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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그놈의 돈 때문에

조현태수필가 코로나19 사태가 아직 진정되지 않고 있어도 우리 고유의 명절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명절이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가족이다. 아무리 직계존속 관계라 하더라도 각자의 삶에 따라 생활공간이 다르니까 명절에 가족이 만나고 싶은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그런데 오늘 하고 싶은 말은 가족이 분명한데도 가족이 아닌 경우다. 예컨대 부부가 아이를 낳고 살다가 이혼하였다. 이혼할 때 친권을 포기한다면서 아이 양육권을 아버지에게 넘겼다. 그래서 아버지가 아이를 키웠고 재혼은 하지 않았다.문제는 자식이 먼저 사망하게 되었는데 장성한 자식에게 제법 많은 재산이 있었다. 갑자기 죽었으므로 사망 후 재산의 처리에 대해서는 언급한 것이 없었다. 그러니까 법적으로 망자의 유산은 직계가족에 우선권이 주어지므로 어머니였던 사람이 재산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즉 망자의 자식은 없어도 부모는 살아있으니 어머니인 자신의 몫을 찾아가겠다는 것이다.친권과 양육권도 포기하고 이혼하였으나 어머니와 아버지가 없으면 자식이 있을 수 없다는 천륜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결국 우주의 이치를 인간이 만든 법으로 바꾸지는 못한다는 주장이다. 사람이 사회를 이루고 살면서 법도 중요하고 법을 초월하는 이치도 중요하다. 어느 한 쪽을 무시하지도 못하지만 개인의 양심이 올바르다면 법보다 이치에 더 의지하고 싶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왜냐하면 양심적 이치를 따르지 않으려는 사람 때문에 법이 생겼으니까.이런 경우 유산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답은 망자에게 물어봐야 안다. 누가 유산의 얼마를 갖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주장하는 사람의 진정한 의도다. 그 의도가 가족 개념보다 재산에 치중해 있다면 법의 설명도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사람이 사는 세상은 사람답게 판단하고 인간적 양심을 지켜야 좋은 세상일 것이다. 욕심도 돈도 사람의 세상에 필요한 것이긴 하지만 너무 집착하다보면 스스로 노예가 될 뿐이다. 누구인들 노예가 되려고 그리하겠는가마는 돈에서 자유로워지니 세상이 이만큼 편한 것이 있을까 싶다. 혹자는 나를 보고 ‘너는 가난하고 빚도 없으니 그런 맘을 먹지만 빚이 많다보면 가진 것이 늘 부족한데 어찌 돈을 피할 수 있나?’하면서 부정한다.어디에도 길은 없지만 어디에도 가면 길이 된다는 말이 떠오른다. 돈에 초연해지는 길이 따로 없다. 그래도 초연하면 초연해 지는 게 아닐까. 나만의 길도 길은 길이니까.가족보다 더 기막힌 사연 때문에 자식과 남편 같은 가족에게서 떠났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가족보다 돈을 택하여 다시 가족의 자리로 돌아오고 싶다면 먼저 가족의 승낙이 따라야 할 일이다. 그래야 재산 분배도 가능해 지겠지만 자식 잃은 아버지가 돈에 눈먼 사람을 아내로 인정해 줄지는 아무도 모른다.코로나19로 썰렁한 명절이지만 애틋하고 그리워 만나는 가족이기를. 도타운 정을 나누고 서로 용돈이라도 주고 싶은 가족이기를.

2021-09-27

애가 타는 국민

강길수 수필가 젊은 날, 환경 분야 기술 자격 공부를 하며 ‘자정작용(自淨作用)’이란 단어와 개념을 처음 알았었다. 자연의 복원력 혹은 항상성에서 기인한다고도 할 수 있는 이 새로운 소식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었다.그 무렵은 나라에서 공해 문제를 도입하는 초기여서, 주로 물에 대한 자정작용을 다루고 배웠다. 요약하자면, 물은 자연 생태계에서 오염되더라도 스스로 깨끗해지는 자정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생태계가 한정되어 있어, 오염량이 자정 능력을 넘게 되면 하천과 바다가 오염되고 만다.심하게 오염된 하천과 바다는 생명체가 살 수 없다. 물의 오염은 결국 전 생명체와 사람의 생존에도 악영향을 준다. 따라서 생활하수, 산업폐수 등의 오염수 배출을 법률로 규제하기 시작했다. 또 폐수처리기술의 연구, 개발도 박차를 가했다. 이후 대기·토양·지하수 오염, 폐기물 처리, 오존층 파괴 등 온 지구 생태계오염에 대한 규제와 개선의 연구, 개발로 확대되었다.개별 생명체의 대사(代謝)도 자정작용과 함께 이루어진다. 유해성 생체 이물을 효소가 해독하기 때문이다. 살펴보면 우리가 사는 지구 행성 자체도 거대한 자정작용 시스템이 아닐까. 하천이나 강물의 흐름, 파도, 해류, 바람, 태풍, 구름, 비, 햇빛 등 모든 자연현상이 직, 간접으로 자정작용을 한다.물의 자정작용은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 작용으로 이루어진다. 물리적 작용은 물이 모래나 흙 속으로 스며들며 여과되는 등 물리적으로 정화되는 것이다. 화학적 작용은 물이 공기와 닿을 때 오염물과 산소가 반응, 제거되는 현상 등이다. 하천, 호수의 오염물이 호기성 또는 혐기성 소화로 처리되는 것이 생물학적 작용이다.자정작용이 지구와 자연생태계뿐일까. 인간사회에도 유사 이래 자정작용이 함께해 왔다고 본다. 개인과 가정의 생사화복은 물론, 나라와 민족의 흥망성쇠도 자정작용에 달려 있음을 많은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자정작용의 관점에서 볼 때 우선, 가장 우월한 국가체제는 두말할 나위 없이 자유민주주의체제다. 선거로 임기가 정해진 공직자를 뽑기 때문이다. 공명선거를 하는 한, 재직 시 잘못한 공직자는 다음 선거에서 뽑힐 수 없기에 그렇다. 선거라는 강력한 자정작용이 일정 기간마다 국가사회를 맑게 한다.다음, 국가의 삼권분립체제도 자정작용을 위한 것이리라. 오염된 물이 물리·화학·생물학적 작용을 통해 깨끗해지듯, 나라의 입법·사법·행정부가 상호 견제와 작용을 하여 국가사회의 오염요소들을 줄이거나 제거하여 맑게 하는 게 아니겠는가.그다음, 언론은 사회의 산소다. 물의 자정작용에 가장 중요한 것은 공기 중의 산소다. 오염물과 닿으면 바로 반응, 자정작용을 해내기 때문이다. 사회의 산소가 언론이므로 오염물을 만나면 즉각 반응, 자정작용을 해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자정작용의 선봉에 나서야 할 대형 언론들이, 나라 명운이 달린 커다란 사회오염물과 반응하지 않는다. 그러니, 죽은 언론이다. 애가 타는 이는 바로, 주권자 다수 국민이다.국민이 대형 언론에 회초리를 들 때다.

