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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미래를 밝히는 음향신호등의 푸른 신호음 - 공직선거법 제65조 4항에 관하여

▲ 이규성경북점자도서관장 1988년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해였다. 출근길 교차로에서 처음으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향 신호등의 신호음이 메아리치듯 고막을 울리던 순간, 온몸에 전해졌던 전율과 흥분은 27년이 지난 지금도 감동적이다. 불안하고 위태롭게 교차로에 홀로 섰던, 20대 시각장애인 청년의 불확실한 미래는 새로 설치된 음향신호기의 `푸른 신호음`을 따라 조금씩 가능성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후 우리 사회는 장애인의 복지와 소수자의 권리 보장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고, 사회, 교육, 문화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상당한 변화와 발전을 이뤄냈다. 그 중에서 변화의 중요한 요소의 하나는 장애인의 참정권 확대를 위한 노력이었다. 중앙선관위는 1992년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의 `거소투표제 실시`, `시각장애인투표보조용구` 사용을 시작으로 1~4급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점자형 선거공보의 제공 등 지금까지 장애인의 참정권 확대를 위한 여러 제도를 개발하고 시행해 왔다. 그리고 지난해 8월에는 오는 4월 있을 제20대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후보자 선거공보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65조 4항을 개정했다. 이 법 개정에서는 임의규정인 시각장애인 선거인을 위한 점자형 선거공보 조항을 의무조항으로 강화하고 점자 미해독 시각장애인에 대한 대책으로 음성형 선거공보를 추가해 후보자가 점자형 또는 음성형 선거공보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후보자는 점자형 선거공보를 작성 제출해야 하되, 책자형 선거공보에 그 내용이 음성으로 출력되는 전자적 표시(음성형 선거공보)를 하는 것으로 갈음할 수 있다.”그러나 이 조항은 점자형 선거공보의 대체 방안으로 음성형 선거공보를 추가했지만 본래 의도와는 달리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우리 국민 중 문맹자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 수 없듯, 시각장애인도 점자 해독자와 미해독자를 정확히 구분할 수 없다. 우리나라 장애인등록제의 기재사항은 장애의 유형, 등급, 원인, 시기에 관한 것이고 장애인 실태조사는 표본조사이다. 이 조항 그대로 선거가 실시된다면 점자형 선거공보와 음성형 선거공보가 시각장애인 유권자의 장애 정도 등 점자해독자이건, 미해독자이건 당사자의 실정과 상관없이 후보자 임의대로 제각각 배포될 수밖에 없다.게다가 중앙선관위가 음성형 선거공보로 채택한 `음성으로 출력되는 전자적 표시`에 대한 시각장애인 이용 실태도 문제다. 음성으로 출력되는 전자적 표시란 음성변환 2차원 바코드 인쇄를 의미한다. 바코드는 거리와 각도 등 카메라의 초점을 정확히 맞춰야 한다. 그러므로 중증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하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그리고 스마트폰은 그 작동이 터치 방식인 관계로 중증 시각장애인인 경우 사용에 상당한 곤란을 겪는다. 따라서 음성형 선거공보는 실효성의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또한 이 법 제65조 점자형 선거공보에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공정성을 위배하는 차별의 문제가 있다. “후보자는 시각장애선거인을 위한 선거공보 1종을 제2항에 따른 책자형 선거공보의 면수 이내에서 작성할 수 있다.” 점자는 일반 활자와 다른 특수성을 지니고 있어 일반 활자로 제작된 책자와 같은 내용의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더 많은 면수를 필요로 한다. 이에 따라 점자형 선거공보에는 책자형 선거공보에 게재된 정보의 일부만 발췌해 수록할 수밖에 없다.이 법 제65조 4항은 시각장애인 유권자에 대한 선거권과 평등권 모두를 침해하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점자 미해독자에 대한 대책방안으로 1~2급 중증시각장애인 유권자에 대해서는 이 법 153조의 투표안내문과 같이 점자형 선거공보와 음성CD, 음성전환 2차원 바코드 등 음성형 선거공보 모두를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일반 활자 선거공보와 동일한 내용의 점자형 선거공보를 차별없이 제공해야만 한다. 그것이 시각적 선거 홍보물의 절대취약계층인 시각장애인의 참정권 보장을 위한 공정선거라고 말할 수 있다.오늘도 음향신호등의 `푸른 신호음`은 시각장애인의 동등한 사회참여를 바라며, 이전보다 훨씬 넓어진 교차로에서 우리사회의 미래를 꿋꿋이 밝히고 있다.

2016-01-05

지방자치 20년, 구미시의회 제200회 정례회

▲ 김익수구미시의회 의장 구미시의회가 회기 200회를 맞았다.지난 1991년 기초의회 의원 선거를 실시하고 같은해 4월 구미시의회 21명, 선산군의회 8명으로 각각 개원한 이후 1995년 제1대 통합 구미시의회로 출범한지 20년만에 맞는 회기 200회로 그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구미시 제7대 의회는 그동안의 성과를 되돌아보고 선배 의원들이 쌓아온 업적을 바탕으로 시민들의 뜻을 대변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하지만 이직까지는 제도적으로나 구조적으로나 미흡하고 불완전한 지방자치가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예를 들면 지방재정운영이라든지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이라든지 완벽한 지방자치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다.일선 공무원들이 땀과 피로 거둬들인 세금의 대부분은 중앙정부의 국세로 들어가니 재정적인 면에서 중앙정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지방의회 인사권 조차도 독립적이지 못하다 보니 선진국형의 강력한 지방자치가 보장될 수 없는 것이다.지방자치단체에서 대형 프로젝트 사업을 추진하려고해도 중앙부처로부터 국비나 교부세를 받지 못하면 자체재원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이 거의 전무한 형편이며, 보편적 복지문제 또한 지방자치단체 스스로 해결할 수가 없는 것이다.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구미시의회는 지방자치 20년 동안 200회의 회기를 운영하면서 크고 작은 변화 속에 주민의 편익과 복리증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구미시의회는 지난 11월25일부터 12월24일까지 30일간의 일정으로 제200회 제2차 정례회 제3차 본회의를 열고 2015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과 조례·규칙안, 동의안 등 25개 안건을 최종 의결했다.올 한해는 대내외적인 어려움으로 모두가 힘든 시기였던 만큼 구미시의회도 이러한 점을 감안해 더욱 고군분투했다.매년 반복되는 지방자치단체의 치적쌓기용 예산이나 선심성 예산으로 지방 재정이 악화되는 것을 막기위해 23명의 전 의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았다.특히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집행부의 지난 1년간 시정업무 추진 전반에 대해 검토해 총 194건을 시정·개선토록 요구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또 2016년도 세입세출예산안 1조1천억원(전년도 대비 200억원 증액) 중 35건에 대해 12억5천만원을 삭감하고, 2015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1조3천446억원(기정예산 대비 956억원 증액) 중 9건에 대해 60억원을 삭감했다.또 사회복지시설 및 보조사업 조사특별위원회는 지난 10월30일 간담회를 열고 위원들의 의견을 모아 그동안 조사 활동에 대한 중간결과를 발표했다.조사특별위원회는 중간결과 발표에서 사회복지사업 보조금을 지원받는 복지시설 및 단체에 대한 사전교육 정례화와 보조금 집행 후 관리 감독 철저, 사회복지시설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사회복지분야의 행정조직 개편 검토를 요구했다.특히 먹고 마시는 1회성 읍·면·동 단위 행사 및 유사 축제 폐지나 통폐합하고 각종 보조사업 중 일몰제를 적용, 일정비율의 의무적 삭감을 통해 꼭 필요한 사업만이 시행될 수 있도록 구미시에 촉구했다.이렇듯 구미시의회는 올바른 지방자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미흡하나마 최선을 다하고 있다.앞으로도 더욱 큰 웅비의 나래를 펴고 쉼없이 발전하는 구미시를 만들기 위해 23명의 전 의원들은 지혜를 모으고 발로 뛰며 시민과 함께 소통하며 고민 할 것이다.그리하여 누구나 살고 싶고, 누구나 감동하는 아름답고 쾌적한 도시, 그 미래의 꿈을 위해 구미시의회가 앞장설 것이다.

2015-12-28

국회의장의 존재감과 피로감

▲ 이대환 작가올해 1월 하순, 라오스. 나는 처음으로 한국 입법부 수장의 존재감을 직접 경험했다. 비엔티안에서 루앙프라방 가는 항공기에는 여행객이 많았다. 만석 같았다. 그런데 이륙시간을 한참 넘겼으나 움직이지 않았다. 안내방송도 없었다. 유엔의 북한인권 결의안에 반대하는 나라가 라오스지. 이러고는 애써 속을 다스리는데 문득 `정의화 국회의장이 탑승하지 않아서`라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다시 십여 분이 더 흘렀다. 한국인 남성들이 웅성거렸다. “비행기 시간에 자기 일정을 맞춰야지, 자기 일정에 비행기 시간을 맞춰야 하나.” 맞는 항의였다. 그래도 나는 얼핏 이런 생각을 했다. 국가의전서열 2위 아니신가.항공기가 착륙했다. 승객들의 짜증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은 안 보이고 그의 수행원들이 많은 가방들을 챙기고 있었다. 한국이었으면 벌써 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을 한국인들이 그들에게 몇 마디 꾸지람을 했다.이튿날 아침, 나는 친구들과 루앙프라방의 유명한 볼거리로 알려진 스님들의 탁발 행렬을 보러 나갔다. 저만치 앞에 정장을 빼입은 남성 하나가 서 있었다. 뉴스에서나 보았던 정의화 국회의장이었다. 우리는 어제 겪은 짜증을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올해 9월 어느 날, 그가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한다고 했다. 나의 첫 반응은 여느 시민처럼 국회의장까지 지냈으면 후배에게 물려줘야 올바른 처신이라는 것이었다. 국회의장은 무소속이니 내년 3월 새누리당에 재입당하여 경선에 나설 것이다, 2017년 대선을 내다보고 있다는 기사도 보았다. 어쩌랴, 인생의 로망이라는데. 나는 이러고 덮었다.지난주에 국회의장의 국가적 존재감이 부각했다. 대통령과 여당 의원들이 요청한`법안들 직권상정`을 격렬히 거부한 때문이었다. 다만 그날 정 의장은 선거구 획정안에 대해선 “입법 비상사태가 발생하는 만큼 결단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현행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고 밝혔다. `결국 현행`이라니? 부산에는 김무성의 영도구와 유기준의 서구에다 정의화의 중·동구를 쪼개 붙여야 한다더니 이걸 없애겠다는 뜻도 담지 않았는가?그 발언에 뒤이어 그가 다시 여야 협상을 주선했고, 그의 지역구도 인구 하한선에서 탈출하는 묘수가 나올 전망이라니, 그날 내 판단은 좀 빗나갈지 모른다. 하지만 판단의 자유는 있다.직권상정 거부도 그렇다. 합법 여부의 문제라 했지만, 경제상황에 대한 판단의 차이가 뚜렷하다. 대통령은 비상한 위기라 보고, 국회의장은 아니라 본다. 그의 존재감을 불려준 언쟁에서 정치적 계산을 싹 빼버리면 바로 판단의 격차가 불거지는 것이다.`YS의 키즈`에 꼽히는 그는 그분 장례식장에서`YS의 IMF사태 책임`을 경감해야 한다는 자못 효성스러운 발언을 했다. 6·25전쟁 후 최대 국난이라 불렸던 그때가 요즘 반면교사로 불려나온다.`구조개혁 성공`이란 단서가 압정처럼 박힌 국가신용등급 상승마저 그때와 흡사하다고 한다. 현재 국가경제 상황에 대해 국회의장이 대통령보다 더 정확히 알까?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야당과 식사하라는 조언이나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거부에 일리가 있듯, 직권상정 요청에도 일리가 있을 것이다.여당 의원들이 직권상정을 청원하는 장면에서 국회의장이 고함치고 자리를 박찬 것이 과연 정치적 해법이었을까? 결말은 속마음에 가둬둔 채로 “야당과 협상하고 또 협상하라. 법안들의 직권상정은 나의 최후 판단에 맡겨 달라”하고 묘한 여운으로 여야를 같이 압박했더라면, 어차피 갑작스레 국회의장이 부각할 상황에서 그 존재감에 피로를 느낀 국민이 훨씬 줄었을 것이다. 국민을 위한 정치와 삼권분립이 아직은 모순관계가 아니다.

