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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과 박태준의 10년 전 당부

▲ 이대환 작가·박태준미래전략연구소 연구위원지난 22일 서울과 도쿄에서 한일(韓日) 양국 정상이 교차 참석한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그 장면을 보면서 문득 나는 10년 전 이맘때 박태준 선생(당시 포스코 명예회장)이 40주년 국제학술대회에서 내놓았던 기조연설의 몇 문장을 떠올렸다. 벌써 10년이 지난 현재에나 앞으로 100년이 더 흐른 미래에도 그것은 두 나라의 지도자와 시민이 꼭 기억해야할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었다. “한일수교의 출발선에는 극단적 냉전체제의 국제역학관계와 두 나라의 경제발전이란 공통분모가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일본은 한국을 가리켜 `일의대수(一衣帶水)`라 부르곤 합니다. 대한해협(현해탄)을 한 줄기 띠에 비유한 말입니다. 한국은 일본을 가리켜 흔히 `가깝고도 먼 나라`라 부릅니다. 가깝다는 것은 지리적 거리이고, 멀다는 것은 민족감정을 반영합니다.한국, 일본, 중국에 `親`자가 있습니다. 친교, 친숙, 친구 등 한국인은`親`을`사이좋다`는 뜻으로 씁니다. 매우 기분 좋은 말입니다. 그러나 `親`을 매우 기분 나쁜 뜻으로 알아듣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친일`이란 말입니다. `친일`의 `親`은 묘하게도 `반민족적으로 부역하다`라고 변해 버립니다. 이것은 국교정상화 40주년 한일관계에 내재된 문제의 본질에 대한 상징입니다. 한국인의 언어정서에서 `親日`의 `親`이 `사이좋다`는 본디의 뜻을 회복할 때, 비로소 한일수교는 `절친한 친구관계`로 완성될 것입니다.언제쯤 한국인이 `친일`의 `親`을 `친구`의 `親`처럼`사이좋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언제쯤 한국인이 일본을`가깝고도 먼 나라`가 아니라`가깝고도 가까운 나라`로 인식할 수 있겠습니까? 그날을 앞당길 일차적 관건은 과거의 진실을 직시하는 일본의 역사인식과 역사교육에 달려 있습니다.고대의 한국은 일본에 문명을 전수했습니다. 4세기말과 5세기초에 걸쳐 백제의 왕인 박사가 창시한 `아스카(飛鳥)문화`부터 떠오릅니다만, 포항제철소의 영일만 마을에는`삼국유사`에 기록된 신라시대 `연오랑 세오녀`라는 민중설화가 전해옵니다. 연오랑 세오녀 부부가 일본에`빛`을 건네주고 왕과 왕비로 추대되었다는 줄거리인데, `빛`은 곧 문명을 뜻하는 것으로, 일본에 문명을 전수한 신라인의 자부심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그 고대로부터 천수백 년 지난 1973년, 영일만에는 일본이 협력해준 용광로의 `빛`이 탄생했습니다. 영일만 배경의 이러한 `빛의 상관관계`는 한일관계의 미래를 비추는 등불로 삼아도 좋을 것입니다.일본은 문화의 다원주의가 성숙된 나라입니다. 한국에 극우와 극좌가 있듯, 일본도 당연히 그러합니다. 문제는 극단적 주장에 대한 일본정부의 대응방식으로, 주변국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오늘의 신뢰가 없으면 내일의 친구는 없습니다. 일본은 과거사 문제에 관해 독일로부터 배워야 합니다. 이것은`세계 지도자`를 설계하는 일본의 `때늦은 용기`라고 권유하는 바입니다.이제는 한국도 새로운 시각이 필요합니다. 한일국교정상화 40년, 이 세월은 한국사에서 경제와 민주주의를 성공시킨 특별한 시대로 기록될 것입니다. 여기서 먼 미래를 내다보는 한국인은 한일관계를 재조명할 때 국교정상화 `이전`과 `이후`를 동시에 살펴야 합니다. 40년 전 한일국교정상화 과정에는 한국인의 자존심을 자극하는 요소도 개입됐지만, 그 `이후`의 한국은 일본과 전면적으로 교류하는 가운데 근대화에 더 힘찬 박차를 가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한국은 한일관계에서 국교정상화 `이전`과 `이후`의 전체를 통찰하는 가운데 동북아의 미래를 구상하고 전망해야 합니다. 이것은 불과 한 세대 만에 경제도 민주주의도 수준 높게 쟁취한 역동적인 한국의 `때맞은 용기`라고 생각하는 바입니다.”한일관계의 미래를 밝혀주는 상징으로서 포항 영일만, 일본의 `때늦은 용기`와 한국의 `때맞은 용기`에 대한 박태준 선생의 당부를 한국과 일본의 `깨어있는 시민`이 함께 되새겨보는 아침이면 좋겠다.

2015-06-24

인생은 소리없이 사라지는 가련한 배우

▲ 손경찬 예술소비운동본부장·수필가·시인사회생활을 하면서 지연·혈연 등 필연적으로 맺어진 사이가 아닌 어떤 사람과 지속적인 인간관계를 갖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문화예술인들과 지속적인 교류를 하고 있지만 그 가운데 각별하게 생각하는 대구의 문화예술인이 있다. 바로 고도기획의 김종성 대표다. 그와는 개인적인 인연을 맺고 알아온 지 벌써 이십년이 지났으니 오랜 세월동안 이해하는 사이다. 그가 1995년 연극의 불모지인 대구에서 극단을 만들고, 수준 높은 공연을 지역사회에 선보이기 위하여 `고도예술기획`을 만들었으니 연극계와 뮤지컬 장려에 나선지도 어언 2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그동안 돈이 안 되는 문화사업에 청춘과 정열을 바치느라 고생도 많이 했지만 마침내 대구의 명문 문화예술기획사로 우뚝 솟았다. 그가 예술에 관한 집요한 열정으로 기획해 성공한 공연이 지난해 말 명성황후의 대구 공연과 포항공연 등을 비롯해 수없이 많다. 그런 그가 극단 창단 20년을 맞아 특별기획공연을 마련해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3일간 대구 봉산문화회관에서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공연을 기획하고, 무대에 올려 성공리에 마쳤다.김종성 대표로부터 이번에 특별기획한`맥베스`공연에 관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창단 20주년이라 무엇인가 특별한 것을 해봐야지`하고 생각해 셰익스피어의 명작을 무대에 올려 대구·경북 지역사회의 주민들에게 수준높은 공연을 선보이는 것이 지역사회에서 성공해 주민들에게 진 빚을 갚는 길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피지컬연극으로 유명한 극단 초인 대표 박정의 연출가를 모셔와 `궁극의 절정, 그 전율 맥베스`를 공연했다는 것.셰익스피어의 4대비극은 햄릿, 오셀로, 리어왕, 맥베스로, 이 가운데 맥베스는 1847년 3월 피렌체 페르골라에서 초연된 이후 21세기인 지금까지도 자주 공연되는 명작이다. 주인공인 맥베스 장군이 덩컨 왕에 대한 충직한 부하였지만 마녀와 그의 부인의 꼬임에 빠져 왕을 죽이고 왕위를 찬탈해 온갖 폭정을 자행하다가 마침내 비참한 죽음을 맞는데, 인과응보(因果應報)라는 교훈을 새기게 한다.특히 연극 마지막 대목에 맥베스 왕이 내뱉는 대사는 인간 욕망의 허망함을 잘 보여준다. 온갖 영화(榮華)를 누린 왕이었지만 던컨왕과 숱한 정적을 죽인 죄악상에 시달리는 한 인간의 고뇌가 묻어나기 때문이다. “내일이 오고, 또 내일이 오고, 그리고 내일이 찾아와도, 이렇게 하루하루 조작거리는 걸음으로 정해진 시간의 마지막 순간을 향해 기어갈 따름이니 어제라는 날들은 모두 우매한 인간에게 죽음의 길을 횃불처럼 밝혀준다”셰익스피어의 시에서 나타나는 것 처럼 허망한 인간의 존재를 웅변하는 대사이기도 하다.이번 공연에서 박정의 연출가는 기존의 맥베스와는 달리 율동성에 중점을 둔 피지컬연극을 시도했다. 배우의 신체 연기로 표현되는 이색적인 볼거리와 연기의 다양성을 제공한 셈이다. 그래서 제목도 그냥 `맥베스`가 아니라 `궁극의 절정, 그 전율 맥베스`다. 그래도 연극의 주제는 4대 비극의 원작과 동일하다.극중 멕베스의 부인은 맥베스에게 이렇게 말한다. “세상을 속이려면 세상 사람들이 원하는 얼굴을 하라.” 즉, 자기이익을 추구하고 성공하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니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그 욕망의 부질없음을 보여주는, 인생에 대한 철학이자 서사시가 바로 맥베스다.고도예술기획 김종성 대표는 조용하면서도 제할 일 다 하는 뚝심의 문화인이다. `맛있는 밥을 먹어본 사람들이 더 좋은 밥을 찾는다`는 소신으로 좋은 공연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지기(知己)가 있음에 행복하고, 극단 창단 20주년을 축하하며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

