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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건강의 처음과 끝은 음식조절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모든 동물의 인생은 단순화 시키면 태어나서 먹고 자고 죽는다. 태어나면 그때부터 생존을 위해 외부의 에너지를 섭취한다. 외부 에너지 섭취 없인 모든 생명은 죽는다. 우주의 법칙이고 여기에서 벗어나는 생물은 없다. 인간도 마찬가지로 생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에너지의 섭취이다. 음식물의 섭취가 내가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음식은 입에 들어와서 잘게 쪼개진 후 식도를 통해서 위장으로 내려가고 음식물의 종류에 따라 1시간에서 5시간 정도 머물면서 분해된다. 십이지장을 지나 소장에 도달한다.십이지장에서 여러 소화를 도와주는 이자액과 담즙액이 더해지고 소장에서 융털을 통해 영양분이 흡수된다. 그 후 남은 찌꺼기는 대장을 통해 대변으로 배출된다.소화가 잘되는 음식들은 위장에서 빨리 분해되고 기름기가 많은 튀김류는 오랫동안 분해되지 않고 위장에 머문다. 위장에 머무는 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위장과 주변 장기들이 일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위장의 자극도 심해진다. 고춧가루나 자극성이 강한 음식들은 위벽과 주변장기들까지도 자극을 줘서 염증이나 궤양을 발생시킬 수 있다.내 눈에 고춧가루를 뿌리면 눈이 따갑듯이 내 몸속의 장기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튀김이나 기름진 음식과 함께 범벅된 고춧가루와 자극성 있는 음식들은 위장에 5시간 이상 정도 머물면서 위장을 망가뜨리고 파괴한다. 위장만이 아니라 십이지장 소장 대장을 지나가면서 모든 장기들에 자극을 주고 염증을 발생시킨다. 수년, 수십년이 반복되면 영구적인 기능 이상이 일어난다. 암이나 당뇨 같은 성인병 등 많은 문제점이 발생하는 것이다.내 몸속 장기를 깨끗하게 하는 방법은 쉽다. 음식을 깨끗한 것으로 바꿔야 한다. 현미나 잡곡밥을 입에서 100번 씹어 죽으로 만든 후 위장으로 보낸다. 반찬은 최대한 간이 덜된 것으로 하고 싱거울수록, 양념이 덜 될수록 좋다. 반찬 역시 100번 씹어 죽으로 만든 후 삼킨다. 이렇게 하면 위장에서 하는 일이 줄어들어 위장의 부담이 거의 없어지고 소화 기관이 튼튼해진다. 튀김 같은 식물성 기름의 섭취는 최대한 제한을 하고 고기도 살코기 위주로 먹되 양을 줄이고 역시 100번 씹어 죽으로 만든 후 삼킨다. 조리가 덜된 야채를 먹고 나물을 짜지 않게 조리한 뒤 다양하게 먹는다. 채소는 섬유질이 많은데 특히 많이 씹어 삼키면 채소에 있는 우리 몸에 좋은 피토케미컬을 섭취할 수 있다. 국은 먹지 않는다. 고춧가루 설탕 물엿 등의 양념도 하지 않고 넣더라도 아주 조금만 넣는다.처음엔 힘들더라도 먹다 보면 적응이 되고 1주 2주 한달 해 보면 건강이 좋아지는 걸 몸으로 느낄 수 있다. 덤으로 살도 엄청나게 빠진다. 아주 간단하나 가장 하기 힘든 방법이며 이 방법은 암이나 난치질환 같은 모든 질환에 적용이 가능하다. 극단적으로는 고기도 먹지 않는 것이 좋으나 그렇게 하면 너무 힘드니 살코기는 소량을 먹으면 된다. 한 달, 두 달, 세 달이 지나면 내 몸이 봄에 피어나는 새싹처럼 살아나는 것이 느껴지고 평생 하면 질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

2024-07-10

무표정한 전시공간 ‘화이트 큐브’

미술관을 찾아 작품을 보고 즐기는 것은 중요한 문화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지난 20년 사이 한국에도 많은 미술관들이 지어졌고 지금도 여러 지역에서 미술관 설립을 추진하거나 개관을 앞두고 있다. 대도시는 물론이고 작은 마을 곳곳에 미술관이 있는 서유럽 국가들이나 일본처럼 우리도 생활공간 가까운 곳에서 어렵지 않게 미술을 접할 수 있는 문화적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미술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높아지고 그에 반비례해 높게만 느껴졌던 심리적 장벽은 한 층 낮아지고 있다.미술관은 소장한 다양한 미술작품을 소개하거나 작품들을 하나의 주제나 특정한 맥락으로 묶어 전시의 형태로 보여준다. 이렇게 우리에게 미술은 미술관이라고 하는 장소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미술작품을 전시하는 미술관은 비교적 현대에와서 생겨난 것인데 그 뿌리는 박물관에서 찾을 수 있으며 더 거슬러 올라가서는 16세기 이후 독일어권 귀족사회에서 유행한 이른바 ‘분더캄머(Wunderkammer)’에서 찾을 수 있다. 분더캄머는 개인이 수집한 진귀한 물건들을 모아 놓은 방으로 영미지역에서는 ‘호기심의 방(Cabinet of Curiosities)’이라고 불렀다. 모으고 수집한 물건들을 진열하고 보여주는 분더캄머가 박물관으로 진화했고 소장품을 미술작품으로 한정지어 보여주는 곳이 미술관인 셈이다.우리가 미술작품 감상을 위해 미술관을 찾듯이 미술작품을 창작하는 미술가들 역시 전시를 목적으로 작품을 창작한다. 19세기 무렵 공공 미술관이 활성화된 것과 맞물려 미술가들은 전시를 위해 미술작품을 창작하기 시작한다. 현대미술이 시작되기 이전부터 종종 전통미술에 맞선 진취적인 미술가들의 과감한 실험이 관찰되기는 하지만 현대미술의 태동을 가속화한 주요 사회적 변화는 무엇보다 시민혁명과 산업혁명이다. 현대미술은 전통미술이 고수해온 거의 모든 부분에 변화를 가져왔다. 작품의 주제와 표현방식, 미술의 목적과 감상 그리고 소비되는 방에 이르기 까지 미술 전 영역에서의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현대미술과 함께 나타나는 여러 변화들 중에서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전시를 통해 소개된 미술작품이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는 등 사회적으로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현대미술 이전 시대의 미술작품은 전시를 위해 제작되지 않았다. 미술작품은 성격에 따라 크게 종교미술과 세속미술로 분류되는데 어느 경우에 속하든 개별작품에는 분명한 기능과 목적이 있었다. 종교적 목적으로 제작된 작품은 교회를 비롯해 종교적 장소에 설치되어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감당했다. 세속적인 목적의 작품은 권력과 관계된 장소 혹은 누군가의 사적공간 어딘가를 장식했을 것이다. 이렇듯 미술작품은 장소와 공간, 기능과 목적으로 부터 분리될 수 없는 대상이었다. 작품은 장소와, 장소는 작품과 연결되어 밀접하게 있었고, 작품과 장소는 하나의 전체를 구성했다. 미술관이 나타나고 작품이 미술관에 전시되면서 모든 상황이 달라졌다.미술관의 전시공간은 중성적이고 중립적이다. 가급적 드러나지 않도록 흰색으로 칠해진 벽면은 무표정한 큐브형태의 공간을 만든다. 그래서 정형화된 전시공간을 ‘화이트 큐브(White Cube)’라 부르기도 한다. 배경이 되는 흰색벽에 작품이 걸리게 되면 어떤 작품이라도 그것이 지녔던 원래의 맥락은 공간에 희석되고 만다. 모든 작품은 창작의 과정 속에서, 그리고 완성되고 소장자의 손에 넘어간 이후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맥락과 관계하며 그 의미를 확장시켜나간다. 그런데 미술작품이 미술관의 벽에 걸리는 순간 그러한 개별적 맥락성이 희미해 진다. 또한 작품이 지나온 개별적 시간성 역시 흐려진다. 대신 미술관이라는 공간에서 펼쳐지는 전시라는 새로운 맥락 속에서 이웃하는 다른 작품들과 복잡다단한 미학적 관계를 맺으며 생명을 이어간다./김석모 미술사학자

2024-07-09

지구에는 나무가 있어서

“지구에는 산이 있어서 아름답다고 어느 시인은 말했다지만, 나는 지구에는 나무가 있어서 아름답다고 말하고 싶다. 하느님이 만드신 만물 가운데 나무만큼 아름답고 착하고 성스럽기까지 한 목숨이 또 있겠는가? 이 세상을 아름답고 깨끗하게 하고 모든 목숨을 살아 숨 쉬게 하는 나무들, 그 나무들은 저마다 모양과 빛깔과 크기와 생태가 다르지만 서로 어울리고 도와주고 채워준다. 그래서 모든 나무들이 다 제자리에 있어 제 할 일을 하면서 빛을 뿌린다.”‘이오덕의 자연과 사람이야기- 나무처럼 산처럼’에 나오는 말이다. 청송이 고향인 이오덕 선생님은 아동 문학가이며 교육자로 평생을 우리말 살리기 운동에 앞장섰던 분이다. 교단에서 퇴직하는 그날까지 시골 학교만을 두루 다니며 아이들과 함께 자연을 벗하며 사셨다. 내가 선생님을 가장 인상 깊게 기억하는 까닭은 전 국민이 표준말을 강요받던 시대에 아이들에게 부모님이 쓰던 입말 그대로 글쓰기를 하라고 가르쳤던 점이다. 선생님은 그렇게 해야 아이들이 부모님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자존감을 가질 수 있다고 여기셨다.이오덕 선생님은 많은 나무들 중에서 특히 감나무를 좋아하셨다. 선생님 기억 속 감꽃은 보릿고개의 허기를 달래주는 고마운 꽃이었다. 푸른 잎을 매단 감나무의 노래는 참새들을 불러서 안아주고, 발밑으로 내려가 개미들이 가는 길을 밝혀주고, 지렁이와 다람쥐들이 한 식구가 되게 한다고 했다.감나무 가지만큼 너그럽고 자유롭게 뻗어가는 나무는 없다고도 했다. 뻗어 나가던 가지가 다른 가지와 부딪칠 성싶으면 곧장 방향을 틀어 이리저리 구불거리며 다시 뻗는다. 아름답게 하늘을 채운 겨울 감나무를 쳐다보고 있으면 나무의 성자란 생각이 든다고 하셨다. 실제로 그러한 특성 덕분에 다른 과일나무와 달리 감나무는 가지치기를 하지 않는다.선생님의 동시에는 감나무 못지않게 포플러나무를 예찬한 것들이 많다.“눈부신 수만의 비늘을 단/ 물고기/ 호수에 잉어가 꼬리 치듯/ 하늘에는 포플러가 살아간다./ 파도 소리보다 더 찬란한 호흡으로/ 흐느끼며 헤엄치는/ 그 곁에 내가 서면/ 구부러진 허리가 죽 펴지고/ 겨드랑이에 푸른 날개가 돋는다.”- ‘포플러 1 전문’이오덕 선생님이 교사 시절 잠시 머물렀던 화목초등학교 앞 넓은 신작로 양쪽으로는 키 큰 포플러 나무가 많았다. 아이들과 함께 그 길을 오가며 행복에 겨운 노래를 부르곤 하셨다는 걸 선생님 펴내신 책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포플러라는 이름은 라틴어 민중(Populus)에서 왔다고 한다. 가지를 옆으로 뻗지 않아 햇볕을 가리지 않음으로써 다른 나무들과 더불어 사는 것도 포플러가 가진 특성이다. 나비나 나방의 애벌레가 포플러에 기대 살면서 작은 생태계가 형성되는데 어떤 나무보다 애벌레를 많이 키워낸다. 애벌레가 잎을 갉아먹으면서 으깨지면 특유한 향을 발산해 더 많은 애벌레와 곤충이 모여드는 것이다. 하늘 높이 키가 자라서 새가 안정감을 느끼고 둥지도 많이 짓는다.그러고 보면 포플러는 평생을 아이들과 함께하며 아이들을 위해 사셨던 이오덕 선생님을 많이 닮은 나무다. 하지만 포플러에서 나온 꽃가루가 알레르기를 일으킨다는 엉뚱한 오해를 받고 나무는 가차 없이 베어졌다.나는 이런저런 일로 선생님의 생가가 있던 현서면 덕계리를 자주 지난다. 사라진 생가 부근엔 소박하기 그지없는 이오덕 작은 문학관이 있어 그곳을 지날 때마다 나무처럼 사셨던 선생님을 떠올리고 고개가 숙여지곤 한다. 그런데 올해는 예년과 달리 선생님에 대한 미안함으로 그 길을 지나기 힘이 든다.누구보다 나무를 사랑하고 자연을 노래했던 선생님의 고향에서 부끄럽고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 까닭이다. 덕계리 주변 도로엔 그 옛날의 포플러 대신 은행나무 가로수가 눈부시게 펼쳐져 있다. 하지만 봄이 지나 녹음 우거진 계절이 되어도 몇몇 나무에서는 초록빛을 볼 수 없었다. 주변 과수원에서 빛이 들지 않아 농사에 방해가 된다며 나무에 몹쓸 짓을 한 것이다. 푸른 잎 하나 달지 못하고 맨 둥치로 서 있는 나무가 언제까지 버텨줄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그 길을 차들이 씽씽 내달린다. 볼수록 참담한 풍경이다. 박월수 수필가 나무는 지구별에 사는 생명체에게 베풀기만 하는 존재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방출하므로 대기를 맑게 하는데 이는 지구 가열화를 늦추는데 크나큰 도움을 준다. 뿌리로는 토양을 고정시켜 바람과 물로 인한 침식을 막는다. 또한 토양 흡수를 통해 오염 물질을 제거하기도 한다. 그뿐인가 많은 생물들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생태계의 안정성과 다양성을 유지하는데 기여한다. 이오덕 선생님은 오래전, 감나무 아래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푸른 잎들 속에 숨어 어린 새소리를 듣고 감 잎사귀 사이로 언뜻언뜻 비치는 파란 하늘을 본 이는 이 땅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의 세계에 와서 숨 쉬고 있다는 행복감에 젖게 될 것이라고 하셨다. 지구에는 나무가 있어서 시인의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산다. 바라보기만 해도 위안이 되는 나무를 헤치는 사람은 마음에 병이든 사람이다.◇ 박월수 수필가 약력 ·2022년 대구수필가협회 문학상·2022년 경북문협 작가상 등 수상·수필집 ‘숨, 들이다’·청송문인협회장/박월수 수필가

