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달력을 벗기고 2022년 임인년 새 달력을 걸며 ‘벌써 한해가 흘러갔구나.’ 하며 우두커니 서서 생각에 잠겨 본다.
코로나19가 설쳐댔던 1년을 지나며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고 무사한 것에 감사하고 ‘내가 한 일은 무엇인가?’ 생각해 본다. 나만의 소소한 일상에서 할 일을 찾고 글을 쓰고 작은 취미를 살리며 지냈고, 조용히 배움터에 나가 쉬지 않고 자기계발을 해 온 것, 해외여행을 다녀온 것, 백신 다 맞은 것…. 그게 모두이다. ‘무엇이 변했나?’ 고희를 넘은 나이에 갑작스레 찾아온 어지럼증에 병원을 찾았더니 크게 염려스러운 것이 아니라 안심했지만 변덕스러운 날씨와 괴질의 확산에 만남을 줄이고 마스크 쓰고 비대면 대화를 하며 약간의 우울증이 온 듯한 것이 내가 달라진 것인가? 그렇게 되뇌며 마지막 달력을 떼어 냈다.
즐겁고 행복했던 일은 있었던가? 보람 있는 일, 늦으나마 나의 꿈을 이룬 것은 무엇인가? 작은 것이라도 있으면 나를 일깨우고 힘을 내도록 해주었던 가족들과 이웃, 지인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연말 인사를 해야겠다. 후회되는 일, 다 하지 못한 일, 잘못한 일, 슬펐던 일, 미워했던 일들은 없었는지도 곱씹어 봐야겠지만 지나간 일들은 잊도록 하자. 부정적 트라우마를 가지고 가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다. 코로나 역병의 검은 기운은 줄어들지 않아서 송년 모임도 없어 섭섭하지만 거리의 크리스마스 트리는 화려한 오색 등불 옷을 차려입고 캐럴도 들려주며 산타의 선물처럼 용기를 북돋운다.
동짓날도 지났다. 음의 기운이 다하고 양의 기운이 시작되었으니 가슴 쭉 펴고 밝은 기운을 받아들이자. 내년엔 우리에게 주어진 ‘대선’이라는 커다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부지런한 소가 역병을 막아주었으니 내년엔 호랑이에게 힘을 빌어보자. 호랑이 꼬리 호미곶에서 ‘상생의 손’ 사이로 떠오르는 붉은 해를 바라보면서 나라와 집안의 안녕을 빌어보고 싶지만 해맞이 행사가 모두 취소되어 아쉽다. 연말 제야의 종소리를 귀에 담고 새해 첫날 호미곶과 영일대 바닷가로 나가서 나라와 가족의 평온을 빌어왔던 기억들이 좋다. 다같이 모여 간절한 마음으로 손 모아 비는 사람에게는 병마가 덮치지 않으리라는 믿음을 가슴에 새겨보는 것도 새해를 맞는 다짐일 텐데….
딸이 선물로 보내준 예쁜 다이어리를 펼쳐 보니 또 한 해의 빈칸들이 나의 알찬 기록을 기다리고 있다. 우체국에서 사 온 연하 카드에 새해 인사를 쓰고 크리스마스 씰을 호랑이 우표 옆에 붙여 보내는 마음도 기쁘다. 자선냄비에 지폐를 넣어주고 적십자 회비도 보냈다. 작은 것이지만 마음이 푸근하다. 새해 소원은 모두 건강과 행복을 비는 마음이겠지만, 더욱더 절실하게 생각 에너지의 파동을 키워 기적을 이루어 보라는 격려도 있다. 기쁜 삶의 의욕과 희망으로 부정적 생각을 버리고 항상 긍정적 사고를 가져야 한다.
갑자기 몰려온 추위에도 시골집 뜰에 노란 납매가 피어나 텅 빈 골목에 향기가 가득하다. 새해는 행복 가득한 날들이 되길 빌며, 한글서예 마지막 수업 때 나의 좌우명을 덧대어 써봤다.
‘맑은 마음 밝은 얼굴 고운 말씨 따뜻한 손길로 보람찬 새해를 맞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