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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장 구겨지듯 지붕 폭삭…예고된 인재

특별취재팀
등록일 2014-02-19 02:01 게재일 2014-02-1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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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마우나리조트 체육관 붕괴 대형참사<Br>출입구 1개 등 경제성 앞세운 설계 禍 자초
▲ 17일 오후 9시 6분께 부산외대 학생 수백 명이 신입생 환영회를 하고 있던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이 쌓인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18일 오전 구조와 수색작업이 모두 끝난 체육관의 모습. 외벽을 제외하고는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부서져 버렸다. /이용선기자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참사는 폭설후 제설작업 미비, 체육관의 부실설계 등이 겹쳐 빚어진 예견된 `인재`였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에 따라 붕괴사고 원인에 대한 경찰의 수사결과에 따라 관계자들의 형사처벌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경찰과 소방서 관계자에 따르면 마우나오션 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는 폭설후 쌓인 눈을 치우지도 않고 대규모 행사를 강행한 리조트측의 안전불감증, 기상이변으로 인한 폭설을 예상하지 못한 부실한 설계, 안전수칙을 무시한 이벤트 업체 등의 요인들이 겹쳐 일어난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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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성 위주 설계가 화근

5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강당의 잘못된 설계도 대형참사를 피할 수 없게 만든 요인으로 꼽혔다.

우선 강당 중앙부분에 천장 무게를 분산시킬 수 있는 기둥 몇 개만 더 설치됐더라면 버틸 수 있는 하중이 훨씬 더 늘어나 붕괴사태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건축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또 출입구가 단 한개 뿐이었던 점도 인명피해를 더 키웠다. 천장이 붕괴하려는 조짐이 있자 행사를 하던 학생들이 피신하려고 입구쪽으로 몰렸으나 한꺼번에 빠져 나오지 못한 학생들이 그대로 무너지는 천장 구조물에 깔리면서 인명피해가 커졌다는 것.

특히 사고가 난 강당은 외벽과 지붕을 철골 구조로 만든 뒤 샌드위치 패널을 부착하는 일명 `PEB공법`(Pre-engineered Metal Building Systems)으로 지어졌는 데, 이 부분도 문제가 됐다. 건축비의 경제성을 고려한 이 공법은 하중을 적게 받는 부위에는 자재를 덜 사용하고, 기둥을 줄이는 특성이 있어 건축주들이 종종 넓은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설계회사에 적용할 것을 요구하곤 하는 공법이란 게 건축전문가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경주대 건축학부 이승엽 교수는 “이번 사고는 적설하중 범위를 넘겼기에 사고가 났다. 그래서 폭설이나 폭우에 대비해 설계하중 수치를 상향하는 관계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적정 수용인원 초과

사고가 난 강당의 시공사는 송원종합건설이며, 설계는 반석건축사가 맡아 지난 2009년 9월 준공됐다. 높이 10m, 가로 36m, 세로 31m 규모로 이번처럼 560명이 들어갈 경우 빈틈이 없을 정도로 빼곡해 적정 수용 인원을 넘겼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또 행사장 내부에 의자가 비치됐다면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견해도 있다. 또 많은 학생들이 참석하는 행사장에 진행요원 15명만 배치됐을 뿐 안전요원은 배치한 사실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 예고된 인재(人災)라는 지적을 받았다.

안전전문가 L씨는 “대규모 인파가 참여하는 행사에는 안전요원 배치가 필수인데도 안전요원 하나 배치하지 않았고, 행사장 내 의자라도 있었으면 지진 대피 훈련에서 처럼 붕괴 징후가 있을 때 의자 밑으로 몸을 숨겨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음향 진동도 붕괴원인 가능해

대구 ·경북지역의 건축물 설계하중은 0.5kN/㎡(50cm)이고 울릉도는 7kN/㎡다. 리조트 관계자는 최근 이 일대 적설량은 150cm였다고 했다. 그렇다면 1천205㎡ 면적의 강당 천장위에 눈이 쌓였고, 그 뒤에 비까지 내렸기에 무게만 해도 300t 이상된다는 전문가 설명이다.

더욱이 리조트 측은 체육관 시설을 공연장으로 활용하면서 음향 진동에 대비한 `흡음시설`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음향연구소 김정중 소장은 “체육관 시설을 공연장으로 활용할 경우 내부에 흡음시설을 해야 하며, 음향장비도 붕괴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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