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대선도 80여 일 남았다. 그런데 국가 미래의 꿈을 보여주기는커녕 갈수록 서로 헐뜯는 시끄러운 잡음들이 연일 매스컴과 SNS를 달구고 있다. 대통령 후보자들의 기본 자질은 고사하고 주변의 인물, 특히 가족들의 참하지 못한 언행들이 우리 귓전에 맴돌며 머리를 어지럽히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들어오던 말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가 있다. 나라를 다스리려면 먼저 자신을 수양하고 다음에 집안을 가지런히 해야 한다는 옛 가르침을 ‘대학(大學)’의 팔조목(八條目)을 통해서 배워왔다. 대통령 후보자의 개인 능력이나 인격과 품성은 유권자 각자의 판단일 수 있지만 최근 가족의 행위들을 볼 때 옛 가르침이 가슴을 치게 만든다.
이재명·윤석열 후보 둘 다 법학과를 나와 변호사, 검사로서 또 도지사, 검찰총장직을 수행하면서 나름대로의 국가통치 방법을 익혀왔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들과 아내의 석연치 않은 비행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안타깝다. 그것이 진실이건 거짓이건 그러한 것들이 떠도는 자체가 후보 자신들의 문제다. 공인으로 국민 앞에 나서려면 본인과 가족의 법적, 도덕적 검토가 필요하다. ‘내로남불’이라는 희한한 말들이 이곳저곳 떠돌며 품격을 떨어트리고 사회의 빈축을 사고 그에 대한 변명도 사죄도 진실이 아닌 듯하니 이 나라의 미래를 맡기고 싶은 마음이 일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사람들은 자기 자식 나쁜 점을 알지 못하고 자기 밭에서 자라는 곡식의 싹이 큰 줄 모른다’라는 속담이 요즈음 대선 정국에 절절히 맞는 것 같아 안쓰럽다.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개발사업 논란에 휩싸여 말 바꾸기를 거듭하더니 아들의 불법도박과 성매매 파문으로 곤욕을 치르며 “아들 말을 믿는다”하며 고개를 숙였다. 윤석렬 후보는 고발 사주 의혹으로 질책을 받더니 최근 부인의 허위 경력 의혹에 “공정 상식에 맞지 않다”고 사죄했다. 그 진실공방이 연일 들쑤셔대지만 듣고 보는 국민의 마음은 편치 않다. 이러한 인물들이 국가수반이 되고자 나서는 것 자체가 ‘수신제가 후 치국’이라는 옛 선현의 일깨움과 멀기 때문이다. 연좌제라는 말은 요즘 사라졌어도 아들의 비행, 부인의 허위가 후보 행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의 정치사를 보면 가족·형제 측근들의 돈에 얽힌 비리들이 꼬리를 문다. 전두환은 형제 비리로 ‘29만 원’만 남았고 노태우는 ‘6공 황태자’를 낳았고 김영삼은 ‘소통령 아들’이 재임 중 구속되었으며 김대중은 아들 ‘홍삼 트리오’가 청탁과 금품수수로 검찰의 조사를 받았고 노무현은 형 때문에 비운을 맞아 결국 투신자살하였다. 이명박은 다스 논란, 처가의 로비 사건으로, 박근혜는 측근의 비선실세 국정농단 등으로 투옥되어 있다. 참으로 부끄럽고 불행한 통치자들의 모습이다. 모두 자신을 갈고닦으며 집안을 두루 살피지 못하고 외적인 과시와 투쟁만을 해온 결과이다.
공자의 가르침에는 수신에 앞서 정심(正心)을 가지라 했다. 자신과 가정에 대한 바른 마음으로의 통찰이 필요하다. 내년 대선을 염려하며 후보들에게 한 마디 ‘수신제가 후 치국평천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