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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여행의 의미

유신애한국청소년문화연합 포항지회장어느덧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계절이 돌아왔다. 천고마비의 계절, 삶의 지혜가 담긴 독서의 계절, 찬바람이 불면 마음이 싱숭생숭하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 가을을 사색의 계절이라고 한다.가을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가을 탄다”라는 말은 일조량 감소와 기온 하강 때문이라고 한다. 일조량이 줄어들고 기온이 낮아지면 뇌의 호르몬 대사가 줄어들고 정신적으로 차분하게 만드는 뇌의 신경전달물질이 증가해 가을이 되면 마음이 가라앉는 기분이 든다고 한다. 특히 남성은 여성과는 달리 모험과 스릴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런 정서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상에서 벗어나려는 행동을 하려고 한다. 따라서 남성의 우울함이 여성보다 더 많이 드러나게 된다고 한다.직장인 10명 중 8명은 가을증후군을 앓는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 포털사이트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가을증후군에 대한 조사를 벌인 결과 전체 75%가 `가을 증후군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가을증후군의 증상으로는 `외롭고 쓸쓸한 기분, 이유없이 우울함, 멍하게 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등으로 나타났다. 가을증후군에 대처하는 방법으로는 여행을 가장 많이 꼽았으며 친구와의 수다, 충분한 수면, 운동, 문화생활 등을 통해 극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수준 향상과 주5일 근무제 정착에 따라 우리나라 여행 트렌드도 과거에 비해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반영하는 방향을 바뀌어 가고 있다.요즈음 `STAR형 여행`에 열광하는 인구가 늘어나는 현상도 이런 여행 트렌드 변화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STAR형 여행`이란 S(Self-development·자기계발), T(Transformations·변신), A(Alone·나홀로여행), R(Rest·휴식)에서 나온 말이다.대중의 번잡함을 피해 스스로가 목표하는 계획과 일정에 맞춰 떠나는 `나홀로 여행`은 인기를 끌고 있는 여행 유형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나홀로 여행 비중이 최근에는 30%까지 급증했다. 가을은 산으로 놀러가는 시즌이라고 할 만큼 최근 산으로 여행을 떠나는 관광객들이 늘고 있다. 대목을 맞은 여행사들은 밀려오는 관광객들을 산으로 들로 실어 나르느라 숨돌릴 새 없이 즐거운 비명에 빠져 있다. 여행업계의 짭짤한 수입과 일상생활에 싫증난 중년층의 욕구가 맞아떨어져 인기 여행상품으로 자리잡고 있는 `산악관광`이 요즈음 늘고 있다고 한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명산으로 발 디딜 틈도 없이 밀려드는 일부 관광 차량 속에는 버스 안에서 마이크를 잡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노래하는 `음주 가무형`차량들이 또 얼마나 많이 섞여 있을까? 세계 어느 나라도 우리와 같은 위험천만한 차내 광란의 문화는 없다고 생각한다.물론 여행은 누구와 함께 가느냐가 중요하다. 가족, 친구, 연인 등 주변을 둘러보면 즐거운 여행을 함께 할 수 있는 이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때론 혼자서 떠나는 여행도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여행, 여유를 느끼고자 하는 여행, 발길이 가는 곳으로 떠나고 싶은 여행을 원하는 사람들이라며 한번 혼자서 떠나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꼭 거창하게 멀리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가라는 것은 아니다. 혼자 여행을 떠나야 하는 이유는 여행은 자신이 속해 있는 세계를 벗어나 전혀 다른 세계로 일상에서 벗어남을 의미한다. 새로운 환경에 홀로 서서 자신의 세계와 비교해 보게 되고 삶의 세계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게 된다. 그러므로 여행은 홀로 떠나는 것이 가장 좋다. 여러명이 함께 떠난다면 자신이 속해 있는 환경을 그대로 가지고 가게 되고 관광이 된다.

2011-10-27

협력하는 사람에겐 향기가 있다

손경옥포항성모병원장인간은 구분이 가능하지만 결코 분리될 수 없는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심리적, 영적인 것을 포함한 전인적인 존재이다. 마치 사진을 찍을 때 전체적인 외곽을 렌즈에 담으면서 내적인 구도와 조화를 맞추는 초점이 필요하듯 전인(全人)을 말한다. 이는 다섯 가지 요소를 포괄하는 통찰을 의미하며 전체적인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우리 병원에는 환자를 중심으로 22개의 진료과와 이를 포함한 66개의 진료지원 및 행정부서가 서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때로는 개인과 부서 이기주의로 서로 불목하고 때로는 환자들을 위하여 어쩔 수 없이 화합하기도 하고, 때로는 협력하는 아름다움을 주는 감동과 기적을 체험하기도 한다.`사람(人)` 은 서로를 필요로 하고 노래가사에 있듯이 사슴처럼 기대어 동행한다. 오늘 아침 우리가 먹은 쌀 한 톨, 김치 한조각도 누군가의 노력으로 감사히 먹고 살아가고 있다. 우리 몸도 자세히 보면 중요한 것은 모두가 두개이다. 서로 힘들 때 돕기 위해서이다. 눈, 콧구멍, 귀, 폐, 손, 발, 콩팥 등등. 그러나 입이 두개이면 얼마나 혼란스러울까, 심장이 두개이면 아마 인류는 끔찍한 세상이 되었을 것이고 위가 두개이면 인류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것은 연구가 아니고 나의 추측일 뿐이다.인류의 위대한 발명품이나 걸작품은 모두가 협력으로 탄생되었다. DNA의 이중나선구조나 에디슨의 수많은 발명품들은 한 사람의 힘이 아니다. 미켈란젤로가 그린 로마의 시스틴성당의 천정벽화도 13명의 무명화가가 함께 한 작품이었다.학문은 갈수록 세분화되고, 혼자 수행할 수 없는 복잡한 과업이 늘어나고 예상치 못한 새로운 업무가 생기고 있다. 그래서 이것을 아우르는 조정자와 코디네이터, 통합이나 융합이 필요하다.우리주위에는 스포트라이트가 비껴간 곳에서 묵묵히 제 소임을 다하는 사람들, 인기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타인과 협력할 때 더 큰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 빛나는 `스타`는 아니지만 스타들을 존재하게 하는 이들이 있다. 얼마 전 `너는 내 운명`이라는 영화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황정민의 인터뷰에서 참으로 겸손한 말 향기 나는 말을 들었다. 그는 `저는 60여명의 스태프들이 차려놓은 밥상을 그저 맛있게 먹기만 했을 뿐인데 저만 스포트라이트 받아 미안합니다` 라고 했다.영화는 감독과 배우뿐이라 생각하지만 그 뒤에서 숨어서 영화를 빛내는 사람들의 귀한 협력이 있다.수녀원에는 같은 날 입회하는 동기가 있다. 서원식도 종신허원식도 은경축도 금경축도 함께한다. 오랜 세월 함께하는 시간이 많다보니 친동기간보다 더 가깝다.동기들 중에는 학문이 뛰어난 이도 있고 만능 재주꾼도 있고 무재주도 있고 오랜 세월 그 자리에서 그저 묵묵히 있는 이, 정말 다양하다. 덕을 닦는 삶이지만 타고난 성격은 그 색깔이 다양하다. 그런데 표시나지 않지만 늘 타인에게 빛이 되는 수녀님이 계신다. 고되고 힘든 순간에 다리역할을 한다. 스포트라이트는 비껴가지만 동료들은 알고 있다. 슬퍼하거나 불평하지도 않고 그저 지금 여기에서 살아가는 그분에게서 향기를 느낀다.콜래보레이션 경영 선구자 안무가 트와일라 타프의 삶에서와 같이 확실히 나보다는 우리가 더 힘이 세다. 협력은 소중한 동행이다. 그렇다. 누가 하느냐보다 누구와 하느냐가 중요하다. 진심으로 협력했다면 그 결과가 성공이든 실패이든 나를 성장하게 할 것이다. 협력은 함께 일하는 것이지만 그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고 연습과 관심, 열정 그리고 습관을 통해 서서히 건설되는 것이다.협력하는 사람에게는 선두와 마지막 주자에게 볼 수 없는 지극히 따뜻하고 은은한 사람냄새가 베어난다. 나는 누구와 함께하고 있을까. 우리는 무슨 일에 끊임없이 연습과 훈련을 하면서 인내하고 있는 것일까?세속의 스포트라이트는 살짝 비켜가지만 하느님과 그분의 눈길이 닿는 이와 함께했으면 한다.그분에게는 보잘 것 없고 의미 없는 일이 없으니까 말이다.결국 모든 협력은 사랑이야기이다.

2011-10-19

신세대 변화 촉진자들을 위하여

손경옥포항성모병원장누군가 나에게 기관의 가장 큰 자산을 묻는다면 직원이라고 대답할 것이다.모든 책임자들이 공감하듯 간절한 바람이다. 변화 촉진자(Change agent)란 장차 병원을 이끌어 갈 차세대 리더로서 에너지가 넘칠 뿐 아니라 상대에게 활력과 동기부여를 불어 넣을 수 있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으며 즉시 실행할 있는 사람으로서 미래에 대한 분명한 비전을 갖고 있는 조직의 인재이다. 이런 이들을 교육하기 위해 부서에서 뛰어난 이들을 뽑아 1년간 양성하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10월이면 제2기를 준비하고 있다. 대부분 입사 5년차 이상 8년차 미만으로 고유한 업무는 능숙해지는 시기에 접어들지만 자신은 나름대로의 경력관리와 한 단계 도약된 업무에 눈을 돌리는 시기이기도 하다.요즘 신세대들은 회사에 대해 기성세대와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한 예로서 신세대 직장인 유행어로 `회사에 헌신하면 헌신짝 된다.` 어떤 CEO의 인터뷰에서 예전에 신입사원은 `회사를 위해 이 한 목숨을 기꺼이 바치겠습니다.` 요즘 신입사원들은 `회사가 저를 위해 무엇을 해 줄 수 있습니까?` 라고 한다고 했다. 그렇다. 신입직원을 처음 면접하고 발령 때 또 면담하는 기회를 갖는다. 그러나 기성세대에게 볼 수 없는 꾸밈없는 자기주장, 즐겁고 재미있는 일 그리고 즉각적이고 실질적인 보상이 주어지는 일에는 몰입이 뛰어나다. 미래를 위해서라면 현재의 업무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참을 수 있고 같은 스펙인데도 자신의 보상이 적다고 생각하면 이직을 고려하고 더 매력적인 직장에서 오라고 하면 당장 옮길 용의가 있다.지금의 세대가 훌쩍 지나가면 신세대가 이 자리에서 더 좋은 사회를 만들어 갈 것이다. 어린왕자처럼 또 다른 별을 향해 나아가야 하고 그리고 지금 여기에 한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고 안주하지 말고 또 한그루의 나무를 심어 숲을 이루어야한다. 우선 신세대를 잘 관리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서는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첫째,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신세대가 자기발전을 위해 시간을 아끼지 않는 것을 `이기주의`가 아닌 `생존활동`으로 인정하고 독려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하고 자기를 위해서는 엄청난 돈을 아끼지 않는 소비패턴을 `틀린`것이 아닌 `다른`것으로 인정해야 한다.둘째, 권한과 목표가 즐거움을 제공해야 한다.강한 합리주의와 개인의 성장이 업무만큼 중요한 신세대가 즐거움(非금전적 보상), 자부심, 애착을 느낄 수 있는 계기를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어떤 프로젝트가 끝났을 때 즉각적인 피드백과 잘못된 것은 바로 따끔하게 질책하는 것도 중요하다. 역시 오래된 피드백은 시간과 반비례한다.셋째, 업무부여 방식이 변해야 한다.우리는 그들의 좋은 끼를 효과적으로 업무에 활용할 방법을 고민해야 하고 신세대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도록 보상을 받기 위해서가 아닌 나의성과를 향상시키고 조직성과에 기여하기 위해 일한다는 생각을 심어주어야 한다.일년 동안 변화촉진자들을 지켜보면서 참으로 대견했다. 이들은 주1회 팀끼리 만나서 병원내의 여러 문제들을 개선하려고 노력하면서 소통의 어려움, 시스템의 부재, 문제해결능력의 부족을 체험했고, 팀 내의 끈끈한 정, 배려하고 경청하는 능력 그리고 고객을 사랑하고 병원을 내 집처럼 사랑하는 눈을 길렀다고 한다. 34명이 도전하여 안타깝게 4명이 결혼, 개인사정 등으로 퇴직한 상태이다. 최종보고회에서 일년간의 세월이 그들을 늠름하고 그리고 예리한 눈을 가진 차세대의 리더로 틀을 바꾸어 놓았음을 볼 수 있었다. 우리는 그들이 안주하지 않고 조금씩 더 발전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하는 숙제가 주워졌다.9월 말경 제주도에서의 마지막 미션이 남아 있다. 이들을 위한 조그마한 감동은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작은 선물꾸러미에 맛있는 간식들과 사랑을 가득 담은편지와 일금 만원을 넣었다. 비행기 안에서 즐거운 비명을 상상하며 아름다운 제주에서 푸른 꿈을 가슴에 새기고 왔으면 한다.

