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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경북 1인창조기업센터 7년 연속 ‘A’등급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이하 진흥원·원장 이종수)이 중소벤처기업부 주관 ‘2025년 1인 창조기업 지원센터 사업평가’에서 우수등급인 ‘A등급’을 획득하며 7년 연속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이번 성과는 지역 창업 지원 기관으로서의 독보적인 역량을 입증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전국 41개 창조기업 지원센터를 대상으로 한 이번 평가는 센터 운영 관리, 사업 추진 실적, 성과 창출도, 입주기업 만족도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했으며, 진흥원은 운영 안정성과 실질적 성과 창출 부문에서 특히 높은 점수를 받았다. 진흥원은 2013년 개소 이래 사무공간 제공뿐 아니라 창업 교육, 전문가 멘토링, 네트워킹 프로그램, 졸업기업 교류회 등 단계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창업 초기 기업의 성장을 견인해왔다. 특히 정부 지원사업 연계와 사업계획 고도화 컨설팅을 강화해 입주기업의 경쟁력 향상에 집중했다. 2025년 기준, 진흥원 입주기업 등 20개 기업은 총 27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7명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했다. 또한 지식재산권 출원 12건, 등록 16건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며 지역 창업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기존 사업을 확대 개편해 창업보육센터(BI센터)로 전환하며 역할을 강화한다. BI센터는 창업 초기 단계부터 성장 단계까지 지원하는 종합 보육 체계를 구축해 경북 지역의 청장년 창업 활성화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지속적으로 이끌 계획이다. 이종수 진흥원장은 “7년 연속 A등급 달성은 입주기업들과 함께 이뤄낸 값진 결과”라며 “앞으로도 지역 예비 창업자와 창업기업에 맞춘 최적의 지원을 통해 지역 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3-08

[EBS 일요시네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8일 오후 1시30분

EBS 일요시네마가 오는 8일 오후 1시 30분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1부를 방송한다. 1939년 제작된 이 작품은 미국 영화사의 금자탑으로 불리는 대하 서사극으로, 원제는 ‘Gone with the Wind’. 연출은 빅터 플레밍 감독이 맡았으며, 클라크 게이블, 비비안 리, 레슬리 하워드,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 등이 출연한다. 영화는 1861년 남북전쟁 직전 미국 남부 조지아주 타라(Tara) 농장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농장주의 장녀 스칼렛 오하라는 아름다운 외모와 당찬 성격으로 수많은 구혼자의 애를 태우지만, 정작 그녀가 사랑하는 애슐리 윌크스의 마음은 사촌 멜라니를 향해 있다. 상처를 입은 스칼렛 앞에 냉소적이면서도 강렬한 매력을 지닌 레트 버틀러가 등장하며, 이들의 관계는 전쟁의 격랑 속에서 미묘하게 얽혀간다. 전쟁이 발발하고 남부가 몰락의 길로 접어들면서 스칼렛의 삶도 급변한다. 충동적 결혼과 남편의 전사(戰死), 어린 나이에 맞은 미망인 신세, 그리고 애틀랜타(Atlanta) 함락과 탈출까지, 그녀는 시대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에 선다. 폐허가 된 고향 타라(Tara)로 돌아온 스칼렛은 생존과 재건을 향한 집념을 드러내며 강인한 여성으로 거듭난다. 이 작품의 원작은 마거릿 미첼이 1936년 발표한 동명 소설로, 이듬해 퓰리처상을 수상하며 곧바로 영화로 제작됐다. 당시 비비안 리는 수천 대 1의 경쟁을 뚫고 스칼렛 역에 캐스팅돼 단숨에 세계적 스타로 떠올랐다. 영화는 개봉 당시 기록적인 흥행을 거두었으며, 제1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등 10개 부문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남북전쟁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비극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한 여성의 욕망과 생존 의지를 그려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7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고전의 품격을 지키며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6-03-07

웹툰·드라마로 뜬 ‘며느라기’ 수신지 작가, 포항시립도서관 첫 인문학 강연 주인공

포항시립도서관(관장 서양진)은 3월 문화가 있는 날을 맞아 오는 25일 오후 2시 포은중앙도서관 1층 어울마루에서 ‘2026 인문학 in 포항’의 첫 강연회를 연다. 이번 강연의 주인공은 인기웹툰 ‘며느라기’의 수신지 작가로, 해당 작품이 카카오TV 드라마로도 제작돼 큰 인기를 모은 것을 계기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그는 사회적 문제를 섬세한 스토리텔링으로 녹여낸 작품 세계를 통해 창작의 여정과 삶의 고민을 나눌 예정이다. 수신지 작가는 서양화와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하며 그림책과 웹툰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독창적인 작품으로 이름을 알렸다. 대표작으로는 그림책 ‘3그램’, ‘스트리트 페인터’, 웹툰 ‘곤’ 1~2, 에세이 ‘반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 1~6’ 등이 있으며, 특히 ‘며느라기’로는 ‘2017 오늘의 우리만화상’, ‘2018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장관상’, ‘2023 올해의 출판만화 작가상’을 수상하며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번 강연에서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나의 이야기를 이야기하다’라는 주제로 작품 이야기와 창작 과정에서의 고뇌와 성찰을 솔직하게 풀어낼 계획이다. ‘인문학 in 포항’은 3월부터 10월까지 매달 마지막 수요일마다 열리는 도서관 대표 프로그램이다. 문학, 예술, 사회 각 분야의 명사들을 초청해 지역민의 문화적 갈증을 해소하고, 인문학적 사유를 공유하는 장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서양진 관장은 “이번 강연이 창작자들의 열정과 시민의 일상이 교감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주제로 소통의 기회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 말했다. 강연은 선착순 사전 접수제로 운영되며, 11일 오전 10시부터 포항시립도서관 홈페이지(https://phlib.pohang.go.kr) 문화행사신청 코너에서 신청 가능하다. 자세한 내용은 도서관 홈페이지를 참조하거나 포은중앙도서관(054-270-4609)으로 문의하면 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3-07

美 정치 구조 진단한 논픽션 ‘어번던스’, 한국어판 출간

서로를 적대시하는 정치적 양극화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시대에, 미국 정치의 구조적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한 책 ‘어번던스’(한국경제신문)가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논픽션 부문 1위에 오른 이 책은 빌 게이츠와 버락 오바마의 추천으로 더욱 주목받으며, 진보 성향 저자들이 민주당의 정책 실패를 정면 비판해 논쟁을 촉발시켰다. 저자 에즈라 클레인(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과 데릭 톰슨(‘애틀랜틱’ 편집장)은 “미국의 만성적 결핍은 단순한 실수가 아닌 의도적 선택의 결과”라고 주장한다. 주택난, 청정에너지 부족, 비효율적 공공 프로젝트 등이 오랜 기간 누적된 정책적 선택으로 발생했으며, 역사적 실수나 불가피한 결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1970년대 도입된 규제가 2020년대 도시 확장 및 청정에너지 프로젝트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된 것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민주당 지지층이 많은 주조차 탄소 중립 추진을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 대신 원자력 발전 폐쇄나 태양광 시설 건설에 반대하는 모순적 태도를 보인다. 이는 진보 진영의 이념적 구호와 현실적 행동 사이의 괴리를 드러내는 사례다. 보수 진영 역시 시장 자율성만 강조하다 공공 프로젝트 협력을 거부하며 문제를 악화시켰다. 정치적 대립은 정부의 실질적 역량을 약화시켜 사회 인프라 투자와 과학 기술 개발을 방치했다. 저자들은 이러한 “정책의 역설”이 분파적 갈등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저자들은 양 진영의 자기반성을 촉구한다. 진보 진영은 규제 중심 접근에서 벗어나 청정에너지 인프라 구축, 주택 공급 규제 완화, 과학 연구 지원 체계 개선 등을 요구한다. 이들은 “주거권을 인권이라 외치면서 부유한 도시들은 주택 건설을 막는다”는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보수 진영은 정부의 개입 필요성을 인정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시장 자율성’만을 강조하며 청정에너지 시설 건설, 공공 인프라 확충 등 정부의 역할을 외면해온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민주당 지지 주에서도 탄소 중립 정책을 방해하는 모순적 태도가 드러나는 가운데, 보수 진영은 이념적 대립을 넘어 재생에너지 개발·도시 확장 지원·과학 기술 연구 등 공공 프로젝트에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이 정의한 “어번던스(풍요)”는 주택, 사회 인프라, 청정에너지, 의료 분야에서 실질적 개선을 이뤄 모두가 더 나은 삶을 누리는 상태다. 저자는 “풍요는 제도를 끊임없이 개선하겠다는 약속”이라며 이를 위해 진영 대립이 아닌 협력적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3-05

포항 침촌 사띠스쿨, 소쉬르 구조주의 특강 성황리 개최

지난 3일 오후 7시 30분 포항시 북구 장성동에 위치한 침촌문화회관 내 인문학 공간 침촌 사띠스쿨은 열정으로 가득찬 분위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개원 13주년을 맞아 지역 인문학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한 이곳에서, 내적 성장을 꿈꾸는 시민 30여 명이 특강에 집중하는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날 열린 인문학 특강은 ‘언어와 사고의 틀: 소쉬르의 구조주의’를 주제로, 영문학 박사이자 시인인 여국현 씨가 초청돼 진행됐다. 여국현 씨는 포항 출신으로 중앙대에서 영문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2018년 등단 이후 시와 번역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현재 포항 KBS 1라디오 ‘10분 인문학’과 워싱턴 한인방송 ‘여국현 시인의 인문학 산책’을 진행하며 대중과 소통 중이다. 그는 강연에서 “세상 모든 것에는 구조와 법칙이 있다”는 소쉬르의 선언으로 문을 열었다. 문화연구 박사 논문을 준비하며 현대 철학을 연구해온 그는 스위스 언어학자이자 구조주의 창시자인 페르디낭 드 소쉬르(1857~1913)의 이론을 바탕으로, 일상 속 언어와 사고 체계를 근본부터 재해석했다. 특히 “빨간 신호 앞에서 멈추는 이유”를 개인의 선택이 아닌 사회적 약속과 기호 체계로 설명하며 구조주의의 실용성을 강조했다. “랑그(규칙 체계)와 파롤(개별 발화)”, “기표(소리)와 기의(개념)의 자의적 결합” 등 핵심 개념을 소개한 여 씨는 나이키의 “Just Do It” 캠페인과 ‘해리 포터’ 시리즈를 예시로 들어 구조주의가 예술·광고·서사 이론으로 확장된 사례를 설명했다. 그러나 인간 주체 소외, 역사성 부재 등 구조주의의 한계를 지적하며 루이 알튀세르, 자크 라캉, 자크 데리다, 롤랑 바르트, 질 들뢰즈 등 후기 구조주의 사상가들의 대안적 시각도 덧붙였다. 강의 말미, 여 씨는 “시의 창조적 힘으로 불완전한 언어를 넘어설 수 있다. 구조를 인식하되, 그 구조를 흔들고 새로운 기호를 창조하는 것이 인간의 몫”이라고 강조하며 청중의 공감을 이끌었다. 사띠스쿨 공봉학 원장은 “침촌문화회관을 가득 채운 청중들은 구조주의가 더 이상 낯선 철학 용어가 아니라, 일상의 언어와 삶을 비추는 하나의 거울임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사띠스쿨은 오는 4월 7일 자크 라캉의 정신분석 이론, 5월 5일 자크 데리다와 질 들뢰즈의 개념을 다루는 등 지역 인문 담론 확장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임창희기자 lch8601@kbmaeil.com