2021-09-26

감사 교육부터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하루에 열 번은 행복해요. 눈을 뜨면서부터 행복해요. 모든 게 감사해요.” 모 방송에서 나온 말이다. 이 말을 한 출연자의 얼굴에는 어둠이나 슬픔, 걱정 따위의 표정은 없었다. 얼굴에는 늘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웃음에서 억지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웃음은 얼굴에만 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는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비를 맞고 일을 하는 그의 몸 어느 곳 하나 웃음이 피지 아니한 곳이 없었다. 심지어 그의 몸을 타고 흐르는 비도 웃고 있었다. 당연히 그가 웃음으로 가꾸는 작물도 모두 웃고 있었다.행복은 마음을 비우는 순간에 저절로 온다는 그의 말에 고개가 끄덕임으로 답을 했다. 그런 그에게 진행자가 앞으로 목표가 무엇인지 물었다. 필자는 마음을 비운 사람은 과연 어떤 목표가 있을지 궁금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참 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자신이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며 그분들께 받은 은혜를 조금이라도 보답하며 살고 싶다고 하였다.필자는 그의 말에서 삶의 의미를 알았다. 삶이란 은혜(恩惠)와 보답(報答)의 연속이라는 것도 확실히 깨달았다. 그리고 문득 생각했다, 우리가 사는 일 중에 은혜 아닌 것이 무엇이 있을지를! 은혜 앞에 오는 말들을 떠올렸다. 부모님의 은혜. 자연의 은혜, 친구의 은혜, 절대자의 은혜 등! 분명 세상 모든 일은 은혜 안에 있었다.은혜를 생각하다 은혜와 가장 이웃한 말을 찾았다. 그것은 감사(感謝)다. 감사함은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다. 감사함을 아는 사람은 마음의 문이 열린 사람이오, 그 반대인 사람은 마음의 문이 닫힌 사람이다. 마음이 닫힌 사람에게 은혜와 보답이 있을 리 없다. 감사함을 아는 사람은 은혜를 알고, 은혜를 아는 사람은 그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노력하는 보답의 삶을 산다. 이것이 우리가 숱한 힘듦을 이겨내며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방정식이다.그런데 이것이 무너졌다. 사회 많은 곳에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주는 가장 기본적인 연결 고리인 감사함이 사라졌다. 그나마 남아 있던 감사함조차 형식적으로 변질하고 있다.감사함은 저절로 마음에서 우러나기도 하지만, 학생들에게 있어 감사함은 가르치고 배우는 교육의 대상이다. 지독한 입시 덫에 갇히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교육의 최고 목표는 학습자가 감사함을 내면화하고, 삶 속에서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었다. 이런 교육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학교와 가정과 사회는 합심하였다. 그리고 서로가 모범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학교도, 사회도, 가정도, 종교도, 심지어 사랑도 모두가 맹목적으로 변질하고 있다. 맹목적인 학교, 맹목적인 사회, 맹목적인 가정 등 학생들이 감사함의 의미와 자세를 배울 곳이 사라지고 있다. 그러니 학생들도 맹목적으로 변하고 있다. 맹목적인 삶에 참 행복은 없다. 학생이 행복해야 가정도 행복하고, 가정이 행복해야 우리 사회도 행복하다. 이를 위해 어른들의 맹목적인 생각을 내려놓고 학교와 가정에서 학생들에게 감사와 은혜의 참 의미를 가르치면 어떨까! 그리고 그것을 생활 속에서 함께 실천하면….!

2021-09-22

주문을 외워보자!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지금 사람들은 주문이 필요한 시대를 살고 있다. 세상 가장 풍성한 한가위이지만, 세상은 악몽 같은 일들로만 가득하다. 깨고 싶어도 좀처럼 깰 수 없는 악몽. 악몽이 가장 힘든 것은 꿈의 주체가 비록 나이지만,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명절을 앞두고 좋은 말만 하고 싶지만, 도저히 글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선거에 대한 환상에 사로잡혀 있는 정치를 제외하고 악몽 아닌 곳이 과연 어디 있을까! 손님이 실종된 가게, 멈춰버린 공장, 문을 닫은 대학교, 사람이 사라진 거리, 친구와 웃음을 잃은 학생 등 우리 사회는 분명 지독한 악몽을 꾸고 있다. 그 악몽은 마치 개미지옥과도 같다.명절 또한 악몽 속에 갇혔다. 사람으로, 정으로 가득해야 할 명절이 비어 간다. 이대로 가다간 명절은 다큐멘터리에서나 나오는 먼 과거 유산이 되고 말 것이 뻔하다. 비어 가는 고향이 그나마 잠시 고향다움을 찾던 때가 명절이었다. 그런데 고향에도 이젠 명절이 없다.우리나라 명절에는 특별한 힘이 있었다. 사람들은 명절에 고향에 갈 생각으로 힘듦을 견뎠다. 그러면 고향과 명절은 어김없이 사람들에게 행복과 희망을 충전해주었다. 우리 사회가 그나마 지금처럼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명절과 고향의 희망 순환 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이다.그런데 이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 고향과 명절이 사라지면서 같이 사라진 것이 정(情)이다. 정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가장 기본이다. 사랑, 이해, 배려, 나눔 등의 출발점은 정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가 절대 잊지 않고, 잃어버리지 않았던 것이 정인데, 지금은 어떤가!정이 없어지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는 것들이 있다. 그것은 탐욕심, 사악함, 이기주의 등이다. 과연 지금 우리 사회가 공포 영화 속 장면과 다른 것이 뭐가 있을까!영화 속 내용이 현실이 되기 전에 우리가 하루빨리 되찾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어른이다. 흔들리는 우리 사회를 바로 잡아줄 모범이 되는 어른! 정이 없어진 것도 바로 어른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정이 가득하던 시절엔 우리에게도 늘 삶의 귀감(龜鑑)이 되어주던 어른이 있었다. 그 어른을 본받기 위해, 그리고 그들처럼 살기 위해 사람들은 최선을 다했다.그것이 곧 공부였다. 학교는 그것을 가르치는 곳이었다.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모범으로 삼을 어른이 없는 시대에 학교도 가르쳐야 할 내용을 잃어버렸다. 오로지 자기밖에 모르는 어른의 모습을 그대로 보고 자라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어떨까!우리 사회가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어른보다 더 어른다운 학생들이 있기 때문이다. 정을 잃어버린 우리 사회에 다시 정이 부활하기를 마음으로 그 아이들이 외치는 주문을 전한다.“우리는 하나입니다. 모두 하나 되어 높이 날아봅시다. 외칩시다.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이 주문이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우리 사회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를 간절히 바란다.

2021-09-15

진정한 강함에 대하여

오낙률 시인·국악인 인간 본성에 해당하는 인심은 세상이 변한다고 따라 변하는 게 아니다. 다만, 세상인심이 어쩌고 하는 것은, 물질문명의 무게증가로 인해 상대적으로 나약해진 인간들이 그 무게를 감당치 못해 발생하는 약간씩의 일그러진 모습일 뿐이다. 언제나 사회적 불안은 인심의 부재로부터 시작됐다. 상대적으로 많이 가진 자이거나 사회적으로 강자의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늘 인심의 도마에 오르곤 해왔다. 사회적 강자의 위치에 서려면 상대적으로 주위 사람의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도움에서 얻어진 힘과 지위를 이용해 도리어 그들 위에 서서 군림하고 지배하려 한다면, 또 반대로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보은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강자가 있다면 적어도 작금의 현대사회에서는 그 결과가 극과 극으로 나타나 세상인심의 불변함을 절실히 체험하게 될 것이다. 현대인에게 적용되는 강자와 약자의 구분은 권력이 세다거나 힘이 센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또는 건강한 사람과 나약한 사람 등을 기준으로 분류하는 게 아니다. 인간의 본성을 짓누르는 물질의 무게를 잘 극복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구분하여야 함이 마땅하다. 조그만 물질 앞에서 쉬 무릎이 구부려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물질과 연관된 갖가지 유혹을 잘 이기고 선천적으로 부여받은 인간 그 본성에 충실하려는 사람, 드물지만 이 사회엔 분명히 있다. 해서 오늘날의 진정한 강자는 그 후자의 예에 해당하는 사람이라 해야 할 것이며, 그 후자의 예에 해당하는 사람을 진정한 강자라고 예우함이 마땅하다.사람의 모습은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그 하나는 현재의 나타난 모습이 가식이고 그 내면이 진실인 사람, 또 다른 하나는 보이는 현재와 내면이 모두 진실한 사람이다. 십 원 앞에 바들바들 떠는 사람은 그 십 원의 무게만큼, 몇 억의 금전 앞에서 지금껏 잘 지켜오던 양심을 저버리고 마는 사람은 또 그 몇 억의 무게만큼, 그들은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해 그 무게에 깔리고 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누가 세상이라는 갤러리를 경영하고 누가 그 고객이더냐/진정한 강자들이 많은 사회 그런 사회가 이뤄지는 그때쯤이면/푸른 하늘 위를 마음껏 날아다니는 은천저수지 잉어떼들의 귀에도/향내 나는 피리소리가 들릴 것이다/단 한 점의 티도 없는 호수의 맑은 물과/구름도 미세먼지도 없는 더없이 푸른 하늘이/어우러져 살맛나는 세상풍경이/늙은 화가의 화폭에도 그려지고/젖먹이 송아지를 부르는 어미소의 울음짓에도/희망의 기운이 넘치고 생일을 맞은/늙지도 젊지도 않은 아낙들의 시 읽는 맑은 음성은/태고와 미래를 있는 둘레길 가에/코스모스 꽃으로도 피어날게다’ -졸시 오낙률 ‘누가 세상이라는 갤러리를 경영 하는가’ 전문작금의 사회는 강자와 약자의 구분을 많이 게을리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으로 생겨나는 갖가지 사회적 문제가 부메랑이 되어 우리의 삶에 갖가지 위해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진정한 강자와 약자를 올바로 구분해내는 것이 미래로 가는 오늘날의 사회가 당면한 최대 과제가 아닐까 싶다.

