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태 수필가 ‘동반’이란 단어에 얼른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장님과 길잡이 관계다.어떤 장님이 길잡이 소년을 데리고 전국을 떠돌며 구걸하고 있었다. 그들이 어느 초가을에 포도밭을 지나는데 포도 농부가 장님 일행을 보고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농부는 뭔가 도와주고 싶은데 당장 줄 것이 포도 밖에 없어 포도라도 먹으라고 주었다.포도를 선물로 받은 두 사람은 적당한 그늘에 앉아서 나누어 먹기로 했다. 그런데 먹기 전에 한 가지 다짐을 했다. 한 번에 한 알씩 서로 번갈아가며 먹자고 말이다. 장님이 어른이니까 먼저 한 알 먹었다. 이어서 소년도 한 알 먹었다.한동안 그러다가 장님은 약속과 달리 두 알을 먹었다. 소년은 생각했다. 이 사람이 약속을 어기는구나. 그렇다면 나도 두 알을 먹어야지. 소년이 두 알을 따 먹어도 앞을 못 보는 장님은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러자 소년은 다시 생각을 바꿨다. 장님은 볼 수 없으니까 내가 세 알씩 네 알씩 먹어도 괜찮겠지.장님이 한 번에 두 알씩 먹는 동안 소년은 마음 놓고 세 알 네 알씩을 먹었다. 금방 포도는 없어졌다. 포도 먹기가 끝나자 장님이 말했다.“네가 나를 속였구나” 그러나 소년은 가슴이 뜨끔하면서도 아니라고 우겨댔다. 그러자 장님이 말했다.“내가 약속을 어기고 두 알을 먹었을 때 너는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았다. 그래야 너도 나처럼 할 수 있으니 그것이 바로 나를 속인 증거다”이처럼 상대를 훤히 꿰뚫고 있는 관계이기도 하지만 더러는 쉽게 생각하고 마구 대해도 괜찮은 존재가 동반자라고 착각하는 수도 있다. 특히 배우자의 경우 실수나 낭패를 꼬집어 해치기보다는 은근슬쩍 덮어주는 모습이 더 아름답다. 부부가 서로의 약점이나 찾아보려고 가정이라는 공동체로 묶여졌다면 스파이관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상대의 부족한 부분은 메우고 흠집은 덮어주는 파트너여야 비로소 한 가정이 온전해진다.야구 경기에서 목이 쉬도록 응원하고 격려하는 까닭은 ‘내편’이라는 팀이 마운드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듯이 가정에서 내편은 당연히 부부다. 그래서 ‘지아비’와 ‘지어미’로 칭하고 스스로 아비와 어미가 되어야만 한다. 살면서 반쪽의 어깨가 축 쳐질 때 나머지 반쪽이 든든한 기둥 역할을 해야 쓰러지지 않는 가정이 된다.동반자 관계는 결코 경쟁하는 여야 관계가 아니다. 서로에게 존재의 근거이며 말 그대로 일심동체다. 남편을 깎으면 아내도 깎이고 아내를 높이면 남편도 높아진다. 상대를 울게 하지 말고 웃게 하면 자신도 저절로 웃게 된다. 서로 돕고 응원하며 감싸주는 삶이 행복한 가정을 만들고 나아가 자녀의 장래에 표본으로 가르쳐주기도 하지 않겠는가.가정의 달이 막 지났다. 포도를 더 먹기 위해 동반자를 속일 수도 없거니와 상대의 약점을 이용해 자신만 이득을 취해도 상대가 눈감아주지 않으면 성사되지 못한다.우리의 미래는 청소년일 수밖에 없다. 자녀들에게 올바른 인간관을 전해주려면 동반자 관계를 몸으로 배워 익히도록 해야 한다.
2022-05-31
조현태 수필가 헛간 지붕 사각파이프 속에 참새가 둥지를 만들더니 어느새 새끼참새가 부화하여 날아 나왔다. 아직 부리 부분이 노란빛을 띠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소한 지 얼마지 않아 보였다. 내가 가까이 가도 도망하지 않았다. 처음으로 둥지에서 나온 세상이라 뭐가 위험하고 어떤 것이 안전한지 아직 모르는 것 같았다.마당에는 자전거 튜브를 때우기 위해 마련해 둔 물통이 있었는데 물 깊이가 약 십 센티미터 정도였다. 그 물을 마시려고 여러 차례 시도하는 중이었다. 혹시 내가 유심히 보면 불안할까봐 모르는 척 고개를 돌려 피해 주었다. 잠시 후에는 세 마리나 물통에 앉아 놀기에 그러나보다 하고 내 용무 보러 나갔다.약 두 시간 가량 용무를 보고 집에 와 보니 물통 주변에는 참새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예닐곱 마리 참새가 가정용 정미기 주변에서 떨어진 곡식들을 주워 먹는데 정신을 팔고 있었다. 평소에도 미강이나 왕겨가 나가는 곳에 참새들이 많이 붐볐으므로 흩어진 곡식을 알뜰히 찾아먹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그냥 웃어넘기며 아까 그 물통 옆을 지나다가 깜짝 놀랐다. 새끼참새 한 마리가 물통에 빠져 꼼짝하지 않고 있었다. 얼른 건져보니 이미 죽어 있었다. 새들이 물을 먹기도 하고, 물에 들어앉아 깃털 씻는 모습을 텔레비전에서 많이 봤으니까 얘들도 그런 줄 알았다.겨우 10cm에 빠져 죽을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는데 이런 사고가 나고 말았다. 다시 생각해보니 새끼참새에게는 키 높이에 두 배가 넘을 깊이가 아닌가. 더구나 아무런 경험도 없었으니 누군가 거들어주지 않으면 혼자 해결할 줄 몰랐을 수도 있다. 그저 어미가 물을 먹으니 따라서 먹어 보았고 목욕을 하니 흉내를 냈을 수도 있다. 아차! 싶었으나 새끼참새가 이미 익사하고 말았으니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감나무 밑에 묻어주는 일밖에 없었다.아직 어리고 경험이 없어 실수하거나 스스로 해결할 능력이 부족한 상황을 미리 짐작했어야 했다. 또 다른 새끼들이 물 먹으러 올지도 모르는데 이대로 두면 안 될 듯했다. 수면에 닿을 수 있을 정도의 높이에 안전장치를 해야겠다 싶었다. 그러면 물을 먹으러 왔다가 빠져 죽지는 않을 것이다. 얼른 생각나는 것이 석쇠와 같은 철망이었다. 철망에 10cm 정도 되는 다리를 만들어 물에 넣어두면 될 터이다.사람 사는 사회에도 마찬가지다. 사고는 언제나 터진 후에 수습하고 나서 왜 그랬을까 고민하게 된다. 겪어보지 못한 일이나 처음 접하는 상황 앞에는 누구나 당황할 수 있다. 혹시 위험에 처하더라도 크게 다치거나 생명을 잃지 않도록 세상을 먼저 살아 본 사람이 가르쳐줘야 한다. 그래서 교육과 실험이 필요하지 않겠는가.작게는 어린이를 비롯하여 크게는 정치지도자에 이르기까지 모르는 부분을 나무라기 전에 알고 있는 사람이 가르쳐주어야 할 일이다. 협력하여 문제를 극복하는 사회구조를 우리 인간이 장악하고 영위해 나가야 할 일이다.