2026-03-04

“도민과 호흡, 일상에 문화의 숨결 채울 것”

지난 26일 오후 7시 30분,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유럽 정통 음악 교육을 거친 실력파 지휘자 서진(51)씨가 경북도립교향악단 제7대 지휘자로 공식 취임하며 첫 연주회의 지휘봉을 잡았다. 이날 공연은 글린카의 ‘루슬란과 루드밀라 서곡’으로 시작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스페인 기상곡’, 레스피기의 ‘로마의 소나무’까지 클래식 명곡으로 채워졌다. 서진 지휘자는 “도전 정신으로 오케스트라를 이끌겠다는 의지”를 담은 프로그램이라며, 특히 라흐마니노프 협주곡은 주목받는 신예 박종해 피아니스트와의 협연으로 의미를 더했다고 설명했다. 취임연주회에 앞서 이날 오후 3시 리허설에서 만난 서진 지휘자는 “경북도립교향악단의 지휘자로 취임하게 되어 영광”이라며 운을 뗐다. 그는 “음악은 연주자와 관객이 함께 호흡할 때 완성된다”며 “경북도민의 일상에 문화의 숨결을 불어넣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특히 ‘사람을 잃지 않는 음악’ 철학을 강조하며, “아무리 훌륭한 연주라도 관객과의 교감이 없다면 반쪽”이라 덧붙였다. 이는 그가 2014년부터 2022년까지 과천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활동하며 지켜온 신념이기도 하다. 서진 지휘자는 경북도립교향악단을 “잠재력 있는 악단”이라 평가했다. 취임 연주회 부제를 ‘세대 공감’으로 정한 것도 “글린카부터 레스피기까지 시대와 국적을 넘나드는 레퍼토리로 모든 세대가 공감하는 음악을 전하기 위함”이라 설명했다. 첫 곡인 글린카의 서곡에 대해서는 “러시아 민담 속 경쾌한 이야기가 오케스트라의 화려한 음색으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길 바랐다”고 전했다. 협연자인 피아니스트 박종해에 대해서는 “고독에서 환희로 이어지는 인간 내면의 여정을 섬세하게 표현해줬다”며 신뢰를 드러냈다. 서진 지휘자의 청사진에는 어린이 마스터클래스와 오지 지역민을 위한 찾아가는 음악회가 포함된다. 그는 “음악은 특권층만의 것이 아니다”라며 “경북 어디에서나 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오케스트라 수준 향상과 교육 프로그램의 균형을 강조하며 “인간미와 예술적 완성도의 조화”를 목표로 내세웠다. 이는 그가 과천시향 시절부터 추구해온 방향이기도 하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대학교와 독일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악대학원 등에서 지휘와 첼로를 전공한 서진 지휘자는 2007년 크로아티아 로브로 폰 마타치치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파판도푸르 현대음악상’을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현재 계명대 교수로도 활동 중인 그는 “클래식은 바쁜 현대인에게 사색의 시간을 선사한다”며 “철학적인 작곡가들의 음악을 통해 깊이 있는 사고를 이끌어내고 싶다”고 전했다. 서진 지휘자는 경북의 21개 시·군을 돌며 “소통하는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다. “포항, 구미, 안동 등 지역 특성에 맞는 공연을 기획하고 있다”며 특히 문화 접근성이 낮은 오지 주민을 위한 프로그램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했다. 단원들의 열정과 지역민의 관심이 오케스트라의 미래를 밝힐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이날 취임 연주회에서 그는 단원들과 함께 오케스트라의 화려한 음색으로 관객들에게 희망을 전했고, 공연 후 기립박수로 화답받은 서진 지휘자는 “함께 성장하는 교향악단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그의 음악 여정이 경북도민과 어떤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갈지 기대된다. 글·사진/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3-03

포항문화원 정기총회··· 문화로 여는 도시 미래

포항문화원(원장 박승대)은 27일 포항문화원 3층 강당에서 나주영·이상준·홍필남 부원장을 비롯한 임원, 정회원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32차 정기총회를 성황리에 마쳤다. 이날 총회는 국가무형유산인 대금산조 공연으로 시작돼 참석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포항문화원 박성대 사무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정기총회 제1부에서는 향토 문화 발전에 이바지한 유공자에 대한 표창 전달식이 진행됐다. 경상북도지사 감사패는 포항문화연구소 권용호 부소장과 월월이청청보존회 서선희 회장이 받았다. 장상길 포항시장 권한대행 명의로 수여된 포항시장 표창은 손숙희 포항문화원 이사와 설인순 용흥동문화가족회 회장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으며, 도지사 감사패와 포항시장 표창은 이창우 포항시 북구청장이 대리 수여했다. 한편 포항문화원장 감사패는 조종복 읍·면·동 문화가족연합회장, 정관용 우창동문화가족회장, 임일지 정회원 등 3명이 박승대 원장으로부터 받았다. 이후 신임 이사들에 대한 위촉장 수여식 후 진행된 개회사에서 박승대 원장은 “지난해 포항문화원이 전국 232개 지방문화원 가운데 우수문화원 3위의 영예를 안은 것은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데도 열심히 참여해 준 문화가족 여러분이 적극적으로 성원해 준 결과”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또 “앞으로도 포항은 산업도시로서의 정체성을 계속 유지해야겠지만, 관광객을 유치하고 이를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끄는 것은 오직 문화의 힘”이라며 “이번에 감사패를 받은 권용호 포항문화연구소 부소장처럼 꾸준히 지역 문화유산을 발굴·연구해 스토리텔링화한다면 포항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 원장은 “오늘 3층까지 문화원 계단을 몸이 불편하신 분들도 힘들게 걸어 올라오셨다”며 “앞으로 포항문화원이 경북을 대표하고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문화도시 포항을 만들어 나가려면 장애인과 고령자 등 누구나 문화교실과 행사에 편리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문화원 건물을 건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2부에서는 지난해 결산과 2026년 사업계획 및 예·결산이 원안대로 의결되며 약 한 시간여에 걸친 정기총회가 마무리됐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2-27

천년의 인연으로···중국에 경주의 역사를 알리다

‘POST APEC 경주시민세계홍보단’이 2025 APEC 경주의 성공적 개최를 기념하며 지난 1월 중국 츠저우·양저우·난징을 방문해 경주를 세계에 알렸다. 신라 김교각 스님과 최치원 선생의 유적을 탐방하며 한중 교류 역사를 체험하고, 현지에서 문화교류 행사를 열었다. 양저우 최치원기념관에 한글 번역시를 증정했으며, 난징대학살기념관 방문으로 평화의 의미를 되새겼다. APEC 성공 개최 후 경주의 국제적 위상 강화가 돋보인다. 이번 여행에 참가한 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의 여행기를 싣는다. /편집자 주 POST APEC 경주시민세계홍보단 결성 POST APEC 경주시민세계홍보단(단장 이원식 전 경주시장)은 국제어머니회(회장 한정희·부단장)가 주관하고 국제교류활동가, 경주시 외국어문화관광해설사, 경주유림회원과 선덕여왕경모회원 등 32명이 의기투합했다.90세 노령의 이 원식 단장부터 중학생과 10세 어린이까지 3대를 아울렀다. '천년 고도 경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라는 슬로건을 만들어, 지난 1월 26일부터 30일까지, 4박5일 동안 중국에서 야심찬 홍보행사를 했다. 특히 1300년 전 신라와 당나라 간의 교류사가 있는 츠저우(池州)와 양저우(揚州)는 신라시대 김교각(697~794) 스님, 최치원(857~908 이후) 선생의 흔적을 훑으면서 천년을 넘어 이어진 한중 교류의 현장을 체험했다. 10살 손자에게 역사 현장 체험은 더없이 좋은 공부였다. 츠저우, 김교각 스님의 큰 족적이 만든 도시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난징공항에 도착한 첫날, 4시간 넘게 달려간 안후이성 츠저우시도 흐리고 습했다. 양쯔강 가까이 있어 연중 200일 이상이 흐리다는 가이드의 설명이 있었다. 츠저우는 중국의 4대 불교 명산인 지우화산(九華山)이 있는 불교 성지로 유명한 도시다. 열반 후 지장보살로 추앙된 신라의 김교각 스님 덕분이다. 경주시와 2023년 자매결연을 체결한 이후 문화, 관광 분야의 전방위적 협력을 모색하고자 했던 터라 경주 시민 홍보단의 첫 방문지가 된 이유이기도 했다. 둘째 날 ‘경주와 츠저우 문화관광 우호교류회의’가 있었다. 이원식 단장의 경주시장 친서 전달과 인사말, 양 도시 간의 선물 전달 및 홍보영상 상영 등을 행사를 통해 두 도시 간의 교류회의가 엄숙하되 화기애애하게 이뤄졌다. 어김없이 김교각 스님이 언급되었다. 김교각 스님은 신라 성덕왕의 아들로 알려졌다. 714년 당나라로 건너가 지우화산에서 불법을 베풀었고, 794년 99세로 입적했다. 3년 뒤 등신불로 조성된 후 지장보살의 현신으로 추존되었고, 천년 넘게 중국에서 현신불로 존숭받고 있다. 지우화산에서 확인된 스님의 어마어마한 흔적들은 역사적 사실에 불교적 신화까지 덧입혀져 더욱 경이로웠다. 신화는 문자 이전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시대의 필요에 의해 각색되기도 하지만 진실한 신념의 소산이기도 하기에 역사의 또 다른 언술로도 이해된다. 현재 중국에서 김교각 스님은 역사적 인물인 동시에 불교적 신화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지우화산을 배경으로 조성된 우뚝한 높이 99미터의 지장보살상의 규모만으로도 스님의 위상을 가늠할 수 있었다. 곳곳의 한글 안내판은 스님의 나라말을 존중하고 한국인을 위한 중국인의 배려리라. 커다란 동상은 멀리서도 가까이에서도 깊은 외경심을 불렀으며 금빛 동상에 올라 발에 머리를 묻는 의식을 절로 하게 되었다. 지우화산은 신화의 배경으로도 더할 나위 없이 빼어나고 아름다운 산이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면서 본 경관은 운무 속에서 더욱 신비로웠다. 숲에 우거진 나무들과 깎아지른 기암괴석은 선경이 바로 여기다 싶은 찬탄을 불렀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눈 쌓인 계단에서 내려보는 발 아래 펼쳐진 절경, 고개 들어 보이는 봉우리에 깎아지른 암벽에 두 개의 기이한 형상의 바위가 형형해서 어떤 이는 보살과 부처의 형상이라고도 했다. 그 아래 평평한 너른 바닥에 조성된 ‘고배경대’에서 스님은 바위에 발자국을 새길 정도로 수행했단다. 손자는 스님의 발자국에 발을 맞춰본다. 거기서 또 1400개의 계단을 올라야 볼 수 있는 천태사는 내게는 무리였다. 오르기를 포기한 할머니에 비해 손주는 날다람쥐였다. 손자와 함께 천태봉까지 오른 건각의 10명은 눈을 가리는 운무 덕에 오히려 신비로운 풍경이었다며 득의양양한 사진을 전했다. 후에 손자는 천태사를 오른 것이 최고의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오르지 못한 심사를 이백의 시를 달랬다. 김교각 스님의 등신불이 있는 육신보전, 지우화산 불교의 중심인 화성사, 스님 이후 120살을 넘게 살아 등신불로 조성된 무협 스님의 백세궁 등 99개 사찰이 있다는 츠저우에서 스님의 발자취를 따르는 내내 흔연한 마음이 컸다. 양저우, 최치원 선생을 기리는 도시 츠저우에서 2시간 넘어 달려 장쑤성 양저우에 갔다. 예전 KBS 역사스페셜에서 “천재시인 최치원은 조기유학생이었다”라는 프로그램을 기억한다. 최치원 선생은 12살에 당시 선진지인 당나라에 유학해 6년만에 빈공과에 급제 후 난징 율수현에서 관리로 임명되었고, 양저우에서도 대활약을 했다. 양저우에는 2007년 중국 중앙정부가 허가한 최초의 외국인기념관으로 개관한 최치원기념관이 있다. 정작 그의 고향인 경주에는 없는 기념관을 조성한 중국에 대해 부러움과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했다. 양저우시는 2008년 경주시와 우호도시 협정을 체결하고 최치원기념관에는 해마다 경주최씨 종친회가 참배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양저우에서도 두 도시 간의 훈훈한 우호협력과 관광홍보를 겸한 회의와 조촐한 토론회도 가졌다. 특히 이번 홍보단에 동참한 최민경(한국한글서예협회장) 서예가가 선생의 시 ‘범해(泛海)’의 한글번역시 ‘바다에 배 띄우며’를 기념관 측에 증정하는 뜻깊은 시간도 가졌다. 최 회장은 최치원 선생의 34세손이라며 각별한 감회를 부여했다. 손자는 미리 그림책으로 공부한 최치원 선생의 이력에 대해 조잘조잘 얘기하면서 기념관을 샅샅이 훑고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큰 공부를 한 뿌듯함을 감추지 않았다. 난징대학살기념관에서 평화를 생각하다 도착한 날보다 더 많은 비가 내렸다. 난징공항으로 가기 전 난징대학살기념관에 갔다. 1937년 말, 일본군에 의해 자행된 30만 명의 시민대학살의 비극을 추모하는 공간은 규모가 엄청나다. 추적추적 오는 비를 아랑곳않고 참배하는 많은 시민들 또한 놀라웠다. 입구에서 기부금을 내고 얻은 국화 세 송이를 들고 들어온 전시관 안은 컴컴했다. 참배대에 헌화하고 고개 숙여 깊은 묵념을 하면서 중국판 아우슈비츠가 아닐까 잠시 생각했다. 말없이 따르던 손자가 악몽을 꿀 것 같다며 불편해해서 서둘러 나왔다. 제 아빠와 엄마를 위한 기념품을 여기서 사면 기부가 되겠지? 기특한 말을 한다. 어두운 전시장을 나오니 평화의 탑이 보였다. 언제나 이 지구에 전쟁이 사라지고 평화가 올까. 누군가 하늘이 나 대신 울어주는가 보다며 말하며 슬픈 하늘을 쳐다보았다. POST APEC 경주시민세계홍보단의 계획 홍보단의 자발적인 열정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고 한다. POST APEC 경주시민세계홍보단은 이번 중국 방문의 성과를 발판으로 올 하반기에는 또 다른 해외 자매도시를 방문하겠다는 계획이다. 천년 고도 경주의 자부심을 품고 세계로 나아가는 이들의 발걸음이 계속되는 한 경주의 미래는 더욱 밝을 것이다. 할머니 손을 잡고 역사문화교류의 현장을 씩씩하게 누볐던 내 손주가 살아갈 미래의 세상도, 경주가 맺은 소중한 인연들로 인해 더 평화롭고 따뜻해지기를 소망해 본다. 글·사진/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