2021-09-14

정리와 절제, 윤택한 삶

장광일​​​​​​​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산천의 초목이나 들판의 잡풀이 무성하다가 한숨 돌리는 계절, 추석이 다가오는 이맘 때가 되면 의레 하게 되는 것이 벌초(伐草)다. 저마다 부모 또는 선조의 묘소를 찾아 웃자란 풀을 베어내고 산소 주변으로 뻗은 나뭇가지를 자르거나 둥치를 베며 주위가 훤하고 깨끗해지도록 일손을 모으고 정성을 다한다. 자기가 태어난 근본을 잊지 않으며 조상을 기리고 섬기는 마음에서 해마다 애써 풀을 내리고 정리하게 되지만, 일단 벌초를 하고 나면 보기에도 그리 시원하고 깔끔하지 않을 수 없다.비단 그와 결부되는 맥락은 아니겠지만, 일상 중에 물건을 정리하거나 청소를 하고 나면 가슴 속까지 후련해지고 마음이 개운해짐을 누구나 쉽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정리라는 것은 생활공간이나 주변 여건, 업무환경 등에 이르기까지 많은 영향과 변화를 수반하는 요소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최근에 필자가 관심있게 시청했었던 ‘신박한 정리’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나만의 공간인 ‘집’의 물건을 정리하고 공간에 행복을 더하는 노하우를 함께 공유할 수 있어서 기업체 정리 컨설팅에 많은 도움과 요령을 십분 활용하기도 했었다.이른바 ‘정리’란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사용빈도와 기간에 따라 명확히 구분하고 불필요한 것을 과감하게 제거하는 활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10년 전 필자가 컨설팅한 H중공업의 혁신활동 첫 단계로 정리활동 차 공장 내 불필요한 물품에 레드 카드(Red Card)를 부치도록 했었는데, 전체를 다 부착한 후에는 공장 여기저기가 붉게 물들어 마치 가을단풍으로 착각할 정도로 즐비했었다. 정리 활동 후 불필요한 물건이 없어짐에 따라 공장 내부는 넓어졌고, 직원들의 환경관리 수준도 향상되었다.정리활동이 제대로 이뤄지게 되면 혁신의 절반이 완성되는 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이 기업이 성공적으로 정리활동을 했던 비법이라 한다면, 첫째 아까워도 과감하게 버렸다는 점, 둘째 기간 내에 과잉으로 신청하여 가지고 있던 물건을 꺼내 놓으면 책임을 묻지 않고 상을 주었다는 점, 셋째 대대적인 홍보를 통해 경영진부터 현장직원까지 전원이 참여했다는 점 등이라 할 수 있다.정리하는 능력을 일상적으로 반복하게 되면 습관이 되고, 좋은 습관은 그 사람의 인생도 성공하는 인생으로 바꿀 수 있다고 본다. 그만큼 버리고 비우며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며, 적당함과 적절함의 균형을 유지하고 관리하기란 생각보다 만만찮은 일이기 때문이다.“아무 것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은 아무 것도 채울 수 없다”는 말처럼 정리는 단순히 현장의 변화만을 이끌어 주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개인의 삶을 성공으로 이끌어 주는데 도움을 준다. 정리하는 습관과 절제하는 노력은 저마다의 일상을 깔끔하게 하고 그 삶을 윤택하게 채워주는 힘이 있기에, 아무쪼록 정리활동을 습관화하여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꿈을 달성하길 기대해 본다.

2021-09-13

보이지 않는 것들

조현태​​​​​​​수필가 전래 민담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다섯 살 난 아들을 둔 홀아비가 역시 다섯 살 난 아들을 둔 과부를 맞아들여 새 가정을 이루었다.동갑 나기 두 아들을 키우게 된 이 여인은 마음씨가 착한 부인이었다. 특히 아이들 양육에 있어서 이 부인의 자세는 참으로 만인의 귀감이 될 만 하였다.부인은 전실 소생이나 자기 소생이나 한 결 같이 대하였다. 혹 선후를 가를 일이 생기면 언제나 전실 자식을 앞세웠다.그런데 이상한 것은 전실 자식은 점점 비루먹은 강아지 꼴인데, 그 부인의 친자식은 탐스럽게 잘 자라는 것이다.보기에는 전실 자식에게 더 잘 하는 것 같은데 참 이상한 일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이 부인을 의심하기도 했다. 남들 앞에서는 전실 자식을 위하는 척하면서 남이 안 볼 때는 전실 자식을 구박하는 영악한 여인인가 하고. 그러나 부인의 행동을 면밀히 살펴보면 남이 있든지 없든지 부인의 태도는 한결 같았다.어느 날 남편이 우연히 부인이 잠든 방을 보게 되었는데 부인은 전실 자식을 품에 안고, 자기 자식은 건너편에 누인 채 잠자고 있었다. 이를 본 남편은 부인을 의심한 것을 크게 뉘우쳤다. 전실 자식과 부인이 데리고 온 자식에 대한 발육 상태의 차이는 순전히 생리적인 차이라고 믿게 되었다.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남편이 집안의 중요한 일로 먼 길을 떠났다가 새벽녘에야 집에 돌아왔다.남편은 집안사람이 깨지 않도록 조심조심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가 방안에서 일어나는 아주 이상한 현상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 날도 부인은 전실 자식을 자기 품에 안고 자고 있었고, 부인의 친 자식은 건너편에 뉘어져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부인의 몸에서 이상한 기류가 나와 품에 안은 전실 자식을 건너 뛰어 부인의 친자식의 몸을 감싸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남편은 아, 그렇구나, 사랑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민담 같은 것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런 현상은 얼마든지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와 같은 인간 세상에는 물론이요 식물이나 동물의 세계에도 마찬가지다.특히 자신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양심이나 정신적 측면에서는 보이지도 않고 윤색되지도 않는다 하겠다. 이 특징은 남에게보다 자신에게 도드라지기 때문에 스스로 속이지도 못한다.이름하여 ‘자신과의 싸움’ 또는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라고 한다.어질고 좋은 마음을 양심(良心)이라 한다면 인간 사회를 이것 하나로 꾸려나가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듯하다. 원망도 불평도 없을 것이요, 거짓과 사기로 봉합하는 일이 없이도 남에게 무한한 신뢰를 줄 수 있을 것이다.대단히 진부하고 바보스러운 헛소리 같아도 또 한 번 강조하고 싶은 말.“초개만큼이라도 양심을 속이지 않으면서 다함께 살아가자.”

2021-09-12

청소년 창업 교육이 답이다!

이주형 산자연중학교 교감 자연은 모든 것을 비울 준비를 시작했다. 비움으로써 영원한 성장을 이루는 자연! 자연에 없는 단어 중 으뜸은 미련이다. 미련 없이 이륙하는 단풍의 모습은 그 자체가 경이로움이다.나라에도 비움 현상이 심한 곳이 많다. 대표적인 곳이 청년 일자리!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우리에겐 청년 취업률보다 청년 실업률이라는 말이 더 익숙하다. 정부는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정부의 기대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청년 실업률을 검색하면 지금 이 나라 청년들이 얼마나 힘든 삶을 사는지 알 수 있다.“청년 실업률 10.7% 치솟아, 21년 만에 최대치!”행복해야 할 취업이 트라우마가 된 지금, 청년들에게 희망은 없을까? 그들에게 희망을 줄 모범 답을 어느 기업가가 제시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그런데 이 말에 맞장구를 칠 청(소)년은 얼마나 될까! 이 나라 교육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고 대거리를 안 하면 다행이다.청소년 희망 직업 조사 결과만 봐도 교육이 청소년의 꿈을 얼마나 고정관념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지금 청년 실업률은 당장 지금 발생한 문제가 아닌 누적된 문제다.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도 청년 취업 트라우마를 해결해야 한다. 아니면 많은 청년이 실업의 굴레 속에서 좌절의 삶을 살지도 모른다. 그러면 그 해결 방법은 뭘까?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까지의 교육을 비우는 일이다. 이 일에 미련을 두면 안 된다. 미련을 두는 순간 변화의 취지는 변질하고 만다. 입시라는 거대 공룡이 우리 교육을 장악한 지 오래다. 지금부터 그 공룡의 부피를 줄이면서, 그 자리에 진로에 대한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는 기업가 정신 교육, 즉 창업 교육을 넣어야 한다. 의자 뺏기 놀이처럼 기존에 있는 일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시간에 새로운 의자를 만드는 힘을 청소년들에게 길러줘야 한다.맹모삼천지교에서 알 수 있듯이 교육에 있어 환경은 매우 중요하다. 모든 것에 있어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른 청소년 때부터 기업가 정신 교육, 즉 창업 교육 환경을 만들어 준다면 청소년의 진로 세계관은 무한대로 넓어질 것이다. 이미 교육 선진국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창업 교육을 의무 교과로 편성하여 운영 중이다. 지금의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CEO들이 바로 어려서부터 창업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다.자연은 벌써 내년 준비에 들어갔다. 준비 기간이 길수록 시행착오도 그만큼 줄어든다. 청년이 될 청소년에게도 미리 창업 교육을 한다면, 그들이 청년이 되었을 때 창업을 절대 낯설어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교육계에도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이 운영하는 청소년 비즈쿨 프로그램 등 청소년들의 기업가 정신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운영 중이다. 이들을 정규 교과로 들여 나라의 미래인 청소년이 마음껏 창업에 관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창업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 청소년 창업 교육이 청년 실업을 극복할 답이다.

