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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을 외워보자!

등록일 2021-09-15 19:04 게재일 2021-09-1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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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지금 사람들은 주문이 필요한 시대를 살고 있다. 세상 가장 풍성한 한가위이지만, 세상은 악몽 같은 일들로만 가득하다. 깨고 싶어도 좀처럼 깰 수 없는 악몽. 악몽이 가장 힘든 것은 꿈의 주체가 비록 나이지만,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명절을 앞두고 좋은 말만 하고 싶지만, 도저히 글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선거에 대한 환상에 사로잡혀 있는 정치를 제외하고 악몽 아닌 곳이 과연 어디 있을까! 손님이 실종된 가게, 멈춰버린 공장, 문을 닫은 대학교, 사람이 사라진 거리, 친구와 웃음을 잃은 학생 등 우리 사회는 분명 지독한 악몽을 꾸고 있다. 그 악몽은 마치 개미지옥과도 같다.

명절 또한 악몽 속에 갇혔다. 사람으로, 정으로 가득해야 할 명절이 비어 간다. 이대로 가다간 명절은 다큐멘터리에서나 나오는 먼 과거 유산이 되고 말 것이 뻔하다. 비어 가는 고향이 그나마 잠시 고향다움을 찾던 때가 명절이었다. 그런데 고향에도 이젠 명절이 없다.

우리나라 명절에는 특별한 힘이 있었다. 사람들은 명절에 고향에 갈 생각으로 힘듦을 견뎠다. 그러면 고향과 명절은 어김없이 사람들에게 행복과 희망을 충전해주었다. 우리 사회가 그나마 지금처럼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명절과 고향의 희망 순환 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 고향과 명절이 사라지면서 같이 사라진 것이 정(情)이다. 정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가장 기본이다. 사랑, 이해, 배려, 나눔 등의 출발점은 정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가 절대 잊지 않고, 잃어버리지 않았던 것이 정인데, 지금은 어떤가!

정이 없어지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는 것들이 있다. 그것은 탐욕심, 사악함, 이기주의 등이다. 과연 지금 우리 사회가 공포 영화 속 장면과 다른 것이 뭐가 있을까!

영화 속 내용이 현실이 되기 전에 우리가 하루빨리 되찾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어른이다. 흔들리는 우리 사회를 바로 잡아줄 모범이 되는 어른! 정이 없어진 것도 바로 어른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정이 가득하던 시절엔 우리에게도 늘 삶의 귀감(龜鑑)이 되어주던 어른이 있었다. 그 어른을 본받기 위해, 그리고 그들처럼 살기 위해 사람들은 최선을 다했다.

그것이 곧 공부였다. 학교는 그것을 가르치는 곳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모범으로 삼을 어른이 없는 시대에 학교도 가르쳐야 할 내용을 잃어버렸다. 오로지 자기밖에 모르는 어른의 모습을 그대로 보고 자라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어떨까!

우리 사회가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어른보다 더 어른다운 학생들이 있기 때문이다. 정을 잃어버린 우리 사회에 다시 정이 부활하기를 마음으로 그 아이들이 외치는 주문을 전한다.

“우리는 하나입니다. 모두 하나 되어 높이 날아봅시다. 외칩시다.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

이 주문이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우리 사회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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