2022-05-24
조현태수필가 오늘은 재미난 이웃 친구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이 친구가 정년퇴직을 하여 이태 전부터 놀고 있다. 아직 농사철은 이르고 하여 시간 보내기가 어중간한 모양이다. 수시로 집에 찾아오는데 마땅히 대접할 음식이 없으니 쉬운 대로 봉지커피를 마시고는 했다. 그런데 오늘은 봉지커피 백 개 들이 한 통을 사들고 왔다. 자꾸 얻어 마시기가 미안했나보다. 내 입장에서는 자주 찾아오는 친구가 반가울 뿐인데 왜 미안해하는지 모르겠다. 이미 가져온 커피니 두루 나눠 마시겠지만 사람 귀한 농촌에 자주 보는 것만도 고마우니 이러지 말자고 했다.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커피 물을 끓였다.하던 일이란 어제 뜯어온 산나물을 손질하는 일이었다. 퇴직 친구(이하 퇴직)가 산나물은 어디서 났느냐고 묻기에 택시 친구(이하 택시)랑 죽장 가서 뜯어왔노라고 했다. 택시의 비번 날이라 소풍 겸 산속을 두루 다녔다고 설명했다. 옛날부터 퇴직과 택시가 유난히 친하게 지내는 사이었다. 그런데 퇴직에게는 언급도 하지 않고 나를 불러 같이 다녀왔으니 심통이 났나 보았다. 입술을 약간 실룩거리더니 택시에게 전화를 했다. 다짜고짜 퉁명스러운 말투로 나무라기 시작했다.“현태 집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모르고 돈만 벌고 다니면 되겠나? 에라 이 인정도 의리도 없는 놈아” 괴상한 소리에 황당해진 택시가 반문했다. 어제 종일 같이 있어도 아무런 낌새조차 없었는데 무슨 희한한 소리냐고 하자 퇴직이 다시 다그쳤다.“내가 지금 기계에 와 있는데 현태 집에 문상 가야 하니 나 좀 태워다 주라” 그 시각이 점심때쯤 됐다. 안강에서 기계로 가려면 우리 집 주변을 지나게 되므로 택시가 우리 집에 먼저 왔다. 어제까지 멀쩡했는데 무슨 변고냐 싶어 상황파악 차 온 모양이었다. 그러나 퇴직은 나와 방에 앉아 한가롭게 커피나 마시고 있으니 그제야 속은 줄 알고 웃으며 삿대질을 했다. 의리고 인정이고 간에 커피 마시며 노닥거리는 문상도 있느냐고 큰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퇴직이 기다렸다는듯 표정을 굳히며 일갈했다. ‘포도나무가 소천 했으니 문상해야지’실상은 문상에 관한 화두가 따로 있었다. 우리 집 마당 가장자리로 나무를 심었었다. 감나무, 대추나무, 엄나무, 포도나무 등등. 그런데 포도나무 두 그루 중에 한 그루가 죽었다. 작년에도 포도를 많이 따 먹었는데 올 봄에 싹을 내지 못하고 말라버렸다.그러니까 퇴직이 택시를 불러서 점심이라도 같이 먹고 싶은데 마땅한 구실이 없나 생각하다가 문상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이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포도나무 문상으로 치면 내가 상주 격이다. 그러니 두 친구와의 점심값은 상주인 내가 지불해야지 했다. 거기다가 퇴직은 스스로 점심을 사고 싶어서 일부러 일을 꾸몄다. 또한 택시는 아직 돈벌이를 하고 있으니 점심을 사야 한다고 서로 우겼다서로 보고 싶고, 함께 먹고 마시며 즐거이 지내고 싶은 애틋한 인간관계.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이런 관계였으면 좋겠다.
2022-05-17
조현태 수필가 가뜩이나 코로나19 감염병 때문에 이태가 넘도록 답답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우크라이나 침공이 온통 화젯거리로 식을 줄 모른다. 국내 뉴스도 서로 헐뜯는 감정대립에다가 자기유익만 강조하니 너무 식상하고 암담하다. 이런 상황에 인터넷에 널리 알려진 동화가 언뜻 떠오른다.담장아래 꽃밭에 해바라기들이 살고 있었다. 그리고 해바라기들의 발밑에는 나팔꽃이 자라고 있다. 나팔꽃은 먼저 A해바라기에게 부탁한다. 자기 혼자서는 설 수 없는 존재라서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자라야 꽃을 피울 수 있다. 내가 너에게 기댈 수 있게 해 준다면 나의 아름다운 꽃을 너에게 줄 수 있다고. 이 말을 들은 A해바라기는 가당치도 않다는 투로 되받아친다. 내게 거추장스러운 존재는 딱 질색인데 내 몸에 칭칭 감고 올라가겠다는 것이 아니냐? 네가 나를 꽁꽁 묶어 어떻게 할 작정이냐? 어림도 없으니 다른데 가서 알아봐. A해바라기의 매몰찬 거절에 나팔꽃은 주눅이 든다.그렇다고 넝쿨식물의 삶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무척 미안한 마음으로 B해바라기에게 고개를 돌려 눈치를 살핀다. 그런데 B해바라기는 나팔꽃에게 빙그레 웃음을 지어 보인다. 그 미소에 힘을 얻은 나팔꽃이 용기를 내어 부탁한다. B해바라기야 내가 기댈 몸이 되어주겠니? 허락만 해 준다면 나의 가장 아름다운 꽃을 너에게 줄 테야. B해바라기는 흔쾌히 나팔꽃 아가씨의 버팀목이 되어주겠다고 한다. 사실은 해바라기끼리 해만 바라보며 남보다 더 크게 자라려고 경쟁하는 삶이 너무나 각박한 터였다. 하늘의 해를 향해 더불어 살면서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사이로 지내자고 오히려 위로하는 자세다.기꺼운 허락을 받은 나팔꽃은 기쁨에 겨워 B해바라기의 몸을 감싸안으며 자라 오른다. 마침내 나팔꽃은 진분홍 꽃을 가득 피우며 바깥세상의 아름다움도 구경할 수 있게 된다. 거기다가 나팔꽃의 깜찍하고 독특한 색채가 B해바리기와 어우러져 더욱 아름답고 우아하게 보인다. 노란색 꽃 한 송이만 달랑 피어있는 다른 해바라기들이 부러워하기까지 한다.어느 날, 거센 비바람이 휘몰아친다. 밤새도록 불던 비바람이 잔잔해지고 아침 해가 돋는다. 나팔꽃은 아침을 맞이하려고 부랴부랴 꽃을 피우면서 단단하게 끌어안았던 몸을 느슨하게 풀고 주위를 살핀다. 그때 나팔꽃이 A해바라기의 모습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목이 꺾인 채로 흔들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밤의 비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목이 부러진 것이다. 하지만 같은 비바람을 맞아도 B해바라기는 거뜬하게 서서 나팔꽃과 가볍게 입맞춤한다.거센 비바람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나팔꽃도 무서움에 떨며 B해바라기를 바짝 끌어안았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해바라기야 무서워. 너도 무섭지?” 밤새도록 서로 감싸고 보호했던 것이리라. 아침의 따사로운 해를 바라보며 B해바라기와 나팔꽃은 함께 행복했다.서로 밀어내는 전쟁보다 함께 끌어안는 공동체가 목을 부러뜨리는 힘에도 견딜 수 있다는 이야기.