2024-07-09

일본기업의 혁신문화

정상철 미래혁신경영연구소 대표·경영학 박사 기업의 미래가 있는 것은 혁신적인 사고와 개선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초경쟁시대에 혁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일반적인 생각으로 미래 경쟁력의 중심에 서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경제 선진국 일본 기업이 고객의 사랑을 받고 지속 가능한 경영이 되는 것은 품질우선주의로 고객의 신뢰를 얻는 것에서 시작된다. 일본 기업의 혁신 문화는 메이지 유신(1868년) 이후 서구 기술과 문화를 수용하며 품질관리와 효율성을 중요시하는 경영기법으로 발전해 왔다.1901년 야하다제철소(현재 일본제철)가 탄생하며 강재 생산이 시작되었고 초기 미국 품질관리 전문가 데밍의 영향을 받아 전사적 품질관리(TQC: Total Quality Control)로 양질의 제품을 고객에게 공급하는 경영 방식이다. 일본 기업의 혁신 문화와 특징은 무엇이 있을까.일본 기업 혁신 문화와 특징은 개선(改善), 일본어로 카이젠(Kaizen)이다. 최고의 품질을 고객에게 공급하기 위해 전 직원이 참여하는 ‘끊임없는 개선’이 기업의 혁신 문화로 자리매김 했다. 필자가 일본을 여러 해 컨설팅 하면서 느낀 것은 일본 기업 혁신을 이해하려면 사회문화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문화는 오랫동안 내려온 정치, 종교, 사회 전반의 변화에서 형성 된 국민성이다. 일본 기업의 혁신 문화 형성의 근간은 국민성과 직결됨을 알 수 있다. 전원 참여 ‘끊임없는 개선’의 카이젠 문화는 사무라이 정신에서 시작된다.도요토미 히데요시가 260개 성 싸움을 하는 과정에 무사의 룰을 만들어 지키지 않으면 목에 칼이 들어 온다. 첩자와 간자가 있으면 한 순간 전쟁에서 지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생산과정에서 보면, 10개 작업의 순서가 있으면 무조건 지킨다. 10개 작업 과정에 낭비를 찾아 끊임없이 개선하기에 후퇴하는 것이 없고 계단식 전진 문화만 있을 뿐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선진 기업이 되는 것은 이러한 개선 문화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일본 기업의 혁신 문화는 크게 다음 내용으로 형성된다. 첫째, 낭비 없는 린(Lean) 생산방식이다. 사회적 필요에 따라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싸게 생산해서 필요한 때에 공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생산 프로세스 내에 미래 강재를 포함하는 생산 조건의 불합리를 찾고 한 발 앞 선 AI기술 등을 적용하며 끊임없는 개선으로 스마트 한 생산 요건을 갖추어 간다. 둘째, 강종 개발이다. 미래 사회에 필요로 하는 강재를 개발하고 생산하기 위해 RD 투자를 지속하고 새로운 강재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다. 셋째,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기업이다. 지역 시민 발전과 기업 문화를 공유하고 지구환경을 위해 탄소중립 친환경 공법의 제철소를 구축해나가는 것이다.훌륭한 기업 혁신 문화는 직원들이 공감하는 현실적이고 미래가 있는 경영 방향에서 시작된다. 오랜 시간 흘러온 국민성과 자사의 조직문화를 이해하고 기업의 성장 비전과 목표 달성에 맞는 혁신 기법, 운영시스템을 체계화 해야 가치 있고 흔들리지 않은 선진기업 혁신 문화로 갈 수 있다.

2024-07-09

동서공감 시낭송의 향기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어디선가 치자꽃 향기가 날려 올 듯한 7월이다. 제주에서는 치자꽃이 피면 장마가 시작된다는 말이 있는데, 보름 전쯤부터 장마가 시작됐으니 아마도 제주의 치자꽃은 꽃망울을 활짝 터트렸으리라 여겨진다. 유난히 진하고 멀리 간다는 치자꽃 향기가 들판을 채우면 세상은 한바탕 뜨거운 신열을 앓듯 후끈한 여름의 열기 속으로 빠져들 태세다. 땡볕과 폭염, 장마에 지쳐갈지도 모를 사람들에게 바람 결에 날려오는 치자꽃 은은한 향기는 여름날의 청량제 같은 시원함이 있지 않을까 싶다.7월이 치자꽃 향기를 몰고 오듯이 여름을 맞이하는 가슴을 시낭송의 향기로 채워가는 사람들이 있다. 시의 행간을 목소리의 예술로 채우면서 시낭송의 꿈과 상상의 나래 속에 감성과 재능의 여울로 물들이고 익어가며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역과 지방 사람들이 오가며 만나 시와 낭송의 향기를 피우고 어우러지며,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이들은 ‘시낭송 포럼 동서공감’을 해마다 열면서 화합과 우정을 다지고 있다.시를 통해 영·호남이 하나가 되는 자리, 문화와 예술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의미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대구와 경북의 시인·시낭송가들과 전북에서 활동하는 시인·시낭송가들이 동서의 벽을 허물고 경계의 선을 넘어서 오롯이 시와 시낭송을 매개로 만나서 문학과 예술의 세계에 빠져드는 시간이라 할 수 있다. 1년에 한, 두 차례씩 전라도와 경상도를 오고 가며 시를 전하고 시를 닮아가는 고운 눈빛으로 영호남의 시낭송가들이 교류하고 공감하는 일은 지역화합과 상생협력 차원에서도 바람직하고 가상한 일로 여겨진다. 그렇게 교감하고 우정을 나눠온지 올해 10년째를 맞았다.올해는 ‘너의 하늘을 봐’라는 주제에 ‘다시금 새롭게, 다함께 더 멀리, 함께 가요 우리!’라는 부제로 전북재능시낭송협회가 주최·주관하여 지난 주 전주교육대학교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밤하늘의 별을 다채로운 시낭송과 시극의 변주로 노래하고, 꽃과 달빛에 스며드는 애틋한 시를 품으며 절망이 희망을 낳던 밤에도 별을 만지듯 기다리다가 민들레 꽃으로 피어나는 시의 울림과 떨림은, 강물을 터놓는 기쁨으로 감동을 물결치기에 충분한 것 같았다. 그러한 자리에 본인들의 시가 어떻게 목소리의 예술로 그려지고 음향과 영상을 결들인 새로운 콘텐츠로 재탄생해 세상에 다가가는지 시인 자신들이 직접 참석해 한결 자리가 빛났던 것 같다.‘세상에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내가 모든 사람들을/꽃을 만나듯이 대할 수 있다면/그가 지닌 향기를/처음 발견한 날의 기쁨을/ 되새기며 설레일 수 있다면/어쩌면 마지막으로/그 향기를 맡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조금 더 사랑할 수 있다면/우리의 삶 자체가/하나의 꽃밭이 될 테지요’- 이해인 ‘7월은 치자꽃 향기 속에’ 중에서시낭송이란 생명의 언어로 만들어진 시를 우아한 육성으로 전함으로써 시 본연의 의미와 가치를 더해 주는 소리 표현의 미학이자 예술이다. 향기로운 시를 더욱 맛깔스럽게 하는 시낭송의 전파로 동서가 교감하고 남북이 더불어 공감하는 계기가 된다면 동질감 회복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시낭송으로 더욱 행복해지는 동서공감의 융성을 기대해본다.

2024-07-09

與전대 막장 드라마…尹이 중립을 선언하라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막장 수준이다. 당권주자들은 저마다 상대 후보를 향해 “당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사생결단식 네거티브전을 중지하지 않고 있다. 어제(9일) 열린 TV조선 토론회와 지난 8일 광주에서 열린 첫 합동 연설회를 전후해서도 ‘김건희 여사 문자무시’ 논란이 핵심의제가 됐다. ‘배신자 공방’에서 ‘김건희 여사 문자무시 논란’까지, 반복되는 공방전의 최대 피해자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 여사일 수밖에 없다. TV 토론이 본격화하면 상호 비방전은 더 노골화할 가능성이 크다.당 지도부도 ‘전당대회 이후’를 걱정하고 있는 모양이다. 다시 불붙은 당내 친윤·친한 계파 갈등이 제대로 봉합되지 않을 경우, 다음 지방선거는 물론 대선까지 악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추경호 원내대표가 언급했다시피, 김 여사 문자 논란을 둘러싼 공방은 자해극이다. 대통령실과 김 여사를 전당대회에 끌어들여 이전투구를 벌이면, 만세를 부르는 측은 야당이다. 민주당은 지금 국민청원(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촉구)과 관련된 청문회 준비 절차에 들어갔다. 현재 야당 법사위원들은 청원에 언급된 탄핵사유와 관련한 인사(김건희 여사 포함)들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한동훈 후보와 경쟁주자들간에 증폭되고 있는 갈등의 핵심적인 요인은 ‘전대이후의 당정관계’다. 한 후보가 당 대표가 되면 윤 대통령과의 알력 때문에 당정관계가 원만해질 수 없다는 게 원희룡·나경원·윤상현 후보측 주장이다. 해법은 크게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다. 윤 대통령이 직접 중립적인 입장을 천명하면 된다. 네 후보 중 누가 대표가 되든 원만한 당정관계를 유지하겠다고 약속하면 당권주자들간의 ‘윤심 공방’이 자연적 없어지지 않겠는가.지금처럼 친윤계 의원들이 한 후보를 배척하기 위해 특정후보를 적극 지지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당권주자들간의 진흙탕 싸움은 더 심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당이 쪼개질 수밖에 없고, 민주당은 탄핵정국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2024-07-09

‘부자감세’ 정부…양극화 그늘 안보이나

심충택 논설위원 정부가 내년부터 ‘기업주가 밸류업’과 법인·소득·상속세 감면을 추진한다고 최근 밝혔다. 모두 재계의 오래된 민원이다. 기업주가 밸류업은 배당과 자사주 소각으로 주주환원을 늘린 기업에 대해 법인세를 깎아주고, 해당 기업 주주에게도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제도다.결국은 ‘부(富)의 집중’을 인정하자는 정책이다. 우리나라의 부의 집중도는 증시 시가총액을 보면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우리 증시에서 4대 대기업 가문(삼성, SK, LG, 현대자동차)이 보유한 주식의 시가총액은 전체의 70% 정도를 차지한다. 미국의 사회학자 에드워드 로이스가 “정치권력이 부의 불평등을 만든다”고 한 말에 실감이 가는 감세정책이다. 로이스는 권력층에서 자본이 있는 쪽으로 자본을 더 쏠리게 하는 제도를 만든다고 했다. 로이스가 언급한 제도는 세금과 부동산, 상속, 교육제도다. 그는 ‘가난이 조종되고 있다’는 책도 냈다. 그는 자본만큼이나 불평등하게 분배된 권력을 바로잡지 않고는 양극화를 몰아낼 수 없다고 했다.우리사회는 전 분야에서 양극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우선 소득이 상위 20%에게 집중되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4년 1·4분기 ‘소득 5분위별 가계수지 조사’ 내용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월 평균소득이 1분위(하위 20%)가구는 115만7000원인데 비해 5분위(상위 20%)가구는 1125만 8000원이다. 부자와 빈곤가구의 소득이 평균 10배 정도 차이가 난다.교육양극화도 충격적인 수준이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3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중3·고2대상)’를 보면, 부유층 아이들이 고가의 사교육 시장으로 몰려갈 동안 공교육에 의존해야 하는 가난한 아이들은 기초학력마저 무너지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예를 들어 고2 수학 과목 기초미달 비율은 계속 상승세를 타다 2022년에는 15.0%까지 올라갔다. 한글을 읽고 쓸 수는 있지만 해석력이 떨어지는 중·고생들도 증가하고 있다. 교육양극화는 졸업 후 직업과 소득의 격차로 이어진다.수도권·비수도권 간의 주택가격 양극화도 심각하다. 최근 수도권은 아파트 거래량이 늘어나고 일부 단지에서는 신고가(新高價)가 속출하고 있다. 그러나 대구경북을 비롯한 비수도권에서는 여전히 청약이 미달되고 ‘악성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있다. 빈부(貧富)를 가르는 주택가격 양극화는 앞으로 더 심화할 것이다.정부가 양극화의 심각성을 무시한 채 부자감세 정책에 몰두하는 모습은 국민 눈에 ‘민심은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태도로 비친다. 부자감세 정책은 결국 ‘계층이동 사다리’를 차버리겠다는 발상이다. 권력의 주축을 이루는 정부 고위 정책입안자나 정치인이 재계의 민원에 종속되면, 한국사회는 희망이 없다. 양극화가 이대로 지속되면 결혼도, 자녀도 포기하는 청년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국민이 할 수 있는 일은 민심의 무서움을 보여주는 길밖에 없다. 그러려면 권력자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재산을 형성하고, 권력을 재생산하는지를 잘 감시해야 한다.

