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간다, 그리고 또 온다.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시간의 흐름! 비록 어느 물리학자는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고 했지만, 어떤 극한에도 시간은 길을 내며 흐른다. 역사는 그 길의 기록이다.
2021년이 역사 속으로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그런데 그 걸음에 힘이 없다. 걸음의 힘은 발자국들이 모일 때 생기는 것인데, 2021년의 길에는 발자국을 찾기 어렵다. 어떤 이유에서든 사람이 다니지 않는 길은 길이 아니다. 밤 9시가 넘은 2021년 12월, 우리에겐 바이러스가 지워버린 길 아닌 길밖에 없다. 언제 다시 우리는 우리의 길을 되찾을 수 있을까!
2021년을 시작할 때 호사가들은 ‘흰 소의 해’인 신축년에는 흰 소의 상서(祥瑞)로운 기운을 받아 우리에게 좋은 일이 가득할 것이라고 했다. 심지어 코로나도 거뜬히 물리칠 수 있다고 오두방정을 떨었다. 그 입방정 때문인지 진정 기미를 보이던 코로나는 들불로 되살아났다.
많은 길이 끊겨버린 요즘 필자는 시절인연(時節因緣)을 생각한다. 시절인연은 모든 것은 때가 있다는 말이다. 굳이 지금의 코로나 사태를 이 말로 해석하고 싶지는 않다.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해석하는 방법이다. 말대로만 해석하면 뭔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때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의 코로나 상황처럼 억지를 부려서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기보다는 때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것은 너무 수동적이다.
때를 기다리는 것도 좋지만, 순리(順理)에 맞게 그 일이 이루어질 수 있는 상황을 만든다면 어떨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기적인 욕망을 제거한 순리다. 이루고자 하는 뜻이 강할수록 더 순리를 생각해야 한다. 순리에 어긋나면 모든 일은 틀어지고 마는 것이 진리다.
자유학년(기)제 등 지금까지 시도된 수많은 교육 제도가 모두 실패한 것은 바로 순리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실패한 교육 제도들의 공통점은 그 시작점이 당리당략(黨利黨略)에 빠진 정치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교육이 빠르게 퇴화하는 이유는 가장 순수해야 할 교육이 정치에 오염되었기 때문이다. 하루빨리 교육에서 정치를 들어내지 않으면 교육엔, 이 나라엔 희망은 없다.
교육의 희망은 고교학점제와 같은 정치 교육 제도가 아니다. 학생을 더 이상 마루타로 삼아서는 안 된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행복하게 생활하기를 바란다. 그런데 너무도 당연한 이 바람이 이 나라 교육 현실에서는 상상 속에서조차 실현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렸다.
2022년은 선거의 해다. 대통령 선거, 광역자치단체 선거, 그리고 교육감 선거! 정치인을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선거다. 선거가 바뀌면 세상도 바뀐다. 시절인연처럼 교육이 교육다울 수 있는 때가 왔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우리는 또 4년을 기다려야 한다.
시대에 맞는, 그러면서 학생이 행복한 교육을 ‘시절교육(時節敎育)’이라고 한다면, 그 시절교육을 완성할 상황을 우리는 꼭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교육에서 정치를 몰아내고, 교육의 본질을 생각해야 한다. 2022년에는 부디 학교 현장에 학생들이 부르는 희망가가 울려 퍼지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