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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산골서 태어나… ‘소년공-변호사-도지사-대통령’ 신화

“지난 이야기이긴 하지만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선거였다. 결론적으로는 우리가 더 준비했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3년만에 대선에 출마한 데 대해 이렇게 말했다. 2022년 3월 9일 대선에서 0.73%차로 낙선했던 그는 과거의 실패를 자양분 삼아 이번 대선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3년 만에 다시 도전한 대선이지만 그간 정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2023년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등으로 구속 영장이 청구되기도 했다. 반복되는 영장 청구에 민주당 내에서 이탈표가 생기면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기까지 했다. 이로 인해 당 안팎에서 대표직 사퇴 압박도 받았다. 내내 그를 괴롭힌 사법리스크는 여전히 완벽하게 해소되지는 않았다. 1964년 안동서 5남 2녀 중 4남으로 출생 가난한 형편에 6년을 ‘소년공’으로 살아 현실좌절 학업 열중… 중앙대 법대 입학 1986년 사법시험 합격… 변호사의 길로 성남시민 창립 구성원 시민운동에 첫 발 정계 입문 성남시장에 경기도지사까지 19대 대선 경선·20대 대선 도전에서 고배 尹 탄핵에 빠르게 대선가도… 21대 당선 죽을 고비도 넘겼다. 지난해 1월 부산 일정 도중 60대 남성에게 피습을 당했다. 흉기에 목이 찔렸지만 다행히 치명상을 피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계엄군의 체포 대상 1순위로 지목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을 포함한 국회의원들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가결시켰다. 이 대통령은 여러번 맞닥뜨린 죽을 고비를 이겨내고 살아 돌아왔고, 끝내 대통령직에 올랐다. 이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하기 이전의 삶도 정치 여정과 닮아있다. 고난의 연속이었고, 극복의 과정이었다. 이 대통령은 1964년 안동 청량산 자락에 위치한 예안 도촌리 산골 마을에서 5남 2녀 중 4남으로 태어났다. 이 대통령은 선거유세 기간 “제가 경북 안동 예안면 도촌리 지통마 마을에서 태어나 안동의 물과 풀, 쌀을 먹고 자랐는데, 왜 저는 이 동네(경북)에서 지지를 못 받을까. ‘우리가 남이가’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재명이가 남이가’라고 얘기 좀 해달라”며 ‘경북아들’을 자처하기도 했다. 가정 형편은 어려웠다. 산골 마을이어서 5km를 홀로 걸어 안동 삼계초등학교에 다녔고, 산나물을 캐 먹으며 성장했다. 이 대통령 가족은 그가 초등학교를 졸업한 1976년 성남 상대원 시장 꼭대기 월세집 단칸방으로 이사했다. 이 대통령은 가정 형편상 중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13세 때부터 소년노동자가 됐다. 법적으로 취업이 불가능한 나이 때문에 동네 형 이름을 빌리는 등 6년을 ‘이름 없는 소년공’으로 살았다. 노동 현장은 가혹했다. 하루 12시간씩 3개월을 꼬박 일했는데 사장이 야반도주하는 바람에 월급도 받지 못했다. 수많은 사고도 당했다. 14살에 취업한 냉동회사에서 함석판을 접고 자르는 일을 하며 수없이 베이고 찔렸다. 이 때의 상처는 지금도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다섯 번째로 취업한 스키 장갑·야구 글러브를 만드는 공장에서는 프레스에 왼판 손목 관절이 눌리는 사고를 당한 뒤 손목이 뒤틀려 평생 ‘굽은 왼팔’이 됐다. 이 사고로 6급 장애인 판정을 받아 군 복무에서 면제됐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은 공장 고참들이 강제로 시키는 권투시합이 가장 괴로운 일이었다고 회고한다. 아픈 손목에도 불구하고 생존을 위해 매일같이 권투를 해야만 했다. 결국 이 대통령은 소년공 환경에서 탈출하기로 결심했다. 공장 관리자가 되기로 결심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공장 일과 학업을 병행하며 중졸, 고졸 신분이 됐다. 그러나 다시 노동자 신세를 이어나가야만 했던 현실에 좌절감은 더욱 커졌다. 이 대통령은 대학 진학을 결심했고, 1982년 중앙대 법대에 입학했다. 이 대통령은 “‘죽기, 살기로 하자!’는 각오로 몰두했다”며 “졸음을 이기기 위해 독서실 책상에 압정을 뿌려 놓고 공부를 했는데, 압정이 두어 개 박힌 채 잠들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이 대통령은 1986년 두 번째 도전 끝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판·검사 임용을 놓고 고민했지만 사법연수원에서 당시 인권변호사였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강의를 듣고 그의 철학에 매료돼 같은 길을 걷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노동 인권 변호사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 이 당선인은 “당시 변호사였던 노 전 대통령이 ‘변호사는 뭘 해도 굶지는 않는다’는 말에 용기를 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1989년 성남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한 이 당선인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이천·광주시 노동상담 소장 등으로 활동했다. 숙명여대 음대 졸업생이던 아내 김혜경씨를 만난 것도 이 때다. 두 사람은 1991년 결혼해 슬하에 2남을 뒀다. 이 대통령은 1995년 성남시민(현 성남참여자치시민연대) 창립 구성원으로 참여하면서 시민운동에 발을 들였다. 이 당시 성남 ‘분당 백궁·정자지구 용도 변경’ 특혜 의혹, ‘분당 파크뷰 특혜분양 사건’을 사회에 고발하며 부동산 부패 토건 카르텔 및 기득권과 맞섰다. 2023년에는 성남시 종합병원 두 곳의 동시 폐업으로 의료공백이 발생하자 시민들이 값싸게 의료혜택을 볼 수 있는 공공의료기관 설립 운동을 시작하기도 했다. 이후 열린우리당 정동영 당의장 등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했다. 정치 입문 초기는 실패의 연속이었다. 처음으로 2006년 성남시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했고, 2년 후 18대 총선에서 통합민주당 소속으로 성남시 분당갑에 전략공천됐지만 낙선했다. 2010년 삼수 끝에 51.2%의 득표율로 민선 5기 성남시장에 당선됐고, 2015년 재선에 성공했다. 성남시장 시절 포퓰리즘 논란 속에서 ‘3대(청년배당·교복·산후조리) 무상복지 정책’을 추진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 대통령이 전국구 정치인으로 성장한 것은 2016년 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때다. 그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규탄 집회에서 정치인 최초로 박 전 대통령 퇴진을 주장했다. 이를 발판삼아 19대 대선 경선에 뛰어들었다.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경쟁했지만 21.2% 득표율로 3위를 기록하며 탈락했다. 당시 TV토론 등에서 문 전 대통령와 치열한 논쟁을 벌여 친문 인사들과 사이가 멀어지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경선에 패배한 뒤 2018년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에 출마했다. 친문계 전해철 후보와 치열한 경쟁 끝에 본선에 나가 56.2% 득표율로 당선됐다. 이 대통령 취임 직후 기본소득 기본 소득제와 청년 배당을 추진했고,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는 경기도민 전체 1인당 지역 화폐 10만원의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기도 했다. 지방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는 친형 강제 입원 의혹이 불거졌고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등 혐의로 당선 무효형을 받았지만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아 기사회생하기도 했다. 지난 대선에서는 이낙연 전 대표를 누르고 민주당 20대 대통령 후보가 됐지만 0.73% 차이로 윤석열 전 대통령에 패배했다. 이후 21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뒤 2022년 8월 전당대회에서 77.77% 득표율로 민주당 당대표가 됐다. 당대표가 된 이후에도 계속되는 사법리스크로 인해 타격을 받았지만 법원의 구속 영장 기각 등으로 위기를 벗어나기도 했다. 이후 이 대통령은 22대 총선 당시 인천 계양을에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총선에서 그는 친명계 위주의 공천으로 이른바 ‘친명횡재 비명횡사(비이재명계만 총선에서 불이익을 받았다는 뜻)’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과반 의석인 175석을 확보하면서 당 장악력을 한층 높였고, 그의 리더십도 입증하는 발판이 됐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연임에 성공했다. 2027년 대선을 향해 달리던 이 대통령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이로 인한 탄핵으로 6·3 조기 대선이 확정되면서 보다 빠르게 대선 가도에 뛰어들게 됐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김동연 경기지사를 압도적으로 따돌린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됐고, 삼수 끝에 3일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06-04

