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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참아야하는 직업

조현태​​​​​​​수필가 어떤 청년이 보석 감정사가 되고 싶었다.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해 유명한 보석 감정사를 찾아갔다. 수많은 직업 중에 보석을 감정하는 기술이 가장 배우고 싶은 분야라면서 잘 가르쳐 가르쳐달라고 부탁했다.늙은 감정사는 청년의 이야기를 듣고 달갑지 않게 여겼다. 보석감정은 쉽게 배울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는 표정이었다. 청년도 그것을 알고 있었던 터라 간절한 부탁을 거듭했다. 자신이 충분한 소질과 열정을 가지고 있으니 기회를 달라고 매달렸다. 그래도 감정사는 고개를 저었다. 보석 감정 기술을 배우려면 인내심과 끈기가 필요한데 젊은 사람에게는 그런 것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렇지만 끈덕지게 매달리는 청년을 보고 감정사는 못 이기는 척 내일 다시 오라고 했다.이튿날, 그 청년이 찾아오자 손바닥에 작은 보석 하나를 올려주며 ‘의자에 앉아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보석을 보고 있으라’고 했다. 대화도 하지 않았고 감정기술을 위한 어떤 정보도 없이 하루가 흘러갔다. 다음날 아침에도 청년의 손에 어제의 그 보석을 쥐어주며 ‘오늘도 어제처럼 하라’고 했다. 셋째 날도, 넷째 날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청년은 일주일 동안 보석을 들여다보고만 있었다. 열흘이 지났지만 똑같은 상황에 청년은 더 이상 침묵할 수가 없었다.“스승님, 언제부터 감정기술을 배우게 됩니까?”그러나 보석 감정사는 별 관심도 없다는 듯이 무뚝뚝하게 ‘왜 지겹냐’면서 자신의 일만 계속했다. 이미 열흘이 지나도록 아무것도 배운 것이 없다고 생각한 청년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차라리 다른 감정사를 찾아가는 것이 낫지 이런 식으로 시간만 낭비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또 다시 보석을 쥐어주며 의자에 앉아 있으라고만 한다면 보석을 집어던질 생각까지 했다.다음날도 감정사가 그 보석을 청년의 손바닥에 올려주었다. 집어던지려는 순간 어제까지 줄기차게 보던 그 보석이 아닌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막상 보석을 던지려다 말고 고개를 갸웃하며 ‘어제까지 보던 게 맞는데’라고 혼자 중얼거렸다. 그제야 늙은 보석 감정사가 고개를 끄덕였다.온종일 작은 보석 하나만 들여다봤으면 그냥 봤을까? 뒤집어 보고 문질러 보고 침 발라보고 닦아보고 굴려보고…. 아무리 봐도 그게 그거였으리라. 동일한 보석이었으나 오랫동안 바라보는 가운데 어렴풋이 그 보석만의 독특한 면을 보게 되었다.늙은 감정사가 청년에게서 찾고 싶었던 것은 인내심과 끈기였다. 예리한 관찰력과 정확한 분별력도 오래 참으며 기다리는 중에 생기는 것을 감정사는 알고 있었다.어떤 강연에서 들은 이야기가 떠오른다. “참고 또 참고 다시 참다가, 참다가 도저히 참지 못했다면 이미 참은 것이 아니다.” 여기서 무턱대고 참으란 말이 아니다. 결론에 이르기 위한 참음이다.기회는 끝까지 기다리는 자에게 찾아온다. 적어도 대결 구도에서 끝내 이기려면 얼마나 슬기롭게 참아내느냐가 중요하다. 왜냐하면 상대방으로 하여금 참아내기 어렵도록 끈질기게 괴롭혀야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 괴롭힘을 얼마나 잘 피하느냐가 곧 자신의 참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2021-12-26

코비드(COVID) 세대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또 멈췄다. 일상 회복 지원금까지 쏟아부었지만, 일상은 회복과 더 멀어졌다. 사람의 일상은 살아 있는 유기체다. 그래서 일상은 숨을 쉰다. 일상이 숨을 쉴 수 있는 에너지는 관계다.사람의 일상을 분석해 보면 관계 아닌 것이 없다. 사람은 관계를 맺기 위해 산다. 관계가 단절된 사람에게 있어 일상은 무의미하다. 무의미한 일상은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무기력은 사람과 사회를 병들게 한다. 그 대표적인 결과는 범죄다.최근 흉악 범죄의 강도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은 일상이 멈춤으로써 사람 관계가 끊겼기 때문이다.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사람만이 가지는 가장 큰 힘은 이해와 배려다. 그 힘이 현실에서 실현된 것이 사랑이다. 하지만 지금 이 사회에서 사랑은 교과서에나 나오는 말이 되었다.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것이 이기적인 마음이다. 코로나야 언젠가는 끝나겠지만, 변질된 사람의 마음과 관계를 복원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코로나 백신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의 관계를 복원하는 일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나, 대통령 후보들은 돈으로 국민을 희롱하지 말고 끊어진 사람 관계를 복원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관계를 잃어버린 것은 사회만이 아니다. 사회보다 더 위중한 곳이 학교다. 일상보다 더 빨리 멈춘 곳 역시 학교다. 학교의 기능 중 가장 중요하고, 또 기본적인 기능이 관계 형성이다. 학생은 관계를 배우기 위해 학교를 다닌다. 학생이 배우는 관계는 시대와 세대를 초월한다. 그 과정에서 학생은 사회를 발전시킬 관계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만든다.코로나 대창궐 이후에 교육 당국은 교육의 기본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온라인 수업이다. 하지만 온라인 수업은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자기최면에 빠른 정부는 벌써 그것이 임시방편인지 잊어버렸다. 그래서 파블로프의 고전적 조건 형성처럼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말만 나오면 온라인 수업부터 생각한다. 온라인 수업은 이제 교육계의 만병통치약이 되었다. 사실은 교육을 뿌리부터 왜곡하고 있지만 말이다.K-방역은 어디 가고 오미크론 이후 학교는 또 멈췄다. 학생의 성장과는 상관없이 온라인 수업 덕분에 교육부 시계는 멈춤 없이 학년말을 향하고 있다. 학교는 학생의 성취도와 무관하게 진급과 졸업 준비로 바쁘다. 과연 학생들의 내년 학교살이는 어떨까?온라인 수업 기간은 학생에게 있어 학습 공백기이다. 그 공백을 채우기 위해 특별 교육 기간을 두거나, 교육과정을 조정한다는 말은 그 어디에도 없다. 학교는 무책임하게도 그냥 때가 되었으니 학년을, 학교를 떠나라고 학생을 종용하고 있다. 그러면서 학력 저하 타령이다.코로나 시대를 건너는 사람의 가장 큰 특징은 불신과 허무다. 코로나와 불신과 허무, 그리고 관계를 잃어버린 지금 세대를 이름 지으라고 한다면 필자는 ‘코비드(COVID) 세대’라고 할 것이다. 코비드 세대의 중심에는 온라인 수업으로 학교를 잃어버린 학생이 있다.

