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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하는 사람에겐 향기가 있다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11-10-19 23:27 게재일 2011-10-1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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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옥포항성모병원장
인간은 구분이 가능하지만 결코 분리될 수 없는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심리적, 영적인 것을 포함한 전인적인 존재이다. 마치 사진을 찍을 때 전체적인 외곽을 렌즈에 담으면서 내적인 구도와 조화를 맞추는 초점이 필요하듯 전인(全人)을 말한다. 이는 다섯 가지 요소를 포괄하는 통찰을 의미하며 전체적인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우리 병원에는 환자를 중심으로 22개의 진료과와 이를 포함한 66개의 진료지원 및 행정부서가 서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때로는 개인과 부서 이기주의로 서로 불목하고 때로는 환자들을 위하여 어쩔 수 없이 화합하기도 하고, 때로는 협력하는 아름다움을 주는 감동과 기적을 체험하기도 한다.

`사람(人)` 은 서로를 필요로 하고 노래가사에 있듯이 사슴처럼 기대어 동행한다. 오늘 아침 우리가 먹은 쌀 한 톨, 김치 한조각도 누군가의 노력으로 감사히 먹고 살아가고 있다. 우리 몸도 자세히 보면 중요한 것은 모두가 두개이다. 서로 힘들 때 돕기 위해서이다. 눈, 콧구멍, 귀, 폐, 손, 발, 콩팥 등등. 그러나 입이 두개이면 얼마나 혼란스러울까, 심장이 두개이면 아마 인류는 끔찍한 세상이 되었을 것이고 위가 두개이면 인류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것은 연구가 아니고 나의 추측일 뿐이다.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이나 걸작품은 모두가 협력으로 탄생되었다. DNA의 이중나선구조나 에디슨의 수많은 발명품들은 한 사람의 힘이 아니다. 미켈란젤로가 그린 로마의 시스틴성당의 천정벽화도 13명의 무명화가가 함께 한 작품이었다.

학문은 갈수록 세분화되고, 혼자 수행할 수 없는 복잡한 과업이 늘어나고 예상치 못한 새로운 업무가 생기고 있다. 그래서 이것을 아우르는 조정자와 코디네이터, 통합이나 융합이 필요하다.

우리주위에는 스포트라이트가 비껴간 곳에서 묵묵히 제 소임을 다하는 사람들, 인기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타인과 협력할 때 더 큰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 빛나는 `스타`는 아니지만 스타들을 존재하게 하는 이들이 있다. 얼마 전 `너는 내 운명`이라는 영화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황정민의 인터뷰에서 참으로 겸손한 말 향기 나는 말을 들었다. 그는 `저는 60여명의 스태프들이 차려놓은 밥상을 그저 맛있게 먹기만 했을 뿐인데 저만 스포트라이트 받아 미안합니다` 라고 했다.

영화는 감독과 배우뿐이라 생각하지만 그 뒤에서 숨어서 영화를 빛내는 사람들의 귀한 협력이 있다.

수녀원에는 같은 날 입회하는 동기가 있다. 서원식도 종신허원식도 은경축도 금경축도 함께한다. 오랜 세월 함께하는 시간이 많다보니 친동기간보다 더 가깝다.

동기들 중에는 학문이 뛰어난 이도 있고 만능 재주꾼도 있고 무재주도 있고 오랜 세월 그 자리에서 그저 묵묵히 있는 이, 정말 다양하다. 덕을 닦는 삶이지만 타고난 성격은 그 색깔이 다양하다. 그런데 표시나지 않지만 늘 타인에게 빛이 되는 수녀님이 계신다. 고되고 힘든 순간에 다리역할을 한다. 스포트라이트는 비껴가지만 동료들은 알고 있다. 슬퍼하거나 불평하지도 않고 그저 지금 여기에서 살아가는 그분에게서 향기를 느낀다.

콜래보레이션 경영 선구자 안무가 트와일라 타프의 삶에서와 같이 확실히 나보다는 우리가 더 힘이 세다. 협력은 소중한 동행이다. 그렇다. 누가 하느냐보다 누구와 하느냐가 중요하다. 진심으로 협력했다면 그 결과가 성공이든 실패이든 나를 성장하게 할 것이다. 협력은 함께 일하는 것이지만 그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고 연습과 관심, 열정 그리고 습관을 통해 서서히 건설되는 것이다.

협력하는 사람에게는 선두와 마지막 주자에게 볼 수 없는 지극히 따뜻하고 은은한 사람냄새가 베어난다. 나는 누구와 함께하고 있을까. 우리는 무슨 일에 끊임없이 연습과 훈련을 하면서 인내하고 있는 것일까?

세속의 스포트라이트는 살짝 비켜가지만 하느님과 그분의 눈길이 닿는 이와 함께했으면 한다.

그분에게는 보잘 것 없고 의미 없는 일이 없으니까 말이다.

결국 모든 협력은 사랑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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