2024-07-09

장마철 호우 시작…과도할 정도 대비책 갖춰야

본격적인 장맛비가 시작되면서 대구와 경북 곳곳에서 비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특히 경북 북부권 중심으로 또다시 많은 폭우가 쏟아지면서 지난해 예천 영주 등 북부지역 산사태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느낌이어서 걱정이 앞선다.7일부터 시작한 장맛비는 8일 현재 상주 240mm, 안동 234mm, 문경 111.8mm 등을 기록했고, 영양군 영양읍에는 오전 1시부터 3시간 동안 무려 113mm의 기록적 폭우가 쏟아지기도 했다.이번 비로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곳곳에서 주택 침수와 도로 파손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또 안동시 임동면 위리에서는 주변 하천이 범람해 주민 19명이 고립됐다가 출동한 소방관에 의해 구조되기도 했다. 8일 현재 경북도내 4개 시군에서 229가구 352명이 마을회관, 경로당 등으로 대피한 상태라고 한다.기상청은 호우경보가 내린 경북 북부지역을 포함해 이번 주 내내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경북 북부지역은 최대 120mm의 폭우가 쏟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지난해 7월 경북 예천과 영주, 봉화, 문경에서 발생한 역대급 폭우와 산사태로 27명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재난은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인위적 노력에 의해 재난 수준을 대폭 낮출 수 있다. 지난해 일어난 경북 북부권의 재난과 아픔의 상처가 반면교사돼 다시는 반복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지구온난화로 지구촌 곳곳이 기상이변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폭우와 폭염, 역대급 태풍 등이 많은 인명과 재산을 앗아가고 있다. 한반도도 이런 재난을 피할 수 있는 안심지대가 아니다.장마후 예상되는 태풍에 대한 대비도 있어야 한다. 2022년 포항을 휩쓴 태풍 힌남노의 악몽을 잊지 말고 다시한번 취약지 점검에 나서야 한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비상상태라는 각오로 올 여름철 재난에 대비해야 한다. 이철우 도지사는 “과도하게 철저하게 대응하라”는 주문을 했다. 재난 발생이 결과적으로 인재였다는 오명을 쓰는 일이 없도록 비상한 각오가 필요하다.

2024-07-09

찜통차 안전사고 예방법

우정구 논설위원 지난달 미국 텍사스에서 벌어진 일이다.바깥 온도가 37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던 날. 쇼핑몰 주차장에 세 자녀가 탄 차량을 놔두고 쇼핑을 즐기던 엄마가 아동 유기등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뜨겁게 내리쬐는 더위로 차량안은 찜통을 방불케 했다. 어린아이 3명이 땀을 뻘뻘 흘리며 울고 있는 것을 지나가던 주민이 목격하고 경찰에 신고한 것. 다행히 어린이들은 무사히 구조됐으나 자칫 큰일 날뻔한 일이었다. 경찰은 50도가 넘는 차량안에서 세 자녀가 50분가량 갇혀 있었다고 말했다.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최근 미국에서는 올들어 벌써 7명의 어린아이가 찜통차 안에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작년에도 30명의 어린아이가 부모의 무관심 등으로 찜통차 안에서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매년 비슷한 사고가 일어나고 있지만 당국의 홍보에도 사고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최근 일본에서 생긴 일. 한 유튜버 부부가 무더위 속에 차에 갇혀 울고 있는 두 살 딸아이를 곧바로 구하지 않고 반응을 지켜보는 영상을 올렸다가 많은 지탄을 받자 영상을 삭제한 일이 벌어졌다.우리나라에서도 간혹 찜통차에 아이를 두고 잠시 볼일을 보러갔다가 어린이가 열사병으로 숨지는 불행한 사고가 일어나고 있다. 잠깐이면 괜찮겠지 하는 생각조차 매우 위험하다.미국에서는 매년 같은 종류의 사고가 반복되자 ‘잠그기 전에 다시보기’(Look Before You Lock)라는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붙이는 캠페인도 벌인다고 한다. 무더운 여름이다. 찜통차 안전사고 예방법 정도는 알아야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7-09

이중기 시인의 회상하는 시의 궤도 “우야겠노. 그래도 우야겠노”

이상규 경북대 명예교수 전 국립국어원장 10년 전 고향의 후배이기도 한 이중기 시인에게서 자신의 시집 ‘시월’(삶창)을 전해 받으면서 늦은 시간까지 고향 영천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리고 잠시 백신애문학기념사업회 대표를 맡아 달라고 하여 1여 년 소통한 인연이 있다. 그는 참 아름다운 시인이라는 생각에는 늘 변함이 없다.지난 시간과 공간을 기억하거나 회상하는 과정에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그 공간에 유통되던 방언이 출연한다. 영천 농민 시인인 이중기의 시에는 유독 역사성, 특히 10월 항쟁의 이야기를 재해석하면서 방언이 낯선 얼굴을 내민다. 10월 항쟁의 증언과 진혼의 시편들이 역사적 궤적과 일치하느냐의 문제는 별개로 삼더라도 그의 시편 속에는 영천의 숲속에 살던 분노한 사람들의 영혼을 불러내는 제의성을 띄고 있다. 마치 공수하는 언어의 모습으로 방언들이 빛을 드러낸다. 시인이 민란이냐 항쟁이냐를 평가하거나 재단할 만한 이유를 찾는다거나 화북에서 150여 명이 죽고 이직골에서 300여 명이 처분되었다는 풍문인지 사실인지의 문제를 뛰어넘은 한 시인의 회상적 상상력은 독자들을 환기하기에 충분하다. 예술의 프로파간다적 미묘한 힘이 사회비판적 기능과 엮이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시문학은 직접적인 이데올로기가 될 수는 없다. 시는 깨끗하게 처리된 역사도 아니고 이념도 아니다.‘높게더기’, ‘한털뱅이’(서시), ‘깐깐오월’(가죽풍구), ‘생량머리’(밀수출), ‘질금’, ‘더꺼머리’(하곡수집령), ‘보쌀치기’, ‘쪼매만’, ‘쯔그렁’, ‘작달비’(도정 금지령), ‘노굿이’, ‘힘아리’, ‘가무살이’, ‘가치배미’, ‘전나귀’, ‘찔끔’, ‘아갈잡이’(공출량조사), ‘참지름’(영천아리랑), ‘중뜸’(옥장이 아버지), ‘성걸어’(배내기 소), ‘살결박’(새벽 북소리), ‘되직’(면죄부 장사), ‘살결박당한’(입산)과 같은 신선하고 아름다운 토속어가 시 곳곳에 묻혀있다. 그러나 시인의 작품은 대구, 경주, 포항으로 확대된 10월 항쟁이라는 사건을 친일파와 미군정이 빨갱이를 단죄하는 과정에 피를 흘렸던 민중들의 시각을 대변하기 때문에 다소 격렬하고 견강부회의 장면들이 나타나 작품의 예술적 심미의 충격을 줄인다. 역사를 주관적 차원에서 해석한 것이어서 객관적 차원의 사회과학적 진실과는 격리될 수도 있다.“성질대로 한다면 그 새끼들 다 때려죽인 뒤/ 나는 그만 칼을 물고 팍 엎어지고 싶지만 그러나 우짜겠는기요, 성님/아 새끼들이 배고프다고 징징거릴 때마다/ 죽은 어무이 생각보다 먼저 성님 얼굴 떠오르니더/ 그러이 이 판국에 우짜겠는기요/ 배급은 두당 두 홉 네 작으로 즈그들이 정해놓고/ 다섯 식구 목구녕으로 곡기 넣어본 지가 언젠데/ 아나 여깄다. 쌀 한 동가리 안 주니더/ 씨팔, 이게 무신 나란기요.”(이중기의 ‘두형제’) 10월 혁명의 배경을 설명하는 대목과 연결된다. 작자의 상상이 감정을 폭발시켜 시 정신을 멈추게 한다. 너무 배가 고프다고 할 때나, 너무 추워도 옷을 헐벗어 분노할 때, 시는 사라진다. 잔인한 당시를 간접 체험으로 상상력을 자극할 경우 더욱 격렬해져 보편성의 한계를 좁히고 있다. 그 사이에 향토 방언이 섞여들면서 예술적인 소재주의의 한계를 좀 뛰어넘도록 도와주고 있다. 정경묘사를 위해 방언이 토속의 일부가 되고 오리무중으로 엷어진 시인의 의식을 이데올로기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굴절시켜주기도 한다. 이렇듯 방언은 저항적 시작품에서 사회성에서 일탈하여 심미성으로 물줄기를 돌려주는 효과를 발한다.이중기 시인의 ‘시월’(‘삶창’, 2014)은 고향을 지켜온 농민이자 시인으로서 듣고 보아온 10월 항쟁의 생채기를 시의 힘으로 폭로하고 싶다는 목적의식이 다분하다. 역사의 리얼리티 문제와 해석의 문제 이상으로 문학의 예술성의 깊이가 더 중요하다. 사회성의 문제나 정치적 이데올로기 문제보다 더 강력한 충격을 전달하기 위해 그가 동원한 것은 현장의 시어다. 이중기 시인이 질서의 붕괴를 노린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사회비평의 일부로 시의 예술적 지위와 질서를 붕괴시키지 않는 유효한 장치가 되었다. 그의 시에 일관하는 서사적 구조와 사투리의 토속적 분위기는 사실성 문제의 시비를 줄여주는 장치가 되었다. 다만 이런 고발적 문학 작품의 사실성과 시적 정직의 문제는 별도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2024-07-08

기억의 나누어 갖기

2024년 4월 25일부터 4월 28일까지 제가 근무하는 대학의 HK+사업단에서는, 근대 일본을 이해하고 동아시아의 평화를 추구하기 위한 기획의 일환으로 히로시마 답사를 진행하였습니다. 히로시마라는 단어는 아무래도 우리에게 가장 먼저 원자폭탄을 떠올리게 하는데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1945년 8월 6일 오전 8시 15분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탄 ‘리틀 보이(little boy)’는 무려 20만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전대미문의 비극이었습니다. 히로시마에 도착한 우리 일행이 가장 먼저 찾은 곳도, 그 날의 ‘원폭’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이었는데요, 평화기념자료관, 원폭돔, 추도기념관, 그리고 각종 위령비로 이루어진 평화공원은 무려 12만㎡에 이르는 방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초대형 시설이었습니다.수많은 구미(歐美) 관광객들과 곳곳에 설치된 위령비로 가득한 평화공원을 조금만 걸어도, 누구나 핵의 비극과 평화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을 텐데요. 그럼에도 저에게는 이 공간에서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이 느껴졌습니다. 그것은 원폭으로 인한 피해와 고통이 민족과 국가를 뛰어넘어 충분히 공유되고 있지 못한 것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러한 찜찜함은 얼마 전 장혜령의 ‘당신의 히로시마’(문학과사회, 2021년 겨울호)를 읽으며 느꼈던 것이기도 합니다. ‘당신의 히로시마’는 히로시마를 방문한 아흔 살의 김정순(金貞順, 일본명 가네모토 테이준)이 자신의 첫사랑인 하라 다미키에게 쓰는 편지 형식으로 되어 있는 서간체 소설인데요. 하라 다미키는 히로시마에서 나고 자랐으며, 원폭으로 인해 가족을 잃고 도쿄로 건너온 소설가입니다. 정순은 하라 다미키와 “평생에 한 번뿐일 사랑”을 나누었는데요. 그러나 그 사랑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으며, 존재의 벽을 뛰어넘지도 못했습니다. 이유는 “히로시마에서 살아남았다는 사실” 때문에, “당신은 이제 죽어도 되잖아요. 뭘 더 머뭇거리는 거죠”라는 냉소의 말을 스스로에게 던지고는 했던 하라 다미키가 원폭의 기억에 갇힌 수인(囚人)이기 때문입니다. 하라 다미키는 ‘나’와 대화를 나눌 때면, 늘 “당신은 이런 나를 이해하지 못할 거야”라는 말을 덧붙이곤 했죠. 결국 히로시마의 상처로 혼자 몸부림치며 괴로워하던 하라 다미키는 자살하고 맙니다. 일본인이 아닌 한국인이었던 정순은 비록 연인이기는 했지만, 하라 다미키를 괴롭힌 원폭의 기억으로부터는 영원한 이방인일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결국 정순은 귀국하여 새로운 삶을 살게 됩니다.원폭의 기억과 관련하여 정순과 소통하기를 거부하는 하라 다미키의 모습은, 히로시마의 원폭을 다루는 일본의 태도와 닮아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이, 일본은 원폭 피해를 ‘절대화’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한순간에 수만 명의 삶이 사라진 원폭 피해는 일본만이 경험했으며, 그 때의 끔찍함과 잔인함은 그 어떤 폭력과도 비교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인 거죠. 이처럼 ‘원폭의 피해’를 유일한 것으로 절대화하게 되면, 원폭을 둘러싼 수많은 맥락과 사람들이 배제될 수밖에 없습니다. 일테면 원폭 이전의 침략전쟁으로 수많은 인류가 사망했다는 사실이나, 일본인 이외에도 20개국에 이르는 사람들이 히로시마에서 피폭되었다는 점 등이 충분히 사유될 수 없는 것이죠.이와 관련해 ‘당신의 히로시마’에 등장하는 “조선인 박화자”의 존재는 참으로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박화자는 히로시마에 살다가 피폭되었으며, 이후 ‘원폭병’을 얻고 귀환하여 다른 피폭자들과 함께 합천의 요양소에서 평생을 살아왔습니다. 삶의 끝자락에 이른 박화자는 “히로시마를 한 번은 다시 보고 싶다”며, 아픈 자기 대신 정순을 히로시마에 보낸 것입니다. 히로시마의 원폭은 하라 다미키와 같은 일본인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히로시마에 살고 있던 조선인들도 향했던 것입니다. 그렇기에 히로시마는 결코 하라 다미키, ‘당신의 히로시마’일 수만은 없는 거겠죠. 그런데 ‘당신의 히로시마’는 또 하나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첫 번째 의미가 원폭이 남긴 고통의 기억을 ‘일본인의 것’으로만 독점하는 것을 의미했다면, 두 번째 의미는 원폭에 담긴 응보의 의미를 ‘일본인의 것’으로만 되돌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모습은 평생 일본을 미워했던 정순의 아버지가, 히로시마 원폭 소식을 듣고서는 “몹쓸 인간들이 천벌을 받은 게야”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드러나죠. 그러나 이 말은 “그 몹쓸 인간들 속에 우리와 같은 조선인들이 있었음”을 충분히 생각하지 못했을 때만 가능한 것입니다. 이경재 숭실대 교수 실제로 히로시마 전체 희생자 중 10%가 재일조선인이었으며, 그들의 후손이 여전히 고통받으며 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히로시마는 결코, ‘당신의 히로시마’일 수는 없으며 히로시마에 살았던 ‘모든 이들의 히로시마’일 수밖에 없는 것이겠죠. ‘당신의 히로시마’를 넘어 ‘우리의 히로시마’가 될 때, ‘히로시마의 기억’은 망각의 어둠 속에 사라지지 않고, 모두의 가슴에 남아 세계평화의 등불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이런 맥락에서 평화기념공원 안에 있는 ‘한국인 원폭희생자 위령비’는 남다른 의미로 다가오는데요. 높이 5미터에 이르는 이 한국식 위령비는 1970년에 만들어졌습니다. 처음에는 평화공원 바깥에 놓여 있다가 1999년에 이르러서야 재일한인과 여러 시민단체의 노력으로 평화공원 안에 들어올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공원의 중심에서는 조금 벗어난 곳에 자리한 이 위령비는 역사적 기억을 나누어 갖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말없이 웅변하는 듯 보였습니다.