2021-12-22

어떻게 살 것인가

조현태​​​​​​​수필가 조선조 시대에 병조판서와 대제학까지 역임한 ‘윤회’라는 인물이 있었다. 그는 출중한 인격자였다.그가 젊은 시절에 시골길을 가다가 날이 저물어 여관을 찾게 되었다. 그러나 행색이 말이 아닌 까닭에 여관주인이 투숙을 허락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그는 뜰아래 앉아있었다. 그때 주인집 아이가 까만 구슬을 하나 들고 나왔다. 구슬을 손바닥에 굴리며 놀다가 땅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구슬은 데구루루 굴러서 장독대 사이로 들어갔다. 아이는 구슬을 찾느라 요리조리 살피다가 금세 포기하고 들어가 버렸다.그런데 그 순간 커다란 거위 한 마리가 나타나 그 구슬을 꿀꺽 삼켰다. 잠시 후 여관에서 야단법석이 났다. 엄청난 값어치가 나가는 흑진주를 도둑맞았다는 것이다. 앞뒤 상황을 간추려보던 여관 주인 내외는 구슬을 훔칠만한 사람이 새로 나타난 윤회 밖에 없다고 의심했다.날이 새면 관가에 고발하겠다며 도망가지 못하게 그를 기둥에 묶어놓았다. 갑자기 도둑으로 취급받게 된 윤회는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까닭 없이 봉변을 당하기는 억울하지만 워낙 명확한 진실을 알고 있으니 그다지 염려할 바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당장 어떻게 할 방도가 없으니 그저 때를 기다려야만 했다. 그래서 윤회는 주인에게 자기 곁에 거위도 함께 붙들어 매 달라고 청했다. 주인이 생각하니 엉뚱하고 괴이하지만 귀중한 보석을 찾기 위해 윤회의 요구대로 거위를 붙잡아 따로 묶어 두었다.이튿날 아침, 자신을 끌고 가려는 주인을 보고 윤회는 우선 ‘거위 똥부터 살펴보라’고 말했다. 이상하게 여긴 여관 주인이 우습다는 투로 나무랐다. 없어진 흑진주와 거위 똥이라니 도대체 두 가지 물체가 연결이 되지 않았다. 어찌 보면 코미디의 한 부분 같기도 하지만 일단은 윤회의 말대로 했다. 아니나 다를까, 거위 똥을 자세히 살펴보니 그 속에 흑진주가 있는 것이 아닌가. 윤회는 그때서야 어제 본 자초지종을 말해주었다. 그러자 여관 주인은 부끄러워하며 사과하고 나서 말했다.“그런 줄 알았으면 어제 저녁에 말하지 왜 지금에야 그 이야기를 하느냐?” 그러자 윤회는 “만약 그 때 말했다면 당신이 거위를 죽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내 조금만 참으면 거위를 살릴 수 있기에 일시 수모를 참았노라.”덕을 세우는 일은 참으로 중요하다. 진실이란 어떻게 감추든지 언제 밝히든지 사실 그대로 남아있게 마련이다. 윤회에게 ‘진실은 흑진주를 훔치지 않았고, 때가 되면 거위에게서 찾을 수 있음’이다. 그렇기 때문에 거위가 자신의 입장을 증명해 줄 상황이 어느 시점이든 달라질 것은 없다. 다만 거위를 다치지 않게 진실이 밝혀진다면 자신의 덕이 올바로 세워진다는 것이다.근간에 스스로를 덕망 있는 사람이라고 외치며 백성에게 인정받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많다. 필자도 그런 사람을 대단히 훌륭한 사람이라 여기지만 출중한 인격자는 아닌 듯하다. 왜냐하면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거위를 잡게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기둥에 묶일 줄도 알고 관가에 끌려가서 곤장을 맞지 않아도 될 것은 알지만 거위 배를 가르지 않으면서 도둑 누명을 벗지는 못하고 있다.덕을 제대로 세워서 윤회를 능가하는 인품이 지금 시대에도 있기를 빌어본다.

2021-12-19

생태 전환 교육과 환경 지혜 교육 (下)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가히 폭발적이라는 말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 온 국가가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코로나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없다. 하지만 인간은 K-방역, 백신 등을 내세우며 코로나와의 싸움에서 곧 이길 수 있다고 기고만장(氣高萬丈)이다. 그런 인간에게 코로나는 변종 바이러스로 응수 중이다. 변종에는 정답이 아닌 해답이 필요하지만, 인간은 오로지 정답 찾기에 바쁘다.코로나는 지금까지 살아 온 인간의 삶의 방식이 오답(誤答)이라고 계속해서 신호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인정(認定)을 모르는 인간은 그 신호를 해석할 마음을 잃었다. 마음을 잃는다는 것은 곧 인정(人情)을 잃는 것과 같다. 마음이 없으면, 봐도 본 것이 아니고, 들어도 들은 것이 아니다. 이것이 우리 사회에서 진실과 진리가 사라지는 가장 큰 이유다.필자는 사람이 만든 말 중에 가장 이기적인 말이 극복(克服)이라고 생각한다. 극복(克服)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악조건이나 고생 따위를 이겨냄. 적을 이기어 물리침”이라고 나온다. ‘코로나19 극복’이라는 문장에 쓰인 ‘극복’이라는 말 역시 이 뜻이다.우리는 코로나 상황을 슬기롭게 넘어야 한다. 그런데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 없이 코로나를 무조건 물리쳐야 할 대상으로만 본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더한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다. 그 결과는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상상 초월의 환경 재앙이다.코로나를 극복(克服)보다는 극복(克復)의 자세로 대하면 어떨까! 코로나는 무분별한 개발주의가 부른 인재(人災)다. 그래서 해결 방법도 사람에게서 찾아야 한다. 사람이 바뀌면 코로나 양상도 바뀐다. 사람을 바꾸는 방법은 극복, 즉 극기복례(克己復禮)이다. 논어 안연편에는 극기복례라는 말과 함께 “爲仁由己 而由人乎哉(인을 행함은 자기를 말미암은 것이니 다른 사람에게 말미암겠는가!)”라는 글귀가 나온다. 여기에 세상 모든 문제를 풀 답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실천이다. 실천 없는 지식은 죽은 지식이다. 죽은 지식은 사람을, 사회를, 지구를 병들게 한다. 지식은 지혜의 근원이다. 지식을 지혜로 승화시키는 데에 필요한 것은 실천이다. 환경 지식 교육도 중요하지만, 지금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학생이 환경과 관련해서 배운 지식을 스스로 실천을 통해 환경 지혜로 승화하는 실천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다.여기서 중요한 것은 학생의 생각이다. 교육부나 정부가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학생의 동의 없이 일방적인 지시로 환경 교육을 강제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학생은 마음을 닫고, 교육 당국을 극복(克服)의 대상으로 생각할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되면 양심 없는 이 사회가 환경 미래 세대라고 추켜세우는 학생의 환경에 대한 마음을 영원히 못 열지도 모른다.‘기후 위기 극복 및 탄소 중립 실천을 위한 학교 기후·환경 교육 지원방안’을 세울 때 학생에게 지구를 위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또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한 번만 물어보면 안 될까!

