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大暑)가 지나니 더위는 대지를 달구며 푹푹 찐다. 낮 최고 온도가 35도를 넘는 기록에 기상청은 폭염 경보를 내보내며 불볕더위에 야외활동을 삼가고 집에 있으라고 한다. 장마는 벌써 끝났기에 소나기라도 한두 차례 퍼부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에어컨을 틀고 ‘집콕 바캉스’를 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도 기승을 부려 확진자가 25일째 네 자릿수를 기록하고 방역은 거리 두기 4단계로 올랐다. 유흥시설, 다중이용시설 등도 문 닫고 스포츠도 무관중으로 하고 재택근무도 30% 정도다. 그러니 자연히 ‘집콕’이라는 생활 패턴에 묶여 그 지루함을 달래기 위한 나만의 새로운 취미가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뭐니해도 선풍기 틀어놓고 TV를 보거나 온라인 게임을 하는 일이 많을 것 같다.
다행히 요즈음은 도쿄올림픽 중이라 딱딱한 뉴스 시간에도 시원스런 승전보가 들려오기도 한다. 벌써 개막된 지 10여 일, 예상대로 ‘활·총·칼’ 경기에서 선수들의 피땀 어린 훈련과 자기 극복의 결과로 메달을 따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대단하고 자랑스럽다.
일본 유메노시마 양궁장에는 혼성 단체, 남·여 단체에 이어 여자 개인에서 안산 선수가 치열한 접전 끝에 3관왕이 되어 네 번째 태극기가 올라가고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옛 중국은 우리를 멸시하며 동이(東夷)족이라 했는데 ‘오랑캐 夷’를 보면 ‘큰大’자에 ‘활弓’자가 걸쳐있어 ‘활 잘 쏘는 오랑캐’라 부른 것이 그래도 고맙다. 그 후예들의 활약으로 양궁에 걸린 다섯 개 금메달 중 4개를 딴 것이다. 참 장하다.
펜싱에서도 남녀 각 종목 단체전에서 금 은 동을 가져왔고 사격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금까지 금 5, 은 4, 동 7개로 종합순위 7위에 올랐지만 앞으로 육상과 구기 종목에서도 메달의 꿈을 꾸는 것이 이 찜통더위 속에서 집콕하는 즐거움이기도 하다.
그런데 요즘 또 다른 경기도 점점 열기를 더하는 것 같다. 우리 정치권의 올림픽, 대선(大選) 경기이다. 하나뿐인 대통령 메달을 목에 걸려고 여당 팀에서 8명이 나섰다가 2명이 자격 미달인 듯 탈락했고, 야당 팀도 8명 정도가 전열도 갖추지 못한 채 선수선발전에 뛰어들고 있다. 과연 이들 선수 중에는 도덕성과 품격을 가지고 진정한 국민화합을 통해 국가발전을 이루고자 하는 올바른 마음과 강건한 추진력을 갖추어 국민의 시상대에 오를 만한 인재가 있는 것일까? 선발전을 치르면서 서로를 비방하고 잘못을 들추어내며 민심의 과녁에 눈이 멀어 입으로 침 튀기는 ‘말 화살’만 쏘고 있는 것 같아서 그 진실성도 염려되어 안타깝다.
양궁을 끝내고 웃어주고 펜싱을 이기고 상대방을 안아주며 유도에서 자기를 이긴 상대방의 손을 번쩍 들어주고, 서로 얼싸안고 환호성을 지르는 선수들을 보며 왜 정치권 선수들은 남을 못 잡아먹어 안달인지 모르겠다. 편 가르기 싸움을 보면 괜스레 짜증 나고 불쾌감이 드는 것은 나만의 심경일까.
무더운 폭염 속 집안에 갇혀 가까운 이웃 나라에서 땀을 흘리며 나라의 명예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온 힘을 다해 경기에 임하는 우리 선수들의 건투를 빌며 그들의 열정으로 마음을 식힌다. ‘우리도 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