국민이 먹고사는 일, 이제 당신 손에 달렸습니다

오늘 새 대통령이 취임한다. 선거는 끝났다. 전임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되면서 앞당겨 치른 선거다. 이런 헌정 중단 사태를 누가 책임을 져야 하나. 비상계엄이라는 터무니없는 조치를 내던진 윤 전 대통령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다. 그의 책임이 비교할 수 없게 크지만, 우리는 자유로울 수 있을까. 민주당을 포함해 정치권 전체가 져야 할 책임도 절대 가볍지 않다. 헌법재판소는 결정문에 그 내용을 간결하게 잘 정리했다. 선고 요지는 “국회는 소수의견을 존중하고, 정부와의 관계에서 관용과 자제를 전제로 대화와 타협을 통하여 결론을 도 출하도록 노력하였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에게도 “국민의 대표인 국 회를 협치의 대상으로 존중하였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새 대통령이 누누이 강조하였듯이 비상계엄 사태의 정리가 시급하다. 비상계엄에 참여한 인사를 찾아내 징벌하는 것만 아니다. 사건 연루자는 검찰·경찰의 수사와 재판을 통해 정리될 것이다. 새 대통령이 할 일은 갈가리 찢어진 국민을 하나로 묶어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헌재의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정부와 국회의 충돌이 아니라, 두 가지 권력을 모두 장악했을 때의 독주에 대한 국민의 걱정도 덜어줘야 한다. 이제 선거는 끝났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진영의 논리로 돌진하던 시간은 지났다. 선거 동안 후보들은 “반쪽에 의지해서 나머지 반쪽을 탄압하고, 편 가르는 반(半)통령이 아니고,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모두의 대통령이 반드시 되겠다”라고 약속했다. 열성적인 지지자의 환호에 취하지 말고, 극단적인 진영 정치를 통해 훼손된 민주주의를 복원해야 한다. 일방적인 주장, 자극적이고, 편향된 가짜뉴스로 선동과 분열을 꾀하는 유튜버와 선동가, 음모론자가 얼마나 위험한지는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졌던 윤 전 대통령의 사례가 증명해 준다. 민 주주의는 절제와 자제다. 특권을 포기하고, 자기 손에 든 것을 내놓고, 나눌 때 대화도, 타협도 가능해진다. 정권을 뒤흔드는 민심의 흐름은 먹고사는 일에 달렸다. 수출도, 일자리도 위 기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을 0.8%로 전망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은 우리 경제에 폭탄을 터뜨렸다. 5월 대미·대중 수출은 지난해 대비 각각 8% 이상 감소했다. 이재명 후보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민생” 이라며 “내수 경기 진작을 포함해 경제를 살리는 일부터 시작하겠다”라고 말했다. 선거용이 아니길 바란다. 새 정부도 탄핵 이후 정부다. 문재인 정부처럼 인수위도 거치지 않고 취임한다. 사전투표 직전에야 공약집을 내놨다. 구체성이 떨어지고, 급조된 흔적이 많다. 선거용으로 급조한 선심 공약이라면 다시 검토하는 게 옳다. 이제 후보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진 대통령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실용주의를 강조했다. “반미(反美)하면 안 됩니까”라 고 말했던 그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이라크 파병, 강정해군기지를 결정했다. 이재명 후보도 “김대중 정책이면 어떻고, 박정희 정책이면 어떻나. 유용하면 쓰고, 유용하지 않으면 버리면 된다”라고 말했다. 말에 그쳐서는 안 된다. 문재인·윤석열 전 대통령은 말과 행동이 달랐다. 민주주의에서 중요한 한 축이 사법 체계다. 정치가 엉망이라도, 선출된 정치인이 부패해도, 법의 심판은 피할 수 없다는 믿음이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다. 사법의 정치화, 정치의 사법화가 만연하면서 법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정치가 사법 질서에 개입하면, 당연한 결과도 특혜와 꼼수로 비친다. 이 역시 정치권력의 자제가 절대 필요하다. 선거는 끝났다. 패배한 정당은 선거 결과에 깨끗이 승복해야 한다. 지지자들도 마찬가지다. 경쟁 정당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정 운영이고, 우리 자신의 생명과 재산이 걸린 문제다. 그래야 다음에 집권했을 때 경쟁 정당의 협조를 요구할 명분이 생긴다. 더구나 승자의 발목을 잡는 게 아니라, 스스로 패인을 분석하고, 반성하고, 고쳐야 패배 정당에게도 미래가 있다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5-06-04

TK 출신 첫 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당선

경북 안동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3일 실시한 21대 대선에서 48.29%(3일 11시 15분 현재)를 득표해 당선이 유력시된다. 우여곡절 끝에 보수 정권이 출범했지만 3년만에 막을 내리고 새로운 민주당 정부가 열리게 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구·경북(TK)에서 태어나 진보 출신 대통령이 되는 첫 사례를 기록했다. 이 대통령은 30.67% 개표가 진행된 3일 11시 15분 현재 유효 투표의 48.29%인 518만2559표를 얻어 43.44%(466만2190표)를 얻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앞섰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7.24%(77만7005표),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 0.91%(9만8323표) 순이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8시 투표 마감 이후 시작된 개표에서 초반에는 김 후보에게 1% 안팎으로 뒤졌지만 10시20분부터 앞서나가면서 11시15분쯤 ‘당선 유력’ 전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11시 15분 현재 TK와 부산·울산·경남(PK), 강원 지역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1위를 기록했다. 이로써 민주당은 2022년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게 패배해 정권을 넘겨준지 3년 만에 재집권에 성공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5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돼 ‘과반 득표 대통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 득표율을 보면, 과반 득표로 당선된 대통령은 2012년 박근혜 전 대통령(51.55%) 한 명 뿐이다.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은 41.08%, 2022년 윤석열 전 대통령은 48.56%를 득표했다. 실제 투표 마감 직후 발표된 KBS·MBC·SBS 방송 3사의 출구조사에서 이 대통령은 51.7%의 득표율을 기록해 39.3%에 그친 김 후보를 12.4%포인트 차이로 앞서며 승기를 잡았다. 이준석 후보는 7.7%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 대통령은 6·3 조기 대선이 확정된 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통령 지지도 1위를 지켜왔다. ‘김문수-이준석 단일화’ 가능성이 거론돼 한때 긴장하기도 했지만 꾸준히 대세론을 지키며 대선에서 승리했다. 특히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된 ‘블랙아웃’ 기간(지난달 28일부터 이날까지)에 국민의힘은 골든크로스 가능성을 언급하며 막판 보수 대결집을 노렸지만 이재명 대세론을 꺾지 못했다. 이로써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이후 3년 만에 정권 교체를 이루게 됐다. 이번 민주당의 대선 승리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인해 치러진 선거여서 여느 대선보다도 정권 심판 정서가 강했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정권재창출을 시도했지만 ‘이재명’ 의 벽을 넘지 못했다.당장 국민의힘은 대선 패배 책임과 차기 당권 경쟁을 놓고 자중지란이 심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물론 보수진영 전체적으로 새로운 판짜기가 시작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대선 투표율은 79.4%로 집계돼 1997년 15대 대선 이후 2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한편, 이 대통령 집무실은 용산 대통령실을 거쳐 청와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 탄핵 이후 조기 대선으로 인해 인수위원회 없이 곧바로 임기가 시작되는 만큼 집무실은 기존의 용산 대통령실을 그대로 사용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의 임기는 4일 오전 7시에서 9시 사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당선인 결정 선언을 거쳐 곧바로 시작된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06-04

이재명 정부, 5년 집권 시작… 여당 우위로 ‘절대 권력’ 형성

이재명 정부의 집권 5년은 여대야소(與大野小)로 출발하게 됐다. 이미 국회 상임위원장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과반 의석 여당이 탄생하는 것은 ‘절대 권력의 탄생’이라고 볼 수 있다. 야당이 반대하더라도 ‘이재명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됨에 따라 취임 초부터 국정운영에 상당한 힘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거대 여당의 의석수를 앞세워 윤석열 전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무산됐던 각종 법안들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TV토론회에서 “일방적으로 (법안이) 통과된 게 많은 게 아니라 (윤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게 더 많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야당의 위축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를 위협하는 동시에 일방통행의 국정운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요소다. 이 대통령은 가장 먼저 국무총리 등에 대한 인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무총리는 국회 150석 이상 동의를 받아야 임명이 가능한 가운데 민주당 의석만으로 국무총리를 임명할 수 있는 상황이다. 장관 임명도 마찬가지다. 인사청문회가 없는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 인사 역시 이 대통령이 선택만 하면 되는 상황이다. 민주당 색깔이 강한 인물로 할 것인지, 아니면 통합 등을 강조하면서 야당이 수용할 수 있는 인물, 예를들어 대구·경북(TK) 출신 인사들을 기용할 지가 관심사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여성가족부 폐지는 국회의 동의를 받지 못했지만 새정부는 여당의 의석수를 바탕으로 정부조직법 개편도 가능하다. 이 대통령은 “기획재정부를 정리해야 할 것 같다”며 “예산 기능은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별도의 조직을 만들어 예산 편성을 담당하게 하고, 기재부는 장기적인 경제 정책 수립에 집중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도 여성가족부는 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고,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할 방침이다. 더구나 윤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가로막혔던 상법개정안, 노란봉투법을 비롯해, 주식시장 활성화 공약의 일환인 ‘주주 충실 의무 상법 개정 재추진’과 ‘소액주주를 대표하는 이사 선임을 위한 집중투표제 활성화’ 등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통령은 또 “나라가 빚을 지면 안된다는 건 무식한 소리”라며 “대규모 재정을 투입해서 경기를 부양할 것”이라고 해 집권 즉시 돈을 풀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권을 겨냥한 대대적인 특검 수사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종식을 기치로 내건 이 대통령은 “정치 보복을 하면 안 된다는 건 명확하다”며 “사람이 좋아서가 아니라 (집권 시) 짧은 시간에 얼마나 할 일이 많은데 그런 일로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국민의힘 누군가가 동조했다고 생각한다. 계엄에 책임 있는 사람들은 정부에도 엄청나게 숨어 있다. (이들이 확실히 처벌되도록 해야 한다)”며 내란 수사 의지를 열어놨다. 이에 따라 내란 특검법 등으로 야당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이 대통령이 집권한 이상 국민의힘을 내란 세력으로 보고, 국민의힘을 해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은 정치 보복이라며 이 대통령과 여당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이 대법관 증원 등 사법부 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이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재판 등을 중지하는 법안을 제정할 것으로 보인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이를 추진하면 이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재판은 중단되고 퇴임 이후에도 처벌받지 않도록 조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럴 경우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극한 대치를 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과 이 대통령, 그리고 국민의힘 간 협치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이 거침 없는 권력을 휘두를 경우, 빠른 위기를 맞을 가능성도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취임 직후 과반이 넘는 의석을 확보했지만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강부자(강남·부동산 자산가) 인사로 역풍을 맞은 데 이어 미국산 소고기에 불안한 민심을 얕보다가 레임덕에 빠졌다. 박근혜 정부 역시 성시경(성균관대·고시·경기고), 윤석열 정부는 박보검(이명박 인맥·보수·검찰) 인사라는 비판을 받으며 위기를 초래했었다. 문재인 정부도 총선 때 180석을 얻어 탈원전 등을 추진했지만 무리수란 지적이 잇따랐고 이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는 계기가 됐다. 견제가 사라지면서 절대 지지로 착각한 이른바 ‘승자의 저주’ 사례가 적지 않은 만큼 이 대통령 정권 초기 드라이브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결국 정국 주도권을 쥐고 있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이 어떤 정치를 하느냐에 따라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이 대통령이 보수와 진보를 초월한 인재를 골고루 기용해 통합과 균형을 맞추고 국민 대통합을 이룰 필요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이 진행된다면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재명 정부가 국민 대통합을 위해 야당과의 협치 등이 이뤄져야만 우리 정치도 한 단계 더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06-04