2021-09-08

이런 공존

강길수 수필가 장마철보다 지루한 가을장마가 잠시 멈춘 출근길이다. 처서 아침이다. 학교 뒤 담장 곁을 지나가는데, 누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나지막한 작은 나팔꽃 한 송이다.자세히 바라다본다. 나팔꽃 덩굴은 삼사십 센티미터 정도 자란 망초 대를 감고 올라가다가 중간쯤에서 남보랏빛 꽃 한 송이를 피워냈다. 나팔꽃 줄기와 망초의 대는 담장 콘크리트 벽과 보도블록 사이의 좁은 틈바구니에서 싹터 올라 자라났다. 둘 다 어려 보인다. 용케도 미화원의 풀 뽑는 손길도 피했다. 그러잖아도 근자에 주위에서 나팔꽃이 줄어간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한데, 이 척박한 환경의 틈에 망초와 어우러져 살면서 꽃을 피우다니 반갑고, 기쁘고,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한꺼번에 몰려왔다.네댓 해 전까지만 해도 이맘때면, 우리 아파트 낮은 담벼락에 나팔꽃이 많이도 피어났었다. 짙은 핑크빛과 남보랏빛 나팔꽃들이 한데 어우러져 아침마다 축제를 벌였다. 떠오르는 해님 따라 새로 밝은 아침을 노래하며 일터로 가는 사람들에게, ‘오늘도 우리 기쁘게 살아내어요!’하고 활짝 웃는 얼굴로 인사했었다. 그런 날엔, 나팔꽃 생기를 듬뿍 받아 하루가 더 즐거웠었다.기쁜 마음 안고 사무실로 향했다. 여남은 걸음을 가다가 문득, 사진 한 장이라도 남기고 싶어졌다. ‘퇴근길에 찍자’하는 생각이 나자 ‘아침나절이 가면 나팔꽃은 지잖아!’하고 속말이 나왔다. 되돌아가 핸드폰 사진 한 장을 찍었다. 별반 변한 게 없는데, 주위에서 나팔꽃이 줄어드는 현상이 기후변화 때문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했다. 또, 주어진 메마른 환경을 탓하지 않고, 묵묵히 함께 살아내는 망초와 나팔꽃이 사람보다 나아 보였다. 서로 자기만 살려고 한다면, 둘 다 저리 성하게 자라 꽃피우지 못했을 테니까.저녁에 집에서 핸드폰 사진을 열어보았다. 구석구석 새로 살피고 싶어서였다. 망초도 안개꽃보다 작은 흰 꽃들을 피우고 있었다. 나팔꽃 줄기는 망초의 온몸을 휘돌아 감고 올랐다. 처음 볼 때는 나팔꽃과 그 잎 두어 개, 망초 잎과 약간 휘어질 듯 서 있는 망초 대와 그 머리의 흰 꽃들이 전부였다. 열악한 틈에서 움터 자라나고, 꽃피워 열매 맺으려 서로 보듬고 살아내는 나팔꽃과 망초. 그 삶 안에 우리 생태계와 우주가 하나 되어 녹아있는 것만 같았다. 마치, 무한소와 무한대가 하나로 이어 있듯이….이방원의 하여가와 성삼문의 단심가가 떠오른다. 그런 건 인간 욕망덩어리일 뿐, 저 나팔꽃과 망초가 어우러져 사는 삶에는 비교될 수 없다. 모든 존재의 만남은 우연이면서 또, 필연이다. 나팔꽃 씨앗과 망초 씨가 공교롭게 저 담장 밑 틈바구니에 나란히 떨어진 것은 우연일 것이다. 하지만, 거기서 함께 싹트고 자라나는 일은 필연이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이다. 만일 저 망초가 인간이라면, 자기 몸을 저렇게 칭칭 감아 오르는 나팔꽃 덩굴을 가만히 놔둘까. 적폐로 몰아세우지 않을까.인간은 자연을 배우며 살아야 할 존재다. 지구란 행성의 생태계 안에서, 어우러져 살아내야 할 공동체 일원으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이런 나팔꽃과 망초의 공존처럼….우리나라도, 국민도 이렇게 공존할 수는 없을까.

2021-09-07

우리에게 자랑스러운 것

조현태​​​​​​​수필가 요즘 젊은이들이 말하는 언어를 가만히 들어보면 씁쓸한 웃음이 나온다. 못 들은 척하기도 그렇고 그냥 묵과하기도 꺼림칙하다.‘허걱’, ‘가삼’ 같이 사전에도 없는 말을 거침없이 사용하면서도 불편하거나 의사전달에 전혀 거부감이 없어 보인다.또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단무지’(단순하고 무식하고 지랄 같다)처럼 문장을 이루는 단어 첫 글자만 모아서 말 줄임 형 용언을 마구 만들어 사용한다. 나로서는 얼른 알아듣지 못하는 어휘들이지만 저희들끼리는 잘 소통하는가보다.한 술 더 떠서 이러한 말들을 쉽게 알아듣고 다양하게 사용할수록 재치 있고 유머감각이 뛰어난 대화라고 착각하는 듯하다.뿐만 아니라 각종 간판이나 유명한 기업체 이름 대부분이 외국어 또는 영문 약자를 버젓이 걸어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어색해 하지도 않고 오히려 자랑스러워한다. 더 기가 차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 대중매체라고 하는 텔레비전에서조차 토크쇼 프로그램에 ‘이만갑’(이제 만나러 갑니다)이라고 표기한다.뿐만 아니라 외래어로 버블현상, 콘서트, 컨셉, 아이템 같은 단어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사전에도 등재되어 있을 만큼 토착화하여 우리말처럼 쓰인다.청소년 교육을 맡은 사설학원이나 학교에서조차 은어나 비속어가 난무하여도 강 건너 불 보듯 한다. 내가 보기에는 그냥 모르는 척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도 그런 대화에 동참하고 있다. 오히려 은,비속어를 섞어가며 유창하게 대화하는 현장이 더 친근한 분위기인 것처럼 부추기고 있다.이것이 나 혼자만의 착각에 불과하단 말인가. 언젠가 이 문제를 지인들과 토론하다가 ‘세계화 추세’라는 반격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적도 있다. 한국 상품이나 문화가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려면 영어권 상품이나 문화에 당당히 도전해야 할 일이다. 슬며시 영어를 뒤집어쓰고 영어권 흉내나 내면서 내놓는 상품이라면 이미 반은 굴복하고 들어가는 기분이다.세계화에 대응할수록 품질이 우수해야 승산이 있지 않은가. 품질로 치면 한글만큼 빼어난 언어가 어디 있는가. 이 좋은 글자를 주인인 우리가 변형하고 잘못 사용하여 푸대접하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미 수십 년 세월을 두고 이런 현상이 계속 이어져오고 있다. 이쯤에서 진단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글로벌시대에 지구촌 인류로 살아가는 지금, 외국인에게 정확한 우리말을 해야 마땅하다.어쭙잖게 머리글자만 모아 괴상한 신조어를 만들어 말한다면 어떤 외국인이 알아들을까. 아무리 바쁘게 살아가는 세상에서 복잡하지 않기를 바라는 생활이라 할지라도 정확한 표현과 의사전달이어야 올바른 대화라 할 수 있다.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한글이 다른 외국어에 비해 조금도 부족하지 않으니 반드시 고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어에 조금씩 정복당하여 우리말의 주인이 되지 못할 것만 같은 위기감이 든다.

