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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비드(COVID) 세대

등록일 2021-12-22 20:35 게재일 2021-12-2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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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또 멈췄다. 일상 회복 지원금까지 쏟아부었지만, 일상은 회복과 더 멀어졌다. 사람의 일상은 살아 있는 유기체다. 그래서 일상은 숨을 쉰다. 일상이 숨을 쉴 수 있는 에너지는 관계다.

사람의 일상을 분석해 보면 관계 아닌 것이 없다. 사람은 관계를 맺기 위해 산다. 관계가 단절된 사람에게 있어 일상은 무의미하다. 무의미한 일상은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무기력은 사람과 사회를 병들게 한다. 그 대표적인 결과는 범죄다.

최근 흉악 범죄의 강도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은 일상이 멈춤으로써 사람 관계가 끊겼기 때문이다.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사람만이 가지는 가장 큰 힘은 이해와 배려다. 그 힘이 현실에서 실현된 것이 사랑이다. 하지만 지금 이 사회에서 사랑은 교과서에나 나오는 말이 되었다.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것이 이기적인 마음이다. 코로나야 언젠가는 끝나겠지만, 변질된 사람의 마음과 관계를 복원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코로나 백신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의 관계를 복원하는 일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나, 대통령 후보들은 돈으로 국민을 희롱하지 말고 끊어진 사람 관계를 복원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관계를 잃어버린 것은 사회만이 아니다. 사회보다 더 위중한 곳이 학교다. 일상보다 더 빨리 멈춘 곳 역시 학교다. 학교의 기능 중 가장 중요하고, 또 기본적인 기능이 관계 형성이다. 학생은 관계를 배우기 위해 학교를 다닌다. 학생이 배우는 관계는 시대와 세대를 초월한다. 그 과정에서 학생은 사회를 발전시킬 관계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만든다.

코로나 대창궐 이후에 교육 당국은 교육의 기본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온라인 수업이다. 하지만 온라인 수업은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자기최면에 빠른 정부는 벌써 그것이 임시방편인지 잊어버렸다. 그래서 파블로프의 고전적 조건 형성처럼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말만 나오면 온라인 수업부터 생각한다. 온라인 수업은 이제 교육계의 만병통치약이 되었다. 사실은 교육을 뿌리부터 왜곡하고 있지만 말이다.

K-방역은 어디 가고 오미크론 이후 학교는 또 멈췄다. 학생의 성장과는 상관없이 온라인 수업 덕분에 교육부 시계는 멈춤 없이 학년말을 향하고 있다. 학교는 학생의 성취도와 무관하게 진급과 졸업 준비로 바쁘다. 과연 학생들의 내년 학교살이는 어떨까?

온라인 수업 기간은 학생에게 있어 학습 공백기이다. 그 공백을 채우기 위해 특별 교육 기간을 두거나, 교육과정을 조정한다는 말은 그 어디에도 없다. 학교는 무책임하게도 그냥 때가 되었으니 학년을, 학교를 떠나라고 학생을 종용하고 있다. 그러면서 학력 저하 타령이다.

코로나 시대를 건너는 사람의 가장 큰 특징은 불신과 허무다. 코로나와 불신과 허무, 그리고 관계를 잃어버린 지금 세대를 이름 지으라고 한다면 필자는 ‘코비드(COVID) 세대’라고 할 것이다. 코비드 세대의 중심에는 온라인 수업으로 학교를 잃어버린 학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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