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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인도에서 `평양냉면`을 맛볼 수 있을까?

뱅갈로르로 가는 차는 속도를 높이며 밤길을 달렸다. 야간 여행자를 위한 좌석인 `슬리퍼 시트`인지라 목과 등도 편안하다. 에어컨 역시 속된 말로 빵빵하다. 다만, 하나 거슬리는 게 있다면 뒷좌석에 앉은 이탈리아 여자-인도 남자 커플. 잘생긴 외모의 릭샤왈라가 소개한영국 지배 역사가 보이는 城과의 만남무슨 할 말이 그렇게도 많은지 차에 타자마자 시작된 그들의 소곤거리는 밀어(蜜語)는 자정을 넘겨서까지 계속됐다. 이탈리아 억양이 섞인 영어발음은 왜 그렇게 딱딱 끊어지며 잠을 청하는 기자의 귀를 괴롭히던지. 그러나, 어쩔 것인가. 사랑에 빠진 이들은 말이 많아지기 마련이다. 너나없이 누구나 그런 청춘의 시절을 겪고 성장한다.사랑에 빠진 연인들의 속삭임 탓에 새벽 2시가 넘어서야 잠이 들었다. 두어 시간을 정신없이 버스에서 잤던 걸까. 눈을 뜨니 사위가 부옇게 밝아오고 있었다.뱅갈로르가 멀지 않았는지 저 멀리 직각으로 깎아 세운 현대식 건물이 보이는 듯도 하다. 아니나 다를까. 10분쯤 달린 버스는 도로변에 멈춰 섰고, 승객들이 저마다의 짐을 챙겨 내리기 시작한다. “여기가 뱅갈로르 맞습니까”라고 물으니, 그렇단다. 오토릭샤 몇 대가 정차한 버스 옆에 대기해있고, 릭샤왈라들은 호객에 여념이 없다. 어젯밤 차 안에서 펼쳐본 여행안내서 `론리 플래닛`에 의하면 `24시간 체크아웃`이 가능한 `제국호텔`(Empire Hotel)이 괜찮단다. 썩 마음에 드는 이름은 아니지만, 어차피 기자가 식민통치를 당연시하는 `왕정복고주의자`도 아니고, 호텔 명칭 따위가 무슨 문제가 될까. 다른 이들과 달리 손님을 모으는데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릭샤왈라 한 사람에게 제국호텔을 아느냐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이 간명하고 시원스럽다.“안다. 타라.”그런데, 이 릭샤왈라. 너무 잘 생겼다. 키가 족히 190cm는 넘어 보이고, 자연스런 웨이브의 머리칼이 만화책에 등장하는 미소년의 그것처럼 찰랑거린다.지금 당장 매력적인 영국첩보원 `007 제임스` 본드 역할로 캐스팅돼도 전혀 꿀리지 않을 영화배우급 외모다. “당신, 너무 잘 생겼네요”라는 칭찬에 그가 운전하다 말고 기자를 돌아보며 씨익 웃는다. 이것 봐라, 웃음도 백만 달러짜리다. 잠시 달리더니 그 미남 릭샤왈라가 “여기서 사진 한 장 찍는 게 어때요?”라고 권한다. 그가 정차한 곳엔 유럽풍의 근사한 성(城)이 위풍당당하게 버티고 서있다. 한 가운데 선명하게 펄럭이는 인도 국기가 아니라면, 영국 왕족들이 주말을 보낸다는 `윈저궁`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멋들어진 건축물이다.숙소로 정한 제국호텔에, 윈저궁을 벤치마킹한 듯한 성까지...아, 맞다. 뱅갈로르를 포함해 인도는 오랫동안 정치·경제·문화적으로 영국의 지배 아래 있었다. 식민지풍의 건물과 왕조시대의 향수를 부르는 호텔 이름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제국주의가 제3세계에 끼친 악영향이 어떠한 것인지를 대충이라도 알고 있는 기자의 심사가 복잡해졌다. 십자가와 성병(性病)을 앞세운 유럽인들의 침탈에 학살당하는 아시아와 남아메리카의 원주민들, 벽안(碧眼)의 이방인들에 대항해 제 나라의 독립과 해방을 위해 피 흘린 지도자들인 호치민과 호세 리잘, 아우구스토 산디노 등의 이름이 연이어 떠올랐다. “왜 나는 세상사를 편하게 보고 해석하지 못 할까”라는 생각에 머리가 아파왔다. 허나, 오래 마음 쓰지 않기로 했다. 그런 고민은 한국에 돌아가서 해도 충분하니까. `인도에선 인도의 오늘을 즐기자`고 스스로를 달랬다. 잠시잠깐 멀리 떠났다가 돌아온 심란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핸섬한 릭샤 기사는 “이제 가자”며 길을 재촉했다.정보는 틀리지 않았다. 제국호텔은 비교적 쾌적했다. 뱅갈로르 중심가가 가까웠기에 환전을 하기에도 좋았고, 근처엔 괜찮은 식당도 여럿 눈에 띄었다. 거기다 직원들도 격식을 갖춰 손님을 대한다. 체크인을 하고 잠시 들러 맛본 1층 카페의 우유 섞은 홍차 맛도 일품이다.오늘 밤엔 한적한 시골마을인 함피와는 전혀 다른 이곳에서 네온사인 빛나는 나이트클럽에나 가볼까?하지만, 계획은 금방 변경됐다. 일단 냉면을 판다는 한국식당을 찾아보기로 한 것. 2주 이상 한국음식을 먹지 못한 터라 시원한 냉면이 너무나 간절했다.스스로 미식가라고 말하기엔 부끄럽지만, 기자는 맛없는 음식을 못 견딘다. 인간의 즐거움 속엔 먹는 기쁨이 분명 포함돼 있고, 그 포함의 영역이 꽤 넓다고 믿는 편이다. 해서, 맛있다는 음식점은 거리에 상관하지 않고 찾아다녔고, 맛만 있다면 가격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렇다고, 캐비아(소금에 절인 철갑상어 알), 트뤼프(송로버섯) 따위의 귀하고 비싼 희귀식품에만 열광하는 건 아니다. 그걸 자주 즐길만한 돈도 없을 뿐더러. 그저 적절한 가격에 성의를 다해 차려내는 음식점을 만나면 하루가 즐거웠을 뿐. 어쨌건 사람마다 좋아하는 음식은 다르기 마련인데, 기자의 경우엔 된장찌개와 냉면을 가장 맛있어하고 즐긴다. 그런데, 뱅갈로르에 바로 그 `냉면`을 하는 식당이 있단다. 물론, 한국 사람이 주인일 것이다.오뉴월 염천에 차게 식힌 고깃국과 동치미 국물을 적절한 비율로 섞은 육수를 한 모금 마신 후, 고무줄처럼 질긴 함흥냉면이 아닌 슴벅슴벅 씹히는 평양냉면 대여섯 가닥을 입 속으로 밀어 넣는 느낌. 아... 생각만 해도 군침이 고였다.샤워를 한 후 제국호텔을 나서 일단 환전을 하고, 시내를 어슬렁거리며 한국식당의 위치를 수소문했다. 인도에서 맛볼 평양냉면을 기대하며.몸에 딱 붙는 청바지를 입은 젊은 여성들과 양복을 차려입은 샐러리맨이 보이는 걸 보니, 여긴 분명 `시골`이 아닌 `도시`다. 어제까지 머물던 함피와 오늘 도착한 뱅갈로르는 분명 달랐다.잊을 수 없는 베나울림의 석양고등학교 3학년 가을이었다. 희곡작가를 꿈꾸던 사촌형의 집에서 프랑스 작가 장 그르니에(1898~1971)의 매혹적인 산문집 `섬`을 발견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알베르 카뮈(1913~1960)가 극찬한 책. 무작정 `바다`를 좋아하던 기자는 바다와 잘 어울리는 단어인 `섬`이란 제목에 매료됐고, 코앞으로 다가온 학력고사와는 관계없이 밤을 새워 그걸 읽었다. 아주 열심히. 시인이 되고 싶었던 소년에게 `성문종합영어`와 `해법수학`은 이미 관심 밖이었다.`섬`에서 발견한 그리 길지 않은 문장 서너 대목은 30년의 세월을 넘어 아직도 기자의 심장 깊숙한 곳에 우뚝한 돋을새김으로 남아있다. 르네 데카르트의 진술을 인용한 부분이다.“나는 안개 낀 새벽녘 낯선 항구에 도착하고 싶었다. 아무도 나를 알지 못하는 그곳에서 비밀을 서랍을 지닌 채 가난하고 겸허하게 살고 싶었다.”인도에 도착해 첫 번째로 머물렀던 칼랑구트 해변을 떠나 조그만 소읍 마르가오를 거쳐, 허위허위 베나울림 해변에 도착해 콜라 한 병으로 섭씨 40도의 더위를 식히던 때는 해가 저물 무렵이었다.조악한 문장으론 그 아름다움을 절대 설명할 수 없는 아라비아해의 석양. 해넘이가 시작되고 있었다.하루 종일 하얗게 부서지던 파도와 그 파도를 몰고 오는 저 먼 바다는 물론, 세상 전체가 온통 핏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눈물을 흘리지 않는 것이 사나이라 믿어왔던 오만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찔끔` 눈가가 시큰해져왔다.그 감정 과잉의 상태가 고교 시절을 떠올리게 했고, 이어진 기억의 연상작용은 장 그르니에 산문집 `섬`과 비밀과 겸허함에 관한 데카르트의 문장을 머릿속에서 복원시키고 있었다. 어디선가 낡은 도트 프린터 소리가 들려왔다.“촤르륵 촤르륵...”사위어가는 태양의 잔광은 눈처럼 흰 수염을 기른 노인과 그의 손자, 손을 맞잡은 연인과 그 바다에서 간난신고의 생을 이어가는 어부, 거기에 해변을 어슬렁거리는 소에게까지 공평하게 쏟아지고 있었다.그 장엄한 풍광을 견딜만한 용량이 아닌 기자의 심장이 쪼그라드는 것 같았다.“아, 정말이지 여기 잘 왔구나”라는 혼잣말을 하며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망연자실 서 있었던 게 기억난다. 손에 든 콜라병이 파도와 함께 왈츠의 박자로 춤추고 있었다. 아직도 그 저녁, 베나울림의 석양을 잊지 못한다.사진제공/송선호/홍성식기자hss@kbmaeil.com

2016-12-02

맑은 공기 머금은 봉화 특산물 `맛있는 초대`

봉화군은 백두대간 마루금 32km 구간이 병풍처럼 감싸 안으며 천혜의 자연을 고이 간직한 대한민국 최고의 청정지역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키우고 자란 사과, 고추, 한약우, 송이 등 봉화의 대표적 농특산물은 청정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와 맞물려 날이 갈수록 전국적인 인지도를 높이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봉화군 전체 인구 60% 이상이 농업인이다. 박노욱 봉화군수는 농민이 실제 필요한 각종 농업 관련 지원정책을 펼치며 군민이 행복한 부자농촌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본지는 봉화군의 주요한 농특산물을 소개함으로써 향후 지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육질 단단, 당도 높은 고랭지 사과전국 3대 고추 생산지로 명성 자자`한약우 전용사료` 엄격한 사육 적용천혜자연이 선사하는 숲속 보물 송이화색 선명·향 짙은 고품질 거베라 봉화사과봉화사과는 전국 재배면적 5위의 명성에도 불구하고 영주사과나 청송사과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각종 축제, 행사 등 현장에서 봉화사과를 맛본 사람들의 얘기는 다르다. 빛깔, 육질, 당도 등은 어느 지역 사과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고 맛 또한 뛰어나다고 말한다.봉화사과는 태백산맥 남단에 위치한 고랭지 지역에서 생산된다. 당도가 높을 뿐 아니라 색이 선명하고 육질이 단단하며 저장성이 높다. 또한 공기가 맑고 신선한 기후에서 재배되므로 병해충 발생이 적어 농약 사용을 최소화하고 있으며, 퇴비를 많이 사용해 세포 내 노란색의 꿀층이 형성돼 씹는 질감이 좋다. 이에 봉화군은 봉화사과를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도 인정받는 농산물로 육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존 사과는 선물용, 제수용 과일로 인식돼 젊은 소비자층에게는 선호도가 떨어지는 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에 봉화군은 1인 가구와 청장년층의 소비패턴에 대응해 먹기 쉽고 보관도 쉬운 중소과 사과 생산을 위해 소비자 맞춤형 사과단지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소비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은 사과인 루비에스, 알프스오또매 등을 전문 육성하려는 노력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또한, 봉화사과의 전국적인 인지도 향상을 위해 매년 서울 등 수도권 다중이용시설에 홍보를 실시하고 있으며, 지난 10월 말에는 한국시리즈 개막식에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참여시켜 봉화사과를 전국에 알리는 노력도 보였다.이런 노력은 농림축산식품부 실시 2016년 FTA 과수생산유통지원사업 연차평가에서 최우수 1등급을 8회 연속 수상하는 등의 실적으로 나타났다. 봉화고추봉화고추는 밤낮의 큰 일교차와 풍부한 일조량으로 빛깔이 곱고 매운 맛과 감미가 뛰어나 전국의 많은 소비자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봉화고추는 전국 3대 고추 주산지로 1천500ha에서 4천300t의 고품질 고추를 생산하고 있으며, 2011년 6월 준공한 봉화고추종합처리장은 HACCP시설을 갖추고 세척 청결 고춧가루를 생산하고 있다.지난 2014년 5월에는 특허청 지리적표시 단체표장을 등록하는 등 소비자 신뢰와 브랜드 가치 향상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 NS홈쇼핑 우수업체로 선정되면서 파인토피아 봉화고춧가루라는 브랜드로 10회에 걸쳐 40t을 판매하기도 했다. 또한, 각종 홈쇼핑 출연으로 인한 주문이 쇄도하는 등 봉화고추의 인지도는 높아만 가고 있다. 봉화한약우봉화한약우는 1993년 봉화한약우를 성장동력 작목으로 정하고 20두를 시험 사육하기 시작해 1995년 봉화한약우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해 본격적인 사육을 시작하였다.이어 1996년 봉화한약우 상표를 특허청에 등록하고 봉화한약우 배합 약초사료 공장을 준공하였으며, 2006년에는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으로부터 품질인증을 획득하였다. 2008년 봉화한약우 캐릭터를 개발해 서울축산물 공판장에 한약우 브랜드로 상장하게 되었으며 봉화한약우 전문 판매장인 봉화한약우프라자(봉성면 금봉리)를 준공해 소비자들과 미식가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되었다. 2011년 8월에는 국립축산과학원과 봉화한약우 품질고급화를 위한 MOU를 체결해 기술지원 등 집중육성에 날개를 달게됐다. 봉화한약우는 육질1++ 등급 고급육 생산에 초점을 맞추어 사육된다. 육성 초기부터 비육 중기까지 배합사료를 제한해 급여를 실시함으로 비육후기에 발생하는 대사성 질병을 방지하여 사육한다. 매년 당귀외 4종의 한약재 부산물을 10톤 이상 구입해 자체 배합 비율에 따라 한약우 전용사료를 만들어 엄격한 한약우 사육프로그램을 적용하기에 현재 약 180농가에서 1만두의 고품질 한약우를 생산해 연간 280억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봉화한약우를 제대로 기르기 위한 노력은 전국 소비자들의 많은 사랑으로 확인됐으며 2015 소비자선정 최고의 브랜드대상을 수상했고, 지난 11월 중순에는 2017년 우수축산물 브랜드로 3년 연속 선정되는 쾌거도 거두었다. 봉화송이봉화송이는 깨끗한 물, 맑은 공기, 마사토의 비옥한 토지 등 천혜의 자연이 선사하는 숲속의 보물로 여겨진다.전국 송이 생산량의 15%를 차지하는 봉화는 태백산 자락의 마사토 토양에서 자라 다른 지역 송이보다 수분함량이 적어 장기간 저장이 가능하고, 맛이 쫄깃하며 향이 뛰어나 강원도 양양이나 경북 울진, 영덕 등 타지역 송이보다 좋은 품질임을 전국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대부분의 버섯은 죽은 나무에서 발아해 기생하지만, 송이는 살아있는 나무 중에서도 소나무 뿌리 끝 부분인 세근에 붙어사는 외생균으로 소나무로부터 탄수화물을 공급받으며 땅속 무기양분을 흡수해 기생하는 독특한 종자다.특히 봉화송이는 최소 20년에서 60년 이상된 소나무에서만 기생한다. 송이에는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섬유질과 비타민 무기질 등이 함유돼 있어 염증을 치료하고 종양의 성장을 억제하며 성인병을 예방한다.봉화군은 전체 산림면적의 절반 정도에서 송이가 생산되며, 전국 최고 품질의 송이를 활용한 대한민국 대표 가을축제인 봉화송이축제가 9월 말에서 10월 초에 개최돼 매년 40여만 명의 관광객이 봉화를 방문하고 있다. 봉화거베라거베라는 국화과 식물로 한 개의 꽃대에 하나의 꽃만을 피운다. 잎에 거친 물결 모양의 톱니가 있고, 5~9월에 꽃이 피고 뿌리로 월동해 이듬해 봄에 포기나누기로 번식하며 추위에 비교적 잘 견디는 꽃이다. 봉화거베라는 전국에서도 품질이 좋기로 유명하다.화훼 재배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봉화군의 거베라가 명성을 얻게 된 것은 봉화지역이 연평균 기온 10℃로 고랭지의 쾌적한 기후환경과 주·야간 일교차가 크고 물이 잘 빠지는 사질토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봉화거베라는 우수한 재배환경과 성실한 농가들의 보살핌으로 화색이 선명하고 꽃수명이 길며, 병해충 발생이 적어 특유의 향이 진한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봉화군은 이에 안주하지 않고 화훼 재배농가의 오랜 숙원과제인 시설하우스 내 연작피해 방지, 하우스 시설경쟁력 제고, 고유가시대 에너지이용 효율화 등 매년 품종 개량과 영농교육으로 봉화거베라의 경쟁력을 제고해 나가고 있다./박종화기자pjh4500@kbmaeil.com

2016-11-30

타국서 젊음 바친 용사들을 기억하며

“100명의 적을 놓치는 한이 있어도 한명의 양민을 보호한다.”대한민국 건국이래 최초로 외국 원정군으로 파병된 해병대 청룡부대가 신조로 내세운 문구다.1964년 8월 대한민국 정부는 공산 침략에 직면한 자유월남공화국을 지원키 위해 한국군의 월남파병을 결정했다.해병대 1개 여단과 육군 1개사단의 파월을 결정한 정부는 1965년 9월 20일 해병대 포항기지에서 해병대1사단 제2연대를 기간으로 해병대 제2여단(청룡부대)을 창설해 파월해병 결단식을 가졌다.초대 청룡부대장으로 임명된 이봉출 준장은 선봉대를 이끌고 포항역을 거쳐 부산항에서 출항, 1965년 10월 9일 베트남 캄란만에 도착했다.청룡부대는 미군 1공수사단 제1여단으로부터 캄란만 일대의 전술책임지역을 인수, 같은해 11월 4일 까두산 작전을 실시해 부숑비행장을 위협하는 적을 소탕해 18년동안 베트콩(베트남 공산군)의 아성으로 군림한 까두산을 탈환했다.같은해 12월 16일 캄란 동북쪽 투이호아로 이동한 청룡부대는 이듬해 1월 1일 파월 이래 최초로 전개한 여단급 탐색작전인 `청룡 1호작전`을 펼쳐 베트콩의 해상보급 추진기지인 봉로만 일대에 주둔하던 적군 1천500명을 소탕하는 성과를 냈다.이 작전을 통해 봉로만을 경유해 북쪽 퀴논으로 통하는 1번도로를 개통시키고 월남 3대 곡창지대인 휴송평야를 확보해 주민들의 식량난을 해결하는데 기여했다.청룡 1호작전과 함께 청룡부대 10대 작전 중 하나인 `짜빈동 작전`도 혁혁한 성과를 낸 전투 중 하나였다.1967년 2월 14일 오후 11시 20분부터 이튿날 오전 7시 24분까지 펼쳐진 이 작전은 청룡부대 3대대 11중대가 인해전술을 펼친 월맹정규군 제2사단 1연대, 21연대 및 지방게릴라 1개대대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작전이었다.11중대 장병 191명은 수백여명이 기습공격을 펼친 베트콩을 전술기지에 구축한 교통호를 이용, 일제사격과 수류탄·크레모아 폭발로 격퇴했다.당시 아군 15명이 전사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했으나 적군 243명을 사살하는 뛰어난 공을 세우며 중대 전원이 일계급 특진의 영예를 얻었다.이후에도 청룡부대는 1972년 2월 29일 제5진 철수가 완료되기까지 6년 5개월간 총 3만7천304명을 베트남에 파병해 여단급 작전 66회, 대대급 작전 109회, 소부대급 작전 15만1천347회를 전개해 적군 9천619명을 사살하고 1천256명을 포로 또는 귀순자로 삼는 혁혁한 전과를 올렸다.또한 구호물자 8천810t을 지원하고, 현지 민간인 40만3천729명에 대한 교육지원, 건물 1천593동에 대한 건설지원을 실시하는 등 대민봉사활동도 함께 진행했다.이 과정에서 2천702명이 다치고 1천76명이 전사하는 아픔도 있었으나 한국군의 전투력을 국내외에 과시하고 침체된 국가 경제활성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이렇듯 오직 국가를 위해 이역만리 타국에서 젊음을 바친 참전용사들을 영원히 기억속에 남기기 위한 월남참전 기념비를 해병대의 본거지이자 월남파병 결단식이 열린 역사적 장소인 포항시에 건립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도심공원 등 접근성이 뛰어난 장소에 별도로 기념비를 세워 해병대 예비역과 지역민, 관광객들까지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와 관련 월남 참전용사 서모(77)씨는 “서울, 대구, 울산 등 대도시 뿐만 아니라 경남 창녕, 거제, 경기 이천, 의정부, 전남 남원, 강원 양구 등 전국 10여곳에 월남참전기념비가 건립돼 있지만 해병도시인 포항에는 별도의 기념비가 없어 안타깝다”며 “해병대 출병식이 열린 옛 포항역에 공원이 조성될 예정인 만큼 포항시와의 협조를 통해 월남참전기념비를 마련했으면 한다”고 전했다./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2016-11-29

선진 직업교육시스템 구축이 청년문제 해결 실마리 된다

청년실업문제 청정(淸淨)국가 오스트리아는 일하지 않으면 각종 사회보험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정부가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청년 스스로 일을 구하려고 노력한다. 특히 체계적인 기술교육과정은 수많은 마이스터(장인)를 양성하고 있다. 법정 의무교육 9학년(우리나라 중학교 3학년)이 끝나면 진학이나 기술교육을 선택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와 달리 기술교육의 선호도가 더 높다. 기술교육 최종과정이라고 볼 수 있는 마이스터에 오르면 대학졸업자들보다 더 대우받는 사회풍토가 이를 뒷받침한다. 고졸이 인정받지 못하는 우리나라와는 판이하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공동취재단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바우 건축직업학교(BAU Akademie Lehrbauhof Salzburg)를 방문해 기술교육 과정을 취재했다. 밝은 표정으로 현장실습교육을 받는 이곳 학생들을 보면서 머리를 싸매고 야간 자율학습을 하고, 새벽까지 학원을 전전하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가엽기까지 했다.오스트리아 학생 70%, 대학 대신 직업교육 선택잘츠부르크 바우 건축직업학교 연방·州정부서 지원재학생에 수당 지급… 자격증 취득때마다 올려 받아직업훈련중 적성 맞지 않거나 다른 일 하고 싶다면공공고용서비스 AMS 통해 타 분야로 이동 가능다양한 고용서비스 원스톱 제공, 취업률 90% 넘어□ 대학진학보다 기술교육 선호오스트리아 직업교육 시스템은 유럽연합국가 중에서도 본보기로 삼는다. 단순 실습교육이 아닌 기업들과 유기적으로 연결해 산업현장의 인력 미스매치를 줄이고 있다. 기술이론교육 역시 교과과정을 세분화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적용할 수 있고, 교육자가 필요한 수업을 선택해 들을 수 있다.대학진학률이 70.8%(2015년 기준)에 이르는 우리나라와는 반대로 오스트리아는 70%가량이 직업교육을 받는다. 더 큰 테두리인 유럽연합 차원으로는 절반가량이 직업교육을 받는다. 유럽연합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청년실업문제가 대두하자 직업교육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젊은 인재들이 일찍부터 노동시장이 요구하는 기술을 갖춰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이 때문에 유럽연합 소속 국가들은 선진화된 직업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유로스타트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취업교육률은 체코가 73%로 가장 높았으며, 크로아티아(71%), 오스트리아·핀란드(각 70%), 슬로바키아(69%), 슬로베니아(67%), 네덜란드(66%) 등의 국가가 뒤를 이었다.학생들도 직업학교를 선호한다. 직업학교에는 자신만의 집을 짓고 싶어서 기술을 배우는 학생부터 기업의 오너가 되려는 학생까지 다양한 꿈들이 자라고 있었다. □ 마이스터 양성소 바우 건축직업학교잘츠부르크 교외에 있는 바우 건축직업학교는 건설분야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곳이다.이 학교는 건설협회와의 협력을 통해 운영되는 독립적인 기관으로, 교장을 비롯한 12명의 교사가 근무한다. 시간제 강사 5명도 교육을 돕고 있으며, 연간 150명 전문가가 특강을 벌인다. 학교는 연간 200만 유로 예산으로 운영된다. 학생들의 직업교육 비용은 연방정부와 주정부에서 지원한다. 학생들은 직업교육을 받으면서 매월 일정한 비용의 수당도 받는다. 이 수당은 단계별 자격증을 취득할 때마다 높아진다. 재교육을 받는 등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다.건축직업학교는 목공, 타일, 벽돌 쌓기, 땅 다지기, 건설장비 운용 등의 기술을 교육해 다양한 분야의 장인양성을 목표로 한다. 모든 건설분야에 필요한 안전교육은 물론, 기업경영이나 건설법, 효율적인 에너지 이용 등 현장과 관련된 이론 교육도 이뤄진다. 교육기간은 3년으로,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첫 과정은 15세부터 시작한다. 정상적인 과정을 거쳐 합격하면 18세에 전문인력으로 인정받는다. 전문인력이 되면 선임기술자가 되기 위한 과정을 거치고 이어 정식기술자에 도전한다. 최종 목표인 마이스터 과정을 수료하고, 시험에 합격하면 기업의 러브콜이 쏟아진다. 모든 과정을 순조롭게 통과한다면 또래 대학졸업자들보다 급여수준도 높고, 사회적으로도 더 인정받는다.바우 건축직업학교 입학생 55% 이상은 마이스터 과정을 밟는다.올해 입학해 첫 현장교육 과정을 받는 도미닉(15) 군은 “딱딱한 교실보다는 활발한 현장이 좋고, 집을 짓는 일에 매력을 느껴 교육을 받고 있다”면서 “건설자가 꿈이기 때문에 일단 벽돌 쌓기 분야 장인이 되고, 또 다른 분야도 배울 계획”이라고 말했다.산림관련 기술교육을 마치고 취업했다가 건축기술 재교육 과정을 밟고 있는 마티아스(22)씨는 “대학에 진학하면 단순히 이론교육만 받고 학위 밖에 딸 수 없다. 기술을 배우는 것이 현실적으로 더 유리하다”면서 “일 때문에 노르웨이도 다녀와 봤지만, 오스트리아의 직업교육과 지원정책이 좋아 다시 돌아왔다”고 말했다. □ 수준 높은 공공고용서비스(AMS:Arbeits Markt Service)오스트리아에는 건축 분야 외에도 미용과 제빵, 전기, 자동차수리, 관광 등 다양한 분야의 직업학교가 있다. 바우 건축직업학교는 물론 모든 학교들이 기업과 유기적으로 연계하며 학생들을 돕는다. 직업훈련을 받다가 적성에 맞지 않거나 다른 분야의 일이 하고 싶다면 AMS에 상담 신청을 한 뒤 다른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다. AMS는 구직자와 구인자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일자리를 알선하는데, 수요자에 적합한 다양한 고용서비스를 원스톱(One-Stop)으로 제공한다. 우리나라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워크넷`과 비슷한 장치다. 그러나 취업성과를 기준으로 보면 극명한 차이를 드러낸다. 사회 기본 시스템 등이 전혀 다른 오스트리아와 우리나라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워크넷 취업률은 40%를 밑도는 반면 AMS는 90%를 상회한다. 오스트리아 정부가 적극적인 소통으로 학생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돕고, 기업과 유기적으로 연계해 취업을 도운 성과라고 볼 수 있다.요한 필터바흐 교장은 “오스트리아 청년실업률이 낮은 비결은 직업교육시스템과 공공고용서비스가 잘 구축돼 있기 때문”이라면서 “다채롭고 충실한 취업교육은 고급 인력을 양성하고, 이는 노동시장의 충성도를 높여 기업의 생산성과 품질을 향상시킨다”고 말했다.또 그는 “고급 인력이 취업해 기업이 성장하면 국가 경제의 안정성으로 귀결된다. 청년교육이 국가 경제로 이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청년실업 문제는 체계적인 교육시스템 부재가 원인”인터뷰 요한 필터바흐 바우 건축직업학교 교장요한 필터바흐사진 바우 건축직업학교 교장은 우수한 교육 시스템이 실업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 실마리가 된다고 강조했다.필터바흐 교장은 “직업학교 교육과정은 6단계로 나눠져 있고 마지막은 현장 소장 개념의 마이스터다. 전문대학을 졸업하면 3단계부터 시작하는데, 이론은 바싹하지만 기술이 없다”면서 “오히려 대학을 나온 사람보다 우리학교 졸업자들이 성장이 빠르고 급여도 더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매년 3천명 정도가 졸업하는데 모두 건축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예술가가 되거나 컴퓨터 전공자가 되기도 한다”면서 “하지만 우리 학교는 건축관련 마이스터 과정을 받는 비율이 55%나 되고 전체 학생 중 15%가 마이스터가 된다”고 설명했다.또 그는 “오스트리아는 직업학교 입학비율이 70%에 이르지만, 잘츠부르크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직업학교에 입학하는 비율이 45% 정도 된다. 예전과 비교하면 조금 줄어들긴 했지만, 자신의 적성을 살려 전문직종에 취업하려는 학생들이 많아 직업학교 진학률은 매년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서 “학교도 전문학교로 학생을 유치하고자 초등학생들을 초대해 직업교육 과정을 설명하는 등 홍보활동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학교 운영과 관련해서는 “학교 내에 건설 관련 기술혁신팀과 연구팀을 비롯한 다양한 프로젝트팀을 운영하는 등 기술교육뿐만 아니라 연구활동으로 학교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면서 “이 학교를 통해 실력 있는 건설분야 전문인력을 많이 배출하고 있어 국가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많은 마이스터를 배출하는 만큼 자부심도 크다”고 자랑스러워 했다.마지막으로 그는 “국가 경쟁력을 키우려면 자라나는 청년들에 대한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청년들이 고급인력을 가진 인재로 성장하면 기업이 성장하고, 기업이 성장하면 나라 경제가 튼튼해진다. 최근 세계적으로 대두하는 청년실업문제는 체계적인 교육시스템의 부재가 원인이다”고 평가했다./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2016-11-28

