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제어케이블 시험성적 위조 사건에서 촉발된 원전비리 사건은 현재 MB정권 실세에까지 닿는 정·관계 권력형 비리사건으로 번지고 있다. 국민들은 당시 “잘 하면 부장급 정도까지 사법처리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원전 최고위급을 거쳐 전 정권 실세에까지 `로비의 선`이 올라가는 정황을 포착했다. 이같은 비리는 오랜 세월 누적된 `관행처럼` 굳어졌지만 전 정권들은 손을 대지 못했다. 검찰은 정황을 파악하고 있었지만 `보이지 않는 손`이 가로막았다. 그랬던 것이 이번에 거침 없이 검찰이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추징금 미납사건은 `떡고물`몇개씩 주우면서 시효연장이나 해가던 구차스러운 행보를 보였다. 수사의 총지휘탑이 인사조치를 당해 지방으로 좌천되는 일도 있었다. 그래서 수십년 동안 이 사건은 유야무야 넘어가면서 국민들의 마음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지금 탈세 혐의를 포착하는데까지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전두환 비자금이 흘러들어간 정황과 그것이 어떻게 부동산 매입에 쓰여졌으며, 그 과정에서 다운계약서로 탈세한 혐의가 드러나고 있으며, 재산 관리인인 이창석씨(전두환의 처남)를 중심으로 수사의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이 `총체적 비리`로 번져나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같은 엄청난 비리가 그 오랜 세월 묻혀져 왔다는 것이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원전비리보다 더 광범위한 부정부패가 개입돼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검찰의 삼엄한 수사행보에 겁을 먹은 전씨쪽은 비로소 위기를 실감하고, `은밀한 거래`를 시도했다고 하나 검찰은 `절대 불가`입장을 고수하고, 1천672억원의 미납 추징금 전액 환수까지 갈 것이며, 범죄에 대해서는 가차 없는 사법처리를 할 것이라고 했다. 진정한 검찰의 모습을 유감 없이 보여주는 일이다.
시원스러운 모습과 함께 `따뜻한 모습`도 보여준다. 대구지검 경주지청 천헌주 검사가 앞장서고, 김주원 지청장과 부장검사 등 7명이 손을 모아 수감자의 외아들(고교 2년)의 낡고 험한 집을 수리해주고, 그 아들이 고교를 졸업할 때까지 매월 30만원씩 학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김 지청장은 세탁기를 기증하고, 경주 범죄예방위원회(회장 백수근)와 한마음봉사단(단장 김정석)도 힘을 보탰다. 이런 모습들이 올 여름의 그 지독한 폭염을 누그려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