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오피니언

보람찬 새해를 맞자

윤영대수필가 올해의 달력을 벗기고 2022년 임인년 새 달력을 걸며 ‘벌써 한해가 흘러갔구나.’ 하며 우두커니 서서 생각에 잠겨 본다.코로나19가 설쳐댔던 1년을 지나며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고 무사한 것에 감사하고 ‘내가 한 일은 무엇인가?’ 생각해 본다. 나만의 소소한 일상에서 할 일을 찾고 글을 쓰고 작은 취미를 살리며 지냈고, 조용히 배움터에 나가 쉬지 않고 자기계발을 해 온 것, 해외여행을 다녀온 것, 백신 다 맞은 것…. 그게 모두이다. ‘무엇이 변했나?’ 고희를 넘은 나이에 갑작스레 찾아온 어지럼증에 병원을 찾았더니 크게 염려스러운 것이 아니라 안심했지만 변덕스러운 날씨와 괴질의 확산에 만남을 줄이고 마스크 쓰고 비대면 대화를 하며 약간의 우울증이 온 듯한 것이 내가 달라진 것인가? 그렇게 되뇌며 마지막 달력을 떼어 냈다.즐겁고 행복했던 일은 있었던가? 보람 있는 일, 늦으나마 나의 꿈을 이룬 것은 무엇인가? 작은 것이라도 있으면 나를 일깨우고 힘을 내도록 해주었던 가족들과 이웃, 지인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연말 인사를 해야겠다. 후회되는 일, 다 하지 못한 일, 잘못한 일, 슬펐던 일, 미워했던 일들은 없었는지도 곱씹어 봐야겠지만 지나간 일들은 잊도록 하자. 부정적 트라우마를 가지고 가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다. 코로나 역병의 검은 기운은 줄어들지 않아서 송년 모임도 없어 섭섭하지만 거리의 크리스마스 트리는 화려한 오색 등불 옷을 차려입고 캐럴도 들려주며 산타의 선물처럼 용기를 북돋운다.동짓날도 지났다. 음의 기운이 다하고 양의 기운이 시작되었으니 가슴 쭉 펴고 밝은 기운을 받아들이자. 내년엔 우리에게 주어진 ‘대선’이라는 커다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부지런한 소가 역병을 막아주었으니 내년엔 호랑이에게 힘을 빌어보자. 호랑이 꼬리 호미곶에서 ‘상생의 손’ 사이로 떠오르는 붉은 해를 바라보면서 나라와 집안의 안녕을 빌어보고 싶지만 해맞이 행사가 모두 취소되어 아쉽다. 연말 제야의 종소리를 귀에 담고 새해 첫날 호미곶과 영일대 바닷가로 나가서 나라와 가족의 평온을 빌어왔던 기억들이 좋다. 다같이 모여 간절한 마음으로 손 모아 비는 사람에게는 병마가 덮치지 않으리라는 믿음을 가슴에 새겨보는 것도 새해를 맞는 다짐일 텐데….딸이 선물로 보내준 예쁜 다이어리를 펼쳐 보니 또 한 해의 빈칸들이 나의 알찬 기록을 기다리고 있다. 우체국에서 사 온 연하 카드에 새해 인사를 쓰고 크리스마스 씰을 호랑이 우표 옆에 붙여 보내는 마음도 기쁘다. 자선냄비에 지폐를 넣어주고 적십자 회비도 보냈다. 작은 것이지만 마음이 푸근하다. 새해 소원은 모두 건강과 행복을 비는 마음이겠지만, 더욱더 절실하게 생각 에너지의 파동을 키워 기적을 이루어 보라는 격려도 있다. 기쁜 삶의 의욕과 희망으로 부정적 생각을 버리고 항상 긍정적 사고를 가져야 한다.갑자기 몰려온 추위에도 시골집 뜰에 노란 납매가 피어나 텅 빈 골목에 향기가 가득하다. 새해는 행복 가득한 날들이 되길 빌며, 한글서예 마지막 수업 때 나의 좌우명을 덧대어 써봤다.‘맑은 마음 밝은 얼굴 고운 말씨 따뜻한 손길로 보람찬 새해를 맞자.’

2021-12-26

수신제가 치국평천하

윤영대수필가 이제 대선도 80여 일 남았다. 그런데 국가 미래의 꿈을 보여주기는커녕 갈수록 서로 헐뜯는 시끄러운 잡음들이 연일 매스컴과 SNS를 달구고 있다. 대통령 후보자들의 기본 자질은 고사하고 주변의 인물, 특히 가족들의 참하지 못한 언행들이 우리 귓전에 맴돌며 머리를 어지럽히고 있는 것이다.우리가 흔히 들어오던 말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가 있다. 나라를 다스리려면 먼저 자신을 수양하고 다음에 집안을 가지런히 해야 한다는 옛 가르침을 ‘대학(大學)’의 팔조목(八條目)을 통해서 배워왔다. 대통령 후보자의 개인 능력이나 인격과 품성은 유권자 각자의 판단일 수 있지만 최근 가족의 행위들을 볼 때 옛 가르침이 가슴을 치게 만든다.이재명·윤석열 후보 둘 다 법학과를 나와 변호사, 검사로서 또 도지사, 검찰총장직을 수행하면서 나름대로의 국가통치 방법을 익혀왔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들과 아내의 석연치 않은 비행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안타깝다. 그것이 진실이건 거짓이건 그러한 것들이 떠도는 자체가 후보 자신들의 문제다. 공인으로 국민 앞에 나서려면 본인과 가족의 법적, 도덕적 검토가 필요하다. ‘내로남불’이라는 희한한 말들이 이곳저곳 떠돌며 품격을 떨어트리고 사회의 빈축을 사고 그에 대한 변명도 사죄도 진실이 아닌 듯하니 이 나라의 미래를 맡기고 싶은 마음이 일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사람들은 자기 자식 나쁜 점을 알지 못하고 자기 밭에서 자라는 곡식의 싹이 큰 줄 모른다’라는 속담이 요즈음 대선 정국에 절절히 맞는 것 같아 안쓰럽다.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개발사업 논란에 휩싸여 말 바꾸기를 거듭하더니 아들의 불법도박과 성매매 파문으로 곤욕을 치르며 “아들 말을 믿는다”하며 고개를 숙였다. 윤석렬 후보는 고발 사주 의혹으로 질책을 받더니 최근 부인의 허위 경력 의혹에 “공정 상식에 맞지 않다”고 사죄했다. 그 진실공방이 연일 들쑤셔대지만 듣고 보는 국민의 마음은 편치 않다. 이러한 인물들이 국가수반이 되고자 나서는 것 자체가 ‘수신제가 후 치국’이라는 옛 선현의 일깨움과 멀기 때문이다. 연좌제라는 말은 요즘 사라졌어도 아들의 비행, 부인의 허위가 후보 행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의 정치사를 보면 가족·형제 측근들의 돈에 얽힌 비리들이 꼬리를 문다. 전두환은 형제 비리로 ‘29만 원’만 남았고 노태우는 ‘6공 황태자’를 낳았고 김영삼은 ‘소통령 아들’이 재임 중 구속되었으며 김대중은 아들 ‘홍삼 트리오’가 청탁과 금품수수로 검찰의 조사를 받았고 노무현은 형 때문에 비운을 맞아 결국 투신자살하였다. 이명박은 다스 논란, 처가의 로비 사건으로, 박근혜는 측근의 비선실세 국정농단 등으로 투옥되어 있다. 참으로 부끄럽고 불행한 통치자들의 모습이다. 모두 자신을 갈고닦으며 집안을 두루 살피지 못하고 외적인 과시와 투쟁만을 해온 결과이다.공자의 가르침에는 수신에 앞서 정심(正心)을 가지라 했다. 자신과 가정에 대한 바른 마음으로의 통찰이 필요하다. 내년 대선을 염려하며 후보들에게 한 마디 ‘수신제가 후 치국평천하’.

