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군 최종 선정, 울진·봉화·울릉도 공모 도전… 영덕군은 신청조차 안 해소상공인 지원 축소 속 테니스장·전시관 사업 추진…예산 우선순위 논란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추가 공모에 경북지역 지자체들이 잇따라 도전장을 내민 가운데 영덕군은 신청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덕군은 산불 피해 복구에 따른 재정 부담을 이유로 사업 참여를 포기했지만, 같은 시기 수십억원 규모의 시설사업은 추진하면서 예산 우선순위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말 영양군 등 전국 인구감소지역 69개 군 가운데 10개 군을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했다. 이어 올해 추가 공모를 실시해 사업 대상 지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번 추가 공모에는 경북지역에서 울진군, 의성군, 청송군, 울릉군, 봉화군 등이 참여했다. 청송군은 최종 선정됐으며, 나머지 지자체들도 주민 소득 확대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공모에 뛰어들었다.
반면 영덕군은 신청 자체를 하지 않았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은 대상 지역 주민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하는 사업으로, 사업비는 농림축산식품부 40%, 경북도 30%, 해당 지자체 30% 비율로 분담된다. 사업 기간은 올해 7월부터 내년 12월까지다.
영덕군은 산불 피해 복구에 따른 재정 부담을 이유로 사업 참여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영덕군 관계자는 “군비 부담액이 상당한 규모로 예상돼 현재 재정 여건상 사업 참여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사회에서는 재정난을 이유로 주민 지원 사업은 포기하면서 시설사업에는 수십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점을 두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영덕군은 올해 소상공인 특례보증 이자지원사업 예산을 지난해 2억원에서 1억원으로 줄였다. 지원 규모가 크지 않은 탓에 예산은 상반기 중 모두 소진됐고, 일부 소상공인들은 금융 지원을 받지 못한 채 높아진 대출 이자를 감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 한 소상공인은 “경기도 어려운데 지원 예산이 너무 빨리 소진됐다”며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체감하는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영덕군은 35억원 규모의 테니스장 개보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군은 생활체육 활성화와 각종 대회 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주민들 사이에서는 우선순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산불 피해 복구와 민생 회복이 최대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주민 생활 안정과 직접 연결되는 사업보다 체육시설 개선 사업이 먼저 추진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다.
논란은 또 있다.
영덕군은 최근 총사업비 82억여 원이 투입되는 어촌민속전시관 리뉴얼 사업도 추진했다. 그러나 제안서 제출 기간 단축과 현장설명회 미실시 등을 둘러싸고 절차 논란이 불거졌고, 특정 업체에 유리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본지 6월 4일자 10면>
이후 해당 사업은 <본지 6월 4일자 10면> 보도 이후 결국 취소됐다.
지역 건설업계 관계자는 “수십억원 규모 사업이 충분한 검토와 공감대 없이 추진됐다가 논란 끝에 중단된 것 자체가 행정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역사회에서는 이번 논란의 핵심이 단순히 개별 사업의 문제가 아니라 행정의 예산 철학에 있다고 보고 있다.
인근 지자체들은 주민 소득 확대를 위해 정부 공모사업 유치에 나선 반면 영덕군은 재정 부담을 이유로 참여를 포기했다. 그러나 같은 시기 시설 중심 투자사업은 잇따라 추진되면서 정책 방향의 일관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한 주민은 “청송군은 선정됐고 울진·봉화·울릉도 공모에 참여했는데 영덕군은 왜 시작도 하지 않았는지 아쉽다”며 “재정이 어렵다면 주민 지원 사업과 시설사업 가운데 무엇이 더 시급한지부터 따져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예산은 행정의 우선순위를 보여주는 가장 분명한 지표다.
산불 피해 복구와 지역경제 회복, 소상공인 경영 안정이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주민 체감도가 높은 지원 사업은 줄고 시설 투자 사업은 이어지고 있다. 민선 8기 임기 말, 영덕군이 선택한 예산의 방향이 과연 군민들이 체감하는 현실과 같은 곳을 향하고 있는지 묻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윤식기자 newsyd@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