2011-09-21

지역 이슈화 한 `경북여성정책 미래포럼`

김명화경북여성정책개발원 연구위원경북여성정책개발원에서는 지난 2009년부터 우리지역 여성·가족정책의 미래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정책논의의 장으로 경북여성정책 미래포럼을 개최해 오고 있다. `경북 여성의 힘, 한국의 에너지, 세계를 무대로`를 주제로 한 첫 해, 미래포럼에서는 경북여성정책의 비전과 3대 목표, 7대 전략과 21개 액션플랜, 100대 정책과제를 발표·논의해 경상북도 여성가족정책의 큰 그림을 제시했다면, `여성, 경북의 미래를 경영하라`를 주제로 한 2010년 미래포럼에서는 민선5기 도정의 주요방향과 연계해 경북여성의 정체성 정립방향과 인적자원개발을 위한 과제를 모색하고 제시했다. 아울러 이 포럼에서는 도내 각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20~50대의 여성전문가, 활동가 100여명으로 구성된 미래포럼단을 발족해 수요자 중심의 정책제안 기능을 강화하고 생활밀착형 여성정책을 발굴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데 주력했다. 이러한 활동과 성과를 통해 미래포럼은 우리지역 여성가족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며 이슈화하는 공론의 장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특히, 지난 8월26일 경주현대호텔에서 개최한 `2011 경북여성정책 미래포럼`은 최근 새로운 지역여성정책모델로 주목받고 있는 가장 핫한 정책인 여성친화도시 조성에 대한 지방자치단체 및 여론의 관심을 크게 환기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여성친화도시라는 개념은 다양하게 정의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지역정책과 발전과정에 남녀가 동등하게 참여하고 그 혜택이 모든 주민들에게 고루 돌아가면서, 여성의 성장과 안전이 구현되도록 하는 지역”을 말한다. 그리고 여성친화도시 조성사업은 지역정책 전반에서 지역민 일상의 요구를 반영하고 참여를 보장해 궁극적으로 지역공동체의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는 `지역여성정책의 종합판`으로 간주되고 있다. 2009년 전북 익산시가 첫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된 이래 2011년 8월 현재 전국 12개 지자체가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돼 있지만, 아쉽게도 아직까지 경북에는 지정된 여성친화도시가 없는 상태다.이날 첫 번째 발표자로 참석했던 류기옥 여성가족부 정책과장은 “경북형 여성친화도시를 만들어가겠다는 도·시군의 의지가 큰 만큼 어느 지역보다 멋진 `경북도민만의 여성친화도시`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며 아직 여성친화도시 조성 초창기인 우리사회에서 경북이 선도적 역할을 해갈 수 있기를 바란다”는 기대를 전했다.서영주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정책개발실장은 서울시가 추진한 여행(女幸)프로젝트에 대한 사례발표를 통해 향후 관련 사업을 추진해 나갈 경우 경북에서의 시사점을 제시해 줬다.경북형 여성친화도시 조성방향에 대해 발표했던 정일선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정책개발실장은 경상북도는 도농복합지역으로 지역별 성격이 다양하므로 도시유형별로 여성친화 조성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유년인구 감소와 노령인구 증가가 뚜렷하므로 도시형 여성친화도시와는 다른 차원에서 노인인구 돌봄 및 활용에 대한 강조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이러한 발표와 제안은 참가했던 도의원, 관련정책을 담당하는 도 및 시·군의 공무원과 여성계로부터 열렬한 호응과 관심을 이끌어 내었다. 특히 도청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경북형 여성친화도시 조성방향을 주제로 한 이번 미래포럼 개최가 매우 시기적절했고 의미있었던 것으로 회자되고 있다. 올해 경상북도에서는 여성친화도시 조성 및 지정 사업을 중점시책으로 추진해 나가고 있으며, 몇몇 시에서도 여성친화도시 조성과 지정에 관심을 두고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어 이번 미래포럼의 파급효과가 더욱 기대된다.여성친화도시 조성 노력은 지역정책의 품질을 높이고, 도시의 품격을 제고함으로써 지역민 전체의 만족감과 행복감을 크게 향상시킬 것이며, 향후 여성친화도시를 추진하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간에는 결과적으로 주민의 삶의 질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게 될 것이다. 이번 미래포럼의 성과를 바탕으로 여성친화도시 조성에 대한 관심이 보다 확대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11-09-15

마침표와 쉼표

손경옥포항성모병원장·수녀마침표와 쉼표의 차이는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모양은 비슷하나 쉼표에는 꼬리가 살짝 있어 무한한 가능성이 느껴진다. 우리의 삶에서 마침표와 쉼표의 차이는 결국 시간의 소중함이다. 지난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1/10초의 소중함은 은메달을 딴 선수에게서 볼 수 있었다. 1달의 소중함은 1달이 부족하여 인큐베이터에서 보호받고 있는 미숙아에게서 볼 수 있다. 그러나 마침표가 필요할 때, 쉼표가 필요할 때 절묘한 사용이 중요하다. 기다리다 지쳐 숨 넘어 가는 이가 있고, 쉬지 않아 브레이커 고장으로 사고가 나는 경우도 많다. 병원이라는 환경과 조직생활이라는 틀에 30년 이상 몸담고 있다보니 쉼표보다는 마침표가 중요했다. 언제까지 해야 하고 무슨 일이든 결론을 중요시하다보니 과정도 눈여겨보아야했다. 그리고 의사결정의 과정 중 하나는 내용이 아니라 시점을 판단하는 것이다.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전에 반드시 모든 대안의 결과를 상상해 보아야한다. 단순히 미결정 상황의 답답함이 싫어서 성급히 결정을 내리는 경우 늘 후회하게 되고 결과로 오는 많은 손실은 감당해야한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이 올 때까지는 결정을 내리지 말고 기다리면서 오래 생각할수록 더 성숙하고 합리적인 결정이 나오는 것은 마침표와 쉼표의 오묘한 조화가 아닐까 한다.우리는 세계무대에서 1%부족한 무언가를 발견하게 된다. 왜일까? 예를 들면 의료장비나 기구가 국산과 외국산의 경우 사용자를 배려한 디자인, 색상, 성능, 소모품 등등에서 섬세함의 차이를 발견한다. 나는 그것을 쉼표의 부족이라고 보고 싶다. 정신없이 달리다보면 오직 달려야하는 것에 마음을 쓰지만 중간 중간 쉼표를 찍으면 생각과 의견을 수렴하게 되고 목적에 충실하게 된다. 오늘의 현실을 둘러보면 마침표로 점철된 사회가 되어버렸다. 스피드를 요구하고 너와 나의 경쟁에서 밤잠을 자지 않고, 어린시절부터 마침표 찍는 것에 단련되어오고 있다. 얼마 전 밤늦게 마을을 돌고 있는 학원차를 보았는데 차문이 열리자 조그마한 어린이가 집으로 뛰어가는 모습에서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나무는 쉼표를 아주 잘 지키는 것 같다. 나무는 어느 해가 되면 갑자기 한 해 동안 열매 맞기를 과감히 포기한다. 병충해를 입은 것도 아니고 토양이 나빠진 것도 아닌데도 나무는 과감하게 열매 맺기를 포기한다. 어른들은 이것을 해거리라고 말하는 것 같다. 어릴 때에는 나무가 반항한다고 여겼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나무는 살아남기 위하여 쉼표라는 휴식을 통하여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한다. 어쩜 포기도 쉼표일수도 있겠다. 나무는 해거리동안 모든 에너지활동의 속도를 늦추면서 오로지재충전이라는 데만 신경을 쓰는 것이 아닐까? 휴식기간이 끝난 다음 나무는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하고 실한 열매를 맺는다고 한다.바이올린이나 기타 같은 악기를 보관할 때에도 현을 느슨하게 풀어놓는다. 줄을 맞춰 놓은 채 그대로 두면 다음에 사용할 때 조금은 편리할 수는 있지만 그러나 정확한 음을 유지하려면 좀 더 조여야한다. 그 다음 날에도 좀 더 조여야한다. 그래서 현을 풀어놓지 않으면 결국 얼마지 않아 끊어질 것은 분명한 일이다. 마치 쉼표처럼 휴식이 중요한 이유이다.쉼표의 중요성이 중년을 넘어 생활습관이 형성되고서야 늦게 깨닫게 되었다. 나의 경우 산책정도를 겨우 하고 수도생활의 여가를 쪼개어 독서로 시간을 보내는 편이다. 친구들을 만나고 그들의 삶을 나누고 아주 가끔씩 빈둥빈둥 보내는 시간들이 낭비로 느껴지는 것은 명백한 일중독에 빠진 증거이고 가난한 사람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데 소홀했음을 인정하는 부끄러운 고백이다. 하늘의 구름조각과 날아가는 새들의 몸짓, 노인들의 느린 걸음, 가장 가까운 이들의 눈물, 이웃들의 소리 없는 소리에 민감하려면 지금 바로 여기에서 쉼표라는 친구의 손을 살짝 잡고 멈추어보자! 하늘도 쳐다보고 나무들의 움직임도 느껴보자.