2021-12-19

코로나 시대의 해외여행

윤영대 수필가 지난주 딸의 안내로 우리 부부는 지난봄부터 코로나가 줄어들기를 바라며 꿈꾸어 왔던 하와이 여행을 다녀왔다. 코로나의 세계적인 확산으로 2년째 발이 묶여있었는데 다행히 위드 코로나를 맞아 자가격리 면제조건이 완화되었기에 비행기를 탄 것이다. 해외여행을 위해서는 필히 백신 접종 완료와 PCR 검사결과가 음성이어야 한다.최근 자가격리 면제가 가능한 국가로서 몰디브, 괌, 사이판, 싱가포르 등이 떠오르고 몇몇 곳은 관광 상품이 매진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하와이는 11월 초 제한이 많이 풀리면서 출국 72시간 내 PCR 음성판정을 받으면 격리 없이 입국이 가능하고 귀국할 때에도 음성이면 자가격리가 면제다. 우리 가족은 다행히 모두 백신접종 완료자여서 여행 하루 전날 서울 중부보건소로 가서 PCR검사를 하고 다음 날 ‘음성 증명서’를 받아냈다. 그리고 ESTA(전자여행허가서)도 발급받고 또 쿠버(COOV)라는 ‘코로나19 전자예방접종 증명서’ 앱도 깔았다. 이것은 해외에서 통용 가능한 글로벌 표준의 ‘백신 여권’이라는 앱으로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이라고 한다.또 11월 8일 전까지만 해도 PCR증명서는 하와이주 당국과 업무협약을 맺은 대형병원에서 12만~13만 원의 검사비가 필요했지만 우리는 서울 중부보건소에서 무료로 검사하고 영문 증명서까지 받은 것이다. 또 세이프 트래블 신청서 작성도 필요가 없어졌다. 이러한 것들을 딸이 하나하나 해결해주었지만 스마트폰을 활용한 전자시스템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여행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게 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들뜬 마음으로 도착한 인천공항은 텅 비어 있고 면세점도 닫혀있어 쓸쓸했다. 티켓도 자동발권기로 받고 기내에 들어갔더니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고 대부분 젊은이들이다. 이렇게 어려운 절차를 해결할 수 있는 세대이리라. 승객은 80% 정도이고 승무원들도 모두 비닐 옷을 걸치고 있다. 그러나 도착한 호놀룰루 공항은 조금 활기가 있었다. 하와이는 여름 날씨지만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자유롭게 활보하고 있고 유명 맛집은 북적대었다. 열흘간 렌터카를 빌려 복잡한 곳은 가능한 피해 다녔고 11월이라 축제도 거의 없고 해서 와이키키 해변에서 수영하며 즐긴 반나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3개의 큰 섬을 이동하면서 관광은 잘하였지만 내내 코로나가 걱정되었다. 귀국하기 이틀 전 PCR검사를 또 해야 했기에 휴대폰으로 우리의 보건소와 같은 검사소를, 그것도 무료인 곳을 찾아내어 검사받고, 다음날 이메일로 증명서를 받아서 프린트도 직접 했다. 인터넷으로 증명서를 신청하고 무료검사에 국제증명서까지 가능한 우리나라 의료검진 시스템이 참으로 고맙다.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인천공항에 들어오니 마음은 놓였지만 QR코드를 찍고 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복잡한 절차가 있었다. 또 도착 1일 이내에 PCR검사를 해야 한다기에 일찍 포항에 내려와 북구보건소로 가서 검사했더니 다음 날 아침 ‘음성’이란 문자가 뜬다. ‘이제 자유다.’ 했으나 또 2차 검사 통보가 와서 했다. 코로나가 덮친 세상을 돌아다니기가 참 어렵다.

2021-11-28

선비가문의 전통, 양동마을

윤영대수필가 경주 양동마을은 500년 전통을 가진 역사 마을로 201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설창산을 업고 넓은 안강 들판의 정기를 안으며 기와집과 초가집 150여 채가 하늘의 별처럼 어울려있는 성라고택촌(星羅古宅村)은 경주 손씨와 여주 이씨를 중심이 되어 처가입향으로 집성촌을 이룬 씨족 마을이며 우재 손중돈(愚齋 孫仲墩)과 회재 이언적(晦齋 李彦迪) 등 많은 유학자를 배출하였다.먼저 이향정(二香亭)에 갔으나 안뜰의 향나무를 보지 못하고 내려와 마을체험관에서 여러 가지 전통문화 체험을 하고 나온 학생들과 섞여서 이 마을에서 가장 큰 정자인 심수정(心水亭)으로 올라갔다. 농재 이언괄(聾齋 李彦适)을 추모하기 위해 지었고 ‘마음을 고요한 물 같이 가져라’는 뜻이다. 우람한 느티나무 숲 정자에서 바라보는 마을 정경 또한 일품이다. 근처 강학당을 보고 큰길을 따라 거림(巨林)까지 올라가서 안골로 들어갔다.큰우물에서 두레박도 올려 보고 능선 바로 아래 지어진 근암고택과 상춘헌, 사호당 등 이씨 집안 고택을 살펴보았다. 전통적 남녀유별 생활상이 엿보이고 사랑채와 화단이 멋있게 배치된 뜰을 기억하며 내려와서 깨끗한 마을 길을 걷는 마음은 평온하다. 서백당(書百堂)이 새겨진 큰 바위 옆 흙담 길을 오르면 경주 손씨의 대종가로 이 마을 입향조인 양민공 손소(襄敏公 孫昭)가 지었다는 송첨종택(松7C37宗宅)이 있다. 대학자 손중돈과 이언적이 태어난 명당 터라기에 사랑채 쪽으로 들어가니 밑둥치부터 세 가지로 자라서 혼자 숲을 이룬 500년 된 향나무가 풍성한 품을 내어준다. 서백당 누마루에서 사진을 찍고 ‘참을 인(忍)’자 백번 쓰며 인내를 기른 선비의 가르침을 되새겨본다. 고택 이름들은 옛날 살았던 주인의 호를 땄단다.옆 언덕의 낙선당을 들렀다가 앞쪽 산길을 올라가니 안계 댐 공사로 이곳까지 옮겨온 경산서당(景山書堂)이 대문을 열어 반긴다. 조용한 안뜰로 들어가면 높은 기단 위 강단의 마루에 걸린 현판들의 가르침이 훌륭하다.안골 언덕에 올라 성주봉을 보면 고즈넉하고 멋스런 기와집 26채를 품은 마을은 아직도 후손들이 살고 있는 ‘정주형 문화유산’이다. 물봉골 대성헌을 보고 양동마을의 대표적 저택인 보물 제411호 무첨당(無5FDD堂)에 갔다. 깨끗하고 커다란 사랑채 마루에 걸린 많은 현판 중에 ‘좌해금서(左海琴書)’란 특이한 글씨체는 ‘영남의 대표 가문’이라는 대원군의 죽필(竹筆)로 쓴 글이다.국화꽃이 고운 큰길 개울가 연못에는 선비들의 마음처럼 수련이 자라고 있다. 보물 제412호 향단(香壇)길은 한양으로 올라간 형을 대신해서 동생 이언괄이 노모를 모셨다는 곳, 독특한 화려함이 돋보이는 고택이다. 마지막으로 앞 언덕에 있는 보물 제442호 관가정(觀稼亭)으로 갔다. 누마루가 멋있는 청백리 손중돈의 간결한 살림집이다. 향나무들이 허리 굽혀 넘보는 담장 밖으로 나와 평화로와 보이는 마을을 나서면 안강 들판을 씻어온 형산강둑엔 하얀 갈대가 하늘대고 있다.