2015-12-22

우리 모두 위해 꼭 필요한 월동준비, 가스안전

▲ 김홍철한국가스안전공사 경북동부지사장 추위에 절로 몸을 움츠리게 되는 계절, 겨울이다. 집집마다 따뜻한 겨울나기를 위한 월동준비로 한창 바빴을 때이기도 하다. 김장을 하고, 난방비 절약과 단열을 위해 유리창에 일명 `뽁뽁이`로 불리는 에어캡을 붙이고, 장롱 깊숙이 넣어뒀던 내복을 꺼내입는 게 월동준비의 흔한 풍속도라 할 만하다. 이와 더불어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해 꼭 잊지 말아야 할 월동준비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일산화탄소 중독사고 예방을 위한 가스안전 실천이다.`아니! 연탄가스 중독은 들어봤어도 일산화탄소 중독은 무슨 소리`라고 흘려들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서 실제 사고가 일어나고 있고, 자칫 부주의하면 내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 끔찍한 문제라는 걸 명심할 필요가 있다.지난해 11월 경기도 남양주 한 캠핑장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 중이던 야영객 2명이 난방을 위해 가스연소기를 켜둔 채 잠들었다 사망했다. 2013년 12월에는 서울의 한 모텔에서 배기통 연결부가 빠진 틈으로 폐 가스가 실내로 유입돼 2명이 숨졌다. 모두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사고다.실제 최근 5년간(2010~2014) 가스보일러 등 일산화탄소 중독사고는 28건이 발생해 124명이 인명피해를 입었다.한국가스안전공사 경북동부지사는 겨울철 가스안전을 위한 점검을 강화하고 있지만, 이와 함께 각 개인의 안전에 대한 관심과 주의가 절실히 요구된다.먼저 우리집 가스보일러를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일산화탄소의 실내 유입을 막기 위해 배기통이 빠져 있거나 꺾인 곳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거주 지역의 도시가스사나 LP가스 공급자에게 문의하면 전문적이고 상세한 안전점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가스보일러나 순간온수기는 환기가 잘 되는 곳에 위치해야 하며, 빗물이나 찬바람을 막기 위해 환기구를 비닐 혹은 테이프로 막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환기가 충분히 될 수 있도록 환기구는 반드시 열어 두고, 창문도 수시로 열어 줘야 한다.또한 가스보일러를 새로 설치하거나 교체할 때에는 당연히 자격을 갖춘 전문가에 의뢰해야 한다. 사용자가 임의로 조치하는 도중 적절한 안전 조치가 행해지지 않아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겨울 캠핑시 가스안전도 매우 중요하다. 밀폐된 공간에서는 가급적 가스기기 사용을 자제하고, 추위를 피하기 위해 텐트 내에서 가스등, 가스난로 등 가스기기를 사용해야 할 때는 반드시 환기를 시켜야 안전하다.`사슬은 가장 약한 부분만큼 강하다`는 말이 있다. 많은 부분에서 튼실하고, 안전한 사회라도 자칫 부주의와 방심으로 어느 한 부분에서 균열이 생기고, 사고가 발생하면 크나큰 인명 피해와 경제적 손실 등 사회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따라서, 우리나라가 안전이 바탕이 된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안전의 중요성을 명심하고, 평소 생활에서 안전을 실천하는 안전문화 정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그런 의미에서 지금 바로 안전을 위한 월동준비를 위해 우리집 보일러를 살펴보자. 작은 실천이 바로 일산화탄소 중독사고 예방은 물론 안전한 대한민국 만들기의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2015-12-14

포스코의 끝없는 도전 위해선 보안과 테러예방을

▲ 조일현포항제철소 보안·안전·설비담당 부소장 상무 포항제철소는 국가보안시설 `가`급 기관이다. 우리나라에는 400개가 넘는 국가 중요시설이 지정돼 있고, 위해(危害) 세력의 공격을 받았을 때 국가경제에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해 `가`급 시설로 관리 되고 있는 것이다.이미 포스코는 2006년 외부로부터 본사를 점거 당해 업무가 마비된 적이 있고, 이때 제철소 가동에 차질을 빚으며 하루에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손실과 대외 신인도까지 하락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더불어 지역사회 전체가 아픔을 겪으며 적지 않은 후유증을 낳기도 했다.세계 경제는 끝없는 불황을 겪으며 저성장을 거듭하고 있고, 지구촌 곳곳에서는 크고 작은 분쟁과 무고한 생명들이 희생되는 테러가 발생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경각심을 가질 수 밖에 없으며, 최근 들어 포항제철소와 인접한 항만을 통해 외국인 밀입국 사례가 있어 혹시나 하는 불안감을 감출 수가 없다.포항제철소는 고온의 쇳물을 취급하며, 다양한 가스 시설이 있어 테러에 취약할 수 있다. 만에 하나라도 불순한 세력들에 의해 포항제철소의 설비 하나라도 손상되는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 경제가 마비되는 것은 순식간의 일이 될 수 있고, 엄청난 대가를 치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지난 47년간 값싸고 우수한 철강재를 전후방 산업에 공급하며 우리나라 산업의 눈부신 발전과 함께 경제성장의 토대가 되어 온 포스코가 테러 등 불순함을 가진 세력이나 국가 보안, 안보 시설 파괴 등 북한의 대남 공격 목표물이 된다면, 불행을 넘어 크나 큰 재앙이 아닐 수 없다.포스코는 태풍, 폭우 등 자연 재해예방에도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며 시설물 파괴와 같은 재난 상황이 발생되지 않도록 실전과 같은 다양한 모의 훈련을 실시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전체 산업의 안정성을 고려해 불안을 조장할 어떠한 세력도 원천적으로 침투하지 못 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마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불안한 국제정세와 글로벌 경기침체에 편승해 우리나라와 포스코의 경쟁력을 와해시키기 위한 움직임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 넣은 프랑스 파리의 IS 테러 참극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테러방지 정책을 강화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제도화 하기 위해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국제적으로 심상치 않는 분위기를 감안해 볼 때 이러한 움직임을 절대 가볍게 보아 넘겨서는 안되겠다. 한국도 결코 테러대상국에서 예외일 수는 없는 것이다. 참극이 일어난 후 부랴부랴 대책을 세우는 `사후 약방문`보다는 무고한 국민이 희생되는 것을 사전에 미리 막고, 포스코와 같은 국가 기간산업의 시설 보호를 위해서는 관련법 정비 등 철저한 대비책을 사전에 마련해 놓아야 한다.포스코가 그 동안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며 쉼 없이 달려온 50년을 넘어 새로운 100년을 향해 끝없는 도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로 혁신해야겠지만, 이와 병행하여 보유시설의 유지 보호와 보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제철보국(製鐵報國)`할 수 있도록 시급하게 제도가 마련됐으면 한다.