정치적 정체성·명분으로 완주 이준석 보수의 새 구심점 되나

6.3조기대선에서 후보 단일화 없이 완주한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보수진영의 새로운 구심점으로 부상할지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이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 자신이 만족할만한 득표율을 기록하지 못했지만, 원칙있는 승부와 완주로 2030세대 젊은 유권자들과 중도층의 폭넓은 지지를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의원은 본투표일인 3일 대선을 돌아보며 “지금의 국민의힘은 이미 본질을 잃었다. 비상계엄과 부정선거를 외치는 극우 정치의 중심이 된 그곳은 더 이상 보수도 아니고 정당도 아니다”라며 “젊은 정치인들이 험난한 길을 걷고 있지만 그 길이 옳다는 것을 보여드렸고 그 길을 멈추지 않겠다는 각오도 보여드렸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지난 2일 대구 수성못에서 피날레 유세를 하면서도 자신의 정치 신념을 밝히며 새롭고 젊은 보수주자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었다. 그는 이날 “정치를 14년째 해오고 있다. 그런데 이 14년 동안 정치를 해오면서 왜 내가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 같은 그런 인생을 살고 있냐는 마음이 들 때가 있다”며 “분명히 2011년, 12년 박근혜 대통령을 도우면서 정치를 시작했는데 그때도 저는 정치의 변화를, 새로운 세상을 외치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우리가 어떤 변화를 만들었을 때 다시는 뒤로 돌아가지 않는 그런 불가역적인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득권을 깔끔하게 청산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득권 세력이 젊은 사람을 선거 때만 이용하고 선거 끝나면 내쫓고 버리고 자기들이 다 해 먹으려고 하는 세상 속에서 대한민국은 지난 십 수년 동안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특히 제가 몸담고 있던 범보수 세력 같은 경우에 정말 황당하게도 두 번이나 대통령이 탄핵당하는 아픔을 겪었다”며 “당선되고 나면 당선되기 전까지 앞세웠던 사람들, 앞세웠던 내용들이 아니라 결국은 일부 기득권들이 자기들끼리 해 먹으려는 그런 문화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의 표심을 이용했던 것이고, 그 한가운데에서 특히 대구 경북의 표심을 우롱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제 대한민국이 확실하게 탈바꿈해야 한다. 젊은 세대 중심으로 대구 경북의 여론 지형도 바뀌어야 한다”며 “대구 경북에서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살아가면서 대구 경북의 미래와 함께할 사람들은 바로 여러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비즈니스부터 학계까지 많은 부분에 이미 젊은 사람들이 중심에 서고 있다. 그런데 정치에서만 국회 평균 연령 58세에 해당하는 아저씨들이 대한민국을 끌어 나가고 있다”며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지금 대한민국이 논의해야 할 많은 아젠다들이 있다. 국제무대에 나가서도 당당하게 대한민국의 이익을 대변하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토론해 나갈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이준석”이라며 “미국에 가게 되면 통역을 달고 정상 회담하는 것을 넘어서 미국에 시사 방송에도 출연해서 제가 대한민국의 생각을 알릴 수 있다. CNN, FOX NEWS, 블룸버그, CNBC에 출연해서 대한민국을 알리고 대한민국을 세일즈할 수 있는 사람 바로 이준석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번 대선의 첫유세와 마지막 유세를 대구에서 했다. 선거 캠페인 기간 내내 그는 대구의 대표 정치인이 되겠다고도 했다.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의 단일화를 단호하게 거절하고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과 명분을 지킨 이 의원이 보수의 적장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기대된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06-04

‘책임론·계파 갈등’ 격랑의 국힘, 앞날은?

국민의힘은 이번 6·3 대선에서 뒤늦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선 긋기를 시도하며 위기 수습에 나섰으나 12·3 비상계엄으로 성난 민심과 분노를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비상계엄 사태 이후에도 당내 혼선과 당 지도부의 책임 회피성 발언이 잇따르면서 “반성 없는 정당”, “국민과 괴리된 정치”라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이번 선거 결과는 이미 탄핵당한 윤 전 대통령을 방조하거나 방치한 정치 세력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라고 받아들여진다. 이제 국민의힘은 대선 패배 책임과 차기 당권을 둘러싼 격랑에 휩싸일 전망이다. 이번 선거 진행 과정에서도 후보 교체, 당내 계파 갈등 등의 잡음이 이어졌던 가운데 극심한 혼란이 예상되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가장 큰 문제였던 것은 바로 국민의힘 지도부의 후보 교체 파동이었다. 지난달 10일 당 지도부는 경선에서 후보로 선출된 김문수 대선 후보의 자격을 취소하고 한덕수 전 총리를 새 대선 후보로 선출하려는 절차를 강행했다. 그러나 당원 투표 결과 후보 교체가 무산됐고 김문수 후보의 자격이 회복됐다. 이 과정에서 당 지도부의 후보 교체 시도는 졸속·밀실·비민주적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당원 사이에서도 “지도부가 당헌을 자기 입맛대로 해석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등 지도부에 대한 신뢰가 크게 흔들렸다. 실제로 당내 커뮤니티나 SNS 등에서는 실제로 일부 당원들이 “탈당하겠다”, “더는 지지하지 않겠다”는 반응이 속출하는 등 파장이 일었고 선거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주요 지지층에게 실망감을 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당시 후보 교체를 주도했던 친윤계와 권성동 원내대표에 대한 사퇴 요구가 당장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한덕수 전 총리를 ‘윤심’의 대리인으로 내세웠다는 비판을 받으며 오히려 중도층과 젊은 유권자들에게 거부감을 키웠고 정권 실패와 선거 패배의 공동 책임자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는 지적이다. 다만 당장 ‘6월 임시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거대 의석을 상대해야 하는 국민의힘의 선택지가 마땅치 않아 당분간 권 원내대표 체제로 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 안팎으로 집권 여당과 싸워야 하는 상황에서 당장 ‘원내 협상력’ 을 강화하는 것이 더 시급하기 때문이다. 물론 기존 원내대표를 지냈던 인사들이 다시 후임을 맡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 비상대책위원회를 유지하면서 조직의 안정과 전열 재정비에 집중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단일대오를 형성하지 못한 것도 패인으로 지목되면서, 앞으로 내부 결속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보수층 일각에서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 실패로 반이재명 표심이 분산된 것도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쳤고, 경선에 출마했던 여러 주자들이 선거를 지원하지 않으면서 지지층이 분산된 것 또한 주요 패인으로 꼽고 있다. 국민의힘은 선거 전날인 지난 2일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을 둘러싸고도 심각한 내부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대선 직전까지도 윤 전 대통령 탄핵과 계엄 문제를 둘러싸고 계파 간 노선 차이와 감정의 골이 극심하게 드러난 상황을 자초한 셈이다. 공동선대위원장 윤상현 의원은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방침에 대해 “당의 뿌리가 흔들린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김용태 비대위원장은 “뿌리가 흔들리면 뽑아내야 한다”며 맞섰다. 친윤계인 윤 의원은 당론이 자유민주주의 수호의 마지막 방어선이라며 탄핵 반대 입장을 고수했으나, 김 비대위원장은 헌재의 위헌 판결을 근거로 해당 당론 무효화를 주장했었다. 결국 선거는 패배로 이어졌고, 당 지도부는 무너진 조직력을 회복하고 다음 지방선거와 국회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내부 갈등을 봉합하고 단결을 다지는 데 전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특히 탄핵과 계엄이라는 민감한 이슈를 둘러싼 이견이 표면화되면서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명확한 입장 정리와 당내 통합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현재처럼 분열된 상태로는 향후 정국 주도권 경쟁이나 입법 견제 등에서 계속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어 당의 존립을 위해서도 내홍 수습은 불가피한 과제로 여겨진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06-04

‘민주당 정부 탄생’ TK 주요 정책 향방은?