2021-12-15

기계의 발전과 유지, 그리고 개선

엄주선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인류는 탄생 이래 인간의 노동을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도구를 개발하거나 동물 등 다른 힘을 빌려 농사를 짓거나 재화를 창출하는 노력을 지속하여 왔다. 특히 사람의 노동력에 의존하여 생산하던 수공업에서 필요한 물건을 대량 생산이 가능하도록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이 18세기 증기기관의 발명과 더불어 촉발된 산업혁명으로, 재화의 생산에 무생물적 자원을 광범하게 이용하게 된 조직적 경제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이렇게 기계를 활용해 대량의 재화를 창출하게 되면서 국내 수요를 충족한 국가들이 남는 물건들을 앞다투어 강제로 다른 국가에 소비시키기 위해 식민지를 개척하고 영토를 확장하면서 1,2차 세계대전이라는 큰 전쟁을 치르기도 하였다. 전쟁을 치르면서 기계는 더욱 발전을 거듭하여 생산성은 크게 향상 되었으며 기계가 없으면 생산을 못할 정도가 되었고 전기 컴퓨터와 결합하면서 발전을 거듭하여 현대에 와서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loT), 빅데이터, 로봇기술, 가상현실(VR) 등과 융합되어 기계가 스스로 생각하고 자가 발전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생산 측면에서 보면 이 모든 기술의 발전과정 중심에 기계가 있고 복잡화, 장치화, 대형화 되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고장이며 이를 예방하고 고장시 빠르게 복원하기 위한 전문가가 필요해지게 되고 운용 비용의 증가로 이어진다. 비용 증가의 문제를 떠나 기계가 고장없이 도입 당시의 모습으로 유지 보전(保全)되어야 운용하는 사람이 편하게 되며 생산성의 향상으로 연결된다.설비를 원래 도입 당시 모습으로 유지 보전하기 위해 꼭 필요한 5가지 요소가 닦고, 조이고, 기름치고, 조정하고, 교체하는 것이다. 이를 필자가 지도하는 P사에서는 닦고, 조이고, 기름치는 3가지를 마이머신 활동으로 명명하고 1단계 설비기본청소, 2단계 불합리 발굴 개선, 3단계 청소·점검, 급유·급지 기준서 작성 단계로 구분하고 전 직원이 참여하여 설비의 성능을 복원하고 열화를 방지하여 고장을 예방하는 활동을 2007년부터 지금까지 전 설비에 대하여 꾸준하게 실시하고 있다.포항·광양제철소에 마이머신 대상 설비로 구분한 수가 무려 1만3천여 개소에 이르며 매년 2천여 개소 이상 주임 단위에서 불합리 개선 활동을 하고 있다. 주임 단위당 연 평균 10건의 불합리를 개선한다고 보면 2만건 이상의 개선이 매년 발생하며 14년간 이어지고 있음으로 어림잡아 계산해도 28만건 이상으로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이 실증되고 있다. 이야말로 제철소의 진정한 현장력인 것이다.현대와 같이 제조 설비가 아무리 복잡해지고 자동화·첨단화 되어도 최종적으로는 전기적 에너지를 물리적으로 변환하는 장치인 기계가 제대로 작동하여야 재화의 생산이 가능하고 이 기계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원래 상태로 보전하는 활동이 중요하며 ‘설비보전의 5요소’인 것이다.앞으로의 현장은 기계의 발전과 더불어 적은 인원으로 설비 유지 보전을 얼마나 잘 하는가가 기술력이고 진정한 현장력이 될 것이다.

2021-12-13

생태 전환 교육과 환경 지혜 교육(上)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2021년 12월을 맞이하는 태도가 자연과 인간이 너무 대조적이다. 늘 그랬듯이 2021년의 모든 것을 틀어낸 자연은 언제나 겸손, 차분하다. 하지만 미련, 아집, 집착, 욕심, 이기로 가득한 사람 사회는 해가 갈수록 혼란과 혼돈의 정도가 최절정을 경신한다.특히 2021년 연말은 코로나도 코로나지만 자기만 옳다고 떠드는 대선(大選) 사공들로 나라가 산으로 가고 있다. 지금까지 모든 이가 그랬다. 자기만이 정답이고, 자기가 대선에 이기면 좋은 나라가 될 것이라고. 그들 말처럼 되었다면, 나라 꼴이 암흑천지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곧 거리마다 불법 가로펼침막들이 걸릴 것이다. 국민은 대선 소음(騷音)에 엄청난 피로감과 분노를 느낄 것이다. 이런 국민의 대선 감정과 상관없이 대선 후보를 낸 정당들은 지금까지 모든 선거가 그랬던 것처럼 국민을 자신들의 정당이 이기기 위한 선거 도구로 이용할 것이다.국민이 주인인 나라는 정말 교과서에만 나오는 나라다. 단언컨대 이 나라에서는 이 말이 단 한 번도 실현된 적이 없다. 누군가가 필자에게 그럼 이 나라의 주인이 누구냐고 물으면 필자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말할 것이다. “이 나라의 주인은 선거다.”선거 이야기를 하고자 한 것은 아니었는데, 이야기가 이 나라 선거판처럼 산으로 갔다. 나라가 산으로 갈 때마다 나라를 바로 세운 것은 교육이었다고 말하고 싶지만, 도저히 양심상 삼척동자도 다 아는 그런 거짓말은 못 하겠다. 교육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말이 우리 교육 현장에서도 통하면 얼마나 좋을까! 이 말을 믿고 오로지 학생과 나라를 생각하며 모든 것을 헌신하는 교사들이 정말 많지만 안타깝게도 이 나라 교육은 기울어져 가는 나라를 더 기울게 만들고 있다. 나라와 교육의 공도동망이 현실이 될 날도 이제 멀지 않았다.그래도 교육계에서는 이런 비극적인 결말을 막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노력을 보여주기 위해 때가 되면 ‘개정 교육과정’이라는 것을 발표한다. 역시 이번에도 마찬가지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 교육과정과 대선(大選)과의 공통점은 밑도 끝도 없는 화려한 말잔치다. 물론 던져놓고 보는 그 말잔치에는 책임감 따위는 없다.그나마 다행인 것은 실행이 되든 안 되든 교육과정은 시대 현실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말은 “생태전환교육”이다. 다음은 교육부 보도자료다.“(주요 추진 과제 中에서) 인간과 환경의 공존,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생태전환교육, 기후환경변화 등에 대응하는 생태환경 교육을 교육목표와 전(全) 교과의 내용 요소에 반영한다.”생태환경 교육!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지금 시대에 가장 필요한 교육이다. 이 교육의 성공을 위해 한 가지 제언한다. 지금까지 교육이 망한 것은 모든 교과가 지식 교육에 치우쳤기 때문이다. 환경 교육 또한 환경 지식 교육으로 가면 분명 망한다. 지구가 살기 위해서는 환경 지식 교육이 아닌 환경 지혜 교육으로 가야 한다.