2015-12-10

`인간의 가치`를 생각하는 아침에

▲ 이대환 작가·박태준미래전략연구소 연구위원나는 `정문술`이라는 한국인을 모른다. 스마트폰 따위에 의존하지 않고도 아는 정보래야 기껏 세 가지였다. 첫째, 정문술은 “부의 대물림을 하지 않겠다”는 신념을 실천하기 위해 잘나가던 `미래산업`의 사장 직위를 자식에게 양도하지 않고 조건 없이 전문경영인에게 물려준 인물이라는 것. 둘째, 내가 `박태준 평전`에 매달려 밤낮 분주하게 머리와 손을 부려대고 있던 2001년 어느 날에 “미래 먹거리 융합연구를 해달라”는 조건만 달아서 300억원을 카이스트(KAIST)에 기부한 인물이라는 것. 셋째, 포스텍 이사회가 포스텍에 `박태준미래전략연구소`를 설립하기로 해서 개소식을 개최한 날(2013년 2월 15일)로부터 일 년쯤 지난 어느 날에 “미래전략을 연구해야 한다”는 조건만 달아서 다시 215억원을 카이스트에 기부한 인물이라는 것. 정문술의 언행은 내 마음에 `존경스럽고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인상을 깊이 새겨줬다. 그의 두 번째 기부는 내 마음에 `부러워하게 만드는 사람이네`라는 한 문장도 머물게 했다. 이것은 `박태준 선생 외에도 민간연구소나 대학부설 연구소가 하는 미래전략연구의 중요성을 잘 이해하는 인물이 계셨고, 저 양반이 먼저 실천하셨네.`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박태준이 민간연구소로서 국가미래전략연구소 설립 의지를 처음 밝힌 때는 지금으로부터 33년 전인 1992년이었다. 그때는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였고 머잖아 김영삼 정부에서 정책기획수석을 지냈던 이각범은 이렇게 회고했다. “국가의 미래전략에 관심이 많았던 나에게 박태준 회장은 국가미래전략연구소를 설립해보라며 포항제철이 중심이 돼서 필요한 자금으로 40억원을 만들어주겠다고 했습니다. 당시 40억원은 지금의 물가에 비추어보면 아마 300억~400억원 규모가 될 겁니다.”박태준의 고귀한 뜻은 무산되었다. 이듬해(1993년) 봄날, 바로 며칠 전 국립묘지에 안장된 김영삼 당시 대통령과 갈등 속에서 그가 포스코를 떠나야 했던 것이다. 그것이 30여년 만에 참으로 조촐하고 소박하게, 마치 하나의 새싹처럼, 한국사회에 조용히 고개를 내민 것이 포스텍 박태준미래전략연구소였다. 그러니 당신이 남겨놓은 소중한 유지(遺志) 하나를 헤아리는 나로서는 `정문술의 뜻`이 한참 부러울 수밖에 없기도 했다.지난 주말에 나는 우연히 어느 책에서 정문술과 대화를 읽게 되었다. 그는 미래전략 연구를 위한 자신의 기부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의식을 드러냈다.“정부도 국가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정부출연 연구소들도 비슷한 보고서를 냅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면 목표와 방향이 하루 만에 달라집니다. 이런 일이 몇 십년째 반복되는 모습을 보면서,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우리나라에는 시류에 휘둘리지 않고 국민 편에 서는 든든한 싱크탱크가 안 보였어요.” 폭넓은 네트워킹을 추구하는 박태준미래전략연구소가 아직 정문술 같은 대담한 의인(義人)과는 인연을 못 맺었으나 찬찬히 성장하는 중이다. 지난 10월에 발간한 미래전략 에세이집 `10년 후 한국사회`가 해당 분야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6월 베트남 하노이대학과 호치민대학에서 `포스코 성공과 박태준리더십의 개발도상국 적용방안`특별강연을 했다. 11월에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유럽리더십경영학회(ECMLG)에 나가 `박태준리더십과 기업가정신`을 발표하고 저널 게재의 제안도 받았다. 오는 3일 연세대 상남경영원에서 대한민국 인사혁신처(처장 이근면)의 후원도 받으며 미래전략포럼 `바람직한 한국 행정관료 생성 메커니즘`을 주최해 기존 관료제에 대한 비판과 혁신안을 제시한다. 박태준미래전략연구소 기획·연구위원으로서 나는 그러한 일들이 새싹처럼 출범했던 연구소의 실제 성장 모습이라고 판단한다. 하긴 박태준정신의 요체가 무엇인가? 일류국가와 그 실현을 위한 무사(無私)의 선비정신과 불굴의 도전의지와 탁월한 미래전략 아닌가. 박태준, 이 인물을 나는 아주 잘 안다. 정문술, 이 인물과 나는 일면식도 없다. 다만, 공통점 하나가 분명히 보인다. 공공(국민과 국가)의 미래 희망과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의 가치`를 지상의 보배로운 자산으로 남겨준 것이다.

2015-12-01

포항스틸러스에 격려와 응원의 함성을!

▲ 이칠구 포항시의회 의장스포츠가 주는 감동과 희열은 참으로 대단하다. 경기장 현장 특유의 긴장감, 승부의 비장함, 포항의 승리를 염원하는 간절함, 모두가 하나된 마음과 열정, 환호 등 포항스틸러스가 우승의 문턱에서 포항시민들에게 전해줬던 감동과 여운은 생생한 추억으로 남아 지금도 나의 가슴을 뛰게 한다.포항스틸러스는 2007년 K리그 성남 원정 우승, 2009년 일본 도쿄국립경기장에서 펼쳐진 아시아 최다인 AFC챔피언스리그 통산 3회 우승신기록 달성, 최근 2013년에는 FA컵 2년 연속 우승으로 국내 최다인 FA컵 팀 통산 4회 우승 신기록을 달성했으며 K리그 팀 통산 5번째 우승으로 대한민국 프로축구 사상 최초로 한 시즌에 K리그, FA컵 동시 우승이라는 더블의 위업을 달성하였다.포항스틸러스의 결승전은 모두 원정경기의 불리한 여건에서 펼쳐졌던 것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모든 불리함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포항스틸러스가 보여준 극적인 반전드라마는 불철주야 생업에 종사하는 포항시민들에게 큰 기쁨과 자부심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나는 아직도 포항스틸러스가 줬던 그때의 감동을 잊을 수가 없다.이렇듯 인구 53만의 작은 도시 포항에 있는 프로팀이 아시아 최고 전통의 명문 클럽으로써 자리매김 하고 있다는 것은 크나큰 축복이다.포항을 대표하는 포항스틸러스는 1973년 창단된 국내 최고의 전통 명문구단이다. 포항스틸러스는 항상 `최초`와 `최고`라는 말과 함께 한국축구발전과 프로축구의 흥행을 이끌며 포항시민에게 자부심과 기쁨을 선사했다.2000년대 초반까지 포항스틸러스는 무한 투자와 스타선수 보유를 통해 국내 최고 인기구단으로서 흥행몰이를 했으며 연고지 포항은 활력이 넘치는 축구도시이자 명실상부한 한국축구 메카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수많은 국가대표를 배출했고, 지금도 포항의 축구 올드팬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는 이회택, 최순호, 황선홍, 홍명보, 라데, 박태하 등 한국축구사의 계보를 잇는 스타의 산실이며 국내 최초로 축구전용구장과 클럽하우스 건립, 국내 최초 유소년클럽 시스템 도입 등 선진 축구인프라를 구축했다.2000년대 후반부터는 한국축구의 조용한 혁명으로 평가받는 스틸러스웨이와 유소년육성 기반 토종 조직력축구 실시 등 축구철학과 문화, 경기의 질로 한국축구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변화를 주도했다. 물질적 무한투자가 아닌 끊임없는 혁신과 실행을 바탕으로 한 포항은 기적과도 같은 극적인 우승드라마를 써 내려가며 포항시민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2016년 AFC챔피언스리그 진출을 확정한 가운데 이제 22일 수원과의 원정경기와 29일 스틸야드에서 펼쳐지는 마지막 홈경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2015년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포항스틸러스에 대한 지역의 관심과 격려, 포항시민들의 성원과 열렬한 응원이 필요한 때이다.포항스틸러스가 AFC챔피언스리그의 맹활약을 통해 포항의 명예를 드높이고 아시아와 전세계에 알리는 홍보효과는 금액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광고효과가 있으며 도시브랜드가치 극대화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포항스틸러스가 자랑스러운 포항이라는 이름으로 20억 아시아인의 축제인 2016년 AFC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해,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처한 우리 포항시민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선사하고 포항의 자부심을 아시아 전역에 떨칠 수 있기를 기대한다.시민을 열광하게 하고 환호하게 만드는 포항스틸러스는 이미 포항시민의 구단으로서 기능하고 있다. 시민들은 스틸야드에서 도전과 단합과 열정을 맛보고, 한마음으로 응원하며 포항의 에너지를 실감한다. 이런 점에 우리는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포항시민과 포항시, 포항시의회가 역할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포항은 지역 경제 한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는 스틸야드의 에너지를 불씨로 53만 시민의 사기를 높이고 시민에게 꿈과 희망을 불어넣을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포항스틸러스가 포항시민들의 희망이 되어 단합과 사기진작의 구심점이 돼주기를 바라며 힘찬 응원을 보낸다. 스틸러스 파이팅! 포항 파이팅!

2015-11-20

구미에 일어난 푸른 기적

▲ 남유진 구미시장공장 굴뚝과 회색연기, 각종 자재를 실어 나르는 트럭들….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구미의 이미지이다. 하지만 이제는 전혀 다른 모습의 구미를 만날 수 있다.금오산과 낙동강이 어우러지고, 도시 어디를 가나 사람과 자연이 함께 하는 건강하고 쾌적한 모습. 낙동강은 변화의 도도한 물길을 만들어냈고, 도시 곳곳은 푸르게 변했다. 지난 10년 사이에 구미 안에서 일어난 푸른 기적 덕분이다.그 변화는 지난 2006년 7월에 시작됐다.필자가 구미시장으로 취임한 2006년은 고유가와 부동산 경기침체 등으로 전 세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던 시기였다.모두가 경제성장을 이야기할 때 필자는 구미의 먼 미래를 위해 당장의 경제성장보다 건강한 도시를 먼저 만들어야한다고 생각했다.`일천만그루 나무심기운동`은 그 일환으로 추진 된 시정 최역점 사업이었다. 2006~2015년까지 10년간, 도심 곳곳에 일천만그루의 나무를 심는 장기 프로젝트였다.처음에는 `일천만그루`라는 양적인 목표로 인한 부담감이 상당했다. 시민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모두의 우려속에서 시작된 사업이지만, 10대 사업을 정하고, 시민들과 힘을 합치니 하나하나 내실 있게 추진할 수 있었다.시청 담장을 시작으로 관공서와 학교의 담장을 허물어 녹지공간을 확충하고, 도로변과 철로변에는 나무를 심어 도시숲을 조성했다.구미의 대표관문인 구미IC에도 소나무, 배롱나무, 메타세콰이어 등을 심어 새롭게 꾸몄다.기업체, 시민단체, 각 가정에서는 헌수와 기념식수로 동참해 주었다.그동안 헌수와 기념식수가 각 161건, 1만5천977건으로 금액만 12억3천600만원에 달했다.이렇게 구미에 터를 잡은 많은 기업체와 기관·단체 등 구미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일천만그루 나무심기운동`은 단순한 나무심기 운동을 넘어 삶의 질을 높이는 시민운동으로 확산되어 갔다.이러한 노력으로 구미는 봄·여름이면 도시 곳곳이 녹색 물결로 넘실거리고, 가을이면 색색의 낙엽이 거리를 수놓는다.또 2014년 산림청이 주관하는 `녹색도시 우수사례 공모`에서 전국 1위(최우수) 수상 등 총 7차례 우수기관상 수상이라는 값진 결과를 안겨주었다.특히, 인동 도시숲과 송정 철로변 도시숲, 도리사 진입로는 2012년 산림청의 `한국의 아름다운 가로수 62선`에 선정돼 구미시의 새로운 명물 거리가 되었다.이제 구미시민들은 “나무를 심어 도시가 변화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녹색도시를 만들겠다는 우리의 꿈이 이루어졌음을 말이다.이젠 구미를 찾는 외지인마다 “구미가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가지고 있는지 몰랐다”, “산업도시인데도 자연이 건강해서 인상적이었다”라는 말들을 한다. 10년 전과 다르게 구미전역이 쾌적한 녹색환경으로 바뀌어 가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지난 4일 10년의 대장정을 완료하고, 시민들과 함께 달성기념식을 개최했다.이날 시민들과 10년간의 대장정에 대한 노력을 기념하고, 꽃씨가 들어있는 풍선을 하늘에 날리며 `제2 일천만그루 나무심기 운동`의 시작을 알렸다.`제2 일천만그루 나무심기 운동`은 기존 관의 주도에서 시민이 중심이 되는 민간주도 방식으로 추진된다.사마천 사기 `화식열전`에 “1년을 대비하려면 곡식을 심고, 10년을 대비하려면 나무를 심어라”는 말이 나온다.구미에 푸른색을 입힌 시책들은 단순히 10년, 20년을 보고 한 것이 아니다. 100년, 200년 미래를 위한 일이었다.이제 겨우 그 초석이 다져진 것이라 생각한다. 한 그루의 나무가 천만그루의 나무가 되었듯이, 머지않아 보다 건강하고 쾌적한`세계속의 명품도시, 구미`의 모습이 완성될 것이다. 43만 구미시민이 만들어 낼 또 한 번의 푸른 기적, 그 힘찬 여정은 이미 시작되었다.

