이라며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양보를 압박하려는 심산이라면 번지수를 잘못 찾은`꼼수`로 비난받을 소지도 있다. 투표시간 연장과 `먹튀방지법`은 일개 대선후보의 결단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공청회 등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그 토대 위에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입법이 진행돼야 한다.대선후보 진영의 개헌론도 순수성이 의심스럽다. 이른바 `88년 체제`로부터의 전환이라는 관점에서 개헌, 특히 권력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정치권 안팎에서 줄곧 제기돼 왔다. 이런저런 이유를 들며 미적대던 대선후보들이 큰 틀에서 4년 중임 및 정·부통령제 도입을 위한 개헌에 군불을 때는 모습에선 정략적 냄새가 풍긴다. 새누리당은 야권후보단일화를 물타기 위한 `이슈 파이팅`의 소재로, 야권은 권력분점을 앞세워 후보단일화의 지렛대로 활용하기 위해 개헌 카드를 만지작거린다는 지적이다. 개헌문제 역시 대선과 같은 `전시(戰時)`가 아닌 평시에 논의되는 게 바람직하다. 표를 위해서라면 모든 걸 다걸겠다는 무원칙과 무모함은 정치에 대한 냉소주의를 키울뿐이다. 정치권의 냉철한 자성을 촉구한다.

2012-11-02

장애인·치매 환자의 비극 이대로 둬선 안된다

뇌병변 1급 장애가 있는 남동생(11)을 돌보던 13살 어린이가 불길 속에서 동생을 구하려다 중태에 빠지는 일이 벌어졌다. 맞벌이 부모 대신 동생을 돌봐온 박모양은 집에 불이 나자 동생을 껴안고 피신했다가 함께 연기를 마시고 질식한 것으로 추정된다. 며칠 전엔 같은 뇌병변 1급 장애인 김영주(33)씨가 집에 홀로 머물던 중 불이 나 숨지고 말았다. 장애인운동가인 김씨는 터치펜으로 휴대전화 화면을 눌러 119에 구조를 요청했지만 끝내 피신하지 못한채 화마에 스러졌다. 치매 아내를 지극 정성으로 돌봐온 78세 노인이 간병의 괴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아내를 살해하는 일도 있었다. 참으로 안타깝고 참담한 일들이다.선진국 문턱에 진입했다는 한국 사회에 잇따르는 이런 비극들을 보면 이 사회가 아직도 얼마나 후진적인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뇌병변 1급 장애인 동생을 왜 13살짜리 누나가 돌봐야만 한단 말인가. 중증 장애아를 어린이 홀로 돌보도록 방치하는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뇌병변 1급 장애인 김영주씨도 활동보조인이 퇴근한 뒤 혼자 집에 있다 변을 당했다. 저녁에는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척박한 현실 때문에 목숨을 잃은 것이다. 치매 아내를 살해한 이모(78)씨 역시 2년간 병시중을 도맡아 하다 살인 참극에 이르고 말았다.보건복지부에 등록된 장애인은 251만여명에 달한다. 이들 중 활동보조인이 필요한 중증 장애인을 약 40만명으로 추산한다. 그러나 실제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는 장애인은 5만여명에 불과하고, 그나마 가족이 있는 장애인의 서비스 시간은 월 최대 103시간으로 떨어진다.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중증장애인에 대한 보조 서비스를 늘리지 않는 한 비슷한 비극을 막기 어렵다. 치매환자 역시 이미 53만여명에 달하고, 2025년에는 10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그런데 치매환자의 72%를 가족이 돌보고 있다.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의 덫에 걸리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지금처럼 가족에게만 맡겨둔다면 간병 살인의 비극 역시 되풀이될 수 밖에 없다. 정부와 사회가 나서지 않으면 비슷한 비극을 막기 어려운 상황이다.복지의 확대를 공약하고 있는 대선후보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학교 무상급식과 반값 등록금도 필요하겠지만 눈앞의 장애와 병마에 시달리는 수백만 사회적 약자들의 절박한 현실을 돌보는 정책이 훨씬 더 시급하다. 유권자의 표를 의식한 복지공약을 남발할게 아니라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도 더불어 살 수 있는 복지공약을 제시해주길 바란다. 그래서 장애인이나 치매환자들도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나라로 만들어주길 바란다.

2012-11-01

고도제한과 사유재산권 침해

포항시 대송면은 포항철강관리공단과 인접한 마을이다. 이 마을은 공단을 끼고 있다는 죄로 온갖 천대를 받아왔다. 공단에서 배출되는 대기와 수질 오염의 1차적 피해지역으로 땅값이 떨어져 부동산 매매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도시개발도 거의 이뤄지지 않아 발전이 지지부진하다. 더욱이 이 지역은 해군 포항기지의 비행안전 제2구역에 포함돼 각종 건축 제한까지 받고 있다. 30평(99.2㎡) 이상의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관할부대인 해군6전단과 협의절차를 통한 허가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건축물은 관할지자체 허가만만 받으면 가능하지만 이곳은 군부대의 고도제한 초과여부와 비행 안전영향, 군 비행작전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심의를 통과해야 건축이 가능하다. 이곳의 한 주민은 “작은 건물 하나를 짓는데도 군부대의 간섭이 심하니 동네가 발전할 수 없지요. 군부대가 떠나지 않는 이상 이곳은 영원히 황무지로 남을 것”이라고 푸념했다.포항 대송면 주택가와 포항철강관리공단은 군사작전을 위해 건축물 및 공작물의 높이를 제한하는 고도제한구역에 묶여 각종 경제활동이 규제를 받고 있다. 다시 말하면 고도제한구역에 포함된 주민과 기업체들이 헌법으로 보장된 사유재사권을 침해 당하고 있는 것이다.사유재산권은 개인 또는 법인이 소유한 재산을 자유의사에 따라 관리ㆍ사용ㆍ처분할 수 있는 권리다. 물론 사유재산권이 절대불가침의 권리는 아니다. 현대 복지국가에서는 재산권의 사회성·공공성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 헌법도 사유 재산권의 보장을 원칙으로 하지만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해야한다는 의무를 지워 놓고 있다. 사유재산은 공공의 필요에 따라 법률로 사용 제한이나 수용을 할 수 있다. 다만 이때에는 법률로 보상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포스코 포항제철소나 철강공단내 동일기업 등은 공장건설을 하면서 고도제한 때문에 막대한 손실을 보았다. 포스코의 경우 사실상 법인의 사유재산권 행위에 대한 침해라 할 수 있는 제약을 받았지만 보상은 커녕 오히려 공황활주로 확장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추가로 물어야만 할 형편이다. 대송면 주민들 역시 수십년째 사유재산권 침해를 받고 있지만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는 것이 원칙이 아닌가.신라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고도 경주시 역시 고도보존법의 적용을 받아 사유재산권 이용에 제한을 받아왔다. 다행스런 것은 올해 고도 보존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과 시행령이 발효되면서 사유재산권 제한에 대한 일정한 보상 근거가 마련됐다고 한다.포항지역에서도 주민들의 사유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고도제한을 해제·완화하거나 특별법을 통한 보상대책 등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2-11-01