2021-12-08

장수 기업의 비밀, 득심 경영

장광일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12월이 되면 늘 찾아오는 단골집의 반가운 카카오 톡이 있다. 직접 잡은 싱싱하고 살이 꽉 찬 대게가 들어왔다는 연락이다. 그러면 우리 가족은 어김없이 그 집을 찾아가서 맛있는 대게를 먹고 오곤 하였다.아마도 스스로 애주가나 미식가로 자부한다면, 믿고 갈만한 단골집 한 두 곳 쯤은 두었을 것이다.단골이란 ‘일주일에 몇 번이나 간다’는 단순한 산술적 통계에서 나온 결론이 아니라 손님과 주인이 어우러져 같이 추억을 만들어나가는 동반 관계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진정한 단골을 만들고 싶다면 그 곳을 찾는 손님 각각의 취향을 잘 알아야하고, 그 취향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여, 그 손님의 마음을 얻어야 할 것이다.이번에는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아 단골이 많기로 소문난 ‘호시료칸’의 장수 비법을 배워보고자 한다.호시료칸은 한국인에 의해 설립된 건축 회사 ‘콩고구미’를 제외하고, 세계에서 두번째로 오래된 기업이다. 일본 이시카와현에 위치해 있고, 718년에 세워진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여관이며, ‘천년 기업’을 이미 오래전 뛰어넘은 1300년된 일본 장수 기업이다.호시료칸은 단골 손님이 많고,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호시료칸의 정신은 일기일회(一基一會)이다. 이는 “한 번 만날 때 이번 만남이 마지막이며 평생 단 한번의 만남이라고 여겨 온 힘을 쏟는다.”는 말이다.이로 인해 고객의 마음을 얻는 ‘득심(得心) 경영’이 성공하였기에 지금의 장수 기업이 되었다고 필자는 본다.이 기업의 ‘득심 경영’ 특징 세가지로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첫째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고객과 종업원을 1:1로 매칭(Matching)하여 맞춤형 서비스를 추진하였다. 이는 고객에 대한 세심하고 섬세한 서비스를 할 수 있었다는 것, 둘째 고객이 최고의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온천수의 수질 관리와 식사에 만전을 기하여 항상 고객이 최고의 품질로 대접받는 느낌을 받도록 하였다는 것, 셋째 고객이 남들에게 말 못할 일이 있을 때, 이 곳에 와서 차 한잔, 술 한잔 마시며 가슴속 이야기를 털어 놓을 수 있는 곳이었다는 것이다.이로 인해 고객 개인에게 ‘나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해 줄 것이다’라는 믿음을 전해 주었고, 이는 한번 온 고객은 다시 찾게 되는 단골이 되었을 것이다.많은 기업들이 무수한 별처럼 나타났다가 소리없이 사라지는 것은 기업들이 소비자에게 존경받지 못하고, 고객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올해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의 평균 수명은 11년으로 생존율은 30%가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즉 70%가 창업과 동시에 폐업한다는 의미이다. 100년 이상 장수 기업은 두산, 동화약품, 몽고 식품 단 3곳 뿐이다.변화의 속도가 빠른 이 시대에 제조업이든 서비스업이든 결국 ‘사람의 마음’을 얻는 ‘득심 경영’을 통해 존경받는 장수 기업으로 성장하길 기대해 본다.

2021-12-06

내 생애 최고의 사춘기를 위하여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거리마다 가로펼침막이 전시회를 이루었다. 대부분이 수험생을 응원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상당수가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정치인들이 불법으로 내건 것들이다.12년 무상교육을 마무리 짓는 시험! 오로지 이날을 위해 가장 빛나야 할 청소년 시기를 너무도 아프게 보낸 학생들! 과연 우리 사회는 그들에게 어떤 보상을 해 줄 수 있을까? 보상을 떠나서 올해 수능부터는 제발 불수능, 물수능과 같은 말이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지난주부터 필자의 심장에 꽂힌 뉴스가 있다. 그것은 대학 순위 발표! 물론 해당 기관은 좋은 의도로 발표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뉴스를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수험생 자녀를 둔 지인은 대학 서열을 조장하는 짓을 왜 하느냐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대학 순위는 국내 순위, 아시아 순위, 세계 순위 등 다양하게 발표되었다. 국내 대학 중 세계 순위가 가장 높은 대학 순위는 129위였다. 이 수치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순위다. 그 이유를 해당 기관에서는 “피인용 상위 논문·출판물 비율과 국제 공동연구 비율”이 상대적으로 크게 낮기 때문이라고 하였다.필자가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대학 순위가 아니다. 이 결과에 대해서는 대학교와 많은 교육 연구 기관에서 연구가 진행될 것이고, 비록 실효성 없는 해결책이지만 해결책도 제시될 것이다.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고등학교 제자 이야기다. 이맘때만 되면 유독 더 생각난다.“세계 100위 안에도 못 드는 대학은 안 가겠습니다. 대신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겠습니다.”이 말을 들었을 때 필자는 큰 충격에 빠졌다. 왜냐면 수도권 대학에 갈 성적도 되고, 그래서 당연히 성적에 맞춰 대학에 갈 것이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당연함이 얼마나 큰 죄인지 알기에 필자는 더 이상 학생들에게 예전의 당연함을 강요하지 않는다.필자의 학교에서도 얼마 전 신입생을 위한 입학 전형이 있었다. 중학교에 무슨 입학 전형이 있느냐고 의아해하겠지만, 아주 엄정하게 입시가 진행되었다. 가장 대표적인 전형 방법은 서류 전형과 면접이며, 서류 전형의 핵심 문제는 “진정한 교육이 무엇인지”를 묻는 문제이다.이 문제를 넣은 이유는 교육 수요자들의 생각을 직접 듣기 위해서다. 전형을 진행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가면 갈수록 학교 안보다는 학교 밖에서 교육에 대한 논의가 더 활발히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정체된 학교 안과 변하려는 학교 밖! 그 차이 정도가 곧 공교육 붕괴의 속도와 비례한다면 너무 억지일까! 올해 단연 으뜸 답은 주문과도 같은 다음 말이다.“첫째 아이가 그랬습니다. ‘○○○중학교에서 내 생애 최고의 사춘기를 보냈다고….’”모든 수험생에게 이 주문을 꼭 전하고 싶다. 비록 지난날이 그렇지 못했다면, 앞으로 다가올 시간은 분명 자신의 생애에 최고의 날이 될 것이라고!