2015-06-22

`포항, 해륙(海陸) 네트워크의 허브`

▲ 이병석 국회의원·전 국회부의“희망은 길과 같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된다. 희망도 그러하다.” 중국의 문인이며 사상가인 루쉰의 말이다.지난 3월 31일, 우리는 그 희망을 눈으로 확인했다. KTX 포항~서울 직통선 개통으로, 드디어 포항은 철도 100년의 한(恨)을 딛고 힘차게 일어섰다.막혔던 길이 뚫리니, 사방에서 관광객이, 기업이, 사람이 밀물처럼 포항을 찾고 있다. 철길, 바닷길, 도로도 꿈틀꿈틀 열리고 있다. KTX 직통선, 동해중부선, 동해남부선 복선전철, 영일만항 인입선, 중앙선 복선전철 등 포항을 중심으로 한 동해안 철도망의 기본 틀이 갖춰지고 있다. 포항~울산 고속도로, 포항~영덕 고속도로 등 동해안 고속도로, 울릉공항 등과 이어지면서 `교통의 오지`였던 포항은 대한민국 `교통의 요충지`로 비상하고 있다.이제, 동해중부선이 완공되면 우리는 포항에서 출발한 기차를 타고 삼척을 지나 북한 땅 나진·선봉을 거쳐, 유럽으로, 세계로 달려 나갈 것이다. 하여, 우리에게 길은 희망이다.그 희망으로, 지금 대한민국 역사의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포항의 심장이 쿵쿵 뛰고 있다. 해양과 대륙이 마주치는 포항에 새로운 문명이 태동하기 시작하는 이때, 포스코의 철강신화를 넘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포항의 잠재력을 흔들어 깨우고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바다경영이다.포항의 새로운 먹거리는 바다에 있다. 포항은 바다경영의 최적의 환경을 갖춘 곳이다. 국제컨테이너 항만인 영일만항이 있고, 공항도 있다. 기업 유치를 위해 영일만항 일반산업단지와 항만배후단지를 조성하고 있다.취소 위기에 몰렸던 포항경제자유구역 사업 추진이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한반도 지도에서 호랑이 꼬리와 척추를 잇는 영일만대교도 가시화되고 있다. 해양에너지, 해양바이오, 해양플랜트는 물론, 수중건설로봇, 해양수중글라이더 운용 네크워크 등 해양RD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포항운하에 이어 건설되는 국제여객부두와 두호 마리나, 그리고 바다 숲 조성은 포항을 해양관광과 해양레포츠의 도시로 발전시켜 나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이에 더해 경북도가 신도청 시대를 맞아 동남권의 주민편의 향상을 위해 계획하고 있는 경상북도 환동해발전본부가 포항에 설립된다면, 포항은 환동해 항만물류의 중심이자 해양산업 인프라를 모두 갖춘 `동북아 최고의 해양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다. 포항은 물류와 항만을 중심으로 해양과 대륙을 잇고, 포항 경제를 넘어 국가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어 나갈 것이다. 이는 곧`일해일륙(一海一陸)`프로젝트다.중국은지금 `일대일로(一帶一路)`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육상 실크로드`와`21세기 해상 실크로드`를 통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란 중국의 꿈(中國夢)을 실현한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일해일륙(一海一陸)` 프로젝트를 통한 `해륙(海陸) 네트워크의 허브`라는 포항의 발전전략은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과 궤를 같이 한다. 이제, 포항도 해양 실크로드의 중심에 서서 바다 개척의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루쉰이 `희망은 길과 같다`고 말한 것처럼, 포항의 희망은 `해륙의 길`에 있다. 그 희망의 길 위에 첫 발을 내디디며, 53만 포항시민이 함께 걸어가는 그날을 꿈꿔본다.

2015-06-22

8월1일부터 5자리 새 우편번호 시행

▲ 윤선혁 포항우체국장현재 사용하고 있는 6자리 우편번호가 오는 8월 1일부터 5자리로 바뀌게 된다. 우리나라는 지난 1970년 7월 1일 5자리 우편번호를 최초 도입하고, 1988년 2월 1일 읍, 면, 동 행정구역과 일치한 6자리 우편번호로 개편한 후, 2000년 5월 1일 집배원 담당구역과 지번 단위로 세분화하여 사용하고 있다. 오는 8월 1일 부터는 2014년 1월 1일 시행된 도로명주소에 맞게 부여된 국가기초구역번호(소방, 경찰, 통계, 학교, 우편 등 각종 행정의 지역표시번호로 공통 사용할 수 있게 5자리로 구분) 3만4천349개를 새 우편번호로 사용하게 된다.현행 6자리 우편번호가 지번 주소에 맞는 곡선형 배달체계라면, 이번에 개편되는 5자리 우편번호는 도로명과 건물번호로 표기되는 도로명주소 체계에 따른 사각 장방향의 배달체계로 집배원들의 배달거리가 최적화 되어 우편물 배달이 더욱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이에 따라 우정사업본부에서는 전국 우편집중국 및 배달국의 자동화 설비를 문자인식이 가능하도록 개선하고, 전국 집배원의 배달구역을 국가기초구역에 맞게 조정하는 등 새 우편번호 환경에 맞추어 물류 프로세스를 새롭게 정비하였다.아울러 포항우체국에서도 새 우편번호 시행에 대비하여 집배원 배달구역 재조정 및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을 통해 우편물 배달에 차질이 없도록 사전 준비에 철저를 기하고 있다.또한, 포항우체국에서는 새롭게 변경되는 우편번호의 조기 정착을 위해 우체국 창구에 새 우편번호 검색기를 설치하고 새 우편번호 DB 및 전환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와 함께 다양한 홍보(매월 셋째 주 수요일마다 가두캠페인 전개, 관내 28개 전 우체국에 홍보 포스터 게시 및 안내 팸플릿 제공, 기관장 모임 및 주요기관 홍보 등)를 실시하여 포항시민들이 불편없이 5자리 우편번호를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또 포항시와 협조해 7만4천여개의 건물번호판에 새롭게 바뀌는 우편번호 스티커를 부착(19일 현재 70% 부착 완료, 6월말까지 100% 부착) 하여 포항시민들이 보다 쉽게 새 우편번호를 알 수 있도록 준비중에 있다.포항지역의 새 우편번호는 37500부터 37999까지 500개를 사용하게 된다. 새롭게 바뀌는 우편번호 5자리의 구성은 앞의 3자리는 특별(광역)시, 도와 시, 군, 자치구를 뒤 2자리는 해당 시, 군, 자치구내에서 북서에서 남동방향으로 부여된 일련번호로 구성되어 있다. 일례로 포항시청(포항시 남구 시청로 1)의 경우는 기존 우편번호 790-722에서 37683번으로 바뀌고, 포항우체국(포항시 남구 증흥로 66)의 경우는 790-150에서 37771로 바뀌게 된다.새로운 우편번호는 우정사업본부(www.koreapost.go.kr)와 인터넷우체국(www.epost.go.kr) 및 포항우체국(www.koreapost.go.kr/kb/790) 등 전국 우체국 홈페이지 등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앞으로 우편번호 시행일까지는 40여일 남았다. 국가기초 구역번호인 5자리 새 우편번호가 빠른 시일 내에 정착될 수 있도록 포항우체국 전 직원은 다시 한번 시행에 미비점이 없는지 되돌아 보고 만전의 준비를 다하고 있다. 포항시민께서도 5자리 새 우편번호가 원만히 정착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관심과 사용을 부탁드린다.

2015-06-22

에너지와 환경의 `공생` -日本 이소고 화력발전소를 다녀와서

▲ 김광석 한국자유총연맹 포항시회장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도시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일본 도쿄다. 청결은 일본인에게 목숨과도 같은 것이어서 일상생활 곳곳에서 고스란히 베어난다. 그러한 도쿄 인근에 화력발전소가 들어서 있다는데 대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평소 화력발전소에 대한 선입견이 있던 나로서는 도심 속 화력발전소에 대해 반신반의할 수 밖에 없었고 되레 내 눈을 의심케 했다.세계 최고의 인구밀도를 자랑하는 도쿄도(東京都) 한 복판에 화력발전소라? 이곳이 바로 일본 최대 항만인 요코하마현 나가사키시에 있는 `이소고 화력발전소(Isogo Thermal Power Station)`이다. 도쿄에서 승용차로 30~40분이면 충분한 거리에 있는 `리틀 도쿄`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요코하마. 공업과 무역이 발달한 도시여서 포항을 많이 닮아 보였다.그러나 화력발전소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우리에게 익숙한 화력발전소 외관은 요코하마 도시 어느 곳에서도 없었기 때문이다. 항만에 우뚝 솟아 있는 높이 200m짜리 연돌(통풍 배연 기능의 굴뚝)을 보고서야 호기심은 해소됐다.보는 시각에 따라 달리 보이는 이 굴뚝은 그야말로 거대 조각 작품으로 보였으며 요코하마 항만 풍경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랜드마크가 되고 있었다.거대 쇼핑몰 같은 외관의 웅장한 발전설비 또한 정갈하고 단아해보였다. 1967년과 1969년에 들어선 530MW급(2기)의 발전기는 2002년과 2009년 1천200MW급으로 교체돼 사용되고 있다. 밀폐형 석탄사일로에서 하루 1만톤의 석탄이 사용되고 있지만, 최신식 대기방지설비로 탈황(SOx)이나 탈질(MOx)은 최대 97.8%까지 제거가 되고 있다는데 놀랐다. 특히, 집진은 전기집진기로 99.97%까지 제거되고 있다는 설명에 기술력을 부러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부산물인 석탄재는 전량 시멘트사에서 부원료로 재활용되고 있다.요코하마 전기소비량 40%를 이소고 화력발전소가 담당하고 있다는데, 정말 환경에는 문제가 없을까? 이소고 발전소의 핵심기술은 활성탄 탈류장치다. 이소고 발전소에 도입된 건식 탈류 장치는 유황의 95%까지 절감시키는 기술이이며 실제로는 99%까지 감소시킨다고 발전소 관계자는 전했다.특히, 요코하마시의 환경보전 협정서에서 정한 환경기준치보다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으며, 실시간 배출가스 측정치는 요코하마시에 보고돼 시민들에게 공개되고 있다. 이 때문인지, 겨우 1~2km 떨어진 주거지 내 주민들은 그리 놀라지 않는 표정이었다. 마치 생활 속 일부분인 것처럼. 주민들은 되레 홍보관을 자녀들의 체험학습관으로 이용하고 있고, 상세한 전문설명과 모형작동 등을 통해 전문 지식까지 얻고 있었다.지금 포항에는 철강업계의 맏형격인 포스코가 포항제철소 자가발전율을 높이기 위해 기존의 노후된 저효율의 발전설비를 대체해 고효율의 발전설비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화력발전은 발전효율 향상과 환경개선을 위한 전 세계적인 노력으로 이제 더 이상 우리가 우려하던 설비가 아니다. 오히려 최신의 청정화력 발전설비로 교체하는 것은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여건을 갖출 기회가 될 수 있다.지역사회에서도 포항제철소 발전설비 투자로 인한 경제효과와 지역 철강산업의 경쟁력 확보, 환경기술의 발전 등 미래를 내다보는 폭넓은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성을 느낀다.요코하마 라면식당에서 만난 현지인의 말이 뇌리에 남는다. “세계 최고의 친환경 설비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2015-06-19