`풍광이 취기를 부르는` 함피를 떠나던 날…

인생은 짧고, 하루는 더 짧다. 이 `짧음`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인간의 생은 위대해질 수도, 비루해질 수도 있다.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다. 결코 길지 않은 `인생`과 `하루`를 즐겁게 살 수 있는 권리를 우리는 누리고 있는가? 말리기호텔에서 한 번 더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한참 어린 독일 여성 프란시와 만나 저녁을 먹을 것이니, 최소한의 격식은 차려야 했다. 그건 인간으로서의 매너이기도 하다.오토릭샤 가이드 프랭키와의 서운하고 안타까운 이별폐허의 장엄함·멋진 풍광에 취한 인도의 시간들프랭키가 오늘도 고생이 많다. 호스펫에서 함피로, 함피에서 호스펫으로, 다시 같은 길을 되짚어 프란시의 숙소까지 기자를 데려다줘야 했으니. 그의 수고를 생각해 은근슬쩍 100루피의 팁을 주머니에 찔러주었다.저녁식사를 위해 어두워진 길을 되짚어 함피로 향했다. 저물녘의 안도감은 그날도 변함이 없었다. 달리는 길 건너편에선 결혼식이 열리는지 울긋불긋 화려한 의상을 챙겨 입은 축하객들이 어둠을 밝히는 환한 얼굴로 신부의 집을 향한다. 프란시가 알려준 게스트하우스 앞에 프랭키의 오토릭샤가 멈췄다. 조그만 숙소의 2층 난간에서 프란시가 고개를 내밀어 인사하며 “어서 올라오라”고 한다. 프랭키에게 “넌 이제 그만 엄마 집으로 돌아가라”고 작별인사를 했다. 그런데, 이 녀석이 뭘 안다고 골목길을 나설 때 “굿 나잇!” 하며 눈을 찡긋한다.프란시가 묵고 있는 숙소의 계단을 올랐다. 얼핏 보기에도 허름한 숙소다. 프란시는 화장기 없는 발그레한 얼굴과 물기 묻은 머리칼로 기자를 반겼다. 게르만 여성의 건강함이 보기 좋았다.옆방에 묵고 있다는 이스라엘 청년 하나가 숙소를 나서는 프란시를 향해 “어디 가니?”라고 쓸데없는 참견을 한다. 프란시가 `쿨`하게 응대했다. “나? 데이트 하러 가.” 어두워진 함피의 골목길을 걸었다. 프란시가 봐놓은 루프탑 레스토랑(옥상에 꾸며진 식당)이 있다고 했다. 굽이굽이 길을 돌아 그곳에 자리를 잡았다. 프란시는 마늘빵과 과일샐러드를 먹겠단다. 기자도 같은 걸 주문했다. 그런데, 나온 음식이 너무 싸구려처럼 보이고 볼품이 없다. 접시는 가장자리가 깨져있고. 하기야 120루피(2400원)짜리 저녁밥이 오죽하겠나. 좋은 요리를 사주지 못하는 미안함을 맥주 여러 병을 주문하는 것으로 상쇄했다.주거니 받거니 마신 7~8병의 맥주가 인종과 살아온 환경이 전혀 다른 둘의 사이를 가깝게 만들어줬다. 마침내 취기가 오른 프란시는 푸른 보석이 박힌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며 “당신, 시 쓴다면서요. 나한테 저 하늘의 별을 노래해주세요”라는 곤혹스러운 부탁까지 했고.창졸간에 맞이한 인도에서의 데이트는 재론의 여지없이 즐거웠다. 음식이 담긴 접시와 술병을 모두 비우고 숙소까지 그녀를 에스코트했다. 바래다준 게 고마웠던지 프란시가 기자의 뺨에 입을 맞추었다. 그게 유럽식 인사라는 것을 알면서도 기분이 좋은 건 어쩔 수 없었다.함피를 떠나야하는 날이 왔다. 풍광이 취기를 부르는 묘한 경험을 했던 며칠. `몽롱한 상태`가 아님에도 폐허를 통해 확인한 장엄함. 술기운보다 강렬한 `그 무엇`이 기자를 이 도시로 다시 돌아오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급속도로 팽창하는 자본의 맹렬한 기세도, 세련됐지만 인간본연의 모습에선 멀어질 수밖에 없게 만드는 문명의 그물도 여기만은 피해갔으면 하는 바람. 그건 과한 욕심이었을지도 모른다. 허나, 분명 그때 심정은 그랬다. 프랭키와의 이별은 서운하고도 안타까웠다. 엄마와 할머니, 여동생을 먹여 살리며 일찍 철든 열여덟 소년. 그를 짓누르는 삶의 무게를 덜어내 줄 수 없다는 사실에 자괴감이 왔다. 함피를 출발해 뱅갈로르(Bengaluru)로 가는 버스는 해가 저문 후에 있었기에 그와 저녁을 먹기로 했다.호텔에서 체크아웃을 끝내고 내려오니 로비에 프랭키가 기다리고 있다. “뭘 먹고 싶으냐”고 물으니 “아무거나 좋아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긴, 프랭키는 기자와 함께 다닌 사흘 내내 자기 의견이나 주장을 내세운 적이 없었다.뱅갈로르행(行) 버스표도 프랭키가 예매해준 것이었다. 자기가 차의 정확한 출발시간과 발차 장소를 알고 있으니, 걱정 말고 편하게 밥 먹고 술도 한잔 마시란다. 술 좋아하는 기자의 라이프스타일까지 알아서 챙겨주는 기특함이라니.프랭키의 오토릭샤는 몇 분 만에 인근 호텔 야외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가다가 우연히 만난 프랭키의 친구 한 명도 합석했다. 오늘 헤어지면 이 소년가장을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이것저것 맛있는 걸 좀 많이 사주고 싶은데, 프랭키와 친구 둘 모두 겨우 감자튀김과 시원찮은 빵 쪼가리만을 먹겠단다. 맡겨두면 안 되겠다싶어 기자가 메뉴판을 뺏어들고 마구잡이로 3~4개쯤의 요리를 주문했다. 당연지사 맥주와 위스키도 가져오라고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의 기자는 인도요리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었고, 뭘 모를 땐 비싼 걸 시키면 그 값어치만큼 맛있을 것이라는 어림짐작만이 있었을 뿐이다. 그 `어림짐작`은 크게 틀리지 않아 한 개의 요리를 제외하고는 다 먹을 만했다. 프랭키와 친구도 자기네들 접시에 덜어주는 음식을 넙죽넙죽 잘 먹는다. 속으로 웃으며 혼잣말을 했다.“이렇게 맛있게 먹을 거면서 왜 얌전을 빼고 그래.”기자는 위스키를, 그들은 맥주를 마시며 닭고기와 양고기, 이름을 알 수 없는 민물생선으로 만든 요리를 즐겼다. 해가 진 호스펫 거리는 행인들로 북적거렸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번잡함과 소음도 익숙해져서인지 싫지 않았다.이윽고 식사가 끝나고 뱅갈로르로 향하는 차에 올랐다. 버스터미널까지 따라 나온 프랭키가 오래오래 손을 흔들어주었다. 돌아보니 그 표정이 슬퍼보였다. 그와의 작별이 피붙이와의 헤어짐인 듯 기자의 가슴도 저려왔다.▲ 베나울림 해변 식당에서 `더치페이` 문제로 함께 웃었던 인도계 프랑스인 살리나.인도에서 경험한 `더치페이`인도 서남부 베나울림 해변. 바다 위로 떨어지는 석양이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흔드는 곳. 오두막 형태로 만든 숙소에는 기자 외에도 이탈리아 할머니, 스물다섯 살 프랑스 여자 카일라, 인도에서 태어났지만 생의 80% 이상을 유럽에서 보낸 인도계 프랑스인 살리나가 묵고 있었다.모두 제각각 혼자 여행 중인 4명의 이방인들이 외로움을 핑계로 맥주 한잔을 나누며 친해졌다. 국적과 인종에 관계없이 웃는 얼굴로 서로를 대했지만, 살아온 환경이 다른 만큼 생활에서의 에티켓은 판이했다. 특히 `더치페이`(각자 내기) 문제.다음 일정이 모두 다른 넷이 버스표를 예매하기 위해 시내로 걸어나갔다. 5월의 남인도는 거리에 내놓은 계란이 익어버릴 정도로 덥다. 그래서 숙소로 돌아올 땐 택시를 탔다. 한국 돈으로 대략 1천500원 정도의 요금이 나왔다.큰돈이 아니기에 동승한 여자들에게 택시비를 나눠 내자고 말하기는 싫었다. 해서 흔쾌히 운전사에게 돈을 지불했다. 그런데, 이건 뭔가. 택시에서 내린 여자 셋이 저마다 지갑을 꺼내더니 5루피(약 100원)짜리 동전까지 꼼꼼히 계산해 내민다. 얼굴이 후끈 달아올랐다.“함께 탄 택시비 정도는 혼자 내는 게 한국 사내들의 매너고, 숙녀들을 위한 배려”라고 설득하느라 애를 먹었다. 살리나는 한참을 “나눠서 내야하는데, 나도 돈 있는데...”라고 중얼거렸고. 유사한 사건(?)은 또 있었다. 네 사람이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갔을 때다. 채식주의자인 카일라는 샐러드와 맥주를, 이탈리아 할머니는 통밀빵과 오렌지주스를, 살리나는 닭고기볶음밥을, 기자는 새우구이에 인도산 럼(Rum)을 마셨다. 식사가 끝나고 계산을 할 때 실랑이가 벌어졌다. 그들 몰래 기자가 음식 값을 지불해버린 게 빌미였다. 넷이 먹은 걸 모두 합해도 1만원이 조금 넘었을 뿐인데, “받아라” “안 받겠다”는 이야기가 수차례 반복됐다. 결국엔 모두의 웃음으로 마무리된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여행에서 돌아와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니 “잘했다. 사나이가 옹졸하게 그걸 받으면 안 되지”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었고, “각자 나눠 내는 게 그들의 문화인데 존중해주지 그랬냐”라며 타박하는 이들도 있었다.혼자 떠나는 여행이 매력적인 건 지금껏 모르고 살아왔던 사람들을 만나 이렇듯 판이한 문화를 경험해 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어쨌건 기자는 인도에서 `더치페이`의 곤혹스러움과 즐거움을 제대로 배웠다.사진제공/송선호/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6-11-25

“우리나라 원전 내진설계 기준 충분… 안전성에도 문제 없어”

9·12 경주 지진 이후 원전 밀집지인 경북동해안에서 원자력 안전성에 대한 첫 공론의 장이 마련됐다. 원자력시설 안전성의 현주소를 파악하고 원자력 부산물 처리 방안을 모색하는 `2016 경북에너지포럼`이 24일 경주 보문단지 내 KT 경주수련관에서 개최됐다.`원자력시설, 지진에 안전한가`란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는 포항, 울산, 경주, 영덕, 울진 등 5개 지자체 관계자와 시·도·군의원을 비롯해 포항공대, 한동대, 동국대 등 학계 관계자들도 대거 참석해 지역 최대 관심사인 원전 안전성에 대한 관심을 반영했다. 토론회는 한동대 장순흥 총장의 `원자력 안전과 지진`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전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인 김무환 포항공대 교수가 좌장을 맡아 박동일 산업통상지원부 원전환경과장, 한국원자력연구원 황용수 박사, 방창준 한수원 내진기술부장 등 전문가 3명이 차례로 나서 주제 발표를 했다. 이어 주제 발표자 3명과 김규태 동국대 교수, 박주완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기술연구소장, 이동은 경주시의회 원전특위부위원장 등 6명의 종합토론과 시민들의 질응응답의 시간이 이어졌다. ▲ 장순흥 한동대 총장“원전, 최대 지진 규모 7까지 견딜 수 있어”장순흥 한동대 총장원자력과 관련해 사람들이 모르거나 잘못 알고 있는 정보를 정확하고 명확하게 알리고자 이 자리에 참석했다. 세계적으로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전기 분야에 한정해 사용하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원자력은 석탄, LPG, 수력 등 다른 에너지와 비교해 사망자가 발생한 사고가 없어 위험도가 낮은 편이다.원자력 발전의 가장 큰 장애물은 잔열 제거 문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중대사고로 번진 이유는 쓰나미로 잔열 제거에 필요한 전기펌프 시설까지 물에 잠겼기 때문이다.우리나라는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수행하고 최대 지진 규모 7까지 견딜 수 있는 정도로 설계돼 있다.전세계의 원자력 발전소는 사망 위험도의 안전 기준에 부합하며 안전하다. 우리나라의 원자로 설계 하에서는 체르노빌 사고와 같은 외부로의 즉각적인 대량 방사선 누출이 일어날 수 없다. 역사지진과 계기지진에 근거해 7이상의 지진 발생 가능성도 작다.지진에 대한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로 현재의 원전 내진 설계 기준은 충분하며 안전성에도 문제가 없었다. 만약 7이상의 지진이 예상되면, 설계 보강을 수행하면 된다.종합토론·질의응답△ 김규태 동국대 교수 = 원자력에 대해 논의할 때 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주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용어로 순화해 수평적인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과학 용어사용을 자제하는 것이다. 이는 주민들의 눈높이 맞춰 소통해야 안심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와 일반 시민이 지닌 정보의 양과 지식수준이 다르므로 그 간격을 좁히는 데 우선 용어사용부터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 지자체가 나서 수평적인 대화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박주완 코라드기술연구소장 = 폐기물 관리사업을 시행하는데 운반이나 영구처분 시설을 개발하기 위한 안전성도 우선 확보해야 한다. 안전성과 운영기술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적합한 부지를 선정하고, 처리용기 및 시설 설계, 건설운용 기술 마련 등이 진행될 수 있다. 실제 처분시설과 유사한 환경에서 안정성 평가를 시행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동안 운반저장 분야에서는 용기 개발에 집중해왔다. 앞으로 한수원과 연계해 표준화된 시스템과 운반저장용기 개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더불어 한미협정에 기반한 취약한 기술 확보 노력도 요구된다. 부적합지역부터 배제 후 광역적인 지질환경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영구처리를 위한 기술평가를 진행해야 한다. 적합성 평가를 위한 기준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지질자원연구원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지하시설에 필요한 부분도 공동 추진할 방안이다. 이와 함께 국제원자력기구에 연구인력을 파견하고 로드맵을 세워 RD연구 계획을 수립할 방안이다.△이동은 경주시의회 원전특위부위원장 = 원자력 사고는 어떤 천재지변보다도 임직원들의 실수로 인해 방사능 유출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실제로 연구원이 안전수칙을 잘 지키지 않아 폭발사고가 발생한 경우도 있었다. 원자력의 위험 요인은 바로 내부에 있다고 볼 수 있다.따라서 한수원 직원들은 유사시를 대비해 보다 투철한 사명감과 자부심을 갖고 업무에 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업무시스템부터 변화가 필요하다. 스펙보다 인성 위주로 직원 채용하고, 1년에 최소한 3차례 이상 시민대피 훈련을 시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특히 고준위 핵폐기장 건설에 필요한 예산으로 친환경적인 대체에너지 개발에 힘써야 한다. 차세대에너지, 형광물질개발 등 대체에너지 개발에 보다 많은 예산을 투입해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야 할 때이다. 이번 기회에 자체 시스템부터 정비하고 바꿔나가길 제안한다.발제▲ 박동일 산자부 원전환경과장“사용후 핵연료 한시적 관리방안 마련해야”박동일 산자부 원전환경과장현재 국내에서 가동 중인 원자력발전소 24기에서 발생하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은 원전내 저장시설에서 관리하고 있다.지난해 12월말 기준 중수로형 40만8천797다발, 경수로형 1만6천297다발의 방폐물이 발생했다. 국내 유일의 중수로형 원전인 월성원전은 저장용량 49만9천632다발의 81.8%가 채워진 상태이며 경수로형 원전인 한빛원전 63.1%, 한울원전 68.7%, 고리원전 86.4%로 가동된지 얼마안된 신월성원전(12.3%)을 제외하고는 모든 원전이 60%가 넘는 저장량을 나타내고 있다. 향후 발생량을 전망하면 현재 가동중인 원전 24기에 향후 계획된 12기까지 추가해 2016년 이후 경수로형 7만3천110다발, 중수로형 25만5천840다발이 발생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수로형 저장시설은 2019년부터 포화가 예상되고 경수로형은 2024년부터 저장량을 감당하기 힘들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고준위방폐물 관리방안이 시급한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이유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는 지난해 6월 고준위방폐물 안전관리 세부절차 등을 제시한 권고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정부는 이를 전폭적으로 수용해 지난 7월 정부차원의 관리 기본계획으로 수립했다. 기본계획안에 따르면 정부의 주요추진과제는 △국내외 관리시설 부지확보 △안전성이 입증된 관리시설 적기확보 △고준위방폐물 관리기술 지속개발 △국민과 함께하는 방폐물 안전관리 △중간저장시설, 지하연구시설, 연구처분시설 등 관리시설 투자계획 등이 있다. 이와함께 원전내 사용후 핵연료 한시적관리방안을 마련해 중간저장시설 확보시점 이전까지 추가 저장시설을 확충·대비해야 한다.▲ 황용수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처리과정 추가땐 효과적 폐기물 관리 가능” 황용수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최근 경주 지진 사태로 원전에 대한 국민과 지역사회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악례 때문이다.이러한 반향은 존중돼야 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과 구체적인 기술 개발을 비롯한 쌍방향 소통이 현재 수준보다 적극적으로 수행돼야 한다. 원자력 발전을 둘러싼 현안은 안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와 함께 원자력 발전의 부산물로 발생한 사용 후 핵연료와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안전한 관리도 중차대한 사안이다.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은 경주에 건설돼 운영 중이다. 반면 사용 후 핵연료는 매년 상당량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원자로 건설 시 부속 시설로 건설된 수조에 저장하는 것을 근간으로 삼고 있다. 사용 후 핵연료의 근본적 최종 관리 방안은 영구 처분이다. 사용 후 핵연료를 일정 기간 저장 후 별도로 재활용하는 경우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로, 아니면 일정 기간 저장 후 사용 후 핵연료 형태로 안정한 심부 지하 암반에 최종 처분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현재 국내 원전 폐기물 처분 연구계는 사용 후 핵연료가 발생한 후 40년 전후로 최종 처분하는 것을 목표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원자력 연구계가 심혈을 기울여 도전폐는 파이로 프로세싱과 같은 추가적인 처리 과정을 도입하면 많은 방사성 붕괴열을 발생하는 특정 핵물질을 분리해 독립적으로 보관·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효과적인 폐기물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방창준 한수원 내진기술부장“全원전 `스트레스 테스트`로 안전확보에 최선”방창준 한수원 내진기술부장지난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은 규모 9.0으로 미야기현 동쪽 앞바다 해저(깊이 24km)에서 발생했다. 당시 지진에 의한 소내전력의 상실로 진앙지로부터 반경 160km에 위치한 후쿠시마현의 다이치 원전의 EDG(비상디젤발전기·Emergency Diesel Generator)가 가동됐으며 주요 안전설비에 대한 손상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피해가 발생한 것은 해일로 인해 외부전원이 단절돼 총 6기중 4개호기의 냉각기능이 상실된 것이다.진앙지로부터 반경 130km 내에 위치한 오니가와 원전의 경우 해안방벽이 있어 해일에 의한 피해는 입지 않았다. 당시 비안전등급의 일부 구조물과 기기가 파손됐으나 발전소가 자동으로 정지됐고 안전정지상태를 유지했다.오기나와 원전의 계측값은 1호기 원자로건물기초의 경우 0.6g로 계측돼 설계기준(0.54g)을 초과했고 2, 3호기도 설계기준을 초과했다. 하지만 지진 해일이 발생하자 지역 주민들은 인근에서 가장 안전한 오나가와 원전으로 대피했다.지난 9월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의 진앙지와 월성원전의 거리는 28km에 불과하지만, 월성원전 계측값은 0.098g로 나타났다. 이 지진에 의한 월성원전 부지의 지반가속도는 0.098g로 내진설계값인 0.2g의 절반 수준으로 안전성에 미친 영향은 없다. 월성 1~4호기는 운전기준지진(OBE) 설계응답스펙트럼 초과로 안전점검을 위해 순차적으로 수동정지했고 점검결과 이상이 없었다. 이와 함께 전 원전에 대한 스트레스테스트를 추진해 안전 확보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박동혁·안찬규·김민정·이바름기자

2016-11-25

경주·울산·포항 `해오름동맹` 잇는 화해와 기회의 강

위기는 기회와 함께 찾아온다는 말은 2016년 한해 형산강에 딱 들어맞는 경우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올해는 많은 희비가 교차했었다. `신라 천년의 젖줄`이라는 영광의 수식어에도 불구하고 70~80년대 산업화와 도시화를 거치면서 오염과 시민의 무관심 속에 버려졌던 형산강에게 올해는 화려하게 부활한 한해였다. 국비까지 지원된 형산강 프로젝트의 일부 사업은 이미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목재 데크를 설치하는데 매달리는 개발 위주의 사업이 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상당수 계획은 생태와 인문학적 면모를 보완해 한층 세련되게 개선되는 좋은 선례를 남겼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성과는 강의 위 아래에 위치해 불편한 이웃이었던 경주와 포항이 형산강을 매개로 손을 잡고 협력하는 화해의 강이 됐다는 점이다. 여기에 울산-포항 고속도로 개통에 즈음해 울산광역시까지 가세해 해오름동맹까지 출범했다. 하지만 형산강에 위기의 상처도 쓰라렸다.수은 재첩 파문은 형산강을 여전히 장밋빛 희망에 대한 기대만으로 대해서는 안 된다는 시련의 교훈을 주기도 했다.형산강의 완벽한 부활은 생태적 온전함을 담보하지 않으면 빈껍데기에 불과함을 다시 인식해야 할 것이다.총 1조원 규모 생태환경 보존·치수사업 추진역사·문화·생태 활용한 8대 전략과제 발굴내년부터 47개 사업 본격 가시화환동해경제권 중심도시 주도적 역할 기대□ 총 1조원 규모 형산강 프로젝트강은 수많은 생명이 함께 살아가는 광대한 생명의 보고이다. 인류의 문명은 강에서 시작됐고, 새로운 문명과 문화가 만들어지는 변화의 중심에 강이 늘 존재했다. 형산강은 유구한 신라천년의 역사 문화를 간직한 채 포항과 경주를 지나 영일만으로 흘러, 포항시민의 삶의 애환과 기쁨이 담겨 있는 삶의 터전이자 대한민국 산업화를 일구어 낸 `영일만 기적`의 한 주역이다.이처럼 우리의 소중한 젖줄인 형산강을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지속 가능한 개발을 통한 친수, 생명, 문화의 강으로 재창조해 미래세대를 위한 희망으로 건강하게 물려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다.이러한 공감과 인식하에 민선 6기 출범과 함께 포항시와 경주시는 형산강을 친수공간으로 공동 개발해 상생발전의 성장동력으로 활용하는 `형산강 프로젝트`를 경북도의 적극적인 지원하에 의욕적으로 추진, 민간부문 시민참여형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등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지역 간 상생발전의 새로운 지평을 연 `형산강 프로젝트`는 지난해 국책기관인 국토연구원에서 지역 상생발전 기본구상 연구를 통해 형산강의 역사, 문화산업, 생태자원을 활용한 8대 전략과제, 47개 사업을 발굴했으며 전체 예산규모는 1조원에 이른다. □ 포항 구간 내년 17개 사업 추진총 예산 중 포항시 구간의 예산은 5천억원 규모로 올해 13개 사업 158억원의 예산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시는 내년 17개 사업 596억원을 목표로 국·도비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포항~경주 지역 상생발전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포항시 연일읍 유강리에서 경주시 양동마을까지 두 지역을 연결하는 `상생로드(자전거 길) 개설사업`이 오는 25일 역사적인 연결식을 앞두고 있다.포항시 남구 상대동 일원에 들어설 `형산강 수상레저타운`은 내년까지 총사업비 90억을 투입해 형산강 물길을 따라 수상레포츠 교육시설 및 체험인프라 구축을 통한 도시순환형 레저관광 시설로 조성키로 했다.또 `형산강 에코생태탐방로`는 멸종위기 1급 조류 월동지로 유명한 연일읍 중명리~유강리 일원 형산강 하류를 중심으로 조성된다.내년까지 총사업비 35억을 투입해 생태환경전망대와 생태환경 해설판 등을 설치한다. 조성이 완료되면 서식조류 생태환경 보호와 함께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의 생태체험학습장으로 각광받을 전망이다.이 밖에도 자전거도로와 연계해 랜드마크 역할을 할 `형산강 상생인도교(150억, 16~18)`, 새로운 생태환경 관광자원으로 활용될 `친환경 생태테마랜드(150억, 17~19)`, 호국역사체험 교육의 장으로 조성되는 `학도의용군 호국문화길(10억, 16~17)`, 포항의 옛 부조장터와 경주 양동마을을 잇는 `형산 신부조장터 공원 및 뱃길 복원사업(90억, 17~19)` 등은 적극적인 국·도비 예산 확보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가시화될 전망이다.□ 생태 복원사업 강화최근 이슈화된 형산강 수질문제와 관련해 시민들의 깊은 우려를 불식시키고 형산강을 생명과 문화의 강으로 재창조하기 위한 `형산강 생태복원 종합계획`도 수립됐다.시는 이미 추진 중인 `형산강 프로젝트`에도 생태환경 보전사업을 보완해 환경과 경제가 상생하는 고부가가치 공간으로 조성함으로써 시민들에게 친숙하고 생명이 넘치는 수변 환경을 제공하는데 역점을 두고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또 형산강 환경개선을 위한 `형산강 퇴적토 준설사업`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중앙부처와 긴밀히 협의해 국비확보에 박차를 가한다.`형산강 하구 및 철강공단 하수관거 정비`, `공단 비점오염 저감 완충저류시설 설치`, `형산강 퇴적물 측정망 운영지점 증설` 등도 적극적으로 추진해 수질개선에 총력을 기울인다. 특히 이같은 수질환경 개선사업은 실행력을 높이고자 기존 `형산강 프로젝트`에 포함해 추진, 형산강 생태복원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동시에 견인한다. □ 민·관 협력에도 역점포항시는 지역 상생협력의 대표적인 롤모델로서 지역경제활성화의 새로운 모멘텀인 `형산강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시민들의 의견도 적극적으로 수렴한다. 또 산학민관이 합심해 형산강의 지속 가능한 발전은 물론 생태적으로 쾌적하고 건강한 하천을 조성하도록 적극적인 가교역할을 펼칠 계획이다.이강덕 포항시장은 “형산강은 강의 공동 활용을 통한 새로운 지역개발사업의 한 전형으로 시작해 울산과 경주, 포항을 이어주는 화해와 기회의 강으로서 전국적인 모범사례로 진화하고 있다”면서 “올 한해 확인한 성과와 문제점들을 면밀히 분석해 내년에 더 사업을 촘촘하게 보완하고 개선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이처럼 `형산강 프로젝트`는 형산강이 보유한 자원을 활용한 전략적인 지역발전의 성장동력 거점화의 계기가 되는 것은 물론, 인근 시군과의 상생을 지속적으로 이어줄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2016-11-23

영양고추로 버무린 맛있는 김장축제… 20억 경제유발 효과

`사람은 어머니 음식으로 처음 길들여지는 법이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자 고향맛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고들빼기 김치다.`  -한국 음식문화를 다룬 만화 `식객`의 저자 허영만.`빛깔찬 영양김장축제` 성료4만여명 국내·외 관광객 찾아직접만드는 김장체험 큰 인기고추·배추 등 농가홍보 효과도 더 이상 단순한 먹을거리가 아닌, 한국의 대표적인 음식문화인 김치. 한국인의 밥상에서 빠져서는 안 될 김치의 맛을 제대로 보여준 축제가 있어 화제다. 최근 영양에게 개최된 `2016 빛깔찬 영양김장축제`에 4만여 명의 관광객들과 외국인들이 찾아 한국의 맛에 흠뻑 빠졌다. 이번 축제는 주민화합의 장으로 거듭났다는 평가 속에 지난 15일부터 시작된 6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20일 성대하게 막을 내렸다.`2016 빛깔찬 영양김장축제`는 배추김치만의 단조로움을 보완하고자 영양군여성단체협의회(회장 이엄숙)에서 준비한 다양한 김치(고들빼기, 무말랭이, 깻잎김치, 파김치) 및 장아찌를 판매하는 등 새로운 시도로 방문객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어냈다.영양군의 대표 특산물인 영양고추를 홍보하기 위해 영양토종고추(수비초), 다복고추로 만든 김치를 내놓아 시식회 등에서 영양고춧가루와 영양김치의 우수성을 알렸고, 매콤한 영양만의 김치를 통해 체험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도 받았다. 올해는 개막 첫날 5천여 명을 시작으로 관광객 4만여 명이 축제장을 찾아 김장체험을 했고, 이는 현장김치 구매로 이어져 20억원의 경제유발효과가 발생했다.또한, 올해 행사에는 관내 배추작목반, 절임배추 작목반의 참여로 지역고랭지 채소농가도 상당한 홍보효과를 누렸다. 이를 통해 농가소득도 적지 않게 올릴 수 있었다는 평가다. 이번 김장축제에서 가장 큰 인기를 모은 것은 `김치담그기 체험행사`였다. 1인당 1만원의 저렴한 체험비로 관광객들과 함께한 이 프로그램은 실질적으로 김치 담그는 방법을 알 수 있게 해준 행사로 유치원 어린이부터 중장년층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인기를 끌었다.지난 17일에는 수비초등학교 병설유치원 어린이들과 중앙초등학교 학생, 영양중학교 학생과 학부모 및 교직원들이 함께 김장에 담겨 있는 조상들의 지혜와 슬기에 대해 공부하고, 김장체험을 하는 의미 있는 시간도 마련됐다. 이번 김장 체험학습에 참여한 중앙초등학교 5학년 한 학생은 “평소 집과 학교에서 즐겨먹는 김치에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는 것이 신기했으며, 어머니와 같이 양념을 직접 바르고 김장을 해보면서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을 느낄 수 있었다”라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19일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한류스타 이상윤 씨가 함께한 김장체험도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날 체험행사에는 중국인 관광객 400여명이 참여해 축제 분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이번 김장체험은 한국의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영양군을 방문한 대규모 중국관광객에게 영양군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또한, 세계 속의 한국음식으로 각광받고 있는 김치를 직접 만들어보고 시식하는 기회를 통해 중국인들에게 한국의 음식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와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거리도 제공했다. 주민화합을 위해 준비한 `읍·면의 날` 행사도 주목받았다. 수비면을 시작으로 일월면까지 6개 읍·면이 행사를 통해 관광객들에게는 볼거리를 제공하고, 주민들에게는 화합의 장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축제 마지막 날인 20일에는 봉사단체 회원과 축제 참여자들이 김장담그기 체험행사 후 직접 만든 김장김치를 “지역 소외계층들의 따뜻한 겨울나기를 위해 사용해 달라”며 관내 봉사단체에 전달해 추운 겨울날 이웃과 함께하는 나눔문화 조성의 장이 되었다.지난 2013년부터 새로 마련된 `빛깔찬 영양김장축제`는 토종고추인 수비초, 칠성초의 복원과 영양지역에서만 재배되는 다복고추의 품질을 전국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번 축제와 관련해 권영택 영양군수는 “영양고추를 바탕으로 한 영양김치의 산업화, 명품화, 차별화를 통해 지역농민의 소득향상과 생산동기를 확대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향후 평가보고회 등을 통한 다양한 의견 수렴으로 빛깔찬 영양김장축제를 영양군 겨울 대표축제로 만들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이에 덧붙여 권 군수는 “영양이라는 이름만으로도 품질을 인정받는 양념과 맛있는 영양배추가 어울린 환상의 영양김치를 꼭 기억해 두셨다가 내년에도 축제에 많이 참여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인터뷰로 정리한`빛깔찬 영양김장축제`- 올해 빛깔찬 영양김장축제가 예년에 비해 달라진 점은?`김치담그기 체험행사`를 강화하고 가족단위 체험장을 신설했다. 이는 가족과 어린이들이 현장에서 판매되는 절임배추와 양념을 이용해 체험행사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기 위해서였다.-영양김치만의 장점은 무엇인가?`빛깔찬 영양김장축제`에 사용되는 고춧가루는 위생처리된 영양고춧가루를 100% 사용해 맛뿐만 아니라 위생과 안전성 면에서도 최고를 자부한다. 영양지역의 토양은 식양토로 고추 재배에 알맞고, 산간고랭지의 지리적 환경도 영양고추의 우수성에 기여하고 있다. 축제에 사용되는 배추 또한 산간고랭지에서 재배돼 영양가와 당도가 높고 아삭아삭하다.-빛깔찬 영양김장축제의 기대효과는?기존의 산나물, 고추뿐만 아니라 영양 고랭지 채소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농산물 직거래 활성화를 통해 농가소득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고의 품질과 명성을 자랑하는 `영양고추`와 `고랭지배추`를 주재료로 한 건강 발효식품 영양김치로 지역농산물의 우수성을 알려나갈 것이다.-향후 축제의 추진방향은?영양의 겨울을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다양한 고객의 입맛에 맞춘 김치를 개발하고, 엄선된 재료선택과 관리를 통해 영양만의 맛을 낼 수 있는 김치를 개발할 계획이다. 또, 주민들이 주관하고 행정기관에서는 뒷받침하는 민간주도형 축제로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다./장유수기자 jang7775@kbmaeil.com