2026-02-26

갑작스런 재임용 불가···포항시립연극단 인사 논란

포항시립연극단의 상임연출자인 박장렬 연출자가 오는 2월 말로 예정된 재위촉을 앞두고 포항시로부터 갑작스럽게 재임용 불가 통보를 받아 지역 문화예술계에 논란이 일고 있다. 박 연출자는 2024년 2월 2년 임기로 위촉된 이후 30년 이상의 연극 경력과 탁월한 성과를 바탕으로 재위촉이 기대됐으나, 포항시는 지방선거를 앞둔 시장의 사임 이전에 이미 재임용하지 않기로 내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포항시립교향악단의 차웅 상임지휘자는 박 연출자와 동일하게 2024년 2월 위촉돼 이번에 재임용 통보를 받으며 두 기관의 결정이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장렬 연출자는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3기 동인 출신으로, 서울연극협회 회장과 경남도립극단 초대 예술감독을 역임한 국내 대표 연극인이다. 주요 연출작으로는 ‘토지’(I·II), ‘리어왕’, ‘집을 떠나며’, ‘레미제라블’ 등이 있으며, 희곡 ‘72시간’, ‘나무물고기’, ‘원맨쇼’ 등을 집필하며 극작가로서도 활약해왔다. 그는 2004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올해의 예술상’, 2017년 서울시 문화상 연극부문, 2021년 대한민국 문화예술발전 유공자상(연극 부문)을 수상하며 예술적 공로를 인정받았다. 특히 최근에는 재위촉을 앞두고 시민과 공감할 수 있는 주제로 어린이 뮤지컬 공연을 선보이며 창작 의지를 드러냈으나, 갑작스러운 통보로 인해 향후 활동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포항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이강덕 시장이 사임하기 전 1월 초 내부적으로 재임용하지 않기로 결정됐다”며 “선거 이후 공모 절차를 통해 새로운 연출자를 선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박 연출자의 재위촉 불발 사유가 지방선거와 시장 사임과 맞물리면서 정치적 판단이 개입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포항시립교향악단의 차웅 지휘자가 동일한 시기 재임용되며 두 예술단체의 결정이 엇갈린 점에 대해 지역 예술계는 “형평성과 공정성에 의문이 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장렬 연출자는 “그동안 포항시립연극단을 이끌며 지역 연극 활성화에 힘썼다”며 “갑작스러운 결정에 아쉬움이 크지만, 앞으로도 연극 발전에 기여할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포항시는 “새 연출자 공모 과정에서 다양한 역량을 갖춘 인재를 선발해 연극단의 도약을 이끌겠다”고 강조했으나, 일각에서는 “오랜 경험과 성과를 쌓은 예술가를 배제하는 것은 지역 문화예술의 연속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역 중진 연극인은 “이번 사태는 지방선거를 앞둔 지자체의 인사 정책이 예술단체 운영에 미친 영향의 사례다. 공모 과정의 투명성과 예술적 평가 기준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문화예술과 일부 관계자나 연극단 내 특정 단원의 개인적 이익을 위한 결정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며 “공무원들이 공익보다 사적 이해관계를 우선시한 결과로 비춰질 수밖에 없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익 중심의 업무 태도 확립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2-24

[EBS 세계의 명화] ‘클레오파트라’ 21일 밤 10시 45분

고대 이집트의 전설적 여왕을 스크린에 되살린 할리우드 초대형 서사극 ‘클레오파트라’가 21일 밤 10시45분 EBS ‘세계의 명화’를 통해 방송된다. 1963년 제작된 이 작품은 조셉 L. 맨키위즈 감독이 연출하고,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리처드 버튼이 주연을 맡았다. 총 192분에 이르는 방대한 러닝타임 속에 로마 제국의 권력 투쟁과 클레오파트라의 정치적 야망, 그리고 운명적 사랑이 웅장한 스케일로 펼쳐진다. 영화는 기원전 48년, 로마의 영웅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이집트에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왕권 다툼 속에서 카펫에 몸을 숨긴 채 카이사르 앞에 등장한 클레오파트라는 그의 마음을 사로잡고, 결국 이집트의 여왕으로 등극한다. 이후 그녀는 카이사르와의 사이에서 아들을 낳고 로마에 입성하지만, 카이사르가 암살되면서 또 다른 격변의 시대를 맞는다. 이어 안토니우스와의 사랑, 옥타비아누스와의 권력 대결 등 격동의 역사가 이어지며 한 여성 군주의 비극적 운명이 펼쳐진다. 이 작품은 제작비 4400만달러라는 당시로서는 전례 없는 규모로 제작돼 할리우드 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 웅장한 세트와 화려한 의상, 수천 명의 엑스트라가 등장하는 로마 입성 장면은 지금까지도 영화사에 남는 명장면으로 평가된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미술상, 촬영상, 의상상, 시각효과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클레오파트라를 연기한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강인함과 매혹을 동시에 지닌 인물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며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리처드 버튼 역시 비극적 영웅 안토니우스를 깊이 있게 연기해 극적 긴장감을 더한다. ‘클레오파트라’는 단순한 역사극 외 권력과 사랑, 인간의 욕망이 교차하는 거대한 드라마다. 할리우드 황금기의 기술력과 예술성이 집약된 이 작품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압도적인 스케일과 깊은 여운을 선사하는 고전 명작으로 남아 있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6-02-20

[신간] “녹슬기보다 닳아 없어지기를”... 문무학 시인이 건네는 노년의 문장

고령화 시대, 은퇴 이후의 삶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문무학 시인이 ‘문화적 실천’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최근 출간된 문무학의 수필집 ‘문화로 노는 시니어’(뜻밖에 출판)는 전작(前作) ‘책으로 노는 시니어’(2024)와 ‘예술로 노는 시니어’(2025)를 잇는 ‘시니어 놀이 3부작’의 완결판이다. 이번 신작은 기존의 독서와 예술 감상을 넘어 여행과 스포츠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며, 저자가 1년 동안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실천한 생생한 기록을 정리했다. 저자의 실천 방식은 구체적이고 꾸준하다. 한 달을 4주로 나누어 매주 독서, 예술, 여행, 스포츠 중 한 가지를 실행에 옮겼다. 이는 단순한 취미 생활 외 삶의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과정이었다. 책 속에는 낯선 여행지에서의 설렘, 예술 작품을 마주하며 깊어지는 사유(思惟), 그리고 몸을 움직이며 느끼는 근육의 활력이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저자는 이러한 경험들이 쌓일 때 비로소 노년의 자존감이 높아지고 삶의 지평이 넓어진다고 강조한다. “기록하는 행위는 스스로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는 그의 고백은 무력감에 빠지기 쉬운 노년층에게 울림을 준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철학은 영국의 부흥사 조지 휘트필드의 명언, “녹슬어 없어지기보다 닳아서 없어지기를 바란다”는 문장과 연결된다. 저자는 몸의 노화는 거스를 수 없지만, 정신의 노화는 무언가를 지속하는 힘으로 늦출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책을 통해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하는 삶은 나이가 많아도 젊은 삶이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삶은 나이가 적어도 늙은 삶”이라며 독자들을 독려한다. ‘문화로 노는 시니어’는 강요하는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대신 한 시니어가 자신의 일상을 어떻게 확장해 나갔는지를 보여주는 진솔한 기록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막막한 질문 앞에 서 있는 동시대 시니어들에게, 저자는 망설임 대신 ‘지금 시작하라’는 따뜻하고도 단호한 메시지를 건넨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6-02-19