2011-09-07

갈증 그리고 허기의 시간

이정옥포항시 축제위원장폭죽 소리는 연신 들렸다. 소리만 들렸다. 하늘은 깜깜한데 요란한 폭죽소리는 귀를 때렸다. 목을 길게 빼고 아무리 쳐다보아도 하늘, 그 어디에도 불꽃은 보이지 않은 칠흑 그 자체!! 화들짝 잠에서 깼다. 환한 방안 그러나 낯설다. 시계를 보니 4시 34분. 불을 켜둔 채 잠들었던 모양이었다. 다시 잠을 청했다. 잠이 쉽게 들지 않았다. 배가 몹시도 고팠기 때문이다. 먹을 것을 찾아보려 했으나 낯선 방. 아무 것도 없었다.정신을 차려보니, 어제-30일- 축제가 다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탈진하다시피 들어와 지쳐 잠들었던 기억이 났다. 그러고 보니, 침대 위엔 모래가 버석거렸다. 발도 채 씻지 않고, 옷도 입은 그대로 바로 침대에 몸을 뉜 후 잠에 곯아 떨어졌던 거였다.배가 고프다. 정말 고프다. 왤까??어제 점심 먹은 후 내내 물만 들이켜면서 아무 것도 삼킬 수 없었던 길고도 길었던 몇 시간이 생각났다.갈증의 시간이었다. 맘 졸이며 심한 목마름으로 마셔댔던 물, 마셔도 마셔도 목마름은 가시지 않았다. 하늘과 바다만 바라보던 시간이었다. 하늘의 구름은 흩어졌다 모이고, 두터워졌다 얇아지기를 반복했다. 때론 파란 하늘이 보이는가 싶다가도 검은 먹구름이 더욱 가까워졌다. 한 줄금 소나기를 피하지는 못하겠구나… 29일 형산강에서와 같이 40분간의 폭풍이 재현되려나… 그러나 불꽃 쏠 때만이라도 비는 내리지 않기를... 간절한 소망은 갈증을 더욱 부추겼다.바다쪽도 사정은 좋지 않았다. 오전 일찍부터 설치하기에 바쁜 바지선 부근으로 피서객들의 제트보트와 바나나보트가 가까이 가는 것을 주의시키는, 안전사고 경고 방송이 맘을 졸였다. 나로서는 속수무책이었다. 그걸 알면서도 걱정은 커지기만해 의자 위에 올라가 까치발로 하염없이 바다 쪽을 바라보기라도 해야 했었다. 타는 목을 물로 적시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속으로 빌고 빌고 또 빌었다. 도와주세요…오후 3시 이후부터는 상황실의 전화기 3대가 쉴새없이 울렸다.“여기 대구인데요… 출발하려 하는데 비가 많이 와요. 그래도 불빛축제 하나요?”“여기 화진 해수욕장인데요. 갑자기 비가 오거든요? 그래도 불꽃쇼 하나요?”“여기 오천인데 비가 억수같이 오는데…”우리는 한결같은 대답을 소망처럼 되돌려 드렸다.“여기 북부해수욕장엔 아직 비가 오지 않아요. 설령 온다고 하더라도 축제는 취소되지 않습니다”다행히 비는 비껴갔고, 축제는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짙은 해무 때문에 정작 가장 찬란했어야 할 불꽃은 마치 몽환적인 연출이라도 한 듯 구름과 안개에 가려 더없이 안타까웠지만 (“불꽃쇼 연출에는 비보다도 더 큰 악조건이 구름과 해무였다”고 후에 들었다.) 비는 북부해수욕장을 피해주셨다.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안도와 아쉬움이 함께 내 몸을 덮쳤다. 오후 내내 서서 내 몸을 지탱해주었던 다리는 풀려버렸다. 상황실에서 나오자마자 들어온 방에서 침대에 뉜 몸이 바로 잠든 이유였다. 그리고 폭죽소리만 요란했던 불꽃쇼 악몽이 날 깨웠던 거였다.다음날 축제의 마지막 날도 날씨 사정은 좋지 않아 야심차게 준비했던 풍등은 결국 무위로 끝났다. 4일간의 축제는 이제 역사 속으로, 누군가의 추억의 갈피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내게는 크고 작은 기쁨과 설렘과 보람과 즐거움으로, 또한 아쉬움과 안타까움과 슬픔으로도 남았다.가장 먼저 찾아온 변화는 갈증은 사라지고 강한 허기가 동물적 본능같이 찾아왔다는 것. 고픈 배를 참으며 날새기를 기다렸다. 허기를 채우려 함께 밥 먹어줄 사람들을 찾았다. 채 잠깨지 않은 여럿들에게 전화를 해댔다. 겨우 접선한 친구들을 깨워 참으로 오래간만에 맛난 아침을 먹었다. 허겁지겁 먹었다. 그러나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난 다시 배가 고프다.

2011-08-17

`음식디미방` 저자 여중군자 장계향(張桂香)

이영석경북여성정책개발원 교육인재개발실장“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옛것을 익혀서 새로운 것을 안다. 그러므로 그것이 스승이라 할 수 있다. 이 말은 과거의 것들을 통해 현재에서 새롭게 살려내는 것이 온고이지신의 참뜻임을 말한다. 옛 것 속에는 우리가 버려야할 것도 있지만 새롭게 세상에 담아내어 되살릴 것이 많다. 옛 것을 스승으로 삼는 일은 우리의 삶을 더욱 의미있고 풍요롭게 하는 일이며, 역사에 부끄럽지 않도록 삶을 바치는 일이 될 수 있다.지난 달 경북의 여성들이 함께 모여 과거 한 여성의 철학과 사상을 새로이 배우고 익혀서 귀감으로 삼고자 사단법인을 설립하기 위한 발기인 총회를 가졌다. `여중군자 장계향 선양회`라는 이 단체는 여성이지만 군자의 덕목을 실천하며 일생을 보낸 장계향 선생을 선양하기 위해 민간여성 약 540명이 만든 단체이다.장계향(張桂香, 1598~1680)은 조선 중기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이 종결될 무렵에 태어나서 83세로 일생을 보낸 여성이다. 20대에 인조반정과 정묘호란이 일어났고, 30대에 병자호란이 조선의 국토를 짓밟고 지나갔다. 국가는 안과 밖으로 풍전등화와 같은 운명이었고, 백성들의 살림살이는 피폐해져 있었다. 그 국난의 시기에 경북 북부의 한 변방에서 일상의 삶을 군자의 삶으로 산 여성이다.장계향은 퇴계 이황의 학통을 잇는 경당 장흥효의 무남독녀로 태어나 19세에 남매를 둔 석계 이시명의 계처로 혼인하여 자신이 낳은 8자녀와 합한 10명의 자녀를 훌륭하게 길러낸 분이다. 흔히 알고 있는 정부인 안동장씨라는 칭호는 그 분이 당대의 훌륭한 아들을 둠으로써 받은 칭호이다.장계향은 아버지의 학문적 분위기를 익혀 시와 그림을 그렸으나 당시의 성리학적 사회제도내에서 여성이기 때문에 개인으로서 가진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다. 어린시절 시와 그림에 탁월했으나 혼인 후에는 70세가 넘도록 자신을 드러내는 습작은 한 작품도 만들지 않았다. 그 대신 자신의 사상과 철학을 승화해 남편과, 자녀들, 그리고 집안의 노비들과 이웃에게 인의(仁義)의 실천적 삶을 보여준 인물이다. 당시 주변에서는 장계향을 여중군자(女中君子)라 하였다고 한다.장계향은 논어나 예기에서 정의하는 군자의 삶을 벗어나지 않았다. 아버지가 가진 많은 지식을 몸에 익혔으나 혼인 후에는 타인에게 드러내어 자랑하지 않았고, 선한 행동으로써 가정을 수신의 장으로, 이웃을 애민을 실천하는 장으로 여겨 덕을 실천했다. 가정을 수신의 장으로 삼았다고 보는 이유 중 하나를 들자면 특별히 감당하기 어려운 역할이 기다리고 있는 혼인을 선택한 것이었다. 혼인 상대인 이시명(李時明, 1590~1674)은 아버지의 제자이기는 하지만 부인을 잃고 어린 두 자녀를 두었으며 세상을 떠난 두 형님을 대신해 동생들과 조카들을 통솔해야 하는 위치에 있었다. 평탄치 않는 시집살이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혼인한 것은 시댁을 자신을 연마하고 익히는 수신의 장소로 삼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웃을 애민을 실천하는 장으로 여겼다고 보는 이유 중에는 많은 노비와 가난한 이웃을 위해 먹거리를 마련해 나누어 먹였다는 일화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왜란과 호란으로 인해 수십년간 가난의 삶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웃을 위해 시아버지가 창안한 구휼방안이 있었다. 도토리죽을 쑤어 이웃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었다. 곡식이 있을 때는 그 곡식을 조금씩 나누어 주었으나 그것마저 떨어질 때는 가을에 주어 모아 놓았던 도토리로 죽어 쑤어 먹을거리를 얻으러 온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얻으러 온 사람을 절대로 빈손으로 보내지 않았고 왔다가는 사람들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곡식주머니를 만들었으며 평등하게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장계향은 자신의 실천적 행위가 사람이 마땅히 따라야 할 의리로 보았고, 어떤 것이 옳은 일인지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처한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를 존중하였으며 자신과 주변 상황에 대해 역행하지 않았다. 자신을 닦고 이웃을 사랑한 장계향 선생의 삶은 우리에게 분명 지금의 시대가 지나가도 새것으로 받아들여져야 할 온고이지신 나침반임에는 틀림없다.

