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연인원 720만 명 투입…교육·의료 인프라 갖춘 포항 배후 수요 쏠림 양덕·장성 부동산 시장 기대감 고조…단순 베드타운 넘을 정주 대책 시급
정부가 경북 영덕군에 12조 원 규모의 신규 대형 원자력발전소 2기 건설을 추진하면서 장기간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포항을 비롯한 동해안 지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지 주목된다.
영덕으로서는 인구 소멸을 막고 영덕 미래를 책임질 최대의 호재가 분명하지만, 영덕 못지않게 엄청난 파급효과를 누릴 수 있는 수혜지역으로 단연 포항이 부상하고 있다.
경제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막대한 자본과 인력이 집중될 실질적 최대 수혜지가 교육·의료·문화예술·숙박요식업 등의 인프라를 갖춘 포항이니만큼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도록 지금부터 제대로 된 준비를 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 12조 원 풀리는 대역사…고소득 종사자 품는 ‘포항’
영덕군 영덕읍과 축산면 일원에 들어서는 총 2.8GW 규모의 대형 원전(APR1400) 2기 건설에는 건설비(사업비)만 총 12조원이 투입된다. 제반 부대 비용까지 합치면 이와 비슷한 규모의 추가 비용도 투입될 수 있다. 여기다 건설이 끝나고 2037~2038년 상업 운전을 시작하면 상주 인원과 관련업체들까지 합치면 수천명이 원전을 중심으로 일을 하게 된다. 울진원전이나 월성원전 등의 사례를 보더라도 이들은 상대적으로 고소득자들이다.
우선 8년의 공사 기간 중 누적 720만 명(일평균 4000명 안팎)의 인력이 현장에 투입되며 연 4500억 원 이상의 생산유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건설 기간과 완공 후 가동 기간을 합친 향후 68년 동안 영덕군에 지급되는 법정지원금도 약 2조 3000억 원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건설 인력이 투입되고, 또 완공 후 상주인력의 실제 정주 및 소비 거점은 포항으로 쏠릴 공산이 크다.
고속도로 개통으로 영덕과 포항의 접근성이 크게 향상된 데다 고소득 원전 종사자들은 자녀 교육과 의료, 문화 등 생활 인프라를 거주지 선택의 최우선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실제 한 원전업계 종사자는 “오지 근무 특성상 셔틀버스 지원이 원활해 월성 원전 종사자들의 경우 왕복 1시간 30분이 소요되더라도 자녀 교육 등을 위해 경주와 울산 등 시내로 나가는 비율이 압도적”이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러한 배후 수요 유입 전망에 지역 부동산 시장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지역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원전 종사자들의 탄탄한 구매력은 영덕과 접근성이 좋은 포항 북구 일대 부동산 시장을 움직일 것”이라며 “양덕동 원룸과 아파트 공실 해소는 물론 장성 재개발 구역 등에도 직접적인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 AI 데이터센터·수소환원제철…전력망 품은 포항의 산업적 우위
단순한 베드타운 효과를 넘어 전력 자립을 기반으로 한 첨단 산업의 시너지가 포항에 집중될 것이라는 점도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로 폭발적인 전력 수요를 감당해야 하지만, 장거리 고압 송전망 신설은 주민 수용성 문제로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힌 상태다.
실제 포항시는 내달 착공하는 2조 원 규모의 ‘글로벌 AI 데이터센터’를 필두로 ‘아시아태평양 AI센터’ 유치, ‘AI 특화지구’ 지정 등 3대 역점 사업을 통해 AI 첨단 산업 생태계 구축을 추진 중이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는 “AI 기술 고도화로 전력 소모량이 급증하는 반면 고압 송전탑 신설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여건”이라며 “영덕 원전의 전력을 곧바로 활용할 수 있는 포항 등 대구·경북권이 엄청난 산업적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정부의 ‘지역별 차등 요금제’는 포항 도약의 핵심 지렛대다.
이상엽 포항시 일자리경제국장은 “발전소 인근 지역 기업들이 전기 요금 인하 혜택을 누리게 되면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 AI 데이터센터의 성공적 안착과 수소환원제철 전환 등 연관 첨단 산업을 유치해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치밀한 정주 대책 없이는 ‘그림의 떡’…선제적 인력 양성 시급
이러한 수혜가 자연스럽게 굴러들어올 것이라는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크다. 인구 유입을 고착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선제적이고 치밀한 수용 태세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안성조 경북연구원 박사는 “포항시가 지금부터 가족 단위 정착을 유도할 맞춤형 정주 지원책과 민관 협의체를 서둘러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포항시는 한국수력원자력의 신규 인력 채용에 대비해 지역 대학들과 연계해 핵심 전문 인력과 실무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 일자리 수요를 지역 내로 완벽히 흡수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물리적 거리의 인접성보다 제도적 혜택의 가시화가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조규봉 한동대 경영경제학부 교수는 “영덕 원전 건설은 포항에 막대한 경제적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전제한 뒤 “풍부한 전력을 무기로 한 첨단 기업 유치와 지역 인재 양성 등 포항만의 차별화된 산업 연계 전략이 뒷받침돼야 실질적인 도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