“재능이냐 가문이냐. 전통 예능의 목표는 관객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

“혈연 중심으로 계승해 온 일본과 재능과 계보로 이어온 한국의 전통예술. 오늘을 어떻게 건너 미래로 갈 것인가.” 한국이나 일본이나 전통에 대한 예능인들의 자긍심은 다르지 않았다. 일본 전통연예 가부키를 소재로 한 영화 ‘국보’가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을 때 가부키의 원류라 할 교겐(狂言) 전수자 미야케 치카나리(三宅近成·41)씨를 지난달 도쿄 자택에서 만났다. 그의 얼굴은 전통 예술을 계승하는 것을 자신의 태생적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그 전통을 계승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는 예능인의 자긍심으로 상기돼 있었다. 재능으로 대를 잇는 우리나라의 전통 예능세계와는 다르면서도 궁극적 정신은 하나로 닿아 있음을 느꼈다. 미야케씨는 전통 예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데 대한 갈등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태어날 때부터 교겐이 내 삶이었습니다. 다른 길을 고민해 본 적은 없습니다”고 했다. 그의 아버지 미야케 우콘(三宅右近)은 교겐 인간문화재이고 할아버지 미야게 도우타로우(三宅藤九郞)는 일본의 인간국보였다. 일본 전통 공연예술인 노가쿠(能楽)는 노(能)와 교겐으로 나뉜다. 노는 가면과 느린 동작을 특징으로 신과 인간, 삶과 죽음의 경계를 다루는 비극적이고 상징적인 음악극이다. 반면 교겐은 노 공연 사이에 올려지던 희극적 단막극에서 출발했다. 일상의 언어와 익살, 인간의 욕망과 허점을 다루며 관객에게 웃음을 건넨다. 같은 뿌리에서 나왔지만, 형식과 정서는 분명히 다르다. 일본에는 100명 정도의 전수자가 있다고 한다. 한국처럼 일본도 젊은 사람들의 전통예능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것이 예능인의 욕심이다. “개인적으로는 연기를 더 발전시키는 일과 이를 세상에 알리는 일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수직적으로는 개인적 능력을 연마하고 수평적으로는 더 많은 관객을 확보하는 것이지요.” 그는 “이건 ‘0과 1의 차이’와 같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디지털 세계에서 0과 1이 전혀 다른 값을 갖듯, 교겐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과 전혀 접해보지 못한 사람 사이에는 큰 간극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전통예술의 지속 가능성은 결국 그 ‘1’을 얼마나 늘리느냐에 달려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일본 국내는 물론 미주, 유럽, 동남아 등 해외 무대에 서며 교겐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는 온 적이 없다며 안동 탈춤 페스티벌에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일본 안에서도 학생과 젊은 연기자들이 연수와 워크숍을 통해 교겐을 접하도록 힘쓴다. 가문 전승이라는 폐쇄적 구조에 머물지 않고, 교육과 공연을 통해 외연을 확장하려는 노력이다. 영화 ‘국보’와 가부키가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데 대해서도 전통예술을 인정받고 있는 증거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노가쿠에서 성립한 가부키는 화려한 분장과 극적 장치, 상업 자본의 후원을 바탕으로 대중 속으로 파고들었다. “친구가 가부키 연기자도 있고 가부키와는 경쟁이 아니라 공존입니다.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교겐을 더 멋지게 연기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내 연기를 보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대화 중 최근 교겐 극장에서 데뷔했다는 그의 세 살 난 딸이 낯선 사람 앞에서 다소곳이 인사한다. 가면을 쓰고 자연스럽게 연기를 선보이는 아이의 모습에서 전통이 단지 기술의 전수가 아니라 일상 생활속 문화임을 보았다. 한국의 전통예술은 대개 스승과 제자의 계보, 지역 공동체, 국가무형유산 제도를 통해 전승돼 왔다. 그러나 두 나라 모두 젊은 세대의 관심을 어떻게 끌어낼 것인가, 전통의 본질을 지키면서 현대적 감각과 만날 것인가 하는 공통의 문제를 안고 있다. 일본의 교겐과 한국의 전통예술은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오늘이라는 시간 앞에서는 같은 질문을 마주하고 있다. 전통은 과거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어떻게 연기되고 또 대중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글·사진/이경우 전 대구경북언론인회장

2026-02-19

포항시립미술관, 미술사적·예술적 가치 높은 소장품 수집 공모

포항시립미술관(관장 김갑수)은 한국 근·현대미술과 포항미술사 연구의 기반을 심화하고, 미술관의 정체성을 강화할 우수 작품 확보를 위해 내달 6일까지 ‘2026년 포항시립미술관 소장품 구입 공고’를 실시한다. 미술관은 미술사적·예술적 가치가 높은 작품을 수집하기 위해 매년 소장작품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공모 대상 작품은 △스틸아트뮤지엄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주요 금속작품 △지역 미술사 정립에 중요한 작가의 주요 작품(포항을 중심으로 한 대구·경북 지역) △포항시립미술관 기획전시에 참여한 작가의 주요 작품 등이다. 작가, 작품 소장자, 개인, 법인 등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신청 가능한 작품 수는 1인당 최대 2점이다. 접수 기간은 내달 4일부터 6일까지 3일간이며, 등기우편으로만 접수 가능하다. 최종 구입 작품과 매입 가격은 미술관 작품수집심의위원회와 작품 가격평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상반기 중 결정되며, 결과는 최종 선정된 신청자에게 개별 통지된다. 공모에 대한 자세한 사항과 신청 서식은 포항시청과 포항시립미술관 누리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관련 문의는 포항시립미술관(054-270-4705)으로 하면 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2-17

포항시 올해의 책 뽑아 주세요!··· ‘2026 원 북 원 포항’ 시민 투표 실시

포항시립도서관(관장 서양진)은 2026 원 북 원 포항 ‘올해의 책’ 선정을 위해 오는 3월 15일까지 한 달간 포항시립도서관 홈페이지를 통해 시민 온라인 투표를 진행한다. 올해로 21회째 추진되고 있는 ‘원 북 원 포항(One Book One Pohang)’은 시민 추천으로 어린이·청소년·일반 3개 부문에 각 한 권의 책을 선정하는 범시민 독서진흥운동이다. 이번 투표는 시민 추천 도서 110권 가운데 1차 원북 선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압축된 3개 부문 15권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부문별 후보는 어린이, 청소년, 일반 분야 각 5권씩이다. 어린이 부문에는 △'4×4의 세계'(조우리 글, 노인경 그림) △'거짓말주의보'(이경아 글, 김연제 그림) △'너와 나의 퍼즐'(김규아) △'숲속 가든'(한윤섭 글, 김동성 그림) △'현진에게'(이수진 글, 양양 그림)가 선정됐다. 청소년 부문은 △'나나 올리브에게'(루리) △'너에게 들려주는 단단한 말'(김종원) △'스파클'(최현진) △'일억 번째 여름'(청예) △'파도의 아이들'(정수윤)이며, 일반 부문은 △'과학산문'(김상욱, 심채경) △'나는 용서도 없이 살았다'(이상국) △'노 피플 존'(정이현) △'안녕이라 그랬어'(김애란) △'죽은 다음'(희정) 등이다. 도서관은 시민 투표 결과를 반영해 3월 18일 열리는 2차 원북 선정위원회에서 최종 ‘올해의 책’을 선정할 계획이다. 선정 기준은 최근 2년 이내 발간 도서로, 독서문화 프로그램 운영에 적합하고 전 세대가 함께 읽고 공감할 수 있는 책이다. 서양진 포항시립도서관장은 “원 북 원 포항 사업은 시민들이 한 권의 책을 함께 읽고 공감대를 형성하며 화합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투표 참여를 통해 모두가 소통할 수 있는 책이 선정되도록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2-17

[EBS 설 특선 영화] ‘부시맨’…웃음 속에 문명 비추는 거울

EBS1이 설 특선 영화로 1980년작 코미디 영화 ‘부시맨’을 17일 오후 1시에 방송한다. 원제는 ‘The Gods Must Be Crazy’. 아프리카 칼라하리 사막을 배경으로, 문명과 원시의 충돌을 유쾌하게 그려냈다. 영화는 하늘을 날던 경비행기 조종사가 던진 빈 콜라병에서 출발한다. 병은 칼라하리의 한 부족 마을에 떨어지고, 이를 처음 본 부시맨들은 ‘신의 물건’이라 여기며 귀하게 다룬다. 그러나 하나뿐인 물건은 곧 욕망과 다툼을 낳는다. 평화를 되찾기 위해 추장 카이(니카우 분)는 병을 세상 끝으로 가져가 신(神)에게 돌려주기로 결심한다. 이 설정은 이후 예측불허의 여정으로 전개된다. 카이는 여정 중 동물학자 앤드류와 기자 케이트를 만나고, 정부군과 반군의 대치 상황에도 휘말린다. 가축의 ‘소유’ 개념을 이해하지 못해 벌어지는 해프닝, 문명사회의 규범과 충돌하며 감옥에까지 갇히는 장면 등은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결국 그는 빅토리아 폭포에 도착해 그곳을 세상의 끝이라 믿고 콜라병을 던지며 여정을 마무리한다. 이 영화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감독 제이미 유이스가 연출했으며, 실제 부시맨족 출신 배우 니카우가 주연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제작비 500만 달러로 출발했지만 전 세계에서 1억 달러가 넘는 흥행 수익을 거두며 뜻밖의 대성공을 거뒀다. 국내에서는 1983년 개봉해 서울에서만 29만 관객을 동원했고, 이후 TV 더빙 방영과 비디오 출시로 큰 인기를 끌었다. ‘당신의 웃음을 10년간 책임진다’는 포스터 문구처럼, 순박한 카이의 시선을 통해 물질문명에 대한 풍자와 인간 본성에 대한 성찰을 동시에 담아냈다는 평가다. 40여 년이 지난 지금 다시 만나는 ‘부시맨’은 단순한 슬랩스틱 코미디를 넘어,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문명의 기준을 되묻고 있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6-02-17