2011-08-10

장미 네 송이의 선택

손경옥포항성모병원장·수녀삼복더위, 무더운 월요일 아침, 병원 증축공사 중이라 주차공간도 부족하고 휴일 다음날이라 병원 내원객이 많은 날이었다. 여느 때와 같이 병원 라운딩을 하러 나가는데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어머니가 애써 정원에 풀을 뽑는 것 같기도 하고 화초를 자르는 것 같기도 해서 가까이 다가갔다. 그녀는 나무젓가락으로 땅을 쑤시며 활짝 핀 장미를 심기 시작했다. “뭐하세요? 날씨도 덥고 지나가는 자동차 매연도 심한데요!” 라고 하자, “장미를 심고 있어요. 누가 이 예쁜 장미를 휴지통에 버려서요! 어떤 분이 가르쳐주었는데 장마 뒤에는 이렇게 심어 놓으면 살아난 데요” 그녀는 통행이 많은 곳을 택하여 심으며 얼굴에는 웃음이 만연했다. 어디가 불편하신지 물었다. 실은 심고 있는 그분은 두 개의 링거액을 맞고 있었고, 허리춤에는 갈색 분비물이 흐르는 비닐 백을 차고 있었다.“암 수술을 했어요. 많이 걱정했는데 견딜 만하네요” 그녀의 밝은 얼굴이 너무 감사했다. 심으시고 빨리 쾌차 하시라고 하고 돌아서서 일을 다 마치고 궁금해 다시 그 자리에 왔을 때 예쁜 장미 네 송이가 심어져 있었다. 왜 네 송이일까? 마침 휴지통에 버려진 장미가 넷일까 아니면 그분의 식구가 4명일까? 빨간 장미가 셋, 분홍장미가 한 송이이다. 분홍장미를 중심으로 붉은 장미가 둘러져 있었다. 한참 들여다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휴지통에 던져지는 장미에게서 자신의 병을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다시 살려보겠다는 살아야한다는 희망을 심기위해서는 아닐까?로고테라피의 창시자인 빅터 프랭클박사는 아우슈비츠 3년간을 담은 그의 저서 `죽음 수용소`에서 고통스런 극한 상황 속에서도 인간을 살게 하는 의미를 체험했다. 발각되면 죽음을 당하게 되는 상황에서 빵 한 덩어리를 나중에 먹기 위해 숨기다가 배고파하는 동료에게 주었을 때, 한계상황 속에서 인간을 살게 하는 초월적 힘이 바로 사랑의 의미체험에서 솟아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것을 다 앗아가도 빼앗길 수 없는 단 하나의 자유는 바로 우리자신이 선택하는 자유라 하였다.얼마 전 영화로 스티븐 스필버그의 감독으로 톰 크루즈가 열연한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2050년 미국수사본부에서 범죄를 미리 예측하여 범죄를 예방한다는 최첨단범죄예측시스템을 운영한다. 유능한 수사관인 그는 어느 날 미래영상에서 범죄자가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운명으로 미리 정해진 상황을 맞이한다.6년 전 자기아들을 유괴해 죽인 자 앞에서 용암처럼 쏟아 오르는 분노를 누르고 살인을 포기한다. 이 영화에서는 우리에게 정해진 운명이란 없다는 것이다. 자유의지에 따라 자신의 운명을 거스를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 우리에게 주워진 자유의지는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특별한 선물이다.우리는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선택은 오직 자신의 몫이다. 우리가 부모를 선택할 수 없듯이 환경은 태어나면서 선택할 수도 바꿀 수도 없지만 살면 살수록 삶에 대한 마음가짐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느끼게 된다. 현실보다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마음가짐은 과거보다, 배움보다, 돈 보다, 환경보다, 실패보다, 성공보다 중요하다. 또한 그것은 잠시 기분 좋은 외모보다, 타고난 재능보다, 능력보다 중요하다. 마음가짐은 기업을 가정을 세우기도 하고 무너뜨리기도 한다. 주목해야 할 점은 지금 당장이라도 어떤 마음가짐을 택하기로 결정할 선택권은 우리에게 늘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찰스 스원덜은 인생이란 일어나는 일이 10퍼센트, 거기에 대응하는 것이 90퍼센트라고 한다.암치료중인 환자가 보여주신 조그마한 행동이 마음을 뒤흔든다. 그 분이 보여주신 생명에 대한 의미는 그 이상의 것이다. 병원경영을 책임진 나로서는 이제까지의 치료방법을 뛰어넘어 환자의 영혼까지 치유해야한다는 막중한 책임을 절감한다. 병원 한 모퉁이 작은 텃밭을 마련해 흙을 만지고 싶을 때 무언가 심고, 그리고 자신이 심은 새싹을 주기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어떻까! 거창한 원예치료는 아니어도 말이다. 고객의 마음을 흔드는 배려는 바로 사소함일 것이다.

2011-08-03

잘린 손가락 그리고 소금꽃 나무

윤경희포항여성회장늦은 밤 울리는 전화벨 소리는 언제나 불길하다.나른한 목소리 뒤에 이어진 긴박한 물음표는 불길한 사건과 사고를 예감케 한다.예감은 엇나가지 않았고, 비가 쏟아져 내리던 그날 밤 엄마는 병원으로 달려가야 했다.언제 배웠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동양 최대의 규모를 자랑한다는 충주댐을 충주에 살면서도 실물보다 교과서로 먼저 대면했다. 여고시절 오랜 기간 운영하던 아버지의 국수공장이 문을 닫았다. 국수 공장을 접은 후 이 일 저 일을 전전긍긍하다 수자원공사에 비정규직으로 취업을 하게 된 아버지의 출근지는 교과서로 대면했던 충주댐이었다. 댐의 규모가 워낙 거대한지라 남한강 이남지역의 홍수 조절에 충주댐을 관리하는 수자원공사는 그 역할을 소흘히 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장대같이 쏟아지는 비와 함께 댐으로 출근한 아버지는 밤이 늦도록 퇴근할 수 없었다. 어떤 작업을 하던 중이었는지 알 수 없으나 그날 밤 아버지는 약지와 새끼손가락 마디가 한마디씩 잘려나가는 사고를 당하고 말았다.“일하다 다친 거니까 산재 보상 받을 수 있을 거야~”병원치료를 마친 후 아버지는 산재 보상을 받아내기 위해 혼자 고군분투(孤軍奮鬪)했다. 몇 개월 아니 내가 느끼기엔 1년도 더 된 듯했지만 그렇게 자신의 재해에 대한 보상을 받기 위해 노력하던 아버지는 급기야 산재보상금을 받아내고야 말았다.아버지의 고군분투를 응원해주어야 마땅했겠으나, 아버지의 잘린 손가락과 치열한 싸움 끝에 얻어낸 산재보상 결정은 내게 있어 자랑스러움보다 수치스러움에 가까웠던 것으로 기억된다. 철없는 여고생의 편협한 시각이 작동했을 뿐 아니라 노동자들에 대한 왜곡된 편견도 한 몫 했으리라. 지난날 아버지를 향했던 나의 수치스러움에 오늘 나는 수치심을 경험한다. 이제 권리 위에 잠자지 않았던 아버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2011년 현재 우리 사회는 갈등에 대한 소통과 합리적인 조정 능력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국가는 국민들의 요구를 듣지 않으며, 기업은 노동자들의 요구를 묵살하고 자본의 이해에 충실히 작동하며, 공권력은 공공의 이익보다는 권력과 자본의 이해에 충실히 작동한다. 하여 국민을 비롯한 소외된 이들의 요구? 공공의 이익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극한의 위험을 감내해야만 하는 위험한 사회가 도래했다. 적어도 20여년전 나의 아버지는 자신의 산업상 재해를 인정받기 위해 극한의 위험을 감수하지는 않았었다.지난 해 4대강 사업의 저지를 위해 크레인과 보 위에 올라가 장시간 농성을 벌이던 환경운동가들의 모습이 스친다. 대량의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 위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 소금꽃나무 김진숙씨는 7월 9일이면 농성 185일째를 맞이한다. 약 35m 높이의 크레인 위에서, 전기도 화장실도 없는 좁은 그곳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용접공 김진숙씨가 185일을 넘도록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농성 중에 있다. 그녀의 외로운 싸움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이 부산의 영도로 향했다고 한다. 쏟아지는 장맛비를 맞으며 참으로 많은 이들이 희망버스에 올랐단다. 전국에서 달려온 이들에게 김진숙씨는 그들이 소외된 이들을 향한 희망이 될 것이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고 한다.“이포보, 함안보, 부산 영도 85호 크레인”은 우리 사회 민주주의와 국가 및 자본의 현재 모습을 상징한다. 적어도 아찔하도록 좁고 높은 보나 크레인 위에 올라가지 않고서는 어떠한 요구도 `찍`소리가 될 수 없는 소통 불능의 위험사회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7월9일 부산에 모인 190대에 가까운 희망버스는 단지 한 여성노동자와 단위노조의 싸움을 지원하는 것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위험한 우리 사회에 시민들 스스로 안전망을 구축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한 것이다. “힘 있는 이, 돈 있는 이” 그 희망 행렬의 의미를 돌아볼 일이다.

2011-07-20

기대지 않으면 추락 위험

이정옥/포항시축제위원회 위원장“주의. 기대면 추락 위험!”엘리베이터를 타면 어김없이 발견하는 경고 문구다. 사람이 문에 기대어 있는 그림에 붉은 사선이, 또 문이 열리면 사람이 거꾸로 떨어지는 섬뜩한 그림에도 굵고 붉은 사선이 그어져 있다. 절대로 문에 기대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경고다.그렇다. 위험한 곳에서는 특히나 이런 종류의 문구나 주의 표지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경고 표지가 없더라도 위험한 곳에서는 조심, 또 조심하여야 할 것임은 틀림없다. 대형 사고가 빈번했던 우리나라의 경우, 천재지변보다 인재(人災)가 더 많다는 분석을 보면 개인의 사소한 부주의가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 않은가. 이를 우리는 안전불감증이라고 한다. -나는 위험불감증이라고 하고 싶다. 실로 위험에 대한 불감이라면, 안전불감이 아니라, 위험불감이 맞지 않을까?-우리네 삶에 위험이 어디 예고나 하고 오던가. 살다보면 전혀 예기치 못한 일들은 얼마나 많을 것이며, 예고 없이 닥치는 일들은 어찌나 많을 것인가. `설마 내게 이런 일이` 닥칠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못한 일들은 또한 얼마나 있을 것이며, 그런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줄을 어느 누가 알 것인가. 물론 롤러코스터같은 삶이라서 작은 일상의 어려움은 누구나 겪을 각오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게 바로 인간사 아닌가.작년과 올해, 나와 내 가족의 삶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있었고, 또 현재진행형에 있는 일도 있다. 난 혼자서도 잘 살 수 있을 줄 알았고, 누군가의 도움이나 동정이나 우려를 끼칠 일을 겪을 줄은 정말 몰랐다. 사람이 사람 사이에서 살아야하니까 인간(人間)이라지만, 난 인간이되 누군가의 `기댈 언덕`인 인간이 될지언정 내가 누군가에게 기댈 일이, 그것도 결코 소소하지 않은 일로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에 기대어야 할 일이 생길 줄은 몰랐다. 그야말로 오만하고 어리석은 나였다. 더 없이 위험천만한 생각 아닌가. “기대면 추락 위험”이 아니라, “기대지 않으면 추락위험”인 상황이었다. 추락 직전, 위험에 직면한 상황에서 내겐 썩은 동아줄이 아닌 굵디굵은 동아줄이 필요했다.가장 튼튼한 동아줄은 물론 가족이었다. 마침 아들들은 서울로, 해외로 나가있어서 남편만 같이 있었다. 그는 든든한 언덕이요, 굵은 동아줄이요, 따뜻한 인간이었다. 선후배를 포함한 친구들도 큰 언덕이 되어 주었다. 가까이 또는 멀리 있는 친구도 나의 어려움을 들어주고, 두말없이 도움을 주었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더 큰 언덕은 또 있었다. 나보다 조금 더 삶을 사신 분들, 그래서 지혜로우신 분들, 온갖 고초와 시련을 견뎌 지금은 진정 아름다운 분들도 내 가까이에 이렇게 계실 줄을 이제야 알게 되다니…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줄은 시나 노랫말로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어둠 속에 들어와서야, 고통을 느끼고서야, 내게도 이런 일이 생기고서야 참으로 깨달았다. 사람의 참 아름다움을…일하기 좋아하는 나로서는 사람뿐 아니라, 기댈 일이 필요했다. 날 돌볼 겨를도 주지 않을 정도로 일을 좋아하는 나였다. 일을 만들어서라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스스로 일중독자라는 말을 즐길 정도로 일하면서 행복과 충만을 느낄 때가 많았다. 일이야말로 나에게 구원일 수 있었다.포항축제위원회에서의 나의 역할은 진정 구원이요, 생명의 동아줄이 되었다. 바쁘게 사는 삶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내게, `엎어진 김에 쉬라`는 친구의 조언도 있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나에게 이와 같은 휴식은 곧 죽음과 다름없는 고통이라는 것을 스스로 확인했다. 이럴수록 더욱 더 가혹하게 나를 일로 몰아넣는 것이 내겐 진정한 구원이라는 것을… 죽으면 없어질 몸, 살아 있는 한 움직여 일하며 사용해야 참살이라는 것을… 내겐, 일이 곧 삶이요, 쉼이요, 추락의 위험으로부터 버틸 힘을 줄 튼튼한 동아줄이라는 것을…인간이면 인간에게 기댈 일이다. 인간의 일에 기댈 일이다. 기대야 할 일 생길 때면 제발 기댈 일이다. 혼자 내면으로 침잠하지 말고 기댈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날개없는 추락을 할 위험이 도사리고 앉아 혀를 날름대고 있다.