2021-11-21

자율재능 드림 콘서트

윤영대수필가 지난 8일 경북교육청문화원 대공연장에서 중학생들로 이루어진 윈드오케스트라 연주회가 열렸다. 개교 70주년을 맞은 청하중학교의 제6회 정기연주회였다. 청하중학교는 경상북도교육청이 추진하는 예비미래학교에 지원하여 자율재능학교로 선발되어 각종 특기교육을 실시해온 결과 올해 미래학교로 지정되어 앞으로도 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의 재능을 키워 갈 수 있는 길을 열었다.자율재능학교는 2015년 시작되어 학생이 편중된 학교와 유휴교실이 있는 인근 학교 간의 win-win사업으로 재능신장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교육과정 선도학교를 의미하며, 학생활동 중심의 수업(스포츠), 창의적 체험 활동(승마, 골프),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국악, 음악) 등으로 꿈과 끼를 키우고 학교 교육의 만족도를 향상시킨다는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참여 학교들은 이러한 교육 활동으로 학생들의 우정이 돈독해지고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고 반기고 있다.시골 학교의 학생 수는 날로 감소하고 있고 폐교위기에 처한 초·중등 학교가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청하중학교도 지방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옛날 수백 명이던 전교생 수가 올해 100여 명을 조금 넘고 한 학년에 30명도 채우기 힘들어한다. 다행히 자유 학구제와 여러 특별교육 프로그램에 힘입어 ‘아름다운 전원학교, 함께 꿈꾸는 행복학교’라는 슬로건 아래 농어촌 학생들의 적성계발과 문화적 감수성 향상을 목표로 한 ‘1인 1악기’ 프로그램 등으로 올바른 인성 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학교 송림의 이름을 딴 ‘관송 윈드오케스라’를 2014년에 창단하여 포항시향과 대구 음악인들의 헌신적인 지도를 받아 매주 월·화·토 그리고 방학 중에도 연습을 거듭하여 오늘의 알찬 연주회를 가질 수 있었다고 한다.전교생 109명 중 66명이 오케스트라를 구성하여 바이올린, 첼로 등 현악기뿐만 아니라 클라리넷, 색소폰, 트럼펫, 호른 등 성인에게도 어려운 관악기까지 다루고, 여기에 적성이 맞지 않은 학생은 모듬북반, 사물놀이반, 기타반, 우쿨렐레반, 밴드반 등 음악동아리를 만들어 각자의 특기를 뽐내고 있었다.그날 프로그램을 보니 대단하다. 사물놀이 의상을 입고 북을 신나게 두드리고, 기타 치며 노래하고, 가벼운 클래식과 영화음악을 오케스트라로 연주하는 모습은 2시간 내내 가슴 뿌듯하게 박수 치게하고 시골 학교 재능꾼들의 벅찬 꿈이 무대 가득 넘쳤다.프로필을 보니 현악4중주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여학생은 비엔나 음악콩쿠르 대상을 받았고 또 한 명은 예술고등학교를 졸업하여 각종 콩쿠르에 입상하고 유명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음대 재학 중이라고 한다. 이러한 단원들의 노력으로 2016년 제41회, 2019년 제44회 두 번이나 대한민국 관악경연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하였고 각종 페스티벌 공연과 재능기부 등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농어촌 전원학교에서 자율 재능교육을 받고 계속 그 꿈을 키워 나가는 학생들을 볼 때 지금의 주입식 위주 교육방식도 많이 달라져야겠다고 생각하며 청하중학교의 꿈 ‘자율재능 드림 콘서트’가 매년 연주되기를 바란다.

2021-11-14

선비문학의 노래, 입암28경

윤영대수필가 영남유교문화권에는 서원과 향교, 재사와 종택, 누정(樓亭) 등이 널려있는 노천박물관이 많고, 그중 포항 죽장면 입암리는 명승지이기도 하다. 옛 선비들의 낭만적 삶을 찾아가는 길, 자호천 따라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입암 28경은 임진왜란 때 대학자 여헌 장현광(旅軒 張顯光)이 피난 왔다가 그 절경에 매료되어 머물면서 시를 쓰며 이름 지었고, 이곳에 정자를 지어 후학을 가르치고 벗들과 시가를 읊으며 40여 년간 고고한 삶을 살다가 84세에 세상을 뜬 곳이다.조용한 서원 앞에 주차하고 돌계단을 오르니 300년 된 은행나무가 거느린 울창한 송림 속의 서원은 닫혀 있어 낮은 담장 너머로 보면 입암서원(立巖書院)이란 투박한 서각의 현판이 걸린 곳은 강당, 그 뒤뜰의 묘우(廟宇)에는 장현광을 중심으로 좌우에 동봉 권극립, 우헌 정사상, 윤암 손우남, 수암 정사진 등 사우(四友)의 위패가 봉안되어있다. 입암서원은 경북기념물 제70호로 지정되고 유물들은 한국국학진흥원에 기탁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가을바람에 끌리듯 동봉 권선생 유허비를 돌아 마을에 있는 가장 오래된 건물인 만활당(萬活堂)을 들여다보고 가사천 개울로 내려갔다. 물가에 탕건을 쓴 듯 우람하게 서 있는 탁입암(卓立巖)과 춤추는 듯한 처마가 고운 일제당(日8E8B堂)은 서로를 바라보듯 사랑스러운 한 쌍인데, 그사이 기여암과 계구대 바위가 시샘하듯 둘러싸고 있다. 28경의 중심, 그 한적한 난간에 앉아 맞은편 구인봉을 보며 옛 선비의 ‘입암13영(詠)’을 듣고 싶다.입암 아래 돌다리 답태교는 흔적도 없고 물가에 놓인 상두석 수를 헤아려보니 7개, 그래서 북두칠성을 노래했었구나. 맨발로 건너서 깨끗한 경심대 반석에 앉아 마음을 씻으면 맑은 수어연 물속에서 노니는 물고기들을 헤아려본 문객들의 유유자적한 풍류가 그리워진다. 개울 건너 피세대 절벽 아래는 맑은 물이 흘러들어 여름철에는 캠핑족들의 낙원이 된다. 발 씻고 그 앞의 넓은 잔디밭으로 건너가니 노계 박인로 시비가 단아하게 서서 ‘입암별곡(立巖別曲)’을 노래하고 있다. ‘무정히 선 바위 유정하게 보이나다….’목이 말라 솔안마을에 있다는 물멱정 샘을 찾으며 서원원무소를 지키고 있는 노인에게 물었더니 만활당 뒤쪽이란다. 큰 느티나무 둥치 뿌리 사이에 솟는 작은 샘물을 한 움큼 마시고 갈증을 씻었다. 다시 차를 타고 함휘령, 산지령을 먼발치에서 보며 상암대와 욕학담으로 갔는데 홍수에 떠내려온 나무들이 걸려있어 모습을 잃었고, 허탈한 마음으로 읍내로 내려와 자호천과 가사천이 만나는 합류대(合流臺)를 찾았더니 입암교 부근은 지난여름 태풍이 할퀴고 간 상처가 가득하다, 부근에 있었다는 향옥교와 화리대, 경운야와 야연림의 사라진 옛 흔적을 찾다 보니 해는 어느덧 서산에 기운다.옛 선비들의 ‘안빈낙도 선공후사(安貧樂道 先公後私)’의 가르침을 안고 되돌아오는 길, 마지막으로 세이담이 있는 까치소 맑은 물에 귀를 씻었다. 여러 관직에 불리었으나 정치에 뜻을 두지 않고 학문에 전념한 여헌 선생 같은 인물이 이 시대에도 나와, 참된 말씀을 들려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2021-11-07