2024-07-08

누군가의 시선

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지난 주말 넷플릭스에서 ‘THE 8 SHOW’를 보았다. 드라마는 사회에서 각기 다른 실패의 사연을 가지고 있는 여덟 명이 비밀스러운 초대를 받아서 한 공간에 모이며 시작된다. 이들은 1부터 8까지의 숫자를 뽑고 해당 숫자의 층에서 살게 된다. 그들이 뽑은 층수는 매분 벌 수 있는 돈의 숫자와 비례했다. 8층은 1층의 여덟 배를 벌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1층도 사회와 비교하면 엄청난 돈을 벌지만, 그들이 머무는 공간에는 일반 물가의 백 배를 주고 필요한 물건을 구매해야 한다는 규칙이 있었다.‘THE 8 SHOW’는 직업별 연봉의 차이가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부모의 직업이 자식의 미래를 결정하는 사회에서 계급의 고착화가 이루어지는 모습이나 코로나19 바이러스 이후 경제 살리기를 위한 현금 유동성이 증가하고, ‘파이어(FIRE) 족’에 대한 욕망이 널리 공유되는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가상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지만 현실의 어떤 장면을 떠올리기 어렵지 않은 이유는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이야기가 그만큼 구체적이기 때문이다.하지만 나는 이 드라마를 보는 내내 이러한 현실과의 연결고리 속에서 CCTV로 여덟 명의 행동을 응시하고 있는 누군가를 생각했다. 드라마에서 여덟 명은 자신들의 행동에 CCTV 바깥의 누군가가 만족하면 공간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 시간이 곧 돈이기에 사람들은 누군가를 만족시키기 위해 더욱 폭력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 구조이다. 드라마의 마지막에 1층이 죽고 나머지 사람들은 CCTV를 전부 파괴하고서야 간신히 탈출할 수 있었다.CCTV를 통해 여덟 명의 행동을 관찰하며 웃고 떠들며 돈을 지급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1998년 개봉한 ‘트루먼 쇼’와 ‘THE 8 SHOW’는 자신의 일상을 누군가 들여다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렇지만 ‘트루먼 쇼’의 주인공 트루먼 버뱅크는 자기의 삶이 생중계된다는 사실을 모른 채 살아갔지만, ‘THE 8 SHOW’의 주인공들은 자신의 일상이 생중계된다는 점을 인지하고도 돈을 위해 기꺼이 게임이 참여한다. 이 차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일단 중요한 점은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을 전시(展示)하는 삶에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사회가 되었다는 것이다. ‘트루먼 쇼’가 변화의 시작을 알렸다면 ‘THE 8 SHOW’는 그 결과를 보여준다. 가난이란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많은 돈이 필요한 ‘THE 8 SHOW’의 주인공들이 벌이는 폭력적 행동이 익숙한 까닭은 바로 그 내면을 가진 주체가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그렇다면 다시 묻자. 바로 이런 우리의 모습을 감상하며 즐기는 자들은 누구일까? 사람이거나 제도, 그 자체일 수 있다. 소수 권력자에 의해 법과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이에 따라 우왕좌왕하는 사람의 모습을 자주 본다. 많은 경우 우리는 이해타산적으로 생각하고 움직인다. 나의 감정과 행동을 보며 즐거워할 사람은 누구일까? 우리는 ‘THE 8 SHOW’처럼 누군가 죽기 전에 이 게임을 끝낼 수 있을까?

2024-07-08

탈리타 쿰

강길수 수필가 주일미사에 일찍 도착했다. 기다리는 동안 늘 해오던 대로, 휴대폰 매일 미사 앱을 열어 그날 미사 경문들을 읽는다. ‘복음’을 보는데, ‘탈리타 쿰’이란 말에서 시선이 멈췄다. 마음에 간절한 바람이 일어난 것이다. 원문은 이렇다.“…. 아이의 손을 잡고 말씀하셨다. ‘탈리타 쿰!’ 이는 번역하면 ‘소녀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는 뜻이다.”방금 죽은 12살 소녀는, 예수가 한 이 말로 되살아났다. ‘탈리타쿰’은 예수의 모어 아람어다. 이 이야기는, 야이로란 회당장(會堂長)의 믿음과 그에 응답하는 예수에 관한 신앙을 보여준다. 아버지 회당장은 죽어가는 딸을 위해 예수를 찾아가 위신, 체면 다 버리고 그 앞에 엎드려, ‘아이가 병이 나아 다시 살게 해 주십시오.’하고 간청한다. 이에, 예수가 집으로 가는 도중에 딸은 죽고 만다.도착한 예수는, “저 아이는 죽은 것이 아니라 자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아이의 손을 잡고 “탈리타 쿰!”하고 명령했다. 이 말에 소녀는 곧바로 일어나 걸어 다녔다. 굳게 믿는 아버지의 간청을 들어주는 예수의 권능으로, 죽었던 아이가 살아난 엄청난 신앙 사건이다.덧붙여 내 시선이 멈춘 것은, 이 이야기가 거울 되어 우리나라의 요즘 모습을 비췄기 때문이다. 내다 버린 진실, 정의, 공명에 목말라 답답한 가슴에 예수의 간단명료한 명령이 하늘 화살로 와 박혔다. 우리 사회가 꼭 죽은 소녀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일제 강점기, 일본을 방문했던 시성 타고르가 한국에 못 오게 되자, 우리 민족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담긴 짧은 시를 주었었다. 바로 ‘동방의 등불’이다.YS 정부의 국방장관, 안기부장이었던 권영해 님이 최근 5·18에 대해 충격적 증언을 했다. ‘스카이데일리’는 그가 안기부장 때, “북한의 5·18 개입을 우리 정부가 직접 확인했다”라고 6월 24일 인터뷰 기사로 보도 했다. 또, DJ 정부 대통령 밀사로 김경재 전 의원 일행이 방북했다. 그들은 “북한 노동당 간부들의 간곡한 요청과 안내에 따라 한국의 국립묘지 격인 평양의 애국열사릉을 방문, 5·18 개입 북한 특수요원의 가묘(묘비) 10여 기를 목격했다고 밝힌 바 있다”라고 ‘대한언론KNEWS’는 올 5월 2일 자 ‘오피니언’에 썼다.2020 총선 이후 많은 이들이 부정선거 규탄 대규모 집회, 수사 촉구, 고발, 소송, 강연, 유튜버 방송 등을 계속하고 있다. ‘2017대선부터 올 4·10 총선까지 모든 공직선거가 부정선거였다’라는 주장과 근거도 제시한다. 특히, 지난달 현직 여당 K 의원은 부정선거 조사 촉구 이후, 사전투표 폐지 법안 발의가 진행 중이다. 또, 여당 대표 후보 4인 중 3인이 직, 간접적으로 부정선거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5·18 및 부정선거와 관련, 경천동지할 내용이 드러나고 증언되어도 우리 주류언론은 망자의 침묵뿐이다. 죽은 야이로의 딸 같다. 진실을 아는 국민은 분통 터지고, 실망과 환멸을 느낀다.하여, 나라에 하늘의 ‘탈리타 쿰!’이 내리길 소망한다. ‘동방의 등불’이 다시 켜지게….

2024-07-08

결혼은 미친 짓인가?

지난 주 경북매일에 실린 이병철 시인·평론가의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는 글을 잘 읽었다. 그의 최측근 중 한 사람이자, 불과 몇 해 전까지 그의 의견에 동조하며 결혼 이후의 삶에 대해 상상조차 하려 하지 않은 사람으로서 여러모로 흥미롭다는 생각을 하며 읽어 내려갔다. 또한 아직 결혼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은 신혼으로서 그가 모르는 세계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이 글은 물론 결혼을 옹호하는 글이지만 결코 병철에게 결혼을 강권하는 글이 아니다. 그냥 이런 삶도 있으니 참고 정도 해 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적어보는 글이다.결혼은 미친 짓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일부 맞는 말이다. 약간은 미쳐야 가능한 것이 결혼이라고 생각한다. 며칠 전에 한 친구가 물었다. 결혼은 돌이킬 수 없는 것인데, 정확히 말하면 돌이킬 수는 있지만 그러지 않기로 하는 것인데 그것을 감히 실행에 옮기는 용기는 어디서 나는 것이냐고. 나는 그냥 번지점프 같은 것이라 대답했다. 뛰어들어 보기 전에는 어떤 감각인지 알 수 없으니 눈 한 번 질끈 감고 생각하며 새로운 삶으로 뛰어드는 것이 결혼이라 생각한다고. 일시적으로 이성의 끈을 내려놓아야 이 어려운 결심을 할 수 있는 것이라 이야기 해주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물론 상대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 그런 상대를 발견한 나의 안목에 대한 믿음도 있었지만 그래도 무언가 큰마음을 먹기 위해서는 상대에게 미치건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에 미치건 조금은 미쳐야 한다는 말에 동의한다.그래서 그 미친 결정에 대해 나는 후회하는가 묻는다면 전혀 그렇지 않다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다. 물론 총각끼리 김삿갓 계곡에 가서 물놀이를 하는 모습과 시원하게 낮술을 하는 모습을 SNS를 통해 보며 부러움을 느끼지 않은 것은 아니다. 결혼을 한 이후로 가정 밖에서 누릴 수 있는 자유로부터 멀어지게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같은 시간 나는 나대로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집 앞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 하나씩을 사서 입에 무는 일, 집에 와서는 보드게임을 하며 아이스커피 타오기나 설거지 내기를 하는 일,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추어 말도 안 되는 춤을 추며 깔깔대는 일, 우리에게 못나게 구는 사람들에 대해 시원하게 흉을 보는 일처럼 별 것도 아닌 것들이 전부 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소박하지만 신나는 일들이 된다.이런 일들은 꼭 결혼을 하지 않아도 사랑하는 사람만 있다면 가능한 일이지만, 그렇다면 이건 어떤가. 배우자에게는 연인에게는 보여줄 수 없는 나의 나약하거나 부족하거나 못난 모습들을 얼마든지 보여주고 그에 대해 위로도 받을 수 있다는 것. 가수 이적의 노랫말처럼 힘이 들 땐 눈물 흘릴 수가 있고 되지 않는 위로라도 할 수 있다는 것. 연인이란 점 하나만 찍으면 남이 되는 님이지만, 배우자란 온전히 평생 내 편이 되기로 한 사람이기에. 강백수 세상을 깊이 있게 바라보는 싱어송라이터이자 시인. 원고지와 오선지를 넘나들며 우리 시대를 탐구 중이다. 결혼을 선택하고 나면 또 한 가지 선택지가 생긴다. 바로 출산이다. 이 글을 쓰는 현재 나의 아내는 만삭이고 며칠 내로 출산을 할 예정이다. 아직 육아전선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않아 모르겠지만, 아이를 갖고 낳기까지의 지난 10개월간 우리 부부가 느꼈던 경이와 감동은 한두 마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것이었다. 자식은 아기였던 시절 잘 자라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평생의 효도를 다 한다고 했던가. 우리 아기 ‘코코’는 이미 어느 정도 효도를 해낸 것 같은 기분이다. 그래서 나는 결혼이란 그래도 해 볼만 한 미친 짓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에 망설이는 마음도 이해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미혼, 비혼 남녀가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 중 28.7%가 결혼 자금 부족이고, 14.6%가 고용 상태 불안정이다. 12.8%를 차지하는 출산 및 양육 부담 역시 경제적인 부분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였을 때 56.1%정도가 경제적인 상황 때문에 결혼을 선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경제적인 문제는 단지 개인의 잘못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사회의 구조를 설계하고 유지, 보수해 나가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결과라고 생각할 수 있다.그렇지만 마음 맞는 사람이 생긴다면, 이처럼 결혼하기 어려운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상황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한 번 시작해 볼 마음이 있는 사람끼리 만날 수 있다면 나는 얼마든지 이병철을 응원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가 나의 결혼식에서 멋들어지게 축시를 읽어준 것처럼 말이다.