대선 D-50, 오리무중인 선거구도

18대 대통령 선거가 30일로 꼭 50일을 남겨놓고 있다. 대선일은 성큼 다가왔는데, 선거를 둘러싼 환경은 몇 달전과 비교해 별반 달라진 게 없이 여전히 안갯속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선거구도의 실종이다. 현재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외견상 3파전을 벌이는 양상이지만, 야권의 후보가 어느 쪽으로 정리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깜깜이`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캠프 측의 밀고당기기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야권후보 단일화 논의는 대선판의 주요 이슈를 죄다 집어삼키는 블랙홀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의 자질과 정치철학, 집권 청사진을 검증하는 일은 안타깝게도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각종 단체들이 추진 중인 후보자 초청 토론회도 단일화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성사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박근혜 후보는 야권의 `잠정 후보`가 아닌 `최종 후보`와의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자칫 단일화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대선후보 토론을 구경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문재인·안철수 후보 진영이 단일화 문제에 대해 신속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유권자들의 피로감이 쌓이면 단일화의 시너지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사실에도 유념해야 한다.이번 대선은 유감스럽게도 과거의 프레임에 갇혀 있다는 지적을 많이 받아 왔다. “총선은 정권 심판의 성격을 띤 회고적 투표, 대선은 미래가치를 선택하는 전망적 투표”라는 통념과는 달리 18대 대선은 `과거사`에 발목 잡히는 일이 많았다. 박근혜 후보에게는 5·6쿠데타, 유신, 정수장학회 등과 관련한 역사인식 문제가 붙어다니고 있다. 문재인 후보에겐 `친노 폐족`, 북방한계선(NLL) 양보 논란 등 과거에 대한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작 나라 안팎의 산적한 현안과 차기정부의 과제가 제대로 다뤄지지 못하고 있다.여야 후보들은 남은 기간만이라도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정책으로 승부 하길 바란다. 정책적 차이가 유권자들의 선택기준이 될 수 있도록 보수와 진보진영은 자기 색깔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경제민주화 공약처럼 중도로만 수렴할 경우, 유권자들의 가치판단은 흐려질 수밖에 없다. 당장 득표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실현가능성이 없는 대중영합적 공약을 남발해선 안된다. 지엽말단적인 네거티브 공세나 해명의 기회조차 없는 막판 `묻지마 폭로전`을 보고 싶은 국민은 없다. 대선을 이기기 위한 게임으로만 인식해선 안된다. 선거의 승자가 집권한 뒤 곧바로 패자로 전락하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대선후보들의 각성을 촉구한다.

2012-10-31

잦은 원전고장에 주민불안 커진다

원자력발전소 2기가 또 고장으로 잇따라 멈춰다. 한수원에 따르면 월성원전 1호기가 29일 밤 원전이 정상 운영중에 터빈 정지신호에 따라 발전정지돼 전력생산이 끊겼으며, 하루 전인 28일 새벽에는 경북 울진원전 2호기가 터빈에 증기를 공급하고 제어하는 설비에 이상이 생겨 증기조절 밸브가 자동으로 닫히면서 가동을 멈췄다.이달 초에는 영광 5호기와 신고리 1호기가 같은 날 고장을 일으킨 데 이어 이번에는 이틀 사이에 설비용량 67만9천kw급과 95만kw급 원전 2기가 연속으로 가동중단돼 원전관리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원전은 1978년 첫 가동 후 고장이 439건이나 된다. 지난 10년간 고장으로 573일간 가동이 중단됐고, 경제적 손실도 4천463억원에 이른다.상황이 이런데도 한국수력원자력은 고장 때마다 원자로에는 이상이 없으며, 부품 교체후 재가동하겠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이같은 한수원의 대응자세는 매우 실망스럽다.이번 일을 계기로 한수원은 원전 관리체계를 다시 한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특히 월성 1호기의 갑작스런 고장은 수명연장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1983년 4월부터 상업운전에 들어간 월성1호기는 다음 달 20일 설계수명 30년이 끝나 이를 10년 연장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원전은 2009년 4월부터 27개월동안 발전을 정지하고, 7천억원을 들여 대대적인 설비개선 작업을 벌인뒤 지난해 7월에 재가동에 들어갔다. 하지만 지난 1월과 7월, 9월에 이어 이번에 올해 4번째 고장이 났다. 지금까지 고장건수도 50건이 훨씬 넘는다. 환경단체와 주민들은 장기간에 걸쳐 대대적인 정비를 하고도 고장이 잦은 것은 각종 부품이 더 이상 제기능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낡았기 때문이라며 발전소 폐쇄를 주장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을 한수원이 간과해선 안된다.원전의 잇단 고장은 겨울철 전력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있다. 최근 한국전력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작년 전국을 강타한 9·15 정전사태가 올해 겨울에 재현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번 겨울 최대 전력수요는 8천18만KW로 예상되지만 공급능력은 8천213만KW에 그쳐 예비전력이 100만~200만KW까지 급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부분 100만KW 규모의 원전 1기가 갑자기 고장나 발전을 정지하면 곧바로 블랙아웃 상태로 들어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겨울철 전기난방 급증에 따른 전력난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와 한전은 급한대로 수요관리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전력수급 기본계획이나 에너지 기본계획도 잘 손질해 전기료 현실화와 발전소 증설 등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길 바란다.

2012-10-31

식약청 오락가락 행정 반성해야

발암물질 벤조피렌이 검출된 라면 및 조미료 제품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자진회수 결정을 둘러싸고 비판여론이 따갑다. 문제 제품에 대한 식약청의 조치가 나오자 대만과 중국 당국이 제품 회수 결정을 내리는 등 국제적으로도 파장이 커지고 있다. 제품 생산업체의 경제적 손실도 손실이거니와 한국산 가공 식품 안전성에 대한 신뢰 추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파문의 발단은 식약청의 최초 조치에서 비롯됐다. 식약청이 지난 6월 벤조피렌 기준을 초과한 가쓰오부시(가다랑어포)가 들어간 라면 제품의 수프를 조사한 결과, 9개 업체 30개 수프에서 1.2~4.7ppb의 벤조피렌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청은 당시 검출농도가 인체에 해가 없다며 회수 결정을 내리지 않았고, 검출 사실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 23일 국정감사에서 문제가 불거지자 하루 만에 자진회수 결정을 내렸다. 식약청장은 소비자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자진 회수형식의 조치를 취했다지만 인체에 무해하다면 처음부터 그런 사실을 밝히면서 과학적 근거를 소상히 제시하고 설명하는 것이 나았다.식약청의 회수 방침이 처음 전해진지 하루 만에 대만 보건당국은 문제의 한국 라면 2개 제품에 대해 회수 결정을 내렸다. 중국 검역 당국도 다음날 자국 수입상에 대해 문제가 된 한국산 6개 제품에 대해 즉각 회수를 명령했다. 홍콩에선 입법회(의회) 의원이 해당 제품 리콜을 요구하고 나섰다. 일본 후생노동성도 8개 지방자치 단체에 문제가 된 한국산 라면 제품을 자체 회수하도록 수입 업체에 지시해줄 것을 요청했다. 대만 등 일부 수입국의 매장에선 자체 회수에 들어갔거나 이를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적 파장이 우려되는 것은 세계 80여개국에 수출되는 라면 제품 제품뿐 아니라 한국산 가공 식품 안전성 전반에 대한 신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전적으로 식약청의 오락가락 행정탓이다. 지난해에도 중국산 합성수지제 젓가락에서 발암물질이 기준치 이상 검출됐는데도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가 문제가 됐다. 2010년에는 비만 치료제 시부트라민에 대해 부작용 우려가 없다며 시판 유지 결정을 내렸다가 미국 보건 당국 등의 시판 중지 결정이 나오자 세 달 만에 국내 시판 금지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식약청의 안이한 대응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식약청은 이번 일을 계기로 업무 처리 지침 개선, 업체 품질 검사 강화, 위해사범 조사단 쇄신 등의 조치를 강구 중이라고 한다. 그래서 앞으로는 안전성 검사를 철저히 하고, 그 결과는 신속하고 정확히 국민에게 알리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만 식약청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2012-10-30