2016-11-22

“포항시·해병대는 공동운명체”

▲ 서상문 고려대학교 연구교수포항과 해병대는 어미 닭과 병아리의 관계로 비유될 수 있다. `줄탁동기`과정을 거친 피붙이 같은 운명공동체다. 줄탁동기란 불교의 깨침과 득도 수단의 하나인 공안(公案) 가운데 하나다. 병아리가 알에서 부화돼 나오기 위해서는 병아리와 어미닭이 알의 안과 밖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는 뜻이다. 어미닭이 밖에서 알을 쪼아주어 부화된 병아리가 껍질을 깨고 바깥으로 쉽게 나오도록 도와주는 것을 말한다. 둘 사이에 어떤 일이든 혼자만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는 관계를 말한다.市·해병대 협력, 동반 성장비행장·철도·항만 시설 등군사전략적 입지조건 갖춰전 세계적 신속 임무 수행해병대의 `최강 조직` 자랑포항시민이나 해병인이라면 이 관계를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포항은 지속적으로 변화해오고 있지만, 앞으로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철강 위주에서 탈피한 산업의 다양화는 중요한 과제이지만, 허물기보다 보존의 개념으로, 개발만능에서 벗어나 자연 생태계와 인간이 상호 공존하는 쪽이 바람직하다.해병대도 부단히 발전적으로 변화해가고 있다. 세계 군사강국들이 추진하고 있는 21세기형 현대 해병대의 발전 방향은 정규전 이외에도 다양하고 복수의 임무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쪽으로 가고 있는 추세를 따라가고 있다. 위협의 다양화, 비대칭화, 비선형화라는 오늘날의 안보환경 하에 국가 혹은 비국가 집단들은 군사혁신을 통한 무기, 장비의 다양화 및 첨단과학화,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WMD)의 위협 증가에 대응하는데 해병대가 가장 적절한 부대로 평가되고 있다. 예를 들어 다양한 전투경험을 토대로 제4세대 전쟁(The 4th Generation War)과 대반란전(counter insurgency) 교리를 정립하는 식으로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미국의 해병대가 좋은 본보기다. 우리 해병대는 국가 전략기동부대로서 병력은 적지만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가장 신속하게 병력과 장비를 투사해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최강의 조직으로 평가 받고 있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반도국가의 특성상 해병대는 서해-남해-동해를 잇는 U자형 전략방어 부대로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훈련돼 실제로 그에 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해병대가 `국방 119`, `작지만 강한 군대`로 일컬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하지만 해병대의 발전 방향을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제압능력의 제고에만 국한시킬 게 아니다. 시야를 넓혀 점증하고 있는 동북아 역내 중국, 일본 등의 군사력 증강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대비하게 해야 한다. 가장 시급한 과제로 병력이 최소 3만3천명 정도로 편제될 필요가 있다.또 이에 걸맞게 1개 연대급에 불과한 해병의 상륙함 전력도 최소 현재 보다 3배 이상 증강돼야 한다. 이 문제는 육·해·공군 간의 병력 배분의 합리적이고 대국적인 재조정문제와 맞물려 있다. 2020년대 초 완성을 목표로 창설 중에 있는 해병항공단을 앞당겨 조기 작전 투입이 가능토록 할 것도 고려할만하다. 이는 기존 지상전 위주의 전쟁에서 해상전과 공중전의 중요성이 더해지는 현대전 추세에 부합하기 위한 자연스런 요구다. 하지만 이는 해병대 예산이 전체 국방비 예산 중 겨우 1%에 불과한 현실에서는 요원하기만 하다. 오늘날 해병대가 전국민의 사랑을 받으면서 최강의 강군으로 성장하게 된 것은 해병대의 터전인 포항시민의 애정어린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상보적인 줄탁동기 같은 공동운명체의 관계에 있는 해병대가 무너지면 포항도 무너질 뿐만 아니라 국가 전역이 무너질 수도 있다. 반대로 군사전략적 관점에서 해병대가 웅지를 틀 수 있는 입지조건으로 비행장, 철도, 항만을 다 갖추고 있는 포항만한 곳도 없다. 따라서 대지가 어머니라면 인간은 대지의 아들이듯이 어미 닭이 병아리를 보듬고 있는 형국의 운명공동체인 포항과 해병대의 미래는 지속적인 상호 신뢰와 사랑의 농도에 달려 있다. 포항시민과 해병대인이여, 서로 믿고 뜨겁게 사랑할지어다!

2016-11-21

“아낌없는 청년지원 정책이 지역 경쟁력 살려낸다”

연애, 외모관리, 인간관계, 결혼은 물론 출산까지 모두 포기한 `N포 세대`는 우리나라 청년들의 슬픈 자화상이다. 극자본주의(hyper-capitalism) 국가로 불리는 우리나라는 대부분 청년문제가 실업부터 비롯된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돈을 벌지 못하고,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고용절벽이 악화할수록 청년들의 시름은 깊어간다.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은 지난 9월 기준 9.4%를 기록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더 심각하다. 실업률을 산정하는 경제활동인구에 학생, 취업·공무원 준비생, 비경제활동인구(취업을 포기한 사람) 등은 포함하지 않기 때문이다. 청년 비경제활동인구를 일컫는 `니트족(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Tranning)`을 포함하면 청년실업률이 30%를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안정적인 사회복지가 정착된 유럽은 어떨까. 최근 여러 유럽국가에서도 청년실업이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지만, 청년지원정책이 우수한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최하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공동취재단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주정부와 경제관광자치행정국 과장을 만나 청년지원정책을 취재했다.□ 잘츠부르크는…오스트리아 주정부 9개 중 하나인 잘츠부르크는 알프스산맥을 끼고 있어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베토벤, 하이든 등과 함께 빈 고전파를 대표하는 작곡가 모차르트의 고향이기도 하다. 1965년 개봉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The Sound Of Music)` 촬영지는 현재까지도 수많은 영화팬이 찾고 있다. 이곳의 인구는 약 54만명이지만, 연간 숙박 관광객만 무려 100만명이 넘는 오스트리아 대표 관광지다. 잘츠부르크 도심으로 들어서면 트램웨이(Tramway)와 비슷한 유선 전기버스가 가장 먼저 들어온다. 전기버스와 연결되는 전깃줄이 건물 사이사이에 거미줄처럼 얽혀 장관을 이룬다. 오래된 건물과 전기버스라는 신구 조화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풍경이다.잘츠부르크는 관광산업을 중심으로, 중소기업이 주를 이루는 산업구조다. 레드불 등 대기업으로 불리는 업체도 있지만, 극소수다. 엘리베이터 부품이나 자동차 엔진 부품 등 정밀공업이 우수해 가장 많은 수출을 하고 있으며, 건축산업과 나무산업도 발달했다. 최근 잘츠부르크 청년들이 많이 취업하고 성장하는 분야는 멀티미디어, 창의산업 등이다. 오스트리아 전체 실업률은 지난해 기준 5.9%를 기록, 잘츠부르크는 이보다 더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청년실업률은 따로 집계하지는 않지만, 전체 실업률보다 낮은 수준으로 주정부는 판단하고 있다.15년전부터 교육지원금 `빌둥셰이크` 자체 도입구직·재교육 원하는 청년 연간 5천명 혜택 받아대학생·소수민족 어학지원금 등 교육비 지원 다양100가지 넘는 마이스터 자격시험도 적극 지원우수한 청년지원 정책들, 실업률 낮추고 경제활성화 효과인력양성으로 지역기업 키우고 주정부 재정도 살 찌워□ `청년문제 청정국가` 오스트리아 지원 정책잘츠부르크는 오스트리아 주정부 9개 중 하나로 오스트리아 연방정부의 정책을 따른다. 더 큰 테두리로는 유럽연합의 관리를 받는다. 잘츠부르크 주정부가 단독으로 지원하는 예산은 한정적이지만 주거·건축 관련 지원금과 교육지원금 등 다양한 지원이 이뤄진다.오스트리아는 가족형편과 소득수준 등을 고려해 지원금을 지급한다. 19세까지 모든 아이들을 대상으로 가족지원금(아동수당)을 지원하는데, 아동 1인당 나이에 따라 연간 최소 147만8천원에서 최대 202만9천원까지 받을 수 있다. 자취를 하며 대학을 다니거나 부모가 일찍 사망한 경우, 4년 이상 단독세대로 직업활동을 했을 때에는 월 최대 84만5천원을 받을 수 있다. 일반 대학생들은 월 59만5천원의 지원금이 주어진다. 아이가 있을 경우에는 가족지원금는 별도로 양육수당을 받는다. 아이 1명당 14만원 수준이다.각종 지원금을 받으려면 대학입학 후 학점 등을 제출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이 따른다. 교육지원금을 상환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다른 유럽국가들보다 뛰어난 부분이다. 잘츠부르크는 연방정부 차원의 지원 외에도 별도로 세금을 부과해 재원을 직접 마련, 젊은 세대들이 집을 사거나 지을 때 비용의 일부를 지원한다. 주택지원금도 연방정부 지원금과 마찬가지로 어려운 사람에게 더 많이 지원된다. 미혼모·미혼부를 비롯해 신혼부부, 아이가 많은 가정일 경우 좀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다. 태양열 발전 등 친환경에너지를 이용한 주택은 더 많은 지원을 받는다. 주택지원금 재원은 주민들로부터 급여의 일정 비율을 주택건축을 위한 부담금으로 거둬들이고 있다.슈테판 마이어 잘츠부르크 주정부 대변인은 “잘츠부르크는 연방정부나 지방정부에서 청년취업을 유도하는 다양한 지원정책이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주정부도 청년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을 항상 고민하고 실현하고 있다”면서 “지역 청년들이 느끼는 삶의 질에 대한 만족도도 각종 설문을 통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애향심도 강하다”고 강조했다.□ 잘츠부르크 주정부 차원 교육지원금 `빌둥셰이크`유럽연합 국가들은 대부분 청년에게 현금을 지급한다. 각 국가가 정한 연령까지 재산이나 소득 여부와 관계 없이 양육수당을 지원한다. 교육도 대부분 무상으로 받을 수 있다. 대학진학보다는 기술을 배우고자 하는 청년들은 자격취득교육지원법의 지원을 받는다. 특히 잘츠부르크는 지역 청년들을 대상으로 `빌둥셰이크`라는 교육지원금을 지원한다. 이 제도는 잘츠부르크 주정부가 15년 전 자체적으로 도입했다. 새로운 일자리를 찾거나 재교육(보수교육)을 원하는 사람 등 누구나 자격취득을 하고 싶다면 지원할 수 있다. 주정부는 연간 5천여명을 선정해 교육비를 지원하는데, 이는 대학생 지원금이나 기존 실업교육과 관련한 지원금 정책과는 별도로 운영된다. 이와는 반대로 대학진학을 목표로 하는 직장인도 대학 시험을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금을 준다. 외국인노동자나 소수민족 출신이 독일어를 배우도록 지원하는 `독일어 어학 지원금`도 있다. 화물자동차 운전 자격시험을 비롯한 일반기술에도 교육비를 지원한다.2년 전부터는 마이스터(장인) 자격시험도 지원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값비싼 가격 때문에 서민들이 장인 자격취득에 어려움을 겪자 지원정책을 손본 것. 오스트리아는 기술이 필요한 개인 사업을 하려면 무조건 마이스터 자격증이 필요하다. 열쇠 수리공도 자격증이 없으면 할 수 없고, 회사 사장이 되려면 직종과 관련한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장인 자격증 종류만도 100가지가 넘는다.▲ 크리스티안 잘러트마이어 잘츠부르크 경제관광자치행정국 과장이 공동기획취재단에게 청년지원정책을 설명하고 있다.장인 자격시험 지원은 교육비용 50% 제공을 기본 원칙으로 한다. 자기부담금이 전혀 없으면 제도를 악용해 취미로 교육을 받는 사람이 생기기 때문이다. 4년을 기준으로 1인당 최대 900유로까지 지원받을 수 있으며, 20살이 지나도록 직업교육을 전혀 받지 못했던 사람과 50세 이상은 1천250유로까지 받을 수 있다. 시험 응시료는 이와는 별도로 2천유로까지 지원된다.연간 주정부 교육지원금 총 예산은 250만유로 정도다. 지난해 교육지원금을 받은 사람은 19세 이하 125명, 19~45세 3천470명, 45세 이상 382명 등 총 5천명으로 나타났다. 잘츠부르크 주민 약 1%가 매년 혜택을 보는 셈이다.잘츠부르크 주정부 관계자는 청년들을 위한 아낌없는 지원정책이 실업률을 낮추는 것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와 주정부 재정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크리스티안 잘러트마이어 경제관광자치행정국 과장은 “지난 15년간 교육지원금을 지원했는데, 매년 주민 1%가 교육지원금을 받았으니 현재까지 인구 15%가 혜택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또 “지역 기업들이 장인 자격증을 가진 인력이 필요하고 선호하는데, 이를 주정부가 지원해 좋은 인력을 양성하면 지역에 더 많은 기업체가 들어올 것이고, 더 많은 인력을 채용할 수 있다”면서 “기업이 활성화되면 지역 경제도 함께 좋아지고 장인 자격증을 소지한 고급 인력들은 더 많은 월급을 받아 다시 세금을 내기 때문에 주정부 재정으로 다시 순환된다”고 설명했다./안찬규기자 ack@kbmaeil.com※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2016-11-21

50개 나라를 홀로 여행한 열아홉 청년을 만나다

함피에서 눈 뜬 세 번째 날. 어디선가 스멀스멀 익숙한 향기가 몰려온다. 이건 뭔가? 맞다. 밥 짓는 냄새다. 그랬다. 기억의 회로 저편 멀리에도 엄마가 “탕탕” 도마 두드리고, 조개에 구수한 된장 풀어 아침을 준비하던 향기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건 애틋한 그리움의 영역이다.집 떠난지 1년… 언제 돌아갈지 모르는 캐나다 청년과의 추억아침을 제공하는 말리기호텔 레스토랑은 1층에 있는데, 4층 기자의 방까지 휘몰아쳐오는 쌀 익어가는 향기. 그것 때문에 잠을 깼다.아직은 선선한 이국의 아침 바람을 맞으며 프랭키가 운전하는 오토릭샤에 올랐다. 겨우 통닭 한 마리 사준 걸 두고 “엄마가 당신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라고 했다”며 웃는 프랭키. 덩달아 웃게 되니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20여 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비탈라사원(Vitthala Temple). 오늘 함피여행은 여기서부터 시작하는 모양이다. 입구엔 아주 당당하게 `인도인 10루피(200원), 외국인 250루피(5천원)`란 푯말이 우뚝 서있다. 그래, 이게 정당한 거다. 재벌의 100만원과 노동자의 100만원은 절대적 가치에 있어선 동일하나, 상대적 가치는 판이한 법. 가끔은 `바가지`를 쓰고도 웃어야할 때가 있는 법이다.입장료를 지불하고 사원에 들어섰다. 찌는 듯한 날씨 탓에 기자 외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혼자 두리번거리며 왕이 탔다는 거대한 석조마차와 두드리면 실로폰 소리가 난다는 신전(神殿)의 기둥을 기웃거리고 있는데, 저 멀리 백인 여자 하나가 가쁜 숨을 내쉬며 나타난다.“사진 한 장만 찍어주실래요?”“저도 혼자인데 잘 됐네요. 제 셔터도 한번 눌러주세요.”이렇게 시작된 스물두 살 독일 소녀 프란시와의 대화는 그늘로 자리를 옮겨 제법 오래 계속됐다.기자의 한국어판 `론리 플래닛`(가이드북)과 그녀의 독일어판 `론리 플래닛`을 펴놓고, “이거 똑 같네”라며 낄낄대다가, “너 어디 사냐?” “아저씨는 뭐하는 사람이냐?”로 이어지던 대화 끝에 그녀가 치과대학에 다닌다는 걸 알게 됐고, 여행을 좋아하던 오빠가 젊은 나이에 죽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됐다. 제 오빠가 살아있을 때 이집트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당신이랑 닮았다”고 한다. 우뚝한 코에 짙은 눈썹, 거기에 꿈꾸는 녹색 눈동자까지 프란시의 오빠는 전형적인 게르만 사내였다. 대체 백인과 황인이 어디가 닮았다는 건지. 그러나, 그 말이 싫지 않았다.두 달 전 독일을 출발해 인도를 거쳐, 태국과 베트남까지 6개월쯤 여행할 것이라는 프란시에게 차가운 생수 하나를 사주며 “저녁을 함께 먹자”고 제의하니, 망설임 없이 좋단다. 저녁에 숙소 앞으로 데리러간다는 약속을 했다.그녀를 보내고 프랭키가 안내하는 유적과 박물관, 호수 등을 구경하다보니 어느새 점심 먹을 때가 됐다. 프랭키와 그의 친구 서너 명을 불러 함께 밥을 먹었다. 역시 혼자 하는 식사보단 `어울리는 밥상`이 좋고, 얻어먹는 밥보단 사는 밥이 훨씬 맛있다. 점심을 먹은 후 프랭키는 집에 가서 쉬라고 돌려보낸 후 함피에서 가장 유명한 레스토랑 `망고트리`에 갔다. 바나나나무가 가득한 숲 한가운데 위치한 카페였다. 망고트리는 시원하고 쾌적했다. 차가운 음료수를 주문하고 그물침대에 누워 한국에서 가지고간 이성복 시집을 뒤적거렸다. 이렇듯 `즐거운 독서`가 얼마만인가. 명민했던 문학평론가 김현(1942~1990)이 죽기 전 몇 년 동안 쓴 일기를 묶은 책 제목은 `행복한 책읽기`였다.`행복한 책읽기`를 하다 뒤를 돌아보니 눈동자가 사파이어처럼 새파란 어린 친구 하나가 혼자 앉아 망중한을 즐기는 중이다. 시선이 마주쳐 미소를 보냈더니, 저도 “하이!”라며 씩 웃는다.앞에 놓인 테이블에 아무 것도 없기에 “날 더운데 뭘 좀 마셔”라고 권하며 콜라와 싸구려 샌드위치를 사줬다.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그는 캐나다에서 온 열아홉 청년이었다. 집을 떠난 지 벌써 1년이 넘었고, 언제 돌아갈지는 자기도 모른단다. 게다가, 이런 정처 없는 장기여행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었다. 한국이라면 고등학교 3학년쯤 되는 나이. 이처럼 스케일 큰 여행을 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왜냐하면, 어떤 한국 부모가 입시를 앞둔 자녀에게 무한정의 자유를 허락하겠는가. 그래서, 물었다. “너희 부모는 네가 사는 방식에 관해 아무 말 안 하니?”“아버지와 엄마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이건 내 삶이잖아요”라는 똑 부러지는 대답이 돌아왔다.이제껏 그 열아홉 청년이 여행한 곳은 대략 50여 개 나라. 지구 위에 존재하는 국가의 25%에 육박하는 숫자다.믿기지 않았지만, 믿지 않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겨우 열아홉임에도 삶에 대해 한없이 `열려있는 태도`를 가진 아이였다. 현재 한국에 살고 있는 모든 열아홉 청춘들의 삶이 불쌍해졌다. 영어단어와 수학공식의 암기에만 목을 매달아야 하는 그들은 자신의 삶을 자유의지로 다스려가는 이 캐나다 청년이 얼마나 부러울까.세상의 모든 곳을 돌아본다고, 세상의 모든 것을 알게 되는 것은 아니다. 허나, 분명한 것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 비해 보다 지혜로운 삶을 살아갈 확률은 훨씬 높다. 많지 않은 나이에 제 삶의 방식과 지향을 스스로 선택해 의연히 그 길을 걸어가는 모습. 참으로 근사했다.그 옛날, 타히티를 찾아낸 영국의 항해가 제임스 쿡 제독이 그랬던 것처럼 해도(海圖) 없는 바다를 향해 용감하게 닻을 올린 열아홉 캐나다 청년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앞으로도 네 영혼이 시키는 대로 살아가라”고 격려해주고 싶었다.시원찮은 영어로 손짓과 발짓을 섞어 그와 적지 않은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덧 해가 저물고 있었다. 프란시와 약속한 저녁 데이트에 가야할 시간이었다. 인도 아기들의 커다란 눈을 보면…인간은 누구나 마찬가지다. 자신에게 결핍되거나 결락돼 있는 것을 부러워한다. 그건 인지상정이다.조금은 천박한 표현일 수 있지만, 돈을 가지지 못한 자는 부자를 부러워하고, 여행을 하고 싶지만 여러 여건 때문에 다녀보지 못한 이는 여행자를 동경한다. 또, 여자는 남자를, 남자는 여자를 서로가 궁금해 하고 다른 성(性)으로 살아보고 싶어 한다.기자의 경우엔 뭐가 결핍돼 있을까? 어떤 결락이 빈 가슴을 더욱 춥고 쓸쓸하게 하는가. 답은 멀리 있지 않았다. 기억도 나지 않는 아주 오래 전 일찌감치 폐기처분한 순수와 무구함.살아갈수록 세상사 때가 더 진하게 묻어갈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시간들. 그걸 생각하면 아득해지고 그럴 때면 아이들이 순정한 눈동자를 보며 위로를 얻는다.아무 것도 바라는 것이 없는 눈빛은 텅 비어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기들의 눈 속엔 티끌 한 점으로 시작된 인류의 시원(始原)이 보인다. 윤대녕의 소설 한 대목을 빌리자면 “존재의 시원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의 몸짓”이 읽힌다. 해서 기자는 아이들이 부럽다. 1개월의 인도여행에서 많은 아이들을 만났다. 뭄바이 거리에서 구걸을 하는 소녀와 바지를 사러 들어간 함피 옷가게 주인의 두 딸, 제 아버지와 기자가 이야기하는 잠시잠깐을 참지 못해 칭얼대던 귀여운 남매까지. 그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눈동자를 들여다보면서 내내 부끄러웠다. 시인 서정주는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바람/나는 아무 것도 뉘우치지 않을란다”라며 지나온 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선언했지만, 기자는 그렇지 못했다. 자꾸만 잘못 살아온 것 같아 편치 않은 마음이 울렁거렸다.모두가 조카들처럼 예쁜 그 아기들을 부둥켜 안아주고 싶었다. 그처럼 순정한 포옹 속에서 기자의 오만과 선입견, 자만과 탁한 욕망을 털어내고 싶었다. 세상 어느 `어른`도 가지지 못한 순진과 무구 그리고, 순수함을 지니고도 결코 거들먹거리지 않는 아기들의 겸양. 비록 그게 의도하지 않은 것이라 해도 아기들의 눈망울은 세상 무엇보다 아름답다. 다시 한 번 인도여행에서 찍은 사진을 꺼내 아이들의 눈동자와 만난다.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는 다짐과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기 힘들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사진제공/송선호

2016-11-18

“기본소득네트워크 도입이 청년실업 돌파구 될 수 있어”

오스트리아는 우리나라 국민에게 친숙한 나라는 아니다. 많은 사람이 오스트리아와 오스트레일리아(호주)를 혼동하기 마련이다. 오스트리아는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가 태어난 나라로,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 이승만의 아내 프란체스카 도너(Francesca Donner)도 그 출신이다.유럽 대륙 중앙에 있는 이 나라는 중도통합형 복지국가로 영미식 신자유주의나 북유럽식 보편적 복지보다는 실용적인 복지국가 모델을 도입해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도 세계 18위를 기록하는 등 소득수준이 높다. 국가 실업률은 `선진국 클럽`으로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에서도 최하위권이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공동취재기획단은 오스트리아 수도 빈과 잘츠부르크를 찾아 기본소득네트워크와 선진 청년 지원정책을 취재했다.출생부터 사망까지 기본소득 보장 주장부자·상위 10% 계층 증세로 재원 마련2006년 시작 2018년 국회에 시민청원 목표현재 유럽 전역 25개 네트워크가 운영오스트리아사회주의청년연맹 실업 최소화 운동기업에 총매출액 대비 세금 부과 세원 확보주 30시간 노동 단축은 질병·의료비 감소더 많은 일자리 더많은 사람에 제공 가능□중도통합형 복지국가 오스트리아오스트리아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황제의 나라로 서구의 변방과 동서의 교차로에 있다. 오스트리아의 수도인 빈(Vienna)은 19세기 말 유럽 최고의 도시로 꼽혔다. 인근 유럽 국가들보다 자유주의와 산업화, 민주화가 늦게 진행됐고, 현재까지도 엘리트주의적 정치문화가 남아 있다. 아돌프 히틀러가 태어난 나라로, 세계대전 가해 세력으로 분류돼 제2차 세계대전 후 연합국의 분할 신탁통치를 거쳤다.자본주의체제와 사회주의체제 사이에서 생존을 위해 중립을 선택했으며, 화해와 타협, 조정과 중재, 점진주의와 실용주의, 융합과 재창조 등을 모형으로 한다.중도통합형 복지국가인 오스트리아는 개인 소득의 40% 이상을 세금으로 걷는다. 이는 가족지원금, 취학아동 양육수당, 실업수당, 출산수당, 연금 등 복지재원으로 사용된다. 일반 의료비가 무료이며, 25세까지 교육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특히 직업교육을 받는 학생이나 성인에게도 직업교육지원금을 지급한다.□기본소득 붐(boom) 이뤄오스트리아를 포함한 유럽국가에서는 국가가 재산의 많고 적음이나 근로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매월 생활을 충분히 보장하는 수준의 소득을 무조건 지급해야 한다는 기본소득보장 운동이 활발하다.클라우스 삼보(79) 오스트리아 기본소득네트워크 회장은 “기본소득 도입이 청년실업을 해결하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오스트리아 기본소득네트워크는 2006년 공식 출범했다. 기본소득 도입과 관련한 홍보물을 만들어 배부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현재 5천여명으로부터 도입찬성 서명을 받아냈다. 오는 2018년 오스트리아 국회에 기본소득 도입 시민청원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유럽연합 차원으로는 7개 이상의 나라에서 100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유럽연합의회에 청원하고 2020년 도입을 목표로 한다.지난 2014년 1차 청원 운동을 진행했으나, 6개국에서 30만명의 서명을 받는데 머물러, 청원에 실패했다. 이후 꾸준한 활동으로 기본소득 운동을 확산했고, 현재는 유럽 전역에 25개 기본소득네트워크가 운영돼 전망을 밝히고 있다.기본소득네트워크는 기복소득이 인간의 기본권으로, 출생부터 사망까지 기본소득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건 없는 기본소득 보장 △보편적인 기본소득 보장 △개인을 기반으로 하는 소득 보장 △최소생계를 보장할 수 있는 기본소득 보장 등 4가지를 기본원칙으로 삼고 있다.기본소득을 도입하려면 가장 큰 걸림돌이 재원 마련이다. 그들은 부자증세로 국가 양극화 현상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위 10% 계층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해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한다는 것.▲ 클라우스 삼보(79) 오스트리아 기본소득네트워크 회장.클라우스 삼보 회장은 “청년 모두에게 동등한 조건으로 공부하고,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하려면 기본소득 도입이 필요하다”면서 “상위층이 누리는 혜택이 분산되는 것이 청년문제 해결의 단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또 그는 “지난 5월 비엔나대학교 경제학과 학생을 상대로 기본소득 관련 특강을 했는데, 2천여명이 몰릴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며 “6월에도 전국 40개 지역에서 천여명의 청년들이 기존 정치에 불만을 느끼고 주거와 일자리 창출 등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청년들의 사회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반증이다”고 말했다.한편, 독일에서는 기본소득 캠페인으로 `마인 그룬트아인콤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54명에게 1년간 월 1천 유로(약 128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있다.□오스트리아 청년들이 말하는 `청년문제`오스트리아 사회주의청년연맹 율리아 헤르(23·여) 의장과 돌란트 플락히(23) 대변인은 낮은 최저임금, 비싼 집값, 난민 문제 등을 청년 삶의 어려움으로 꼽았다.사회주의청년연맹은 현재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이하 사민당) 산하 청년조직으로 120년 역사를 자랑한다. 현재는 오스트리아 16~22세 청년 7만여명이 가입해 활동한다. 연맹은 사민당의 산하 조직이지만 그들의 정책과 입장이 다를 때는 철저히 반대의견을 내기도 하는 독립된 조직이다.오스트리아 청년실업률은 세계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그들은 실업률을 더 줄이고자 다양한 운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 연맹이 추진하는 청년문제해결을 위한 운동은 `가치창출 부담금`과 `주당 30시간으로 노동시간 단축` 도입이다.`가치창출 부담금`은 집권당이 추진 중인 정책으로 가치가 창출되는 곳에서 세금을 내게 하는 재원확보 방안이다.율리아 헤르 의장은 “소수 고용주가 대부분의 일자리를 쥐고 많은 부를 축적하고 있지만,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해외로 도피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오스트리아의 세율이 높다 보니 회사나 주거지를 룩셈부르크나 아일랜드 등 세율이 낮은 곳으로 옮긴다”고 실태를 지적했다.이어 “재원을 허투루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가치창출 부담금`을 도입해 기업 총매출액(순수익) 대비 일정액을 세금으로 내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오스트리아에선 현재 법적 노동시간이 주당 40시간, 산업별노동조합과 사용자 간 단체협약상으로는 주당 38.6시간이지만, 잔업이 많아서 통상 법적 노동시간을 웃돌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높고 노동집약적 산업이 아니라 노동시간을 단축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연맹의 주장이다. 노동시간을 단축해야 스트레스도 줄고 질병이 적어져 오히려 의료비 등 복지비용 부담이 줄어든다고 전망했다. 또 일자리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할 수 있어 실업률도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연맹은 여성과 남성 간 임금 차별을 없애기 위한 노력도 펼치고 있다.그는 “오스트리아는 일자리가 적은 건 아니지만, 급여 등 좋은 조건의 직장을 구하는 것이 청년들의 고민”이라며 “청년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문제를 느끼는 청년들이 직접 지적하고, 해결방안을 연구해 국가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2016-11-14