2022-05-10
조현태수필가 중국에 아주 똑똑한 젊은이가 있었다. 그는 스무 살에 과거에 급제하여 관직에 등용됐다. 젊은 나이에 벼슬을 할 만큼 총명하여 자연히 황제의 관심을 받았다. 황제의 두터운 신망을 바탕으로 고속승진하며 남들이 부러워하는 출세가도를 달렸다. 자연히 온 장안에 최고의 화제가 될 정도였으니 많은 사람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러다보니 시기와 질투, 모함 등의 좋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어느 날 젊은이가 궁궐에서 퇴청하여 한적한 거리를 걷고 있었다. 배를 쭉 내밀고 온갖 거드름을 다 피우면서 걷고 있는데 조그만 냇가에 놓인 다리가 나타났다. 막 건너려고 할 때 다리난간에 걸터앉았던 한 노인과 눈이 마주쳤다. 초라한 차림에 걸인 행색을 한 노인이었다. 노인이 나지막하고 점잖은 소리로 젊은이를 불렀다. 젊은이는 그냥 지나치려다가 귀찮은 안색을 하고 노인 앞에 멈췄다. 노인은 “여보게 젊은이, 소(牛)가 외나무다리를 건너듯이 사는 것이 인생이라네.”하면서 生자를 땅바닥에 지팡이로 커다랗게 써 보였다.‘生’자는 코흘리개 적에 외워 둔 글자라 젊은이에게는 완전히 관심 밖이었다. 뿐만 아니라 남부러울 것 없이 자신만만하게 살고 있는 젊은이에게는 노인이 가엾은 거지로 보였다. 그래서 후하게 선심 쓰듯 엽전 한 닢을 던져주고 돌아갔다.그 후, 세월이 흘러 젊은이는 마흔 살에 벼슬의 최고봉인 재상에까지 올랐다. 그러나 재상에까지 오른 젊은이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간신배들은 배알이 뒤틀렸다.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하여 젊은이를 황제 앞에서 대역죄인으로 몰아갔다. 결국에는 간신배들의 모함에 걸려 젊은이가 죄인으로 몰려 귀양을 가게 되었다. 귀양 가는 길에 노인을 만났던 그 다리를 건너가게 되었다.그제야 예전에 거지노인이 자신에게 했던 말이 다시 기억났다. 인생살이란 ‘소가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형국’임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아하! 그렇구나. 이미 자신이 외나무다리 위에 서있는 소에 불과하구나 하고 무릎을 치더라는 이야기.그 당시의 소는 농사에 동원되고 등에 짐을 실어 나르는 힘든 삶에서 몸을 균형 잡는 훈련이 어느 정도 되었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가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것이 불안한 인생살이와 같다고 했음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그렇다면 지금의 소는 어떤가? 고급 사료와 안전한 시설에서 사육되고 있다. 운동이나 훈련은커녕 인간의 입맛에 맞아떨어지게 수명이 조정되고, 육질 좋은 몸집을 키워가도록 강요당하고 있는 고깃소에 불과하다. 심지어 새끼를 낳을 때도 사람이 거들어주지 않으면 자연분만이 어렵다.아마도 그 옛날과 현재에 같은 외나무다리를 건너게 한다면 현재 소가 더 불리하지 싶다.대다수의 독자들은 이의를 제기할 것이다. 외나무다리도 없어졌거니와 엄청 넓은 콘크리트 다리 위로 트럭에 실려 다닌다고. 하지만 필자는 인생 삶을 비유한 어느 작가의 이야기를 인용했다. 세상에서 소든지 사람이든지.
2022-05-03
조현태수필가 온 산에 들에 봄꽃들이 다투어 피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만남을 자제하다가 이 봄을 즐기자며 지인 몇이 소풍을 제안했다. 필자 또한 싫지 않아 대뜸 동의하고 시간 맞춰 집합장소에 갔다. 소풍을 제안한 사람이 장소를 소개했다. 한적한 산 속에 아담한 집을 지어놓고 주말이면 친구들과 어울리는 곳이란다. 다른 한 친구는 그의 닭장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장닭을 잡아 왔다. 일행 중 한 여인은 음식 조리솜씨가 매우 뛰어나서 각종 한약재와 함께 닭백숙을 끓였다. 이런 사람들에 덩달아 봄바람 난 필자는 각종 술과 음료수에 약간의 과일을 사들고 갔다.작은 별장 같은 마당에 장작불로 끓이기 위한 아궁이와 솥도 준비되어 있었으니 도착하자마자 바로 불을 피웠다. 아궁이 옆에는 원탁과 의자도 있어서 각자 취향대로 마시도록 막걸리와 소주, 여인이 마실 백세주까지 내놓았다. 거기다가 잠깐 만에 산에서 두릅순과 산나물도 조금 뜯어 왔다. 그 기막힌 분위기와 기분으로는 멀뚱히 기다릴 수가 없었다. 마련해 간 반찬과 산나물을 안주로 술잔이 오락가락했다. 저절로 휘파람이 나올 만큼 봄소풍 분위기가 무르익어갔다.드디어 잘 익은 닭고기를 뜯어가며 맛과 흥취에 빠졌다. 제법 농담도 섞어 웃어가며 서로 칭찬했다. 어느 순간 한방 닭백숙 삶는 방법도 전문가 수준이라며 극찬하던 친구가 고기를 조금 뜯어 여인 입으로 갖다 주었고, 여인은 남이 먹여주니 더 맛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남편이 보는 앞에서 ‘아내 챙겨주는 시범’이라며 두어 차례 더 고기를 건넸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그 여인의 남편이 못마땅하게 여겼던 모양이다. 그렇다고 남의 아내에게 그따위 애정행각을 하느냐고 투덜거릴 수는 없었으리라. 남편 분이 꾹 눌러 참고 있는데 막판에 솥에 남은 닭죽이 눋겠다며 친구가 물을 더 부었다. 그 순간, 닭죽 맛 떨어지게 물 부었다고 화를 벌컥 냈다. 죽이 눌어붙을 정도여서 물 조금 부어도 괜찮은데 무슨 화까지 내느냐고 여인이 설명했다. 대뜸 남편 분의 입에서‘당신은 지금 누굴 두둔하고 나서느냐?’까지 말이 나오고 말았다. 전체 분위기가 머쓱해졌다. 단순히 술 취한 탓은 아닌 듯 했다.친구 입장에서는 음식솜씨 좋은 여인 잘 챙겨주려는 친절을 장난삼아 했고, 아까운 음식 남김없이 먹자는 행동이었다. 남편 분 입장은 고기 쌈 싸 주는 자나 날름 받아먹고 맛나다고 하는 자나 똑같다 생각했겠지. 여인 입장에서는 남편 몰래 바람피운 것도 아닌데 아는 이웃끼리 뭘 그리 까탈스러울까 싶었을 터이다. 필자 입장에서 보면 솥에 물 부은 것에서 화낸 것은 핑계에 지나지 않고 다른 남자가 자기 아내에게 고기쌈 챙겨주므로 기분이 나빴다고 보았다.사회 곳곳에서 이런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지는 않는가 생각해 본다. 누구나 자신의 입장만으로 살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행위 때문에 벌어지는 난처한 일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난처할 정도를 넘어서 치고받고 싸우거나 심하면 전쟁까지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어느 경우이든 남은 결과는 쌍방피해밖에 없지 않은가.