포항철강공단내 고도제한 완화 검토해야

지난 2011년 1월 국무조정실 행정협의 조정에서 포항 공항 활주로를 378m연장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던 포스코 신제강공장 고도제한 문제가 국방부 국감에서 거론되면서 또 다른 논란을 초래하고 있다. 포항철강공단 내 동일산업이 해군6전단의 비행안전구역 고도제한 때문에 회사가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동일산업은 지난 2009년 페로망간 공장을 신축하기 위해 포항시와 해군6전단측에 고도제한 완화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동일산업 신축공장 지점은 해발 74.5m이상 고도제한 지역에 해당되는 데, 설계상 신축 공장굴뚝의 최고 높이가 해발 85.2m로 10.7m 초과된다는 이유였다.그러나 동일산업측은 해군6전단이 재량권 일탈행위로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즉, 신축 공장의 높이가 인덕산보다 낮은 데다 활주로 방향에서 볼 때 송전철탑보다도 낮고, 산 뒤쪽에 위치해 비행안전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지난 2010년 한국항공우주법연구소에 용역 의뢰한 비행안전영향평가 결과에서도 “신축 예정건물은 비행안전 2구역 고도를 초과하지만 시계비행 절차, 계기접근절차 및 기존 장애물에 의한 차폐, 충돌위험분석에서의 위험요소 등 장애물 회피기준 등을 모두 충족하며, 비행안전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평가결과가 나왔다고 공개했다.더구나 먼저 논란이 됐던 포스코 신제강공장(비행안전 제5구역)은 국무조정실 행정협의 조정에서 포항공항의 기존 활주로를 378m 연장, 활주로 표고가 7m(경사도 0.62%)로 높아져 5구역에서 6구역으로 완화하는 것으로 결정됐는데, 이 조정결과를 동일산업에 그대로 적용시키면 신축 공장 건물 높이가 35m에 불과해 고도제한(39.16m)에는 저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특히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제10조 5항)에서 규정한 고도제한의 경우 비행안전영향평가 용역을 반드시 받도록 돼 있으나 국방부가 이를 무시한 것도 문제다. 동일산업은 이 문제를 국민권익위원회에 호소해 지난 2011년 9월 시정권고 조치까지 받았으나, 해군6전단측은 현재까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있다. 동일산업은 결국 1천억원 안팎이면 가능한 공장신축을 500억~600억원의 추가부담을 떠안은 채 다른 대체부지를 물색하고 있다.해군6전단의 고도제한과 관련한 태도가 지나치게 완강해 지역 기업에 피해를 주고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비행안전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아도 규제일변도란 얘기다. 포스코 신제강공장의 경우도 포스코 상공이 비행금지구역으로 돼 있기에 사실상 고도제한이 큰 의미가 없는데도 문제를 삼았던 해군6전단이다. 이제라도 해군6전단의 포항철강공단내의 고도제한 완화조치가 적극 검토되길 기대한다.

2012-10-30

영일만항 남방파제 공사재개 시급하다

1년여 동안 표류하고 있는 포항 영일만항 남방파제 축조 공사의 재개가 하루가 급하다. 가뜩이나 항만기능이 위축돼 철강수출품을 부산항 등 다른 지역으로 뺏기고 있는 상황에 공사계약 문제로 공사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영일만항 남방파제 축조공사는 1천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이다. 국책사업이 기업들간의 분쟁으로 장기간 중단돼서야 되겠는가.이번 사태는 남방파제 축조공사 계약 관계로 조달청을 중심으로 SK건설과 대림산업의 갈등이 장기간 법정 다툼으로 이어지면서 발생한 일이다. 사태를 몰고 온 조달청의 책임도 크다. 조달청 직원 한명이 정확하고 현명한 판단만 했더라면 이 같은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직원의 업무착오 문제는 감사원 감사를 통해서라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대림산업이 조달청과 SK건설의 계약을 반대하는 `계약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게 시발점이다. 법원이 만약 대림산업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 이 공사는 추가로 1년여 동안 또다시 지연될 수 있다. 하루가 시급한데 1년이나 공사가 더 연장된다면 영일만항의 기능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지역경제가 마비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이대로 그냥 놔둬서는 안된다. 어떤 방식으로든 꼬인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 그 역할을 포항시와 지역 국회의원이 맡아야 한다. 지금으로선 공사를 재개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양사가 합의해 법원에 조정안을 제출하는 것이다. 그 중재역할을 포항시와 지역 국회의원이 맡아 해 달라는 얘기다. 조달청측에서도 이 방법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한다. 그렇지만 업체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하니 큰일이다.이럴 때 일수록 포항시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특히 포항시는 영일만항에 지분까지 참여한 주주가 아닌가. 어정쩡하게 대처할 일이 아니다. 포항시와 지역 국회의원은 양 업체 대표를 만나 설득해야 한다. 그리고 보다 명확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이번 사태와 관련, 포항시 김성경 부시장은 조만간 조달청과 지역 국회의원, 국토해양위원회 국회의원 등을 만나 시의 입장을 강력하게 전달한다고 하니 일단 지켜볼 일이다.이번 사태를 풀기 위해서는 지역구 의원인 이병석 현 국회부의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공사 계약을 둘러싼 당사자간 법정다툼이 길어지면서 어수선해진 현 상황을 수습하고, 양 업체를 설득하는 선봉장 역할을 이 부의장이 맡아줘야 한다는 여론이다. 포항지역 항만관계자들 역시 이 부의장이 직접 나서서 해결해주길 바라고 있다. 영일만항은 포항시의 신성장 동력이자 지역의 주요 국책사업이다. 대림산업과 SK건설은 이익 추구도 좋지만 국책사업의 중요성을 감안해 한발 물러서서 적절한 판단을 해 주길 당부한다.

