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立秋), ‘가을이 들어선다’는 절기이다. 그런데 연일 35도를 넘는 폭염과 열대야로 가을을 마중하기 어렵고 기후변화와 온난화에 대한 미래에의 두려움만 커지는 듯하다.
그동안 열기를 띤 도쿄올림픽 경기를 늦은 밤까지 보며 더위를 잊곤 했지만 이제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 어게인’을 외치며 열심히 싸운 선수들의 땀방울을 생각하며 10위권을 벗어난 결과는 잊고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축하하자.
입추의 첫 닷새 초후(初候)는 서늘한 바람이 불고 중후에는 흰 이슬이 진하게 내리고 말후에는 쓰르라미가 운다고 하지만 어림도 없는 듯한 요즈음이다. 중국 남동해에서 발생한 제9호 태풍 루핏이 먼 남쪽 바다를 지나게 되는 말복쯤에는 이 무더위도 엎드리려나…. 가을의 첫 결실인 노란 옥수수 한 소쿠리 사서 삶아 먹으며 ‘어정 7월 건들 8월’이라는 한가함으로 바캉스 못 가는 마음이라도 달래야겠다.
코로나19의 4차 유행 열기로 전국 일일확진자는 1천800명을 돌파하여 기록을 경신하였고 이에 질세라 포항도 24명을 넘어 최대 기록을 세우고 거리두기 3단계의 2주 연장에 들어갔다. 이러한 사태에서 백신 접종도 온라인 예약으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지만 8월 중순부터 접종하게 되는 18세 이상 49세까지의 국민에게도 가능한 빠른 기간 내에 백신 접종을 마쳐 좀 편한 마음으로 이 더위를 이기고 맑은 가을을 맞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 역병 창궐에 따른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음을 머리에 두고 가족의 무병과 국가 사회의 안전을 위해 자중자애하는 정신으로 여름 휴가철을 현명하게 보내야 할 것이다.
집에서 종일 에어컨 틀고 TV 보며 에너지를 낭비할 게 아니라 가까운 문화복지 시설에서 책이나 읽으려고 찾았더니 여의치 않아 내친김에 시골집으로 갔다. 무성하게 자란 뽕나무 가지에 덥힌 접시안테나가 TV 화면을 어지럽히기에 잠시 작은 가지를 치고 나니 온몸에 땀이 줄줄 흐르고 팔뚝엔 풀모기에 물린 빨간 자국들이 가득하다.
해거름 무렵 마음을 털려고 형산강 둔치로 가서 포항운하관을 둘러보고 송도 끝 모래사장에 갔더니 바다를 나는 패러글라이딩 모습이 활기차다. 큰 전구 모양의 바다전망대인 투명한 워터폴리 안으로 올라가면 송도 바다 전망과 찬란한 포스코의 야경이 가슴에 찬다. 모래사장 복원을 하는 송도해변을 지나 포항운하를 따라오다가 동빈다리를 건너니 ‘그린웨이 프로젝트’인 학산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이 한창이다. 빨리 친환경 녹색도시가 만들어져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일그러진 시민의 숨결을 고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영일대 해수욕장으로 가서 발열 검사 후 모래밭으로 내려서면 ‘생명의 노래, 물결의 기억’이라는 주제로 샌드아트 패스티벌이 꾸며져 있다. 가까이 살펴보니 표면에 모래를 입힌 섬세한 조각품들이 사랑스럽다. 입추의 저녁 바람에 밀려오는 시원한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모래의 간질임에 되돌아보니 샌드아트 ‘바다의 여신’이 웃으며 속삭인다. ‘곧 가을이 올 거예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