제21대 대통령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면서 대구시와 경북도의 역점 사업들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구시와 경북도 단체장이 모두 자리를 비운 탓에 대처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큰 상황이다. 이철우 경북지사가 신병 치료를 위해 자리를 비운 경북도의 주요 사업은 △산불피해 복구 △APEC 준비 △원전 유치 등이다. 이 중 산불피해 복구와 APEC 등은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원전 유치는 그동안 민주당의 에너지 정책과 상반된 것이어서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대 구 ‘실리 우선’ TK 신공항 사업 속도 취수원 안동댐 이전 큰 변화 없어 군부대 이전·후적지 개발은 난망 ‘달빛고속철도’ 적극 추진 가능성 경 북 산불피해 복구· APEC 준비 무난 에너지 정책 달라 원전 유치 우려 건설된 원전 활용 입장 숨통 트여 수소 발전·AI데이터센터 등 탄력 다만 이재명 대통령은 이미 건설된 원전은 안전성이 담보된다면 계속 활용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원전 유치가 불가한 것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AI 등 첨단산업 전력 수요 증가로 인해 원전을 포함한 안정적 전력 공급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도 경북도가 추진하는 원전 유치에 힘을 싣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이 소형모듈원전(SMR) 등은 연구와 투자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여 ‘소형모듈원전(SMR) 제작지원센터 구축사업’ 공모 선정된 경북도는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경북도는 현재 용융염원자로(MSR), 고온가스로(HTGR) 등 4세대 원전 관련 신규 국책사업을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또 경북도가 추진하는 수소연료전지발전소와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구축 등도 이재명 정권에서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문제는 국내에 신규 원전을 지을 장소가 부족하다는 점과 위험성, 폐기물 문제 등을 이유로 신규 원전 추가 건설에 대해 이 대통령이 부정적인 입장이라는 점이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대선에 출마하면서 대행체제로 전환된 대구시의 주요 사업은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 △대구취수원 안동댐 이전 △도심 군부대 이전 및 후적지 개발 등이다. 이 가운데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 사업은 13조 원이 넘는 사업비 조달을 위해 정부의 돈을 빌리는 공자기금 유치를 추진하고 있으나, 기재부 반대에 부딪혀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과 라이벌 전을 펼치고 있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도 차질을 빚고 있어 ‘실리’를 우선시 하는 이재명 정부가 대구경북 신공항 사업에 힘을 실어 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 사업은 최근 현대건설이 “안전과 품질 확보 노력에도 불구하고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한 공기(工期) 확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사업 추진에 차질이 불가피 한 상황이다. 바다를 메워야 하는 가덕도 신공항 사업보다 공사 난이도가 낮은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 사업이 새 정부의 정책추진 방향과도 맞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구취수원 안동댐 이전 사업은 대구시민들의 숙원 사업인 만큼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주당이 이번 대선 공약에 ‘대구취수원 안동댐 이전’이 아닌 ‘대구 취수원 다변화’란 명칭으로 사업을 올려 놔 이후 변화에 관심이 집중된다. 앞서 2022년 당시 민주당 소속 구미시장의 결단으로 대구-구미 맑은물 나눔과 상생발전 협정이 체결됐으나, 그해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단체장으로 바뀌면서 무산됐다. 이로인해 민주당이 안동댐이 아닌 구미지역으로 취수원 이전을 다시 추진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있긴 하지만 구미 지역의 반발이 심해 대구취수원 안동댐 이전 사업을 변경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도심 군부대 이전 및 후적지 개발사업은 사실상 추진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구시가 지난해 연말 국방부와 군부대 통합이전과 관련한 ‘민군 상생방안 모색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으나, 당시 국방부 장관이 계엄 사태로 사임하면서 진전이 없는 상태이다. 대구시가 군부대 이전 후적지 개발 사업 구상까지 밝히긴 했으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재명 정권 출범으로 대구-광주 달빛고속철도 건설 사업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헌정사상 가장 많은 여야 국회의원 261명이 공동 발의한 ‘달빛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공포됐지만, 달빛철도는 1년이 넘도록 기재부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 대선 공약에 포함된 달빛철도는 대구와 광주를 잇는 동서화합의 상징성을 가지고 있어 이번 정부에서 적극 추진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구시도 이재명 정권 출범을 맞아 주요 사업들의 추진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은 지난 2일 간부회의에서 “새 정부 출범에 맞춰 기존 사업들에 대한 축소·확대, 계속·유보 등 정책 판단에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김락현·피현진 기자

2025-06-04

“공약 이행·국민통합” 한목소리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며 새 정부가 출범했다. 여전히 남아 있는 갈등과 우려 속에서 대구경북민들은 “이번엔 정말 달라지길 바란다”는 반응을 보였다. 우선 정치·사회적 갈등부터 극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박은주씨(55·안동·자영업)는 “진보와 보수, 영·호남, 남녀· 세대·계층 갈등까지 너무 극단적으로 나눠진 상태”라며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시절 말한 ‘통합의 정치’가 공허한 수사가 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을 언급한 배경에는 부정선거 논란이 있었고, 선관위에 대한 국민 불신도 남아 있다”며 “새 정부는 공정성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진상 규명에도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상길씨(52·구미·회사원)는 “대학생 아들이 머잖아 군대에 가는데 대통령의 잘못된 판단으로 아들이 계엄군이 되는 비극적 상황이 또 일어나서는 절대 안 된다”며 “새 대통령은 12·3 계엄과 내란 사태의 진상규명은 물론 단죄를 통해 다시는 민주주의가 파괴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완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민경제와 글로벌 경제문제에 관한 해법도 시급히 찾아달라는 당부도 많았다. 대구 수성구에서 제빵업을 하는 김건희씨(34)는 “전반적인 물가가 너무 올라 재룟값도, 제품값도 인상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아이들과 시민들이 즐기던 빵 조차 비싸다는 이유로 망설이게 되고 매출도 크게 줄었다. 서민에게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세심히 살펴달라”고 요청했다. 같은 지역에서 소상공업에 종사하는 김태은씨(37)도 “불황 지속과 물가 상승, 최저임금 인상에 주유수당과 퇴직금까지 인건비가 모두 오르며 버티기 힘든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매장 수익이 줄다 보니 추가 채용은 어려워지고, 혼자 오래 근무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대통령이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민생 정책을 내주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경제 전문가 김모씨(포항)는 “지금 세계는 국익 중심의 경제 정책으로 재편되고 있다”며 “새 정부는 단기 민생 지원 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수출 전략 등 국가적 관점에서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대안마련의 요구도 이어졌다. 권순국씨(43)는 “이재명 대통령이 ‘안동의 아들’이라고 한 만큼 단지 선거용 말뿐이 아니었음을 보여줘야 한다”며 “청년 유출과 산업침체로 위기에 놓인 경북북부권에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통령이 유세 때 ‘정치인이 경쟁해야 지역이 발전한다’고 했는데 정말 변화가 있다면 다음 지방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경북에서 당선되는 일도 가능하지 않겠냐”며 지역 정치지형의 변화 가능성도 언급했다. 포항 구룡포에서 어업에 종사하는 김부식씨(64)는 “동해안 어민들이 처한 가장 시급한 현안은 어자원 고갈에 따른 생계 위협”이라며 “어장 휴식년제 도입, 폐어구 관리 강화, 실효성 있는 어업 구조조정 등 해양 현실을 반영한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확실한 복지 선진국을 만들라는 주문도 제법 있었다. 김영옥씨(61·포항북구·사회복지사)는 “이재명 대통령은 그동안 복지를 일관되게 강조해왔다”며 “지위나 지역, 세대와 관계없이 모두가 혜택을 누리는 복지 국가를 만들어달라”고 말했다. 특히 기초생활보장 확대와 노인 돌봄 강화를 언급하며 “복지는 사치가 아니라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여성 안전에 대한 공약이행 요구도 나왔다. 정모씨(30대·여성)는 “교제 폭력, 디지털 성범죄는 여성에게 일상적인 공포로 다가오는 문제”라며 “이재명 대통령이 제시한 관련 공약들이 말에 그치지 않고 실효성 있는 제도로 정착되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단정민·류승완·피현진·김재욱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06-04