2012-10-29

중 동북공정, 정부 차원 대책세워야

미국 의회가 중국과 한반도 등 동북아시아의 역사적·지정학적 관계를 조명하는 보고서를 만들면서 `고구려와 발해가 당나라의 지방정권`이란 왜곡된 주장을 실었다고 한다.미국 의회조사국(CRS)이 내달 중순 발간할 `동북아 역사에 관한 보고서`는 고구려와 발해가 당나라에 예속된 지방정부라는 중국측 주장이 실리고, 과거 조선과 청나라의 국경설정 관련 기록 등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보고서는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가 북한내 급변사태에 중국이 물리적 개입에 나설 근거가 어떤 것이 있는지 판단해 보기위해 CRS에 작성을 지시해 만들어 지고 있다. CRS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에 내용을 설명했으며, 외교통상부는 동북아 역사재단 등의 전문가들을 보내 우리측 입장을 설명했다고 한다.며칠 전에 세계 최대의 인터넷 검색 엔진인 구글이 자사의 지도 서비스 `구글 맵`에서 독도의 한국 주소를 지우고, 동해도 일본해로 표기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게 우연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동북공정은 중국이 지난 2002년 시작한 동북변경지방의 역사 및 현상 연구 프로젝트로 동북 지방사와 민족사 연구, 중국-조선 관계사 연구, 한반도 정세변화 및 그에 따른 중국 동북변경 안정에 대한 영향 연구 등이 연구과제로 돼있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고구려가 중국 지방정권으로 중국 역사의 일부라는 왜곡된 주장이다. 지난 2004년 이 문제로 한국내 반중감정이 고조되자 중국 정부는 특사를 파견해 “고구려사 문제로 양국관계가 손상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고, 2007년에 다시 역사왜곡 문제가 제기되자 동북공정 연구기간이 만료됐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동북공정은 공식 종료선언과는 달리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국내 전문가들은 관련 증거를 구체적으로 지목하고 있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현재까지 알려진 내용만으로 보면 이 보고서는 북한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 지역의 격변과 그에 따른 중국의 대응에 관한 외교정책적 판단을 돕기위해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하더라도 `동북공정`이 왜곡되고, 근거가 불충분한 연구를 근거로 탄생한 것이며, 중국의 대내외적·정책적 고려에서 의도적으로 시작됐다는 점을 지적하는 일은 꼭 필요하다. 미 의회 보고서에 왜곡된 역사인식의 잘못이 지적되고, 합당한 교정이 반영돼야 마땅하다. 왜곡된 역사가 우방국인 미국의회 보고서에 별다른 지적없이 그대로 전재되는 것은 매우 개탄스럽고, 우려스런 일이다. 역사논쟁은 민족의 정체성 문제이자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다.지금부터라도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대책과 함께 중국일방이 왜곡한 역사가 외국의회 보고서에 그대로 실리는 일이 없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2012-10-29

지방의회 도덕적 해이 도넘었다

지방의회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7~8월 몇몇 지방의회를 상대로 업무추진비 집행내역과 해외연수 실태를 조사한 결과 지방의원들이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사용한 것은 물론이고 `클린카드` 사용이 금지된 유흥주점에서 심야에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사례들이 다수 적발됐다. 한 지방의회 의장은 해외연수때 면세점에서 지인 등에게 줄 선물을 법인카드로 구입하는가 하면, 어떤 의회 부의장은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의 매상을 올려주기 위해 45회나 업무추진비를 쌈짓돈처럼 사용한 사례도 있었다. 지방의원들의 제잇속 챙기기와 무분별한 선심성 예산 지출도 심각했다. 의회 의장단이 사무처 직원 명절선물 구입비로 1천689만원을 집행했는데도 사무국장이 별도로 본인명의의 선물을 구입하는 데 503만원을 사용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다. 의회에서 퇴직하거나 전출되는 사무국 직원의 전별금이나 의원들의 국내외 연수 격려금은 물론, 의원 부인이나 의원 부모의 입원 위로금까지 지급했다. 어떤 의회는 이러한 명목의 격려금으로 2년6개월간 무려 1억5천만원이나 썼다.지방의원들의 도덕적 일탈은 국민권익위가 조사한 지방의회에만 국한된 게 아닐 것이다. 권익위의 이번 조사는 광역시·도의회 3곳과 기초의회 6곳 등 9곳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전국의 지방의회 가운데 극히 일부를 조사한 결과가 이 정도이니 다른 지방의회에도 이런 식의 도덕적 해이가 널리 퍼져있는 것으로 봐야할 것이다. 지방의회는 그동안 각종 내·외부 감사를 받지 않은 사각지대였다. 해외출장이나 연수를 빙자한 지방의원들의 외유 논란이 여론의 따가운 질책에도 아랑곳없이 매년 되풀이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지방의회가 국민의 세금을 부당하게 사용한 업무추진비에 대해서는 마땅히 환수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래야만 지방의원들의 도덕적 해이에 경종을 울릴 수 있다. 차제에 지방의원 업무추진비 사용기준을 마련돼야 한다. 공무원 사회의 경우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2003년부터 직무 관련자와 밥을 먹거나 편의를 제공받을 때 3만원을 넘으면 안된다는 내용의 `행동강령`이 시행되고 있다. 반대로 공무원이 접대를 할 때 업무추진비 사용기준을 정한 `클린카드` 제도도 2005년부터 운영되고 있다. 업무추진비 사용기준 마련과 함께 사용내역 공개도 의무화돼야 한다.

2012-10-26

동남권 신공항 건립, 대선용으로 안된다.