선비문화 마을, 덕동 숲

윤영대수필가 지난주 포항문화원의 경북선비아카데미 12강좌가 끝났다. 격조 높은 강의를 들으며 포항지역의 선비문화를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경북지역은 유학의 발상지이자 중심지로 낙동강을 맥으로 삼아 상·중·하로 구분되어 포항지역은 대구 구미 선산과 더불어 낙중학(洛中學)으로 교육의 맥을 이어온 곳이라, 선비정신이 은은하게 배어있고 자취도 고스란히 남아있음을 알고 그 정신적 향기를 맡아보고 싶어졌다.비 온 후 맑은 가을하늘 아래 기계면을 지나 기북면으로 들어가니 과수원엔 탐스런 사과들이 태양을 닮고 있었고 잠시 후 오덕리 덕동숲에 닿았다. 이 숲은 풍수적으로 조성한 수구막이 숲으로 2006년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하였고 소담스러운 전통마을을 품고 있다. 입구 노송숲에 ‘덕동국민학교 교적비’가 눈에 띈다. 30년 전 폐교했다는 자리에는 전통문화체험관이 널찍하게 들어서 있다. 코로나로 방문객이 드문 관내를 돌아보며 볼거리느낌 집, 배움나눔 집, 잠자는 집과 다도와 공예체험실 등을 기웃거리다 뒤뜰로 오면 정겨운 장독대가 옹기종기 놓여 있었다.덕동민속전시관 앞에 주차하고 보니 덕연관(德淵館)은 닫혀있고 노부부가 낙엽을 쓸고 있었다. 지팡이를 짚고 있는 노인이 여주 이씨 후손인 듯해서 인사를 했더니 전시관 주인으로 이 마을의 고문서 등을 보존하고 있다며, 이제는 마을에 맡겼다고 아쉬운 듯 뒤돌아본다. 앞에는 ‘제4호 기록사랑마을’의 커다란 표석이 보이고 덕연구곡 비석도 있다. 삼기(三奇) 구곡(九曲) 팔경(八景)을 메모하여 둘러보기로 했다.먼저 용계정(龍溪亭)으로 내려갔다. 임진왜란 당시 북평사를 지낸 농포 정문부 선생의 별장으로 이조 말엽 서원철폐에도 용케 화를 면하고 좁은 용계천 바위 벼랑에 서서 맞은편 연어대(鳶魚臺)를 내려다보며 늠름하다. 맑은 개울가 합류대에서 조약돌 하나를 주워 만지작거리며 올라오니 세덕사 터에 수백년 된 와향(臥香)이 세월의 무게를 업고기는 듯한 모습이 신기하다.조용한 골목길을 올라가면 애은당(愛隱堂) 고택이다. 기왓장을 쌓은 입구로 들어가 봤더니 인적이 없어 ‘ㅁ’자 모양이라는 상류층 고택을 살펴보지 못하고 나와 여연당(與然堂)으로 갔다. 정문부가 사위인 이강에게 양도했다는 가옥이다. 자연석 기단 위 툇마루에 마침 노인이 앉아있기에 현판 글씨가 아름다워 허락을 얻고 찍었다. 바로 옆이 사우정(四友亭) 고택, 정면 7칸 ‘一’자 형의 납도리집 사랑채는 긴 마루에 나란히 앉아 담소했을 네 명의 친구들이 그려지고, 담 붙은 근대한옥의 태고와(太古窩) 마루에 잠시 앉았다가 앞길의 덕계서당으로 갔다. 전통건축 중에 서당이 흔치 않아 역사적 가치가 크다는 곳 강의재(講義齋)에 앉아 시 한 수 읊고 싶은 마음을 안고 강둑 길 지나 와룡암으로 갔더니 넓은 반석 위로 깨끗한 개울물이 계절을 씻고 있었다.되돌아오는 길, 섬솔밭으로 들어가 연잎이 고요히 들어찬 호산지당 옆 회나무 우물 ‘회정’에 입도 적셔보고, 이 나라에 군자의 덕을 갖춘 진정한 선비가 나와 국가를 이끌기를 염원하며 구령대 앞에 서니 선비들의 삶을 느낀 오늘의 나들이가 마음에 찬다.

2021-10-31

10월의 마지막 날

윤영대수필가 10월 달력을 자세히 보니 국경일 2개, 법정기념일 7개 외에도 많은 ‘~의 날’이 있는 문화의 달이다. 또 음력 9월9일 중양절(重陽節)도 있어 노란 국화꽃으로 화전도 부쳐 먹고 유자를 잘게 썰어 꿀물에 타서 화채를 만들어 마시기도 하는, 가을의 으뜸가는 상달이라는데 벌써 마지막 주일이다.풀잎에 찬 이슬이 맺히는 한로(寒露)는 벌써 지났고, 하얀 서리가 내리는 상강(霜降)을 맞고 보니 산과 계곡엔 울긋불긋 단풍이 절정이고 아름답게 활짝 핀 국화를 시샘하듯 들판엔 코스모스와 구절초의 무리가 한창 나풀댄다. 기러기 날아가는 황금 들판에는 농부들이 추수를 마무리하며 겨울 맞을 준비로 바쁘고 겨울잠을 자야 하는 벌레들은 숨어버린다. 이렇게 자연은 풍요롭고 알뜰한 계절을 베풀어 주는데 복잡한 정치벌판에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무슨 씨를 뿌리는지 온갖 시끄러운 말과 행동이 어지럽다. ‘된서리가 내리면 온 천지가 깨끗해진다’는 말처럼 서리 내려 맑게 씻었으면 한다.이번 10월은 날씨가 참 변덕이 심했다. 월초엔 30도를 웃도는 110년 만의 무더위가 덮치더니 곧이어 수도권에 113년 만의 가을 폭우가 내렸었고 또 보름도 지나기 전 중순엔 64년 만에 전국적으로 이른 한파 특보가 발령됐었다. 갑작스런 기록에 ‘가을이 사라졌다.’는 우려 섞인 말들도 나왔다. 경기 성남의 대장동이라는 조용한 마을에 택지개발 사업을 벌여 수천 배의 떼돈을 번 50억 클럽 얘기도 떠도는 것을 보니 기후위기와 함께 우리 사회도 위기가 온 탓일까 매우 걱정된다.이제 반소매, 짧은 바지, 엷은 속옷 모두 벗어 빨아 넣고, 긴 옷에 두꺼운 옷을 꺼내입고 추워지는 계절에 대응하듯 우리 국민들도 정치계의 비바람에 진흙탕물 튀기지 않도록 맑은 마음으로 조심해 가야겠다.시골집 대문간의 작은 감나무에는 주먹만한 홍시가 여남은 개나 열렸고 석류도 탐스럽게 입을 벌리는데 이른 아침 나가보면 그 밑자락엔 단풍잎이 떨어져 가을바람에 휩쓸려 다니고 겨울의 전령사 흰서리가 돌담 아래서 희끗거린다. 코로나 거리두기도 완화되어 다음 달이면 위드 코로나로 전환되어 모임이나 영업시간 제한도 풀리고 코로나와 같이 생활할 수 있을 것이라니 반갑다. 국내외서 백신 여권 말이 나오자 벌써 자가격리가 없는 11월을 내다보며 해외여행의 주문도 늘고 있다고 해서 나도 쓸쩍 꿈을 꾸어본다.문화의 달 10월엔 많은 축제가 몰려있다. 포항시도 스틸아트페스티벌, 거리예술축제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려 문화도시로의 위상을 바로 잡으려고 노력하였고 이제 그 축제들도 끝나고 있다. 10월의 마지막 날은 할로윈데이다. 어린이들은 큰 호박에 눈 코 입 등을 파서 괴물 마스크로 변장하고 장난도 치겠지만, 가족들과 차분한 마음으로 예술회관이랑 미술관 등으로 문화 나들이를 하는 것도 좋겠다.10월의 마지막 날이 오면 즐겨 불러보는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 떠오른다. 가로수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툇마루에 앉아 고구마 구워 국화주 한 잔 마시며 이 계절을 노래하고 싶다.“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2021-10-24