2024-07-08

등장인물을 사랑하기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은 존재를 사랑하는 일은 영화나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다. 인물의 감정을 다채롭게 보여줄 수 있으며 얼마간의 사건을 만들어내기 적격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마음이 변화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동시에 삶은 우리를 예상하지 못한 곳으로 데려가기도 한다. 두 가지 상반된 진실이 섞이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흥미로울 수밖에 없고 결말을 알면서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유쾌한 함정에 빠지게 된다.사실 누구에게나 이런 식의 경험이 존재할 것이다. 그것이 대단히 드라마틱한 일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아이들이 앙앙 우는 소리가 지구상에서 가장 괴로운 소음이라던 친구는 이제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놀랍도록 어른스럽고도 다정한 면모를 보여준다.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대며 싸우던 단짝 친구와 결혼식을 올린 지인은 꿀이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로 서로의 이름을 부른다.내 경우엔 반려견을 들 수 있겠다. 내가 동물과 함께 산다는 생각은 전혀 해본 적 없었는데, 어느 순간 내 삶에 틈입한 이 존재는 나의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강아지는 사랑하기에 너무 쉬운 존재가 아닌가. 동그란 코와 부드러운 털, 무엇보다 녀석은 먼저 마음을 주는 쪽에 가깝다. 온 힘을 다해 나를 사랑한다고 외치는 존재에게 냉담하기란 어려운 일이니까. 곤히 잠든 강아지를 바라보고 있자면 이런 생각을 든다. 언젠가는 정말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그런 게 정말 가능한 영역일까?최근 나는 의외의 인물을 사랑하게 되는 경험을 했다. 미국 드라마 ‘오피스’를 보면서였다. 몇 번이나 보고 또 봤던 시리즈지만 이번에는 어쩐지 색다르게 다가왔다. 그건 아마 내가 일련의 사회생활을 경험하게 되면서 겪은 일들과 겹치는 지점이 많아서일 것이다. ‘오피스’는 던더 미플린이라는 제지회사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일화를 다룬다. 마치 실제 다큐멘터리를 찍듯이 진행되는 것이 큰 특징인데 덕분에 카메라 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나 인물의 숨겨진 감정까지도 세세하게 드러나게 된다.나는 항상 지점장인 마이클 스콧이나 지점장 보조를 자처하는 드와이트 슈르트 같은 괴짜들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로맨스를 담당하는 짐과 팸 커플의 서사도 꽤 좋아했다. 어쨌든 이들은 주인공 격에 속하고 카메라에 자주 비추어졌으니까. 이번에 다시 ‘오피스’를 시청하면서 의외의 인물이 내 마음 안에 들어왔으니, 다름 아닌 영업사원인 필리스다.필리스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후덕한 인상의 중년 여성이다. 극 내부에서 큰 역할을 하지 않기에 길게 들여다볼 일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녀가 하는 행동에 눈살이 찌푸려질 때가 더 많았다. 일을 처리할 때 빠릿빠릿하지 못하고 성차별적인 발언을 내뱉으면서도 자기 잘못을 알지 못하는 여자. 타인의 소문에 쉽게 키득거리고 가끔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에게 짓궂게 구는 사람. 그러나 새롭게 포착된 모습은 조금 달랐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누구보다 행복해하며 타인을 위해 손수 뜨개질을 하는 마음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술에 취해 미친 듯이 춤을 추고 열정적으로 사랑을 나누는 모습마저 귀엽게 느껴졌으니. 참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은강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로 주목받은 소설가. 201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가로 등단했다. 실제로 그녀가 나의 삶에 끼어든대도 이런 애틋한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필리스를 같은 동료를 직장에서 만난다면 나는 그녀의 오지랖 넓은 태도에 기가 질려버릴 것이다. 아주 괴로운 사람으로 여기면서 누군가가 그녀를 두고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말하면 단박에 고개를 저을 것이 분명하다.그러나 그것은 내가 타인의 일면을 볼 수밖에 없는 위치에 서 있기 때문에 가지는 생각일지도 모른다. 내가 든 카메라가 찍을 수 있는 건 세상의 일부에 불과하다. 그들이 집으로 돌아가면 어떤 사람이 되는지, 절친한 친구들과 나누는 농담이 얼마나 유쾌한지 나는 알지 못한다. 카메라 밖에서 짓는 눈물의 의미나 긴 시간 혼자만이 품고 있던 비밀 같은 것도 모른다. 등장인물의 뒷이야기를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엉켜있던 오해도 그의 삶을 들여다보는 순간 조금씩 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그래서일까. 요즘 나는 내 주변의 인물들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그저 지나쳤던 이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친구에게 오랜만의 연락을 보내기도 한다. 어쩌면 이런 식의 마음에서 사랑이 시작되는 걸지도 모르겠다. 반가운 일이다. 내 삶에 등장하는 인물을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아주 쉽게 해피엔딩으로 가는 방법이기도 하니까.

2024-07-08

팔열지옥 올여름 최고의 피서법은?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일찍 찾아온 더위의 기세가 무섭다. 거리를 걸을 때는 물론, 방에 가만히 있어도 목덜미로 땀이 흐른다.오죽하면 나이 지긋한 분들이 올해 초여름 무더위를 팔열지옥(八熱地獄)에 비교할까. 팔열지옥이란 등활지옥, 흑승지옥, 중합지옥, 규환지옥, 대규환지옥, 초열지옥, 대초열지옥, 무간지옥 등 뜨거운 불길에 고통 받는 여덟 가지 지옥을 지칭하는 단어. 지금 날씨가 벗어날 수 없는 수난의 공간처럼 무시무시하다는 이야기다.폭염이 이어지는 날이면 우리네 조상들은 여러 가지 피서법을 사용했다. 그중 한 방법이 이른바 ‘보양식 먹기’다. 닭을 인삼 등 각종 약재와 함께 푹 삶은 계삼탕이 흔했고, 세도가에선 큼직한 민어와 영지버섯을 복달임으로 먹었다. 서민들은 개를 잡아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하기도 했고.현대인이 ‘여름휴가’를 통해 시원한 강변과 해변으로 여행을 떠나듯 수백 년 전 사람들도 풍광 수려한 산이나 골 깊어 서늘한 계곡으로 삼삼오오 원족(遠足)에 나서기도 했다.2년 전 세상을 등진 소설가 김성동(1947~2022)은 매우 점잖은(?) 피서 방식을 택한 것으로 문단에서 이름이 높았다. 그는 “여름엔 동즉손(動卽損)이니, 가만히 있어라”고 후배들에게 일렀다.동즉손?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손해’라는 뜻이다. 실제로 김성동은 여름이면 하루 종일 낡은 선풍기 돌아가는 서재에서 책을 읽곤 했다. 강이나 바다로 여행가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다. 이를 ‘안동 김씨 양반다운 피서법’이라 불러야 할까.그런데 글 써서 생계를 해결하는 작가가 아닌 몸으로 벌어먹는 이들은 이 악랄한 더위에도 움직이지 않을 도리가 당최 없으니… 참으로 가혹한 여름이 아닐 수 없다./홍성식 (기획특집부장)

2024-07-08

울릉도·독도 (上)

방민호 서울대 교수·국문과 지난 2일 밤 11시 반경 한국시인협회 사람들 약 마흔 사람이 창덕궁 돈화문 옆으로 모였다. 한밤에 울릉도를 향해 떠나기로 한 것이다. 대개 2박 3일 일정이면 새벽 세 시쯤이나 출발이라는데, 이 팀은 자정녘 출발을 택한 것이다.시인협회 살림을 맡은 이채민 시인과 김향숙, 김조민 시인들은 일찍 나와 땀을 흘리고 있었다. 김수복 회장도, 최동호, 김추인 시인들 모습도 보이셨다. 내 발표에 토론을 맡아줄 비평가 이찬 선생은 커피숍에서 출발 시각을 기다리고 있다 했다.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한밤 출발 일정표를 보고, 몇번이고 차라리 하루 먼저 묵호에 가 다음날 새벽에 올 버스 일행들을 기다릴까 했다. 실제로 박덕규 선배는 그러신다고도 했다. 나나 이찬 선생이나 다 사정이 허락치 않은 게 문제였다. 새 버스였지만 45인승인 탓에 우리는 모두 빽빽히 들어앉았다. 양평휴게소에서 한번 쉬고 동해 휴게소에선가 한번 더 쉬고 드디어 새벽 세 시 반의 묵호항. 출발부터 나는, 우리는 기진맥진 상태였다.새벽의 묵호에서 밤의 산책으로 겨우겨우 졸음을 쫓고, 청솔식당에서 황태국으로 아침을 때우고, 우리는 드디어 씨스타 1호 울릉도행 배에 올랐다. 멀미약 키미테를 왼쪽 귀밑에 붙이기는 했지만 나는 은은히 겁에 질려 있었다. 십여 년 전 백령도행 배를 탄 게 마지막 연안 여행이었고, 그때 배멀미를 심하게 한 끝에 위 속의 모든 것을 다 토해 놓았었다. 한밤 서울 출발 덕분이라고나 할까. 좌석도 불편했지만 출항 이삼십 분을 못 가 나는 잠에 떨어졌고,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도동항에 얼추 도착할 즈음이었다. 그래도 그 마지막 삼십 분 동안 비 내리는 바다를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은 큰 다행이었다. 넘치는 바다를, 한량없는 크기, 부피를 가진 바다를 보고 싶었던 것이다. 비록 길지 않은 시간이라 해도 나는 동해 바닷물에 내 지친 영혼을 깊이 적셔 씻어낼 수 있었다.배는 울릉도 입도의 관문 도동항에 가 닿았다. 비 내리는 도동항은 첫눈에도 한반도의 산하와는 사뭇 다른 풍광을 보여주고 있었다. 겨우 항구에 발을 붙이기는 했지만 섬은 바로 앞에서 급한 경사의 언덕들에 다닥다닥 붙은 건물들로 무척이나 낯선 풍경을 연출했다. 우리는 점심식사가 준비된 울릉호텔로 향했는데, 이 호텔 쪽 언덕에 군청이며 경찰서며 농협 같은 모든 중요 기관들이 밀집해 있었다. 식사를 마치자마자 우리는 다시 도동항으로 나갔는데, 당장 오늘 독도 가는 배를 타지 않으면 내일은 배가 뜨지 못할 수도 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이제 정말로 독도에 가보는 것이었다.울릉도에서도 독도는 87킬로미터, 배로 한 시간 반 가량 걸리는 곳이었다. 파고가 높아 섬에 접안할 수 없으리라는 안내방송에 적잖이 실망했지만 어찌됐든 배가 뜰 수 있는 것만 해도 큰 다행이었다.섬이 가까워 오자 우리들 얼굴에는 모두 긴장이 서렸다. 안내방송과 함께 비내리는 일렁이는 바다 바로 저편에 섬이 보였다. 독도였다. 외로운 섬, 애원의 섬, 너와 나를 우리들로 연결해 주는 사랑의 섬이었다.“비바람 속에서 너를 보았다. 비바람 속에서 너를 만났다.”나는 뱃전으로, 이물 쪽으로 나가 비바람 속의 독도를 바라보며 독도, ‘나의 너’를 소리없이 애타게 불러보고 있었다.

2024-07-08

에너지 가격 인상, 서민경제 압박한다

물가인상을 자극한다는 이유로 한때 동결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졌던 도시가스 요금이 8월부터 인상된다. 한국가스공사는 다음 달부터 도시가스 주택용 도매요금을 MJ당 1.41원 올린다. 음식점, 목욕탕 등에 쓰이는 일반용 도매가격도 MJ당 1.30원이 인상된다.가스공사는 이번 가격인상으로 서울시 4인 가족 기준으로 보면 가구당 월 3770원의 가스요금이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가스요금 인상에 주저했던 정부가 가격 인상을 결정한 배경은 가스공사의 심각한 재정난을 고려한 때문이라 한다. 또 소비자 물가가 안정화돼 가고 있는 점과 하절기 가스 사용이 적은 계절적 특성도 고려한 결정이라는 분석이다.그러나 문제는 지금이 아닌 추운 겨울철 난방비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데 있다. 우리는 2022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가스요금이 40%가량 인상되면서 가정마다 난방비 폭탄을 경험한 바 있다. 이번 인상의 결과도 다가올 겨울철에 실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여기에 이번 인상 결정에서는 빠졌지만 전기료의 하반기 인상도 걱정거리다. 지난해 5월 인상된 전기료는 한전의 거듭된 적자경영으로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까지 도달해 있다는 것이다.국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3월까지 3%대를 유지하다가 4월부터 3개월 연속 2%대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도시가스료 인상과 전기료 인상 등 공공요금이 잇따라 오르면 소비자 물가도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총선이 끝나면서 정부 눈치를 봐왔던 식품기업들이 이미 잇따라 제품가격을 올리고 있다. 최근 원유가 인상 등으로 국내 휘발유 가격이 지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서민들에게는 불안한 요소다.이번 가스요금 인상을 시작으로 공공료 인상이 겨우 안정세를 찾는 국내 물가를 자극할까 봐 걱정이다. 지금 서민경제는 고물가, 고금리와 오랜 경기침체 등으로 하루하루를 힘들게 버티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공요금의 안정적 관리가 급선무다. 서민경제에 희망을 줄 정부의 세심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

2024-07-08

육아휴직자 ‘유배지’ 인사, 권익위 조사필요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저출산대책에 전 행정력을 집중시키는 가운데, 경주시가 셋째아 출산후 육아휴직한 직원에게 유배수준의 인사불이익을 줘 물의를 빚고 있다. 육아휴직 후 복직 때는 당사자가 희망하는 부서에 우선 배치하도록 한 국민권익위의 권고를 정면으로 위배한 조치다. 경주시 인사 관계자는 “다자녀 가정에 대해서는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는 궁색한 변명을 했다.경주시는 지난 5일 6급 팀장급 보직인사를 대대적으로 단행했다. 이 인사에서 시는 셋째아를 출산한 후 지난 1년 6개월간 육아휴직한 A씨를 ‘해오름동맹 광역사무국 추진단’으로 파견 발령했다. 이달 신설되는 해오름동맹(경주·울산·포항) 광역사무국 추진단은 울산시청에 입주해 있어 경주시공무원들로선 기피부서 1순위다. 워낙 원거리 근무지라 직원들 사이에선 ‘유배지’라는 인식이 강한 부서다. A씨는 이번 인사에서 육아를 위해 출퇴근 30분내의 근무지를 선호한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국민권익위는 지난 3월 육아휴직 후 복귀 때는 근무평정이나 성과평가 때 이전등급 이상을 부여하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라고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에 콕 집어 권고했다. 지난 1월 국민생각함(국민 정책참여 플랫폼)이 대국민 설문조사를 한 결과, 육아휴직 후 복직 공무원 인사 우대가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경북도도 최근 다자녀 공무원 우대 시책을 발표한 후 첫 단행한 인사에서 5·6급 승진자 104명 가운데 육아휴직자 34명을 포함시켰다. 5급 승진자 가운데는 4년 이상 육아 휴직을 활용하고 복귀한 직원도 있어 경주시 인사와는 대비된다.국민권익위는 경주시 인사에 대해 철저히 경위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다자녀를 둔 A씨에게 권익위가 권고한 인센티브를 주지는 못할망정, 원거리근무 인사조치를 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 권익위 존재가치를 부정한 처사가 아닌가.어린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에겐 출퇴근 시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경주시만 모르고 있는 것 같다.

