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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풍에 헬기진화 지연 `성난 화마`잡기 역부족

최승희·박동혁기자
등록일 2013-03-11 00:03 게재일 2013-03-1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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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22곳서 산불 타지역 헬기지원 늦어 순식간에 번져<Br>공무원 비상근무체제 유명무실화, 초동대처 실패 등 문제
▲ 지난 9일 오후 포항시가지 거의 모든 야산에서 산불이 발생해 산아래 주택을 태우는 등 대형 화재로 번졌다. 북구 학산동 학산 기슭의 주택을 덮친 화마가 무서운 기세로 주택들을 집어삼키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9일 포항 용흥동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순식간에 주택 수십 채를 태우고 인명피해까지 내는 대형 화재로 번진 이유는 강풍과 건조한 날씨, 산불헬기 투입 지연, 지자체 방심 등으로 조기 진화에 실패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날 불은 9일 오후 3시38분께 포항 D중학교 학생 3명이 용흥초등학교 뒤 탑산에서 라이터로 불장난을 하면서 시작됐다.

최근 포항에는 지난 1일 발효된 건조주의보가 6일 건조경보로 대체되는 등 산불 발생 당시까지 무려 열흘 동안 산불에 취약한 건조한 날씨가 이어졌다. 야산에 가득 쌓인 마른 낙엽은 불쏘시개 역할을 했고 불은 순식간에 산불로 번졌다. 이날 습도는 30%도 채 안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대 풍속 12.3m의 강풍까지 불면서 불씨는 산 건너 용흥동 우미골과 우현동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산불 진화의 가장 효율적인 장비인 산불진화용 헬기까지 뒤늦게 투입돼 화를 키웠다.

포항시는 산불 발생 10여분 만에 시 임차헬기 1대를 투입해 진화를 시작했지만 바람이 워낙 강해 헬기가 공중에서 물을 제대로 뿌리지 못해 조기 진화에 실패했다.

구미와 경주·경북도·소방본부 등에 헬기를 요청했지만 이날 울산 울주군 등 전국 22곳에서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해 진화용 헬기가 모두 출동하는 바람에 뒤늦게 6대가 투입되는 것이 고작이었다.

게다가 비슷한 시각에 연일읍에서도 산불이 나 헬기들이 투입되면서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최근 몇 년 사이 대형 산불이 뜸하면서 느슨해진 지자체 산불대응도 조기 진화 실패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2009년 남구 대보면 강사2리 야산, 2006년 북구 흥해읍 금장리 야산 등 그동안 대형 산불을 잇따라 겪은 포항시는 매년 산불집중발생 시기에 읍면동 직원뿐 아니라 본청, 사업소 직원까지 동원해 비상체제를 가동했다. 하지만 몇 년 사이 대형 산불이 잦아들자 읍면동과 남·북구청 산림 관련 직원들만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

특히 이번 불이 휴일에 발생하면서 시청 동호회 소속 직원들이 외지 산행을 가는 등 상당수 공무원이 자리를 비운 것으로 알려져 지자체의 안일한 대응이 논란이 되고 있다.

포항시 한 공무원은 “최근 몇 년 동안 포항에서 대형산불이 잠잠했고 그 틈을 타 산불예방기간 동안 전 직원이 동원됐던 비상근무체제가 느슨해진 것은 사실이다”고 털어놨다.

/최승희·박동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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