2011-07-13

남유럽 재정위기 재부각과 향방

추지미포스코 경영연구소 동향분석실 연구원남유럽 국가들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재정이 급격히 악화되어, 그리스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이 구제금융 지원을 받기로 결정했다. 우선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3국이 구제금융을 신청한 원인에 대해 살펴보자.최근 남유럽 금융불안의 진원지로 다시 부각되고 있는 그리스는 2010년 5월 구제금융을 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는 방만하게 재정을 운용해 국가채무가 누적된 상황에서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지출을 확대하는 한편 경기침체로 세입이 감소하면서 `09년 이후 재정이 급속도로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리스는 구제금융을 지원받는 조건으로 향후 3년간 300억 유로(그리스 GDP의 11%)의 재정적자 감축안을 계획했다. 특히 `10년에 공무원 임금 삭감, 공공지출 감소, 연금개혁 등 재정긴축을 위해 힘썼다. 하지만 재정수지가 호전되지 않고 오히려 성장률이 후퇴해 신용평가사는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절했다. 그리스는 현재 국채를 통한 자금 조달과 정상적인 채무 상환이 불가능한 상태다. 즉, 재정긴축 강도에 대한 의구심과 채무상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채무재조정이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아일랜드는 주택 및 부동산 버블의 붕괴로 부실은행에 대규모 공적자금이 투입되면서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포르투갈은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증가 외에 예산감축안 부결 등 정치·경제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구제금융을 지원받기로 결정했다. 3국의 구제금융 신청은 시장 불안을 단기적으로 해소했으나 여전히 재정위기 확산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남유럽의 재정위기가 3국의 구제금융 신청에도 수그러지지 않고 오히려 고조되는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첫째, 그리스의 채무재조정 문제를 둘러싸고 독일 등 주요 지원국의 의견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분간 채무재조정 여부의 의견 조율에 난항이 예상된다. 그리스는 추가 구제금융 지원 및 국채 만기 연장을 위해 `11년 5월 공기업에 대한 정부 지분을 매각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는 노력을 보였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아 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주기에는 한계가 보인다.둘째, 스페인으로 재정위기의 전이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스페인은 재정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시에 저축은행의 부실로 인해 금융부실 우려가 높다. 최근에 재정적자 축소 및 노동, 연금, 저축은행 구조조정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으나 민간부채와 외채의 부담, 높은 실업률, 재정적자 등의 구조적 한계가 여전히 존재한다. 따라서 그리스의 채무불이행에 우려에 따른 시장불안 확산의 영향을 쉽게 받을 수 있다.셋째, 지난 4월 유럽중앙은행(ECB)은 금리를 33개월 만에 처음으로 인상한데 이어 7월에 추가 인상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 국가들의 채무부담이 가중되어 재정상태가 호전되기 어렵다고 시장에서 판단하기 때문이다.마지막으로 구제금융 자금 조달 및 운영을 둘러싼 유로존 내 공조가 이뤄지지 못해 재정위기 확산 시에 대응이 어려울 것이라는 불신이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들로 3국의 구제금융 지원 결정에도 불구하고, 시장불신이 높아지면서 5월 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 3국의 국채수익률(10년물)은 최고치를 경신했다. 또한 6월 들어 무디스는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3단계 하향 조절하고 전망도 부정적으로 봤다. 그리스의 채무불이행 우려가 매우 높음을 시사한다. 1년 만에 다시 반복된 그리스의 채무불이행 가능성은 주요 지원국 및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 그리스가 지원국들의 합의로 2차 구제금융을 받거나 채무재조정이 되더라도 남유럽 재정위기 확산의 불씨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남아 있을 것이다. 더욱이 남유럽 국가들의 근본적인 재정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면 구제금융 지원에도 남유럽 재정위기의 장기화는 불가피할 것이다. 따라서 3국 및 스페인은 재정긴축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산업기반 확보, 재정수지 개선 등 경제 기반을 개선하는데 지속적으로 힘써야 할 것이다. 동시에 유럽중앙은행 및 유럽연합은 남유럽의 취약 국가들에 적극적인 지원으로 위기 확산을 최소화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2011-07-06

마음을 안다는 것

손경옥/포항성모병원장6월은 가톨릭교회가 예수성심성월로 정하고 예수성심을 공경하고 닮아가도록 권고하는 달이다. 예수 성심은 하느님의 사랑의 마음을 말한다. 당신 외아들마저 기꺼이 내어 주신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지극한 사랑은 예수 성심을 통하여 우리에게 전달된다. 사랑의 불가마이신 그분의 마음을 알고 닮아간다는 것은 평생의 소망이요 희망이다. 또한 그 마음은 너무나 가까이 자연스럽게 계시기에 공기처럼 쉽게 지나칠 수 있다.마음을 논하기엔 부족하고 형이상학적 말보다는 일상을 소박하게 살면서 하루를 끝마치면 언제나 부족함을 고백하는 한 자연인으로서 마음을 생각하고자 한다. 성모병원이라는 한 울타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마음과 병원을 믿고 찾아오는 고객들과 관계자들의 마음을 읽기에도 언제나 급급하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너무나 각박해진 것을 피부로 느낀다. 왜 그럴까? 이런 나는 왜 세상이 너무 메말라간다고 하면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하느님이 인간을 선하게 창조하신 것을 믿는다. 그리고 맹자의 마음론 `우산지목(牛山之木)`에서 우산은 처음에는 민둥산이 아니었다. 숲이 우거지고 새들이 지저귀는 곳이었지만 인간들이 나무를 베어가서 민둥산이 되었고, 다시 우산은 자신의 온갖 힘을 다해 풀을 나게 했지만 양들과 짐승들이 그것을 모두 먹었다고 한다. 결국 여기에서 우산은 우리 마음이다. 우리의 심성이 원래 착하다고 하지만 환경의 탓하기에 뭔가 부족하다. 우리에게는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자유의지가 있지 않는가.얼마 전 산책하다 전봇대에 애완견을 잃어버린 주인이 귀여운 개사진과 특별한 습관, 찾아주면 사례까지 하겠다는 정보지가 붙어있는 것을 보았다. 개나 소를 잃으면 찾아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마음을 잃으면 다시 찾아야 한다는 것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 환경이 나를 이렇게 만들어서 어쩔 수 없는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한다. 아니 생각조차 하기 싫다. 열심한 가톨릭 신자들은 한달에 한번 정도 고백 성사를 보는데 그때 단절된 마음을 찾고 사랑의 마음을 되새기고 회복한다.내 마음을 알고 하늘아래에서 가장 가까운 가족들의 마음도 읽기가 어렵다. 고통 중에 있는 이웃들의 어려움을 알려고 할 여유없이 다들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생 텍쥐베리의 `어린왕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눈으로 볼 수가 없어, 마음으로 찾아야 보이지”라고 했다.그리고 하워드 가드너는 5세 아이의 마음을 강조한다. 사람의 마음은 주로 5세 때 형성되며 자신과 구별하고 동료간의 상호작용을 파악하는 능력이 생긴다고 한다. 그러면서 5세 아이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있다고 한다.어머니는 아이의 울음소리만 들어도 배가 고픈지, 용변처리를 해 주어야 하는 시기인지 잘 파악한다. 우리가 상대방에게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을 때 비교적 쉽게 파악할 수 있고, 어려움에 내몰려 있을 때 누군가의 마음은 결코 잊을 수 없다. 우리 마음은 곳간과 비슷하다. 꺼내 쓸수록 조금씩 비어가지만 수시로 다시 채워 넣어야 한다. 작심삼일이면 이틀마다 마음을 새로 먹으면 되지 않을까.많은 경우 문제를 가지고 왔을 때 잘 들어주기만 하여도 대부분 해결된다. 들어준다는 것은 마음을 알려고 하기 때문이다. `우산지목`의 민둥산을 탓하기 전에 우리가 한 그루의 나무를 심고 또 심자.우리는 모두가 멋진 시인의 마음을 가질 수는 없지만 귀하게 선하게 창조되었고 각자가 가지고 있는 마음을 지금 곁에 있는 단 한사람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보자.마음도 소통처럼 연습으로 의지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그러다보면 공기처럼 너무나 자연스럽게 계신 분의 마음이 내 안에 계신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2011-06-22