미래를 위한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때

▲ 이상구 경북도의원최근 경제성장 경로의 불확실성, 저소비, 높은 실업률 등 장기침체에 빠진 세계경제와 더불어 대한민국의 경제가 저 성장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특히, 지난날 국가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포항 경제의 중심축인 철강산업이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한 경기침체와 중국 등 주요 신흥국과의 경쟁격화 등으로 점차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형편이다.포항은 포스코를 비롯한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기업의 생산 활동에 의해 지역경제의 명암이 좌우될 정도로 철강산업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이러한 차에 동국제강 마저 후판공장을 당진으로 옮겨가는 등 포항보다는 국내 여타 지역 또는 글로벌 생산기지의 설비 투자에 주력하고 있어서 지역경제를 지탱해주는 힘들이 조금씩 빠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게다가 포항의 인구성장률이 저하되고, 재정자립도 면에서도 2014년 33.1%로 5년 전에 비해 8.3% 포인트나 급락하였고, 구미시의 재정자립도 37.7% 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1인당 소득 또한 구미시의 절반 수준임을 감안할 때 경북 제1의 도시라는 위상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정도이다.추락한 포항경제가 활력을 되찾고 성장잠재력을 확충하여 다시 도약하는`사즉생(死卽生)`의 정신과 전략 모색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철강 일변도의 산업구조가 가지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포항은 철강산업이 지역경제의 근간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인식하에 과거 제철보국(製鐵報國)의 중추가 된 포스코는 침체된 포항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청정화력발전설비 교체 추진에 매진하고 있다.필자가 포항시의회 의장 시절, 중국계 MPC홀딩스에서 장기면에 화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한 적이 있었으나 자본력, 기술력, 사전영향평가 등으로 무산된 바 있다. 그 후 현대건설에서 기술력, 자금력 등을 명확히 하여 7조원을 들여 화력발전소를 추진하려 했으나 이 또한 불발로 끝나 지역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었던 좋은 기회를 놓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이번 포스코의 청정화력발전설비 교체는 철을 만드는데 필요한 연간 6~7천억원이나 되는 막대한 외부 전력비용을 줄이고 일본과 중국 등 해외 철강회사 대비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다.2021년 준공시까지(2015년 착수 시) 연인원 110만명의 고용창출, 1조2천억원의 생산유발 효과 뿐만 아니라 포항경제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반드시 추진되어야 한다.그러기 위해 전제되어야 할 과제가 있다.먼저, 지역 내의 공감대 형성이다. 기후변화 및 환경문제 등과 맞물려 지역민들의 합의와 정부의 지원 없이는 추진하기가 어려운 과제이므로 지역 내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둘째, 화력발전설비에 대해 환경단체를 비롯한 반대 입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부정적 선입견을 불식시킬 수 있는 논리를 마련하고 모범 사례를 보여주어야 한다. 일본은 도시 중심에 화력발전소를 건설하여 공해가 없고 고효율성을 유지해 모범 운영사례를 보여주고 있으며, 국내에도 삼척 화력발전소의 온배수와 CO2를 활용한 창조마을`그린빌리지`, 평택의 20만 가구 동시 전력 사용이 가능한 청정에너지를 활용한 친환경 복합화력 발전소 등이 있다.셋째, 고효율 청정 화력발전설비를 유치하기 위해 정부의 허가를 이끌어내는 역량이 필요하다. 현행 `대기환경보전법`은 포항을 청정연료 사용지역으로 분류해 놓고 있어서 석탄발전설비의 증개축은 어려운 실정이다. 설령 관련법에 의해 추진이 어렵더라도 환경부와 산업통상부 간의 합의만 있다면 건립은 가능하기 때문이다.지역경제 발전을 위한 좋은 기회를 잃어버리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포항의 미래 발전을 위해 포항제철소 화력발전설비에 시민 모두의 애정 어린 지지와 공감을 통해 교체투자가 곧 이루어질 수 있도록 큰 힘을 실어주어야 할 때다.

2015-06-16

포스코의 경쟁력 확보와 지역사회 역할

▲ 김준홍포항대 교수 최근 포항 경제는 정말 어렵다. 그동안 포항경제의 뿌리였던 포스코가 10년 전에 비해 매출액과 규모는 증가했으나 글로벌 철강사의 공급과잉, 철강업계 불황같은 외부요인과 원가상승으로 인한 경쟁력 악화, 정치적 파장 등 내부요인이 겹쳐 영업이익이 반토막난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경제활성화와 일자리창출을 위해 기업투자유치, 강소기업육성, 해외시장 개척 등을 위해 포항시장님을 비롯한 정치인, 상공인, 유관 단체장들이 힘을 합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포항의 미래와 포스코 이후를 생각하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항이다.그러나 한편으로는 `나는 새`를 잡으려는 노력도 해야하지만 `손에 든 새`도 소중히 여기고 알을 낳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방안을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흔히 제철산업을 사양사업이라고 쉽게 말하지만, 엄격히 이야기하자면 제철산업 자체가 사양산업이 아니고 특정지역이나 특정국가에서 경쟁력을 상실하는 현상이다.우리가 아는 유럽 철강산업의 중심지 독일 자르브뤼켄 볼크링겐 제철소, 미국의 철강산업 발상지 피츠버그 등 선진 철강업체들의 흥망은 바로 포스코같은 후발기업에 비해 경쟁력을 상실한 까닭이다. 그 결과 도시의 쇠락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이러한 교훈으로 포스코도 경쟁력 확보를 위해 수익성 개선과 대외 경쟁력 향상, 첨단설비 투자를 통한 생산원가 감축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수익성 향상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자동차 강판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의 대량생산, 후판 고급제품 양산체제 구축, 전기강판 고급재 확대 등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설비보완과 첨단설비가 당연히 도입되어야 한다.그런데 이 모든 것을 위해서 반드시 발전설비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대 전제가 있다.포스코가 2014년 한전에 지불한 전기비용은 약 6천200억원, 금년은 약 7천억 수준이며, 장래 전기요금 상승폭을 감안하면 2022년에는 약 1조2천억원으로 포스코는 전기비용만으로도 적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글로벌 경쟁사인 일본 신일철주금, 중국 바오산 스틸 등은 전력 사용량의 90% 이상을 석탄과 부생가스를 이용한 자가 발전설비를 가동하고 있으나 포스코는 현재 전력 사용량의 46%만 자가 발전하고 있는 실정이다.이러한 시급성을 인식한 포스코는 지난해 8월부터 전력문제 해소와 경쟁력확보를 통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청정화력 발전설비 교체투자`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포항지역은 고체연료(석탄)를 사용한 발전이 제한되어 있어 인·허가 관련부처에서 많은 어려움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박근혜 정부는 일자리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공장 증설, 설비투자, 인허가 등에 과감한 규제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기조하에 관계부처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도록 포스코의 `청정화력 발전설비 교체투자`에 대한 지역사회의 이해와 협조로 공감대 형성과 적극적인 지지 여론조성이 반드시 필요하다.혹시 환경문제를 고려하는 것이라면 수도권 청정지역에서 이미 가동중인 국내 최신의 영흥화력발전소를 보면 초미세먼지나 중금속물질 등은 첨단기술의 도입으로 거의 완벽하게 관리되고 있는 사례를 보면 된다.약 1조원의 신규 투자, 3여년의 공사기간과 환경영향 평가 등 5년 소용 예정, 이 기간 동안 연인원 약 110만명 고용창출 효과, 발전기간 20년 동안 총 1천800억원 지방세 납부 예상.품안에 있는 새가 알을 부화시킬 수 있도록 좋은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은 `나는 새`도 우리 손안으로 오게하는 일이며, 이러한 역할은 그 누구의 일도 아니고 바로 우리 아이들의 미래 일자리를 위한 지역사회의 몫이다.포스코는 여전히 건재하게 우리 곁에 있어야 한다.

2015-06-11

3세대 넌버벌 퍼포먼스의 브랜드화를 꿈꾼다

▲ 최철기극단 페르소나 대표·`플라잉` 총감독 춘곤증이 밀려오는 나른한 오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정적인 도시 경주에서 하늘을 찌르는 함성소리가 터져 나온다. 배우의 손에 이끌려나온 관람객이 관객동참 신에서 배우들과 함께 `에너지파`를 외치며 숨겨둔 끼를 뽐내고, 지켜보는 관객들은 박장대소한다. `플라잉`공연이 한창인 경주엑스포공원 백결공연장의 모습이다. 2011년 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서 처음 선보인 뒤, 폭발적인 성원에 힘입어 2012년 경주에 둥지를 틀고 상설공연을 시작한 넌버벌 퍼포먼스 `플라잉` 공연은 수학여행의 필수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4년차를 맞이한 이 상설공연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국내에서 1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는 12개이지만, 1천만 관객을 동원한 공연은`난타`가 유일하다. `난타`가 이런 대기록을 세운 것에는 국내외 마케팅의 성공, 한국적 요소의 가미 등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최초로 전용관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것이다. 사실 대중에게 낯선 넌버벌 퍼포먼스나 소규모 공연은 공연장 섭외가 쉽지 않다.상설공연을 진행할 수 있는 전용관이 있어야만 계획적으로 배우를 수급하고 트레이닝 할 수 있으며, 마케팅도 장기적인 계획 하에 체계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백결공연장이라는 대규모 전용공연장에서 상설공연 중인 `플라잉`은 그 기초공사가 튼튼하다고 할 수 있다.또한 `난타``점프``비밥`을 통해 내공을 쌓은 연출진들은 든든한 기둥이 되어 매 공연마다 관객의 반응을 살피고 회의를 통해 업그레이드를 거듭한다. 공연 회차가 늘어날수록 완벽에 가까워지는 공연이 탄생할 수 있는 비결이다.지자체와 전문 창작기업 최초의 합작 공연이라는 점도 비바람을 막아주는 벽이라 할 수 있다. 상설공연을 이어갈 수 있도록 초반 지원을 한 지자체와 공연 콘텐츠·노하우를 가진 전문창작기업의 만남은 누적 관람객 40만 명이라는 기록을 낳았다. 이를 바탕으로 오는 8월 열리는 `실크로드경주2015`에서 그 진가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행사가 열릴 때마다 세계와 끊임없는 소통, 융합으로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온 경주엑스포가 오는 8월 21일부터 10월 18일까지 `유라시아 문화특급`을 주제로 `실크로드경주2015`를 개최한다. `플라잉`도 이 행사를 통해 인도, 아랍, 중국 문화를 아우르는 새로운 버전의 공연인 플라잉: 화랑원정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모든 제작진이 배우 캐스팅, 무대 장치, 내용 고증, 창의적인 스토리라인 구축을 통해 실크로드라는 옷을 제대로 입기 위해 노력 중이다.`실크로드경주2015`라는 튼튼한 지붕에`관객`이라는 인테리어로 마무리 지으면 훌륭한 창작 콘텐츠가 완성될 것이다. 대사가 없는 넌버벌 퍼포먼스(Nonverbal Performance)의 탄생 배경인 남녀노소, 내외국인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은 `플라잉`의 가장 강력한 무기이다. 나이, 인종, 문화에 구애받지 않는 보편적인 코미디와 신체의 극한을 보여주는 익스트림 퍼포먼스라는 무기로 공연의 질적 성장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창출을 이루어내고, 전 세계인이 즐기는 공연이 되어 플라잉 자체를 브랜드화 하는 것이 이 작품이 추구하는 미래이다.경주라는 지역의 특색, 신라시대에서 현대로`타임워프`하는 독특한 소재, 보편타당한 웃음의 해학이 잘 버무려진 `플라잉`공연은 3세대 넌버벌 퍼포먼스를 지향한다. 넌버벌 퍼포먼스의 시작은 아니었지만, 전 세계가 열광하는 새로운 세대의 주역이 되기 위한 시도는 현재진행형이다.`난타`를 통해 도약했고 `점프`를 통해 뛰어올랐으니, `플라잉`과 손을 맞잡고 전 세계 곳곳을 날아다닐 날을 꿈꿔본다.