대선을 앞두고 동남권 신공항 건설 문제가 또 다시 떠오르고 있다. 신공항은 영남 및 호남권 주민들의 편의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건립 필요성이 있지만, 수십조 원대의 혈세가 투입되는 국책사업이기에 신중해야 할 것은 당연하다. 신공항 문제는 지난해 3월 이명박 대통령이 포기선언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특히 부산 및 대구·경북 지역 정치권과 주민들이 대선을 앞두고 여야 후보측에 대선공약으로 요구하는 등 대선 득표용으로 도마에 오른 상태다.더욱이 새누리당 열세지역으로 분류되는 부산권 주민들은 신공항 유치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는데, 이들은 대선 후보를 향해 신공항 부산권 건립만이 `부산표`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며 압박하고 있다.또한 부산지역 새누리당 의원들은 중앙당에 “이대로는 대선 승리가 어렵다. 대구·경북에서 대통령을 해라. 하지만 부산에 신공항을 달라”고 제시하는 등 대선을 철저하게 지역이해 관계로 결부시키고 있다.그리고 부산지역 금융권과 건설업계 등 지역 경제권까지 가세해 지역이기주의가 판을 치고 있다. 경남 밀양으로 유치를 희망하는 대구·경북 신공항 범시도민 추진위원회도 “신공항은 단순히 어느 지역의 전유물이 돼선 안되며, 국토 균형 발전과 대구·경북 비전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경남 밀양으로 건설돼야 한다”며 정치권의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이와 관련,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지난 22일 지역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동남권 신공항은 꼭 필요하다,대통령이 되면 반드시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대구와 경북, 부산, 경남, 울산 등 5개 지자체 주민들이 해외 여행을 할 때마다 인천공항을 이용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서도 동남권이 광역경제권을 형성해 수도권과 경쟁을 해야 한다”며 건립 필요성을 언급했다.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동남권 신공항과 관련해 아직 입장을 정리하지 않은 상태다.동남권 신공항 건설은 분명히 해야 한다. 그러나 수십 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인 만큼 타당성이나 경제효과 등을 분석하지 않고 정치적으로 결정할 경우 그 피해는 국민들이 입게된다.경험상으로 공항이 정치적으로 건립됐다가 예산만 날린 사례가 적지 않다. 경북지역만 해도 울진공항, 예천공항이 있고, 충청지역의 청주공항 등도 천문학인 경비가 들여진 공항이 애물단지로 변했다. 혈세 낭비에 대한 책임은 정치권과 국민 모두가 져야 한다. 이런 경험에 비춰볼 때 신공항 문제를 대선 공약으로 요구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차기 정부가 전문가 집단에 맡겨 국제적인 기준에 따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처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또 다시 국론분열의 불씨가 될 수 있다.

2012-10-26

한국 대선엔 왜 미국식 TV토론 없나

다음 달 6일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의 TV토론이 모두 끝났다. 민주당 후보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의 밋 롬니 후보는 세 차례에 걸친 TV토론에서 정치 경제 사회 외교 등 핵심 현안들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국내 문제를 주제로 한 1차 토론에서는 롬니 후보가 우세했으나 일반 유권자들의 질문을 받는 형식으로 진행된 2차와, 외교문제를 다룬 3차 토론에서는 오바마가 잘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두 후보간의 열띤 TV토론을 지켜본 미국민들은 이제 막바지 선거운동이 끝나면 앞으로 4년간 미국을 이끌어갈 대통령을 뽑는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미국 대선 TV토론은 유명 언론인들의 사회로 진행된다. 1차 토론은 PBS방송의 짐 레러, 2차는 CNN의 캔디 크롤리, 3차는 CBS방송의 밥 시퍼가 사회를 맡았다. 이들은 모두 미국민들의 신뢰를 받는 경륜 높은 언론인이다. 수천만 명의 유권자는 토론을 보고 누구의 정책이 더 좋은지, 누가 더 믿음직스럽고 훌륭한 지도자인지를 판단한다. 유권자의 판단을 흐릴 수 있는 군더더기 행위는 일체 금지된다. 이 모든 과정은 초당적 기구인 대통령 후보 토론위원회에 의해 이뤄진다. 미국의 대선 TV토론은 무엇보다 후보들이 시종일관 정책을 놓고 대결한다. 누가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지, 늘어나는 재정적자를 무슨 수로 메울 것인가 등이 이번 대선토론의 핵심 쟁점이었다. 어떤 외교와 국방정책으로 미국의 지도력을 유지하고 평화를 지킬 것인지, 부상하는 중국에 어떻게 대응할 방침인지 등도 핫이슈였다. 후보들은 정책과 구상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상대방 주장의 허점을 파고 든다. 허술한 논리나 군색한 말바꾸기는 여지없이 들통난다.하지만 인신공격이나 소모적인 말싸움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의 대선판에서는 왜 저런 토론문화가 없나. 아쉽기만 하다. 대통령 선거가 채 두 달도 남지 않았는데, 대통령 후보들이 경제민주화를 어떻게 실현시켜 나갈지, 일자리를 얼마나 더 늘릴 수 있을지 아무도 일목요연하게 말해주지 않는다.복지 확대에 공감하지만 엄청난 재원은 어떻게 조달하려는지, 경제성장의 동력을 어떻게 유지해 나갈 것인지도 알수 없다. 남북관계를 어떻게 발전시키고, 중국과 일본 문제는 어떻게 풀어나갈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선거판을 달구는건 온통 지나간 일이나 곁다리 문제들 뿐이다. 이대로라면 누가 정말로 나라를 잘 이끌어나갈 지도자인지에 대한 확신도 없이 투표소로 가야할 판이다. 지금이라도 국민들은 후보들이 대한민국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토론하고 경쟁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2012-10-25

고도제한의 실효성

포스코 신제강 공장의 고도제한 문제가 국감도마에 올랐다. 최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역구 출신 김형태 의원은 포스코 신제강공장 건설 당시 고도제한을 적용해 1년여 동안 공사를 중지시킨 것은 군의 업무태만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포스코 포항제철소 상공은 이미 비행기선회 금지 및 진입제한 지역으로 지정돼 있어 애초부터 신제강 공장에 적용했던 비행기 고도제한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신제강공장 건설중단 사태는 포항 지역민에게 떠올리기조차 싫은 아픈 기억이다. 신제강공장은 연간 180만t의 고급강 생산능력을 갖춘 시설로, 지난 2008년 6월 착공했으나 공정률 90% 상태에서 비행기 고도제한에 걸려 공사가 중단됐다. 이후 1년여 우여곡절끝에 당사자들간 이행합의서를 작성하고, 지난 2011년 2월에 공사가 재개되면서 일단락됐다. 이행합의서는 포스코는 포항공항 활주로 307m 연장과 그에 따른 제반 경비를 부담하고, 공장건물 높이를 축소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신제강공장 사태는 당사자인 포스코가 활주로 비용부담과 공사중단에 따른 손실 등의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다. 지역 건설노동자들은 일감을 잃은 채 백수생활을 해야했고, 이로 인해 지역소비경제도 얼어붙었다. 포항공항활주로 확장에 따른 소음공해를 우려한 인근 주민들의 집단 민원은 아직도 진행형이다.포항지역 전체에 엄청난 고통을 안겨줬던 신제강공장 사태가 김형태 의원이 지적한 것처럼 법적용이 잘못됐다면 당시 법을 집행한 기관이나 포항시, 지역 정치인 등은 모두 업무태만에 해당한다. 하지만 신제강사태 당시에도 비행기선회금지 및 진입제한 문제가 제기됐으나, 군 당국은 `(비행)비상절차`를 근거로 비상시 군 항공기가 이륙할 때 건물과 충돌 위험성이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이에 대해 김형태 의원은 군이 확률이 낮은 군용기의 중대고장 가능성을 지나치게 강조, 국가 경제발전을 견인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의 경제활동을 제한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북한과 휴전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전시작전상황과 국민의 현재 먹고사는 문제 중 어느 것을 더욱 우선시할 것이냐로 귀결된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포항제철소와 북한산 일대 등 군사작전을 위해 건축물 및 공작물의 높이를 제한하는 고도제한구역이 여러 곳 있다. 최근 국민의 사유재산권 침해 및 경제활동 제약 등을 이유로 고도제한 해제를 요구하는 민원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포스코 신제강 사태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고, 고도제한은 여전히 포스코의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 국력은 곧 국가경제력을 말한다. 포스코와 같은 글로벌 기업은 바로 그 국력을 지탱하는 뿌리다.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막는 비현실적인 규제나 법은 개선해야 마땅하다.