2021-09-05

대안 학교 학생의 간절한 편지와 답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선생님, 학생 앞으로 책이 도착했습니다.”처음에는 주말 동안 학생이 집에 두고 온 학습 교재 등을 집에서 보냈구나고 생각했다.“지난주에는 8권이, 이번에는 다른 출판사에서 74권을 보내왔습니다.”8권, 74권, 출판사라는 말에 필자는 하던 일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나 책이 있는 곳을 보았다. 필자 눈이 닿은 곳에는 책이 탑을 이루고 있었다. 책을 정리하는 선생님의 모습이 행복했다. 의아해하는 필자에게 선생님은 책이 도착한 사연을 이야기해 주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올해 1학기 초에 실시한 학생회 선거에서 전교 부학생회장에 출마한 ○○○ 학생이 학교 도서관에 신간 도서를 채우겠다는 공약을 발표하였다. 평소 이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고민하던 학생은 방학 때 청소년 도서 출판사에 책 기부를 부탁하는 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너무 감사하게도 학생의 간절한 소리를 들은 출판사에서 학생의 부탁에 화답한 것이다.이야기를 다 듣고 필자는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에게 너무 미안해졌다. 그리고 자신이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용기를 낸 학생이 대견하고 고마웠다. 나아가 학생의 외침에 답을 해준, 또 학생에게 아직도 이 나라에는 희망이 있음을 보여준 출판사들이 존경스러웠다.지난주 몇몇 출판사는 학교로 직접 전화를 해서 학교로 보낼 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였다. 지금까지 학생의 요청에 기꺼이 화답해준 출판사는 ‘특별한 서재’와 ‘사계절 출판사’다. 절망과 불신만 가득한 사회에 희망과 믿음의 불을 쏘아 올린 학생이 보낸 메일 전문을 인용한다.“산자연중학교에 책 기부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산자연중학교 전교 부회장 ○○○입니다. 저는 귀사에서 출판한 책들을 즐겨 읽는 학생입니다. 귀사의 책을 기부받고 싶어 메일을 드립니다. 저희는 대안 학교이기에 정부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지 못하고 학교에 도서들을 살 예산이 없어 도서관에 새로운 책이 채워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매번 같은 책을 읽어 책이 너덜너덜해진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귀사의 도서를 ‘산자연중학교’에 기부해 주신다면 보다 다양한 책을 접하고 더 높은 수준의 지식을 앙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물론 신간 도서를 무작정 기부해주십사 요청하는 것은 아닙니다. 출판 과정에서 생기는 파쇄본 또는 폐간 도서를 기부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파쇄본 또는 폐간 도서를 기부해 주신다면, 환경오염도 줄일 수 있고, 귀사가 파쇄본 또는 폐간 도서를 처리하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버려지는 파쇄본 또는 폐간 도서로 저희의 지식을 채울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생각합니다. 메일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학생들은 새로운 책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기부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고민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우리 교육은 언제 학생의 외침에 화답할 수 있을까?

2021-09-01

망각

류영재​​​​​​​포항예총 회장 언제나 그 자리에 그대로 계실 것만 같았던 어머님이 멀리 떠나가신 지도 벌써 1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팔월의 마지막 날이 기일인데 당신의 유언을 핑계로 아버님 제사와 함께 모시고 있으니 정작 어머님 떠나신 날에는 막걸리 한 병 들고 휘적휘적 산소에 다녀올 뿐이다. 결국 효나 불효도 생전의 일인가보다. 사느라 바빠서 잊고 지내다가 문득 어머님 생각을 하면 기억을 놓으시던 그날의 충격이 떠오른다. 초저녁에 설핏 주무신 후 깨어나시더니 갑자기 일평생 그토록 애지중지 하던 당신의 아들을 보고 “아저씨!”라 하셨으니 기가 막힐 일이었다.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렸던 것으로 기억되는, 지금도 가끔씩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망각이다’라는 줄거리다. 어린이에 불과하던 그 당시에 망각의 심오한 의미를 이해했을 리 만무인데 어찌하여 아직도 문득문득 그 이야기가 떠오르는지는 알 수가 없다. 어쨌든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거친 발톱과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호랑이도 아니고 깜깜한 밤길에 마주친 백발 귀신도 아닌 망각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흐르는 세월 따라 소중한 것을 까맣게 잊어버리는 것이 두렵다는 의미일 텐데,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잊어버리는 망각의 늪에 빠지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더러는 훌훌 털고 건너야 할 망각의 강도 있는 법이다.망각은 경험했던 일이나 사람, 약속, 물건 등을 기억의 저편으로 밀어버리는 정신적 현상이다. 자신이 한 일도 기억하지 못하면 몹시 당황스럽지만, 정신과 의사들은 인간에게 망각의 기능이 없다면 두뇌의 용량초과로 정신병자가 될 것이라 한다. 마치 잔을 비워야 채울 수 있는 이치와 같은 것이다. 인간의 기억에는 한계가 있으니 기록이 필요하다. 문화유적을 답사하던 중 삼례문화예술촌 모퉁이에서 ‘기록하지 않은 삶은 사라진다.’라는 현수막을 보았다. 진하게 공감되는 말이다. 지역미술사 자료를 알뜰히 모으고 있는 후배가 ‘80년대 포항의 미술’을 인문학적으로 풀어낸 책을 출간하려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은 마음이지만 그때의 자료가 내게는 거의 없다. 세를 얻어 살던 작업실을 형편에 따라 여러 번 이사하다보니 끌고 다니기 힘들어 몽땅 불태워버렸다. 자료가 없으니 기억에 의존해야 하는데, 청춘을 함께 했던 그 소중한 기억들이 가물가물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망각은 우리 삶의 소중한 부분까지도 몽땅 삼켜버리는 악마이던가.사람이니 더러 잊어지기도 하고 잊을 필요도 있지만 잊혀지는 입장이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프랑스의 화가 마리 로랑생은 그의 시 ‘잊혀진 여인’에서 “죽은 여인보다 더 불쌍한 여인은 잊혀진 여인이다.”라고 했다. 죽음보다 더 슬픈 것이 잊혀지는 것이라는 얘기다. 잊고 싶은 기억을 지우려 휴대전화 주소록에서 어떤 이름을 삭제했다. 번호 삭제와 함께 그에 대한 기억도 사라지면 좋으련만 잊지 말아야 할 기억들은 자꾸 흐려지고, 잊고 싶은 기억은 선명하게 되살아나니 아이러니다. 기억하고 잊어버리는 일이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잊혀진 여인’은 되지 말아야 한다.

2021-08-31

눈으로 보는 믿음과 개선

엄주선 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우리의 몸이 10할이면 눈이 9할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보는 것이 중요하고 큰 역할을 한다는 의미이다.우리의 일상은 아침에 눈을 뜨면 보는 것으로 시작하여 저녁에 잠자리에서 잠자기 전까지는 거의 모두 보는 것들의 연속이다. 그러기에 본다는 것의 의미도 단순히 보다(見), 살피다(察), 황새 관(隹)+볼 견(見)자를 결합하여 높은 곳에서 먹이를 찾듯 자세히 보다(觀)와 같이 다양하게 표현되고 있다.그렇기에 시각정보는 우리 생활에서 필수에 가까운 요소이며 많은 영향을 끼친다. 또한 일상에서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에 기업에서도 이를 잘 활용하여 안전 확보와 편리하고 효율적 생산활동은 물론 지속적인 개선을 위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으며, 이를 산업공학에서는 경영활동의 일환으로 ‘눈으로 보는 관리(VM·Visual management)’라고 부르고 있다.즉, VM은 현장의 생산목표와 과정, 설비, 제품, 작업, 환경, 안전 모든 것에 대하여 누구라도 이상과 정상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하여 이상 발생 시 빠르게 조치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정상적인 상태가 지속, 유지되도록 해나가는 예방적 관리수단인 동시에 현장의 자율신경을 갖추는 도구인 것이다.눈으로 보는 관리의 첫번째 단계는 생산현장의 깨끗하고 청결한 유지이다. 바닥이나 설비가 오염되어 있으면 이상을 발견하기 어렵고, 특히 조립라인에서는 부품이나 나사 등이 떨어져 있으면 안되는 것을 표준으로 정하여 이상을 바로 알 수 있게 할 수 있다.두번째는 생산에 사용되는 설비와 자재·재료에 대하여 이상과 비정상을 보이게 하는 것이다. 설비의 경우 정상 가동을 위하여 점검하여야 할 개소에 대한 이상·정상 범위의 표시를 하도록 하며, 자재·재료에 대해서는 어디에 무엇이 얼마나 있는지를 명확하게 표시하여 누구라도 쉽게 정상 범위를 벗어나면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세번째는 생산 진행과 작업의 늦고 빠름을 알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당일의 생산 목표와 진행이 보이고, 본인의 작업에 대하여 표준 순서와 시간이 있으면 늦고 빠름을 알 수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이를 ‘표준작업’이라 하여 본인의 작업에 대한 표준 순서와 시간을 생산 차량의 종류마다 정하여 작업의 시간이 정상 범위를 벗어나면 본인이 스스로 판단 로프를 당겨 도움을 청하도록 하고 있다.이렇듯 생산현장을 눈으로 보이게 하는 것은 상기 3가지 요소 외에 현장의 안전확보를 위한 각종 표시와 관리까지 확대할 수 있다.최근 개발, 발전되는 스마트 기술을 활용하여 ‘눈으로 보는 관리’를 디지털 기술과 접목하여 산업현장에 구현해 나간다면, 한층 더 편리한 작업으로 생산성 향상은 물론 작업 안전 확보로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임에 틀림없다.백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만 못하듯이(百聞不如一見), 보는 것이 믿는 것이고 무엇이든지 직접 보고 경험해봐야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다.