2015-11-18

포항 정치권력의 예의는?

▲ 이대환 작가·문학지 `ASIA` 발행인`대한민국의 위대한 만남-박정희와 박태준`이라는 실록을 집필할 때 나는 다른 저서들의 경우와는 달리 `작가의 말`부터 미리 써두었다. 왜 쓰는가? 이것을 내 작가정신에 똑바로 새겨서 게으름을 스스로 제압하려는 의식적 조치였다. 내가 그 책을 쓴 이유는 3가지였다. 책으로 옮기면서 조금 더 가다듬었지만, 그때 메모를 인용해 보겠다.1) 약속을 지키는 것은 무엇보다 지키는 자의 즐거움이다. “내가 만났던 박통 얘기도 우리가 많이 했는데, 이 선생은 정리해볼 수 있겠소?” 이 질문을 박태준이 나에게 던진 때는 2011년 한가위 무렵이었다. 강요든 청유든 그런 낌새조차 묻지 않은 것이었다, 다만, 말 자체에 예리한 무엇이 번뜩인 찰나는 있었다. 그것을 나는 냉큼 알아차렸다. `박정희`란 이름만 내놔도 삿대질부터 해대는 세력이 만만찮은 세태인데 앞날이 창창한 작가로서 `박태준이 만난 박정희`를 쓸 수 있겠느냐, 이것이었다. 나는 생각을 가다듬어 대답했다. “어떤 가치를 옹호할 것인가, 이 기준의 문제입니다. 옹호할 가치를 개인의 명예관리보다 하위에 두는 것이 정치계도 연예계도 아닌 한국 지식사회의 현실입니다만, 작가까지 그래서는 안 된다고 저는 주장해 왔습니다.” 이래서 내 삶에 하나의 새로운 약속이 성립되었고, 이 책에는 그 약속을 실천하는 뜻도 담았다.2) 고난의 시대는 영웅을 창조하고, 영웅은 역사의 지평을 개척한다. 그러나 인간의 얼굴과 체온을 상실한 영웅은 청동이나 대리석으로 빚은 우상처럼 공적(功績)의 표상으로 전락하게 된다. 이 쓸쓸한 그의 운명을 막아내는 길목을 지키는 일, 그를 인간의 이름으로 불러내서 인간으로 읽어내고 드디어 그가 인간의 이름으로 살아가게 하는 일, 이것이 전기문학의 중요한 존재 이유라고, 나는 생각한다. 두 주인공이 어떤 탁월한 위업을 남긴 인물로만 기억되는 것을 나는 강력히 거부한다. 고뇌, 정신, 투쟁이 반드시 함께 기억돼야 한다. 이것이 국가, 민족, 시대라는 거대한 짐을 짊어지고 필생을 완주한 두 인물에 대한 동시대인과 후세의 기본예의라고 믿기 때문이다.3) 광복70년은 분단70년이다. 분단은 건국의 미완(未完)을 뜻한다. 지금 우리는 건국시대를 감당하고 있다. 건국의 대장정이 앞으로 얼마나 남았는가를 가늠하기 어려운 광복70년, 그 시련과 영광을 성찰하는 자리에서 우리가 가장 한심하게 여기는 것은 정치권력 동네의 후진성이다. 신뢰를 주는 정치권력에 몹시 목말라한다. 그래도 우리의 갈증을 적셔줄 감로수는 광복70년의 한 지층에서 솟아나고 있다. 이 글은 마르지 않을 그 감로수를 받아놓는 일이다. 우리는 중국고사에서 유래한 사자성어에 익숙하지만 아득한 미래의 어느 날부터 박정희와 박태준이 신뢰에 대한 한국고사의 단골로 불려나오며 `쌍박일심(雙朴一心)`같은 사자성어로 거듭날지 모른다.위의 3가지 이유가 아니었다면 나는 두 주인공의 완전한 신뢰관계, 시대적 대의를 위한 순정한 고뇌와 열정과 투쟁과 지혜를 재조명하는 작업에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글이 프리미엄조선에 연재되는 동안이나 책으로 나온 뒤에는 한국의 정치권력 동네, 특히 요새도 포항사람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포항의 정치권력 동네에서 두 주인공이 남겨둔 신뢰와 초심과 순정에 대해 반드시 공부해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포항의 정치권력 동네를 향해 내가 그러한 기대를 가졌던 것은, 싫지만 다시 중국고사를 빌리자면, 연목구어(緣木求魚)에 불과한 노릇이었다.오늘날의 포항을 있게 만든 두 주인공을 추념하는 자리에 시장이 아예 불참한 것이나, 한 정치인이 온다고 하다가 축사를 사양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는 나타나지 않은 것이나, 거기까지 왔던 몇몇이 “내빈소개 의전에 못 들었다”며 행사 시작도 전에 떠나버린 것은 두 주인공에 대한 `결례`의 확실한 증거들이다.정치권력 동네가 지상에 없는 거인의 업적을 말로써 칭송하는 것은 정치적인 립 서비스에 불과하다. 그의 고뇌, 그의 정신, 그의 투쟁을 기억하고 공부하고 실천하는 것이 현재의 정치권력을 행사하기 위한 기본예의다. 국가든 포항이든.

2015-11-04

연오랑세오녀 신화는 포항의 원형(下)

▲ 배용일 포항문화원장영일지역은 일본 태양(일월)신화의 요람으로서 연오랑세오녀 일월신화의 일본 이동의 출발지가 되어 일본 소국의 개국신화로 정착하게 된 것으로 생각된다. 연오랑과 세오녀가 이즈모(出雲)를 중심으로 한 산음(山陰)지역 변읍의 왕과 왕비가 되었다고 추정되는 것은 `일본서기`와 `고사기` 등 일본 사서의 `스사노오노미코도의 출운천강설화(出雲天降說話)`와 아메노히보코(天日槍)의 도일설화 속에 나타나는 내용과 기본 구조를 같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흔히들 신화시대를 제정일치사회라고 칭한다. 이 신화의 구조를 종합할 때 연오랑세오녀가 근기국의 유력한 인사 특히 일월신제와 농경제의를 주재했던 제사장으로 생각된다. 연오랑세오녀 일월신제는 처음에는 삼족오태양숭배의 일월신제에서 출발했으나 선사시대부터 국토방위를 위한 성격이 첨가되고 후대로 오면서 점차 농경제의(農耕祭儀)와 습합(褶合)되어 신라시대에는 천제의 국가행사로 국태민안(國泰民安)의 제의로 뿌리를 내렸으며, 국가 제일(祭日)도 매년 원단(元旦)과 파종·수확기인 봄·가을 2~3회로 지내왔던 것으로 추정된다.넷째, 연오랑세오녀 일월신화는 `동해 바닷가에 사는 해와 달의 정(精)인 연오랑세오녀가 바위를 타고 일본에 건너가 그곳의 왕과 왕비가 되었다.`는 도일(渡日) 건국 사실이 자연환경의 지역성과 고대 신라왕국 성립기의 역사성을 토대로 상징화된 것이다. 즉, 당시 전개되었던 근기국(勤耆國)의 신라로의 편입, 선진문화의 일본전파(직조기술, 제철기술 등) 및 신라와 일본과의 문물교류를 반영하는 역사적인 사실을 신화화한 것으로 추단된다.다섯째, 오랜 세월을 거치며 포항의 역사와 문화 저력이 되었던 일월정신(포항정신)은 포항이 역사의 시련과 위기 때마다 시대적 과제를 달성해 온 포항의 생존과 발전의 원동력이었다.포항문화 정체성의 고향이며 포항정신의 뿌리인 일월신화와 일월사상은 온누리를 밝히는 광명정대 사상으로서 홍익인간의 이념을 표방한다. 즉, 포항인의 신앙이며 사상이며 꿈과 희망으로서의 성격을 갖는다. 광명정대 사상(일월사상)은 구체적으로 희망, 충절, 개척, 화합, 근면, 부부사랑을 함축하는 일월정신(포항정신)의 요람이다.21세기 문화산업시대를 맞아 연오랑세오녀 일월신화와 일월사상을 브랜드화하여 현대적으로 계승 발전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요약하면 △학술적이고 과학적인 문화재 발굴, 문화유산의 보존 및 문화발전에 대한 계기적 연구 수행 △이를 바탕으로 한 향토문화의 자생력 양성 △이 분야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지역 대학의 인문·예술 관련 학과 개설 △가칭 `일월박물관` 설립 △한국과 일본 태양신화의 요람인 포항이 삼족오 일월신화를 브랜드화 △일본 신화의 도시(出雲, 松江, 隱岐)와 자매결연·민관교류 등이다.고조선과 고구려의 국가 브랜드인 삼족오의 세발이 삼신(환인, 환웅, 단군)을 상징한 것이라면, 현대 포항 삼족오의 세발은 선진 첨단과학문화관광도시로의 도약을 상징하는 세발, 즉 3S(Sun, Steel, Science, 또는 Sightseeing)가 될 것이다. 연오랑세오녀 일월신화의 고장(과거), 영일만 포스코의 철강신화의 도시(현재), 꿈과 희망의 첨단과학문화관광신화의 도시(미래)를 상징하고 있다.포항은 `삼족오태양의 도시` `일월신화의 도시`다. 포항은 고대국가 형성기에 연오랑세오녀가 신라의 빛을 회복하고 신천지를 개척하여 제1의 영일만 신화를 창조했다. 또 근래 1968년 이후 포스코의 설립으로 제철보국의 한국 근대화를 이룩하여 제2의 영일만 신화를 재창출하였고, 바야흐로 지금부터 꿈과 희망의 도시 첨단과학문화관광도시, 글로벌 포항을 향해 포항시민은 화합의 손을 잡고 제3의 영일만 신화에 도전, 점화할 때이다.`아무리 하늘이 주는 때라 하여도 지리적 환경의 이로움만 못하고 아무리 지리적 환경의 이로움이 좋다 하여도 인심(人心)의 화합보다는 못하다`(孟子曰 天時不如地利 地利不如人和)는 맹자의 잠언(箴言)을 새겨, 광명정대의 일월사상으로 포항시민의 화합을 이루어 `제3의 영일만 신화` 창출이 앞당겨지길 축원한다.