2021-12-01

낙엽 이불

강길수 수필가 낙엽경기라도 벌어진 걸까. 높하늬바람이 내려 부는 아침, 출근길이 온통 낙엽축제다. 커다란 플라타너스 나뭇잎이 정신없이 하늘을 난다. 은행잎은 갈 곳 잃은 노랑나비들의 군무를 춘다. 멀리 커다란 느티나무는 어느새 앙상한 몸이다. 사시 푸를 것만 같던 벚나무도 옷을 거의 다 벗었다.시선이 나무 밑 잔디밭에 머문다. 샛노란 은행잎들이 매스게임이라도 하듯 정연하게 도열해있다. 말라가는 잔디이파리 사이사이에 은행잎이 들어있는 모습이 아늑하다.순간, 은행잎들이 작은 황금색 이불로 보였다. ‘내년 봄도 새싹을 돋구려면 겨울잠을 잘 자야 해….’ 은행나무가 잔디에 조곤조곤 일러주는 말이 귀를 일깨운다. 도로 가장자리나 가로수 아래 잔디밭과 화초밭, 학교나 공원 화단은 이미 두꺼운 이불이 내려앉아 겨울 채비를 한다.나도 나뭇잎 이불 같은 이불로 어린 시절을 살았다. 왕골자리 위에 깐 두툼한 무명 이불이다. 목화씨를 심고 가꾸어 딴 목화송이 솜을 어머니가 직접 타서, 일부는 무명 베를 짜고 나머지는 이불 솜으로 썼다. 어머니 손길이 닿지 않은 곳 없는, 온전한 자연산 이불이다. 그 이불을 덮고 우리 동기들은 잠자고 자라났다. 집에 화학섬유가 없던 때를 산 어린 시절이, 지금은 왜 그리도 소중하게 생각될까.어릴 적 산골 마을 사람들은 가난해도 행복했다 싶은 것은 웬일일까. 마음은 하늘, 산, 구름, 골짜기, 내, 들이 나타나고 나무, 풀, 곡식, 꽃, 잎, 열매들이 떠오른다. 가족 같던 이웃들, 소, 개, 돼지, 닭 같은 짐승들, 야생동물들과 양서류, 파충류, 곤충들도 생각난다. 미세먼지로 뿌연 하늘, 콘크리트 건물과 아스팔트길, 한 건물에 살면서도 남같이 사는 도시 사람들과는 너무 대비된다.약 반세기 전, 나라는 강력한 경제개발 정책을 추진했다. 그에 따른 시골 엑소더스 물결에 따라 나도 도회지로 떠나와 산다. 고등학교 때는 대도시에서 자취를 했다. 그때가 예비 엑소더스였으리라. 자취방에도 어머니의 목화이불은 함께했다. 머리맡에 둔 마실 물이 꽁꽁 얼어붙는 강추위도, 목화이불은 너끈히 이겨냈다.군에서 제대하고 직장 따라 공업도시로 왔다. 이불은 화학섬유 제품으로 바뀌었다. 자투리 화학 천들을 성글게 뜯어 솜 대용으로 써서 누빈 커다란 이불이다. 간편히 이불 반을 접어 요로 쓰고, 반은 덮었다. 어머니의 이불은 까마득하게 잊고 바삐 살았다. 세월 흐르는 줄도 잊은 체, 모두가 일에 매달렸다.사회 분위기가 그랬다. 결혼하고 아이들 둘도 태어났다. 이불은 모두 화학제품으로 바뀌었다.나라 경제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했다. 정치 격변을 겪으면서도, 나라는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일어섰다. 산업화 입국 반세기 여가 흐르는 동안, 지구촌도 많이 변했다. 기후변화, 환경재앙을 목전에 두게 되었다. 인간이 자연을 정복하려다가 당하는 후과(後果)일까.컴퓨터 모니터에, 손주 또래 어린아이들이 낙엽 이불을 덮고 활짝 웃고 있다.

2021-11-30

내 안에 너 있다

류영재​​​​​​​포항예총 회장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하여 지난해 열지 못했던 포항국제불빛축제가 2년 만에 다시 영일만의 밤하늘을 수놓았다. 지난 20일과 21일 펼쳐진 축제는 예년에 비해 규모가 많이 축소되었으나 다른 어느 때보다 의미심장한 축제여서 가슴 뭉클함을 느낄 수 있었다. 축제는 흥겨운 놀이가 중심인 ‘축(祝)’과 제의적 의미가 담긴 ‘제(祭)’를 합쳐서 만든 말이니 코로나에 지친 시민들을 위무하는 마음과 잃어버린 일상을 되찾고자 하는 간절한 기원이 함께 담긴 이번 행사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축제가 아니었을까?지난해에는 코로나로 열리지 못했던 축제가 다시 열릴 수 있었던 것은 최근의 ‘위드 코로나’방역지침이 일상회복을 위한 단계적 시행의 가능성을 열어 주었기 때문이다. 포항시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온·오프라인 병행의 하이브리드 축제라는 신형식의 축제를 실현하였다. 개막식 유튜브 생중계에는 무려 15만여명이 실시간 참여하는 놀라운 성과를 내기도 했다.이 축제의 백미는 화려한 연화행사, ‘국제불꽃쇼’이다. 매년 해외의 전문 불꽃쇼 팀들이 참가하여 수준 높은 연화연출을 선보였으며, 국내팀과 치열한 경연을 벌였다. 그러나 올해는 프로그램 이름부터가 ‘미니 불꽃쇼’였다. 대규모의 화려함 보다는 소박하고 절제된 불꽃으로 코로나 극복과 일상 회복의 기원을 담았다. 포항시가 용감하게 축제를 결행한 까닭은 지나치게 위축된 시민들에게 진심어린 위로와 용기의 부여가 필요하였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간절함이 있었기 때문이다.시민들은 흔쾌히 공감하였고, 개막식과 미니불꽃쇼를 전후하여 행사장 주변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어 그동안 침체됐던 지역상권 활성화에도 기여하였다. 물론 안전에 대한 세심한 배려도 뒤따랐다. 행사장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백신 2차 접종완료 확인을 거쳐 발열체크와 안심콜 등록 후 입장이 허락되었고, 방역요원의 안내를 준수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축제의 성공을 도왔다.필자도 현장에서 시민들과 함께 축제의 흥겨움을 즐겼는데, 개막행사 도중 의미 있는 장면을 목격하였다. 인기 연예인의 축하무대가 한창 진행되던 중 사회자가 무대에 다시 등장하여 잠시 안내 방송을 하였다. 미아를 찾는다는 안내였다. 무엇보다 시민의 안전을 중시한 진행에 참가자들은 모두가 무언의 공감으로 동의하였다. 곧이어 다른 행사 때문에 뒤늦게 참석한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경우는 사회자의 등단요청을 정중히 사양하였다. 자신의 모습을 대중에게 어필하려 애쓰기 마련인 정치인이 공연에 방해가 될까 조심하는 모습을 읽을 수 있었고, 거듭된 권유에 짧은 인사를 전하며 미아를 찾았는지 염려함으로써 도백(道伯)의 품격을 보여주었다.오래전 어떤 드라마에서 “내 안에 너 있다”라는 말로 청춘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기억이 있다. 밝은 세상이라 시민들은 이미 정치인의 언어를 다 알고 있다. 수준 낮은 ‘낯내기’ 행태로는 결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인류에 대한 넘치는 사랑,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 ‘내 안에 네가 있음’을 보여줄 때 시민들은 감동하는 법이다. 2년 만에 열린 포항국제불빛축제의 미니 불꽃쇼, 그 뒷맛은 여느 축제의 화려한 불꽃놀이보다 훨씬 더 개운하였다.