2022-04-12
조현태수필가 우연히 ‘유대인 대학살’에 관한 방송을 보며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 학살의 까닭을 찾아보니 대략 두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2022-04-05
조현태수필가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이 두 가지를 모두 했던 사람이 있었다. 1822년 독일에서 출생한 하인리히 슐리만. 그가 7살 때 아버지가 선물로 사다 준 ‘어린이를 위한 세계사’를 읽고 트로이라는 도시가 실재하는 장소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이 믿음은 그의 일생에 포기할 수 없는 꿈이 되었다. 41세가 되던 해 고고학자의 삶을 시작하였고 마침내 소아시아 트로이 유적 발굴에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유적 탐사의 과정에서 엄청난 보화들을 찾아냈다. 그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인물이지만 유명한 만큼 논란과 비난의 대상이기도 하다. ‘과학적 고고학의 아버지’, ‘새로운 학문의 선구자’로 찬란한 조명을 받는 반면, ‘더러운 도굴자’, ‘비과학적인 고고학의 초심자’, ‘문명 파괴자’ 같은 비난을 받기도 한다. 한 인물에 대해 이렇게까지 반대되는 평가가 공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슐리만은 무역과 은행업 등에 성공한 사업가였다. 그리고 마흔이 넘은 나이에 고고학을 공부하며 발굴 작업에 뛰어든 인물이었다. 1869년, 아름답고 헌신적이며 ‘일리어드’를 잘 아는 그리스 처녀와 결혼했다. 이듬해 4월, 슐리만과 아내는 조사활동을 시작하여 3년 동안 일꾼 100여명을 데리고 37m 높이 언덕에서 트럭 25만대 분이나 되는 흙을 파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오스만 튀르크 정부의 발굴허가를 받아 1871년 10월 첫 발굴을 했다.이후 20년에 걸쳐 7차례 발굴 작업을 한다. 그 결과는 전 세계에 흥분과 충격을 안겨준다. 트로이에만 너무 열중한 탓에 다른 시대 건물들을 무너뜨리거나, 중요한 역사적 실마리가 될 벽돌을 깨뜨리며 깊이 파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그러한 엄청난 실수 때문에 오히려 여섯 번째 층에 묻힌 평생소원이던 트로이가 드러나게 된다. 프리아모스 궁전이라고 믿는 돌 건물 8.5m 아래에서 어마어마한 보석이 발견된다. 팔찌, 브로치, 목걸이, 접시, 단추, 등. 금으로 만든 것이 자그마치 8천700여점과 화려한 금관까지. 결국 평생 꿈꾸어 온 트로이의 보물을 손에 거머쥔다.이 보물들은 후일 슐리만의 유언에 따라 베를린의 선사시대 박물관으로 옮겨졌다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독일에 진주한 소련군에게 탈취당해 지금은 러시아가 보관하고 있다.슐리만의 발굴 작업 결과 히살리크 언덕은 도시의 폐허가 여러 겹으로 중첩된 고고학의 보고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곳은 고대 그리스의 도시들이 수천 년간 번영과 멸망을 반복한 장소였다. 이 과정에서 슐리만은 도자기들과 고고학의 방법론인 층서학(stratigraphy)에 큰 관심을 가졌다. 층서학을 슐리만이 처음 고안해 낸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복합적이고 광범위한 스케일로 층서학을 적용하여 발굴하고 연구한 것은 슐리만이 처음이었다고 할 수 있다.그 사람이 재물에 욕심이 있어서 도굴에 비견할 만한 일을 했던 것은 부정하지 않는다. 많은 역사적 자료를 파괴하고 훼손한 것은 사실이지만 트로이 유적을 찾아내고 인류문명의 생생한 역사를 증명한 공로는 마땅히 인정해야 할 일이다. 어쩌면 어릴 때부터 키워온 꿈의 발현이라는 생각에 지금 시대에도 필요한 가치는 아닐는지.
2022-03-22
조현태수필가 3월 10일 새벽 4시50분 경, 대통령 선거 개표 결과를 발표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당선’이란 그림이 텔레비전 화면을 채웠다. 누구 당선, 누구 낙선보다 어떻게 당선했는지에 관심이 모아졌다. 미세한 표 차이(0.73%)로 승패가 갈라진 결과가 그것이다. 그 결과는 국민 절반의 지지로 당선되고, 절반의 지지에도 낙선된 것이다.따라서 누가 당선되든 낙선된 쪽의 표심을 외면하면 안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왜냐면 모든 유권자는 새 대통령을 통하여 더 좋은 나라와 삶을 바라면서 투표를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후보자들 역시 자신의 역량이 국가와 국민에게 좋은 영향력이 되려고 출마했을 터이니까.20대 대통령 선거가 양자구도로 당선이 확정되고 곧바로 당자와 낙자의 소감을 발표했다. 필자는 두 사람의 말을 듣고 바로 일어서서 박수를 보냈다.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 결과를 선거 부정이라 주장하며 불복하던 기억과 대조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이 민주주의 선진국이라는 미국보다 더 성숙한 자세를 보여줬다. 서로 다독이고 격려하는 모습이 필자를 매우 흡족하게 했다.그 아름다운 자세를 바라보며 교회 목사의 설교에서 들은 이야기가 떠오른다. 어떤 여행객이 한적한 마을을 지나다가 노인 한 분을 만났다. 여행객은 노인과 인사를 나누고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그 마을이 어떤 환경인지 궁금하여 ‘이 마을은 사람들이 살기에 어떤지’물었다. 노인이 대답은 하지 않고 그대는 어디서 왔으며 그 마을은 살기에 어떠하냐고 여행객에게 되물었다. 좀 머쓱해진 여행객은 ‘제가 사는 마을에는 서로 헐뜯고 비판하며 나쁜 소문도 퍼뜨리고 협력하지 않아 거기서 떠나고 싶다’는 대답을 했다. 그 때 노인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이 마을도 자네가 사는 마을과 다를 바가 없지. 똑같다네.”잠시 후 차를 타고 지나가던 다른 여행객이 노인을 향해 ‘이 마을은 사람이 살기에 어떠한 마을’ 인지 물었고, 노인은 그에게도 아까처럼 같은 말로 되물었다. 그러자 차에서 내려 노인에게 인사하며 ‘저희 마을 사람들은 친절하게 지내며 서로 돕고 따뜻하게 인사도 잘 나누니 살기 좋은 마을’이라고 하자 노인은 반가운 표정으로 미소를 보내며 대답했다.“이 마을도 자네가 사는 마을과 다를 바가 없다네. 서로 따뜻한 정을 나누고 협력하며 사이좋게 지내니 사람 살기 좋은 마을이지.”남자는 인사를 하고 손을 흔들며 떠났는데 곁에서 듣고 있던 노인의 손녀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노인에게 물었다. 할아버지는 왜 우리 마을이 살기에 고약한 곳이라고도 하시고 살기 좋은 곳이라고도 하시느냐고 따졌다. 그러자 노인은 그렇게 묻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빙그레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사람들은 어디를 가나 자기 마음을 가지고 다니는 법이란다. 그 마음으로 인하여 살기에 좋은 마을을 만들기도 하고 고약한 마을을 만들기도 한단다.”이제 대한민국을 사람이 살기에 좋은 나라로 만들어가야 한다. 여행객이 걸어 왔든지 자동차를 타고 왔든지 마을 사람들과 함께 아름다운 마음으로.
