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아주 똑똑한 젊은이가 있었다. 그는 스무 살에 과거에 급제하여 관직에 등용됐다. 젊은 나이에 벼슬을 할 만큼 총명하여 자연히 황제의 관심을 받았다. 황제의 두터운 신망을 바탕으로 고속승진하며 남들이 부러워하는 출세가도를 달렸다. 자연히 온 장안에 최고의 화제가 될 정도였으니 많은 사람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러다보니 시기와 질투, 모함 등의 좋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어느 날 젊은이가 궁궐에서 퇴청하여 한적한 거리를 걷고 있었다. 배를 쭉 내밀고 온갖 거드름을 다 피우면서 걷고 있는데 조그만 냇가에 놓인 다리가 나타났다. 막 건너려고 할 때 다리난간에 걸터앉았던 한 노인과 눈이 마주쳤다. 초라한 차림에 걸인 행색을 한 노인이었다. 노인이 나지막하고 점잖은 소리로 젊은이를 불렀다. 젊은이는 그냥 지나치려다가 귀찮은 안색을 하고 노인 앞에 멈췄다. 노인은 “여보게 젊은이, 소(牛)가 외나무다리를 건너듯이 사는 것이 인생이라네.”하면서 生자를 땅바닥에 지팡이로 커다랗게 써 보였다.‘生’자는 코흘리개 적에 외워 둔 글자라 젊은이에게는 완전히 관심 밖이었다. 뿐만 아니라 남부러울 것 없이 자신만만하게 살고 있는 젊은이에게는 노인이 가엾은 거지로 보였다. 그래서 후하게 선심 쓰듯 엽전 한 닢을 던져주고 돌아갔다.
그 후, 세월이 흘러 젊은이는 마흔 살에 벼슬의 최고봉인 재상에까지 올랐다. 그러나 재상에까지 오른 젊은이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간신배들은 배알이 뒤틀렸다.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하여 젊은이를 황제 앞에서 대역죄인으로 몰아갔다. 결국에는 간신배들의 모함에 걸려 젊은이가 죄인으로 몰려 귀양을 가게 되었다. 귀양 가는 길에 노인을 만났던 그 다리를 건너가게 되었다.
그제야 예전에 거지노인이 자신에게 했던 말이 다시 기억났다. 인생살이란 ‘소가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형국’임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아하! 그렇구나. 이미 자신이 외나무다리 위에 서있는 소에 불과하구나 하고 무릎을 치더라는 이야기.
그 당시의 소는 농사에 동원되고 등에 짐을 실어 나르는 힘든 삶에서 몸을 균형 잡는 훈련이 어느 정도 되었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가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것이 불안한 인생살이와 같다고 했음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소는 어떤가? 고급 사료와 안전한 시설에서 사육되고 있다. 운동이나 훈련은커녕 인간의 입맛에 맞아떨어지게 수명이 조정되고, 육질 좋은 몸집을 키워가도록 강요당하고 있는 고깃소에 불과하다. 심지어 새끼를 낳을 때도 사람이 거들어주지 않으면 자연분만이 어렵다.
아마도 그 옛날과 현재에 같은 외나무다리를 건너게 한다면 현재 소가 더 불리하지 싶다.
대다수의 독자들은 이의를 제기할 것이다. 외나무다리도 없어졌거니와 엄청 넓은 콘크리트 다리 위로 트럭에 실려 다닌다고. 하지만 필자는 인생 삶을 비유한 어느 작가의 이야기를 인용했다. 세상에서 소든지 사람이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