2021-11-24

보이지 않는 개선의 중요성

엄주선 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우리는 살면서 그냥 보이는 것으로 쉽게 사물을 판단하고 보이지 않는 것의 중요성을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람을 처음 만날 때도 그 사람의 옷차림이나 인상, 태도 등 보이는 모습만으로 본인의 경험에 비추어 판단하는 경향이 크며, 그 사람의 성장과정이나 인성 등 내면적인 면을 생각하고 파악하는 것에 소홀해질 수 있다. 우리가 눈(目)을 표현할 때 육안도 있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눈인 심안, 혜안, 천안 등의 단어도 많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기업(企業)이라는 한자의 어원적인 의미는 ‘사람(人)이 일(業)로 머무른다(止)’는 뜻이다. 기업에 일하는 사람이 머무르기 위해서는 보이는 부분인 이익창출이 이어져 일하는 사람에게 그에 합당한 보수를 지불하고 경제적인 문제도 해결돼야 하지만, 보이지 않는 부분인 일을 통해 개인의 성장과 발전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본다. 이 두가지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현장의 낭비를 발굴하고 제거하는 개선활동인 것이다. 낭비를 발굴하고 개선하는 직원의 능력이 보이지 않는 부분이며, 이를 통해 원가가 절감되어 이익이 창출되는 부분은 가시적인 성과라 할 수 있다.생산현장에는 고객이 주문하는 품종과 수량이 수시로 변동되므로 재료, 설비, 사람이 투입되고 대응하는 제조과정에서 불필요, 불균일, 불합리 등의 낭비요인이 따르게 된다. 이를테면 과잉생산·재고·운반·가공·동작·불량·대기 등에서 오는 낭비가 손실을 초래하고 원가를 잡아먹는 ‘7대 낭비’로 일컬어진다. 이 중 가장 나쁜 낭비는 ‘과잉생산’이며 고객이나 후공정이 필요로 하지 않는 시간에 제품을 미리 만들어 놓는 것을 말한다. 이로 인해 창고나 저장공간이 필요하게 되며 재고가 쌓이고 대기시간도 길어지게 된다. 또한 저장공간이 부족해져 또 다시 이동과 동작이 발생하며 재취급하는 과정에서 잘못하여 많은 사람이 공들여 만들어 놓은 제품이 재차 불량이 되는 낭비의 악순환이 되기도 한다. 물론 과잉생산을 포함하여 생산과정에서 유발되는 각각의 낭비는 별개적으로 수시 발생하기도 한다.필자가 수년 전 컨설팅한 내화물 생산공장에서는 과잉생산의 낭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집중했었다. 즉, 7개의 품목을 1주일간 1일씩 생산하여 창고에 대량으로 저장하여 출하량에 대응하던 공정을 제품별 준비교체 전담반을 신설하여 획기적으로 품명교체 시간을 줄이고, 일별 출하량에 맞춰 하루에 3~4품목씩 2일 패턴으로 주 3회 생산하도록 종류와 수량을 평준화하여 공정 내 저장공간과 재고를 50% 이상 현저하게 절감하여 낭비를 줄인 사례가 있다.이렇듯 현장의 보이지 않는 낭비를 구분하여 보이도록 하고 지속적으로 공정의 레이아웃과 생산능력을 개선해 나간다면, 불필요한 생산으로 인한 과잉생산의 낭비와 재공, 재고의 낭비가 대폭 줄어 전반적으로 회사의 이윤창출이 가능해진다. 거기에 직원들의 낭비 발굴과 개선하는 역량까지 향상돼 공간적으로는 일하는 직원과 회사가 좋아지고, 시간적으로는 지속발전가능한 영속기업이 될 것이다.

