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도로변에는 벚나무들이 가로수길을 이루고 있다. 줄지어 선 나무들은 계절마다 살아있는 전시회를 연다. 봄에는 화려한 벚꽃으로, 여름에는 짙은 녹음으로, 가을에는 형형색색의 낙엽으로, 그리고 겨울에는 겨울을 건너는 강인함으로! 집 주변에 나무를 비롯하여 자연이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자연은 필자에게 철마다 철을 가르쳐준다.
그 나무에서 필자는 이번 주 때 이른 낙엽을 보았다. 물론 많지는 않았다. 그래도 가지를 떠나 하늘하늘 비행을 시작한 잎에는 분명 단풍이 들어있었다. 다시 생각해도 그건 단풍이 곱게 든 낙엽이었다. 입추가 지났지만, 불볕더위에 낙엽을 보는 건 충격이었다. 그 충격은 연신 감탄사를 불렀다. 입에서는 한동안 “벌써”라는 말이 계속 나왔다. 그러면서 그 낙엽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다. 자연에는 급격한 것이 없다. 자연은 다음 일을 하기 전에는 항상 준비 기간을 둔다. 밤과 아침 사이에 새벽이 있듯이, 계절과 계절 사이에도 새벽과 같은 시간이 있다. 그 시간 동안 자연은 보냄과 맞이함을 충분히 준비한다.
먼저 이륙한 낙엽은 나무로부터 중요한 임무를 받았을 것이다. 먼저 가서 때를 살피고 가야 할 때를 알리라고, 또 사람들에게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고 있음을 전하라고. 그리고 제발 계절이 가고 있음을 알고 다음 계절을 준비하라고. 그래서인지 여름 낙엽들의 활동력은 왕성하다. 그 모습은 정찰병이 아닐까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매미 소리 사이로 간간이 들리는 절규가 낙엽의 절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의 귀를 더 활짝 연다. 그렇다, 자연은 이미 계절의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그 준비는 이번에 끝난 올림픽처럼 결코 맹목적이거나 요란하지 않다. 불볕더위에도 철을 잊지 않고 제 할 일을 하는 자연의 모습은 최선을 다해 올림픽 경기에 참여한 선수들을 닮았다. 불굴의 의지로 끝까지 자신의 경기에 완주하는 선수들과 자연의 공통점은 “준비”이다. 그들이 죽을힘을 다해 준비한 과정을 잘 알기에 결과를 떠나 우리는 그들에게 경외심 가득한 박수와 환호를 보낸다.
필자는 지난 주말 새롭게 2학기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만났다. 그들과 대화를 하면서 필자는 다시 한번 이 나라 교육의 절망적 상태를 확인했다. 학습 격차를 줄이기 위해 2학기 전면 등교를 한다는 교육 당국에 학생들의 이야기를 종합해서 전한다.
“거리상 많이 힘들 텐데 왜 서울에서 산자연중학교로 전학을 오려고 합니까?”
“학교를 왜 다니는지 모르겠어요. 학교에서는 수업도 거의 안 해요. 원격 수업 때는 EBS만 봐요. 학교에 가서는 수업보다 시험을 더 많이 쳐요. 자유 학년제지만, 선생님은 시험 준비를 해야 한다면서 늘 시험 이야기만 해요. 뭔가를 제대로 배우고 시험을 친다면 그래도 덜 억울할 거예요. 정말 학교에는 시험밖에 없어요. 학교 때문에 학원에 가요. 학교 너무 싫어요!” 2학기 준비를 함에 있어 코로나 예방, 학습 격차 해소도 중요하지만, 딱 한 번만이라도 학생의 입장이 되어보면 안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