일찍 철든 소년의 넓은 등을 보던 날

아침 일찍부터 소년 오토릭샤 운전수 프랭키와 성스러운 고대도시 함피의 유적들을 둘러봤다. 이슬람과 힌두세력이 각축을 벌이며 서로 대립한 탓에 상당수 유물과 유적이 손상된 상태로 남아있었지만, 함피는 파괴된 폐허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무너진 바위 하나하나에 담긴 역사의 흔적들이 여행자를 매료시켰다.무너진 바위에 새겨진 함피의 역사…폐허 속에서도 아름다움 빛나오토릭샤 가이드 소년 프랭키의 초대로 인도가족들과 만나할머니와 엄마·여동생과 조그만 방 한칸서 생활하는 소년가장가난으로 일찍 철든 소년 프랭키의 미소에 기자의 삶 되돌아 봐인도사람들처럼 걸쭉한 카레와 밀가루빵으로 점심을 먹고 오후가 되니 `살인적인 더위`가 함피의 폐허를 뒤덮었다. 길거리에 줄지어 드러누운 개들의 혀가 힘없이 늘어져 있었다. 날씨 탓인지 잠이 쏟아졌다. 프랭키에게 “호스펫의 호텔로 돌아가자”고 부탁했다. “나머지 유적과 좋은 경치는 내일 안내해다오. 대신 오늘 약속한 가이드 비용 500루피는 지금 주겠다”고 하니 싫어하는 눈치가 아니다. 기자를 데리고 다니지 않으면 오후엔 다른 손님을 태워 영업을 할 수 있을 것 아닌가. 건네는 지폐를 “마지막 날 받아도 된다”며 사양하는 프랭키를 호텔 앞에서 돌려보내고 객실로 올라와 달콤한 낮잠에 들었다. 꿈도 없는 평화로운 잠이었다.해질 무렵 일어나 로비로 나가니 프랭키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집으로 놀러가기로 약속을 한 것이다. 인도 사람 집에 초대받은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프랭키가 운전하는 오토릭샤 뒤에 타고 땅거미가 어둑하게 내리는 호스펫 시내를 지나 구불구불한 비포장도로를 한참 달렸다.프랭키의 집은 북적거리는 시장 어귀에 자리 잡고 있었다. LG전자에서 생산한 낡은 텔레비전과 반짝반짝 윤이 나게 닦인 스테인리스 그릇이 차곡차곡 포개져있는 조그만 방 한 칸과 손바닥만한 마당이 집의 전부였다. 프랭키는 거기서 할머니, 엄마, 여동생과 함께 살고 있었다.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일찍 세상을 떠났고, 인도에선 여자들이 돈을 벌기가 쉽지 않아 자기가 오토릭샤를 끌고 다니며 버는 돈으로 가족의 생활비를 충당한다는 프랭키의 설명이 이어졌다. 릭샤도 자기 것이 아니라 임대한 것이기에 수입의 절반 이상은 릭샤 주인에게 줘야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만약 기자가 프랭키와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어땠을까? 웃으며 세상을 살아갈 수 있었을까? 아마 그렇지 못했을 것이다. 나이를 마흔여섯이나 먹었음에도 기자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누구를 책임지거나, 먹여 살려본 적이 없다. 결혼을 하지 않았으니 부양할 아내와 아이들이 없고, 부모 또한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남의 도움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으니까.그럼에도 기자는 매일같이 벌어지는 선후배,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드러내놓고 불만을 터뜨리곤 했다. “왜 나는 독일산 고급승용차와 100평짜리 주상복합아파트를 가진 부자로 태어나지 못한 거냐?”가난은 소년을 일찍 철들게 한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남기고 간 3명의 여자를 최소한 불행하지 않게는 해줘야한다”는 열여덟 소년 프랭키의 말에 기자는 부끄러워졌다. 어린 나이에 짊어지기엔 지나치게 무거운 삶의 무게 혹은, 가혹한 운명을 기꺼이 감수하고 사는 소년. 그런 상황에서도 착한 웃음을 지을 줄 아는 프랭키는 지금 생각해보면 기자의 스승이기도 했다.프랭키의 엄마가 들어간 설탕의 양을 가늠할 수조차 없이 달디 단 홍차와 인도 과자를 내왔다. 일종의 손님 접대였을 것이다. 기자는 초콜릿이나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한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사양할 수는 없는 일. 그건 상대방의 자존심을 상하게 만드는 행위일 수도 있다. 겨우겨우 설탕물 같은 홍차 한 잔을 어렵게 비워내니, 프랭키의 엄마가 묻는다. “맛있나? 한 잔 더 가져올 테니 마셔라.” 표정관리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또 마실 수밖에 없었다. 사발 크기에 가까운 커다란 잔으로 홍차를 연거푸 마시고나니 평소 1년 먹을 설탕을 30분 만에 해치운 느낌이었다. 아랫배가 살살 아플 정도였다.프랭키의 할머니는 뭐가 그리 수줍은지 기자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그러면서도 눈이 마주칠 때마다 웃는다. 손자의 웃음과 닮은 오밀조밀한 예쁜 미소다.남의 집에 초대받아 가면서 아무 것도 들고 가지 않은 게 영 어색해 “딸에게 통닭이나 한 마리 튀겨주세요”라며 500루피(약 1만원)를 내미는데, 프랭키 엄마는 이를 몇 차례나 마다했다. 억지로 손에 쥐어주며 “착한 아드님과 건강하게 사세요”란 작별인사를 전했다. 프랭키의 할머니와 엄마, 여동생은 대문 밖까지 따라 나와 기자가 안 보일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프랭키의 친구가 한다는 이발소에 들렀다. 한국을 떠나올 때 이미 덥수룩하게 자라있던 머리칼을 정리하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이발사가 손에 든 가위가 한국 초등학생들이 색종이나 마분지를 자를 때 쓰던 것과 꼭 같다. 이건 또 무슨 코미디 같은 상황인가. 하지만, 걱정도 잠시뿐. 그 조악한 가위를 사용해 쓱싹쓱싹 잘도 머리칼을 헤집어가며 잘라낸다. 솜씨가 놀랍다. 이래서 `인크레더블 인디아(Incredible India)`인가?거기다 이발이 끝난 후 서비스로 해주는 안마가 시원스럽기 그지없다. “우두둑” 뼈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소리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시원해졌다. 게다가 이발 비용도 저렴하다. 겨우 1천원.상쾌한 기분으로 호텔로 돌아와 프랭키를 돌려보냈다. 종일 이것저것 귀찮게 요구하는 기자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음에도 마지막까지 웃는 얼굴로 “편히 쉬어요”라는 인사를 잊지 않는 그가 더 좋아졌다.160cm가 채 되지 않는 조그만 키에 어깨가 여자애처럼 좁은 프랭키가 타박타박 기자를 등지고 걸어갔다.그의 등이 183cm에 90kg인 기자의 등보다 더 넓어 보였다. 환시(幻視)였다. 그날, 프랭키가 선물한 환시는 자신을 희생하며 가족을 위해 힘겨운 발버둥을 치고 있는 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이었다. 세상 가장 아름다운 열아홉 인도 신부사는 내내 가끔은 기억 속에서 꺼내 볼 아름다운 추억이 된 인도여행.내륙에 위치한 도시 함피가 너무 더웠기에 지친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식히려 영국인들이 만든 휴양도시 우티로 급하게 몸을 숨겼다.위도는 비슷함에도 온도 차이는 무려 30도가 났다. 함피가 섭씨 40도라면 우티의 새벽은 영상 10도. 한기가 느껴져 벽난로를 피워야 할 정도였다.우티가 선물한 시원함과 쾌적함에 다시 힘을 얻어 산세가 아름답기로 소문난 인근마을 쿤누르(coonoor)로 소풍을 갔다. 버스를 타고 한참을 달려가, 오토 릭샤를 대절해 일대를 돌아보고, 해질 무렵 장난감 같은 협궤열차를 타고 돌아오는 당일치기 투어였다. 현지에서 친해진 릭샤왈라들과 의기투합해 10병이 넘는 맥주를 마시고 우티로 돌아오는 길. “칙칙폭폭” 절경 속을 달리는 협궤열차에서 신혼여행을 왔다는 인도인 부부를 만났다. 남편은 26살, 아내는 19살. 하얀 이를 드러내며 착하게 웃는 둘의 얼굴이 더없이 행복해보였다. 말 그대로 파안대소(破顔大笑).기자의 맞은편 자리에 앉은 남편은 낡은 필름카메라를 가지고 있었는데, 아내 사진은 한 장도 안 찍어주고, 내내 바깥 풍경만 찍어대기에 점잖게 한마디 충고했다.“어이, 와이프 사진도 좀 찍어주고 그래야지.”그런데 돌아온 대답이 걸작이다.“이게 24장밖에 안 찍히거든요. 그래서 저 사람 찍어줄 여분이 없어요.”한국에서 결혼해 살고 있는 친구와 후배의 경우라면 아내에게 맞아 죽기 딱 좋을 소리다. 그런데, 그 말을 듣고도 열아홉 어린 아내는 수줍게 웃기만 했다. 부러웠다. 저렇듯 착한 와이프를 얻었으니.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달리다보니 숨어 있던 장난기가 발동했다. 기자의 디지털카메라에 관심을 보이는 남편에게 전격적으로 제의했다.“이봐 새 신랑, 아내 볼에 키스해 봐. 그러면 이 카메라 선물로 줄게.”절대로 할 수 없단다. “인도인은 한국인과 달라요”는 말을 여러 번 반복하며. 한 발 물러섰다. “그럼 손등에라도 해봐.”가만히 웃고만 있던 신부도 손사래를 치며 부끄러워한다.“남편이 원한다고 해도 난 절대로 그럴 수 없어요.”“해봐라”와 “안 된다”를 거듭하며 우리는 오래 알아온 친구들처럼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웃었다. 그 사이 기차는 어느덧 우티역(驛)에 도착했다.“앞으로도 건강하고 착하게 살아야한다”는 진심 어린 축복의 말을 전하며 그 신혼부부와 헤어졌다.물질적 풍요 없이도 서로의 눈동자를 마주보며 마냥 행복해하던 신랑과 신부.그들은 오늘도 선량하고 아름답게 살아가고 있겠지?꼭 그럴 것이라 믿고 싶다.사진제공/송선호/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6-11-11

연애·취업·인간관계·결혼·출산까지 포기 위기의 `N포 세대`에 희망을…

최근 우리나라 청년들은 스스로를 `헬 조선(지옥 같은 한국 사회)`이라는 단어 아래 가둬놓고 희망과 꿈을 포기한 안타까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연애, 취업, 외모관리, 인간관계, 결혼은 물론 출산까지 모두 포기한 `N포 세대` 세태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지난 9월 기준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은 9.4%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관련 통계를 시작한 1999년 이후 최고치다. 당시가 국제통화기금(IMF)의 관리를 받던 외환위기 시절임을 생각하면 현재 청년실업률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알 수 있다. 정부는 매년 약 2조원을 청년실업 대책에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구태의연한 일자리 정책은 청년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지 못하는 실정이다. 본지는 우리나라 청년실업 문제의 심각성과 문제점을 점검하고, 대안을 모색하고자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공동기획취재에 참여했다. 세계적으로 청년지원정책이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독일, 오스트리아 등 유럽 2개국 사례를 통해 성공적인 청년정책 방향을 5회에 걸쳐 제시하고자 한다.청년실업률 지난 9월기준 9.4%10명 중 1명은 `백수`인 셈학생·취준생·취포생 등 포함하면체감 청년실업은 30~40%에 이르러OECD 회원국 중 한국 등 5개국 상승세청년문제 해결 시동 건 경북도올 1월 전국 최초 `청년취업과` 신설`1사-1청년 더 채용하기` 프로젝트도 가동청년일자리 창출 성과 속속 이어져도서관·편의점이 전부인 공시생 4년차알바 편의점서 쪽잠 자며 시험준비`인생역전`은 공무원 임용 뿐이던가…#새벽 4시. 알코올 냄새를 풍기며 해장 음료를 찾는 손님들의 발길도 멈추는 시간이다. 포항 한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생인 이호진(29·가명)씨는 이 시간이 좋다. 온전히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4년째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인 그는 최근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부모님에게 용돈을 받아 쓸 면목이 없어서다.학사모를 쓰고 기뻐했던 기억은 사라진 지 오래다. 그의 첫 일과는 직장이 아닌 도서관 출근이다. 두꺼운 책을 뒤적이다 어둠이 내리면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편의점 계산대를 베개 삼아 쪽잠을 자기도 한다. 그가 누울 수 있는 시간은 3시간 정도. 다람쥐 쳇바퀴 도는 일상이지만, 다른 일은 엄두도 못 낸다. 취업문이 바늘구멍보다 좁기 때문이다. 그는 `인생 역전`을 위한 돌파구는 공무원 임용뿐이라는 일념으로 오늘도 쳇바퀴를 굴리고 있다.중졸 출신인 일명 `흙수저` 20대 청년 어린 나이부터 건설현장 일용직 전전햇빛 그리운 쪽방 벗어날 날은 언제…#김정훈(27·가명)씨는 가난이 싫다. 그는 요즘 흔히 말하는 `흙수저`이다. 홀로 가계를 담당하는 어머니의 부담을 덜고자 고등교육도 마치지 못했다.어린 나이부터 일용직 근로자로 건설현장을 전전했다. 아직 젊은 나이지만 비가 오는 날이면 삭신이 쑤신다. 다른 직장을 구하고 싶지만, `중졸`이라는 이유로 서류지원도 쉽지 않다. 국가가 지원하는 직업교육도 쉽게 받을 수 없다. 하루 벌어 하루를 먹고사는 생활도 8년. 아무리 발버둥쳐도 지독한 가난을 벗어날 수 없다. 최근 경기가 어려워 일거리가 줄면서 기본적인 생활도 어렵다. 그는 햇빛도 잘 들지 않는 쪽방 월세를 걱정하며 하루에도 수십 번씩 `헬조선` 외친다. 대한민국 헌법 제2장 `우리는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으며,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고,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되고, 근로의 권리와 의무를 같이 규정하고 있으며,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다`는 그에게 다른 나라 얘기다.■ 우리나라 청년실업 현주소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은 매달 고용지표를 발표할 때마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다. 지난 9월 기준 9.4%를 기록, 대략 10명 중 1명은 `백수`인 셈이다.그러나 청년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청년실업은 이보다 훨씬 가혹하다. 실업률을 산정하는 경제활동인구에 학생, 취업·공무원 준비생, 비경제활동인구(취업을 포기한 사람) 등은 포함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실제 청년실업률이 30~40%에 이른다고 지적하고 있다.니트(NEET)족 증가도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니트족은 `Not in Education, Employment, Traning`의 약자로 정규교육을 받지도 않고, 노동시장에서도 제외되어 있으며, 취업을 위한 직업훈련에도 참여하지 않는 청년층을 의미한다.2014년 한 조사에서는 청년층(만 15~29세) 950만명 중 취업자와, 학생을 제외한 니트족은 163만명(17.2%)이라고 집계된 바 있다. 특히 니트족은 수입창출이 불가능해 자신의 경제적 어려움은 물론 잠재실업률 상승 때문에 국가 경제성장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각종 일탈행위의 잠재요인으로까지 분석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세계적 문제 `청년실업`청년실업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현재 진행형이다. `선진국 클럽`으로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의 지난해 평균 청년실업률도 11.6%를 기록했다.국가별로는 그리스가 41.3%로 가장 높았고, 스페인(36.7%), 이탈리아(29.9%), 포르투갈(22.8%), 프랑스 (18.9%) 등이 뒤를 이었다.반면 일본은 5.3%를 기록하며 가장 낮았고, 독일(6.5%), 아이슬란드(7.0%), 스위스(7.1%), 멕시코(7.7%), 노르웨이(8.2%), 오스트리아(8.4%), 미국(9.1%) 등도 한국보다 낮은 편에 속했다. 청년 실업률이 상승 추이를 보이는 회원국은 우리나라(0.2%p)를 비롯해 핀란드(1.8%p), 노르웨이(1.5%p), 터키(0.5%p), 네덜란드(0.3%p) 등 5개 나라다.나머지 29개 회원국은 청년 실업률이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하락했다. 청년실업률이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국가는 아일랜드(-3.9%p), 슬로바키아(-3.7%p), 그리스(-3.7%p), 스페인(-3.0%p) 등으로 집계됐다.■ 경북도 청년실업문제 해결 `집중`경북지역 청년실업률은 6월 기준 9.61%로, 일반실업률 3.21%보다 6.4%p 높다. 포항 철강산업과 구미 전자·전기사업 등도 어려움을 겪으며 청년들의 취업길은 더 험난해졌다.지역 인재 유출현상까지 가속화하면서 청년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올해 신도청 시대를 맞은 경북도의 청년 정책은 슬로건 하나로 집약된다. 바로 `경북청년! 일·취·월·장`이다. `일찍 취직해 월급 받아 장가(시집) 가서 부모님께 효도하자`는 내용으로, 청년일자리 1만2천개를 창출하고 이와 동시에 청년 고용률 45%를 달성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특히 도는 청년실업문제 심각성을 인식하고 올해 1월 전국 최초로 `청년취업과`를 신설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청년취업 문제를 노동시장 원리에 맡겨 두기에는 사회적 시급성이 절박하고, 기업과 사회의 동반성장 측면에서 청년고용을 조금이라도 늘리고 숨어 있는 일자리를 찾아내는 데 주력한다는 복안이다.이는 다른 정책보다 청년일자리 창출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김관용 경북지사의 신념에서 시작됐다.`1사(社)-1청년 더 채용하기` 프로젝트도 눈길을 끈다. 도는 올해 3월 7일 상공인, 대학, 경제·노동단체, 지자체 등의 대표와 도민들이 모여 청년일자리 늘리기 범도민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청년 구직자와 도내 우수기업의 연결에 도민 모두가 함께 참여하자는 활성화 운동을 벌이고 있다.각 기관의 대표들과도 경북도 청년고용촉진특별위원회를 별도로 발족해 청년일자리 확충을 위한 장·단기 계획 수립과 정책 개발 자문의 시간을 자주 갖는 등 청년취업 문제 해결에 힘을 보태고 있다.도의 이 같은 노력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6월까지 취업자 145만6천명, 고용률 63.7%를 기록했다. 전국 16개 광역지자체 중 제주에 이어 두 번째 높은 실적이다. 청년 실업률(9.61%)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지만, 다른 지역보다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

2016-11-07

`성스러운 도시`에서 만난 세속의 사람들

고아의 해변을 출발해 함피를 향하는 여정은 밤 10시가 넘어서야 끝이 났다. 인도 내륙에 위치했고, `성스러운 도시`로 불리는 함피로 가는 관문인 호스펫에 도착했다.시내는 늦은 시간임에도 몹시 북적거렸다. 인근 마을을 다녀오는 인도 사람들부터 멀리서 이곳을 찾은 이방의 여행자들, 거기에 장사치들까지 시끌벅적 제 할 일과 제 갈 길을 찾고 있었다.오토릭샤 가이드인 소년가장과 사흘동안 `함피` 여행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허물없이 술잔 나눈 추억들성스러운 도시의 유적군·바위풍경에 넋을 잃기도수천 리 먼 길을 오느라 힘겨웠으니 숙소는 좋은 걸 잡아 편히 쉬며 여독을 풀려고 마음먹었다. 호스펫 버스터미널 인근 `말리기호텔`이 괜찮다는 정보를 얻어들었다. 하루 1000루피(약 2만원)면 시원한 에어컨 아래서 잠들고, 다음 날 수영장도 이용할 수 있다니 나쁘지 않아 보였다.버스에서 내려 호텔을 찾아가는 길. 어리게 보이는 `오토 릭샤`(오토바이를 개조한 인도의 교통수단) 기사 하나가 끈질기게 따라오며 “당신이 여기에 머무는 동안 함피를 안내하는 가이드가 돼주겠다”고 제의했다. 영어도 썩 잘한다. 사람을 예의 바르게 대하고, 눈빛이 살갑기도 해서 정이 갔다. 웃는 얼굴에 침 뱉을 수 없으니 웃으며 되물었다. “그래? 난 사흘쯤 있을 텐데 얼마를 주면 될까?” 그런데, 돌아온 대답이 걸작이다. “당신이 원하는 대로 주면 됩니다.” 그 말이 마음에 들어 “하루에 500루피면 어떠냐”고 물으니, “오토 릭샤로 당신이 원하는 곳을 다 가주고, 내가 아는 멋진 곳도 안내해주겠다”고 한다. 계약은 어렵지 않게 성사됐다.그 소년 운전기사와 사흘 내내 붙어 다니며 친해졌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소년가장이었다. 이름이 `프랭키`라고 했다. 인도 관광안내인들은 본명이 아닌 영어 닉네임을 쓰는 경우가 흔하다.만약 `여행`이 `일상`보다 가치우위의 것으로 정의될 수 있다면 그 이유는 뭘까? 뭐니 뭐니 잡다한 이유를 붙일 수 있겠지만, 기자의 생각엔 새로운 바람의 냄새, 이제껏 보지 못한 바다의 빛깔을 몸으로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싶다.거기에 한 가지 이유를 더하자면 생면부지의 낯선 사람을 친구로 만들어주는 힘을 가졌다는 게 아닐지. 그런 이유로 여행은 일상보다 위대하다. 고아의 바다에서부터 멀고 먼 길을 달려 도착한 함피. 힌두와 이슬람 유적이 곳곳에 산재한 이 고도(古都)는 일상을 벗어난 기자에게 여행이 줄 수 있는 최고치의 즐거움을 선사했다. 함피가 전해준 냄새와 빛깔 모두는 한국과 판이했고, 거기서 만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허물없이 친구가 되는 흔치 않은 기회를 제공해준 것이다.열여덟 운전사 프랭키, 치과의사가 될 스물두 살 독일 소녀 프란시, 50개국을 혼자서 떠돌았다는 열아홉 살 캐나다 청년, 바퀴벌레가 기어다니는 지저분한 주점에서 낮부터 취해있던 술꾼들. 기자는 그들 모두와 새로운 냄새 그리고, 빛깔을 기꺼이 나누어가졌다. 술 혹는, 정(情)에 취해.함피에서 오토 릭샤로 15분 거리에 있는 호스펫 말리기호텔에서 맞은 첫날 아침. 늦잠을 잤다. 흙먼지 가득한 울퉁불퉁한 길을 낡은 버스로 10시간 넘게 달려온 데다 밤에 도착해 술을 너무 많이 마신 것이다.프랭키가 바래다준 호텔에서 체크인을 하고, 생애 가장 시원한 샤워를 했다. 콧속은 황토로 막혀있고, 목덜미 역시 붉은 색깔의 먼지에 뒤덮여 있었다. 새까만 발가락과 손톱 밑에 낀 때는 또 어땠던가. 이것들을 말끔히 씻어내는데 1시간이 넘게 걸렸다. 샤워 후에 시원한 맥주 한잔이 없을 수 있나. 때에 절은 옷은 세탁서비스를 맡기고,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호텔에 딸린 레스토랑 `웨이브`로 가서 닭 가슴살로 만든 스테이크와 인도산 맥주, 여기에 위스키까지 한잔 주문했다.통후추를 듬뿍 뿌린 닭고기 스테이크가 입에 맞았다. 술을 곁들여 천천히 음미했다. 어두워진 호스펫 시내 풍경을 구경하다가 열다섯 살이 안 돼 보이는 레스토랑 막내 웨이터와 친구가 됐다. 그가 한 잔, 한 잔 서빙해주는 양주를 대략 한 병 쯤 마셨다.외로운 여행자의 친구가 되어준 어린 웨이터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한국에서 가져간 소형 플래시를 선물해주고, 취한 채 방에 도착했을 땐 이미 자정이 훌쩍 넘어있었다. 너무 피곤해서 눈알이 흘러내릴 것 같았다. 그러했으니, 늦잠의 이유는 충분했다. 그런데, 깨어난 아침. 잠시 당황했다. 어젯밤 프랭키와의 약속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해가 뜬 후에는 엄청난 속도로 더워지니 일찌감치 아침 8시에 호텔 입구에서 만나 함피를 돌아보자는 프랭키의 제의에 “오케이”라 말했었는데, 벌써 9시 30분이 넘어있었던 것. 세수도 하지 않고 4층 방에서 로비까지 단숨에 뛰어 내려갔다. 아, 미안하게도 기자를 보며 환하게 웃는 프랭키. 그는 약속에 늦은 손님을 기다려준 것이다. “미안하다. 어제 너무 마셔서 늦게 일어났다”고 하니, “괜찮다”며 아무렇지도 않게 응수한다. 7시 30분에 와서 2시간 넘게 기다렸단다. 더 미안해졌다.다시 방으로 올라와 대충 얼굴만 씻고 프랭키가 기다리는 호텔 입구로 부리나케 나갔다. 사과하는 뜻에서 호텔에서 아침을 사주겠다고 하니 한사코 사양했다. 호텔 레스토랑의 비싼 음식을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그럼 일단 함피로 가자. 점심을 사겠다”란 말에 프랭키의 얼굴이 다시 밝아졌다. 오토 릭샤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얼마나 달렸을까. “아…” 감탄사 없이는 형용조차 할 수 없는 함피의 거대한 유적군(群)과 현실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았던 기묘한 바위 무더기가 눈앞에 그 위용을 드러냈다. 조금의 과장을 보태자면 그 풍광에 `기절할 뻔` 했다.보통 사람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삶을 마친 요절한 젊은 시인의 시를 읽은 적이 있다. 그는 아래와 같은 노래를 불렀다. 우울하고 어둡고, 습한 목소리였다.사랑이 지나간 자리는 모두 폐허다부정하려해도 그 폐허가 나를 키웠음에 분명하다내 폐허 위론 또 어떤 꽃이 피어날까. 노점상 할아버지, 건강하시죠?불행인지 다행인지 기자는 할아버지의 얼굴도, 외할아버지의 얼굴도 보지 못했다.두 분 다 내가 태어나기 훨씬 전 요절했기 때문이다. 그 이른 죽음의 이유를 기자는 잘 알지 못한다.청년기를 보낸 일본에서 학교보다 기생집을 더 자주 출입했던 조부는 1944년 가을 아내와 다섯 자식을 거느리고 귀국해 몇 년을 못 살고 사망했다. 돌아가시기 전날에도 폭음을 했고 아침나절 피를 토하며 갔다고 한다.외조부 역시 두주불사(斗酒不辭) 하던 사람이었는데, 그 역시 40대 중반에 돌아가셨단다. 외조부의 성함은 김만두(金萬斗). 쌀이건 콩이건 1만 석을 수확하는 부농(富農)이 되라고 지은 이름 같은데 결국은 이름처럼 살아보지 못했다.그들을 보지 못한 `조부 부재`의 결핍감 때문일까? 기자는 멋있게 나이 든 사내를 좋아한다. 낡은 흑백사진에서 본 할아버지 같기 때문이다. 머리를 올백으로 빗어 넘기고 코트를 챙겨 입거나, 흰색 두루마기를 폼나게 차려 입고 유유자적한 걸음을 걷는 노인들이 근사해보였다.인도를 여행할 때다. 근사하게 늙었다고는 볼 수 없지만, 맘에 꼭 드는 할아버지 한 명을 만났다. 해발 2500m에 건설된 고산도시 우티(Ooty)에서였다. 그는 노점상이었다. 하루 종일 있어봐야 담배 두어 갑과 말린 약초 한 주먹이나 팔까싶은 조그만 길거리 가게. 그 도시에서 머문 3박4일 내내 거기서만 담배를 구입했다. 돌아가신 조부와 외조부가 떠올라서였다. 우티를 떠나던 날. 가게에 들러 담배 20갑을 한꺼번에 샀다. 손을 잡고 “앞으로도 건강하시라”고 인사를 했다. 순간 그 노인의 눈가에 맺히던 물기. 기자 역시 이상스럽게 가슴이 서늘해졌다. 그가 한 번도 보지 못한 기자의 할아버지 같았다. 해괴한 감정 전이였다. 만약 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가 생존해있다면 그들에게 효도했을까? 내 삶의 방식을 다른 시대를 살아온 그들이 이해할 수 있었을까? 기억 밖에 존재하는 두 노인이 보고 싶다. 아니, 지금도 인도 땅 서남쪽 산간마을에서 담배와 약초를 팔고 있을 그 노인까지 합해 세 노인이 보고 싶다. 사람이 태어난다는 것, 늙는다는 것, 병들어 죽는다는 것의 비밀스러움을 기자는 아직 알지 못한다.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이다. 그저 제삿날 조부와 외조부에게 한 것처럼 인도의 노인에게도 들리지 않는 인사만을 겨우 전할 뿐.“어르신, 아픈 데는 없으시죠? 오래오래 건강하셔야 합니다.”사진제공/송선호/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6-11-04

