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는 9일 하루동안 경북 포항, 울산 울주, 전북 고창 등 전국에서 모두 20건의 산불이 발생, 수십㏊의 산림이 불에 탔다고 10일 밝혔다.
산림청은 이날 오전 전북 고창과 제주시 연동에서 각각 산불신고가 접수된 직후 헬기를 출동시키는 등 모두 38대의 산림청 헬기를 투입, 16곳의 산불을 진화했다.
이날 산불은 건조한 날씨 속에 기온이 예년보다 크게 높아진 가운데 강풍이 불어 산림 당국을 긴장시켰다. 특히 논·밭두렁이나 영농쓰레기를 태우다가 번진 산불이 많아 오전 11시~오후 4시 사이에 전북 5건, 경북 3건, 광주 2건 등이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산림청은 3월 상순으로는 최고 기온을 보인 이날 한꺼번에 영농준비에 나서며 논·밭두렁 등을 태운 것이 산불의 주요 원인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구 앞산 `맞불작전`으로 막아●…10일 낮 12시45분께 대구 동구 불로동 고분군 내 잔디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해 잔디 500㎡를 태우고 30여분만에 진화됐다. 인명피해는 없었다.
이에앞서 9일 오후 6시58분께 대구서 달서구 송현동 대덕승마장 위쪽 앞산 매자골 8부 능선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산불이 발생해 작목류 등 0.3㏊를 태우고 이튿날인 10일 오전 8시30분께 진화됐다.
불이 나자 소방당국은 소방차 15대와 헬기 2대를 비롯한 공무원 등 700여명을 투입해 산불진화에 나섰지만 날이 어두워지면서 소방대원들이 걸어서 현장에 올라가는 등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또 이날 초속 5~6m가량의 강한 남서풍의 바람을 타고 남구 대명동 황룡사 쪽으로 번지는 등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소방당국은 황룡사와 산 정상 쪽에 산불 방어선을 구축하고 이른바 `맞불작전`으로 산불확산을 막았다. 이에 따라 불이 난 지 4시간여 만인 오후 10시30분께 큰 불길을 잡았고 이튿날인 10일 오전8시30분께 완전히 진화했다.
/김영태기자 piuskk@kbmaeil.com
봉화서 담뱃불 실화, 15㏊ 태워●…봉화군 재산면 상리 산 135번지 일대 사유림에 9일 오후 3시31분 담뱃불 실화로 추정되는 산불이 났다. 산불은 소나무·잡목 등 임야 15ha를 태우고 10일 오전 10시10분께 불길이 잡혔다.
불이 나자 공무원 경찰 소방대원 군인 등 930여명이 동원돼 산불진화에 나섰지만 산세가 험한데다 일몰로 당일 불길을 잡지 못했다.
10일 오전 날이 밝자 산림청,소방, 군 헬기 등 9대가 동원돼 불길을 잡았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담뱃불 실화자로 추정되는 김모(52)씨를 상대로 정확한 화인을 조사중이다.
봉화/박종화기자 pjh4500@kbmaeil.com
울산주민 수백명 대피, 가축도 폐사●…9일 오후 8시 37분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향산리 능산마을 근처에서 산불이 나 인접한 언양읍 송대리, 직동리, 다개리까지 강한 바람을 타고 약 5㎞를 북상했다.
언양읍 송대리에 사는 김모(45·여)씨가 연기를 들이마시는 등 주민 3명이 다쳤다.
산림 50㏊와 건물 23채가 불탔다. 닭과 개 등 가축 560여마리가 폐사했다. 언양을 지나는 국도 24호선과 35호선 일원이 검은 연기로 뒤덮이면서 교통 정체가 빚어지기도 했다. 시는 7개 마을 주민 1천890여명에 대피령을 내렸다.
이 가운데 수백명은 실제 집을 나와 몸을 피했고, 울산양육원 원생 100여명 등 140여명은 시가 마련한 3곳의 대피소로 갔다.
관계 당국이 10일 오전 6시께부터 헬기 26대를 동원해 진화 작업을 벌이면서 불길은 잡히기 시작했다. 전날 오후 발효됐던 강풍주의보도 이날 오전 10시 30분에 해제됐다. 불길은 오후 1시 30분께 대부분 잡혔다. 불이 난 지 약 17시간 만이다.
화마에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빼앗긴 주민들은 차마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라 넋을 놓고 있다. /연합뉴스
경남 양산·합천 야산서도 불●…주말인 9일 경남 양산과 합천에 산불이 나 임야 3㏊가 피해를 보았다.
각 시·군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께 경남 양산시 물금읍 양산경찰서 뒷산인 오봉산에서 불이 나 임야 0.6㏊를 태우고 2시간여 만에 진화됐다.
불이 나자 양산시와 소방당국은 진화인력 110명과 헬기 3대 등을 투입해 진화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이날 오후 양산지역에 강한 바람이 불어 진화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오후 4시에는 합천군 가야면 이천리 한 야산에서 불이 나 5시간 만인 오후 9시에 겨우 큰 불길이 잡혔다.
잔불을 정리하고 있는 합천군은 이 불로 임야 2㏊ 이상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