"설 연휴엔 포항 영일대 해상누각 광장으로! 전통문화 축제로 특별한 나들이 완성“

포항문화원(원장 박승대)은 민족 고유의 명절 설을 맞아 오는 17일 영일대해수욕장 해상누각 광장에서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하는 ‘영일대 설맞이 전통문화행사’를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지역 전통문화의 가치를 되살리고, 도심 속에서 명절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다채로운 전통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이 펼쳐질 예정이다. 행사장에는 남녀노소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전통문화 체험부스가 운영된다. 체험 프로그램으로는 새해의 복과 안녕을 기원하는 ‘행운의 복주머니 만들기’,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전래놀이 마당, 새해 다짐과 가치를 되새기는 문구를 서예가가 직접 써주는 ‘가훈 써주기’, 어린이들의 미소를 더해줄 페이스페인팅 등이 다채롭게 마련된다. 무대에서는 우리 전통의 멋과 흥을 느낄 수 있는 다채로운 전통 예술의 향연이 이어진다. 맑고 깊은 울림의 대금 연주, 장엄한 행진 음악으로 명절 분위기를 돋우는 취타대 공연, 흥겨운 가락의 민요, 역동적인 고고장구, 우아한 선이 돋보이는 전통춤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이어지며 관람객들에게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할 예정이다. 박승대 포항문화원장은 “이번 행사는 일상에 지친 이들이 전통을 통해 위로받고, 가족 간의 유대감을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모든 세대가 함께 어울리며 즐길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전했다. 이번 행사는 무료로 진행되며, 설 명절을 맞아 영일대해수욕장을 방문하는 누구나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2-16

[EBS 설 특선영화] 태양의 서커스: 월드 어웨이

EBS1이 16일(월) 오후 1시 설 특선영화로 ‘태양의 서커스: 월드 어웨이’를 선보인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곡예 예술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재구성한 공연 실황 판타지다. 영화는 평범한 소녀 미아가 우연히 찾은 서커스장에서 시작된다. 공중에서 펼쳐지는 눈부신 곡예에 매혹된 미아는 한 곡예사와 눈을 마주친 순간, 그가 추락하며 다른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장면을 목격한다. 뒤따라 미지의 세계에 들어선 미아는 그를 찾아 7개의 새로운 공간을 통과하며 환상과 모험을 경험한다. 스토리는 단순하지만, 각 세계는 ‘태양의 서커스’ 대표 공연을 옴니버스처럼 엮어내며 시각적 향연을 펼친다. ‘아바타’로 잘 알려진 제임스 캐머런이 제작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연출과 각본은 ‘슈렉’,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를 선보인 앤드루 애덤슨 감독이 담당했다. 3D 촬영 기법을 적극 활용해 관객이 실제 공연장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한 입체감을 구현했다. 영화의 원형이 된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는 1984년 캐나다 퀘벡에서 출발한 세계적인 공연 예술 단체. 전통 서커스에 스토리텔링과 라이브 음악, 현대무용을 결합해 ‘예술로 승화된 서커스’라는 찬사를 받아왔다. 동물 묘기를 배제하고 인간의 신체와 상상력에 집중하는 무대로 차별화를 이뤘다. 엘비스 프레슬리와 비틀스 음악을 활용한 테마 공연 등으로 대중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작품은 공연 실황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하나의 판타지 영화처럼 구성돼, 공연 예술과 영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을 시도한다. 화려한 공중 곡예와 수중 퍼포먼스, 불과 물, 빛이 교차하는 무대는 명절 안방극장에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할 전망이다. 스크린을 통해 만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서커스. 설 연휴,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환상의 세계로 떠나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6-02-15

[EBS 일요시네마] ‘사랑의 은하수’... 시간을 건너온 사랑의 약속

EBS ‘일요시네마’가 15일 오후 1시 25분 영화 ‘사랑의 은하수’(원제 Somewhere in Time)를 선보인다. 1980년 제작된 이 작품은 시간을 초월한 사랑이라는 낭만적 상상력을 스크린 위에 펼쳐 보이며, 개봉 이후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컬트 클래식’으로 회자되는 작품이다. 자노 슈와르크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크리스토퍼 리브, 제인 시모어, 크리스토퍼 플러머 등이 출연한다. 원작은 ‘환상특급’ 시리즈로도 유명한 작가 리처드 매드슨의 소설이다. 이야기는 젊은 희극작가 리처드 콜리어가 한 노파로부터 회중시계를 건네받으며 시작된다. “나에게로 돌아와요”라는 말을 남긴 채 사라진 노파의 정체는, 8년 뒤 그가 오래된 호텔에서 발견한 한 여인의 사진을 통해 서서히 드러난다. 사진 속 인물은 1910년대 명성을 떨친 배우 엘리스 멕케나. 이미 세상을 떠난 그녀에게 매혹된 리처드는 자기최면을 통해 1912년으로 돌아가고, 두 사람은 운명처럼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멕케나의 성공에 집착하는 매니저 윌리엄의 방해와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사랑은 비극적 결말을 향해 치닫는다. 이 작품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고전적 소재에 시간여행이라는 판타지적 설정을 결합했다. 자기최면을 통한 시간 이동이라는 다소 통속적인 설정은 호불호를 낳았지만, 과거와 현재를 교차시키는 구성과 몽환적 분위기는 이후 수많은 시간여행 로맨스 영화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애절한 바이올린 선율이 돋보이는 존 배리(John Barry)의 서정적인 주제곡 ‘사랑의 은하수(Somewhere in Time)‘ (1980)은 영화의 정서를 한층 끌어올리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개봉 당시에는 혹평과 흥행 부진에 시달렸지만, 케이블 TV와 비디오 시장을 통해 재조명되며 재평가에 성공했다. 1980년 ‘제8회 새턴상’에서 판타지 영화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지금도 ‘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영화’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세대를 넘어 사랑의 본질을 묻는 이 영화는 설날 안방극장에 잔잔한 감동을 전할 예정이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6-02-15

더 어색해지는 ‘명절용 덕담’ 말고 좋아하는 영화 이야기로 자연스레 말문 여세요

명절에 친척이 모여 조카나 손자에게 덕담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질문을 한다. SNS에 인기 있는 잔소리 메뉴판이 있어 살펴보니 재밌다. 공부는 하니? 라고 물으면 5만 원, 담배는 언제 끊냐는 15만 원, 취업은 했냐고 물으려면 35만 원, 결혼은 언제 하니 40만 원, 여자가 이래서야 되겠니? 라고 잔소리하려면 100만 원을 봉투에 넣어 줘야 한다니, 이번 설에는 잔소리는 줄이는 게 좋겠다. 왜 그런 불필요한 질문을 하느냐고 하니,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한다고 했다. 잔소리 말고 서로 좋아하는 영화 이야기로 말문을 터보는 게 어떨까? △'만약에 우리'(김도영 감독) 가장 초라했던 그때, 가장 눈부시던 우리, 영화의 시작은 비행기 안, 비즈니스석에 짐을 머리 위 선반에 올리려는 남자 주인공, 그 옆을 지나 이코노미석으로 가는 여주인공이 스친다. 흘깃 봐도 첫사랑은 눈에 들어오는 법이다. 자리에 앉은 둘은 서로 돌아보며 확인하고 웃는다. 영화를 본 사람들 후기가 손수건이 필요하다, 남편이나 남친과 보지 말아라, 첫사랑 생각나서 펑펑 울게 될 테니까 였다. 이상순의 라디오에 두 주인공이 나와서 영화 이야기를 하는데 여자 주인공 문가영의 선곡이 마음에 들어서('종로에서'/미유, 무슨 노래인가 했는데 첫 소절에서 아는 노래였다.) 영화를 보러 가야지하고 지인에게 전화하니 시간이 맞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다들 만류하던 남편과 낮 2시에 영화관에 갔다. 낮이라 사람이 없겠지 했는데 연인들이 곳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개봉하고 벌써 200만이 넘었다니. 고향 가는 고속버스에 올라탄 은호(구교환)와 휴학 후 어디론가 떠날 결심을 한 정원(문가영), 나란히 앉게 된 두 사람은 뜻밖의 인연을 맺는다. 수줍어서 말도 못하는 은호에게는 든든한 아버지가 있다. 아버지의 권유로 정원은 함께 은호네 가게로 향한다. 정원은 돌아갈 집이 없는 여자, 서로의 꿈을 응원하며 의지하던 두 사람은 어느새 일상 깊숙이 스며들어 절친으로 지내다 연인으로 발전하는 데까지 오래 걸린다. 영화의 첫 장면은 둘이 인연이 끊겼다가 10년이 지난 후, 다시 마주한 순간 은호는 정원에게 오랫동안 묻어두었던 한마디를 꺼낸다. ‘만약에 우리’ 원작 제목은 ‘먼 훗날 우리’이며, 중국 영화로, 2018년 4월 28일 개봉했고 주연은 정백연과 주동우이다. 두 남녀가 베이징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우연히 재회해 과거를 회상하는 이야기이다. 10년 전 춘절, 고향으로 가는 기차에서 처음 만나 친구가 되고, 한국판은 고속버스 귀경길 등 한국적 정서를 반영해 재해석했다. 한국 리메이크와의 차이는 한국판은 원작의 쓸쓸함보다 따뜻하고 몽글한 감성을 더했다는 평가다. △'귀여운 여인'(게리 마샬 감독) 동탁의 손녀, 김유정, 선운사, 라 트라비아타, 귀여운 여인, 다섯 개의 힌트에서 떠오르는 낱말은 무엇일까? 정답은 동백이다.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는 알렉산드르 뒤마 피스의 소설 ‘동백아가씨(La Dame aux Camlias)’를 원작으로 여주인공이 동백꽃을 가슴에 달고 다녀 ‘동백꽃 여인’으로 불린다. 오페라 제목 ‘라 트라비아타’는 ‘바른길을 벗어난 여자’라는 뜻으로 매춘부를 완곡하게 표현한 말이다. 일본에서는 ‘춘희(椿姬)’로 번역해서 우리나라에도 그렇게 알려졌다. 귀여운 여인은 대놓고 ‘라 트라비아타’ 스토리를 따라 했고, 심지어 영화 속에 리차드 기어가 줄리아 로버츠를 데리고 이 오페라를 보러 비행기를 타고 날아간다. ‘귀여운 여인’은 모든 걸 계획하는 남자 에드워드,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하는 여자 비비안의 러브스토리다. 에드워드는 대단한 부자이다. 에드워드는 딴 여자 생겨 위자료 한 푼도 안 주고 엄마와 이혼해 버린 아버지가 미워서 아버지 회사를 사들여 조각 내 팔아버린다. 비비안은 빨강 머리 가발을 쓰고 일을 한다. 빨강 머리, 주근깨는 자주적이고 자기주장이 강한 여자를 나타낸다. 예수를 판 유다가 빨간 머리였다는 속설도 있다. 종교재판에서 빨간 머리는 마녀 화형당하기도 했다. 그와 다르게 금발은 성적 매력 신분을 상징(태양, 황금, 정숙)한다. 하지만 에드워드는 어릴 적부터 좋아한 게임이 벽돌쌓기였다. 무엇을 정성스럽게 쌓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친구로 나오는 변호사는 부루마블을 좋아한다고 했다. 우리나라 사람이 만들어 아직도 팔리는 스테디셀러 게임이다. 이 게임은 도시를 사고파는 게 특징이다. 이 영화는 셰익스피어 인용문이 나오고, 에드워드와 비비안이 풀밭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때 손에 든 책도 셰익스피어 책이다. 그들이 묵는 펜트하우스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느낌이 난다. 비비안이 룸메이트 친구와 대화에서 에드워드와의 이런 관계로 잘 된 케이스가 있나 하고 할 때 신데렐라라고 대답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에드워드가 왕자처럼 흰말이 아니라 하얀 리무진을 타고 우산을 검처럼 들고 비비안 공주를 구하러 온다. 해피엔딩으로 영화와 동화는 끝나지만 과연 신분의 격차가 심한 신데렐라와 비비안은 결혼 후 행복했을까? △​'페르시아어 수업'(바딤 피얼먼 감독)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단편소설 ‘언어의 발명’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이다. 나치에 의해 홀로코스트가 자행되던 잔인한 시대적 배경, 죽음 직전에 샌드위치 반 조각과 바꾼 페르시아어 책 한 권이 주인공을 살린다. 죽음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페르시아인이라고 말하며 책을 내민 덕에 죽음은 면했으나 죽음보다 더 고통스러운 거짓말이 시작되었다. 페르시아어를 전혀 모르는 그가 매일 언어를 창조해야 하는 묵직한 짐이 억누른다. 하루 4개의 낱말을 가르치는 것에서 시작해 날이 쌓일수록 늘어난 언어를 기억해야 하고 또 새로 만들어내야 한다. 어느 날 그 중압감에 포기하고 도망치려 한다. 모든 것을 포기하려던 바로 그 순간 자신이 정리하던 수용자들의 장부를 보며 번득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이름의 한 부분으로 새로운 말을 만들고 뜻은 이름 주인들의 특징을 연상하여 정했다. 성격이 급한 사람의 이름에는 ‘인내심’을, 모든 것을 포기한 자의 이름은 ‘희망’이라는 말로 번역하니 외우기도 쉽다. 많은 수용자의 수만큼 끊임없이 가짜 페르시아어가 만들어졌다. 아울러 유대인 질은 뼛속까지 페르시아인 레자로 바뀌어 간다.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도 자신이 만든 페르시아어로 잠꼬대하는 장면은 사람이 살고자 하는 욕망이 무의식까지 지배하는구나 싶어 감동과 서글픔이 교차한다. 완전히 묻혀버렸을 유대인 희생자 2840명의 이름은 주인공의 입을 통해 하나하나 불리워진다. 조사하던 모든 사람의 시선이 주인공에게로 몰려온다.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 속 인형의 이름 비바는 이탈리아어로 만세라고 한다. 우리나라 3·1절이 생각난다. 만세 부르는 사람들을 향해 총을 쏘던 일본군의 광기가 독일군과 다르지 않다. 낱말 2840개면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 2840명의 사람이면 세상 하나가 만들어지는 것.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김순희 수필가

