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워즈 어 고스트 우아 워즈 얼론 어두워진 앞길 속에 아이 르브드 두 라이브즈, 트라이 투 플레이 보스 사이즈(I was a ghost, I was alone 어두워진 앞길 속에I lived two lives, tried to play both sides)”.
‘케이팝데몬헌터스(케데헌)’의 노래에 푹 빠진 손녀의 공책이다, 이렇게 노래 가사를 한글로 적어 보면서 노래한다. 무슨 뜻인제 아느냐고 물으니 모른다며 해맑게 대답하는 손녀. 제 딴에는 노래한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읽기에 급급한 듯하니 귀엽고도 우습다.
이 노래는 애니메이션 ‘케데헌’의 OST ‘골든(Golden)’으로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전 세계적 인기를 얻었다는데 우리 손녀까지도 이렇게 열광(?)하니 과연 맞나보다. 이 외에도 여러 곡이 더 있다.
손녀가 “You‘re my soda pop, my little soda pop“이라고 ‘소다팝’을 흥얼거릴 때면 옆에 있던 나와 손자까지도 같이 따라 할 정도로 중독성 있는 멜로디니 참 인기가 있을 수 밖에 없겠다 싶다.
지난달이었다. 손자가 ‘케데헌’을 봤느냐고 물었고, 그게 뭐냐 되물었더니 자기는 세 번이나 봤다고 자랑하면서 TV로 넥플릭스를 켜서 같이 보자고 했다. 애니메이션이라 시큰둥했지만 장면 장면을 가리키며 워낙 아는 체하길래 대충 보는 척을 했다. 케이팝을 부르는 세 명의 걸그룹이 악귀를 잡는 능력으로 귀마인 사자보이스라는 남자 그룹을 물리친다는 내용이었다. 애니메이션의 배경이 한국이라는 것이 내 흥미를 끌었다. 거리의 간판이 한글로 쓰였고, 서울의 잠실 올림픽경기장, 삼성역 전광판, 북촌 한옥마을, 낙산공원과 남산타워, 명동 등이 배경으로 등장해서 서울시장이 ‘케데헌’ 제작진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뉴스를 접한 바는 있었는데, 과연 그랬다. 목욕탕과 한의원 등도 등장하니 K-컬처를 제대로 홍보하고 있는 셈이다. 내용은 그렇다 치고 배경이 흥미로워 자세히 보게 되는 애니메이션이었다. OST에는 또 관심 없었다가 손녀 덕분에 흥얼거리게 되니 참 이렇게 조손이 공감하는 접점이 있기도 하나 보다.
TV를 거의 보지 않는 나도 월요일 밤의 ‘가요무대’는 챙겨본다. 내가 이렇게 늙어가는구나 생각하면서 보는 프로그램이다. 어제 ‘가요무대’를 볼 때 손녀는 옆에서 공책을 보며 ‘케데헌’의 소다팝을 흥얼거리고, 손자는 과학만화책을 보고 있었다. 내가 TV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니 애들은 하던 짓을 멈추고 나와 TV를 번갈아보며 이런 표정을 짓는다. 할머니가 노래를 하네? 손자가 책을 던지고 일어나 노래에 맞춰 설렁설렁 춤추는 시늉을 하자 손녀와 나도 일어나 서로 안고 빙빙 돌았다. 조손공감이 이렇게도 가능하구나.
아이들에게 노래방에 한 번 가자고 했더니 노래방이 뭐야? 되묻는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번 방학 버킷리스트 하나 더 추가한다. 노래방 가서 각자 좋아하는 노래 목청껏 불러보기. 점수에 따라 내기도 하면 재미있어 하겠지.
/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