2015-06-09

6월의 울림, 명예로운 보훈을 기대하며

▲ 이칠구 포항시의회 의장“어머니, 어서 전쟁이 끝나고 어머니 품에 안기고 싶습니다. 어머니, 어쩌면 제가 오늘 죽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꼭 살아서 다시 어머니 곁으로 가겠습니다. 상추쌈이 먹고 싶습니다. 아, 놈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다시 쓰겠습니다.”영화 `포화속으로`의 소재가 된 형산강전투의 고 이우근 학도병이 어머니께 보낸 마지막 편지의 일부이다.포항은 낙동강 최후 방어선으로 한국전쟁 당시 유일하게 학도병이 목숨을 걸고 단독 전투를 벌인 전쟁사에 길이 남을 격전지다. 1950년 8월 11일 새벽, 비정규군인 학도의용군 71명이 포항여중(현 포항여고)에서 단독으로 북한군에 맞서 싸워 적군의 포항 진격을 지연시켰다. 하지만 전투에 참가한 김춘식 등 48명이 전사해 전국에서 가장 많은 학도의용군이 희생된 곳이다. 6·25전쟁이 발발해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한 조국을 구하기 위해 펜 대신 총과 칼을 들고 스스로 전쟁에 참전한, 포항은 호국의 성지이기도 하다.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최근 포항시의회 상임위원장들과 함께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국가와 지역발전을 위해 애쓰시는 보훈단체를 찾아 뵀다. 군번도 계급도 없이 조국수호의 일념으로 꽃다운 청춘을 불사르시고 이제는 백발이 된 어르신들이 학도의용군 전승기념관에서 환한 얼굴로 반갑게 손을 잡아주셨다. 전몰군경유족회, 상이군경회, 전몰군경미망인회가 위치한 덕수동 보훈회관과 월남참전자회 사무실에서도 많은 회원들이 우리 일행을 환대해 주셨다. 목숨을 내놓고 참전한 베트남전쟁 당시 살포된 고엽제로 인해 머리카락이 모두 빠지고, 이후로도 반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회원들의 사연은 우리를 숙연케 했다. 전쟁의 포성이 끝나고 긴 세월이 흘러갔지만 아직도 그때의 상흔이 처절한 현실로, 뼈아픈 상처로 남아있는 분들이 적지 않다.매년 6월이면 선친이 더욱 그립다. 6·25 참전용사이셨다. 생전에 6월이면 해마다 영천의 호국원을 방문해 전장에서 고통의 시간들을 함께 했던 전우들을 떠올리며 만감 어린 모습으로 참배하시던 그 모습이 아직도 며칠전의 일인양 눈에 선하다. 아들로서 `돌아가시면 전우들이 잠든 호국원에 영면`하실 것을 제안했지만 당신께서는 `더 많은 동지가 더 혜택을 누리셨으면 좋겠다`는 신념을 고집하시어 선산에 모시게 된 사연도 있다. 선친께서는 돌아가시는 그날까지 참전 동지들을 한 번도 잊으신 적이 없으셨다.역사를 되짚어보면 국가가 세워지고 존재하기 위해서는 많은 이들의 희생이 불가피하다. 특히 굴곡이 더 많았던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에서 오늘날 누리는 자유와 평화는 순국선열들의 피와 땀의 결과이다. 나라가 위급에 처할 때 조국을 위해 젊음을 기꺼이 받쳤던 그분들의 값진 희생이,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오늘을 사는 젊은이들에게 점차 잊혀져 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움이 든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한 국가유공자에 대한 존경과 감사를 드리는 일은 언제나 현재 진행형이어야 한다.오늘날 미국이 세계 초일류 국가로 설 수 있었던 원동력은 나라를 위해 희생한 이들은 끝까지 책임진다는 사회적 합의와 강한 보훈정신에 있다. 국가유공자와 그 유가족들이 자부심과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사회분위기를 조성하고, 마음 속 깊이 간직했던 나라사랑 정신을 행동으로 실천할 때 그분들의 헌신과 희생에 보답하는 길이 될 것이라 생각해 본다. 그 분들이 진정 바라는 것은 단순한 물질적 지원이 아니라, 사회적인 관심과 후손들의 기억하고 기리는 노력들일 것이다.6월 호국보훈의 달에는 가족과 함께 가까이 있는 추념시설이나 기념관에 들러 나라를 위해 고귀한 생명을 바치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한 송이 국화꽃이라도 올려보자. 국경일에는 집에 태극기를 꼭 휘날리게 하자.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단재(丹齋) 신채호 선생의 말씀이 다시 한 번 가슴 깊이 각인되는 6월이다.

2015-06-08

지역 중소병원도 포괄간호서비스 적극 동참을

▲ 이영미선린대 교수·간호학과 `포괄간호서비스`란 환자가 입원할 경우 병실에 상주하는 가족이나 간병인 없이 환자의 간병과 간호서비스를 병원의 간호 인력이 전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간호 인력이 부족하여 간호사 1인당 환자 20여 명을 돌보는 실정으로 입원환자의 수발은 가족이나 간병인이 상주하면서 돌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짧은 기간 내 전 국민 건강보험을 실시하는 등 우수한 건강보험제도를 가지고 있으나, 건강보험 보장률은 62%로 OECD 국가 평균 74.9%에 훨씬 못 미치는 실정이다.특히, 고액의 의료비가 발생하는 암, 심장병, 뇌혈관질환, 희귀난치성질환 등 4대 중증질환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가 절실히 필요하며 이를 위해 현 정부에서도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다.그러나 이런 중증질환으로 입원할 경우 의료비보다 더 많은 경제적 부담을 가져다주는 것이 소위 말하는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 3대 비급여 항목으로 이들을 하루빨리 건강보험 급여항목으로 전환하여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시급하다.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가족관계를 중시하여 환자가 입원하게 되면 가족이 돌보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 가구원 수가 줄어들고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남에 따라 가족의 수발기능이 취약해져 `간병인`이라는 새로운 직업이 생겨났다.최근 환자가 병원에 입원 시 간병인을 두는 비율이 점점 증가하고 있으며, 비용 또한 1일 7~8만원 정도로 배보다 배꼽이 큰 실정이며 환자와 가족의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포괄간호서비스를 적용할 경우 1일 입원료 추가부담 3천800원~7천450원으로 경제적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한다.정부는 의료비 부담의 주범 중 하나인 간병비용을 낮추고 환자와 가족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자 지난 2013년 7월부터 `포괄간호서비스 시범사업`을 실시하여 왔으며 작년까지는 그 비용을 국가예산으로 지원하였으나, 금년부터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시범사업으로 전환해 오는 2017년까지 지방 중소병원을 대상으로 시행할 계획이며, 2018년부터는 수도권과 대형병원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한다.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국의 27개 병원에서 시범사업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대구·경북지역에서는 대구의료원과 김천의료원이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에서 지난 2013년 7월에서 2014년 11월까지 포괄간호서비스 이용환자 1만2천71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만족도가 98.1%에 달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또한 간병비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가족의 경제활동이 보장되고 병실환경도 훨씬 쾌적해졌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한다.예로부터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듯이 가족의 의료비와 간병은 큰 걱정거리였다. 이제는 건강보험에서 실시하는 `포괄간호서비스`로 입원 시 간병 걱정이 없어진다니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올해 4월초 포항에도 KTX가 개통됨에 따라 수도권 등 타 지역으로의 의료 역외 유출이 우려되는 만큼 지역 중소병원들이`포괄간호서비스`사업에 참여하여 기본적인 의료서비스 강화로 의료 역외 유출을 막고, 그에 따라 지역경제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모쪼록 우리지역에서도 많은 병원이 포괄간호서비스 시범사업에 참여하여 사업의 조기 정착은 물론 지역민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간병비 걱정 없이 보다 질 높은 간호서비스를 받을 수 있길 기대해 본다.

