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고 비다. 하루에도 수십 번 바뀌는 날씨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 강한 바람을 동반한 장대비가 내리는가 해서 창문 단속을 하려고 하면 어느새 하늘은 맑게 개면서 태양이 세상을 향해 이글거린다. 그래서 다시 창문을 열고 선풍기를 틀려면 어디서 나타났는지 하늘은 먹구름과 천둥소리로 가득하다. 가을장마가 시작됐다는 뉴스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 북쪽으로 밀려나 흩어졌던 장마전선이 다시 한반도 부근에 자리를 잡았기 때문입니다. 2차 우기, 소위 가을장마 현상이 나타난 것입니다. 기후가 점차 예측하기 힘든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 여름철 기상 공식은 이제 통하지 않게 됐습니다. (…,)”
뉴스를 들으면서 필자는 무의식적으로 “예측 불가능 기후, 기후 공식 파괴”라고 썼다. 올해 지구촌은 대형산불, 홍수, 살인 더위 등 기후재앙의 모든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기온 상승에 의한 기후재앙이 이미 우리가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진행되었다는 기후변화전문가들의 말이 더이상 경고가 아님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아직 변할 생각이 없다.
잦은 비는 세상 소리를 바꾸어 놓았다. 밤낮없이 데시벨 높은 사이렌 소리로 사람들에게 기후재앙을 알리던 매미들이 서서히 소리를 내려놓기 시작했다. 그 자리를 귀뚜라미, 소리쟁이 등이 더 다양한 소리로 채웠다. 그들이 내는 소리 또한 매미와 같이 기후재앙 경고이다. 하지만 마음의 귀를 닫은 사람들은 계절이 바뀌었다고 감탄만 하고 있다.
필자는 지난주 경상북도교육청 연구원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기후 위기 대응 생태 환경교육의 방향과 과제’라는 주제로 개최한 경북교육포럼에 사례발표자로 참가하였다. 교육청에서 기후재앙 해결에 나선 것만으로도 감사하였다. 돌아오는 길에 라디오를 듣다가 급하게 차를 세웠다. 라디오에서는 냉장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들으면 들을수록 냉장고와 학교가 같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필자는 다음과 같이 따르게 메모를 헀다.
냉장고는 사람들을 안심시킨다. 그 안심은 망각(忘却)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냉장고 안에 들어가는 순간 식자재, 음식 등은 유통 기한이 없어진다. 그러면서 결국엔 버려진다.
차라리 냉장고가 없다면 어떨까! 사람들은 식품과 음식에 더 신경을 쓸 것이다. 그것이 곧 건강한 음식이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음식에 관해 더 고마움을 느낄 것이다. 어차피 먹기 위해서 사는 게 인생인데 잘 먹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면 냉장고부터 버리면 어떨까.
학교도 제 기능을 상실한 냉장고와 같다. 냉장고 속에서 버려질 날만 기다리는 음식처럼 우리 학생 중 누군가는 학교에 갇혀 유통 기한을 잃어가고 있다. 지금 학교는 음식물을 보관하듯이 학생을 잠시 맡고 있을 뿐이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다.
냉장고는 인위적인 것을 조작한다. 그럼 학교는 어떤가? 2학기 시작이다. 학생, 학부모, 교사 등 학교 구성원 모두가 진정한 행복한 2학기가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