깨어있는 시민들의 눈과 입이 필요한 때

윤경희포항여성회장시간에 맞춰 바뀌는 조명등의 빛깔이 신기했다. “남국의 풍모를 연상케 하는 야자수(?)와 식재된 나무들, 바닥에 깔린 적삼 방부목, 끊어졌다 이어졌다가 반복되기는 했으나 깔리기는 했던 자전거 도로, 환호 해맞이 공원의 돗대를 연상시키는 조형물들!” 완전 정리된 느낌은 아니었으나 어느 정도 포항시가 홍보했던 동빈내항 복원 공사가 조금 진척되었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얼마 후 약간 정리된 느낌이었던 똑 같은 그 곳에서 공사가 다시 시작되었다. 깔려져 있던 자전거 도로는 다시 파헤쳐졌고, 적삼 방부목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되던 곳도 다시 부서지고 있었으며, 야자수를 닮은 가로수는 노랗게 시들어가고 있었다. 기껏 시간과 돈을 들여 했던 공사가 어설프게나마 정리된 지 채 몇 개월이 지나기도 전에 다시 갈아엎는 까닭은 뭘까 궁금했다. 도로를 깔고, 나무를 심고, 조형물을 설치하는 그 모든 과정들에 얼마나 많은 세금이 소요되었을지 그리고 그것을 갈아엎는 데는 얼마나 많은 세금이 소요되었을지, 그리고 다시 먼저 했던 그 일들을 하는데 얼마나 많은 세금이 소요될지에 대한 궁금증은 나만의 것일까를 자문해 본다. 깨어있는 시민의 눈으로 확인해 볼 일이다.21세기 들어 여성운동의 성장과 활발한 활동으로 성평등을 촉진하고 성차별을 해소할 여러 분야에서의 제도화가 진척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별히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정책과 예산을 집행함에 있어서 그것이 성별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하여 성(性)인지적으로 집행하여야 함을 우리 사회는 제도로서 규율하고 있으며 양성평등의 정착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강제하고 있다. 이러한 때 시민 화합과 소통의 장인 포항시민의 날을 포항시가 주관하면서 주 메인행사로 “미스경북선발대회”를 전면에 내세웠다. 6월10일 예선, 6월11일 본선으로 배치하고 수영복 심사와 드레스 심사 등 대회 순서 등도 포항시는 친절하고 섬세하게 홍보했다. 포항시민의 화합과 소통을 이끌어내고 포항시민의 자긍심을 높여내기 위해 시민의 날을 기획했다고 한다.여성의 상품화와 대상화를 통해 성차별적 문화에 크게 이바지한다는 까닭으로 공중파 생중계도 중단된 미인대회를 시민의 날 메인 행사로 배치한 것에 대해 포항시민의 한 사람으로 수치심을 감출 수가 없다. 포항시의 집행 예산은 국민의 세금으로부터 기인한다는 것을 포항시는 간과하고 있다고 밖에 해석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 사회의 성차별적 요소를 해소하고 양성평등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기능해야 함을 제도가 규율하고 있는 마당에 공적 재원으로 성 상품화를 조장하는 미인대회를 개최한다는 것은 명백한 예산과 행정력을 낭비하는 일이다.더불어 여성의 몸을 감상하고 평가하고, 함께 즐기며 놀 수 있는 것으로 인지하게 하는 미인대회는 우리 사회 성희롱과 성추행, 성매매를 온존시키고 확산시키는 왜곡된 문화와 가치 형성에 크게 기여하는 대회임을 많은 이들은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불거져 우리 지역사회의 안전성에 빨간불을 밝혔던 유흥업소 여성의 자살사건 및 공직사회 성희롱 사건 등으로 포항지역사회의 성문화가 심히 왜곡되어 있음을 충격적으로 확인받고 있는 상황이기에 포항시의 안일함과 일천한 몰성(性)성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동빈내항 복원 공사, 공공성에 위배되는 미스경북선발대회의 개최 등으로 낭비된 예산과 행정력에 대한 깨어있는 시민들의 눈과 입이 필요한 때이다. 우리들의 혈세가 엉뚱한 곳에서 세어나가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며, 시민의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높여낼 수 있는 방향으로 집행될 수 있도록 정책과 예산에 대한 모니터링에 더욱 부지런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2011-06-15

엄마 생각

김명화 /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연구위원“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꽃이피면 같이 웃고꽃이지면 같이 울던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문득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면 대부분 기억하기 어렵지만, 선명한 몇몇 기억이 있다. 엄마의 무릎을 베고 누워 나른한 봄볕을 쬐던 어느 하루. 그날 오래 된 카세트를 통해 듣던 노래와 마음의 풍경이 내겐 그런 몇몇 순간 중 하나다.엄마는 낡은 카세트를 통해 흘러나오던 그 노래를 흥얼거리시며 뜨개질에 여념이 없었다. 박남정, 이선희, 변진섭 뭐 이런 가수들의 노래와는 질적으로 다른 흑백영화에서의 성우 목소리 비슷한 아우라가 뿜어져 나오던, 그래서 마치 연기를 듣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듯한 느낌이 들게 했던 가수(훗날 그 가수가 백설희라는 것을 알았다)의 노래 가락과 그 가락을 따라 부르던 가냘프고 힘없는, 쓸쓸하고도 허전했던 엄마의 목소리. 나로서는 생뚱맞고 청승맞기 그지 없었던 그 노래가 엄마는 참 좋다고 했다. 테이프가 한 면을 다 돌아 칙칙 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엄마는 또 돌려놓으시고는 뜨개질에 열중하였다. 비록 엄마의 체온을 느끼고 있었지만 웬지 나는 이곳에 있고 엄마는 아주 먼 저쪽 세계에 외따로이 있던 것 같은 느낌.지금 생각해 보면 그 때 엄마의 삶은 무척 고단했을 것 같다. 넉넉지 못한 시골 형편에 쑥쑥 커가는 딸은 셋이나 되고….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아이들 모습 보면서 어떻게 뒷바라지를 해야할 지 걱정이 아닌 날이 없었을 거다.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야지 마음을 다지면서도 `쟤들을 학교나 다 마치게 할 수는 있을까?`, `혹시라도 아이들이 하고 싶어하는 걸 못해 상처가 남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으로 잠 못 이루던 밤들이 많았다는 걸 엄마는 내가 대학을 졸업할 때가 되어서야 고백하셨다. 물론 아주 철없는 아이는 아니었으니 집안 형편이 수월치 않다는 것도 그래서 잔걱정이 많을 거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돌아보니 엄마의 그 깊은 고민에는 한 치 닿을 수도 없었던 것 같다. 천성이 남들에게 폐 끼치는 걸 싫어하셨기 때문에 엄마는 호미 하나 빌리는 것도 힘들어 하시는 분이셨다. 그래도 어찌어찌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까지 진학하였으니 사실 엄마는 당신의 능력 몇 배의 몫을 해내셨다. 살아가다 보니 다 죽으라는 법은 없더라는. 어찌어찌 길을 다 열어주더라는 말로 지난 날을 회상하시며, 자식들 덕분에 힘든 줄도 몰랐다고 외려 고맙다고 하셨던 엄마.이제 나도 자식을 둔 엄마가 되었고, 그 옛날 당신이 했던 것과 비슷한 걱정을 하며 하루를 보내고 짬짬히 당신을 생각한다. `엄마는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엄마라면 이럴 때 어떻게 했을까?` 놀라움과 감탄과 그리고 살뜰히 돌아보지 못했던 후회가 섞인 감정으로 엄마를 떠올린다. 더 많이 배우고 더 좋은 직장에 더 힘이 되어 주는 가족들과 함께 있지만 나는 여전히 미숙하고 자주 길을 잃는 엄마다. 철없을 나이엔 `나는 절대로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라는 생각도 여러 번 했지만,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나는 엄마를 닮고 싶다. 엄마처럼 살고 싶다.`엄마를 부탁해`라는 소설 속 화자의 뼈아픈 독백처럼 그 때 나는 알 지 못했다. 지금 내가 엄마를 필요로 하는 것처럼 엄마에게도 엄마가 필요했을 거라는 걸. 엄마가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젊은 날의 당신이 엄마의 부재를 대신하며 스스로를 위로하며 불렀을 그 노래, 담담하기 그지 없던 그 노래를 이제 나도 즐겨 듣는다.어찌하다 보니 올해는 바빠 제대로 연락 한 번 하지 못했던 무심한 딸이 5월을 보내며 뒤늦게 죄송한 마음으로 불러 드린다.엄마 봄날이 가요. 그 때 그 노래처럼, 그 때 그 봄처럼….

2011-06-08

고비에 말을 걸다

이정옥포항시 축제위원회 위원장포항시 북구 청하면에 있는 기청산식물원에 가면 식물을 제대로, 체계적으로 구경하고 관찰할 수 있도록 만들어 안내하고 있는 관찰순로가 있다. 그 길에서 가장 처음 만나는 식물은 양치식물이다. 잎이 마치 양의 이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우리가 흔히들 알고 있는 고사리 종류의 식물들이다. 꽃은 없고, 포자로 번식하는데 약 4억 년전부터 이 지구상에서 살아왔다고 한다. 공룡이 멸종하는데도 살아 남았으니, 공룡보다 더 강인한 식물이겠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고사리, 혹은 고비라고 하는 이름의 이 양치식물이 약 350여 종이나 된단다.고비, 울릉고사리, 십자고사리, 고비고사리, 청나래고사리, 개고사리, 처녀고사리, 설설고사리, 꼬리고사리, 도깨비쇠고비, 왕지네고사리, 쇠고비, 비늘고사리, 참새발고사리. 이름이 예쁘기도 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게 그것 같은데 참 다양하고 많기도 하다. 더 이상 알려고 들면 끝도 없을 것도 같고, 솔직히 더 예쁜 것을 보고싶은 욕심에 슬쩍 무심코 지나치게 마련인 식물이 아닌가. 그런데 난 그렇지 않다. 유독 고비가 눈에 설지 않아 이름들을 꼼꼼히 읽으며 꽤나 많은 시간을 거기에 머문다. 이유가 있다. 내가 고비를 키우기 때문이다. 산불 난 자리에 가장 먼저 나는 식물이 고사리라는 것이다. 4억년을 살아낸, 공룡보다 더 질긴 고사리의 DNA가 산불로 벌겋게 흉측해진 산을 이 고사리과 식물들이 그야말로 작고 오물거리는 아가의 고사리손 펴듯 피어내면서 스스로 살아내는 힘을 갖는다고 한다.10년도 더 전이다. 날 참 잘 따르던 후배와 꽃집에 간 적이 있었다. 후배는 나에게 예쁜 꽃을 선물해주고 싶어했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많은 꽃 중에서 유독 내 눈에 띈 화분이 있었다. 누런 호박 두 개를 포개놓은 듯 예쁘지도 않은 화분에 풍성하게 흐드러지듯 풍성한 고비 화분이었다.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여러 사람들이 다들 말렸다. 꽃도 안 피고, 화분도 예쁘잖고, 무슨 고사리를 고르세요? 의아해들 하는데도 난 그 화분을 고집했고 기어이 샀다.집에 가져다 베란다에 두었더니, 고를 때 마음과는 달리, 예쁘고 잘 생긴 꽃이나 나무에 밀려 늘 구석진 곳으로 밀려났다. 때론 눈에 띄지도 않았던지 물도 얻어먹지 못하는 천덕꾸러기가 되기 일쑤였다.그러더니, 어느 핸가부터는 화분 위로 털복숭이같이 징그러운 뿌리들이 올라오면서, 그 뿌리의 곳곳에서 새로운 줄기를 만들어 올린다. 이삼우 원장님께 여쭈었더니, 땅에서 자랄 식물이 화분에 있으니 뿌리가 화분 위로 올라올 수밖에 하시며 허허 웃으셨다. 솔직히 징그럽긴 하지만 신기하기에 자주 보며 물을 주었더니, 어쩌면 풍성하고도 무성하게 잎들을 내미는 것이 아닌가. 마치 푸른 나무같이 잘도 자랐다. 그 덕에 가끔 베란다 가운뎃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고도 또 무심히 대하면 누렇게 마른 잎을 시름처럼 떨구기도 하지만, 물 좀 달라고 보채지도 않고 살려달라고 애원도 않고 죽겠다고 앙탈하지도 않는다. 그러면서도 지난 겨울 모진 추위도 견뎌내더니 이 봄에 더 왕성히 뿌리와 잎을 쏟아낸다. 추위에 대부분의 화분들이 말라 죽었는데도 날 보란듯이 고비는 잘도 살아내고 있다.오늘 아침, 고비에 물을 듬뿍 주었다. 화분에 철철 넘치도록 흠뻑 물을 주면서 말을 걸었다.“역경지수(AQ:Adversity Quotient)라는 말을 아니? 미국의 커뮤니케이션 이론가 폴 스톨츠가 만든 용어란다. 이 역경지수가 높은 사람은 역경을 만나게 되면 자신의 모든 능력을 동원하여 기어코 역경을 이겨낸단다. 성공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역경지수가 높단다. 고비야. 넌 4억 년의 역경을 이겨냈으니 진짜 진짜 성공한 식물이구나. 내가 널 골라 집에 가져와 10년을 버텨낸 놈, 또한 너 하나뿐이었으니 네 역경지수는 내게도 충분히 증명되었네. 더러 홀대하고 때로 잊혀졌어도 죽지않고 뿌리 내밀고 꼬물거리며 새 고사리손 내미니 정말 기특하구나. 고맙다. 고비야!”