2026-02-12

한국 방문 조율 중인 브라질 대통령 부인, 한복 입은 사진 SNS 게재

한국 방문 일정을 조율 중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의 부인 호잔젤라 다시우바 여사가 브라질 한인 사회와 교류한 뒤, 한복을 입은 자신의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공개했다. 10일(현지시간) 상파울루 주재 한국 총영사관과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KOWIN) 브라질 지회 등에 따르면 다시우바 여사는 전날 상파울루 총영사 관저에서 브라질 한인회와 총영사관 관계자들을 만나 환담했다. 한인회는 이 자리에서 다시우바 여사에게 한복을 선물했는데, 이 한복을 입고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린 것이다. 다시우바 여사가 선물 받은 한복은 하얀색 저고리에 푸른빛이 감도는 치마로 구성돼 있다. 사진 속 주변에는 병풍과 자개 공예품, 다식 등 한국 전통 소품들이 놓여 있다. 다시우바 여사는 인스타그램 글에서 “한국 공식 방문을 앞둔 시점에 한복을 선물로 받는 영광을 누렸다”며 한복을 “주로 축제와 결혼식, 명절, 문화 행사 등에 착용하는 한국의 전통 의상”이라고 소개했다. 아울러 음악과 음식 등 양국의 문화적 연결고리를 높이 평가하며 “곧 한국을 방문해 외교적·문화적·경제적 유대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6-02-11

대구 연극계 중진 연출가 겸 배우 박현순, 제28대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당선

“회원들과 소통하며 권한은 뒤로, 책임은 앞으로 하겠습니다.” 대구 연극계 중진 연출가 겸 배우 박현순씨(66)가 제28대 한국연극협회 이사장으로 선출되며 지역 연극 활성화와 협회 혁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박 이사장은 지난 9일 서울 양천구 로운아트홀에서 열린 선거에서 당선된 직후 “서울 중심 구조를 벗어나 대구·부산·광주 등 지역 연극이 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의 주요 공약으로는 △회원 중심의 투명한 협회 운영 △연극인 권익 보호 및 창작 환경 개선 △지역별 창작 지원 체계 구축 △미래 세대 지원을 위한 혁신 등이 꼽힌다. 특히 ‘연극균형발전단 119’ 구성을 통해 원로 연극인과 협력해 지역별 맞춤형 지원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박 이사장이 1987년부터 대구 연극계에 헌신하며 쌓은 신뢰가 바탕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난 박 이사장은 1987년 대구에 정착한 후 연극 ‘카덴자’, ‘너무 놀라지 마’ 등 30여 편을 연출하고 희곡 ‘인생배달부’를 집필하며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해왔다. 대구연극협회장(2001~2003, 2010~2012),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집행위원장을 역임했으며, 금복문화상, 대구연극제 연출상·연기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선거 캠페인 슬로건 “권한은 뒤로, 책임은 앞으로”에서 드러난 것처럼, 박 이사장은 협회 혁신을 위한 실천적 리더십을 약속했다. 대구 연극계 관계자는 “중앙과 지역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역량과 침체된 공연 생태계 회복을 위한 구체적 계획이 당선의 핵심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박 이사장의 임기는 2030년 2월까지 4년이다. 그는 향후 이사회 순회 개최와 공청회 정례화를 통해 회원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고 “연극인의 권익 보호와 창작 환경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2-11

“차례는 제사와 달라···구분해 간소화해야”

한국국학진흥원이 설 명절을 앞두고 차례와 제사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하며 전통과 현실이 조화된 간소화된 차례 문화 보급에 나섰다. 진흥원은 조선 시대부터 축적된 68만여 점의 자료를 분석해 실용적인 제례 모델을 제시할 계획이다. 조선 시대 선비들은 차례를 일상 속 예절로 여겼다. 17세기 안동 광산김씨 김령의 일기 ‘계암일록’에는 차례를 “새해 첫 날 조상에게 술과 음식을 올리는 의식”으로 기록했으며, ‘주자가례’ 역시 차례를 일상적 예법으로 규정했다. 반면 제사는 조상의 기일에 맞춰 밤에 진행되며, 혼령을 모시는 절차가 포함된다. 반면 차례는 조상에게 해가 바뀌었음을 알리는 의식으로, 모든 조상을 대상으로 하기에 저승에서 혼령을 모셔오는 절차 없이 밝은 아침에 지내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러나 현대에는 차례와 제사가 혼재된 관행이 확산되고 있다. “설날 제사를 안 지내요”라는 말처럼 용어가 뒤섞여 사용되며, 차례상에 제사 음식(포, 탕류 등)을 과도하게 올려 본래 의미가 퇴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차례상은 소박했다. 19세기 안동 의성김씨 서산 김흥락의 기록 ‘가제의’에 따르면 술·떡·국수(만두)·육적·탕 2종·과일 4종이 전부였으며, 안동 진성이씨 퇴계 종가는 더욱 간소화해 술·떡국·명태전·북어, 과일 한 접시로 예법을 지켰다. 그러나 “가족이 모이는 명절”이라는 이유로 점차 화려해져 제사상보다 규모가 커지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했다. 정종섭 원장은 “설 차례는 새해 첫날 조상께 안부를 전하는 예(禮)”라며 “제사 음식까지 더해 과하게 차리는 것은 예법 정신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차례상에는 대추, 밤, 탕, 포 등 의례용 제물을 생략하고, 명절 밥상에 어울리는 가족 중심의 요리로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차례는 자손들이 명절 음식을 즐기며 조상을 기리는 의식“이라며 ”명절 음식 중심으로 차례상을 재구성해 부담을 줄이자“고 강조했다. 기혼 여성들의 명절 노동 부담은 통계로도 드러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차례상 준비로 허리가 휜다”는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진흥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전통은 존중하되 현대 생활방식에 맞는 실용적 해법을 모색하겠다“며 ”미래 세대가 지속 가능한 제례 문화를 이어갈 수 있도록 차례의 본질 회복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2-10

포항대, 개교 74년 만에 첫 명예졸업장 수여···원로 연극인 김삼일 교수 공로 치하

포항대학교가 개교 74년 역사상 처음으로 명예졸업증서를 수여하며 지역 문화예술계의 거목인 김삼일(84) 전 대경대 석좌교수를 추앙했다. 김 교수는 평생 연극과 교육, 언론 분야에서 헌신하며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이번 영예를 안았다. 지난 6일 포항대에서 열린 수여식에서 김 교수는 명예졸업증을 받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1964년 포항대에 입학했으나, 같은 해 발생한 6·3 한일회담 반대 시위 관련 경찰 조사로 학업을 중단하고 제적된 아픈 과거가 있다. 김 교수는 “학업 의욕을 잃었던 시절의 상처가 오늘 완전히 치유된 기분”이라며 감격을 전했다. 대학 측은 “김삼일 동문은 문화예술 발전과 후학 양성에 평생을 바친 인물”이라 평가하며, 그의 대통령상과 이해랑연극상 수상으로 입증된 예술적 성취와 지역 사회에 남긴 족적을 기리기 위해 명예졸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명예졸업증서에는 “언론·교육·예술 현장에서 대학의 명예를 드높인 자랑스러운 동문”이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1942년생인 김 교수는 1963년 KBS 포항방송국 성우로 시작해 1964년 극단 ‘은하’를 창단하며 연극계에 입문했다. 그는 ‘대지의 딸들’, ‘별은 밤마다’ 등 총 169편의 작품을 연출했고, 1983년 한국연극예술상, 2004년 이해랑연극상 등을 수상하며 리얼리즘 연극의 대가로 인정받았다. 극단 은하는 1983년 포항시립극단으로 계승돼 현재까지 활동 중이며, 김 교수는 대경대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포항연극 100년사’를 집필해 영남지역 연극사 연구에 기여했다.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200여 편의 연극에 출연·연출하며 전국연극제 대통령상, 홍해성연극상 등을 수상했고, 지역 연극 활성화 공로로 ‘대한민국 자랑스러운 연극인상’을 받았다. 포항대는 “김 교수의 업적은 단순한 개인적 성취를 넘어 지역사회와 교육의 상생 모델을 제시한 것”이라 강조했다. 특히 그가 제적된 후에도 굴하지 않고 예술 외길을 걸으며 포항의 문화적 자긍심을 높인 점을 높이 평가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2-10

“세계 무대에 한국적 성악 알리며 K-클래식 새 장 열 것”