2022-03-15
조현태수필가 ‘시비스킷’은 영화 제목이기도 하고, 타고난 승부근성이면서도 매우 특별한 경주마 이름이다. 이 경주마의 특징은 자신이 뛰고 싶을 때에만 열심히 달리는데 지독하게 게으르고 고집이 센 말이다.그 독특한 시비스킷의 경주마적 진가를 알아본 인물이 있다. 마주 찰스 하워드와 조련사 톰 스미스, 그리고 기수 레드 폴라드다. 세 사람의 연관을 보면 찰스가 시비스킷을 산 후 톰을 조련사로 고용하고, 톰은 레드가 시비스킷처럼 사고뭉치라는 공통점을 보고 기수로 훈련시키는 관계다.시비스킷의 주인 찰스 하워드는 자전거 수리공으로 출발해서 일약 미국 자동차 산업의 선구자가 되었다. 그러나 어린 아들은 자신이 만든 트럭을 타고 나가 죽은 뒤 이혼까지 당하는 불행한 재벌이었다.조련사 톰 스미스는 한뎃잠을 자며 떠도는 외로운 사나이였다. 사실상 벙어리처럼 여겨졌던 수수께끼의 인물이었다. 그는 개척지에서 흘러 들어온 떠돌이 출신이지만 잃어버린 지혜와 말에 대한 비밀을 간파했다. 야생마를 길들이는 데 신비한 능력이 있었다.레드 폴라드는 시골 경마장 한 구석에 버려진 고아 같은 신세였다. 무거운 안장을 짊어진 채 유랑생활을 했다. 낮에는 마구간에서 일하고 밤에는 복서로 뛰지만 기수로는 너무 몸이 크고 복서라기에는 너무 몸이 작았다. 소도시의 권투장에서 워낙 얻어맞아 한쪽 눈까지 실명했다. 툭하면 피투성이인 채로 마구간 층계에서 잠들곤 했다.이들 역시 별 볼일 없는데 어떻게 시비스킷을 세계적인 명마로 바꿀 수 있었을까? 그 비결은 “칭찬과 인정”이었다. 억지로 달리기 훈련을 시키는 대신, 달리고 싶은 마음이 생기도록 유도했다. 말을 듣지 않고 저항해도 채찍질하지 않고 진정되기를 기다렸다. 기수 레드 폴라드는 “난 너를 혼내지 않아”라면서 말에게 다가갔고, 채찍을 쓰는 대신 늘 목을 토닥거리고 간식을 주었다. 수면 시간에는 마음껏 자게 내버려 두었다. 게으름과 고집을 인정해 주고 승부근성을 칭찬했다. 나쁜 습관은 단 번에 뿌리를 뽑으려하지 않고 조금씩 버리게 했다.일이든 사업이든 탁월한 지식과 정확한 판단력을 기반으로 하되 보이지 않는 것까지 찾아낼 수 있는 혜안이 갖춰진다면 그보다 더한 성공은 없으리라. 동물도 그렇지만 사람 역시 자신을 알아주는 만큼 발휘한다고 한다.칭찬과 인정이 최고의 리더십이다. 그렇다면 리더는 누구인가. 대통령인가? 마주와 조련사와 기수에서 연상되는 우리(국민)가 아니겠는가. 세계 속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주자에게 숨어 있는 최고의 가치성을 발견한 이들이 곧 우리여야 한다. 우리가 뭉치고 주자의 가치를 최대한 살린다면 업적은 엄청날 것이다.‘시비스킷’이라는 영화가 사람들을 매혹하는 것은 등장인물들의 역할 때문은 아니지 싶다. 그게 말이든 사람이든 대상의 장점과 단점을 정확히 알고 그대로 인정하는 것. 자신의 믿음을 초지일관할 수 있는 등장인물들의 용기와 자신감. 자신을 알아봐주는 사람을 위해 온힘을 다하는 시비스킷의 정열. 이것이 관객을 열광시켰다.
2022-03-08
조현태수필가 의학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을 인용해 본다.2010년 8월 26일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매우 흥미로운 기사를 냈다. 죽었다고 판단한 미숙아가 엄마 품에서 2시간 만에 회생했다는 보도였다. 그 대충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호주 퀸즐랜드에 사는 오그 부부는 수년 동안의 노력 끝에 임신에 성공했다. 그러나 예정보다 14주나 일찍 태어나 체중 1kg도 못 미치는 미숙아는 숨이 멎었다. 의료진은 20분 동안이나 노력했지만 소용이 없어 사망으로 결정하고 시신을 산모에게 건넸다. 아기와 이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산모는 축 처진 아기를 받아 안고 모두 병실에서 나가달라고 했다. 그리고는 산모와 남편이 상의를 모두 벗고 두 사람의 품 안에 아기를 함께 안아 따뜻한 체온을 나눴다. 아기를 안고 ‘아가야 사랑한다’ 말하며 쓰다듬고 키스하고 입을 열어 젖을 물렸다. 그렇게 2시간이 지나자 아기의 몸에서 미세한 움직임을 느끼고 의사에게 알렸다. 의사는 숨진 아기의 반사행동이라고 설명했다. 그래도 산모는 손가락에 모유를 찍어 아기의 입술에 발랐다. 잠시 후 아기가 헐떡거리는 숨을 쉬기 시작했다.신문은 이러한 방법을 ‘캥거루 케어’라고 밝혔다. 이와 같은 방법은 1983년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처음 시행됐다. 미숙아를 위한 인큐베이터가 부족해 고육지책으로 시작했으나 현재 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이처럼 미숙아에게 어머니가 피부를 맞대는 스킨 투 스킨(skin to skin)은 아기의 저체온 위험과 심각한 질병의 발병률을 낮춰준다고 한다. 엄마의 심장소리를 들으면 아기의 호흡, 심장 박동수가 일정하게 유지되고 체온 손실을 막아주며 잠도 잘 자게 해 준다고 한다. 또 신생아 때 부모와 접촉을 많이 한 아이는 뇌신경도 잘 발달하며 캥거루 케어를 하는 엄마는 모유수유를 더 오래 하는 경향이 있고 아기를 돌보는 데 자신감을 갖게 한다.제일병원 산부인과 한정열 교수는 “미숙아들은 어머니 젖을 직접 못 빠는 경우가 많은데 캥거루 케어를 통해 개선할 수 있으며 어머니도 모유의 양을 늘일 수 있다”고 했다. 더 나아가 일산 허유재병원 산부인과 홍승옥 원장은 “캥거루 케어는 보통 미숙아에게 활동된다고 생각하지만 만삭아에게도 놀라운 효과를 보이고 있으며 애착관계 증진, 면역력 상승 및 두뇌발달 측면에서 권장되고 있다”고 말했다.신생아에게는 부모가 곧 토대요 바탕이며 환경이라 하겠다. 그래서 부모가 건강해야 하고 슬기로워야 하고 용감해야 한다.아직 당선되지 아니한 후보를 미숙아에 비긴다면 신생아는 당선자라 해도 될 터이다. 따라서 그들에게 모든 배경(국민)은 부모에 견주어진다. 최고 통치 자리를 차지하게 허락한 주체는 국민이 아닌가. 당연히 건강하고 지혜롭고 용감한 국민이 애착과 긴밀한 소통으로 훌륭한 통치를 이끌어 낼 것이다. 그럼에도 훌륭한 통치는 마치 저 혼자서 터득한 걸로 알면 또 실패자다. ‘아가야 사랑한다’에 포함된 체온과 모유는 은근 슬쩍 던져버리지 않기를 바란다.