2012-10-25

대형마트와 골목상권 상생 실현되나

대형마트와 골목상권이 처음으로 상생방안을 내놔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 대표들은 지난 22일 지식경제부 중재로 전국상인연합회 및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 대표들과 만나 매달 2차례 이상 휴무하고, 신규 출점을 자제하기로 합의했다. 내달 15일까지는 가칭 `유통산업발전협의회`를 구성해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논의해 나간다고 한다. 이번 합의로 골목상권은 무분별한 기업형슈퍼마켓(SSM) 출점 등에 따른 영업권 침해와 지역경제 황폐화를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계기를 마련했다. 양측이 어렵게 튼 대화의 물꼬를 이용해 골목상권을 지키면서 소비자의 권익도 보호하는 최적의 방안으로 사회갈등을 해결하는 새로운 해법을 제시해 주길 기대해 본다.대형 유통업계가 골목상권 문제를 대화로 풀겠다고 나선 것은 시의적절한 일이다. 하루빨리 해법을 찾지 않으면 각종 규제조치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들이 SSM 출점을 본격화하면서 시작된 골목상권과의 마찰은 지자체의 영업제한 조례로 일차전을 치렀고, 대형 유통점들이 소송으로 맞서 이를 무력화하면서 더욱 시끄러워졌다. 특히 미국계 창고형 할인점인 코스트코는 서울시의 휴일 영업제한 조치를 대놓고 무시하며 배짱영업까지 하고 있다. 지자체는 절차상 문제를 보완해 재개정한 조례로 또 다시 영업제한에 나설 태세다. 정치권도 움직이고 있다. 이미 국회에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20여건 발의돼 있고, 일부 대선 후보는 대형마트 입점을 허가제로 바꾸고 휴무일을 늘리거나 영업시간·영업품목을 제한하는 규제까지 고려하겠다고 한다. 경제민주화를 위해 골목상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도 대형마트에 호의적이지 않다. 민생 차원으로 번진 골목상권 문제를 대형 유통업계가 수수방관해서는 안되는 이유다.앞으로 강제휴무 방법이나 시기 등을 논의할 협의회 운영은 그리 순탄하지 않을 듯 하다. 국회에 발의돼 있는 법안에는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오후 9시~다음날 오전 10시까지 제한하거나 전통문화 및 자연보존이 필요한 지자체에 대형마트 출점을 아예 금지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논의 과정에서 골목상권은 이런 규제가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대형마트는 이를 방어하다 보면 협의회 운영이 파행을 겪을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일부 지자체에서 마련한 상생모델을 보면 그렇게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경기 파주와 전남 순천 등에서는 휴일이 아닌 평일에 월 2차례 휴무하는 것으로 조정됐다. 대형마트가 월 2회 휴무하되 날짜는 각 지역의 사정에 맞게 자율적으로 정하고, 지자체와 골목상권이 동의하는 경우에만 출점한다는 결론을 도출하면 되는 것이다. 대형마트와 골목상권이 자율 상생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2012-10-24

특검, 법앞에 만인평등 보여라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 조사를 받게 됐다.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의혹 사건을 수사중인 특검팀은 22일 이시형씨 소환조사 방침을 정하고, 경호문제에 관한 협의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전·현직 대통령의 자녀가 검찰에 소환되거나 기소된 사례는 과거 여러차례 있지만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 특검에 소환되는 것은 처음이다. 게다가 특검팀은 이시형씨의 신분에 대해 “참고인이 아니라 피의자”라고 못박고 사법처리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통상 수사기관이 소환대상자를 피의자로 지칭할 경우는 범죄 혐의 입증을 자신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검팀은 현재 이시형씨의 부동산실명거래법 위반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이시형씨는 당초 검찰 서면조사에서 자신의 명의로 돈을 빌려 땅을 샀고, 추후 이 대통령 앞으로 명의를 돌리자는 아버지의 말에 따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지 매입 대금은 모친 김윤옥 여사의 부동산을 담보로 농협에서 6억원, 큰아버지인 이상은 다스 회장으로부터 6억원을 각각 빌린 것으로 돼 있다. 검찰은 지난 6월 수사결과 발표에서 이 부분에 대해 `형식과 실질 모든 측면에서 시형씨가 땅을 샀기 때문에`혐의점이 없다고 봤다. 그러나 특검팀이 이시형씨를 `피의자`로 지칭한 데서 결론이 다를 수 있다는 느낌이다. 검찰 발표에서 누락된 부분이 공개된 데서도 이런 정황을 엿볼 수 있다. 바로 이시형씨가 큰아버지로부터 현금으로 6억원을 받아 청와대 관저 붙박이장에 보관했다가 청와대행정관을 통해 부지대금을 송금했다는 것이다. 검찰이 왜 이를 발표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며 비난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무엇 때문에 어떻게 조성됐는지도 규명되지 않은 거액의 현금을 직접 옮겨 청와대에 보관했다가 대금을 치르게 됐는 지를 조사하지 않았다니 이상한 일이다.특검 수사개시 전날 출국한 이상은 회장도 귀국일정을 지켜 소환에 응하고, 하루빨리 의문점을 해소해야 한다. 특검 수사까지 이르게 된 마당에 괜한 의혹을 부풀리는 행동을 해선 안된다. `내곡동 사저`의 부지 매입 의혹은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사건이다. 대통령이 퇴임후 거주할 사저를 매입하는 일에 어째서 아들이 함께 참여해야 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떻게 국가가 부담해야 할 돈이 6억~10억까지 더 들어갔다는 지적이 나왔는 지 알 수가 없다. 여기에다 장장 8개월을 수사한 끝에 관련자 전원 무혐의 결론을 내려 특검까지 하게 됐으니 말이다.국민들이 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은 간단하다.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파악해 공개하고, 위법적 요소가 있다면 경중에 맞게 법률적 조치를 취하면 된다. 국민은 법앞에 만인이 평등한 것을 보고싶어 한다.