“포항의 작은 무대에서 세계로 향하는 꿈을 키웠습니다. K-컬처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성악가로 성장하겠습니다.” 포항예술고등학교 3학년 류병진 군(19)이 2025년 국내 최고 권위의 이화경향 음악콩쿠르에서 포항 지역 최초로 고등부 성악 부문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2026년 입시에서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에 합격해 화제다. 형 류병찬(21·서울대 음대 성악과 휴학)씨와 함께 두 형제는 오롯이 포항에서만 음악교육을 받아 성공한 사례라서 지역 예술 교육의 가능성을 입증한 것으로 교육계와 음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류병진 군은 이화경향 음악콩쿠르에서 쟁쟁한 수도권 학생들을 제치고 포항 출신으로는 최초로 정상에 올랐다. 올해에는 108명이 지원한 서울대 성악과 정시 전형에서도 단 13명의 합격자 중 한 명으로 선정되며 실력을 입증했다. 홍태기 포항예술고 교장은 “지역 학생의 한계라는 편견을 깨뜨린 역사적 사건”이라며 “예술 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에서도 체계적인 훈련과 열정만 있다면 전국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류병진 군의 성공은 포항예술고의 혁신적인 교육 시스템과도 맞닿아 있다. 학교는 성악 전공자를 위해 개인 레슨, 해외 마스터클래스, 국제 교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며 학생들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홍태기 교장은 “이번 성과로 포항예술고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게 돼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예술 교육의 플랫폼으로서 더욱 발전해 나가고 학생들이 예술가로서 사회에 환원하는 가치를 배우도록 교육 활동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류병진 군의 성공 배경에는 이미숙 포항예술고 강사(56)의 헌신적인 지원도 빠트릴 수 없다. 이미숙 강사는 류 군의 발음·호흡법부터 감정 표현까지 세밀히 교정하며 “단순한 기술 습득이 아닌 예술가의 정신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특히 놀라운 것은 류병진 군의 형 류병찬씨도 2023년 서울대 성악과에 입학했다는 점이다. 두 형제가 지역 예술고 출신으로 서울대 성악과에 연이어 합격한 것은 유례가 없다. 이미숙 강사는 “병진이와 병찬이 모두 음악적 재능은 물론, 매일 4시간 이상의 자기 주도적 연습으로 자신을 단련해왔다”며 “포항에서도 체계적인 교육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류병진 군은 단순히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성악가에 안주하지 않고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예술가를 지향한다. 최근에는 환경 문제와 사회적 갈등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처럼 인간의 내면을 울리는 작품으로 세상에 위로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대학 졸업 후 독일 유학을 계획 중인 그는 “해외 무대에서 한국적 감성의 성악을 알리며 K-클래식의 새 장을 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동시에 지역 문화 소외 계층을 위한 재능 기부 공연도 이어갈 예정이다. 류병진 군은 “형은 현재 육군본부 군악대에서 복무 중이지만, 형과 함께 포항의 작은 교실에서 시작된 도전이 글로벌 무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한국 성악의 세계화를 이끄는 쌍두마차가 되겠다”고 말했다. 류병진 군은 “연습 중 자신의 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있겠지만, 묵묵히 하다 보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온다”고 후배들에게 조언하며 “포항에서도 충분히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앞으로 후배들의 롤모델이 되어 더 많은 학생이 예술가의 길을 걷도록 돕겠다”고 다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2-08

EBS ‘세계의 명화’, 장국영·원영의 주연의 ‘금지옥엽’

EBS 1TV ‘세계의 명화’가 7일 토요일 밤 10시 45분 홍콩 영화의 황금기를 수놓았던 로맨틱 코미디의 걸작, 진가신 감독의 ‘금지옥엽(金枝玉葉)’을 방영한다. 1994년 제작된 이 작품은 성별과 정체성을 가로지르는 발칙한 상상력과 세련된 연출로 개봉 당시 평단과 관객의 찬사를 동시에 받았던 작품이다. 영화는 홍콩 최고의 여가수 로즈(유가령 분)와 그녀를 키워낸 프로듀서 샘(장국영 분)을 우상으로 여기는 열성팬 임자영(원영의-袁詠儀 분)의 엉뚱한 도전에서 시작된다. 자영은 이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남성 신인가수 오디션에 남장을 하고 참가해 합격하게 된다. 샘은 미소년 같은 외모 속에 순수한 열정을 지닌 자영을 아끼며 음악적 교감을 나누지만, 자영이 남성인 줄 알면서도 싹트는 미묘한 감정에 당혹감을 느낀다. 여기에 샘의 연인 로즈까지 자영에게 이성적인 매력을 느끼며 세 사람의 관계는 복잡한 오해와 진실의 소용돌이로 빠져든다. 이 영화는 단순한 소동극에 그치지 않는다. 영화는 ‘우리는 상대의 성별을 사랑하는가, 아니면 그 사람 자체를 사랑하는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남장한 자영을 향해 샘이 느끼는 혼란은 사회가 규정한 성 역할의 틀을 깨고, 사랑의 본질은 결국 영혼의 이끌림에 있음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특히 90년대 홍콩 사회의 고정관념을 경쾌하게 비판하면서도 인물의 내면적 고독과 외로움을 섬세하게 짚어낸 점이 인상적이다. 장국영의 섬세한 멜로 연기와 원영의(袁詠儀)의 중성적이면서도 사랑스러운 매력은 이 영화의 독보적인 관전 포인트다. 여기에 당대 홍콩 음악 산업의 활기찬 분위기와 감각적인 연출이 더해져 시대를 초월한 로맨틱 코미디로서의 재미를 보장한다. 거짓된 정체성 속에서 피어난 진짜 사랑의 향기를 담은 영화 ‘금지옥엽’은 토요일 밤, 안방극장을 따뜻한 감동과 설렘으로 물들일 예정이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6-02-07

"포항 철강공단 옆 학교가 예술의 산책로가 되다···공공미술이 바꾼 일상“

회색빛 콘크리트 담장에 가려져 있던 대송초등학교의 담장이 색색의 그림과 철판 조각으로 물들었다. 거대한 포항철강산업단지의 굴뚝 연기가 하늘을 가로지르는 이곳에서,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가 차가운 공장 소음을 밀어내고 있다. 지난 3일, 포항문화재단이 펼친 공공미술 프로젝트 ‘아트 펜스’가 학교 담장을 예술의 산책로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2025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의 핵심 사업으로, 철강 산업의 상징성과 예술을 결합해 도시 공간을 재생한다는 목표로 진행됐다.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은 그간 ‘철’을 소재로 한 작품을 전시장에 선보이는 데 머물렀지만, 지난해엔 학교·공장·주택가를 잇는 일상 공간으로 무대를 확장했다. 특히 대송초등학교 아트 펜스는 철강 기업의 기술과 현장 역량이 지역의 일상 공간을 변화시키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한 의미 있는 사례로 주목받는다. 포항제철소 설비기술부 중앙수리섹션과 포항철강산업단지관리공단이 기술 지원을 맡았고, 지역 작가 이향희(회화)·정미솔(일러스트)씨와 대송초등학교 전교생이 직접 그림을 그리며 참여했다. “아이들이 고사리손으로 그린 그림과 발자국이 작품에 새겨졌어요. 이 길은 이제 아이들 자신의 이야기가 된 거죠.” (정미솔 작가) 담장에 설치된 작품은 세 가지 이야기로 구성된다. ‘복실이 꽃신’ 은 유기견 복실이가 가족을 찾는 포항의 원로 작가 박이득의 동화 ‘복실이 꽃신’에 정미솔 작가의 일러스트를 철판에 새겼다. 생명 존중 메시지를 산업 도시 아이들에게 전하기 위한 장치다. 이향희 작가의 ‘포항의 길을 따라’ 는 작가의 아버지가 철강공단으로 출근하던 길을 추상화로 표현했다. 작품 하단에는 아이들이 직접 찍은 발자국 도장과 그림이 더해져 “이 길의 주인공은 우리!”라 외친다. 겨울방학을 맞아 돌봄교실에 오던 아이들은 이제 3월 새학기가 되면 매일 아침 등굣길에서 예술을 만난다. 학부모 김모(38) 씨는 “담장에 펼쳐진 동화 속 풍경과 햇빛에 반짝이는 철판 조각을 보니 마음이 환해진다”며 미소 지었다. 이상모 포항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이번 아트 펜스는 ‘산업에서 일상으로, 전시에서 생활로’ 라는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의 지향점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며 “앞으로도 시민들의 일상이 곧 예술이 되는 다양한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2-04

포항 인문학당 사띠스쿨, 김석모 박사 초청 ‘예술과 과학의 경계 허물기’ 강연 열어

포항 인문학당 침촌 사띠스쿨(Sati School·원장 공봉학)은 지난 3일 정기 인문학 특강의 일환으로 미술사학자 김석모 전 솔올미술관장의 강연을 개최했다. 김석모 박사는 독일 뒤셀도르프대학에서 미술사 분야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강릉 솔올미술관장을 역임한 후 현재 칼럼니스트와 강사로 활동 중이다. 김 박사는 강연에서 르네상스를 단순히 ‘인간 중심 사조’로 보는 통념을 반박하며 “기술과 상상력이 결합된 역사적 전환점”이라 강조했다. 특히 피렌체의 대성당 돔 설계를 완성한 브루넬레스키의 혁신 사례를 들어 “예술은 감각적 표현을 넘어 기술적 완성으로 현실을 재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 기업가인 일론 머스크 역시 넓은 의미에서 창의적 혁신가이자 예술가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며 “과학과 창의성의 융합이야말로 오늘날 르네상스의 정신을 계승하는 길”이라 역설했다. 김 박사는 한국 미술 교육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는 “기법과 손 기술 중심 교육으로 인해 독창성이 훼손되고 있다”고 비판하며, 자신의 박사 논문 연구 결과를 인용해 “관람객이 미술 작품을 바라보는 평균 시간이 7.5초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이는 “빠른 소비적 관람 문화가 작품의 심층적 감상 기회를 차단한다”는 분석으로 이어졌다. 또한 “미술 학교의 탄생 자체가 예술의 본질을 왜곡하는 계기가 되었다”며 “개념(컨셉)과 설계(디자인), 즉 사고의 체계가 예술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술사를 “밤하늘의 별들 사이에서 북두칠성과 같은 별자리를 찾는 과정”에 비유했다. “단순한 연대기 암기가 아닌, 인류의 질서와 의미를 탐구하는 학문”이라 강조하며 “미술은 정답을 배우는 게 아니라 새로운 질문을 만드는 작업”이라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참석자들에게 “단순히 작품을 소비하는 관람객에 머무르지 말고 삶의 모든 순간에서 이미지를 해석하고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는 주체가 되어 달라”고 당부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2014년 5월 개원한 침촌 사띠스쿨은 ‘자유와 행복으로의 여행’을 모토로 삼아, 명상과 독서를 통해 개인의 내적 성찰을 이루고, 이를 사회적 변화로 연결한다는 신념으로 설립됐다. /임창희기자 lch8601@kbmaeil.com