2024-07-08

문경새재 케이블카, 관광 품격 높여

신현국 문경시장 문경새재 주흘산 케이블카 조성사업은 한국체육대학교 문경유치, 숭실대 문경캠퍼스 건립과 함께 문경시 3대 중점과제이다.이 사업은 사업비 490억 원이 투입돼 문경시 문경읍 하초리 문경새재 제4주차장 부근에서 주흘산 관봉까지 1.86km(시설면적 6만1060㎢) 구간에 상부와 하부 승강장과 케이블카 삭도 등을 설치하는 사업이다.1년 6개월여 공사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10인승 곤돌라 38대가 초속 5m로 편도 7분의 속도로 운행한다. 시간당 최대 1500명의 관광객을 수송할 수 있어 문경새재의 관광의 품격을 더욱 높여줄 것이다.22년 9월 기본구상 및 타당성 조사용역을 마친 뒤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에 착수했다. 23년 8월 주차장을 포함한 도시관리계획시설을 결정 고시했다. 지난 12월에는 행정절차의 가장 큰 산이었던 소규모환경영향평가 절차도 완료했다.올해 1월에는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주흘산 케이블카 조성사업 설명회를 가진 데 이어 사업을 성공적으로 끝내기 위한 의지를 다지고자 지난 4월 20일 기공식을 가졌다.문경시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풍족한 관광자원에 케이블카가 더해지면 주흘산의 험한 산세에 그동안 정상의 절경을 감상하지 못했던 어린이나 노약자들도 케이블카를 통해 아름다운 경치에 다가갈 수 있게 된다. 중국의 장가계, 스위스 알프스에 버금가는 하늘길을 열리게 된다.주흘산 케이블카 조성사업과 연계해 추진하고 있는 중점 사업인 주흘산 하늘길 조성사업이다. 주흘산 관봉 상부 승강장을 하늘길과 잇고자 하는 사업이다. 주흘산 정상 능선인 관봉~주봉 2.3㎞ 구간에 417억 원을 들여 트리탑, 잔도, 클리프 워크, 스카이워크, 전망대 등 명품 숲을 만드는 것으로 지난해 타당성 평가 용역과 기본계획·실시설계 용역을 마쳤다. 이번 하반기에 착공해 내년 말 1차 사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이와 함께 문경새재지구 관광지 개발도 추진해 문경새재 입구인 문경읍 하초리 일대에 민자 6600억원, 시비 475억원을 들여 워터 리조트와 관광 숙박시설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 타당성 및 기본구상 용역을 마쳤고 올해 관광지 지정과 조성계획을 승인한 뒤 내년부터 민간 사업 시행 등 본격 개발에 들어간다.주흘산 케이블카, 하늘길 조성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문경시는 전국에서 제일가는 명품형 산업관광 랜드마크로 발돋움할 것으로 기대된다.문경시를 찾는 관광객은 연평균 250만 명 이상이지만 평균 체류시간이 짧고 1인당 소비 금액 또한 턱없이 적은 게 현실이다. 수요가 확실한 문경새재에 주흘산 케이블카 설치는 다양한 연계 자원을 활용해 지역주민 고용증대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할 전망이다.케이블카 사업의 성공으로 체류형 관광객들이 늘어난다면, 지역경제의 전반적 활성화를 위해 이들을 도심까지도 끌어당길 필요가 있다.현재 문경시는 원도심 관광산업 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도심 관광의 첫 삽을 뜬 것이 지난달 15일에 준공된 영강보행교이다. 사업비 114억원을 투입해 2021년 11월부터 3년여간 진행됐다. 영강체육공원과 산양 반곡리를 가로지르는 보행교(280m)와 송정산을 잇는 출렁다리(112m)로 구성되어 있다.이 출렁다리를 통해 관광객들은 송정산 산책로를 이용할 수 있으며, 자연미가 넘치는 곡선의 아름다움과 스릴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영강보행교를 더욱 이색적으로 만든다고 할 수 있다.특히, 인근(반곡리 98-1)에는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포토존 또한 마련했다. 찬란한 꽃밭 속 우뚝 서 있는 문틈 사이로 영강보행교가 보이게 해 색다른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관광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현재 시에서는 이 포토존의 꽃을 제철 꽃으로 주기적으로 바꿔 심을 예정이다.낮에는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힐링할 수 있다면, 밤에는 영강 물결이 수놓은 아름다운 경관조명이 일품이다. 긴 데크길을 따라 조성된 형형색색의 다양한 조명들은 어느 각도에서 바라보아도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이 높은 수준의 경관조명들은 사업비 10%가량을 관내 업체가 담당하게 해 지역경제에 이바지함은 물론, 태양광 조명으로 에너지비용까지 절감하도록 했다. 특히, 보행교 초입에 설치된 피아노 조명은 보는 즐거움과 듣는 재미까지 주며 관광객은 물론 시민들의 호응까지 이끌어내며 낮밤으로 이용객이 끊이지 않은 사진 명소로 떠오를 전망이다.또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점촌점빵길 토요장 등의 다양한 관광상품 개발을 통해 문경을 찾는 관광객들이 점촌 도심 상권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2024-07-07

그러니까 시가 뭐꼬?

이희정시인 논에 들에할 일도 많은데공부시간이라고일도 놓고헛둥지둥 왔는데시를 쓰라 하네시가 뭐고나는 시금치씨배추씨만 아는데..................고구마 밭에서밭을 매다가 너무 더워서집에 왔다중복이라서 닭 한 마리사다가 영감하고꽈서 먹고즐거웁게한글학교에 오니학생들이 많이 왔다더운 줄도 모르고 한글수업을 하였다―‘시가 뭐고? 칠곡 할매들, 시를 쓰다’, 삶창, 2015)그렇다, 시금치씨 배추씨도 아닌 시가 뭐냐고? 시집 ‘시가 뭐고?’는 ‘시’가 아닌 ‘씨’를 쓰는 시인들이 경작한 시집이다. 이 시는 경북 칠곡군에 사는 ‘할매’들이 문해(文解)교육 현장에서 배우고 익힌 한글로 손수 쓴 시들을 모아 엮은 시집의 표제작이다.이 시집의 묘미는 살아있는 입말(口語)의 경지를 맛보는 것에 있다. 그 어떤 꾸밈도 분장도 없는 소화자 할머니 외 88명의 할매들은 대부분 ‘생애 처음’ 시를 써보았다.아무 생각 없이 종이 위에 인쇄된 글자들의 조합으로 시를 읽어 보면 띄어쓰기도, 맞춤법도 틀리고 죄다 경상도 사투리다. 기획자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저자 할매들은 평생을 ‘목소리에 의지하는(verbomotor)’ 문화, 구술성(orality)에 의존한 삶을 살아왔으며, 말을 통해 이해하고, 관계 맺고, 소통 해온 세계에 대한 순한 그리움과 전망이 생애 처음 문자로 새겨 놓았다는 말이 실감으로 온다.이것이 시란 말인가. 의문을 품고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은 뒤, 한 행이 그대로 한 연이 된 그 줄을 다시 보게 된다. 그리고…. 동공이 습해온다. 우리의 눈과 가슴에 새겨진 그 사투리가 대책 없이 아름다워서 혹은 진저리 치게 삶을 그대로 옮겨 놓았기에. 사실 사투리는 비유나 운율 등의 시적 요소의 측면에서 볼 때 근친성을 갖기도 한다. 국어학자 이상규가 사투리(방언)를 일러 ‘오래된 역사의 주름’이라고 표현하는 데 일조하게 된다. 이 시들에서 사투리는 길고 질퍽한 할매들의 생활 한가운데서 터져 나온 육성이기에. 그것은 모든 관념이 지배하는 절제와 성찰을 넘어서는 우리 몸 전체에 박혀 즉각적으로 생생하게 흡수되고 이해되는 물과 같다. 물에도 밀도가 있다. 이 시집에 실린 시를 물의 밀도를 재어보면 필경 가장 촘촘한 온도가 될 것이다. 한겨울에도 얼지 않은 수심이 있어 물고기들이 유영하고 아가미가 호흡하는 삶의 적소로서 말이다.이 세계는 낡은 것들로 가득하다. 두 번째 시편 ‘여름날’에는 즐거운 학교가 있고, 학생이 있어 중복 중에도 “더운 줄도 모르고” 배우는 한글이 있다. 노년은 무엇으로 사는가. 칠곡 할매들이 쓴 배움 시편들은 노년기에 경험하는 역할 상실을 극복하려는 학습의 염이 내연한다. 농촌 지역인 칠곡 할매들이 배우면서 느끼는 존재감은 도시에 사는 노년에 비해 적어도 고독할지언정 고립되지 않음을 “학생들이 많이 왔다”라는 시어를 통해 드러난다.같은 처지의 ‘곁’이 있어 인기척을 느끼며 사는 삶이란 또 얼마나 정겨운가. 사람이든 사물이든 낡은 것은 경시하기 십상인 세계이기에 시집이 환기하는 정서는 소소하지만 사소하지 않다. 그들은 문해 학교에서 글자를 넘어 키오스크를 터치해 햄버거를 주문할 수도 있고, 말로는 전하지 못한 마음을 편지글로 맺힌 한(恨)을 풀어내기도 한다.삶은 언제나 ‘무엇’보다 ‘어떻게’가 중요한 질문이 된다. 올해도 대구·경북 문해교육 현장에서 공모한 첩첩의 시편들을 알현하며 시인들에게 묻는다.“인문학, 그기 뭐꼬? 우리가 사는 모습이 인문학이지?”

2024-07-07

도둑이 몽둥이를 들면 말세다

김진국 고문 적반하장(賊反荷杖)이라는 말이 이렇게 절묘하게 들어맞은 일이 없다. 도둑이 오히려 몽둥이를 들었다. 잘못했으면 사과해야 한다. 그런데 과장된 비유가 아니라, 이 말 그대로의 일이 벌어졌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비리 혐의를 수사한 검사들이 줄줄이 탄핵당하게 생겼다. 탄핵 전에 그 검사들을 국회로 불러 청문회도 하겠다고 한다. 국회 청문회란 게 어떤가. 호통치고, 모욕주고, 윽박지르고, 사과와 번복을 강요하는 자리다.이 검사들을 불러 추궁하는 법사위원들이 이재명 대표와 그 측근들을 변호하던 변호사들이다. 이건 또 무슨 해괴한 일인가. 피의자의 범죄를 변호하던 변호사들이 검사를 불러 앉혀놓고, 국회 증언·감정법에 따라 수사 자료를 내놓으라 호통친다. 왜 집요하게 파고들어 범죄자를 괴롭히느냐고 따지고, 설렁설렁 수사하라고 강요한다. 순순히 말을 듣지 않으면 복도에 나가 두 팔과 한 발을 들고, 10분간 벌을 서라고 조롱한다.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인지 분명히 하라는 것이다. 그러고도 공정한 수사가 가능하겠는가.탄핵안이 제출된 4명은 모두 이재명 대표를 수사한 검사다. 소문까지 끌어다 붙여 탄핵안을 만들었다. 강백신 성남지청 차장은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 사건을 수사하며 불법 압수수색을 했다는 혐의를 걸었다.지난 대선 때 대장동 사건 주범인 김만배 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이 ‘대장동 사건의 주범은 윤석열’이라는 주장의 근거가 되는 인터뷰 조작 기사를 수사했다. 이 범죄 혐의가 사실이라면 부당한 이익을 본 사람은 이 대표다.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는 김건희 여사에게 봐주기 수사를 하고, 수사권이 없는 민주당 돈봉투 사건을 수사하고, 최순실 씨의 딸 장시호 씨에게 위증하게 했다는 혐의다.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는 이화영 전 경기 부지사에게 위증을 강요한 혐의, 엄희준 부천지청장은 한명숙 전 총리 사건에 위증시킨 혐의다. 이미 대법원 판결까지 나온 사건이다. 어느 것 하나 사상 첫 검사 탄핵의 대상이 될 만한 게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이들이 모두 이 대표 수사에 관여한 검사들이라는 사실에서 ‘적반하장’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미국에서 사법 방해는 중범죄다. 아무리 정치적 경쟁자끼리 이전투구하더라도 시시비비를 가릴 마지막 보루는 남겨놓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사회 전체가 정글이 된다. 사기협잡꾼만 살아남는다. 누가 승복하고, 다툼을 끝낼 수 있겠는가. 국회 의석을 많이 차지한 것을 기회로 행정부를 마비시키고, 사법부까지 손아귀에 넣으려 한다면 이것이야말로 국정농단이다.최근 넷플릭스에 ‘돌풍’이라는 시리즈물이 인기를 얻고 있다. 운동권을 희화화한다는 둥 반응들이 다양하다. 드라마에서 범죄자가 자기들 범죄를 덮기 위해 ‘검찰개혁’을 선거 구호로 내세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연상되는 첫 사건 전개도 진보 진영 눈에 거슬릴 수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검찰 수사가 정치적 이해에 휘둘린다는 설정 자체가 검찰 불신을 담고 있다.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는 사회, 진실과 거짓이 서로 뒤섞인 ‘탈진실’(post-truth)의 시대다. 그렇더라도 노골적으로 수사 검사를 국회로 불러 수사를 압박하고, 판사에게도 ‘탄핵’과 ‘선출제’를 흔들며 위협하는 것까지 용납되어선 안 된다.탄핵을 추진하면 먼저 수사가 중단된다.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기까지 수개월이 걸린다. 검사와 판사에게는 압력이다. 야당을 잘못 건드리면 탄핵당할 수 있다는 위협이다. 아무리 강골이라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국회로 불러 윽박지르면 누가 범죄자인지, 누가 검사인지 헷갈리게 된다. 다른 검사가 사건을 넘겨받아도 시간이 지연된다.총리 측과 부총리 측이 시간 싸움을 벌이는 드라마 ‘돌풍’의 수싸움이 연상된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대위원장은 헌법 84조 적용 문제가 논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피의자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이미 기소된 사건 재판도 중단되느냐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다. 여당의 주장대로라도 선거 전에 기소하지 못하면 수사도, 재판도 끝난다. 정말 드라마 같은 세상이다.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4-07-07