환경변화를 접한 시민들의 평가

구미는 1970~80년대 한국 경제가 급속히 발전할 수 있도록 이끌어 온 대한민국 경제 중심 도시였다. 하지만 경제발전이라는 거대한 명목 아래 구미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은 산업화의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남유진 구미시장은 2006년 시장으로 취임하자마자 `녹색도시`를 위한 일천만 그루 나무심기 운동을 전개했다. 구미시 선산읍이 고향인 남 시장은 구미가 `산업도시`, `회색도시`, `굴뚝도시`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만 인식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10년간 장기프로젝트를 만들어 진행했다. 사업 초기에는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았지만, 남 시장은 뜻을 굽히지 않고, 사업을 구체화·체계화 시키는데 열중했다. 일천만 그루 나무심기 운동이 10년 동안 펼쳐지면서 많은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현재는 전국 지자체 정책 중 가장 우수한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실제 구미는 10년 동안 일천만 그루 나무심기 운동을 진행하면서 외적인 모습과 더불어 도시의 이미지까지 바꾸면서 시민들 삶의 질을 한층 끌어올렸다. 이에 본지는 `구미의 미래, `녹색도시`를 향한 구미 스토리`를 마지막으로 정리하면서 시민들 이야기를 들어봤다.“도시 곳곳마다 펼쳐진 공원 큰 정원을 거니는 것 같아요”쓰레기 넘쳐났던 공원의 대변신시민정서와 삶의 질도 바꿔놨죠□ 박시연(46) 전업주부 봉곡동 주택가에 살고 있는데 집 부근에 공원이 4곳이나 있어요. 3곳은 걸어서 5분도 안 걸리는 거리에 있고, 한 곳은 바로 대문 앞에 위치해 있어요. 둘모아공원이라는 곳인데 아침에 집을 나설 때면 집 앞에 큰 정원이 하나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겨울을 제외하곤 항상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 있어 꼭 우리집을 위한 정원 같거든요. 처음부터 이렇지는 않았어요. 제가 대구에서 살다가 결혼을 하면서 남편과 구미로 왔거든요.당시에는 공원이 없었어요. 지금 공원이 있던 자리에는 항상 쓰레기가 넘쳐났어요. 쓰레기더미로 인해 여름에는 악취와 벌레 때문에 고생이 여간 아니었어요. 그런데 어느날 동네 곳곳의 자투리 공간에 조그마한 공원이 생기기 시작하더군요.처음엔 그냥 그러러니 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동네 분위기도 바뀌고 버려지던 쓰레기도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어요. 정리가 되지 않던 쓰레기더미도 없어지면서 많은 게 바뀌었어요.퇴근 후 밖에 나가기 싫어하던 남편이랑 동네 산책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관계가 더욱 좋아졌으니까요. 사실 저녁이면 쓰레기 냄새로 인해 정말 나가기 싫었거던요.그런데 우리집만 바뀐게 아니었어요. 공원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잘 모르던 동네주민분들도 알게 되고, 지금은 모두 이웃사촌이라는 말처럼 가깝게 지내게 되었어요. 이전에는 인근 가게 주인분들 말고는 아는 사람이 없었거던요.이런 동네 공원들이 일천만그루나무심기운동으로 인해 생겼다는 사실은 솔직히 얼마 전에 알았어요. 나무심기운동을 10년 동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이 사업으로 인해 공원이 많아진 것인지는 잘 몰랐거던요.매년 일천만그루나무심기운동의 일환으로 꽃씨나 묘목을 나눠주면 받아와서 마당에 심어 가꾸기는 했지만, 이 사업으로 집 앞에 공원이 생기고, 냄새 나는 쓰레기가 없어질 거라는 생각은 미처 못했어요.구미시가 진행한 일천만 그루 나무심기 운동은 제가 보기엔 그냥 나무만 일천만그루를 심은 게 아니라 구미시민들의 정서와 삶의 질을 바꿔놓은 것 같아요. 앞으로도 이런 아름다운 정원같은 공원이 계속 생겨나고 지켜지길 바랍니다.“자연 환경이 건강해지니 사람들 마음도 건강해져”더불어 살어가는 법을 가르쳐준진정한 시민운동으로 자리잡아□ 류갑섭(69) 국학기공 경북협회장 구미가 고향은 아니지만 내 청춘을 함께한 곳이다. 1980년대 사업을 위해 이 곳으로 오면서 구미공단은 나에게 우여곡절을 안겨주었고, 나의 피와 땀이 고스란히 스며든, 내 청춘이 깃든 마음의 고향이라고 생각한다.당시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계 경제에 발 맞추느라 자연환경에 대해 신경 쓸 겨를이 사실 없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경제가 발전하고 나라가 풍족해지면서 자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나 또한 그랬다.사업이 잘 풀리지 않으면 산에 올라 명상에 잠겨 복잡한 심경을 정리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산을 좋아하게 됐고, 그 인연으로 구미에서 월산산악회 2대 회장직도 맡게 되었었다. 당시에도 구미는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었다. 낙동강이 도심을 흐르고, 금오산과 천생산, 팔봉산 등의 아름다운 산들로 둘러싸여 있었다.그러던 중 남유진 구미시장이 취임하면서 일천만 그루 나무심기 운동을 한다고 했을 때, 난 정말 반가웠다. 항상 모든 일에 앞서 경제만 생각해 일을 추진하던 다른 시장과 달리 자연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난 자연을 사랑하고 소중히 할 줄 아는 사람이 사회를 정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구미시는 10년 동안 나무를 심고 자연을 아껴오면서 그 약속을 지켰다. 일천만그루나무심기로 인해 구미시의 환경은 너무나 많이 변했다.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공원들이 생겼고, 도시 어디에서도 나무와 숲을 가까이 할 수 있게 되었다. 난 경제전문가는 아니지만, 이러한 것들이 도시 경쟁력이라고 믿는다.10년 동안 나무심기운동을 지켜보면서, 이 운동으로 인해 사람들의 마음가짐도 변했다. 사업 초기, 나무 심을 돈이 있으면 다른 경제분야에 투자하라는 등 일방적으로 비난을 퍼붓던 사람들도 이젠 자연의 고마움을 느끼며 살고 있다.인간은 자연과 더불어 가는 존재다. 한국 경제의 중심도시에서, 또 경제만 생각하고 살던 시민들에게 일천만 그루 나무심기 운동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일깨워줬다.공장에서 일만 하는 사람들이 아닌 자연과 함께 할 줄 아는 사람들. 이들이 바로 구미 시민들이다. 일천만그루나무심기운동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시민들에게 알려준 진정한 시민운동이었다.“일천만그루 나무심기 운동 선배들 뒤이어 제가 앞장서” 발령 후 매일 현장서 업무파악10년 노하우 제대로 익힐겁니다□ 강도윤(30) 구미시 공무원 전 공무원이 된 지 1년밖에 안 된 말 그대로 신참입니다. 그런 신참이 남유진 구미시장님과 공무원 선배들이 10년 동안 진행해온 일천만 그루 나무심기 운동 담당자가 되어 사실 부담감이 상당합니다.일천만 그루 나무심기 운동은 구미시의 최역점 사업이었기에 최고 기량을 갖춘 선배들이 일을 담당해 오면서 조기 달성이라는 큰 업적도 남겼습니다. 그런 중차대한 업무를 저 같은 새내기 공무원이 할 수 있을까하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하지만 저와 일천만 그루 나무심기 운동의 인연도 남다르기에 마음을 고쳐먹고 최선을 다하기로 다짐했습니다. 일천만 그루 나무심기 운동 달성 기념식이 열린 지난해 11월 4일이 저의 공무원 발령일입니다.이날 제2의 일천만 그루 나무심기 운동이 시작된 만큼 이 사업은 저의 공무원 생활과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녹지계로 온 3개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일천만 그루 나무심기 운동에 대한 서류를 분석하고 현장에 나가 업무를 파악했습니다.저의 작은 실수로 인해 10년 동안 쌓아온 선배들의 공로에 누가 될까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선배들 못지 않게 저도 멋지게 일을 해내고 싶은 욕심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일천만 그루 나무심기 운동은 구미에 많은 변화를 불러왔습니다. 도시의 이미지를 변화시키고, 시민들의 인식도 바꿔놓았습니다.이제는 저와 함께 제2의 일천만 그루 나무심기 운동이 시작되는 만큼 이 사업도 시민들에게 공감을 얻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일해볼 생각입니다. 저의 이 자신감이 터무니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에겐 일천만 그루 나무심기 운동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온 선배들이 옆에 있고, 과장님과 계장님이 가르침을 주시고 있기 때문에 자신 있습니다.이제 막 시작하는 공무원 새내기이긴 하지만, 지금 신나게 일하는 방법을 배우고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진행된 일천만 그루 나무심기 운동을 보면서 선배들이 느꼈을 보람과 사명감을 이젠 제가 몸으로 직접 느끼고 있습니다.앞으로의 10년을 저와 함께 할 제2의 일천만 그루 나무심기 운동에도 시민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끝/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16-11-03

대구 국가물산업클러스터 10일 착공 `물산업 허브` 도약

국가물산업클러스터는 2018년 완공을 목표로 오는 11월 10일 착공식을 가지고 대한민국 물산업 허브로서 도약을 본격화한다. 2012년부터 환경부와 함께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 대구국가산업단지 65만㎡에 3천137억원을 투입해 2018년까지 물산업진흥시설과 실증화시설, 기업집적단지를 조성하는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완공되는 2018년까지 61개 물기업을 유치하면 약 4천300억원의 투자유발효과와 3천여명의 신규 고용창출 효과 등으로 지역경제를 견인하는 중요한 미래 신성장동력이 될 전망이다. 물산업클러스터는 물 관련 연구·생산기업 등을 집중 육성해 국내 물 시장 규모를 확대하고, 향후 해외 물 시장 진출을 위한 거점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2018년까지 진흥시설·실증화시설·기업집적단지 조성향후 20~30년내 석유산업 추월하는 국가 핵심산업으로 성장물 관련 연구·생산기업 집중 육성… 미래 신성장동력 역할◇ 2018년 물산업클러스터 완공국가물산업클러스터 내 물산업진흥시설은 물융합 연구동과 워터캠퍼스, 글로벌비즈센터로 조성되며, 물융합연구동에는 물산업진흥원과 기업전용실험실 및 공공기관과 민간연구소가 들어간다.이들 연구시설은 물 산업 연구·개발(RD), 제품 및 기술 인·검증, 기술상용화 등 물산업클러스터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된다. 워터캠퍼스는 DGIST와 경북대 등 지역 중심 대학이 참여해 물산업 전문인력과 기업 맞춤형 재직자 양성 및 교육, 산·학 연계 창업지원 등을 지원하는 곳으로 물 관련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창업지원실, 시제품 생산실, 프로젝트랩 도서관 등이 갖춰진다.실증화시설은 테스트 베드 시설로 실제 플랜트를 건설해 정수장·하수처리장·폐수처리장·재이용처리장, 저탄소 수처리 부품 및 장치기술 고도화 사업, 정보기술(IT)·생명공학기술(BT)·나노기술(NT) 융복합 수처리 기술개발 등 물 관련 기업 수요자에게 신기술 제품의 실험공간을 제공한다.또 대구시는 허브 테스트베드에서 개발된 기술과 제품을 대구 시내 18개 환경시설에서 대규모(3천~7만㎥)로 테스트하게 된다. 기업집적단지에는 역량과 기술력, 실증화시설 활용능력, 경영실적 등을 종합 평가해 기술과 제품이 우수한 기업을 집적할 계획이다.대구시는 2018년 초까지 클러스터의 모든 시설에 대해 가동준비를 할 계획이며, 이에 앞서 산·학·연·관 물산업 전문가 30여명과 함께 내수시장 활성화, 강소기업 육성, 해외시장 진출의 3개 분과를 구성하고 지속적인 토론을 진행해 왔다.또 대토론회를 통해 국가물산업의 내수 활성화전략, 해외시장 진출전략, 물기술 세계표준화정책 등에 대한 정책제안과 대구국가산업단지에 조성되고 있는 물산업 클러스터를 전략적 해외진출 전진기지로 조성하기 위한 다양한 역할에 대해 논의했다.◇ 물산업클러스터에 물 관련 기업 집적기업 및 연구기관이 집적되는 물산업클러스터가 한국의 물산업을 선도할 전진기지로 주목받으며 물 관련 기업들이 모이고 있다.대구시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 현재 물산업클러스터에는 롯데케미칼 외 13개 강소 물기업과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입주를 위한 분양 계약 또는 투자 협약을 체결했으며, 대한민국 국제물주간 기간 중에 (주)진행 등 2개 기업과 추가로 입주계약을 체결했다.국가물산업클러스터에 입주하는 16개 입주기업 중 롯데케미칼 투자액은 500억원, 고용인원은 120명이며, 15개 중소기업의 투자액은 1천79억원, 고용인원은 699명에 이르는 등 총 투자액은 1천579억원, 신규 고용창출은 819명으로 예상된다. 유치면적은 152,261㎡로 전체면적 481,070㎡의 32%이다.이와 함께 대구시는 두산중공업을 비롯해 45개 물기업과 대학, 연구소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타깃기업을 대상으로 기업체를 직접 방문해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물기업체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1호 기업인 롯데케미컬은 연 매출액 8조4천719억원, 고용인원 2천717명으로 멤브레인과 고밀도 폴리에틸렌을 생산하는 업체로 2015년 12월 10일 투자협약에 이어 올해 5월 9일 입주계약 체결, 9월 2일 토지 매입 계약을 체결했으며, 오는 11월 생산공장을 착공해 2017년 11월 준공할 계획이다. 2001년도 대구 달성군에 문을 연 지이테크는 대기·수질환경 전문공사업체로 산업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악취 등을 처리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과 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며, 2007년 베트남을 시작으로 2010년에는 북아프리카 모로코 등 해외 환경시장에 직접 수출을 진행하는 대구지역 최고의 전문 환경시설 업체다.㈜엔바이오컨스는 하수슬러지 건조연료화 분야 국내시장 1위 업체로, 지난해 12월 대구환경공단과 함께 중국 강소필립유한공사와 합자회사를 설립해 중국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했고, 밸브 제조 분야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삼진정밀은 밸브 관련 특허 200여개를 보유하고 지난해부터 방글라데시 다카 상수도본부에 수출을 시작하는 등 북미, 동남아시아 등 세계 35개국으로 밸브를 수출하고 있다.㈜에코셋과 ㈜미드니는 자외선을 이용한 수처리 분야에서 독자적 기술을 보유한 업체이며, ㈜에코셋은 자외선 소독 설비로 국내 최초 미국 캘리포니아주 Title22 인증을 받아 미국·중국·홍콩 등으로 수출하고 있는 우수 중소기업이다.국내 PVC 파이프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PPI평화(주)는 매출액 907억원, 종업원수 85명으로 국내 플라스틱제 배관자재(2040방음관/이음관) 중 유일하게 일본에 수출했으며, 2013년 세계 최초로 아피즈 수도관(100년 이상 수명) 개발, 미국 NSF(미국국립위생규격)인증 획득, 미국 수돗물 공급 1위 업체인 Water America와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미국에 수도관을 수출했다. PPI평화는 최대 100억원을 투자해 9천900㎡ 부지에 신규 생산 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스테인레스 물탱크, 여과기 필터를 제조하는 지역기업 문창은 매출액 111억원, 종업원 24명으로 PE수지가 융착된 스테인레스 물탱크와 STS 보온 일체형 물탱크를 생산하고 있으며, 싱가포르 국제물주간, 미국 물환경연맹 전시회에 참관하는 등 물산업클러스터 1차 입주기업으로 선정됐다.수질·대기분야 환경시설 전문기업인 (주)케이디는 매출액 77억원, 종업원수 28명으로 Bio-SAC공법, S-DAF(와류식 고효율 가압고액 분리장치), BVDS 탈취설비, 비점오염원처리시스템 기술력을 축적했으며, 왕겨와 볏짚을 사용한 생물학적 탈취 방법 및 장치로 미국에 특허등록을 했다.유량계와 수도미터, 스트레이너, 원격검침기 제조업체인 (주)한국유체기술 매출액 64억원, 종업원수 15명으로 KOLAS(국제인증교정기관)로부터 액체유량 분야 국제공인교정기관 자격을 획득했으며, 2011년 최고 벤쳐기업상과 2009년 경북 스타기업상을 수상한 (주)그린텍은 매출액 75억원, 종업원수 22명으로 2015년 CE 인증 취득 및 베트남 법인을 설립했으며 수중 카메라로 미국에서 특허를 등록했다. 교반기 개발 및 생산업체로 국내에 약 5천여대의 교반기를 납품하는 등 국내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주)우진은 매출액 60억원, 종업원수 20명으로 대구환경공단과 공동연구로 고효율 소화조 교반기를 개발하고, 올해 4월 중국 소흥시 수처리발전유한공사와 교반기 2대 무상 시범설치 운영 MOU를 체결했다.스테인리스 폴리에틸렌 복합파이프를 생산하는 (주)금강은 매출액 98억원, 종업원수 35명으로 2015년 9월 포스코와 최대 2만톤 스테인리스 대용량 배수지 공동개발 MOU를 체결했으며, 2004년 5월 SB Watertech GMBH(독일) 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던 (주)진행워터웨이는 세계 63개국에 스케일부스터 생산특허를 등록하는 등 정상급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권영진 시장은 “물산업은 향후 20~30년 내에 석유 산업을 추월해 세계 경제의 중심축이 될 국가 핵심산업”이라며 “클러스터에 입주하는 물관련 강소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이곤영기자 lgy1964@kbmaeil.com

2016-11-02

조국 위해 몸바친 영웅 `5인의 해병`

인터넷 검색창에 `5인의 해병`이라고 치면 가장 먼저 1961년에 개봉한 이 영화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 전쟁영화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이 영화는 당시 엄청난 인기를 구가해 영화제목을 딴 날치기단까지 등장할 정도였다.영화는 군인 아버지를 둔 초임장교가 아버지가 대대장으로 있는 부대에 소대장으로 부임하면서 시작된다. 소대장은 개성이 강한 소대원들과 5인의 해병을 이뤄 북한군의 탄약고를 폭파시키는 위험한 임무를 자원한다. 5명의 해병대원은 적진에 진입해 임무를 완수하지만 소대원 1명을 제외한 4명은 장렬히 전사하고 만다. 숨진 소대장의 시신을 안고 귀환한 소대원은 소대장의 아버지인 대대장에게 소대장이 탈취한 기밀문서와 유품을 전해준다(중략)….1965년 해병1사단 병사 5명적진 침투훈련 임무 중 순직해병대 12m높이 충혼탑 건립과송라면 방석리에 추념비도 세워방문객 위한 환경정비 신경써야□ 영원히 기억해야 할 영웅들임무 수행과정과 대원들의 관계 등이 영화와는 내용에 있어 다소간의 차이를 보이지만, 영화 개봉 4년 후인 1965년 포항에서도 조국을 위해 한 목숨 바친 5인의 해병이 등장했다.해병대1사단 1연대상륙단 수색중대 소속 고 강대현 중위, 오중광 상병, 오경환 일병, 유문선 일병, 김규산 일병 등 5인의 해병은 1965년 12월 13일 상륙단이 진행한 훈련인 `해룡작전`에서 상륙훈련에 앞서 적 해안 수색정찰 임무를 맡게 됐다.수송함에서 7인승 고무보트를 이용해 정찰조로 투입된 이들은 이날 오전 7시 15분께 가상 적 해안에 은밀하게 침투하던 중 포항시 북구 송라면 독석리 앞 해상에서 갑자기 불어온 돌풍과 험한 파도에 휩쓸려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해병대1사단은 이들을 추모하기 위해 사단 내에 충혼탑을 세우고 순직장소 인근에 추념비를 건립해 지금도 고귀한 희생을 기리며 우뚝 서있다. 해병대는 1966년 2월 2일 5인의 해병 추모사업을 발기했고, 해병 전 장교 및 부사관들이 모은 성금 159만5천714원으로 같은해 10월 15일 12m높이의 충혼탑을 만들었는데 1사단 내 조형물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박영근 전 기자의 특종보도하지만 당시 사고가 보도되자 군의 무리한 훈련을 질타하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정부에는 큰 악재로 부상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구일보의 1면 특종기사는 상황을 반전시키는 계기가 됐다.당시 포항 주재기자였던 박영근(82) 한동대 특임교수는 “`돌아오지 않은 5인의 해병`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기억나는데 `해병에는 훈련이 없다. 해병의 훈련은 실전이다. 해병이 기상이 나쁘다고 작전을 안 하느냐`의 골자로 보도를 하자 상황이 급변했다”면서 “우리 청년들의 해병 입대 경쟁이 오늘날 하늘을 찌르게 된 것은 해병대의 투철한 전투정신이 미국 해병도 인정하는 최고의 한국 해병을 낳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 진입로 등 관리 개선 시급북구 송라면 방석리 해안가에 위치한 추념비는 5인의 해병이 순직한 이듬해인 1966년 3월 포항지역 해병전우들의 모금을 통해 세워졌다.직사각형 모양의 비석 전면에는 강대현 중위를 비롯, 순직 후 1계급씩 특진한 5인의 해병 이름이 새겨져 있다.건립된지 올해로 50년을 넘긴 비석이지만 비교적 관리가 잘돼 훼손된 흔적이 없다.그러나 비석 주변이 밭과 주택으로 둘러싸여 처음 방문한 이들이 추념비가 세워져 있는 장소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특히 차도에서 단번에 가로지를 수 있는 진입로가 있음에도 추념비 옆 주택소유주가 사유지라는 이유로 이용을 막고 있어 방문객들은 100여m를 빙 돌아가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방문객 김모(41·북구 양덕동)씨는 “해병대 출신으로서 이곳에 추념비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방문하게 됐는데 진입로를 찾는데 적잖게 애를 먹었다”며 “50년이 지난 오래된 비석이지만 찾는 이가 아직도 있는만큼 국가와 포항시 차원에서 관리에 신경을 써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전했다./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2016-11-01

2016 포항 철강마라톤 5㎞ 참가자 명단

감진규 강가인 강구홍 강길호 강나영 강나은 강남진 강다인 강대룡 강동원 강동협 강동훈 강무선 강병순 강병우 강상목 강석영 강성민 강성배 강성형 강수정 강수진 강승무 강승민 강승엽 강신민 강아름 강영갑 강영남 강영순 강영옥 강용수 강우성 강원구 강윤식 강지영 강진근 강태만 강현 강현진 강혜리 강호경 강호진 계성수 고광수 고광수 고서현 고성협 고세리 고승혁 고태은 고태준 고한용 공동현 공병설 공병택 공승준 공윤덕 공윤식 공찬식 공혜영 공환철 곽동욱 곽동혁 곽윤섭 곽인규 곽태현 구교웅 구본민 구상태 구유나 구은성 구자일 구혜성 구훈석 권경민 권경우 권경환 권기석 권기용 권기웅 권기혁 권나훈 권동근 권동우 권무호 권미애 권민수 권민호 권보경 권성민 권세정 권세진 권수용 권순형 권순호 권승만 권승현 권애경 권양구 권연숙 권연정 권영일 권영제 권영철 권영추 권오섭 권오엽 권오탁 권오혁 권용근 권용재 권유진 권은실 권은정 권응현 권인술 권재경 권재용 권준수 권준원 권지민 권지헌 권진만 권진선 권진아 권태용 권태우 권해수 권혁민 권혁태 권현양 권혜원 금주성 김가은 김가희 김가희 김갑주 김강민 김강산 김강일 김건 김건우 김건우 김건우 김건우 김건우 김건우 김건우 김건우 김건우 김건우 김건우 김건우 김건하 김건호 김경미 김경미 김경민 김경민 김경민 김경민 김경민 김경민 김경민 김경석 김경석 김경숙 김경애 김경옥 김경원 김경원 김경탁 김경현 김경호 김경호 김경희 김경희 김경희 김계균 김광규 김광석 김광수 김광연 김광열 김교성 김구환 김국철 김규대 김규동 김규민 김규민 김규식 김규한 김규한 김기동 김기백 김기수 김기영 김기영 김기영 김기영 김기욱 김기일 김기홍 김기화 김기환 김기환 김기환 김길수 김나예 김나정 김나현 김나형 김낙경 김남규 김남규 김남규 김남규 김남엽 김남준 김남진 김남철 김다름 김다솜 김다정 김단아 김대래 김대성 김대수 김대영 김대영 김대욱 김대욱 김대원 김대유 김대은 김대인 김대일 김대현 김대현 김대현 김대화 김대환 김도경 김도균 김도빈 김도연 김도연 김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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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지 이혜지 이호 이호상 이호정 이환호 이효준 이효진 이희철 이희현 이희호 인연정 임근식 임기표 임나영 임다빈 임대용 임동규 임동욱 임설균 임성훈 임아로 임예은 임우신 임우영 임유식 임윤택 임인재 임재민 임재현 임정규 임정섭 임종덕 임종우 임주형 임지우 임진섭 임진희 임태석 임태웅 임태혁 임혁종 임현숙 임형진 임호영 임효진 장경국 장경진 장기만 장기하 장기훈 장대헌 장도원 장만식 장명수 장문석 장민석 장백석 장병호 장세영 장승운 장영호 장온애 장용훈 장우진 장유빈 장유수 장윤석 장은지 장은지 장이석 장일훈 장자원 장재원 장재원 장재필 장정란 장정호 장지수 장지현 장지호 장진규 장진수 장진혁 장진호 장진희 장해청 장현우 장혜진 전광주 전기엽 전다솜 전두섭 전병수 전병휴 전부경 전석열 전성묵 전양수 전영환 전윤선 전은주 전재영 전재영 전재용 전재용 전정식 전준혁 전진 전진석 전찬웅 전훈 정건용 정건이 정경모 정광식 정광욱 정광현 정광환 정교식 정기열 정기찬 정다운 정다은 정다은 정다혜 정대법 정동만 정동찬 정명교 정명옥 정명채 정명화 정목헌 정민석 정민석 정민우 정민지 정병환 정상만 정상목 정상미 정상윤 정상학 정서연 정석만 정석화 정석화 정석희 정성경 정성국 정성길 정성득 정성윤 정성진 정성환 정세윤 정세한 정세한 정세호 정세훈 정세훈 정소윤 정수정 정수현 정순완 정순용 정승용 정승욱 정승주 정승환 정승환 정신영 정안진 정연두 정연욱 정영조 정영환 정영훈 정예인 정용구 정용찬 정우식 정원석 정원영 정원준 정유나 정유라 정유승 정유진 정유진 정유채 정윤미 정윤식 정윤재 정은식 정은애 정은주 정의성 정인수 정인용 정인지 정일성 정재경 정재경 정재백 정재영 정재욱 정재웅 정재원 정재훈 정재훈 정재훈 정주용 정준영 정지원 정지융 정지종 정지현 정지훈 정진관 정진영 정찬길 정찬호 정창동 정창형 정철화 정태기 정태호 정한규 정한영 정혁은 정현교 정현옥 정현우 정현윤 정현준 정혜린 정희용 정희정 조경석 조경수 조관형 조광수 조규남 조규찬 조극래 조기현 조동원 조민섭 조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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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용 하태칠 한광희 한남식 한동근 한명훈 한승호 한승호 한원규 한유수 한유준 한은주 한일도 한정석 한지형 한현우 한효광 함석원 함채현 함효규 허건 허경호 허명옥 허병무 허병호 허영환 허용구 허원정 허재원 허종수 허준녕 허준영 허준우 허진한 허진혁 허철수 허춘열 현명숙 현진섭 홍건일 홍기표 홍동희 홍륜건 홍명주 홍상희 홍성식 홍성원 홍세율 홍세종 홍인표 홍자영 홍주헌 홍헌호 황교문 황국성 황귀호 황도경 황명섭 황명환 황병기 황병열 황병주 황병호 황보은경 황보은식 황서윤 황서현 황선희 황성호 황수빈 황영은 황예빈 황은경 황재성 황재영 황재웅 황정민 황정환 황종희 황진규 황천일 황태희 황푸름 황현수 황현주 황현주 황현탁 황형남 황효성 황희진강기주 강대현 강병성 강병훈 강성호 강원진 구자환 구주영 권도헌 권병기 권영수 권오규 권우현 권혜정 길주열 김경철 김규한 김낙주 김남영 김대원 김덕환 김렬호 김무관 김무학 김미봉 김 민 김민정 김병국 김병욱 김보영 김봉주 김상균 김상도 김성욱 김소해 김염희 김원대 김율화 김재환 김정민 김태우 김하정 노승호 도경민 류현모 마성호 박남규 박수연 박은희 박재형 박재홍 박창현 박홍기 배인호 배정훈 배종철 서기은 서덕균 서인호 서재응 서종덕 서효상 성형기 손석락 손요한 손진욱 송창호 신대섭 신부경 신혜림 안태현 엄영욱 예정재 윤성노 윤원규 윤재훈 윤정은 이강재 이광희 이덕민 이무희 이상현 이상훈 이성환 이승재 이영순 이예람 이옥경 이완식 이익재 이종욱 이종윤 이종현 이주민 이현무 임연희 임용진 임춘섭 장인권 장진성 장진혁 장혁재 전대환 전영환 전준휘 전진영 정백규 정상복 정세훈 정윤성 정은서 정은송 정혜선 조규대 조규식 진익환 천민호 최경환 최용준 최재원 최창호 최태환 최현제 최혜미 표현주 피희숙 한승우 황용수AnthonyHessBenGaleJANEJiangZhuxunLisaMaxwellMurraySarah cao현장접수 참가자들은 미처 기록정리를 하지 못해 지면에 게재하지 못한 점 양해를 바랍니다.

