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0일 새벽 4시50분 경, 대통령 선거 개표 결과를 발표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당선’이란 그림이 텔레비전 화면을 채웠다. 누구 당선, 누구 낙선보다 어떻게 당선했는지에 관심이 모아졌다. 미세한 표 차이(0.73%)로 승패가 갈라진 결과가 그것이다. 그 결과는 국민 절반의 지지로 당선되고, 절반의 지지에도 낙선된 것이다.
따라서 누가 당선되든 낙선된 쪽의 표심을 외면하면 안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왜냐면 모든 유권자는 새 대통령을 통하여 더 좋은 나라와 삶을 바라면서 투표를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후보자들 역시 자신의 역량이 국가와 국민에게 좋은 영향력이 되려고 출마했을 터이니까.
20대 대통령 선거가 양자구도로 당선이 확정되고 곧바로 당자와 낙자의 소감을 발표했다. 필자는 두 사람의 말을 듣고 바로 일어서서 박수를 보냈다.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 결과를 선거 부정이라 주장하며 불복하던 기억과 대조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이 민주주의 선진국이라는 미국보다 더 성숙한 자세를 보여줬다. 서로 다독이고 격려하는 모습이 필자를 매우 흡족하게 했다.
그 아름다운 자세를 바라보며 교회 목사의 설교에서 들은 이야기가 떠오른다. 어떤 여행객이 한적한 마을을 지나다가 노인 한 분을 만났다. 여행객은 노인과 인사를 나누고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그 마을이 어떤 환경인지 궁금하여 ‘이 마을은 사람들이 살기에 어떤지’물었다. 노인이 대답은 하지 않고 그대는 어디서 왔으며 그 마을은 살기에 어떠하냐고 여행객에게 되물었다. 좀 머쓱해진 여행객은 ‘제가 사는 마을에는 서로 헐뜯고 비판하며 나쁜 소문도 퍼뜨리고 협력하지 않아 거기서 떠나고 싶다’는 대답을 했다. 그 때 노인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 마을도 자네가 사는 마을과 다를 바가 없지. 똑같다네.”
잠시 후 차를 타고 지나가던 다른 여행객이 노인을 향해 ‘이 마을은 사람이 살기에 어떠한 마을’ 인지 물었고, 노인은 그에게도 아까처럼 같은 말로 되물었다. 그러자 차에서 내려 노인에게 인사하며 ‘저희 마을 사람들은 친절하게 지내며 서로 돕고 따뜻하게 인사도 잘 나누니 살기 좋은 마을’이라고 하자 노인은 반가운 표정으로 미소를 보내며 대답했다.
“이 마을도 자네가 사는 마을과 다를 바가 없다네. 서로 따뜻한 정을 나누고 협력하며 사이좋게 지내니 사람 살기 좋은 마을이지.”
남자는 인사를 하고 손을 흔들며 떠났는데 곁에서 듣고 있던 노인의 손녀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노인에게 물었다. 할아버지는 왜 우리 마을이 살기에 고약한 곳이라고도 하시고 살기 좋은 곳이라고도 하시느냐고 따졌다. 그러자 노인은 그렇게 묻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빙그레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어디를 가나 자기 마음을 가지고 다니는 법이란다. 그 마음으로 인하여 살기에 좋은 마을을 만들기도 하고 고약한 마을을 만들기도 한단다.”
이제 대한민국을 사람이 살기에 좋은 나라로 만들어가야 한다. 여행객이 걸어 왔든지 자동차를 타고 왔든지 마을 사람들과 함께 아름다운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