2022-03-01
조현태수필가 영국에 ‘데프 레퍼드’라는 유명한 록 밴드 멤버 중에 ‘릭 앨런’이란 드러머가 있었다. 그는 1984년 12월 31일 자동차 전복사고를 당했다. 병원에서는 최선의 치료를 했지만 왼쪽 팔은 절단할 수밖에 없었다. 드러머란 양쪽 손과 발을 모두 바쁘게 움직여야 드럼 세트를 취급할 수 있는데 한 쪽 팔로 드럼을 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앨런은 퇴원할 날이 가까워지는 만큼 실의와 낙심이 쌓여만 갔다. 그가 지금껏 가장 신나게 할 수 있는 일이 드럼 연주였으니까.그가 퇴원한 후, 데프 레퍼드 멤버들이 찾아왔다. 건강은 회복되었으니 드럼을 계속 연주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릭 앨런은 ‘한 쪽 팔로 어떻게 드럼을 연주할 수 있나’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러나 멤버들은 ‘아직 오른팔이 있으니 괜찮다’고 용기를 주며 계속 같이하자고 했다. 이미 드럼을 연주하는 기술은 익혀진 상태이고 한쪽 팔이 없다는 것만 다를 뿐이라고 했다. 남은 한쪽 팔로도 연주할 수 있는 드럼을 제작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끝내 포기하지 않도록 설득하던 멤버들은 릭 앨런을 위해서 한 팔로도 칠 수 있는 드럼을 만들기로 했다. 왼손으로 치지 못하는 쪽은 페달을 연결해서 밟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도록 했다. 그것은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적인 생각으로 바꾸기에 충분한 작업이었다.멤버들의 배려와 도움에 감동한 릭 앨런은 이를 악물었다. 특별히 주문한 드럼 세트에 앉아 나머지 한 쪽 팔로 드럼을 치기 시작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8시간 이상 눈물겨운 연습을 했다. 멤버들도 외팔이 드러머 릭 앨런을 돌보아 주며 연습에 동참했다. 릭 앨런만의 특수한 드럼을 1년간 맹연습한 결과, 전과 같은 드럼 연주 실력을 갖출 수 있었다.아무도 그가 명 드러머로 재기하리라고 믿지 않았지만 데프 레퍼드는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다시 도전한 4년 후에는 1천200만 장이 넘는 앨범 판매고를 올렸다. 그 엄청난 판매고는 록 밴드의 연주실력 만으로 이룬 결과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들이 서로 믿고 격려하며 용기를 북돋워 주는 ‘아름다운 동행’의 결정체가 아닐까 한다. 록 음악을 좋아하는 애호가들도 데프 레퍼드의 재기 사연을 알고 있었을 터이니까.당사자 스스로 용기를 가지기도 하지만 주위 사람들이 함께하며 서로 밀고 당겨주는 참여의식이 더 큰 용기를 만들어낸다. 특히 대한민국 국민이 하나로 뭉쳐 보여주는 협력과 의지력은 세계 어느 국민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필자도 대한민국 국민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이다.우리나라는 반 토막으로 허리를 잘린 채 강대국들의 눈치 보며 설움 받던 시절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보란듯이 극복한 지금의 조국은, 국민은 참으로 자랑스럽다.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도 함께 응원하고 깊은 관심으로 격려해주는 동행의식이 작동하고 있다. 곧 다가올 대통령 선거도 대한민국이 또 한 번 도약할 수 있도록 진정한 사랑과 격려로 아름답게 뭉쳐서 데프 레퍼드의 재기와 같은 성공신화를 이루어야겠다고 기대해 본다.
2022-02-15
조현태수필가 실제 나이에 비해 훨씬 더 늙어 보이고 병약한 친구가 이웃에 하나 있다. 체격은 보통인데 근력도 약할 뿐 아니라 삶에 의욕이 많이 떨어져있다. 그러다보니 사회 활동도 다른 사람에 비해 현저하게 부족한 생활이다. 외출은 거의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그의 집에 찾아 드는 경우도 별로 없다. 어찌 보면 거의 빈집인 듯해 보인다.
2022-02-08
조현태수필가 필자는 머리카락뿐만 아니라 눈썹과 수염까지 온통 백발이다. 그 중에 가장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눈썹이다. 가뜩이나 빈약한 눈썹이 색깔까지 바래졌으니 말이다. 사람 얼굴에서 눈이 차지하는 이미지는 매우 강렬하다고 한다. 눈동자가 풀어져 보이면 생명력을 잃은 것처럼 보이고 눈썹이 없으면 문둥이로 보기도 했으니까. 각설하고 눈썹을 좀 더 선명하게 보이고 싶은 충동은 있었다. 그렇다고 문신을 하기는 왠지 어색하고 난감할듯하여 생각이 깊어졌다.
2022-02-02
조현태수필가 성경에 등장하는 인물 다윗 왕이 죽기 직전에 그의 아들 솔로몬을 불러놓고 이르기를 ‘힘써 대장부가 되고 여호와의 명령을 지켜 행하라’한다. 왕위를 물려받으려면 꼭 갖추어야 할 두 가지 조건을 일러 준 것이다. 그것은 스스로 갖춰야 할 조건과 이미 갖춰진 조건은 반드시 지켜 행하라는 뜻이다. ‘대장부’란 왕의 위엄과 추진력, 지도력을 의미하는데 이것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라고 한다. 그리고 지켜 행할 것은 여호와의 명령(율법)이다. 국가 헌법이 존재하지 않을 그 당시 최선의 규칙은 여호와의 법칙이었다. 그런데 솔로몬은 왕의 부귀영화보다 지혜로운 판별력이 더 절실했다. 왜냐면 법칙은 온 백성도 함께 지켜야하므로 백성 앞에서 자신이 지혜로워야 했다. 이 대목에서 지혜란 ‘듣는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내용이 따라나온다. 모름지기 상대방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 말을 한다면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지 않은가. 결국 솔로몬의 지혜란 백성의 뜻과 바람을 충분히 받아들이는 지혜를 일컬음이다.
2022-01-18
조현태수필가 미국에 흑인으로 최초의 호텔 총주방장이 된 사람이 있다.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고급 호텔 ‘벨라지오’의 제프 핸더슨 총주방장이다.그는 가난과 범죄가 난무하는 LA 뒷골목에서 출생했다.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성장하며 마약 밀거래에 빠지고 말았다. 소중한 20대를 교도소에서 보내고도 인생의 방향을 확 바꾼 계기는 자신의 천직을 발견하면서부터 시작된다. 교도소에서 꿈을 찾은 뒤 자신이 가장 간절하게 원한 것은 ‘배움’이었다고 한다.그는 교도소에서 마당청소를 맡았으나 매우 게을렀다. 그러자 재소자들이 가장 하기 싫어하는 설거지 일을 배정받아야 했다. 1천500명분의 식기를 하루 세 번씩 닦아야 하는 고된 일이었다. 하루는 주방에서 빵 굽는 조리실을 보고 흥미를 가졌다. 커다란 반죽기와 발효기, 프라이팬에서 튀겨지는 도넛을 보며 요리사가 되고 싶은 생각을 가지게 된다.설거지부터 온갖 잡일을 하면서 하나씩 기술을 익혀 교도소 생활 10년 만에 보호관찰로 석방된다. 요리를 배우면서 책과 신문을 읽기 시작했고 좀 더 수준 높은 요리를 배우기 위해 최고의 인물을 찾아다녔다. 수없이 많은 주방을 거치고 다양한 요리사들을 만나면서 한 단계씩 한 단계씩 올라갔다. 마침내 꿈에 그리던 최고급 호텔의 총주방장이 된다.흑인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불어넣는 코치로 활동하는데 청소년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흑인들은 자신의 범죄 이유가 사회에 있다고 한다. 그러나 누구도 총을 겨누며 범죄하라고 강요한 사람은 없다. 그 선택은 바로 자신이다. 자기를 희생양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그의 저서 ‘나는 희망이다’에서 강조한다. 생각을 바꿔라. 목표를 정하면 절대 포기하지 마라. 이것은 좋아하는 일에 매진하는 것과 다르다. 왜냐하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이다.가난, 부모 이혼, 도둑질, 퇴학, 마약 그리고 감옥. 거기서 설거지하며 처음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았던 것이다. 희망이 싹트면서 자신을 바로잡는 방법은 꾸준히 참아가며 맡은 바를 충실히 하는 것이다. 흔들리거나 절망하지 말고 열심히 배우고 익혀야 한다고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다. 남들이 강요하는 것보다 더 줄기찬 에너지는 스스로 만들어내는 긍정 에너지가 아닐까 한다.누구나 하고 싶은 일이 있다. 얼마나 간절한 가의 차이는 있겠으나 그 바람이 절실할수록 생각의 전환에 따른 긍정 에너지가 커져야 한다. 주변에서 조롱하거나 방해하는 사람들이 왜 없었으랴. 내가 곧 희망이라는 긍정이 아니면 설거지에서 총주방장으로의 과정을 견딜 수 있었겠는가.대형 산불은 늘 조그마한 불씨에서 비롯된다. 건조한 날씨에다 몰아치는 바람은 걷잡을 수 없는 산불로 키워간다. 대한민국 사회에도 대형 산불 같은 상황을 불러일으키려는 사람이 몇 있다. 자신이 추구하려는 일에 건조함과 바람 같은 에너지가 더해지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온 정성을 쏟고 있다. 그러나 제프 핸더슨을 빗대어 보자. 외부에서 에너지를 받기보다는 자신이 에너지를 만들어 마침내 성공하는 케이스다. 하물며 많이 배웠고 이미 성공했으나 더 큰 최고치를 원한다면 스스로 긍정 에너지를 휘몰아쳐야 하지 않겠는가.