추석 잘 쇠었습니까?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추석 연휴를 어지럽히지는 않을까 걱정했던 강력한 태풍 14호 ‘찬투’가 남해와 제주에 호우를 뿌리고 방향을 틀어 일본 쪽으로 가버린 덕분에 한가위를 맑은 얼굴로 맞이하게 된 것은 다행이었다. 그러나 기쁜 마음을 안고 고향을 찾은 추석 발길에 묻어난 것인지 코로나바이러스는 신규확진자를 하루 3천200명 이상으로 폭증시켜 최악 상태를 기록하고 그 ‘후폭풍’이 염려되어 우리들의 마음을 우울하게 한다.풍요로운 가을을 만끽하며 오랜만에 가족 친지 형제자매 모두 모여 맛있는 음식과 과일을 나눠 먹으며 정다운 얘기 나누며 서로의 정을 느끼고, 마을에서는 풍성한 잔치를 벌였던 우리 민족의 연중 으뜸 명절인 한가위가 이렇듯 의미를 잃고 아름다운 전통풍속을 퇴색시키는 것은 아닐까 염려된다.비록 거리 두기가 4단계로 격상되었지만 추석 연휴기간 동안 경주 보문관광단지를 찾은 관광객이 7만 명을 넘었고 안동 문화단지도 약 5천 명이 찾았으며 제주는 25만 명이 북적였다고 한다. 호텔도 75%에 육박하는 숙박점유율을 보여 집안에서만 즐기던 추석 명절의 풍습이 관광으로 바뀌고 명절 대화에도 투자나 주식 얘기가 등장하고, 친척을 찾기보다는 재테크 기회로 활용하여 부동산 현장을 둘러보는 ‘임장(臨場)’을 다녀오기도 했다는 얘기를 들으니 우리의 추석 풍경도 많이 달라졌구나 하는 느낌이다. 그런데도 추석 연휴 기간에 각 지자체의 5대 범죄 발생 건수가 많이 줄었고 교통사고도 대폭 감소하여 평온한 치안상태를 유지했다니 참으로 다행이다.예년 이맘때쯤이면 씨름 대회와 동네 줄다리기 등 민속놀이로 흥청대었는데 올해는 충남 태안에서 열린 ‘추석 장사씨름대회’에서 여자장사 탄생 소식이 전해져올 뿐이다. 부녀자들이 함께 모여 벌이던 길쌈놀이도, 닭싸움도 소싸움도, 또 마을 공터와 학교 마당에서 즐기던 차전놀이와 흥겨운 강강술래도 기억 속에 아련하다. 이제는 거의 도심의 빌딩 숲속에서 살다 보니 이러한 옛 풍습이 사라지고 있음이 안타깝다. 영화 ‘미나리’가 133만명의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니 이번 추석에도 가족끼리의 만남으로 만족했나 보다.올 추석은 또 ‘치매극복의 날’이었다. 연로한 부모님이 계시는 집안에는 자식들의 따뜻한 온기를 느끼게 해 드리고 외로우실 생활에 효도의 마음으로 찾아뵈었을 것이다. 다행히 요양병원·시설 등에 모셔두었을 경우 추석 기간 2주 동안은 거리 두기와는 무관하게 방문 면회를 허용하였고 예방접종 완료인 경우는 접촉 면회도 가능하도록 하였으니 웃는 얼굴에 따뜻한 마음으로 손도 잡아드리고 함께 할 수 있었다면 그것이 가족의 행복이며 진정한 추석 선물이다.‘추석날 비 오면 흉년이 든다.’는 말이 있어 전국의 비 소식에 걱정이 되었지만 낮에 잠시 빗줄기가 보였을 뿐…. 보름달 맞으러 저녁에 영일대 바닷가로 나갔더니 수평선 구름 아래로 황금빛을 뿌리던 둥근 달이 이내 하늘 높이 떠올랐다. 우리 국민 모두 한가위 명절을 잘 쇠기를 바라며 가슴에 두 손을 모으고 풍요롭고 훈훈한 가족의 행복도 마음속으로 빌어보았다.‘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를 되뇌이며….

2021-09-26

‘청년의 날’을 맞으며

윤영대전 포항대 교수 9월 달력을 보면 붉은 날짜 한 묶음은 추석 연휴 기간이다. 그런데 작은 글씨가 많이 보이기에 살펴보니 4일 ‘지식재산의 날’은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날이고, 7일은 ‘푸른하늘의 날’로 우리 정부가 주도해서 제정된 최초의 유엔 공식기념일이며, 또 ‘사회복지의 날’과 ‘곤충의 날’이기도 하다. 그리고 18일은 ‘청년의 날’이다. 2020년 8월 ‘청년기본법’이 시행되며 청년의 권리보장 및 청년발전의 중요성을 알리고 청년 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제정한 법정기념일로 9월의 셋째 토요일이 된다. 청년 나이는 기존 만19세부터 29세까지였으나 이 법에는 만19세부터 34세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청년이라는 말은 개화기 시절 가장 인기 있는 유행어였으나 일제강점기 이후 퇴조되었다가 1920년경 새로움과 신문명의 문화 운동 주역이 되어 다시 부각되었었다. 그때까지는 소년-장년의 구분이었는데 그 사이에 청년이 끼이게 된 것이다.최근 UN은 체질과 평균수명을 고려하여 0~17세를 미성년, 18~65세를 청년, 66~79세를 중년, 80~99세를 노년, 100세 이상을 장수 노인이라는 5단계로 구분했다. 그러나 우리의 사회적 문화적 개념으로 청년세대는 20~30대를 말하는 경우가 많다.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청년세대를 ‘N포 세대’라 부른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 세대’를 넘어 취업, 주택, 인간관계까지 포기한다는 세대를 비유한 말이다. 이렇듯 청년들의 최대 고민은 취업과 장래의 불확실성이다. 코로나19 이후의 청년부채 증가 및 실업과 해고 등의 문제를 도와주기 위해 복지포인트를 비롯하여 집 마련을 위한 청년우대형 청약통장 제도를 두고 있지만 현재 15~29세 청년실업률은 10% 정도이고 전세 대출도 급증하는 암울한 현실이다.그리고 가장 문제인 점은 매스컴에 자주 보도되는 청년들의 죽음이다. 특히 고독사(孤獨死)가 2020년 4천200여 건으로 3년 사이 58%나 증가한 것을 보면 사업실패와 경제적 어려움보다 사회의 소외와 단절, 무관심 등 가족의 붕괴, 1인 가구의 급증에 따른 것으로 보여 ‘청년 맞춤 복지정책’과 사회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어느 지자체의 청년창업 지원방안으로 단순히 임대료와 설비지원을 한 청년 몰(Mall) 사업의 실패 소식을 접하고 보면 ‘청년수당’ 등 무조건적인 금전 지원보다는 그들이 진정 일할 수 있는 환경과 사회안전망 구축 등 심리지원 인프라도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최저임금에 대한 의견도 엇갈린다. 노동계는 또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수많은 중소 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늘어나 폐업을 한다면 그나마 자신의 생활 소비방식을 줄인 채 적은 급료나마 받으며 꿈을 키워가고 있을 알바생들은 또 어떻게 될는지…. 임금문제는 청년실업이라는 큰 숲을 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청년의 날을 맞이하여 국가의 내일을 짊어지고 갈 청년들의 꿈을 키워주고 그들의 고민을 포용하며, 고립되어가고 있는 20~30대 청년세대 문화 해결을 위한 현명한 정책을 생각해 보자.

2021-09-12

우편 요금이 올랐다

윤영대수필가 지난 9월 1일부터 우편요금이 인상됐다. 2019년 5월 이후 2년 4개월 만에 일반우편료가 380원이던 것이 430원으로 50원이나 오른 것이다. 2001년에 엽서 140원과 규격봉투 170원이었던 것이 매 2~3년마다 20~30원씩 올라 이제 그때 요금의 2.5배가 넘는다.우정사업본부는 ‘소포사업 내실화와 국제물류 활성화 등 수익성 제고와 물류체계 개편, 인력 운영 및 우체국망 효율화 등을 통한 원가절감 노력을 했으나 부득이 요금조정을 하게 됐다’고 밝히며 깊은 이해를 당부했다. 그 요인으로는 모바일 전자 고지 전환에 따른 우편수요 감소와 인건비의 지속적인 상승을 문제로 꼽는다.IT시대의 정보교환과 전달방식의 비대면·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우편물량이 크게 감소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고, 그에 따른 우편 영업손실이 지난해 기준 1천239억 원이었으며, 우편량은 2002년 55억 통으로 최고치를 보였다가 매년 점차 감소하여 2020년엔 31억 통으로 줄어들었다고 한다.우리집만 보더라도 은행카드, 보험, 전화, 전기 등 자동납부 내역과 세금 및 각종 공과금, 회비 납부 고지서가 매달 10개 정도로 우편함을 채우고 있었지만 전자 우편으로 바꾸어 달라는 권고를 따라주어 현재는 배달되는 우편물이 반 정도이다. 이는 종이 사용줄이기 등의 환경문제 해결을 실천하려는 것으로 맑은 세상을 위해 좋은 일이다.우편요금은 우편물 종류에 따른 31개 구간에 50원씩 인상되어 일반우편의 경우 우편엽서는 350원에서 400원으로, 규격봉투는 380원에서 430원으로 올랐다. 이는 25g까지로 A4용지 4매 기준이며 일반 등기는 여기에다 등기수수료 2천100원을 추가하면 되는데, 이 수수료는 이미 작년 7월 1일 1천800원에서 300원 인상되었었다. 미국 일본 중국 등 10여 개 국가에서도 인상하고 있다니 디지털 시대를 맞은 세계적 추세인 모양이다. 개인이 한 통 부치는데 50원 인상은 큰 금액은 아닐지 몰라도 납부 내용을 일일이 고객에게 고지해야 하는 은행이나 단체는 부담될 것이지만 환경보호 차원의 경비를 분담한다는 생각을 하면 어떨까?우편요금이 바뀌면 새 우표가 발행되는데 이번에도 430원 520원 2천530원짜리 세 종류가 발행되었다. 520원 우표는 규격 외 봉투에 편지를 넣어 보낼 때 붙이려는 것이다. 일반 우표 도안은 태극기와 무궁화이고 등기우편용에는 청자 주전자가 디자인되어 우표수집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솔솔한 재미도 주고 있다. 또 우편요금 변동과 무관하게 규격 우편에 영원히 사용할 수 있는 ‘영원 우표’도 있다. 2013년에 처음 발행된 후 2015년에는 50여 종에 가까운 영원 우표를 계속 발행한 적이 있다.나도 우표수집을 즐기고 있어 새 우표가 나올 때마다 우체국에 가서 손편지를 보내는데 침 발라서 부치던 옛 시절을 생각하며 한 장씩 우표를 정성껏 풀로 붙여 보낸다. 요즘 이메일, 카톡 등으로 얘기를 주고받지만 하얀 봉투에 예쁜 우표를 붙여 우체통에 넣어 보내는 일도 소소한 즐거움이다. 430원으로 나의 마음을 3~4일 내로 배달해 주는 우편은 가성비도 최고다.

