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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국형 대구역 열차사고

등록일 2013-09-04 00:11 게재일 2013-09-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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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너무 더우면 사람의 두뇌도 정상궤도에서 이탈하는 모양이다. 대구역에서 어처구니 없는 열차사고가 발생했다. 5년전에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유형의 사고가 있었는데, 그동안 시스템 개선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던 모양이고, 안전불감증에 기강해이도 심하다. 2008년 2월`우선 통과 열차가 구내를 다 지나간 후 다른 열차 출발`이라는 기본 원칙을 지키지 않아 두 열차가 옆구리를 긁는 사고를 냈다. 그 때도 대구역 하행선 본선 진입을 기다리던 화물열차가 신호를 오인, 일찍 출발함으로써 같은 방향으로 오던 무궁화호 옆면을 추돌했던 것이다. 이번 사고와 판박이다.

코레일은 기관사, 열차승무원의 선로 및 신호상태 확인 소홀, 로컬 관제원의 운전 정지 사항 미통보 등 책임을 물어 관련자 8명을 직위해제했다. 국토교통부는 항공·철도 사고조사위원회를 통해 사고원인을 철저히 조사중이며, 다음 주 중으로 외부 전문가가 포함된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근본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한편 대구지검 이금로 1차장검사는 형사 1부(이형택 부장검사)에 수사지휘를 맡겼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전국 모든 역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종사자들에 대한 재교육에 돌입해야 한다. 이번 대구역 열차 추돌사고는 1분 간격으로 일어났다. 서울행 KTX가 대구역을 통과하고 있는 중인데, 정차해 있었던 상행선 무궁화호가 신호를 오인하고 너무 일찍 출발했다. KTX가 구내를 디 빠져나가기 전이었다. 오전 7시 13분에 출발한 무궁화호는 1분 후 두 선로가 만나는 본선 진입 지점에서 KTX 9호실 옆구리를 들이받았다. 9호 객실이 탈선해 옆으로 삐져나온 지 1분 후 하행하던 다른 KTX의 18호객실이 9호객실을 추돌했다. 1분 간격으로 3중추돌하는 희귀한 사고였다.

열차출발규정에 의하면 승객이 다 타면 신호기가 초록으로 바뀌는데, 이를 여객전무가 기관사에게 알리고, 기관사는 역 관제센터에 통보해 승인을 얻어 출발한다. 그런데 이날 관계자들은 이 규정을 지키지 않았을 뿐 아니라 선로 끝에 있는 두 신호등의 색깔을 혼동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여객전무로부터 통고를 받으면 관제센터에 알리지 않고 기관사가 육안으로 신호를 확인한 뒤 출발하는 것이 상례”라고 말하는 기관사도 있다. 그런데 이 날은 여객전무와 기관사 두 사람이 모두 신호등을 오인했으니 희한한 현상이 아닌가.

한 곳에서 사고가 났을 경우 인근 일정 거리에 있는 열차들을 일제히 정지시키는 자동제어장치가 선진국에는 있는데 아직 우리나라는 없다. 그래서 일어나는 사고는 늘 후진국형이다. 일을 당하면 바삐 대책을 세우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영부영 잊어버리는 것이 우리나라의 관행이다. 이제는 그런 악습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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