2012-10-24

독도, 실효적 지배가 능사 아니다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과 관련, 우리 정부가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다고 해서 조용한 대응만 해서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995년 세종대에서 일문학 강의를 한 것을 계기로 한국에 거주하다가 지난 2003년 한국에 귀화해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을 반박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호사카 유지 세종대학교 교수가 바로 이런 주장을 내놓았다.세종대학교 독도종합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호사카 교수는 22일 한 강연에서 “한국이 국제사법재판소(ICJ) 공동제소를 계속 거부하면 일본은 상대국의 거부권이 없는 국제해양법재판소를 노릴 수 있다”며 이에 대한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일본이 독도 수역을 침범해 무력 분쟁을 일으키고 국제해양법재판소로 독도(해결책)를 넘길 수 있다는 것이다. 충분히 설득력있는 주장으로 풀이된다.이미 일본은 지난 번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계기로 국제사법재판소 제소를 시도했으나 우리 정부가 대응하지 않아 실효를 거두지 못한 바 있다. 따라서 독도수역을 침범하는 무력도발을 일으켜 우리 정부가 대응치 않을 수 없도록 만든 뒤 이 문제를 독도국제해양법재판소에 해결을 넘기는 우회전략을 쓸 개연성이 있다.호사카 교수는 이를 막기 위해서는 독도인근 해역의 해군력 증강배치는 물론 일본의 영유권 주장에 대해 논리적으로 무장해야 독도를 지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막연하게 이대로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면 결국 한국의 것으로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라는 것이다.호사카 교수는 현재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의 근거를 △일본이 17세기 중반, 약 40년간 독도 해상영유권을 확립 △일본은 1905년 독도를 시마네(島根)현 오키섬으로 정식 편입 △샌프란시스코 조약(1951년)에서 `독도의 한국 영토 제외` 등 3가지로 소개했다. 그런 뒤 조목조목 반박했다.먼저 돗토리(鳥取)현이 17세기 말 에도막부에 독도가 일본 영토가 아니라고 보고했고, 1877년 일본 중앙정부가 울릉도와 독도를 일본의 영토가 아님을 공식 확인했다는 것이다. 또한 일본인이 독도에서 채취한 해산물을 일본으로 보낼 때 울릉도감에게 수출세를 냈고, 일본 경찰관이 1902년 독도가 울릉도에 속하는 섬이라고 공식 보고한 문서가 있다는 점도 짚었다. 마지막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샌프란시스코 조약의 `독도의 한국 영토 제외`는 연합군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 미국만의 입장이었으며, 영국, 호주 등 다른 연합군은 이 입장에 반대했기 때문에 공식적인 결론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우리 영토수호와 관련된 얘기인만큼 정부 관계자들은 독도수호에 추호도 차질을 빚지 않도록 심도있게 검토해주길 바란다.

2012-10-23

재외국민 투표율 높일 획기적 방안 찾아야

18대 대선의 재외 선거인 등록신청 마감 결과를 보고 과연 이런 제도를 유지해야 하는 걸까 하는 회의가 든다. 지난 7월부터 무려 3개월간 유권자 등록 신청을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이에 응한 재외 국민은 전체의 9.7%인 21만7천명에 그쳤다고 한다. 지난 4·11 총선 당시 등록률 5.6%에 비해 상당폭 올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저조한 수치다. 가뜩이나 낮은 등록률에다 실제 투표는 여기서 다시 반토막이 났던 총선 투표율(2.5%)을 생각하면 이번 대선에서도 저조한 투표율이 재연될 수 있겠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등록 재외국민 선거인의 구성비를 들여다보면 더욱 기가 막힌다. 국내에 주민등록이 없는 영주권자는 4만2천명으로 20% 정도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재외국민 선거인은 해외 주재원, 유학생, 여행객 등 단기 체류자들로서 나머지 80% 가량을 차지했다. 재외국민 투표가 해외에 뿌리를 내린 재외국민에게 내국인과 동등한 참정권을 보장하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본말이 전도된 결과다.재외국민 투표의 등록률이 낮은 첫번째 이유로는 복잡한 절차가 꼽힌다. 최근 개정된 공직선거법은 등록과정에서 이메일 접수는 허용하면서도, 우편접수는 선거부정 가능성을 우려해 차단했다. 이메일에 익숙지 않은 노년층 재외국민의 편의는 상대적으로 무시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투표권을 행사하기 위해선 반드시 대한민국의 재외공관을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도 저조한 등록률의 원인을 제공했다. 조금 과장해서 땅덩어리가 큰 나라에서 `산넘고 물건너서`한표를 행사하겠다는 `의지의 한국인`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등록단계부터 참정권을 포기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문제점에 대한 진단은 이미 나와 있기 때문에 정치권이 의지를 갖고 초당적으로 등록률 제고를 위해 노력한다면 해법은 어렵지 않게 도출될 수 있다. 기왕에 제도가 도입됐다면 그 취지에 맞게 현실을 반영한 보완입법에 나서는 게 정치권의 의무이자 도리다. 지금처럼 우편을 통한 선거인 등록이나 투표를 허용하지 않는다면 재외국민 투표의 낮은 등록률과 투표율은 계속될 수밖에 없고, 이는 당리당략에만 매몰된 결과라는 비판을 받게 돼있다. 여기에다 비용문제를 생각하면 자칫 재외국민 참정권 폐지론으로 여론이 악화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재외국민 투표가 첫 도입된 4.11 총선 당시 재외국민 투표 1인당 비용은 국내 선거의 1만원을 크게 웃도는 50만원 선으로 추정됐기 때문이다. 비용은 이처럼 높고 효율은 터무니 없이 낮다면 제도의 존립근거가 흔들리는 건 자명한 이치다. 정치권은 선거에 임박해 땜질식 보완을 할 게 아니라, 대선이 끝나는대로 폭넓은 의견수렴을 거쳐 재외국민 투표를 내실화할 수 있는 종합적인 제도개선에 나서주길 바란다.

2012-10-23

포항신항 물류이탈이 걱정이다

포항신항으로 가야할 철강 물류가 부산으로 대거 빠져 나가고 있다. 포항신항에는 철강제품을 야적할 창고가 없고, 선적과 출하의 낮은 생산성이 그 원인이라고 한다. 파이프를 부산항을 통해 북미지역으로 수출하는 넥스틸에 이어 포스코도 자사에서 생산하는 선재·코일·후판 일부를 부산항을 통해 수출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코 앞에 수출항을 두고도 먼 부산항으로까지 철강제품을 옮겨야 하는 화주들의 심정은 오죽하랴. 이대로 둬선 안된다. 이참에 포항신항과 영일만항의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당장 창고부터 신축해야 한다. 포스코는 한진·세방 등과 부산신항 창고를 이용해 수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포항신항에 제품을 쌓아 둘 창고가 없기 때문이다. 포스코가 부산항을 통해 수출하는 물량은 내년 7월까지 월 5~7만t 정도, 금액으로는 약 400~600억 원어치다. 포스코가 이런 결정은 내린 데는 현재 증축 중인 3부두 공사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재고 유지를 위한 창고 부족과 신항의 낮은 생산성때문이다.물류업체들도 속이 타들어 간다. 한 업체 대표는 “현재 신항과 영일만항의 창고에는 물량이 가득 차 있다. 더 이상 제품을 쌓아둘 곳이 없어 지하 주차장까지 창고로 이용하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이런 사태가 오기까지는 철강경기 부진이 주요 원인이다. 제품을 생산해도 팔리지 않아 재고만 쌓이고 있다. 차량 제작에 쓰이는 CHQ 선재는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없어서 못 팔았지만 지금은 판매량이 저조하다 보니 포스코 원자재 재고도 덩달아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더욱 시급한 사안은 포항신항의 낮은 생산성을 높이는 문제다. 현재 출하와 선적에서 엇박자를 보이고 있는 항만 물류작업 구조를 과감히 개선할 필요가 있다. 출하와 선적에서 효율성을 높인다면 부산으로 가는 물량을 어느 정도 막을 수도 있다는 게 선사업계의 주장이다. 화주·운송업체·항운노조가 머리를 맞대 고민하고 풀어야 할 문제다. 선사에게는 시간이 곧 `돈`이다. 선적을 얼마만큼 빨리하느냐에 따라 수익이 좌우된다. 현재 포항신항의 작업 속도만 놓고 보면 부산항의 3분의 1 정도라고 하니 선사들의 속이 타들어 갈만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항운노조도 예전의 관행에서 벗어나 선적에 속도를 내 부산항과 견줄 수 있도록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이번 포스코의 제품이 부산항을 이용해 수출할 경우 포항에 들어 올 현금 30억원이 부산으로 넘어가게 되는 셈이다. 배 1척이 입항하면 대략 1억5천만원을 쓰고 간다는 데, 모두 15척 정도가 부산으로 간다고 하니까 포항의 손실이 이만저만 아니다. 이제 더 이상 남의 일처럼 구경만 하고 있어서는 안된다. 추가적인 물류이탈은 막아야 한다. 포항시와 포스코, 항만 관계자 모두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2012-10-22