2015-10-26

수성구 급식관리지원센터 개소 3주년을 맞아

▲ 이연경대구시 수성구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장경북대 교수·식품영양학과 우리 센터가 문을 연 지 며칠 되지 않은 때였다. “수성구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인가요? ○○○ 어린이집이 그 센터에 등록되어 있는지 좀 알려주세요”라는 전화를 받았다. 수성구 어머니들의 정보력에 참으로 놀랐고, 전국 230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교육여건 만족도`가 가장 높다는 보도가 실감이 났다. 필자가 센터장으로 있는 수성구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는 2012년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 대구광역시와 수성구청으로부터 위탁받아 대구 경북지역에서는 최초로 경북대학교에 문을 열었다. 명품 수성구의 `건강한 급식! 행복한 어린이!`를 위해 열심히 달려온 지 어느덧 3년이 지났다.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기초자치단체에서 영유아보호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영양사가 없는 100명 미만의 어린이집, 유치원, 지역아동센터 등 어린이에게 단체급식을 제공하는 어린이급식소를 대상으로 급식의 영양 또는 위생관리 지원을 통한 급식의 질 향상과 어린이들의 올바른 식습관 형성과 건강증진을 위하여 설치된 기관이다.2011년 10개소를 시작으로 현재 전국에 163개 센터가 설립돼 있으며, 대구에는 각 구군별로 한 개씩 총 8개, 경북에는 17개의 센터가 운영되고 있다.수성구 센터는 수성구에 있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지역아동센터 중 100명 미만의 어린이 급식소 124곳의 급식 관리를 지원하고 있다. 센터 직원인 8명의 영양(교)사들이 늘 첫 마음으로 어린이 급식소의 영양 및 위생 수준 향상을 위하여 과학에 바탕을 둔 체계적인 맞춤형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 어린이들의 올바른 식습관 형성을 위하여 골고루 먹기, 채소 과일 먹기, 싱겁게 먹기, 식사예절 지키기, 올바른 손 씻기, 안전한 식품 먹기 등의 영양 및 위생교육에 열의를 다하고 있다.그 결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우수 센터`상을 받은 바 있다.지난 9월 말 기준 수성구 센터에서는 급식소 영양관리 방문교육 239회, 급식소 위생·안전관리 방문교육 445회, 어린이대상 방문교육 213회, 어린이 건강식단 및 표준레시피 제공 3천885건, 위생컨설팅 20회를 비롯해 `냠냠 요정과 병균 갈갈이` 어린이 영양 뮤지컬 공연 등 다양한 지원사업을 추진했다.특히 올해 처음으로 유아 또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엄마, 아빠와 함께하는 영어쿠킹클래스`를 개최하여 건강에 유익한 저염식을 만들어 보는 기회를 얻었으며 호응도가 높았다.특화사업으로 나트륨 줄이기 사업을 적극적으로 실시해 나트륨 저감화에 대한 수성구민들의 인식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등록시설 중 50명 이상의 집단급식소를 대상으로 블루투스염도계를 배포하여 주 3회 이상 국염도를 측정하고, 염도기준을 0.3~0.5%로 유지하도록 관리하고 있다.또한 나(Na) 다운(Down) 어린이 홍보단과 학부모 대상의 나트륨 줄이기 교육 및 `수성 건강축제`, `들안길 맛 축제` 등 다양한 지역행사에 참여하여 짠맛 미각판정 및 상담을 지원하는 등 나트륨 저감화를 위한 다양하고 특성화된 지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개소 3주년을 맞이해 수성구 지역아동센터, 민간 및 법인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원장님들께서 축하와 함께 지속적인 지원을 요청하는 글을 보내주셨다. 그동안 센터 운영에 많은 도움을 주신 대구시 어린이집 연합회 수성구지회, 유치원 연합회 및 수성구 지역아동센터협의회 관계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성원을 보내주신 분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기본사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특화사업을 추진하도록 하겠다.우리 센터의 모든 직원들은 어린이급식소의 영양과 위생관리 수준 향상 및 어린이들의 올바른 식습관 형성을 위하여 더욱 노력하여 지속적으로 신뢰받는 수성구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가 될 것을 약속드린다.

2015-10-22

연오랑세오녀 신화는 포항의 원형(上)

▲ 배용일 포항문화원장포항지역의 연오랑세오녀(延烏郞細烏女) 일월신화(日月神話)는 단군신화를 수록하여 유명한 삼국유사(三國遺事)에 실려 있어 일찍부터 학자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으며, 최남선이 단군신화는 한국문화 일체의 종자라고 했듯이 연오랑세오녀 신화는 포항문화 일체의 종자이며 원형질이다. 필자는 지금까지 `연오랑세오녀 설화`라고 일컬어 온 것을 과거 논문에서 `연오랑세오녀 신화`로 명명했다.연오랑세오녀 신화는 157년(신라 8대 아달라왕 4년)에 탄생되었다. 신화의 중요 내용은, 「동해 바닷가의 연오랑 세오녀가 바위를 타고 일본에 건너가 변읍의 왕과 왕비가 되었고, 그 이후 신라가 일월의 빛을 잃게 되어 일월의 정(精)인 연오라오가 세오녀를 환국토록 하였으나 연오가 “일본에 오게 된 것은 하늘의 뜻이므로 돌아갈 수 없고, 대신에 아내 세오녀가 짠 비단을 가져가서 제사를 지내면 될 것이요.”라 하며 비단을 주자 이를 제물로 하여 제사를 지냈더니 일월이 전과 같이 되었으며, 그 비단을 국보로 삼아 귀비고에 간직하고, 제사지낸 곳을 영일(迎日縣) 또는 도기야(都祈野)라」한 것이다.새로운 사료 `신라 아달라왕 때 영(연)오랑세오녀가 세계동(世界洞)의 당평(塘坪) 위에 집을 지어 살았으나 지금은 빈터만 남았다.`는 중대한 기록을 통해, 1850년의 연륜을 간직해온 연오랑세오녀 일월신화의 신성한 베일을 한 겹 벗길 수 있게 되었다.필자는 이 두 사료와 다른 사료들을 바탕으로 포항문화의 정체성을 브랜드로 상징화하여 연오랑세오녀 일월신화와 일월사상의 창조적 가치를 재창출하려고 노력했다.그 결과 첫째, 영일만 남남동쪽의 배산임수 지역에 연(영)오(延烏, 迎烏) 세오(細烏), 근기(勤耆), 근오지(斤烏支), 영(연)일(迎日,延日), 도기야(都祈野), 일월지(日月池), 오천(烏川), 세계(世界), 부산(夫山,扶桑), 일광(日光), 광명(光明), 중명(中明) 등 태양과 달과 빛과 관련된 수많은 인명과 지명이 집중 분포된 것은 선사시대 한민족의 삼족오태양숭배 일족이 영일만의 양곡(暘谷)지역으로 정착하여 토착민과 함께 진한의 근기국을 세웠음을 밝혀주었다.일월신화(日月神話)의 탄생지에 수놓아진 여러 지명들과 이 지역의 가장 빠른 연중 일출시각 등은 우리 나라에서는 지금까지 포항지역만이 일월신화의 정체성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음을 증언해 주고 있다.둘째, 영일지역의 진한의 근기국은 기원전 2세기 말~기원전 1세기초 소국을 형성하였다가 신라 건국 이후 2세기 중반에 편입되었다. 2세기 초 안강·흥해·기계를 복속시켜 울산까지 동해안 지역으로 영역을 확대한 신라는 고대국가 형성의 큰 정치사적 사건인 근기국 복속이 제8대 아달라왕(154~183)대에 이루어졌다. 아달라왕대에 영일만 일대를 실질적인 지배영역으로 복속하여 흥해에서 울산만에 이르는 동해안의 지역을 확보하게 되었다.이와 함께 신라 2대 남해왕 3년에 시조묘를 세운 후 7대까지 한 차례씩 시조묘에 제사를 지냈으나 8대 아달라왕대에 와서 두 번이나 시조묘 제사를 올리며, 또한 시조묘를 중수했다는 사실은 건국의 시조신을 중심으로 정치세력을 통합하여 신라 고대국가의 확립을 도모한 것으로 보인다.따라서 연오랑과 세오녀를 중심으로 한 근기국의 삼족오 일월숭배 집단(사제자,귀족, 직조·제철 기술자 등)은 전통적인 천제를 유지할 수 없게 되고, 사로국 세력으로부터 압박을 받게 되자 신라의 복속에 불응하고 도기야 앞바다에서 배를 타고 양곡의 땅 신천지 개척을 위해 일본으로 도해한 것으로 보인다.셋째, 이러한 지명유래와 역사적 배경을 종합할 때 영일만의 양곡지역은 한민족(고조선)문명권의 삼족오태양숭배신화가 선사시대 유이민과 함께 이동 전승된 귀착지로서 한국의 대표적 일월신화의 성지라는 사실을 밝혀주고 있다.

2015-10-19

가뭄재해, 하늘만 쳐다볼 것인가

▲ 전병구K-water 포항권관리단장 지난해부터 계속된 가뭄으로 전국적으로 물 부족이 심각하다. 올해는 대부분의 태풍이 한반도를 비껴가고 비가 적은 마른 장마가 이어지면서 강수량이 예년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금강 수계 보령댐의 저수율은 사상 최저인 22% 수준으로 충남 서북부 8개 시군에 대한 제한급수가 8일부터 시작될 예정이다.당면한 물 부족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물 절약에 국민 모두가 동참하는 것이 시급하다.지난 4년간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는 지역 내 물 사용량을 25% 줄이는 목표를 제시하고 `가뭄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각 지자체에 절수 목표량을 할당하고, 목표 미달 시에는 지자체와 주민에게 거액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에 시민들이 잔디정원을 줄이고 절수형 수도꼭지나 변기를 사용하는 등 절수노력을 실천한 결과 당초 목표를 넘어 물 사용량을 27%나 절감할 수 있었다. 저수지의 물 증발을 막기 위해 자외선 차단용 고무공인 `그늘공(shade ball)`을 수면에 뿌리는 기발한 방법을 동원하기도 했다.가뭄에 취약한 우리나라도 절수의 실천이 필요하다. 주민들의 가뭄에 대한 인식 재고와 자발적 절수 참여가 이뤄져야 하며 공장, 학교 등 대규모 수용가도 절수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일상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물 절약 방법에는 △절수용 수도꼭지 설치하기 △칫솔질 할 때 물 컵 사용하기 △비누칠 할 때 샤워기 틀어놓지 않기 △빨랫감 한꺼번에 모아 세탁하기 △설거지 할 때 설거지통 이용하기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특히 수도관 노후화로 귀중한 수돗물의 20~30%가 땅속으로 새고 있는 지자체는 수도관의 교체와 개량을 통한 누수율 감소가 절실히 요청되는 상황이다.나아가 하천을 비롯한 물 관리 전반을 통합적 관점에서 개선하고 물 관리 시스템을 보다 스마트하게 바꿔야 한다.유역 전체를 하나로 통합 관리해 홍수와 가뭄 등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남는 지역의 물은 부족한 지역에 나누는 등 지역 간 물 불균형을 해소하는 `통합 물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최근 금강 백제보와 보령댐을 연결하는 20.5km의 관로를 신설해 금강 물을 활용한 가뭄 해결방법을 찾은 것이 `통합 물관리`의 좋은 사례이다.아울러 수자원정보 통합관리 시스템을 고도화해 전체 유역의 물 배분, 시설 간 연계 등 의사결정을 실시간으로 지원할 수 있는 효과적 재난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더불어 지역 특성에 맞는 물 그릇의 확대가 필요하다. 홍수기에 가두지 못하고 바다로 흘려보내는 물을 담을 수 있는 중·소규모 댐과 저수지를 추가로 건설해야 한다. 지역적으로 수원 확보가 가능한 적지를 찾아 전문가, NGO 지역주민의 충분한 토론과 공감을 거쳐 순차적인 건설이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도서·해안지역의 해수담수화시설이나 지하수 댐과 같은 대체수자원 개발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향후 당분간은 충분한 비를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와 K-water가 가뭄 극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국민 모두가 물 절약을 위한 창의적 아이디어와 실천 노력으로 가뭄 극복에 적극 동참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2015-10-08