2021-09-05

이미 진정한 승리자입니다

윤영대수필가 제16회 도쿄패럴림픽이 열렸다. 22개 종목 539경기에 162개국 4천403명이 참가했고 우리나라는 14개 종목에 159명의 선수단이 참가하였다.무관중으로 조용한 가운데 열린 개막식의 주제는 ‘우리에겐 날개가 있다’이고 스타디움은 ‘파라 공항’으로 꾸며졌다. 패럴림픽 엠블럼 ‘아지토스’가 바람에 떠다니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한 개막공연을 보면서 진정한 장애는 없다는 생각과 함께 3-3-3박수의 의미도 알았다. 마음-육체-영혼에 용기를 주어 장애인들이 가진 질병에 대한 회복력과 역경을 극복하는 강인함, 그리고 평정심을 상징한다는 것을….바닥에 표시된 ‘WeThe15’의 의미는 전 세계 인구의 15%가 장애인인 현실에서 ‘장애 차별 종식선언 캠페인’이란다. 입장식에는 휠체어 탄 선수들이 앞장서고 목발 짚은 선수들도 씩씩하게 걸어들어왔으며 얼굴에는 밝은 표정이 가득했다. 우리 선수들도 훈색의 생활한복 차림으로 82번째 들어왔다.이어진 개막식 공연은 ‘한쪽 날개 꼬마 비행기’ 이야기다. 주인공 꼬마 비행기 소녀는 13살, 선천적 신체장애를 갖고 태어나서 휠체어를 타고 있지만 ‘저를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나를 보여주고 싶어요’라며 오디션에 참여했다고 한다. 또 다른 여섯 대의 비행기도 모두 장애가 있다. 한쪽 바퀴 없는 비행기는 축구선수였는데 사고로 중도절단 장애이고, 작은 날개 비행기는 선천적 소인증(小人症) 장애이며, 긴 날개 비행기는 지적장애 연극배우이고, 수다쟁이 비행기는 청각 언어장애이며 프로펠러 비행기는 뇌성마비 장애인데도 그 유연한 몸놀림이 놀랍다.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마음의 눈 비행기는 시각장애를 가진 시인 작가이며 ‘장애인이 살기 좋은 사회는 비장애인에게는 더 살기 좋은 사회’라고 말한다.개회선언 후 패럴림픽기 입장 때, 파라 앙상블 연주에서 왼손 장애인이 피아노 치듯 하는 기타 연주가 신기하고,오른팔 의수로 능숙하게 바이올린을 켜는 간호사와 ‘여우춤’을 추는 자폐증 무용수, 의족 모델, 시각장애 연주자, 하지장애 무용수 등 15명의 친구들이 보내준 응원의 힘으로 마침내 꼬마 비행기는 하늘을 날아오른다.탁구경기에서 두 팔 없는 선수가 나오기에 ‘어떻게 라켓을 잡지?’하였는데 입으로 라켓을 물고 발가락으로 공을 잡아 올려 서브를 넣었다. 스매싱도 힘찼다. 우리 선수도 하지 장애가 있었지만 그에 비하면 비장애인처럼 보였다.우리 선수가 경기를 치르는 14개 종목 중에 배드민턴과 태권도는 처음 도입되었고 육상, 테니스, 배드민턴, 탁구, 농구는 휠체어를 타고 하는 종목이 있으며 유도는 시각장애인들의 경기다. 평소 자신을 이겨낸 영웅들이 좋은 성적으로 웃음 가득한 꽃길을 걸어오길 기대하며 우리 모두 응원을 보내자.“금4 은9 동21개의 20위를 꿈꾸겠지만 이기든 패하든 마음껏 즐기다 오세요. 패럴림픽 참가로 당신들은 이미 진정한 인생의 승리자입니다.”

2021-08-29

국경일에는 태극기를 달자

윤영대수필가 광복절 아침, 맑은 하늘을 보며 아파트 베란다에 태극기를 꽂고 머리를 내밀어 밖을 살펴보니 태극기의 펄럭임이 드물다. 지난 제헌절에도 토요일이라 그랬는지 국기게양이 적었다.다른 곳은 어떤지 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정오쯤 나서서 우리 아파트부터 둘러보았는데 가끔 내리는 소나기 탓인지 드문드문 4~5개, 아예 없는 통로도 있다. 인근의 신축 고층아파트 단지는 베란다가 안 보이는 유리 벽면이라서 그런지 국기 단 곳이 아예 안 보이고 어쩌다 한 집의 창밖으로 꽂아둔 태극기는 절벽에 홀로 외롭게 핀 한 송이 꽃 같다. 환여동을 지나 양덕동과 장성동의 대단지까지 둘러보는 큰 도로변에는 그래도 가로기(街路旗)가 열 지어 펄럭이고 있으니 아름답다. 몇몇 아파트 단지 안에도 들어가 보았으나 몇 개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을 뿐 마찬가지다. 연휴라서 그런지 즐비한 상점에도, 한적한 마을 골목길에도 드물었다. 텅 빈 학교에는 외롭게 게양되어 있는데 값비싼 조각작품들이 놓여있는 대단지 아파트 입구에는 국기 게양대가 아예 없다. 무언가 아쉬웠다.국기는 5대 국경일과 국군의 날, 그리고 정부지정일에는 게양해야 하고 현충일과 국장일에는 조기(弔旗)를 걸어야 한다. 대한민국 국기법과 그 시행령에는 국기 관리 및 선양 방법 등과 함께 ‘모든 국민은 국기를 존중하고 애호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국기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국가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교육과 홍보 활동 등 국기 선양사업을 추진·지원한다’고 되어있다. 또 국기에 대한 경례, 맹세, 그리는 법 등이 상세히 규정되어 있고 게양방법과 위치도 정해 두고 있다.단독주택은 대문 왼쪽, 공동주택은 난간 중앙 또는 왼쪽에 달도록 한다. 그러고 보니 요즘 도시에서는 거의 아파트에 살다 보니 태극기 달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난간이 있으면 건물 벽면에 기울여 달 수 있겠지만 앞면이 거의 유리도 덮어져 있는 경우 달 곳이 마땅찮으니 방법을 마련해야겠다.국기게양의 전국 실태는 어떨런지 SNS를 훑어보았더니, 높은 빌딩에 홀로 게양된 곳도 있고 대부분 10% 미만의 상태라고 알리고 있다. 그런데 서울 성동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공동주택 태극기 달기 운동’으로 수십 층 난간에 일렬로 나란히 걸려 있어 장관을 이룬다. 높은 아파트의 벽면 가득히 태극기가 펄럭이는 모습을 상상해 보면 거대한 화판에 태극 꽃을 그린 퍼포먼스와도 같겠다. 그런데 수원과 안양시청에서는 평화를 기원한다며 한반도기를 내걸었다니 참 어이가 없다.코로나 지원도 좋겠지만 태극기를 전국 가구에 나누어주고 앞으로 국경일에는 온 나라가 태극기의 물결로 일렁이도록 하면 어떨까? 지자체 민원실, 편의점, 문구점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도록 하고 시상품이나 기념물로도 주고 전입자, 혼인신고자에게도 증정품으로 나누어 주자는 의견도 있다.국경일을 그냥 놀아버리는 공휴일로 보내지 말고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드높이고 선열의 숭고한 정신을 계승하여 집집마다 태극기가 펄럭이는 아름다운 그 날을 보고 싶다.국경일에는 우리 모두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충성을 굳게 다짐해 보자.

