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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있는 시민들의 눈과 입이 필요한 때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11-06-15 23:22 게재일 2011-06-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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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희포항여성회장
시간에 맞춰 바뀌는 조명등의 빛깔이 신기했다. “남국의 풍모를 연상케 하는 야자수(?)와 식재된 나무들, 바닥에 깔린 적삼 방부목, 끊어졌다 이어졌다가 반복되기는 했으나 깔리기는 했던 자전거 도로, 환호 해맞이 공원의 돗대를 연상시키는 조형물들!” 완전 정리된 느낌은 아니었으나 어느 정도 포항시가 홍보했던 동빈내항 복원 공사가 조금 진척되었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얼마 후 약간 정리된 느낌이었던 똑 같은 그 곳에서 공사가 다시 시작되었다. 깔려져 있던 자전거 도로는 다시 파헤쳐졌고, 적삼 방부목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되던 곳도 다시 부서지고 있었으며, 야자수를 닮은 가로수는 노랗게 시들어가고 있었다. 기껏 시간과 돈을 들여 했던 공사가 어설프게나마 정리된 지 채 몇 개월이 지나기도 전에 다시 갈아엎는 까닭은 뭘까 궁금했다. 도로를 깔고, 나무를 심고, 조형물을 설치하는 그 모든 과정들에 얼마나 많은 세금이 소요되었을지 그리고 그것을 갈아엎는 데는 얼마나 많은 세금이 소요되었을지, 그리고 다시 먼저 했던 그 일들을 하는데 얼마나 많은 세금이 소요될지에 대한 궁금증은 나만의 것일까를 자문해 본다. 깨어있는 시민의 눈으로 확인해 볼 일이다.

21세기 들어 여성운동의 성장과 활발한 활동으로 성평등을 촉진하고 성차별을 해소할 여러 분야에서의 제도화가 진척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별히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정책과 예산을 집행함에 있어서 그것이 성별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하여 성(性)인지적으로 집행하여야 함을 우리 사회는 제도로서 규율하고 있으며 양성평등의 정착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강제하고 있다. 이러한 때 시민 화합과 소통의 장인 포항시민의 날을 포항시가 주관하면서 주 메인행사로 “미스경북선발대회”를 전면에 내세웠다. 6월10일 예선, 6월11일 본선으로 배치하고 수영복 심사와 드레스 심사 등 대회 순서 등도 포항시는 친절하고 섬세하게 홍보했다. 포항시민의 화합과 소통을 이끌어내고 포항시민의 자긍심을 높여내기 위해 시민의 날을 기획했다고 한다.

여성의 상품화와 대상화를 통해 성차별적 문화에 크게 이바지한다는 까닭으로 공중파 생중계도 중단된 미인대회를 시민의 날 메인 행사로 배치한 것에 대해 포항시민의 한 사람으로 수치심을 감출 수가 없다. 포항시의 집행 예산은 국민의 세금으로부터 기인한다는 것을 포항시는 간과하고 있다고 밖에 해석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 사회의 성차별적 요소를 해소하고 양성평등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기능해야 함을 제도가 규율하고 있는 마당에 공적 재원으로 성 상품화를 조장하는 미인대회를 개최한다는 것은 명백한 예산과 행정력을 낭비하는 일이다.

더불어 여성의 몸을 감상하고 평가하고, 함께 즐기며 놀 수 있는 것으로 인지하게 하는 미인대회는 우리 사회 성희롱과 성추행, 성매매를 온존시키고 확산시키는 왜곡된 문화와 가치 형성에 크게 기여하는 대회임을 많은 이들은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불거져 우리 지역사회의 안전성에 빨간불을 밝혔던 유흥업소 여성의 자살사건 및 공직사회 성희롱 사건 등으로 포항지역사회의 성문화가 심히 왜곡되어 있음을 충격적으로 확인받고 있는 상황이기에 포항시의 안일함과 일천한 몰성(性)성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동빈내항 복원 공사, 공공성에 위배되는 미스경북선발대회의 개최 등으로 낭비된 예산과 행정력에 대한 깨어있는 시민들의 눈과 입이 필요한 때이다. 우리들의 혈세가 엉뚱한 곳에서 세어나가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며, 시민의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높여낼 수 있는 방향으로 집행될 수 있도록 정책과 예산에 대한 모니터링에 더욱 부지런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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