2022-01-11
조현태수필가 어떤 여인이 남편을 잃고 딸과 함께 살았다. 그녀는 일을 할 수 없는 형편이어서 생활비를 벌어들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딸은 어느 정도 성장하여 처녀가 되어도 직장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두 사람은 소유한 물건을 하나씩 팔아서 근근이 끼니만 이어갔다. 마침내 남편의 집안에서 대대로 물려오던 보석 박힌 금목걸이마저 팔아야 했다. 딸에게 그 목걸이를 주며 보석상에 가서 팔아오라고 했다.딸이 목걸이를 가지고 보석상에 가서 보여주었다. 보석상은 세밀하게 감정한 후 왜 팔려고 하는지 까닭을 물었다. 처녀는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어려운 가정 이야기를 했다. 보석상은 금값이 많이 내려갔으니 팔지 말고 나중에 팔면 더 이익이라고 일렀다. 그리고 처녀에게 얼마간의 돈을 주며 내일부터 가게에 와서 일을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처녀는 날마다 가게에 나가 보석감정을 보조하는 일을 했다. 뜻밖에 그 일이 처녀의 적성에 맞아서 빠르게 일을 배웠다. 보석감정사 자격증을 딸 만큼 실력과 기술을 익혔다. 기술과 정직성이 소문나자 고객이 훨씬 더 많아지고 보석상이 더 번창하게 되었다. 당연히 보석상은 처녀에게 충분한 임금을 지불하게 되었고 모녀의 생계가 해결되기 시작했다.몇 달이 지나 보석상은 처녀에게 제안했다. 이제 금값이 많이 올라 지금이 팔 적기라며 어머니의 그 금목걸이를 가져와보라고 했다. 처녀는 목걸이를 보석상에 가기 전에 자신이 직접 감정해 봤다. 그런데 그 목걸이는 금을 도금한 것에 불과했다. 가운데 박힌 보석도 미세하게 균열이 간 저급한 것이 아닌가. 어머니에게는 소중한 목걸이다. 지금 이것을 팔지 않아도 끼니 걱정은 없으니 잘 간직하는 편이 좋을 듯 했다.이튿날 보석상이 처녀에게 목걸이를 가져왔으면 보여 달라고 했다. 처녀는 보석상에게 배운 대로 감정을 해보니 형편없는 목걸이였다고 했다. 처음부터 그 목걸이가 값어치 없는 줄 알았을 텐데 왜 똑바로 말해주지 않았냐고 물었다. 보석상이 미소 지으며 “만약 거짓말하지 않고 솔직하게 말해주었다면 내말을 믿었겠느냐? 아마도 어려운 처지를 이용하여 헐값에 사려한다고 나를 의심 했을 것이다.” 어쩌면 절망해서 살아갈 의지를 잃었을 수도 있지 않겠냐며 설명을 덧붙였다.그때 진실을 감추고 거짓말했기 때문에 얻은 게 무엇인지 생각해봐라. 지금 너는 보석감정사 기술을 얻었고 나는 너의 성실과 신뢰를 얻었다. 스스로 진짜와 가짜를 알아보는 눈은 어떤 조언보다 값지다는 교훈까지 얻었지 않느냐.이미 임인년(壬寅年)이 시작되었다. 새해 첫날의 해돋이를 보며 올해는 더 나은 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으리라. 그저 막연하게 복되기만 바라지는 않았으리라. 나름대로 결심하고 야무진 계획이나 자료도 준비했을 터이다.필자는 그 자료에 거짓말을 넣고 싶다. 상대방의 유익을 위한 거짓말.자신의 판단력을 가진 사람은 남을 의심하거나 절망하느라 삶을 낭비하지 않는다는 것도 거짓말을 통해 처녀에게 가르쳐주었으니까.
2022-01-04
강길수 수필가 매주 목요일마다 즐겨 보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있다. 제법 오래전부터 보아 온 것이다. ‘미스트롯 1’과 ‘미스터트롯’과 ‘미스트롯 2’ 그리고 ‘내일은 국민가수’다.트로트는 우리 정서에 잘 어울리는 대중가요이기에 처음부터 거의 보았다. 무엇보다 경연에 도전하는 이들이 무대에 나서면 하나같이 혼신의 힘을 다해 열창하였다.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진한 기쁨과 감동을 듬뿍 선물해주었다. 삶의 희망과 용기도 북돋아 주었다. ‘지난날 나는 왜 저 참가자들처럼 모든 걸 쏟아붓는 삶을 살지 못했을까’하는 아쉬운 마음도 들기도 했다.그런데 끝에 톱7을 뽑고 1등을 시상하는 장면은 좋았지만,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우선 시상 범위와 규모, 하필 톱 7인가 하는 점이었다. 1등에게만 큰 상금을 몰아주고 2등부터는 상금이 없었다. 세 번 진행된 미스·미스터트롯이 그랬고, 이번 주 끝난 내일은 국민가수도 그랬다. 상금을 주지 않는 2위 이하의 상위 성적자에 대한 주최 측의 배려 내용은 방송에서 밝히지 않아 모른다.우리 사회의 이런 현상은 위에 예로 든 방송프로그램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각 신문의 신춘문예도 거의 장르별 당선자 1명만 뽑고 있다. 로또를 비롯한 복권들도 1등 이하의 등급을 두고 있지만 당첨금의 차이는 너무 크다. 올해 세계적 드라마가 된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도 1등 당첨을 하기 위한 인간들의 처절한 몸부림을 그리고 있다. 물론 예술이나 스포츠 프로그램은 흥행을 위해 그렇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하지만 이런 프로그램이 많아질수록 사람들의 심성에 악영향을 끼치는 게 아닐까. 1등에게만 열광하고 2등 이하는 무관심한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풍조는 이웃에 대한 무관심으로 확대될 것이 우려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비대면 시대는 더 그러할 터이다. 공동체로 살아야 할 운명을 타고난 인간이 이웃에 무관심하다면 결국 자기 생존에도 악영향을 미칠 게 뻔하다.1등만 살아남고 2등부터는 살 수 없는 세상이 된다면 그 세상 모습은 어찌 될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인간을 뺀 자연이 적자생존의 법칙하에 있다지만 잘 들여다보면 생태계는 우승자 독식이 지배하지 않는다. 서로 주고받는 순환을 통해, 전체가 어우러져 함께 사는 모습이 자연의 얼굴이다. 자연은 우리가 온 고향이며, 언젠가 돌아가야 할 본향이다. 자연은 언제나 위대한 스승이다.1등에게만 열광하고 2등 이하는 무심한 현상이 확 드러나는 제도가 있다. 선출직을 뽑는 우리 선거제도다. 대통령과 단체장은 1명만 뽑아서 그렇다 치자. 하지만 기초, 광역, 국회의원의 경우는 선거구제를 바꾸는 등 개선책을 모색한다면, 1등 몰아주기를 피하면서 지역감정 같은 사회 문제를 개선할 수도 있을 것이다.아무튼 사회 여러 분야의 공모, 경기, 선출, 대회 등 상을 주거나 사람을 뽑는 행사의 시상이나 당선자 선정에서‘1등 몰아주기 문화’가 ‘어울림의 문화’로 승화되기를 비는 마음 간절하다.