기업에서 리더의 중요성

김종찬 포스코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기술의 발달은 각광받던 물건을 한순간에 시간의 뒤편으로 밀어내기도 하고 그 자리를 다른 대체 수단이 대신하기도 한다. 이렇게 소비자의 기억에서 지워지는 상품들과 관련된 산업이 사양산업이다. 사양산업에 들어선 기업들은 업종 전환을 시도해서 성공하거나 대개는 시장과 함께 없어진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사양 기업’이 있을 뿐 ‘사양산업’은 없다. 소비자들은 여전히 더 싸면서도 편리한 물건이 주는 혜택을 맘껏 누리고 있으나 그것을 만드는 기업이 대체되었을 뿐이다.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거나 한때의 영광은 화려했지만 역사의 뒷면으로 물러난 기업을 보며 발견한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는데 기업은 대표가 이해하는 범위 이상으로 절대 크지 못한다는 것이다. 시장과 고객은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했으면서 단순히 인재 채용과 권한 위임을 통해 해결하려 한다는 점이다. 세상은 빛의 속도로 변하고 있고 상품의 효용과 유행은 더욱 짧아지고 있어 대표의 철학이 반영되지 않은 의사결정은 미래를 절대 담보하지 못한다.아무리 뛰어난 회사라도 아무리 훌륭한 인재를 스카우트하여 위임한다고 해도 회사와 조직은 최종 의사결정자가 이해하는 크기를 절대 뛰어넘지 못한다. 그래서 리더는 신입사원의 마음가짐으로 조직을 돌아보고 시장의 움직임과 지식 시장 도메인부터 배우고 익혀야 한다. AI가 급속도로 발전하자 비슷한 오류에 빠지는 사람들을 본다. AI가 할 수 있는 스킬을 왜 내가 배우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버리는 것이 잘 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꼭 갖추고 있어야 할 기본적인 것들을 유행이 지난 옷가지처럼 버리고 그 자리에 최신의 것을 늘 채우려 한다. 앞으로도 영원히 실력은 품성을 뛰어넘을 수 없고, 이론은 실행을 이길 수 없으며 필요한 인재는 기업이 직접 키우는 것이 본질이 될 것이다. 성공한 기업인과 리더는 공부를 끝없이 한다. 그 어떤 사회 초년생들보다 더 열심히 배우고 익히고 연구한다. 이재용 회장도 영어와 일본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자신의 일을 대신 처리해 줄 사람을 고용하지 못해서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통역을 거친 언어는 중요한 알맹이가 필터링 돼 전달될 수 있고, 직접 내 두 발을 딛고 내 두 손으로 내 머리로 이해하는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체득하였기 때문일 것이다.AI(LLM)는 하드코딩보다 최소 100배 비싸다. 하지만 사람보다 최소 100배 싸다. 하드코딩으로 할 수 있는 것을 AI로 대체하는 결정을 내리는 리더들이 있다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그런데 AI가 할 수 있는 일을 사람에게 시키는 것은 더욱더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 조직의 리더나 기업의 대표가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의사결정을 한다면 사양 기업의 역사적 소용돌이에서 절대 빠져나올 수 없을 것이다. 사양산업에서 블루오션을 찾아내는 일은 시대의 흐름을 읽고 정확하게 방향을 결정하는 리더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사양산업은 있어도 사양 기업은 없다’라는 말을 깊이 새겨야 할 일이다.

2024-07-07

‘우천 시’보다 중요한 것

유영희 작가 오랜만에 중국 고전 중 하나인 ‘대학’을 강의하게 되었다. 그런데 강의할 기관에 이력서를 보내다가 아차,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그동안 쓴 경학 연구 논문 제목들이 모두 한글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생각하니, 한글로 써도 충분히 알아볼 만한 내용이므로 그냥 보냈다. 나는 유교 사상을 전공했지만, 한자를 노출시켜 쓰는 일이 거의 없다. 그러나 한자 없이 한자어만 쓰면 일상에서 혼란을 주는 경우가 많다.지난주에 여러 매체에서 인용된 학부모들의 문해력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에도 한자어가 있다. 어느 어린이집 교사가 우천 시, 금하다, 섭취·급여·일괄 같은 단어를 가정통신문에 쓰면 학부모들이 이해를 못 하고 엉뚱한 질문을 한다는 글을 SNS에 올리자, 댓글에 금일을 금요일로 아는 사람도 있고, 중식을 중국 음식으로 아는 사람도 있다는 경험담이 이어졌다고 한다. 여러 주요 언론에서도 이 글을 인용하면서 그 어린이집 교사의 문해력 한탄에 동조하였다.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그 어린이집 교사가 경력 9년 차라고 하니, 마흔 살이 안 되었을 텐데 그런 단어를 능숙하게 통신문에 쓰는 것은, 공공기관의 언어 습관에 길들여졌기 때문일 것이다. 공문에 ‘비가 오면’, ‘하지 마세요’, ‘오늘’, ‘점심 식사 제공’이라고 쓰면 격식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언어’는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아서 생로병사의 과정을 거친다. 조선 시대의 어휘나 표현법은 소멸했고, 21세기에는 새로운 어휘가 탄생한다. ‘알잘딱깔센’은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의 줄임말로서 2018년도에 만들어진 신조어인데, 공중파에서 퀴즈 문제로까지 등장했다. 아무리 기성세대가 언어 순화 운동을 벌인다고 해도 이런 흐름을 인위적으로 막기는 어렵다. 관공서에서나 쓰는 단어를 고집하는 것보다 실정에 맞게 소통하기 좋은 한글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다만, 그것과는 별개로 문해력 향상을 위한 정책은 필요하다. 문제는, 교육부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문해력 향상을 위한 꿀팁 5가지가 실효성이 있을까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소리 내어 읽어라, 모르는 어휘는 검색해라, 긴 호흡으로 읽는 독서를 많이 해서 글과 글 사이의 관계를 파악하라, 다양한 관점으로 질문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연습을 해라, ‘한글 또박또박’이라는 맞춤형 웹 기반 학습프로그램을 활용하라고 한다.그러나 ‘한글 또박또박’은 한글을 모르는 초등 저학년 대상 프로그램이라 사회적 문해력 저하 해결책은 아니다. 또 글과 글의 관계를 파악할 수 없어서 긴 호흡으로 읽어야 할 책을 읽지 못하는 것이니, 긴 호흡의 책을 권장하는 것도 넌센스다. 질문 자체를 못 하는데 다양한 관점으로 질문할 수 없다. 이렇게 체계 없는 정책으로는 문해력을 향상시킬 수 없다. 문해력 향상을 위한다고 독후감 경시대회를 열지만, 평소 지도는 해주지 않으니 사교육으로 해결해야 한다.불성실하고 무책임한 구호 말고 글쓰기 교육처럼 실질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대안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2024-07-07

배신자 논란서 이제 ‘자해극’ 벌이는 與전대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핵심쟁점이 ‘배신의 정치’에서 ‘김건희여사 명품백 의혹관련 문자무시’ 논란으로 옮겨가면서 과열양상을 빚고 있다. ‘김 여사 문자’를 둘러싼 후보간 공방은 오늘(8일), 내일 열리는 광주합동토론회와 TV조선 토론회에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당에겐 치명적인 이 이슈는 마치 블랙홀처럼 모든 전대 어젠다를 흡수하는 양상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박근혜 탄핵 전야제처럼 흘러가는 정국이 걱정스럽다”고 했다.논란은 한 언론인이 최근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4·10총선을 지휘했던 한동훈 후보가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때 ‘대국민 사과를 하겠다’는 취지의 김 여사 문자를 무시했다”는 주장을 하면서 시작됐다. 한 후보가 문자를 읽고도 아무 답변도 하지 않아 김 여사는 모욕을 느꼈고 윤석열 대통령도 이를 알고 격노했으며, ‘윤-한 갈등’으로 이어졌다는 스토리다.한 후보는 “이 시점에 이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이 자제해야 한다. 비정상적인 전당대회 개입이나 당무 개입으로 보일 수 있는 위험한 일”이라며 반발했고, 경쟁후보들은 “한 후보의 잘못된 대처가 결국 총선 패배로 이어진 게 아니냐”며 총선책임론을 제기하는 모양새다.이번 논란은 누가봐도 전대 판세를 바꾸기 위한 누군가의 의도적 행위로 보인다. 한 후보 측은 당내 친윤(윤석열) 주류 쪽을 의심하고 있다. 친윤계가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연판장까지 돌리며 당시 나경원 후보를 주저앉힌 데 이어, 이번엔 한 후보를 밀어내기 위해 조직적으로 나섰다는 것이다. 1강(强) 양상으로 전개되는 전대 기류를 견제하기 위해 대통령실이 나섰다는 의혹도 제기된다.앞으로 TV토론회를 거치며, 이 이슈가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과 새로운 당정관계를 요구하는 지지층 사이에서 어떤 판세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문제는 지난 총선에서의 민심이반을 반성하면서, 새로운 길을 찾는 장(場)이 돼야 할 집권당 전당대회가 총선 패배 책임론에 갇혀 자해극까지 벌이는 모습이 국민 눈엔 한심스럽게 보인다는 것이다.

2024-07-07

뺑뺑이 1회 경기 50년

김규종 경북대 명예교수 인간은 자유의지와 무관하게 외부의 폭풍우에 내몰리는 경우와 마주하기 마련이다.아무리 강력한 의지와 뛰어난 능력을 소유한 사람이라 해도 어쩔 도리없이 끌려가는 지경에 이르는 수가 있는 법이다. 이것을 우리는 운명이나 천명이라 부른다. 그럴 때 인간은 거역할 수 없는 거대한 힘의 실체에 전율하거나 절망하기 마련이다.지난 7월 3일 자동차를 몰고 서울로 떠난다. 나의 모교 경기고 73회 정기 동창회가 열리는 날이다. 50년 전인 1974년 나는 고등학교 평준화 정책에 따라 뺑뺑이로 경기고에 입학한다. 공동학군 005로 시작한 남녀 고교는 경기여고와 경기고였다. 그날 나의 선친은 평소의 절반밖에 걸리지 않은 시간에 귀가하셔서 나의 경기고 입학을 축하하셨다.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고교 평준화 정책 덕분에 나는 일생일대의 행운을 꿰찬 인간이 된다. 오래도록 많은 사람이 내게 뺑뺑이 1회 경기 입학생의 비애와 원한 같은 것을 물어왔다. 아주 드물지만, 아직도 그때 감상을 묻는 자도 있다. 그때도 그렇지만, 지금도 나는 뺑뺑이 1회 경기 입학생이자 졸업생으로 여러 가지 유쾌하고 행복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고1 담임 정휘민 국어 선생은 호된 글쓰기 훈련으로 나의 습관 하나를 결정하셨고, 고3 담임 안성도 영어 선생은 소시민의 작은 행복을 일깨워 주셨다. 두 분 모두 경기고 선배였다. 그런 경기고 입학 50주년 기념행사가 지난 수요일 구(舊) 우미관(優美館) 자리에서 열린 것이다. 임권택 감독의 ‘장군의 아들’(1990)에 등장하는 명소가 우미관이다.17살 소년들이 50년을 살고 나서 60 중반 나이에 다시 만났으니, 그 감회가 어떠했을 것인지는 짐작 가능하리라. 입학 3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2004년에 있었지만, 그때만 해도 40 중반의 혈기방장한 시절이었다. 거기에 다시 20년이 보태지니 그사이 세상 버린 친구나, 투병 중인 벗들도 적잖게 늘어나 있다. 세월에 장사 없다는 말은 반박불가(反駁不可)다.어쩐 일인지 모르지만, 나는 예나 지금이나 출신고를 묻는 말에 경기를 말하고, 거기에 뺑뺑이 1회라는 말을 반드시 보탠다. 나보다 나이 많은 분들이 연유를 물을라치면, 뺑뺑이 얘기를 하지 않으면, 밤잠을 설친다고 대답한다. 타고난 결벽증도 있거니와, 사실관계 진술을 얼버무리는 것은 기질적으로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화동 1번지 경기고는 사전에도 없는 ‘정독(正讀) 도서관’이 되었고, 삼성동 91번지 경기고 앞은 왕복 2차로 도로가 16차로 도로가 되었으니, 상전벽해가 아닐 수 없다.다시 만난 벗들의 얼굴에 새겨진 깊은 주름살과 백발 혹은 성긴 머리털은 우리가 살아온 지난날의 무겁고도 슬픈, 행복하고도 만만찮은 시공간과 인연을 웅변하는 것이었다.고타마 붓다는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했다. 돌이킬 수 없는 시간과 오지 않은 미래가 아니라, 지금과 여기를 열렬하게 살라는 뜻이다. 그것을 재삼재사 확인하는 뜻깊은 자리가 서늘하게 마무리되는 우미관의 밤은 실로 아름다웠다.