2021-08-30

취향과 공중

조현태​​​​​​​수필가 지금 읽고 있는 소설 제목이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이다. 애완동물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요즘은 ‘애완’대신 ‘반려’로 표현이 바뀌고 있다. 반려동물 하면 개나 고양이를 먼저 떠올리고는 하는데 워낙 반려동물이 다양해지다 보니 별별 동물이 다 등장한다. 심지어는 뱀이나 거미 또는 곤충도 사람과 함께 실내에서 산다고 한다.나는 개인적으로, 애완이든 반려이든 동물을 사람과 동일시하여 집안에서 동거하는 것은 반대하는 입장이다. 다만 사람이 특정한 목적으로 길들여 기르는 동물을 가축으로 분류할 뿐 그것이 어떤 종류건 동물이기 때문에 동거는 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렇다고 인간우월주위를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특히 개의 경우, 한 집에 백여 마리나 기르고 있는 경우를 종종 본다. 물론 돼지나 닭처럼 식용으로 키우는 것도 아니다. 설명을 들어보면 다쳤거나 유기견을 돌보는 중이라고 한다.유기견이 사회적 골칫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다쳤으면 동물병원으로 가야하고, 유기됐으면 올바르게 담당할 전문인에게 맡겨야 할 일이다. 아무런 준비와 지식도 없이 많은 개를 취급하다보니 주변에 엄청난 불편을 주고 있다. 시끄럽고 악취가 너무 심하다. 악취는 파리를 들끓게 하여 이웃이 대단히 싫어한다. 그렇다고 날마다 싸울 수도 없다. 처음엔 항의도 하고 싸우기도 했으나 이제는 아예 배 째라는 투다. 관계기관에 불편신고를 해도 별 대책이 없다. 공무원이 개인의 물건에 관여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어떻게 정보를 습득했는지 시끄럽게 짖지 못하도록 성대절제 시술을 하기도 한단다. 개가 짖는 것은 사람이 말하는 것과 같은데 강제로 말 못하게 하는 시술이라니 기가 막힌다. 뿐만 아니라 새끼를 낳지 못하게 중성화 수술도 한다는 사실에 화까지 난다. 그러면서 반려동물을 아끼고 사랑한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이런 사람일수록 개를 먹는 것에 극구 반대한다. 식용으로 키워서 필요한 사람에게만 공급하면 소와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육우는 고기로 먹을 것이요 젖소는 우유를 먹으면 되듯 반려견은 한 이불 속에 껴안고 잘 것이요 먹고 싶은 사람은 전문 사육장에서 사 먹을 일이다. 기러기를 사육하여 먹어도 된다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묻고 싶다. 그가 개를 사랑하므로 누구든지 개를 먹으면 야만인이라 낙인찍는다. 냄새 고약하고 시끄럽게 방치하다가 성대절제술이나 하는 사람은 고상한 문화인인가?바라건대, 유기견이나 길고양이를 개인의 취향에 의지할 것이 아니라 전문시설을 만들어 올바르게 담당해야 하지 않을까.이에 앞서 꼭 지켜야 할 것은 개나 고양이를 함부로 버리지 말아야 한다. 동물을 키워서 돈으로 바꿀 사람은 절대 버리지 않는다. 돈에 상관없이 애완용으로 키우다 싫어지거나 감당 못하여 버리게 된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애완동물이 아니었을 터이다.너무 자기 취향에 빠져 남에게 피해를 주는데도 잘 한다고 칭찬하며 사료까지 지원하는 모순을 말하고 싶다.

2021-08-29

유에프오와 국가 지배층의 무의식적 원형

강길수 수필가 일찍이 스위스의 정신의학자 융은 그가 쓴 ‘현대의 신화’에서 유에프오(UFO) 문제를 다루었다. 왜 융이 1958년 미확인 비행물체를 심리학의 주제로 다룬 책을 냈을까.전에 논술을 공부하면서 ‘현대의 신화’를 읽었다. ‘융’은 ‘유에프오’ 현상이 미확인 상태이므로 ‘풍문(風聞)’으로 본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심리학자로서 ‘의심할 여지 없이 존재하는 심리적 현상’을 다루고 있다. 심층심리학의 분석적 방법이 보증하는 가능한 한 모든 결론을 ‘풍문으로서의 정신적 소산’에서 끌어내고 있다.하늘에서 변화무쌍하게 움직이는 유에프오 현상은, 2차대전 이후 세계적인 신드롬을 불러왔다. 1947년 미국 로즈웰 유에프오 추락 사건의 풍문은 그 대표적 사례다. 심층 심리 연구자 융이 당시는 물론,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유에프오 신드롬에 관심을 가진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융에 따르면, 유에프오를 인간이 조종한다면 급속한 비행으로 죽을 수도 있다. 이 점이 ‘유에프오’의 풍문성을 증명하며, 정신적 원인을 갖게 된다. 사람이 정신적으로 해리(解離)되었을 때 즉, 의식과 반대되는 무의식의 내용이 생기면 거기에 정신적 원인이 있다. 이때 비정상적인 확신, 환상, 착각 같은 현상들이 나타난다. 냉철한 판단과 비판적 이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이 무의식은 격렬한 작용을 하여 그 내용이 지각되도록 한다고 말한다.이어 그는, 유에프오 현상을 ‘꿈 해석의 원리’에 따라 해석한다. 사람들에게 지각된 원반 또는 구형의 둥근 대상은 심층 심리학적으로 ‘전체성의 상징’, 산스크리트어로 원(圓)을 뜻하는 만다라(Mandala)에 비유된다. 만다라는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한계를 짓는 원, 보호하는 원, 또는 재난 피하기를 소원하는 원으로 나타난다. 곧, 플라톤의 ‘이데아’이래 ‘태양,’ ‘연금술’, 종교들의 ‘신 상징’으로 나타난 원형(原型)상징이다. 유에프오 풍문은 그 물리적인 실재 여부를 떠나, 신비적인 경향을 기피하고 합리적인 정신이 우세한 현대인의 ‘무의식적 원형’이 된다.지금 우리 사회는, 융이 제시한 유에프오 풍문과 다른 형태의 ‘무의식적 원형’을 겪고 있는 게 아닐까. 그것은 자칫 사회 존립마저 위태롭게 하는 치명적인 것이 될 수도 있다. 586으로 대표되는 세대가 국가 지배층으로 군림하고 나서부터, 국민은 유에프오 신드롬처럼 긴가민가하다. 불안하다. 그들이 어떤 무의식적 원형을 가졌기에….민주화 운동 주역을 자처하는 그들의 행태는, 가히 전체주의를 능가한다. 자신들이 학생 시절 군사독재 체재로부터 억압받았다면, 지배층이 된 지금은 같이해서는 안 된다. 자칭 민주화 세력이기 때문이다. 5·18과 세월호가 무엇이기에 연구도 안 되고, 비판도 할 수 없도록 하는가. 도대체 그들의 민주주의는 무엇이란 말인가. 나라 명운이 걸린 4·15 부정선거 문제에는 왜 눈길도 주지 않고, 꿀 먹은 벙어리인가.유에프오 풍문의 ‘무의식적 원형’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재미라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현 지배층의 집단 ‘무의식적 원형’은 앞날에 어두운 그림자만 드리운다.깨어있는 국민이 일어나야 할 때다.

