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아침, 맑은 하늘을 보며 아파트 베란다에 태극기를 꽂고 머리를 내밀어 밖을 살펴보니 태극기의 펄럭임이 드물다. 지난 제헌절에도 토요일이라 그랬는지 국기게양이 적었다.
다른 곳은 어떤지 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정오쯤 나서서 우리 아파트부터 둘러보았는데 가끔 내리는 소나기 탓인지 드문드문 4~5개, 아예 없는 통로도 있다. 인근의 신축 고층아파트 단지는 베란다가 안 보이는 유리 벽면이라서 그런지 국기 단 곳이 아예 안 보이고 어쩌다 한 집의 창밖으로 꽂아둔 태극기는 절벽에 홀로 외롭게 핀 한 송이 꽃 같다. 환여동을 지나 양덕동과 장성동의 대단지까지 둘러보는 큰 도로변에는 그래도 가로기(街路旗)가 열 지어 펄럭이고 있으니 아름답다. 몇몇 아파트 단지 안에도 들어가 보았으나 몇 개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을 뿐 마찬가지다. 연휴라서 그런지 즐비한 상점에도, 한적한 마을 골목길에도 드물었다. 텅 빈 학교에는 외롭게 게양되어 있는데 값비싼 조각작품들이 놓여있는 대단지 아파트 입구에는 국기 게양대가 아예 없다. 무언가 아쉬웠다.
국기는 5대 국경일과 국군의 날, 그리고 정부지정일에는 게양해야 하고 현충일과 국장일에는 조기(弔旗)를 걸어야 한다. 대한민국 국기법과 그 시행령에는 국기 관리 및 선양 방법 등과 함께 ‘모든 국민은 국기를 존중하고 애호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국기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국가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교육과 홍보 활동 등 국기 선양사업을 추진·지원한다’고 되어있다. 또 국기에 대한 경례, 맹세, 그리는 법 등이 상세히 규정되어 있고 게양방법과 위치도 정해 두고 있다.
단독주택은 대문 왼쪽, 공동주택은 난간 중앙 또는 왼쪽에 달도록 한다. 그러고 보니 요즘 도시에서는 거의 아파트에 살다 보니 태극기 달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난간이 있으면 건물 벽면에 기울여 달 수 있겠지만 앞면이 거의 유리도 덮어져 있는 경우 달 곳이 마땅찮으니 방법을 마련해야겠다.
국기게양의 전국 실태는 어떨런지 SNS를 훑어보았더니, 높은 빌딩에 홀로 게양된 곳도 있고 대부분 10% 미만의 상태라고 알리고 있다. 그런데 서울 성동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공동주택 태극기 달기 운동’으로 수십 층 난간에 일렬로 나란히 걸려 있어 장관을 이룬다. 높은 아파트의 벽면 가득히 태극기가 펄럭이는 모습을 상상해 보면 거대한 화판에 태극 꽃을 그린 퍼포먼스와도 같겠다. 그런데 수원과 안양시청에서는 평화를 기원한다며 한반도기를 내걸었다니 참 어이가 없다.
코로나 지원도 좋겠지만 태극기를 전국 가구에 나누어주고 앞으로 국경일에는 온 나라가 태극기의 물결로 일렁이도록 하면 어떨까? 지자체 민원실, 편의점, 문구점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도록 하고 시상품이나 기념물로도 주고 전입자, 혼인신고자에게도 증정품으로 나누어 주자는 의견도 있다.
국경일을 그냥 놀아버리는 공휴일로 보내지 말고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드높이고 선열의 숭고한 정신을 계승하여 집집마다 태극기가 펄럭이는 아름다운 그 날을 보고 싶다.
국경일에는 우리 모두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충성을 굳게 다짐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