이 힘겨운 현실의 `진정한 작가`에게

▲ 이대환 작가·문학지 `ASIA` 발행인가오싱젠(高行健), 이 작가를 한국 독자도 엔간히 알고 있다. 중국인 최초로 2000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았던 것이다. 수상작은 1990년 대만에서 출간한 장편소설 `영혼의 산`이었다. 1940년에 태어나 프랑스말 통역을 하며 소설을 써온 그는 1989년 톈안문(天安門) 사태 후 중국정부를 비판하다 “도망쳐야” 했었다.가오싱젠은 노벨문학상 후광을 한창 누리던 2001년 봄날에 스웨덴 한림원에서 기념강연을 했다. 그의 발언에는 내가 얼른 공감한 것이 있었다. 남의 말에 얼른 공감한다? 이건 생각이 같다는 거다. 그는 그때 이렇게 말했다.“불행하게도 이제는 작가라는 직업도 상품화되었고, 문학작품 역시 시장(市場)의 규율에서 벗어나기 힘들어졌습니다. …. 오늘날의 문학은 상품화라는 제약에도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런 억압은 모든 것을 경제적 가치로만 판단하는 사회에서 더욱 심해지고 있어요. 스스로 세상의 변두리로 밀려나기로 선택하지 않는 한, 이런 억압에서 자유롭기란 쉽지 않습니다. 설혹 자기만의 소설을 지킨다 하더라도, 그 작가에게는 궁핍을 인내하며 겨우 버티는 삶만 가능할 뿐입니다. 슬프게도 이것이 바로 오늘날 문학이 처한 현실입니다.”맞다. `진지한 독자`의 수가 나날이 줄어들어 조금밖에 안 되는 사회에서 `진지한 문학` 또는 `진정한 문학`을 감당하기란 “궁핍을 인내하는” 시험과 마찬가지다. `진정한 작가`도 가장(家長)인 바에야 경제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아주 오래된 개인적인 일이지만, 1980년 9월 22세(대학 4학년) 때 장편소설 현상공모에 당선된 나는 선친이 남겨둔 유산(遺産) 총액에 버금갈 상금을 받으며 텔레비전 신문 잡지 등에 한바탕 이름과 얼굴을 날리고는 즉시 귀향을 택하며 이런 일기를 쓴 적이 있었다.`변방에 박히자. 세상이 나를 잊어라 하자. 작가정신을 단련해야 한다. 주경야독, 낮에는 직장 나가고 밤과 새벽에는 쓰자. 잊히는 길이 진정한 작가가 되는 길이다.`가오싱젠은 스웨덴 그 강연에서 세계적인 독서 풍토도 염두에 두었을 테지만, 그때로부터 열서너 해가 더 지난 오늘의 한국사회는 `진정한 작가`의 존재 조건이 더욱 열악해졌다. 그래서 작가들도 대다수가 `어떡하든 한 번 떠서 오래 잘 팔리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는 욕망에 휘둘리고 있다. 문제는 그러한 욕망에 휘둘리는 그 자리가 `진정한 작가`에게는 `진정한 문학의 무덤`을 파는 자리라는 것인데, 그러한 욕망에 휘둘리고 있다면 그냥 정직하게 `문학 장사꾼`으로 나서야 하고 `문학의 명예나 권위`를 허세 부리듯 입에 담지 말아야 한다.스마트폰이 우리에게 스마트한 삶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저마다 하나씩 `사색의 무덤`을 들고 다닌다는 생각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오죽하면 스티브 잡스의 가장 나쁜 공헌은 `문학과 철학의 무덤을 판 것`이라고 격한 억지를 부리겠는가.`사색의 무덤`이 즐비한 곳은 `사색의 공동묘지`이다. 그것을 다시 전원주택으로 바꿔놓기 위해 누가 개간의 첫 삽을 들고 나가겠는가? 진정한 작가, 진정한 문학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세상사란 돌고 도는 것이니, 돈벌이와 경박한 놀이에 지친 인간들이 다시 진정한 작가와 진정한 문학을 부르는 날이 오게 돼 있다. 그러나 그날이 언제 온다는 말인가? 이 땅에 몇 안 남은 진정한 작가, 진정한 문학이 그날까지 어떻게 `쓰면서 버텨낼` 것인가? 나는 동지들에게 술을 사주며 말하고 싶다.“변방이면 더 좋지만, 어디서든 주경야독 하자. 낮에 직장 가고, 밤에 술 줄이고, 새벽에 쓰자. 인간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야만을 어떻게 길들일 것인가. 평화통일의 길은 무엇인가. 통일시대의 인간다운 사회체제를 어떻게 세워야 하는가. 이 진실을 탐구하고 상상하고 괴로워하고, 그러면서 쓰자.”

2015-10-05

포스코 노사, 상생 더 이상 지체해선 안된다

▲ 이태열국제라이온스협회 356-E지구(경북) 부총재 얼마 전 포항시민, 특히 식당 등 자영업자들로부터 지대한 관심을 모았던 근무제도 변경에 대한 포스코 직원들의 투표가 있었다. 투표결과는 예상외였다. 포항시민들과 포스코 경영진은 4조3교대를 낙관했었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포스코 현장 근로자들은 신4조2교대(기존 4조2교대)를 택했다. 포스코 임원들은 사전 여론조사는 물론 근로자 대의기구인 노경협의회 의견(결정)이 4조3교대 였기에 무난하게 그렇게 될 걸로 믿었다. 하지만 70.85%의 근로자들이 신4조2교대를 원했다. 이번 투표 결과를 두고 포항시민들은 물론 포스코 내부적으로도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특히 포스코 임원들은 충격적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한다. 필자도 포스코 출신의 한 사람으로서, 또 포항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오랫동안 축적된 노하우를 갖춘 포스코가 경영적 판단보다는 왜 투표를 통해 의사 결정을 하도록 했는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노경협의회 의견을 존중했다고 항변할 지 모르겠지만 드러난 것만으로는 사전분석 결여라 할 수 있다. 포스코는 분명 창업자인 고 박태준 회장의 리더십과 포스코 전체 직원들의 희생을 통해 오늘에 이르렀다. 그러나 알다시피 지금은 그 말을 입에 올릴 수조차 없다. 포스코 맨들과 포스코를 사랑하는 이들은 하나같이 `지금 포스코는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라고 진단한다. 작금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선 `진정한 노사 및 지역 사회와의 상생`이 절실하다는 데에는 이론이 없다.포스코는 과거에도 여러번 위기가 있었다.그러나 그때마다 노사가 똘똘 뭉쳐 난관을 헤쳐 나왔다. 경영진이나 직원들이나 모두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충만했다. 그 힘은 포항지역사회로 바로 전이돼 포항이 활기찬 도시로 성장하는 바탕이 됐다.그런데 어느 시점부터인가 포스코의 노사문화가 삐걱거리는 모습이 목도됐고, 지금은 걱정의 단계에까지 온 느낌이다. 이번 근무시간 변경 투표에서 사전 분석과 결과가 정반대로 나온 것은 그 단적인 예다. 여기에는 회사의 안이한 대책도 분명 한 몫 했다. 종전처럼 회사가 하니 직원들은 따라오라는 식의 노무관리는 이제 먼나라 얘기다. 진솔하게 협의하고 미래를 얘기했어야 했다.더 나간 김에 경영진이 `여러분들은 열심히 일했다. 다만 경영 판단 미숙으로 회사가 오늘과 같은 어려움에 놓인데 대해 깊이 반성한다`라면서 지금 회사가 위기이니 가장 생산적이고 효율성 있는 근무시스템을 설명하고 이번 만큼은 한 번 믿고 가자고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얼마 전 포항시민들은 포스코가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청정화력발전설비 교체 추진 관련 규제 완화 범시민 서명운동에 당초 목표 10만명보다 훨씬 많은 32만명 서명으로 보답했다. 역대 없는 포항시민들의 전폭적 지지다.포스코 없는 포항은 상상할 수가 없다. 포스코가 위기면 분명 포항도 위기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것 또한 중론이다. 임원들이 안락한 승용차 뒷자리는 잠시 멀리하고 출·퇴근길 버스에 동참하고 직원식당에서 같이 어울려 식사하고 때에 따라 퇴근길 소주라도 한 잔 하면서 진정 직원들이 무얼 바라고 있는 가에 대해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 포스코의 젊은 직원들도 선배들이 조업 이래 위기 때 마다 노사가 똘똘 뭉쳐 위기극복을 하였던 것을 기억해 줬으면 한다. 선배들은 태풍이 와서 형산강 다리가 끊어져 출근길이 막혀도 사선을 넘어 회사를 지켜내지 않았던가. 적잖은 시민들이 이번 교대근무제 선택 과정을 보면서 포스코 노사 모두에게 주인의식 결여라는 수식어를 서슴지 않고 있지만 아직도 대부분은 포스코에 무한한 애정을 보내고 있다. 청정화력발전설비 서명에 시민 30여만명 이상이 참여한 것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2015-09-24