최종 투표율 79.4%… 정권 교체 심판 원했다

제21대 대통령 선거 최종 투표율이 79.4%를 기록했다. 역대 4번째로 높은 수치다. 이 같은 높은 투표율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에서 촉발된 정권 심판론이 강하게 작용된 것으로 풀이된다. 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 투표를 마감한 결과 제 21대 대선 투표율은 79.4%로 집계됐다. 총 4439만1871명의 유권자 중 3524만416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최종 투표율은 지난달 29~30일 실시된 사전투표를 비롯해 재외·선상·거소투표까지 반영된 수치다. 사전투표가 도입된 이후 최고의 투표율이다. 사전투표가 처음 도입된 지난 제19대 대선 투표율은 77.2%였다. 지난 20대 대선 투표율(77.1%) 보다 2.3%p 높은 수치를 보였다. 다만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던 15대 대선 때의 80.7%의 장벽을 넘지는 못했다. 지역별 투표율에서는 광주가 83.9%로 가장 높았으며, 제주가 74.6%로 가장 낮았다. 수도권은 서울 80.1%, 경기 79.4%, 인천 77.7% 등을 기록했다. 한편 제21대 대선 투표율은 전국 79.4%, 대구 80.2%, 경북은 78.9% 모두 2000년 대 이후 역대 최고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번 제21대 대선에서는 호남 지역이 두각을 나타냈다. 전국에서 높은 투표율은 광주(83.9%), 전남(83.6%), 전북(82.5%) 순이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민주주의 위기, 침체된 경제에 대해 심판하기 위해 진보 세력이 결집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영남지역의 경우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조한 투표율을 보였다. 사전투표에서 전국 최저 투표율의 불명예를 얻었던 대구는 80.2%를, 경북은 78.9%를 기록하며 두 지역 모두 전국 평균(79.4%) 보다는 소폭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당내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잡음,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와의 갈등 봉합 등에 아쉬움을 느낀 보수 세력이 이번 투표를 외면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2025-06-04

아이 안은 부모·지팡이 짚은 어르신… 뜨거운 참여 열기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인 3일 포항시 남구 상대동 제1투표소인 티파니 웨딩홀에는 투표 시작과 동시에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아이를 안고 온 부모, 다정하게 손을 맞잡은 부부, 지팡이를 짚고 힘겨운 걸음을 옮긴 어르신까지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찾은 투표소였지만 그 선택엔 각자의 이유가 담겨 있었다. 이날 오전 6시 투표가 시작되기 전부터 투표소 앞에는 이미 10여 명의 유권자들이 줄을 서 대기하고 있었다. 탄핵과 계엄 사태는 많은 이들에게 ‘정치가 결코 내 자신과 거리가 먼 이야기가 아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만들었다. 대학생 정모씨(24)는 “예전엔 정치에 별 관심이 없었고 누가 대통령이 되든 내 삶과는 무관한 일이라 생각했다”며 “하지만 탄핵과 계엄 상황을 겪으며 언론이 통제되고 거리로 나설 자유 마저 잃을 수 있다는 현실이 무섭게 다가왔다. 이전의 잘못된 정치를 반복해선 안 된다는 위기감에 투표소를 찾았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박모씨(42)도 “계엄 정국 이후 나라가 너무 많이 흔들렸다”며 “이렇게까지 됐는데 아무 말도, 행동도 하지 않으면 나중에 스스로에게 부끄러울 것 같았다. 뚜렷하게 지지하는 후보는 없지만 차선의 후보라도 선택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후보에 대한 기대 보다 막아야 할 사람을 떠올리며 투표소를 찾은 이들도 있었다. 최모씨(39)는 “TV토론을 보며 후보들을 비교해보려 했지만 들을수록 더 혼란스럽고 실망만 커졌다”며 “결국 누굴 뽑아야겠다는 확신보다 누군가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는 마음이 더 크게 남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강모씨(50)는 “요즘 뉴스를 보다 보면 당선되면 안 될 사람부터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며 “그냥 넘기면 나중에 더 후회할 것 같아 아침 일찍 투표소로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라도 내 의사를 밝히는 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대응이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경제적 고단함 속에서도 묵묵히 한 표를 행사한 이들도 있다. 자영업자 이모씨(55)는 “매출은 줄고 이자 부담은 늘어나 숨 쉴 틈조차 없다”며 “이대로는 버틸 수 없다는 절박한 마음에 영세 소상공인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는 사람에게 표를 줬다”고 토로했다. 시장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씨(58)는 “포항 경기가 너무 안 좋아서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티는 수준”이라며 “이념이니 갈등이니 하는건 이제 사치다. 당장 먹고사는 게 가장 절실해 경제를 살릴 사람에게 표를 줬다”고 말했다. 정치에 대한 실망 속에서도 투표를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로 여긴 유권자들도 있었다. 조모씨(42)는 “이번 정부에 특별한 기대는 없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으면 아무 일도 바뀌지 않는다”며 “투표는 사회에 내 의견을 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라고 강조했다. 아내의 부축을 받으며 지팡이를 짚고 투표소에 들어선 백모씨(72) 는 “정치는 잘 모르지만 요즘 손주들 고생하는 걸 보면 마음이 아프다”며 “우리 세대처럼 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하나로 나왔다”고 전했다. 대구시 중구 성내3동 제2투표소에서도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일부 유권자 사이에서는 부정 선거에 대한 쓴 소리도 나왔다. 이수미씨(24·여)는 “선거의 운반 등 과정에서 부정선거 의혹이 너무 많다”며 “딱히 이번 대선도 믿음이 가진 않지만 투표를 통해 살기 좋은 나라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 투표장으로 나왔다”고 했다. 또 정모씨(65·중구)는 “예전부터 부정투표 얘기도 많다보니 사전투표에 대한 믿음이 떨어져 본투표에 했다”면서 “앞으로는 투명하고 상식이 통하는 나라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국 어디서나 가능한 사전투표와 달리 본투표는 유권자의 주소지 기준으로 정해진 투표소에서만 투표 참여를 할 수 있다보니 현장에서 일부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일부 시민들은 투표 장소를 잘못 찾기도 했고, 거소투표 대상인 노인이 투표소로 왔다가 되돌아가는 해프닝이 눈에 띄기도 했다. /김보규·황인무기자

2025-06-03

국민의힘, 출구조사 발표 후 ‘침울’⋯"계엄 심판 결과"

국민의힘 대구시당·경북도당은 3일 6·3 조기대선 지상파 3사의 출구 조사 결과를 듣고 “국민들이 잘못된 계엄에 대해 크게 심판한 결과”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8시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이재명 후보가 51.7%, 김문수 후보가 39.3%를 기록했다고 보도하자 “출구 조사 결과가 대단히 아쉽다”는 분위기다. 주호영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출구 조사 결과가 근소한 차이로 지는 결과가 나왔으면 끝까지 결과를 기다려 볼텐데 출구 조사 결과가 10% 넘게 차이가 나서 과연 뒤집을 수 있겠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보만 비교하면 김문수 후보가 월등한데 계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며 “후보 단일화 문제로 시간을 많이 허비한 일들이 이런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는가 싶어 대단히 아쉽다”고 덧붙였다. 이어 “다만 그럼에도 대구 경북 유권자들께서 여전히 저희들을 많이 지지해 주고 김문수 후보 많이 지지해 준 것에 대해서는 대단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인사를 전했다. 강대식 대구시당 위원장은 “대구만이라도 80% 이상 투표를 하고 득표율 한 80% 이상 예상했는데, 현재 출구조사상으로 봤을 때는 욕심”이라며 “대구 시민들께서 걱정해 주시고 애써 주신 만큼 기대에 부응을 못해서 대단히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후보의 면면을 봤을 때는 참 좋은 성품인데도 불구하고 계엄이라는 굴레를 벗어나지를 못한 원인이 가장 큰 것 같다”며 “처음 출발부터 타당 후보와는 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출발을 하지 않았나. 출구조사의 결과만 봤을 때 준비가 많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06-03