2021-08-25

섬김으로 완성되는 혁신의 미학

장광일​​​​​​​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모든 것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오늘날, 많은 기업체에서도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변화와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혁신과 변화를 시도한다고 해서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질적인 변화와 혁신을 통해 괄목할만한 성장과 발전을 이룬 회사의 성공적인 혁신 스토리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으면 변화와 발전에 한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2008년초 심각한 경영난을 겪으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요청한 혁신컨설팅에 필자가 참여하게 된 회사는, 칼라강판과 도금강판을 생산하여 국내와 해외에 수출하고 있는 표면처리강판 전문 중소기업이다.방문 첫날부터 필자는 하루 종일 현장을 진단하면서 현장 곳곳에 산재돼 있는 다양한 문제점을 발굴했다. 그 결과에 대한 설명과 해결방안을 논의하고자 사장실에 들렀을 때 당시 CEO의 강한 이미지와 과묵함에 중압감이 들었었다. 현장진단 항목인 환경관리, 설비관리, 품질관리의 문제점은 물론 안전상의 위험점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하는 내내 함께 참석한 공장장들은 사장의 불호령이라도 떨어질까봐 불안한 눈빛으로 안절부절하는 듯했다. 발표가 끝나자 최사장은 몇 분간 침묵하며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내가 어떻게 하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냐?”며 말문을 열었다. 필자는 사장이 보기와는 다르게 편안하게 대해 주며 고민 끝에 질문해준 것에 한가지 제안으로 답변했었는데, 그것은 바로 “전원이 참여할 때까지 사장의 솔선활동과 격려활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그로부터 1년동안 실제로 그 사장은 꾸준하게 솔선활동과 격려활동에 참여했다. 또한 개선활동에 여념 없는 현장을 찾아가 독려하고, 배려와 진심이 우러나는 섬김의 자세로 직원들을 챙기는 ‘서번트(Servant) 리더십’을 몸소 실천했다. 그 결과 현장과 설비는 몰라보게 탈바꿈했고, 품질 불량률, 설비 고장률, 안전재해율 등의 성과지표는 최고의 실적으로 나타났으며, 모범적인 혁신활동으로 P사의 혁신페스티벌(IP)에서 최우수 혁신사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었다.이와 같은 변혁과 결실의 요체는 CEO의 의지와 솔선, ‘서번트 리더십’으로 귀결된다고 본다. 변화의 촉매가 컨설턴트라면 혁신의 화룡점정은 섬김의 리더십이다. 리더는 인간존중이 바탕이 되고 작은 것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 직원들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진실되게 섬기는 자세로 경영자 스스로 솔선하여 모범을 보일 때, 혁신의 발걸음은 성공을 향한 꾸준한 각도로 변모될 것이다.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성장해야 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혁신을 해야 한다. 생존하고 성장하는 기업은 리더에게 책임과 권한을 위임하고, 리더는 직원 스스로 혁신역량을 개발하도록 배려하며, 창의적 사고로 무장할 수 있도록 ‘서번트 리더십’을 십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과거에는 전쟁에서 패하면 죽음이지만, 현대에는 변하지 않으면 도태라는 말이 실감나는 현실이다. 섬김으로 완성되는 혁신의 미학은, 변화와 진화의 성공기반은 물론 기업의 독창적인 혁신문화로 정착돼 지속가능한 발전과 미래 경쟁력의 특장점이 될 것이다.

2021-08-23

공무원

조현태수필가 요즘 뉴스 중에서 가장 빈도가 높은 두 가지를 간추려보면 코로나19 관련 보도와 차기 대선 주자 관련 내용이라 할 수 있다. 둘 다 ‘어떻게 국민을 안전하고 바르게 섬길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응대하는 모습을 보이려고 애쓰고 있다.‘공무’라는 어휘 자체가 공중을 위한 업무를 뜻하기 때문에 모든 공무원은 업무의 대상이 국민이어야 한다는 기본에는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국민을 상대하다보면 별별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 많은 사람들에게 빠짐없이 흡족하도록 맡은 업무를 처리하기란 대단히 어렵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고하고 맡은 바에 열과 성을 다할 수밖에 없는 직업도 공무원이 아닌가 한다.특히 모든 국민을 상대로 가장 힘겨운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코로나19 관련 종사자들의 노고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어떤 한 부분에 애써 노력하면 그에 반하는 사람이 있고, 그 분야를 고려하면 또 다른 소리가 터져 나온다. 그렇다고 하지 않을 수도 없는 형편이다.이런 보도를 보노라면 미국의 유명한 공무원 ‘라 구아디아’를 떠올리게 한다. 법원 판사와 뉴욕시장을 맡았던 그의 놀라운 일화는 너무나 유명하여 세계 여러 나라에도 많이 알려져 있다. 오죽하면 La Guardia Airport라는 공항 이름까지 생기게 했을까.그의 명 판결이 있던 날, 법정에 참관한 사람들 마음이 한결같지는 않았다. 그의 판결이 옳다고 여긴 사람도 있었고 그르다고 한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뜬금없는 십 센트의 벌금까지 참관인들에게 부과했지만 아무도 싫어하지 않았고, 오히려 전원이 같은 마음이 되도록 하나로 묶어 준 판결이었다. 심지어 피고와 원고까지 공감하게 했으니 말이다.사람의 생각이란 각양각색이어서 의견도 분분하지만, 같은 생각으로 공감되어지는 요건이 있다. 그것은 사랑하는 마음이 꿈틀거릴 때 아무도 그 사랑을 억누르지 않게 되고 긍휼한 마음으로 통일되는 것이다. 아무리 사랑 어쩌고 해도 그 순서에 자신을 앞장세우면 반드시 반론에 맞서게 된다. 사랑은 남을 위해야 한다는 말이리라.나는 선거 시기가 올 때마다 우스운 경우를 본다. 선거 전에는 재래시장이나 뒷골목까지 나타나 구십도 절을 하면서 성실한 머슴이 되겠다고 호소하고는 당선 후 자신의 권세나 명예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여주니 말이다. 어떻게 국민 없는 공무가 있으며 자신이 앞서는데 남을 사랑할 수가 있을까? 물론 모든 공무원이 다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차라리 봉사보다는 직장 개념으로 근무하는 말단공무원이 더 사랑스럽지 않은가.어떻게 보면 예비후보들이 선별진료소 간호사 또는 자원봉사자보다 못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왜냐하면 시작할 때와 끝날 때의 긍휼함에 차이를 보여주기 때문이다.4차 대유행을 치달리고 있는 요즘, 자연재해 측면에서 보면 누구를 탓할 수도 없고 누구를 지도하며 도와주는 것도 한계가 있다. 아무리 좋은 헌법이 있더라도 그 법을 준수하지 않으면 소용없듯이, 감염병이 아무리 무섭다 하더라도 모든 국민이 하나같이 바이러스에 대처한다면 이기지 못할 것도 아니라고 본다. 우리 국민 전체가 스스로 공무원이 되어야겠다.

2021-08-22

냉장고 학교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하루가 멀다고 비다. 하루에도 수십 번 바뀌는 날씨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 강한 바람을 동반한 장대비가 내리는가 해서 창문 단속을 하려고 하면 어느새 하늘은 맑게 개면서 태양이 세상을 향해 이글거린다. 그래서 다시 창문을 열고 선풍기를 틀려면 어디서 나타났는지 하늘은 먹구름과 천둥소리로 가득하다. 가을장마가 시작됐다는 뉴스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북쪽으로 밀려나 흩어졌던 장마전선이 다시 한반도 부근에 자리를 잡았기 때문입니다. 2차 우기, 소위 가을장마 현상이 나타난 것입니다. 기후가 점차 예측하기 힘든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 여름철 기상 공식은 이제 통하지 않게 됐습니다. (…,)”뉴스를 들으면서 필자는 무의식적으로 “예측 불가능 기후, 기후 공식 파괴”라고 썼다. 올해 지구촌은 대형산불, 홍수, 살인 더위 등 기후재앙의 모든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기온 상승에 의한 기후재앙이 이미 우리가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진행되었다는 기후변화전문가들의 말이 더이상 경고가 아님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아직 변할 생각이 없다.잦은 비는 세상 소리를 바꾸어 놓았다. 밤낮없이 데시벨 높은 사이렌 소리로 사람들에게 기후재앙을 알리던 매미들이 서서히 소리를 내려놓기 시작했다. 그 자리를 귀뚜라미, 소리쟁이 등이 더 다양한 소리로 채웠다. 그들이 내는 소리 또한 매미와 같이 기후재앙 경고이다. 하지만 마음의 귀를 닫은 사람들은 계절이 바뀌었다고 감탄만 하고 있다.필자는 지난주 경상북도교육청 연구원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기후 위기 대응 생태 환경교육의 방향과 과제’라는 주제로 개최한 경북교육포럼에 사례발표자로 참가하였다. 교육청에서 기후재앙 해결에 나선 것만으로도 감사하였다. 돌아오는 길에 라디오를 듣다가 급하게 차를 세웠다. 라디오에서는 냉장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들으면 들을수록 냉장고와 학교가 같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필자는 다음과 같이 따르게 메모를 헀다.냉장고는 사람들을 안심시킨다. 그 안심은 망각(忘却)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냉장고 안에 들어가는 순간 식자재, 음식 등은 유통 기한이 없어진다. 그러면서 결국엔 버려진다.차라리 냉장고가 없다면 어떨까! 사람들은 식품과 음식에 더 신경을 쓸 것이다. 그것이 곧 건강한 음식이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음식에 관해 더 고마움을 느낄 것이다. 어차피 먹기 위해서 사는 게 인생인데 잘 먹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면 냉장고부터 버리면 어떨까.학교도 제 기능을 상실한 냉장고와 같다. 냉장고 속에서 버려질 날만 기다리는 음식처럼 우리 학생 중 누군가는 학교에 갇혀 유통 기한을 잃어가고 있다. 지금 학교는 음식물을 보관하듯이 학생을 잠시 맡고 있을 뿐이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다.냉장고는 인위적인 것을 조작한다. 그럼 학교는 어떤가? 2학기 시작이다. 학생, 학부모, 교사 등 학교 구성원 모두가 진정한 행복한 2학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2021-08-18