2016-10-31

천혜의 바다자원 활용, 체험·참여관광 개발에 `선택과 집중`

본지는 지난 4회에 걸쳐 영국 브라이튼, 전라남도 여수 등의 사례와 포항시 현재 해양관광 실태·향후 방향 등을 살펴봤다. 포항이 철강이라는 특정 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연구가 필요한 것은 자명하며, 새로운 먹을거리인 관광분야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마지막회에서는 포항이 해양관광 경쟁력을 갖춘 새로운 도시로 탄생하기 위해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본다.두호마리나항 등 해양시설 조성 힘싣고해양레저·스포츠분야 전문인력 양성숙박·부대시설 등 인프라 구축 나서야외곽지역 해안가 리조트·콘도 건설 등시설 분산 추진으로 균형개발 추구청년부터 중장년까지 全세대 아우르는쇼핑 환경 구축도 중요 과제로호응도 높은 내실있는 축제 개발 절실시민 참여의식 강화도 반드시 필요□ 브라이튼과 여수앞서 살펴본 영국 브라이튼과 전라남도 여수는 두 도시가 지닌 천혜의 자연여건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해양관광 도시로의 기회를 잘 살린 대표적인 사례다. 브라이튼은 휴양지로의 인기가 식으며 침체됐던 시기를 극복하기 위해 해안 개발을 시도, 쇠퇴하는 지역을 되살리고자 예술과 문화가 있는 휴양지로 탈바꿈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로 인해 각종 문화 축제, 공연 등이 연중 내내 펼쳐지며 관객이나 여행객이 먼저 찾아오는 도시가 됐고, 여기에 각종 콘퍼런스 유치 활동으로 방문자를 유도해 경제효과를 유발하고 있다. 인구가 약 16만 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도시에 항상 외부에서 온 방문객이 넘쳐나는 것은 브라이튼만의 아름다운 자연환경도 영향이 있겠지만 여기에 더해진 문화·예술 등의 콘텐츠가 핵심이 된 것이다. 아울러 이처럼 유입되는 방문객을 머물게 하기 위한 충분한 숙박, 쇼핑 등의 인프라도 충분히 구축하는 노력을 기울였던 브라이튼은 더 많은 관광객 확대 목표를 이루고자 앞으로도 편의시설 확충에 더욱 주목하기로 했다. 여수시의 경우 무엇보다 세계박람회의 성공적인 개최가 도시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각인시키는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개최 당시 800만이상의 방문객이 여수를 찾았으며 박람회가 종료된 후에도 연평균 1천명이상이 찾는 국내 최고의 관광도시가 됐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여수에서 박람회가 열렸기 때문이 아니라, 여수시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해양관련 기구·기관 유치와 더불어 새로운 관광콘텐츠 개발에도 힘을 쏟은 까닭이다. 또한 관광객을 수용할 인프라를 구축하는데도 힘을 기울였고 일회성 방문이 아닌 다시 찾고 싶은 도시를 위해 해양레저·스포츠 분야와 먹을거리, 놀거리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기획했다. 많은 섬과 아름다운 바다, 야경으로만 유명한 장소를 넘어 `즐길 수 있고 다시 찾고 싶은 도시`로 탄생할 수 있도록 기울인 노력의 결실을 얻고 있는 것이다.□ 체험·체류형 관광 위한 준비를포항시는 현재 `철강`이라는 특정 분야에 집중된 산업 구조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 철강경기침체와 후발국가의 추격 등으로 위기를 겪고 있으며, 지역 곳곳에는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는 실정이다.앞으로 포항시가 극복해나가야 할 여러 대안 중 하나는 지금처럼 제조업 위주의 경제구조에서 벗어나야 하며 수많은 전문가는 포항의 `산업다변화`가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산업다변화를 위한 여러 해결책 중 한가지가 바로 `해양관광의 활성화`로 꼽힌다. 최근 관광의 추세는 유명장소나 관광지를 들러서 살펴보는 단순한 관광에서 직접 경험해 보는 체험관광, 참여관광 위주로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포항 역시 바다와 같은 자원을 활용한 체험, 참여관광 개발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포항은 동해안의 아름다운 해안과 역사적 의미가 있는 상징들, 영일대 해상누각과 죽도시장, 포항운하, 호미곶 등 각종 유명 관광요소는 충분히 갖추고 있으나 체험 요소는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여수의 경우 해양레저스포츠 참여인구 증가에 발맞춘 관련 분야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여수시는 해양레저스포츠 타운 및 돌산해양낚시공원, 마리나항 조성과 단체 관광객을 목표로 한 무료 해양레포츠 체험 프로그램을 확대해 여름마다 방문객 증가 효과를 누리고 있다. 포항시에서도 이러한 추세에 걸 맞게 현재 추진단계에 놓여 있는 두호 마리나항 등 각종 해양시설 조성이 지지부진하지 않도록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해양레포츠 프로그램 확대 운영 및 전국 홍보에 힘을 쏟아야 한다.아울러 이를 위해서는 해양레저·스포츠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 인력 양성도 필수다. 지역 내 고등학교와 대학의 교육에 대한 투자를 연계해 마리나 등 해양시설 완공 이후 크루즈·요트산업 등에 종사할 수 있는 인재를 준비하는 과정도 서둘러야 한다.□ 관광 인프라 확충 시급한편, 위에 언급한 대로 체험·체류형관광 조성을 위해서는 숙박이나 부대 편의시설에 대한 관련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우선 관광산업에 필요한 호텔, 리조트, 도로, 대중교통 등 인프라를 충분히 갖춰야 한다. 포항의 관광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 중 가장 자주 언급되는 것은 역시 호텔 부족 등 숙박과 관련된 내용들이다. 그동안 크고 작은 스포츠 대회나 이벤트 등으로 포항을 찾은 단체 관광객이 머물 곳이 없어 경주나 영덕 등 인근의 도시로 빠져나갔다는 이야기는 이미 해마다 반복적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 포항에는 중국 투자 기업을 유치해 환호공원 안에 5성급 호텔 건립을 추진하는 등 각종 계획이 있지만, 영일대해수욕장 등 일부 지역에 집중된 상태이며, 포항 외곽지역 해안가에도 대형 리조트나 콘도 등의 시설을 분산해 균형 있는 개발을 해야 할 것이다.또한 내·외국인들이 관광·쇼핑하기 편한 여건도 아직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잦은 만큼, 시에서는 전통시장과 더불어 공생할 수 있는 쇼핑환경을 구축하는데도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과거처럼 지역 특산물을 판매하는 위주의 시장보다는 청년에서부터 중장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쇼핑 환경도 구축돼야 할 것이다.□ 전문기관·축제·시민의식 강화해야브라이튼의 공식 관광기구 `비짓브라이튼(VisitBrighton)`은 단순한 지자체의 행정부서가 아닌 마케팅과 이벤트 유치, 관광 서비스를 제공하는 결정적인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고 있다. 브라이튼을 하나의 `회사`혹은 `상품`으로 전제해 도시 홍보를 하는데 최적화돼 있으며 10년 이상 종사한 전문가들이 영국뿐만 아닌 인근 유럽 등의 관광 추세를 분석하고 새로운 잠재적인 고객확보를 위해 시장 전략을 수립하는 등 활약을 펼치고 있다. 포항 역시 관광 분야의 전문가를 확보하고 충분한 경험을 쌓아 오래 종사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전문성을 가진 이들이 같은 부서나 기관에서 근무하기에는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 물론 내년부터 국제통상·세제·재난·안전 등 공직사회 내에서 전문성이 필요할 경우 부서를 옮기지 않고 한 분야에서만 평생 근무하는 `전문직 공무원` 제도가 처음 도입된다. 그러나 일부 부처와 특정 직급으로 시범시행됨에 따라 당장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순환보직제의 단점을 줄이고자 불필요한 관련 부서개편을 줄이고 최소한의 근무기간을 보장하는 등 행정업무의 연속성과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이와 함께 내실있는 축제 개발과 함께 관광분야에 대한 시민의식의 강화도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지역 축제나 각종 문화활동 등에 대해 시민의 참여도를 높일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포항엔 연중 내내 다양한 기관 주최로 많은 축제가 열리지만 정작 시를 대표하는 축제 한두 개를 제외하면 큰 호응을 이끌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지역축제는 경제적 파급 효과를 고려한 지역민의 소득이 우선돼야 하며 주민 화합과 더불어 지역홍보 효과도 불러올 수 있어야 하는 점을 명심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시민과 상인, 시 모두가 성공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끝 /고세리기자 manutd20@kbmaeil.com※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

2016-10-31

2016 포항 철강마라톤 10km 완주자·기록

강경태 0:59:31.76 강내은 1:01:23.27 강대기 0:53:50.29 강묵진 0:59:13.52 강병문 0:52:33.00 강성민 1:16:14.40 강승우 0:55:11.15 강우석 1:01:57.82 강진구 0:54:45.35 강진호 0:58:40.95 강해원 0:54:37.92 고경준 0:45:15.97 고성남 0:53:05.89 공경만 0:46:08.30 공만영 0:48:07.29 공상호 0:53:22.81 공찬식 0:42:01.97 곽상민 1:02:34.38 곽인용 1:22:09.78 구상미 1:05:45.00 구자철 0:45:55.10 권남혁 0:45:20.08 권도연 0:59:49.08 권동욱 1:05:41.36 권동희 1:08:30.27 권보경 0:40:36.25 권선주 0:55:00.79 권양원 0:53:49.61 권영삼 1:04:02.23 권오준 0:58:15.14 권은령 1:08:26.56 권정무 0:53:17.65 권춘광 0:49:48.28 권홍순 1:07:03.96 금 준 0:55:34.15 기희범 1:02:38.90 김강산 0:58:21.16 김강진 0:50:56.58 김건희 1:19:59.30 김경삼 0:35:13.55 김경옥 1:17:28.27 김광민 0:48:30.61 김규만 1:02:57.04 김규연 1:16:27.44 김기남 1:11:15.80 김기석 0:46:39.77 김기현 0:52:12.90 김기홍 0:43:31.25 김길현 1:01:34.59 김남규 0:55:30.50 김남훈 1:13:48.72 김다은 1:05:42.00 김대성 0:39:24.11 김대식 0:59:52.63 김대현 0:48:55.63 김대현 0:53:20.46 김대현 0:53:27.41 김도균 0:41:40.19 김동섭 0:45:22.00 김동우 0:50:52.37 김동현 1:06:33.18 김동협 1:03:40.53 김동휘 0:53:12.79 김만섭 1:25:56.41 김만수 0:47:37.04 김명복 1:07:48.05 김명옥 1:17:22.06 김민석 0:57:48.76 김민아 1:07:51.86 김민아 1:15:16.70 김민우 0:57:27.70 김민우 1:01:27.64 김민재 1:10:56.29 김민정 1:06:19.64 김민진 0:59:09.93 김병건 0:52:02.89 김병숙 1:05:53.26 김병호 0:49:22.27 김보람 1:07:23.01 김상년 0:56:08.42 김상락 0:40:02.88 김상명 0:50:19.11 김상원 0:57:05.54 김상철 0:50:21.88 김상현 1:02:57.98 김상화 0:49:41.15 김상훈 1:03:27.11 김석준 1:04:41.56 김선아 1:20:58.00 김성만 0:51:04.32 김성삼 1:01:42.58 김성수 0:57:19.65 김성식 0:45:05.42 김성욱 1:01:31.05 김성현 0:48:40.52 김성홍 0:53:20.13 김성훈 1:01:02.66 김소정 1:08:26.53 김수연 1:15:51.28 김수영 1:13:28.85 김수영 1:24:54.77 김수정 0:59:48.31 김숙재 0:53:07.87 김슬기 0:57:29.55 김승대 1:09:10.66 김승호 0:45:45.72 김승호 1:11:45.11 김아롱 1:11:31.13 김애리 0:57:02.71 김연환 0:53:29.43 김연희 1:19:07.89 김영남 1:08:12.08 김영민 0:49:34.06 김영범 1:05:34.67 김영순 0:45:55.83 김영업 0:54:49.91 김영은 1:01:35.35 김영조 0:53:28.22 김영진 0:59:08.14 김영철 0:47:21.64 김영철 1:02:07.75 김왕훈 0:52:48.87 김용근 0:57:02.49 김용석 0:54:20.93 김우조 1:13:10.15 김우현 0:57:26.14 김운수 0:46:35.64 김원식 0:42:07.88 김윤식 1:08:19.76 김은화 1:01:52.48 김이선 0:50:36.91 김일곤 1:01:49.96 김일규 0:47:51.84 김일재 1:01:32.79 김재광 1:06:26.35 김재문 0:39:41.21 김재복 0:54:50.04 김재빈 0:52:24.62 김재영 0:53:23.60 김재인 0:52:25.61 김재헌 0:46:01.01 김정길 0:53:35.13 김정열 0:34:53.96 김정현 0:49:42.43 김정현 1:04:16.67 김정희 0:57:24.57 김종대 0:46:55.20 김종복 0:42:02.74 김종수 0:46:50.49 김종주 0:45:12.21 김종찬 0:50:09.83 김종훈 0:40:59.01 김주석 0:56:22.74 김준형 1:03:40.83 김지나 1:11:06.49 김지영 1:09:00.82 김지혜 1:04:16.21 김찬식 0:50:11.93 김찬우 0:55:48.25 김찬형 0:55:58.32 김창우 0:53:00.88 김창현 0:53:03.30 김태경 0:42:58.00 김태균 0:51:26.90 김태식 1:09:46.59 김태열 1:00:15.24 김태헌 0:44:41.36 김태현 0:45:54.37 김태현 1:12:19.93 김태환 0:54:21.08 김택범 1:03:17.29 김한옥 1:03:21.33 김향미 1:03:13.61 김현겸 1:06:03.31 김현숙 1:06:17.69 김현식 1:11:56.18 김현자 0:43:30.75 김현진 0:53:55.81 김형국 0:56:11.22 김형식 0:53:06.33 김형우 0:47:49.52 김호엽 0:58:50.45 김홍석 0:57:59.42 김홍요 1:05:50.75 김효섭 0:51:05.57 김효재 1:02:12.82 김효진 0:56:54.58 김훈규 0:47:27.48 김희섭 1:06:14.76 김희숙 1:20:51.40 김희주 0:45:34.51 나상현 1:00:06.43 남동수 0:54:55.98 남병환 0:58:52.37 남유준 0:57:49.11 남재룡 1:00:42.33 남창윤 1:12:14.10 노용대 0:38:35.43 노현승 0:58:04.79 도운구 0:59:04.97 도유라 1:19:15.23 류성한 1:11:09.21 류승민 1:03:16.59 마석정 0:50:50.38 문경률 0:55:23.80 문영찬 1:02:34.59 문희상 0:59:28.98 박강우 1:11:44.48 박경윤 1:11:13.18 박경진 1:08:23.78 박경진 1:25:33.97 박경태 0:37:42.37 박기범 1:09:40.53 박기출 0:57:07.70 박대성 1:14:59.71 박대송 0:59:51.70 박대영 0:50:20.64 박동찬 1:19:02.03 박동혁 0:55:21.18 박동호 0:52:16.75 박만호 0:55:51.17 박민병 1:01:59.75 박병철 0:56:23.15 박상용 0:53:26.03 박상훈 0:43:14.06 박선주 0:42:40.31 박성석 1:00:01.65 박성용 1:08:21.54 박성원 0:53:24.36 박시홍 0:55:26.97 박유복 0:41:32.61 박인식 0:52:19.91 박재성 1:24:22.19 박재은 1:06:32.08 박점수 0:57:33.63 박정범 1:15:16.76 박정일 0:53:34.69 박제선 0:58:33.45 박종일 0:48:40.44 박종현 0:55:04.82 박주향 1:02:34.22 박주현 1:00:36.30 박주훈 0:45:46.61 박준열 1:06:38.26 박준호 0:55:34.97 박지령 0:54:41.34 박지원 1:04:57.29 박지훈 0:46:28.82 박진현 0:56:39.40 박태일 0:57:49.92 박헌희 0:53:10.88 박현미 1:09:05.70 박현호 0:58:25.33 박혜경 0:58:28.77 박혜민 1:10:54.81 박호일 1:06:56.16 박홍석 0:34:13.93 박화영 0:52:53.47 반종열 0:44:56.48 방유원 1:08:06.18 배경아 1:05:09.22 배상록 1:02:07.81 배영진 1:04:19.90 배인교 1:04:21.49 배인교 1:09:52.27 배인한 0:55:19.00 배재영 0:59:32.03 백상은 1:19:01.93 백은진 1:13:16.90 백정훈 1:01:38.22 변혜옥 0:58:56.52 서대호 0:45:54.66 서동욱 1:02:25.01 서세영 0:52:07.36 서영일 0:50:26.57 서원영 1:05:25.97 서종영 0:44:55.96 서주영 0:42:14.17 서지현 1:05:41.54 서홍욱 0:55:18.73 석동현 0:56:38.51 석미정 1:19:08.40 석정훈 1:14:44.12 설동수 1:18:13.17 설상인 0:50:23.27 설정석 0:51:29.34 성방현 0:53:08.73 성은영 1:06:58.20 손낙원 1:09:50.84 손병현 1:11:57.33 손상평 0:56:33.62 손성호 0:56:22.82 손승호 0:48:46.21 손용진 0:55:55.55 손원영 0:55:48.79 손은성 1:13:10.25 손재관 1:01:17.53 손천익 0:54:47.36 손철호 0:40:00.21 손초희 0:58:06.13 손현석 1:04:55.34 송광배 1:09:53.21 송기석 0:54:44.29 송아름 1:27:53.71 송지영 0:48:36.95 송창희 1:07:15.22 송호영 1:04:58.54 송화섭 1:01:15.67 신성기 0:49:35.56 신영수 0:42:21.50 신요한 0:54:18.14 신일휴 0:54:09.11 신재원 0:58:11.18 신종원 1:01:21.72 신창근 0:54:33.61 신현범 0:58:17.37 심인식 1:06:26.21 안나경 0:57:41.21 안백일 0:51:20.46 안상만 1:01:07.57 안성근 0:53:08.57 안세영 1:13:49.29 안승일 0:51:11.32 안은선 1:14:14.92 안준오 0:59:21.69 안현석 0:50:12.99 안혜숙 0:53:31.84 안효재 0:47:55.72 양기범 0:55:32.10 양문성 1:03:35.97 양서림 1:01:06.97 양성민 1:20:31.05 양일남 1:02:54.15 양재련 1:18:48.13 양지대 0:46:41.96 양한규 0:40:37.22 양현모 0:51:59.89 양희준 1:02:52.80 엄호섭 1:01:40.61 여상호 0:49:15.78 여조원 0:53:10.61 여화동 0:58:09.88 오동규 0:59:44.33 오동현 0:57:55.17 오병구 1:01:52.09 오상식 0:42:21.32 오선함 0:59:23.80 오승욱 0:55:00.85 오재욱 0:59:04.59 오정구 0:56:06.22 오주희 0:51:56.63 오현수 1:02:03.42 우용훈 0:58:00.71 원남귀 0:55:08.06 원인식 0:51:26.50 유근선 0:58:25.20 유금숙 0:42:26.19 유재상 1:05:43.98 유진상 0:49:46.77 윤승규 1:23:10.66 윤여홍 0:48:29.34 윤연희 0:56:39.16 윤용원 0:57:50.57 윤 원 1:13:48.99 윤 위 0:50:30.47 윤 정 1:01:54.34 윤주영 1:15:11.24 윤중온 0:48:09.37 윤충용 1:25:12.31 윤호영 0:50:59.00 윤희문 1:23:10.09 윤희주 1:23:10.95 윤희진 0:59:52.44 이가나 0:58:38.74 이강현 0:58:09.09 이건영 0:58:45.90 이경수 0:44:13.21 이경준 0:52:25.00 이경현 0:57:42.13 이광희 0:46:21.56 이남희 0:54:11.11 이동균 0:52:24.86 이동기 1:20:50.59 이동언 0:52:12.10 이동원 0:58:54.31 이동준 0:48:54.51 이동준 0:56:55.72 이동현 0:53:07.95 이동환 0:50:35.14 이두연 0:55:51.84 이득영 0:53:34.38 이맹숙 0:53:06.31 이명기 0:46:43.93 이민주 0:38:55.64 이민형 1:06:56.97 이민희 1:08:00.76 이방직 1:02:06.15 이병준 0:46:23.11 이봉근 1:13:06.98 이상민 0:58:41.29 이상암 0:57:29.44 이상원 0:54:05.91 이상칠 1:01:02.10 이상혁 1:00:41.90 이선우 1:14:06.85 이성경 0:47:53.51 이성미 0:54:56.99 이시형 0:44:48.13 이영미 1:23:11.99 이영민 0:51:25.79 이용식 0:55:16.80 이원복 0:57:32.18 이원수 0:49:13.90 이원우 1:04:29.45 이원종 1:01:22.83 이원창 0:59:06.82 이원형 0:55:31.40 이윤양 0:44:31.26 이윤정 1:13:21.65 이은동 0:45:08.08 이은정 0:46:48.75 이은혜 1:01:41.02 이재경 1:10:57.77 이재곤 0:58:11.34 이재범 1:06:34.72 이재언 0:47:11.30 이재준 0:46:34.00 이재훈 0:58:06.02 이정순 1:03:04.01 이정화 1:06:32.92 이종규 0:39:13.60 이종근 0:50:20.41 이종근 0:50:27.54 이종주 0:56:11.26 이종호 1:04:55.23 이주민 1:12:26.00 이주호 0:50:27.09 이주환 1:02:14.07 이준영 0:50:30.97 이지은 1:00:09.19 이지은 1:12:14.25 이진국 0:43:10.63 이진욱 0:51:44.53 이진호 1:11:43.58 이진희 1:03:24.63 이창혁 1:16:25.26 이창협 0:57:30.57 이창형 0:51:32.37 이천국 0:44:59.56 이태우 0:44:56.21 이태현 0:45:15.94 이평길 0:58:57.66 이해룡 1:06:18.35 이향우 0:52:58.53 이현세 0:57:02.78 이현순 0:52:35.33 이현우 0:36:49.80 이현화 1:11:59.81 이현희 0:41:05.04 이형용 0:52:36.72 이형출 1:04:26.56 이혜지 1:06:01.83 이홍민 0:50:18.21 이홍섭 0:48:57.98 이황수 0:53:48.85 이후승 1:14:02.37 이훈기 0:51:05.70 이희숙 0:45:47.18 이희영 1:12:07.19 임근오 0:42:04.81 임선순 1:07:26.81 임성범 0:48:13.87 임성혁 0:55:31.12 임수웅 0:49:55.39 임영빈 0:45:00.76 임재윤 1:07:52.18 임종현 1:11:20.08 임준규 1:06:35.46 임지영 0:47:48.90 장경진 0:54:38.24 장상원 0:51:46.89 장선광 0:54:50.20 장성수 1:14:31.05 장영호 1:03:45.82 장운익 0:56:08.28 장치호 1:13:28.09 장헌왕 0:54:15.97 장효민 0:53:06.26 전도영 1:03:48.57 전병호 0:49:05.65 전봉규 0:57:04.59 전신환 0:59:33.34 전용미 0:48:30.44 전우진 1:04:13.23 전진수 0:46:20.44 정경락 1:17:27.75 정기섭 0:52:51.33 정기용 0:51:15.93 정기원 0:54:22.72 정기태 0:52:41.77 정다영 1:11:45.17 정동화 1:03:41.05 정두진 0:52:00.59 정문영 0:52:18.82 정민규 1:01:03.38 정보민 1:14:44.90 정성환 0:52:37.55 정성훈 0:55:34.68 정세환 0:37:22.82 정영제 0:52:14.14 정영훈 1:14:51.61 정용구 0:49:44.60 정용원 0:42:43.14 정윤길 0:43:46.92 정은실 1:25:10.47 정장영 0:50:33.04 정재현 1:00:07.98 정종근 0:56:22.94 정종영 0:42:51.45 정준석 0:59:23.44 정지용 0:51:10.10 정지원 0:59:08.92 정진습 0:44:50.36 정진욱 0:47:13.91 정진욱 0:54:55.80 정현준 1:00:15.13 정현호 0:35:34.70 제정준 0:49:29.18 제환승 0:54:47.26 조광래 1:01:10.96 조기철 1:00:26.97 조동현 0:58:31.66 조명래 1:03:03.17 조민기 1:05:44.08 조봉용 0:53:04.57 조샘결 0:56:20.56 조승민 0:59:40.51 조연주 1:05:34.55 조윤선 1:01:03.50 조인환 0:44:21.90 조중연 0:52:37.27 조창우 0:51:08.95 조창현 1:00:49.21 조현진 0:57:26.28 조형목 1:26:15.25 조희준 0:48:45.49 주봉술 0:55:45.71 주성현 1:06:01.25 주영광 0:49:36.26 주인수 0:58:11.61 주태형 0:58:35.21 지용준 0:54:46.13 진규운 0:56:44.23 진준영 1:01:23.37 진희용 1:05:48.26 차승혁 0:54:48.29 채원익 0:49:22.45 천성용 1:02:54.07 천익기 0:58:31.02 최기환 0:51:16.23 최동수 0:58:46.95 최동혁 0:53:36.22 최명기 0:45:09.95 최명진 1:00:35.29 최병식 0:47:19.66 최병준 0:52:49.28 최상은 1:17:41.51 최선식 0:50:30.00 최선영 1:25:20.74 최성수 0:54:26.34 최수영 1:07:41.59 최수영 1:24:43.85 최승현 0:59:37.80 최영균 0:40:24.17 최예실 1:18:59.92 최유진 1:07:32.29 최이정 1:12:51.79 최재영 0:56:35.14 최재인 1:04:47.41 최재훈 0:57:40.14 최정원 1:00:59.67 최정인 1:07:04.12 최지연 1:13:41.52 최지웅 1:06:17.15 최지현 1:25:34.94 최진우 1:03:04.30 최철원 0:58:36.53 최현준 0:58:40.78 최홍근 0:44:35.91 최환영 1:06:49.56 탁현철 1:14:13.50 하유숙 0:42:57.64 하창재 0:58:55.29 하형태 0:44:27.43 한동분 0:57:44.78 한미숙 0:44:59.78 한아정 1:12:13.95 한종성 0:59:49.40 한태현 0:59:31.75 함석형 0:57:25.86 함찬일 0:36:46.23 함창호 0:50:12.24 함형주 0:54:56.54 허경원 1:18:48.78 허남덕 0:54:45.75 허병욱 0:52:49.95 허예성 1:12:19.71 허윤수 0:58:26.42 허 정 1:04:35.45 허 진 0:54:35.18 허태용 1:04:07.30 홍동욱 0:57:39.22 홍성대 1:14:52.62 홍순풍 0:47:37.50 홍인규 1:00:08.26 홍주성 1:08:27.13 황기쁨 1:11:23.38 황병선 0:58:50.65 황선웅 0:49:23.70 황슬기 1:02:12.85 황영모 1:12:49.29 황원용 0:46:06.33 황정미 0:44:37.90 황정민 1:09:02.43 황종회 1:04:01.96 황찬욱 0:58:09.29 황찬희 0:44:36.28 황현정 1:06:02.51 황현철 0:45:48.75Choi Abraham 1:09:10.09 Eoin O Colgain 0:36:50.66Helen 1:09:14.92 Jessie Fortuna 1:03:28.03Mike Velthuizen 0:50:54.55 Nathan Pollard 0:43:15.09 Stephen Anthony Mozug 0:51:09.25포항철강마라톤 스틸 커플 런(10㎞) 참가자 가운데 개인 사정으로 출전을 하지 못했거나 완주를 하지 못한 참가자, 종목시간을 초과한 참가자들은 대회 규정 상 실격 처리돼 10㎞ 완주자 명단이 아닌, 5㎞ 참가자 명단에 게재했습니다. 또한 상당수 현장접수 참가자들은 미처 기록정리를 하지 못해 완주자 명단에 싣지 못한 점 양해바랍니다. 참가 선수별 기록은 임시기록으로 최종기록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2016-10-31

칼랑구트 해변에서 ‘사람’에 취하다

어슬렁어슬렁 나선 해변 산책. 인도 고아주(州)의 칼랑구트 해변은 노천카페와 몰려든 인도인 관광객들로 시끌벅적했다.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날씨에 태양은 눈부시고… 맥주 한잔이 간절했다. 원로정치인 김종필은 낮술을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했단다.태양이 작렬하는 대낮의 해변 노천카페서의 맥주 한 잔은오래오래 기억될 추억으로…태양과 바다의 합작품 저녁놀감상하다보면 `여기가 천국` “이봐, 낮에 마시는 한 잔의 맥주는 실로 감로수와 같은 것이야.”그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해온 기자는 낮술 마시기에 적당한 곳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벌써부터 이번 여행을 위해 구입한 초록색 운동화 속으로 하얀 모래가 들어와 버석거렸다.운동화 색깔이 예쁘다며 자기가 일하는 노천카페로 기자를 이끈 게 홍차가 유명하다는 다즐링 출신의 스물다섯 살 사내 아밋(Amit)이었다. 날은 덥고 피곤한데 여러 군데 찾아다닐 것도 없었다. 그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 해변 모래밭에 깔아놓은 테이블에 털썩 앉았다. 인도맥주 킹 피셔와 주먹보다 큰 새우 4~5마리를 구워 시작한 낮술은 그날 석양 무렵까지 이어졌다.생면부지의 땅에서 아는 사람 하나 없는데, 친절하게 말을 걸어준 아밋과는 당연지사 친구가 됐다. 그는 칼랑구트 해변에 산재한 수십 군데의 노천카페 중 한곳에서 일하는 종업원.아밋이 다른 종업원까지 모조리 데려와 소개를 시켜준다. 제 출신지와 이름을 말하는 그들. 나또한 짧은 영어로 맞장구를 쳤다. 반갑다, 나는 한국에서 왔다, 맥주 한잔 할래, 저기 있는 친구도 불러와라...급하게 들이켠 낮술의 취기가 도도해졌고, 한국에서처럼 인도에서도 술 마신 사람 특유의 느긋함과 낙관이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대략 6~7시간쯤을 노천카페에 앉아 술 마시고, 밥 먹고, 놀았는데 함께 사진 찍은 사람이 30명은 됐던 것 같다. 국적과 이름과 직업과 월급의 액수를 묻는 사람들의 숫자는 그것의 2배쯤 더 많았고, 주소와 전화번호를 적어주며 “인도를 여행하다가 우리 동네에 오면 꼭 한 번 놀러오라”는 초대도 여러 차례 받았다. 오후가 되니 해변을 오가며 조잡한 액세서리와 튀김, 과일 따위를 팔러 다니는 노인과 아이들도 많았는데, 그들도 옆자리에 앉히고 감자칩과 콜라 따위를 대접하며 잠시 쉬어가게 했다. 물론, 그들 손에 들린 액세서리와 파파야, 말린 망고도 사줬다.그런 취기도도함 속에서 아라비아해를 달구었던 태양이 바다 속으로 스며드는 시간이 왔다. 아… 해질녘의 칼랑구트 해변이란. 감탄사를 남발하는 문장이 유치하단 걸 알지만, 어찌 그 풍광을 감탄사 없이 기억의 회로 속에서 불러낼 수 있을까. 근사했다. 필설로 형용이 어려울 만치.해가 지고 노천카페 천막 안에 형광등이 켜질 때쯤 운동화를 아밋에게 선물했다. 그는 그걸 신지도 않고 자신의 사물함으로 보물인양 고이 모셔갔다. 데이트 할 때 신으려고 그랬던 걸까? 기자의 맨발엔 가게 안을 굴러다니던 낡은 슬리퍼가 신겨졌고, 그걸 신은 채 낯선 인도음악에 맞춰 발가락을 까딱거렸다. 손목에 있던 시계는 또 다른 종업원에게 선물했다. 그는 흔한 손목시계 하나에 너무나 기뻐했고, 이 테이블 저 테이블을 오가며 자랑했다. 낡은 시계 하나로 누군가를 그토록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니, 기자 역시 기꺼웠다. 역시 얻어먹는 술보단 사는 술이 맛있고, 무언가 도움을 받는 것보단 베푸는 게 더 행복한 법이다.부어라, 마셔라 하다 보니 돌아갈 시간이 됐다. 더 마시다간 만취해서 실수라도 할 판이었다. 계산서를 보니 거의 공책 한 페이지에 빽빽하게 그날 기자가 먹고 마신 품목들이 기록돼 있다.킹 피셔 맥주 12병, 인도 전통주 `캐슈 페니`가 4잔, 스프라이트와 콜라가 20병, 돼지고기와 식초, 토마토로 만든 `빈달루`, 새우구이, 감자칩 5접시. 이걸 모두 다 먹고 마셨는데 한국 돈으로 4만원이 조금 넘는다. “인도는 인심 쓰기에도 좋은 나라구나”라고 생각하며 흔쾌히 계산을 했다.돌아오는 길에선 작가 루이제 린저(1911~2002)의 소설 속 문장을 여러 차례 반복해 혼잣말로 흥얼댔다.“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모든 것은 끝이 난다. 고통 또한 그렇다.”지난 번 여행기에서도 언급했지만, 인도로 출발할 당시 이런 마음을 가졌었다.“한 달 만에 거대한 나라 인도의 모든 걸 다 보려고 하는 건 욕심이다. 마음을 비우고 근사한 곳이 있다면 거기서 여행 내내 머문다 해도 뭐가 문제겠는가. 어차피 과거의 풍경 속에서 쉬러 가는 것인데.” 칼랑구트 해변에서 수십 명의 인도 사람들과 술 마시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잘 구운 차파티와 감자튀김을 먹으며 행복했던 날을 보내고 나니 이런 생각은 보다 구체화되어 가슴을 채웠다. 해서, 4일쯤을 칼랑구트에 머물렀다. 인도여행이 27일이었던 걸 감안하면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 기간 내내 아밋이 일하는 노천카페에 앉아 시원한 킹 피셔 맥주를 느긋하게 마시며, 출렁이는 파도와 오가는 인도 관광객들을 구경했다. 물론, 그들과 함께 사진 찍고, 국적과 직업, 이름과 월수입을 하루에 100번쯤 말해줘야 하는 즐거운(?) 고역도 계속됐다.낮술의 취기가 적당히 오르면 20대 시절 읽었던 이외수(1946~)의 `영주 풍경`을 조용히 읊조리기도 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됐기에 더없이 즐거웠던 칼랑구트 해변의 나날이었다.누가 어진 마음으로 살라하여 그리 되더냐가만히 두어도 어진 산비탈오늘은 사과꽃 눈부시게 만발 하였으니이런 날 도(道) 따위 닦아 무엇에 쓰리영주 땅 가득히 엎질러진 햇살부처님 진신사리도 녹아드는데.돌아가고 싶은 인도의 바다… 그 곳에서 `유유자적` 선량하게 늙어가고 싶다누구나 가끔은 이런 혼잣말을 한다. “내가 발 딛고 선 지금 이곳에서의 삶이 너무나 길고 지루하구나.”`지금 이곳`이 아닌 `다가올 날, 또 다른 곳`을 꿈꾸는 건 어쩌면 인간만의 특권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딘가로 훌쩍 떠나 또 다른 삶을 산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기자 역시 `오늘`과 `여기`가 아닌 `내일`과 `다른 공간`을 꿈꾸며 살아왔다. 딱 잘라 말하기는 힘들겠지만, 큰 그림은 이미 머릿속에 그려져 있다. 한국이 아닌 인도의 남부, 서울이나 포항이 아닌 깨를라주(州) 바르칼라에서 나머지 삶을 살아가고 싶다는 것.돈 몇 푼에 얼굴 붉히고 드잡이하는 게 아니라 유유자적을 지향하며, 빛깔 잃어가는 수채화처럼 선량하게 늙어가고 싶다.10년 전쯤이다. 무시무시한 태풍이 다가온다는 인도방송의 뉴스를 들은 날. 바르칼라 해변으로 갔다. 풍문대로 인도 몬순(monsoon)은 거칠었다. 절벽 위에 늘어선 야자수 아래 시퍼런 바다가 천지창조의 그날처럼 미친듯 들끓었다. 거대한 태풍이었지만 두렵지는 않았다. 어차피 인간이란 `찰나 생(生) 찰나 멸(滅)` 하는 보잘것없는 존재. 어떤 이에겐 `적멸`이 아름답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으니까. 태풍이 지나간 다음날 새벽. 혼자서 바르칼라 해변을 거닐었다.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수십 마리의 개들과 사이좋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생전 하지 않던 조깅을 했을 뿐. 그리고, 비에 젖은 담요인양 무겁게 내려앉은 남부 인도의 하늘을 올려다보며 결심했다.“언젠가는 여기로 돌아와 생의 나머지를 살아가리라.”가슴 안에서 지워낼 수 없는 단 한 사람, 자신의 전 생애를 걸어 이루고 싶은 목표가 하나라도 있는 인간은 결코 불행하지 않다. 끝끝내 돌아가고 싶은 생의 `어느 한 때`와 `특정 공간`을 품고 사는 사람도 마찬가지로 행복할 것이다.비단 바르칼라 해변만이 아니다. 그해 기자가 떠돌았던 칼랑구트, 베나울림, 팔로렘, 코발람 해변의 짙푸른 파도와 눈앞에서 숭어떼처럼 튀어 오르던 소금기 묻은 햇살을 떠올리면 `여기 이곳`에서 아등바등 살아간다는 사실이 참으로 춥고 서글프다. 곧 겨울이 온다.사진제공/송선호/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6-10-28

