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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너 있다

등록일 2021-11-24 20:06 게재일 2021-11-2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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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재포항예총 회장
류영재​​​​​​​포항예총 회장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하여 지난해 열지 못했던 포항국제불빛축제가 2년 만에 다시 영일만의 밤하늘을 수놓았다. 지난 20일과 21일 펼쳐진 축제는 예년에 비해 규모가 많이 축소되었으나 다른 어느 때보다 의미심장한 축제여서 가슴 뭉클함을 느낄 수 있었다. 축제는 흥겨운 놀이가 중심인 ‘축(祝)’과 제의적 의미가 담긴 ‘제(祭)’를 합쳐서 만든 말이니 코로나에 지친 시민들을 위무하는 마음과 잃어버린 일상을 되찾고자 하는 간절한 기원이 함께 담긴 이번 행사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축제가 아니었을까?

지난해에는 코로나로 열리지 못했던 축제가 다시 열릴 수 있었던 것은 최근의 ‘위드 코로나’방역지침이 일상회복을 위한 단계적 시행의 가능성을 열어 주었기 때문이다. 포항시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온·오프라인 병행의 하이브리드 축제라는 신형식의 축제를 실현하였다. 개막식 유튜브 생중계에는 무려 15만여명이 실시간 참여하는 놀라운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이 축제의 백미는 화려한 연화행사, ‘국제불꽃쇼’이다. 매년 해외의 전문 불꽃쇼 팀들이 참가하여 수준 높은 연화연출을 선보였으며, 국내팀과 치열한 경연을 벌였다. 그러나 올해는 프로그램 이름부터가 ‘미니 불꽃쇼’였다. 대규모의 화려함 보다는 소박하고 절제된 불꽃으로 코로나 극복과 일상 회복의 기원을 담았다. 포항시가 용감하게 축제를 결행한 까닭은 지나치게 위축된 시민들에게 진심어린 위로와 용기의 부여가 필요하였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간절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흔쾌히 공감하였고, 개막식과 미니불꽃쇼를 전후하여 행사장 주변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어 그동안 침체됐던 지역상권 활성화에도 기여하였다. 물론 안전에 대한 세심한 배려도 뒤따랐다. 행사장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백신 2차 접종완료 확인을 거쳐 발열체크와 안심콜 등록 후 입장이 허락되었고, 방역요원의 안내를 준수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축제의 성공을 도왔다.

필자도 현장에서 시민들과 함께 축제의 흥겨움을 즐겼는데, 개막행사 도중 의미 있는 장면을 목격하였다. 인기 연예인의 축하무대가 한창 진행되던 중 사회자가 무대에 다시 등장하여 잠시 안내 방송을 하였다. 미아를 찾는다는 안내였다. 무엇보다 시민의 안전을 중시한 진행에 참가자들은 모두가 무언의 공감으로 동의하였다. 곧이어 다른 행사 때문에 뒤늦게 참석한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경우는 사회자의 등단요청을 정중히 사양하였다. 자신의 모습을 대중에게 어필하려 애쓰기 마련인 정치인이 공연에 방해가 될까 조심하는 모습을 읽을 수 있었고, 거듭된 권유에 짧은 인사를 전하며 미아를 찾았는지 염려함으로써 도백(道伯)의 품격을 보여주었다.

오래전 어떤 드라마에서 “내 안에 너 있다”라는 말로 청춘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기억이 있다. 밝은 세상이라 시민들은 이미 정치인의 언어를 다 알고 있다. 수준 낮은 ‘낯내기’ 행태로는 결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인류에 대한 넘치는 사랑,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 ‘내 안에 네가 있음’을 보여줄 때 시민들은 감동하는 법이다. 2년 만에 열린 포항국제불빛축제의 미니 불꽃쇼, 그 뒷맛은 여느 축제의 화려한 불꽃놀이보다 훨씬 더 개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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