2021-08-22

입추, 가을이 온다는데…

윤영대수필가 입추(立秋), ‘가을이 들어선다’는 절기이다. 그런데 연일 35도를 넘는 폭염과 열대야로 가을을 마중하기 어렵고 기후변화와 온난화에 대한 미래에의 두려움만 커지는 듯하다.그동안 열기를 띤 도쿄올림픽 경기를 늦은 밤까지 보며 더위를 잊곤 했지만 이제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 어게인’을 외치며 열심히 싸운 선수들의 땀방울을 생각하며 10위권을 벗어난 결과는 잊고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축하하자.입추의 첫 닷새 초후(初候)는 서늘한 바람이 불고 중후에는 흰 이슬이 진하게 내리고 말후에는 쓰르라미가 운다고 하지만 어림도 없는 듯한 요즈음이다. 중국 남동해에서 발생한 제9호 태풍 루핏이 먼 남쪽 바다를 지나게 되는 말복쯤에는 이 무더위도 엎드리려나…. 가을의 첫 결실인 노란 옥수수 한 소쿠리 사서 삶아 먹으며 ‘어정 7월 건들 8월’이라는 한가함으로 바캉스 못 가는 마음이라도 달래야겠다.코로나19의 4차 유행 열기로 전국 일일확진자는 1천800명을 돌파하여 기록을 경신하였고 이에 질세라 포항도 24명을 넘어 최대 기록을 세우고 거리두기 3단계의 2주 연장에 들어갔다. 이러한 사태에서 백신 접종도 온라인 예약으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지만 8월 중순부터 접종하게 되는 18세 이상 49세까지의 국민에게도 가능한 빠른 기간 내에 백신 접종을 마쳐 좀 편한 마음으로 이 더위를 이기고 맑은 가을을 맞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 역병 창궐에 따른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음을 머리에 두고 가족의 무병과 국가 사회의 안전을 위해 자중자애하는 정신으로 여름 휴가철을 현명하게 보내야 할 것이다.집에서 종일 에어컨 틀고 TV 보며 에너지를 낭비할 게 아니라 가까운 문화복지 시설에서 책이나 읽으려고 찾았더니 여의치 않아 내친김에 시골집으로 갔다. 무성하게 자란 뽕나무 가지에 덥힌 접시안테나가 TV 화면을 어지럽히기에 잠시 작은 가지를 치고 나니 온몸에 땀이 줄줄 흐르고 팔뚝엔 풀모기에 물린 빨간 자국들이 가득하다.해거름 무렵 마음을 털려고 형산강 둔치로 가서 포항운하관을 둘러보고 송도 끝 모래사장에 갔더니 바다를 나는 패러글라이딩 모습이 활기차다. 큰 전구 모양의 바다전망대인 투명한 워터폴리 안으로 올라가면 송도 바다 전망과 찬란한 포스코의 야경이 가슴에 찬다. 모래사장 복원을 하는 송도해변을 지나 포항운하를 따라오다가 동빈다리를 건너니 ‘그린웨이 프로젝트’인 학산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이 한창이다. 빨리 친환경 녹색도시가 만들어져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일그러진 시민의 숨결을 고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영일대 해수욕장으로 가서 발열 검사 후 모래밭으로 내려서면 ‘생명의 노래, 물결의 기억’이라는 주제로 샌드아트 패스티벌이 꾸며져 있다. 가까이 살펴보니 표면에 모래를 입힌 섬세한 조각품들이 사랑스럽다. 입추의 저녁 바람에 밀려오는 시원한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모래의 간질임에 되돌아보니 샌드아트 ‘바다의 여신’이 웃으며 속삭인다. ‘곧 가을이 올 거예요.’라고.

2021-08-08

집콕 바캉스를 하며 본다

윤영대수필가 대서(大暑)가 지나니 더위는 대지를 달구며 푹푹 찐다. 낮 최고 온도가 35도를 넘는 기록에 기상청은 폭염 경보를 내보내며 불볕더위에 야외활동을 삼가고 집에 있으라고 한다. 장마는 벌써 끝났기에 소나기라도 한두 차례 퍼부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에어컨을 틀고 ‘집콕 바캉스’를 할 수밖에 없다.코로나19도 기승을 부려 확진자가 25일째 네 자릿수를 기록하고 방역은 거리 두기 4단계로 올랐다. 유흥시설, 다중이용시설 등도 문 닫고 스포츠도 무관중으로 하고 재택근무도 30% 정도다. 그러니 자연히 ‘집콕’이라는 생활 패턴에 묶여 그 지루함을 달래기 위한 나만의 새로운 취미가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뭐니해도 선풍기 틀어놓고 TV를 보거나 온라인 게임을 하는 일이 많을 것 같다.다행히 요즈음은 도쿄올림픽 중이라 딱딱한 뉴스 시간에도 시원스런 승전보가 들려오기도 한다. 벌써 개막된 지 10여 일, 예상대로 ‘활·총·칼’ 경기에서 선수들의 피땀 어린 훈련과 자기 극복의 결과로 메달을 따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대단하고 자랑스럽다.일본 유메노시마 양궁장에는 혼성 단체, 남·여 단체에 이어 여자 개인에서 안산 선수가 치열한 접전 끝에 3관왕이 되어 네 번째 태극기가 올라가고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옛 중국은 우리를 멸시하며 동이(東夷)족이라 했는데 ‘오랑캐 夷’를 보면 ‘큰大’자에 ‘활弓’자가 걸쳐있어 ‘활 잘 쏘는 오랑캐’라 부른 것이 그래도 고맙다. 그 후예들의 활약으로 양궁에 걸린 다섯 개 금메달 중 4개를 딴 것이다. 참 장하다.펜싱에서도 남녀 각 종목 단체전에서 금 은 동을 가져왔고 사격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금까지 금 5, 은 4, 동 7개로 종합순위 7위에 올랐지만 앞으로 육상과 구기 종목에서도 메달의 꿈을 꾸는 것이 이 찜통더위 속에서 집콕하는 즐거움이기도 하다.그런데 요즘 또 다른 경기도 점점 열기를 더하는 것 같다. 우리 정치권의 올림픽, 대선(大選) 경기이다. 하나뿐인 대통령 메달을 목에 걸려고 여당 팀에서 8명이 나섰다가 2명이 자격 미달인 듯 탈락했고, 야당 팀도 8명 정도가 전열도 갖추지 못한 채 선수선발전에 뛰어들고 있다. 과연 이들 선수 중에는 도덕성과 품격을 가지고 진정한 국민화합을 통해 국가발전을 이루고자 하는 올바른 마음과 강건한 추진력을 갖추어 국민의 시상대에 오를 만한 인재가 있는 것일까? 선발전을 치르면서 서로를 비방하고 잘못을 들추어내며 민심의 과녁에 눈이 멀어 입으로 침 튀기는 ‘말 화살’만 쏘고 있는 것 같아서 그 진실성도 염려되어 안타깝다.양궁을 끝내고 웃어주고 펜싱을 이기고 상대방을 안아주며 유도에서 자기를 이긴 상대방의 손을 번쩍 들어주고, 서로 얼싸안고 환호성을 지르는 선수들을 보며 왜 정치권 선수들은 남을 못 잡아먹어 안달인지 모르겠다. 편 가르기 싸움을 보면 괜스레 짜증 나고 불쾌감이 드는 것은 나만의 심경일까.무더운 폭염 속 집안에 갇혀 가까운 이웃 나라에서 땀을 흘리며 나라의 명예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온 힘을 다해 경기에 임하는 우리 선수들의 건투를 빌며 그들의 열정으로 마음을 식힌다. ‘우리도 해낼 수 있다’.