2022-01-02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또 간다, 그리고 또 온다.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시간의 흐름! 비록 어느 물리학자는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고 했지만, 어떤 극한에도 시간은 길을 내며 흐른다. 역사는 그 길의 기록이다.2021년이 역사 속으로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그런데 그 걸음에 힘이 없다. 걸음의 힘은 발자국들이 모일 때 생기는 것인데, 2021년의 길에는 발자국을 찾기 어렵다. 어떤 이유에서든 사람이 다니지 않는 길은 길이 아니다. 밤 9시가 넘은 2021년 12월, 우리에겐 바이러스가 지워버린 길 아닌 길밖에 없다. 언제 다시 우리는 우리의 길을 되찾을 수 있을까!2021년을 시작할 때 호사가들은 ‘흰 소의 해’인 신축년에는 흰 소의 상서(祥瑞)로운 기운을 받아 우리에게 좋은 일이 가득할 것이라고 했다. 심지어 코로나도 거뜬히 물리칠 수 있다고 오두방정을 떨었다. 그 입방정 때문인지 진정 기미를 보이던 코로나는 들불로 되살아났다.많은 길이 끊겨버린 요즘 필자는 시절인연(時節因緣)을 생각한다. 시절인연은 모든 것은 때가 있다는 말이다. 굳이 지금의 코로나 사태를 이 말로 해석하고 싶지는 않다.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해석하는 방법이다. 말대로만 해석하면 뭔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때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의 코로나 상황처럼 억지를 부려서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기보다는 때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것은 너무 수동적이다.때를 기다리는 것도 좋지만, 순리(順理)에 맞게 그 일이 이루어질 수 있는 상황을 만든다면 어떨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기적인 욕망을 제거한 순리다. 이루고자 하는 뜻이 강할수록 더 순리를 생각해야 한다. 순리에 어긋나면 모든 일은 틀어지고 마는 것이 진리다.자유학년(기)제 등 지금까지 시도된 수많은 교육 제도가 모두 실패한 것은 바로 순리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실패한 교육 제도들의 공통점은 그 시작점이 당리당략(黨利黨略)에 빠진 정치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교육이 빠르게 퇴화하는 이유는 가장 순수해야 할 교육이 정치에 오염되었기 때문이다. 하루빨리 교육에서 정치를 들어내지 않으면 교육엔, 이 나라엔 희망은 없다.교육의 희망은 고교학점제와 같은 정치 교육 제도가 아니다. 학생을 더 이상 마루타로 삼아서는 안 된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행복하게 생활하기를 바란다. 그런데 너무도 당연한 이 바람이 이 나라 교육 현실에서는 상상 속에서조차 실현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렸다.2022년은 선거의 해다. 대통령 선거, 광역자치단체 선거, 그리고 교육감 선거! 정치인을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선거다. 선거가 바뀌면 세상도 바뀐다. 시절인연처럼 교육이 교육다울 수 있는 때가 왔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우리는 또 4년을 기다려야 한다.시대에 맞는, 그러면서 학생이 행복한 교육을 ‘시절교육(時節敎育)’이라고 한다면, 그 시절교육을 완성할 상황을 우리는 꼭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교육에서 정치를 몰아내고, 교육의 본질을 생각해야 한다. 2022년에는 부디 학교 현장에 학생들이 부르는 희망가가 울려 퍼지길 소망한다.
2021-12-29
장광일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불과 200여명의 유목민으로 인류 역사상 가장 방대했던 제국을 건설한 리더는 누구일까? 이 사람은 바로 동아시아에서 헝가리까지 인류역사상 가장 방대한 제국을 건설한 바로 ‘칭기즈칸’이다.정복한 거리가 무려 777만㎢로 알렉산더 348만㎢ 거리의 2배가 넘고, 나폴레옹 115만㎢ 거리의 6배가 넘는 광활한 제국이었다고 한다.이 기적에는 칭기즈칸의 장수 바로 ‘제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처음부터 ‘칭기즈칸의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어떻게 ‘칭기즈칸의 사람’이 되었을까?칭기즈칸은 1202년 전장에서 적이었던 제베의 화살을 목에 맞고 사경을 헤매다 간신히 목숨을 건지게 되는데, 그 원수인 제베를 잡아서 죽이지 않고, 오히려 그의 말에 귀를 기울여 그의 용맹성과 당당한 품성을 알아보게 되었다고 한다.이로써 칭기즈칸은 제베에게 무한신뢰를 보냈고, 제베는 보답으로 칭기즈칸에게 자신의 마음을 바쳤다고 한다.칭기즈칸의 ‘마음을 얻는 능력’은 바로 ‘경청(傾聽)의 힘’이라 할 수 있다.경청이란 사전적 의미로 주의를 기울여 남의 말을 잘 듣는 것이다. 이 경청은 단순한 의사소통뿐만 아니라 관계를 돈독히 하고, 신뢰를 만들어 상대방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무엇보다 좋은 힘이라고 말한다.그러나 또 다른 의미에서 공감이 되었던 것은 “공경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귀 기울여 듣는 것이 경청(敬聽)이다”라는 말이다. 이처럼 공경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귀 기울여 준다면, 상대방의 의사소통은 물론이고, 믿음과 신뢰할 수 있는 유대관계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성공하는 사람들은 주장이 강한 사람보다는 다양한 이들로부터 경청을 잘 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러나 경청은 실천이 쉽지 않고 습관화도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음악이나 운동을 배울 때처럼 전략적으로 배우고 익혀야 하며,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기업에서는 무수한 문제에 직면하게 되어 있고 이때 이를 해결하고자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된다. 그리고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필수로 수행해야 하는 것이 바로 VOC청취이다. VOC란 Voice Of Customer의 약자로 고객의 소리를 듣는다는 것으로 고객의 소리에 경청하는 것이다.프로세스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진정한 고객이 누구인지”,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들의 소리를 듣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객이 관심도 없는 것을 개선해 봤자 생고생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경청을 통하여 핵심을 콕 찍어 해결하는 것이 프로젝트 성공의 열쇠이다.신축년(辛丑年) 한해가 마무리가 되어가고 임인년(壬寅年) 새해가 오는 시점에서 “배운 게 없다고 탓하지 마라. 나는 이름도 쓸 줄 몰랐지만 남의 말에 귀 기울이며 현명 해지는 법을 배웠다. 지금의 나를 가르친 것은 내 귀였다”라며 귀 기울여 듣는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최고의 지혜임을 증명해 준 칭기즈칸의 ‘경청의 힘’을 가슴속에 새기며 실천을 다짐해 보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2021-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