2015-06-04

취임 1년을 앞둔 포항시장께

▲ 백강훈 포항시의회 의원이강덕 포항시장이 취임한 지 1년이 다가오는 시점이다. 이 시장은 취임 이후 외지 기업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뛰고 있다. 취임 1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 기업 유치를 위해 벌써 21건의 MOU도 체결했다고 한다. 지난달엔 취임 후 첫 해외 순방도 다녀왔다. 러시아와 중국을 차례로 방문해서 영일만항의 북방 물동량 확보를 위해 뛰었고, 해양관광산업 육성과 민간 투자 활성화 가능성을 높였다고 한다. 이강덕 시장과 동행한 포항시 대표단의 일원은 “이 시장이 일중독에 빠져 있더라”는 얘기까지 했다. 출장 기간 중 그날 업무가 늦은 시간까지 계속돼 동행한 대표단과의 만찬을 겸한 식사자리도 늦게 시작했었고 다음날 일찍 강행군이 이어져서 고단한 출장이었다고 한다. 이런 노력들이 이 시장의 임기 마무리 시점에 구체적 성과와 좋은 결실로 이어지기를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기대한다.하지만 이강덕 시장에게 귀에 쓰지만 며칠 전의 일에 대한 고언을 하고자 한다.지난달 29일 제220회 포항시의회 본회의장은 `생활폐기물 에너지화 시설(RDF) 민간투자 사업`의 마지막 진통과 숨고르기에 모두가 힘들어하며 RDF 실시 협약 동의안의 처리를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2008년부터 시작된 사업이 이제 마지막 의회 동의안 처리를 남겨두고 있었고, 본회의장 방청석에는 피해 우려 지역 주민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또 밖에서도 많은 주민들이 그동안의 요구가 받아들여지기를 간절히 바라며 동의안 처리 결과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었다. 각 상임위별 보고와 의결이 진행되는 가운데 RDF 안건의 보고에 대해 해당 지역구 시의원의 의사진행 발언과 요구에 의장은 정회를 선언했다. 이에 전체의원들은 간담회장으로 자리를 옮겨 이 사안에 대해 좀 더 주민들의 의견과 집행부의 사업 추진 당위성을 청취하는 자리를 갖자는데 의견을 모은 후 주민 대표와 시장을 기다렸다.하지만 시장은 오지 않았고 다른 직원을 통해서 “민원인과의 자리에서(거론하기에는) 부적절한 내용이 있을 수 있으니 주민 대표에게 양해를 구해 간담회장 밖으로 나가게 하자”는 뜻을 전달해 왔다. 결국 주민 대표가 이를 받아들인 뒤 전체 의원들은 시장의 입장을 다시 듣는 시간을 가졌는데 이때까지는 그다지 문제가 없었다.하지만 문제는 다음이었다. 이날 시장은 32명의 주민대표로 이뤄진 시의회에서 의원들을 앞에 두고 `여러분`이란 단어를 선택한 뒤 부하직원을 앞에 두고 훈계하거나 업무 지시를 하듯 말을 이어갔다. 심지어 피해지역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논란의 여지가 충분한 단어를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해당지역 시의원이 “표현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자 시장도 즉각 맞서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어 시장이 냉랭한 표정으로 돌아서자 많은 의원들은 놀라움은 물론 취임 후 1년간 보여 온 서민적이고 항상 약자의 편에서 먼저 자신을 낮춰온 모습을 떠올리며 비교할 수밖에 없었다. 여러 의원들은 “오늘은 포항시장이 아닌 경찰청의 수장으로서 부하직원을 다루는 듯 해 많이 놀랐다”고 입을 모았다. 누구든 실수는 할 수 있고 본인의 의도가 언행을 통해 남에게 그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일은 많은 사람들이 받은 느낌이 똑 같다는데 문제가 있다. 물론 본회의장에서 주민들로부터 받은 항의에 단체장으로서 몹시 서운하고 감정이 상했던 점은 충분히 이해한다.세상의 만사는 서로 간의 신뢰와 진심이 뒷받침돼야 좋은 결실로 끝날 수 있다. 지금 취임 1년을 눈앞에 두고 이강덕 시장은 자신의 장점인 소통과 겸손의 자세를 더욱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그는 52만의 시민을 대표하는 포항의 리더이다. 현재 포항이 힘들다고 한다. 인구는 감소추세고 경북도 내 법인 지방세도 구미에 400억여원이 뒤졌다. 이강덕 시장이 지난 1년간의 어려움과 성과를 성찰함으로써 포항의 위기를 잘 극복해 향후 미래에 더 큰 역할과 꿈을 펼칠 수 있도록 그릇을 더 크게 키워나가기를 기대한다.

2015-06-02

포항 자매도시 후쿠야마市, 그 친절함에 반하다

▲ 최현태 포스텍 화학공학과 3학년 응원단 `치어로` 단장포항시에서 일본 자매도시인 후쿠야마시 장미축제에 공연단을 데리고 간다는 소식을 들은 건 올해 2월 초였다. 당시에는 다른 일로 바빴고 또, 기본적인 일정만 나왔던 터라 공연에 관한 생각은 금새 머릿속에서 잊혀졌다. 개강이 되고 벚꽃이 필 무렵인 3월 중순, 다시금 포항시청에 알아보고 본격적인 공연 준비에 들어갔고 3개월 동안 여권 발급, 공연 안무 다듬기 등 여러 준비를 끝내고 드디어 지난 15일 설레는 마음으로 일본 후쿠야마시로 출국하게 됐다.지리적으로 그리고 문화적으로 그리 동떨어진 나라는 아니지만 그래도 타국은 타국이므로 처음 일본 공항에 내렸을 땐 두려움 반 설렘 반이었다. `일본에서 영어 통하기를 바라지마라`라는 말을 익히 들었고 또, 일본어라고는 `아리가토 고자이마스`,`이치, 니` 정도밖에 모르는 내가 과연 일본 사람들과 교류가 가능할지에 대한 생각도 많이 들었다.하지만 그 걱정은 일본에 도착한 그날 밤 완전히 사라졌다. 호텔에 체크인한 후, 휴대폰 충전기를 빌려달라고 어눌한 말로 표현했을 때 호텔 직원은 전혀 개의치 않고 천천히 우리말을 들은 다음 이내 웃는 얼굴로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본어가 통하지 않는다는 두려움이 깨지고, 그동안 익히 들어왔던 일본 사람들이 친절함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일본에서의 첫날밤이 지나가게 되었다.둘째 날도 첫날밤과 다르지 않았다. 다만, 공연 전날이어서 그런지 “타국 사람들이 내 제스처를 알아보고 반응해줄까”와 같은 고민거리가 자기 전에 많이 들었다. “공연 시작 전의 멘트도 일본말을 해야 하는데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와 같은 고민도 역시 많이 생겨났다.드디어, 공연 날인 대망의 셋째 날이 밝았다. 후쿠야마시의 대 행사인 장미축제 현장에 가자 많은 부스들이 우릴 반겼다. 부스를 돌아다니는 동안 한 번 더 일본인의 친절함을 엿볼 수 있었다. 말이라고는 `하이`라는 말밖에 할 줄 모르는 관광객들에게 하나하나 친절하게 가르쳐주고 번역기를 써가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한국어로 보여주는 모습에 다시 한 번 감탄했다. 나같으면 포항을 찾은 외국인들에게 저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마저 들었다.이윽고, 장미축제에서 공연이 다가왔고 우리는 무대에 올랐다. 무대에 올라보니, 한국에서의 관객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박수를 유도하는 대로 박수를 쳐주고 또, 곡이 끝나고 환호해주는 모습까지도 거의 비슷했다. 그래서인지 더 편한 마음으로 공연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공연이 끝나고 퍼레이드가 진행됐다. 땡볕 아래에서도 많은 일본인들이 갓길에서 우릴 반겨주면서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 분들을 보면서 일본인과 교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됐다.우리의 메인 공연과 퍼레이드가 모두 끝나고 후쿠야마시를 떠나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자 우리는 작별의 아쉬운 마음이 밀려 들었다. 매번 통역해주고 안내해주느라 고생한 포항시 관계공무원들의 친절함에 지면으로나마 감사드린다. 그리고 맛있는 음식까지 마련해준 후쿠야마시청 직원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어쩌면 헤어지는 그 자체가 야속하게 느껴졌을 정도다. 비록 짧다면 짧은 후쿠야마에서의 3일이었지만 내게 있어선, 일본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좋은 추억거리를 안고 돌아왔다.신록이 우거진 캠퍼스 잔디밭에 앉아 후쿠야마에서 보낸 3일을 곰곰이 생각해 봤다.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 그 친절함에는 반하지만 정서는 우리와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2015-05-29

`노인친화도시 조성`이 창조도시 밑거름

▲ 한상호포항시 노인장애인복지과 노인요양담당 달력에는 어버이날, 노인의날 등 유독 부모와 노인과 연관된 기념일이 두 번 있다. 이는 부모에 대한 효(孝)와 노인 공경을 통해 이 사회를 인간답게 만들자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우리는 살아오면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도덕성에 대한 교육을 받아왔다. 하지만 입시 위주 교육과 물질만능주의로 인성(人性)이 상실되고 급속한 노령화 및 핵가족화로 고독, 무위, 빈곤, 질병 등 각종 노인문제가 발생한 지 오래다.나의 부모이자, 앞으로 나의 형상이 될 노인이 사회적 님비 현상에 따라 도시에서 이제 갈 곳을 잃고 외곽지로 밀려나고 있는 실정이다. 포항시 독거노인 중 노인돌봄기본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는 2천47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거주지별 분석표에 따르면 북구 778명, 남구 734명, 도심 964명으로 도심지역에 40%가 거주하고 있다. 평균 25%의 공실률로 집계되고 있는 포항지역 31개소 노인요양시설 중 도심지역 8개소의 공실률은 0%이다. 노인들이 외곽지 보다는 도심지역에 거주하기를 원한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노인들은 가족과 함께 있기를 원하고, 좀 더 가까운 곳에서 나의 피붙이가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길 원하지만 부족한 노인복지시설로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도심형 노인지원복합타운 조성을 위해 관공서와 폐교의 활용 방안이 모색돼야 할 시점이 왔다. 현재 시내 중심가에 위치하면서 매입자가 없어 방치되고 있는 포항교육지원청 부지 등이 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슬럼지역 내 주택 재활용을 통한 주간보호 노인전문치매시설로 확충 방안도 강구돼야 할 것이다.노후 연립주택 1층을 재활용한 노인주간보호시설을 동단위로 설치해 치매노인을 전문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민간 소규모 어린이집 형태로도 확산시킬 수 있다. 행정기관과 기업이 나서서 함께 만들어가는 노인복지공간 조성도 생각할 수 있겠다.대구시는 KTG 소유 부지를 공원에서 상업지역으로 전환해 주고 KTG는 이 곳에 아파트를 세우는 한편 공원 조성과 노인전문요양시설을 건립해 행정기관에 기부채납한 것이 좋은 사례다. 이처럼 우리 생활과 밀접한 시설물을 도심구조에 맞게 리모델링하거나 새롭게 만들어 노인시설로 운영한다면 외곽지로 떠도는 노인들을 불러올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우리 모두가 노년에 자녀들과 이별아닌 이별을 겪지 않고, 마지막까지 가족과 함께 행복한 삶을 영위 할 수 있는 곳이라 생각된다.포항시가 발빠르게 미래 노인 인구를 위한 기본인프라 확충을 추진한다면 포항시민은 안정된 울타리 안에서 더 행복하고 활기찬 노후를 보낼 것이라고 확신한다. 현재 포항시가 추진하고 있는 노인복지대책이 계획대로 제대로 이행된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세계 각국은 저마다 노인을 위한 `고령친화도시`를 건설 중에 있다.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유럽선진국은 물론 일본 등 초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 중인 아시아 국가들도 이에 편승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의 가장 일반적인 현상은 인생황혼기, 양로와 요양을 필요로 하는 노인들이 도심으로 역(逆)이주하는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창조도시 포항`을 지향하는 포항시도`노인친화도시형 포항`구상을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하고 실행해야 한다. 결국은 지금 살고 있는 우리 부모세대의 문제가 아닌 아닌 바로 우리세대가 직접 겪어야 하는 현실이기 때문인 것이다. 포항이 그 어느 도시보다도 노인복지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싶은게 담당 공무원으로서 솔직하게 듣고 싶은 소리다.

