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
영화 감상이 취미인 나는 영화를 짧게 편집하며 소개하는 유튜브를 여러 개 구독하고 본다. 더러는 이미 봤던 영화를 회상할 때도 하고, 보지 못했던 영화를 만날 때도 있다. 유튜브에서 그렇게 봤던 영화를 TV로 다시 볼 때도 많다.
20년도 더 전에 책으로 봤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Tuesdays with Morrie)을 그렇게 다시 만났다. 그 당시 워낙 베스트셀러였기에 사 봤던 책이었는데 거의 동시에 영화로 나온 줄은 몰랐다. 책의 저자인 미치 앨봄(Mitch Albom)처럼 나도 일에 미쳐 정신없이 바쁘게 살았던가 보다. 미치 앨봄은 미국 브랜다이스대학교의 사회학과 교수인 모리 슈워츠(Morrie Schwartz) 교수의 제자다. 둘의 관계는 제자는 교수를 코치라고 부르고, 교수는 제자의 애칭을 부를 정도로 매우 돈독했다. 미치는 대학 졸업 후 성공한 스포츠 칼럼니스트로 정신없이 산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나 프로포즈도 못할 정도로 바쁜 일상을 사니 자신에 대한 성찰할 시간도 여유도 없다. 그때 우연히 본 유명 TV 프로그램인 ‘나이트라인’에 나온 모리의 모습에 깜짝 놀란다. 모리가 루게릭 을 앓고 있으며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미치는 모리의 가르침대로 살지 못했다는 죄책감 속에 모리를 찾아간다. 16년만에야 다시 만난 교수 모리는 미치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고 눈물로 환영한다. 그 후 화요일마다 인생에 대한 둘만의 수업이 시작된다. 미치는 직장으로부터 해고 위협을 받고, 애인의 결별 선언을 감수하면서도 이 수업을 위해 14주나 비행기를 탄다. 세상, 자기 연민, 후회, 죽음, 가족, 감정, 나이 드는 두려움, 돈, 사랑의 지속, 결혼, 문화, 용서, 완벽한 하루, 작별 인사를 주제로 매주 강연과 토론이 펼쳐진다. 제자 미치가 모리 교수와의 그 수업을 책으로 옮겼고, 모리 교수가 죽은 후 출간되었으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책장에서 찾았다. 과연 읽은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내용이 까마득하다. 오래전 책이었기 때문일 테지만 40대에서 거의 30년 가까이 지난 70살의 내게 공감되는 내용은 확연히 다르다. 감동과 공감의 포인트가 나이에 따라 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24시간만 건강해진다면?”이라고 묻는 미치에게 말하는 모리의 완벽한 하루는 이런 것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하고 롤케이크와 홍차로 아침을 먹고, 수영하고, 친구들과 점심 먹고, 이야기하고 싶어. 그리고 산책하면서 자연을 느끼고 저녁엔 레스토랑에서 맛난 음식을 먹고 멋진 파트너와 춤을 출 거야. 그리고 집에 와서 깊고 달콤한 잠을 자는 거지.”
죽음에 대한 성찰도 곱씹게 된다. 누군가의 말처럼 죽음은 외투 속의 손수건처럼 아주 가까이 있다. 살아가는 것은 곧 죽어가는 것이다. 죽음의 순간까지도 누군가를 용서하고, 배려하고 활발하게 감정을 나누며 인생 최후의 시간을 가장 아름다운 시간으로 만든 모리 교수를 배우고 싶다.
가장 가슴에 와서 콱 박히는 말은 이것이다. “나이가 드는 것은 쇠락이 아니고 성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좀 늙었으면 하는 사람은 왜 없는 거지?”
2025-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