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캥거루 케어(Kangaroo Mother Care)

등록일 2022-03-01 18:24 게재일 2022-03-0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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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태수필가
조현태수필가

의학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을 인용해 본다.

2010년 8월 26일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매우 흥미로운 기사를 냈다. 죽었다고 판단한 미숙아가 엄마 품에서 2시간 만에 회생했다는 보도였다. 그 대충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호주 퀸즐랜드에 사는 오그 부부는 수년 동안의 노력 끝에 임신에 성공했다. 그러나 예정보다 14주나 일찍 태어나 체중 1kg도 못 미치는 미숙아는 숨이 멎었다. 의료진은 20분 동안이나 노력했지만 소용이 없어 사망으로 결정하고 시신을 산모에게 건넸다. 아기와 이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산모는 축 처진 아기를 받아 안고 모두 병실에서 나가달라고 했다. 그리고는 산모와 남편이 상의를 모두 벗고 두 사람의 품 안에 아기를 함께 안아 따뜻한 체온을 나눴다. 아기를 안고 ‘아가야 사랑한다’ 말하며 쓰다듬고 키스하고 입을 열어 젖을 물렸다. 그렇게 2시간이 지나자 아기의 몸에서 미세한 움직임을 느끼고 의사에게 알렸다. 의사는 숨진 아기의 반사행동이라고 설명했다. 그래도 산모는 손가락에 모유를 찍어 아기의 입술에 발랐다. 잠시 후 아기가 헐떡거리는 숨을 쉬기 시작했다.

신문은 이러한 방법을 ‘캥거루 케어’라고 밝혔다. 이와 같은 방법은 1983년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처음 시행됐다. 미숙아를 위한 인큐베이터가 부족해 고육지책으로 시작했으나 현재 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미숙아에게 어머니가 피부를 맞대는 스킨 투 스킨(skin to skin)은 아기의 저체온 위험과 심각한 질병의 발병률을 낮춰준다고 한다. 엄마의 심장소리를 들으면 아기의 호흡, 심장 박동수가 일정하게 유지되고 체온 손실을 막아주며 잠도 잘 자게 해 준다고 한다. 또 신생아 때 부모와 접촉을 많이 한 아이는 뇌신경도 잘 발달하며 캥거루 케어를 하는 엄마는 모유수유를 더 오래 하는 경향이 있고 아기를 돌보는 데 자신감을 갖게 한다.

제일병원 산부인과 한정열 교수는 “미숙아들은 어머니 젖을 직접 못 빠는 경우가 많은데 캥거루 케어를 통해 개선할 수 있으며 어머니도 모유의 양을 늘일 수 있다”고 했다. 더 나아가 일산 허유재병원 산부인과 홍승옥 원장은 “캥거루 케어는 보통 미숙아에게 활동된다고 생각하지만 만삭아에게도 놀라운 효과를 보이고 있으며 애착관계 증진, 면역력 상승 및 두뇌발달 측면에서 권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생아에게는 부모가 곧 토대요 바탕이며 환경이라 하겠다. 그래서 부모가 건강해야 하고 슬기로워야 하고 용감해야 한다.

아직 당선되지 아니한 후보를 미숙아에 비긴다면 신생아는 당선자라 해도 될 터이다. 따라서 그들에게 모든 배경(국민)은 부모에 견주어진다. 최고 통치 자리를 차지하게 허락한 주체는 국민이 아닌가. 당연히 건강하고 지혜롭고 용감한 국민이 애착과 긴밀한 소통으로 훌륭한 통치를 이끌어 낼 것이다. 그럼에도 훌륭한 통치는 마치 저 혼자서 터득한 걸로 알면 또 실패자다. ‘아가야 사랑한다’에 포함된 체온과 모유는 은근 슬쩍 던져버리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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