2015-05-14

춘일단상(春日斷想)

▲ 김학서봉화군 봉성면장 올해도 어김없이 온 산천에 흐드러지게 핀 진달래가 계절을 밝혀주고 있다. 진달래는 봄이 시작되면 우리나라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을 만큼 널리 퍼져 있어 꽃을 따서 먹기도 하고 화전을 부치거나 두견주라 하여 술을 빚기도 했으며 신라 헌화가에서 소월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시인 묵객들의 안주로 개나리와 함께 봄을 알리는 대표적인 꽃으로 사랑을 받아 왔다.이렇게 진달래의 계절이 돌아오면 필자는 해마다 가슴앓이를 하는 것이 습관처럼 되었다. 아주 오래전 몹시 무덥던 6월 전봇대 붙들고 울어주는 여인 하나 없이 안동 훈련소를 거쳐 보병 25사단에 배치되어 군에서 맞은 첫봄의 가슴 쓰린 기억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그 당시에 북한은 땅굴을 남쪽으로 여러개 팠는데 우리 소대는 대대본부에서 떨어져 나와 임진강변에 자리를 잡고 야간에 적이 착암기 같은 것으로 땅굴을 파는 소리를 찾아내는 일이 주 임무였다.첫 휴가가 며칠 남지 않은 어느 봄날 여느 때와 같이 야간 근무를 마치고 초소 주변을 정리하고 있는데 전북 익산이 고향인 선임하사가 큰 나무 한 그루 없고 온통 진달래뿐인 125 고지를 가리키며 `저 산 위에 진달래가 저렇게 빨간 것은 6·25 때 우리 국군이 흘린 피`며 `중공군과 싸우느라 아군 군번(인식표) 한 트럭을 쏟아 부었다`고 했다. 선임하사의 말은 조금은 과장된 표현이긴 하겠지만, 우리 국군이 많은 희생을 치르고 고지를 지켰다는 것이다. 가만히 살펴보니 125 고지뿐만 아니라 임진강변의 모든 능선이 핏빛 진달래다. 얼마나 많은 청춘이 여기서 꿈을 접었을까? 핏빛 진달래는 우리 국군이 흘린 피로 더욱 붉다는 선임하사의 말은 육군 일병의 새파란 가슴에 대못이 되어 그날 저녁 근무시간에는 졸지도 못하고 새벽이 올 때까지 잠을 이룰 수 없었다.이젠 제대한지 30년도 넘어 당연하게 군에서의 일은 잊어야겠지만 이맘때 진달래를 보면 목젖이 아려오고 콧등이 시큰하다.올해는 광복 70주년으로 여기저기서 다양한 기념행사를 추진하고 있지만 조국을 지키기 위해 산화한 이들의 값진 희생으로 오늘이 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겠다. 생각해 보면 우린 지난 70년 앞만 보고 쉬지 않고 달려왔다. 또한 앞으로 달리기만 할뿐 어떻게 달려왔는지 돌아보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 바둑에서도 다음을 기약하기 위해 복기(復碁)를 기본으로 하는데 말이다. 지난 세월 참으로 많은 일을 겪었다. 광복의 기쁨도 잠시 남북으로 나눠져 피를 흘렸고 산업화를 위해 땀을, 민주화를 위해 눈물을 흘렸다. 그 피와 땀과 눈물을 밑거름으로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성공시킨 나라, 원조를 받던 최빈국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 무역규모 1조 달러를 달성한 IT 강국으로 국제무대에서 어깨를 펼 수 있는 세계의 당당한 일원이 되었다.지난 겨울 영화 `국제시장`에 관객이 많이 몰렸다. 그 덕분에 세대간의 갈등도 좁혀졌다고 한다. 우리의 아버지와 형과 누나는 서독의 탄광과 병원에서 베트남의 밀림에서 중동의 모래바람 속에서 `힘든 세월에 태어나 온갖 세상 풍파를 자식이 아니라 자신이 겪은 것이 다행`이라는 `덕수`처럼 살아왔다. 이제 신산스런 세월을 견뎌 조금은 안온하게 살고 있지만 이 행복을 오래 누리려면 고통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창업(創業) 보다 수성(守成)이 더 어렵다고 하지 않은가. `덕수`의 모진 세월을 다시는 겪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중국에선 황사 바람이 몰려오고 태평양의 물결도 여전히 높다. 내부의 모순 때문에 어렵고 힘든 때가 많았지 외적(外敵)이 강하여 위태로웠던 경우는 드물다. 피땀 흘려 지키고 가꿔온 이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하여야 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나라가 비록 태평하다고 어려운 때를 잊으면 반드시 위기가 오기 마련이다.

2015-05-04

추억의 포항역

▲ 조진포항시의원 #장면 1=1963년경 초등학교 4학년 때였나. 포항시 남빈동에 살던 필자와 동네 친구 K는 어느 봄날 학교를 `땡땡이`치고 놀러 가기로 했다. 둘이서 시내를 돌아다니다 점심 때가 되어 도시락을 먹어야 하는데 마땅히 갈 곳이 없던 우리는 포항역으로 갔다. 역 안에서 `밴또`를 까먹고 하교 시간에 맞춰 각자 집으로 돌아 갔는데 집에 오니 아버지와 인부 몇이서 마당에 큰 나무를 심고 있었다. 그런데 집으로 들어서던 필자를 발견한 아버지, 대뜸 커다란 대문 빗장을 들고는 “너 오늘 학교 안갔지?”하며 쫓아 오는게 아닌가. 혼비백산해 도망을 가는데 정말`걸음아! 날살려라!`하고 뛰었다.`잡히면 죽었구나`하며 수 백 미터를 뛰었는데 다행히도 그 어린 아이가 아버지를 따돌렸다. #장면 2=1979년 7월 포항역. 학업 때문에 한참 늦은 나이에 육군 입대를 위해 입영열차를 타러 나온 필자와 장정(壯丁)들, 그 가족들이 대합실로부터 승강장 주변에 여기저기 모여 이별을 하고 있다. 머리를 빡빡 깎은 장정들이 객차를 가득 메우고 출발 준비를 하는데 창가에서 하염없이 우는 가족들. 필자의 어머니와 여동생도 충혈된 눈으로 연신 눈물을 닦아내며 차창에 매달려 있다. 이제 곧 출발하면 충남 논산훈련소로 달려갈 입영열차. 호송을 맡은 기간병들이 매서운 눈초리로 장정들에게 주의사항과 행동요령을 가르치면서 군기를 잡는데, 생전 처음 군대가 어떤 곳인지 실상을 마주하는 장정들은 긴장 속에서 비지땀을 흘리며 숨도 제대로 못쉬었던 객차 안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장면 3=2007년 12월 이명박 대통령 후보, 그리고 2012년 12월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유세가 열린 포항역 광장. 구름처럼 모여든 수만 명의 지지자와 시민들 속에 후보가 등장하자 우레와 같은 함성으로 광장이 떠나갈 듯 하다. 가까이서 얼굴 한번 더 보고, 손 한번 잡아 보려고 밀치고 밀리면서 서로 웃던 순간이 기억 속에 또렷하다. 포항시의 큰 옥외 행사가 있을 때마다 집회장소로 이용되던 포항역 광장. 포항의 중심이자 고향마을 앞마당 같은 곳이었다.그 옛날 포항사람들의 추억과 애환(哀歡)이 서린 포항역. 역(驛)은 사람들이 만나고 헤어지는 인생의 축소판이라 하였던가. 경부고속도로 완공에 이어 1972년 포항 고속버스가 개통되기 전까지 서울로 가는 거의 유일한 교통수단이 열차이던 시절. 포항에서 출발한 기차가 경주역에서`노리카에`(乘換·열차의 기관차를 떼어서 반대 방향으로 옮겨 붙이는 것)하고 대구를 거쳐 서울로 가는데 거의 9시간이 걸렸던 것으로 기억된다.포항역 앞에는 숙박시설도 많이 있었지만 당시 역 바로 앞에 `신선소주`와 `동방사이다`라는 향토 브랜드의 큰 광고판을 단 회사도 있었다. 신선(神仙)소주는 고구마로 담근 증류주(蒸溜酒)로 빨리 취하고 빨리 깬다하여 꽤 인기가 있었고, 동방(東邦)사이다는 지금의 `천연사이다`와 비슷한 맛으로 지역에서 애용되었으나 두 가지 모두 어느새인가 대형 메이커에 밀려 사라지고 말았다.포항역에서 도보로 불과 10여 분 거리에 동해안 최대의 재래시장 죽도시장이 있고, 시장에서 또 10여 분 거리에 송도해수욕장이 있어 수많은 관광객이 열차를 타고 포항을 다녀갔다. 이제 KTX 개통과 함께 흥해로 옮겨간 포항역, 추억이 서린 포항역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현재 구(舊) 포항역 부지 활용 방안에 대하여 용역조사가 진행 중이고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필자 소견으로는 구 역사(驛舍) 건물 만은 보존하고 포항역에서부터 죽도시장, 송도해수욕장으로 연결되는 관광코스를 개발해 `근대 포항역사(歷史) 거리`로 조성하면 포항 도심의 역사도 보존하고 관광자원화도 이룰 수 있지 않겠나 생각된다.

