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진압·주민대피 등 인력운용 통합 안돼 효율성 엉망<br>시의원 “도 따로 시 따로 이해안돼”… 市, 자정무렵 이전
포항시와 경북도가 지난 9일 포항에서 발생한 산불 상황실을 따로 마련해 평소 우려 대로 공조 체계에 큰 허점을 드러냈다.
이날 오후 3시38분께 포항시 북구 용흥동에서 산불이 발생하자 포항시는 학산동 포항고등학교에, 경북도는 용흥동 대흥초등학교에 별도의 재난지휘소를 마련했다.
포항시는 시청소속 공무원 1천500명과 경찰 830명, 군부대 600명, 산불감시원 106명 등 3천여명으로 구성된 산불진화팀을 만들어 진화작업을 벌였다. 반면 경북도는 소방대와 의용소방대 등 1천50여명의 인원을 동원해 별도의 진화활동을 개시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진화팀 간의 동선이 겹쳐 인원이 집중된 구역이 발생했고, 인원배치가 전혀 되지 않은 곳도 발생해 인력 운용의 효율성을 전혀 발휘하지 못했다.
포항시의 현장지휘소인 포항고에서 만난 L시의원은 “이렇게 큰불이 나 서로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시는 시 대로, 도는 도 대로 따로 돌아가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도와 시 간에 마치 불협화음이 있는 듯이 비춰져온 마당에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흥초교의 경북도 관계자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경북도 관계자는 “이런 큰 화재가 발생하면 당연히 공무원, 소방, 경찰, 군이 힘을 모아야 하는데 포항시가 고집을 부리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상황실을 합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긴급한 상황 속에 실시간으로 보고돼야 할 피해현황과 조치상황 등에 대한 공조도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경북도 재난지휘소 측은 피해상황에 대한 질문에 “포항시 측의 피해현황과 조치상황을 합쳐야 하기 때문에 아직 자료를 공개할 수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결국 포항시는 이날 자정이 가까워져서야 포항고의 현장지휘소를 철수하고 대흥초등학교로 옮겼다.
박승호 포항시장은 10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도 소방본부의 지휘차량과 함께 이동해 움직이는 상황실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었다”며 “지난 9일 오후 10시께 도와 시의 상황실이 분리된 것을 알고 즉시 포항고에서 철수하라고 지시했다”고 답변했다.
/윤경보·박동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