공격적인 스포츠 마케팅, 새로운 도시 성장 동력이 되다

김천시가 특별한 스포츠 마케팅으로 대한민국 스포츠 메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지난 2006년 제87회 전국체육대회와 2007년 전국소년체육대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등 3개 전국대회를 연이어 성공적으로 개최한 김천시는 스포츠를 하나의 산업으로 인식하고 도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았다.시는 2008년 조직개편을 통해 체육진흥과를 스포츠산업과로 명칭을 변경하고, 그 해 2008년을 혁신적 스포츠 마케팅 원년으로 정했다. 이때부터 체계적이고 공격적인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명실상부한 스포츠 메카로 거듭났다.현재는 연중 40여개의 국제 및 전국대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다양한 종목의 선수 23만여명이 매년 전지훈련을 위해 김천을 찾고 있다. 스포츠가 하나의 산업으로 지역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음을 입증한 김천의 스포츠 마케팅에 대해 알아본다.36만㎡ 규모 `종합스포츠 타운` 첨단 인프라2006년부터 250여회 국제·국내대회 개최수영·사격·테니스·배드민턴 등 25만명 이상전지훈련 위해 찾아…3년간 503억 경제효과`스포츠·레저문화 대상` 2년연속 수상 기록배드민턴·농구 등 최강 실업팀도 자랑거리□ 완벽한 스포츠 인프라 구축김천시는 지난 2006년 전국체육대회를 시작으로 2007년 전국소년체육대회와 전국장애인체육대회 등 연이은 전국대회 개최로 우수한 체육 인프라를 구축하게 된다.종합스포츠타운은 전국 최고의 체육시실과 부대시설을 한 곳에 집약시킴으로서 김천을 스포츠 메카로 만드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되고 있다.김천시 삼락동에 약 36만㎡ 규모로 조성된 종합스포츠타운은 종합운동장, 보조운동장, 국궁장, 실내사격장, 국제실내테니스장, 테니스장, 배드민턴경기장, 실내체육관, 롤러경기장, 실내수영장, 수영(다이빙)지상훈련장, 실내수영장 등의 체육시설과 더불어 총 1천400여면의 종합주차장, 헬스장, 샤워실 등의 부대시설까지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체육시설은 모두 국제규격에 준한 경기장이다.특히, 2010년 3월 준공된 수영(다이빙) 지상훈련장은 국내 최초의 수영다이빙 지상훈련장으로 실내수영장 다이빙 풀의 훈련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도록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1천159㎡, 지상 2층으로 지어진 지상훈련장은 트럼블린 6조, 드라이보드 9조, 드라이 비트 1조, 늑목 3개, 개인매트 10조, 스윔벤치 등 웨이트트레이닝 기구 34점(2층) 등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우수한 시설로 지역의 수영(다이빙) 꿈나무 육성과 국내외 유수의 전지훈련팀을 유치해 다이빙 풀의 활용을 극대화하는 것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 강한 실업팀 육성 스포츠 메카답게 김천시는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는 실업팀을 보유하고 있다. 바로 김천시청 배드민턴팀과 여자농구팀이다. 김천시는 전국의 배드민턴 실업팀 중 지자체 팀으로는 유일하게 남자팀과 여자팀 모두를 운영하고 있다. 창단 이후 매년 중상위권의 성적을 올리며 실업 최강팀으로 군림하고 있다.신백철 선수를 비롯해 손완호 선수, 고성현 선수, 장예나 선수 등 4명의 국가대표를 보유하고 있으며 선수단은 2015년 현재 총 19명(단장 1명, 감독 1명, 코치 1명, 선수 15명, 건강관리 1명)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2013년 박보생 김천시장이 대한배드민턴협회로부터 국가대표팀 단장으로 위촉돼 배드민턴 활성화에 더욱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00년 9월 창단한 김천시청 여자농구팀은 현재 총 13명(감독 1명, 코치 1명, 선수 11명)으로 구성된 선수단이 활동하고 있다. 창단 이래 김천시의 체계적인 지원과 우수한 시설, 끊임없는 훈련으로 실업팀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제93회 전국체육대회 우승에 이어 제94회 전국체육대회에서 금메달을 차지하고, 제96회 전국체전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하며 명실상부 대한한국 여자농구 실업팀의 최강자로 인정받고 있다.여기에 국내 최초의 여자배구단인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여자프로배구단이 김천으로 연고지를 이전하면서 스포츠도시의 명성을 더욱 높이게 됐다. 하이패스 여자프로배구단은 1977년 제16회 박계조배 우승, 전국남녀실업연맹전 우승, 전국체전 우승으로 유명세를 탔다. 또 2002년 실업배구대제전 준우승, 2003년 슈퍼리그 준우승, 2011년 KOVO컵 우승 등의 성적을 거뒀다. 2014-2015 V리그에서는 정규리그 우승, 챔피언전 준우승을 차지했다.하이패스 여자프로구배단은 2014년 한국도로공사 본사가 김천혁신도시로 이전하게 되면서 2015년 5월 김천시와 한국도로공사(하이패스 프로배구단 구단주)는 연고지 이전 협약을 체결했다. □ 스포츠를 하나의 사업으로김천시는 스포츠를 하나의 사업으로 인식하고 지역기반사업으로 육성시켰다. 2006년 전국체육대회를 시작으로 3개 전국대회를 연이어 개최하면서 갖춰진 체육 인프라를 지역육성사업에 접목시킨 것이다.여기에 김천시는 스포츠 마케팅이라는 새로운 전략을 선보인다. 이를 위해 기존 체육진흥과를 스포츠산업과로 명칭 변경하고, 2008년을 혁신적 스포츠마케팅의 원년으로 정했다. 이후 스포츠를 지역경제 활성화와 연계시켜 나가기 위해 국제 및 전국단위 체육대회를 유치하고 한국 체육계에 돌풍을 일으켰다.김천의 체계적이고 전략적 스포츠마케팅은 김천의 이미지를 스포츠 중심도시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2006년부터 2015년 6월까지 김천시에서 개최한 대회 수가 250개에 이를 정도로 매년 수많은 대회들이 열리고 있다.또 한국 국가대표팀을 비롯해 일본 오사카주니어대표 테니스팀, 캐나다싱크로나이즈 국가대표팀 등 국·내외 다양한 종목의 팀들이 전지훈련을 위해 김천을 찾고 있다. 2011년 110팀, 2012년 110팀, 2013년 89팀, 2014년 83팀, 2015년 170팀이 김천에서 전지훈련을 마쳤다.이들 전지훈련팀이 김천을 선택한 이유는 우수한 스포츠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김천시의 전략적이고 적극적인 스포츠 마케팅의 결과다. 특히, 해외 국가대표팀이 전지훈련을 오면서 국내팀과의 상호교류전을 통한 기량 육성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이밖에도 장기간 머무는 전지훈련팀의 유치는 음식업과 숙박업은 물론이고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김천시는 매년 연인원 25만명 이상이 각종 대회와 전지훈련으로 김천을 방문해 지난 3년간 경제적인 파급효과가 503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 명실상부 스포츠 중심도시로 우뚝김천시의 우수한 스포츠 인프라와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은 대한민국 스포츠 메카로서의 명성을 얻기에 충분했다. 김천시의 이러한 노력들은 경북최고체육상, 공공체육시설 최우수상 등의 수상 릴레이로 이어졌다.2008년 3월 `제43회 경북최고체육상`시상식에서 박보생 김천시장은 경북체육계를 빛낸 공로를 인정받아 `경북최고체육상`을 수상했다. `2008 대한민국 스포츠·레저 문화 大賞`시상식에서도 스포츠경영 부문 종합대상을 수상했다. 특히 스포츠·레저 문화 대상은 2007년에 이어 2년 연속 수상하는 기록을 세웠다.또 2011년 11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제7회 대한민국 스포츠산업대상에서 최우수 지방자치단체로 선정됐으며,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공동으로 주관한 `2013 우수공공체육시설평가`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김천시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속적인 투자와 시설 확충으로 스포츠시설 선진화와 체육시설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또한 경기장 시설 내에 체력단련실, 각종 편의시설을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다양한 생활체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진정한 스포츠메카로 거듭나고 있다.김천/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16-10-28

`철강산업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로 경쟁력 제고 힘쓸 때

`바이 코리아 법안` 등 다양한 입법·정책 제시기조강연- 박명재 국회의원국가 기간산업이자 산업화의 상징인 철강산업은 그간 `산업의 쌀`로서 제조업에 양질의 소재를 공급해 산업 전반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했다. 그러나 철강수요가 점차 둔화되고 중국산 저가·저품질 제품이 범람하면서 철강산업이 장기 침체에 빠졌다. 이는 국가세수와 고용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지역경제는 물론 국가경제 전체의 위기로 연결되는 상황이다.전세계 철강생산능력은 23억8천t인데, 철강수요는 16억3천t에 불과해 7억5천t이 공급과잉이다. 철강수요를 뒷받침하는 조선·자동차·건설경기도 불황이다.여기에다 중국산 유통으로 가격경쟁력 약화되고 있다.수입 철강재가 내수시장 41%나 잠식해 세계 최고 수준이며 수입철강재 중 중국산 비율은 60%로 다른 나라에 비해 독보적이다. 여기에다 인장강도가 미달이거나 철근 중량이 모자라는 규격미달 철근이 유통되고 있다. 품질규격 미달 저질 철강재가 중국산이 대부분이다. 국민의 재산과 안전마저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거세지는 보호무역주의, 철강산업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8월 여야 국회의원 29명과 각계전문가 8명, 철강업계 8명 참여하는 국회철강포럼을 발족했다.국회철강포럼은 `한국 철강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목표로 △철강산업의 전반을 진단하고 △철강산업 활성화 정책과 △불공정 수입 철강재 대응방안 및 △건설안전 확보를 위한 제품 안전기준 강화 등을 중점적으로 다루어 필요한 입법활동과 함께 다양한 정책대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경북 포항·부산 수영·충남 당진·전남 광양 등 철강도시 경쟁력 강화방안 및 회생방안도 마련중이다.특히 본 의원이 발의한 국가계약법 개정안, 소위 `바이 코리아`법안은 공공부문에 한해 국산자재를 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해 저가·부적합 수입철강재에 대한 제재장치를 마련하고자 한다.저질·저품질 철강재에 대응하기 위해 건설기술진흥법 개정안도 추진중이다.정부에 철강산업 육성대책을 강력이 요청중이다.즉,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예산지원 △산업용 전기료 인하 및 세제혜택 지원 △구조조정 시 정부개입 최소화(자율적 구조조정)등이 골자다. 현 시점은 철강산업을 통한 지역경제 살리는 골든타임이란 것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지역·정부·철강사, 사양화 속도조절 협력 필요 발제문- 서정헌 스틸앤스틸 대표경북매일신문과 철강전문 연구기관인 스틸앤스틸이 공동으로 포항철강공단 내 72개 업체(50인 이상)를 대상으로 최근 설문조사한 결과, 포항지역의 불황에 대해 응답자의 63%가 `불황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보편적인 불황`이라고 답한 35%를 더하면 98%가 불황이 심각한 수준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철강산업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으나 철강 외 다른 산업으로의 다각화에 대한 확신은 미미한 수준이다. 다만 위기의식은 높아지고 있지만 소득이 줄어 소비가 위축되는 효과는 아직 가시화되지않고 있다.철강위기의 특성은 후퇴가 어렵다는 점이다. 퇴출 및 사회적 비용이 크기 때문이다.정부의 역할과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지배력중심 생존을 위한 투자, 비교역재 내수중심산업은 과잉상태로 수출산업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 신제품 신기술의 한계도 여전하다. 즉 중국의 부상으로 철강위기가 지속되고 있고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상황이다.포항지역의 다각화 노력으로는 장단기 대응전략의 병행, 특히 단기전략에 역점을 둬야 할 것이다. 다양한 다각화 노력보다는 철강산업 사양화에 대한 대응이 더 큰 과제다. 하지만 포항지역 다각화의 한계로는 위기의식 부족, 선제적 대응의 어려움, 지나친 포스코 의존을 들 수 있다. 각 사별 다각화 노력과 정부 설득도 미흡하다.포항시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지역사회가 지나치게 낙관적인 대안만 제시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총체적 대안을 제시한다면 우선 산업정책 차원에서의 정부역할이다. 사양화 속도를 조절하고 법제도 정비, 정부의 구조조정 방향과 포항의 공조가 필요하다.철강사의 노력으로는 위기관리를 위한 경영전략, 경쟁력 강화, 통합과 공조를 통한 적응속도 제고라고 할 수 있다. 지역사회로서는 철강불황의 최종 피해자가 지역사회란 점을 인식, 정부와 철강사에 대한 선제적 대응요구, 지방정부의 역량과 역할 주문이 필요할 것이다.결론적으로 보면, 지역주민과 정부, 철강사의 공동노력이 필요하다. 사양화 영향 최소화에 주력해야 하고 정부는 수입규제를 통해 사양화 속도 조절에 나서야 한다. 철강사 또한 노사관계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역사회는 철강쇠퇴에 따른 유휴지 재개발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철강과 지역경제의 위기를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철강산업의 대안에 대한 인식은 아직 미흡한 점을 각 주체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정부 기업합병 등 통해 초대형 철강사 `눈앞` 중국 철강산업의 변화와 한중관계웨이잉쏭 中 마이스틸 연구원과거부터 중국은 약 10년마다 경제 주기가 나타나며 정치제도의 개혁과 맞물려 철강산업에도 새로운 흐름을 이끌어 왔다. 특히 2000년대 이후 중국 철강산업은 지속적인 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노력으로 급성장했으나, 철강 생산량 등 중국 대부분의 제조업이 공급능력 과잉문제에 직면한 상태다. 마이스틸 조사에 따르면 현재 중국 전체 고로의 총 생산능력은 10억7천만t에 달한다. 이는 지난 2016년의 새로운 고로 증설분 2천790만t을 포함하지 않은 수치다. 올해 중국에서 폐쇄된 고로에서 생산되는 5천863만t을 제외하고 전기로의 생산능력을 더하면 현재 중국의 연간 철강생산능력은 13억t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중국 정부는 강력한 철강 구조조정을 하고 있지만, 생산설비의 폐쇄가 중국의 철강 생산량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실제로 올해 폐쇄된 설비에서 가동 중이었던 설비의 비율은 20% 미만이다. 오는 2017년의 설비 폐쇄 계획은 환경보호와 품질 향상에 초점이 맞춰져야 실제 생산량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향후 중국 철강산업은 고로 생산에서 전기로, 철광석의 원재료 위주에서 철스크랩 위주로 생산방식의 변화가 예상된다. 전기로는 특성상 시장 대응 능력의 강화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여기에 강판 등의 판재류 중심의 성장세를 보이고 철근 등 봉형강류는 점차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중국 정부가 진행하는 철강산업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기업 합병 등을 통한 초대형철강사의 탄생도 눈앞에 두고 있다.수입재 방어·가격 경쟁력 두마리 토끼 잡아야 철강 공급과잉과 통상장벽유승록 포스코 경영연구원 상무지난 2013년 최대치(약 16억t)를 기록한 세계조강수요는 이후 감소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중국의 China Boom(연평균 13% 성장) 영향이 소멸했기 때문. 신흥국의 성장 둔화 역시 조강수요 감소에 한 몫을 담당했다.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세계의 조강능력은 조강수요가 뒷받침되지 못해 공급과잉(Overcapa)됐다. 증가세를 보이는 공급과잉은 올해 8억t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전 세계적으로 자국 철강 보호주의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세계 3대 철강수입국이자, 중국산과 일본산 철강이 무려 95%를 차지하고 있고, 특히 중국에서의 수입 비중이 64%나 되는 한국은 무역제소, 기술장벽, 수입모니터링 등 일본이나 EU, 미국 등 타 국가들과 비교하면 수입재 방어 정책이 전무한 수준.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경우, 한국은 심각한 철강 무역불균형과 무역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먼저 내수시장과 수출시장의 안전화가 우선돼야 한다. AD/CVD 등 무역구제조치를 적극 활용해 수입재 방어정책을 강화하고, 정부 차원의 종합통상정보시스템 구축으로 국가별 수입동향, 주요 시장별·제품별 덤핑마진을 상시 점검해야 한다.또한, 고부가가치 및 낮은 원가 기술혁신을 통해 가격경쟁력 높은 제품, 친환경제품 등을 개발해야 한다. 더불어 철강~가공/유통~기자재 제작~최종수요가에 이르는 산업간 협력 사업을 발굴해 산업생태계의 활성화를 이끌어내야 한다.포항시·포스코 역점 티타늄, `제조업 새바람`티타늄 합금의 특성 및 응용사례손영일 국방과학연구소 박사티타늄은 포항시와 포스코가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제조업 분야에 새로운 `혁신(innovation)`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이미 해외에서는 제조업 신장과 국방력 강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티타늄 합금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디트로이트에는 경금속신소재 제조 강화, 시카고에는 디지털 제조업과 디자인 기술력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산학협력 본부까지 두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를 통해 10년간 62만2천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미국 알루미늄 회사인 알코닉(ALCONIC)은 티타늄 합금을 활용해 제트 엔진 날개의 녹는점을 높이는 등 복합 공학기술의 혁신 추구를 비전으로 세웠다. 알코아(Alcoa)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알루미늄 조제 시스템과 최적화된 알루미늄 용해 포트폴리오를 갖출 계획이다.이처럼 티타늄 산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소재가 지니고 있는 특성 때문이다.티타늄은 지구상에 널리 분포된 금속 중의 하나다. 무게는 철강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지만, 강도는 알루미늄 합금보다 2배 이상 강하다.티타늄 합금은 무엇보다 가볍지만 강하고, 내식성이 우수하다. 비강도 뿐만 아니라 비인성도 다른 금속재료보다 월등한 경량 구조재료로 꼽힌다. 상온 비피로강도가 뛰어나 반복 하중이 실리는 부품에도 쓰인다.다만 다른 재료에 비해 가격이 비싼데다 성형이나 기계 가공성이 떨어지는 점이 단점이다. 이를 보완한 군수용과 민간 항공기, 자동차, 의료, 전자산업에도 널리 적용되고 있다.정리/이창형·고세리·이바름·김민정기자

2016-10-28

“고기능·초경량·친환경소재 중심 트렌드 변화에 맞춰야”

`철강산업 위기극복과 포항경제 활성화 방안`이란 주제로 27일 오후 2시부터 포항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6 포항철강산업 심포지엄`에서는 포항경제 회생을 위한 다양한 해법들이 제시됐다. 특히 `지역경제를 위한 우리의 노력`이란 주제로 격론이 벌어진 종합토론에서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철강기업들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도 함께 동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진행=김춘식(포스텍 교수)◇패널토론=서정헌(스틸앤스틸 사장), 손영일(국방과학연구소 박사), 김영철(포항시 일자리경제국장), 손정수(스틸데일리 국장), 이재석(산업통상자원부 사무관)□김춘식포항의 포스트 철강산업에 대한 전망은….▲손영일소프트웨어에 집중해야사실 티타늄분야도 엄청난 산업처럼 보이지만 실제 규모가 얼마 안 된다. 그에비해 항공소재산업은 규모가 거대하다. 예를 들자면 항공기를 생산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유지 보수가 중요하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즉,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에 집중하는 개념으로 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 철강도 생산하는 것만으론 의미가 없다. 이제는 철강산업도 생산보다 철강으로 만들어진 제품에 대한 유지나 보수 등의 중요성을 깨닫고 다른 각도로 볼 필요가 있다.▲이재석 고부가가치 소재로 바뀔 것사실 철강뿐만 아니라 자동차, 조선 등 주력사업들이 다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특히 오늘 발표 내용을 통해 경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통감할 수 있었고, 현재 정부차원에서도 어떻게 지금의 제조업을 고도화하고 고부가가치화해서 후발국가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앞으로 철강 쪽은 마그네슘, 티타늄 등 고부가가치 소재 중심으로 바뀔 전망이다. 경량재 위주의 고부가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경량소재는 3년간 3천억을 들여 국가 전략프로젝트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손영일 박사 말대로 철강분야는 트렌드 변화가 있다. 고기능, 초경량, 친환경 소재 중심으로 산업 추세가 흐르는 방향이 있으므로 철강기업들도 트렌드 변화에 맞춰서 이런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손영일국가 차원의 지원 필요해국가전략과제로 티타늄 산업은 중국과 경쟁이 되지 않는다. 지금 철강은 항공용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항공기 소재 인장시험을 하려면 300번 정도의 실험이 필요하다. 하나의 소재를 찾고자 10배 이상의 소재가 필요하다. 이미 중국 등은 이와 관련된 중견기업을 키우기 위해 국가에서 지원하고 있다. 전략을 장기적으로 해 한국 역시 국가차원의 지원해야 한다.▲이재석새 장기 프로젝트 계획 중현재 정부에서도 이러한 데 초점을 맞춰 새로운 산업에 대한 장기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다. RD 티타늄 분야도 기획단계이지만, 오늘 토론에서 제시된 대로 업계 의견과 손영일 박사의 의견을 반영해서 장기적으로 추진하겠다.▲서정헌시장 구조적문제 해결 병행을철강위기 극복하는데 신제품, 신기술이 효과가 있는지 과연 의문이 든다. 현재의 산업 구조 안에서는 특정 기술을 개발한다고 해서 철강산업의 미래를 바꿀 수 있지 않을 것으로 본다. 철강은 고급기술이 개발되더라도 대규모 소품종 대량 생산으로 경제성을 창출하므로 정작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산업구조가 2~3차 가공산업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야 가능한 얘기다. 철강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김춘식현재 포항에 대해 진단하면….▲서정헌지역민들도 관심 가져야대한민국 철강산업은 후퇴국면에 접어들며 빠르게 성장했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철강산업을 보는 지역 사회가 적극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포항시민들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김영철민·관·기업이 함께 고민을철강산업에 위기가 계속될 것인가. 전기자동차를 살펴보면 엔진 등에 철이 없다. 충격적이었다. 철강수요가 뻔히 보이는 데 국가는 어떻게 할 것인가. 철강은 장기산업이며 투자금 역시 수십억 원이나 된다. 흔히 말하는 제4알루미늄, 티타늄 등 정부에서 끌고 가지 않으면 과연 어느 기업에서 투자할 수 있는가. 이런 문제를 지역주민들과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기업 등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김춘식철강산업에 대한 장기적인 측면은.▲손정수현실적 대안 우선 마련돼야철강 위기는 몇 년째 나오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정부의 안이 실망스럽다. 포스코가 4년 만에 1조 매출을 달성했지만, 포항의 대기업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 회사는 5%도 안 될 것이다. 다시 말해 5%의 이윤으로는 제조업회사로서 재투자가 어렵다는 말이다. 포항시의 많은 회사들이 이미 부도가 난 상태다. 이를 위해 장기적인 해결책보다 현실적인 대안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 티타늄 마그네슘이 미래지향적이라 해서 철강산업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김춘식위기를 넘어서 데미지를 줄 수 있는 피츠버그처럼 도시의 쇠락으로 갈 수 있는 상황을 막기 위해 포항 산업아카데미와 같은 시민 토론이나 강의 등 공론의 장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김영철다양한 의견제시 자리 만들터포항시민 스스로가 포항 철강산업을 보는 시각을 다변화시키고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고민하는 공론의 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교육이나 토론 등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는 자리를 만들도록 하겠다.▲손정수 위기는 또 다른 기회이다위기는 위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극복을 할 수 있듯, 철강의 위기가 포항에는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사실 포항지역 철강산업의 위기는 포스코나 관계된 회사의 위기, 갈등이기도 하다. 이런 문제들이 잘 극복된다면 포항시민이나 포항의 기업들은 새로이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시민공급과잉을 해소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시장에 있는가.▲서정헌어떻게 해결 할지가 더 중요철강산업은 무조건 과잉산업이다. 이는 투자가 곧 경쟁력이라는 철강산업의 특성 때문. 기업들은 공장을 더 짓고 수직계열화를 하면서 규모를 크게 했다. 그렇게 해야 살아남는다. 따라서 이 문제를 단순히 공급 과잉이라는 부분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어떻게 해결하는지가 더욱 중요하다.▲김영철 수요만 창출한다면 충분히 대응전체적으로 보면 철강산업이 과잉이지만 수요만 창출한다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급이 넘치는 부분에 대해 해결책 즉, 시장을 형성하면 지금의 위기도 풀어나갈 수 있다. 너무 비관적으로 보지 말고 위기를 기회로 생각하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심포지엄 이/모/저/모“티타늄합금 산업이 희망이다”포항 `새 먹거리`에 관심 집중“위기의식 부족해 아쉽다” 발표자 지적에 대공감○…이날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서정헌 스틸앤스틸 대표는 본격적인 주제 발표에 앞서 “낙관적인 다각화 전망이 많이 나와서 철강산업의 위기의식이 부족해진 것 같다”고 지적하자 청중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시.뒤늦게 참석한 한 시민은 “퇴근하고 바로 심포지엄에 참석해 서정헌 대표의 발표만 들었으나, 서 대표 말에 깊이 공감한다”면서 “포항이 어렵다, 철강산업이 어렵다고 말은 하지만 지역사회는 아직 위기의식이 부족한 것 같아 아쉽다”고 토로.포항 블루밸리 국가산단에 티타늄 클러스터 조성 반겨○…이날 세번째로 소개된 `티타늄합금의 특성과 응용사례` 발표가 끝나기가 무섭게 청중들의 화젯거리는 당연 `티타늄`이 됐다.청중들은 우주항공, 의료, 선박,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사용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철강재인 티타늄 합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포항의 `새로운 먹거리`에 대해 관심을 보이기도.철강공단에 근무하는 한경수(53)씨는 “경북도에서도 티타늄 산업을 지역전략산업으로 선정해 지역 내 티타늄 소재와 부품 유망기업을 발굴하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포항 블루밸리 국가산단에도 티타늄 산업 클러스터가 조성된다고 하는데 차세대 새로운 먹거리로 자리매김 했으면 좋겠다”고 언급.태블릿PC 등 전자기기 활용 전보다 `스마트`해진 청중들○…청중들이 이전보다 스마트해졌다. 포항지역의 주요 사안을 다루는 시간인 만큼 발표자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한 마디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직접 손으로 메모하는 대신 전자기기를 활용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기조연설을 한 박명재 의원이 철강산업의 현주소와 정책적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할 때에는 몇몇 청중들은 스마트폰을 꺼내 20여 분간 동영상을 촬영하기도.중국 마이스틸 웨이잉쏭 선임연구원의 발표 세션에서는 태블릿PC를 꺼내 도표나 그래프를 화면에 띄어놓고 경청해 눈길을 끌었다.“구체적 대안 논의할 시점” 다양한 방안 마련 요구도 ○…`철강도시` 타이틀만큼이나 해마다 포항철강산업 심포지엄에 단골로 참석하는 `철강맨`이 있어 눈길.직장인 김모(52)씨는 “올해도 어김없이 철강산업 심포지엄이 열린다고 해서 포털사이트에 작년 기사를 찾아보기도 했다”며 “특히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중국 철강산업을 중심으로 다뤄 현황이나 관련 정보를 얻게 돼 의미가 남달랐다”고 말했다.아쉬운 목소리도 나왔다. 한 여성은 “철강산업 위기는 누구나 공감하고 있는 만큼 이제야말로 구체적인 대안을 찾아야 할 시점”이라며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좀 더 다양한 위기극복 및 경제활성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일침.철강산업대상 수상자들 꽃다발 받고 `싱글벙글`○…심포지엄에 앞서 진행된 철강산업대상 수상자들에 대한 시상식에서 한 수상자는 축하 꽃다발을 4~5개나 받아들고 싱글벙글.그는 상을 받는다고 회사에 알리기는 했지만 막상 직원들로부터 이렇게 많은 꽃다발을 받게될 줄을 몰랐다며 어리둥절해 하기도.또 이날 수상자에게 축하 꽃다발을 전달하기 위해 시작 30분전부터 기다린 직원이 있는가 하면 시상식이 끝난 후에 도착해 꽃다발 전해주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른 직원들의 모습도 보이기도./고세리·김민정·이바름기자