대구·경북 상생발전토론회 한다더니만…

▲ 손경찬 경북도의정회 감사공인(公人)의 바른 자세와 행동에 대해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지위가 낮은 공직자에 비해 지방자치단체장 같은 위치에 있는 선출직 공직자면 더욱 그렇다. 지난 16일, 희한한 일이 하나 벌어졌다. 구미시로부터 `대구시·경북도 상생발전 특강 및 토론회`행사가 시청에서 있다기에 대구시의정회 40여명과 필자가 속한 경상북도의정회 회원 40여명이 어렵사리 시간을 내어 구미로 갔다. 행사가 그날 오후에 있는지라 우리 일행들은 오전 10시쯤 구미에 도착해 삼성전자 구미공장을 시찰하고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후 오후 2시에 개최되는 구미시 행사에 참석하는 일정을 잡았다.차가 삼성전자 공장 앞마당에 도착하자 의정회 의원들이 한 사람씩 내리는데 속도가 느렸다. 필자가 내리면서 보니 남유진 구미시장이 나와서 우리 일행을 영접하며 악수를 하기에 시간이 걸렸다. 우린 기분 좋게 인사하고 삼성공장을 둘러보았다. 과거에 비해 삼성 구미공장의 일거리가 줄어들었다고는 하나, 삼성전자가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크게는 경북의 지역경제 활성화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구나 생각하니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삼성전자 구미공장 일정을 마친 일행들은 오후 행사를 위해 구미시청으로 갔다. 이번에도 남 시장은 차 앞에서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맞았다. 몇 시간 전에 삼성전자에서도 악수를 했고 또 하게 되니 필자는 속으로 “정말 부지런한 양반”이라고까지 생각했다. 누군가가 남 시장과 시청 앞 계단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자고 제안하며 기왕이면 `파이팅` 하는 모습 사진을 찍자고 했다. 그러자 한 쪽에서 이런 자리에서 파이팅이 뭐냐며 옥신각신하는 해프닝마저 일어났지만 제안대로 촬영은 했다.회의장에 입장하니 `대구·경북도 의정회 상생발전 특강 및 토론회`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경북도의정회 사무처장이 “오늘 특강강사 소개는 도의정회 회장이 직접 소개한다”고 하자 회장이 나와서 남유진 구미시장 약력을 소상하게 소개했다. 남 시장은 1시간 내내 구미시를 발전시킨 개인 이야기를 했고, 구미가 경북 중심도시로서 도내 각지에 흩어져 사는 연고까지 합치면 100만명 가까이 된다는 말까지 했지만 정작 대구·경북의 상생발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시장 특강이 끝나자 대구시의정회 전 회장이 사회를 이어받아 상생발전에 대한 토론은 그냥 질문 있으면 질의하라고 했다.필자는 양 시도간 상생발전을 위한 특강과 토론회인데, 토론회 하나 없이 시장의 일방적인 치적이나 듣고 행사를 마친다면 의정회 회원들이 바쁜 시간을 내어 구미까지 와서 남 시장과 사진 한 판 찍고, 개인 업적 자랑에 들러리 서는 꼴 밖에 되지 않아 모양새가 영 언짢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발언권을 얻어 “명색이 토론회 행사이면 그에 맞게 해야지 않느냐”면서 차라리 이날 행사를 `구미시장 초청`이라 했으면 더 낫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후 약간의 이런저런 얘기가 오갔고, 곧 의정회와 시장은 준비한 선물을 행사장에서 주고받았다. 대구시의정회에서는 약령시장에서 구한 한약재를, 경북도의정회에서는 인삼을 남 시장에게 선물했고, 남 시장도 의정회 회원들에게 구미산 쌀 10kg 한 포대와 고구마 한 상자씩을 전달했다.행사가 어쭙잖게 끝나 회의실을 나서는데, 시장이 회원들에게 선물한 쌀과 고구마를 전량 회수했다는 소리가 들렸다. 어느 회원이 필자가 시장에게 `토론회 없는 행사`라고 한 마디 했다고 해서 “시장이 선물을 도로 가져갔다”며 필자를 원망했다. 참으로 기가 찼다. 어떻게 이런 일이…. 차기 도지사선거 출마설이 나도는 남 시장이 선거법에 위반될까봐 준 선물까지 회수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공식 자리에서 주고받은 선물까지 되물리는 행동은 한 편의 코미디였다.

2015-09-21

다시 일본도 전쟁할 수 있는 아침에

▲ 이대환 작가·문학지 `ASIA` 발행인“일본이 전쟁할 수 있는 나라가 되었다.” 지난 주말에 우리의 눈과 귀를 따갑게 쑤셔댄 뉴스다. “다시”라는 단어를 붙였다면 동아시아 시민들에겐 더 자극적이었다. “다시”야말로 19세기말에서 20세기 전반기에 걸쳐 일본군국주의가 저질렀던 무자비한 침략전쟁의 기억을 당장 눈앞으로 불러왔을 것이다. 지난 18일 밤, 도쿄 참의원(參議院). 집단자위권 행사 관련 11개 법안에 격렬히 반대하는 시민들이 의사당 바깥을 포위한 가운데 안에는 야당 의원들이 몸으로 바리게이트를 치고 있었다. 그때 아베 신조는 돌부처의 요지부동을 시늉하듯 점잖게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본 나는 문득 그의 머릿속에 마치 아이의 실에 꼬리를 묶인 고추잠자리처럼 맴돌고 있을 말들을 떠올렸다. 얼마나 적중했는지 얼마나 빗나갔는지 몰라도, 아베가 자기세뇌의 주문(呪文)을 외듯 이러고 있을 듯했다.`평화를 애호하는 일본 시민들이여, 전쟁을 겁내는 일본 젊은이들이여, 야당 의원들이여. 세계인이 지켜보는 카메라 앞에서 열렬히 반대해다오. 당신들에겐 그 일이 애국이다. 일본인의 평화애호와 전쟁반대에 대한 가장 효과적이고 가장 자연스러운 홍보이기 때문이다. 법안 통과 뒤에도 반대시위가 이어지겠지만 역시 평화애호의 일본 홍보비용이다. 일본 군대가 언제까지 절름발이여야 하는가? 전쟁이 터져야 비상사태 통치권으로 부랴부랴 해치울 건가? 절대 아니올시다.`패전 70년의 일본은 세계인의 칭송을 받아 마땅한 공적을 쌓았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아베 정권의 반성을 촉구한 학자들의 성명서(퓰리처상 수상자 허버트 빅스, 하버드대학 애즈라 보제르, 시카고대학 브루스 커밍스 등 세계 500여명 학자들이 서명)도 “전후 70년 동안의 일본과 그 이웃나라들 간의 평화를 축하”하고 “일본의 과학에 대한 기여와 다른 나라들에 대한 풍부한 원조와 함께 민주주의, 군대의 통제, 경찰의 절제, 정치적 관용의 역사”를 축하했다. 이것이 `전후 일본`의 한 실상이다.그렇게 축하 받을 만한 일본 국민은 `집단자위권 11개 법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최근 여론조사에서 50%쯤이 반대하고 20%쯤이 보류하자는 답을 했다고 한다. 만약 그 여론조사가 `일본은 영원히 직접 공격을 받았을 경우에 반격할 수 있는 군대(개별자위권)만 보유해야 하는가?`라는 것이었다면? 답은 “아니오”가 더 높았을 것이라고, 나는 짐작한다. 과반수의 국민이 집단자위권 법안을 반대한다고 하면서도 그것을 밀어붙이겠노라 단단히 벼르고 있는 아베의 자민당을 총선(작년 12월)과 지방선거(금년 4월)에서 압도적으로 지지했다는 사실이 바로 이 유추의 근거다.한국, 중국,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이 일본의 집단자위권 법안에 대해 국익과 전략의 차원에서 예민한 촉수를 곤두세우고 저마다 다른 반응을 드러내고 있으나, 일본 내부의 사정만 따로 떼내서 들여다본다면, 진정으로 평화를 사랑하거나 절대로 전쟁에 동원되기를 싫어하는 국민을 제외할 경우에 대다수가 `언젠가는 와야 할 것이 드디어 지금 왔구나` 하고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그러한 일본 국민이 시급히 풀어야할 숙제가 있다. 세계 학자들이 촉구한 대로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는 과정은 민주주의를 강하게 만들고 국가들 간의 협력을 증진”시키니 아베 정권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여 “일본, 동아시아 그리고 전 세계 여성과 남성의 평등을 향한 역사적인 발걸음”을 내딛게 만드는 일이다.당신들의 집단자위권 반대가 진정한 평화애호의 행동이라면, 전쟁동원의 원초적 불안감을 넘어선 평화의 행동이라면, 행동목표에 즉각 하나를 더 추가해야 하니, 당신들은 그 힘을 결집해 11개 법안 폐기는 못하더라도 아베 정권이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도록 굴복시켜서, 바로 이것으로 집단자위권에 평화담보의 생명력을 불어넣고 아베 정권의 양심과 체면, 그리고 일본의 그것을 살려내야 한다. 이렇게 한국의 한 작가는 응원한다. 다시 일본이 전쟁할 수 있는 아침에.

2015-09-21

포괄간호서비스에 거는 기대

▲ 정성연국민건강보험공단 포항남부지사 보험급여부장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부친의 입원치료에 따른 간병으로 인해 어려움이 많은데 간병인을 국가에서 구해준다는 소식을 들었다는 것이다. 아마도 포괄간호서비스를 이야기 하는 것 같아서 이 제도에 대한 시행 목적과 필요성, 그리고 절차에 대해 자세히 안내해 줬다. 포괄간호서비스란 환자 입원 시 개인이 간병을 하는 대신 병원의 간호 인력이 환자를 전적으로 돌보는 제도이다.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부모가 아플 때 자녀들이 간병하는 것을 효도나 의무로 여기는 인식이 있다. 또 그 이면에는 간병인을 활용하지 못하는 경제적인 문제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개인 간병인을 고용할 경우 1일 기준 7만원에서 8만원을 지불해야 하는데 이는 가정경제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또한 개인 간병에 의존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데 첫째, 병실 내 숙식 및 간호로 인해 병원 내 감염 발생률이 높고 둘째, 가계의 재정 부담이 증가하게 되며 셋째, 환자의 위급상황에 대한 즉각적인 대처가 어려워지는 등 입원서비스의 질 저하도 우려되는 것이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3년 7월에 13개 병원을 시작으로 포괄간호서비스 시범사업을 시작했고, 2015년 1월에는 건강보험 적용사업으로 전환해 지방 중소병원부터 확대했으며, 오는 2018년에는 전국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으로 확대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다. 이제 지역사회에서도 포괄간호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지난 6월 29일 현재 전국적으로 총 40개소 병원이 69개 병동 3천129병상을 운영하면서 포괄간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구·경북지역에서는 5개 병원이 참여하고 있으며 그 중 경북지역에서는 경북 김천의료원과 (의)한성재단 포항세명기독병원이 포괄간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시범사업을 통해 인증된 포괄간호서비스의 만족도 조사 결과를 보면, 포괄간호서비스 이용 환자의 85% 이상이 다시 이용하고 싶고, 주위에 입원을 권유하고 싶다고 했으며 환자에 대한 간호사의 주기적인 모니터링으로 인해 비시범병동에 비해 낙상은 19%, 욕창은 75%가 감소했다. 그리고 병원 내의 감염 발생률이 보호자 상주병동 보다 2.87배가 낮았으며 병원의 인력 확대배치로 팀 단위 간호서비스 제공 여건 조성으로 간호 인력의 직무만족도가 증가했으며 병실환경 개선으로 쾌적한 병실환경이 조성되어 환자의 안전을 담보하게 됐다.그리고 특이하게 주목할 만한 점은 올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메르스 사태에서 볼 수 있었듯이 보호자가 환자와 상주하는 간병문화로 인해 전염병에 대한 질병통제가 대단히 어려웠던 경험을 갖고 있다. 만약에 포괄간호서비스가 전체 병원에 도입되어 병원의 간호 인력이 간병을 책임졌다면 메르스 같은 바이러스 등의 확산을 사전에 방지하는 등 우리나라의 전염병 대처에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그렇다면 이렇게 좋은 제도를 더욱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바로 포괄간호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대국민 홍보 강화, 관련 의료기관의 적극적인 참여, 외국에 비해 많이 부족한 간호 인력에 대한 수급상황을 고려한 해소와 서비스 모형 및 수가에 대한 지속개선이 그 답일 것이다.아시다시피 국민건강보험은 국민의 건강에 대한 지킴이 역할을 굳건히 하고 있으며 노인장기요양보험 또한 국민의 효 보험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포괄간호서비스 확대사업 역시 원활히 추진되어 가정의 재정부담 완화와 환자 회복에 많은 도움을 줌으로써 행복한 가정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2015-09-17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무엇이 다른가?