2011-06-01

아버지 자리

손경옥포항성모병원장나의 아버지는 고등학교 3학년 때 병환으로 돌아가셨다. 어릴 때 기억으로 늘 건강이 좋지 않았기에 아버지를 만날 때에는 어머니의 허락을 받아 짧은 시간을 배당받아 용건만 간단히…. 다섯 번째의 딸인 소심하고 용기가 없던 나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늘 남아 있었다. 그래서 병원에서 진료과장님이나 직원들이 야근을 하거나 바빠 가정에 소홀하게 될까 늘 신경이 쓰인다. 혹시나 직원가족들 중 누군가가 나처럼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평생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된 것은 돌아가신 뒤였다. 그분의 일기장에서 가족에 대한 신념과 사랑, 고뇌를 느낄 수 있었다.에리히 프롬은 자녀에 대한 엄마의 사랑은 본능적이고 무조건적인 것이라면 아버지의 자녀사랑은 조건이 있다고 한다. 아버지는 자녀에게 법률과 질서, 훈련, 여행과 모험 등의 세계로 들어서는 길을 제시해 주는 사람이라고 한다. 요즘 우리사회는 여성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아버지의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 같다. 자녀교육도 대부분의 가정에서 어머니의 몫으로 돌려지고 아버지는 오직 돈만 벌어주는 역할에 내몰려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우리의 역사적 인물 중 다정다감한 아버지는 참으로 많았다. 그 중 다산 정약용 선생님은 유배기간 20년 중 아버지로서 자식들 곁에 있어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이 커서 아들에게 수십 통의 편지를 보내어 여러 분야에서 서신교육을 시켰고 그 중 다산이 가장 강조한 것은 `독서`였다. 우리가 잘 아는 가수 하춘화는 48년간 국민가수로 건재할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의 덕분이라고 한다. 6세부터 가수로 활약하게 된 그분의 뒤에는 아버지가 직업까지도 포기하고 딸과 함께 있었다. 대중 음악전문학교를 설립한 하춘화는 아버지를 가슴으로 배운 교과서이고 절제되고 겸손된 삶의 본보기로 자신의 인생전부가 아버지의 선물임을 고백한다.얼마 전 지체장애아들과 함께 미대륙을 여러 번 횡단한 아버지의 눈물겨운 끈기에서 숙연한 마음이 든다. 육체의 아버지가 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단3초라고 한다. 그러나 아버지가 되는 것은 아이에게 자기 이름을 주는 것이고 아이를 위해 일하는 것이고 또한 아이를 교육시키며 아이에게 더 나은 삶을, 더 나은 욕망을 가지도록 힘을 주는 것이다. 난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 아버지처럼 내 아이를 키우지 않겠다는 말을 우리 주위에서 종종 듣는다. 왜 그렇까? 나도 모르게 아버지를 닮아가는 이유는 아버지의 요인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모든 인간관계의 핵심은 `아버지`이며 이는 각자의 마음속에 잠재되어 있는 아버지의 태도, 행동, 가치, 직업윤리, 관계유형 등을 의미한다. 성인들이 겪는 문제들의 근원을 추적해 보면 아버지의 영향이 많이 작용하고 결정적인 역할을 할 때가 많다.병원을 경영하다보면 직원에게서 힘도 많이 받지만 서로 상처도 주고받는 것처럼 자식은 부모의 꿈이지만 자식에게서 말 못할 상처도 받는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홀몸노인의 경우 자녀들의 험담은 좀처럼 하지 않는다. 혹시나 금쪽같은 자녀들에 대한 티가 될까. 부모가 꿈을 포기하려면 사랑과 용기가 필요하다. 진정한 아버지의 역할은 자식소유의 욕망에서 자유로워야한다.나의 경우 돌아가신 아버지의 일기장에서 그분은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었고 천하장사도 아니요 높고 높은 태산도 아니었다. 때로는 너무 약하고 쉬 지쳐서 누군가가 어루만져야 겨우 일어설 수 있는 연약한 한 인간이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가정의 든든한 지팡이었다. 우리들이 아버지의 침묵을 깨닫는데는 많은 인생의 경험이 필요하다. 아버지는 우리가 세상에서 실패할지라도 끝까지 우리를 포기하지 않는 한 사람이다. 그 어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버팀목이 되어 주는 사람, 산이 무너지고 태풍이 불어와도 흔들리지 않으시는 바로 아버지이다. 아버지의 목표는 우리가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설 수 있도록 자신의 어깨를 내어주는 분이시다. 나와 당신 그리고 우리의 아버지가 많이 흔들리고 있다. 아버지에게도 지금 사랑이 필요한가 보다.세상의 아버지들이여! 힘을 내십시오. 그 본연의 자리에서 일어나십시오.당신의 그늘에서 가정은 다시 힘을 얻습니다. 세상은 다시 새롭게 피어납니다. 아버지는 우리들의 기둥이요 추억을 심어주는 분입니다.

2011-05-25

듣고 싶고, 보고 싶고, 느끼고 싶다

윤경희포항여성회장어린이날을 비롯한 어버이날, 스승의 날까지 있는 5월을 우리는 가정의 달이라 한다. 특별히 아픈 데 없이 건강하게 지내고 있는 가족공동체의 일상에 깊이 감사하며 다른 달보다 지출이 조금 넘치더라도 행사가 많아 지칠지라도 생동하는 봄을 가족과 함께 계획해 보기도 한다. 지난 2011년 3월22일(포항시외버스터미널 뒤편) 대잠동 유흥업소 집결지 여성이 유서와 장부를 유품으로 남긴 채 자살했다. 사건은 3월27일자 경북매일 신문에 게재되었으며 그녀가 남긴 장부에 포항지역의 법조계, 경제계 등 유력 인사들의 목록이 남겨져 있었다는 언론보도가 나가면서 지역의 관심은 최고조에 달했다. 그녀의 죽음보다 남겨진 목록에 누가 포함되어 있었는지에 대해 더 관심이 많았던 것이리라.사건 발생 직후 민간 차원의 대책위원회가 꾸려지고 대잠동 유흥업소 집결지를 비롯한 성산업의 착취형태를 일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강도 높게 흘러나오기 시작했으며, 행정당국과 사법당국에 단호한 대응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여 포항시는 대책반을 꾸리고 경상북도경찰청도 대책위원회를 결성했으며, 서울의 공중파 시사프로그램에서는 이 사건을 밀착 취재, 방영하기도 했다.이렇게 그녀의 죽음 이후 대잠동 인근에서 합법의 이름으로 행해지고 있던 불법적인 행위들이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속칭 2차 성매매가 있어서는 안 되는 곳에서 그것들이 암암리에 행해지고 있음이 드러났으며, 여성들을 둘러싸고 연결된 자본과 권력, 폭력의 착취고리가 공고하게 구축되어 있음도 일부 언론을 통해 드러났다. 하여 성산업 구조 속에 포함된 착취고리의 해체 없이 문제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논할 수 없음도 알게 되었다.10여년 전 군산의 화재참사 사건 당시 경찰과 공무원, 조직폭력배와 업주, 사채업자 등이 성매매를 둘러싼 중요한 착취고리였음을 우리는 확인했던 바 있다. 이 사건을 기점으로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되어 성매매와 연관된 알선업자와 소개업자 등에 처벌 규정을 강화하기도 하였다. 이 법의 제정으로 단속 대상이었던 성매매 여성들은 성매매 피해자로써 보호하고 자립 자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도록함은 물론 성매매를 근절하기 위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강제하기도 하였다.만물이 그 생명을 틔우기 위해 분주한 5월의 즈음, 가족공동체가 일상의 공간에서 평화와 안녕을 계획하는 가정의 달에 죽음에도 값이 존재함을 절감한다.어쨌든 그녀가 포항 지역사회를 비롯한 한국 사회에 일으킨 반향은 상당했다 말하고 싶다. 이전에도 여섯 명의 그녀들이 있었으나 그녀들의 그것과는 그 영향력 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고도 말하고 싶다. 2011년 자살로 생을 마감한 그녀가 남긴 유서와 장부를 통해 그녀 뿐 아니라 나머지 여섯 명의 자살 원인까지도 확인할 수 있었으며, 그 일대의 성산업 착취구조를 철저히 끊어내겠다고 당당히 말하는 사법 당국의 수사발표를 간절히 듣고 싶다. 그러나, 한 달이 넘게 진행된 경찰 수사 결과 발표는 나의 간절한 소망을 간단히 좌절시켜 주었다. 죽음의 순간에도 억울하다 외치고, 자신을 죽음에 이르게 한 그녀를 끝까지 지켜보겠다는 절규를 아끼지 않은 그녀가 우리에게 무엇을 전하고자 했던 것인지를 숙고하며 고민하는 행정당국의 열성도 느끼고 싶다. 그러나 그것도 나만의 바램일 뿐이라는 것을 절감한다. 그녀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그것은 성산업의 착취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숙고하고 실천하는 것임을 나뿐만 아니라 문제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모든 이들이 절감하고 실천하였으면 좋겠다. 경찰, 검찰, 행정, 시민사회 모두가 이를 위해 협력하고 실천하는 모습들을 진정으로 듣고 싶고, 보고 싶고, 느끼고 싶다. 이야말로 진정 안전하고 평화로운 포항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지름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여름을 향해 달리는 5월 9일은 그녀가 생을 달리한 지 49일째 되는 날이다. 부디 좋은 곳에서 복된 삶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어본다.