2016-10-28

“지역의 맛이 문화적 경쟁력” 자부심으로 빚은 세계 명품

쪽빛 푸른 호수와 함께 끝없이 펼쳐지는 하이킹코스가 있다. 남녀노소가 즐기는 아름다운 트레일 코스로 중간 중간에는 붉은 사과나무들이 수십 km 이어진다. 여기서 생산된 사과들은 아르본(Arbon)의 지역명품 아펠바인(Apfelwein·사과주)으로 만들어 진다.”스위스 보덴호수가 옆으로 이어진 자전거 길에 대한 묘사다.아르본은 스위스 북동부지역 캔톤 투르가우(Thurgau)주(州)에 속한 중소도시로 보덴호수를 끼고 있다. 사과나무와 함께 펼쳐지는 하이킹코스는 스위스와 독일의 접경도시인 크로이츨링겐(Kreuzlingen)에서 시작해 아르본까지 이어진다. 크로이츨링겐과 아르본은 호반의 도시인 점 등 여러 입지 조건 등에서 안동과도 닮은 도시들이다. 투르가우주의 호반 도시인 크로이츨링겐과 아르본 사이에는 하이킹코스와 여러 개의 작은 마을들이 과수원과 농원, 농경영지 등과 어우러지고 있다. 게다가 유명한 식당들이 군데군데서 지역민과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기도 하다.지역에서 생산된 농특산물로 음식재료 사용청정지역 인증마크로 경쟁력 높이고지자체와 체계적 협조 통해 브랜드 가치 상승■ 1895년부터 생산된 사과주… 전시공간도 갖춰이 하이킹코스에서 탄생한 지역 명품 중의 하나가 바로 아르본에서 만들어지는 사과주 `묄(Mohl) 아펠바인(Apfelwein)`이다. 묄은 아르본에서 생산되는 사과주의 브랜드로 회사는 `모스터라이 묄(Mosterei Mohl AG)`이다.사과주는 원래 독일, 스위스 등지의 사람들이 즐기는 약한 술이며 그만큼 제품 경쟁이 치열한 편이다. 맛과 향이 상쾌하면서도 감미나 향기나 진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식당에서 시킨 음식 고유의 맛을 고스란히 즐길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곁들이는 술이요 음료다.아르본의 `묄 아펠바인`은 지역민은 물론 외지 관광객이 지역식당을 찾을 때 반드시 찾는 사과주로 유럽 전역에서 유명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연간 약 4만℃의 제품을 생산하며 80%는 지역 과수원에서 생산된 사과를 사용한다. 지역농민들과 협력하며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깊고 은은한 향과 맛을 자랑하는 `묄 아펠바인`은 1895년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해 레스토랑 등지로 공급한 전통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오랜 전통만으로 오늘의 `묄 아펠바인`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끓임 없이 소비자와 소통하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아르본에 있는 사과주 생산공장에는 공장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옛 사과주 생산도구 및 관련자료 전시공간이 별도로 갖춰져 있기도 하다. ■ 자연 속의 이벤트·관청과 소통하며 브랜드 키워무엇보다 천혜의 자연조건에 자부심을 가진다. 아름다운 보덴호수가에서 생산된 청정 사과임을 홍보하고 있다. 초가을에는 아이들이 직접 볼 수 있도록 과수원을 통과하는 하이킹 체험 이벤트를 펼친다. 푸른 보덴호수가 펼쳐지는 가운데 각종 안내 패널에는 과일 키우는 법이 설명돼 있고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된다.관청과의 긴밀한 협조와 소통도 한 몫했다. 이 지역은 스위스 관광청으로부터 `패밀리 웰컴(Families Welcome)`이란 까다로운 인증마크까지 수여받은 곳이다. `존엔에케 보덴제 투르가우(Sonnenecke Bodensee Thurgau·햇빛이 잘 드는 보덴호수 투르가우)`라는 이름의 `햇빛이 잘 드는 보덴호수`에서 자란 과일과 채소로 만들어진 농·특산품들의 격조 높은 품질임을 스위스가 보장한다는 보증서다. 지역 농·특산품의 경쟁력 제고에 많은 것이 동원되고 있다. ■ 농·특산품 소비현장 레스토랑 `로테스하우스`저녁 무렵 농·특산품들의 소비 현장인 식당을 찾기로 했다. 크로이츨링겐과 아르본 사이의 외곽지에 위치한 레스토랑 로테스하우스(Rotes Haus)에 들어갔다.호반의 도시 크로이츨링엔과 아르본 사이의 외곽지에는 로테스하우스와 같은 유명한 레스토랑이 중간 중간에 자리 잡고 있다. 이 레스토랑들은 이곳 청정호수지역 농·특산품의 직접적인 소비처이면서 생생한 광고탑 역할까지 해내며 지역경제에 일조하고 있다.식당은 전형적인 시골 중세풍의 분위기를 풍기는 건물이었다. 2층 옥상에 걸린 화분들이 붉은 석양과 어울려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제슈트라세 18, 란트슐라흐트(스위스 북동지역에 있는 작은 마을 란트슐라흐트의 호수길 18번지)에 위치한 레스토랑 로테스하우스다. 작은 규모의 게스트하우스를 겸하고 있다. 인근 식당 대부분이 게스트하우스를 겸하고 있으며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레스토랑에서는 지금도 그릇과 잔 등에서 중세풍을 그대로 재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식당에 관한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 지역마다 천차만별의 맛을 내는 `퐁듀``퐁듀`를 먹어보기로 했다. 한국에는 김치와 불고기, 일본에는 스시, 프랑스에는 달팽이요리를 전통적 요리로 떠올리듯, 스위스하면 생각나는 요리가 바로 `퐁듀`이기 때문이다. 스위스는 치즈로 유명하다. `퐁듀` 요리의 주재료인 스위스 치즈는 그 역사가 수백 년이 넘는다. 스위스는 세계 최상급인 치즈를 생산하는 곳이다. 아펜첼 치즈, 에멘탈 치즈, 그뤼에르 치즈…. 스위스 지역이름만 들어가면 세계 최고의 치즈가 되어버리니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 치즈에다 일정 비율의 화이트와인을 배합해 끓이면 `퐁듀`가 완성된다.`퐁듀`의 맛은 지역마다 식당마다 천차만별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것이 `퐁듀`의 매력일 수도 있단다. 어떤 치즈와 어떤 와인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퐁듀`의 맛이 좌우되기 때문이다.`로컬이 글로벌이다`라는 슬로건은 여기도 예외는 아니었다. 레스토랑에서는 `퐁듀`의 재료인 치즈와 와인은 반드시 주변 지역에서 생산되는 것을 사용해 맛을 낸다고 강조했다. 그것이 경쟁력이라는 것이다. 물론 각종 채소와 과일도 마찬가지다. 호숫가 청정지역 이미지를 최대한 살리며 최대의 홍보효과를 거두고 있었다. ■ 지역의 맛이 지역의 문화이자 경쟁력이 지역의 맛이 바로 이 지역의 문화라는 것이다. “그것이 타 지역에서 우리 식당을 찾는 고객에 대한 예의”라고도 했다. 그래서 인근지역인 `에마팅겐 AOC(원산지 통제 명칭)`를 고집한다고 했다. 즉 주변지역인 에마팅겐(Ematingen)에서 생산되는 포도주와 치즈 등으로 `퐁듀` 맛을 낸다는 것이다.에마팅겐포도주 역시 지역의 특산품으로 크로이츨링겐에 있는 루티스하우저(Rutishauser)라는 와인공장에서 만들어 진다. 포도주를 마시는 손님 식탁에는 에마팅겐이라는 상표가 찍혀 있다.손님들 중에는 포도주를 마시는 사람과 아펠바인을 마시는 이들이 섞여 있다. 곁들여진 아펠바인 역시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아르본 지역에서 생산된 상품들이 소비되고 있었다. 관광객과 외지인들이 흥겹게 감탄사를 연발하며 식사와 함께 잔을 마주하고 있었다.이곳의 대부분 식당들도 해당 지자체와 긴밀히 협조하며 움직인다. 음식과 원료에서부터 주변 분위기까지 모든 것들이 체계적이고 자연친화적인 시스템으로 움직이고 있었다.음식 하나만 해도 그렇다. 그 지역의 음식은 지역의 자연환경과 역사, 전통, 문화는 물론 의식과 수준까지 파악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된다. 호숫가의 청정자연과 문화, 관청과의 긴밀한 협조 그리고 전략적인 이벤트와의 결합 등이 지역 농·특산품과 융합돼 브랜드 제고로 이어지고 있었다.글 = 유럽경제문화연구소 정리 = 권기웅 기자 presskw@kbmaeil.com

2016-10-27

포항철강 산업대상 수상자 소감

◆ 개인부문 경영대상▲ 김정수 (신화테크대표이사)경영대상 “지역사회와 발전하는 기업 될 터” “품질, 생산성 향상 등 신경영에 능동적으로 협조해 준 임직원들의 노력 덕분이다. 지역사회와 함께 발전하는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김정수 대표는 탁월한 리더쉽과 역량으로 조직 마인드 변화와 개선의지를 정착, 회사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켰고, 현장 맞춤형 교육과 생산라인의 전처리-절단-가공-성형-출하로 이어지는 온라인 논스톱 시스템을 구축해 생산성을 30% 향상시킨 공로를 인정 받았다.▲ 최진석 (세영기업이사)기술대상 “불철주야 연구개발, 직원들에 감사”“직원들과 함께 최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불철주야로 연구개발에 몰두한 결과가 이런 큰 상으로 이어졌다고 생각된다. 직원들에게 이 공을 돌리고 싶다.”최진석 이사는 1997년 입사 이후 행정 및 혁신기획 업무를 맡으면서 솔선수범과 탁월한 경영기획으로 회사 경쟁력 제고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그는 `행복한 조직문화`를 실천 프로그램으로 내세워 노사화합을 통한 선진노사문화 정착에 크게 이바지했다.▲ 김윤경 (시그노드코리아공장장)생산품질대상 “국내 최고기업 자부심 느껴”“영광이다. 30년 넘게 스틸밴드 분야 연구에 몰두해 온 결과라고 생각되며 국내 최고 기업 자부심을 느낀다.”김윤경 시그노드코리아 공장장은 1986년 입사이래 설비합리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 포스코산업기술연구소와 새로운 강종 개발, 포스코 QSS 혁신활동을 도입해 깨끗하고 쾌적한 공장을 만드는데 기여했다. 특히 그는 엄격한 품질관리, 합리적인 공정개선으로 회사 경영에 이바지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정호 (대동이사)봉사대상 “더 많은 봉사활동으로 사회에 공헌”“소외계층과 불우시설 등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다보니 그들의 아픔과 고민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도 더 많은 봉사활동으로 사회에 공헌하고 싶다.”최정호 이사는 1982년 입사 이래 지역 하천, 농촌 일손돕기, 행복한 가게운영, 성모자애원 나무심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후원금 지원 등 크고 작은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이런 사회공헌 활동으로 지난해 상공의 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종명 (제철세라믹노조위원장)근로복지대상 “노사화합으로 이뤄낸 큰 영광”“내 개인이 아닌 우리 회사 직원 모두의 영광이다. 노사화합을 늘 강조해 온 것이 이번 수상의 원동력이라 본다. 나를 도와준 직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김종명 노조 위원장은 2011년 직원들의 근무형태를 4조3교대로 전환하면서 5년 동안 임금저하 없는 환경을 만드는데 기여했다. 그는 노사상생을 목표로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무교섭으로 단체협약을 타결해 회사발전과 근로자 권익을 위해 노력해 왔다.◆ 기업부문 특별상▲ 주종대 (홍덕산업대표이사)산자부장관상 “철강산업 진흥위해 소임 다 할것”“큰 상을 받게 돼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 포항철강산업 진흥을 위해 소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기업인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려제강그룹 부사장인 주종대 대표는 강력한 리더쉽과 소통으로 철강경기 위축에도 불구하고 회사 수익성과 경영안정화에 크게 기여한 점이 공로로 인정받았다. 홍덕산업은 2013년 환경부문 우수업체로 선정돼 환경부 장관상과 소방부문 국민안전처 장관상, 복지부문 경북도지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윤수 (디에스아이대표이사)경북도지사상 “도와준 직원들에게 영광 돌려”“부족한 사람이 이런 큰 상을 받게 돼 얼떨떨하다. 앞으로 더 큰 일을 하고, 더 봉사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 도와준 직원들에게 이 영광을 돌리고 싶다.”지역사회에 남다른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김윤수 대표는 2003년 함철부산물 재활용 업체를 설립한 후 환경관리 및 보존에 역점을 두고 기업경영을 해 온점이 공적으로 인정받았다. 그는 지역의 소외계층과 조손가정, 새터민, 불우시설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권정무 (영일정비대표이사)포항시장상 “포항철강산업 발전 위해 최선” “부족한 저에게 이런 큰 상을 줘서 감사드린다. 이 상을 계기로 포항철강산업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그동안 도와준 직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권정무 대표는 정비분야의 전문가 답게 직원들에게 항상 `명품정비로 새로운 고객가치 창조`를 내세우며 고객들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기업방침이 공로로 인정을 받았다. 그는 앞으로도 기업이익의 사회환원과 소외된 이웃들에게 사랑나눔을 실천하겠다고 약속했다./김명득기자 mdkim@kbmaeil.com

2016-10-27

자연과 역사의 향기 더불어 삶을 재충전하기 `안성맞춤`

무섬마을에서 부석사로 가는 길은 이산면을 거쳐 가면 35km 거리로 한 시간 정도 걸린다. 평일이라 시외 길은 한산하다. 그 길을 가면서 필자는 오래 전에 읽었던 신경숙의 소설 `부석사` 내용을 떠올려 본다. 두 주인공이 섣달에 부석사에 함께 가기로 약속했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 주인공들이 부석사 가는 길에 동행했다면 지금의 이 길을 택했을 것이다.부석사에 도착하면 사찰에 오르기 전에 명품 주차장과 공원을 만난다. 이 장소가 또한 유명하다.신라 문무왕 16년 창건된 부석사무량수전·석등·조사당·벽화 등국보 5점에 보물 6점,유형문화재 2점 보유한 명사찰학문의 부흥 일궈낸 소수서원성혈사의 나한전·꽃살문향·맛 뛰어난 풍기인삼까지자연·역사·먹거리 풍부필자가 울진타임즈 대표로 있던 시절, 어느 칼럼에 영주부석사 명품 주차장과 관련된 내용이 있어서 필자가 잘 아는 이야기다. 2000년 초에 만들어진 부석사 주차장과 소공원, 소수서원 주차장이 당시 행정자치부의 문화관광 기반사업으로 조성됐는데, 전국에서 22개 시군이 엄선되어 추진된 사업에서 영주시는 전국평가 결과 최우수상(대통령표창)을 받았다는 것이다.그 당시 실적 평가에서 주어진 대통령표창 총 4개 가운데 단체상 하나, 유공공무원상 두 개 등 대통령 표창 3개가 영주시에 돌아갔으니 전무후무한 일이라고 했다. 이 사실 하나로도 영주시가 선비의 고장답게 문화를 아끼고 관광지를 아름답고, 또 탐방객들에게 편리하도록 가꾸려는 정성을 알 수 있었으니, 그 전통과 열성이 현재로 이어져 영주는 시민과 시정이 함께 하는 힐링의 고장이자, 인성교육의 메카로 전국에서도 우뚝 솟아나 있는 도시인 것이다.그런 열정이 담겨져 있는 주차장과 소공원, 화장실 등을 보면서 부석사에 오른다. 여전히 부석사는 천년고찰답게 풍겨져오는 정취가 고혹하다.신라 문무왕 16년(676년)에 의상조사가 창건한 화엄종찰 부석사는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목조건물인 무량수전(국보 제18호)을 비롯해 무량수전 앞 석등(국보 제17호), 조사당(국보 제19호), 소조여래좌상(국보 제45호), 조사당벽화(국보 제46호) 등 국보만 해도 5점이고 보물6점, 유형문화재 2점 등 많은 문화재를 가지고 있는 명사찰답게 풍광을 드러내 보인다.부석에 올라서보면 앞에 보이는 높은 산도 눈 아래로 보인다. 해발 높이로는 분명 높은 산이지만 명 사찰 앞에서 느끼는 것은 다른 감이 있으니 일종의 신비감에서 묻어나는 현상이기도 하다.산을 내려서서 향하는 길은 소수서원이다. 부석사로 드나드는 길은 길가 은행나무로 유명한데, 특히 은행잎이 노랗게 물드는 가을철에는 이 길은 또 하나의 명품길로 탄생한다고 한다. 여기서 931번 지방도를 타고 순흥 방향으로 20분 남짓 가면 소수서원이 나온다. 산 밑으로 고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소수서원은 조선 중종 38년(1543년) 풍기군수 주세붕이 세워 서원의 효시다. 당시 명종임금은 손수 `소수서원(紹修書院)`이라는 편액 글씨를 써서 하사하였다고 하는데, `소수(紹修)`라 함은 `이미 무너진 교학을 닦게 하였음`이란 뜻으로 학문 부흥에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소수서원의 주변에서 자라고 있는 소나무 숲은 유구한 역사를 품고 이야기를 들려준다. 조카 단종을 내쫓고 왕위에 오른 수양대군은 동생 금성대군을 영주 땅 순흥으로 유배시킨다. 금성대군은 지역의 선비들과 함께 단종 복위 계획을 세웠고, 결국 이를 안 조정에 의해 죽임을 당하게 된다. 그때 소수서원 옆에 있던 오백살 넘은 은행나무가 불에 타 죽고 그리고 200년이 지난 1683년 단종이 복위되고 또 30년 뒤 금성대군을 비롯한 선비들이 복권되면서 거짓말처럼 은행나무가 부활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영주에는 볼거리가 풍성하다. 무섬마을에서 느낀 농촌의 정취와 부석사 일대에 감도는 신비한 기운과 더불어 소수서원의 신선하게 전해져오는 느낌만 봐도 영주가 `선비의 고장`이라는 티가 난다.이제는 일상생활에서 멀어진 모습이지만 소수서원에 오면 도포자락 휘날리며 곧은 자세로 마을을 걷고, 정갈한 몸가짐으로 서원에 앉아 책장을 넘기고 있는 선비의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이곳 영주에 오면 그러한 유유자적한 선비의 정취를 마음껏 느낄 수가 있다.이왕 소수서원까지 왔으니 풍기인삼시장으로 가기 전에 또 하나 볼거리를 만난다. 종교적 색채를 떠나서 옛것에 대한 살펴봄인데, 소백산자락에 들어앉은 작은 절 성혈사의 나한전이다.소수서원에서는 15km거리로 자동차로 15분 거리에 있다. 나한전의 맞배지붕과 배흘림기둥, 문창살이 특히 아름다운 전각이다. 보물 제832호로 지정되어서라기보다 오랜 세월이 흘러도 나뭇결이 그대로 살아난 꽃살문이야말로 두고두고 감탄하게 만드는 전통의 일면인 것만 같아 더욱 아름답게만 보이는 것은 나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다.성혈사 나한전의 특별한 전통무늬들을 만나고서 인근에 여름피서지로 소문난 죽계구곡이 있다고 하여 잠시 그곳에 들르기로 했다. 순흥지 못을 지나 배점리에서 초암사에 이르는 계곡이 죽계계곡이다.옛날 퇴계 이황선생이 이곳에 들러 계곡의 절경에 심취하곤 했는데, 물 흐르는 소리가 노래 소리 같다하여 각 계곡마다 걸맞는 이름을 지어주며 죽계구곡이라 불렀다. 한 폭의 그림 같은 죽계구곡은 어느 지점에서든지 주저앉아 발을 담그고 휴식을 취할 수 있어 특히 무더운 여름 휴가철을 맞아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계곡으로 소문나 있다.이제 남은 곳은 풍기인삼시장 둘러보기다. 경향각지에서 풍기인삼은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풍기는 인삼으로 유명하다. 풍기역 앞에 자리 잡은 인삼시장에서는 산지에서 직접 캔 인삼이 즐비하고 수삼과 다양한 인삼가공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어 1년 365일 인삼을 구입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인삼을 캐는 10월에 개최되는 영주풍기인삼축제는 풍기읍 남원천 둔치와 인삼시장 5곳, 인삼 캐기 체험장 등지에서 향과 맛이 뛰어난 풍기인삼을 직접 채취하고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니, 가을에 풍기를 한 번 찾아보는 것도 좋을 일이다. 1500년 역사를 가진 풍기인삼은 소백 산록의 깨끗한 환경과 비옥한 토질에서 자라 조직이 치밀하고 인삼 향이 강하며 유효사포닌 함량이 매우 높아 자연이 준 최고의 선물로 손꼽힌다. 영주지역을 에워싸고 있는 소백산은 예로부터 산삼의 자생지로 유명한 곳으로 풍기는 대한민국 최초의 인삼재배지역으로 명성을 얻어왔다. 사기에 의하면 조선왕실에서는 풍기인삼만을 고집하였다는 기록도 찾아볼 수 있을 정도. 전국 약 15%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는 풍기인삼은 타 지역 인삼에 비해 육질이 단단하고 효능이 우수해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영주는 명산, 소백산이 늠름한 기상으로서 영주의 상징이 된 가운데, 천년고찰 부석사에서부터 희방폭포, 죽계구곡의 비경과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 선비문화수련원이 있고 자연풍광이 빼어난 무섬마을이 있다. 조선시대 성리학의 산실인 소수서원과 하룻밤을 지내며 옛 선비들의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선비촌, 유교의 발자취를 더듬어 볼 수 있는 소수박물관 등을 방문하면 선비의 고장으로서의 맛깔 나는 전통의 정취에 어느덧 흠뻑 젖게 된다. 복잡한 일상을 떠나 자연과 역사의 향기 속에서 삶의 여유를 찾고 생활의 재충전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선비의 고장, 영주가 제격이다. 영동선과 경북선이 통과하는 철도를 이용한 여행은 물론, 중앙고속도로가 있어 서울, 강원, 영남권을 잇는 사통팔달의 요지로 자동차로 서울에서 2시간 30분, 대구에서 2시간 걸려 손쉽게 찾아올 수 있고 볼거리가 풍성한 최적의 관광지다. 무릇 여행이란 지친 몸과 마음을 모두 재충전 할 수 있어야 하며 몸소 체험하고 느끼는 감동의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면서 한국적 정취가 살아 있는 오감만족의 고장이 바로 영주 여행이다. 보고 느끼며 걷는 재미가 마음속에 가득 우러나니 행복하다. /손경찬(수필가)

2016-10-26

꽃가마 타고 한번, 상여 타고 한번… 외나무 다리에 일생이

인삼과 사과의 고장인 영주시가 최근 `힐링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본지는 수필가 손경찬 씨가 영주의 명소와 풍광을 둘러보고 기고한 기행문을 2회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 주낙동강이 부채꼴로 감싸도는대표적 물돌이 지역 `무섬마을`1983년 콘크리트 다리 건설 전까지350년간 마을과 세상을 이어준외나무다리 옛 모습 그대로마을 내 100년 넘는 가옥도 16채관광객에 개방해 문화재 선보여고택 체험 숙소로 전국서 인기산이 좋아 매 주말마다 산행을 즐기는 필자는 그간에 영주 소백산을 몇 차례나 다녀왔다.소백산은 산 전체가 아름다워 사계절 절경으로 유명하지만 특히 늦은 봄철, 남도의 산철쭉이 시들 때쯤이면 이곳 철쭉꽃은 만발하기 시작한다.해마다 영주시가 주관하는 소백산 철쭉축제에 전국에서 많은 등산객과 관광객들이 몰려와 인산인해를 이루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산행은 자연을 보고 배우는 게 즐거움이지만, 꼭 산이 아니더라도 때로는 계곡이나 아름다운 마을, 생각을 정제해주고 여유를 갖게 해주는 풍경들이 있으면 여행 삼아 자주 찾게 된다.필자는 이번에 소백산과 부석사가 지역의 상징으로 우뚝 선 선비의 고장, 과거와 현대가 어우러진 경북 영주의 볼거리를 찾아 하루 동안 보고 느끼며 걸었으니 그 재미가 쏠쏠했다.오래전에 지인으로부터 영주에 가면 명소가 다섯 곳이 있는데, 소백산과 부석사, 소수서원, 무섬마을, 풍기인삼시장이라고 했다. 그 당시에 필자는 소백산과 부석사, 소수서원 세 곳을 가보았으니 그 후에 기회를 만들어 나머지 여행 장소를 다녀왔고, 이 다섯 곳은 지금도 영주의 관광명소로 자리잡고 있는 곳이다. 영주는 예로부터 교통도시다. 물론 서울을 기준으로 해서 영주로 가는 철로, 육로를 따지겠지만 영남권, 대구·경북의 중심지인 대구에서 가는 길도 중앙고속도로가 나 있으니 교통이 편리하다.하루 정도만 시간을 내면 영주의 명소를 두루 만날 수 있는데, 영주 여행길에서 아름다운 자연과 더불어 옛 선비들의 올곧은 정신과 지혜를 배우고 느끼는 일도 좋은 일상이리라.소개한 여행명소 중 무섬마을의 외나무다리를 먼저 가는 게 순로코스다.영주IC에서 영주시로 빠져나와 25분 정도 가면 만나게 되는 자연과 잘 어우러진 아름다운 마을이다.드라마와 광고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영주 무섬마을의 외나무다리는 한때 세상을 만나는 유일한 통로였다.꽃가마 타고 시집 올 때 한 번, 죽어서 상여로 나갈 때 한 번, 딱 두 번만 나갈 수 있다던 다리라고 해서 유명해진 곳이다.외나무다리는 1983년 이 마을에 콘크리트 다리가 생길 때까지 350년 가까운 세월을 마을과 바깥세상을 잇는 유일한 통로가 되어주었다.내성천이 흘러드는 긴 모래사장과 천혜의 자연을 배경으로 하는 마을 풍경이 눈 앞에 아름답게 펼쳐진다. 무섬마을은 안동 하회마을과 예천 회롱포 마을의 지형처럼 낙동강 지류가 부채꼴 모양으로 감싸 도는 대표적인 수도리 지역으로 40여 전통가옥들이 오순도순 지붕을 맞대고 살아가는 곳이다. 2012년 한국 관광의 별, 체험형 숙박부문에 선정된 선비촌의 실물 가옥 4채가 함께 자리한 물돌이 무섬마을은 국가지정 중요민속문화재로 역사문화적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곳이기도 한데, 물 위에 떠있는 섬이라하여 수도리(水島里)라 불리어졌다.무섬마을이라 이름 붙은 이곳은 반남박씨와 선성김씨 집성촌으로 마을이 이루어져왔다.반남박씨 입향조인 박수가 마을에 들어와 건립한 만죽재를 비롯한 총 9개 가옥이 경북문화재자료 및 경북 민속자료로 지정되어 있다.이 고택들은 경북 북부지역의 전형적인 양반집 구조인 ㅁ자형으로 옛 선조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으며, 역사가 100년이 넘는 가옥도 16채나 남아있다.몇 집을 빼면 옛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는 것은 물론, 비워진 문화재가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삶의 터전이라 더 활기가 넘치고 아름답다.마을 내 고택과 정자들은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고풍스런 옛 향취를 풍기고, 30여년 전까지만 해도 마을과 외부를 이어주는 유일한 통로로 이용되었던 외나무다리 또한 예전 모습 그대로 만나볼 수 있어 마을의 대표 상징물로서 역사를 대변하고 있다.아름답고 이색적인 풍경으로 말미암아 낮에는 외지에서 온 바깥사람들에게 마당을 개방해 속살을 훤히 보여주고, 밤에는 고택 체험을 위한 숙소로 활용되고 있다. 필자는 무섬마을을 에워싸고 있는 둑을 내려가 내성천을 가로지른 다리를 건넌다.넓은 백사장장과 얕은 강물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보니 무섬마을의 외나무다리가 드라마와 영화, 광고 속 아름다운 배경지로 선택되어 많은 이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외나무다리를 건너 마을에 들어서면 부지런한 손길로 다듬어놓은 소담스런 꽃 정원과 고색창연한 전통가옥이 어우러지는 고즈넉한 마을 풍경이 눈앞에 전개된다.마을을 한 바퀴 돌면서 삼면이 내성천에 접해있는 전형적인 물도리 마을을 보니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온다.필자는 이때까지 전국의 많은 아름다운 곳을 다녀봤지만 잘 어울리는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산수의 경치가 절경을 이루는 무섬마을의 빼어난 경치에 매료된다.누구든 여기에 와본 사람들이라면 쉽게 이 분위기에 빠져들리라 본다.대강 마을 구경을 마치고나니 점심시간이라 무섬마을의 향토음식 골동반 전문인 식당에 들렸다.골동반은 다름 아닌 비빔밥이다. 골동반에 대한 기록을 찾으면 1800년대 말 문헌 `시의전서(是議全書)`에 한자로 골동반(骨董飯)이라 쓰고 한글로 `부븸밥`이라 적은 기록이 있다.즉, 이미 조선 초기부터 `골동`이란 단어가 쓰였고, 여기에 음식 이름이 붙여 19세기 이후 골동반이라 불렸다.이 향토음식은 옛날 궁중에서 먹던 비빔밥으로, 특히 남은 음식은 해를 넘기지 않는다고 하여 음력 12월 30일인 섣달그믐날 저녁에 남은 음식을 모아 비벼먹으며 한해를 마무리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조선 명조 때(1550년) 퇴계 이황 선생이 풍기군수로 부임해 선비정신과 유학을 일으키던 시절 골동반을 즐겼다한다.굽지 않고 찐 간고등어, 3년 묵힌 된장으로 만든 찌개, 오곡으로 만든 숭늉, 수정과 후식 `무섬골동반`은 그 밥상을 토대로 콩나물과 자반고등어, 텃밭에서 가꾼 도라지, 머윗대, 다담이 나물 등 정성스런 식 재료로 만들었으니 정갈하면서도 맛깔 나는 상차림은 무섬골동반만의 특징이자 또 하나의 전통이 되고 있다.맑고 깨끗한 음식, 한 끼의 식사 뒤에 찾아오는 진한 감동으로 마음의 휴식을 찾을 수 있는 맛집은 그리 흔하지 않으니 그래서 무섬마을에서는 음식은 입이 아닌 마음으로 먹는다고 하는 말이 나돌 정도다.▲ 수필가 손경찬천혜의 자연 속에서 세월을 버텨온 무섬마을의 외나무다리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차오르는데, 여름 꽃들로 아름다운 마을에다가 귀한 향토음식 골동반까지 맛보았으니 힐링 고장의 아련한 맛과 멋이 마음 깊은 곳에서 느껴진다. 이름만 들어도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부석사와 소수서원이 남았으니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필자는 무섬마을을 노래해본다.`내성천 강물이/ 그리움을 잔뜩 안고서/ 마을을 휘돌아 감고/ 느릿느릿 흘러가는 그곳/ 수도리에는 강 건너 바깥/ 세상을 잇는 다리가 있었고/ 사람들은 `외나무다리`라 불렀다.// 세상에 태어나/ 꽃가마 타고 시집 올 때나/ 죽어 상여로 나갈 때 한 번씩/ 딱 두 번만 나갈 수 있다던 다리/ 그 너머 무섬마을 어귀에는/ 예쁜 여름 꽃들이/ 소담하게 피어나고 있었다.`-자작시 `무섬마을에서` 전문./손경찬수필가

201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