대선후보들의 정부조직 개편 구상 신중해야

12월 대선에서 여야 세 후보가 모두 복지 및 일자리 창출을 공약하면서 어느 후보가 집권하든 차기 정부는 `큰 정부`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대 화두인 경제민주화는 재벌과 시장에 대한 정부의 통제를 불가피하게 확대하면서 정부의 몸집을 불리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보수정당은 시장의 자율을 보장하면서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번엔 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 화두를 선점해 선거에 적극 활용하고 있고, 야권 후보들 역시 경제민주화를 공약하고 있어 `큰 정부론`은 되돌리기 어려운 흐름이 돼 버렸다. `큰 정부`는 본디 정부 운영의 철학 내지 정책의 지향점과 관련된 영역이지만, 현실에선 정부의 사이즈를 키우는 결과로 이어지곤 한다. 당장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신성장동력과 일자리 창출을 연계할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하겠다고 공약했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도 과학기술, 정보통신, 산업부분의 미래의제를 관리할 전담부처의 신설을 언급했다. 문재인 후보는 더욱 적극적이다. 과학기술부, 해양수산부, 정보통신부의 부활을 주장하고 있다. 결국 `15부2처18청`의 현행 정부조직은 정권이양기를 거치면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몸집이 크게 불어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문민정부 출범 이후 정권 초기마다 정부조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강조했던 `작고 효율적인 정부`란 슬로건과는 온도차가 크다. 물론 역대 정부들도 초심을 잃고 임기 중·후반에 가서는 정부 몸집을 키우는 `요요현상`을 되풀이했지만, 일단 출발선상에선 `정부조직 슬림화`를 외쳤다. 반면 이번 대선에서 여야 후보들은 부처의 신설 혹은 부활만 얘기하고 있을뿐 통·폐합 문제는 아무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공무원 표를 의식해 신설계획만 내놓는 것이라면 유권자들의 올바른 판단을 저해하는 편의주의적 공약이란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또 하나 지적할 것은 정부의 몸집을 키우면 공무원 숫자가 늘어나게 되고, 그에 따른 예산이 필요하다. 부처의 신설은 추가적인 재정지출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세금을 더 거두는 방법 이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는 데, 여야 후보들이 면밀한 검토를 한 것인 지 궁금하다. 이미 복지예산의 재원마련을 위해 증세문제가 거론되고 있는 마당에 정부의 사이즈를 늘리는 일까지 보태진다면 국민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이런 비판을 피하기 위해 `입맛`에 맞는 부처는 신설하고, 정작 필요한 부처는 통·폐합하는 억지 조직개편이 이뤄져서도 곤란하다. 정부조직을 그런 식으로 개악해선 안된다. 후보들은 재원조달, 적정 공무원의 숫자, 거버넌스의 범위설정 등을 두루 감안해 정부조직개편에 대한 구상을 내놓기 바란다.

2012-10-22

재벌 경제민주화 움직임에 귀기울여야

이번 대선에서 경제 분야의 최대 화두는 경제민주화인 듯하다. 재벌의 과도한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고 재벌의 소유·지배 구조를 개선하자는 게 그 골자이다. 이제는 재벌의 탐욕과 불법행위를 더는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국민 여론에 따른 것이다.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무소속의 안철수 후보는 며칠 전 고강도의 처방전을 내놓았고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는 이달 안으로 구체적인 구상을 밝힐 계획이라고 한다.유력 후보들의 경제민주화 추진 내용을 보면, 불공정 거래 규제를 강화해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자는 데는 세 후보가 크게 이견이 없어 보인다. 여기엔 골목상권 보호와 중소기업 업종 침해 규제,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편법 상속·증여 방지, 재벌총수의 기업범죄 처벌 강화 등이 포함된다. 이 부분은 대기업들 역시 불만은 있으나 반발할 명분이 별로 없는 만큼 그쪽으로 가닥이 잡힐 듯하다.하지만, 순환출자 금지, 금산분리, 출자총액제한제, 지주회사 등 재벌의 소유·지배구조 개선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전경련은 이를 두고 “대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키고 일자리 창출을 어렵게 함으로써 그 폐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재벌의 소유·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박 후보는 온건한 처방을, 문-안 후보는 좀더 근본적 처방을 내놓고 있다. 특히 순환출자의 경우 박 후보는 기존출자분을 인정하고 신규출자만을 금지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문 후보는 기존 출자분도 3년의 유예기간을 둬 모두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안 후보는 기존 출자분을 재벌들이 자발적으로 해소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신규출자 금지에는 세 후보 간에 이견이 없다. 다만, 소수 지분을 보유한 총수가 계열사 전체를 지배하는 통로로 활용돼온 일부 재벌들의 기존 순환출자분을 인정할 것이냐 여부가 핫이슈다. 일부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기존출자분 해소 문제에 너무 원칙적으로 대처하면 자칫 세계적 경쟁력 있는 우리 대기업들에 대한 외국자본의 영향력을 강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각 후보 진영에서는 보다 심도 있는 검토를 통해 순기능과 역기능을 동시에 고려하는 신중한 접근이 요청된다.지금 경제민주화를 실현해야 한다는 쪽으로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은 그간 급속한 경제성장의 과실은 가져가면서 사회적 책임은 게을리했던 재벌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재벌들은 재벌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귀담아 듣고, 새 시대의 흐름에 맞춰 스스로 변화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대선 후보들도 경제민주화를 하더라도 국내 경제적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우리 기업 및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는데 이바지하도록 공약을 다듬어 내놓기를 바란다.

2012-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