‘지역여성운동의 역사’ 포항여성회 창립 30주년 그 발자취

1995년에 창립돼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한 포항여성회는 성차별 사회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민주적이고 성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왔다. 우리 사회의 성차별 문화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며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해 온 지역 여성운동의 살아있는 역사 그 자체인 포항여성회의 발자취를 돌아봤다. 1993년 ‘포항여성회 준비회’로 시작 1995년 5월 12일 창립… 본격 활동 가정폭력·성폭력 피해자 위한 지원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 해결 노력 결혼이주여성 인권보호 등 활약 다채 11월엔 창립 30주년 기념식과 전시 “성평등 민주주의 실현에 매진할 것” △포항여성회의 창립과 주요 활동 포항여성회는 1993년 ‘포항여성회 준비회’를 시작으로 1995년 5월 12일에 창립돼 2025년 5월 12일 창립 30주년을 맞이했다. 그동안 성별에 기반한 사회적 차별과 불평등을 해소하고 여성 인권 향상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왔다. 특히 여성의 시각에서 민주주의 이념에 입각한 평등, 자유, 박애를 실천하며, 건강한 시민사회를 만들기 위한 사업을 포항지역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젠더 기반 폭력 대응과 피해자 지원 포항여성회는 여성에 대한 신체적, 성적, 정신적 피해를 초래하는 젠더 기반 폭력의 심각성을 알리고, 피해자 지원 및 폭력 근절을 위한 활동에 주력해왔다. 1995년부터 1997년까지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와 지원을 위한 가정폭력 방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운동을 펼쳤으며, 이 법이 제정됨으로써 가정폭력 문제가 사적 영역에서 공적 영역으로 이동하고,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또한, 1997년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다룬 변영주 감독을 초청해 감독과의 대화를 통해 지역 사회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알리는 계기를 마련했다. △교육 및 상담 활동 1998년에는 가족·성 상담소(2003년 경북여성통합상담소로 전환)를 개소해 가정폭력 및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고 예방을 위한 캠페인과 젠더 기반 폭력 예방 교육을 상시 실시하고 있다. 2000년에는 성폭력 상담원 양성 과정을 개설했으며, 2009년에는 부설 기관 여성교육원 ‘벼리’를 개관해 가정폭력 및 성폭력 상담원을 지속적으로 배출하고 있다.   △성매매 방지 및 여성 인권 증진 활동 2004년에는 성매매가 여성에 대한 성적 착취이자 폭력이며 여성 인권 문제임을 알리는 활동을 전개했고, 성매매 방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전국적 활동에도 연대했다. 2010년부터 2011년까지는 포항 유흥업소 여성 종사자들의 연쇄 자살 사건에 대응해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실태 조사 및 대책 마련 활동을 진행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평화 운동 1997년부터 현재까지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의 문제를 알리고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2015년에는 포항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위한 추진단을 구성해 시민들의 모금으로 환호공원에 소녀상이 세워졌다. 또한, 2020년에는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공모사업으로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 박필근 할머니의 구술 생애사를 바탕으로 창작 판소리 ‘박필근전’을 제작·발표했다. △결혼 이주 여성 지원 및 고용 평등 활동 2006년부터 2011년까지 파랑새 이주 여성 인권센터를 운영해 결혼 이주 여성의 인권 보호와 한글 교실 운영, 경제적 자립을 위한 자활 사업단을 운영했다. 또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고용 평등 상담실을 운영해 여성 노동자의 차별 철폐와 평등하고 안전한 노동 환경 마련을 위한 활동을 했다.   △지역 사회 변화와 교육 활동 2005년에는 포항여성회의 소재 지역인 포항시 남구 송도동의 어린이들에게 편안한 공간을 제공하고 대안 교육을 실천하기 위해 바다솔 지역 아동센터를 개소했으며 이후 2018년에 분리 독립했다. 또한, 젠더 기반 폭력 피해자 인권 지원 사업으로 한동대학교 학생 부당 징계 문제에 대응해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부당 징계 무효 소송을 진행해 무효 판결을 이끌어냈다. 성폭력 가해자가 ○○새마을금고 이사장으로 재당선되자 이의를 제기하고 출근 저지 운동 및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펼쳐 새마을금고 중앙회로부터 면직 처분을 끌어내기도 했다.   △포항여성회의 현재와 미래 활동 포항여성회는 30주년을 기념해 회원들과 함께하는 활동으로 ‘페미런 30’이라는 달리기 모임을 조직하고, 4월 27일 포항 해변 마라톤 대회에 참여해 여성회를 알렸다. 5월 13일에는 철길 숲에서 포항여성회를 알리는 캠페인을 진행했으며, 10월에는 지난 30년 동안 지역의 젠더 기반 폭력 피해자 지원 활동에 대한 평가와 의미를 살펴보는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11월 20일에는 창립 30주년 기념식과 기록물 전시를 개최할 예정이다.   △경북 지역의 성 평등 현황과 과제 경북 지역은 성 평등 지수가 전국에서 최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특히 의사 결정 분야와 경제적 지위에서 낮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경북 여성의 평균 임금은 전국 평균보다 낮으며, 성별 임금 격차도 전국 평균보다 약 3.5% 낮은 수준이다. 이러한 경제적 불평등 외에도, 1990년대부터 이어진 출생 성비 불균형과 젊은 여성들이 노동 기회를 찾아 타지역으로 떠나는 현상이 맞물려, 20대와 30대 여성의 인구 비율이 점점 감소하고 있다. 이로 인해 경북 지역의 청년 여성 수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방 정부와 기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일과 생활의 균형을 지원하고, 양질의 여성 일자리를 확대하며, 성차별을 개선하기 위한 전반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포항여성회는 경상북도와 포항시의 성 평등 정책과 사업, 예산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성 평등 관점에서 이슈에 대응하며, 여성의 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한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 내 성 평등을 촉진하고, 모든 여성이 안전하고 평등한 삶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김정희 포항여성회장은 “포항여성회는 창립 30주년을 맞아 지역에서 지속해 왔던 여성운동의 역사를 재조명하고 젠더 기반폭력을 방지하고 여성운동 확산을 위한 전개와 방향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와 함께 포항여성회 활동을 알리고 여성 인권운동의 외연 확장을 위한 활동을 계속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므로 지역 내 여성운동의 지평을 확대하고 혐오표현 및 여성이라는 이유로 행해졌던 폭력에 저항하고 가부장제 철폐 및 성차별 타파를 위한 여성주의 확산 활동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불어 성평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젠더 기반폭력 근절을 위한 법제도 개선, 돌봄·복지영역에서의 국가적 책임 강화 등 모든 사람이 안전한 일상을 살아가고 불평등이 해소하기 위한 활동과 성별 등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인 평등을 지향하며 궁극적으로는 성평등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6-03

인생 첫 선거 치른 고3 미래 위해 ‘투표 인증’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이번 대선의 선거권은 2007년 6월 4일 이전에 태어난 만 18세 이상 대한민국 국민에게 주어졌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체 고3 학생 45만3812명 중 유권자는 19만2439명이라고 한다. 대략 42.4%의 학생이 투표권을 가지게 된 것이다. 2007년은 황금돼지띠의 해이다. 그해 태어나는 아이들은 재물복과 길운이 따른다고 하여 출산율이 반짝 오르기도 했다. 올해 고3인 수험생 이정은 학생 또한 황금돼지띠다. 생일이 상반기에 있어 이번에 첫 투표권을 행사했다. 같은 반 친구 중 대략 1/3 정도가 유권자였다고 한다. 5월 30일 금요일, 사전 선거 이틀째 날 가족과 함께 투표를 마친 이정은 학생이 남다른 소감을 밝혔다. “기분이 좋아요. 첫 투표를 대선 투표로 해서 그런지 그 느낌이 더 특별해요. 운동 경기로 치면 예선전이 아닌 결승전을 치른 기분이랄까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 사전 선거일 이틀 모두 평일이었던 것과 고3으로서 직관적으로 와 닿는 교육 공약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한다.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투표 참여의 다양한 방법 중 ‘투표 인증’을 빼놓을 수 없다. 기존 선거에서는 투표소 앞에서 찍은 사진, 기표 도장을 찍은 손등 인증샷 등이 흔했다면 이번 대선에서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가득했다.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의 포토카드나 각종 캐릭터가 있는 인증 용지, 리플릿이나 가랜드 형태의 인증 용지를 이용해 개성 만점의 투표 인증샷을 남겼다. 혹 인증 용지를 잊었더라도 투표 확인증을 받아 찍어오기도 하는 등 ‘핫’하고 ‘힙’한 세대는 선거조차 축제처럼, 이벤트처럼 즐겼다. 이정은 학생은 담임선생님이 준 용지로 투표 인증을 했다. 인생 첫 투표를 앞둔 고3 제자들을 위해 선생님이 기념으로 주셨다고 한다. 인증 용지의 모음 ‘o’자에 기표를 해 글자를 완성하면 된다. 고3을 위해 완성된 문구는 ‘수능대박’이다. 그리고 학업에 지친 아이들에게 반짝이는 응원의 문구가 함께 적혀 있다. “반짝반짝 빛날 너의 내일에 투표해.” /백소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6-03