2024-07-07

장마철 낙뢰

우정구 논설위원 낙뢰(落雷)를 우리말로 하면 번개다. 번개는 대기와 지표면 사이에서 발생하는 불꽃 방전현상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번개란 보통 적란운과 함께 나타나는데, 대기 불안정이 주 원인이다. 적란운은 강력한 상승 기류에 옮겨진 수증기에 의해 수직으로 높게 형성된 구름이다. 소나기, 우박, 번개, 토네이도와 같은 강력한 악천후를 동반하는 대표적인 구름이다.기상청은 벼락에 관한 기록을 담은 낙뢰 연보를 매년 발행하고 있다. 재해 경감을 목적으로 기록하는 낙뢰 연보에는 한 해 동안 발생한 낙뢰 현황과 지역별 발생 횟수 등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연보에 의하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는 7만3341회의 낙뢰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돼 있다.계절별로는 여름철인 6∼8월 사이에 75%가 발생했다. 가장 많은 달은 7월로 전체의 35%다. 또 지역별로는 전국 광역시 가운데 경북이 1만2982회로 가장 많았다.사람이 벼락을 맞을 확률은 2만5000분의 1정도로 매우 낮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라는 청천벽력은 확률적으로 매우 낮다는 뜻을 지닌 속담이다. 그렇다고 낙뢰를 방심해서도 안 된다.지난해 6월 강원도 양양해수욕장에서는 낙뢰가 떨어져 6명이 다치는 희귀한 사고가 발생했다. 그 중 1명은 다음날 숨지는 불행한 일까지 벌어졌으니 드문 일로 방기해선 안 된다. 바닷물에는 전류가 흐를 가능성이 높아 벼락이 칠 때는 물놀이를 자제하는 것이 좋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지구촌의 기상이변으로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잦고 이로 인해 낙뢰 발생도 많아지는 추세다. 본격적인 장마철이다. 낙뢰에 의한 감전사고 예방에도 모두가 신경을 써야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7-07

신공항-영일만간 고속도 경제 상승효과 크다

군위·의성에 건설되는 대구경북 신공항의 성공조건 중 하나는 사통팔달의 교통망 확충에 있다. 대구뿐 아니라 경북도내 어디서든 1시간 이내 도착할 수 있는 교통인프라를 구축하는데 더 많은 연구와 투자가 있어야 한다. 대구와 광주를 연결하는 달빛철도 건설도 크게는 대구경북 신공항의 수용성을 높이는 효과로 귀결될 수 있는 것이다. 2030년 완공 예정인 대구경북 신공항은 500만 대구경북인의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내는 비전 사업이다. 신공항 사업이 물류 중심의 특화공항에 방점을 둔 것도 공항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다. 특히 경북을 대표하는 경제도시 구미와 포항과의 접근성을 높이는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경북도내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반도체산업 중심의 구미는 신공항과 인접해 있으나 포항은 신공항 접근성이 떨어져 해결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포항은 세계적 철강도시이자 이차전지 글로벌 도시로 부상하는 곳이다. 신공항과 연계는 물동량의 효율적 활용이 가능해 공항과 지역산업이 동시에 시너지를 얻어낼 수 있다.이와 관련, 경북도와 포항시가 대구경북 신공항과 포항 영일만항을 잇는 고속도로건설을 추진한다고 밝혔다.경북도에 따르면 신공항과 영일만항을 잇는 고속도로 건설사업은 이미 기본구상 용역에 착수했으며 내년쯤에는 노선을 확정하겠다고 한다. 신공항IC에서 흥해IC까지 70km 구간을 고속도로로 조성하고 현재는 교통량 분석, 통행시간 단축효과, 공사비 등을 종합 검토 중이다. 포항시는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 1월까지는 노선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문제는 예산 확보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국토교통부 국비 사업에 반영해 국책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인데, 실현단계까지는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 신공항 사업은 최근 논의되고 있는 행정통합과 함께 대구경북을 획기적으로 바꿀 백년대계 사업이다.대구경북 신공항과 영일만항이 대구경북 경제를 이끌어 갈 투 포트로서 기능적 역할을 다할 수 있게 교통 인프라 구축에 온 힘을 다 모아야 할 것이다.

2024-07-07

3차 에너지 전환과 우리가 맞이할 새로운 세상

위현복(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 거대한 에너지산업은 산업사회의 상징이다. 인류는 수많은 시간을 자연(재생) 에너지에 의존해서 살아왔다. 햇빛과 바이오매스(나무, 풀 등)를 활용한 불에 의존해서 대부분의 문명 생활을 영위해 왔다.1700년대에 들어서서 땅속에서 캐낸 석탄을 에너지로 사용하여 내연기관을 작동시키는 에너지 활용을 통해 ‘1차 에너지 전환’이 이뤄졌고 이것이 1차 산업혁명으로 이어졌다. 석탄 에너지는 영국을 비롯한 유럽을 중심으로 발전돼 영국과 유럽이 후진사회에 머물고 있던 전 세계를 식민지화하는 국제질서를 만들었다. 석탄 에너지 사용 유무에 따라 세계는 선진 문명국가와 식민지사회로 갈렸다.19세기에 발견된 석유는 1900년대 전반기 미국에서 ‘2차 에너지 전환’을 이끌며 미국을 새로운 패권 국가로 만들었다. 이처럼 새로운 에너지의 발견과 그에 따른 에너지 전환은 경제산업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국제관계와 세계질서에도 압도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석탄 에너지와 석유 에너지는 거대한 산업의 발달과 막대한 자본의 축적을 통해 인간의 삶은 물론 국제 경제 질서와 글로벌 정치 질서까지 재편하기에 이르렀다.석유 에너지 바탕의 2차 에너지 전환을 주도한 신흥국가 미국은 현재에도 여전히 세계 총생산의 25%를 넘게 차지하며 글로벌 경제적, 정치적, 군사적 패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처럼 에너지는 중요하고 에너지의 자립과 에너지 안보는 모든 국가의 사활적 문제이기도 하다.20세기 후반에 이르러 석탄, 석유, 가스로 대변되는 화석연료를 통해 선진국들은 거대자본을 축적하고 축적된 자본은 새로운 집중 투자를 통해 부와 파워가 재생산되는 과정을 거치며 세계질서를 유지해왔으나, 어느 순간 화석연료의 파워가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화석연료의 무한정한 사용의 부작용으로 지구 온난화 현상이 20세기 말부터 나타나다가 이제 인간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까지 다다르게 된 것이다.유럽과 선진국이 주도하는 가운데 체결된 1997 교토의정서, 2015년 파리기후협약을 거치며 지구가 이대로 가다가는 100년 이내에 ‘생물 대멸종의 시대’를 맞을 것이며, 인간도 대멸종에 포함될 것이라는 사실이다.6500만 년 전 공룡이 멸종한 5차 대멸종 이후 앞으로 100년 이내에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계의 70%가 대멸종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대안으로 나온 것이 햇빛과 바람과 빗물 등 자연에너지만을 사용하는 재생에너지로 ‘에너지 대전환’의 선언이다.석탄·석유·가스 등 화석연료를 에너지화하기 위해서는 거대자본이 필요하다. 에너지는 말 그대로 산업시대 자본의 집약체다. 하지만, 햇빛과 바람, 빗물을 활용한 에너지화를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참여와 협력이 필요할 뿐이다. 자본도 물론 중요 하지만 산업사회처럼 자본의 비중이 절대적이지는 않다. 다양한 참여와 협력이 필요하다.태양광의 경우 태양이 잘 비추는 곳엔 어디나 마을이나 도시, 산업단지, 논밭이 있다. 이들을 비용을 지불하고 매입해서 발전 시설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수많은 토지와 건물주들의 자발적 참여와 협력 그리고, 글로벌 재원과 기술이 거대한 협력을 통해서만 탄소중립 사회를 달성할 수 있다.자연(재생)에너지로 새롭게 생겨날 ‘3차 에너지 전환’ 사회는 시민들의 거대한 협력, 에너지의 분산, 경제의 민주화를 바탕으로 구현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또한, 산업 시대 주요 에너지 원인 석탄, 석유, 가스는 특정 국가와 특정 지역에 편향되어 있어서 대부분 국가는 에너지 자립이 힘들었다. 반면 햇빛과 바람과 빗물과 같은 자연(재생)에너지는 어느 나라든지 에너지 자립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각각의 나라들은 그들의 국토와 글로벌 기술, 자본 등 국제적 협력을 통해 각기 에너지 자립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핀란드, 스웨덴은 수력으로, 유럽의 대부분 나라들은 풍력과 태양광으로, 우리나라도 태양광과 풍력을 바탕으로 에너지 자립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에너지 패권이 없는 새로운 세상이 온다. 모든 나라가 에너지 자립을 할 수 있는 세상! 에너지 빈부격차가 없는 세상이. 석탄, 석유, 가스의 독점카르텔을 깨고 국가 간에 자연(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경제가 더 민주적인 사회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시민들과 국가 간의 거대한 참여와 협력을 통해서.국내에서도 도시 주변, 산업단지 주변 농지가 농민들의 참여와 협력을 통해 거대한 재생에너지 발전소로 거듭나게 되어 산업단지에 필수적인 재생에너지 공급원이 되고 농민들은 각자 발전사업자가 되어 농민과 산업이 상호 윈윈 하는 새로운 산업 질서가 형성될 것이다.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분산에너지라고 한다. 작게는 단독주택형 3K/Wh에서 몇 만K/Wh를 넘기 힘든 그야말로 조각조각 분산에너지인 자연(재생)에너지는 미래사회를 더 민주적이고 더 평등한 사회로 이끌어 가는 에너지 체계를 제공해 줄 것이다.더 평등하고 더 깨끗하고 더 풍요로운 세상을 자연(재생)에너지 중심 사회가 열어 줄 것이다.

2024-07-07

정신질환에 인식 변화, 포항시민이 선두에 서야

양만재 포항지진트라우마센터장 나이가 들면서 “건강을 잘 챙기고 있지요”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때 건강은 큰 병이 없고 생활하는데 불편을 느끼지 않으면서 잘 지내고 있는 상태를 뜻한다. 주로 신체건강에 국한하여 일반질환이 없는 상태이고 정신건강까지 나아가지 않는 것이 일반인들이 갖고 있는 건강의 상식이다.정신건강의 안부를 묻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정신질환에 대한 우리들의 인식은 여전히 편견의 벽이 있기 때문이다. 정신질환에 걸리면, 사람들이 나에게 등을 돌릴 것이다. 또는 정상이 아닌 사람으로 ‘왕따’를 당할 수 있는 두려움이다.우울증, 강박증, 불면증, 공황장애 같은 정신질환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질병이다. 평생 동안 열 명 중 세 명 정도가 걸린다. 과거보다 정신병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가 개선되었다는 발표도 있다. 고학력 사회 구조에 따른 변화된 요인으로 추정하기도 한다.하지만,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여타 국가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다.지난해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의 조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에 대해 우리 사회는 보다 관용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질문에 우리국민들이 동의하는 비율이 31%로 29개 국가들 중 최하위 수준으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윤석열 대통령이 26일 대통령 직속 ‘정신건강정책혁신위원회’ 첫 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우리나라가 이룩한 물질적 풍요로움에 걸맞게 국민정신건강도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정부가 정신건강 정책을 적극적 추진하겠다”고 밝혔다.정책 발표내용 중에 관심을 끈 대목이 있다. “예방, 치료, 회복중심으로 정신건강 정책을 대전환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신건강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을 개선하는 것”이라며 ‘정신질환도 일반질환과 같이 치료할 수 있고, 치료하면 위험하지 않다’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려야 한다. 정신병을 바라보는 인식의 수준을 높이는 정책에도 큰 비중을 두겠다는 담론이다.유럽정신건강분야에 연구하는 학자들이 2000년에 ‘좋은 정신건강(good mental health)이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논문을 발표했다.좋은 정신건강은 개인이 살면서 겪는 스트레스에 대처할 통제력 조절역량을 소유하고, 또 고통과 난관에 직면하여도 생산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행복한 상태(a state of well-being)로 규정하고 있다. 좋은 정신건강의 상태로 유지하고 향상하기 위해 필요한 ‘정신건강의 문해력(mental health literacy)’을 포함한 13가지 핵심요인들을 제시했다.그 요인들 중에 ‘정신질환에 대한 태도’를 두 번째 요인으로 선정했다. 시민들이 정신병을 가진 사람에게 공감하고 이해하는가, 아니면 외면하고 배제하는 정도를 넘어 낙인을 찍어 차별적 행동을 보이는가. 차별하고 배제하는 정도가 심한 사회적 환경에서는 좋은 정신 건강 상태를 유지하거나 치유하기도 어렵다는 주장이다. 시민들이 정신병에 관한 인식의 수준을 높이는 교육과 홍보도 우리 사회 정신건강의 수준을 높이는 길이다.포항시민들은 2017년 11월 15일에 지진규모 5.4 촉발지진의 발생으로 주택과 건물이 붕괴되었고, 정신과 신체에도 큰 충격을 가했다.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지진의 충격은 생존기반을 붕괴시켰을 뿐만 아니라 심리적 신체적 고통으로 불안과 두려움을 경험했다. 여진도 2~3개월 지속되었고, 본진에 이어 여진 지진규모가 4수준까지 발생하였으니 다수 시민들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우울증, 불면증, 어지러움 등의 증세로 트라우마반응을 보였다. 큰 소리가 나면 지진이 발생하지 않았는가 하면서 지진공포심에 심장이 두근거리고, 영일만 앞바다 석유탐사를 위해 시추한다는 발표만으로 시추에 따른 지진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표출하는 게 포항시민들이다. 포항시민들만이 겪는 집단트라우마의 반응이자 증상이다.지진재난만 아니다. 코로나 재난 발생으로 3년여 동안 감염과 치유의 후유증에 신체, 정신 고통에 피할 수 없었고 2년 전 힌남노 태풍으로 시민들이 감당하기 힘든 연속·중복재난을 당했다.재난에 따른 집단트라우마에도 포항시민들은 힘을 결집하여 빠른 시간에 남다른 회복력을 보였다. 겉으로 드러난 강한 회복력을 보여주었지만, 연속된 재난 발생에 따른 ‘드러나지 않은 집단트라우마(invisible collective trauma)’도 숨어 있다.포항시민의 정신건강 수준을 높이는 방안이 지속적 실현되어야 하다. 예방, 치료, 회복을 위한 정신건강프로그램의 개발에 창의성을 발휘해야 하지만,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개선에도 우리 지진트라우마센터,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시민들이 함께 지혜를 모아 선도적 실천을 해야 할 것이다.

2024-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