▲ 서정헌(주)스틸앤스틸 대표이사 최근 각종 언론에서 “뜨는 현대제철 지는 포스코” 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현대제철의 갑작스런 약진도 그렇지만 잘나가던 포스코의 후퇴도 모두를 당황스럽게 하기에 충분하다. 1970년대 이후 포스코는 한국 철강산업에서 누구보다 강력한 힘을 가진 철강사였다. 그리고 그 힘은 포스코의 높은 경영성과를 보장했다. 하지만 지금은 치열한 경쟁 속에 옛 명성을 지키는 것조차 버겁다. 현대제철은 근래 들어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포스코 수익성이 현대제철로 이전되고 있는 상황이 이를 대변해주고 있다. 현대제철과 포스코는 무엇이 다를까? 또 두 철강사의 시장지배력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우선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힘의 원천이 다르다. 포스코가 과거 높은 시장점유율과 단일 고로사의 열연독점에서 그 힘이 나왔다면, 현대제철의 힘은 재벌기업에 속한 철강과 철강수요산업의 수직계열화와 철강재의 다양한 구색에서 나온다. 둘째로 포스코는 공기업으로 출발하여 지금은 민영화된 기업이지만, 현대제철은 한국의 대표적인 재벌기업에 속한 철강사다. 포스코는 민영화 이후에도 완전히 민영화 된 철강사로 활동하는데 많은 제약이 있었다. 포스코는 민영화된 이후에도 독점적 지위를 계속 유지함으로써 시장적응력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었다. 반대로 현대차그룹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제조업 중심의 재벌기업으로 많은 철강수요산업을 장악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에서 현대제철은 모든 사업을 통합하는 접착제와 같은 역할을 함으로써 상상하는 수준 이상의 시장지배력을 발휘하는 것이다.셋째, 포스코는 시장지배력 중심의 전략에서 시장적응력 중심의 전략으로 바꾸어야 하는데, 현대제철은 기존의 시장적응력에 시장지배력을 더하는 모양이다. 일반적으로 포스코 경우처럼 지배력을 즐기다가 적응력을 높이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현대제철의 경우처럼 적응력이 있는 철강사가 시장지배력을 가질 경우 전략의 실행이 훨씬 쉬워진다. 현대제철은 봉형강 사업을 중심으로 높은 시장적응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고로로 진입하면서 강력한 지배력을 가지게 된 것이다. 넷째, 포스코 시장지배력은 고도성장기에 강한 힘을 발휘했지만 현대제철의 수직계열화는 사양화 단계에서 발휘되는 힘이다. 중국산 수입재 증가와 국내 철강시장의 경쟁심화로 시장지배력의 힘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반면 현대제철의 반면 수직계열화는 되레 철강 사양화 단계에서 더 강한 힘을 발휘하는 역동성을 갖고 있다. 다섯째, 포스코는 전후방산업과 철강의 산업간경쟁에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반면에 현대제철은 타 철강사와 기업간경쟁에 역점을 둔다. 포스코는 냉연업계의 수익성을 고려하여 수요산업과 경쟁하는 반면에 현대제철은 타 철강사와 경쟁을 주도하게 된다. 사양화 국면에서 현대제철의 수직계열화는 국내 타 철강사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고, 철강업계 구조조정도 자기 주도로 끌고가 시장지배력을 더 강화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포스코와 현대제철은 분명 현재 한국철강시장에서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보았듯 두 철강사의 속성은 많이 달라 있다. 특히 포스코의 힘은 그 효과가 철강산업에 한정적이지만, 현대제철은 수직계열화 모태인 현대자동차의 힘과 효과가 제조업과 경제 전반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더욱이 현대의 수직계열화가 재벌기업의 부정적인 속성과 결합되면서 상황은 더 복잡하다. 두 철강사의 불균형은 우리나라 철강산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우려 속에서 최근 발표되는 경영실적을 보면 현대제철과 포스코의 수익성 갭은 점점 커지고 있다. 작금 내우외환을 겪고 있는 포스코가 걱정이다.

2015-09-11

정치개혁, 소외로부터의 해방을

▲ 김정재 새누리당 부대변인칼 마르크스는 소외를 이렇게 얘기했다.`노동자는 자신의 노동의 힘이 발휘된 생산력을 이용하고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으로부터 지배를 받게 되는 소외 상태에 빠지게 된다`고 적고 있다. 사회심리학의 개척자 에리히 프롬의 눈에 비친 소외도 마찬가지다. 체제는 인간이 만드는데, 결국 인간은 그 체제로부터 소외된다고 규정한다. 자본주의의 종속성을 지적한 것이지만 놀랍게도 정치현실과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 현실정치에서 정치신인은 철저히 소외되어있는 것이기 때문이다.정치신인을 두고 흔히들 정치적 약자라고 한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똑같은 말을 두고 정치인들마다 해석은 다르다. 꽉 막힌 정치인은 정치적으로 미숙해 탐탁지 않은 존재로 깎아내리고 동정적인 정치인은 자력으로 일어서지 못하는 나약한 존재로 치부한다. 표현만 다를 뿐, 둘 다 왜곡된 인식을 가진다는 점에서 도긴개긴이다.약자는 결코 약한 사람이란 뜻이 아니다. 충분한 역량과 자질을 갖추고 있는데도 경계 밖으로 소외된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그것도 권력독점의 장벽 뒤에 숨은 못된 정치인들의 꼼수와 입맛에 따라…. 아무리 정치가 아(我)와 피아(彼我)의 구별이라지만 해도 너무 하다는 생각이다. 신인의 자신감을 허탈감으로 둔갑시키는 그들의 능력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선거철이 다가오니 정치를 개혁하겠다고 또 성화다. 누구를 위해 뭘 개혁하겠다는 건지 알 길은 없다. 국민은 이제껏 개혁을 외치고도 또 개혁이냐고 되묻는다. 잘못은 반드시 고쳐야 하지만 그 전에 정치개혁을 개혁했으면 좋겠다. 적어도 한번쯤은 신인의 입장에서 정치개혁을 해줬으면 한다. 신인들이 바라는 진정한 정치개혁은 인간의 존엄성, 자유, 평등이란 인류 보편의 가치와 함께, 정당한 권리의 보장이다. 어떤 제도를 도입하든 어떤 기준을 세우든, 필요하다면 해야 하나 누구나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좀 더 현실적인 얘기를 해야겠다. 지금 정치개혁 대상 1순위가 된 것이 공천제도다. 공천제도는 모든 폐악의 근원으로 내몰려 수술대 위에 놓여 있다. 논란이 한창인 오픈프라이머리도 그 연장선상에서 나왔다.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니 달리 할 말은 없다.하지만 그전에 제도의 취지와 목적을 살리는 환경조성이 급선무다. 누구나 공정하고 정당하게 경쟁할 수 있는 마당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지역정치권은 어떤가. 폐악보다도 더한 월권이 자유롭게 행해지는 현장에선 숨이 막힌다. 회유와 협박, 허위사실과 음해, 차단과 정지작업까지…. 그 행태를 일일이 나열하기도 싫다. 볼성 사납다 못해 개탄스럽기까지 하다. 특히 훌륭한 신인이 있더라도 현역의 벽을 넘기란 쉽지 않다. 현역 프리미엄 앞에 당당히 도전장을 던졌지만 손발은 묶여 있는게 현실이다. 국민에게 자신을 충분히 알릴 기회조차도 보장받지 못한다. 이 이야기는 생색내기용 배려를 요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의 소중한 가치인 동등한 기회를 달라는 거다. 차마 하기는 싫지만 공천 얘기를 다시 해 보자. 제도를 고치겠다면 뭔가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것이 제도 자체의 문제인지, 운영상의 문제인지가 궁금하다. 적어도 공천은 제도보다는 이를 오용한 권력이 문제다. 그 덕에 금배지를 단 사람들은 지금 어디에 있단 말인가.적어도 지금까지는 나쁜 정치권력이 민의를 무시한 채 자기들 마음대로 공천권을 휘둘렀다. 공천자의 자질과 역량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음을 우린 많이 목격해 왔다. 작금 정치가 산으로 간 배경 중 하나다. 더욱이 희한하게도 잘못은 있는데 그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없고, 늘 당론이니 무조건 강행해야 한다고만 주장한다. 거대담론의 당론이 허구인 부분은 어떻게 할 것인가.새누리당 당헌 제6조 ⑥항에는 선거 전 당협위원장 일괄사퇴 조항이 있다. 허나 당론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어느 누구도 그에 대해서는 좀체 입을 열지 않는다. 희한한 일이다. 이미 오픈프라이머리를 `할지 말지`가 정치개혁의 본질이 돼버렸다. 정치는 정직해야 하고, 개혁은 진정성을 담아야 한다. 뭘 하든 관계없다. 공천개혁의 완성은 소외로부터의 해방이어야 한다. 경쟁무대에서 권력의 경계에 갇힌 어느 정치신인의 얘기가 떠오른다. 부디 정치개혁이 옳은 길로 가기를 바랄 뿐이라고….

2015-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