지구환경을 위한 소비생활, 가치소비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구환경은 우리의 생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한 소비도 중요해졌다. 그렇다면 소비를 하지 않고서는 하루도 살아갈 수 없는 소비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지속 가능한 지구환경을 위한 소비생활은 무엇일까. 지난 금요일 꿈마루 작은 도서관에서 마련한 찾아가는 지구환경 수업이 있었다. 수업의 주제도 ‘가치 사서 같이 살자’였다. 포항환경학교에서 나온 환경 교육 강사와 함께 수업에 참여한 시민들은 자신의 소비 모습을 돌아보며 지구환경을 위한 지속 가능한 소비, 소비문화와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강사는 먼저 경제와 환경을 연결 지으며 우리들이 하루에 만들어내는 쓰레기가 엄청난데 그 쓰레기가 문제라고 강의를 시작했다. 우리가 사용한 쓰레기를 볼 때면 한 번쯤은 절로 인상이 찌그러지고 속이 울렁거리는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가 소비하고 쓰레기를 만들어내고 있는 사이 지구는 병들어 가고 있다. 소비로 인한 많은 쓰레기 가운데 첫 번째는 플라스틱이다. 1인당 사용량을 보면 부끄럽지만 우리가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소비로 인한 많은 쓰레기가 쏟아져 나오는데 ‘fast fashion’ 영향으로 이제는 재활용보다는 대부분 소각되고 있는 의류 폐기물도 하루에 880t이나 된다. 먹거리로 인한 오염, 파괴되는 산림, 모두가 편리하게 사용하는 가전제품, 생활에서 쓰는 물 사용량도 많아 1인당 사용량이 하루에 300L를 넘는다고 한다. 우리가 하루에 마시는 물의 양이 2L가 안 되는 걸 생각하면 엄청난 양이다. 이렇게 쓰레기로 오염된 환경이 결국은 우리에게 기후변화와 기상이변이라는 결과로 돌아오고 있다. 지구를 생각하고 우리들의 생활을 위한 가치소비를 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다. 가치소비는 보통 가성비보다는 가심비를 생각하는 소비라 할 수 있다. 가심비 소비는 비용에 상관없이 만족스러운 것을 구매하는 소비다. 가성비와 반대되는 말로 성능보다는 심리적 만족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는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를 포기하지 않는 가치소비와 맞닿아 있다. 가치소비에는 친환경, 사회적 약자, 공정한 사회를 만든다는 의미도 포함한다. 어찌 보면 넘쳐나는 소비문화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타난 것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가치소비를 추구하는 사람들도 많이 늘어났다. 가치소비에는 MZ세대가 가장 적극적이다. 10명 중 8명이 가치소비를 하고 있어 가치제품 판매도 증가하고 있다. 선(善)행 업체 제품을 적극적으로 구매하는 모습, 플로킹, 업사이클링, 재활용 등. 적극적인 소비모습이 그렇다. 이전 세대와 다른 이들의 소비성향을 대신 표현하는 말이기도 하다. 제로소비도 마찬가지다. 제로소비는 ‘사지 않는 것이 가장 친환경적이다’라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노 쇼핑 챌린지, 제로 웨이스트 카페, 공유경제의 확산, 중고 거래의 확산, 디지털 디톡스 등이다. 단순히 아끼는 절약이 아닌 의식적으로 소비를 절제하고 환경과 사회, 나 자신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환경을 위한 소비에 대해 얘기를 나누던 한은미(46·포항시 북구 장량동) 씨는 “환경을 위한 소비에 인식은 잘하고 있지만 실천이 쉽지 않다. 가치소비와 지속 가능한 소비는 가정에서 가족들이 잘 동참해 주어야 하는데 그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고 말했다.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6-03

고향을 그리게 하는 콩잎물김치

휴일이라 늦은 저녁상을 차렸다. 친정에서 보내온 겉절이, 오이김치, 물김치에 지난주부터 콩잎김치가 새로 등장했다. 초록색 여린 잎이 존재감을 잃지 않고 푸릇푸릇 살아있는 물김치다. 압력솥에 방금 한 밥을 퍼서 빡빡장과 함께 쌈을 싸서 먹으니 콩밭을 가득 품은 듯 뿌듯하다. 일 년 내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다. 딱 요맘때, 경상도에서만, 아니 모든 경상도가 아닌 포항 근처에서만 즐겨 먹는 음식이다. 안동이 고향인 나는 중학교 2학년에 포항으로 전학오며 처음 콩잎도 먹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점심시간 친구의 반찬통에 얌전히 누운 노란 잎, 호기심에 한 잎 떼어 입에 넣었다가 질겅거리는 식감에 몰래 뱉어야만 했다. 깻잎도 아니고 이게 뭐냐고 물으니, 콩잎도 모르냐고 친구가 어이없어했다. 낙엽을 먹다니 놀라울 뿐이었다. 부드러운 깻잎과는 식감이 완전히 달랐다. 고향인 안동보다 포항에 더 오래 살다보니 이젠 노란 콩잎김치를 사랑하게 되었다. 젓갈과 제피 향이 가미된 맛은 밥도둑이다. 하지만 초록 콩잎을 맛있게 느낀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젊을 때는 특유의 풋내가 싫었다.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물들어 이젠 늦봄 잠깐 나오는 이때 열심히 찾아 먹는다. 제철 음식을 찾아 먹어야 한다고 몸에서 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친정엄마는 벌써 이 백 재기 넘게 콩잎김치를 담궜다. 한 묶음을 엄마의 입말인지 포항 사투리인지 한 재기 두 재기 이렇게 사고팔았다. 해 뜨기 전에 새순을 따서 친정에 새벽 3시면 자루 가득 담아 배달해 주신다. 그것을 이웃 친구들과 나눈다. 벌써 세 번째 주문이라고 했다. 포항시 북구 흥해읍 초곡리에 콩 농사하시는 분들은 이틀에 한번 여린 순을 따서 내다 팔아 자식 다 키웠다고 했다. 콩보다 잎 농사였다. 그러다 어느 날 밭을 갈아엎어 가을콩을 심는다고. 푸른 콩잎 쌈을 싸던 남편이 서울 작은 아버님께 택배로 보내드리고 싶다고 했다. 오래 병석에 누워 입맛이 없으니 고향 음식이 그리운 것이다. 8년 전에 돌아가신 시어머님이 서울 시동생에게 매년 이즈음 보낸 고향 소식이었었다. 죽도시장에서 사서 보냈더니, 그 맛이 아니라 하셔서 올해는 친정엄마 손을 빌렸다. 넉넉히 담궈서 스티로폼 박스에 담아 서울로 보냈다. 만드는 방법을 물으니, 된장 풀고 양파 썰어 넣고 그럼 된다고 힘든 거 하나도 없다고 하셨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해달라고 하니 콩잎은 너무 씻으면 짓물러 특유의 풋내가 나서 살살 씻고 참쌀풀을 쑤어 국물을 준비한다. 된장을 풀고 양파를 채 썰어 넣고 숨이 죽을 때까지 그냥 놔둔다. 오랜 세월 몸에 익힌 방법이라 그냥 하면 된다고 ‘숩다’고만 하셨다. 함께 싸 먹는 빡빡장도 꼭 필요하다. 강된장이라고도 부른다. 다양한 채소와 된장을 이용해 만드는 걸쭉한 한국 전통 요리다. 주로 쌈이나 비빔밥에 곁들여 먹으며, 깊은 풍미와 감칠맛이 특징이다. 기본 재료 애호박, 양파, 대파, 청양고추, 버섯 등 다양한 채소를 잘게 다져 준비한다. 두부도 추가할 수 있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양파와 호박을 먼저 볶다가 된장을 넣고 함께 볶아준다. 쌀뜨물이나 해물 분말 육수를 자작하게 부어 다진 마늘, 고춧가루 넣고 끓여준다. 마지막에 청양고추와 버섯을 넣고 한 번 더 끓여 마무리한다. 된장을 너무 많이 넣으면 짤 수 있으니, 끓이면서 간을 보며 조절하는 것이 좋다. 빡빡장은 냉장고에 보관하면 다른 국물 요리에 활용할 수 있다. 콩잎에 따끈한 밥 올려 빡빡장 곁들여 먹으니 밥 한 그릇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설거지 후 손을 씻고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잡다가 시큼한 향에 왼손 냄새를 맡았다. 콩잎김치가 그대로 거기 있었다. 작은 아버님이 그리워하는 고향 냄새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6-03

더불어 민주당 대구시당, 대선 방송출구 조사 발표에 환호

“대통령 이재명, 지금은 이재명” 3일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이재명 후보가 출구조사에서 앞서자 민주당 대구시당 선대위와 당원들이 ‘대통령 이재명’을 외치며 환호와 손뼉을 치며 서로 부둥켜 안고 기쁨을 만끽했다. 이날 오후 8시 이후 지상파인 KBS, MBC, SBS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51.7%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39.3%보다 11.8% 포인트 앞서 당선되는 것으로 발표됐다. 1·2위로 예측되는 후보들에 대한 시도별 득표율을 보면 인천, 서울, 경기, 강원, 충남·세종, 대전, 충북, 울산, 전북, 전남, 광주, 제주 등에서 이재명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예측됐다. 경북, 대구, 부산, 경남 등에선 김문수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소 대구시당 위원장은 출구조사 이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이 이재명 대통령 시대를 열어줘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허 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 통합과 경제 성장, 평화, 안보 등 든든한 시대의 정부를 이끌어 갈 것이다”면서 “대구시당도 이 대통령의 국정에 잘 뒷받침할 수 있도록 열심히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그는 또 대구지역의 득표율이 다소 낮은 점에 대해 “살짝 아쉽긴 부분이지만 이제 우리 모두 하나이다”며 “목표를 25% 이상 삼았지만 아직 예측 조사이다 보니 끝까지 결과를 지켜보면 목표 25%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허소 대구시당 위원장은 7대 공약에 대해서는 “이재명 후보는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 자신의 공약에 대한 약속 실천을 아주 엄중하게 지켰다. 대선 공약을 매우 무겁게 여기고 실천 가능 여부를 잘 따져 공약으로 제시한 것이다”며 “지역 관련 공약은 민주당 대구시당과 대구시가 힘을 합쳐 소통하고 준비해 나간다면 반드시 실천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2025-06-03