기능과 기술의 숙련, 개선

엄주선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장자의 천도편(天道篇)에는 수레바퀴를 잘 깎는 윤편(輪扁) 이야기가 나온다. 성인의 말씀은 지나간 사건이 남긴 이론일 뿐이며 재주의 지극한 것은 손으로 터득하여 마음으로 응하는 것으로, 마음을 움직이고 신령(神靈)이 모여져야 하는 것이지 입으로 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이로 미루어 지극한 도는 정교하고 미세하여 말로 전할 수 없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옛날 사람들은 이미 없고 생각이나 말을 책으로 써서 남겼지만, 이것은 단지 조박(糟粕·지게미)일뿐이라고 했다. 여기서 윤편은 자신의 핵심적인 손재주인 기능을 기술화하지 못하여 자식에게 전하지 못하고 있으며, 옛 성인도 그랬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우리는 ‘기능’과 ‘기술’이라는 말을 자주 듣고 사용한다. 기능의 ‘能’은 ‘어떤 것에 능숙해지다’라는 뜻을 담고 있으며, 기능이란 ‘숙련이 작업자의 몸과 혼연일체를 이루어 분리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반면 기술은 작업자와 혼연일체를 이루고 있는 숙련을 분석, 분리하여 미숙련공에게 가르치고 일정기간의 훈련을 통해 도달할 수 있도록 만드는 방법이나 능력을 뜻한다.현장의 많은 작업자들이 본인의 익숙한 작업인 기능을 명확하게 기술화하지 못해 기술의 부족을 몸으로 메우거나 경험적인 지식에 의존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본다. 기능의 요소를 성문화하고 기술의 요체를 체계화, 기술화하여 빠르게 숙련에 이르게 하는 것이 개선이라 할 수 있다.숙련, 즉 능숙함에 이르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으로 ‘단계적인 연습과 장기적인 훈련을 거쳐 필요 수준에 도달’하도록 만드는 것과 ‘분업화해서 숙련의 필요 수준을 낮추는’ 방법이 있다. 또한 ‘숙련의 일부 기술을 기계에 이전’하여 사람에게 요구되는 숙련의 수준을 저하시키는 방법이나 ‘감독자에 의한 숙련의 이전’ 등을 들 수 있다. 우리가 세세하게 작업을 분석해서 차이를 관측하고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면 아주 쉽고 확실하게 ‘숙련 이전’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작업을 자세하게 관찰할 수 있는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필자가 지도했었던 부서의 사례 중 하나는, 압연할 때 조이스틱을 이용하여 압연기에 들어가기 전 후판의 방향을 바꾸는 작업을 하루에 수백 번씩 손목이 아프도록 하고 있었는데, 이를 분석하고 데이터를 축적하여 자동화한적이 있다. 압연기 운전을 하는 직원의 손끝의 감각 정도가 ‘가을날 산들바람이 불 때 낙엽이 흔들리는 수준’이라고 들은 적이 있다. 이런 수준의 감각적인 기능을 전부 기술화 하기는 어려울 수 있으나 작업을 세밀하게 분석하여 숙련된 작업자의 차이점을 찾아내고 이를 전수할 수 있도록 기술화하는 것이 접목돼야 한다고 본다.그래야 개선의 첫째 목표인 작업자의 편리성도 실현되고 회사도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기능의 확장과 기술의 집약으로 꾸준한 개선이 이뤄질 때 사회와 문명은 계속적으로 진보, 진화할 것이다.

2021-08-16

계절 아우성

이주형 산자연중학교 교감 집 앞 도로변에는 벚나무들이 가로수길을 이루고 있다. 줄지어 선 나무들은 계절마다 살아있는 전시회를 연다. 봄에는 화려한 벚꽃으로, 여름에는 짙은 녹음으로, 가을에는 형형색색의 낙엽으로, 그리고 겨울에는 겨울을 건너는 강인함으로! 집 주변에 나무를 비롯하여 자연이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자연은 필자에게 철마다 철을 가르쳐준다.그 나무에서 필자는 이번 주 때 이른 낙엽을 보았다. 물론 많지는 않았다. 그래도 가지를 떠나 하늘하늘 비행을 시작한 잎에는 분명 단풍이 들어있었다. 다시 생각해도 그건 단풍이 곱게 든 낙엽이었다. 입추가 지났지만, 불볕더위에 낙엽을 보는 건 충격이었다. 그 충격은 연신 감탄사를 불렀다. 입에서는 한동안 “벌써”라는 말이 계속 나왔다. 그러면서 그 낙엽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다. 자연에는 급격한 것이 없다. 자연은 다음 일을 하기 전에는 항상 준비 기간을 둔다. 밤과 아침 사이에 새벽이 있듯이, 계절과 계절 사이에도 새벽과 같은 시간이 있다. 그 시간 동안 자연은 보냄과 맞이함을 충분히 준비한다.먼저 이륙한 낙엽은 나무로부터 중요한 임무를 받았을 것이다. 먼저 가서 때를 살피고 가야 할 때를 알리라고, 또 사람들에게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고 있음을 전하라고. 그리고 제발 계절이 가고 있음을 알고 다음 계절을 준비하라고. 그래서인지 여름 낙엽들의 활동력은 왕성하다. 그 모습은 정찰병이 아닐까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매미 소리 사이로 간간이 들리는 절규가 낙엽의 절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의 귀를 더 활짝 연다. 그렇다, 자연은 이미 계절의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그 준비는 이번에 끝난 올림픽처럼 결코 맹목적이거나 요란하지 않다. 불볕더위에도 철을 잊지 않고 제 할 일을 하는 자연의 모습은 최선을 다해 올림픽 경기에 참여한 선수들을 닮았다. 불굴의 의지로 끝까지 자신의 경기에 완주하는 선수들과 자연의 공통점은 “준비”이다. 그들이 죽을힘을 다해 준비한 과정을 잘 알기에 결과를 떠나 우리는 그들에게 경외심 가득한 박수와 환호를 보낸다.필자는 지난 주말 새롭게 2학기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만났다. 그들과 대화를 하면서 필자는 다시 한번 이 나라 교육의 절망적 상태를 확인했다. 학습 격차를 줄이기 위해 2학기 전면 등교를 한다는 교육 당국에 학생들의 이야기를 종합해서 전한다.“거리상 많이 힘들 텐데 왜 서울에서 산자연중학교로 전학을 오려고 합니까?”“학교를 왜 다니는지 모르겠어요. 학교에서는 수업도 거의 안 해요. 원격 수업 때는 EBS만 봐요. 학교에 가서는 수업보다 시험을 더 많이 쳐요. 자유 학년제지만, 선생님은 시험 준비를 해야 한다면서 늘 시험 이야기만 해요. 뭔가를 제대로 배우고 시험을 친다면 그래도 덜 억울할 거예요. 정말 학교에는 시험밖에 없어요. 학교 때문에 학원에 가요. 학교 너무 싫어요!” 2학기 준비를 함에 있어 코로나 예방, 학습 격차 해소도 중요하지만, 딱 한 번만이라도 학생의 입장이 되어보면 안 될까!

2021-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