2021-11-22

기억과 망각의 싸움

조현태​​​​​​​수필가 퇴근하여 집에 도착하자 대문 우편함에 눈길이 갔다. 자질구레한 자동납부 통지서와 얇은 책 한 권이 꽂혀있었다. 이미 납부된 요금은 이메일로 확인한 내용이었다. 따로 영수 통지서를 보내지 않아도 되는데 매번 우편으로 발송되니 본척만척하고 휴지통에 던졌다. 이런 통지서를 모두 생략한다면 엄청난 종이와 재원이 절약될 텐데. 책만 가지고 들어와 침대에 벌렁 드러누워 뒤적거렸다.두어 시간 지났을 때, 전화할 일이 있어 휴대폰을 찾으니 없었다. 아차! 자동차 거치대에 두고 왔구나. 그새 부재중 착신이 네 개가 떴다. 차례대로 전화를 했더니 하나같이 전화도 받지 않고 뭐가 그리 바쁘냐고 타박이었다. 여차저차 하였다고 설명하자 정신을 어디다 두고 그러느냐는 핀잔까지 했다. 근래에 깜빡증이 점점 늘어난다.살다보면 이러한 깜빡증이 아니라 영원히 잊어버렸으면 더 좋을 일도 있다. 하지만 그런 기억은 반세기가 지나도 또렷이 남아있으니 오히려 애석하다. 특히 가슴깊이 새겨졌던 아리고 쓰린 생채기에 대한 기억은 왜 잊어버릴 수 없을까. 어쩌면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지워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애꾸눈이라고 놀림 받던 기억, 삼층 옥상에서 추락하여 죽지 않고 발목만 박살났던 사건, 애인 빼앗기고 사기 당해도 대거리 한 번 못하고 풀이 죽어 술만 퍼마시던 아픔…. 차라리 야생동물처럼 몇 초 만에 잊어버렸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더듬어보면 뼈아픈 추억이 쉽사리 되살아나는 감정은 그 당시에 새겨진 상처가 아직 존재하기 때문이다.불행이 싫어서 얼른 잊고 싶은 반면 행복은 좋아서 오래 기억하고 싶을까. 그러면 행복도 사라지지 않는 상처만큼 평생 동안 잊지 못할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좋았던 행복은 상처만큼 오래 기억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사람은 행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노력하는 만큼 행복이 보장된다면 어떨까. 아마도 아팠던 것만큼 오래 간직하지는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좀 더 행복하고픈 욕심이 작용하니까. 그래서 더욱 노력해야 할 터이다. 다시 말하자면 행복은 항상 미완성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그러니까 ‘욕심’을 빼면 ‘미완성’도 없어지는 계산이 된다. 그렇다면 빨리 잊을수록 좋을 것 같은 아픔은 왜 미완성이 없을까. 당연히 더 이상 아프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완전한 행복이 되려면 더 이상 행복하려하지 않아야 하리라.휴대폰을 어디에 두었는지 잊어버리는 사소한 일이든, 생명을 잃을 만큼 엄청난 사건이든 망각했다는 것은 같다. 하찮은 일은 용서되기 때문에 또 잊어버려도 되고, 대단한 일은 용서할 수 없기 때문에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니다. 좋았던 것은 기억할수록 좋고, 나빴던 일은 잊을수록 좋지 않은가.기억과 망각이 맞서 싸운다면 어떨까. 싸워서 이긴 자의 쾌감보다 패배한 자의 처절함이 훨씬 더 진할 터이고, 패배는 쉬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싸움에서 이긴다는 보장이 없을 바에는 질 것을 염려해야 할 터이다. 여차하면 시비나 걸고 상대를 깔아뭉개야 내가 살아남는다는 삶의 방식이 너무 식상하다. 기억과 망각이 손잡고 미완성에 도전하는, 그래서 끝없이 노력하고 삶을 경영하면 좋겠다.

2021-11-21

작은 생태계 소식

강길수수필가 쌓아 둔 빈 비닐 비료 포대 위를 낫공치로 마구 두드렸다. 자신도 모르게 나온 반사 동작이다. 일고여덟 번쯤 두드리자, ‘아마 죽었을 테지…’하는 생각이 났다. 그제야 상황이 제대로 파악되어 동작을 멈추었다.‘괜한 오기로 한 생명을 죽이는구나’하고 속말이 나왔다. 낫 날 끝으로 비닐 포대를 이리저리 뒤졌다. 축 늘어진 목표물은 없었다. 맨 아래 비닐 포대를 뒤졌을 때, ‘아! 그랬구나’하는 속말도 나왔다. 드러난 땅에 구멍이 나 있다. 내 반사 동작의 목표물은 구멍으로 도망간 게 틀림없다. 아마, 따뜻한 낮 기온에 먹이 찾아 나왔다가 나를 만나 줄행랑쳤으리라. 아까 현장 식탁용 판자를 들어낼 때, 달아나던 생쥐도 생각났다.주말 텃밭을 가꾼 지 다섯 해째다. 처음 시작하면서 ‘노지재배를 하자’고 아내에게 떼를 쓰듯 주장해 동의를 얻었다. 유기질 비료를 주로 쓰고, 무기질 비료는 최소한만 쓰겠다고 마음먹었다. 농약도 첫해에 모종할 때 토양에 쓰는 분해성 농약을 조금 쓴 후, 다음 해부터는 쓰지 않았다. 아내는 가끔 농약과 비닐 덮개 안 쓰면 작물이 안 된다고 들은 소리를 말했지만, 일부러 흘려들었다. 텃밭 가꾸기는 가족에게 무농약 먹을거리를 조금이라도 마련해주려 시작했기 때문이다.첫해엔 무성한 잡초를 손으로 뽑아내는 데 애를 먹었다. 이랑을 만들고, 들깨, 파, 옥수수, 고구마, 고추 등을 심었다. 작물이 자라나자 고구마, 고추는 순이 나오는 족족 고라니가 뜯어 먹었다. 옥수수도 통이 달리자, 멧돼지가 처참하게 대공까지 짓밟으며 어린 통옥수수를 다 따먹었다. 밭엔 결국 들깨와 파만 남게 되었다.아까웠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줬다 치자고 마음먹었다. 아내는 헌 현수막이라도 구해다 밭 가를 두르자고 했다. 왠지 야박하다는 생각에 그리하지 않았다. 요즈음 농촌에는 논밭을 펜스나 망으로 두르거나, 심지어 천장까지 망으로 덮은 곳이 제법 보인다. 해충이나 새, 산짐승들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막기 위한 농민들의 자구책이다. 어릴 땐 못 보던 풍경이다.텃밭엔 식용 야생초들도 많이 났다. 민들레, 왕고들빼기, 쇠비름, 질경이 같은 것들이다. 우리는 식용 야생초를 뽑지 않고 적당할 때 뜯어 먹었다. 상추처럼 생으로 먹거나, 비빔밥에 넣어 먹는 재미와 보람도 누렸다. 농약을 쓰지 않으니까 무슨 애벌레, 거미, 메뚜기, 잠자리 같은 땅 위의 곤충과 굼벵이, 지렁이 등 땅속 생물들도 함께 사는 터전이 되었다.텃밭에서 일할 때면 참새, 딱새 같은 새들이나, 개구리, 잠자리 등 생물들이 일부러 가까이 찾아온다고 느낄 때가 많다. 사람 냄새나, 가져간 먹을거리 냄새, 혹은 소리나 움직임 같은 신호를 따라온 것일 터다. 저들은 사람과 더불어 살고 싶은 것일까. 더구나 논들이 텅 빈 늦가을날, 우리 작은 텃밭에서 생쥐와 뱀, 개구리, 여러 곤충, 땅속 생물들을 모두 만나다니…. 행운이다.아래, 위 두 다랑이가 모두 50평 정도인 작은 생태계 텃밭…. 농약과 비닐만 쓰지 않아도, 자연은 말없이 생태계를 복원한다는 기쁜 소식의 현장이 됐다.