TK신공항 건설은 순항할 수 있을까

부산 가덕도신공항 건설 공사가 사실상 올스톱됐다는 뉴스가 남의 일 같지 않다. 대구경북(TK)신공항 건설도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가덕도신공항 건설의 우선협상 대상자인 현대건설이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했다. 표면적으로는 “공기(工期·2029년 개항)가 촉박하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정치적인 부담과 안전사고, 법적(중대재해처벌법) 위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후문이다. 현대건설은 그동안 600억원을 투입해 6개월간 가덕도 현지에서 기술 검토를 해왔다. 이제 새 정부가 새로운 시공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가덕도신공항은 이전에도 공사를 하겠다고 나서는 건설사가 없어 네 차례나 유찰됐었다. TK신공항 건설도 순탄하지 않다. 대구시는 지난 2024년부터 신공항건설 특수목적법인(SPC)에 참여할 민간사업자 공모에 들어갔지만, 지원하는 건설업체가 없었다. 우선 한국토지주택공사(LH)부터 사업의 위험성을 들어 참여를 거부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투자비 회수에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TK신공항은 전액 국비가 투입되는 가덕도신공항과 달리 ‘기부 대 양여’ 방식이어서, 자금력이 있는 사업자가 나서지 않으면 공사가 불가능하다. 결국 대구시는 SPC 구성을 포기하고, 대신 정부의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을 지원받아 신공항을 건설하기로 했다. 이미 정부에 내년부터 5년간 11조5000억원의 공자기금을 지원해 줄 것을 요청해 둔 상태다. 그러나 이 기금이 나오려면, 지원근거가 담긴 특별법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이 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중이다. 공자기금을 지원받더라도 갚을 역량이 있느냐도 문제다. 대구시는 5년 거치 10년 상환 조건으로 공자기금을 빌린다는 생각인데, 이자율을 3%로 잡더라도 이자만 3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2030년까지는 이자만 갚게 되지만, 2031년부터 10년간은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야 한다. 대구시는 이 돈을 K2 군공항 후적지를 개발해 갚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후적지 개발이익은 주로 아파트 분양에서 나오는데, 지금 대구지역 건설경기를 고려하면 불가능에 가깝다. 정부가 공자기금 지원을 꺼리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고 부동산경기가 좋아질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도 없다. 지금 신공항 예정부지 주민들은 토지거래 허가구역에 묶여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고 있다. 대구시는 최근 정부에 사업 첫 해(2026년) 들어갈 토지 보상비(공공토지비축사업비 2766억원)를 요청했지만, 정부가 난색을 표했다. 투자자금 회수 가능성이 불확실하다는 이유에서다. 공공토지비축사업은 국책사업 추진을 위해 LH가 필요한 부지를 먼저 매입하는 제도다. 오늘(4일) 출범하는 새 정부가 TK신공항 건설자금으로 공자기금을 활용하는데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TK신공항은 국가균형발전뿐 아니라 유사시 인천공항을 대체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새 정부는 대구시가 이미 제출해둔 공자기금 신청서를 꼼꼼하게 읽어보고, 전향적인 지원책을 내놓길 기대한다. /심충택 논설위원

2025-06-03

“국민통합이 제1과제”…진실이길 바란다

21대 대통령은 개표 완료 이후 당선이 확정되는 순간 바로 임기가 시작된다. 과거처럼 당선인 신분으로 대통령 인수위를 구성해 취임 준비를 할 시간이 없다. 전직 대통령 파면 궐위로 인한 대선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신임 대통령은 오늘 낮 12시를 전후해 국회에서 취임식을 갖고, 바로 집무실로 출근해 업무를 시작해야 한다. 신임 대통령 앞에 놓인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최우선 처리해야 할 현안은 국민통합이다. 이 대통령도 대선후보 시절 “국민통합이 제1과제”라고 했었다. 국민통합은 대통령과 입법·사법 ‘3대 권력’이 모두 합심해야 실현할 수 있다. 많은 국민은 이번 대선 캠페인 과정을 겪으면서, 민주주의의 근간인 3권분립 위기를 우려하고 있다. 대통령을 배출한 민주당 공약집을 보면, ‘대법관 증원’을 명시해 두고 있다. 대법관 수를 늘려 상고심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를 제고하겠다는 게 민주당 측의 설명이지만, 이를 의심하는 국민이 많다. 민주당 공약대로 대법관 수가 늘어날 경우, 집권당 입맛대로 대법관을 임명할 수 있어 대통령이 사법부를 장악하게 된다. 이뿐 아니라 정치판사를 양산할 수 있는 ‘법 왜곡 처벌법’도 발의돼 있고, 검사 파면제도도 도입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판사도 검사도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수사를 하지 못하게 된다. 공약집대로라면, 우선 판검사에 대한 대대적인 ‘적폐청산‘이 예상된다. 이는 국민통합 약속과는 거꾸로 가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누차 “권력을 남용한 정치보복의 해악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제가 분열의 정치를 끝낼 적임자”라고 했다. 그러나 판사·검사에 대한 탄핵이나 문책 인사가 시작되면, 12·3 비상계엄 사태에 연루된 군, 정치적 중립 논란이 있었던 감사원, 국민권익위, 방송통신위 등도 연쇄적인 긴장 분위기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이 약속했듯이, 새 정부가 유례없는 국내외 위기를 극복하려면 ’적폐청산‘보다는 국민통합이 최우선 국정 기조가 돼야 한다. 그래야 극단으로 갈라진 국론을 한마음으로 모을 수 있다.

2025-06-03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부터 시작하라

21대 대통령에게 주어진 가장 시급한 과제는 경제문제 해결이다. 대선 과정에서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드러났듯이 국민이 바라는 새 정부에 대한 바람은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다. 국민통합과 개헌보다 경제회복에 더 많은 기대를 걸었다. 보수, 진보를 떠나 경제문제 해결을 우선으로 꼽은 것은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이런 국민적 요구는 지금의 우리 경제 상황과 무관치가 않다. 우리 경제는 성장동력이 약화되고 글로벌 경제전쟁이 겹치는 내우외환의 위기에 있다. 작년 12월 계엄 사태 후 계속되는 경기침체는 시간이 가도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국은행은 우리 경제 성장률을 1%대에서 0.8%로 낮추었다. 해외의 많은 기관들도 한국의 성장률을 1% 이하로 전망했다.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마이너스 성장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고금리 장기화와 내수 부진 등으로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소상공인들이 하나둘 무너지고 있다. 통계청에 의하면 한 해 동안 100만명의 자영업자들이 문을 닫았다고 한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스스로 자멸의 길로 들어선 이들을 다시 노동시장으로 유도할 정책이 필요하다. 일하지 않고 노는 청년 실업자들이 늘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도 발등의 불이다. 양극화 심화도 풀어야 할 숙제다.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밝혔듯이 만사 제쳐두고 경제 살리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국내적으로는 꺼져가는 내수경기에 불을 지피고 대외적으로는 트럼프 정부와 관세 협상을 잘 이끌어 위기에 빠져 있는 기업들을 구해야 한다. 나아가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신성장 동력 확보에 대규모 투자도 시작해야 한다. 경제는 심리적 요인에 의해 움직일 때가 많다. 정부가 경제 살리기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이면 내수경기부터 조금씩 고개를 내밀 것이다. 과거 정부의 경제 실패를 반면교사 삼고, 지금부터 우리 경제의 실상을 정확히 파악해 대응책 마련에 나서길 바란다. 믿음이 가는 경제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2025-06-03

트럼프와 TACO

TACO(Trump Always Chickens Out)는 “트럼프는 항상 겁먹고 도망간다”는 뜻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조롱하는 신조어 타코가 빠르게 유행 중이라 한다. 소셜미디어에는 치킨 복장을 한 트럼프의 사진까지 나돌아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는 소식이다. 이 신조어가 등장한 배경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 때문이다. 폭탄이라고 불릴만큼 강력한 관세정책을 펼쳤지만 경제적 압박이나 시장에서 불안하게 반응하면 곧바로 철회하는 일들이 그동안 반복되었다는 것. 그로 인한 불신이 쌓이면서 정책에 대한 불만이 조롱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연방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가 대통령의 권한을 벗어난 것이라며 무효 판결을 내리자 트럼프 관세정책이 조롱거리로 전락한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트럼프의 정책에 반발하는 다른 사례도 있다. 최근 영국 등으로 이민가는 미국인이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들은 트럼프의 오락가락하는 관세정책과 이민자 추방정책, 소수자 적대 정책 등에 환멸을 느껴 유럽 등지로 이민을 간다는 것이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치를 표방하면서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가 자신이 내세운 정책의 부메랑을 맞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런 대목이다. 지난 4월 미국 전역에서는 트럼프 정책을 규탄하는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렸고, CNBC의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정책에 반대한 사람이 55%나 됐다고 한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MAGA)는 트럼프의 구상이 흔들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켜볼 일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