2015-04-30

`포항중성리신라비 국보 승격`에 부쳐

▲ 배용일포항문화원장 문화재청이 2015년 4월 22일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신라 비석으로 추정되는 `포항 중성리 신라비를 보물에서 국보로 지정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왔다. 3년전 2012년 2월 22일 `포항 중성리 신라비`가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제1천758호로 지정돼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보로의 승격이 예고돼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오랫동안 기다리던 소식은 바로 포항 중성리 신라비의 국보 승격이었다.포항중성리신라비는 시 승격 60주년이었던 2009년 발견됐다. 1면 12행에 걸쳐 모두 203자를 새긴 것으로 냉수리신라비(국보 264호)처럼 `지역에서 분쟁이 생겨 중앙에서 귀족들이 현장을 방문해 이를 해결한 후 다시 분쟁이 있을 경우 중죄에 처한다`는 내용이 담긴 포고문이다.그동안 정확한 제작 건립 시점을 둘러싸고 논란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국보로 지정된, 지증왕 4년(503)에 작성된 `포항 냉수리 신라비`와 법흥왕 11년(524)에 작성된 `울진 봉평리 신라비`보다 앞선 지증왕 2년(501)에 세운 것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해 포항중성리신라비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신라비로 자리매김 되었다.한 지역에서 2기의 비석이 발견된 사례는 지금까지 없었다. 두 비가 세워진 포항의 흥해·신광지역은 신라 왕경의 정치·경제·군사의 요충지, 즉 왕궁과 6부 등 귀족세력의 경제력 근간인 토지소유와 주민지배를 가능케한 왕경의 근기 수취지역이며 1급 직할 배후지로서 국가 운영의 기반이 되었던 곳임을 밝혀주고 있다.포항중성리비의 발견으로 포항 역사·문화의 새로운 조명이 시작돼 포항이 신라문화의 중추적 요람으로 발돋움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2009년 9월 3일 경주에서 열린 `포항 중성리신라비`학술심포지엄에 이어 2009년 10월 7~8일 포항시가 주최하고 포항정신문화발전연구위원회와 한국고대사학회가 주관한 `신발견 포항 중성리신라비에 대한 역사학적 고찰 ` 학술대회가 연이어 개최됐다.시 승격 6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에 자칫 그냥 묻힐 뻔 했던, 포항과 한국고대사의 새로운 역사적 문화유산의 발견은 5월 11일 흥해 중성리 도시계획도로 공사현장에서 인근 주민 김헌도씨에 의해 이뤄졌다. 그는 가로 45㎝, 세로 105㎝, 두께 10㎝ 가량 크기의 비석을 발견하고 바로 13일 오후 경북매일신문사에 근무하는 친구 이창형 국장에게 제보했다.신문사는 향토사학자들에게 알려 배용일 포항시사집필위원장과 이희특·이상준 시사집필위원들이 13일 오후 현장에서 비문을 1차 판독한 결과, 이 비석의 제작 시기는 5~6세기초이며 국보급 이상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추정했다. 이튿날 5월 14일 아침 처음으로 경북매일신문의 특종기사가 `국보급 추정 신라비석 발견`의 제목으로 보도되자 포항시민, 한국고대사학회 교수 및 문화재청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날 아침 8시경 필자는 한국학중앙연구원 김정배 원장, 국립중앙박물관 최광식 관장 및 한국고대사학회 교수들에게 소식을 전하고 포항시청 문화관광과에서 문화재청으로 매장문화재 신고를 하도록 했다. 곧 산하기관인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에서 보도자료를 배포하자 각 방송국과 전국적인 일간지 및 지방신문에 보도됨으로써 학계와 일반 국민들에게 비 발견 사실이 널리 전파됐다.포항중성리신라비의 발견 이후 학술대회가 2년 사이에 몇 차례가 열리고 24편의 논문이 작성돼 비의 역사적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밝혀주고 있다.포항중성리신라비의 발견으로 포항지역은 고대 신라문화의 요람으로 발돋움하게 됐으며, 이를 계기로 환동해 국립박물관(가칭) 건립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이어지고 있다.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에 보관 중인 포항중성리신라비와 다른 지역에 보관된 포항의 귀중한 문화재를 우리 고장에서 보존토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경제와 문화가 어우러진 21세기 선진 해양관광문화도시로 함께 하는 변화, 도약하는 창조도시 포항의 새 시대 창출에 지혜와 능력을 발휘해야 할 때이다.

2015-04-27

일자리 패러독스

▲ 최원삼경북동남권인적자원개발위원회 운영단장·경북동부경영자협회 상임부회장 현재 한국의 `일자리 패러독스`는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을 넘어 현재 대한민국의 이중적 노동시장구조에도 연관성이 있다. 최근 WEF(세계경제포럼)의 2014년 조사에 의하면 한국은 144개국중 26위의 국가경쟁력을 가지고 있지만 노동시장 효율성에서는 86위, 노사협력 132위, 고용 및 해고관행 경쟁력은 106위로 밑바닥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또한 OEDC 한국경제보고서(2014)에서는 정규직의 과보호로 기업은 고용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있음을 비정규직 문제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고용보호와 임금의 연공성은 `기업의 정규직 채용기피-고용 위축-실업증가-경제성장률 하락`이라는 악순환을 초래하게 만든다. 저성장에 따른 장기침체, 초고령화사회로 진입, 정년연장 의무화등으로 우리는 노동시장에 큰 혼란이 예상되는 만큼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고 이중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기이다. 한발 앞서 노동시장 개혁을 이룬 독일이 고용율 70%를 조기에 달성했을뿐만 아니라 초고령사회로 진입했음에도 여전히 높은 국가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고령화사회로 접어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앞서 서술한 NCS가 눈높이를 극복하고, 직무급제의 단점을 보완한다면, 일학습병행제는 정규직의 채용기피 현상 및 고용 위축현상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일학습병행제`란 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하여 주로 해당 근로자의 근무장소 또는 해당 기업의 생산시설ㆍ장비를 활용하여 기업 내의 전문적인 기술·지식이 있는 자로 하여금 해당 근로자의 직무수행에 필요한 지식, 기술, 소양 등을 전수하는 교육훈련과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근무장소 또는 생산시설과 분리된 시설이나 교육훈련기관에서 실시되는 교육훈련을 함께 제공하고 그 결과에 따라 자격 또는 학력 등으로 인정받도록 하는 교육훈련을 말한다.현장에서 실무를 배우고 현장에 적합한 교육을 통해 기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숙련자들이 학습근로자 신분으로 배치되고 더불어 정부가 이를 수행한 기업에 금전적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고용축소, 정규직 채용기피 현상의 부분적 해소방안이 될 것이다. 물론 낙관적인 측면만을 기대해 방심해서는 안된다. 일학습병행제의 긍적적 효과를 제대로 향유하기 위해서는 일학습병행제를 도입하는 기업도 제도를 믿고 인내를 가져야 할 것이며, 일학습병행제를 구성하게 되는 NCS역시 기업의 현실에 맞게 적절히 녹아들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우선적으로 현재 추진중인 NCS기업컨설팅 사업이 성공적으로 기업에 스며들어야 할 것이며, 성공적으로 NCS가 녹아든 기업에 우선적으로 일학습병행제를 도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독일의 하르츠개혁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독일노총(DGB)의 협력없이는 불가능 했다. 독일이 하르츠개혁이 노동시장의 구조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이러한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고용율 70%를 달성하게 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에 이견은 없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성공적인 개혁의 이면에는 빈부격차를 유발하고, 노동 유연성은 좋아진 반면 소위 `mini-job`이 대폭 늘어나 노동자들은 과거보다 열악한 조건의 일자리를 억지로라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는 비난을 부정할 수는 없다.동전도 양면이 있듯 변화에는 좋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양면의 그늘은 어쩔 수 없다고 방관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과정에서의 그늘을 두려워하지 말고 뒷면도 밝게 비추는 것이 패러독스 철학의 핵심이다.앞서 말한 NCS와 일학습병행제는 현재 우리가 당면한 일자리 미스매치,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원만히 해결할 수 있는 핵심적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변화에 노동계, 산업계, 정부등 모두가 이러한 변화를 수용하고 성공적인 변화를 위한 인내와 믿음이 필요한 때이다.

2015-04-14

오늘 나를 있게 한 것은 도서관이었다

▲ 황병한 포항시평생학습원장살고 있는 집옆에 동네 도서관이 있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도서관을 내 집 안방 드나들 듯 편안하게 이용하는 도시, 단순히 책을 빌리고 시험공부를 하는 독서실 같은 도서관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워가고, 의욕과 호기심이 넘치는 시민들이 지식을 탐구하는, 나아가 미래를 꿈꾸는 도시.지난 2007년부터 시작한 작은도서관 조성사업을 통해 지역별로 36개의 작은도서관을 운영 중인 포항시의 모습이다. 포항시는 이 같은 36개의 작은도서관과 함께 대잠도서관과 영암도서관, 오천도서관, 동해석곡도서관, 어린이영어도서관 등 5개의 시립도서관도 운영 중이며 드디어 오는 7월 29일 준공예정인 연면적 9천812㎡ 도내 최고의 포은중앙도서관이 준공을 앞두고 막바지 공사를 진행 중에 있어 명실상부한 전국최고의 도서관도시이다.도서관 인프라만큼 포항시민들의 독서 열기도 타 지역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시립도서관과 작은도서관이 보유하고 있는 도서는 60여만 권에 이르러 한곳 평균 1만6천권을 보유하고 있어 기초자치단체 가운데는 전국 최고 수준이다. 특히 지난해 작은도서관을 이용한 시민은 25만5천여 명에 이르며, 대출도서 20만여 권에 작은도서관이 마련한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한 시민만 1만명을 넘어섰다. 이 같은 수치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포항시가 다른 지역에 비해 도서관 운영과 이용에 있어서 좋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 것은 그동안 도서관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인문학을 비롯한 각종 문화강좌, 유아와 엄마를 대상으로 한 독서문화운동인 `북스타트21`을 비롯해 초등학생을 위한 동화구연 교실, 청소년을 위한 독서 강좌 등 재능기부 활동과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지속적으로 운영해 온 덕분이다.이렇듯 도서관이 지역의 사랑방 역할로 인기를 모으면서 지속적인 도서 확보와 도서관 관리라는 새로운 고민이 생기게 됐다. 이에 따라 포항시에서는 우선 금년말까지 시민이 참여하는 도서기증운동과 향토자료수집운동을 전개하고 있다.도서 확보의 경우 규모가 큰 시립도서관과의 통합대출서비스를 활성화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범시민 `도서기증운동`을 전개하여 집집마다 책장에 꽂힌 읽은 책들을 서로 나눠 읽자는 취지이다. 그리고 이번에 마무리 공사 중인 포은중앙 도서관에 향토자료코너를 신설하여 `향토사료 수집운동`을 계획하고 있어 역사와 문화가 숨쉬는 소중한 향토사료를 모아 먼훗날 다음세대에게 포항사랑운동의 씨앗을 뿌리고 사료를 집중 관리하여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새로 짓는 덩치 큰 도서관을 운영함에 있어 부족한 도서와 향토사료는 이렇게 해결해 나가면서 도서관 관리는 주민들의 손을 활용할 생각이다. 좋은 책을 추천하거나 프로그램 운영 등을 맡을 사서를 채용하기란 쉽지가 않다. 독서모임 등을 통해 참여자들의 재능기부에 기대를 걸고 있다.옛날의 도서관은 왕족을 비롯한 권세가들에게만 개방되던 제한된 장소였지만, 오늘날의 도서관은 특정계층의 독점물이 아닌 일반대중을 위한 공공재가 되었다. 포항시는 53만 시민이라면 누구나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지역문화 커뮤니티의 장(場)으로 도서관을 만들어가고 있다. `도서관이 진화하면 시민의식이 발전하고, 성숙한 시민은 미래를 밝히는 촛불이 된다.`는 말처럼 포항시의 도서관은 오늘도 진화하고 있다.이제 올 하반기에 `포은중앙도서관`이 정상 업무를 시작하게 되면 현재 운영되고 있는 시립도서관, 작은도서관과 함께 주민이 소통하고 힐링 하는 지식문화의 장이 될 것이다. “하버드대학교 졸업장보다 더 소중한 것은 독서하는 습관이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 도서관이었다.”라고 말한 빌 게이츠보다, 더 유능한 인재가 우리 도서관을 통해서 배출되기를 바란다.