2021-08-01

도쿄 올림픽 개막식을 보며

윤영대수필가 7월 23일 오후 8시, 제32회 도쿄 올림픽 개막식과 함께 17일간의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가 열렸다. 열대야가 염려되는 밤, 느긋이 소파에 앉아서 TV 중계를 보았다.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1년을 미루어 열린 만큼 기대도 컸다. 올림픽의 주제는 ‘Moving Torward (전진)’이고 ‘스포츠가 가진 힘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통해 전 세계를 하나로 이어준다’는 의미다.개막식 주제는 ‘감동으로 하나 되다’로 선수 모두 서로 다른 나이와 국적, 계층으로 분리되어 있지만 경기를 통해 흥분과 기쁨 뿐만아니라 실망도 함께 한다는 것이다. 무관중으로 조용하고 어두운 느낌 속에 비디오 영상으로 시작된 오프닝에서 ‘따로 또 같이’ ‘점과 선을 이어’의 의미로 혼자 어둠 속에서 달리는 선수의 모습과 바닥의 화려한 영상으로 선과 점으로 연결해 나갔다. IOC 위원장과 일왕 등 귀빈 입장에 이어진 퍼포먼스에서는 조금 으스스한 춤이 이어지다가 전통리듬과 밝은 등불 행렬이 들어오면서 환영의 뜻을 보여주며 64년 도쿄 올림픽 때 씨앗을 심은 나무로 ‘오륜(五輪)’을 만들어 굴렸다니 인상 깊다.30분간의 오프닝에 이어 각국 선수단 입장이 시작되었다. 206개국 1만여 명이 참가했다지만 일부 선수들만 입장하며 국기를 들고 특색있는 옷차림과 마스크를 한 채 텅 빈 관중석에 손을 흔들며 지난다. 그리스를 선두로 난민선수단이 들어오고 아이슬란드가 들어오기에 이상하다 했다. 일본어 발음의 순서인 모양이다. 그래서 한참을 기다렸더니 태국에 이어 103번째로, 참가한 29개 종목 237명 중 30명만이 태극기를 들고 들어왔다. 모자이크 처리된 관중석에서는 함성도 없고 먼저 입장한 선수들은 지루했겠지만 2시간 가까이 걸렸다.드디어 개막식, ‘더 빨리, 더 높게, 더 힘차게, 다 함께’를 표방하며 선서를 하고 일본의 전통색인 남색의 세 종류 상자들로 체크무늬의 올림픽 엠블럼을 만들고 평창올림픽에서 감탄했던 기억의 드론 쇼도 하늘에서 펼쳤다. ‘다양성의 화합’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한다. 좀 지루한 대회사, 일왕의 개회선언에 이어 올림픽기가 입장하고 종이 비둘기가 날리고 경기 종목의 픽토그램이 흥미롭다. 마지막으로 후지산을 형상화한 조형물 꼭대기의 공이 열리고 성화가 타올랐다. 경기장 둘레에 황금빛 불꽃이 터지면서 33개 종목에 324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는 축제가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도쿄 올림픽의 마스코트인 ‘미라이토와’가 ‘미래와 영원’이란 뜻처럼 스타디움을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 아쉽다.우리 선수단은 탁구 체조 수영 양궁에서 10대 선수들의 기량이 돋보이니 ‘활·총·칼’ 종목에서도 금빛 레이스를 펼쳐 예상대로 금메달 8~10개로 종합 10위권의 꿈을 이루어 코로나에 지친 국민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 주기를 바란다. 코로나 확산에 따른 선수들의 걱정도 크겠지만 개인의 최고 달성, 다양성 안의 통일, 내일로의 연결이라는 세 가지 핵심가치를 가슴에 품고 도쿄 하늘 높이 태극기 날리고 애국가가 울려 퍼지도록 온 국민은 응원할 것이다.

2021-07-25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윤영대​​​​​​​수필가 제헌절이 있는 7월, 마을 길에도 무궁화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우리의 ‘나라꽃 무궁화’, 학명 Hibicus는 이집트의 히비스 신의 이름이며 ‘샤론의 장미’라고 부른다. 샤론은 가나안 복지 중에서도 제일 좋은 곳, 성경에는 ‘수선화’로 번역돼 있다. 꽃말은 ‘일편단심’ ‘영원’이다. 신라의 옛 기록에 근화향(槿花鄕), 즉 ‘무궁화의 고향’이라고 했고 중국의 ‘산해경’에도 ‘군자의 나라에 훈화초(무궁화)가 많다’고 했으니 우리나라는 근역(槿域), 즉 무궁화동산이었음이 틀림없다.무궁화는 7월부터 100여 일간 한 그루에 삼천 송이 이상 끊임없이 피고 지며, 아침에 활짝 피었다가 저녁이면 고이 꽃잎을 닫고 져버린다. 꽃이 귀한 여름철에 유난히 우아하게 피어나는 꽃잔치를 보노라면 무궁화 축제가 기억난다. 1991년 8월 경희궁에서 제1회 ‘무궁화 큰잔치’를 연 이후에 매년 전국적으로 시행하여 오고 있는데 포항에서도 2012년부터 청하의 기청산식물원에서 포항시향과 오페라단의 음악인들을 초청하여 뜻깊은 무궁화 축제를 열어왔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축제 소식이 없기에 식물원을 찾아가 보았다. 사정이 여의치 않다고 미안해하시는 이삼우 원장님과 무궁화 축제가 잘 계승되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무궁화원으로 갔더니 숲 가득히 아름다운 무궁화를 잘 가꾸어 놓으셨다.무궁화는 크게 3품종이 있다. 꽃 전체가 하얀 배달계, 꽃 중심이 빨간 단심계, 꽃잎에 무늬가 있는 아사달계가 있고, 단심(丹心)계는 꽃잎 색깔에 따라 백단심, 적단심, 자단심, 청단심으로 분류된다. 대부분 홑꽃이지만 수술과 암술이 꽃잎처럼 화려한 겹꽃도 있어 전 세계 300여 종의 무궁화 중에 220여 종이 기청산식물원에 피어나고 있단다. 이름 또한 배달 사임당 새한 화랑 한얼 아사녀 삼천리 평화 등 우리말 이름이 많은 것도 서울대 류달영 박사를 중심으로 품종 발굴과 개량, 체계적 분류에 힘쓴 공로이리라.일제 강점기에는 한민족의 상징목이라고 만지거나 바라만 보아도 몸에 병이 든다고 유언비어를 퍼뜨리며 전국적으로 뽑아버리고 불태워 버린 수난의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러나 독립투사들이 민족의식으로 지킨 덕분에 오늘날 ‘나라꽃’으로 삼천리 방방곡곡에 환한 겨레의 얼을 보여주고 있다.그런데 1896년 독립문의 주춧돌을 놓을 때 당시 애국가 후렴에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이라고 부르며 나라꽃이 되었고, 지금 대통령 휘장을 비롯하여 입법·사법부의 휘장으로 또 태극기 깃봉으로 되어있지만 무궁화가 법적으로 국화(國花)임을 결의하거나 법령공포를 한 적이 없고 그냥 상징적 의미로만 있을 뿐, 오히려 일본의 신화(神花)라는 주장도 있다. 봄만 되면 전국이 벚꽃 축제로 떠들썩대지만 정작 우리꽃 무궁화 축제는 그렇지 않다. 이제 우리 민족의 역사와 얼이 담긴 나라꽃을 잘 보듬어가야 하리라.향기가 없고 진딧물이 많다고 멀리할 수도 있겠지만 씨앗과 꽃, 껍질이 약재로도 훌륭한 꽃이니 모두의 가슴에 무궁화를 심고 어지러워지는 듯한 국민의 마음을 단심으로 가꾸자. 시골집에도 무궁화 한 그루를 심었다. 이름은 ‘산처녀’. 무더위 속에서도 티 없고 맑은 무궁화 꽃이 피어나리라.

2021-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