2011-05-18

삶의 스승

조혜전 / 시인오월에 빛이 쏟아져온다. 어디서부터 오는가. 따질 것도 없고 돈을 낼 필요도 없다. 그저 따뜻하게 마음의 문을 밀고 들어오는 오월의 빛을 부드럽게 맞이할 뿐이다. 매일 매일 뜨고 지는 태양이지만 왜 오월의 빛은 이토록 설레게 할까? 세상은 온통 빛으로 충만하다. 그래서 오월은 계절의 여왕이라는 찬사를 듣나보다. 또 사랑과 감사와 경건함을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근로자의 날, 민주화기념일, 바다의 날, 부처님 오신 날을 정해 삶의 굽이굽이에 챙겨 넣었나 보다.무심히 햇살을 만지작거린다. 부드럽고 달콤하다. 평화롭게 미소를 짓고 있는 내가 사랑스럽고 살아있음에 두 손을 모은다. 미루었던 일, 닫혀있던 마음, 얼었던 마음, 그리고 어두운 생각과 함께 눅눅한 몸을 일으켜 눈부신 오월의 빛 앞에 용기를 내어 당당하게 서 본다.비로소 내 몸은 가벼워진다.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눈이 열린다. 이기심에 가렸던 것들이 하나씩 보인다. 이렇게 자연은 아무 말 없이 가르침을 주고 있었지만 허겁지겁 앞 만 보고 달렸으니 보일 리 없다. 이런 마음자리를 얻기까지 좌충우돌 쉴 새 없이 부딪치고 깨지고 흘러가다 만난 선생님이 계시다. 생각해보면 무수히 많은 선생님들이 내 삶의 터를 다듬어 주셨다. 어릴 적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무슨 일 때문에 그 말씀을 하셨는지는 생각나지 않지만 늘 머릿속에 뱅뱅 돌고 있는 말 “평생을 배워야한다. 어린 너에게도 이 할아비가 배울게 있구나” 살면서 그 말씀이 진리라는 걸 깨달았다. 나를 둘러싼 온 우주가 스승인 것이다.요즘 생명에 대한 깊은 성찰과 자연과 나의 관계에 대해 부쩍 생각이 깊어지고 있을 때 평화가 깃든 밥상의 저자 문성희 선생님을 만난 건 행운이었다. 가공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맛으로 몸과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밥상, 지구를 위한 밥상 차리기를 명상을 통해 나를 완성하기를 가르치신다. 나는 요리를 생각하면 번거로움이 앞섰다. 나이가 들면서 이마를 맞댈 식구가 줄어드니 자주 외식을 하면서도 이게 아닌데 싶어 찜찜했다. 음식 재료가 가지고 있는 본래의 소박한 맛을 즐기고 쉽게 만들면 노동력이 적게 들텐데, 양념을 이것저것 넣지 않으면 안 될 거 같은 강박 관념과 소박함이 대충 만들어내려는 게으름과 이기심이랄까봐, 내가 원하는 밥상은 내 마음 한 구석에서 웅크리고 있었다.구제역 파동을 겪으면서 육류를 줄일 수 있기를 원하면서도, 첨가물을 최소화하고 오염되지 않은 먹거리를 그리워하면서도 습관처럼 반복 하는 밥상 준비가 즐겁지 않았다. 이런 갈등의 본질을 선생님의 요리 수업과 명상 바느질을 통해 해결했다. 요즘 나의 주방은 행복한 공간으로 변했다. 밥은 생명이다. 옛날에는 음식을 다루는 사람은 제사장이 아니면 손 댈 수가 없었다한다. 음식을 만드는 일은 생명을 지켜주는 거룩한 의식이기 때문에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가장 평화로운 상태에서 좋은 기운으로 만들어야 그 음식은 먹는 사람에게 생명의 에너지를 준다.주방에 들어선 주부는 여신이다.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반복되는 노동이 아니라 생명을 살리는 창조적인 작업임을 느끼게 했다. 만드는 사람과 먹는 사람이 여유로워 더 즐겁고 행복하고 나를 귀하게 대접하는 느낌이 드는 요리를 만들어야한다. 무엇을 어떻게 먹고 살아야할지, 어떤 마음으로 요리를 해야 할지, 내 몸을 어떻게 대접해야 할지를 저절로 느끼게 선생님은 나를 요리하셨다.삶에 스승은 멀리 있지 않았다. 바로 나 자신이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를 수없이 묻고 또 묻고 답을 얻는다면 자연이 스승은 내 곁에 계시는 것이다.오늘도 잠들기 전에 밀랍으로 만든 담근초에 불을 붙일 것이다. 마음에 불을 당길 것이다. 그리고 명상의 길을 떠날 것이다. 생명이 빛인 나를 골똘히 바라보고 대접할 것이다.

2011-05-11

동반성장 패러다임의 유형과 시사점

민세주포스코경연연구소 연구위원최근 동반성장이 큰 화두가 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상생법을 개정하고 동반성장위원회를 출범했으며 동반성장지수를 도입하는 등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대기업들도 그동안의 동반성장 노력을 바탕으로 협력 중소기업들과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 협약식을 속속 체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위해 기업들은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여왔다. 국내 주요 대기업에서 시행중인 동반성장 프로그램은 크게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자금이나 물량 등을 중소기업에 직접 지원해 주는 형태의 프로그램들이다. 구체적으로는 현금 결제, 발주물량 확대, 장설비 투자자금 지원, 협력업체 지원 펀드 운영 등을 들 수 있다. 이 프로그램들은 즉각적으로 중소기업의 자금 운용에 숨통을 틔워주거나 투자에 따른 금융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두번째로 중소기업의 경영 인프라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는 프로그램들이다. 중소기업 직원을 대상으로 한 직무 교육 지원, 기업 경영 노하우 전수 등 경영컨설팅, 대기업이 보유한 특허, 설비, 전문 기술인력 등을 중소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들이 해당된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력, 설비, 기술, 노하우 등 경영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열악한 환경이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중소기업은 경영 자원의 역량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세번째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동의 목표를 향해 협업하는 형태의 프로그램들이다. 공동 연구개발, 성과공유제, 구매조건부 신제품개발 등이다. 소재나 부품을 함께 연구개발함으로써, 중소기업은 기술 향상 및 매출 확대 기회를 확보하고 대기업은 원가 절감과 품질 향상을 이룰 수 있다.유형마다 각각 장단점이 있다. 예를 들어 첫번째 유형은 프로그램 시행이 용이하고 많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할 수 있으며 효과가 즉각적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효과는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한편 세번째 유형은 프로그램의 대상이 제한적일 수 있고 효과가 드러나기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길며 내용 선정과 결과물에 대한 공유 기준 마련이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지만, 기업의 근본 체질을 강화하는 효과는 가장 높다고 할 수 있다.각 유형별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몰입(engagement) 수준도 다르다. 세번째 유형의 프로그램들은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반복적인 상호 작용이 요구되며 상호간 위험 공유(Risk Sharing) 수준도 높다고 할 수 있다. `교육`에 비유한다면, 첫번째는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학교 시설, 공부방을 마련해 주는 것이고 세번째는 스터디모임을 만들어 함께 공부하는 것이라 하겠다.동반성장의 목적은 상호 윈-윈(Win-Win) 추구에 있다. 지속가능한 동반성장이 되려면 더 더욱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가 혜택을 기대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몇 년간의 추이를 살펴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협업하는 형태의 프로그램들이 점점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시적 효과를 거두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성과에 대한 불확실성(Risk)이 높을 뿐 아니라 프로그램의 운영과 관리도 상대적으로 복잡한 데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참여가 높아진다는 것은 분명 시사하는 바가 있다. 현재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위의 세가지 유형에 해당하는 프로그램들을 모두 시행중이다. 앞으로 동반성장이 지속적인 기업 활동의 하나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유형별 목적에 맞도록 적절히 운영하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2011-04-27

아름다운 아침, 부활

손경옥 / 포항성모병원장오는 24일은 그리스도인들의 최대 축제인 부활절이다. 오늘날 IT문명의 발달로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부활의 신비에 대한 직감력이 상실하고 있지만 부활은 원래 봄의 축제였다. 유대인들은 가나안의 봄 축제를 파스카 축제에서 따로 떼어 새롭게 해석했고 그리스도인들은 부활의 신비에서 진정한 봄을 깨닫는다.부활은 신앙의 눈으로 봐야 한다. 일생을 걸어도 후회가 없는 늘 부족한 그리스도인의 삶인, 한마디로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그리스도와 함께 사는 삶이다.부활은 주님이신 예수님께서 가르치시고 행하신 모든 것이 신적 권위를 지닌 진리임을 확인해 주고 구약의 약속 뿐 아니라 생전에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신 모든 약속의 실현이며 예수님이 하느님이심을 확증한다.주님 부활은 우리를 다시 살리셨는데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입양`은 부활의 결과이다. 여기서 말하는 `입양`은 흔히 말하는 우리 사회의 입양과는 다르다. 비록 성자 그리스도의 아들 됨과 우리의 자녀 됨이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말하려고 입양이라는 말을 쓰기는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당신 아드님의 거룩한 죽음과 부활로 우리를 다시 낳으셨다. 또한 부활하신 그리스도는 장차 우리부활의 근원이며 원천이라고 한다.본래 죽음은 숨이 끊어지고 육체적 활동이 모두 중단되는 상태를 말한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다른 차원의 죽음 예를 들면 정신적, 영적인 죽음도 있다. 모든 희망을 잃고 아무런 의욕도 없이 무감각하게 지내거나 마음에 큰 상처를 안고서 미움과 증오 속에서 산다면 정신적인 죽음일 것이다. 또는 많은 잘못을 하고 하느님과 이웃을 향한 마음의 문을 꽁꽁 닫고 자신 안에 고립되어 산다면 이는 영적인 죽음이다. 만일 이런 정신적 영적 죽음을 극복하고 다시 새롭게 살게 됐다면 이미 이 세상에서 부활을 체험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부활은 세상 종말에 있을 궁극적인 부활과 같은 차원이 아니라 “우리의 비천한 몸이 그리스도의 영광스러운 몸과 같은 형상으로 변화”(필립 3·21)되는 부활을 미리 조금 맛보는 것일 뿐이다. 우리는 일상의 작은 체험을 통해 마지막 날에 있게 될 궁극적인 부활을 어렴풋하게나마 두려움이 아닌 희망으로 기다릴 수 있을 것이다.부활의 길은 치유의 길이다. 또한 삶으로 들어가는 훈련이다. 치유란 우리의 상처를 돌보고 인생사의 억압과 괴로움을 다스린다. 이 길은 우리 안에 피어날 삶에서 우리의 가능성과 능력에서 하느님이 우리에게서 이끌어내고자 하는 것들에서 시작된다. 삶이 위협당할 때, 우울과 좌절에 시달릴 때, 실망과 체념이 엄습할 때면 늘 부활의 길을 묵상하면 좋을 것이다. 그러면 죽음을 이기고 무덤에서 일어나며 내면의 경직을 깨치고 부활의 너름새와 자유에로 인도해 주는 삶을 새로이 맞이하게 될 것이다.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지금 여기에서 부활을 맞이해야 한다.이 지상의 삶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이 지상의 삶은 천상의 삶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부활신앙이 우리 그리스도인들을 더욱더 세상에 투신하도록 하며 끊임없이 세상을 변화하기 위한 노력과 협력을 북돋아줘야 한다. 여기에서의 부활은 죽음이 먼저이다. 즉 죽음의 체험 없이 부활체험이 있을 수 없음을 우리는 바오로 사도의 고백에서 확인할 수 있다.예수님의 부활은 단지 예수님 한분에게만 일어난 신비한 기적으로 그치지 않는다. 성서는 제자들이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고 나서 새롭게 변화됐다고 전한다. 제자들은 이 만남을 통해 과거의 자신을 버리고 새로운 자아를 얻게 된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들의 작은 부활이 세상 마지막 날에 있을 궁극적인 부활을 확신하고 선포한다면 우리는 매일 아름다운 아침, 부활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2011-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