2026-02-04

경북의대 안행수필동인회, 2025년 연간집 ‘안행수필’ 제36호 발간

경북대 의과대학 동문들로 구성된 수필가 모임 ‘안행수필동인회(회장 정명희)’가 2025년 연간집 ‘안행수필’ 제36호(학이사 발간)를 발간했다. 1984년 창간호를 펴낸 이후 40여 년의 세월 동안 인술과 문학의 만남을 이어온 결과물이다. 이번 호에는 김병준 동인의 권두시 ‘시간의 상처’를 필두로 박언휘, 이재태 회원 등 33명의 동문이 집필한 70여 편의 수필이 담겼다. 정명희 회장(정명희소아청소년과 원장)은 “안행수필이 발족한 지 40년이 넘었다”며 “단일 의과대학 출신으로 구성되어 이토록 오랜 역사, 전통을 유지하며 끊임없이 동인지를 발간하는 곳은 경북의대 ‘안행수필’이 유일하다”고 자부심을 밝혔다. 동인회의 명칭인 ‘안행(雁杏)’은 기러기와 살구나무를 뜻한다. 기러기는 질서 있게 떼 지어 날아가는 ‘편안한 동행’을 의미하며, 살구나무는 의술을 상징한다. 살구나무가 의사의 상징이 된 것은 중국 오나라의 전설적인 의사 동봉(董奉)의 일화에서 유래했다. 그는 치료비를 받는 대신 병이 나은 환자들에게 살구나무를 심게 했는데, 훗날 이 울창해진 숲을 ‘행림(杏林)’이라 부르며 오늘날까지 인술(仁術)의 상징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경북의대 안행수필동인회는 이번 36호 발간을 통해 의사로서의 삶과 인간적인 고뇌, 그리고 따뜻한 시선을 문학적 향기로 녹여내며 지역 문단과 의료계에 귀감이 되고 있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6-02-02

무사욕의 탁월한 리더십···'사람 박태준'의 길

“K-팝, K-뷰티, K-푸드 등에 이어서 요즘 들어 부쩍 K-방산, K-조선이란 말도 우리 국력에 대한 우리 국민의 자긍심을 드높이고 있는데 그 기반을 조성하는 역사적 대업에 ‘무사욕의 탁월한 리더십’으로 앞장선 박태준 회장의 삶과 정신은 우리에게 언제나 자랑스럽고 감사한 ‘K-축복’이다.”(‘K-축복’ 221쪽) 1985년 2월부터 2년간 포항공대(포스텍) 건설본부장을 맡아 그 책무를 완벽하게 수행했던 이대공 애린복지재단 이사장의 말이다. 2011년 12월, 향년 84세로 서거한 박태준 포스코 창립회장의 생애와 정신을 왜 ‘K-축복’이라 부를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답한 책이 바로 ‘K-축복: 짧은 인생을 영원 조국에’(아시아)다. ‘박태준 평전’의 저자 이대환 작가는 2026년 새해, 그를 기리며 이 신간을 출간했다. 프롤로그, 1부, 4부는 박태준의 삶과 정신에 대해 작가가 쓴 에세이고, 2부와 3부는 국내 저명인사 13인과 해외 저명인사 17인이 35년∼40년 전에 남겨둔 박태준 리더십의 특질과 인간적 체취에 대한 글들로 엮었다. 고인의 영전에 띄우는 편지 10통 형식으로 구성한 프롤로그에서 작가는 박태준의 역사적 공적에 대해 세계 최빈국이라는 ‘궁핍 골짜기’의 한국사회를 ‘융성 대평원’으로 건네주는 철교(鐵橋) 건설 현장의 가장 탁월한 총감독과 같았다고 평가한다. 두 번째 편지에는 작가가 평전을 쓰기로 했을 때 ‘박태준의 생애와 정신과 투쟁을 그냥 묻어두는 것은 사회적 큰 손실이라는 작가의 담담한 발의’(14쪽)에 의거해 서로가 순정한 마음으로 긴 작업을 하게 됐다는 사연도 담겨 있다. 여덟 번째 편지에는 영남과 호남의 정치적 화합”을 외치는 고희(古稀)의 박태준 자민련 총재가 1997년 12월 5일 김대중(DJ) 대통령 후보와 함께 경북 구미시 박정희 대통령 생가를 방문하게 된 시대정신, 경위, 연설 요지, 사진 등을 담고 있다. DJ는 고(故) 박정희 대통령과 화해하는 명연설을 남겼다. “고인이 경제에 7할을 바치고 인권에 3할을 쓴 분이었다면, 고인과 정치적으로 대결하던 시절의 나는 인권에 7할을 바치고 경제에 3할을 쓴 사람이었습니다”(26쪽) 대립과 갈등을 멈출 줄 모르는 우리 사회가 ‘국민통합의 디딤돌’로 삼고 기려야 마땅한 시대적 중대사였다. 그러나 그날 그 자리를 제대로 기억하는 사람조차 찾아보기 힘든 작금의 현실에 대해 작가는 개탄하는 심정을 하늘로 띄운다. 제1부 ‘박태준의 길, 천하위공의 길’은 이 작가가 박태준 정신을 탐구한 에세이 한 편이다. 2011년 1월 하노이국립대학 특별강연에 담겼던 ‘짧은 인생을 영원 조국에’라는 좌우명이 가리키는 대로 제철보국과 교육보국의 두 레일을 따라 완주하며 천하위공 사상을 실천한 박태준의 생애를 정신적 설계도처럼 그려놓은 글이다. 천하위공(天下爲公)이란 예기(禮記) ‘예운(禮運)편’에 나온다. 중국 신해혁명을 이끈 쑨원(孫文)이 중시했고, 해방공간에서 백범 김구도 소중히 여긴 말이다. 제2부 ‘박태준은 우리의 축복이다’는 한국경제의 근간을 만들고 작고한 11인과 생존한 2인의 박태준에 대한 인물평을 모은 글이다. “박태준은 경영자의 살아 있는 교재”(이병철 회장), “국영기업으로 종합제철을 성공한 것은 박태준이 총괄하는 포철뿐”(정주영 회장), “청렴한 박태준의 인품에 끌려 종합제철 기본계획을 그냥 넘겨줬다”(신격호 회장), “박태준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국익(國益) 지상주의자”(류찬우 회장), “박태준의 청렴결백 철학과 바른 건의를 듣는 안목 덕분에 행복하게 일했다”(황경로 포스코 2대 회장) 등 거장들이 일찍이 밝혀놓은 박태준의 진면모를 대면할 수 있다. 제3부 ‘박태준은 한국의 축복이다’는 작고한 외국 저명인사 17인이 남겨둔 박태준에 대한 인물평을 모은 글이다. “박태준은 불같은 의지와 신념의 사내로서 거시적인 안목의 설계자”(후쿠다 다케오), “박태준은 진정한 애국심으로 무장한 국제 신사”(나카소네 야스히로), “박태준은 자유와 평등을 동시에 생각하는 리더십을 지녔다”(다케시타 노보루),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인 박태준은 한국의 행운”(헬무트 하세크), “마음을 휘어잡는 리더십을 지닌 박태준은 한국의 축복”(유고 세키라), “박태준은 미래지향적인 지도자이며 뛰어난 친화력의 소유자”(데이비드 로데릭), “박태준은 한국에 봉사하고 또 봉사하는 것을 지상명령으로 받아들인 사람”(로베르 미테랑) 등 외국 저명인사 17인이 예리하게 읽어냈던 ‘사람 박태준’의 인간적 체취·리더십·정신과 만날 수 있다. 제4부 ‘태어나서 곧 사라질 뻔한 포항제철이 전화위복의 새 지평을 열어젖히는 그 날까지’에는 1968년 4월 포스코 창립으로부터 1970년 4월 1일 영일만 백사장에서 마침내 포항제철 착공식이 열리는 날까지 끊임없이 이어졌던 갖가지 우여곡절과 고난의 사연들을 한 편의 드라마처럼 정리해놓았다. 작가는 ‘박태준의 하와이 구상’과 ‘대일청구권자금’으로 제철보국의 길로 나아간 포스코에 대해 이렇게 글을 맺었다. “역사가 간택하고 관장한 특정 개인의 운명이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 그리고 그 운명은 포항종합제철, POSCO의 운명으로 전화될 수밖에 없었다. 역사 의지가 지명한 운명은 회피할 수 없고 바꿀 수 없다. 회피할 수 있고 바꿀 수 있는 것은 진작에 처음부터 운명이 아니다”(485쪽) 한편, 이 책의 끝에는 1992년 10월 5일 박태준 회장이 포스코 이사회에 제출한 ‘사임서’, 임직원들의 ‘철회 건의문’, 그의 ‘반려 이유’ 등이 특별자료로 첨부돼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2-02

케데헌 OST ‘골든’ K팝 최초 그래미상 수상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주제가 ‘골든‘이 제68회 그래미 어워즈 트로피를 손에 쥐었다. ‘골든‘은 1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LA에서 열린 그래미 어워즈 사전 행사에서 ‘베스트 송 리튼 포 비주얼 미디어‘(Best Song Written For Visual Media) 부문 수상작이 됐다. ‘골든‘은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K팝 장르 가운데 처음으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1위와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톱 100‘ 1위를 석권하는 등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극 중 악령을 막는 마법진 ’혼문‘을 완성하는 노래인 골든은 넷플릭스 역대 조회 수 1위를 기록한 케데헌의 인기를 타고 히트곡 반열에 올랐다. 골든이 수상한 이 부문은 노래를 만든 작사·작곡자인 송라이터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이에 따라 ‘골든‘을 만든 한국계 미국 가수 이재, 작곡에 참여한 테디, IDO(이유한·곽중규·남희동), 24 등이 수상자가 됐다. K팝 작곡가 혹은 음악 프로듀서가 그래미 어워즈를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4는 수상 이후 “이 자리에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저희와 이 모든 과정에 참여한 가장 친한 친구이자 스승님인 ‘K팝의 개척자’ 테디형께 이 영광을 바친다“고 밝혔다. 골든 수상을 해외 주요 언론들은 긴급 뉴스로 전하며 비중있게 다뤘다. AP통신은 이 부문 수상자가 발표된 직후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골든‘이 시각매체용 최우수 노래 부문에서 수상하며 K팝 아티스트의 그래미 첫 수상 기록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이어 “(수상) 작곡가들은 영어와 한국어로 함께 수상 소감을 전하며 이 곡의 이중언어적(bilingual) 매력을 강조했다“고 소개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도 ‘골든‘의 그래미 수상 소식을 신속히 보도하며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히트곡이 시각매체용 최우수 노래 부문에서 수상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글로벌 장르(K팝)의 오랜 갈증을 마침내 해소했다“고 평가했다. 골든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데헌의 주인공인 루미가 속한 3인조 K팝 그룹 ‘헌트릭스’가 부르는 노래. 비현실적으로 높은 고음(최고음 3옥타브 A)이 오히려 캐릭터성과 카타르시스를 부여하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지난해 8월에는 미국 빌보드 ‘핫 100’ 차트와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를 동시에 석권했다. 특히 빌보드 메인 차트인 핫 100에서는 OST로서 매우 이례적으로 8주간 1위를 차지하는 진기록도 세웠다. /최정암기자 am4890@kbmaeil.com

2026-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