2021-11-16

상생과 협력의 힘, QSS동반성장

장광일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책에서 본 내용인데 소양강에서 30년간 어부생활을 한 분이 직접 목격하였다는‘뱀과 가물치’의 이야기를 듣고 필자는 깊은 감동을 받았다.이야기는 어부가 고기를 잡으러 강으로 가던 중 강 바로 옆나무에 매달려있는 뱀이 물속에 있는 무언가를 꺼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목격한 것부터 시작된다.자세히 들여다 보니 강바닥에 병든 것처럼 뒤집혀져 있는 가물치를 물에서 건져내려고 안달복달하는 뱀의 모습이었던 것이다.놀라운 것은 뱀이 열심히 가물치를 감아서 물 밖으로 올리려는 순간, 힘이 센 가물치는 몸을 확 비틀어 빠져 나오는 행동을 반복하였고, 나중에는 뱀이 약이 올랐는지 나무에서 땅까지 내려와서 온 힘을 다해 가물치를 감으려는 순간 가물치는 후다닥 소리를 내면서 뱀을 물고 물속으로 유유히 사라졌다는 것이다.가물치는 지혜를 발휘하여 뱀을 잡은 것이었고, 최소한의 대가로 최대의 효과를 얻었던 것이었다.필자는 P사의 ‘QSS혁신활동 지원 프로그램’이 가물치처럼 ‘지혜로운 동반성장 활동’이라고 생각하여 우수사례로 소개하고자 한다.동반성장이란 경제 규모 차이가 있는 대상끼리 상생과 협력을 통해 더불어 성장하는 것으로 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프로그램으로 잘 알려져 있다.최근 상생과 협력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화두가 되었고, 많은 대기업이 동반성장 활동으로 중소기업에 금전, 장비 등의 경제적 지원을 해 주면서 중소기업 발전을 위해 피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하지만 일부 경제적 지원 활동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으로 경제적으로 아무리 애를 써도 중소기업이 강한 기업으로 성장하기에는 한계에 부딪치게 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었다.그러나 P사의 동반성장 활동인 QSS활동은 달랐다.QSS(Quick SixSigma)활동 지원은 P사에서 자체 양성한 컨설턴트의 풍부한 현장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중소기업의 혁신을 지원한다.이 활동은 현장의 문제를 진단하고, 솔루션(Solution)을 제공하여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꾀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필자는 직원들 스스로 할 수 있다고 느끼는 자신감은 더 큰 성과라고 말하고 싶다.중소기업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개선리더 등 전문가를 양성하여 컨설턴트가 나와도 스스로 운영하여 자력 경쟁력을 갖도록 하는 것이 바로 QSS의 매력이다.필자가 10여년 전 컨설팅하였던 P사 계열사를 최신 방문했을 때 자사 스스로 QSS혁신활동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을 뿐만아니라, 자사의 협력사, 공급사, 고객사까지 계단폭포식으로 확산 전파하는 모습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였고 그 회사를 컨설팅한 것에 대해 정말 자랑스러웠다.사과를 따주는 활동보다는 사과나무를 심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활동이 정말 더 소중하고 효과도 더 크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필자는 더불어 지속 가능한 동반성장에의 참좋은 프로그램이 QSS혁신활동 지원 프로그램이라고 보며 이를 적용하여 본원경쟁력을 높이고, 나아가 대한민국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2021-11-15

경쟁의 이점

조현태 ​​​​​​​수필가 집단을 이루고 살아가는 생물은 어떤 형태로든 경쟁을 하면서 산다. 사람이나 동물들이 서로 경쟁하는 것은 익히 아는 사실이다. 경쟁으로 인하여 서열도 정해지고 더 큰 이익을 챙기려는 과정이기도 하다. 하여 경쟁을 부정할 필요도 없고 경쟁을 부추길 것도 아니다. 어쩌다가 식물도 경쟁한다는 것을 듣고 좀 놀랐다. 고정된 장소에서 생명이 다할 때까지 살아야 하는 식물이 경쟁할 수가 있을까. 더구나 생각이나 감정도 없이 주어진 토대에서 만족할 수밖에 없을 식물이 있을까?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식물도 경쟁한다는 말이 맞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예컨대 어떤 산에 다른 수종은 없이 한 종류의 나무만 있다고 하자. 빽빽하게 잘 자라는 듯해도 그 숲은 많이 약한 나무 군락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다른 여러 종류의 나무가 섞여 자란다면 서로가 경쟁하듯 건강한 숲을 이룬다고 한다. 왜냐면 수종마다 영양이라든가 수분의 정도, 혹은 일조량과 해충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필요를 해결해야 한다. 따라서 뿌리와 가지, 잎, 줄기는 물론이요 키까지 유리하게 살아야 할 필요가 있다. 당연히 땅 속에는 뿌리가 다양한 활동을 할 것이요 가지나 줄기는 일조량이 충분하도록 생장해야 하리라. 잎이나 고유한 향기는 해충 또는 유익충에 대처하지 않겠는가.그러나 같은 종류의 나무만 있다고 가정해 보자. 필요가 같다면 같은 조건을 나누어 가질 수밖에 없다. 공기, 수분, 햇빛, 바람, 온도 등등을 있는 그대로 갈라 먹어야 한다. 그러는 중에 약하거나 자리를 불리하게 잡은 나무는 자연스럽게 도태될 터이다. 나아가서 해충이나 유익충도 같은 영향을 줄 것이 자명하므로 훨씬 단순한 생장을 할 것이다.양식한 물고기보다 자연산을 더 좋게 여긴다거나 밭에서 재배한 인삼보다 자연에서 자란 산삼을 선호하는 까닭이 뭔지를 생각하게 한다.만약에 고양이만 많으면 쥐도 많아야 하지만 고양이와 쥐가 섞여 있으면 굳이 많지 않아도 서로 약삭빠르게 잘 살 궁리를 하지 않을까. 그러면 궁리를 하는 측면과 그렇지 않은 상황의 차이는 분명히 있을 터이다.이것이 동물의 세계에만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다. 식물도 그러한데 사람에게는 오죽하랴. 문명이 있고 지배력이 있고 지능과 언어까지 있으니 경쟁으로 치면 가장 처절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겠다.안타까운 것은 같은 항목에서 경쟁이 심하다는 데 있다. 돈 때문에, 권력 때문에, 지위나 명예 때문에, 체면이나 자존심 때문에. 같은 목표를 두고 경쟁하면 나눠먹기 밖에 더 되겠는가. 경쟁하는 효과가 떨어지니 결과도 늘 부족할 뿐이다. 돈과 권력을 따로 경쟁한다면 어떨까? 당연히 해당 분야의 전문인이 차지하지 않겠는가. 그렇다고 돈에 승리한 사람은 돈만 있고 권력은 전혀 없는가? 그렇지 않다. 돈으로 경쟁하여 이긴 사람은 돈이 많고 권력이 적을 뿐이다.식물도 동물도 선한 경쟁을 하건만 유독 인간만 다투어 갈라먹기를 고집하고 있다. 사람이 경쟁을 하지 않을 수도 없지만 제 살 상하게 하는 경쟁보다는 다양한 경쟁을 하면 좋겠다. 이겨서 제 일인자가 되는 경쟁 말이다.

2021-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