2015-04-07

이제는 국가산단 `포항블루밸리`다

▲ 박명재 국회의원우리가 그토록 염원했던 KTX포항노선이 드디어 개통되었다. 우리는 KTX에서 두 가지 의미를 찾아 볼 수 있다. 하나는 포항시민과 동해안 100만 주민이 함께 꿈꾸고 노력한 결과가 현실이 되어 나타났다는 점이고, 둘째는 포항은 KTX시대를 먼저 경험했던 다른 도시들을 뒤따라가는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가 아닌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시장 선도자(First mover)가 되어 KTX의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그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이다.이제 포항의 시대적 과제는 시장 선도자로의 변모이다. 시장 선도자가 된다는 것은 KTX와 더불어 앞으로 개통될포항-울산고속도로시대에 대비하여 기업투자유치와 관광활성화에 역점을 두는 친기업적 포항(Business friendly Pohang), 친관광적 포항(Tourism friendly Pohang)으로의 변모이다.이런 관점에서 포항은 이제 국가산업단지 포항블루밸리 조성에 눈을 돌리고, 힘을 쏟아야 한다.포항블루밸리는 2019년까지 2단계에 걸쳐 구룡포읍·동해면·장기면 일원 184만평 규모로 조성되며, 여기에 기계·철강·선박·자동차부품 및 에너지·IT 산업을 유치하여 첨단부품소재 산업단지로 조성한다. 이 사업은 생산유발효과 22조원, 부가가치유발 5조원, 고용유발 8만명의 파급효과가 기대되는, 포항제철 이래 최대의 프로젝트이다.그러면 블루밸리의 성공을 위한 조건과 과제는 무엇인가.첫째는, 산업단지를 조기에 조성하기 위해서 도로·철도·항만·공항·용수 등 각종 인프라가 적기에 구축되어야 한다. KTX와 포항-울산고속도로를 비롯하여 동해중부선, 동해남부선 등 교통인프라의 획기적 구축과 영일만항 개발 및 안정적 공업용수 공급이 적기에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블루밸리 조성에 발목을 잡았던 공업용수 문제는 총사업비 336억원의 예산을 확보하게 되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둘째는, 저렴한 택지공급은 물론 조세감면과 보조금지급 등 파격적인 투자혜택과 인센티브가 있어야하고, 공장설립 원스톱처리 등 행정서비스의 강화와 함께 산·학·연의 협력, 그리고 관련산업과 연관단지 상호간의 정보·기술·금융·판로 등의 유기적인 협력시스템도 구축되어야 한다.셋째는, 이러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국내외 홍보 등 치밀한 기업투자유치 전략을 마련하여, 여기에 지역의 모든 행정력과 정치력을 집중시키고, 나아가 모든 시민들이 친기업적 마인드로 기업투자유치에 함께 나서야 한다.이러한 블루밸리 조성이 가져올 파급 및 연관 효과 또한 실로 엄청나다.먼저, 블루밸리 조성으로 영일만항 물동량이 크게 늘어나게 되면 영일만대교의 민자 유치가 훨씬 수월해져 영일만대교의 꿈 역시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그리고 8만의 고용인구와 그 가족들이 새로운 관광수요를 창출하여 덕성학원이 추진하는 포항영일만관광단지 조성과 장기면 두원·계원리 일원의 코스타밸리 종합관광단지 유치 등 1조원이 넘는 투자를 촉진시키고, 이는 바로 장기·오천·구룡포·호미곶·동해를 연결하는, 이른바 호미반도 해양관광벨트 조성에도 탄력을 붙일 것이다.또한 구룡포·동해·호미곶 등 블루밸리 인근지역의 진입도로 개설 등 SOC가 확충되고 도시가스 공급이 용이하게 되어 인근주민들의 삶의 질 또한 개선되는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KTX와 포항~울산고속도로 개통, 국가산단 블루밸리 조성, 영일만대교 건설, 영일만항 건설 및 배후단지 조성 등이 이루어지면 포항은 새로운 J자형 국토개발의 중심축이 되어, 그야말로 환동해권의 중심, 유라시아에 이르는 동북아의 물류중심이 되어 환태평양 경제권의 거점도시의 면모를 갖추게 될 것이다.이는 제2의 영일만 신화 창조로 이어지고, 포항은 비로소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가 주목하는 글로벌 도시로 비상할 것이다.

2015-04-06

포항 도시숲에는 지금

▲ 이경식 포항시 공원관리과포항의 도심에는 엄마 품속처럼 포근한 도시숲이 있다.왠지 그곳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쉼을 얻을 수 있다. 우리의 마음을 힐링시켜 주는 그곳은 바로 북구 우현동 폐철로 부지를 이용해 조성한 도시숲이다.도시숲은 시민의 보건휴양·정서함양 및 체험활동 등을 위해 조성·관리하는 산림 및 수목으로 공원, 학교숲, 산림공원, 가로수 등을 말한다. 도시숲은 법적, 물리적 공간개념 이상으로 환경·생태적인 측면과 함께 문화적, 전통적, 공동체(community) 측면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문화와 공동체라는 의미를 내포하며 시민들에게 친근한 용어로 자리잡고 있다.도시숲은 일반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실천적, 문화적인 참여활동을 포괄한다는 측면에서 도시숲의 조성 및 보전·관리 과정에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꽃이 피고 새싹이 돋는 봄이 오면 우현동 도시숲에는 어느덧 봄 내음새로 퍼지는 향기와 오감을 만족시키는 봄꽃들의 향연이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한다.군데군데 넓게 펼쳐진 잔디밭은 유치원생과 어린이들의 최고의 놀이터이다. 나무 그늘 아래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운동기구를 이용해 운동을 하시는 분들, 도시숲이 너무 좋아 아침마다 불편하신 몸을 이끌고 오시는 노부부, 모두 정겨운 모습이다. 숲속의 작은 천국 도시숲은 자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마음의 어린이와 같다.푸른하늘을 보며 새소리를 듣고, 노래 부르며 맘껏 뛰어놀 수 있는 행복하고 즐거움이 가득한 곳이다. 선생님과 산책로를 거닐며 나무와 이야기도 나누며 자연의 소리를 듣기도 한다. 무더운 여름이 되면 도시숲 속에서는 매미소리 또한 정겹게 들려온다. 시설이나 환경이 워터파크나 휴양지에 비해 화려하지는 않지만 숲 속에서 케스케이드 물소리를 듣는다는 게 가장 큰 축복이 아닐까 생각한다.도시숲은 자신만의 색으로 옷을 갈아입는 나뭇잎들과 더할 나위 없이 향긋한 향기로 우리를 유혹하는 고운빛깔의 나뭇잎들, 툭툭 소리를 내며 나오는 꽃망울들…. 이 모든 것들이 우리를 행복하고 즐겁게 해준다. 그리고 겨울이 오면 조용히 다시 봄을 기다리며 휴식에 들어간 도시숲이 흰 눈을 덮어줄 것이다. 가족, 연인, 유치원생, 보행자 등 수많은 사람들이 도시숲을 찾고 또 찾는 이유는 분명하다. 아마도 각 계절마다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말 없이 우리를 반기고 쉬어가게 하는 고즈넉함 때문이 아닐까?오늘날 급속한 도시개발과 도시지역 내 숲에 대한 관리 부실로 도시 생태계의 건강성이 악화되어 가고 있다.도시숲과 명상숲, 가로수 등의 조성을 통해 시민들이 누릴 수 있는 녹색생활 공간을 늘리고 도시생태계 기능을 회복 시키기 위해 관리해야 한다. 도시지역의 산림을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산림공원으로 조성, 도시 녹색네트워크를 구축해 도시숲을 지속적으로 확충해야 한다.또 시민들의 다양한 생태적, 문화적 욕구를 담아낼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해 도시의 생태적 건강성을 높여야 한다. 환경보전이나 환경개선 차원에서는 사회·문화적인 가치와 연계해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도시숲이 되게 해야 한다.이런 가치들이 도시숲 속에서 구현된다면 일상에서 느끼는 작고 행복한 마음들이 우리를 평생 행복한 부자로 살아갈 수 있게 하고 소모되지 않는 마음의 원동력이 되어 줄 것이다.이 봄날에 얼마 멀지 않은 우현동 도시숲을 산책해서 자연과 친구가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행복한 마음에는 사랑과 봄이 몰고 오는 아름다운 향기가 가득찰 것이다.

2015-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