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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방과 거지맵

우정구 기자
등록일 2026-04-23 18:02 게재일 2026-04-2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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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구 논설위원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3고시대를 맞아 젊은 세대들 사이에 지출을 극단적으로 줄이려하는 절약문화가 확산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온라인 상의 ‘거지방’과 ‘거지맵’이다. 거지처럼 절약하자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지만 온라인 상에서 그들이 주고받는 내용들은 매우 건전하며 유익하다.

거지방은 카카오톡이나 오픈채팅 등에서 운영되는 절약 공유 커뮤니티다. 절약과 관련한 생활습관이나 정보로 가득하다. 기발한 절약방법을 공유하면서 서로가 격려와 칭찬도 주고 받는다.

거지맵은 최대한 돈을 아끼면서 먹을 수 있는 장소를 지도에 표시해 놓는 사이트다. 누군가가 만든 것이 아니고 이용자가 경험한 저가식당과 메뉴들을 소개하며 정보를 공유한다. 메뉴 가격은 대체로 1만원 미만이다. 두 사람이 같이 먹어도 1만원 정도 되는 수준이다. 중국집 메뉴인 자장면은 3000원, 찜뽕은 4000원 하는 곳이 더러 눈에 띈다. 서울을 비롯해 대구와 부산에서도 거지맵이 등장했다고 한다.

지역에 따라 거지맵의 하루 방문자 수가 수십만 명에 이르는 것도 있다고 하니 고물가 시대에 대응하는 MZ세대의 생존전략이 유난히 독특해 보이는 대목이다.

어쨌거나 예전에는 1만 원이면 한 끼 식사비로 충분했다. 하지만 요즘은 1만 원으로는 변변한 밥 한끼 먹기가 쉽지 않다. 중동전쟁의 여파로 국내 물가가 또 한 번 거센 인상 압박을 받고 있는 시점이다. 당국의 물가안정 대책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물가는 한번 오르면 잘 떨어지지 않는 속성이 있다. 굳이 거지라는 표현을 쓰면서 고물가와 싸우는 젊은 세대의 고육책의 배경에는 우리 경제의 어두운 단면이 숨어있다. /우정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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