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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소리없이 사라지는 가련한 배우

등록일 2015-06-22 02:01 게재일 2015-06-2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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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경찬 예술소비운동본부장·수필가·시인

사회생활을 하면서 지연·혈연 등 필연적으로 맺어진 사이가 아닌 어떤 사람과 지속적인 인간관계를 갖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문화예술인들과 지속적인 교류를 하고 있지만 그 가운데 각별하게 생각하는 대구의 문화예술인이 있다. 바로 고도기획의 김종성 대표다. 그와는 개인적인 인연을 맺고 알아온 지 벌써 이십년이 지났으니 오랜 세월동안 이해하는 사이다. 그가 1995년 연극의 불모지인 대구에서 극단을 만들고, 수준 높은 공연을 지역사회에 선보이기 위하여 `고도예술기획`을 만들었으니 연극계와 뮤지컬 장려에 나선지도 어언 2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돈이 안 되는 문화사업에 청춘과 정열을 바치느라 고생도 많이 했지만 마침내 대구의 명문 문화예술기획사로 우뚝 솟았다. 그가 예술에 관한 집요한 열정으로 기획해 성공한 공연이 지난해 말 명성황후의 대구 공연과 포항공연 등을 비롯해 수없이 많다. 그런 그가 극단 창단 20년을 맞아 특별기획공연을 마련해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3일간 대구 봉산문화회관에서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공연을 기획하고, 무대에 올려 성공리에 마쳤다.

김종성 대표로부터 이번에 특별기획한`맥베스`공연에 관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창단 20주년이라 무엇인가 특별한 것을 해봐야지`하고 생각해 셰익스피어의 명작을 무대에 올려 대구·경북 지역사회의 주민들에게 수준높은 공연을 선보이는 것이 지역사회에서 성공해 주민들에게 진 빚을 갚는 길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피지컬연극으로 유명한 극단 초인 대표 박정의 연출가를 모셔와 `궁극의 절정, 그 전율 맥베스`를 공연했다는 것.

셰익스피어의 4대비극은 햄릿, 오셀로, 리어왕, 맥베스로, 이 가운데 맥베스는 1847년 3월 피렌체 페르골라에서 초연된 이후 21세기인 지금까지도 자주 공연되는 명작이다. 주인공인 맥베스 장군이 덩컨 왕에 대한 충직한 부하였지만 마녀와 그의 부인의 꼬임에 빠져 왕을 죽이고 왕위를 찬탈해 온갖 폭정을 자행하다가 마침내 비참한 죽음을 맞는데, 인과응보(因果應報)라는 교훈을 새기게 한다.

특히 연극 마지막 대목에 맥베스 왕이 내뱉는 대사는 인간 욕망의 허망함을 잘 보여준다. 온갖 영화(榮華)를 누린 왕이었지만 던컨왕과 숱한 정적을 죽인 죄악상에 시달리는 한 인간의 고뇌가 묻어나기 때문이다. “내일이 오고, 또 내일이 오고, 그리고 내일이 찾아와도, 이렇게 하루하루 조작거리는 걸음으로 정해진 시간의 마지막 순간을 향해 기어갈 따름이니 어제라는 날들은 모두 우매한 인간에게 죽음의 길을 횃불처럼 밝혀준다”셰익스피어의 시에서 나타나는 것 처럼 허망한 인간의 존재를 웅변하는 대사이기도 하다.

이번 공연에서 박정의 연출가는 기존의 맥베스와는 달리 율동성에 중점을 둔 피지컬연극을 시도했다. 배우의 신체 연기로 표현되는 이색적인 볼거리와 연기의 다양성을 제공한 셈이다. 그래서 제목도 그냥 `맥베스`가 아니라 `궁극의 절정, 그 전율 맥베스`다. 그래도 연극의 주제는 4대 비극의 원작과 동일하다.

극중 멕베스의 부인은 맥베스에게 이렇게 말한다. “세상을 속이려면 세상 사람들이 원하는 얼굴을 하라.” 즉, 자기이익을 추구하고 성공하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니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그 욕망의 부질없음을 보여주는, 인생에 대한 철학이자 서사시가 바로 맥베스다.

고도예술기획 김종성 대표는 조용하면서도 제할 일 다 하는 뚝심의 문화인이다. `맛있는 밥을 먹어본 사람들이 더 좋은 밥을 찾는다`는 소신으로 좋은 공연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지기(知己)가 있음에 행복하고, 극단 창단 20주년을 축하하며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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